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감사 오늘 폐막… 돋보인 의원들
◎윤활유형·시어머니형·찰거머리형 개성파 국감스타 각광/신경식·정필근 의원 분위기 조성 한몫윤활유형/김덕룡 의원 등 수감기관 매섭게 질책시어머니형/문제점 끝까지 추궁… 대부분 야당의원찰거머리형
14일로 막을 내리는 14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도 「국감스타」 의원들을 양산했다.상당수 의원들이 폭로성 보다는 정책 질의에 주력,내실을 기하면서도 마음껏 개성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건주의」에 매달리지 않고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토대로 개선책을 낸 「대안제시형」의원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통상산업위의 박광태 의원(국민회의)은 지적재산권에 관해 수집한 외국사례와 함께 대안을 내놓아 안광구특허청장으로부터 『우리도 계획했던 것인데 먼저 해 줘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도 했다.같은 상임위의 이재환 의원(민자)과 박정훈 의원(국민회의측 민주)도 방대하고 깊이 있는 조사활동으로 피감기관장들의 고개를 숙이게 했다.
박종웅 의원(민자·문화체육공보위)은 PC통신 음란물에대한 사전심의 강화 등 규제장치를 대안으로 제시했고 손학규 의원(민자·재정경제위)는 재정경제원의 중앙은행에 대한 통제완화 필요성을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치밀한 사전준비로 「학구파형」이라고 호평을 받은 의원들도 상당수.
김운환 의원(민자)은 7년동안 건설교통위에서 일해 온 경험을 토대로 「건설교통행정,이것이 문제다」라는 책자를 발간했다.장영달 의원(국민회의·내무위)은 「세도」사건을 1년간 추적한 자료집을,김원웅 의원(민주·교육위)은 5백쪽의 「교육백서」를 냈다.
손학규 의원(민자·재경위)은 정부의 신경제계획 10개 주요 정책에 대한 「성적표」를 작성했고,김진재 의원(민자·건설교통위)은 선진국 답사에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경부고속철도의 문제점을 따져 주목을 받았다.
○…여론조사를 실시,그 결과를 바탕으로 논리를 개진한 「여론조사파」의원도 각광을 받았다.내무위에서 지방자치경찰제 도입과 관련해 정균환 의원(국민회의)은 경찰및 지방공무원등 1만2천여명으로부터,이원형 의원(국민회의)은 공무원 시민 학생등 2천1백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김형오 의원(민자·내무위)은 5일 지방자치제 출범 1백일을 맞아 전문기관에 의뢰,「지방자치평가」 여론조사 결과를 선보였다.유인학 의원(국민회의·통상산업위)은 「중소기업 애로점 실태및 정부 지원정책의 실효성」에 관해 6백80여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구천서 의원(민자·교육위)은 학원내 불량서클및 폭력실태에 관해 여론조사를 하는 열의를 보였다.
○…야당의원보다 매섭게 피감기관을 나무란 민자당의원들은 「시어머니형」으로 분류된다.
김덕룡 의원(재정경제위)은 재벌위주의 경제정책을 강력 비판해 재정경제원측을 난감하게 만들기도 했으며 질의자료는 수감기관들이 「교과서」라고 평가할 만큼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세기 의원(통일외무위)은 대북정책에 관해 『우리가 칼날을 잡고 있어 피만 나는 형국』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강용식 의원(문화체육공보위)은 종합유선방송의 졸속도입에 따른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따져 주목을 받았다.
○…피감기관으로부터 기피인물로꼽힐 만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찰거머리형」 의원들은 야당측에 많았다.
한화갑 의원(국민회의·건설교통위)은 신도시 부실조경 실태를 비디오테이프에 담아와 실무 책임자들을 곤혹스럽게 했고 조순형 의원(국민회의·법사위)은 비율사 출신이면서도 5·18 불기소 문제에 관해 판례등을 들이대며 집요하게 따져 『깐깐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말 한마디로 기선을 제압한 의원들은 「촌철살인형」으로 불리운다.
이원형 의원(국민회의·내무위)은 정치권 사찰을 빗대 『현정권의 「PK」(부산·경남)는 Party Killer(정당 킬러)』라고 비꼬았다.
『대북정책이 냉탕·온탕을 오락가락하듯』(임채정 의원·국민회의·통일외무위)『옛날은 내시도 「안된다」는 말을 했는데 지금은 아무도 안한다』(문희상·국민회의·행정위)등의 발언도 주목됐다.
○…「윤활유형」의원들은 험악해지기 일쑤인 감사장에서 특유의 친화력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끌어 냈다.재정경제위 민자당 간사인 정필근 의원은 여야 의석을 쉴새 없이 넘나들며 「분위기메이커」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문화체육공보위의 신경식위원장도 시종일관 모나지 않은 자세로 회의를 진행,후한 점수를 받았다.
◎「국정감사 20일」 뭘 남겼나/「대안제시」 내실 국감 돋보였다/통산위 의원 자료 수감기관의 회의 텍스트로/여당의원의 정부 질책에 소신 응답도 많아
「파란 없는 국정감사」.20일 동안의 활동을 마치고 14일 마무리되는 올해 국정감사 활동을 돌아보는 정치권의 이구동성이다.
14대 국회의 마지막이자,4당 체제 출범 이후 첫번째 국정감사로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라고도 일컬어지면서 전운마저 감돌던 처음 분위기와는 크게 거리가 있었던 셈이다.사법개혁과 5·18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법사위의 논쟁 정도가 격돌이라면 격돌로 기록할만한 정도였을 뿐이다.
「한건주의」식 폭로가 몰고오곤 했던 파란이 잦아든 것은 곧 내실있는 국정감사를 위한 의원들의 자세변화와 통한다.이를 반영하듯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과거처럼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자료을 바탕으로 수감기관을 몰아붙이는 모습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대신 정책의 오류를 제시하고 문제점을 지적한 뒤에는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는 것이 국회주변의 평가다.
비교적 현안이 적어 여론의 초점이 모아지지는 않았지만 통상산업위(위원장 조순승)의 경우 적지 않은 의원들이 조사연구활동을 바탕으로 정책대안을 내놓아 피감기관으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실제로 특허청의 경우 의원들의 조사자료를 텍스트로 삼아 사흘동안 자체회의를 갖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국정감사는 또 지방자치제의 본격 출범 이후 처음 열렸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중앙정치의 여와 야가 지방에서는 뒤바뀌는 새로운 풍속도가 나타났다.야당 출신 단체장에 대해 민자당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몰아붙인 반면 단체장과 같은 당 소속의원들은 적극 옹호에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자민련 출신의 최각규 강원도지사는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등에 대한 지원중단요구에 대해 『정치개입 등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는 일을 앞세워야지 폐지는 안된다』는 소신답변으로 정부를 옹호하는 또 다른 모습을보여주기도 했다.
여당의원들이 전보다 적극적으로 정부를 따끔하게 질책한 것도 눈에 띠는 대목이었다.법사위(위원장 박희태)의 김영일의원은 법조인 출신이면서도 사법개혁과 관련,야당의원들까지 사법부를 옹호하는 가운데 『사법부가 성역이냐』고 추궁함으로써 할말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행정위(위원장 김덕규)의 이명박의원도 『정부가 국정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세계화 정책은 껍데기 정책이며 슬로건 정책』이라고 질타,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도 있었다.시간 때우기식 질의는 예사였고 그나마 질의만 해놓고 답변시간에는 아예 자리를 뜨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더욱 볼썽 사나운 것은 하루 종일 자리를 비우다 자신의 질문시간에만 나타나 민원성 질의를 해대는 모습이었다.
구태는 개인 차원이 아니라 위원회 차원에서도 여전해 한 위원회는 해외감사를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 일부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을 이유로 하루 국감을 취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