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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농구]동부 “기쁘다 V 오셨네~”

    [프로농구]동부 “기쁘다 V 오셨네~”

    크리스마스. 25일 울산 동천체육관엔 관중이 가득 찼다. 개막전 뒤 첫 매진이었다. 적지로 들어서는 동부 선수들은 비장했다. 동부는 올 시즌 모비스와 3번 만나 모두 졌다. 1·2·3차전 갖가지 전략을 다 동원했었다. 극단적인 변형 수비에 김주성을 빼는 파격 라인업까지 선보였다. 1·2차전엔 골밑을, 3차전엔 외곽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였다. 초반 앞서 나가다 결국 다 졌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매번 놀라운 전술 응용력을 보였다. 이날도 불안했다. 동부는 체력이 약한 팀이다. 주전들의 출전시간이 유독 길다. 김주성, 마퀸 챈들러는 최근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이날 경기에선 조나단 존스가 뛰지 못했다. 지난 23일 LG전 폭력사건으로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래도 경기 전 동부 강동희 감독은 “오늘은 꼭 이겨야 한다.”고 했다. 강 감독이 꺼내 든 카드는 역시 수비였다. 초반부터 적극적인 수비가 빛났다. 지역방어를 썼다. 평소와 위력이 달랐다. 선수들은 한 발 더 뛰고 쉴새 없이 도움수비에 가담했다. 이겨야 한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모비스 선수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했다. 초반부터 동부가 앞서 나갔다. 1쿼터부터 김주성(25점 8리바운드), 윤호영(21점), 챈들러(26점 7리바운드)가 골밑을 완전히 장악했다. 모비스는 함지훈(8점 5리바운드)을 선발 출전시키지 않았다. 체력 비축 뒤 후반 승부를 볼 계획이었다. 그러나 골밑 열세가 두드러지자 1쿼터 막판 긴급 투입했다. 효과는 잠깐 나타났다. 2쿼터 중반까지 모비스는 근근이 버텼다. 2쿼터 종료 5분36초전 27-27 동점이었다. 동부의 골밑 공략은 계속됐다. 모비스 유 감독은 몸싸움에 능한 천대현(13점)을 투입해 골밑 열세를 되돌리려 했다. 그러나 고비마다 동부 삼각편대의 골밑슛이 폭발했다. 2쿼터 종료시점 39-31로 동부가 앞섰다. 이후에도 흐름은 돌아오지 않았다. 골밑에서 뒤진 모비스는 외곽슛을 남발했다. 자멸하는 수순이다. 결국 동부는 모비스를 90-73으로 꺾고 전 구단 상대 승리를 거뒀다. 선두를 굳히려던 모비스는 이날 패배로 KT와 동률 1위가 됐다. 전주에선 KCC가 오리온스를 89-75로 눌렀다. KCC 하승진이 18득점 12리바운드로 활약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프로농구]코트 점령한 사령탑 3인의 힘

    [프로농구]코트 점령한 사령탑 3인의 힘

    프로농구 개막 전 전문가들은 KCC와 삼성을 ‘2강(强)’으로 꼽았다. 지난 시즌 우승·준우승 멤버들이 건재한 데다 ‘하프코리안’ 전태풍과 이승준이 가세하며 약점을 보강했기 때문.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상황은 판이했다. KCC(5위)와 삼성(6위)은 도깨비처럼 들쭉날쭉하며 중위권에 처져버렸다. 2라운드가 막판으로 치닫는 가운데 선두는 나란히 11승5패를 기록한 동부와 KT, 모비스가 꿰차고 있다. 세 팀의 공통점은 ‘촘촘한 조직력’. 특급 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는 얘기다. 올 시즌부터 용병이 한 명만 뛰다 보니 4번(파워포워드) 포지션의 활용도가 높은 팀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동부는 김주성, 모비스는 함지훈, KT는 송영진·박상오·김영환을 보유했다. 강동희 감독이 사령탑에 앉은 동부는 지난 시즌 크리스 다니엘스(206㎝)·김주성(205㎝)의 고공농구를 버리고 ‘스피드 농구’에 사활을 걸었다. 활용도가 높은 ‘토종빅맨’ 김주성이 풀타임 가까운 시간을 뛰며 제 몫을 해주고 있고 시즌 전 구슬땀을 흘린 ‘젊은 피’ 이광재와 윤호영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들어가고 있다. KT는 전창진 감독 밑에서 혹독한 여름훈련을 거친 뒤 지난 시즌 꼴찌의 모습을 완전히 털어버렸다. 가드 신기성이 노련함을 뽐내고, 송영진·박상오·김영환 등 포스트 업이 가능한 선수층이 두터워 든든하다. 득점 1위(평균 23.38점)를 달리는 제스퍼 존슨이 내·외곽을 휘저으며 수비를 끌고, 조성민과 김도수는 겁 없이 외곽슛을 쏜다. 덕분에 공격력은 리그 1위(평균득점 87.3점). 6연승을 달리는 모비스도 만만치 않다. 다양한 작전구사 능력에 신들린 용병술을 뽐내며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한 유재학 감독이 건재하다. 올 시즌 복귀한 가드 양동근에, 진화한 함지훈의 야무진 활약이 불을 뿜는다. 꾸준히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김효범과 외곽포가 살아나고 있는 김동우까지 점점 손발이 맞고 있다. 공격력 2위(평균득점 83.6점)에 수비력 1위(평균실점 75.6점)로 공수 밸런스도 훌륭하다. 추일승 MBC ESPN해설위원은 “세 팀의 공통점은 국내 4번 포지션 활용도가 높으면서 조직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체력적인 요인을 잘 관리한다면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박수교 SBS SPORTS 해설위원은 “KT와 동부, 모비스는 현재 팀 잠재력의 100%를 보여주고 있다. 3라운드쯤 체력과 높이에서 고비가 올텐데 그 시기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함께하는 농구’를 구사하는 세 팀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프로농구] 5연승 모비스 2위로 점프 ‘부상병동’ SK 연패늪으로

    선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적막한 빈 버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조용히 혼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최근 4연승을 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20일 SK전을 앞둔 감독의 머릿속에는 고민이 가득했다. 언제나 조마조마하고 속이 타들어가는 게 감독 마음일까. ‘부상병동’ SK와 싸우는 만큼 승수 쌓기가 쉽지 않겠냐고 묻자 유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KBL에 쉬운 경기가 어디 있냐.”면서 “전력이 베스트가 아닌 팀이랑 할 때 더 힘들다. 정신력을 아무리 무장시켜도 선수들 마음가짐이 아무래도 느슨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의 고충을 읽었는지 모비스는 비교적 여유있는 승리를 챙겼다. 전반을 32-28로 앞선 모비스는 3쿼터 들어 브라이언 던스톤(15점 12리바운드)과 김효범(9점 2리바운드)의 쌍끌이 슛을 앞세워 격차를 벌려 나갔다. 쿼터 종료 1분30여초를 남기고 김효범의 3점슛으로 53-48. 4쿼터 시작과 동시에 SK는 주희정(8점·3점슛 2개 4리바운드 5어시스트)의 3점포를 앞세워 3점차(54-51)로 숨가쁜 추격을 시작했지만 애런 헤인즈(17점 9리바운드)와 양동근(4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에게 연속 득점을 허용하며 추격의 흐름을 놓쳤다. 모비스는 경기종료 2분32초를 남기고 던스톤의 골밑슛으로 13점차(69-56)까지 달아나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함지훈(11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은 김민수(5점)와의 올 시즌 첫 매치업을 승리로 장식했다. 모비스가 결국 2009~10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SK를 71-61로 누르고 5연승, 공동 2위(10승5패)를 꿰찼다. 3연패에 빠진 SK는 8패(7승)로 승률 5할 아래로 떨어졌다. 원주에서는 동부가 LG를 90-78로 누르고 11승4패로 ‘선두 굳히기’에 들어갔다. 팀 플레이를 생각하기 시작한 마퀸 챈들러(25점·3점슛 2개 9리바운드)가 분전했고 김주성(10점)과 윤호영(11점)·이광재(16점)·표명일(13점) 등 주전 전원이 빈틈없는 조직력을 뽐내며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게리 윌킨스를 대신해 이날부터 동부 유니폼을 입은 조나단 존스(206.6㎝)는 16분30여초를 뛰며 8점 5리바운드로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프로농구] ‘타짜’ 챈들러 나홀로 30점 꽂다

    [프로농구] ‘타짜’ 챈들러 나홀로 30점 꽂다

    18일 잠실학생체육관 원정팀 대기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마퀸 챈들러를 붙잡고 나지막이 이야기를 나눴다. ‘성격으로 농구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기분파인 챈들러는 컨디션이 좋으면 ‘팀의 보배’이지만 슛이 난조를 보이는 날까지 무리한 플레이를 시도해 팀 플레이를 그르치곤 했다. 강 감독은 “성격으로 농구하면 챈들러는 NBA(미국프로농구)감”이라면서 “타짜가 그러면 안 되지. 우리 팀엔 김주성하고 챈들러가 타짠데 오늘은 실타래를 어떻게 풀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고개를 끄덕거린 챈들러(30점·3점슛 2개 5리바운드 3스틸)는 타짜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2·3쿼터에 각각 12점씩 넣으며 승부의 향방을 갈랐다. 3쿼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챈들러의 3점포 2개를 앞세운 동부가 58-41로 리드. 쿼터 종료 3초 전엔 25점차(71-46)까지 달아나 사실상 승부를 끝냈다. 챈들러는 자유투 13개를 얻어 12개나 성공시키며 힘을 보탰다. 마지막 쿼터를 71-49로 시작한 동부는 윤호영(15점)·표명일(12점)·김주성·이광재(이상 10점) 등 주전 전원이 두 자릿수 득점을 채우며 여유 있는 승리를 챙겼다. 김주성은 블록슛 2개를 더해 최초로 정규경기 통산블록슛 700개 고지에 올랐다. 챈들러의 활약을 앞세운 동부가 2009~10프로농구에서 ‘부상병동’ SK를 90-75로 누르고 원정 3연승, 10승4패로 KT와 선두자리를 나눠 가졌다. 챈들러는 “감독님 말씀을 듣고 팀플레이에 집중해 좋은 결과가 있었다. 앞으로도 동료를 생각하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SK는 사마키 워커(4점 8리바운드)가 철저히 봉쇄당해 눈물을 삼켰다. 포스트에서 워커가 공을 잡을 때면 수비 2~3명이 달라붙어 골대로 손을 올리기도 힘들 지경. 워커는 포스트에서 수비를 끌고 외곽에 오픈찬스를 만들어줬지만 3점슛은 번번이 림을 외면했다. SK는 2쿼터에만 7개의 외곽포를 던져 단 1개를 넣는 데 그쳤다. 주희정(17점·3점슛 3개 11어시스트)의 ‘더블더블’도 팀 패배로 빛바랬다. 창원에서는 LG가 KT&G를 98-88로 누르고 3위(10승5패)를 달렸다. LG 문태영은 시즌 개인최다인 41점(15리바운드 6어시스트)을 쓸어담았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프로농구]김승현 효과… 오리온스, 동부 격파

    [프로농구]김승현 효과… 오리온스, 동부 격파

    오리온스는 1라운드까지 2승7패에 머물렀다. 농구관계자들은 전자랜드·KT&G와 더불어 ‘(플레이오프는) 물건너 간 팀’으로 여겼다. 하지만 한 사내가 돌아오면서 오리온스는 확 달라졌다. 오프시즌 ‘이면계약 파문’을 빚었지만, KBL(한국농구연맹) 이사회의 사면조치로 출전정지 징계가 풀린 포인트가드 김승현(31)이 주인공. 오리온스가 15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김승현(11점 10어시스트 3스틸)의 감각적인 경기조율과 정훈(3점슛 3개·17점)의 깜짝 활약을 앞세워 선두 동부를 72-58로 완파했다. 3연승을 내달린 오리온스는 5승(8패) 째를 챙기며 중위권 다툼에 뛰어들 태세를 갖췄다. 김승현의 복귀 이후 3승1패의 가파른 상승세. 김승현은 올시즌 첫 두 자릿수 득점 및 어시스트를 올려 예전 감각을 상당 부분 회복했음을 알렸다. 장신 포워드 정훈은 4쿼터에만 10점을 쓸어담아 승부를 결정지었다. 3쿼터까지는 47-47. 55-52로 앞선 4쿼터 중반 오리온스의 공세가 시작됐다. 정훈의 3점포와 속공마무리로 경기종료 4분38초를 남기고 60-52까지 도망갔다. 동부도 윤호영의 페니트레이션으로 2점을 쫓아왔다. 하지만 김승현이 왼쪽 코너에서 3점슛을 꽂아 종료 3분여를 남기고 63-54, 쐐기를 박았다. 인천에선 9위 KT&G가 꼴찌 전자랜드를 72-66으로 눌렀다. 전자랜드는 박종천 감독을 ‘2선’으로 물러나게 하고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하는 등 강도높은 처방을 내렸지만, 팀 최다연패 타이(2006년 1월17일~2월26일)인 12연패의 늪에 빠졌다. KT&G는 에이스 황진원이 타박상으로, 전자랜드에서 트레이드된 김성철과 크리스 다니엘스가 규정에 따라 이날까지 경기를 뛰지 못해 전력 손실이 컸다. 하지만 ‘괴물센터’ 나이젤 딕슨이 25점 22리바운드로 백보드를 지배해 승리를 챙겼다. KT는 부산에서 제스퍼 존슨(3점슛 3개·28점)과 조동현(3점슛 3개·17점)이 45점을 합작한 덕에 ‘통신 라이벌’ SK를 93-73으로 꺾었다. 가장 먼저 10승(3패) 고지를 점령한 KT는 동부를 2위로 끌어내리고 이틀 만에 단독선두에 복귀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프로농구] 동부, KT 9연승 막았다

    [프로농구] 동부, KT 9연승 막았다

    지난 6일 부산에서 열린 동부와 KT의 시즌 첫 격돌에선 연장 혈투 끝에 KT가 85-81로 승리했다. 스승인 전창진 KT 감독이 웃었지만, 전 감독 밑에서 5년 동안 코치 생활을 했던 강동희 동부 감독도 만만치 않은 저력을 뽐낸 셈. ‘사제(師弟)’나 다름없는 두 감독은 상승세를 이어 가면서 나란히 1·2위에 팀을 올려놓았다. 13일 두 감독이 또 만났다. 이번에는 전 감독이 8시즌 동안 감독을 지낸 ‘제2의 고향’ 원주에서 열렸다. 3쿼터까지 64-60, 동부의 박빙 리드. 동부가 조금 달아나려고 하면 KT가 곧바로 턱밑까지 따라붙는 양상은 종료 직전까지 되풀이됐다. 79-78로 살얼음판 리드를 하던 종료 3분여 전부터 동부의 파상공세가 시작됐다. 마퀸 챈들러(27점)의 자유투와 윤호영(9점)의 과감한 레이업슛, 챈들러의 더블 클러치로 연속 6득점, 동부가 경기종료 1분37초를 남기고 85-78까지 달아났다. 전 감독은 마지막 작전타임을 불렀다. “고개 숙이지 마. 자신있게 던지라고. 지더라도 마무리를 잘해야지.”라며 독려했다. 하지만 곧이은 공격에서 조동현(11점)은 도널드 리틀이 받을 수 없는 곳으로 패스를 했다. 그 순간 승부는 끝이었다. 동부가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2009~10프로농구 홈경기에서 간판 김주성(17점 6리바운드 3블록)의 눈부신 활약으로 9연승을 노리던 KT를 86-80으로 눌렀다. 동부는 9승(3패)째를 챙겨 KT와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강동희 감독은 “4쿼터 초 게리 윌킨슨으로 교체해 흐름을 가져온 것이 들어맞았다. 또 (김)주성이가 포스트업은 물론 바깥으로 패스를 잘 빼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1쿼터(2점)에 수비에만 치중했다. 덕분에 후반에도 끊임없이 포스트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구에서는 오리온스가 새내기 김강선(3점슛 5개·22점)의 당찬 활약을 앞세워 전자랜드를 96-79로 눌렀다. 돌아온 야전사령관 김승현도 8점 4리바운드 6어시스트 2스틸로 무난한 활약. 오리온스는 김승현이 돌아온 뒤 2승(1패)째를 챙겼다. 반면 박종천 감독을 2선(총감독)으로 물러나게 하고 유도훈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한 꼴찌 전자랜드는 11연패의 늪에 빠졌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프로농구] ‘큰 형님 강동희’ 통했다

    슈퍼스타 출신 감독들의 연착륙은 쉽지 않다. ‘농구대통령’으로 불린 KCC 허재 감독은 2005~06시즌 정규리그 5위를 했지만 2006~07시즌에는 10위로 쓴 맛을 봤다. ‘슛쟁이’ 이충희 전 감독도 LG(1997~00년)에선 무난한 성적을 냈지만, 2007~08시즌 오리온스에선 시즌 초 일찌감치 경질되는 수난을 겪었다. 한국농구 명가드의 계보를 잇는 동부 강동희(43) 감독의 첫 시즌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물론 두 선배 감독과는 차이가 있다. 둘 모두 프로에서 코치 생활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감독으로 시작한 반면, 강 감독은 2005~06시즌부터 4시즌 동안 전창진(KT) 감독을 사사했다. 전략·전술과 훈련법은 물론 ‘사람을 다루는 법’까지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덕분일까. 고전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강동희 감독이 이끄는 동부는 잘 나가고 있다. 11일 현재 8승3패로 전창진 감독이 이끄는 KT에 이어 단독 2위. 전력은 지난 시즌보다 외려 낫다는 평가다. 박지현의 가세로 가드진이 두터워졌고, 윤호영의 성장과 김주성의 부활로 포워드진은 한층 강력해졌다. 높이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든 대신 스피드와 수비 강도는 업그레이드됐다. 전 감독이 만들어 놓은 큰 틀에 강 감독의 색깔이 덧입혀진 셈. 강 감독은 “초반 페이스에 만족한다. 선두 다툼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이다. 모두 선수들 덕분이다. (김)주성이는 통합챔프를 했던 2007~08시즌 플레이오프 때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흡족해했다. 초보답지 않은 두둑한 뱃심도 여러 차례 보여줬다. 6일 동부전, 8일 삼성전 모두 힘겨운 연장 승부. 하지만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연장전 작전타임 때도 차분하게 선수들에게 ‘원포인트’ 지시를 내렸다. 초보 감독의 어려움도 있다. 강 감독은 “코치로 앉아 있을 때는 감독이 되면 선수들을 두루 쓸 것 같았는데 막상 해 보니 박빙 게임에서 뺄 타이밍을 못 잡겠다. 그러다보니 주전들을 더 고생시키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또 전 감독이 채찍과 당근으로 끊임없이 선수들을 쥐락펴락하는 스타일이었다면, 강 감독은 천성적으로 싫은 소리를 못하는 성격이다. 가끔 일부러 화를 내보기도 하지만 어색할 때도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친형’ 같은 강 감독의 성공을 위해 외려 한발 더 뛰고, 한 방울의 땀을 더 흘린다. 선수들의 자발적인 희생을 이끌어내는 초보 감독의 ‘큰 형님’ 리더십이 올시즌 어떤 결실을 맺을지 궁금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프로농구] 베테랑 울린 초짜 감독

    [프로농구] 베테랑 울린 초짜 감독

    ‘초짜’ 강동희 감독이 이끄는 동부가 ‘베테랑’ 김진 SK감독을 울리고 KT, LG와 함께 공동 선두(6승2패)에 올랐다. 3일 원주치악체육관에서 나란히 5승2패로 공동 3위에 올라있는 동부와 SK의 ‘순위싸움’이 벌어졌다. 동부는 최근 삼성·KT&G·전자랜드를 꺾고 3연승을 달려 상승 분위기가 감돌았고, 쾌조의 4연승을 달리다 삼성전 오심으로 연승행진이 끊긴 SK는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태. 동부는 김주성(24점 9리바운드 2블록)과 마퀸 챈들러(22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 2블록)의 쌍포를 앞세워 2009~10프로농구 홈경기에서 SK를 79-70으로 누르고 4연승을 내달렸다. 반면 SK는 3패째로 4위. 3쿼터 한때 12점(52-40)까지 앞섰던 동부는 쿼터를 61-53으로 마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4쿼터 시작과 동시에 한정훈(4점)에게 3점슛을, 사마키 워커(16점 15리바운드 4어시스트)에게 자유투 2개와 덩크슛까지 내주며 61-60으로 쫓겼다. 위기 때 ‘연봉킹’ 김주성이 진가를 발휘했다. 김주성은 골밑슛에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까지 묶는 ‘3점플레이’를 비롯, 4쿼터에만 9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박지현(9점 5어시스트 3리바운드)은 결정적인 스틸에 이은 속공 레이업으로 SK를 흔들었다. 조급해진 SK가 4분30초 동안 무리한 슛을 남발했지만 무득점. 그동안 동부는 차곡차곡 8점을 모았다. 2분 여를 남기고 박지현의 3점슛까지 터지면서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신장이 좋은 김주성과 윤호영이 골밑을 지키는 동안 챈들러는 36분여를 뛰며 내·외곽을 흔들었다. 물오른 ‘영건’ 이광재(15점)와 윤호영(9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도 알토란같은 점수를 보탰다. 전주에서는 KCC가 KT&G를 80-66으로 누르고 4승4패로 5할 승률을 맞췄다. 하승진(17점 14리바운드)이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양팀 최다득점을 올렸고, 이동준(14점)도 4쿼터에 9점을 집중시키며 승리를 견인했다. KT&G는 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프로농구] 양동근 득남 자축쇼… 모비스 2연승

    ‘아빠’가 된 양동근이 자축쇼를 펼친 모비스가 오리온스를 누르고 2연승을 달렸다. 모비스는 28일 대구체육관에서 벌어진 2009~10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오리온스를 86-68로 꺾고 승률 5할(3승3패)을 맞췄다. 전날 아들이 태어난 양동근(13점 6어시스트 5스틸 4리바운드)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가로채기로 분위기를 가져왔고 후반에만 9점을 집중시키며 팀 승리의 선봉에 섰다. 화끈한 팀 속공도 6개를 엮으며 2005~07, 두 시즌 연속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던 실력을 뽐냈다. 전반까지 오리온스와 32-32로 팽팽하게 맞섰던 모비스는 양동근과 애런 헤인즈(27점 6리바운드)·김동우(9점) 등의 득점포가 터지며 점수차를 벌렸다. 47-48로 뒤진 3쿼터 종료 3분전, 모비스는 ‘더블더블’을 기록한 함지훈(12점 10리바운드 6어시스트)의 자유투 2개를 시작으로 내리 10점을 몰아치며 승기를 잡았다. 오리온스는 허버트 힐(21점 15리바운드)에게 득점이 집중됐고 받쳐주는 선수가 없었다. 더구나 3쿼터에서만 7개의 실책을 쏟아내며 3연패에 빠져 전자랜드와 함께 최하위로 처졌다. 양동근은 “경기가 없는 날 아기가 태어나서 분만 순간을 함께해 다행이다. 아빠가 되니까 어깨가 무거운 것 같다.”고 웃으며 “리그 초반이라 선수들끼리 맞춰 가는 단계인데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원주에서는 조직력과 스피드가 살아난 동부가 KT&G를 91-77로 제압하고 단독 3위(4승2패)로 올라섰다. 지난 시즌까지 2년간 KT&G에서 뛰었던 마퀸 챈들러는 22점을 몰아넣으며 친정팀에 쓰라린 패배를 안겼다. 동부는 김주성(11점 5리바운드)과 윤호영(11점 9리바운드)·이광재(16점) 등 다양한 공격카드로 상대를 유린했다. 3쿼터 종료 3분30여초를 남기고 69-43, 26점차까지 달아나며 승부는 끝이 났다. 한편 SK는 전날 삼성전(80-82 패)에서 나온 오심에 대해 28일 KBL에 정식으로 제소했다. SK는 79-80으로 뒤진 경기 종료 12.7초 전 나온 이정석의 반칙이 어웨이 반칙으로 인정됐더라면 자유투 1개와 공격권을 얻어 유리한 상황을 맞을 수 있었지만 일반 반칙으로 잘못 적용되는 바람에 자유투 2개만 얻고 공격권은 삼성에 내줬다. KBL은 이날 해당 심판들에게 2~5주 출장정지 및 벌금 30만원씩을 부과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양우섭 ‘전창진 남자’ 될까

    │도쿄 임일영특파원│치악산(원주 동부)을 떠나 바다(부산 KT)로 간 전창진 감독은 고민이 많다. 최고참 신기성(34)을 제외하면 붙박이로 내세울 선수가 마땅치 않다. “베스트 5는 사치다. 그날 상대팀과 선수들의 컨디션을 봐서 내보내야 한다.”고 했다. 7일 일본 도쿄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뒤 JBL(일본농구리그)팀들과 빡빡한 경기 일정을 잡은 것도 같은 이유다. 숨은 진주를 발굴하기 위한 것. 10일 JBL 도치기와의 연습경기가 열린 도쿄 인근 카누마시의 도치기체육관. 전 감독은 “올해 (양)우섭(24)을 히트상품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운동능력이 워낙 좋고 성실한 선수”라고 평했다. 전 감독은 동부 시절에도 전지훈련지에서 ‘히트상품’을 예고했다. 2007년에는 이광재를, 지난 해에는 윤호영을 꼽았다. 그러나 양우섭은 낯선 존재다. 지난해 최고의 풍작인 하승진(KCC), 김민수(SK) 등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특히 명지중·고-고려대 동기인 차재영(삼성)의 활약은 큰 자극이 됐다. ‘부럽기보다는 열 받아서’ 이를 악물었다. 때마침 전 감독과 김승기 코치를 만났다. 특히 김 코치는 두 배 이상 양우섭을 채찍질했다. 주전 포인트가드 신기성의 짐을 덜어 줄 선수가 절실했기 때문. 다른 선수보다 1시간 먼저 나오도록 해서 슈팅 연습을 시켰다. 지난 시즌 19경기에 출전, 평균 1.9점 0.9어시스트에 그쳤던 양우섭은 그 덕분에 지난달 서머리그(2군)에선 평균 16.9점(5위)에 6.1어시스트(2위)로 활약했다. 184㎝의 단신이지만 실전에서 덩크슛을 터뜨릴 만큼 탄력과 운동능력은 빼어나다. 빠른 발에 드리블도 제법이다. 다만 2년차로 ‘구력’이 짧은 탓에 코트를 꿰뚫어 보지 못하고 완급 조절이 안 된다. 양우섭은 “수비를 제치고 깔끔한 패스를 쫙 뽑아 줄 때 기분이 가장 좋다. 덩크슛은 옵션이다.”면서 “일단 많이 뛰는 게 목표다.”고 다짐했다. 양우섭이 ‘전창진의 남자’로 커 나갈지 기대된다. argus@seoul.co.kr
  • [프로농구] KCC 하승진 vs 동부 김주성 두 골리앗 마지막 전쟁

    ‘용산 마피아’의 대결은 이제 더 물러설 곳이 없게 됐다. 용산중·고 2년 선후배인 전창진(동부)과 허재(KCC) 감독의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대결은 결국 끝까지 왔다. 더 내놓을 카드도 없다. 3차전에선 전 감독이 윤호영(196㎝)을 투입한 노림수가 맞아떨어졌다. KCC 추승균을 6점으로 묶은 것. 하지만 4차전에선 허 감독이 강은식(199㎝)을 투입해 윤호영에게 족쇄를 채웠다. 공격력 약화를 감수한 허 감독의 승부수는 하승진이 폭발한 덕분에 시너지를 일으켰다. 16일 운명의 5차전은 결국 동부 김주성(30·205㎝ 92㎏)과 KCC 하승진(24·221㎝ 140㎏)에게 달려 있다. 하승진이 주춤한 1, 3차전에선 동부가 웃었다. 반면 김주성이 기진맥진한 2, 4차전에선 KCC가 쾌재를 불렀다. 김주성 혼자 하승진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역대 토종 빅맨 가운데 가장 위치선정 능력이 좋고 블록 타이밍을 잘 잡는 김주성이지만 하승진과의 매치업은 버겁다. 키 차이도 부담스럽지만 50㎏쯤 무거운 하승진의 압박은 김주성의 노련미로도 감당하기 힘들다. 4차전이 끝난 뒤 하승진은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지만 (김)주성이형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물론 형의 블록 타이밍이 워낙 좋아 그걸 의식하다 보면 슛 미스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동부로선 김주성과 크리스 다니엘스가 번갈아 하승진을 맡으면서 포스트에 공이 투입되지 못하도록 오버가딩(수비수가 공격자 앞에서 수비)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순간적인 더블팀과 존디펜스로 턴오버를 유도해야 하승진을 묶을 수 있다. 물론 하승진이 4차전처럼 한다면 국내에선 누구도 막기 힘들다.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한 삼성 관계자는 “깜짝 놀랐다. 하승진의 진가를 본 것 같아 무서울 정도다. 또 그렇게 한다면 동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태일 Xports 해설위원은 “분위기는 KCC가 앞서지만 결국 수비 싸움이다. 수비 조직력이 한 수 위인 동부가 유리하다.”면서 “오버가딩과 도움수비로 하승진에게 공이 투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일단 투입되면 줄 것은 줘야 한다. 외려 외곽 실점을 줄인다면 승산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프로농구] 동부 챔프전 진출 “1승만 더”

    12일 전주체육관 원정팀 대기실에서 만난 동부 전창진 감독은 “내 컨디션이 좋으니 (선수들이) 잘하겠죠.”라며 밝게 웃었다. 이어 “변칙엔트리를 냈다. 허재 감독한테 꼭 전해달라.”고 말했다. 스타팅 멤버로 이광재·강대협을 빼고, 이세범·윤호영을 넣은 것. 주전들을 체력적으로 배려하면서 KCC의 1쿼터를 묶겠다는 심산이었다. 지난 2번의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에서 1쿼터에 23점, 25점이나 내준 것이 패인이었다고 생각한 끝에 내놓은 묘책이었다.전반은 40-39, KCC의 1점차 리드. 하지만 흐름은 KCC 쪽이었다. 동부는 웬델 화이트가 18점을 넣었을 뿐, 공격루트가 단조로웠다. 김주성은 전반 2개(7개 시도·성공률 29%)의 골밑슛과 자유투 5개를 보태 9점을 넣는 데 그쳤다. 아직 발목이 온전치 않은 듯 종종 절룩거렸다.그러나 3쿼터 들어 동부가 흐름을 잡았다. 시작부터 2개의 골밑슛에 1개의 어시스트를 곁들인 윤호영(6점)의 활약으로 분위기를 바꿨고 화이트(28점), 표명일(13점), 이광재(7점), 김주성(19점 9리바운드)이 고루 득점포를 가동했다. 3쿼터가 끝났을 때 67-58, 동부의 9점차 리드. 4쿼터 들어 KCC가 반격을 시작했지만 완전히 살아난 동부의 공격력 앞에 속수무책이었다.4강 PO 3차전에서 정신력으로 중무장한 동부가 KCC를 87-75로 꺾고 먼저 2승째(1패)를 챙겼다. 동부의 새내기 윤호영은 31분을 뛰며 KCC의 주포 추승균을 6점으로 꽁꽁 묶어 승리의 주역이 됐다. 윤호영은 “(추)승균이형을 무득점으로 막자고 생각했다. 다부진 각오로 임한 게 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두 팀의 4차전은 14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전주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프로농구] ‘휴식끝’ 서장훈, 동부 잡았다

    [프로농구] ‘휴식끝’ 서장훈, 동부 잡았다

    “6라운드 초반에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도록 고삐를 죄겠다.”(동부 전창진 감독) “17경기가 남았다. 2승1패 전략으로 나가겠다.”(전자랜드 최희암 감독) 11일 동안의 꿀맛 같은 올스타브레이크가 끝난 첫날.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맞붙은 두 팀 사령탑의 후반기 전략은 확연히 달랐다. 전 감독은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짓고 플레이오프에 대비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반면 하위권에 처진 최 감독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올인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 전반은 답답한 흐름이었다. 두 팀 모두 외곽이 터지지 않은 탓에 ‘여자농구 스코어’인 34-32, 동부의 리드로 마감됐다. 하지만 3쿼터부터 전자랜드가 코트를 장악했다. 리카르도 포웰(24점)이 모처럼 공수에서 제몫을 해냈다. 매치업 상대인 윤호영(4점)이 파울트러블로 빠진 틈을 타 서장훈(21점 7리바운드)도 부지런히 거들었다. 덕분에 전자랜드는 57-49까지 달아난 채 쿼터를 마무리했다. 전자랜드는 4쿼터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특히 서장훈이 돋보였다. 올스타브레이크 휴식이 보약이 됐는지 보기 드물게 빠른 공수전환을 뽐냈다. 상대의 더블팀 수비에도 짜증내지 않고 경기를 풀어나갔다. 또 매치업 상대인 윤호영(198㎝)과의 신장차(9㎝)를 활용해 골밑 우위를 확보했다. 전자랜드가 10일 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서장훈과 포웰이 45점을 합작한 데 힘입어 선두 동부를 81-68로 눌렀다. 서장훈은 프로농구 첫 개인통산 1만 400득점(1만 406점)을 돌파했다.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첫 단추를 잘 꿴 8위 전자랜드는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6위 KT&G에 1.5경기차로 접근했다. 고지를 눈앞에 둔 셈이다. 최희암 감독은 “선수단이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1승이다. 김주성(동부)이 빠졌기 때문에 서장훈에게 더블팀이 올 것에 대비한 게 잘 풀렸다.”고 말했다. 서장훈은 “팀이 어려운 입장인 게 사실이다. 휴식기 동안 많이 생각하고 준비했다.”고 밝혔다. 창원에선 홈팀 LG가 아이반 존슨(28점)을 앞세워 KTF에 94-85, 역전승을 거뒀다. LG는 KCC를 0.5경기차로 밀어내고 단독 4위로 올라섰다. 반면 KTF는 5연패.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프로농구] 동부 크리스 부활… 우승 퍼즐 맞추기

    [프로농구] 동부 크리스 부활… 우승 퍼즐 맞추기

    동부는 지난 19일 오리온스와의 깜짝 트레이드로 농구판을 달궜다. 잘 나가던 팀이 2007~08시즌 통합우승의 주역인 레지 오코사를 내보냈기 때문. 전창진 감독은 “플레이오프(우승을)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농구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코사의 빅딜 상대인 크리스 다니엘스가 시즌 초에 비해 기록이 급격한 하향세였기 때문. “밑천이 드러난 선수”란 평가도 많았다. 하지만 전 감독은 느긋했다. 시즌 초에 비해 몸무게가 5㎏ 이상 늘어난 데다 무릎까지 좋지 않았지만, 플레이오프 때까지 ‘만들어 낼’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27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동부-SK 전. 크리스는 20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트레이드 후 최고 활약을 했다. SK의 용병 1명만 뛴 덕을 본 것은 사실. 그렇더라도 동부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 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골밑에서 무리하게 욕심을 내기보다는 외곽 슈터들에게 공을 뽑아 주는 피딩 능력이 특히 돋보였다. 동부는 1쿼터에서 15-29, 거의 더블스코어로 뒤졌다. 하지만 2쿼터부터 ‘페인트존 공략, 여의치 않으면 외곽으로 뺀 뒤 3점슛’이란 전창진 감독의 전략이 맞아 떨어지면서 승부는 박빙으로 변했다. 3쿼터 시작과 함께 터진 윤호영(11점)의 3점포로 45-45를 만들었고, 쿼터 종료 8분47초를 남기고 이광재(5점)의 속공으로 48-47, 첫 역전에 성공한 뒤 동부는 한번도 재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동부가 13개의 3점슛(성공률 48%)을 뿜어내면서 5연승을 노리던 SK를 88-85로 주저앉혔다. 올시즌 SK 전 4전 전승. 웬델 화이트(24점)와 표명일(11점 7어시스트)이 나란히 3개의 3점포로 외곽공격을 주도했다. 동부는 25승11패로 모비스와의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삼성은 KT&G를 90-84로 꺾었다. 삼성으로서는 특히 21일 동부와의 5차 연장 패배 이후 3연승. 연장에서 아깝게 패한 팀은 연패에 빠지는 일이 잦지만 삼성은 되레 상승세라 더 눈길을 끈다. 이상민이 11점 8어시스트로 공수를 조율했고, 최강 ‘용병 듀오’인 테렌스 레더(29점 8리바운드)와 애런 헤인즈(26점 6리바운드)는 55점을 합작했다. 전자랜드는 인천 삼산체육관으로 꼴찌 KTF를 불러들여 104-77로 승리, 6연패를 끊었다. 최근 부진했던 간판 서장훈이 팀내 최다인 19점을 터뜨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프로농구]루키 윤호영 폭발 “주성이형 걱정마”

    [프로농구]루키 윤호영 폭발 “주성이형 걱정마”

    “아직 마음에 차는 건 아니다. 다만 자신감을 찾는 것 같아 다행이다. 플레이오프에서 지금 멤버 만으론 힘들다. 호영이가 필요하다.”(전창진 동부 감독) 프로농구 오리온스-동부 전이 열린 14일 대구체육관. 동부는 1쿼터에서 팀의 기둥 김주성을 잃었다. 슛을 쏜 뒤 착지하다 왼발목을 접질려 실려 나간 것. 전창진 감독은 곧 루키 윤호영을 투입했다. 중앙대 시절 ‘제 2의 김주성’으로 각광받았던 윤호영은 날카로운 베이스라인 돌파는 물론 승부처인 4쿼터에만 3개의 3점슛을 폭발시켰다. 수비도 발군이었다. 매치업 상대인 오리온스 이동준(5점)을 꽁꽁 묶었다. 32분여 동안 16점(3점슛 3개) 5리바운드 6블록. 6블록은 올시즌 1경기 최다 타이. 동부가 올시즌 팀 최다인 7연승을 달리면서 선두를 질주했다. 대구 원정에서 오리온스를 87-75로 꺾은 것. 반면 올시즌 팀 최다인 6연패에 빠진 오리온스(13승18패)는 9위 SK에 반경기차로 쫓겼다. 오리온스는 새 용병 딜리온 스니드(25점 15리바운드)의 활약을 위안삼아야 했다. 전반은 47-34, 동부의 리드. 주득점원 웬델 화이트가 파울트러블로, 김주성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동부는 코트를 지배했다. 코트에 폭풍을 몰고온 것은 오리온스의 용병 스니드(197㎝ 122㎏)였다. 육중한 체구에 맞지 않는 순발력과 스텝, 피딩 능력을 지닌 스니드는 레지 오코사(27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 6스틸)를 상대로 손쉽게 득점을 쌓아 올렸다. 3쿼터에만 12점을 올린 스니드의 활약으로 오리온스는 55-62까지 추격했다. 4쿼터 시작 52초 만에 스니드가 또 골밑을 공략해 57-62, 오리온스가 턱밑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동부의 저력은 위기에서 빛났다. 윤호영의 3점슛 두방과 표명일(6점)의 3점포로 쿼터 종료 8분여를 남기고 71-57까지 달음질치며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윤호영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항상 디펜스와 리바운드가 내 몫이란 생각으로 코트에 들어선다. 용병과의 몸싸움도 힘들지만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에선 홈팀 LG가 꼴찌 KTF에 83-69로 완승을 거뒀다. 17승(14패) 째를 챙긴 LG는 KT&G를 반경기차로 밀어내고 단독 4위로 올라섰다. 용병 듀오 브랜드 크럼프(21점)와 아이반 존슨(19점)이 40점을 합작했고 간판슈터 조상현이 13점(3점슛 3개)으로 힘을 보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프로농구] 신인왕 ‘新 빅3’ 재편

    [프로농구] 신인왕 ‘新 빅3’ 재편

    2008년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는 최고의 ‘풍작’으로 꼽혔다. 대학시절 일찌감치 국가대표로 뛴 ‘빅4’ 하승진(KCC)과 김민수(SK), 윤호영(동부), 강병현(KCC)을 비롯해 거물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정규리그 일정의 56%를 소화한 12일 현재 신인왕 판도는 개막 이전과 다른 양상이다. 선두주자는 LG의 포워드 기승호. 드래프트 9번으로 뽑힌 기승호를 주목한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붙박이 주전을 굳힌 기승호는 팀이 치른 30경기 가운데 29경기에 나서 평균 23분여 동안 8.7점, 1.9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올렸다. 각 팀 감독들이 입을 모아 칭찬할 만큼 팀공헌도가 높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득점루트와 허슬플레이, 끈적한 수비로 강을준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LG가 중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기승호의 공이 크다.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의 기록은 발군이다. 전 경기에 나서 평균 27분여를 뛰면서 12점 4.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탁월한 하드웨어와 탄력, 정교한 슈팅은 프로에서도 통했다. 매경기 2개의 턴오버를 범할 만큼 다듬을 부분이 많지만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페인트존에서 외국인선수와 몸을 비비는 포지션이란 점도 플러스 요인. 문제는 하위권에 처진 SK의 성적이다. 플레이오프 탈락팀에서 신인왕이 나온 것은 방성윤(SK·2005~06)과 양동근(모비스·2004~05)뿐. 물론 6위 전자랜드와 SK는 불과 3경기차다. 반전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강병현은 트레이드 이후 주가가 급상승했다. 전자랜드에선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오가면서 주전 확보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KCC로 옮긴 뒤 붙박이 슈팅가드를 굳히면서 중앙대 시절의 화려한 플레이를 회복했다. 총알 같은 페넌트레이션과 과감한 외곽슛은 물론, 장신가드(193㎝)의 장점을 십분 살리고 있는 것. 28경기에서 평균 29분여를 뛰면서 8.1점에 2.9어시스트, 2.8리바운드. 소속팀 KCC도 최근 5승2패로 상승세다. 다만 포인트가드 임재현, 신명호가 모두 부상을 당해 그의 부담이 커진 점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새끼발가락 골절로 9경기째 결장 중인 하승진(평균 8점 7.3리바운드)과 혹독한 통과의례를 끝내고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윤호영(평균 3.9점 3리바운드)은 남은 경기에서 대반전을 꿈꾸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프로농구] 윤호영 드디어 ‘빅4’ 이름값

    [프로농구] 윤호영 드디어 ‘빅4’ 이름값

    동부의 새내기 포워드 윤호영(24·196㎝)은 시즌 개막 전까지 하승진(KCC) 김민수(SK) 강병현(KCC)과 함께 ‘빅4’로 꼽혔다. 전지훈련과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제2의 김주성’이란 별명이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된 뒤 윤호영은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빅4’는 물론 기승호(LG) 등이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것과 대조적.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만난 전창진 동부 감독은 “호영이가 근성이나 오기가 부족해 발전이 더뎠다. 하지만 요즘 들어 많이 좋아졌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초반부터 동부가 리드했지만 답답했다. 3쿼터 중반까지 3점슛 10개를 던져 단 1개밖에 터뜨리지 못한 탓에 단조로운 골밑 공격에 의존했다. 외곽포 갈증을 씻어낸 것은 슈터 강대협, 손규완이 아니었다. 윤호영은 3쿼터 종료 3분8초 전과 2분38초 전 거푸 3점슛 두 방을 터뜨렸다. 동부는 45-34까지 달아나면서 주도권을 장악했다. 동부는 4쿼터 막판 위기를 맞았다. 전자랜드가 도널드 리틀(9점 11리바운드)의 팁인과 김성철(5점)의 3점포로 경기종료 2분55초를 남기고 60-56까지 쫓아온 것. 하지만 웬델 화이트가 두 명을 제치고 레지 오코사(11점 10리바운드)에게 송곳패스를 찔러줬다. 경기종료 44초를 남기고 62-56. 화이트는 종료 2.9초 전 원핸드 덩크슛으로 승리를 자축했다. 동부가 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65-56으로 승리, 4연승을 달렸다. 19승9패가 된 동부는 2위 모비스를 2경기 차로 따돌렸다. 공격 첨병 화이트는 27점 11리바운드 6어시스트, 3스틸로 제 몫을 했다. 윤호영도 데뷔 이후 최다인 11점은 물론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승리에 보탬이 됐다. 윤호영은 “대학시절은 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코트에 나선다. 형들과 호흡이 잘 안 맞아 내 자신이 불만족스럽다. 마인드컨트롤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상대보다 두배 많은 12개의 턴오버를 쏟아낸 데다 서장훈(11점 12리바운드)과 리카르도 포웰(15점)이 기대에 못 미친 탓에 올 시즌 최소득점 타이를 기록했다. 잠실에서 삼성은 테렌스 레더(43점 14리바운드)의 활약으로 오리온스를 79-72로 눌렀다. 삼성은 16승12패로 2위 모비스(17승11패)에 1경기차로 다가섰다. 3연패를 당한 오리온스(13승15패)는 KCC에 공동 7위를 허용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무자년 ‘마지막 첫’ 전철 ‘또하나의 가족’

    한해를 보내는 연말 지하철 첫차의 풍경은 어떨까. 유별나게 어려웠던 2008년 말 새벽을 여는 이웃은 어떤 표정일까.한해를 48시간여 남긴 30일 꼭두새벽에 지하철 첫차를 타봤다.  새벽 5시쯤 출발하는 첫차는 ‘생계형 지하철’로 불린다. 인력시장에 나가는 일용직들,야쿠르트 아주머니와 빌딩들의 청소 아주머니들이 반쯤 감긴 눈으로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모인다 하여 붙여진 별칭이다.  첫차의 풍경은 작업복 차림의 승객들로 우중충할 것이란 지레짐작을 여지 없이 깨뜨렸다. ‘치열하거나 혹은 빠듯한’ 일상의 군상들일 게 분명하다고 여겼는데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새벽 5시30분 지하철에 올랐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경직돼 있을 것만 같았던 첫차에는 가족 같은 훈훈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첫차란 인연이 만들어낸 ‘가족’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삶이 팍팍하기에 더불어 생겨난 풍경일까.  “십수년을 지하철 첫차를 타며 지내왔는데 (정이) 오죽 하것소.” 청량리로 가는 두 아주머니가 던져준 말이다. ●아버지의 재발견-새벽 4시30분  30일 신도림역 2호선 첫차를 운행한 이무일 기관사의 하루는 새벽 4시30분에 시작됐다. 안전 점검 등을 위해 열차 출발 시간보다 1시간 먼저 일어났다고 했다. 그는 승객들이 오르기 전 자동문 시험 등을 통해 무사운행을 기원했다.  새벽 첫차에는 의외로 빈 자리가 없다. 이 기관사는 “첫 차를 타는 승객들은 남들보다 어렵게 일하는 사람들로 주로 일찍 출근하는 편”이라며 “그걸 알고 있으니 더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배차 간격이 상대적으로 긴 새벽 시간에는 뛰어오는 사람이 보이면 태우려고 기다리는 편”이라는 그의 마음 씀씀이도 이 때문이다.  시민들이 하루를 무탈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그는 승객들의 아버지였다. ●형제의 재발견-새벽 4시45분  “아저씨 청량리행 첫차 몇시에 있어요?” “야 그것 봐 아니래잖아.” “에이 괜히 일찍 왔네.” 왁자지껄하다.첫차와 어울리지 않는 아주 ‘수상한’ 모습들이었다.  신도림역.혈관이 터질듯 혈기가 왕성한 청년 댓명이 양손 가득 비닐봉지를 들고선 역사 안으로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과자,음료수 등이 가득 찼다.  올해 수능을 치렀다는 윤호영(19)군 등 8명은 “춘천의 강촌으로 10대의 마지막을 불사르러 가는 길”이란다.이성 친구들이 없어도 아쉽지 않다고 했다.이들은 ‘친구’에서 ‘형제’로 거듭나기 위해 차가운 새벽 기온에서도 첫차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새벽 5시35분 신대방역. 빨간색 등산 점퍼에 커다란 배낭을 멘 중년 남성 2명이 눈에 띄었다.둘은 각각 5,7년째 첫차를 타고 산행을 즐기다 의형제를 맺었다고 한다. 서로 형님과 아우님 하는 폼세가 실제 형제인 양 다정하다.눈이 쌓인 산의 모습은 돈 주고도 못 볼 만큼 절경이라는 이들은 산행 후 막걸리 한 사발씩 하기로 약속했다. ●자매의 재발견-새벽 5시2분  “어~오늘은 좀 늦었네.혼자 왔어?”  신도림역에서 5시2분 출발하는 1호선 상행선을 기다리던 윤옥순(75)씨는 우순자(59)씨를 보자 무표정한 얼굴에도 따스한 인사를 건넨다. ‘지하철 10년지기’라고 했다.  “이 언니는 못 묶는 게 없어.선수야 선수” 윤씨는 지하철로 청량리까지 간 다음 승합차에 몸을 싣고 포천으로 이동,파와 미나리 등을 단으로 묶는단다. 23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일상을 고스란히 전하는 이들의 대화에는 친근함이 듬뿍 묻어난다.”매일 보다가 하루 안 보이면 섭섭하지.왜 안 보이나 궁금하고 어디 아픈가 걱정도 되고….“  나이 차가 띠동갑이 넘는 이들을 자매로 묶어준 건 첫차만의 특별한 힘이었다. ●어머니의 재발견-새벽 5시40분  “어이 나 그 신문지 한장 줘봐.” “이 떡 좀 먹어봐.” ”난 그거(유가환급금) 24만원 다 나왔던데.”  열차의 맨 끝 칸에서 신문지를 깔고 바닥에 앉은 중년 여성 예닐곱명이 눈에 들어왔다. 쥐죽은 듯 조용한 새벽 첫차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다.  기자가 ‘이야기 좌판’에 끼어들었다. 기자 일행에게 신문지 한장을 쑥 빼주며 편히 앉으란다. “옳다! 잘 됐다.어르신네들 살아온 곡절이나 들어보자.” 느닷없이 “아이고,우리 아들”이란다. 역시 이들 아주머니들도 새벽 지하철에서 만난 우리의 엄마요 이모였다. ●새해엔 지하철 안에 정이 가득했으면  바삐 타고 나면 피곤하기만 한 일상의 아침 지하철.  이 공간은 사적인 시간을 공유하지 않는 ‘아주 이기적인’ 곳, 이어폰을 꼽거나 신문을 읽으며 혹은 잠을 청한 채로 지나쳐가는 도시문명의 산물로 매도된다. 하지만 2008년을 이틀 남긴 아침 이 외로움의 공간 속에는 ‘가족의 정’이 더없이 피어났다. 살기가 팍팍해도 ‘삶의 온기’는 살아 있다는 증거다.  아침마다 만나는 얼굴이 있다면 새해 첫 날, 첫 출근 만큼은 먼저 말을 걸어보자.“아침 공기가 상쾌합니다.” “오늘도 일찍 나가시네요.” [관련기사] ☞ 종점 다음 역은… 새로운 출발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 박성조기자 taij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무자년 ‘마지막 첫’ 전철 ‘또하나의 가족’

    무자년 ‘마지막 첫’ 전철 ‘또하나의 가족’

     한해를 보내는 연말 지하철 첫차의 풍경은 어떨까.유별나게 어려웠던 2008년 말 새벽을 여는 이웃은 어떤 표정일까.한해를 48시간여 남긴 30일 꼭두새벽에 지하철 첫차를 타봤다.  새벽 5시쯤 출발하는 첫차는 ‘생계형 지하철’로 불린다.인력시장에 나가는 일용직들,야쿠르트 아주머니와 빌딩들의 청소 아주머니들이 반쯤 감긴 눈으로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모인다 하여 붙여진 별칭이다.  첫차의 풍경은 작업복 차림의 승객들로 우중충할 것이란 지레짐작을 여지 없이 깨뜨렸다.‘치열하거나 혹은 빠듯한’ 일상의 군상들일 게 분명하다고 여겼는데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새벽 5시30분 지하철에 올랐다.삶의 무게에 짓눌려 경직돼 있을 것만 같았던 첫차에는 가족 같은 훈훈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첫차란 인연이 만들어낸 ‘가족’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삶이 팍팍하기에 더불어 생겨난 풍경일까.  “십수년을 지하철 첫차를 타며 지내왔는데 (정이) 오죽 하것소” 청량리로 가는 두 아주머니가 던져준 말이다.    ●아버지의 재발견-새벽 4시30분  30일 신도림역 2호선 첫차를 운행한 이무일 기관사의 하루는 새벽 4시30분에 시작됐다.안전 점검 등을 위해 열차 출발 시간보다 1시간 먼저 일어났다고 했다.그는 승객들이 오르기 전 자동문 시험 등을 통해 무사운행을 기원했다.  새벽 첫차에는 의외로 빈 자리가 없다.이 기관사는 “첫 차를 타는 승객들은 남들보다 어렵게 일하는 사람들로 주로 일찍 출근하는 편”이라며 “그걸 알고 있으니 더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배차 간격이 상대적으로 긴 새벽 시간에는 뛰어오는 사람이 보이면 태우려고 기다리는 편”이라는 그의 마음 씀씀이도 이 때문이다.  시민들이 하루를 무탈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그는 승객들의 아버지였다.  ●형제의 재발견-새벽 4시45분  “아저씨 청량리행 첫차 몇시에 있어요?” “야 그것 봐 아니래잖아.” “에이 괜히 일찍 왔네.” 왁자지껄하다.첫차와 어울리지 않는 아주 ‘수상한’ 모습들이었다.  신도림역.혈관이 터질듯 혈기가 왕성한 청년 댓명이 양손 가득 비닐봉지를 들고선 역사 안으로 들어왔다.자세히 보니 과자,음료수 등이 가득 찼다.  올해 수능을 치렀다는 윤호영(19)군 등 8명은 “춘천의 강촌으로 10대의 마지막을 불사르러 가는 길”이란다.이성 친구들이 없어도 아쉽지 않다고 했다.이들은 ‘친구’에서 ‘형제’로 거듭나기 위해 차가운 새벽 기온에서도 첫차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새벽 5시35분 신대방역.빨간색 등산 점퍼에 커다란 배낭을 멘 중년 남성 2명이 눈에 띄었다.둘은 각각 5,7년째 첫차를 타고 산행을 즐기다 의형제를 맺었다고 한다.서로 형님과 아우님 하는 폼세가 실제 형제인 양 다정하다.눈이 쌓인 산의 모습은 돈 주고도 못 볼 만큼 절경이라는 이들은 산행 후 막걸리 한 사발씩 하기로 약속했다.  ●자매의 재발견-새벽 5시2분  “어~오늘은 좀 늦었네.혼자 왔어?”  신도림역에서 5시2분 출발하는 1호선 상행선을 기다리던 윤옥순(75)씨는 우순자(59)씨를 보자 무표정한 얼굴에도 따스한 인사를 건넨다.‘지하철 10년지기’라고 했다.  “이 언니는 못 묶는 게 없어.선수야 선수” 윤씨는 지하철로 청량리까지 간 다음 승합차에 몸을 싣고 포천으로 이동,파와 미나리 등을 단으로 묶는단다.23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일상을 고스란히 전하는 이들의 대화에는 친근함이 듬뿍 묻어난다.”매일 보다가 하루 안 보이면 섭섭하지.왜 안 보이나 궁금하고 어디 아픈가 걱정도 되고….“  나이 차가 띠동갑이 넘는 이들을 자매로 묶어준 건 첫차만의 특별한 힘이었다.    ●어머니의 재발견-새벽 5시40분  “어이 나 그 신문지 한장 줘봐.” “이 떡 좀 먹어봐.” ”난 그거(유가환급금) 24만원 다 나왔던데.”  열차의 맨 끝 칸에서 신문지를 깔고 바닥에 앉은 중년 여성 예닐곱명이 눈에 들어왔다.쥐죽은 듯 조용한 새벽 첫차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다.  기자가 ‘이야기 좌판’에 끼어들었다.기자 일행에게 신문지 한장을 쑥 빼주며 편히 앉으란다.”옳다! 잘 됐다.어르신네들 살아온 곡절이나 들어보자.” 잠시···,느닷없이 “아이고,우리 아들”이란다.역시 이들 아주머니들도 새벽 지하철에서 만난 우리의 엄마요 이모였다.    ●새해엔 지하철 안에 정이 가득했으면  바삐 타고 나면 피곤하기만 한 일상의 아침 지하철.  이 공간은 사적인 시간을 공유하지 않는 ‘아주 이기적인’ 곳,이어폰을 꼽거나 신문을 읽으며 혹은 잠을 청한 채로 지나쳐가는 도시문명의 산물로 매도된다.하지만 2008년을 이틀 남긴 아침 이 외로움의 공간 속에는 ‘가족의 정’이 더없이 피어났다.살기가 팍팍해도 ‘삶의 온기’는 살아 있다는 증거다.  아침마다 만나는 얼굴이 있다면 새해 첫 날,첫 출근 만큼은 먼저 말을 걸어보자.“아침 공기가 상쾌합니다.” “오늘도 일찍 나가시네요.”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 박성조 기자 taiji@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아마농구 52연승 중앙대 김상준 감독

    [스포츠 라운지] 아마농구 52연승 중앙대 김상준 감독

    2006년 9월 농구판이 술렁거렸다. 지도자 경력이라곤 중학교 팀 5년이 전부인 그에게 중앙대 지휘봉을 맡긴 이례적 사건 때문. 당시 정봉섭 체육부장과 허재 KCC 감독 등 동문들은 ‘딴 짓 안하고 안성(중앙대 캠퍼스)에 뼈 묻을 사람을 시키자.’라고 의견을 모았단다.“고민했다. 원래 중학교 6년, 고교에서 3~4년 다지고 대학에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때가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부담이 컸다. 중앙대에서 실패하면 지도자로선 사형선고였다.” 숨 돌릴 틈 없이 10월 대학연맹전에 나갔다.“운이 좋았는지” 5연승. 우승의 기로에서 연세대와 만났다. 전반에 20점을 이기다 역전패했다.“나도 아이들도 믿지 못할 때니 당연한 결과였다.” 11월 농구대잔치에서 첫 상대 상무에 또 전반에 20점을 뒤졌다.‘초짜’ 감독은 후반 세트플레이 대신 속공 승부수를 띄웠다. 갸우뚱거리던 고참 대신 당시 고3 오세근을 투입했다. 판단은 맞아떨어졌고 결국 역전승으로 끝났다. 김상준(40) 감독의 연승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중앙대는 20일 개막된 농구대잔치에서 성균관대를 85-68로 꺾고 연승 행진을 ‘52’로 늘렸다. ●포장마차·주유소 사장, 다시 코트로 중2 때 처음 농구공을 잡았다. 늦깎이였지만 장신(182㎝)에 점프력이 좋아 가능성을 인정받고 중앙대에 진학했다. 쟁쟁한 선후배들이 수두룩해 3학년까지 거의 못 뛰었다.“4학년때 선수들이 투표로 뽑은 주장이 됐다. 안쓰러웠는지 감독님이 그때부터 뛰게 해주셨다.” 96년말 프로 출범을 앞두고 한국은행팀이 해체됐다.“5~6개월 정도 행원 생활을 했는데 답답했다. 안정된 직장보단 프로를 택했다.”프로 원년부터 3시즌을 식스맨으로 뛴 뒤 은퇴했다. 처음에는 지인들과 포장마차를 차렸다. 설거지부터 서빙, 카운터까지 안 한 일이 없다. 이후 강원도 홍천에서 휴게소를 운영하던 친구의 제의로 주유소를 했다. 농구와 담을 쌓은 지 2년이 지났을 때, 명지중에서 제안을 받았다.“무작정 사업을 접을 수도 없었다. 처음엔 좋은 코치를 모셔올 때까지 6개월만 맡기로 했다.” 주중에는 코치로, 주말엔 주유소로 ‘투잡’ 생활이 이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움직였다. 결국 ‘외도’를 끝냈다.“아깝긴 했다. 그때 문막에 LPG충전소까지 알아봤다. 후회는 안 한다. 농구가 더 좋았다. 그런데 문막 그 자리는 땅값이 10배 뛰어 대박이 났더라(웃음).” ●57승1패… 즐기는 농구의 힘 부임 이후 줄곧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강병현(전자랜드), 윤호영(동부), 오세근 등 대표선수를 데리고 그 정도는 누가 못 하느냐는 것.“인정한다. 멤버 좋다. 누가 오더라도 매년 1~2번 우승할 수 있다. 하지만 간과한 부분이 있다. 아이들과 내가 서로 믿고,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 그 분들은 모른다.” 부임 직후 함지훈(모비스) 등 3~4학년들이 몰려 왔다. 마무리훈련을 20~30분 곡소리 나도록 돌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아이들이 그랬다. 지금 실력으로도 프로에 갈 수 있다고…. 그래서 프로가 목표면 놀아라. 그런데 난 너희들이 김주성 같은 최고선수가 되기를 바란다. 선택하라고 했더니 그 때부터 믿고 따라 오더라.” 중앙대 농구는 화려하다. 런앤드건(압박수비를 바탕으로 쉴틈없는 속공)에 앨리웁까지.‘겉멋’과는 거리가 멀다. 혹독한 훈련에서 배어 나온 자연스러움이다. 그가 강조하는 창의적인 농구가 뿌리내린 덕분. 고교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이 중앙대가 된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승에 대한 피로는 없을까.“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목말라 있다. 언젠간 지겠지만 졸업하기 전에는 죽어도 싫다는 거다. 연습은 누구나 열심히 하지만, 이기려는 집념은 우리한테 못 따라온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미혼이다.“농구에 미쳐서 결혼을 안 했다는 건 전혀 아니다. 다만 아직 반려자를 맞을 준비가 안 됐다.”고 했다. 하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과 승리에 대한 굶주림만큼은 그도 부인하지 못할 것 같다. 글 임일영ㆍ사진 류재림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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