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CEF 예술인클럽 아주어린이돕기 공연장을 가다
◎“배고픔 알자” 보리죽잔치로 뒤풀이/안숙선씨,「가난한 흥부」 묘사에 박수/“우리도 어려운 시절 있었다” 1천만원 모금
『톡톡 털고 돌아섰다 돌아보면 돈도 도로 하나 가득 먼눈 팔고 돌아섰다 돌아보면 쌀도 도로 하나 가득 아이고 좋아 죽겠구나』
명창 안숙선씨가 판소리 「흥보가」를 부르며 첫번째 박을 타는 대목에 이르자 객석을 가득 메운 3백여명의 청중들로부터 박수가 터졌고 김청만씨의 북 장단은 더욱 흥겨워졌다.
유니세프(UNICEF 국제연합아동기금)문화예술인클럽이 24일 저녁 국악당 소극장에서 마련한 아프리카 난민어린이돕기기금모금을 위한 자선공연은 출연자 모두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인들이라는 점에서도 좀처럼 대해보기 어려운 무대였다.
그러나 그보다도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담긴 출연자들의 깊은 뜻이 더욱 소중해 보였다.
안명창도 당초에는 자신의 장기인 「춘향가」의 「옥중상봉대목」을 준비했었다.그러나 공연날짜가 임박해 부랴부랴 「흥보가」로 마음을 바꾸었다.
결국 안명창의 「흥보가」는 찢어지게 가난하던 흥보가 부자가 되듯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어린이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축원이요 덕담인 셈이었다.
유니세프 문화예술인클럽(회장 박용구·음악평론가)은 문인과 음악인,미술인,출판인,연극인,만화가,영화배우,탤런트,사진작가,공연기획가,언론인등 5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리죽과 우리가락」이라는 이름으로 공연과 함께 보리죽잔치가 벌어진 이번 행사는 회원들 가운데 국악인들이 주축이 되어 마련한 것이다.
공연은 이승렬국립국악원장이 국립국악원정악연극단과 함께 가곡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박범훈씨도 중앙국악관현악단과 함께 자작「창부타령을 위한 피리협주곡」의 피리를 맡아 자연하는 드문 기회를 만들었다.
이밖에 사회를 맡은 영화배우 안성기씨의 표현대로 「신라시대 우륵이후 가야금의 최대 명인」 황병기씨(이화여대교수)가 김정수씨(추계예대교수)의 장고반주로 역시 자작「비단길」을 연주했고 문일부씨(국립국악원무용단상임안무가)의 「살풀이」로 공연이 끝났다.
사실 아프리카난민어린이를 돕는다는 이 행사에참여한 사람들은 약간의 떨떠름함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그것은 『아직 우리나라에도 밥을 굶는 어린이가 많은데…』라는 일부의 시선때문이다.이를 한 회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40∼50대는 거의 대부분이 유니세프가 지원한 우유를 먹고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당시에는 그 우유가 누가 주는 것인지를 몰랐을 뿐이지요.이제는 우리도 「누구인지 모르는 그 누구」가 되어야 합니다.우리나라에 아직도 굶는 어린이가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국가적인 빈곤때문이라기보다는 이웃의 무관심때문입니다.이런 행사는 그런 무관심에 경종을 올린다는 점에서도 필요하지요』 유니세프의 역할을 소개하는 비디오상영에 이어 국악당로비에서는 뒤풀이격인 보리죽잔치가 벌어졌다.
마지막 순서는 경품 추첨.김경희씨(지식산업사대표)와 윤석금씨(웅진출판사대표)등 출판인과 소설가 박범신씨가 내놓은 책과 김수정 이보배 이진주씨등 만화가들의 만화책.이승렬·박범훈·황병기씨등 음악인들이 자신들의 연주를 담은 음반등을 골고루 나누어 주어 차석자들을기쁘게 했다.
이날 행사로 모인 성금은 1천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출연자들에게도 사례비가 주어졌지만 「물론」다시 성금함으로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