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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대 성공을 꿈꾸는가 中 태평성세를 읽어라

    ● 강희제 (1654∼1722) 청나라의 제4대 황제(재위 1661∼1722)로 본명은 현엽(玄燁). 순치제(順治帝)의 셋째 아들로, 아들 35명, 딸 20명을 두었다. 순치제의 유명(遺命)으로 8세 때 즉위하고,14세 때 친정을 시작하였는데, 중국 역대 황제 중에서 재위기간이 61년으로 가장 길다. 청나라의 지배는 그의 재위기간에 완성되었으며, 다음의 옹정제(雍正帝)·건륭제(乾隆帝)로 계승되어 전성기를 이루었다. 만년에 후계자 문제로 고통을 겪고, 황태자를 폐위시키기도 하였으나,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1722년 12월20일 병사하였다. ● 옹정제 (1678∼1735) 청나라 제5대 황제(재위 1722∼1735)로 본명은 애신각라 윤진(愛新覺羅胤진). 강희제의 넷째 아들이다. 강희제 말기 붕당 싸움이 심할 때 즉위해 동생인 윤사·윤당 등을 물리쳐 서민으로 삼고, 권신 연갱요와 융과다 등을 숙청하여 독재권력을 확립하였다. ● 건륭제 (1711∼1799) 중국 청나라 제6대 황제(재위 1735∼95)로 본명은 홍력(弘曆)이다. 옹정제의 넷째 아들로, 조부 강희제(康熙帝)의 재위기간(61년)을 넘는 것을 꺼려 재위 60년에 퇴위하고 태상황제가 되었는데, 이 태상황제의 3년을 합하면 중국 역대황제 중 재위기간이 가장 길다. 초기엔 민중 계도와 붕당정치 타파 등 내치에 힘쓰다가 만년엔 위구르·네팔·타이완·베트남 등 10여회에 걸친 원정과 평정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 수신제가치국평천하 흔히 중국의 ‘3대 성세(盛世)’로 서한의 ‘문경의 치’, 당나라의 ‘정관의 치’, 그리고 청나라의 ‘강건성세’가 꼽힌다. 그중 강희·옹정·건륭제 3대에 걸쳐 130년간 이어진 청대의 강건성세(康乾盛世)는 가장 길게 이어진 태평성세다. 중국에서 경제가 급성장하기 시작한 90년대 후반부터 ‘강건성세’ 열풍이 불고 있다.5000년 역사의 중국에서 최고의 태평성세를 이뤘던 시대, 그 시대를 이끌었던 인물에 대한 폭발적 관심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학계와 정치·경제·문화계 전반에 걸쳐 이들을 배우기 위한 열기도 뜨겁다. 공교롭게도 이 열풍 이후 최근 5년간 중국은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란 평가를 얻을 만큼 우뚝 컸다. 강희·옹정·건륭제의 강건성세와 현대 중국의 초강대국화.IMF 이후 소모적 논쟁과 갈등만을 되풀이하며 7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우리에게 200년을 건너 뛴 이 ‘역사적 연관’은 결코 예사로울 수 없다. ‘수신제가’(강희제),‘치국’(옹정제),‘평천하’(건륭제)(둥예쥔 편저, 허유영 황보경 송하진 옮김, 시아출판사 펴냄)는 바로 강건성세의 주인공 강희(康熙)·옹정(雍正)·건륭(乾隆)황제의 치세와 경세 이야기를 담은 처세서다. 이 책은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출간 이후 줄곧 성공학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특히 청ㆍ장년층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강희제는 강유병거(剛柔幷擧), 즉 강함과 유연함을 함께 사용해 치세에 성공한 황제였다. 황제에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삼계가 반란을 일으키자 강희제는 무력으로 반란을 평정함과 동시에 관대함을 베풀어 반란군이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면 그 죄를 묻지 않았다. 이같은 중도정책으로 정국은 안정을 되찾았고, 반란도 모두 평정됐다. 그는 또 중국 역사상 최초의 학자형 황제이자, 문무를 겸비한 몇 안 되는 걸출한 황제였다.8살의 어린 나이에 황상에 올라 61년간 천하를 호령했으며, 앞날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울 줄 알았다. 한 손에는 사서오경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수학과 외국어 서책을 들었으며, 주자학을 신봉하며 왕도정치를 내세웠고, 백성들을 감화시키고 천하에 위엄을 떨쳤다. 신하들의 공적은 치켜세우고 관대함과 부드러움을 잃지 않았다. 중용은 그가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근본이 되는 도리였다. 부패는 중벌로 다스리면서도 지나치게 작은 부패까지 처벌하지 않게 함으로써 융통성을 발휘했다. 그의 치하에서 청나라는 내우외환의 커다란 혼란에서 벗어나 태평성세로 나아갔으며, 백성들은 풍족한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 옹정제는 ‘늑대의 근성’으로 천하를 제패한 황제로 알려져 있다. 그는 황제 등극 전 수십명의 왕자들이 골육상쟁을 벌일 때 한 발 비켜서 있다가 그들이 상처투성이로 기진하자 가볍게 제압하고 황제에 올랐다. 그는 강희제와 건륭제의 중간에서 양 대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하며, 후대 정치에 막강한 영향을 미쳤다. 옹정제는 정치적 재능이 탁월했다. 천 년을 이어온 지연, 학연, 혈연에 따라 이루어지는 붕당정치를 깨뜨리고, 과감한 인재 등용을 통해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다. 토지세 개혁, 부정축재와 부패한 지방세력에 대한 철저한 사정과 응징 등 강희제 말기 불거졌던 적폐와 유산을 청산하는 개혁을 단행하고, 정적들을 제거함으로써 건륭제가 부담해야 할 짐을 덜어 주었다. 건륭제가 청대 최고의 전성기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부친인 옹정제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건륭제는 오늘날의 중국 영토를 개척하고 확정지은 황제다. 어려서부터 유가사상의 영향을 받아 음양설의 참뜻을 받아들이고 ‘흑과 백의 정치’를 절묘하게 활용했다. 다스림에 있어서 관대함은 백으로, 엄격함은 흑으로, 백성을 길들이는 데는 은혜를 백으로, 위엄을 흑으로 삼았다. 또 군사를 부리는데는 긴장을 백으로, 느슨함을 흑으로 삼았으며, 신하를 부림에 있어서는 충성을 백으로, 간사함을 흑으로 삼았다. 건륭제는 흑과 백, 백과 흑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서로를 제약하는 것으로 보고, 그 운영의 묘를 완벽히 체득하고 운영했다. 편저자 둥예쥔(東野君)은 중국의 대표적인 소장 역사학 연구 그룹. 대표자 류샤를 비롯한 청장년 학자, 작가로 이루어진 이들은 당대 중국 지식 문화계의 실질적 주역들이다. 주로 역사 인물을 소재로 한 전기·평전 등 역사 교양서를 기획, 출간하고 있다. 각권 656~832쪽,2만 3500∼2만 45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씨줄날줄] 체니와 파월/이목희 논설위원

    ‘매의 둥지에 앉았던 비둘기’-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을 이렇게 묘사했다.AP통신은 ‘떠나는 파월, 세계가 아쉬워하다’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할렘 출신으로 입지전적 경력을 쌓아온 인물. 흑인 최초 합참의장·국무장관. 파월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다. 오런 해러리가 쓴 ‘콜린 파월 리더십’이라는 책에서 그는 변화무쌍한 지도력을 가졌다고 묘사되어 있다. 파트너십을 중시하면서도 상대를 분노케 해 나은 결론을 도출하는 기술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능수능란한 파월도 결국 ‘매의 둥지’를 변화시키는 데 실패했다. 온건파 파월의 퇴장은 우리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동시에 기회도 제공한다.1기 부시행정부 대외정책 라인은 딕 체니 부통령이 이끄는 매파와 파월의 비둘기파로 양축을 이루었다. 이들간 힘의 균형은 9·11테러 후 이미 무너졌다.“나는 왕따가 아니다.”라는 변명을 파월 스스로 할 정도에 이르렀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부 체니의 득세는 워싱턴 권력가 실상이 반영된 것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미 국무부가 백악관·국방부와 동일한 목소리를 낸다면, 비록 그것이 강경노선이더라도 대화하는 데 편한 측면이 있다. 체니파(派)의 속성을 철저히 연구하고, 인맥을 활용하면 2기 부시행정부와 더 잘 지낼 수 있다. 미국 부통령은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잊혀지는 자리다. 주요 정책에는 간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체니는 예외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재임시절 국방장관을 지낸 체니는 부시 현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이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보스는 체니”라고 비꼬기도 한다. 새 국무장관과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지명된 콘돌리자 라이스와 스티븐 해들리는 체니의 영향력 아래 있다. 특히 체니가 북핵문제를 부통령실로 옮겨 직접 다룰 가능성이 있다고 미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체니측이 대북특사 파견을 검토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체니보다 융통성이 있는 라이스 및 해들리와 대화통로를 다양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부통령실 인사들과 관계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강경파는 단순하다.’는 진리는 미국에서도 통할 것이다. 체니측의 움직임이 북한에 대한 일방적 ‘채찍’이 아니라 ‘당근’으로 나타나도록 우리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윤광웅국방 “국방부 주적 표현은 언어도단”

    윤광웅국방 “국방부 주적 표현은 언어도단”

    윤광웅 국방장관이 “국방부가 주적을 표현한 건 언어도단”이라고 말해 내년 1월 발간 예정인 국방백서에서 주적(主敵) 표현을 완전히 삭제할 계획임을 강력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16일 “윤 장관이 지난 12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과장급 이상 간부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혁신 관련 특별교육에서 주적 개념 폐기 가능성을 강하게 언급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주적 개념을 적용하면 남북간 관광이 가능하겠느냐. 국방부 본부에서 국방정책을 마련하는 요원들이 융통성이 없어서 (주적을 설정했다.), 국방부가 주적을 표현한 건 언어도단이다.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곳에서 얘기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주적개념의 폐기 가능성을 국방부장관이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다. 윤 장관은 “군사정책은 국가 외교안보 정책의 하위개념이며, 주적문제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그동안 국방부가 왜 주적개념을 표현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신현돈 공보관은 이에 대해 “국가 대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주적 개념을 국방부가 독자적으로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주한미군 관련 속내는

    노무현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해 “(주한미군을)미국이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게 협력해야지 무조건 바짓가랑이를 잡고 ‘나를 지켜달라. 절대 떠나서는 안 된다.’라고 하는 건 우방으로서 적절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융통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말한 ‘융통성’은 ‘동아시아에서 주한미군 역할의 유연성’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덧붙엿다. 이같은 주한미군에 대한 노 대통령의 발언은 현 상황을 정리하는 한편, 향후 예상되는 한·미간 관련 논의의 원칙을 미리 언급했다는 분석이다. 반기문 장관은 이를 “노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철수는 반대하지만, 주한미군의 운용문제는 신축성을 갖고 있다고 한 것이다. 아마 이같은 언급이 전략적 유연성과 혼돈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14일 “‘융통성’은 이미 2008년까지 끝내기로 한·미간에 합의한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한 언급이고,‘유연성’은 추후 한·미간에 가져야 할 주한미군 관련 협상에 대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정부는 ‘미래 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를 한 단계 격상한 ‘한·미동맹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와 ‘차관급전략대화’ 등에서 향후 주한미군의 ‘전략적 운용’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여기서 전략적 운용은 주한미군이 더이상 북한만을 상대하지 않고 한반도를 벗어나 다른 작전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으로, 노 대통령이 언급한 ‘유연성’과 맥을 같이한다. 한 군사 전문가는 “주한미군 운용 범위에 대한 협상 결과에 따라 앞으로 자주국방의 범위와 내용 등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전략적 유연성’을 배제한 것은 협상을 원점에서 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중국인 체면·홍콩인은 효율성 중시

    중국인 체면·홍콩인은 효율성 중시

    |베이징 오일만특파원|‘개혁·개방 이후 중국인들은 융통성과 사교성은 늘었지만 정서가 조급해지고 책임감은 떨어지고 있다.’ 중국 과학원 심리연구소 쑹웨이전(宋維眞)·장젠신(張建新) 박사와 홍콩 중문대 장먀오칭(張妙淸) 교수 등 3인은 지난 10년간 ‘중국인의 심리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홍콩을 포함, 중국 전역에서 표본 추출한 20대 이상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28개 분야 인격조사 등 총 500여개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이러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런민왕(人民網)이 9일 보도했다. 경제수준이 높을수록 중국인들은 ‘보수화’하지 않고 더욱 개방적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젠신 박사는 “개혁·개방정책으로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 사람일수록 신속하게 사회 변혁을 받아들이고 외부 환경에 개방적”이라고 강조했다. 홍콩인과 대륙인 간의 성격 비교도 많았다. 우선 효율과 생산력을 중시하는 홍콩인들은 실무적이고 대륙인들은 체면을 중시한다. 특히 대륙인들은 ‘자기 합리화(아큐정신)’에 높은 점수를 보였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대륙인들이 자신의 고난과 좌절을 외부 원인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보다 짙다는 지적이다. 대륙인들은 홍콩인보다 가족·친척들 사이의 정(情)을 중시하고 관용도에서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홍콩인들은 자아중심적으로 나타났다. oilman@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화해자/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미국의 대선이 끝났다. 숨 막히는 접전이어서 지구촌 모든 나라가 숨을 죽이고 결과를 기다렸다. 부시냐, 케리냐에 따라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부시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한쪽에서는 환호성이, 다른 쪽에서는 한숨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우리를 정작 놀라게 한 것은 케리가 의외로 빨리 승복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부시나 케리 모두가 선거를 통해 분열된 미국의 민심을 치유하자고 제안한 점이다. 이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권력이란 어차피 기싸움이고 막말정치하는 것 아닌가? 미국의 대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열할 정도로 상대방을 공격했고 지나칠 정도로 막말을 퍼부었다.“미국도 별수 없구나. 과연 미국에도 희망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후 분열된 미국의 민심을 치유하자는 두 후보의 제안은 미국 민주주의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듯했다. 요즘 우리 국회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고 정치는 기싸움과 막말로 가득 차 있다. 최근 국회에서 쏟아진 국회의원들의 질문이나 답변대에 선 국무총리의 발언은 기싸움과 막말정치의 전형이다. 정책은 없고 정략만 보인다. 합리적이고 옳은 제안인가를 따지기보다 누가 먼저 기선을 제압하고 막말을 하는가에 온통 신경이 쏠려 있는 것 같다. 서로 마주하고 달리는 기차와 다를 바 없다. 안전하게 빨리 가자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대형 사고를 치나 내기하는 꼴이다. 그러다 보니 정당의 소리는 있어도 양심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개인은 있어도 국가는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돌격 부대와 같다. 집안에서 부모가 싸우면 자식들은 불안해 집을 나가고 싶어한다. 정치는 목회와 같다. 유연성과 융통성이 중요하다. 정치는 예술과 같다. 창의성과 모험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정치는 목회와 같다. 치유와 회복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정치는 경영과 같다. 서로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판을 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부부가 이혼하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민족이 사분오열하면 얻는 것이 무엇인가? 정치는 정부와 국민이 함께 부르는 합창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감동적이고 환희에 넘치는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마태복음 5장 9절에서 기막힌 단어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화해자’라는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나 싸움과 분열과 미움을 화해와 일치와 사랑으로 하나되게 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사람이다. 그는 상대방의 단점을 보지 않고 장점만 보는 사람이다. 화해자는 방관자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이다. 동시에 화해자는 고발자도 아니다. 상대방의 실수와 허물을 물어뜯는 사람이 아니라 보완하는 사람이다. 화해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비난뿐이다. 때로는 격렬한 비난도 받고 배신자라는 말도 듣는다. 때로는 손해볼 수도 있고 버림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고난 때문에 회복과 치유가 일어나고 찢어졌던 것이 싸매어진다. 우리 사회는 능력 있고 강한 사람보다 서로를 이해하게 하고 화해시키는 화해자가 필요하다.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르게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싸우고 분열하는 1등보다는 사랑하고 하나되는 2등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 [기고] 백두대간 보호 지역주민과 함께/유기준 상지대 관광학부 교수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근간을 이루는 산줄기로 남과 북을 잇는 주축이다. 한민족의 상징성을 지닌 긴 역사 속에서 형성된 생활권역이기도 하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는 우리나라 생물의 다양성을 대표하는 곳으로 그 보전가치가 매우 높다. 농림업·광업 등 산업에 자원이용 기회를 제공하고, 국민의 여가공간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복합성 때문에 백두대간은 명확한 실체나 자연환경의 가치가 제대로 구명되기 전부터 수많은 환경적 압박을 받아 왔다. 최근 정부·학계·환경단체 등이 중심이 돼 백두대간 보전을 위한 효율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연말쯤 정부의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안’(백두대간법)이 제정돼 법적 장치도 마련된다. 백두대간을 대상으로 한 최근 일련의 연구와 정책적 논의에서 확인되는 것은 백두대간이 지형·생태적, 인문·사회적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백두대간법이 집행되기도 전부터 정부와 지역사회간 마찰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이런 마찰로 인해 효율적인 백두대간의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염려스럽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와 지역사회가 보전 당위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관련 법률도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두대간에 편입된 많은 부분이 공공재적 특성을 지닌 환경재인 까닭에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정당시된다. 환경관련정책은 규제정책의 한 분야로, 정부의 강제력이 동원되며 규제에 대한 찬반 집단간 대립이 발생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정책수립과 집행과정에서 주민참여는 해당기관의 필요에 따라 이해와 협력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운영된 사례가 많았다. 이는 지역주민의 지역사회 쟁점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이 부족했고, 정부 또한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노력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백두대간 정책은 지역사회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며, 이는 지역사회 의견의 적극적 수렴에서 시작된다. 백두대간의 기본은 자연환경의 가치이나 삶의 터전으로서 형성된 사회·인문적 가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형식적인 주민참여 운영방식을 탈피하고 신뢰가 바탕이 된 지역사회와의 상호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에 대한 지역주민의 신뢰는 백두대간과 관련된 정보와 자료의 충실한 제공으로부터 비롯되며, 모든 정보가 지역사회와 공유될 때에야 비로소 정책결정에 따른 지역주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 입장에서는 백두대간과 관련된 주민조직의 통합화가 우선 요구된다. 지역개발과 관련한 현안문제에 있어 주민조직을 통한 대응은 현실적인 대안 중의 하나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지역 관련 사안이 발생하면 집단별 조직이 다수 형성되고 주민조직들의 이해관계 상충으로 인해 오히려 주민참여의 비효율성이 나타나곤 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현안에 대한 지역사회 전체의 인식을 공유하고 통합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대표성을 띤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관련 사안에 대한 전문성 확보 또한 필요하다. 백두대간에 대한 환경관련 정책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전문성이 결여된 주민조직의 의견 제시는 자칫 집단의 이해와 관련된 단순한 요구사항에 그칠 수밖에 없으므로 효과적인 주민참여를 위해서는 지역의 관련 사안에 대한 전문성 확보가 필수요소다. 이제 정부와 지역사회는 물론 국민 모두가 백두대간은 지역의 자원 차원을 넘어 국가의 대표적 생태자원의 보고로서 해당지역과 정부가 국민을 대리해 관리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행정적인 융통성을 가지고 환경자원에 대한 규제 차원이 아닌 국보(國寶)관리라는 공감대에 기초해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한다. 유기준 상지대 관광학부 교수
  • “6자회담 연말 넘겨선 곤란”

    난망이었던 ‘연내 북핵 6자회담 개최’의 불씨가 되살아날 조짐이다. 외교통상부 이수혁 차관보는 27일 한국·미국·러시아 3국 6자회담 수석대표간 회동과 한·미 양자접촉을 마친 뒤 “4차 6자회담이 연말을 넘겨서는 곤란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한·미·러 3국 수석대표들은 6자회담이 계속 진행돼야 하며, 그런 점에서 실무회담이든 비공식 회의든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외교부 관계자가 전했다. 3자 회동에서는 교착상태인 6자회담 상황에 대한 인식과 북핵문제의 핵심쟁점인 고농축우라늄(HEU) 문제와 ‘동결 대 상응(보상)’ 조치에 대해 의견이 오갔으며 구체적·실무적이며 진지한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보는 “북한을 제외한 5자(者)가 융통성을 갖고 활발하게 의견을 내고 있고, 중국이 중간에서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사설] 여당, 형법보완에만 집착말라

    열린우리당은 어제 ‘국가보안법 폐지 후 형법개정안’을 비롯해 4대 쟁점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열린우리당은 국보법을 단독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타협을 이루려면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국보법의 형태·내용을 대폭 손질하면서도 야당을 설득하고 보수세력을 안심시키는 내부협상안이 있어야 한다. 대체입법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형법상 내란죄 조항을 보완하면 처벌공백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나라당은 북한 간첩도 처벌하기 어렵게 된다고 비판한다. 한반도정세 변화나 역사발전에 비춰 명분면에서 국보법 폐지론자의 주장이 앞선다. 하지만 국보법 폐지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할지 모른다는 국민 상당수의 우려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열린우리당이 형법보완안에만 매달리다가 자칫 국보법을 손도 대지 못하게될 가능성이 있다. 명분과 현실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절충을 요구하는 당내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안개모 소속 당직자가 사퇴하는 등 여당내 내홍이 불거지는 것은 모양상 좋지 않다. 송광수 검찰총장이 법집행자로서 고심의 일단을 밝힌 것도 참고할 만하다. 송 총장은 엊그제 국감 답변을 통해 “국가 안전보장을 지키는 안보형사법 체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안처럼 형법상 내란죄를 확대적용해도 보안사범을 처벌할 수 있겠지만 법적용의 적정성 논란이 거듭될 우려가 있다. 검찰의 편의만을 위해 입법을 할 수는 없겠으나 현장의 판단이 그렇다면 감안해주어야 한다. 여당이 폐기한 대체입법 시안은 ‘반국가단체’조항을 ‘국헌문란목적단체’로 변경한 정도여서 ‘제2국보법’이라는 진보세력의 비난을 받았다. 대체입법안을 더 전향적으로 다듬은 협상안을 마련해 보라. 올 정기국회에서 대체입법하고, 적절한 시기에 완전폐지하는 단계적 해법을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만 ‘무조건 반대’와 ‘대안제시’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나라당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 수 있다.
  • C4I 교체비 900만弗 지원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협정 문안이 19일 공개됐다. 협정문안에 따르면 용산 등 서울지역 미군기지 118만평 중 연락사무소용 부지 약 2만 5000평을 제외한 115만평을 우리측에 반환하게 된다. 대신 우리 정부는 평택지역에 52만평을 대체 부지로 제공키로 했다. 그러나 전술지휘자동화체계(C4I)기반 시설과 장비 이전 교체를 위해 우리 정부가 900만달러 이내 범위에서 지원키로 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정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용산기지 이전협정(UA)과 세부 이행합의서(IA) 등을 통과시키고, 전문을 언론에 공개했다. UA와 IA는 노 대통령의 재가를 거친 뒤 다음주 중 서울에서 윤광웅 국방장관과 리언 J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 김숙 외교부 북미국장과 트렉슬러 주한미군 부사령관이 공식 서명절차를 밟게 된다. 정부는 한·미 양국 책임자의 공식 서명이 이뤄지면 국회 비준 절차를 위해 UA와 IA를 즉시 국회에 정식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과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번 협정이 지난 1990년대 협상보다 오히려 개악됐다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범국민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공개된 UA의 제2조 2항에는 평택지역 대체부지의 수용이 차질을 빚을 경우 용산기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돼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외교통상부는 이와 관련,“평택지역 토지 수용에 차질이 생기거나, 다른 기술적 이유로 위치를 재조정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생기는 경우 한·미 합의에 의해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융통성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승진 구혜영기자 redtrain@seoul.co.kr
  • [고교등급제 어떻게 풀 것인가-실태] “수시 97%가 1등급” vs “지방高 합격 별따기”

    [고교등급제 어떻게 풀 것인가-실태] “수시 97%가 1등급” vs “지방高 합격 별따기”

    고교등급제 논란이 뒤틀리고 있다. 교육 당국이 세상 인심을 살피느라 멈칫거리는 사이에 계층간·지역간·이념적 대결로 번졌다. 문제를 짚는 논의는 실종되고, 교육계 주변 ‘권력’들의 치졸한 주도권 다툼만이 무성하다. 고교등급제 논란은 고교별로 엄연한 학력 격차에서 비롯된다. 차별 기준도 객관성이 없고 차별 정도 또한 주먹구구식이다. 고교 등급제를 묵인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뚜렷한 학교별 실력의 높낮이를 변별해 주지 않는 것 자체는 교육적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내신 부풀기가 극심해 수시모집의 경우 1등급의 지원자가 모집정원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당락을 결정지을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 당국의 등급제 불가 방침이며 법제화가 국민적 반발을 사는 까닭이다. 고교등급제는 졸속으로 봉합할 일이 아니다. 고교등급제 문제는 핵심 쟁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리고 단기 처방과 함께 중·장기적 치유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신문은 고교등급제의 현실을 점검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면서 해결방안을 제시해 보았다. ■ 내신 ‘뻥튀기’로 변별력 이미 상실-김한중 연세대 부총장 얼마 전까지 젊은 학생들이 MT를 가면 진실게임이란 놀이가 유행했다. 상대가 물어보는 말에 진실만을 답해야 하고 곤란한 질문을 받은 학생이 머뭇거리면 주위 학생들은 ‘대답해’를 외치며 압력을 주고 끝내 대답하지 못할 경우에는 술을 한 잔씩 마시게 하여 벌을 주는 것이다. 게임을 진행하던 사회자는 자기 차례가 되면 슬그머니 게임을 바꾸어 버린다. 한 달 이상 계속되고 있는 고교등급제와 관련된 논란을 보면서 마치 진실게임을 보고 있는 듯하다. 각 대학들이 대답하는 첫 대상이 되었다. 주저주저하며 사실을 정확하게 밝히지 못했던 대학들은 실태조사를 받았고 그 결과 교육부의 지침을 어겨가며 고교등급제를 실시했고 거짓말까지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필자가 관련대학의 보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변명처럼 들릴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각 대학들이 지역별, 경제적 특성에 따라 고교를 사전에 등급화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만약 학교간 학력 차이를 반영했느냐고 물었다면 대답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번 논란에서 주로 사용된 단어들은 등급제, 강남 대 비강남, 연좌제 등으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아주 부정적 용어들이었다. 대학은 학생선발 과정에서 아주 제한된 자료만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고교의 학력 정보를 일부 이용했다 해서 이념 대립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는 주장을 대학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만약 고교간 학력차를 일부라도 인정하는 것이 고교등급제라고 판단한다면 그 판단은 고교간 학력차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만 설득력이 있다. 바로 이 전제에 대한 확인이 이번 진실게임의 출발점이기도 하고 종착역이기도 하다. 어제, 오늘 보도되고 있는 ‘138명중 134명이 1등급’,‘73명 수강생 전원이 수’라는 내신 부풀리기기의 실태는 되풀이해 논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대학의 고충을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같은 고교의 학생들 내에서도 학업능력의 우열을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축적된 자료를 분석해 보면 그나마 중·하위권의 석차 백분율은 변별력이 있지만 수시에 지원하는 상위권에서는 석차 백분율과 학업능력간의 관련성이 거의 없게 나타난다. 아주 쉬운 문제로 시험을 본 경우 실수로 한 문제만 틀려도 백분위 석차가 만점을 받은 학생 숫자만큼 밀리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각 대학들은 자체 축적된 자료분석을 통해 교과점수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선형에서 비선형으로 변형하게 된다. 이렇게 해도 지원자간의 교과성적의 격차는 줄어들지만 순위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다 어려운 문제는 엄연히 존재하는 학교간 학력차이를 어떻게 할까 하는 문제이다. 필자의 대학의 경우 서울 캠퍼스의 수시 1학기 일반 우수자 정원은 393명인데 비해 한 명이라도 지원한 고등학교 수는 866개에 달한다. 한 학교에서 한 명씩만 뽑더라도 473개교에서는 합격자가 없게 된다. 만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행하는 학업성취도나 시·도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학교별 평가 또는 수능모의고사 성적 등이 제때에 공개된다면 대학들은 자체적 노력 없이 또한 연좌제의 비판을 면하면서 쉽게 학교간 학력차이를 보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런 자료들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대학들은 나름대로의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서류평가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확보한 자료를 연구 분석한 결과인 고교 특성을 일부 반영하거나 본고사 수준의 논술이나 심층면접을 통해 누군가를 선발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하는 것이다. 판도라 상자는 열렸다. 이제 모든 사실을 앞에 놓고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각종 언론을 매개로 간접전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이해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고 차근차근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일방적인 진실게임이 강요되어서는 안된다. ■ 강남에 특혜…강북·지방 들러리로-김영삼 서울 대신고 교사 고교 등급제는 사실 일부 학교와 일부 학생의 문제이다. 등급제를 적용한 사실이 드러난 대학들도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것도 수시 모집에 한해서 그랬다. 등급제를 적용한 대학인 연대, 고대, 이대 등에 지원하거나 입학할 수 있는 학생들 역시 60만 수험생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이 문제가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인 양 확대 해석되어 호들갑을 떨고 있다. 우리 교육이 여전히 다수 학생들을 들러리로 세우고 소수 학생들의 성공적 발판을 마련해 주기 위한 장으로서만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8년에 발표된 2002대입제도 개편안은 성적에 의한 한 줄 세우기를 우리 교육의 최대 병폐로 진단하고 다양한 특기 적성에 따른 여러 줄 세우기를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 후 이어진 2005년 대입제도,2008년 이후 대입제도 개편 안에서도 여전히 이러한 문제의식은 제도 개편의 기조로 존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의식과 제도 운영은 전혀 별개의 것이 되고 말았다. 현재 학기 중에 시행되고 있는 수시 모집은, 수능 성적 위주로 선발하고 있는 정시모집과 달리, 학생들의 특기 적성을 반영한 다양한 줄 세우기를 위해 도입한 것이다. 전형방법과 전형시기의 융통성을 허용하여 대학교가 시간을 두고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고교 등급제 문제가 바로 성적에 의한 한 줄 세우기를 지양하고자 도입했던 수시전형에서 불거지고 말았다. 대학들은 고교 등급제 실시 이유를 내신 성적 부풀리기에 의한 변별력 상실에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도 현행 학교생활기록부에 평어와 석차백분율을 함께 적어주고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내신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여 내신 반영 비율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내신 부풀리기도 더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정시에 연·고대에 대거 학생을 입학시키고 있는 지방의 학교들조차 수시 모집에서는 거의 합격자를 못내고 있는 실정임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최근 몇 년 사이의 합격자 수 등을 기준으로 학교별 등급을 마련했다는 말도 거짓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실인가? 현재 서울대는 1학기 수시 모집을 실시하고 있지 않다.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것으로 드러난 고대와 연대는 수시 모집을 통해 학생들의 입도선매에 나섰고 그 대상은 이미 고교 입학시에 일정한 학력이 검증된 과학고, 외국어고 학생들과 일부 강남 학교 학생들이었다. 결국 몇몇 대학들의 무차별적인 서열경쟁을 위한 도구로 수시 모집이라는 전형 방법이 동원되었고, 제도에 기대를 걸고 있던 다수의 순진한 학생들을 배신하면서 과고, 외고와 몇몇 강남 학교 학생들에게 특권적 입학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학이 등장시킨 논리가 바로 고교 등급제인 것이다.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수시 모집에 거듭 실패하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성적 부진으로 그 이유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학교는 앞뒤 안가리고 입시 성적 올리기 교육에 매진하게 되었고 학생들의 다양한 특기 적성을 살리려는 교육적 노력은 설자리를 잃었다. 또다시 획일적 입시교육만 남게 된 것이다. 성적에 의한 획일적 한줄 세우기는 학교교육에서 대다수의 학생들을 소외시키고 좌절과 절망만 안겨주게 된다. 이러한 학교 내의 일상적인 교육활동의 양상은 바로 고교등급제가 사회에 던지고 있는 다수 학생들에 대한 소외와 소수 학생들에 대한 배려의 문제와 꼭 닮아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학교 교육활동 과정에서 구조적인 소외를 겪고 있고 상급학교 진학 과정에서 이를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6년 전 발표된 2002 대입제도 개선안은 바로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수시모집의 도입도 그 해결책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 수시 모집은 몇몇 대학에서 도리어 구조적 차별을 강화시키고 있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교육부의 약속은 거짓이었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배신을 당한 꼴이 되었다. 교육부의 관리 감독의 부실이든 대학의 부도덕이든 교육적 신뢰 회복을 위해 배신당한 학부모와 학생들에 대한 손해배상과 책임자 문책은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정인학 교육 대기자 chung@seoul.co.kr
  • “中 변동환율제 시기 성숙후 실시”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 위안화의 고정환율제의 변동 환율제 전환 의사를 밝힌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인민은행장은 2일 ‘여건이 무르익은 뒤’에 이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우 은행장은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시장의 수요공급 변화에 좀더 적응할 수 있게 되면 인민폐 환율에 융통성을 부여하는 시스템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해 환율제 전환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저우 은행장은 지난해 16기 3중전회 결정 사항을 언급,▲환율시스템 완전화 ▲환율 유지의 합리화 ▲경제의 균형과 안정이 주요 목표라며 “모험을 하지 않고 선택적이고 단계적으로 환율제도의 점차적 개혁을 완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율제 변동 전에 국내 상업은행의 재무 건전화 및 주주제 개혁이 선행돼야 하며 불합리한 외환관리제도를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내부에서도 일단 전면적인 변동환율제 도입은 어렵지만 일정한 준비기간을 거친 뒤 단계적인 환율시스템 정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실물경제의 추이와 중국의 금융 시장개혁의 속도에 맞춰 단계적,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달 28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우리는 외환제도를 꾸준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그는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 등과 만나 “환율제도 변경에는 거시경제 상황과 사회개발,국제수지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고려해야 하며 은행 부문 개혁의 진전과 세계 경제 상황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일본 등 일부 G7 국가들이 미국 등과 비교해 환율 문제에 관해 입장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가능한 한 환율제도 개편을 늦추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oilman@seoul.co.kr
  • [보고싶은 그대] 오색맵시 김태희

    [보고싶은 그대] 오색맵시 김태희

    “서울신문 독자 여러분!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늘 건강하세요!” 김태희가 본지 독자들을 위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환한 미소로 한가위 인사를 올렸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보름달만큼 큰 행운이 언제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번 추석 연휴는 그녀에게도 의미있는 시간이다.모처럼 맞는 여유란다.그녀는 지난해 6월 SBS 드라마 ‘스크린’을 통해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이후 치솟는 인기와 함께 연달아 4개의 드라마에 출연,단 하루도 제대로 마음의 여유를 가진 적이 없었다.게다가 얼마전 종영한 ‘구미호외전’ 촬영중 입은 부상으로 새끼손가락 손톱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 등 몸도 정상이 아닌 상태다.“이번 추석 연휴 동안 친척집에 가 차례도 지내고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어르신들에게 인사도 드릴 거예요.물론 송편도 많이 먹어야죠(웃음)” ■또다른 변신 김태희 신세대 스타 김태희(24)를 보고 있자면 “세상 참 불공평하다.”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그도 그럴 것이 ‘완벽한’얼굴과 몸매에 일류 학벌(서울대 의류학과)이란 든든한 배경,최근엔 물오른 연기력까지….오죽하면 질투심을 느끼는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김태희 단점 찾기’가 화두가 되고 있을까. 하지만 정작 그녀는 그같은 ‘찬사 아닌 찬사’에 우쭐해하지 않는다.연기자는 오로지 연기로 승부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잘 알기에 스스로를 ‘부족한’연기자라며 채찍질한다.데뷔후 출연하는 드라마 마다 이미지 변신을 거듭한 것도 그녀 이름 앞에 붙은 부담스러운 ‘꼬리표’들을 떼어내기 위한 일종의 도전이었다.이제 그녀는 또 다른 색깔로 변신을 시도한다. #‘꿋꿋녀’로 변신 SBS ‘천국의 계단’에서는 악녀,얼마전 종영한 KBS 2TV ‘구미호 외전’에서 강인한 구미호족 여전사 역을 소화한 그녀가 이번엔 ‘꿋꿋녀’로 변신한다.그녀는 SBS ‘장길산’후속으로 오는 11월 중순 방영 예정인 국내 최초 해외 올로케이션 미니시리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서 하버드대 의대생인 여주인공 수인역을 맡았다.같은 학교 로스쿨에 다니는 현우(김래원),정민(이정진)과 삼각관계를 이룬다. “아무 것도 내세울 게 없는 가난한 교포 의대생이예요.학비를 벌기 위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꿈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꿋꿋하게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순박하고도 당찬 여자죠.”그녀는 이번 역할이 “가장 김태희스럽다.”며 미소 짓는다. 배역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서일까.10월 초 드라마 촬영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그녀는 매일 영어 과외를 받으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버드대학이 배경이라 대사 가운데 상당부분이 영어에요.현지인에 걸맞는 영어 실력을 선보이기 위해 매일 1∼2시간을 미국 원어민 발음을 익히는데 할애하죠.” #“지금은 연기가 우선” 겉보기에는 까다로운 ‘공주과’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실제 성격은 털털하다.혼자 생각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기는 하지만,미래에 닥칠 일을 앞서 걱정하거나 생각없이 미리 재단하지 않는단다.“연기는 언젠가부터 제게 있어 학업보다 더 중요한 삶의 목표가 됐어요.먼 훗날 마지막 인생의 목표는 어떤 것이 될지 모르지만,지금 이 순간은 연기에만 몰두할래요.” 그녀에게도 고비는 있었다.지난 2000년 이른바 ‘길거리 캐스팅’돼 은행과 화장품 등 대형 CF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했지만,연기자의 길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고민의 시간들이었어요.당시 시트콤에 단역으로 출연하고 있었지만,반신반의했죠.‘과연 내가 제대로 된 연기자로 커나갈 수 있나.’하고요.”반년 동안 쉬면서 결심했단다.“해보지 않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송강호 같이 리얼한 연기를 하는 배우로 커나가고 싶다.”는 그녀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연기자로서의 강점과 약점을 묻자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온다.“강점은…별로….카메라 앞에서 자신감과 융통성이 좀더 있었으면 해요.작품 전체를 보는 안목이 조금 부족한 것도 그렇고요.과거 시간날 때 영화 많이 보고 관련서적도 좀 읽어둘 것 그랬어요.하긴 그때는 제가 연기자가 될 줄 누가 알았나요.(웃음)”그녀의 강점이 뭔지 알 것 같다. 이영표기자 tomcat@ seoul.co.kr
  • [여성&남성] 무심코 쓰는 말 아이에게 성차별 심는다

    [여성&남성] 무심코 쓰는 말 아이에게 성차별 심는다

    “뚝,남자는 그만한 일로 우는 것 아니야.”,“너는 여자애가 왜 그렇게 주먹질을 하니.”열살배기 쌍둥이 남매를 키우는 주부 이혜은(37)씨는 두 아이의 성격이 뒤바뀐 것 같아 고민이다.오빠인 지원이는 소심해서 조금만 혼내면 울음보를 터뜨리는가 하면,동생 지수는 툭 하면 같은 반 남자아이를 때렸다고 연락이 온다.그때마다 이씨는 ‘남자애가 그러면 안된다.’,‘여자애는 이래야 한다.’는 말로 타이른다.이씨는 “남자와 여자를 굳이 구분하는 것 같아 나쁜 말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통상 남성과 여성에게 기대하는 것이 다르지 않으냐.”면서 “나도 모르는 새 어렸을 때 부모님이 내게 한 말을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어린 자녀에게 부모는 하나의 작은 세상이다.어린 시절 가정에서 익힌 양성(兩性)평등과 역할 인식이 성인이 되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봤다. ●“아들과 딸 사이에는 ‘차별’이 아닌 ‘차이’가 있을 뿐” 비교적 ‘젊은 부모’에 속하는 30대들은 딸과 아들을 달리 대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 ‘차이’ 때문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초등학교 3학년과 유치원생 자매를 두고 있는 주부 오현진(37)씨는 “딸 셋,아들 하나인 집에서 자라며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말에 나도 질렸기 때문에 내 아이들에겐 의식적으로 그런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털어놨다.오씨는 “같은 말을 해도 ‘치마를 입을 때 다리를 벌리고 앉으면 속옷이 보이니 예절 바르지 못한 행동이다.’라고 얘기하지 ‘여자가 얌전치 못하게 다리 벌리고 앉으면 안된다.’는 식으로 말하진 않는다.”고 말했다.그는 “다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많으니 남자보다 더 노력해야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얘기는 해준다.”고 설명했다. 여섯살과 세살배기 자매의 아버지인 임형선(35·회사원)씨는 “큰 아이는 왈가닥이고 작은 아이는 얌전한데 성별과 상관없이 성격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 가지고 뭐라고 한 적은 없다.”면서도 “여자애니까 큰 아이도 치마를 입거나 예쁘게 꾸미면 좋겠다는 얘기는 많이 한다.”고 밝혔다.임씨는 “성별로 인한 근본적인 차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도,부정할 필요도 없으니 어떤 생각을 강요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행동해서 일반적인 사회의 통념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고 피력했다. 부모가 올바른 성역할을 직접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올해 대학에 입학한 딸과 중학생 아들을 둔 주부 서영란(46)씨는 “이런저런 말로 아이를 일일이 가르치려 들기보다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 주려고 애썼더니 아이들도 스스로 배우더라.”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하듯 아이들은 가정에서 부모의 모습을 보며 성역할이나 성차별을 자연스레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초등학교 6학년생 정태준(13)군은 “같이 일하고 퇴근해서도 아빠는 쉬는데 엄마는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밥을 지을 때가 많다.”면서 “엄마도 힘들 텐데 아빠가 좀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생인 김미영(12)양은 “부모님이 서로 존대를 하고,가끔씩 다툴 때는 주로 엄마가 이긴다.”면서 “엄마가 더 많이 참는다든지 가정이 아빠중심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친가와 외가의 관계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초등학교 5학년생인 김지연(12)양은 “강릉에 있는 외가에는 1년에 두차례 방학 때만 가지만 경기 마석에 있는 친가에는 학기 중에도 한달에 한차례는 꼭 간다.외가가 더 멀긴 하지만 아무래도 친가가 좀더 중요해서 그런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전길양(41)교수는 “가정에서 성역할 인식은 사회구조적으로 내재화한 부분이 많다.”면서 “특히 부부의 모습은 자녀에게 역할 모델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모 언행,어른 된 뒤에도 영향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보고 들은 행동과 말이 자라서도 양성평등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많았다. 여섯살 터울의 오빠를 둔 회사원 홍미영(25)씨는 “특별히 차별을 받은 적은 없지만 오빠가 집안일에 책임감을 더 느끼기를 부모님이 기대한다.”고 지적했다.홍씨는 또 “자랄 때 ‘여자아이는 하늘색을 입어도 괜찮지만 남자아이는 분홍색을 입으면 안되니 출산 전엔 무조건 하늘색으로 사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면서 “막상 내가 옷을 살 때도 별다른 생각없이 분홍과 하늘색으로 나눠 사게 돼 스스로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지혜(24)씨는 “3대 독자 집안에 아들은 없고 언니와 나,단둘이라 은근히 아들 못지않은 역할을 해주기를 부모님이 많이 바랐다.”면서 “그게 강박관념이 되어서인지 여성적인 일이나 행동보다는 남성적인 것이 더 멋있고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다.”고 털어놨다.회사원 김준규(31)씨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식의 얘기도 했지만 자상한 남편이나 가사의 공동분담 등 양성평등을 강조하는 말도 많이 들었다.”면서 “그것이 성역할 인식의 기본틀이 됐고,그 가운데 내가 동의하는 부분은 어른이 되어서도 수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들에겐 엄하고 딸에겐 관대 이중적 한국여성개발원 교육연구부 신선미(38·여)박사는 “부모는 아니라고 하지만,여자아이에게는 융통성이 있는 반면 남자아이에게는 엄하게 하는 등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난다.”면서 “남자아이에게는 삶에 대한 부담을 미리 계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상에서 ‘너는 여자니까 요리를 잘해야 한다.’는 식보다는 ‘중학생이니까,이 정도 나이가 됐으니까 요리는 알아서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해줘야 한다.”면서 “특히 진로지도 등 중요한 문제를 다룰 때는 아이나 부모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시야가 좁아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지혜 이효용기자 wisepen@seoul.co.kr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2시간 동안의 세계여행

    ‘사랑한다는 것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예요.’라는 명언을 탄생시킨 ‘러브 스토리’.올드 영화팬이라면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을 더욱 극적으로 돋보이게 한 뉴욕 센트럴파크를 비롯해 뉴욕 시립대학,뉴욕 롱아일랜드 지역 등 오염되지 않은 자연 절경을 기억할 것이다. 외국의 유명 관광지나 절경을 등장시켜 이국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관광 필름’.오락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는 영화 매체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르다. 오드리 헵번의 출세작 ‘로마의 휴일’을 비롯해 2003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 수상작 ‘시카고’의 경우는 타이틀에 지명이 새겨져 있어 배경 도시에 대한 홍보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우디 앨런이나 마틴 스콜세스 등은 뉴욕파 감독이라는 애칭을 받을 정도로 자신들의 신작 배경지로 뉴욕을 단골로 등장시켜 영화 공개 후 해외 영화 애호가들이 뉴욕을 관광차 찾도록 만드는 부대 효과도 거두고 있다.‘스파이더 맨’의 경우에도 마천루로 상징되는 뉴욕 맨해튼의 최고층 빌딩을 눈요깃거리로 삽입시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국의 경제력을 은연중 드러내는 효과를 거두었다. 로마,베네치아,피렌체 등 이탈리아의 주요 곳곳은 세계 영화계가 단골 로케이션 장소로 활용할 만큼 풍부하고 뛰어난 절경을 자랑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일본의 여류 작가 다나카 지세코는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세계 주요 영화를 리뷰한 ‘문화와 예술로 보는 이탈리아 기행’을 출간해 출판가의 뉴스를 만들어 냈다.‘글루미 선데이’의 배경지가 됐던 헝가리를 비롯해 한석규 주연 ‘이중간첩’의 촬영지로 등장했던 체코의 프라하 등은 동유럽 나라 중 정책적으로 해외 영화의 촬영지를 적극 유치하는 국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인도차이나’의 배경지가 됐던 베트남 하롱베이를 비롯해 제임스 본드 ‘닥터 노’의 태국 푸켓,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비치’의 태국 카오야이 국립공원 등은 뛰어난 절경을 내세워 해외 영화 자본을 유치해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멕시코 로사리토 지역은 드넓은 토지와 주변의 해수(海水) 자원을 특화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의 선박 침몰 장면을 촬영한 뒤로 해양 재난물만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특화 스튜디오로 명성을 얻고 있다.홍콩 배우 성룡의 천부적인 연기 재능과 순발력 있는 쿵후 실력을 담고 있는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전세계 주요 국가를 80일 안에 순례하겠다는 내기를 걸고 진행된다. 이같이 전개되는 극중 스토리 때문에 관객들은 객석에 앉아 영국,프랑스,터키,중국,인도,미국 등 주요 각국을 유람하는 듯한 기분과 ‘관광 영화’만의 특징을 맛볼 수 있다.1956년 마이크 토드 감독이 공개해 선풍적 인기를 얻은 소재를 리바이벌한 이 작품은 1872년 발표한 줄 베르누이의 팬터지 소설을 원안으로 하고 있다. 프랭크 코라치 감독의 신작에서는 발명가이자 영국 학술원 회원인 포그(스티브 쿠간)가 고루하고 융통성 없는 영국 왕실 학술원장과 80일 동안 세계 일주를 하게 되면 자신이 차기 학술원장이 되고 만일 실패했을 경우에는 영원히 학술원 회원에서 추방 당하는 것을 수용하겠다는 비장감 어린 내기를 한다.포그는 옥(玉)으로 만든 부처상을 되찾아 주려는 중국인 라우(성룡)의 도움으로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80일 동안 약속했던 세계 일주에 성공하게 된다.
  • [여성&남성] 2030 미혼남 ‘내 여자의 조건’

    [여성&남성] 2030 미혼남 ‘내 여자의 조건’

    “성격은 흠잡을 데 없지만 외모가 달리는 여자와 외모는 뛰어나지만 성격이 좋지 않은 여자가 있다면 과연 누구를 택해야 할 것인가.” 너무 뻔한 질문일 수도 있다.얼굴이야 성형 수술로 고칠 수 있다고 해도 성격은 아무리 돈을 들여도 고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2030 미혼남들에게 ‘내 여자의 조건’을 들어봤다.지난주 2030 미혼녀들이 꼽는 ‘내 남자의 조건’을 확인한 데 이은 ‘완결판’이다. 결혼정보업체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25∼39세 남성 12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최근 실시했다.그 결과 ‘이것만은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조건’으로 49.2%가 ‘성격’을 꼽았다. ‘외모’가 25.4%로 뒤를 이었고 건강이 9%,가정환경이 4.9%,몸매가 2.5%,경제력과 종교가 각각 1.6%를 차지했다. 회사원 황경목(28)씨는 “다른 설명 필요없이 성격 안 맞으면 못 산다.”고 단언했다.다른 것은 맞춰가면서 살 수 있어도 성격은 개조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절반의 남성이 첫손가락에 꼽는 성격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결혼 2년차의 회사원 김모(30)씨는 ‘포용력’을 꼽았다.그는 “같이 생활하면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결혼생활에서는 마음이 넓은 여자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아이에 대한 모성은 포용력에서 나온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서성진(23·학생)씨는 “좋은 성격이란 착한 것”이라면서 “내 부모만이 아니라 친정 어른들한테 잘하는 성격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박준성(31·회사원)씨는 집안의 화목을 유지할 수 있는 자질이 좋은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모(29·회사원)씨는 “예쁜 여자가 좋다.”면서 “외모가 최고”라고 솔직하게 답변했다.특히 34∼39세 남성의 30.8%는 외모를 첫째 조건으로 꼽았다.흔히 결혼 적령기로 일컬어지는 30∼33세의 18.2%를 크게 앞지르는 등 결혼 적령기가 지난 남자는 외모에 더욱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경제력’은 여성의 51.5%가 ‘내 남자의 조건’으로 꼽았지만,남성은 1.6%만이 첫째 조건으로 꼽았다.여성의 사회진출이 많기는 하지만 남성들은 아직도 가정의 경제력은 남성이 책임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반려자를 만나고 싶은 방식’으로는 ‘오랜 친구에서 애인으로’가 29.5%로 가장 많았다.‘주위의 소개나 중매로’가 25.4%,‘어느 날 갑자기 운명적으로’가 23.8%로 뒤따랐다. 이동혁(29·회사원)씨는 “편하게 친구같이 만나다 필(feel)받아서 손잡는 것이 좋다.”면서 “좋아하는 마음도 만나다 보면 생기는 것이지 첫눈에 반해본 적도 없고,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어야 이성적으로도 그런 감정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박준성씨도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는 오래 알고 지내면서 서로의 장단점이나 습관까지 아는 사람이 아무래도 편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운명적 만남’을 선택한 신씨도 “같은 직장에서 만나거나,알고 지내던 여성과 사랑이 싹튼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여성의 48%가 ‘어느 날 갑자기 운명적으로’ 만나는 것이 좋다고 답한 것에 비하면 남성들은 보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선호하는 셈이다. 그러나 권영제(30·회사원)씨는 “옛날에는 동호회나 직장에서 만났으면 했는데,요즘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그냥 중매로 빨리 끝내고 싶다.”고 답했다.‘주위의 소개나 중매’로 만나고 싶다는 남성이 20대는 12.8%에 불과했지만 30대로 접어들면 31%대로 2배 넘게 높아졌다. 신부감의 단점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으로는 ‘외도나 바람기’를 꼽은 사람이 58.2%로 가장 많았다.남녀 모두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동현(29·교사)씨는 “결혼은 두 사람의 신뢰가 제일인데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또한 여성들의 답변에는 없던 ‘스스로를 가꾸지 않는 게으름’을 택한 남성도 19.7%나 됐다. 가사노동에 대한 질문에는 ‘실질적으로 반반으로 분담할 용의가 있다.’가 44.3%,‘아내가 바쁠 때는 도맡을 용의가 있다.’가 32.8%를 차지했다.대부분의 남성이 가사를 돌볼 용의가 있다고 답한 셈이다. 박준성씨는 “이건 누가 하고 저건 누가 하는 식으로 정해놓고 분담하는 역할분담은 별로”라면서 “그때그때 덜 바쁜 사람이 하면 되지 않느냐.”고 답했다.기계적인 공동부담보다는 융통성 있는 분담을 원하고 있었다. “아내가 동거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라는 질문에는 29.5%가 ‘자초지종을 들어보고 결정한다.’고 대답했다.‘완전히 끝난 관계라면 상관없다.’와 ‘사랑한다면 가능한 한 인내하고 용서한다.’가 25.4%로 같았고,‘무조건 헤어진다.’도 18.9%였다. 홍동현씨는 “결혼 전 동거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면서 “그런 것을 숨기는 건 문제지만 솔직히 털어놓고 다른 미래를 약속한다면 문제 없다.”고 말했다. 장모(28·회사원)씨는 “하지만 일부러 속인 것이라면 보복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라고 말해 ‘쿨’한 답변을 한 속내에도 적지 않은 고민이 있음을 반영했다. 김효섭 이효용기자 newworld@seoul.co.kr
  • 2030 미혼녀가 꼽은 ‘내 남자의 조건’

    2030 미혼녀가 꼽은 ‘내 남자의 조건’

    초등학교 동창으로 풋사랑의 추억이 있는 서른두 살 동갑내기.알고 지낸 시간 25년. 전세 오피스텔에 사는 월급쟁이 외과 전문의.수입의 3분의1은 시골 부모님께 보내야 하고 외모는 비교적 훤칠함.아버지 환갑 때 손주를 안겨드리고 싶다며 당장 결혼하자 하고 아이는 적어도 셋은 낳아야 한다고 혼자 들떠 있음.37세 이혼남.준종합병원 원장의 막내아들.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아버지 병원에서 일하는 보기보다 튼실한 남자.외모 준수에 경제력은 막강.결혼은 10년쯤 기다려 줄 수 있고 일하는 아내를 위해 아기는 없어도 된다는 ‘쿨’한 남자.일로 만난 탓에 아직 친구 같은 편안함은 없다.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주인공 신영 앞에 있는 두 남자의 모습이다.만약 당신이라면 누구를 택하겠는가.인생의 반려자를 결정하기까지는 수많은 조건들을 이리저리 재고 따져보기 마련.2030 미혼녀들이 꼽는 ‘내 남자의 조건’을 들어본다. 최근 창간된 미혼남녀 전문 잡지 ‘싱글즈’가 25∼35세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서면 및 인터넷으로 조사한 결과 51.5%가 ‘이것만은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조건’으로 ‘경제력’을 꼽았다.‘성격’이 24.5%로 뒤를 이었고 외모·직업·가정환경 등은 1∼4%씩에 그쳤다. ●제1조건은 “경제력” 52%·“성격” 25% 이같은 조사 결과에 회사원 한은정(30)씨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요즘같이 불안한 세상에 내가 아무리 같이 번다고 해도 남편의 돈벌이는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단언했다.대학원생 임수진(26)씨도 “경제력이 없으면 매사에 자유롭지 못하다.”고 공감을 표시했다.그러나 “건물 몇개 하는 식으로 돈 자체가 목적이 되면 그 결혼은 이미 피폐한 것”이라면서 “기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면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성격’을 꼽은 회사원 임윤숙(26)씨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성격이 더러우면 말짱 꽝”이라고 주장했다.대학원생 황재랑(26)씨도 “돈이란 있다가도 없는 것”이라면서 “현재보다는 앞으로의 잠재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랑감의 단점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으로는 ‘외도로 이어질 바람기’를 꼽은 사람이 31%로 가장 많았다.‘노름’이 21%,‘경제적 무능력’이 20%로 뒤를 이었다. 회사원 이은하(23)씨는 “노름하는 남자,바람기 많은 남자는 절대 만나지 말자는 게 내 신조”라면서 “이 두 가지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배려를 배제한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황재랑씨도 “결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이라면서 “욕구는 이해할 수 있으나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참을 수도 믿을 수도 없다.”고 동의했다. ●남자가 동거 경험 있다면 “헤어진다” “상관없다” 각각 19% 결혼하려는 남자가 전에 동거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자초지종을 들어보고 결정한다.’고 대답한 미혼 여성이 29.5%로 가장 많았다.‘상대에 따라 결정한다.’가 21%,‘곧바로 헤어진다.’와 ‘완전히 끝난 관계라면 상관없다.’가 각각 19%로 팽팽했다.‘사랑한다면 피눈물 삼키며 용서한다.’가 6%,‘괜찮다.나도 과거에 남자 있었다.’도 5.5%를 차지했다. 회사원 조연주(24)씨는 “정말 어려운 문제지만 충분한 대화가 먼저”라면서 “서로가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회사원 배지현(25)씨는 “일단 들어보기는 하겠지만 계속 그 앙금이 남아 힘들 것”이라면서 “차라리 지금 힘들어도 헤어지는 것이 서로를 위해 나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반면 회사원 이상은(24)씨는 “과거는 과거일 뿐,완전히 끝난 거라면 상관없다.”는 의견이었다. 결혼을 한 뒤 남편에 대한 가사노동의 기대치는 얼마나 될까.‘내가 바쁠 때는 남편이 도맡을 수도 있어야 한다.’가 48.5%로 ‘완전 공동부담’ 24%를 크게 앞질렀다.기계적인 공동부담보다는 바쁠 때는 융통성을 발휘해 분담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설거지·빨래 정도 시킨다.’가 9%,‘청소기 돌리는 정도의 성의만 보이면 된다.’가 5.5%였다.1%에 그친 ‘내 남자 손끝에 물을 묻히게 할 수 없다.’는 항목에는 질문 자체에 거부감을 보인 여성들이 많았다. ●“운명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 ‘운명적인 사랑’을 믿습니까.44.5%가 ‘그 운명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답했다.‘운명적 사랑은 있다.’가 24%,‘현재 운명을 기다리고 있는데 가끔 혼란스럽다.’가 17%를 차지했다.‘난 이미 내 운명을 만났다.’가 6%,‘운명적 사랑은 없다.’가 5.5%로 비슷했다. 대학원생 곽영진(26)씨는 “사랑이란 누구와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때그때의 상황에 영향을 받는 것일 뿐,운명이란 만들어 가는 것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했다.임수진씨도 “내가 사랑을 하고 싶을 때 나타나는 사람을 그냥 운명이라고 믿는 측면이 큰 것 같다.”고 거들었다.반면 회사원 이상은(24)씨는 “가끔 모르는 사람을 보고 심장이 뛸 때가 있다.”면서 “언젠가는 운명적 사랑이 나타날 것을 믿는다.”고 기대했다. ‘내 남자를 만나고 싶은 방식’으로는 ‘어느날 갑자기 운명적으로’가 48%로 가장 많았고 ‘오랜 친구에서 애인으로’가 32%로 뒤따랐다.곽영진씨는 “모르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면서 “성격·성품을 속속들이 알고 친밀함 속에서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에게서 진정한 사랑이 싹튼다.”고 강조했다. 조사를 진행한 ‘싱글즈’의 임지혜(30) 에디터는 “절반 이상이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경제력을 꼽은 것은 재미있는 결과”라면서 “전에는 유머감각 등이 많이 꼽혔지만,극심한 경제 불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효용 이재훈기자 utility@seoul.co.kr
  • 청계천 헌책방 시름 “어떻게 1년 더 버티나”

    청계천 헌책방 시름 “어떻게 1년 더 버티나”

    “청계천 복원공사를 시작한 뒤부터는 가게를 내놓아도 나가지를 않아.”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 15년째 성문서적을 운영하고 있는 현만수(49)씨에게 던진 질문은 “요즘 헌책이 잘 팔리느냐.”는 것이었다.그런데 느닷없이 “가게가 안팔린다.”고 하니….서울 청계천 6∼7가 평화시장에 자리한 헌책방거리는 그렇게 가라앉아 있었다. 13일 찾아간 청계천의 헌책방 주인들은 “문을 닫을 수는 없으니 적자를 보면서도 개점휴업 상태로 버틴다.”고 입을 모았다.열개나 되던 버스노선이 두개로 줄었고,택시고 자가용이고 청계천길에 들어섰다 하면 먼지날리는 공사판에서 한시간씩 정체되기 일쑤니 누군들 찾아오고 싶겠느냐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공사가 시작된 지 1년 1개월.헌책방 주인들은 폭염 속에 지쳐있었다.그렇지만 앞으로 1년뒤 공사가 끝나 ‘청계천 시대’가 되면 헌책방거리가 대표적인 문화공간이 되리라는 기대를 숨기는 이 또한 없었다.이들은 “완공 때까지 1년만 버티면…”하면서 마음을 다지고 있었다.그러나 누가 “1년은 어떻게 버티지?”하면 표정은 다시 어두워졌다. ●하루 서너권이 고작…현상유지도 어려워 현씨의 2.5평 남짓한 가게 안에는 1만여권의 책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정확히 책을 집어내는 손놀림은 신기(神技)에 가깝다.현씨는 대뜸 서울시를 꼬집고 나선다.“지난 2일부터 가게 앞에 책을 진열해 놓는 것을 단속하고 있어요.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것인데,재래시장은 자랑하고픈 상품을 내놓는 것이 전통이자 문화예요.”융통성을 발휘해 달라는 주문이다. 30분 남짓 됐을까.손님인가 했더니,외상값을 받으러 온 도매상이다.현씨는 “하루에 서너권 파는 날이 허다하니,말일에 적금 해약해 외상 갚는 데 바쁘다.”고 했다.“나만 해도 가게세 70만원에 관리비 15만원이 벅차 지난해 말부터 매달 100만∼200만원씩 적자가 나고 있어요.” “박목월 선생의 ‘문장대백과’있나요.” 첫 손님이다.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남편을 위해 왔다는 김형예(49·용산구 동부이촌동)씨는 “청계천도 푸근한 맛은 많이 없어진 것 같다.”면서도 “여느 서점에서 구하기 어려운 보물들이 많다.”고 헌책방 예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헌책방 불황은 빈부의 양극화 탓 헌책방의 불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한때 150개에 이르던 청계천 헌책방은 이제 50여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몇년전 외환위기를 전후해서는 반짝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같은 불황이라도 요즘은 빈부가 아예 양극으로 갈려 돈 있는 사람은 새 것을 사고,돈 없는 사람은 헌책조차 사볼 여유도 없다고 책집 주인들은 불황의 이유를 분석한다. 이들은 “복원공사가 마무리되면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안고 산다.”고 했다.‘장사꾼’이기는 하지만 책을 다루기에 ‘문화인’이라는 긍지도 숨기지 않았다.34년 동안 거창서점을 운영하는 고경종(58)씨는 “문화의 매개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고 손님들이 찾던 책을 만났을 때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큰 보람”이라면서 “공사가 끝나면 지금보다야 낫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그러나 불안감도 만만찮다.2대째 책방을 운영하는 김용호(31)씨는 “공사가 끝나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다른 소비 업종이 덤비지 않겠느냐.”면서 “홍대 앞이 문화지구로 지정된 뒤 임대료가 크게 오르며 소극장들이 겨나듯,여기도 사람들이 몰려들고 가게세가 뛰면 헌책방은 더욱 더 견딜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화정책적 차원의 지원 기대 활로를 찾으려 이런저런 시도도 한다.몇몇 젊은층은 인터넷 헌책 판매도 해 그런대로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하지만 헌책방 주인의 주류를 이루는 50∼60대는 ‘컴맹’이 대부분이니 엄두도 내지 못한다.답답한 마음에 비슷한 연배의 헌책방 주인 9명이 ‘들은 풍월’로 연합 사이트 같은 것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얘기도 했지만 주도할 사람은 없다. 현씨는 “40년 된 전통 거리를 문화적으로 보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인터넷 헌책 경매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이응민(40)씨는 “우리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지혜의 보고인 헌책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 한 헌책방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청계천 완공을 앞두고 헌책방 주인들도 활로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만,문화정책적인 차원의 지원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출자제한 폐지’ 與·與 갈등

    재계 현안인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폐지 및 완화 가능성을 시사해 논란이 예상된다.이는 열린우리당의 당론 및 참여정부의 시장개혁 로드맵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추진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특보인 김혁규 국회 규제개혁특위 위원장 내정자는 9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살리기를 위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정책위원회,경제관련 3개 특위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번엔 완성품에 가까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고 작심하고 있다.”며 “모든 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 “규제개혁에 포함된다 안된다 하지 말고,완화돼야 할 규제라면 테이블에 올려놓고 토론·논의해야 한다.”며 원점 재검토 의사를 강력히 피력했다. 김 내정자는 “출자총액제는 규제에 속하는 문제이자,예민한 문제”라고 규정한 뒤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당 지도부,정부 등과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그는 그러나 참여정부의 시장개혁 로드맵과 관련해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고 융통성과 유연성이 있어야만 한다.”면서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원칙만을 고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공을 폈다. 이는 홍재형 정책위의장이 “시장의 경쟁촉진과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시장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출자총액제,금융사 의결권 제한 등은 로드맵에 따라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당론’을 맞받아친 것이다. 규제개혁특위 열린우리당 간사인 김종률 의원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기업경영이나 투자에 애로가 된다면 특위 차원에서 규제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김 내정자를 편들었다. 김 내정자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및 완화와 관련,청와대와의 ‘교감’도 시사했다. 그는 “올해 초 노 대통령을 만나 기업들이 노사문제와 각종 규제 때문에 기업하기 어렵다며 해외로 빠져 나간다.노사문제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하기 어렵지만,규제개혁은 정부·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공무원에게 맡기기보다 정치권에서 추진해야 체감적인 규제개혁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고,노 대통령은 “정치권에서 잘해보라.”고 격려했다는 것이다. 규제개혁특위 위원들이 출자총액제한 완화를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자,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여전히 “출자총액제한제 유지가 당론”이라며 제동을 걸었다.천정배 원내대표는 “(출자총액제한제 유지는) 당과 참여정부의 주요 당론”이라며 “특위 활동 시작 전에 폐지,완화를 얘기하고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홍 정책위의장 역시 김 위원장의 원점 재검토 가능성 시사에 대해 “국회 규제개혁특위 위원장이니 야당과 협상을 고려해 입장을 열어놓은 것 아니냐.”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처럼 열린우리당 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석중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은 “최근 삼성 전계열사의 부채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지면서 출자총액제한에서 벗어나는 등 실효성이 떨어졌다.”면서 “이 제도가 재계로서는 투자기피의 좋은 핑계거리가 되는 만큼,차라리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자총액제한제 재벌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계열사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회사 자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한도를 순자산의 25% 미만으로 규정한 공정거래법의 규제사항.참여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 존속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반면에 재계는 기업경영권 방어 등을 이유로 출자총액제한제의 폐지 또는 출자총액 상한선의 40%로의 상향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문소영 박록삼기자 symun@seoul.co.kr
  • [씨줄날줄] 한글날 국경일/김경홍 논설위원

    1949년 제정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은 단출하다.3개조로 구성된 법률 제1조는 ‘국가의 경사로운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국경일을 정한다.’고 되어 있고,제2조는 3·1절,제헌절,광복절,개천절을 국경일로 한다고 되어있다.제3조는 시행일에 관한 규정이다.아마 법률 가운데 가장 짧은 법률이 아닌가 싶다. 이 국경일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제출됐다.여야 의원 67명이 현재 기념일로 돼 있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시키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낸 것이다.그동안 여러차례 같은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번번이 좌절됐다.‘한글학회’나 ‘우리말살리기 겨레모임’ 등 한글단체들은 한글날을 반드시 국경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고,또 공감대를 넓혀나가고 있다. 비단 한글단체의 호소가 아니더라도 한글을 기리는 일은 당연히 우리들의 몫이다.지난 1997년 유네스코는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한글의 과학적 구조와 독창적인 우수성을 인정했다.따라서 지금 한글세대로 구성된 국회 분위기로 보면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시키는 문제는 상당한 호응을 받을 것으로 짐작된다.국회의원 명패도 한글로 바뀌고 있고,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의원은 한자로 국(國)자가 새겨진 배지를 달지 않고 한글문화연대와 동아리 학생들이 만들어준,한글로 ‘국회’가 새겨진 배지를 달고 다닌다.좀 튀는 행동 같지만 한글사랑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한글 창제가 국가의 경사인 것은 틀림없다.그래서 국경일로 지정한다고 해도 손색이 없다.하지만 한글날의 국경일 지정은 공휴일 문제와 연계해 좀 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현행 ‘공휴일에 관한 규정’은 국경일과 설날,추석,기독탄신일,석가탄신일,어린이날,식목일 등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달력에 빨간글자로 씌어진,한마디로 노는 날이다.한글날도 공휴일이었다가 지난 91년 “10월달에 노는 날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노는 날이 많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식목일 등을 공휴일에서 제외하자는 논의도 활발하고 주5일제 실시 등으로 설득력도 얻고 있다.그래서 한글날을 국경일로 하자는 뜻은 살리되 국경일에 관한 규정을 고쳐 놀지 않는 국경일로 하는 융통성도 생각해 볼 만하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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