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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신생 협동조합 과제는 경쟁력 확보/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기고] 신생 협동조합 과제는 경쟁력 확보/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지 6개월 만에 협동조합이 1200여개 설립됐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37개로 적은 편이지만 연합회도 4개나 설립됐다. 하지만 사회적 반향은 아직 잔잔한 편이다. 기대가 컷던 탓일까, 아니면 경영상 또는 우리 토양 부적응의 문제일까. 협동조합의 날(6일)을 맞아 신생 협동조합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안착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해 본다. 통계적으로 보면 출발은 신선해 보인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 말까지 6개월 동안 1210개의 조합이 설립됐고 조합원 수는 2만 6000명에 이른다. 조합 관리를 위해 대표와 이사, 감사, 직원 등 최소 5명만 선임됐어도 일자리가 6000개 이상 창출된 셈이다. 평균 조합원 수는 22명이지만 100명 이상인 조합은 23개, 10명 이하인 곳은 393개로 소규모가 많다. 평균 출자금은 220만원. 1억원 이상은 64개, 500만원 이하는 625개로 소자본 조합이 절반이다. 업종도 제조, 도소매업, 교육, 의료, 사회복지, 예술, 에너지, 농림축산 등 다양하다.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자본 조달과 경쟁력 확보가 관건인데, 협동조합 자본의 성격상 쉬운 일이 아니다. 북미나 유럽처럼 자본조달이 용이하도록 1인당 출자한도 확대, 총출자액의 일정비율을 비조합원에게 출자 개방, 주식시장 상장 등 융통성이 필요하다. 검증된 가장 큰 경쟁력은 윤리적 경영이다. 안전한 농식품, 공정한 가격, 윤리적 경영 등 기본에 충실한 협동조합들은 위기 속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생존을 위해 협동조합과 기업이 상호 수렴해 가고 있지만, 시작하는 우리로선 무엇보다 협동조합 기본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동조합은 가슴이 먼저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협동조합을 통해 큰 소득을 올리는 게 목적이라면 시작하지 않는 게 나을 것이다. 1844년 영국에서 최초로 로치데일 협동조합이 싹틀 때부터 오늘날까지 협동조합은 자본력이 아닌, 사회의 든든한 자양분으로서의 소임이 중요했다. 주식회사가 주주 이익에 최고의 가치를 둔다면,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에 목적을 둔다. 1인 1표의 민주적 의사결정과 사업 이용에 따른 이익분배 등 절차적 측면에서도 확연히 다르다. 조합원이 되는 데는 일정한 자격요건이 필요하고 객관적 심사와 가입승낙의 절차가 필요하다. 가입기준이 자본(돈)이 아니기 때문에, 자본이익을 위해 시작했다면 돈으로 인해 쌓아온 조합원 간 신의도 깨질 수 있다. 끝없는 욕망을 좇던 자본주의가 부작용을 나타내자 따뜻한 자본주의와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되었고,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부각되고 있다. 공정한 분배와 정신적 유대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고유의 가치가 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협동조합 임원은 명예직인 경우가 많고 자본력도 크지 않아 전문성과 책임감에서 미흡하다. 민주절차에 따른 의사결정의 지연을 극복하기 위해 상시 대면 접촉도 중요하다. 기업엔 ‘규모의 경제’가 유리하지만 협동조합에선 때로 소규모의 대면적 가치가 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기심을 통제하지 못하면 협동조합은 영원한 이상에 머무를 것이다.
  • IQ 160 천재소년, 10살에 고교 졸업…하버드 진학

    IQ 160 천재소년, 10살에 고교 졸업…하버드 진학

    아직은 투정이나 부릴 것 같은 앳된 천재소년이 명문 하버드대 입학 수속을 밟고 있어 화제다. 멕시코 소년 루이스 로베르토 라미레스는 현재 고등학교 졸업반이다. 평범한 학생이라면 15-16살에 고등학교에 입학해 18살에 졸업하지만 라미레스는 올해 겨우 10살이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것도 3개월 전이다. 1개월만 있으면 졸업이다. 보통 3년 걸리는 고등학교 과정을 4개월 만에 마치면 그는 하버드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소년은 하버드에서 양자공학을 전공할 계획이다. ’멕시코의 아인슈타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라미레스는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4살에 스스로 글을 깨우쳤고, 5살엔 독학으로 영어를 배우더니 프랑스어까지 익혔다. 지금은 중국어도 공부하고 있다. 자식에게 무언가 범상치 않은 면이 있다고 본 부모는 9살에 지능지수(IQ) 검사를 받았다. 소년의 IQ는 알버트 아인슈타인(160)과 비슷한 152-160으로 나왔다. 그에겐 천재 판정이 내려졌다. 부노는 당장 자식에게 특별교육을 받게 했다. 고등학교를 4개월 만에 마치게 된 것도 전 과정을 이수한다면 교육기간을 융통성 있게 맞춰주겠다는 고등학교의 배려 덕분이었다. 학교 관계자는 “라미레스가 입학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전 교육과정의 60%를 최고의 성적으로 이수했다”고 말했다. 라미레스는 하버드에서 양자공학을 전공한 뒤 창업을 꿈꾸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회사를 만들어 내가 만든 물건을 팔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여야, 남북 당국회담 무산에 훈수

    여야는 12일 남북 당국회담이 수석대표의 ‘격’을 놓고 대립 끝에 무산된 것과 관련해 각기 다른 ‘훈수’와 대안을 내놓았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남북 양측이 미리 직급 대조표를 만들고 회담 중요도에 따라 수석대표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북한이 많은 국민과 국제사회의 기대를 저버리고 일방적으로 대표단 파견을 보류함으로써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대북 전문가가 (북측 수석대표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을 장관급에 걸맞은 지위로 판단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우리 측 수석대표인 통일부 차관을 문제 삼아 대표단 파견을 보류했는데 우리를 동등한 대화 상대로 생각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북한이 미·중 및 한·중 정상회담에 맞춰 대화를 제의한 것은 그만큼 입장이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지만 북한이 쉽게 변할 것으로 기대하면 너무 성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북한 직급체계가 우리와 다르고 회담은 양측 모두 훈령을 토대로 진행하는 만큼 수석대표의 ‘격’에 얽매이지 말고 융통성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 특사로 나서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차라리 총리급 회담으로 격상시켜 현안을 풀어나가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전향적 제안을 내놨다. 박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내정해 놓고 북측 대표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요청했던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북측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장을 우리나라 공무원의 국장 직급과 같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면서 “북측의 지휘 체계를 고려하면 조평통 서기국장은 장관급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통·반장과 화목한 데이트… 민원 해결도 ‘술술’

    통·반장과 화목한 데이트… 민원 해결도 ‘술술’

    “여러 채널로 지역 민원 이야기 등을 듣긴 하지만, 주민들이 구청에 바라는 게 무엇인지 직접 챙기려고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 “신흥동 108계단에 에스컬레이터 좀 설치해주세요. 나이 든 사람은 오르내리기 무척 힘듭니다.”(윤주병 용산2동 15통 4반장) 지난 4일 용산2가 동주민센터 3층 강당에 통장 20명, 반장 122명이 한데 모였다. 구청이 마련한 가가호호 행정서비스 ‘통·반장에게 듣는다’라는 자리다. 성 구청장과 통·반장은 지난달 30일부터 7월 23일까지 매주 2회씩(주로 화·목요일, 1일 1개동) 동주민센터 등에서 민원 및 문제점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눈다. 이날 성 구청장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통·반장들의 민원은 줄을 이었다. 민원의 종류도 불법 주차 단속, 우범지역 단속 등으로 다양했다. 안병규 12통장은 “최근 민원 때문에 신흥로 20길 주차단속을 강력하게 하고 있다”면서 “주차단속을 야간이나 주말에 일괄적으로 할 게 아니라 진짜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차량 등을 단속해달라. 급한 볼 일로 1~2분 주차하는 것까지 단속하는 건 무리인 듯하다”고 주문했다. 성 구청장은 “융통성이 필요한 곳에 대해선 완화하겠다”고 답했다. 김순이 10통 4반장은 “지난겨울, 특히 밤중에 눈이 많이 와서 길이 꽁꽁 얼었다. 이럴 경우 염화칼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고 질의했다. 성 구청장은 “통장님 집주변 등에 보관함이 있다. 회의 등을 통해 많이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용산은 전국 자치구 중 처음으로 눈을 녹이는 성질의 제설용 물을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의 ‘통·반장에게 듣는다’ 행사에 대한 통·반장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권정선 3통 1반장은 “몇 달 전에도 비슷한 행사가 있었는데 통반장들의 제기한 민원이 행정으로 이어지는 등 효과가 높아 통·반장들의 호응이 높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섣불리 이르기는 뭣하겠으나, 적당을 소탕하는 데 원상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은 비켜날 데 없는 사실이겠습니다. 그러나 모진 놈 곁에 섰다가 날벼락 맞더라고 수하에 거느린 죄 없는 차인꾼이나 보행꾼 들이 애꿎은 까마귀밥이 될까 걱정입니다. 개중에는 처자를 둔 위인들도 없지 않기 때문이지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겠네. 그들 역시 원상들과 팔자를 같이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원상들이 없었다면, 다리품 팔아 생업을 유지할 수 있겠나. 그건 그렇고 임자는 왜 아직 미장가인가? 아직도 맞춤한 아낙을 찾지 못했나?” “반수님의 말씀을 따르다 보니 아직 물색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내 탓이라니? 그 무슨 해괴한 말인가?” “4, 5년 전에 정색하고 하신 말씀 잊으셨습니까? 하루의 화근은 식전에 취한 술이요, 1년의 화근은 발에 끼는 갖신이요, 평생 화근은 성품 고약한 안해라 하지 않았습니까. 계집은 믿을 수가 없으니 집을 떠나갈 때도 행선지를 말하지 말라 하였지 않습니까. 믿을 수 없는 족속을 안해로 맞이할 바에는 엄지머리로 사는 것이 속 편한 일이겠지요.” “어허,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나도 쓸개 빠진 위인이란 소릴 들어도 싸네.” “그 말씀뿐만 아닙니다. 장사를 나갈 때는 나중의 증거를 위하여 행선지를 알리고 관문이나 나루터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마라. 수금한 돈은 전대에 넣어 사타구니에다 숨길 일이다. 남에게 위협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로 여행할 때는 일찍 숙박을 정하고 밤에는 절대로 길을 나서지 마라. 잘 때도 속옷을 벗으면 안 된다. 예측하지 못한 사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길동무들 몰래 갈보집에 출입하지 말 것이며, 남자에게 영색을 지으며 아양하는 소년을 조심하라. 원매자(願賣者)에게 친절하고 웃는 얼굴로 대하며, 험악하고 오만한 태도를 보이지 마라. 연장자를 존중하고 나이 어린 사람에게 가혹하게 대하지 마라. 또한 약자를 속이거나 강자에게 굽신거리지도 마라. 강자도 약자도 똑같은 태도로 대하라. 큰 거래는 여러 사람과 함께 상담하고 독단이나 속단으로 하지 마라. 사물에 구애받거나 융통성이 없는 자는 실패한다. 도박꾼이나 한량은 가까이하지 마라. 또한 길가의 논다니들과 수작을 걸고 있는 사람과 마주치더라도 상관하지 마라. 군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시생은 항상 가슴에 새겨두고 있습니다.” “사상십요라고, 거기에 있는 말일세.” 반수 권재만을 하직하고 물러나 어물 도가를 찾았더니 공원 곽개천과 바른말 잘하는 배고령, 여색 밝히는 길세만, 결기 있고 면목이 단단한 최상주(崔尙州)가 내성의 어물 도가 포주인 윤기호(尹基鎬)를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그들이 10여 년 전부터 숙객으로 거래하는 윤기호는 지난날에는 소금 도가의 여립꾼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아예 도가를 꿰차고 물주 노릇하며 내성장 일경의 길미를 농단(斷)했다. 벌써 흥정이 결단이 되었는지 마침 성애를 먹고 있었다. “도감 어서 오시오.” 윤기호가 염치를 차려 벌떡 일어나 화롯가 자리를 도감에게 내주고 비켜 앉았다. 수하 행중이 바라보는 가운데 예의를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울산 포구 소산이라는 것이 언제나 그랬듯이 소금, 미역 아니면 건어물에 염장품이었다. 그러나 이들 물화가 십이령이나 고초령을 넘지 못하면 경상도 북부 일경의 대다수 고을에서는 짜든 싱겁든 명색 소금 맛을 보기 어렵고, 소금이 좋았기에 울산 포구 건어물도 마찬가지로 천세났다. 안동 상주의 주변 지역에서는 낙동강을 타고 오르는 뱃길을 따라 소금섬들이 올라온다지만, 가뭄이나 홍수가 지면 여축없이 뱃길이 막히기 때문에 수급이 들쭉날쭉하여 종잡을 수가 없었고 소금값도 올랐다 내렸다 널뛰기를 반복하였다. 울진 포구 소금 상단이 대접받게 된 까닭은 날씨가 맑으나 궂으나 여름이나 겨울이나 그들로 말미암아 수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울진산 토염은 고가에 매매되었다. 울진 포구 토염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원매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윤기호는 소금 유통을 농단하면서 구문을 받기도 하였는데, 거개가 소금 한 섬에 닷푼(分)이나 1전(錢)의 구문을 받았으나 그는 대담하게도 한 섬에 2전의 구문을 받았다. 울진산 토염이란 명분 때문이었다. 소금 유통에 대한 주인권(主人權)*이 있었는데, 그 권리가 매매나 상속 혹은 양도되기도 하여 400냥 이상 나가기도 하였다. 윤기호가 노리는 것은 어물 도가의 농단만이 아니었다. 울진 질청의 아전들을 부추겨 염전을 사들이려 한다는 소문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울진 소금 상단이 자신의 농단을 언제부턴가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상단 몰래 잠은도매(潛隱盜賣)를 예사롭게 저질렀다. 그것은 물어볼 것도 없이 장시의 법도를 어지럽히는 행위였다. *주인권(主人權):요사이 권리금
  • [사설] 화상 국무회의와 화상 국회 상임위 병행해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64일 만에 처음으로 국무회의가 영상으로 진행됐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엊그제 정부세종청사 회의장에서 국토교통부 등 6개 부처 장관과 함께 정부서울청사의 국무위원들과 화상회의를 갖고 22개 안건을 의결했다. 세종시 부처 공무원들의 서울 출퇴근으로 행정 비효율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영상 국무회의는 앞으로 더욱 자주 열려야 할 것이다. “국회 대기인원을 줄이고 화상회의나 스마트워크 등을 활용해 세종시가 행정 중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자”는 정 총리의 당부가 허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9월 이후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행정 비효율은 심해지면 심해졌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얼마 전 서울청사 9층에 총리 집무실 및 접견실, 실·국장 및 직원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서울과 세종시에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었다. 이 같은 사정은 기재부 등 다른 부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다 보니 국무총리와 기재부 장관 등 주요 국무위원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업무를 보고 세종시에서는 1주일에 하루 정도 머문다고 한다. 총리, 장관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들이 대부분 서울에 상주하니 직원들도 수시로 서울로 출장을 간다. 기재부의 경우 한 달 출장비가 3억원에 이르는 등 예산이 바닥날 상황이라고 한다. 이렇게 된 것은 청와대나 국회에 대면 보고를 하는 등 경직된 행정문화가 변하지 않고 있는 탓이 크다. 장차관들은 대통령 보고와 국무회의 등을 이유로 서울에 체류하고 공무원들도 이를 핑계로 서울에 머문다. 국회도 예결위와 각 상임위에 장차관을 출석시키고, 장차관들은 실·국장을, 실·국장은 과장·사무관을 대기시키니 세종시는 텅텅 비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세종시가 행정중심도시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국회부터 변해야 한다. 서울에서 회의를 하는 것을 줄이고 업무보고도 화상으로 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부여해야 한다. 특정요일에는 서울에 머물면서 업무를 보는 집중근무제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회도 필요할 때만 장차관을 부르는 등 여의도 호출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상임위는 세종시에서 여는 것을 상례화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협회나 기관들도 의전문화를 실무적으로 개선해 불필요한 행사에 장관 참석을 고집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창조경제’ 주창자 인터뷰] 새 아이디어 자체가 새 직업이 되는 사회 그게 창조적 생태계

    [‘창조경제’ 주창자 인터뷰] 새 아이디어 자체가 새 직업이 되는 사회 그게 창조적 생태계

     지난 2월말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창조경제’는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를 상징하는 국정과제의 기조이자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기업에 이르기까지 당장 실천하고 추구해야할 절대적인 가치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뜻이 무엇이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창조경제에 대한 모든 글과 발표자료에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가 2001년 펴낸 책 ‘창조경제’(Creative economy)에서 처음 사용했다”는 것이다. 2009년 창조경영연구회를 조직, 이 개념을 한국에 처음 도입해 한국형 창조경제의 틀을 제공한 이민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도 “호킨스의 개념에서 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신문은 호킨스와의 전화·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용어와 슬로건만 있을 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창조경제가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호킨스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킨스는 “창조경제는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닌, 이미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사례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창조경제를 이루는 것은 결국 경영인의 몫이지만, 한국처럼 정부가 산업 개발이 정부 주도로 이뤄졌던 나라에는 정부가 규제의 완급조절을 통해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조경제의 명확한 개념에 대해 논란이 많다. 도대체 창조경제란 무엇인가.  -창조경제의 핵심개념은 아이디어를 이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이다. 과거의 경제는 주로 토지·대량고용·자본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왔다. 창조경제에서도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들이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투입과 산출, 시장가치는 토지, 대량고용, 자본보다는 아이디어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면, 디자이너는 작업실과 전시실이 필요하다. 하지만 작품의 가치는 이런 물리적 투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영역이다. 바이어들은 “작품이 마음에 드나”“작품이 멋진가”“작품이 기쁨을 주나”“작품이 뭔가를 깨닫게 해주나”를 묻고 그것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결정되고 가격이 매겨진다. 결국 창조경제는 기술·자산·계약·관리·가격형성 등 가치사슬 자체가 모두 과거와는 달라진 아이디어가 지배하는 새로운 체제를 의미한다.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예술을 예로 들었지만, 창조경제는 무형자산 형태의 모든 결과물과 서비스에 해당되고, 농업과 제조업 등 나아가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중국에는 이미 농업분야에서 창의성, 창조성을 점검하는 기술전담반이 있고 현재 전세계 도시 설계와 관리의 핵심은 건축물의 수나 부동산 가격이 아닌, 창조성으로 재편된지 오래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은 가격경쟁력보다는 디자인으로 제품을 차별화하면서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개선해나가고,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기존에 있었고, 그 개념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나이키가 신발을 파는 기업인가. 그들이 파는 건 스타일과 참신함이고, 이미지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반면 창조경제가 구현되기 어려운 분야도 있다. 반도체를 주문생산하는 공장은 반도체 설계자들의 트렌드를 구현하는데 점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디어의 발전 속도를 단순한 기술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2001년 출간된 창조경제는 영화, 예술 등 문화산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창조경제에 대한 첫 아이디어는 예술·문화·대중매체·디자인 영역에서 시작된 것이 맞다. 300년 이상 진행된 기존 산업구조의 개혁을 주장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검증하기 위해서는 테스트베드가 필요한데, 창조경제의 경우 이 분야들이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은 창조적 생태계가 자리잡기 위한 좋은 시금석이 된다. “사람들은 미(美)를 이해하는가” “사람들은 더 잘 이해하기를 원하는가”“사람들은 우아함과 스타일에 가치를 두는가”와 같은 고민들은 생산자는 물론 고객의 태도와 행동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스티브 잡스는 소프트웨어 기술만큼이나 서예와 타이포그라피에 대한 지식에 큰 가치를 뒀다. 그렇다고 애플이 문화기업은 아니지 않은가.  →한국은 창조경제를 문화 뿐 아니라 산업전반으로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이 이론이 전 산업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우선 산업을 구성하는 한국사람 개개인이 삶의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이 되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창조경제는 단순히 또다른 사업영역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방법상의 개념이다. 그 개념 자체에 매몰되면 안된다는 뜻이다. 창조경제는 모든 사람이 개발할 수 있는 재능이나 적성과 비슷하다.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면 창조경제는 절대 구현될 수 없다. 물론 쉬운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의료서비스와 교육 같은 분야는 분명히 창조성이 필요한 분야지만, 기본적으로 이를 바라보는 환자와 의사, 교사와 학생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창조성을 강조해도 변화할 수 없다. 다만 실리콘밸리처럼 전세계적으로 창조경제를 추구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떼를 이루거나 모이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이 창조경제가 만든 창조적 생태계의 대표적인 예다.  →한국 정부는 창조경제의 핵심은 정보통신기술(ICT)에서 찾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은 가장 창조적인 영역이다. 실제로 이 두 가지는 통신망 발달과 같은 거대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냈다. 특히 미디어와 통신은 몇년에 한번씩 법 체계가 바뀌고,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한다. 창조경제 개념을 적용해 그 결과를 검증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하지만 사회적인 관점에서 모든 일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의 ICT는 산업·기술 하드웨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물론 소프트웨어로 대표되는 영역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창조경제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중 하나의 날개로는 날 수 없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드웨어를 이용한 창조경제는 사회적미디어·소셜 네트워크·사용자 생성 콘텐츠 등소프트웨어의 영역을 통해서 구현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의 지나친 강조는 너무 제한적인 시각만을 보여준다. 학교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만이 가진 코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은 소프트웨어가 기계공학만큼 중요하다는, 아니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당신이 주장했던 창조경제론은 영국에서도 그 성과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사회 전 산업으로 확장되는데 상당한 장벽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분명한 것은 대량생산으로 대표되던 산업사회는 분명 사람들의 개연적 표현과 창조성에 기반해 또다른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자. 지난 15년 동안 우리는 웹(인터넷)이 1.0에서 2.0, 현재의 3.0으로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을 목격해왔다. 중국의 경우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창조성 따위는 찾을 수 없는 단순한 모방과 주문생산공장이었지만, 지금은 전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여전히 중국이 뒤쳐져 있다고 느끼고, 사회가 변화하지 않는다는 여기면 이미 스스로 창조경제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한국처럼 역사적으로 산업이 정부 주도로 발전한 나라에서는 창조경제에 있어서도 여전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회사 구조나 운영에 대해 혁신을 이끌어내기는 힘들다. 기업의 혁신은 어디까지나 경영인의 몫이다. 정부는 나라의 모든 정책이 창조적 생태계에 적절한지를 반드시 살펴보고 점검해야 한다. 물론 엄청난 영역이다. 생각나는 것만 꼽아도 교육·훈련·세금·사회보장·산업정책·텔레콤·연구개발·경쟁정책 등이 있다. 각각의 분야에 대해 정부는 개별적으로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간섭하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창조성을 발휘하는데 장애가 되는 규제를 치워야 한다는 뜻이다. 시장개방·공정한 경쟁·신생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정책 등이 창조경제에서 우선시해야 할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이렇게 하면 창조경제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고, 분위기를 고취시킬 수 있다.  →창조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보나.  -위에서 말한 것처럼 창조경제는 개개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창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활동은 융통성이 없고 반복적인 형태로 이뤄진다. 결국 이같은 사람들이 대다수를 이루는 사회는 창조적이 되기 힘들다. 창조경제에서 개인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창조경제의 완성은 나라와 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물론, 개인적인 만족이 충족될 때 구현된다.  →한국 정부는 창조경제의 주목적 중 하나로 ‘일자리 창출’을 들고 있다. 창조경제는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창조경제는 하나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결과물의 가치 역시 다르다. 영화 같은 문화산업의 결과물은 유일무이함에서 가치가 생긴다. 하지만 제조업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분야에서 결과물의 가치는 대다수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복사할 수 있고 팔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결국 창조경제는 다양하게 구현되고, 가치 역시 하나로 통일해서 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사회적 유연성으로 연결된다. 이같은 얘기는 ‘창조경제’의 속편격인 ‘창조적 생태계 : 생각하는 일이 적절한 직업이 되는 곳’(Creative Ecologies: Where Thinking is a Proper Job)에서 다룬 바 있다. 유연한 사회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 생각한 것이 곧바로 직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기존의 정해진 직업 구분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직업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창조경제 일자리 창출은 누군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아이디어가 곧 직업이 되는 것이다.  →당신 뿐 아니라 ‘메가트랜드’의 저자인 존 나이스비츠를 비롯해 전세계 석학들이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왜 중국인가.  -중국은 오랜 기간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경직된 사회에 머물러있지만, 급격히 서구적인 사고를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인들은 글로벌한 변화에 매료돼 있다. 특히 중국은 세계적인 트렌드를 중국만의 아이디어로 바꿔 발전시키는데 능하다. 이것이 결국 중국의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본다.  →한국의 창조경제에 대한 조언하자면.  -한국 정부의 새로운 시도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 ICT 산업을 비롯한 한국의 발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차례 스터디해본 바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나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ICT에 대한 다양한 보고서와 시장분석 등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한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큰 영향력을 얻어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새 정부는 이 같은 기존의 트렌드를 더 강한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할 것으로 본다. ICT가 2000년대 첫 10년에 가장 중요했다면, 두번째 10년은 창조성과 창의성의 시대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존 호킨스는 1945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킬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고, 영국 건축협회학교(AA)에서 도시디자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런던시티대와 중국 상하이창의학교 방문교수로 있다. 2011년까지 컨설팅 업체 BOP컨설팅의 회장을 맡은 바 있다. HBO와 타임워너의 유럽 지역 TV 방송 책임자로 일했고 런던영화학교 회장, 국제통신학회 이사, 유엔 고문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1년 아이디어가 산업이 되는 새로운 경제사회를 그린 ‘창조경제’를 출간, 창조경제의 원조로 불린다. 이 이론은 영국 정부가 1998년부터 추진해 온 ‘창조적 영국 정책’을 체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킨스의 창조경제론을 접한 국내 벤처기업가와 교수들이 2009년 조직한 창조경제연구회의 결과물들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창조경제를 탄생시켰다.
  • [데스크 시각] 유모 국가와 빅 브러더/이순녀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유모 국가와 빅 브러더/이순녀 국제부 차장

    마이클 블룸버그 미국 뉴욕시장은 시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들을 적극 추진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트랜스지방과 설탕, 염분 사용을 제한하는 한편 담뱃값 인상과 공공장소 금연, 판매점 담배 진열 규제 등 ‘흡연과의 전쟁’에도 매진하고 있다. 건강 전도사가 따로 없다. 미국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이고, 뉴욕에서만 한 해 흡연으로 7000여명이 사망한다는 통계가 제시되는 현실에서 블룸버그 시장의 초강력 정책은 많은 시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환영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그가 새로운 규제안을 내놓을 때마다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유모 국가’(nanny state)논란이다. 유모 국가는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 복지 향상을 위해 마치 유모가 어린아이 돌보듯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을 일컫는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영국의 보수당 의원이자 재무장관을 지낸 레인 매클라우드가 1965년 칼럼에서 처음 이 용어를 사용했다.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수많은 규제들로 유명한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유모 국가로 꼽힌다. 실제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인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싱가포르가 유모 국가라면 나는 내가 유모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정도가 지나치면 반감이나 부작용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유모 국가에 비판적인 이들은 정부가 공익과 선의를 명분으로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을 무차별적으로 박탈하는 행태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블룸버그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대용량 탄산음료 판매금지 조치가 지난 11일 뉴욕주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것도 재량권 남용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측면이 크다. 뉴욕시의 행보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필 브라이언트 미시시피 주지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18일 정부가 국민의 식습관을 참견할 수 없게 하는, 이른바 ‘반(反)블룸버그 법’에 서명했다. 블룸버그 시장의 민주당 동료이자 유력 차기 뉴욕시장 후보인 크리스틴 퀸 뉴욕시의회 의장도 CNN에 출연, 정부가 국민 건강에 무엇이 이롭고 해로운지를 일일이 정해주는 대신 스스로 건강한 음식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교육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모 국가에 비판적인 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국민을 판단력과 자제력이 부족한 어린아이로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하르사니가 2007년 저서 ‘유모 국가’에서 정부의 과도한 간섭이 개인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양도불가한 권리를 침해하는 현실에 우려를 표하며 “음식 독재자, 공상적 금주가, 융통성 없는 도덕주의자, 멍청한 관료들이 미국을 아동 국가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모 국가는 선의를 극대화하면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대변되는 이상적 복지국가에 도달하지만 부정적인 측면이 깊어지면 지배층의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손쉽게 침범하는 빅 브러더가 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정부의 담뱃값 인상과 과다 노출 범칙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국민건강과 공공질서 유지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방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유모 국가의 장점을 취하면서 빅 브러더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균형감과 상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coral@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반달곰’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반달곰’

    서울독립영화제는 한 해 동안 만들어진 독립영화가 모여 축제를 벌이는 공간이다. 축제의 마지막 날에는 참여 작품 중 수상작을 선정해 기쁨을 나눈다. 지난해 말에 열린 ‘서울독립영화제 2012’에선 신예 이정홍 감독의 ‘해운대소녀’가 대상을 받았다. 이 작품의 길이는 단 5분. 지금은 다수 단편영화가 쉽게 수십분을 넘기는 디지털 시대다. 작품의 길이와 작품성의 상관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상영시간이 5분에 불과한 영화가 어지간한 장편과 단편영화들을 제치고 대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도대체 얼마나 잘 만들어진 작품이기에? 소녀 이름은 최서영. 엄마와 아빠가 서영과 살짝 떨어진 곳에서 채근 중이다. 뒤로는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아이들과 잔잔한 바다와 높이 치솟은 빌딩들이 보인다. 풍경 속에 외롭게 선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아빠는 소녀에게 자신감이 모자란다며 화를 낸다. 소녀가 무엇 때문에 그리 곤란한지 알게 되자, 나는 슬며시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한국 교육의 현실, 우열의 개념이 분명하게 규정지어진 사회, 부모와 아이의 억압적 관계를 ‘해운대소녀’는 단 5분의 그릇 안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여름날, 바람처럼 자유로워야 할 바닷가 소녀는 짓눌린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해운대소녀’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영광을 안기 전, 이정홍은 ‘반달곰’이라는 50분짜리 중편영화를 연출했다. ‘반달곰’은 한겨울 잠에서 깨어난 곰 같은 청년 원석의 이야기다. 원석의 누이는 친구가 운영하는 치킨가게에 동생을 맡긴다. 추운 날씨에 힘들까 봐 비싼 외투까지 사 입혔다. 그러나 일에 별 재미를 못 느낀 원석은 PC방에서 놀다 배달용 스쿠터의 열쇠를 잃어버린다. 원석은 괜히 화가 난다. 일하라고 떠민 누이가 밉고, 형 노릇 하려는 가게 사장이 밉고, 버릇없이 구는 동네 아이들도 밉다. 사실 누구보다 미운 건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이다. 바닷가에서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던 서영의 옆얼굴이, 얼어붙은 길 위를 떠도는 원석의 뒤통수 위로 겹친다. 소녀 곁에 눈을 부라리고선 어른이 ‘반달곰’에선 스크린 바깥으로 잠시 밀려났을 뿐이다. 한국의 잘난 기성세대는 원석을 보며 혀를 끌끌 찰 것이다. 다 큰 사내 녀석의 하루 일과라고 해봐야 PC방에서 게임하다 그것도 심심하면 만화를 보는 게 전부다. 애당초 일을 하고픈 열정은 시들어 있고, 책임감과 융통성과 붙임성이 없는 원석에게 예쁜 구석이라곤 없다. 그런데 원석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사는 수많은 청춘의 초상이기도 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저 흘겨보며 흉이나 볼 텐가. ‘반달곰’은 인물의 앞을 가로막는 법이 없다. 언제나 인물의 뒤에 바짝 붙어 말과 행동을 꼼꼼히 관찰한다. 청춘의 희망과 미래에 대해 미사여구를 보태지 않으며, 인물에게 비극적 결말을 부여해 장르적으로 이용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밤길을 걸어 가게로 되돌아간 원석이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하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는 순간, 울컥 말문이 막힌다. 그건 성장이라기보다, 너덜너덜한 현실을 두고 길을 되묻고 싶은 청춘이 내뱉는 천 근짜리 한숨이다. 정신을 번쩍 차린 건 그가 아닌 나였다. 나는 기도했다. 그가 반달곰처럼 멸종하지 않기를. 그가 겨울잠을 마치고 봄바람을 맛보기를. 지난 4일 개봉했다(인디스페이스 단관). 영화평론가
  • 집권초기 김일성 모방서 탈피…‘여유·자신감’ 넘치는 카리스마

    집권초기 김일성 모방서 탈피…‘여유·자신감’ 넘치는 카리스마

    집권 1년을 넘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목소리가 집권 초기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에는 김일성 주석을 모방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신년사에서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자신감이 목소리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최근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부자의 목소리를 살펴보면 김정은이 가장 카리스마가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은 2일 지난 1일 공개된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와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에 공개된 김정은의 목소리를 비교 분석했다. 김일성의 목소리는 1994년 신년사, 김정일의 목소리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공개된 목소리를 바탕으로 했다. 발성 속도나 기본 성대 톤의 경우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김일성의 말투를 모방하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김정은의 성대 톤은 평균 117헤르츠(Hz)의 중저음으로 김일성과 비슷했다. 목소리 울림도 김정은과 김일성이 90% 이상 흡사했다. 배 소장은 “30대 초반의 김정은이 80대의 김일성 목소리 연령을 흉내 내려고 노인성 발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신년사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목소리 성대 톤의 변화가 나타났다. 김정은의 목소리는 초반에 김일성의 목소리 톤과 동일했으나 2분이 경과하면서 10% 흥분되더니 5분이 지나자 20% 격앙된 것으로 나타났다. 배 소장은 “연설 초반에는 김일성을 흉내 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 페이스로 연설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목소리 톤의 편차가 클수록 여유와 자신감, 융통성과 포용성이 커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신년사에서는 목소리 편차가 이전보다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설 목소리에서 나타나는 카리스마도 김정은이 3대 부자 중 가장 높게 측정됐다. 배 소장은 “기본 톤을 놓고 봤을 때 김정은의 톤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이는 카리스마가 강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정상 바뀐 동북아 외교 지형도] ‘日 앞세워 中 봉쇄’ 美전략에 한국 전방위 외교 필수…中 팽창주의·日 우경화 우려 속 남북관계 개선도 과제

    [정상 바뀐 동북아 외교 지형도] ‘日 앞세워 中 봉쇄’ 美전략에 한국 전방위 외교 필수…中 팽창주의·日 우경화 우려 속 남북관계 개선도 과제

    올해 2013년은 한국과 중국, 일본 모두 새로운 지도자가 동북아시아에서 격돌하는 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다음 달 대통령에 취임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오는 3월 국가주석에 오를 예정이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6일 총리에 취임했다. 한·중·일 3국의 권력이 동시에 교체된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재선에 성공해 올해부터 2기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사실상 한·미·중·일 등 4개국의 외교 정책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그런 점에서 올해 동북아 ‘외교 지형도’는 그 어느 때보다 심하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중국, 일본 현지의 서울신문 특파원들이 이를 심층 진단한다. 지난 3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등을 만났다. 하지만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의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만나게 되는 한·중·일 정상은 모두 다른 인물이다. 그만큼 올해 동북아 외교의 풍경엔 급격한 변화상이 담기게 됐다. 거의 동시에 새로 출범하게 된 동북아 3국 지도자의 공통점은 모두 ‘2세 정치인’들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모두 2세 정치인이며 연배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들 사이에 직접적인 국제 정치적 연관성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다만 2세 정치인들은 선대(先代)로부터 이념적 정통성을 부여받은 덕택에 역설적으로 보통 사람보다 더 실용적 운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올해 동북아 외교에 훈풍을 기대하는 시각이 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한국 내 보수정파의 공격이 절정에 달했던 2002년 박 당선인이 전격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 게 단적인 예다. 그러나 퇴행적 정치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일본의 특성상 아베 총리는 외교적으로 아버지 세대보다 더욱 우경화할 가능성이 있다. 아베 정권이 올해 7월 참의원 선거마저 승리할 경우 ‘평화헌법’을 개정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법제화하는 등 우경화의 길로 내달을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는 상황이다. 천문학적 재정 적자로 국방비 삭감이 불가피한 오바마 행정부가 ‘일본을 키워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적 선택을 굳힌다면 아베 정권의 우경화를 방조할 개연성이 있다. 이 경우 한국과 중국 등이 반발하면서 동북아에 큰 정치적 소용돌이가 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 한·미·일 3각 동맹도 흐트러지게 된다. 시 총서기 역시 집단 지도 체제에다 이념적으로 융통성을 발휘하기 힘든 중국 특유의 정치 체제 아래서 실용적 운신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시진핑 정권은 폐쇄적 정치 체제에 대한 중국 국민의 점증하는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목적 아래 후진타오 정권 때보다 강경한 대외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남중국해 등의 영유권 분쟁과 미국의 ‘중국 봉쇄’ 강화는 울고 싶은 데 뺨 때려 주는 격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얽히고설킨 각국의 이해관계상 갈등이 관계를 완전히 결딴내는 파국으로까지 치달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낙관론이 아직은 우세하다. 예컨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중·일이 맞붙더라도 물리적 충돌로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어찌 보면 가장 난해한 쟁점은 북한 문제다. 북한 정권은 4개국이 직접적으로 통제하기 힘든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4개국의 관계에 심각한 ‘도전’을 안겨줄 것이다. 특히 북한 정권 내부에 급변 사태가 발생한다면 동북아 정세는 예측 불허의 혼돈을 맞을 수밖에 없다. 결국 올해 동북아는 중국의 팽창을 봉쇄함으로써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려는 미국, 그런 미국을 등에 업고 ‘보통 국가’로의 변신을 호시탐탐 노리며 우경화를 꾀하는 일본, 미국의 견제를 뚫고 동북아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중국, 세계 1~3위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안보를 확보하고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도 도모해야 하는 지난한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의 외교가 전방위적으로 치열하게 각축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대선 정책검증] (3) 외교안보

    [대선 정책검증] (3) 외교안보

    대선 후보들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가치와 철학은 현 정부의 ‘원칙 있는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와 비판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수용하느냐의 문제에서 시작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신뢰’에 방점을 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큰 틀로 제시했으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평화’를 강조해 남북경제연합, 한반도 평화구상을 제시했다. 두 후보 모두 한·미 동맹의 공고화와 한·중 관계 발전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으나 현안인 북한 핵문제 해결, 남북 교류협력 방안,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에서는 조금씩 입장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외교안보 정책 전반을 실현 가능성과 참신성, 정책효과를 기준으로 볼 때 문 후보가 제시한 남북경제연합 구상의 참신성을 높게 평가했다. 북핵과 남북관계, 평화체제 문제를 병행적으로 해결하고 경제분야에서 시작해 정치분야의 통합을 이루겠다는 방안이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 상황에 비춰 진일보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남북교류의 정상화를 위해 북한이 신뢰할 만한 협력의지를 보여야 함을 전제조건으로 삼고 북한에 대해 보다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며 점진적이고 단계적 접근을 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으나 정책의 효과성 측면에서는 박 후보의 신중한 접근이 비교적 호평을 받았다. 반면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 볼 때는 두 후보 모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특히 남북관계에서는 두 후보 모두 구체적 실현 방법이 부족하고 희망사항을 언급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현 가능성 북핵문제 해법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두 후보의 입장이 단기간에 실현 가능한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됐다. 신뢰라는 전제조건을 내세운 박 후보의 공약에는 남북관계 개선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3일 박 후보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신뢰를 어떻게 증진시키느냐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면서 “북한의 선택에 따라 우리의 대북정책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북한이 NLL을 존중한다면 남북공동어로수역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하나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지, 어떻게 동시에 실현시킬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박 후보는 북한의 선(先)비핵화론에 입각해 6자회담을 거론하고 있는데 2005년 9·19 공동성명의 동시행동 원칙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가 아니라는 점에서 재개의 조건이 무엇이며 어디서 시작할지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이에 호응하기보다는 핵 억지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문 후보의 한반도 평화구상과 남북경제연합의 현실성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국제학과 교수는 “남북경제연합을 먼저 구축하자고 하지만 어떻게 경제연합을 이룰 것인지 과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유럽연합(EU)과 같은 무관세, 공동화폐, 공동 경제정책 등이 필요하며 남북 간 신뢰뿐 아니라 북한 경제체제의 개혁 등 변화가 선행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다만 “한반도 평화구상에 따른 북핵문제 해결 방안이 북핵문제를 교류협력보다 후순위로 놓기 때문에 북한의 호응을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문 후보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평화구상과 2014년 상반기에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6개국 정상 선언을 구상하고 있으나 이는 대외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예종영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도 남북경제연합 구상에 대해 “남북한 간 노동·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공동의 통화·재정·사회 정책이 가능하다고 볼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참신성 강력한 억지를 토대로 점진적 접근 방식을 취하는 박 후보의 북핵 해법에 대해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크게 다를 바 없어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 후보는 6자회담을 지속하면서 양자 접촉이나 소규모 다자접촉을 통해 대화를 활성화하고 남북 간 노력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압박과 제재, 한·미 동맹 강조, 억지를 통한 비핵화 해법이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기조와 유사하다.”고 분석했으며, 장 선임연구원은 “남북 간에 신뢰가 쌓이고 비핵화가 진전되면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에서 제시한 선비핵화론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 선임연구위원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중 3자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안은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참신하다.”고 평가했다. 문 후보의 북핵 문제와 평화체제 동시 해결론과 남북경제연합 구상은 비교적 참신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병행전략은 지난 노무현 정부 때 북핵해결이 지연되면서 임기 말 남북정상회담을 하게 돼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모두 진전을 이룰 수 없었다는 반성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양 교수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를 동시에 논의해 병렬적, 단계적으로 이행하겠다는 구상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예 교수는 “남북경제연합을 통한 통일이나 환동해·황해경제권 구상 등에서 공약의 성취 규모나 정도에서 참신성이 돋보인다.”면서도 “실현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반면 구 교수는 “박 후보의 북핵 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입장과 유사해 보일 수 있으나 원칙을 강조한 현 정부의 입장보다 좀 더 융통성을 보인다.”면서 “문 후보의 한반도 평화구상과 비핵화 로드맵은 교류협력 확대를 통해 점진적이며 단계적인 핵불능화와 대규모 경제지원, 북·미관계 개선, 평화체제 구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존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책 효과 두 후보의 정책이 가져올 파급효과와 적합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박 후보의 구상은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기 어렵고, 문 후보는 우리 국민의 정서와 북한에 대한 인식에 비춰 남남갈등 등 사회적 갈등 해소와 통합 방안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 교수는 박 후보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신뢰 구축이 우선된 후 경제협력을 추진한다는 측면에서 파급효과 면에서도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종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후보의 북핵문제 해법은 단기적으로는 해결이 어려우나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정책”이라며 “이명박 정부보다 탄력성 있는 대북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반면 장 선임연구원은 “박 후보의 북핵해결 구상은 자칫 북한의 핵억지력 강화 명분만 제공하고 실리는 그림 속의 떡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어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낼지 불투명하다.”고 비판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박 후보의 비핵화 방안은 북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후보의 한반도 평화구상과 남북경제연합 구상은 2007년 10·4 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했던 남북경제협력공동위 가동,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 구상 등과 비슷하다.”면서 “문제는 이를 둘러싸고 남남갈등이 심화되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은 필요하지만 재발방지와 신변 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면서 “정책효과성을 고려할 때 대북정책은 북한 변수뿐 아니라 우리 내부의 사회적 갈등과 통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문 후보는 한반도 평화구상을 통해 비핵화를 이룬다고 했으나 북핵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구체적 방법이 모호하다.”면서 “군 병력을 줄이고 장병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겠다고 한 공약은 자칫 상대에게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정책검증단 명단]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국제학과 교수, 박종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예종영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정종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정책과 현장 연결고리 될 수 있어 큰 보람”

    “정책과 현장 연결고리 될 수 있어 큰 보람”

    “연구직에 있으면서 만들었던 연구 결과를 행정으로 집행할 수 있어 보람이 있습니다. 민간에서는 예산이 있으면 인원을 충원할 수 있는데, 공무원에게는 모든 예산에 꼬리표가 달려 있어 필요한 인원을 그때그때 뽑을 수 없어서 힘들었습니다.”(유승직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 “정책 대상자였다가 직접 정책을 만드는 당사자가 되면서 정책과 현장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어 정말 보람이 있습니다. 다만 개방형 직위 상관을 둔 공무원들에게는 인사상 혜택이 돌아가야 민간인 전문가들이 더욱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차현미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 ●40여명 참석해 다양한 의견 나눠 2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방형 직위 민간임용자 간담회’에서는 민간인으로 일하다 공무원으로 변신한 40여명이 공직자로서 보람과 느낀 점을 진솔하게 나누었다. 매년 한두 번씩 6년째 열린 민간임용자 간담회는 행정안전부 고위공무원정책과에서 각 부처의 개방형 직위에 임용된 민간인 출신 고위 공무원의 애로사항 등을 듣고자 마련하는 자리다. 올해 간담회는 박상은 안양샘병원장이 과로사하지 않는 법 등을 설명한 건강관리 특강을 시작으로 서필언 행안부 제1차관의 우수공직자에 대한 행정안전부장관 표창 수여, 개방형직위제도 발전방향 토의 등으로 이어졌다. 장관 표창은 5개년 국가온실가스 통계 총괄관리계획을 수립한 유승직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 방위사업 원가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김승헌 방위사업청 원가회계검증단장, 아시아 장애인 10년 전략 한국안을 세운 차현미 장애인권익지원과장, 4세대 국가종합관세정보망을 구축한 최송욱 관세청 정보관리과장 등 4명에게 돌아갔다. 민간 임용자들은 대학교수, 민간기업 임원, 기자, 연구원 등 민간에서 쌓은 다양한 이력과 전문성을 공직에 성공적으로 접목시키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개방형 직위의 민간임용자는 2000년 11명에서 올해 91명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간담회에서 제기된 “계약직이기 때문에 일반직, 별정직 공무원으로 이루어진 부서를 통솔하기 어렵다.”는 등의 건의사항은 별정직과 계약직을 일반직으로 통합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제정 등으로 후속조치가 마련됐다. ●“부하직원들과 유대관계 이뤄져야” 차현미 과장은 “행정경험이 많은 부하직원이 개방형 공직자 상관과 일할 때는 더 많은 설명, 정보 공유, 유대가 이루어져야 개방형 직위 활용 효과가 발전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장애인인 차 과장은 영화 ‘도가니’ 등의 영향으로 전국 모든 장애인 시설에 ‘인권 지킴이단’을 두게 된 것은 장애인 감수성을 반영한 정책으로 꼽았다. 유승직 센터장은 “공무원이 되면서 연구소에서 일할 때와 똑같은 처우를 보장받아 행안부에서도 앞으로 이런 사례는 없을 것이라는 농담을 들었다.”며 공무원 봉급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권이 바뀌면서 녹색정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될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개방직이 네트워크가 떨어지다 보니 인력이나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데, 인원 확충이 융통성 있게 이루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3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경상남도 거제시 바다를 마주 보고 있는 언덕 위 작은 집 한 채. 이곳은 이옥순·변영수 부부의 작은 보금자리다. 식구 많은 집이 부러웠던 옥순씨는 결혼 후 8남매 대가족의 엄마가 됐다. 아이들의 등하교를 책임지는 행복한 운전기사 아빠 영수씨와 무슨 일이든 사람 좋게 웃어 넘기는 무한 긍정의 소유자 엄마 옥순씨를 만나 본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KBS2 밤 9시 55분) 마루와 재희의 관계에 대해 모두 알게 된 은기. 마루가 재희에게 복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것을 알고는 충격에 빠진다. 재희는 자신의 친오빠인 재식의 전화를 받고 불안해 하고, 재식은 자신을 찾아온 마루에게 마루의 몫까지 재희에게 복수해주겠다고 한다. ●일일연속극 그대 없인 못살아(MBC 밤 8시 15분) 현태는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평소 볼 수 없는 모습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지은의 아버지는 현태네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상도를 자신의 회사로 끌어들이려고 한다. 한편 현태 어머니는 납골당에 안치된 여성이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또다시 친딸을 찾기 시작한다. ●김종욱 찾기(SBS 오전 10시 30분) 기준은 2대8의 가르마에 호리호리한 체형,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고지식한 성격의 소유자다. 지나치게 강한 책임감과 융통성 제로에 가까운 업무 능력 덕에 회사에서 잘린 기준은 우연한 기회에 기발한 창업 아이템을 찾아 낸다. 바로 아직까지 첫사랑을 잊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첫사랑을 찾아 주는 일이다. ●선생님이 달라졌어요(EBS 밤 7시 35분) ‘아이들을 신뢰할 때 교실은 행복해진다’의 주인공은 익산 이리초등학교 5학년 2반 박근아 선생님. 박 선생님 반 아이들이 지켜야 할 규칙은 무려 20가지.아이들은 학교의 본질인 배움은 잊은 채 상벌제에 매달려 포인트에만 집중한다. 규칙의 감옥이었던 교실이 치유의 현장으로 변해가는 따뜻한 기적을 만날 수 있다. ●내셔널 트레져(OBS 오후 1시 40분) 미국 건국 초기 대통령들이 숨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어마어마한 보물을 3대째 찾고 있는 집안의 후손 벤저민. 보물을 찾아 나선 벤저민은 자료를 수집하던 중 미 독립선언문과 화폐에 결정적인 단서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벤저민은 국립 문서보관소에 전시돼 있는 독립선언문을 동료 라일리와 함께 훔쳐 낸다.
  • [공직열전 2012] (41) 농림수산식품부 (상) 고위공무원

    [공직열전 2012] (41) 농림수산식품부 (상) 고위공무원

    봄에는 이상 한파와 가뭄, 여름에는 홍수에 태풍, 가을에는 수확량 변동에 따른 물가 폭등, 겨울에는 조류인플루엔자·구제역 등 계절이 바뀔 때마다 걱정거리가 태산인 곳이 있다.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바람 잘 날 없는 농림수산식품부(당시 농림부)를 교육부, 복지부와 함께 ‘3D 부처’로 꼽았다. 내년 예산도 전 부처 가운데 유일하게 제자리걸음이다. 총지출 증액률인 5.3%에 한참 못 미치는 0.2%(2000억여원)가 증액됐지만 농촌진흥청의 전남 나주 이전 예산(2800억원)을 빼면 사실상 줄어들었다. 그래도 요즘 조직 사기는 어느 때보다 높다. 그간 정치인, 학자, 재경직 공무원이 오던 장관 자리에 농업직(기술고시)으로는 처음 서규용(기술고시 8회) 장관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서 장관은 2002년 농림부 차관으로 공직을 떠나고서도 농어민신문사장, 로컬푸드운동본부장 등을 하며 계속 농업계를 지켜 왔다. 장관 취임 이후 현장과 상황실을 지키며 점심, 저녁을 자주 도시락으로 해결해 ‘도시락 장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상길(행정고시 24회) 1차관은 2008년 미국산 소고기로 인한 촛불집회 때 주무국장인 축산국장, 2010~2011년 구제역 사태 때는 주무실장인 식품실장이었다. 위로 장관, 차관, 실장까지 사퇴하고 아래로 담당 국장, 과장, 팀장이 감사원 징계를 받았지만 이 차관은 이 일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돼 산림청 차장을 거쳐 1차관으로 승진했다. 이렇게 관운이 좋은 이유를 부하 직원들은 소신 있으면서도 융통성 있는 일 처리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오정규(행시 25회) 2차관은 지난해 6월 부임한 이후 농식품부 정책을 세련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무총리실이나 재정부 등 타 부처와의 소통도 강화돼 직원들의 작은 아이디어가 곧바로 정책화되고 있다. 구제역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 재발을 막은 것도 큰 성과다. 이양호(행시 26회) 기획조정실장은 지난해 9월까지 농업정책국장으로 있으면서 ‘50년 숙원 과제’인 농협의 신용·경제 분리를 마무리했다. 이전에는 이해관계자들도 많고 이원화로 힘을 잃을까 염려하는 농협중앙회의 영향력 행사로 논의만 했었다. 그래서 2011년 3월 농협법 개정과 2012년 3월 사업구조 개편은 이 실장과 전임 농정국장(김경규 주미농무관), 당시 기조실장(박현출 농촌진흥청장) 세 사람의 ‘개인기’가 발휘된 결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많은 사람과의 협상, 조정이 반복되는 험난한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정황근(기시 20회) 농업정책국장은 4월까지 2년 2개월간 농어촌정책국장으로 있으면서 귀농귀촌사업을 국가 정책으로 만들었다. 일자리와 농촌 고령화는 물론 베이붐세대(1955~1963년생)에 대한 사회적 비용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모델로 귀농귀촌을 제시했다. 이천일(행시 33회) 유통정책관은 ‘배추국장’이다. 올여름 태풍이 세 번이나 왔는데 배추값은 안정세다. 배추 상시 비축 제도를 도입한 이 국장의 공이 크다. 정영훈(기시 22회) 수산정책관은 올 1월 어업정책을 어획량·수입 증대에서 어선·어선원 중심으로 바꿨다. ‘쪽잠 자기도 어려운 어업 환경에서는 인재들이 어업인이 되려고 하지 않고 그러면 어업의 미래도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매년 5월 10일을 ‘바다식목일’로 지정하고 망목(網目)은 그물코로, 천해(淺海)는 얕은 바다로 용어를 바꿔 일반인과 어업인이 소통할 수 있도록 수산용어를 정리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학력차별 대출금리’ 변별력 적어 제외하는게 낫다

    학력이 높을수록 대출금을 잘 갚는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최근 논란이 된 신한은행의 ‘학력 차별 대출 금리’가 통계적으로는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학력 차별에 대한 국민 반감이 크고 학력 요소를 제외한다고 해도 신용평가에 별 문제가 없는 만큼 융통성 있게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대신 전기요금 납부실적 등을 간접 평가변수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내놓은 ‘개인신용평가 및 학력 포함 특성변수의 분석’ 보고서에서 “학력이 높을수록 저축률이 높고 금융거래 때 좀 더 신중하게 상품을 선택하는 등 금융관리 능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 조사 자료를 이용한 실증적 연구에서 고등학교 졸업자와 중학교 졸업자 사이의 신용평점이 1.7점 정도 차이가 났다는 분석결과도 전했다. 통계적으로는 학력이 의미 있는 신용평가 변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변별력이 크지는 않았다. 이 연구위원은 “학력보다는 그동안의 거래실적 등 다른 변수가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데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면서 “학력을 제외하더라도 변별력이 떨어지지 않는 만큼 국민정서 등을 감안해 제외하는 것이 낫다.”고 제안했다. 다만, 금융 약자에게는 학력을 우대할 필요가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단서를 달았다. 거래실적이 없는 신규고객이나 뚜렷한 소득이 없는 학생의 경우 학력이 높아 대출에 유리하면 가산점을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개인신용정보 공유 체계를 개선해 전기요금과 사회보험료 등의 납부 내역을 간접적인 신용평가 변수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누드 브리핑] “시장님, 자치구에도 눈길 좀 주세요”

    “서울특별시를 한마디로 줄이면 ‘25개 기초자치단체의 총합’ 아니겠어요.” 민주당 A구청장은 10일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여러 가지 정책상 박원순 서울시장과 협조해야 할 게 많은 데도 도무지 만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덧붙였다. 올해 신년교례회 이후 한 차례도 면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민단체를 자주 만날 지는 모르지만~.”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행정의 큰 축을 맡은 자치구와는 ‘불통’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시청에서 열리는 구청장협의회에 나와 목소리를 들으면 적잖게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도 했다. 지방자치 취지를 따지자면 한 치 예외도 없이 시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데서 출발하는 갖가지 시책을 놓고 실무진끼리 성실하게 협의를 거치겠지만 해당 단체장의 밑그림을 알면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무진 사이에서는 규정의 테두리 안에서 융통성을 발휘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청장협의회 전체든, 특정 지역과 얽혔든 광역·기초단체 수장(首長)끼리 만나 정책적으로 판단해야 할 일이 많은 탓이다. B구청장은 이를 ‘우선순위를 가리는 데 필요한 만남’이라고 풀이했다. 역시 ‘구민=시민’이라는 말이다. C구청장 또한 “시장에게 구석구석 보살피길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서운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열린세상] 국방개혁안 병력수급계획 문제있다/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열린세상] 국방개혁안 병력수급계획 문제있다/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정부는 18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국방개혁 법안을 재정비해 ‘국방개혁 기본계획 2012~2030’이라는 이름의 국방개혁안을 최근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북한의 핵이나 사이버 도발 등 바뀌고 있는 안보상황에 대비해 기존의 ‘억제’ 전략에서 ‘적극적 억제’로 군사전략을 변환하는 것이다. 이번 개혁안을 보니 새 군사전략에 맞춰 필요한 전력을 보강한다든지 상황에 따라 기존 부대를 확대하거나 새로운 부대를 창설하는 등 국방부가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북한이 20만명이나 보유한 특수부대에 대비한 산악여단 창설, 북핵이나 탄도미사일에 대비한 유도탄사령부 전력강화, 정찰위성의 정보를 군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항공정보단 창설, 북한의 GPS 교란이나 디도스(DDoS) 공격 등 사이버전에 대비해 사이버 방호사령부의 확대, 아덴만 여명작전의 영웅인 UDT 확대, 서북도서 방어를 위한 해병대 전력 강화, 국가의 전략적 카운터펀치인 잠수함사령부 창설 등 바뀌는 안보상황에 대응한 효과적인 부대 재편 계획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 계획에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 바로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의 그늘에 가려 이슈화되지 못한 병력문제다. 현재 우리 군의 총 병력은 63만여명이고 이 중 육군 50만명, 해군 4만 1000명, 공군 6만 5000명, 해병대 2만 800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산율 저하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해 육군 병력은 38만 7000명으로 대폭 줄이고, 해·공군은 동결해 총병력을 52만여명으로 감축하겠다는 안이 병력구조 변화의 핵심이다. 우선 육군병력의 대규모 감축은 위험하다. 병력 감축안은 2006년의 ’국방개혁2020’에서 출발했는데, 당시의 시대 상황은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에서 미군이 첨단전력으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고 첨단무기의 위력에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토마호크미사일로 핵심 시설을 외과수술하듯이 정밀타격한 후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이 너무도 쉽게 미군에 함락되고, 이라크를 철권통치하던 후세인이 허무하게 생포되는 것을 보면서 육군 무용론까지 나오던 시기였다. 그러나 첨단 무기의 위력은 거기까지였다. 이제 상황이 바뀐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산악으로 숨어들어가 게릴라전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미군의 희생은 늘었고, 막대한 전비를 쏟아부었으면서도 결국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을 제거하는 데 실패해 발을 빼기에 이르렀다. 북한은 이것을 보고 20만명에 달하는 특수전 병력을 양성하였다. 이 특수전 병력은 유사시 남한으로 잠입해 각종 테러행위도 하겠지만, 한·미연합군이 역습해 북한지역에 들어온다면 탈레반보다 더 가혹하게 괴롭혀 주겠다는 신호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육군 병력의 대규모 감축은 유사시 신속한 통일을 이루는 데 막대한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해·공군 인력 정원이 탄력성이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번 계획으로 공군은 항공정보단을 창설하게 되고, 해군은 잠수함사령부와 UDT를 확대개편하게 된다. 특히 해양의 중요성으로 인해 지난 10년간 해군력은 역동적으로 변모했다. 함정이 대형화되면 3000여명의 병력으로 기동전단이 창설되고, 잠수함 9척으로 운용하던 잠수함전단은 18척 체제의 잠수함사령부가 되는데 여기에 1000명 가까운 인력이 더 필요하다. UDT도 300여명, 헬기운용요원도 더 늘려야 한다. 그런데 겨우 4만 1000명으로 못 박힌 병력 상황에서 새로운 부대를 창설하려면 기존의 부대에서 빼올 수밖에 없다. 이건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형상이다. 첨단전력도 이런 상황이라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군대가 사상누각이면 그것은 패전이 되고 국가는 비참한 결과를 맞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된다. 출산율 저하로 병력 자원이 줄고 있지만 복무기간 조정이나 대체복무자의 축소 등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육군 병력 감축을 지연시켜야 한다. 또 각 군의 정원을 못 박지 말고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인력을 배분, 신설되는 부대가 사상누각이 아닌 든든한 안보 지킴이로 탄생하게끔 국방개혁안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형사사건 항소심 올 2분기 18% 급증 ‘이례적’

    피고인이나 검사가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하는 형사사건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고등법원(춘천재판부 제외)에 접수된 형사항소심은 104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79건)과 비교해 18%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항소심 접수는 통상 연말에 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2분기에 1000건이 넘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 6월 한달간 서울고법에 접수된 형사항소심은 398건으로 2009년 12월 401건 이후 2년 6개월 만에 월간 수치로는 가장 많았다. 통계치가 공개된 2009년 1월 이후 월 평균 항소심 접수 건수는 318건이었다. 반면 민사 항소심 건수는 큰 변동이 없었다. 올해 2분기 서울고법에 접수된 민사 항소심은 200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52건)에 비해 8%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0년 2분기 민사항소심 접수 건수는 2291건으로 오히려 더 많았다. 법원에서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검찰의 항소가 많아졌기 때문에 형사 항소심 건수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피고인의 항소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2010년 전후로는 판사의 선고형량이 검사의 구형량보다 절반에 미치지 못하면 검사가 항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대체적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 내부 지침이 공개되지는 않지만, 검사 구형량의 3분의2 정도로 판결이 내려지면 항소하는 수준으로 지침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침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 변경되지는 않았다.”면서 “지방검찰청마다 융통성 있게 지침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공직열전 2012] (25) 감사원 (상) 국장급 주요 간부

    [공직열전 2012] (25) 감사원 (상) 국장급 주요 간부

    감사원 사람들의 조직에 대한 자부심은 특별하다.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등과 같이 설치 규정이 헌법에 명시된 기관에 몸담고 있다는 자긍심은 이들을 추동하는 최대 에너지원이다. 감사원장의 임기는 4년. 이 기간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아니면 면직되는 일은 없다. 이들은 “외풍을 탈 일이 없는 조직특성 덕분에 줄 서기, 눈치 보기 등 으레 정권 말이면 문제가 되는 기강해이가 덜한 편”이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직무상 독립권이 보장된 막강 감찰권한을 가진 만큼 공직사회 내부의 견제도 적지 않다.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피감기관들과 일정거리를 유지하게 되는 업무 특성 탓에 “고압적”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양건 원장의 지휘 아래 움직이는 감사인력은 800여명. 조직살림을 총괄하는 홍정기 사무총장은 원칙에 입각한 합리적인 일처리로 조직의 신망을 얻었다. 최재해 1사무차장과 김정하 2사무차장은 행정고시 28회 동기. 일하는 스타일은 사뭇 다르다. 최 차장은 치밀하고 차분한 업무 전략이, 김 차장은 남다른 보스 기질로 조직 장악력이 각각 돋보인다는 평을 받는다. 위아래 두루 폭넓은 대인관계와 융통성 있는 업무능력을 자랑하는 이욱 공직감찰본부장. 감사교육원장으로 떠나 있다 올 초 복귀했다. 이 본부장과 함께 행시 27회 출신인 김영호 기획관리실장은 ‘대표 브레인’을 꼽을 때 한두 손가락 안에 꼭 드는 전략가이다. 감사원의 ‘꽃 보직’은 뭐니뭐니 해도 금융·조세 분야. 특조국장 출신의 정길영 재정경제감사국장은 양 원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핵심인물이다. 지방토착비리 척결에 감사 초점을 맞춘 양 원장의 의중을 간파해 지방비리를 캐는 총사령탑인 지방행정감사국장을 지내다 지난달 인사에서 재정 쪽으로 옮겼다. 피감기관인 금융 부처에 유연히 대응해야 하는 보직으로 신민철 금융기금감사국장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금융 베테랑. 왕정홍 감사교육원장도 재정경제 쪽 간판주자다. 감사현장에서 대충 넘어가는 일이 없는 꼿꼿한 태도 때문에 “뼛속까지 감사관”이라는 말을 듣는다. 보스 기질이 강해 따르는 사람들이 많다. 김상윤 공공기관감사국장은 감사실무 경험이 누구보다 풍부한 데다 두뇌회전이 빨라 매사에 뒷말이 없도록 일처리가 깔끔하다는 평이다. 다른 부처들과 달리 감사원은 1972년부터 시작해 40년째 7급 감사직을 따로 공채하는 곳이다. 조직의 한 축을 형성하는 7급 출신들에게 최고의 본보기 인물이 주승노 사회복지감사국장이다. 30년 가까이 감사원에 몸담아 조직사정을 꿰뚫고 있는 원칙주의자다. 이재덕 행정문화감사국장과 현창부 지방행정감사국장은 사관특채 출신. 이 국장은 까다로운 피감기관들을 추슬러 가며 대형사건을 잘 처리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정국을 발칵 뒤집었던 씨앤케이 감사가 최근 작품. 현 국장은 육사 출신이면서도 경직됨 없이 꼼꼼한 업무처리 능력으로 중용됐다는 평가다. 금융감사 실무에 능통한 유희상 공보관은 유연한 대인관계로 대변인으로 최고 적임자라는 데 이견이 없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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