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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용카드 결제거부 年4만건·세무조사는 ‘0’

    신용카드 결제거부 年4만건·세무조사는 ‘0’

    ‘탈세’를 위해 신용카드의 사용을 거부하거나 6∼10%의 수수료를 고객에게 떠넘기는 사례가 매년 수만건에 이르는데도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중고업체, 전자상가, 자동차정비업체, 금은방 등은 전국적인 조직망을 등에 업고 국세청 통보나 검찰고발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 당국의 법집행 능력이나 의지에 의구심마저 일고 있다. 당국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 ●가맹점 “카드 쓰려면 6~10% 더 내라”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율현동 중고자동차 매매단지를 찾은 회사원 P씨는 울화통을 터뜨렸다.750만원짜리 중고차를 사려는데 신용카드를 받지 않았다. 정부가 카드 사용을 장려하는데 왜 받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러면 6%의 수수료를 내라.”고 했다.45만원을 더 내라는 것. 카드 수수료는 가맹점 부담이 아니냐는 주장에 “싫으면 현금을 내든지 아니면 다른 데로 가봐라.”고 윽박질렀다. 가까운 성남의 중고차매매단지를 찾았지만 그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업체 관계자는 “카드로 받으면 세금을 내야 하는 사업실적에 잡힌다.”며 “중고차 1대 팔아 100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리는데 60만∼70만원을 카드 수수료와 세금으로 내면 누가 카드를 받겠느냐.”고 되물었다. 용산이나 청계천 주변의 전자상가, 자동차정비업체, 금은방에서도 다르지 않다. 용산전자상가에서 컴퓨터를 취급하는 김모씨는 카드 사용시 10%를 더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 금은방 대표는 현금이 원칙이지만 카드를 받을 때에는 수수료와 세금을 포함,10% 가까이 더 받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현금으로 거래하면 값이 싸 고객도, 판매자도 좋은 데 왜 카드를 고집하느냐는 것. 한마디로 탈세 대열에 동참하자는 꾐이다. ●카드 불법 신고해도 세무조사 안해 여신금융전문법 19조는 카드 가맹점이 회원에게 수수료나 카드 사용에 따른 불이익을 전가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불법행위에 대한 당국의 조사나 처벌은 ‘가뭄에 콩나듯’ 하다. 금융감독원 신용카드 불법거래 감시단에 카드수수료 부당요구나 카드사용 거절과 관련해 걸려오는 전화는 하루에 100건이 넘는다고 금감원 관계자는 말했다.1년이면 4만건에 육박하는 셈이다. 금감원은 부당행위가 신고되면 일단 카드사에 조사를 의뢰하고 나중에 결과를 통보받는다. 카드사는 고객과의 중재를 권유하지만 가맹점들이 현금을 요구해 피해자들은 아예 거래를 포기한다. 카드사는 이 경우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본다. 그래도 끝까지 다툼이 있으면 금감원에 통보한다. 금감원이 이같은 사례를 취합해 국세청에 통보한 건수는 2003년 577건,2004년 784건, 올들어서만도 207건에 이를 정도다. 이 정도면 불법행위가 아주 심각한 수준인데도 국세청은 한차례의 세무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금감원으로부터 통보받은 자료는 과세자료에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나 금감원이 검찰에 고발한 경우도 있으나 징역형은 1건도 없고 일부만 벌금을 물린 것으로 안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국세청에 신고해라” 금은방 등 배짱영업 카드사들은 법 집행권이 없다고 발뺌했다. 가맹점에서 탈퇴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다는 엉뚱한 주장만 되풀이했다. 소비자보호원을 주관하게 될 공정위는 신용카드는 재정경제부나 금감원 소관사항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법 제·개정권만 가졌지 감독기능은 금감원이 전담한다고 둘러댔다. 금감원은 국세청과 검찰에 통보하지만 조사·제재권이 없기에 한계가 있다며 법 집행의지가 없는 여신금융전문법은 사문화된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국세청은 불법행위 신고만으로 탈세한다는 증거가 없으며 나중에 과세자료로 활용하면 충분하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탈세의혹을 갖고 국세청에 신고하려 하면 신용카드와 관련된 부당행위는 금감원이 주관한다며 상담조차 받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전제품이나 중고차 등의 경우 가격이 비싸 신용카드를 사용해 연말 소득공제에 활용하려 하지만 말로만 세무행정 투명화를 외치는 당국의 수수방관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현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세청에 신고하라는 업자들의 ‘배짱’에는 분통만 터뜨릴 뿐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서울광장] 곽성문 파문과 권력이동/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곽성문 파문과 권력이동/이목희 논설위원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이 고향 기업인들에게 야당 푸대접을 항의하면서 술자리에서 행패를 부렸다. 곽 의원과 두어차례 스치듯 만난 적은 있지만, 성격을 깊이 파악할 만한 자리는 함께 하지 못했다.3자를 통해 들은 바에 의하면 승부욕이 강하다고 한다. 골프를 치면서 캐디의 보조 미숙, 라커열쇠 분실과 배상요구 등으로 이미 화가 나있었던 상태였던 것 같다. 평소 그의 술자리 매너는 그리 난폭하지 않다고 한다. 욱하는 성격은 있으나 아무 자리에서나 실수하는 타입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날은 골프 때문에 열이 오른데다 텃밭인 대구·경북(TK) 기업인들이 무시한다는 불만이 폭탄주와 함께 상승작용해 폭발했을 수 있다. 곽 의원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좋아하는 골프·술까지 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다음 대선에서 이기면 보자.”는 오기가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TK기업인 몇몇이 ‘손볼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성급한 추측이 나온다. 과거 정권에서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다. 야당시절 동향 혹은 학교 선후배에게 대접받지 못하면 더 서럽다. 영남정권에서 대표적 영남기업이, 호남정권에서 대표적 호남기업이 몰락했던 전례가 있다. 곽 의원은 물론, 한나라당 인사 중에 혹시라도 ‘복수’를 마음에 품고 있다면 털기 바란다. 기업인의 기회주의적 속성에 앞서 큰 틀에서 사회권력 이동의 기운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인이 기업인에게 노골적으로 돈을 달라고 할 수 있는 시절은 지나갔다. 노무현 정권이 출범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이 다시 집권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곽의원 파문과 유사한 사례로 1986년 국방위 회식 사건이 꼽힌다. 국회 국방위원과 10여명의 군장성이 요정에서 난투극을 벌인 사건이다.80년대 중반까지 군인 앞의 정치인은 그야말로 ‘고양이 앞에 쥐’였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유리컵을 던져 군장성을 다치게 했다. 이어 두들겨 맞기는 했지만, 금배지가 별을 누르는 상징적 계기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유리컵을 던진 이는 남재희 전 의원이다. 술자리 추태라는 점에서는 같았지만, 남 전 의원은 새시대를 열었던 반면 곽 의원은 과거로 돌아가려 했다는 점에서 집중비난을 받고 있는 셈이다. 1980년대 후반 이후 10년 이상은 직업정치인의 전성시대였다. 권력의 원천은 보통 물리적 힘, 돈, 정보 등 3가지로 볼 수 있다. 군인의 힘이 약해지자 정권을 잡은 정치인들에게 힘·돈·정보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하지만 민주화의 축적과 급속한 지식·정보사회화는 정치인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았다.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힘은 쓰기 어렵게 됐다. 정치권력을 잡았다고 돈이 오는 시스템도 무너졌다. 지식·정보에서 첨단기업이 오히려 정부·정치권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참여정부가 사회주류를 386·좌파 운동권·시민운동가로 바꾸려 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주류교체 논쟁은 곁가지라고 본다. 정치통제력이 급격히 약해지는 상황에서 정권에 관계없이 사회 주도세력은 이제 기업인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권력이동’이라는 저서에서 21세기에는 지식을 장악하는 계층으로 권력이 이동한다고 내다봤다. 폭력이나 굴뚝산업식의 부(富)에서 컴퓨터로 대변되는 정보·지식계층으로 권력이 이행된다는 설명이다. 정치인과 관료는 더이상 기업인을 윽박지르거나 이끌려해서는 안된다. 기업가에게 주도권을 넘겨 주되,‘천민(賤民) 자본주의’로의 회귀를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권력이 느슨해진 틈을 이용,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의 기업행태를 제어하도록 법·제도·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술과 골프 정도는 제 돈으로 하는 선에서 즐기도록 하자. 그래야 새로운 사회주도층을 육성·견제하는 힘을 가지게 된다. mhlee@seoul.co.kr
  • [프로야구2005] 박명환 7이닝 퍼펙트

    ‘불패의 투수’ 박명환(28·두산)이 시즌 9승째를 챙겨 다승 단독2위로 올라섰다. 두산은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서 선발 박명환의 7이닝 무실점 ‘퍼펙트 피칭’에 힘입어 한화를 4-2로 제치고, 선두 삼성을 0.5게임차로 바짝 추격했다. 박명환은 7회까지 90개를 던져 스트라이크존에 60개를 꽂아넣는 등 흠잡을데 없는 ‘명품 피칭’의 진수를 뽐냈다. 최고구속 150㎞의 강속구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한편,131∼138㎞의 슬라이더를 절묘하게 섞어 7이닝동안 단 3안타,1볼넷을 내주고 삼진을 9개나 솎아냈다. 특히 5∼7회는 삼자범퇴로 완벽하게 틀어막아 한화가 반격할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8일 현대전 이후 10연승의 ‘불패행진’을 이어간 박명환은 올시즌 승률 1위(1.000)를 유지했고, 지난해 타이틀을 거머쥔 탈삼진 부문에서 2위(80개), 다승(9승) 및 방어율 2위(2.26) 등 선발투수 전부문에서 2위 내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써 박명환은 지난 91년 선동열(당시 해태)을 마지막으로 끊긴 다승-탈삼진-방어율 ‘투수 3관왕’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는 9회 마지막 공격에서 이범호가 ‘철벽마무리’ 정재훈에게 투런홈런을 빼앗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너무 늦었다. SK는 대구에서 ‘삼성킬러’ 고효준의 호투와 함께 홈런 3방으로 삼성마운드를 융단폭격,10-3으로 대승을 거뒀다.SK는 주말3연전을 2승1무로 마감해 4위 현대에 1경기차로 다가선 반면, 삼성은 1승1무3패로 최악의 한 주를 보내면서 1위 수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시즌 삼성과 2경기에서 1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고효준은 이날도 6회 1사까지 2실점으로 틀어막아 올시즌 자신의 2승을 모두 삼성을 상대로 챙기는 천적의 면모를 과시했다. 사직에선 LG가 연장11회 박용택의 결승홈런에 힘입어 7-6,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박용택은 5-6으로 뒤진 8회 동점홈런에 이어,11회에는 ‘롯데 수호신’ 노장진에게 결승 솔로아치를 뿜어내는 원맨쇼를 펼쳤다. 기아는 군산에서 4-4로 팽팽하던 8회 대타 이재주의 천금같은 2루타가 터져 현대를 5-4로 따돌렸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인터넷에 떠도는 여고생 원혼

    학교 친구들로부터 도둑질했다는 올가미를 쓰게 돼 투신자살했다는 한 여고생의 유서와 가해자로 불리는 학생들의 실명과 사진이 온라인에 유포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7시쯤 인천시 서구 검암동 빌라 4층 옥상에서 여고 2학년 유모(18)양이 투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6일 숨졌다. 유양 유족과 일부 친구들은 “억울하게 죽은 원한을 풀어줘야 한다.”며 고인이 만들어 놓은 홈페이지를 추모 사이트로 바꿔놓았다. 또 유양이 투신 전 옥상 담과 바닥에 쓴 ‘엄마 무서워’라는 혈서사진도 인터넷에 올랐다. 유양 유서와 급우들에 따르면 유양은 투신하기 사흘 전인 지난달 28일 친구 K양의 집에 놀러갔다가 가방을 훔쳤다는 모함을 받았으며, 곧 집안에서 발견되자 이번엔 가방에 들었던 물건을 내놓으라며 7명이 합세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윽박질렀다. 이에 따라 유양은 어머니와 상의하려 했으나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에게 짐이 될 것 같아 숨겨오다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유양이 남긴 유서에 가해자 K,O,Y,N양 등을 두고 “내가 죽은 뒤에도 잘 살아가나 볼 테다.”라고 적어 놓은 데 자극받은 네티즌들까지 유양의 원한을 풀어줘야 한다며 온라인으로 사실을 퍼옮겨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유양이 남긴 싸이월드 개인 홈페이지에는 하루 방문객이 2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방명록에만 하루 2200여명, 게시판에는 120여명이 글을 올리고 있다. 고인이 평소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있으며, 이를 본 네티즌들이 덧글을 통해 유양을 추모하고, 가해자를 응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유머 사이트 등에도 가해자들을 ‘7공주’‘7악마’라며 실명과 사진까지 게재해 ‘마녀 사냥’ 논란까지 한창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오늘의 눈] 신문의 위기…신뢰의 위기/조태성 문화부 기자

    비판이론의 대가, 모더니티의 옹호자, 공론장 이론가, 유럽통합의 철학적 아버지…. 독일의 석학, 위르겐 하버마스에게 따라붙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그런 그가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석학인 데다 독일인인 만큼 한국 사람들은 끈질기게도 한국통일에 대해 ‘한말씀’을 부탁했다. 남긴 대답이 걸작이다.“그건 당신들이 걱정해야 할 문제다.”자신은 유럽인으로서 유럽의 미래를 고민했으니 한국의 미래는 한국인인 당신들이 고민하라고 쏘아붙인 것이다. 찬란한 타이틀이 붙은 외국인이 올 때마다 우르르 몰려서 한마디(?) 받아내고는 일희일비하는 한국인들의 우스꽝스러운 행태를 정확하게 짚어낸, 너무 정확해서 찜찜하기까지 한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학술과 미디어를 맡은 ‘죄’로 이런저런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난 뒤, 이런 찜찜함은 더해간다. 1일 막을 내린 세계신문협회(WAN) 총회도 그랬다. 총회 첫날 개정 신문법에 대한 외국인들의 질문은 법안 내용을 제대로나 알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입법의 모범사례로 소개됐던 북유럽의 참석자조차 비슷한 질문을 하는 통에 저들에게 개정 신문법을 영어로 번역, 설명해준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더 가관인 것은 다음날 신문을 펼쳤을 때다. 이때다 하고 우르르 달려 들어 ‘WAN이 이렇게 말했는데‘라며 개정 신문법을 윽박질러 놓은 글들을 보고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신문의 위기는 서구 신문의 위기와 사뭇 차이가 있다. 수차례 조사에서 드러났듯 바로 ‘신뢰’의 위기다. 신문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를 외면한 채 ‘잘 사는 나라일수록 신문을 많이 읽는다.’고 떠들어봐야 ‘예수님 믿는 나라가 잘 사니 예수를 믿어야 한다.’는 개신교 광신도의 궤변과 논리상 별 차이가 없다. 다음 WAN 총회에서는 우리가 ‘신뢰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자랑스럽게 발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태성 문화부 기자 cho1904@seoul.co.kr
  • “클린턴부부 입 거칠고 쉽게 흥분”

    클린턴 정부 시절 백악관을 출입했던 워싱턴포스트의 존 해리스 기자가 30일(현지시간) 발간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전기 ‘생존자(The Survivor)’가 워싱턴 정가에 파문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인터넷 신문 ‘드러지 리포트’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물론,2008년 대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힐러리 상원의원까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입을 함부로 놀리며 쉽게 흥분하는 인물이었음을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진 직후 앨 고어 부통령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건 빌어먹을 쿠데타야.”라고 소리질렀고 고어 부통령은 어안이 벙벙해진 채 그저 당하고 있었다는 것. 힐러리도 남편 보좌관들이 화이트워터 스캔들 때 강하게 맞서지 않고 겁쟁이처럼 굴었다고 윽박지르면서 “JFK야말로 백악관에 진짜 남자들을 뒀다.”고 비아냥거렸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체중 감량을 위한 식이·운동요법에 효과가 없자 보좌관들에게 자신의 체중을 5파운드나 줄인 허위 보고서를 내도록 지시하기도 했다고 이 책은 폭로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김홍신의 세상보기] 민족의 자존심을 위하여

    [김홍신의 세상보기] 민족의 자존심을 위하여

    소백산 깊은 골의 해맑게 흐르는 실개천 물로 목을 축이면 금세라도 온몸이 산소덩어리가 된 듯했다. 노승은 흐르는 물을 보고 왜 흐르느냐고 물었다. 무어라 대답할 말이 마뜩찮아 그냥 웃었다. “이놈아, 땅이 비뚤어졌으니 흐르지.” 노승의 이 한마디에 참 많은 걸 한꺼번에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땅이 비뚤어지지 않고 평형을 유지한다면 어찌 물이 흐르겠는가. 물이 그러하다면 인간사는 오죽하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들은 매사를 평형을 유지하는 게 정도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와 화두는 북한문제였다. 어떤 때는 뜨거운 물잔 같아서, 놓자니 깨질 것 같고 끌어안자니 델 것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누구라도 명쾌하게 해법을 제시하기도 어려운 문제였다. 근래에 북핵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국민은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눈치이다. 옛날 같으면 식료품과 생필품 사재기로 세상이 시끄러웠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과 고위 정책당국자들이 연일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놓으며 북한을 윽박지르고 있는데도 한국 국민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하다. 일부 서방 언론은 미국의 북한공격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한발 빼고 나면 다음 수순의 공격지점이 북한일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나도는 판이다. 많은 국민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미국을 비판했고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반대한 속사정은, 이라크 침공 다음 수순이 북한일 거라는 신빙성 있는 논거 때문이었다. 이라크가 소유한 대량살상 무기 때문에 이라크를 침공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미국의 속셈은 다른 데 있었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이라크 전역을 그리 샅샅이 뒤져도 대량살상 무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 탓에 미국은 도덕적 패배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북핵문제 역시 미국의 잣대로 분석하고 미국의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는 데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묵은 필름을 돌려볼 필요도 없이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건 뻔한 이치이자 역사적 사실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한반도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북한의 무기와 병력은 대부분 남쪽에 배치되어 있으며 공격받는 순간 자동으로 남쪽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 일대는 엄청난 피해지역이 될 것이다. 사태가 최단시일에 수습된다 해도 한국 현대사는 치명적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럴 리도 없고 그래서는 더욱 안 되지만,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게 된다면 과연 북한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전문가들의 견해는 놀랍게도 남북통일이 아닌 북한의 중국화를 열거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강대국들의 흑심을 충족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다급한 사정을 감안하여 비료지원을 결정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북한의 절대빈곤을 조건 없이 도와주는 것은 통일비용을 엄청나게 절감케 된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우리는 지금보다 담대하게 북한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를 숙지해야 한다. 북한이 자력으로 식량을 해결하고 자력으로 경제를 부흥하고 안정적인 외교력을 발판으로 미국과 타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유익한 방법임을 자각해야 한다. 남과 북이 평형을 유지하면서 통일을 앞당길 수는 없다. 지금은 평화공존이 우선이고 어느 한쪽이 기울어져 물이 자연스레 흐를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서 남쪽으로 기울어지는 것보다 남한에서 북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물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전쟁은 결코 창조적일 수 없다. 오로지 파괴를 통한 굴복과 원한만 남기 마련이다. 밖에서 보면 북핵문제가 위태로워 보이는데 안에서 보면 으레 그렇고 그런 통과의례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점도 이참에 되짚어 보았으면 한다. 미국의 북핵 관점도 우리 국토와 우리 민족과 우리나라의 문제임을 분명하게 천명하면서 민족 자존심의 관점에서 생각했으면 한다.
  • 말 잘하는 아이, 공부도 잘한다

    말 잘하는 아이, 공부도 잘한다

    말을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한국인들은 표현력이 매우 부족하다. 학교에서 말하기 교육을 체계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도 10여년밖에 안 된다. 학교 수업에서 발표와 토론의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도 면접과 구술고사는 중요한 전형방법이다.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말을 잘해야 한다. 거꾸로 말하기 훈련을 제대로 하는 것은 학습 능력을 높이는 비결이기도 하다. 말이란 조각조각 머릿속에 들어있는 정보와 지식을 재구성해 표현하는 고도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말 잘하는 아이가 왜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는지,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수 있는지 알아본다. 대학 입시와 취업에서 면접의 비중이 커지면서 말하기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흔히 ‘말을 잘한다.’는 것을 말을 많이 하거나 재미있게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 ‘말을 잘한다.’는 것은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해 다른 사람들이 잘 알아듣도록 전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조합 능력과 논리력, 표현력은 필수다. 이 때문에 말을 잘 하면 공부도 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말을 잘하면 왜 공부를 잘하나 기본적으로 공부는 책 등을 통해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자기 생각으로 정리해 활용하는 것. 여기에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이해력, 인과 관계와 숨은 뜻까지 파악해 내는 분석력, 내용을 취합하는 종합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표현력 등이 포함된다. 1989년 초등학교 국어 교과를 ‘말하기·듣기’‘읽기’‘쓰기’로 개편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고려대 국어교육과 노명완 교수는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는 한마디로 ‘정보를 잘 다루는 능력’인데, 이는 곧 말을 잘하기 위한 요인과도 일치한다.”고 말하기와 학습 능력의 상관성을 설명했다. 말의 내용을 잘 만들어 낸다는 것은 지식과 정보를 머릿속에서 찾아 조직해 청자의 수준에 맞춰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것. 노 교수는 “말하기 훈련은 학업과 관련된 전반적 능력을 향상시켜 곧 공부를 잘하도록 하는 훈련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지식·정보 자기생각으로 정리 활용 아나운서 출신으로 최근 ‘말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 한다(나무생각)’는 책을 낸 이정숙씨는 “지식과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자기 생각으로 정리하지 못하면 활용할 수 없어 쓸모없게 된다.”면서 “말은 공부한 것들을 머릿속에 정리해 오래 기억되도록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어지럽게 자료가 널려있는 책상에 서류 정리를 하듯, 말을 함으로써 정리가 된다는 것. 그는 또 “똑같은 정보를 갖고 있어도 말하기 능력이 뛰어나면 그 결과물은 더 돋보인다.”면서 “교사에게 스스럼없이 질문하고, 친구들과 모여 함께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 되는 것도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말하기의 기능”이라고 덧붙였다. ●말 잘하려면 체계적 연습 중요 말하기 교육을 할 때는 우선 ‘말은 저절로 배우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야 한다. 노명완 교수는 “말을 ‘할 수 있는 것’과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달리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연습을 해야 하듯 말하기도 체계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어 배우기에는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한국말은 저절로 익히면 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빠른 효과를 노려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거나 암기를 강요하는 것은 금물. 전직 아나운서로 ‘어린이 말하기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윤채현 원장은 “남의 글을 외워 말하거나 굳어진 문장으로 책읽듯 하는 딱딱한 말하기는 진정한 말하기기 아니다.”면서 “생활 속 모든 대화에서 긍정적인 표현으로 구체적이고 자연스럽게 생각을 이야기하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말하기에서도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말하기의 기본이 되는 정보·어휘·문장이 모두 책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글을 깨치기 시작하면 간단한 내용의 책을 읽히고 그 내용을 역으로 묻는 방법이 좋다.“주인공 이름이 뭐야?”“그 호랑이는 어떻게 생겼니?” 등의 질문을 하면 아이는 읽은 내용을 되새겨 답하면서 종합적인 언어 능력이 향상된다. 학년이 올라가면서는 책의 내용이 훌륭한 토론 주제와 주장의 근거를 주기도 한다. 노명완 교수는 “온갖 지식을 뭉쳐서 재구성해 내놓는 것이 곧 말하기의 과정”이라면서 “생각을 바른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은 논리력과 사고력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창의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어린이 말하기교육 다섯가지 원칙 (1) 아이의 대변인 노릇을 하지 마라. 대신 대답해줘 버릇 하면 아이는 결국 아무 말도 못하게 된다. (2) 토막토막 하는 말은 못알아 듣는 척하라. 완벽한 문장으로 말할 때까지 유도하라. (3) 국어사전을 항상 옆에 두고 함께 찾는다. 정확한 단어 사용은 언어 능력의 기본. (4) 질문을 많이 하라. 표현력과 상상력을 길러주는 지름길. (5) 말 자르지 말고 끝까지 들어라. 재촉하면 말하기에 부담만 커져 입을 닫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 집에서 할수있는 말하기 교육 말하기 훈련은 처음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생활 속에서 꾸준히 계속돼야 한다. 때문에 자녀의 말하기 교육에는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녀를 키우며 말하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아예 ‘말하기 교육 전문가’로 나선 시그니어 미디어그룹 이정숙대표로 부터 가정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말하기 교육법을 들어봤다. 영아기에는 말을 많이 들려주는 것으로 지속적인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좋은 문장으로 된 책을 틈날 때마다 읽어주는 것. 흔히 아기가 못 알아 들으려니 하지만 어릴 때 듣는 말의 양과 질은 기본적 언어 능력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유대인의 오랜 교육 방법이기도 하다.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면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말하기를 유도하면 된다. 특히 “예.”“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는 단순한 질문보다는 6하 원칙을 기본으로 아이가 한 가지씩 설명할 수 있도록 묻는 것.“오늘 유미랑 소꿉장난 했니?”라고 묻기보다는 “오늘은 누구랑 무슨 놀이 했니?”라고 묻는 식이다. 이때 가장 주의할 것은 아이의 말을 가로채거나 재촉하지 않는 것이다. 누가 “너 몇 살이니?” 하고 물었을 때 옆에서 “네 살이에요.”하고 답해 주거나 “얼른 대답해야지.”라고 다그치지 말라는 것. 유치원 수준으로 말이 늘면 수수께끼를 내거나 스무고개를 하는 것도 놀이와 교육을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하루에 한 가지씩 밖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도록 유도한다. 소재에 제한을 두지 말고 현상을 최대한 자세하고 정확하게 완성된 문장으로 말하는 훈련을 시킨다. 혀 짧은 소리나 토막말은 바른 표현으로 되풀이해 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고쳐준다. 고학년이 되면 찬반이 필요한 토론성 대화를 시작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 게임을 하루에 몇시간 할 것인가를 두고 부모와 생각을 주고받는 식이다. 이때 절대 화를 내거나 윽박질러서는 안되며, 아이도 사실을 증명해 설득을 하도록 하고 화를 내거나 떼를 쓰는 것은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토론의 기본은 잘 듣는 것임을 주지시켜 준다. 중학교에서는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것을 연습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숫기가 없는 아이는 친척들이 모인 자리나 교회 모임 등에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일진회 문제나 독도 분쟁 등 흥미를 주면서도 정보와 논리력을 요하는 주제를 두고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도록 도와준다. 이씨는 “말하기는 선천적 능력보다는 후천적인 훈련이 중요하므로 바른 말하기 습관을 들여주는 것이 필수”라면서 “국어사전을 활용해 정확한 어휘 사용을 습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美등 선진국에선 미국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말을 잘할까. 우리가 TV 등을 통해 미국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유심히 들어보면 표현력과 논리력, 비유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미국에 어릴 때 입양된 한국인이라도 마찬가지다. 이는 결국 미국식 교육이 우리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전 교육과정에서 발표와 토론이 수업의 기본을 이룬다. 유치원에서는 그날 그날의 일과를 친구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식으로 말하기의 두려움을 없앤다. 초등학교부터는 3∼4명씩 그룹을 짜 주제를 주고 토론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하도록 한다. 그룹 토론 과정에서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자료를 찾기도 하고 협상력도 길러진다. 발표자는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는 전달력까지 평가받는다. 발표뿐 아니라 수업 중 질문이나 대답에 적극 참가해야 높은 점수를 받는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수학이나 과학도 말로 풀어야 한다. 이정숙씨는 “수학은 설명 대신 공식으로 표현하는 ‘압축된 언어’를 바탕으로 한다.”면서 “혼자서는 잘 풀어도 다른 사람에게 그 풀이 방법을 설명할 수 없다면 문제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선진국 교육의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교육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토론 수업도 중요하다. 일상의 주제에서부터 상상력과 철학적·문학적 배경까지 요하는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며 논리적 말하기 습관을 들인다.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많은 지식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본인만의 논리를 만들어 가기도 한다. 고려대 노명완 교수는 “우리나라도 발표와 토론 수업, 구술고사 등의 비중이 많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선진국 수준의 말하기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27일 TV 하이라이트]

    ●실험쇼 진짜?진짜!(MBC 오전 9시55분) 딸기우유를 비롯해 두유, 아세로라, 당근 등이 여성의 가슴 발육에 좋다는 속설이 있다. 이 음식들 외에도 한의사가 추천한 두유, 석류, 고단백 비타민 식단을 각 실험군에게 일주일간 섭취하도록 하는 실험을 통해 그들의 가슴에 과연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본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1시25분) 2억 5000만년 동안 모습이 변하지 않은 살아 있는 화석 투구게. 투구게는 게보다는 진드기에 더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으며, 행성 충돌로 지구의 모든 생물이 멸종했을 때에도 살아 남았다. 또 일본과 인도네시아에서는 투구게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꾸준히 번식하고 있다. ●삼색토크 여자(EBS 오후 8시) 레드 코너에서는 밥벌이를 위해 애쓰는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을 꿈꾸는 20~30대 직장인들로 결성된 직장인 밴드 ‘사내소동’을 찾아간다. 그린 코너에서는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주의자 ‘헬렌 니어링’이 자상하게 당부하는 ‘요리없는 요리책-소박한 밥상’을 읽어준다. ●그린로즈(SBS 오후 9시45분) 유란을 벽으로 밀어붙인 정현은 왜 위증을 했느냐고 위협한다. 유란은 정현이 윽박지르자 정 기사가 시킨 짓이라고 털어 놓는다. 정현은 수사관이 들이닥치자 칼을 꺼내 유란을 죽이겠다고 협박한다.TV를 보던 수아는 정현을 걱정하고, 현태는 회장님 병실을 잘지키라고 지시한다. ●부모님 전상서(KBS2 오후 7시55분) 형표는 성미에게 명품 시계를 선물하는데, 성미는 부모돈으로 턱없이 비싼 물건을 사는 형표가 끔찍하다며 화를 낸다. 한편, 준이와 놀이터에 나간 창수는 준이에게 아무 것도 해준게 없어 미안하다며 되뇌이고, 준이는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KBS스페셜(KBS1 오후 8시)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일본은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이번에는 일본의 독도 도발 이후 드러난 이번 사건의 배경과 의미를 심층 진단한다. 일본 사회 내부의 우경화, 군국주의화의 뿌리와 구조를 분석하고, 한·일관계 성격 변화의 양상을 국제정치적 맥락에서 살핀다.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②-현대맨과 가신들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②-현대맨과 가신들

    “내가 하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시도하는 것이고, 세계에 한국을 들이미는 일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다들 덤볐고, 그랬기에 자부심 또한 대단했다. 번듯한 직장과 두둑한 월급도 중요했지만 국가경제에 끼쳤던 절대적 영향력이 없었다면, 제 아무리 왕회장(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무서웠어도 그렇게 무모하리만큼 청춘을 불사르며 죽어라 달려들지 않았을 것이다.”25년을 현대에서 부대낀 이계안(53)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자신을 포함한 현대맨들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기자는 짐짓 딴죽을 걸어보았다.“그렇지만 세상은 당신들을 가신이라 부르며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 위원장의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 오너(창업주 일가)와의 친분으로 사장이 된 사람도 있다. 또 내부 세력 다툼에서 촉발된 경영권 분쟁으로 아직도 현대가 부분적으로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다. 정주영 회장과 함께 건설, 자동차, 중공업 등 국가 기간산업을 무에서 일으킨 사람들이다. 부분적인 그림자가 있다고 해서 ‘경제인 정주영’과 현대맨들이 흘렸던 땀과 노력이 평가절하돼서는 안된다.” 현대는 여느 그룹처럼 구조조정본부가 없다. 그렇다고 비서실 인맥이 뚜렷한 것도 아니다.‘회장님’(정주영)과 ‘현대맨’, 두 가지 구분법만이 있을 뿐이다. 이같은 독특한 구조 때문에 ‘가신그룹’이라는 부정적 단어도 생겨났지만 이 위원장의 말대로 오늘날의 현대를 일궈낸 데는 현대맨들의 열정과 우직한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현대… 현대맨… 현대스타일 현대맨들에게는 이른바 ‘현대 스타일’이라고 하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부지런하다.“부의 원천은 근검”이라며 새벽 6시에 출근해 7시에 임원회의를 소집했던 고 정주영 회장의 스타일에 적응하다 보니 근면이 아예 몸에 배어 버렸다. 정 회장이 세상을 뜨고 그룹이 뿔뿔이 쪼개진 지금도, 현대라는 간판을 단 회사의 직원들은 오전 7시면 출근한다. 둘째, 저돌적이다. 이 역시 “이봐, 해봤어?”하는 정 회장의 윽박에 오랜 세월 단련된 결과다. 이 때문에 때로는 거칠고 무모하다는 평가도 받지만 일단 ‘문제’에 달려들어 해보려는 의지가 남다르다. 셋째,‘정주영 마니아’다. 여느 그룹이나 창업주에 대한 직원들의 존경심은 대단하지만 현대맨들의 정주영 회장에 대한 경외심은 일반인의 상상을 넘어선다.“그 분의 부지런함, 하면 된다는 의지, 집요한 노력을 곁에서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뭔가가 끓어오른다.” 정주영 회장과 함께했던 현대맨들의 한결같은 고백이다. ●핵심 인맥 ‘건설’ 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에 대한 창업주의 애착은 남달랐다. 때문에 현대건설 출신이 아니면 그룹에서 성장하기 어려웠고 건설 스타일이 아니면 적응하기도 어려웠다. 건설 인맥의 맏형은 훗날 그룹 상임고문까지 지낸 이춘림(78) 전 회장이다.195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77년 1월 사장을 지낼 때까지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건설에서 보냈다. 그 뒤를 잇는 이는 이명박(64) 현 서울시장이다.‘현대맨의 전형’으로 불리는 그는 65년 현대건설 공채로 입사해 5년 만에 이사,12년 만에 사장이 됐다. 이후 91년까지 현대건설 회장으로 장수하며 ‘샐러리맨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이렇게 말한다.“세간에서 나를 신화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그러나 신화는 명명하는 사람들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만 신화일 뿐, 안에 있는 사람에게 그것은 겹겹의 위기와 안팎의 도전으로 둘러싸인 냉혹한 현실이다. 시련이라는 험한 파도 앞에서 나는 우회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서울시장 재임 중에 밀어붙인 청계천 복원과 교통체계 개편은 그가 건설 출신의 현대맨임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일각에서는 그에 대한 일화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의 한 고위 임원은 “태국 근무때 강도에게서 회사 금고를 지켰다는 일화 등 일부 얘기는 다소 부풀려졌다.”면서 “정주영 회장과도 막판에는 사이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 시장의 뒤를 잇는 이내흔(69)씨는 90년대의 현대건설을 키운 주역이다.70년 현대건설로 입사해 91년 11월부터 7년 가까이 현대건설 사장을 지냈다.100% 국산 기술로 원자력발전소(영광 3·4호기)를 지어 우리나라 원전 건설사에 새 장을 열었다. 이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정주영 회장이 말년에 가장 애착을 가졌던 서산간척사업의 토대도 그가 닦았다. 옛 현대전자에서 분사된 홈네트워크시스템 전문구축업체 현대통신을 인수해 현재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잠시 대학 강단에 섰다가 ‘친정’으로 돌아온 이지송(65) 현 현대건설 사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달성하며 옛 영광 재현에 나섰다. 박세용(65) 전 INI스틸 회장과 심현영(66)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도 현대건설 출신이다. 박 전 회장은 비자금 문제에 연루돼 중동에서 옥고를 치르면서도 단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아 정주영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냈다. 외환 위기때는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았다. 대학(연세대) 선후배라는 인연까지 더해져 고 정몽헌(MH) 회장의 믿음도 컸다. 이 때문에 그가 99년 12월31일 현대차 회장으로 발령나자 ‘MH계의 자동차 접수’라며 MK(정몽구 현대차 회장) 진영의 반발을 샀고, 결국 형제간 다툼의 시초를 제공했다. 딸이 미국에 살고 있어 딸 집을 오가며 소일하고 있다. ●왕회장의 그림자 인맥 정주영 회장의 최장수 비서를 지낸 이병규(52) 전 비서실장(현 문화일보 사장)이 단연 첫 손에 꼽힌다.77년 1월부터 91년 12월까지 무려 14년을 회장 비서실에서만 근무했다.92년 정주영 회장이 통일국민당을 창당했을 때도 당으로 옮겨 정 회장을 ‘모셨다’. 이 기간까지 포함하면 꼬박 15년이다. 정치자금 관리 혐의로 1년 8개월 동안 ‘5평짜리 아파트에서 연탄을 직접 갈며’ 숨어 지내면서도 단 한번도 불편한 내색을 내비치지 않아 “가신을 넘어 분신”이라는 평을 들었다. 정주영 회장 장례식때 조사를 읽은 사람도 그다. 육군 중위 출신의 김영일(62) 전 현대백화점 사장도 통일국민당 사무부총장을 맡아 정주영 회장을 그림자처럼 보좌했다. 이 공을 인정받아 94년부터 5년간 금강개발산업(현 현대백화점) 사장을 지냈다. 김 전 사장이 금강개발산업으로 발령나자 셋째 아들인 몽근(현 현대백화점 회장)씨 진영은 ‘왕회장의 친정체제 구축’으로 이어질까봐 바짝 긴장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리츠칼튼CC 등 골프장 운영업체인 애머슨퍼시픽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진호 전 고려산업개발 회장도 빼놓을 수 없다. 스스로를 ‘명예회장의 지팡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출신으로 92년 대선때 정주영 회장의 경호 책임을 맡았었다. 그러나 고려산업개발이 부도나기 직전인 2000년 말에 현대를 떠나면서 씁쓸한 인상을 남겼다. 고 정몽우(정주영 회장의 넷째 아들)씨의 부인 이행자씨의 친오빠이기도 하다. 정주영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10년간 역임할 때 통역을 담당했던 박정웅씨도 ‘인간 정주영’을 가까이서 들여다본 인물이다. 이 때의 일화를 엮어 ‘이봐, 해봤어?’라는 제목의 책도 냈다. 책에 나오는 한 대목.“호칭을 보면 회장님의 기분상태를 알 수 있었다. 기분이 좋으면 ‘김 이사’ 식으로 아랫사람들의 직책을 불렀지만 기분이 나쁘면 ‘그치’라고 불렀다.” 책을 본 현대산업개발 정세영 명예회장은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생전의 정주영 회장은 아랫사람들이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저을 때면 “이봐, 해보기나 했어?”하고 다그치곤 했다. 칭찬에 인색했던 정주영 회장이 드물게 아랫사람들을 칭찬한 적이 있다. 독일 바덴바덴에서 88서울올림픽을 유치할 때다. 그는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서 “프랑크푸르트 지점 전 직원과 그 부인들까지 혼연일체가 돼 한 가지 목표(올림픽 유치)를 향해 뛰었다.”며 올림픽 유치의 숨은 공로를 현대건설 프랑크푸르트 지점 식구들에게 돌렸다. 재료가 변변찮은 이국 땅에서 30∼50명분의 한국음식을 매일같이 해나른 사람이 채수삼(62) 당시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이다. 그 열정과 노력을 인정해 정주영 회장은 93년 그를 ‘그룹 통합구매실장’으로 불러들였다. 이후 광고 계열사 금강기획 사장을 맡아 업계 5위권 밖을 맴돌던 회사를 2∼3위로 끌어올렸다. 지금은 서울신문 사장을 맡고 있다. 채 사장은 “69년 현대양행에 입사해 내 인생의 반이 넘는 시간을 현대에 몸담았건만, 돌이켜보면 엄청나게 일만 한 기억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룹 ‘7인 회의’ 멤버였던 김형벽(70) 전 현대중공업 회장, 그룹 종합기획실 인맥의 대부로 불리는 이현태(69) 전 현대석유화학 회장,‘포니 정’(정세영)과 함께 현대차의 기반을 닦은 박병재(63) 전 현대차 부회장, 현대종합상사를 일군 김고중(65) 전 현대아산 부사장도 빼놓을 수 없는 현대맨들이다. ●가신 3인방의 등장 박세용-심현영-이내흔 등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하던 새로운 인맥이 90년대 중반 들어 등장한다. 김윤규-이익치-김재수로 이어지는 이른바 ‘가신 3인방’의 급부상이다. 왕회장 인맥이 MK·MH 인맥으로 쪼개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엔지니어 출신의 김윤규(61) 현 현대아산 대표이사 부회장은 ‘소떼 방북’을 성사시킨 대북사업의 주역이다. 정주영 회장의 평생 염원인 금강산관광 사업을 주도하면서 2대(정주영-정몽헌)에 걸쳐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정주영 회장의 임종 직전까지 거의 매일 서울 청운동 자택을 찾아 점심을 함께 하며 말동무가 돼주기도 했다. 정주영 회장의 비서 출신인 이익치(61) 전 현대증권 회장은 98년 3월 ‘바이 코리아’ 돌풍을 일으키면서 주가 1000시대를 이끌었다. 매사가 시원시원하고 자신감에 넘쳐 MH의 총애를 받았지만, 경박함 때문에 싫어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MH의 상가에 끝내 나타나지 않아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정몽준(현대중공업 대주주) 의원과도 사이가 벌어지면서 현대가와 완전히 등을 돌렸다. 82년 현대중공업 사장과 현대엔진공업(중공업 관계사) 전무로 처음 만난 두사람은 그러나 당시 정몽준 사장이 “화장실에서 생각난 아이디어를 말하지 마라.”며 면박을 줬을 만큼 처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역시 정주영 회장의 비서 출신인 김재수(57)씨는 박세용 회장의 뒤를 이어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아 그룹을 이끌었다. 재무통으로 노래도 잘했던 그는 2000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대학 동문인 MH 진영에 뒤늦게 합류했다. 다소 ‘욱’ 하는 성질도 있다는 게 주위 얘기다. 세 사람은 이렇듯 형제간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MH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MH 인맥을 만들어냈다.MH의 눈과 귀를 가렸다는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이후 현대건설이 자금난에 휩싸이면서 세사람 사이에도 반목이 커졌다.‘MH의 그림자’로 불리던 강명구(59) 전 현대택배 회장, 박종섭(58) 전 현대전자 사장 등도 MH 인맥으로 꼽힌다. 같은 범주에 들었던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은 대북송금 특검 과정에서 MH와의 인연을 끊었다. ●MK 인맥의 전면부상 MH쪽에 김윤규-이익치-김재수가 있었다면 MK쪽에는 유인균-이계안-정순원이 있었다. 세 사람 모두 MK의 고등학교(경복고) 선후배다. 가장 선배인 유인균(65) 전 INI스틸 회장은 보는 이에 따라 시각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의리파’로 통한다. 김익환 현 기아차 사장이 세 싸움에서 밀려 쉬고 있을 때 “유능한 후배를 놀려서는 안된다.”며 앞장서 불러들였다. 이계안 의원은 76년 현대중공업으로 입사해 2004년 총선에 출마할 때까지 20년 넘게 현대에 몸담았다. 현대 시절의 가장 큰 보람으로 그는 기아차 인수를 꼽았다.“기아차를 인수하자고 하니까 그룹내에서 다들 겁먹고 물러서며 반대했다. 찬성한 사람은 오직 정몽구 회장 한사람 뿐이었다.” 이 의원은 ‘규모의 경제’를 내세워 결국 기아차를 성공적으로 인수했다. 이 일로 MK의 신뢰를 굳혔지만 MK 인맥내 세 싸움에서 밀려나 현대를 떠났다는 관측도 있다. 정순원(53) 현 로템 부회장은 경제학 박사 출신답게 학자 스타일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구조조정본부격인 기획총괄본부장을 오랫동안 맡았다. 현대차써비스 출신의 윤명중(64) 전 현대하이스코 회장, 자타가 공인하는 해외영업통 김뇌명(63) 전 기아차 부회장,‘영업의 귀재’ 김수중(64) 전 기아차 사장,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창립 멤버인 박정인(62) 현대모비스 회장 등도 MK 인맥의 핵이다. 유인균-박정인-김동진(현대차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정공 인맥’은 저돌성과 로열티(오너에 대한 충성심) 면에서 ‘건설 인맥’과 매우 흡사하다는 평을 듣는다. 출신 성분(입사 계열사) 못지 않게 현대에는 대학을 연결고리로 한 인맥이 있다. 이현태-박세용-김재수 등으로 이어지는 연세대 인맥과, 정세영-이명박-김호일(전 현대해상 사장) 등으로 이어지는 고려대 인맥이다. 두 인맥은 오랜 세월 견제와 갈등 관계를 지속해 왔다. 고대 인맥은 MK의 외아들인 정의선(35) 현대·기아차 사장으로 연결된다. 고희를 바라보는 전직 현대 사장의 얘기다.“어느덧 창업주의 2·3세들이 그룹을 각자 나눠 이끌고 있다. 부디 아무것도 없던 데서 조국경제를 일으켰던 왕회장의 헝그리 정신과 초심을 도도히 되살려 정주영가의 영광과 거기에 젊음을 불살랐던 현대맨들의 긍지를 재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hyun@seoul.co.kr ■ “가신들 사랑싸움이 MK·MH 갈등 비화” 현대맨이 보는 ‘왕자의 난’ 2000년 MK와 MH간의 경영권 다툼은 현대를 핵분열시켰다. 이 다툼을 둘러싸고 여러 해석이 존재하지만 현대맨들은 “가신(家臣)들의 사랑싸움”이라고 정의한다. 분쟁의 직접적인 출발점이었던 박세용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회장)의 현대차 인사발령만 하더라도 박 회장과 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회장의 사랑싸움의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경영권 다툼의 한복판에 있었던 한 현직 고위임원의 얘기.“두 사람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MH의 사랑을 서로 더 차지하려는 경쟁에서 박 회장이 밀리면서 인사발령이 났고, 결국 죽음으로 끝이 난 형제간 갈등을 초래했다.” MH의 사랑을 독차지한 이 회장은 그러나 이번에는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사랑을 나눠야 했다. 두 사람은 입사동기(1969년 현대건설)이자 동갑내기였다. 이어지는 임원의 얘기.“싸워야 할 상대(MK진영)가 분명했을 때는 서로 똘똘 뭉쳤지만 싸움이 끝나자 두 사람 사이에도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현대건설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결정적으로 사이가 틀어졌다.” 경영권 다툼의 승패 원인을 ‘사즉생(死卽生)’에서 찾는 것도 흥미롭다. 현대그룹의 한 임원은 “사실 브레인으로만 따지면 MH쪽에 인재가 더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MK 진영의 승리였다.MK 진영 가신들은 MH쪽에 현대차가 접수되는 순간, 피바람이 불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배수진을 치고 덤벼들었다. 반면 MH 진영은 싸움에서 이기면 좋지만 진다고 해서 ‘목숨’까지 왔다 갔다 할 일은 아니었다.” 그는 ‘숙부의 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현정은(MH 부인)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은 정상영(정주영 회장의 막내 동생) 회장이 이끄는 KCC에 먹히면 줄줄이 옷을 벗고 나가야 할 판이었다.‘왕자의 난’때와 입장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달려들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번에는 승자가 됐다.” 그렇다면 왜 유독 현대에는 다른 재벌에는 없는 ‘가신그룹’이 생겨났을까. 이계안 의원은 이렇게 해석한다.“삼성만 하더라도 소비재가 많기 때문에 오너가 아무리 예뻐해도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생존이 어렵다. 그러나 현대는 기간산업이 대부분이다. 오너가 영업을 하고 임원들은 생산·노무관리를 책임지다 보니 오너의 영향력이 다른 재벌에 비해 절대적으로 컸다.” 그래서 가신그룹이라는 특이한 인맥이 생성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내흔 현대통신 회장은 “평생을 현대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가신들의 싸움이 얼마나 보기 민망하고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면서 “이제라도 마무리됐으니 생채기를 치유하고 각자의 길을 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문화마당] 백설공주 동화 뒤집기/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며칠 전 졸업 인사를 한다고 한 제자가 연구실로 찾아왔다. 제자는 해맑게 웃으면서, 자신이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문화 분야에 취직을 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업시간에 배운 백설공주 동화를 늘 기억하면서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여자대학교에서 가르치는 관계로 신입생에게 수업 첫 시간에 꼭 백설공주 동화에 대해 질문을 한다. 왜 백설공주는 밥하고 빨래를 하는가, 난쟁이처럼 밖에 나가서 일을 하면 안 되는가. 질문 끝에, 백설공주 동화는 남자는 바깥일을 하고 여자는 가사일을 해야 한다는 남성우월주의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상징물이라고 혹독한 비판을 가한 후, 앞으로 대학 4년 동안 반드시 백설공주 동화를 뒤집으라고 윽박지른다. 남성과 여성의 성 구분은 남성중심의 사회제도에 의해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 태어날 때 여성과 남성의 구분은 없다. 똑같은 어린아이일 뿐이다. 그런데 성장하면서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구분된다. 남성은 부엌에 들어가거나 방을 닦고 빨래 따위를 해서는 안 되며 힘세고 거칠고 용감해야 한다. 반면 여성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치마 입고 다소곳하고 얌전해야 한다. 만약 여자아이가 어릴 적에 싸움질하고 축구나 권투 등을 하면 ‘선머슴’ 같은 아이라 해서 놀림감이 된다. 마찬가지로 남자아이가 소꿉장난이나 고무줄놀이를 하면 ‘계집애’ 같다는 놀림을 당한다. 물론 요즘은 여러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우먼파워에 관한 소식을 자주 접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영역에서 여성의 능력을 폄하하고 심지어 여성에 대해 성희롱을 하는 일들이 광범위하게, 그리고 빈번히 자행되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여성을 남성의 하찮은 보조물로 여기는 잘못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여성 스스로 전형적인 백설공주가 되어 왕자 같은 남자의 보호막 아래에서 살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점이다. 남편의 직위와 월급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한다고 믿는 여성들이 아직도 얼마나 많은가. 지금 우리 사회에는 그동안 억압받아 온 여성에게 일정 지분을 주어야 한다는 식의 남성우월적인 동정론과 남성은 전부 적이고 타매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과격한 여성해방론이 좌충우돌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구체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진정 남성우월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하나의 고귀한 인간존재로서 서로 동등한 자격을 지니고 있다는 인식의 대전환을 꾀해야 한다. 가정과 직장에서 남성과 여성이 성 구분 없이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면서 각자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어리고 가냘프게만 보이는 제자를 사회로 내보내면서 과연 험난한 세상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제자는 그런 염려를 눈치챘는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자신은 반드시 여자 팔자는 뒤웅박이라는 단어를 폐기처분할 수 있는 문화를 창조하겠다고 했다. 결의에 찬 제자의 모습에 대견해하면서 나도 한마디 덧붙였다. 앞으로 직장이나 가정에서나 남자가 권위를 내세우면 이 말을 꼭 하라고. 모든 남자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왔다고. 여성은 그처럼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며 위대한 인간이라고. 제자는 깔깔 웃으면서 방문을 나섰다. 을씨년스럽고 추운 겨울 저녁, 귀가하는 길에 제자의 강단 있는 다짐을 떠올리면서, 얼어붙은 대지에도 어느덧 새로운 뭇 생명체를 탄생시킬 밝고 희망찬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열린세상] 흡연자를 고문해선 안 된다/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책임의사

    흡연자에게 금연을 강요하는 것은 때로 명백한 고문 행위에 해당한다. 흡연자들은 니코틴에 중독되었기 때문에 한 시간 이상 담배를 피우지 못하면 금단증상에 시달린다. 짜증 나고, 불안 초조하고, 머리가 멍하고, 우울해지고 정신집중이 되지 않는다. 잠도 오지 않고 오로지 담배 생각만 난다. 니코틴 중독이 심한 흡연자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마치 배고픈 사람에게 냉장고에서 밥 꺼내 먹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흡연자들은 가끔 흡연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 해롭다고 다 알려진 것을 왜 못 끊느냐고 압박을 가한다. 물론 옳은 말씀이다. 그러나 그들이 왜 금연을 성공하지 못하는지 이해를 하지 않는다.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할 경우 1년 후까지 금연할 확률이 불과 2∼5%에 불과하다. 맨주먹 붉은 피만으로 금연을 시도한다는 것은 95∼98%가 실패하고 마는 너무나 처절한 싸움이다. 이들은 또한 심리적으로 깊이 의존되어 있어서, 술을 마신다든지, 스트레스를 받는다든지, 식사를 했다든지, 운전할 때 길이 막힌다든지 하는 특정한 상황이 오면 견디기 어려운 흡연 충동을 느낀다. 흡연하던 사람이 담배를 끊는 것은 수십 년간 가장 친하게 지낸 친구가 영원히 이민을 떠나는 것과 같은 깊은 상실감을 안겨 준다. 그렇다면 고문을 하지 않으면서 금연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가 바로 그 방법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이다. 흡연은 다 알다시피 니코틴 중독이다. 금연을 하면 니코틴 농도가 줄어들면서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니코틴을 외부에서 공급하면, 금단증상을 줄일 수 있고,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니코틴을 외부에서 공급하는 방법으로 몸에 붙이는 패치와 껌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먹는 약으로 담배를 끊을 수도 있다. 먹는 약으로 담배를 끊는다고 말하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고, 설마 그럴 수 있을까 의심한다. 그러나 명백한 효과가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이 뇌에 있는 니코틴 수용체를 자극하여,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한다. 도파민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약물은 니코틴과 아무 관계도 없고, 독성발암 물질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도파민의 농도를 높여준다. 따라서 이 약을 먹게 되면 담배를 끊어도 예전에 느끼던 괴로움이 줄어들고, 조금 편안해진다. 그리고 혹시 담배를 한 두 대 피우더라도, 예전 같은 짜릿함은 없어지고, 풀맛처럼 맹맹하게 느껴진다. 마치 밥을 많이 먹은 사람은 떡을 먹었을 때 만족감이 적은 것과 마찬가지다. 금연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약물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 담배를 끊다가 실패할 뿐 효과적인 약물의 사용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내가 주장하는 표준요법은 이것이다. 먹는 약 부프로피온을 먹으면서, 니코틴 패치를 붙이고, 니코틴 껌은 그래도 담배를 피우고 싶은 위기의 순간에 담배 대신 껌을 씹으면서 금연을 시도해야 한다. 물론 이 세 가지 방법을 다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중 자기 맘에 맞는 것을 골라서 한두 가지만 사용할 수도 있다.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금연방법이다. 물론 금연에 대한 의지 없이는 이 모든 험한 길의 첫 발자국도 뗄 수 없다는 것이야 두말해 무엇하리요. 흡연자들은 갈 곳이 점점 없어진다. 들어가면 금연빌딩이고, 버스, 기차, 전철, 비행기 등 타야 하는 모든 곳이 다 금연이다. 집에서 베란다로 쫓겨 간 것은 또 얼마나 오래되었던가. 사실 우리나라 국민 4700만명 중 무려 1000만명에 달하는 흡연자들은 결국 금연 실패자라고 할 수 있다.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을 원하지만 혼자 끊다가 실패하고 아내나 아이들, 또는 직장 동료들에게 체면을 구기고, 자신감을 상실해 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효과없는 방법을 붙들고, 버틸 시간이 없다. 이제 약물요법을 과감하게 도입하여 금연하도록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담배를 약으로 끊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할 것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책임의사
  • 국내 첫 교사역할훈련프로 소개 김원석 교수

    국내 첫 교사역할훈련프로 소개 김원석 교수

    ‘담·탱·이’요즘 10대들이 담임선생님을 낮춰 부르는 은어다. 담탱이 뒤에는 ‘짜증나.’,‘재수없어.’등 부정적인 서술어가 붙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리 말버릇이 고약한 문제아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을 ‘담탱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교사의 무엇이 학생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만드는 것일까?협성대 김원석 교수는 교사 역할훈련 프로그램인 TET(Teacher Effectiveness Training)에 그 해답이 있다고 말한다. 오는 27일 우리나라에 처음 TET를 소개하는 김 교수를 만나 TET의 모든 것을 들어봤다.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 누구보다 더 애를 쓰는 A교사. 그가 수학 성적이 크게 떨어진 학생 B군에게 방과 후 나머지 공부를 시켜주고 있다고 가정하자.A교사는 학생들의 성적을 꼼꼼히 점검해 주는 성실한 교사라고 스스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B군은 그런 선생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문제를 좀처럼 풀지 못하고 끙끙거린다. 이 때 A교사는 B군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협성대 경영대학 김원석(46) 교수는 보통 교사들이 이런 상황에서 B군에게 건네는 말의 유형은 크게 1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한다.▲딴청 부리지 말고 어서 문제나 풀어.(명령·지시)▲좋은 성적 받으려면 문제 열심히 푸는게 좋을거다.(경고·윽박지르기)▲학생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은 당연하지. 개인적인 문제를 학교에서 고민하면 못써.(교화·설교)▲잘 생각하면서 천천히 풀어 보렴.(충고·제안)▲시계 좀 봐라. 집에 가야할 시간이 훨씬 넘었다. 어서 풀어라.(훈계·가르치기)▲마냥 게으름만 피우는 사람을 대체 어디다 써 먹겠니.(판단·비판)▲그렇게 늑장을 부리니까 성적이 떨어지지.(비난·정형화하기)▲너 문제 안 풀고 도망갈 궁리하지.(분석·진단)▲넌 잘 할 수 있어. 문제 금방 풀거라고 믿는다.(칭찬·긍정적 평가)▲누구에게나 어려운 문제니까 못 푼다고 부담갖지는 마.(위로·지지)▲문제가 그렇게 어렵니?모르면 물어봐야할 것 아니야.(질문·심문)▲이 문제가 어려우면 좀더 쉬운 문제를 풀어볼까?(비위맞추기, 주의환기시키기) ●교사입장서 판단·답 제시 하지 말것 김원석 교수는 교사들의 이러한 대화법이 학생들의 입을 막아 버리거나 학생들의 공격 성향을 강화시키는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교사들이 TET에서 권하는 세가지 대화 기술만 익혀도 학생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TET에서 권하는 첫번째 대화법은 ‘적극적 경청’이다. 교사 입장에서 학생의 상황을 판단하고 학생들에게 답을 제시하려들지 말고 먼저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듣기가 상대방의 말에 ‘그래’,‘맞아’,‘그래서?’와 같은 말로 가볍게 응대하는 것이라면 적극적 경청은 상대의 감정을 읽는 것이다. ●학생이 어려워하는 진짜 이유 먼저 알기 A교사는 학생 B군이 왜 끙끙거리는지 그 이유를 먼저 물어야 한다. 혼자 남아서 공부하는 것이 친구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하는지, 집에 늦게 가면 엄마에게 혼날 것을 걱정하고 있는지, 정말 문제가 어려워 자책하는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의 감정을 읽으려는 질문을 시도해야 한다.“혼자 남아서 공부하는 게 부끄럽니?”,“수학성적이 떨어져서 속상하니?”,“집에 늦게 가면 엄마한테 혼날까봐 걱정되니?”와 같이 학생이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질문을 던지면서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곧 터질 것 같이 공기가 가득찬 풍선처럼 학생의 감정은 고조되었다가 스스로 속내를 털어 놓으면서 풍선의 바람은 자연스럽게 빠진다. 학생의 감정이 가라앉고 나면 그 후에 이성적인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경우는 감정이 가라앉으면 학생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다. TET에서 권하는 두번째 말하기 법은 상대방을 타이르거나 나무랄 때 ‘YOU 메시지’를 자제하고 ‘I 메시지’를 사용하라는 것이다.C양이 수업 시간에 ‘딱딱’소리를 내며 껌을 씹는다고 가정하자. 보통 교사들은 이때 “너 때문에 시끄럽잖아. 껌 뱉어.”라고 말한다. 학생의 불량스러운 태도가 거슬려서 그럴 수도 있고 C양의 껌 씹는 소리가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에 주의를 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교사의 이러한 대화법은 학생의 자존심만 건드릴 뿐이다. ●나무랄때 ‘you’보다 ‘I’를 사용하라. TET에서는 상대방의 행동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장의 주어를 ‘너(YOU)’로 시작하지 말라고 충고한다.‘YOU 메시지’는 상대에게 반감을 산다. 이럴 때는 객관적인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그것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것이 좋다.“껌 씹는 소리 때문에 선생님이 수업하는데 좀 신경이 쓰인다.”와 같이 ‘껌 씹는 소리가 요란하다.’는 현재의 상황을 설명한다. TET에서 권하는 또 하나의 대화 기술에는 ‘예방적 I 메세지’가 있다. 과중한 수업과 잡무에 시달리던 D교사. 그는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집안의 곤혹스러운 일까지 겹쳐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로 수업에 들어갔다고 가정하자. 학생 E군이 수업 시간에 몰래 만화책을 보는 게 거슬린다. 평소 같으면 간단하게 주의를 주거나 모르는 척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워낙 D교사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자신도 모르게 만화책 읽는 학생에게 분필을 던져버렸다. 이는 학생과 교사 모두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사건이다. ●예방적 메시지를 사용하라. TET에서는 이럴 때 ‘예방적 I 메시지’를 사용하라고 권한다. 자신의 상황이 최악이라는 것을 상대에게 경고하라는 것이다. 말하지 않고 있으면 상대는 나의 감정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선생님이 오늘은 몸이 좀 아프니까 조용히 해달라.”와 같이 먼저 자신의 상황을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이러한 ‘예방적 I 메시지’는 평소에도 사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도 결국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학교마다 상담실을 마련해 두고 고민이 있는 학생들은 찾아 와서 상담받을 것을 권한다. 문제가 있는 학생이 상담실에 찾아 오지 않을 때에는 상담실이 있는데 이용하지 않는다고 나무라기도 한다. 그러나 김 교수는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이나 학생들의 문제는 특별한 시간이나 이례적인 경우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배우고 가르치는 일상 생활에서 발생한다.”면서 “교사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서 학생과 대화를 시도하면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TET(교사역할훈련프로그램) TET는 교사들에게 바람직한 학생지도 방법을 알려 주고 학생과의 갈등을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커뮤니케이션 훈련 프로그램이다. 부모역할 훈련 PET(Parent Effectiveness Training)를 개발한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토머스 고든 박사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인관계 모델을 학교 현장의 교사들에게 적용해 1966년 처음 시작됐다. 일본에도 80년대 후반 ‘교사학’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소개돼 해마다 100차례 이상 TET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오는 27일 협성대 김원석 교수에 의해 처음 소개된다.27∼29일 광화문 서울시 교원연합회 3층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초·중·고교 교장·교감, 현직교사, 상담교사, 교육학 전공자, 교대·사대 재학생, 학부모 등이 참가할 수 있다. 참가문의 (02)2202-0511.
  • [박동섭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싸움꾼 아내랑 이혼할래요

    서울신문은 김영희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의 이혼클리닉에 이어 12일부터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상담 칼럼을 주 1회 연재합니다. 대학에서 가족법을 강의한 박동섭 변호사와 한국가족상담소 이사인 안귀옥 변호사가 번갈아 연재할 이 칼럼에서는 부부·고부갈등, 자녀 문제 등의 고민을 듣고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할 것입니다. 상담 의뢰는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결혼 18년차로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평범한 직장 남성입니다. 저는 남과 다투는 일이 없는데 마누라는 직장에서나 동네에서나 싸우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요즘엔 이웃과 만나지 않으니 부부싸움이 너무 잦습니다. 시시콜콜한 문제로 열흘에 한번씩 난리를 쳐 더 이상 마누라와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마누라에겐 왜 그렇게 싸울 일이 많은지, 그토록 트집을 잘 잡는지…. 싸움을 걸어오면 참다 못해 윽박지르거나 욕을 내뱉고 맙니다. 피하면 쫓아다니며 따지고, 괴롭히고…. 부부가 아니라 ‘웬수’임에 틀림없어요. 결혼해서 산 시간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더 많은데, 이제 이혼해야 하나 봐요. -유신임- 유신임씨, 결혼생활을 18년이나 지속하며 자녀를 두 명이나 낳아 키운 남편이자 아빠로서, 가정의 불화에 시달리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아내가 싸움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남과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항상 싸움걸기를 좋아하고, 싸움을 하지 않으면 심심해 살기 어려운가 봅니다. 최근 신임씨가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지내고 있는지, 그래서 부쩍 부부싸움이 늘어난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신임씨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듣고서 답변을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아내의 말을 들어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거든요. 물론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봐도 정답이 나올 수 없는 가정문제가 허다할 것입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서 “남편이 잘못 했네.”아니면,“아내 쪽이 틀렸구먼.”이라고 판단을 내린다고 해도 그 부부의 싸움이 끝나는 것도 아니지요. 부부싸움 거리를 보면, 무슨 거창한 문제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절대적 진리나 정의는 존재하는가. 인류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신은 존재하는가.’등을 놓고 싸우는 부부는 거의 없습니다. 대개 “머리카락은 왜 흘리고 다니느냐. 치약은 왜 가운데를 눌러쓰느냐. 발을 왜 안 씻느냐.”등 시시콜콜한 문제입니다. 부부싸움을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두 사람이 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한 사람은 바뀌어야 합니다.‘두 손뼉이 맞아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잖아요. 어느 한편이 피해 버리면 소리가 날 수 없지요. 35년 동안 결혼생활을 한 내 경험을 이야기해 보지요. 맏딸이 유치원에 다닐 때 일입니다. 종알종알 말을 잘하던 아이가 어느날 제게 놀랍게도 “나도 화를 낼 줄 아는 인간이란 말이야!”라고 말하더군요.‘아빠는 1. 엄마랑 싸움하지 말 것 2. 너무 큰 소리 치지 말 것 3. 벌컥 화를 내지 말 것 4. 나를 데리고 뒷동산에 자주 놀러 갈 것’ 등을 요구사항으로 늘어놓았어요. 이 말을 듣고서 “그동안 아이 눈에 비친 아빠의 모습이 이렇구나. 이래선 정말 안 되겠다.”고 크게 뉘우쳤습니다. 그 후 부부싸움을 일체 중단했습니다. 부부 사이에선 자존심 따위를 버려야 합니다. 스스로를 억제하며 상대방을 존경해야 합니다. 남편이든, 아내든 서로를 복종시키려 해선 안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복종시킬 수도 없습니다. 차라리 서로가 서로의 종이 돼야 합니다.‘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의 종이 되어도 좋습니다.’이런 각오만 된다면, 문제는 사라집니다. 다만 “나는 파출부 아니고 뭐야.”“나는 머슴이지 뭐.”식으로 열등감에 빠져 스스로를 비하해선 안 됩니다. 어느 목사가 부부싸움 때문에 상담하러 온 여성에게 물이 담긴 주전자를 주면서 “집에 가서 남편과 싸움이 시작되거든 얼른 이 주전자의 물을 한 모금 입에 머금고 남편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십시오.”라고 충고했답니다. 부부싸움이 일어나려 할 때마다 계속 그렇게 하라고 일렀지요. 여성이 그 충고를 따랐더니, 부부싸움은 안개처럼 사라지고, 사랑과 평안이 넘치는 가정이 됐다고 하네요. 그후 이 물을 성수(聖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도 신혼부부에게 당부한 세 가지 지혜가 있습니다.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을 보내라고요. 신혼부부는 결혼하면,3년간 말을 조심하고, 보고도 못 본 체하며, 듣고도 못 들은 척하며 지내라는 명언입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필요한 얘기입니다.
  • [데스크시각] “한국이 싫다”는 이유/손성진 사회부 차장

    잘못된 수사로 성매매범 누명을 써 체포되고, 손해배상 청구마저 기각당했다면 심정이 어떠하랴. 검찰과 법원이 왜 존재하느냐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을 피해자를 대신해서 따지고 싶다. 보도된 내용이지만, 장성한 아들을 둔 40대 후반의 가장인 김모씨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일을 당한 것은 2001년 7월이었다.15세 H양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것이다. 사건은 아들의 휴대전화를 자기 이름으로 해 둔 데서 비롯됐다. 아들이 여자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그 여자친구도 친구인 H양(성매매범)의 전화기를 빌려 써 결국 김씨가 H양과 통화했다는 오해를 샀다. 검찰은 오해에 그치지 않고 윽박지르고 회유하면서 김씨를 파렴치한으로 몰아갔다. 애초부터 김씨의 전화기는 명의만 자기 것이었지 아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전후사정을 제대로 조사했어도 김씨의 명예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군사정권식’ 고문과 가혹행위는 사라졌다지만 피의자를 으르고, 꾀고, 속이는 구태의연한 수사 관행은 여전하다.H양도 검찰 조사관이 새벽 5시까지 붙잡아 두고 머리를 때리고 욕을 해 김씨와 성매매를 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검찰도 개혁을 한다는데 이런 그릇된 수사 행태는 왜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가. 개혁이 핵심을 짚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압적인 수사를 추방하지 않는 한 검찰 개혁은 도로아미타불이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해결해 줄 곳이 없다는 게 힘없는 시민으로서는 더 답답한 노릇이다. 법원도 답답함을 풀어주기에는 노력이 미흡했다.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김씨는 혐의를 벗긴 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에 대한 물적인 보상은 허락하지 않았다.‘욕하고 때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검사가 위법한 수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이런 법적인 논리를 앞세운 판결의 취지는 당최 납득하기 어렵다. 어째서 욕하고 때린 것이 위법한 수사가 아닌지. 수사를 하다 보면 어쩌다 때리거나 욕을 할 수도 있고 새벽까지 잠을 재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인지. 검찰을 감싸기에 급급했지 시민의 찢어진 명예는 못본 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개혁은 왜 하며 사법부와 검찰은 왜 있는지 묻고 싶다.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의 귀착점은 국민이다. 국민의 존재를 망각한 채 개혁을 위한 개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뇌부는 개혁을 외치고 있는데도 일선 판·검사들은 절실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저 잠시 앓고 지나가는 열병 정도로 흘려버려서는 곤란하다. 검찰은 수사기관이고 법원은 재판기관이다. 수사와 재판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개혁은 썩은 육체에 화장하는 짓이다. 허울좋은 전시행정으로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제도개혁보다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인적개혁이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제도만 바꾼다면 갓 쓰고 자전거 타는 격이다. 사람부터 바꾸어야 한다. 변화하지 못한다면 도태시키고 청산해서 장애물을 없애야 할 것이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한국이 싫다는 말만큼 듣기 싫은 말도 없다. 국가가 배상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받은 후 김씨는 이 나라가 싫어졌다고 했다. 한국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얼토당토않은 혐의를 뒤집어 씌우고 보호막 구실을 해줄 아무런 장치도 없는 한국. 그런저런 이유로 우리는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이 싫지 않도록 할 책임은 위정자들에게 있다. 법관과 검사들에게도 있다.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 배신당했다는 생각에서 잠시라도 나라를 버리려고 마음먹는 사람이 새해에는 정말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성진 사회부 차장 sonsj@seoul.co.kr
  • 성매매범 누명 벗었지만 보상은 못받아

    법원은 청소년과 성매매를 했다는 누명을 쓰고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검찰의 막무가내식 수사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민사23부(부장 김경종)는 5일 김모(49)씨와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7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검찰 수사가 부족한 면은 있지만 합리성을 완전히 잃은 정도는 아니다.”며 원심대로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은 김씨가 계속 범행을 부인해 더 자세한 수사가 필요했어야 했다.”면서 “그러나 수사를 소홀히 했다고 보이지만 수사기관의 판단이 합리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형사재판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이 확정됐다고 해도 검사의 구속이나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경험이나 논리상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만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례를 덧붙였다.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2001년 7월 15살이던 황모양과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검찰은 다른 사람과 성매매를 하다 붙잡힌 황양의 휴대전화에서 김씨 명의의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김씨는 “휴대전화를 가족요금제로 가입해 명의만 내 것이고 아들이 사용한다.”고 항변했지만 황양은 “김씨와 성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했다. 기소된 김씨는 증거불충분으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고 검찰의 항소도 기각돼 무죄가 확정됐다.1심에서 황양은 “검찰이 윽박질러 김씨와 성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했고 진술을 번복하면 김씨가 거짓말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낼 거라고 겁을 줬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확인 결과 황양의 친구가 황양의 휴대전화를 빌려 친구인 김씨의 아들에게 전화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원색’ 입대결 4인회담 결렬 “네탓” 책임회피

    여야가 28일 다시 한번 격돌했다.‘격투기장’으로 변한 국회 운영위 회의실에는 ‘이 새끼’,‘날치기’,‘미꾸라지’,‘잔머리’ 같은 막말이 또다시 오갔다. 양 지도부는 서로를 가리켜 “고집을 꺾지 않더라.”며 4인 대표회담의 결렬 책임을 떠넘겼고,‘유신공주’와 ‘못난 여당’이라는 인신공격과 폄하 논평도 줄을 이었다. ●여야 모두 ‘우리만 양보’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의총에서 “21세기와 1950년대가 함께 앉아서 대화하는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4인 대표회담 결렬 소회를 대신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절망 그 자체”,“절벽에 대고 소리지르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당은)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다시 냉전시대로, 유신시대로 돌아가는 태도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김현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대표는 수첩에 적어온 것에서 1㎜도 나가지 않는 태도로 일관해 협상장에 유신의 망령이 배회하는 것 같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고 공격했다. 또 “‘유신공주’의 모습에서 숨이 답답했다.”고 박 대표를 원색 비난했다. 반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사석에서 여권의 ‘수첩’ 공격에 대해 “저쪽은 법전과 서류까지 들고 와서 더 꼼꼼히 했는데 왜 나만 문제삼느냐.”며 서운한 감정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도 “우리는 엄청 양보했는데 여당은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면서 “국보법만 해도 우리가 시대에 맞게 획기적인 안을 내놓았는데, 여당은 그저 더 양보하라고만 한다.”고 주장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당이 애초에 4대 국론분열법을 통과시키려는 이유가 비판 세력을 죽이고, 친노 세력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목적이 불손했다.”며 배경을 의심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국회는 이념의 광기가 넘쳐 흐르고, 악령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논평했다. ●운영위, 거친 의사봉 쟁탈전 운영위의 몸싸움은 이날 오전 11시40분쯤 열린우리당이 단독으로 기금관리기본법과 민간투자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와 이병석·유기준·최경환·주성영 의원 등이 들어와 “날치기는 인정할 수 없다.”고 언성을 높이면서 여야 충돌이 시작됐다. 남 수석은 “한나라당 간사인 제가 전체회의 소집 일정에 합의한 적이 없다. 날치기다.”고 항변했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제 더 이상은 말장난, 거짓말을 하지 말라.”면서 “항상 거짓말하는 사람과는 더 이상 말할 수 없다.”고 윽박질렀다. 주변에 있던 의원들은 “미꾸라지처럼 말장난하지 마라.”,“날치기당”,“폭력 저지당” 등 추임새를 곁들이며 2시간 가까이 대치했다. 박준석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발로뛰는 ‘민원 해결사’ 강서구 고재익 의원

    발로뛰는 ‘민원 해결사’ 강서구 고재익 의원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주민들의 마음을 읽기란 쉽지 않습니다. 발로 뛰면서 얼굴을 마주해야 사람들의 속내를 알 수 있죠.” ‘뚜벅이 의원’을 자처하는 강서구 고재익(51·화곡5동) 의원은 자동차와 자전거를 거부하는 아날로그형 의원이다. 주민들과 함께 부대끼며 때로는 시위에도 직접 가담한다. 지난달 30일 외국 출장에서 돌아온 그에게 화곡5동 주민들은 새로운 과제를 부여했다. 주택가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인접 주택과 불과 1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영안실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마을 대청소를 하면서 주민들의 여론을 당장 수렴한 뒤 해당 병원장을 만났습니다. 영안실은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주택가에 있는 것은 주민들에게 정서상 무리하니 철거해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죠.” 그는 막무가내로 찾아가 고함을 지르거나 윽박지르지 않는다. 상대방의 의사를 파악한 뒤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해결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건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식으로 시위 허가를 받아 실행에 옮겼다. 또 병원이 세들어 있는 건물주에게도 퇴거의 당위성을 역설, 압박을 가했다. 그러자 사건이 발생한 지 10일만에 병원측에서 백기를 들었다. “이웃 사촌끼리 맞서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회복 불능상태에 빠집니다. 서로 잘못이 있어도 양보하고 화해해야 서로에게 이득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 당사자인 주민은 물론 병원측도 악소문탓에 영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되죠.”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거세지는 ‘대정부질문 무용론’

    국회 대정부질문이 거듭 정쟁으로 얼룩지면서 ‘도대체 이런 제도가 꼭 있어야 하나.’란 무용론(無用論)이 다시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5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된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은 첫날부터 이해찬 총리의 ‘차떼기당’ 발언과 이에 따른 한나라당의 반발로 무려 14일간 중단된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막말과 욕설로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중단과 속개를 거듭하는 최악의 난장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금의 대정부질문은 존재의 가치가 없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것도 이런 부작용 때문이다.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민주화 이전에는 대정부질문이 야당의 유일한 진실 호소 통로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지금과 같은 수준의 대정부 질문이라면 없는 것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도 “장기적으로 대정부 질문을 축소하고 실질적인 입법활동 토대인 상임위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16대 국회에서도 대정부질문이 국회 파행의 빌미를 제공하긴 했으나, 이렇게 연속적으로 지저분한 이전투구를 벌인 적은 없었다. 이 총리한테 모욕을 당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총리 핫바지 만들기’로 지능적인 보복에 나서고, 이를 다시 여당 출신 의장단이 편파적으로 제지하면서 궤도를 이탈한 이번 대정부질문은, 남은 이틀간의 일정도 정상운행을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다. 제헌국회 때부터 유지해온 대정부질문의 원래 취지는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다. 그러나 그동안 대정부질문은 의원들이 단상에 서서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떠드는 ‘대정부연설’로 변질, 활용돼 왔다. 이런 자기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2월부터 의원과 국무위원간 ‘1문1답’ 형식으로 규정이 바뀌었으나, 오히려 의원들의 저질 수준만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장관에 비해 전문지식이 떨어지는 의원들이 태반이다 보니 논리적인 질문을 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윽박지르거나 수박 겉핥기식 질문으로 일관하기 일쑤이고, 그나마 상당수 의원들은 바뀐 규정에도 아랑곳 없이 ‘연설’로 일관하는 무성의를 보여주고 있다. 대정부질문 무용론이 결정적으로 설득력을 갖는 부분은, 이 제도가 정쟁의 장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당 의원들과 국무위원, 언론 등이 주시하는 가운데 내뱉는 ‘정치적 수사’는 막대한 파장을 즉각적으로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정쟁을 선호하는 측은 언제나 ‘외도’의 유혹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여기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리고 싶은 의원들의 소(小)영웅주의까지 반갑잖은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개혁을 자임한 17대 국회의원들 가운데 단 한명도 대정부질문 폐지론을 꺼내지 않는 것은 왜일까. 국회 관계자는 “의원들이 다음 선거때 자신의 의정활동을 알리는 데 대정부질문만한 홍보자료가 없기 때문”이라며 “다른 분야의 개혁은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작 자신들의 기득권만은 내놓지 않겠다는 심산”이라고 꼬집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녹색공간] 지방과 공감하는 환경운동/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 에너지산업팀장

    헌법재판소에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으로 결정나던 날, 관습헌법이라는 말이 하도 생소하고 어이가 없어서 지방대학에서 헌법을 강의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방분권운동에 관심이 많은 그 친구는 관습헌법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한 후 나에게 혁명적인 구호라며 이렇게 일갈했다.“친구여, 서울을 비우자.” 관습헌법이 적절한 근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적인 논쟁을 여기서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주목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넘어야 할 기득권의 벽이 무척이나 높고 두껍다는 사실이다. 수도권 사람들이 화려한 밤을 밝히고,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데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느라 멀리 떨어진 지방의 원자력발전소는 오늘도 힘차게 돌아간다. 그러나 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처분장이 수도권에 세워질 리는 없다. 수도권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게 하려고 한강 중상류에 사는 지방 사람들은 재산권 행사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고, 댐이 건설되는 바람에 고향이 수몰된 환경난민들 역시 지방 사람들이다. 역대 정권은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니 우선 수도권을 잘 살도록 한 다음 수도권의 부(富)가 지방에 골고루 퍼지게 되면 모두가 잘 살게 될 것이라고 국민을 설득했다. 그러나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더 커졌다. 지방에서는 다급한 나머지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단기적인 관점의 응급처방식 발전전략이 횡행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골프장과 기업도시도 그 연장선에 있다. 골프장은 건설과정에서 지자체의 예산이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일정기간 동안 수익을 안겨주는 사업이기 때문에 멀쩡한 산을 깎아내면서까지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유치하려고 한다. 기업도시 유치 프로젝트는 지방의 특성에 맞는 기업을 찾아서 유치하려는 것이 아니라 일단 부지부터 만들어놓고 어떤 기업이든지 들어오라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결같이 지역 내부 역량이나 사정에 맞는 사업이라기보다는 외부 요소에 의존하는 성장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외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방의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지방의 환경과 노동자들은 계속 소외되게 된다. 환경단체들은 골프장 건설과 기업도시 유치에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이념적으로 볼 때 이는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이념적인 선언과 반대운동만으로는 지방의 환경과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질 수 없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골프장이나 기업도시 프로젝트 뒤편에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독재정권 시절의 개발논리와는 다른 형태의 신개발논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개발과 환경 사이의 대립 전선이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환경단체에 지금 당장 대안을 내놓으라고 윽박질러서도 안 된다. 비판한다고 해서 대안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건전한 비판을 가로막고 결국 사회의 역동적인 발전마저 저해할 수 있다. 지금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보다 치밀하고 섬세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지방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먼저 공감하고 이해하는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지방 사람들의 절망과 서러움을 뒤로한 채 이념의 선명성만 앞세우는 것은 지혜롭지 않은 전략이다. 같이 울고 같이 웃어야 같이 싸울 수 있다.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환경단체, 지방주민,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연대하여 지방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소외된 지방이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사회적으로 정의롭게 발전하기 위한 대안적인 발전 전략이 다채롭게 나와 골프장이나 기업도시 같은 프로젝트와 경쟁해 이겨야 한다. 이러한 승리의 경험을 통해 지방은 자신의 몸에 맞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 에너지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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