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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의 저격수’ ID 76-19.98 주미공관 잇단 거짓말 들통

    ‘76-19.98’.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주미 한국대사관과 워싱턴 한국문화원을 연일 공포에 떨게 하는 숫자다. ‘76-19.98’은 미주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미시 유에스에이(USA)’에 거의 매일 밤 글을 올리는 게시자의 아이디(ID)다. ‘76-19.98’은 사건 직후 문화원의 대응과 해명을 조목조목 따지며 새로운 의혹을 폭로하고 있다. 그중 상당 부분이 사실로 드러났거나 일리가 있는 내용이어서 이 아라비아 숫자 6개 뒤에 숨은 ‘저격수’의 실체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2일 밤(현지시간) ‘76-19.98’은 “오늘 아침 인터넷에 제가 쓴 글로 인해 한국에서 여러 기사들이 올라온 것을 보고 모르는 척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문화원의 최병구 원장과 담당 서기관이 여성 인턴 A씨의 성추행 사실을 보고받고도 묵살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폭로 내용 중 ▲피해자인 A씨가 문화원 정규 직원 C씨의 소개로 인턴에 참가했다는 것 ▲C씨가 사건 직후 사직했다는 것 ▲최 원장이 경찰 신고 소식을 듣고 피해자를 찾아가 대화를 시도했다는 것 등은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이후 문화원 측이 폭로 내용 중 C씨의 사직에 대해서는 그 전부터 예정돼 있었다고 하고, 최 원장이 윤 전 대변인이 아닌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피해자를 찾아갔다고 해명한 기사가 나가자 ‘76-19.98’은 이튿날 밤 다시 글을 올려 해명들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초로 성추행 사실을 보고한 시점이 지난 8일 아침이 아니라 7일 밤이었으며 보고를 받은 서기관의 실명과 발언 내용 등 새로운 의혹을 공개했다. 결국 ‘76-19.98 폭로→문화원 해명→76-19.98 추가 폭로’의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76-19.98’의 ‘저격’이 이어지자 문화원 측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최 원장은 지난 12일 저녁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8일 아침 7시 30분 첫 보고를 받은 뒤 피해자를 접촉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이날 밤 ‘76-19.98’이 최 원장이 윤 전 대변인을 대동하고 피해자 방을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당했다는 글을 올리자 “피해자를 찾아가긴 했지만 윤 전 대변인이 아닌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함께 갔다”고 말을 바꿨다. 폭로 내용이 시간대 별로 상세할 뿐 아니라 관련자 발언이 구체적이고 문화원 조직을 샅샅이 알고 있다는 점에서 ‘76-19.98’은 뜬소문을 전하는 일반 네티즌이 아니라 문화원 내부 관련자 내지 피해자의 측근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특히 A씨 성추행을 경찰에 신고하고 사표를 낸 C씨가 유력한 인물로 추정된다. 외교 소식통은 “76-19.98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의혹을 단계적으로 폭로함으로써 문화원 측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자충수를 두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朴대통령 언론사 정치부장단 대화] “언론에 귀 기울이겠다” 소통 약속

    박근혜 대통령과 국내 언론사 정치부장들과의 15일 만찬 간담회는 예정된 시간을 45분이나 초과해 오후 7시 45분까지 이어졌다. ‘윤창중 성추행 파문’ 등 굵직한 현안들이 많았던 데다 취임 후 첫 만남이어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고 박 대통령은 김행 대변인이 행사 종료 사실을 알리기 전까지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듯 모든 질문에 상세하게 답변했다. 윤창중 파문 소회 등 민감한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개성공단 문제나 북한 리스크 등을 설명할 때는 단호한 표정이었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화나 미 의회에서의 영어 연설 등 많은 질문에 미소를 띠어 가며 당시의 상황 등을 설명했다.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 대통령의 ‘화법’이 대선 전과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오바마 대통령과 10여분간 백악관 내 로즈가든 옆 복도에서 산책하며 나눈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참 잘해 청중을 감동시키는 연설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내일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잘할 수 있는 팁(조언 또는 정보)을 알려 달라”고 웃으며 질문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잠시 생각하더니 “자연스럽게 하라”고 알려줬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잠시 뒤 “한 가지 팁이 더 있다”며 “연단의 높이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안 되니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날로 취임 80일째를 맞은 박 대통령은 언론과의 ‘소통’을 약속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새 정부의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라면서 “언론에 귀 기울여 가며 신중하게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만찬에는 허태열 비서실장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이정현 정무수석, 곽상도 민정수석 등 사의를 표명한 이남기 홍보수석을 제외한 수석비서관 전원이 배석했다. 박홍환 기자 stinger@seoul.co.kr
  • “수행원은 야간에 단독행동 금지” 대통령 訪美 매뉴얼 이미 있었다

    “수행원은 야간에 단독행동 금지” 대통령 訪美 매뉴얼 이미 있었다

    정부 내 대통령 해외순방 매뉴얼이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단 보안 및 안전을 감안해 수행원의 ‘야간 단독 행동’를 금지하는 지침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문 의혹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대통령 해외 수행단의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청와대의 대처 방안이 비판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미 때 활용된 정부 매뉴얼은 모두 두 가지로 외교부의 대외비 문서로 분류되고 있다. 외교부는 이번 방미도 이 매뉴얼에 따라 준비했으며, 대통령 및 수행단의 세세한 일정과 동선, 의전, 상황별 세부 계획을 기술한 250여쪽 분량의 행사 책자도 수첩 형태로 별도 제작돼 수행단 전원에게 배포됐다. 15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외교부 대외비 문서인 A4크기 78쪽 분량의 ‘대통령 해외방문 행사 준비지침’과 ‘미국 방문 행사책자’를 분석한 결과 대통령 수행단은 보고 없이 야간에 숙소를 벗어나는 등의 개별 행동이 금지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머물렀던 중간 기착지인 뉴욕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워싱턴DC에서도 보안 및 안전을 위한 주의 사항으로 명시돼 있다. 수행원은 외부인과의 접촉과 통화도 금지됐다. 이는 대통령의 일정 및 동선 정보가 1급 보안 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윤 전 대변인이 숙소인 워싱턴DC 페어팩스 호텔을 벗어나 승용차로 10여분 이상 떨어진 W호텔 바에서 여성 인턴, 운전사와 술자리를 가진 행위는 수행단 지침 자체를 위반한 셈이다. 특히 윤 전 대변인에게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일정 및 장소, 이동 동선 등의 상세 정보가 담긴 책자가 제공됐다는 점에서 그의 ‘미스터리한 행적’은 대통령의 안전에도 영향을 주는 심각한 보안 위반으로 분류될 수 있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7일(현지시간) 밤 9시 30분에서 8일 0시뿐 아니라 그가 외부 모처에서 숙소인 페어팩스 호텔에 만취 상태로 들어오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새벽 4시 30분까지의 행적은 반드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한국문화원이 윤 전 대변인에게 별도의 차량을 제공한 것 역시 매뉴얼을 위반한 ‘과잉 예우’였다. 대통령을 제외한 공식 수행원은 현지에서 이동시 V1, V2, V3 등의 암호명으로 표시된 15인승 버스를, 실무 수행원과 기자단은 B1, B2, B3로 표시되는 55인승 버스에 탑승하도록 돼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 통상 국방·외교보좌관과 외교부 북미국장 등과 함께 탑승한다. 정부 소식통은 “공식 수행원인 외교장관에게도 개별적으로 승용차가 배정되지 않으며, 필요할 때만 임대한 승용차를 공식 수행원이 돌려 쓴다”며 “이번 방미에서 실무 수행원으로 편제된 윤 전 대변인에게 차량이 단독 배정된 건 의전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행단은 차관급인 이남기 홍보수석과 1급인 윤 전 대변인뿐만 아니라 최상화 춘추관장, 전광삼 선임행정관, 이미연 외신대변인과 행정관 등 총 10명에 이른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靑, 윤창중 전격 직권면직

    청와대가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성추행 의혹을 일으킨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직권면직 처리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전 대변인이 오늘 오후 5시께 면직 처리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대변인은 “윤 전 대변인에 대해 지난 10일 대변인 경질을 발표한 동시에 대변인직을 박탈하고 보직 대기 발령을 내렸다”면서 “현재 행정절차법에 의해 직권면직 절차를 밟고 있고 곧 면직 처리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면직 처리는 10일 대변인직 경질 발표가 이뤄진 지 닷새 만이다. 자신이 사표를 내는 절차를 거쳐 의원면직도 할 수 있지만 청와대가 이미 경질 사실을 공표한 만큼 의원면직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중앙징계위원회를 소집할 필요가 없도록 윤 전 대변인을 직권면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靑 인사위 다면적 검증 강화 美수사 결과 오면 추가 조치”

    “靑 인사위 다면적 검증 강화 美수사 결과 오면 추가 조치”

    박근혜(얼굴) 대통령은 15일 ‘윤창중 성추행 파문’에 따른 인사시스템 개편 등과 관련, “앞으로 인사위원회를 통해 좀 더 다면적으로 철저하게 검증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해 (인사 검증을) 철저히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개최한 국내 언론사 정치부장 초청 만찬에서 ‘청와대 개편론’에 대한 질문에 “앞으로 더 철저하게 노력하는 길, 더 시스템을 강화하는 길을 찾고 지금 있는 자료도 차곡차곡 쌓으면서 상시적으로 (인사 검증) 하는 체제로 바꿔 나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성폭행이나 성범죄가 우리 사회에 너무 만연돼 있는데 공직자까지 연루됐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닌 만큼 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우리 사회에서 몰아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6월 중 법무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등이 힘을 합해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 사건 추가 조치와 관련, “미국에 수사 의뢰를 했고 가능한 한 답이 빨리 오면 좋다고 했기 때문에 이것이 오면 거기에 따라 추가 조치가 필요하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이남기) 홍보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는데 그 부분은 제가 지난번에 수석회의에서도 밝혔듯이 이런 문제가 생기면 관련 수석이 전부 책임져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보고 시점에 대해서는 “정확한 것은 로스앤젤레스를 떠나는 날(현지시간 9일) 아침 9시에서 9시 반 사이”라고 밝혔다. 성추행 발생 25시간여 만에 보고받은 셈이다. 박홍환 기자 stinger@seoul.co.kr
  • “수행원은 야간에 단독행동 금지” 대통령 訪美 매뉴얼 이미 있었다

    “수행원은 야간에 단독행동 금지” 대통령 訪美 매뉴얼 이미 있었다

    정부 내에 대통령 해외 순방 매뉴얼이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단 보안 및 안전을 감안해 수행원의 ‘야간 단독 행동’을 금지하는 지침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문 의혹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대통령 해외 수행단의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청와대의 대처 방안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미 때 활용된 정부 매뉴얼은 모두 두 가지로, 외교부의 대외비 문서로 분류되고 있다. 외교부는 이번 방미도 이 매뉴얼에 따라 준비했으며 대통령 및 수행단의 세세한 일정과 동선, 의전, 상황별 세부 계획을 기술한 250여쪽 분량의 행사 책자도 수첩 형태로 별도 제작돼 수행단 전원에게 배포됐다. 15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외교부 문서인 A4용지 크기 78쪽 분량의 ‘대통령 해외 방문 행사 준비 지침’과 ‘미국 방문 행사 책자’를 분석한 결과 대통령 수행단은 보고 없이 야간에 숙소를 벗어나는 등의 개별 행동이 금지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머물렀던 중간 기착지인 뉴욕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워싱턴DC에서도 보안 및 안전을 위한 주의 사항으로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해당 문서가 지난해 12월 대외비에서 해제됐다고 설명했다. 수행원은 외부인과의 접촉과 통화도 금지됐다. 이는 대통령의 일정 및 동선 정보가 1급 보안 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윤 전 대변인이 숙소인 워싱턴DC 페어팩스호텔을 벗어나 승용차로 10여분 이상 떨어진 W호텔 바에서 여성 인턴, 운전사와 술자리를 가진 행위는 수행단 지침 자체를 위반한 셈이다. 특히 윤 전 대변인에게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일정 및 장소, 이동 동선 등의 상세 정보가 담긴 책자가 제공됐다는 점에서 그의 ‘미스터리한 행적’은 대통령의 안전에도 영향을 주는 심각한 보안 위반으로 분류될 수 있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시점인 7일(현지시간) 밤 9시 30분에서 8일 0시 사이뿐 아니라 그가 외부 모처에서 숙소인 페어팩스호텔에 만취 상태로 들어오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새벽 4시 30분까지의 행적은 반드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한국문화원이 윤 전 대변인에게 별도의 차량을 제공한 것 역시 매뉴얼을 위반한 ‘과잉 예우’였다. 대통령을 제외한 공식 수행원은 현지에서 이동 시 V1, V2, V3 등의 암호명으로 표시된 15인승 버스를, 실무 수행원과 기자단은 B1, B2, B3로 표시되는 55인승 버스에 탑승하도록 돼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 통상 국방·외교보좌관과 외교부 북미국장 등과 함께 탑승한다. 정부 소식통은 “공식 수행원인 외교장관에게도 개별적으로 승용차가 배정되지 않으며 필요할 때만 임대한 승용차를 공식 수행원이 돌려 쓴다”며 “이번 방미에서 실무 수행원으로 편제된 윤 전 대변인에게 차량이 단독 배정된 건 의전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태열 비서실장은 지난 13일 ‘비서실 직원에게 보내는 당부의 글’을 통해 방미 일정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지시했다. 그는 “민정수석실은 이번 방미단과 전 방미 일정을 리뷰하라”며 “그것을 바탕으로 매뉴얼을 만들어 대통령이 중국 등 해외 순방을 나갈 때 그 매뉴얼에 따라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라”고 당부했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고통과 결별하는 법/심재억 의학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고통과 결별하는 법/심재억 의학 전문기자

    암 환자가 의사에게 물었다. “선생님, 제가 너무 늦게 왔지요? 암이 벌써 전이됐다니, 무슨 대책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 말을 들은 의사가 말했다. “암의 위험성이 발병 이후 치료를 시작하기까지의 시간에 비례하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사람에게 아주 늦은 일이란 없습니다. 단지 커지는 고통을 감당할 자신만 있다면 말입니다.” 무엇인가와의 결별이 고통스러운 것은 그 ‘무엇’이 자신과 한묶음, 즉 체화(體化)됐음을 의미한다. 그 무엇이 가족 또는 연인이거나, 아니면 좀 더 현상적으로 말해 자신이 키운 질병이나 습관도 다르지 않다. 그런 것들이 이미 자신과 아주 강고하게 결속돼 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라거나 ‘뼈를 깎는 고통’이라는 결별의 심경은 상투적이지만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공생(共生)의 고통을 덜어내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가장 비싼 대가는 죽음이다. 그것이 개인의 죽음이든 조직의 붕괴든 고통이 마침내 공생의 주체를 해체해 버리는 기생적(寄生的) 속성의 발현이라는 점에서는 별반 다를 게 없다. 암을 생각해보자. 누구나 두려워하는 암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딱 두 가지뿐이다. 암과 결별하거나 암에 먹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라는 게 결별해야 할 것을 껴안고 있음으로써 거기에서 비롯된 고통이 자신은 물론 주변까지 잠식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결심을 주저한다. 깊게 동화된 탓이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수행했다가 성추행 혐의로 풍파를 일으킨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문제도 그렇다. 이 문제를 보는 세간의 시각과는 다소 다른 관점에서, 우리는 고통의 근원일 개연성을 알면서도 모든 권력이 집착했던 ‘내 편’이라는 익숙하지만 거북한 엽관(獵官)의 무모성과 결별하는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엽관은 직분을 수행할 전문성이나 조직적 적합성을 고민하지 않는다. 내게 얼마나 헌신하고 봉사했느냐를 따질 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권력의 정당성과 질서가 깨지는 고통이 시작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윤씨로 대표되는 내적 고통의 요인들과 어떻게 결별하는가를 국민들이 위태로운 시선으로 지켜보는 것은 이전 정권에서 체험한 많은 사례를 통해 이미 원인과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악성 종기가 어디 윤창중뿐이겠는가. 문제는 그런 고통의 요인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 근본적인 결별을 주문한다. 암 환자가 마지막으로 의사와 눈을 맞춘 뒤 비장하게 수술대에 오르듯 우리도 단순한 관음적 흥미나 그런 수준의 ‘사과’를 넘어 더 비장하고 단호하게 무언가와의 결별을 결행해야 할 때다. 무엇인가와 결별하는 일은 확실히 어렵다. 결별의 대상이 자신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지배할 만큼 익숙하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암이 그렇듯 결별에 따른 고통이 시간에 비례하는 일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근본적으로 고통의 근원을 털어내는 게 맞다. 개인의 일이 그럴진대 결별하지 못해서 얻는 고통이 국민들에게 전이되는 국가 경영의 문제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jeshim@seoul.co.kr
  • 정부 “한·미 외교문제 비화 막자” 총력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 처리에 한·미 외교 채널이 속도를 내고 있다. 양국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중범죄로 판단될 경우 조속히 범죄인 인도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 정부는 ‘윤창중 파문’이 한·미 외교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초비상이 걸려 있는 형국이다. 미국 국무부가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건을 통보하는 공문을 사건 당일인 8일(현지시간) 오후 3시 주미 한국대사관에 전달한 것으로 15일 드러났다. 청와대에 따르면 방미단은 이 시간 마지막 기착지인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 중이었고 대사관 측이 최영진 주미 대사에게 위성전화로 관련 내용을 전했다. 이어 최 대사와 이남기 홍보수석,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등이 참석한 전용기에서 대책회의가 열려 대응 방안이 협의됐다고 한다. 공문에는 윤 전 대변인이 인턴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신고된 사실 등 사건 관련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경찰은 이 시간까지만 해도 윤 전 대변인의 귀국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간 윤 전 대변인은 한국행 비행기에 이미 몸을 실었다. 폴 메캐프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경찰청 대변인은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수사는 신고 접수 당시 분류된 대로 성추행 경범죄 상태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한국 언론이 ‘미 경찰이 중범죄 혐의 수준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한 데 대해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새롭게 무거운 혐의가 입증되면 중범죄로 격상될 수도 있는가’라는 질문에 메캐프 대변인은 “수사 내용과 관련된 사항은 말할 수 없다”면서 답을 피했다. 그는 “우리는 성추행 혐의에 대해 현재 수사 중에 있다는 말 외에는 더는 밝힐 게 없다”고 했으며 수사가 언제쯤 끝날지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신고 접수 당시 분류된 성추행 경범죄가 언제든지 중범죄 혐의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윤 전 대변인이 ‘호텔 방에서 알몸인 상태로 피해자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는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에서는 준강간에 해당되는 중범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여기에 윤 전 대변인의 방미 기간 중 귀국이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이뤄졌을 경우 사태는 한·미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윤 전 대변인의 주장처럼 윗선으로부터 귀국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미국에서 엄벌하는 ‘사법방해’에 해당된다. 사법방해죄는 법 절차를 중시하는 미국 사회에서 중범죄로 다뤄지며 워싱턴DC에서는 3년 이상 30년 미만의 징역 또는 1만 달러 미만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사태를 종합해 보면 현재로선 방미 당시 수뇌부와 청와대의 교감 속에 윤 전 대변인의 중도 귀국이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다. 자칫 미국 경찰이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법 시스템을 위반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윤창중 파문을 둘러싼 한·미 외교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정부는 당시 상황을 미 정부에 설명하면서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은 본인 결정에 따른 조치라는 점을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 정부도 이번 사태가 외교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최대한 협조할 방침인 것으로 알고있다”고 전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잠적’ 윤창중에 애꿎은 주민들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1일 기자회견 이후 5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이 집에 있는 것으로 추정만 되고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 등 잠적이 길어지면서 그의 집 근처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윤 전 대변인이 살고 있는 경기 김포시 장기동의 한 아파트로 취재진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몰려들면서다. 평소 1시간이면 청소를 끝냈다던 아파트 경비원은 “쓰레기가 보통 때보다 다섯배 정도 나왔다”면서 “나야 이게 일이라 괜찮지만 입주자들이 고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오후에는 한 시민단체 회원 10여명이 아파트 현관 앞 인도에서 윤 전 대변인과 오리발 사진이 담긴 A4용지 40여장에 막걸리를 붓고 종이 쓰레기를 투척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10분 남짓 시위를 하기도 했다. 또 다른 경비원은 “밤납으로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다”면서 “윤씨가 하루라도 빨리 한국이든 미국을 가서 조사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쓰레기와 소음 뿐 아니라 갑자기 늘어난 차량들로 인한 주차공간 문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저녁 퇴근 시간에 차를 세울 곳을 찾지 못해 주차장을 몇바퀴 돌다가 멀리 떨어진 곳에 세운다”고 불평했다. 또 다른 주민은 “생활이 많이 불편하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며 “장본인이 직접 나서서 성추행 의혹을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 직원은 “1층을 포함해 낮은 층에 사는 주민들은 늘어선 카메라들 때문에 사생활 침해를 호소하기도 하는 등 하루에도 수십건의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며 “빨리 사건이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윤 전 대변인의 아내 이모씨는 이날 오후 12시 30분께 자택을 나서다 취재진에 둘러싸이자 오열을 하는 등 지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강한 여당 vs 대여 공세… 여야 새 원내대표 ‘强 vs 强’ 예고

    강한 여당 vs 대여 공세… 여야 새 원내대표 ‘强 vs 强’ 예고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15일 각각 원내 사령탑으로 선출됨에 따라 향후 정국에도 적잖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강한 여당’을 내세운 최 원내대표와 ‘대여 공세’를 선언한 전 원내대표 간 기 싸움이 예상된다. 오는 6월 임시국회가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민주화 입법,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등 정치 현안을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협력 또는 갈등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소통 강화해 집권 여당 존재감 부각시키고 靑에 과감히 쓴소리…野와 정책으로 승부” 최경환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는 15일 “집권 여당으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최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및 청와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국정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8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이긴 것과 관련해서는 “청와대와 견제·균형을 적절히 이루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면서 “선거 과정에서 박심(朴心) 논란이 있었는데 선거 결과를 봤을 때 박심은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쓴소리는 깊은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면서 “청와대에도 과감하게 쓴소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야당과는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며 정책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법 속도 조절론과 관련해 “여야와 정부 간 견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원만하게 협의·조정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물러나기 전 시동을 걸어 놓은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소상히 파악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답했다. “전임 원내대표단이 추진한 ‘여야 6인협의체’를 이어 갈 것이냐”는 질문에는 “성과가 있었습니다만 상임위원회와의 역할 관계에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면서 “여야 원내대표가 교체됐기 때문에 야당과 협의해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현 신임 정책위의장은 “사실상 박근혜 정부 제1기 정책위가 출범한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법안 6월 국회 처리와 관련해 김 의장은 “여야가 우선 논의하자며 비슷한 법안을 추출해 합의하는 대로 처리하자고 한 것이지 아직 합의가 된 것이 아니다. 6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6월 국회는 乙의 눈물 닦아주는 국회로…노조와 임금 문제 국민 의제로 올릴 것” 전병헌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15일 “6월 국회를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는 국회’로 만들겠다”면서 경제민주화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한길 당대표와 전 원내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앞으로 경제민주화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이 확정된 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입법에 중점을 두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전 원내대표는 4월 임시 국회에서 여야 이견으로 처리하지 못한 가맹거래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프랜차이즈법안)·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전속고발권 폐지법) 등 주요 경제민주화 4개 법안을 6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전 원내대표는 또 “노조 문제로 인식해온 ‘노조와 임금 문제’를 국민 다수의 의제로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그는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 생활과 관련한 문제라면 정부, 여당이라 할지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면서 “그러나 정부, 여당이 독선독주한다면 결기를 갖고 단호히 견제하고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서는 “당 밖에서는 (안 의원과 민주당이) 약간의 경쟁관계로 볼 수 있지만, 원내 틀 안에서는 오히려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많고 경쟁보다는 협력할 게 더 많은 관계다. 협력적 동반자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원내대표는 “안 의원이 가진 생각과 정책실현은 민주당의 협력과 지원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하다”면서 “국민적 과제에 대해서는 안 의원께 협력을 요청해서 공동보조로 과제를 실천해 나가는 방향으로 원내 기조의 틀을 잡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열린세상] 윤창중 넘어 세금 낭비에도 눈길 돌려야/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윤창중 넘어 세금 낭비에도 눈길 돌려야/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며칠 전부터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이 주요 일간지를 뒤덮고 있다. 그 정도가 다소 과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 가운데 일부는 고위공무원의 비행에 대한 공분(公憤)도 들어 있을 것이다. 국가의 중요한 업무를 보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렇게 잘못된 행동을 한 것에 대한 국민적 분노 말이다. 일반인이라고 해서 성추행을 해도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고위공무원의 경우에는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우리 정서법이고 그것이 맞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피해자가 더 많아서 사실 이보다 더 국민들이 공분을 가질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큰 관심을 끌지 못하거나 심지어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바로 고위공무원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우리가 낸 세금이 낭비되는 상황이다. 고위공무원은 단순히 정해진 사무를 처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책적인 판단에 깊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임원과 같다. 임원의 판단은 기업의 운명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기업의 장래를 좌우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당장 현실적으로 그 의사결정에 따라 사용처가 달라지는 기업자금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중앙행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고위공무원도 같은 처지에 있다. 물론 국회나 지방의회와 같이 그 권한을 견제하는 기관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정책 결정이나 예산 집행은 고위공무원의 영향력이 결정적이다. 이들이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공익적 고려 이외의 다른 사적인 요인으로 판단하게 되면, 이는 곧 우리가 낸 세금이 낭비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책적 판단이 잘못돼 세금이 낭비된 사례는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도 어렵다. 당장 용인 경전철이나 한강의 새빛둥둥섬, 지방자치단체의 호화청사나 텅 빈 박물관 등 최근 언론에서 문제가 된 것들이 대표적이다. 직접적이지는 않겠지만 용산개발사업만 해도 그 뒤처리에 세금이 얼마나 소요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정책과제를 선정해 지원하는 것이나 창업 같은 분야에 지원하는 것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지원금이 눈먼 돈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필요한 위원회를 운영하거나 전시행정을 펼쳐 헛돈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이 돈 모두가 우리가 낸 세금이기 때문이다. 복지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정책적 판단은 모두 미사여구로 포장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물론 정말로 공익을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공익으로 포장한 것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흔히 하는 말로 “제 돈이면 그렇게 하겠는가”라고 물음으로써 세금이 지출되는 판단의 적절성을 따져 볼 수 있을 것이다. 교과서적인 법적 기준은 사실 이보다 더 엄격하다. 그러나 어차피 구체적인 판단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뿐 아니라, 이 정도의 기준만 잘 지키더라도 불필요한 세금 낭비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그렇다고 실패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아니다. 자기 돈으로 해도 사업이 망할 수 있듯이,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불운이 닥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당연히 결과가 아니라 의사결정 당시의 사정을 고려한 적절성만 따질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고위공무원의 신중한 판단을 유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책임의식의 함양이 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다소 억지스럽지만 기업에서 쓰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지 않을까 싶다. 정책적 판단이 경솔했다면 그 의사결정의 책임이 있는 고위공무원에게 개인적인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이다. 복지부동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반론도 있겠지만 두고 볼 일이다. 세금 낭비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더 높이는 것도 유력한 해결책이다. 세금 낭비는 그 피해가 분산되거나 연기돼 느끼지 못할 뿐 피해가 작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공분의 대상으로서 최근 성추행 사건 같은 것보다 더 높은 관심과 보도가 이뤄지는 것이 옳다. 정책 결정자가 누구였는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다른 사적인 요인은 없었는지, 결과적으로 누가 이익을 보았는지 등의 정보는 만진 부위가 허리인지 엉덩이인지, 누가 귀국을 종용하였는지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국민의 이익과 관련된다.
  • 윤병세 외교에게도 ‘불똥’

    윤병세 외교에게도 ‘불똥’

    ‘윤창중 성추문’의 불똥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까지 옮겨붙었다. 외교부는 14일로 예정됐던 윤 장관의 취임 후 첫 국내외 언론 브리핑을 돌연 27일로 연기했다. 윤 장관은 지난 3월 11일 취임 이후 65일째인 이날 오후 내외신을 상대로 직접 외교 현안을 설명할 계획이었다. 당초 전날까지만 해도 외교부는 윤 장관의 내외신 브리핑을 예정대로 진행하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박근혜 정부의 방미 성과와 외교 및 대북 정책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기로 했지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파문이 확산되면서 브리핑 당일인 이날 오전 취소했다. 서울에 상주하는 외신 기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브리핑에서 윤 전 대변인의 성추문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언론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곤혹스러운 상황도 감안됐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공식 브리핑에서 외교 장관이 성추행 의혹을 설명하는 장면이 주요 외신 카메라 등을 통해 전 세계에 타전되는 건 국가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적지 않아 고심 끝에 연기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알지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는 식의 태도로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물타기/이소영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4년

    [옴부즈맨 칼럼] 물타기/이소영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4년

    ‘물타기’라는 말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매입한 주식이 하락했을 때 해당 주식을 저가로 사들여 매입평균단가를 낮추는 투자법을 일컫는 것으로, 같은 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손해와 이득을 평균함으로써 손해의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이 용어는 주식시장이 아닌 사회 전반에서도 흔히 쓰이는데, 논란이 되는 사안의 다른 면을 부각시키거나 반대 쟁점을 내세움으로써 논란의 농도를 낮추고자 할 때 주로 사용된다. 이때의 ‘물타기’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사용되는데, 주식에서의 물타기는 개인의 손익에만 영향을 주지만, 사회에서의 물타기는 공동체 전체의 손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보도에 있어서 물타기는 매우 조심해야 할 지점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사안에서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를 파악해야 하며,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 중요한 부분을 놓쳐 버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안에 천착하기보다 이면에 숨겨진 구조적 문제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여객기의 ‘라면 상무’ 사건이나 남양유업 녹취록을 통해 단순히 개인을 도덕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그 속에 내재한 우리 사회의 갑을 구조를 파악하는 것, ‘손님은 왕이다’의 허구나 업계의 오랜 밀어내기 관행을 이끌어내는 것, 이런 것이 아마도 언론이 물타기를 피하면서도 사안에 다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이것은 ‘규탄’과 ‘고발’의 차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겠다. 규탄은 주로 한 대상을 겨냥한 것으로, 논란의 중심은 지탄받고 있는 행위를 한 인물이 된다. 이 경우 개인의 행동 궤적이나 발언 등이 중요한 단서가 되며, 사건은 개인이 단죄받거나 잊힘으로써 해결된다. 반면 고발은 어떤 원칙과 기준에 어긋난 사안이 대상이 된다. 이것이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점이나 숨겨진 사실이다. 고발에서는 행위의 은폐와 그 악영향이 주목받으며, 고발당한 행위에 대한 수정과 보완의 방법이 논의됨으로써 사건이 해소된다. 규탄의 작업도 중요한 것이지만, 언론의 사회적 역할은 고발에 더 가까운 셈이다. 요즘 뉴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혼잡스럽다. 방미 중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기사 때문이다. 역대 최악의 스캔들이라고 할 만한 이 사건에도 한숨이 나오지만, 더욱 걱정이 되는 것은 이 사건이 고발로 나아가지 못하고 규탄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신문 곳곳에서 윤 전 대변인의 말, 시간대별 상황과 같은 자극적인 요소만을 다룰 때 ‘툭 쳤을 뿐’이라는 말에 담긴 잘못된 인식이나 고위 공직자의 윤리 부분은 자리할 공간이 없어진다. 이것이 물타기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고발과 규탄 사이의 균형을 잡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나라를 대표하는 역할로 미국에 나가 추문을 일으킨 것은 규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변명들이 속속들이 거짓으로 밝혀지는 상황 역시 알려져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우리가 진정 단죄하고 개선해 가야 할 부분이 과연 지금 보도되고 있는 것뿐인지 역시 고민해야 할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다. 이런 주장도 하나의 ‘물타기’로 들릴 수 있겠다. 하지만 ‘노팬티’ 여부와 이러한 주장 중 어떤 것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지를 고민해 본다면, 답은 쉽게 나올 것이다.
  • 北 개성공단 회담 호응 가능성 낮아… 입주기업 달래기용 제의?

    정부가 14일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북한에 개성공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공식 제의했지만 북한이 호응해 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우선 박 대통령의 회담 제의 지시는 개성공단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 입주 기업들의 부담을 덜고 교착상태에 놓인 개성공단에 대한 해법 찾기에 재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개성공단 문제는 단순히 대화만 거듭 촉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뜬금없는 제안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 3일 개성공단 우리 측 근로자 전원을 철수시키며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원·부자재 등의 반출 문제를 추후 협의하자고 했지만, 북한은 우리 측 제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 지난 6일부터는 한·미 연합 해상훈련까지 실시되면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실어 내려면 100~200명의 입주 기업 직원들이 적어도 사흘간 개성공단을 오가야 하는데, 북한은 이런 상황이 마치 개성공단이 정상화된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데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용석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미 연합 훈련이 끝나고 정세 전환의 명분이 만들어져야 북한도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 나서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회담을 제의한 통일부마저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갑자기 내려진 지시에 곤혹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호응해 올 가능성이 높다고 봐서 대화를 제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나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회담 제의란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에 쏠린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북한 카드를 꺼내 든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편 정부는 이날 개성공단 정부합동대책반 2차 회의를 열어 3000억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 경협보험금 지원을 포함한 2단계 지원 대책을 확정했다. 추경예산을 통해 증액된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 5200억원의 일부도 개성공단 기업에 단계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이 밖에 고용유지 지원금, 임금 체불 청산을 지원하는 융자도 실시한다. 정부는 무급 휴업·휴직 근로자 발생 시에도 근로자에게 직접 수당을 지급하거나 생계비를 융자해 줄 계획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문화원, 尹 1차 성추행 보고 묵살해 2차 성추행으로 이어졌다”

    “문화원, 尹 1차 성추행 보고 묵살해 2차 성추행으로 이어졌다”

    미국 워싱턴 한국문화원(원장 최병구)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여성 인턴 A씨 성추행 혐의를 처음 보고받은 때는 그동안 알려진 지난 8일 오전 7시 30분쯤(현지시간)이 아니라 7일 밤 1차 성추행 직후였으며, 문화원이 이를 묵살하는 바람에 윤 전 대변인이 2차 성추행을 저지르게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문화원이 사건 초기에 대응을 안이하게 해 피해자에게 더 큰 충격을 안기고 사태를 키웠다는 의혹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13일 미주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미시 유에스에이’(Missy USA)에 올라온 ‘주미 대사관·한국문화원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피해자가 7일 밤 W호텔 바에서 윤 전 대변인과 술을 마시고 호텔로 돌아온 뒤 문화원 직원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렸고, 그 직원이 서기관에게 보고를 했지만 서기관은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일 크게 만들지 말고 덮으라’는 뉘앙스로 말했다”면서 “그렇다면 (최병구 문화원장이) 최초 보고를 받은 시점은 7일 밤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최 문화원장이) 7일 밤 첫 번째 보고에 이어 8일 아침 두 번째 보고도 묵살하는 바람에 문화원 직원 C씨가 화를 참지 못하고 사표를 제출하고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된 것이 아닌가”라면서 “이후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호텔로 찾아오자 그제야 부랴부랴 최 문화원장을 비롯해 윤 전 대변인이 피해자의 호텔 방을 찾아가 대화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어 “최 문화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보고를 묵살하거나 은폐하려 한 적이 없다. 8일 아침 최초 보고를 받고 바로 조치를 취했음에도 C씨는 사표를 제출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나와 함께 피해자의 방으로 찾아가 대화를 시도한 사람은 윤 전 대변인이 아니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다’라고 했는데, 이처럼 거짓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주미 대사관과 문화원에 화가 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2일 최 문화원장은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8일 오전 7시 30분쯤 C씨로부터 처음 보고를 받은 뒤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바로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함께 피해자 방에 갔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윤 전 대변인이 8일 오전 성추행 신고로 경찰 출동 사실을 듣고 부랴부랴 서울로 귀국하는 과정에서 문화원 측이 항공권 예약은 물론 차편을 제공하는 등 출국 과정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13일 “문화원 측이 윤 전 대변인에게 택시를 잡아 줬거나 별도의 차량을 주선해 줬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전 대변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런 특정 보도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에 문의하기 바란다”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안에 대해 한국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언급을 자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영진 주미 한국대사는 “미국의 관계 당국에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며 동시에 절차가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다른 대사관 고위 관계자도 미국 경찰이 “연방 검찰 지휘를 받아 수사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답변을 해 왔다고 전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서울광장] ‘윤창중’에 담긴 아비튀스(Habitus)/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윤창중’에 담긴 아비튀스(Habitus)/진경호 논설위원

    젊고 잘생긴 존 F 케네디는 섹스 중독자였다. 윌리엄 라이딩스 2세 등은 저서 ‘위대한 대통령, 끔찍한 대통령’을 통해 케네디가 아름다운 아내 재클린을 곁에 두고도 수백명의 여성들과 관계를 가졌다고 썼다. 심지어 마피아의 여자를 건드렸다가 대통령 신분에 갱단의 협박을 받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후임 린든 존슨 대통령도 만만치 않았던 듯하다. 백악관 직원들 가운데서 ‘섹스 파트너’를 간택했고, 이들 중 5명이 그의 ‘애첩’으로 지냈다고 한다. 빌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은 이런 백악관의 ‘전통과 문화’를 뿌리로 두고 있다. ‘여자들과 시간을 보내다 남는 시간에 총리를 한다’는 이탈리아 전 총리 베를루스코니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최고권력의 성추문은 미국을 넘어 서구 전반의 전통인가도 싶다. 국가 정상의 성추문이 차고 넘치는 나라들이고, 이로 인해 물러난 정상이 없는 나라들이다. 정상외교 현장에서의 성추문이라는 희대의 사건을 일으킨 청와대 전 대변인 윤창중이 ‘문화적 차이’를 언급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해 그 가이드에게 제가 상처를 입혔다면 거듭 이해해 달라”고 했다.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의 이 한마디로 한국은 엉덩이를 콱 움켜쥐는 걸 허리를 턱 친다고 표현하는 나라, 젊은 여성을 위로하고 격려할 때는 엉덩이를 콱 움켜쥐는 나라가 됐다. 자기가 무슨 옷을 걸치고 있었는지조차 분간 못하는 인사의 불민한 언사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 적어도 성추문 대통령을 단 한명도 갖고 있지 않은 나라이건만, 대체 미국과 어떤 문화적 차이를 안고 있다고 온 국민의 양식까지 팔아넘겨 가며 제 살 구멍을 찾는지 며칠 밤낮을 보내고도 분이 삭질 않는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도록 태어난 사람은 없다. 고급문화를 누릴 만한 환경 속에서 자랐기에 클래식을 즐기게 됐을 뿐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갈파한 ‘아비튀스’(Habitus)의 개념이다. 사회 구조와 그 안에서의 계급적 지위에 의해 개인의 문화적 취향과 소비 성향 등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 엇비슷한 사회적 지위나 교육 환경, 재산 등을 지닌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는 집합적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이 바로 아비튀스다. 윤창중은 제 부끄러움을 덮으려 ‘성 문화의 차이’를 들먹였겠으나, 부르디외가 윤창중을 봤다면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아비튀스, 경조부박한 계급 문화의 차이를 찾아냈을 것이다. 비행기 여승무원에게 행패를 부린 ‘라면상무’, 아버지뻘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일삼은 남양유업 영업대리, 주차 시비 끝에 호텔 지배인을 폭행한 제과업체 회장에게서 묻어나는 우리 사회의 비루한 갑을(甲乙) 문화의 단면을, 한 줌의 권력에 취해 제 본분을 망각한 윤창중에게서도 목도했을 것이다. 거친 표현으로 남을 공격하던 ‘논객’(이라고 동의하진 않지만)에게 어느날 돌연 날아든 보은(報恩)의 완장을 주체하지 못한, 아비튀스의 혼란에 빠진 윤창중을 봤을 듯싶다. 윤창중의 혼란은 그의 행동 궤적 전반에서 드러난다. 많은 증언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그는 다른 ‘완장’들과 섞이지 못했다. 기자들로부터 외면당했고,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날아간 워싱턴에서도 겉돌았다. 힘은 뻗치는데 이를 알아주는 사람도, 받아주는 사람도 없으니 전화 한 통으로 움직일 수 있는 나이 어린 여성인턴을 불러 호텔 술집을 찾는 초라한 대변인을 택했다. 부산스럽다. 윤창중의 든든한 백이 돼 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비난이 그칠 줄 모른다. 지휘책임을 가린다, 공직기강을 다잡는다 하며 출구 찾기에도 여념이 없다. 필요한 일들이고, 거쳐야 할 고통이다. 그러나 한두 명 내치고, 정상외교 매뉴얼을 새로 갖춘들 제2, 제3의 윤창중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어 보인다. 비루한 갑(甲)의 횡포에 허덕이는 오늘의 빈약한 사회적 자본을 그냥 놔두고는 말이다. 윤창중은 문화적 차이를 제대로 보여줬다. jade@seoul.co.kr
  • “새달부터 공무원도 성폭력 예방교육”

    “새달부터 공무원도 성폭력 예방교육”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은 사람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는 6월 19일부터 공공단체의 성폭력 예방교육이 의무화된다. 올해는 ‘성폭력 예방교육의 원년’이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1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창중 성추행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여가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교육과 홍보라며 성희롱, 성매매, 성폭력 등 3가지 교육을 정부부처, 공기업, 공공기관 기관장부터 빠짐없이 받을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여가부는 성폭력방지법 개정에 따라 의무화된 성폭력 예방교육의 내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성폭력 예방교육은 어린이집, 학교 등에서만 실시되었지만 모든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로 교육 대상이 넓어졌다. 학교폭력은 한 반에 2~3명의 또래 상담 학생을 키워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또래 상담이란 상담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또래 친구를 돕고 소통하는 것으로, 현재 6만여명의 학생이 또래 상담자로 활동하고 있다. 학급당 0.4명 정도다. 조 장관은 “2017년까지 50만명의 학생을 또래 상담자로 육성해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군 가산점 부활 논란에 대해서는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났으므로 재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군필자와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여성에 대해 사회적으로 예우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청년층에 대한 투자’라고 덧붙였다. 출산 여성의 재취업 시 가산점을 주자는 ‘엄마가산점제’에 대해서는 “국회 논의가 성숙하기 전에 관계부처 장관이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윤창중의 운명’ 미국가면 달라진다

    ‘윤창중의 운명’ 미국가면 달라진다

    ‘윤창중 성추행 의혹’사건이 국내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법 전문가들은 윤 전 청와대 대변인이 스스로 미국경찰이나 법정에 출두해 조사받는게 무죄주장이나 가벼운 처벌을 받는데 가장 유리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라디오코리아 USA가 15일 미국 전문 김원근 변호사의 주장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윤씨가 미국에 들어올 경우 일단 구속 될수 있으나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을 것이며, 성추행 혐의가 인정되더라고 사회봉사형이나 벌금형에 그칠 것으로 내다 봤다.한국에서 10년,미국에서 17년 동안 변호사 업무를 해온 김 변호사가 제시한 ‘윤창중 시나리오’의 법리적 해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윤씨가 미국에 자진 입국해 워싱턴DC경찰에 출두, 조사를 받는 경우이다. 일단 도피성으로 미국을 떠나 한국에 머물렀기 때문에 미국입국 즉시 구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윤씨측이 즉각 보석을 신청하고 보석금을 내면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본다.보석금은 즉시 출두하면 200달러 미만이고, 한국에 나가 있는 기간이 길어 질수록 금액이 올라가거나 여권을 압수하는 조건부 보석을 허가 받게 된다. 검찰이 워싱턴 DC 경찰에 자진출두한 윤씨를 가해자 진술후 기소 하면 워싱턴 DC 법원이 재판일정을 잡게 된다.현재 워싱턴 DC 경찰의 성범죄 신고서에 나타난 대로 인턴 여성의 허락없이 엉덩이를 움켜쥔 성추행만으로는 경범죄가 인정돼 윤창중씨는 사회봉사형이나 벌금형에 그칠 것으로 내다 봤다. 그러나 윤씨가 출두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수배 상태에 놓이게 된다. 워싱턴 DC 경찰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 검사가 기소토록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그럴 경우 워싱턴 DC 법원에서 재판일정을 잡게 되고 재판 불출석의 혐의까지 추가돼 처벌이 무거워 지게 된다.이때에는 윤창중씨가 다른 형사범죄 기록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징역형이나 보호관찰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성폭행(강간)만 아니라면 중범죄로 높아져 징역형까지 초래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함께 연방법에 따른 중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범죄인 인도 대상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미국 워싱턴 DC의 법체계와 성범죄 수사와 처리 절차 등에 따르면 윤 전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현재의 신고된 내용 이외에 더 심각한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하루속히 미국에 스스로 입국해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는게 가장 바람직한 대처방법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이 자진해서 미국으로 가서 현지 경찰의 수사에 응하면 좋지만 그럴 가능성이 현재로선 애매하다”며 밝혀 법의 심판대에 설 윤씨의 운명은 그의 결정과 대처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인터넷 뉴스팀
  • 민주 “尹 국조나 청문회 추진… ‘인사검증’ 수술을”

    민주당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과 관련, 14일에도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윤창중 파문이 경제민주화 이슈를 빨아들이는 정국의 ‘블랙홀’이 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윤창중 파문 관련 국정조사 또는 청문회를 추진할 의지를 밝히고 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이 문제는 그냥 개인적인 문제로 덮어버리기에는 많은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청문회로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길 대표도 이날 광주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윤창중 파문 관련 청문회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추진하되, 윤창중 개인의 성추행 의혹만을 밝히는 차원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과 위기관리시스템을 점검하고 재정비하는 차원의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관련 의혹을 철저히 밝히는 것과 동시에 청와대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위기관리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윤창중 파문’ 관련 청문회나 국정조사 추진 원칙과는 별도로 공세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인 흔적도 엿보인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마지막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가 부적격 인사를 발탁한 불통인사, 나홀로 인사가 근본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 언급이 없어서 아쉽다”고 공세를 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방미 성과는 나름의 성과대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한·미동맹 강화라든지 대북문제 공조, 경제협력 및 문화교류 협력 증진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를 얻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靑, 윤창중 처리 미적… 아직 공무원 신분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여전히 공무원이다. 대변인으로서만 직위해제됐을 뿐 별정직 고위공무원 가급 신분이다. 14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지난 9일 대변인으로서 경질됐다고 발표했지만 인사징계권자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여전히 직권면직 또는 징계청구 요청 등을 하지 않고 있어 정식 인사발령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윤 전 대변인의 징계 또는 면직 처분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직권면직의 가능성이 높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는 상태다. 직위해제된 별정직 공무원에게는 보수의 70%를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3개월이 지나면 40%를 지급한다. 공무원 징계령에 따르면 별정직 공무원은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직권으로 면직할 수 있다. 또는 인사징계권자인 비서실장이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청구 요청을 한 뒤 파면이나 해임 등 징계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자신이 사표를 내는 절차를 거쳐 의원면직하는 것은 현재 윤 전 대변인이 한국 또는 미국에서 경찰 조사를 앞둔 만큼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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