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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천 초등생 살해·시신 훼손’ 부친 징역 30년 확정

    일곱 살 아들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해 오랜 기간 냉장고에 숨긴 비정한 아버지에게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살인과 시체훼손·유기·은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최모(35)씨에게 징역 30년 및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받아들였다고 16일 밝혔다. 공범으로 기소된 어머니 한모(35)씨는 징역 20년을 받은 2심 판결에 승복해 상고하지 않았다. 최씨는 2012년 10월 말 경기 부천시의 집 욕실에서 당시 18㎏가량인 아들을 실신할 정도로 때려 며칠 뒤 숨지게 했다. 최씨 부부는 아들이 숨지자 시신을 훼손한 뒤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집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1월 교육당국의 장기 결석 학생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3년여 만에 드러났다. 아들은 잦은 폭행과 굶주림으로 탈진해 사망 당시 ‘아프리카 기아’와 같은 모습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는 구속 이후 숨진 아들 외에 남은 9살 딸에 대한 친권을 박탈당했고, 딸은 법원이 후견인으로 정한 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사건 등을 계기로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피고인에게 최고 사형까지 구형하는 등 아동학대 범죄 처리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조희팔 오른팔’ 강태용 징역 22년 선고

    ‘조희팔 오른팔’ 강태용 징역 22년 선고

    5조원대 유사수신 사기 범행을 저지른 조희팔 조직의 2인자 강태용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방법원은 사기와 횡령, 뇌물공여, 범죄수익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강태용에게 징역 22년과 추징금 125억원을 판결했다. 조희팔 회사 행정부사장인 강태용은 2006년 6월부터 2년 동안 건강보조기구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7만여명을 상대로 5조 715억원을 끌어 모으는 유사수신 범행을 저질렀다. 2007년과 2008년 3차례에 걸쳐 조희팔 사건 수사를 담당한 정모 전 경사에게 2억원을 건네 수사정보 등을 빼냈고, 돈세탁을 맡겼다가 떼인 돈을 회수하기 위해 조폭을 동원하기도 했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조희팔과 함께 중국으로 도피한 강태용은 2015년 10월 현지 공안에 붙잡힌 뒤 두 달여 만에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구지법, 조희팔 오른팔 강태용 징역 22년 추징금 125억 선고

    대구지법, 조희팔 오른팔 강태용 징역 22년 추징금 125억 선고

    조희팔과 함께 5조원대 유사수신 사기 범행을 한 조희팔 오른팔 강태용(55)에게 징역 22년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 김기현)는 13일 사기, 횡령, 뇌물공여,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태용에게 징역 22년과 추징금 125억원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횡령·배임 혐의 가운데 증거가 불충분한 일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강태용에게 무기징역과 추징금 521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7만여명에 이르는 등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초대형 재산 범죄를 저지른 점이 인정된다”며 “조희팔 조직 최상급 책임자인 피고인 범행은 사안이 무겁고 죄질도 나빠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들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가족까지 해체되거나 목숨을 잃었음에도 범행을 숨기려 장기간 해외에 도피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발생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손실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희팔 회사 행정부사장인 강태용은 2006년 6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조희팔과 함께 건강보조기구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7만여명을 상대로 5조 715억원을 끌어모으는 유사수신 범행을 했다. 사업 초기 터무니없는 고수익 대신 구체적으로 연 35% 확정금리를 주겠다는 ‘달콤한 약속’을 하자 투자자가 몰려들었다. 저금리 시대에 이런 소문은 금세 전국으로 퍼졌고 조희팔 일당은 대구, 인천, 부산 등 전국으로 사업망을 확장했다. 그러나 뒷사람이 낸 돈으로 앞사람에게 이자를 주는 사업을 지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경찰 수사까지 본격화하자 조희팔, 강태용 등 핵심 주범들은 2008년 말 중국으로 달아났다. 자금관리 담당으로 알려진 강태용은 범죄수익금 521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 돈은 중국 도피자금으로 쓰거나 강씨 주변 인물들에게 흘러들어 간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강태용은 또 2007년과 2008년 3차례에 걸쳐 조희팔 사건 수사를 담당한 정모(41·구속 기소) 전 경사에게 2억원을 건네고 수사정보 등을 빼냈다. 그는 주변 인물에게 돈세탁을 맡겼다가 떼인 돈을 회수하려고 중국에서 조선족 조폭을 동원해 납치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강태용은 중국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가 2015년 10월 현지 공안에 붙잡힌 뒤 두 달여 만에 국내로 강제송환됐다. 이날 방청석에선 조희팔 피해자 단체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 회원 등 100여명이 재판을 지켜봤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삼성과 특검의 ‘악연’ 9년 만에 재현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별검사 사무실 문턱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2일 박영수 특검팀에 소환되기 9년 전인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때 조준웅 특검팀의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 삼성에서 근무하던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로 시작된 당시 특검 수사에서 이 부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삼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헐값으로 발행하는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공모가 있었다는 의혹이 특검 수사의 초점이었다. 그러나 당시 이 부회장은 ‘증거가 불충분해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사법처리를 면했다. 반면 이건희(75) 회장은 혐의가 인정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에버랜드 CB를 헐값에 발행한 뒤 이 부회장에게 넘겨 에버랜드에 최소 969억원의 손해를 안긴 혐의, 4조 5000억원의 자금을 은닉하고 차명으로 주식을 매매해 양도소득세 1128억원을 포탈한 혐의 등이 적용됐다. 하지만 이듬해 이 회장도 ‘피고인’의 딱지를 뗀다.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았지만 4개월 뒤 당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 회장 1명을 사면하기 위해 특별사면심사위원회를 열었다. 이로 인해 삼성 비자금 수사는 ‘봐주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앞서 이 회장은 두 차례 검찰에 불려 간 적이 있다. 처음은 1995년 11월 대검 중수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할 때로, 대부분의 대기업 총수들이 검찰에 불려 갔다. 1938년 창업 이래 단 한 번도 총수가 검찰에 소환된 적이 없는 삼성으로서는 첫 검찰 소환이었다. 이 회장은 그 뒤로도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 2005년 8월 서울중앙지검의 불법 도청 사건 수사, 2005년 서울중앙지검의 에버랜드 CB 편법 증여 사건 수사 때도 소환설이 흘러나왔으나 그룹 임원들이 조사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되거나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하면서 넘어갔다. 이 회장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2년 넘게 병석에 누워 있다. 12일 소환된 이 부회장은 취재진 앞에서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삼성에 대한 걱정과 기대”를 담담하게 말하던 9년 전 모습과 사뭇 대비된다. 박영수 특검팀이 이 부회장을 구속한다면 이 부회장으로서는 첫 사법처리의 문턱에 서게 된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박선숙·김수민 1심 무죄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박선숙·김수민 1심 무죄

    지난해 20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당 홍보비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당 박선숙·김수민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 김양섭)는 11일 사기 및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범죄수익 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의원과 김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 인쇄업체 대표 정모씨, 김 의원의 지도교수 등 5명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정씨가 한 자백 취지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으며, 증거를 종합해 보면 리베이트 요구가 있었거나 업체와의 계약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은 대행사 브랜드호텔의 광고·홍보 전문가들로 당 홍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당시 김 의원은 브랜드호텔의 대표를 맡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인쇄업체 비컴, TV광고 대행업체 세미콜론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방법으로 2억 1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선거 이후 리베이트로 받은 금액을 실제 선거비용인 것처럼 꾸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3억원을 보전해 달라는 허위 청구를 해 1억 620만원을 받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업체와 허위 계약서를 작성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결심공판에서 박 의원에게 징역 3년, 김 의원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국회의원은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TF의 존재부터 인정하지 않았다. TF가 아닌 브랜드호텔이 선거 준비 업무를 했고, 브랜드호텔과 비컴·세미콜론이 체결한 계약도 허위가 아닌 실체가 있는 용역계약이라고 봤다. 박 의원은 판결 후 “당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객관적인 증거와 변호인 참여하에 진술한 내용마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점에 대해 굉장히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총선 리베이트 수수’ 박선숙·김수민 국민의당 의원 오늘 1심 선고

    ‘총선 리베이트 수수’ 박선숙·김수민 국민의당 의원 오늘 1심 선고

    지난해 4월에 치러진 20대 총선을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선숙·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의 1심 선고가 11일 예정돼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 김양섭)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의원과 김 의원의 선고공판을 연다. 박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홍보업체 ‘브랜드호텔’의 광고·홍보 전문가로 꾸려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선거 홍보 업무를 총괄하게 했다. TF는 김 의원과 김 교수, 광고 전문가 김모씨 등 3명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3~5월 선거공보물 인쇄업체 ‘비컴’과 TV광고 대행업체 ‘세미콜론’으로부터 광고 계약 관련 리베이트 2억 1620여만원을 요구해 TF에 이를 지급하게 한 혐의로 지난해 8월 불구속 기소됐다. 두 사람은 또 리베이트 금액을 실제 사용한 선거비용인 것처럼 꾸며 3억여원을 선거관리위원회에 허위로 보전 청구해 1억 620만원을 받고 이를 은폐하려고 비컴과 허위계약서를 작성한 혐의(사기·범죄수익 은닉규제법 위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 의원에게 징역 3년, 김 의원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국회의원은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두 의원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왕주현 전 국민의당 사무부총장의 1심도 선고된다. 검찰은 왕 전 사무부총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설 제수용 부정식품 특별단속…관세청, 명태·조기 등 25품목

    관세청은 9일 설과 대보름을 맞아 농수산물과 육류 등 제수용품 수요가 늘면서 부정식품 수입·유통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달 17일까지 40일간 불법 먹을거리 특별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단속 대상은 제수용품 수요가 많은 명태, 조기, 소고기 등 수산·축산물 14개 품목과 불법 수입으로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고추, 마늘, 생강 등 농산물 9개 품목, 선물용품인 주류·가공식료 2개 등 총 25개 품목이다. 관세청은 수입가격을 조작해 관세를 포탈하거나 고가로 가격을 부풀려 국내 유통 시 폭리를 취하는 행위를 집중 단속한다. 또 고세율의 농산물 등을 저세율 물품 속에 은닉한 뒤 보세구역에서 수입통관 전 무단 반출하거나 바꿔치기하는 밀수도 단속 대상이다. 밀수신고(국번 없이 125)를 하면 최대 50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1조 4286억 떼인 대한민국 노동자

    1조 4286억 떼인 대한민국 노동자

    지난해 체불임금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인 1조 4286억원에 이르면서 검찰이 ‘악덕’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정점식)는 9일 설 명절을 앞두고 종업원의 임금을 상습·악의적으로 체불한 사업주에 대해 구속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사업주의 도주나 잠적으로 기소 중지된 사건이 전체 임금체불 사건의 24.3%에 이르는 점을 고려해 일제 점검을 하고 사업주 소재를 철저하게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체불임금 규모는 역대 최대인 1조 4286억원이었다. 종전 기록인 2014년 1조 3195억원을 넘어섰다. 1년 전(2015년 1조 2993억원)보다 2000억원 이상 늘었다. 지난해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 여파로 풀이된다. 특히 검찰은 임금체불 사건의 벌금액이 체불액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사업주들이 악용하는 사례가 만연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1억원 이상의 상습·악의적 체불뿐 아니라 체불액이 크지 않아도 재산 은닉 등 사유가 불량한 경우에도 구속 확대 등으로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임금체불로 구속된 인원은 21명으로 ▲2013년 10명 ▲2014년 8명 ▲2015년 17명 등으로 증가 추세다. 검찰은 이와 함께 ‘기소 전 형사조정제도’를 적극 활용해 법정에 가기 전 최대한 근로자가 체불임금을 보전받을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기소하는 경우에도 사업주가 법정에 반드시 나오도록 약식기소 대신 정식 재판 회부를 확대하고, 피해자가 아르바이트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일 경우 법률구조공단 등을 통해 민·형사상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이어줄 예정이다. 대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설 연휴를 앞두고 근로자들이 밀린 임금을 받아 가족들과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中企 기술 침해·유출 대기업 양형 강화… 최대 징역 6년

    앞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침해하면 최대 징역 6년에 처하는 등 관련 양형기준이 강화된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4일 제77차 전체회의를 통해 이런 내용의 지식재산권 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 지식재산권 범죄의 특별가중인자에 ‘중소기업과 경쟁 관계 또는 납품·도급 관계에 있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침해하거나 유출한 경우’도 포함했다. 지식재산권 범죄의 형량 가중영역 상한도 기존 3년에서 4년으로 높인다. 해외 지재권 침해의 경우 형량을 기존 5년에서 6년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위원회는 위증범죄 양형기준에 증거인멸과 증거은닉을 추가하는 내용도 의결했다. 통화 위·변조와 유가증권 위·변조, 부정수표 발행 범죄에 대해 새로운 양형기준을 마련한 통화·유가증권범죄 양형기준 수정안도 통과시켰다. 위원회는 공청회와 관계기관 의견 조회 등을 거쳐 4월쯤 수정 양형기준안을 최종 의결한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사설] 해외서 체포된 정유라 강제송환 차질 없어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덴마크에서 체포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정부 당국은 덴마크 쪽에 긴급 인도 요청을 통해 정씨를 하루빨리 귀국시키겠다는 움직임이다. 특검 수사가 한창이지만 정씨의 신병 확보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뻔뻔하게 모르쇠로 일관하는 최씨의 태도에 어떻게든 변화의 조짐이 있을 거라는 점에서 정씨의 소환은 이래저래 숨통이 트이는 소식이다. 최근 정씨는 유럽 현지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국내 송환이나 강제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영주권이 없는 데다 돈세탁 혐의로 현지 수사기관의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어 귀국 카드가 외통수일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씨의 압송을 한시라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정 농단의 시발점이자 최대 수혜자가 다름 아닌 그다. 이화여대 부정 입학으로 공정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입시마저 의혹의 뻘밭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이다. 입시 의혹 속에서도 “돈도 실력.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페이스북 글로 또래들을 좌절시킨 맹랑한 인물이기도 하다. 최씨의 변호인은 한때 그를 두고 “세상 풍파를 견딜 나이가 아니다”고 두둔했다. 이런 발언은 국민 분노에 오히려 불만 더 댕겼다. 국정을 농단하며 온갖 특혜를 받게 한 딸이 특검의 추궁을 받는 상황은 최씨에게는 치명적 아킬레스건이다. 정권 실세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설 같은 특혜를 챙겨 준 교수들의 파렴치 행태, 그들을 조종한 권력의 민낯은 속속들이 까발려져야 한다. 교육부 감사에서 고발 조치 등을 당하고서도 이대 교수들은 청문회에서 오리발만 내놓았다. 그뿐인가. 소설가로 이름 날리던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대 교수의 몰락은 기가 찬다. 조교에게 정씨 이름으로 허위 답안지를 만들도록 협박해 구속까지 됐다. 권력이 촉수를 뻗친 자리가 얼마나 기괴한 모습으로 일그러질 수 있는지 두말 필요없는 사례를 남긴 셈이다. 그러나 정씨가 즉시 송환될지는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정부는 덴마크 정부와 빈틈없는 공조로 정씨가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최씨가 해외에 은닉한 재산이 어마어마해 수조원대가 넘는다는 일부 보도도 있었다. 최씨 모녀의 불법적인 재산 형성과 입시 부정 등은 그들의 입을 통해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해부된 육체:부분이 발설하는 단서들 - 김효숙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해부된 육체:부분이 발설하는 단서들 - 김효숙

    인간의 몸이 고깃덩어리와 무엇이 다른가. 이러한 질문은 인간에 대한 전일적 관점을 위반하는 데서 시작한다.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도발적 상상력을 끌어와 보면 이러한 점은 더 명백해진다. 인간을 꿈틀거리는 생명덩어리, 즉 고기로 표현한 그의 이미지에 기대면서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새로이 증명할 방법을 탐구한다. 이때 우리는, 완벽한 몸이라는 정형을 벗어나 감각과 존재를 해방하고 자유를 부여하기 위해 본능의 심연까지 가 닿으려 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인간의 살과 고기의 살점을 저울에 달 때와 정용준의 관점은 다음 같은 문장에서 겹친다. “모든 고기는 저울 위에서 평등하기 때문이다”(‘개들’,105쪽). 함량과 수치만을 기준으로 따지면 인간은 고기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의 무게가 고기와 동급으로 처리된다는 사실이 어리둥절하다. 베이컨의 고기-인간들은 2) 육체라는 전체성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정형과 규격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뇨·혈액·타액·정액 같은 체액들, 한쪽이 지나치게 비대하거나 홀쭉해진 형체들을 그의 그림은 보여 준다. 여기에 정용준의 소설은 해부하고 해체한 육체의 일부분들과 조각들, 먹다 버린 음식물 찌꺼기처럼 넘치는 비만한 살들, 지문, 주민등록번호, 냄새 같은 기호들을 추가한다. 육체라는 전체로부터 일부분이 끊임없이 탈주하는 그곳에서 인간은 재정의된다. 흘러나온 육체의 일부분들이 스스로 의미를 발설하면서 전체성으로서 육체의 허위가 무너지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존재자가 이 지구 상에 있는 한 완결할 수 없는 질문, 그래서 우리는 반복하여 묻는다. 그 물음이 단지 존재의 물질성을 해명하려는 것이 아닌 한 실존 그 자체로서 무수한 질문을 품는다. 해부된 육체의 일그러지고 녹아내린 듯한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라고 누군가가 주문한다면 공포를 주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갈가리 찢어지거나 분해된 육체 3)의 성분들, 일부분이 지나치게 비대한 육체는 미학적이지 않으므로. 그래서 우리는 물질과 물질이 부딪쳐 상처 나고 찢어진 것을 원상태로 되돌리려 애쓴다. 완결된 육체, 곧 육체의 전체성으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을 죽음으로 보기 때문이다. 온전한 형태를 갖춘 몸이 와해될 때 인간은 이른바 고기가 되고 말 테니까. 살점 일부와 한 컵의 피, 한 바가지의 오줌으로 존재가 정의된다면 그것은 과연 한 점 얼룩일 뿐일까. 이러한 의문을 품고서 정용준의 소설로 들어가보면 우리는 거기서 육체의 질곡과 해방을 동시에 경험한다. 정용준의 소설은 세계를 이루는 존재자들을 되도록 부분적으로 보여 준다. 완전체로서 육체가 아니라 그것을 쪼갬으로써 개별성과 존재다움을 드러낸다. 쪼개진 그 조각에 장식이란 없으며 당연히 아름답지도 않다. 자연 상태 그대로 인간들은 거칠고 낯설고 섬뜩하기까지 하다. 몸의 조직에 정신을 심으면서 정용준의 소설은 국부로 전체를 드러낸다. 그것은 전체성으로서보다 피 한 방울, 지문, 살점 일부분들에 압착되어 있다. 몸은 해체되면서 전체를 말하고, 부분은 전체로 나아간다. 정용준의 소설은 가족공동체로부터 발화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유사한 소재를 다루는 동시대 작가들과 구별된다. 그는 존재를 말하기 위해 우리 삶의 작은 조직들에 주목하고, 몸을 해체하듯 관계를 해체한다. 롤랑 바르트 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그러한 조직들에 대해 말할 수 없지만 정용준은 ‘말한다’. 사진만이 인간의 육체를 죽임으로써 전체를 보여 준다는 바르트의 사유방식으로 말하면 정용준은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 몸을 죽이지 않음으로써 일부분으로 접근한다. 미소한 부분으로부터 존재의미를 캐면서 가장 생생한 육감을 재현해 내려 한다. 심지어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까지도 정용준의 육감은 벋는다. 존재가 어느 한 부분의 신체조각으로 증명될 때 우리는 이 세계의 존재자들에 대한 또 다른 이해방식을 얻게 된다. 보이지만 ‘없는’ 쁘리즈락 우리 몸은 ‘근대’라는 개념이 만들어 낸 하나의 물질이다. 시간은 몸의 물기를 쥐어짜면서 흐르고, 우리의 몸은 점점 건조해지고 단단해져 간다. 시간에 휩쓸려 가는 물질로서의 육체는 점점 추악해지고, 위선 속에서만 순결성을 띤다. 이 세계는 온통 ‘금지’ 구역이자 그것을 무너뜨리려는 육체들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육체를 무너뜨리고 분해하고서야 위선의 고리는 끊어진다. 개인을 넘어선 인류 전체의 육체에 대한 이야기가 그때 탄생한다. 그것은 어느 개인의 몸에 관한 담론이 아니며, 불멸하는 육체를 이미지화한 비개인적인 것이다. 금지에 결박된 덩어리로서 몸이 아니라, 타고난 본성을 그 몸의 일부로 자유롭게 구가하는 생명성이다. 사회의 습속을 배반하고서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몸, 자연의 일부를 떼어다 놓은 듯 거칠고 기이한 몸들은 그때 허위에서 해방된다. 자연의 법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지 않는 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 이때 우리 몸은 사회라는 인위적이고 완강한 간섭보다 자연이라는 거칠고 전체적인 범주 안에서 더 자유롭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소설이란 바로 그러한 지점에 구겨 박힌 육체를 불러내는 장르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세계가 우리에게 존재란 무엇인지를 다시 물어온다면 위와 같은 단언만으로는 그 답이 불충분하다. 여기에 정용준 소설의 고민이 자리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말할 필요 없는 사회적 기호를 우리는 두 개 갖고 있다. 지문과 주민등록번호다. 전자가 개별 신체의 주소지라면 후자는 개인의 번지수다. 두 개 코드는 인간 개체에게 한편의 안정과 다른 편의 위험을 동시에 안겨 준다. 존재를 나타낸다는 것은 안전을 보호받는다는 의미와 그것이 위협당하는 현상을 동시에 내포한다. 인간의 나타남이 사회의 가시적 존재임을 증명해 준다면, 존재의 숨김에 대한 탐문은 비가시적 공간의 인간에 대한 것이 아닐까. 가시적이라는 분명한 현상 가운데서도 모든 타자는 불가사의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비가시적 존재와 가시적 존재 간 차별성은 없다. 가시적인 존재자에 대한 탐문도 결국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474번’에서 우리는 이런 존재를 만난다. “그의 지문은 등록되어 있지 않았고 실제로 그에게는 주민등록번호 자체가 없었다.” 가시적이지만 증명이 불가능한 존재를 어떻게 명명해야 할까. ‘그’라는 3인칭만이, 열다섯 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오명만이 그를 말해 준다. 살인을 한 이유도 ‘그냥’이다. 지문과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무존재자가 그것이 있는 존재자를 살해했으므로 사건은 실종된다. 법이 작동하는 곳은 물리적 공간인데 그것을 적용할 존재가 없다. 죄를 물어야 하지만 죄인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사건은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다며 종결지으면 될 일이 아닌가. 정용준은 여기서 ‘사건 있음’과 실존재의 부재라는 현상을 넘어 하나의 알레고리를 던져 준다. ‘가해자 없음’과, 분명히 누군가가 죽어 없어진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을. 여기에 이 소설의 발화의지가 있다. 가해자 없음으로부터 정용준은 오히려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지문’ 부재현상으로부터 소설로 접근해 가자. 지문은 인간의 몸에 새겨진, 인간의 개별성을 나타내는 유일한 기호이므로. 정용준은 이 소설에서 지문 없는 존재 곧 몸이 없는 존재와, 살인자의 ‘의도’를 추적하기보다 살인 ‘현상’을 보여줌으로써 그 존재의 ‘없음’에 대해 말한다. 살인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무심코” “거리낌 없이” 몹시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러한 살인자에게 우리는 정신병력이 있는지,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지, 금품이 필요했는지 등을 물을 수가 없다. 작가가 살인동기부터 이렇게 밝혀 놓고 있어서이다. 그렇다면 살인동기의 자연스러움을 그 존재의 어떤 특성과 연계해야 하는가. 살인이란 타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가능성을 절멸하는 것이기에 범죄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가해자 없음’과 ‘무심코’라는 두 가지 단서를 얻었다. 이에 대한 단정은 잠시 유보하고 또 다른 단서를 위해 조금 더 앞으로 나가 보자. 그 살인현상에 대해 정용준은 이렇게 해명한다. “사자가 사슴의 숨통을 끊고서 자신을 만든 창조자에게 용서를 빌지 않”고 “자신의 용맹함을 자랑하며 포효하”듯 그가 살인을 했다고. 그는 “잔인한 성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스스로도 정신이상에 대해 부정”한다고. 그는 죄책감이 없으며 살인을 해놓고도 용맹을 자랑하는 존재다. 이쯤에서 우리의 사고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 무성無性, 이렇게 존재를 확정하고서 정용준이 보여 준 살인자의 특성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손에 잡혀 오는 것이 있다. 그의 본성의 그러함과, 보이지 않는 현상으로부터 확보한 ‘그’라는 존재. 존재를 감추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그는 탁월한 킬러다. 존재가 은닉하는 문제를 감추는 식으로 존재하는 자를 신으로 명명한 하이데거 방식대로라면 그는 최상의 존재자 4)다. 자연 이후 문명 이전의 존재자, 인간의 죄를 물으며 공격적으로 성장한 종교현상을 빗대는 존재다. 그가 누구인지 증명할 수 없으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성’이다. 이렇게 단정하고 보면 생각의 가지는 다시 갈라진다. 정용준은 ‘그’로부터 신의 존재를 환유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원적 사고를 넘어서려 한다는 것을, 그의 소설은 이것일 수도 저것일 수도 있는 열린 지층이라는 것을. 단정은 그의 소설의 지층을 단면화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하나의 지층을 거기에 더 얹어 놓자. 그는 아버지와 누나 사이에 태어났지만 이 부부는 혼인신고를 할 수 없는 근친이다. 그래서 현실공간으로 부상할 수 없는 존재, 정용준의 표현대로 ‘쁘리즈락’이다. 가시적이므로 분명한 존재자이지만 사회의 법망에 등록할 수 없으므로 ‘없는 사람’이다. 법의 그물망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존재들과 달리, 정화할 수 없는 원죄의 피가 흐르는 몸, 주소지도 번지수도 없으므로 무성의 캐릭터다. 이 ‘없음’ 현상에 ‘신’이라는 비가시적 존재가 자꾸만 얹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뭔가가 자꾸 겹쳐지는데도 명징하지 않은 그 존재가. 도스토옙스키가 ‘백치’에서 미쉬낀 공작에게 신의 속성을 심어놓았듯 정용준은 ‘474번’의 그에게 신의 속성을 이식하지 않았을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으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소재지에 신도 ‘그’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 작가의 질문은 이어진다. 자연에서 벌어지는 살해에 과연 의도가 있는가? 의도된 살해가 증오나 이해관계의 결과물이라면, 의도 없는 살해는 자연현상처럼 일상적인 것이 아닐까라는. 살해 후의 정서와 애도 행위가 죽음과 나를 관계 맺게 하지만 이때 살해에는 아무런 정감도 없으므로 죽음에 대해 내가 떠안을 책무란 없다. 살해는 일상처럼 이뤄진다. 충동·쾌락·분노 같은 격동이 없으므로 그에게는 괴로움도 없다. ‘도깨비감투’를 쓰면 자신이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동화에서처럼, 존재의 사라짐과 비밀의 완전 봉인은 동시에 진행된다. 그런 점을 알게 된 아이가 악행에 빠지듯 그는 ‘순수’하게 살인을 한다. 지능 높은 어린이들을 훈련시켜 체제에 반대하는 양민을 죽이게 한 폴포트 정권도 이러한 순진무구함이 더 악랄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않았던가. 순수함과 죄책감 없음은 동류의 정서임을, 그러므로 순수하다는 것은 오히려 나쁜 것이며, ‘순수한 죄인’은 더 극악함을 일깨운다. 도깨비감투를 쓴 아이, 지능 높은 순수한 아이, ‘474번’의 그는 이때 최상의 존재자가 된다. 정용준의 소설은 이러한 방식으로 이 세계에 널린 ‘현상’들을 증명한다. 그의 소설의 두께는 그렇게 형성된다. 그러니 앞서 우리가 본 ‘그’가 ‘지문’ 곧 육체가 없는 존재임을 확인한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소설의 또 다른 문면으로 접근하기 위해 ‘그’의 주민등록번호 부재 현상을 보자. 번호가 부여되면서 존재를 인정받는 사회에서 번호 부재는 곧 존재 부재를 일컫는다. 정용준은 이 존재를 쁘리즈락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이를 요즘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유령현상과는 구별하고 싶다. 번호가 존재를 증명하지만 그 번호가 사실은 존재를 희미하게 지워 나가는 기호임을 우리는 ‘벽’의 염전 일꾼들에서 본 바 있다. 가혹한 구타, 죽음 같은 침묵의 공간, 감정은 일체 거세된 채 오직 복종하고, 죽음에 이르러 물질이 되어 가는 그들의 몸을 보면서 우리는 21, 23, 9 같은 숫자일 뿐인 그들이 누구였는지 알 수 없어진다. 존재를 지워 존재를 드러내는 이러한 화법으로부터 우리의 생각은 다시 갈라진다. 그러면서, 번호는 우리의 육체를 알기 위해 매겨진 하나의 기호이며, 육체를 아는 것으로부터 모든 지식은 출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언제나 타자일 수밖에 없는 육체, 거울로서의 육체, 이 육체로부터 우리의 모든 ‘앎’은 출발한다. ‘그’의 몸이 없으므로 우리가 그를 알 수 없는 것은 그러므로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건 수사관들이 ‘유령’이라며 고개를 젓고, 지문도 주민등록번호도 없어서 존재증명이 불가능한 그. 상대는 나를 볼 수 없으나 나는 상대를 꿰뚫어보는 일방향의 시선이 목적성을 가질 때 악의든 호의든 가장 완벽한 존재자가 되는 지점을 이 소설은 놓치지 않는다. 상처 충돌의 흔적-체액들 다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는 일에서부터 사유가 탄생한 그리스 철학과, 그리스로의 회귀를 꿈꾼 셰익스피어가 ‘리어왕’(1막 4장)에서 물은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맥락 안에서 인류가 존재를 증명해 온 것이 사실이다. 정의는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맥락으로 수렴되는 존재증명, 그것은 결국 인간의 ‘몸’이 ‘운동’할 때부터 물질로 전락하는 때까지를 이르는 것이 아닐까. 존재에 대한 탐색은 그 무엇보다 꾸준히 정치하게 진행되어 왔고, 정용준의 소설은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이른바 ‘겹치는’ 존재자들로부터 인식의 깊이를 수립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타자의 시선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하에 우리는 언제나 바라보는 ‘시선’이었으며 동시에 ‘응시’당하는 존재이지 않은가. 이는 하이데거가 타자를 ‘함께 있음’ 즉 서로 관계하는 방식으로 본 것으로, 정용준 소설의 타자들 중에는 냉혈한의 정서로 관계망을 형성한 인물들이 제법 있다. 이를테면, 한 점 살이나 오줌 얼룩으로 존재를 말하고, 각기 다른 피들이 혼종된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음습하게 그리면서 존재를 증명하는 ‘개들’, 혈액 투석으로 빠져나가는 단백질을 채워 넣는 일에 골몰하며 계란을 먹어치우는 아버지를 보여 주면서, 새 피를 보충하고 허약해진 ‘근육’을 회복하려는 남성의 고투를 그린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가 그러하다. 한 점 살과 피·눈물·오줌 같은 체액들로 그가 누군지를 말하기 위해 정용준은 미소한 부분을 응시한다. 피는 수치數値라는 정확성으로 우리를 근원의 비밀로 이끌지만 정용준의 소설은 이러한 과학적 접근을 위해 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거부함으로써 ‘수치’를 따지려드는 우리를 긴장시킨다. 이 소설에서 피는 부패의 습격을 막으려는 살에 대한 메타포가 아닐까. 살과 몸은 제 안에서 피를 단속할 때는 부패하지 않지만 피가 쏟아져 살만 남을 때 몸은 썩는 것. 그러므로 살아 있는 살과 몸에는 피가 방부제다. 존재는 보여 준다, 인간의 체액 중 피가 가장 원초적인 진실이라는 것을. 존재의 근원을 은폐하는 것과, 진실을 은폐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가장 깊은 속성에 관계된 것임을 작가는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여기, ‘피’라는 물질만이 개별자와 가족을 묶는 준거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 있다. 타자의 피와 내 피의 원소가 겹쳐 하나의 혈맥을 이루는 양태를 생물학적으로는 가족으로 정의할 수 있으나,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도 정용준의 소설에는 등장한다. ‘개들’에서 ‘곰’은 동물세계의 지배자와 동격이다. ‘모란’은 그의 하인이자 아내·종업원·딸이다. 모란이 곰의 하인이자 종업원이라는 데에는 의미 부여가 달리 필요 없다. 그러나 아내이자 딸이라는 자격은 보편을 위반하는 강한 금지를 동반한다. 성생활과 혼인관계의 교차로가 가족이라면, 아내이자 딸이라는 모란의 자격은 근친상간이라는 강한 장치를 내포한다. 성생활의 특권을 합법적으로 누릴 수 있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근친상간이 꽃피는 두려운 비밀의 세계, “불가결의 접합부로서 끊임없이 환기되고 거부” 5) 되면서 관계의 틀 안으로 수렴되는 욕망이 곰의 아내이자 딸인 모란에게서 발산된다. 그러나 모란이 손님들로부터 ‘연변아가씨’라고 불리는 데에 이르면 또 다른 소격현상에 우리의 의식이 밀린다. 모란이 곰과 혈연관계가 아니며, 원시공간 속 여성 대명사로서 문명 이전 세계에서 가족이 형성되는 양상을 보여 주는, 아직 자연으로부터 미분화한 존재라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진단은 우리가 앞서 본 ‘474번’의 그가 실정법에 매이지 않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순간과 같은 정서를 몰아온다. 곰과 모란을 이해하기 위해, 이 부부와 동거하는 고아인 ‘나’를 보자. ‘나’에게서 풍기는 다소 불쾌한 징후들, 이를테면 ‘나’는 곰의 아들이라는 자격으로 한 집에 살지만 곰의 아내인 모란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다. 지금이야. 비가 오면 여자들은 마음이 부드러워지거든. 모란의 방에 찾아가. 마음을 고백하고 결혼하자고 말해. 모란도 원하고 있을 거야. 병구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발을 동동 구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정말?” “정말.”(‘개들’, 120쪽) ‘나’는 욕망의 자연스러운 발현에 충실하다. 노련한 ‘나’가 병구를 꼬드기지만 그것은 불가능을 주문하는 것이고, ‘나’도 그 점을 잘 알기에 모란을 두고 병구와 경쟁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경쟁 상대가 아니기에 사실은 어떤 주문도 가능할지 모른다. 지능이 모자란 병구가 사랑을 위해 고투하는 어수룩한 형태의 결말은 빤하고, 모란을 향한 병구 마음의 경사도와 실패 가능성 또한 비례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니까 모란에게 자신의 존재를 나타낼 날을 기다리며 묵묵히 ‘근육’을 단련하는 냉혈한이다. 이렇게, “이두박근, 승모근, 상박근, 하박근 등 근육”을 키우며 “내 근력은 곰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를 은밀하게 확인해 나간다. ‘곰’은 원시자연의 지배자이므로 나는 곰이라는 법을 뛰어넘기 위해, 즉 모란을 얻기 위해 근육을 단련한다. 곰의 근력에 근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강화해 가야 할 욕망의 저장고, 그곳은 근육을 단련함으로써만 채워질 것이다. 어머니이자 누나인 모란의 육체와의 연속성과 경계 없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곰처럼 완력을 갖춰야 한다. 어머니-누나의 경계가 없는, 있다 할지라도 나와 비혈연인 모란과는 피차 내재적 질서가 없는 관계이므로, 우연과 외면성으로 정해진 관계이므로 ‘곰’과 ‘나’에게 모란은 혈연이라는 필연에 묶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남성의 욕망을 대변하는 두 인물은 이 세계에 유일한 하와, 곧 자연의 속성을 그대로 간직한 모란에게 똑같이 집중하는 것이다. ‘개들’의 인물 중 우리는 ‘병구’를 지나칠 수 없다. 곰과 ‘나’가 근육으로 자신의 존재를 표명한다면, 병구는 근육들의 세계로부터 일찍이 소외된 자로서 또 다른 신체의 일부를 우리에게 보여 준다. 그것도 죽음으로써. 모란의 방문이 열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곰”을 보았고, 그 뜻을 알았고, 아는 순간 세계가 열리는 그 지점으로부터 병구를 들여다 보자. 그리고 그 순간 침묵하는 병구의 심정을 헤아려 보자. 모호함이 순간적으로 벗겨지면서 충격을 가하는 인식세계, 병구는 곰의 건장한 몸을 보고 있었고, 성을 인식했고, 그 순간의 눈뜸은 새로운 세계로 입문하는 입사식과 같다. 새로운 세계의 도래는 ‘앎’이라는 충격파가 이전세계의 인식을 부수는 것이다. 곰과 모란이 아프로디지아(aphrodisia, 어떤 형태의 쾌락을 제공해 주는 행위·몸짓·접촉 ; 푸코, 같은 책, 55쪽)를 누리고 있는 그때 수다쟁이인 그가 말이 없어지고, 울보가 울지 않고, 칭얼거리지도 않고, 화도 내지 않고, “멍하니 어둠의 한 지점을 응시”하면서 “무엇인가 깨닫”는 그곳이 ‘앎’의 정곡이다. 그의 시각을 충격하는 것은 미학적인 감정이기보다 본능에 대한 자극이며, 지식에 대한 충동이 그 대상과 맞닥뜨린 순간이다. 병구가 본 곰은 나체였고, 곰의 몸 중 일부분이었으며, 그 조각만으로도 세계의 비밀은 누설되었을 터, 곰의 벗은 몸으로부터 흘러나온 비밀이 그를 충격한다. 일부분이 세계 전체의 환유일 때 그 조각은 본래 체적을 초과하여 팽창하는 게 아닐까. 좁은 문틈으로 바라볼 때도 바깥세계의 면적은 팽창하는 이치대로. 벌거벗은 ‘곰’처럼 ‘개들’은 고깃덩어리 같은 육질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어떤 덩어리가 툭, 이 세계를 흔드는 것을 감지한다. 병구가 곰의 나체를 응시하는 한 몸에 대한 의미생산은 이어진다. 남녀 상호 간 본능적으로 생산되는 몸의 기호들이 상대의 감각을 지배할 때 거기서 비밀이 탄생하고, 그것에 휘어잡히고, 사로잡힌 자는 몸이 부단하게 발설하는 비밀의 노예가 된다. 그러나 비밀은 ‘복종’하지 않는다. 주인인 몸을 언제나 벗어난다. 탈주를 노릴 때만 비밀은 자신의 신분을 확정한다. 그러니 절대성을 갖는 비밀은 없다. 모란의 몸이 생산하는 기호들이 병구에게 와 닿자 세계의 비밀은 열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누설된 비밀 때문에 병구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세계의 비밀을 알아버린 죄인으로서 스스로 그 비밀이 선고한 사형수가 된 셈이다. 성에 대해 발설하는 순간 언어는 세속화라는 폭발력을 갖게 된다. 그 과정은 수습 불가능한 자기 증식력을 동반한다. 그러니 침묵할 수밖에 없다. 그것에 대한 노골적 담론화는 죽음으로 가는 직행통로다. 나타나는 순간 폭발하는 속성 때문에 성은 자신을 숨기는 대가로서만 유지된다. 병구의 죽음은 이렇게 그것의 나타남을 몸소 덮어버린 철저한 제의다. 성을 버리는 것, 그것은 죽음처럼 깊고 캄캄하지만 가장 분명한 가시성이다. “이십 년을 살다 죽은 병구의 사체는 십 개월을 산 도사견보다 작아 보였다”는 지점에는 세계의 비밀을 보게 된 자신을 폐기해 버린 왜소한 몸과, 삶의 마지막 기표인 “오줌으로 변색된 면바지가 까”맣게 남는다. 경련이 일고, 감각이 빠져나가고, 몸은 굳어간다. 이때 흘러나온 오줌은 산 자를 해체하는 마지막 운동의 징표다. 죽음 직전 감각이 마지막으로 운동한 흔적이며, 인간이 물질화되는 바로 직전 현상이다. 병구는 오줌 얼룩을 남기며 이 세계의 비밀로부터 도망쳤고, 그 얼룩은 성이라는 불경스럽고 속된 것으로부터 병구 자신의 욕망을 확인한 육체의 기호일 것이다. 욕망하면서도 수치스럽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안타깝게도, 병구가 스무 살 성년의 문턱을 막 넘어서다 직면한 세계는 그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세계인식의 빛은 병구가 눈을 뜨는 순간 번쩍임과 사그라짐이 동시에 진행되고 만다. 병구는 발설되어서는 안 될 것을 싸안고 캄캄한 죽음 속으로 투신한다. 억압되었으므로 알 수 없었으나 억압을 통해서만 검토되는 성에 대해 허용된 그 시각, 병구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고, 동시에 죽었다. “나를 죽여 주세요”라고 자신의 서투른 삶 같은 글씨를 써놓고서. 베이컨의 그림 한 컷처럼, 그의 가장 강렬한 경험과 인식, ‘지식애’(피터 브룩스)의 흔적은 오줌 얼룩으로 남는다. 그의 몸에서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액체인 오줌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일어난 격렬한 경련의 징표다. 그가 죽음으로써 성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염려도 무화되었다. 부재하고 비표명되도록 숨겨야만 성은 생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성의 본성은 오래도록 은밀하게 유지되어 왔을까. 죽음처럼 절대적인 침묵은 없으므로 차라리 죽음으로써 입을 다물어 버린 병구, 자신에게는 허용되지 않은 저 세계의 문을 죽음으로써 영원히 닫아 버린 것이다. 그럼으로써, 말해져서는 안 될 세계는 폐기되고, 병구의 목숨도 그 비밀처럼 폐기된다. 변하는 살 냄새에 존재 묻기 정용준 소설의 인물들에게서는 눅눅한 냄새가 난다. 이 또한 ‘존재’에 접근하기 위한 후각의 발현으로 보인다. 죽은 것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으므로. 시각에 의존하는 문명인과 달리 정용준의 캐릭터들은 원시 인간처럼 퇴화하지 않은 후각으로 존재의 진실에 접근한다. 원시공간에서 막 생성된 존재가 바닷물로부터 비릿함을 감아올릴 때처럼 개 냄새, ‘모란’ 냄새, 곰팡이 냄새, 비린내, 게 냄새 등으로. 하층계급과 중간계급의 관심사에서 보이는 중요한 차이가 냄새에 대한 태도에 있다는 지적 6)대로라면, 정용준 소설에서는 소외계층의 냄새가 불유쾌한 조짐들을 몰고 온다. 하층민일수록 그들의 습관은 냄새에 더 잘 실려 있다. 이웃은 그들의 습속을 냄새로 타자에게 실어 나르고, 냄새는 이웃에게 번지면서 생명에서 비생명으로 진행한다. 이때 ‘썩음’이라는 현상을 동반하는데, 냄새를 맡는 일은 사멸할 것에 대한 불쾌한 감각의 마지막 쏠림이다. 부패 현상의 끝과 죽음은 같은 지점에 있으며, 죽음이 가까울수록 냄새도 강렬하다. ‘개들’에서의 냄새는 어디에서 오는가. 비와 오물과 진흙으로 뒤범벅된 곳은 개가 도륙당하는 도축장이다. 죽음 냄새가 음습하게 번지면서 불쾌함이 주조를 이룬다. 오래 맡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냄새, 기분을 바꾸려고 다른 데로 신경을 써도 여전히 붙들리는 냄새. 악취도 오래 맡다 보면 휘발되기 마련이나, 그렇지 않다면 어디선가 지속적으로 살이 썩고 있다는 증거다. 오래 씻지 않은 하층민의 삶처럼 눌어붙은 냄새, 고질화된 고통, 그것은 썩어가는 살의 증표다. 생명체는 예외 없이 부패하고, 부패선상에서의 피 흘림과 절규는 살이 단단해지고 건조해질 때까지 진행된다. 그때까지만 우리의 몸은 냄새를 풍긴다. 살 냄새, 즉 우리가 살아 있다는 냄새를. 비가 싫다. 마당은 오물과 진흙으로 뒤범벅되고 냄새는 진해진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개 냄새. 주변을 장악하고 오염시키는 우울한 기운들. 마르지 않은 오줌 위에 누워 철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수십 개의 노랗고 빨간 눈들. 플라스틱 바구니를 무겁게 채워 팔이 끊어지도록 들었다 놨다를 반복해도 불쾌한 기분은 가시지 않는다.(‘개들’, 100쪽) 우울하고 물기 마를 날 없고 갈망으로 충혈된 “노랗고 빨간 (개의) 눈들”. 개들처럼 인물들도 습도 높은 공간의 음습함에 지배당한다. 찌든 ‘개 냄새’가 어두운 기운에 섞인 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이질감, 그것은 곧 도축될 짐승의 살 냄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우울한 정서가 깔린 공간에 떠 있는 개들의 처절한 눈빛에서 예정된 죽음을 본다. 질척한 죽음의 세계를 눈에 핏발이 서도록 바라보는 개들. 전망 없이 하강하는 비, 그 빗금들을. 소설 읽기는 해석학의 유혹 7)을 동반한다. 표층 의미가 견인해 내는 숨은 의미를 찾아 들어갈 때 느끼는 쾌락이 없다면 독서행위를 지속하기란 어렵다. 비평은 독서행위의 연장인 만큼, 소설 읽는 즐거움의 다른 표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정용준 소설의 존재들은 눅진한 그림자처럼 천천히 몸집을 불렸다가 작아지며 이렇게 소설 공간으로 편입된다. 어둠의 한쪽을 잠시 떼어낸 듯한 그 그림자들은 인간의 살이 흘러나온 것처럼 자유롭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를 그것으로부터 격리시킨다. 아래 예문의 ‘비린내’는 핍진한 생명의 냄새를 풍긴다. 나는 수도꼭지를 꽉 잠그고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 있는 삶은 계란 두 개를 꺼내들었다. 열려 있는 창문에서 습한 바람이 들어왔고 어디에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린내가 났다. 나는 창문을 닫고 탁자에 걸터앉아 계란껍데기를 깠다.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배가 고팠고 현기증이 났다. 하얗고 부드러운 계란을 반으로 나누고 한쪽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65쪽)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린내”. 그것은 생명의 발원지로부터 확산하는 냄새다. 투석 환자인 아버지가 과도하게 식탐을 부려 다른 환자들보다 계란과 치즈를 더 많이 먹고, 다시 혈액에 독이 쌓여 삶과 죽음이 동시에 진행되지만 생명의지는 죽음을 거부한다. 예문에서 보듯 이러한 생명의지가 ‘나’ 또한 존속게 한다. 인류가 출현하던 그때, 바다에서 시작된 생명이 비린내를 몸에 내장하고 나온 후 우리들 세포에 그대로 삼투된 냄새, 체액을 품은 살이 비린내를 풍기고, 땀을 많이 쏟을수록 생명체는 냄새를 더 짙게 풍긴다. 살아 있으므로 우리의 살은 냄새의 진원지가 되는 것, 그러나 우리는 날마다 썩어가면서 살고 있고, 냄새를 풍기고 살면서 동시에 죽어간다. 살이 내장한 액체들이 다 마르기 전까지만 우리는 생명체인 것이다. 정용준의 소설은 이렇게 인간의 살 냄새와 피 냄새를 그리워하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 또는 ‘사이’의 문학이다. 다시 ‘474번’으로 돌아가 누나가 사갖고 들어온 꽃게에서 풍기는 ‘진짜’ 냄새를 맡아 보자. 그 냄새는 이제까지 먹어 온 가짜 게맛살과 달리 생경하다. 지금까지 ‘나’는 게맛살이 가공식품이라는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고, 누나는 누나로서 존재했으므로. 그러나 누나가 꽃게를 사들고 와 ‘진짜’ 모성을 풍김으로써 비극이 불거진다. 몰라도 상관없을 세계를 ‘나’가 알아버린 것이다. “누나가 어머니라는 사실”처럼 가짜 냄새와 진짜 냄새가 겹치고, 이제 진짜가 출현함으로써 자아 탐문이 다른 방향성을 갖는다. ‘나’가 누구인지는 ‘가짜’가 규정해 왔지만 진짜를 아는 순간 나를 충격하는 세계, 끝까지 누나여야 할 존재가 ‘진짜’ 어머니가 된 이때부터 게는 썩은 냄새를 풍긴다. ‘나’가 누나의 존재를 아는 순간부터 진행되는 게의 부패현상, 이는 정용준이 ‘개들’에서 병구를 통해 보여 준 인식의 자국을 따라간다. 앎으로써 세계는 열리지만, 앎이 죽음을 몰고 와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어머니/누나, 진짜 냄새/가짜 냄새로 나뉘는 세계, ‘나’의 존재는 진짜 꽃게 냄새와 게맛살 냄새처럼 섞인다. 어느 쪽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모를 겹침 현상이다. 꽃게는 점점 썩어가고, 냄새는 확산되고, 존재는 죽어간다. 죽음 뒤에는 냄새를 풍기지 않을 존재, 그러므로 모든 존재는 살아 있는 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를. 존재를 규정하는 데 완벽한 준거가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정용준은, 육체의 일부분들을 열어놓고 그 조각들을 비개인적 욕망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풀어나간다. 피와 눈물과 오줌의 물기가 번들거리는 살은 아름답지 않지만 그것으로도 존재는 증명되고 해방된다. 정용준 소설에서의 ‘부분’들은 비천함의 육체적 표지이기보다 욕망의 현실적 드러남이다. 근대의 합리와 원칙과 정형을 따르지 않고 결합·분해·해체하여 인류의 근원적 욕망을 그 조각에 실어낸 표식이며 현상이며 증상이다. 그곳에 근접해 보면 고귀하다고 할 수 없는 이 작은 조직들에 박힌 ‘존재’가 보인다. “정육점에 들어가서 고깃덩어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살피” 8)는 화가의 역설적 심미안에 정용준의 소설은 다시 중첩된다. ‘나’가 ‘곰’을 죽인 후 “손목을 타고 피와 내장이 그리고 그의 생명이 바닥으로 쏟아지”(‘개들’, 128쪽)는 여기, ‘나’는 아버지를 죽임으로써 모란을 포함하여 모든 부권을 계승하게 될 것이다. 아버지의 몸에서 빠져나온 몸의 일부분이 ‘개의 간식’으로 먹히는 현장에서 벌이는 아들의 저항과 투쟁이 보이는가. 과연 지금, 모든 고기는 저울 위에서 평등하다. 그것은 ‘중량’의 문제가 아니며, 존재가 거부되거나 수용되는 경계에서 육체의 일부분들이 뭉치거나 녹아내리거나 해체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끝장에 다다른 생명체들에서 오히려 인류의 영속적인 생명의지를 반어법으로 만나면서 ‘존재’를 재확인한다. 소설이 반드시 미의식을 표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정용준 소설 속 원시의 육체를 바라볼 때 우리는 의도 없는 듯 냉담한 그곳으로부터 낮게 울려나오는 목소리를 듣는다. 남성들조차도 중성 코드를 띠는 곱다란 사회에서 정용준의 소설은 다소 거칠게 인간 육체의 일부를 들어낸다. 전체성에 대한 해체와 저항, 부분으로 해석되는 육체들은 그때도 욕망한다. 전체로부터 흘러나온 조각과 살 냄새로부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자 한다. 그래서 그 물질들의 전일적 주체인 인간은 끊임없이 재정의되고 재증명된다. 나.는.누.구.인.가. ■각주 1)정용준 창작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문학동네, 2015), ‘가나’(문학과지성사, 2012)를 참조하였다. 이 글은 이 작품집에 실린 ‘개들’, ‘474번’, ‘벽’,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에 대한 고찰이다. 2)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에서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만들어 내는 고독·공포·절규가 가득하며, 흘러넘치는 비가시적인 힘들이 잔뜩 뒤틀린 채 표현된다. 프랑크 모베르, 박선주 옮김, ‘인간의 피 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 그린비, 2015, 117쪽. 3)노태훈은 “인간 근원의 존재론적 탐색을 지속하는 여러 작가들과 (정용준이) 변별되는 중요한 지점이 바로 ‘몸’이라는 실체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라고 말한다. 이는 정용준 소설의 지향을 적시한 것으로 보인다. 노태훈, ‘문학성을 회복하는 방법-정용준,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문학의 오늘’, 2015, 겨울호, 216쪽. 4)엠마뉘엘 레비나스, 김도형 외 옮김, ‘신, 죽음, 그리고 시간’, 그린비, 2013, 9쪽. 5)미셸 푸코, 이규현 옮김, ‘성의 역사 1’, 나남, 2015, 126쪽. 6)슬라보이 지제크, 이현우 외 옮김, ‘폭력이란 무엇인가’, 난장이, 2014, 232쪽. 지제크는 이웃을 “냄새 풍기는 자”로 정의한다 7)위의 책, 118쪽. 지제크는 이를 보다 깊은 의미나 숨겨진 메시지를 찾고자 하는 유혹이라고 말한다. 8)데이비드 실베스터, 주은정 옮김,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디자인하우스, 2016, 161쪽. 저자와 베이컨의 대담 부분.
  • [단독] 정유라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유죄 판결 땐 5년 이상 징역형

    [단독] 정유라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유죄 판결 땐 5년 이상 징역형

    정씨 獨 현지 5억원대 자택 소유… 도피액 50억원 넘으면 무기 가능 이대 崔 전 총장 자택 등 압수수색 정씨 여권 직권무효화 조치 돌입… 새달 20일부터 불법체류자 신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딸 정유라(20)씨에 대한 체포영장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아울러 특검팀은 독일 검찰이 수사 중인 정씨의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서도 사법공조 요청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지난 20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정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지만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법령을 위반해 대한민국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거나 국내로 반입해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했을 때 적용된다.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도피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도피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에는 5년 이상 징역, 50억원 이상일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으로 가중 처벌된다. 특검팀은 정씨의 재산 국외도피와 관련된 유력한 단서를 확보, 혐의 입증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독일 현지에 5억원 안팎의 본인 명의 자택을 소유하고 있다. 자금의 불법성이 인정되면 5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도 있다. 재산 국외도피를 정씨의 단독 범행으로 보긴 어려운 만큼, 특검팀은 최씨의 관련 혐의도 조사 중이다. 다만 독일 검찰에는 아직 최씨에 대한 수사공조 요청은 하지 않은 상태다. 특검팀은 이와 더불어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에 대해서도 이날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정씨에 대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검사와 수사관 수십명은 이날 최경희(54) 전 이대 총장의 연구실과 자택, 김경숙 전 이대 체육대학장을 포함한 관련 교수들의 주거지 등에서 입시·학사 관련 서류와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한편 외교부는 정씨의 주소지로 여권반납명령서를 보냈지만 수령하지 않자, 2차 발송 없이 직권무효화 조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공시절차가 다음달 19일 완료돼 이튿날인 20일부터 여권은 무효화되고 정씨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된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최순실 재산 수천억대 확인하나

    최순실 재산 수천억대 확인하나

    고(故) 최태민씨 아들이자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이복 오빠인 최재석씨가 29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특검에 정식 조사는 아니고 정보 제공 차원에서 접촉하러 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특검보는 “어떤 자료를 제출할지,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상태로는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특검팀에 최씨 일가의 재산 관련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은색 벤츠 승용차를 타고 특검팀 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외투 깃을 세워 최대한 얼굴을 가린 채 황급히 들어갔다. 특검팀은 최씨로부터 그의 일가 재산 형성 과정에 관한 설명도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수사 대상 14개 중에는 최순실과 그 일가가 불법적으로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형성하고 은닉했다는 의혹사건도 포함돼 있다. 특검팀의 조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의 경제적 관계가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특검, 최순실 측근 40여명 재산 훑는다

    朴대통령 조사 여부 즉답 피해 뇌물수수 혐의 단서 나올 수도 ‘십상시’ 신동철 前 비서관 조사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 오늘 소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8일 최순실(60·구속 기소)씨의 주변인 40여명의 재산 내역 조회를 금융감독원에 요청한 것은 최씨의 부정축재 의혹을 규명하기에 앞서 최씨 일가의 정확한 재산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씨가 범죄 자금을 국외로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며 그의 딸 정유라(20)씨에 대해 외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최씨가 독일에 8000억원 규모의 차명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날 이규철 특검보는 “재산 형성 과정의 불법 여부를 떠나 재산 내역 조회부터 원칙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번 재산 조회를 두고 “법적 사망자에 대한 상속인 재산 조회, 불공정 거래에 대한 조회, 외국환거래법 위반 재산에 대한 조회”라고 설명했다. 최씨의 언니 최순득씨, 조카 장시호씨 등 친인척 대부분이 조회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최씨 등이 보유한 재산이 대부분 1994년 사망한 부친 최태민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의심한다. 1970년대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최태민씨는 박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내던 영남대 재단과 육영재단 등에서 사실상 결재권을 행사하며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특히 재산 내역 분석을 토대로 박 대통령이 최씨 일가와 어떤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들여다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수수 혐의를 구성하는 유력한 단서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재산 내역 조회에 박 대통령이 포함됐느냐는 질문에 특검 관계자는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특검팀은 재산 추적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와 역외 탈세 조사에 탁월한 전 국세청 간부를 특별수사관으로 추가 채용하며 재산 추적팀 조직을 정비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을 소환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수사도 이어 갔다. 신 전 비서관은 2014년 공개된 ‘정윤회 문건’에서 ‘십상시’로 지목된 비서진 10명 중 1명이기도 하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26일 김기춘 전 비서실장 자택과 리스트 작성 당시 정무수석이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집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교육문화수석 재직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문체부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모철민 현 주프랑스 대사도 29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특검, FIU 통해 최순실 해외 금융거래 추적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금융정보분석원(FIU) 및 독일 검찰과의 공조를 통해 최순실(60·구속 기소)씨의 해외 은닉자금 수사 준비에 들어갔다.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의 송환과 재산 환수 등 ‘투 트랙’으로 최씨를 압박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2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팀은 검찰과 FIU로부터 삼성 지원 관련 부분을 포함한 최씨의 금융 거래내역 명세를 제공받아 분석하면서 국제 공조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 FIU는 자금 세탁과 외화 불법 유출을 막기 위한 기구다. 국내 FIU는 각국 불법자금 흐름 추적 기관들의 국제협의 기구인 ‘에그몽’(Egmont)에도 가입돼 있다. 타국과의 정보 교환을 통해 해외 계좌 거래내역에 관한 자료 확보가 가능하다. 2013년 CJ 비자금 수사 때에도 검찰은 FIU 등 관련 기관들의 도움을 받아 국제 공조 수사에 나섰다. 특검은 외교 라인을 통해 독일 사법당국에 자금 세탁 수사 관련 기록을 공유할 것을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독일 검찰이 받아들일 경우 그동안 독일에서 진행된 수사 기록들을 한번에 받아 볼 수 있어 수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특검 관계자는 “국내 자금 수사와 함께 독일에 형성된 재산에 대해서도 불법성을 살펴볼 것”이라면서 “필요한 조치는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특검이 요청하는 사안들은 신속히 처리하려고 하고 있고, 독일 당국도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최근 최씨의 불법 재산 추적을 위해 관련 경험이 많은 변호사와 전직 국세청 간부를 특별수사관으로 채용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구치소 청문회…‘朴대통령 세월호 7시간’ 묻자 최순실 하는 말이

    구치소 청문회…‘朴대통령 세월호 7시간’ 묻자 최순실 하는 말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까지 불러온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최순실씨가 26일 비로소 입을 열었다.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가 서울구치소 수감장 공개접견장에서 비공개로 진행한 ‘감방 청문회’에서 그는 자신을 겨냥한 여러 의혹들에 대해 줄곧 침묵이나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재산 독일 은닉 의혹이나 딸 정유라 씨의 대입 특혜 의혹 등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서는 “관련된 질문을 하지 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종신형도 각오하고 있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위원들은 “뉘우치고 참회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모르쇠와 변명으로 일관했다”면서 비난을 쏟아냈다. ‘감방 신문’에는 김성태 위원장을 비롯, 새누리당 장제원·하태경·황영철, 민주당 김한정·박영선·손혜원·안민석, 정의당은 윤소하 의원이 참석했다. 구치소 청문회는 1997년 한보사태 이후 19년만이고, 수감동까지 찾아가 신문을 한 것은 1989년 5공비리 청문회 이후 27년만이다. 접견이 이뤄지는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위원들에 따르면 이들은 수감동으로 들어가서도 현장 촬영 문제로 구치소 측과 이견이 생기면서 위원들은 최씨를 만나지 못한 채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구치소장이 최씨에게 쩔쩔매는 것 같더라”라고 떠올렸다. 최씨는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연한 녹색 수의를 입고 접견장에 나왔다고 한다. 본격적인 의원들의 질문이 시작되자 최씨는 “심신이 어지럽고 심경이 복잡하다”, “혼란스럽게 해서 죄송하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아느냐”는 질문에도 “모른다”고 했고, 프로포폴을 매주 맞았는지, 윤전추 행정관과 함께 있는 모습이 담겼던 의상실을 언제부터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최태민씨 사망 원인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딸을 이혼시켰느냐는 질문에도 “내가 왜 이혼을 시키느냐”고 반문했다.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여 항변하기도 했다. 최씨는 “삼성에 (지원을) 부탁한 적이없다”고 했고,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과 김종덕 전 문화부 장관을 추천했다는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독일에 재산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푼도 없다. 몰수할 수 있으면 하라”고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고, “사람을 죽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너무 황당한 질문이다.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일축했다. 태블릿PC 문제에 대해서도 “2012년에 처음 봤고, 사용하지 않았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동안 신나게 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신나게 살지 못했다”면서 “특혜받은 것 없다”고 답했다. 딸의 이대 입학에 대해서도 “정당하게 들어갔다. 왜 부정입학이냐”고 항변했으며 IOC 선수위원 만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강력히 부인했다. 특히 딸 얘기를 하면서는 눈물을 보였다. “대통령과 딸 중 누가 더 걱정되느냐”고 물었더니 “딸”이라고 답하면서 손에 들고 있던 마스크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과 관련된 질문에는 “어제 일도 기억이 안나는데 그 때 일이 어떻게 기억나느냐”며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탄핵에 대해서는 “죄스럽고 아프다”고 하면서도 대통령에 관해 얘기를 해달라고 하자 “나라에 혼란 끼쳐 죄송하다. 나라가 바로 섰으면 좋겠다”고만 하면서 즉답을 피했다. 대신 박 대통령과의 호칭에 대해서만 서로 “최원장”, “의원님·(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님” 이라고 불렀다는 설명을 내놨다. 최씨는 위원들에게 “종신형을 받을 각오가 있다”며 반성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정작 이에 대한 위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일부 위원들은 최씨의 독방 생활에 대해서도 ‘특혜’라는 주장을 했다. 하 의원은 “최씨는 약 5㎡ 넓이의 방에서 하루에 한 시간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절반만 한 방도 있는데 큰 방을 준 것”이라며 “신문도 자유롭게 본다고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최순실 일가 불법 재산 환수법 통과시켜야

    최순실씨 일가의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특검이 최씨의 해외 재산 추적에 나섰다. 최씨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특별검사팀은 지난주 최씨 일가의 국내외 재산 형성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별도 전담팀을 발족했다고 밝혔다. 재산추적팀은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의 금전거래 내역은 물론 독일에 은닉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외 재산 조성 과정 등에 대해 수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과는 별도로 독일 헤센주 검찰도 최씨 관련 회사의 돈세탁 의혹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재산 규모와 재산 형성 과정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최씨 일가의 재산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최씨의 아버지 최태민씨가 구국봉사단 총재로 박 대통령과 자주 접촉하던 1970년대 중·후반부터로 알려졌다. 특히 1990년대 박 대통령이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있던 시절 재단 자금을 빼돌렸을 것이라는 혐의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1979년 10·26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 관저에 있던 현재 가치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재산을 박 대통령이 최태민에게 넘겼고, 그 돈이 종잣돈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최씨 일가의 재산 규모는 알려진 몇 천억원이 아니라 최고 10조원이라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특검은 먼저 최씨 일가의 차명 재산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파악하고 재산 형성 과정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최씨가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국내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면 이는 몰수나 추징도 가능하다. 해외로 빼돌린 자금이 국내에 신고된 적이 없다면 탈세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 국내 재산이 공직자나 공익재단 등을 통해 형성한 것이라면 배임이나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재산 형성 시기가 오래전이라면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추징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출신 심재철 국회 부의장이 최근 최순실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에 앞서 국민의당은 ‘민주헌정침해행위자의 부정축적재산 환수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의 재산과 최씨 일가의 재산을 구분해 내는 일도 중요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에 비추어 박 대통령은 자신의 모든 금전 관리를 최씨에게 맡겼을 가능성이 크다. 재산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부정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씨가 대통령의 옷이나 가방을 살 때도, 미용시술비를 지불할 때도 한꺼번에 수천만원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등 주로 현금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는 자금 출처와 사용처를 숨겨야만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뇌물을 받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재산은 반드시 추징해야 한다. 전두환추징법처럼 적용할 법이 없다면 제정을 해서라도 단죄해야 국정 농단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 특검, 이명박 캠프 ‘박근혜 보고서’에 주목

    최순실(60·구속 기소) 국정 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최순실 일가 재산의 연관성을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가 단순한 ‘친분관계’ 이상이라는 점에서 최씨 일가가 박 대통령의 힘을 빌려 재산을 불리고 유지해 왔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최근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 캠프가 작성한 ‘박근혜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 중이다.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이나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놓은 A4용지 50여쪽 분량의 이 문건은 경선 경쟁자인 박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작성된 내부 문건으로, 진위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당시 경선에서도 이 후보 캠프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한 공식적인 의혹 제기는 하지 않았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제보 차원에서 2007년 보고서를 입수해 검토 중”이라면서 “특검의 정식 수사 대상에 최태민 일가의 불법 재산 형성·은닉 의혹이 포함돼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마땅히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최근 재산 추적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역외 탈세 의혹을 담당할 전 국세청 간부를 특별수사관에 채용해 최씨 일가의 재산 추적을 위한 전담팀을 꾸렸다. 이 보고서에는 과거 박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냈던 영남대와 육영재단의 재산 문제가 집중적으로 담겨 있다. 모두 최태민씨가 박 대통령 뒤에 숨어 돈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보고서는 “영남대의 경우 박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재임하던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재단이 소유한 부동한 34건을 처분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경남 울주군 임야 10만평, 경주 불국사 인근 토지 1만 2000여평을 헐값에 팔아치운 것으로 확인되면서 ‘다운계약서 작성→비자금 조성’ 등의 흐름으로 학교 재산이 최태민씨 측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영남대의 전신인 대구대 설립자 최준 선생의 손자 최염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태민 일가가 영남대를 장악한 후 법인 재산을 팔았고, 그 돈이 최순실 재산의 일부분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육영재단을 둘러싼 의혹에서는 최태민씨의 개입 정황이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보고서는 “최태민은 1986년부터 어린이회관 운영에 개입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최회장’으로 불렸다”며 사실상 최씨가 재단 운영을 도맡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육영재단을 사실상 최태민씨가 좌지우지했다면 재단이 거둔 수십년치 임대료 수익의 최종 경로가 최씨인지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9차 촛불집회 선 김제동 “최순실 은닉 10조 몰수하라”

    9차 촛불집회 선 김제동 “최순실 은닉 10조 몰수하라”

    방송인 김제동이 최순실씨 일가의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제동은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만민공동회에서 “모든 국민은 재산권을 가진다. 그러나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써 정한다”며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은 환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낸 세금이 그들에게 쓰였다면 헌법 위반이다. 사유재산권에 대해 헌법에도 적시돼 있다. 최순실 일가의 돈이 누구에게 왔는지 밝히고 몰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앞서 최씨가 독일에 80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한 것을 비롯해 유럽 각국에 10조원의 차명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나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청래, 최순실 10조 은닉에 분노 “특별법 제정해 몰수하라”

    정청래, 최순실 10조 은닉에 분노 “특별법 제정해 몰수하라”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별법 제정으로 최순실의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회는 최순실재산환수 특별법을 제정하라” “국회는 국민의 명령을 받아라”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최순실이 땀 흘려 번 돈이 얼마나 될까?”라고 반문하며 “박정희부터 박근혜까지 권력에 빌붙어 불로소득으로 축적한 재산이라면 국민의 명령으로 재산환수특별법을 만들어 몰수해 국가에 귀속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재산 추적 경험이 많은 변호사 1명과 역외 탈세 조사에 밝은 국세청 간부 출신 1명을 영입하며 최씨의 재산을 추적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일보는 22일 특검팀과 법무부 및 사정당국에 따르면 독일 검찰과 경찰은 최씨 모녀 등이 독일을 비롯해 영국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 4개국에 수조원대, 최대 10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헤센주 검찰이 최씨 모녀와 10여명의 조력자가 설립한 500여개 페이퍼컴퍼니의 자금을 추적하던 중 이들이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의 은행에 보유하고 있는 금액까지 최대 10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정황을 확인해 수위를 높여 연방 검찰 차원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10조원이 최씨가 보유한 금액인지, 페이퍼컴퍼니끼리 얽히고설킨 지분관계에 따라 중복 계산된 금액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독일 사정당국은 이를 독일 범죄수사 사상 최고액으로 추측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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