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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책임 묻기까지 13년…재판 지연된 배경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책임 묻기까지 13년…재판 지연된 배경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책임을 묻기까지 13년이 넘게 걸렸다. 그 사이에 강제징용 피해자 3명이 눈을 감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4년 사망한 여운택씨 등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체절(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신일철주금이 피해자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30일 확정했다. 이날 승소가 확정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본 원고는 이춘식(94)씨 뿐이다. 이씨는 77년 전인 1941년 17세의 나이로 구일본제철의 가마이시 제철소에서 강제노역을 했다. 매일 12시간씩 고체 연료를 용광로에 넣고, 용광로에서 나온 철을 가마에 넣는 중노동이었다. 먼지가 심해 어지러움을 겪기 일쑤였고, 용광로 불순물에 걸려 넘어져 배에 상처를 입고 3개월 간 입원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일을 하고도 이씨가 손에 쥔 돈은 단 한 푼도 없었다. 제철소는 저축해준다며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1944년 일본군에 징집됐다가 해방을 맞은 이씨는 임금을 돌려받기 위해 제철소를 찾았지만, 공장은 이미 폐허로 변해 있었다. 이씨가 제철소의 후신인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건 60년이 더 지난 2005년 2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문서가 그해 처음으로 공개돼 일본 정부의 불법 행위에 대한 개인의 배상 청구 권리가 살아있다는 법적 해석이 나왔던 시점이다. 앞서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는 1941∼1943년 구일본제철에서 강제노역한 여운택씨와 신천수씨가 낸 손해소송에서 “구일본제철의 채무를 신일본제철이 승계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피해자 4명은 2005년 우리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그러나 1·2심 모두 “일본의 확정 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인정된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012년 5월 대법원은 “일본 법원의 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면서 원심을 파기했다. 사건을 다시 심리한 서울고법은 2013년 7월 “일본의 핵심 군수업체였던 구일본제철은 일본 정부와 함께 침략 전쟁을 위해 인력을 동원하는 등 반인도적인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신일본제철이 원고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신일본제철이 불복해 재상고하면서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5년이 넘도록 시간을 끌었고, 그 사이에 이춘식씨를 제외한 피해자 3명(여운택·신천수·김규수씨)이 세상을 떠났다. 이렇게 대법원 선고가 지연된 이유로,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 사법부가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공모해 재판을 고의로 미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고위법관들이 2013년∼2016년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부 인사를 수차례 만나 강제징용 소송의 재상고심 결과를 ‘피해자 패소’로 바꾸거나 소송을 지연하는 방안을 논의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발견된 것이다. 검찰은 법원행정처 측이 외교부가 전범 기업의 입장을 반영한 의견서를 제출해주면 이를 빌미로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넘기고,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2012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방안을 박근혜 정부에 직접 제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를 위해, 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은 물론 판사의 해외공관 파견을 늘리기 위해 이런 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재판 거래 의혹의 전면에 나선 판사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차한성·박병대 전 대법관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이라고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이 재판 지연 의혹에 연루됐다. 검찰은 최근 구속된 임 전 차장을 상대로 윗선 개입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강경화, “김정은 연내 답방 계속 추진”

    강경화, “김정은 연내 답방 계속 추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6일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종합감사에 참석해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미뤄지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당초 합의대로 연내에 이뤄질 수 있는지 묻는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질문에 “정부로서는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추진 중”이라며 “중요한 외교 일정의 순서가 좀 바뀌는 게 아니냐는 여러 가지 해석도 있지만, 어쨌든 하나하나 다 중요한 외교 일정이고 순서에 따라서는 상호 추동하면서 좋은 결실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강 장관은 “우리 정부로선 연내 종전선언 추진을 공동성명에서 명시적으로 공약한 바 있다”며 “그래서 우리 정부로서는 그렇게 되도록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전선언과 관련해 우리는 시기나 형식에 대해 융통성을 갖고 관련국과 논의한다는 입장을 갖고 이 문제를 추진 중”이라며 “결국 내용과 형식에서 관련국들과의 합의가 모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이 “김 위원장 답방이 먼저 있으면 좋겠다. 미국이 북미정상회담과 종전선언을 하는 데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하자, 강 장관은 “그런 면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강 장관은 북한이 경제적 제재 완화에 큰 비중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에 “우리로서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되돌릴 수 없는 조치가 이뤄진 다음에 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지금은 제재의 틀을 유지하며 논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에 대해 강 장관은 “비핵화 관련 미국 측 상응 조치와 관련해서는 지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시 논의된 것으로 안다”며 “(북미) 상호연락사무소도 그중 하나가 아닌가 싶지만 결국 북미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26호 태풍 ‘위투’로 사이판에 발이 묶인 우리 국민 1900명의 긴급 수송을 위해 정부가 군 수송기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우리 국민 1700명의 발이 묶여있다”며 “오늘 대책회의에서 국민들을 조속하게 수송하는 방안을 강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군 수송기를 파견하는 안을 포함해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외교부 직원 2명 급파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외통위 의원들은은 강 장관을 향해 청와대의 남북군사합의 비준을 ‘위헌’이라고 명명하고, 북한을 국가로 보지 않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남북군사합의를 ‘국가 간의 조약이냐’고 비판했다. 강 장관은 “북한은 남북관계발전법상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관계로 규정돼 있다”고 답했다. 이날 외통위는 본격적인 질의에 앞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의 국감 출석 거부를 놓고 여야간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사법농단 ‘키맨’ 임종헌 피의자 소환…윗선 규명 분수령

    사법농단 ‘키맨’ 임종헌 피의자 소환…윗선 규명 분수령

    임 “의혹 중 오해 부분은 적극 해명할 것” 박 전 대통령 탄핵 법리 검토 등에 개입 추가 조사 예정…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양승태·차한성 등 ‘핵심들’ 향방도 주목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수사 4개월 만에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한 직접 조사를 기점으로 양승태 사법부의 최고위층을 겨냥해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은 15일 오전 임 전 차장을 불러 이날 밤늦게까지 ‘재판거래’ 관련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법원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면서 “헌신적으로 일했던 동료 후배 법관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쏟아지는 질문에는 “제기된 의혹 중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하겠다”고만 답했다.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법농단 수사는 수십명에 달하는 전·현직 판사들을 소환하는 등 저인망식으로 진행돼 왔다. 검찰은 특히 깊숙이 얽힌 것으로 알려진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업무수첩과 임 전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을 확보해 수사 초기 임 전 차장을 부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압수수색 영장이 연이어 기각되며 검찰은 임 전 차장 소환에 신중을 기해 왔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판결이 확정되면 나라 망신”이라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임 전 차장이 청와대와 긴밀히 협력해 판결을 늦추는 데 도움을 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법원행정처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결정에 대한 재항고 이유서를 대필해 청와대에 제공한 과정에도 임 전 차장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외에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진으로 알려진 김영재 원장 부부의 특허소송 개입, 박 전 대통령 탄핵 관련 법리 검토, 법관 사찰 의혹 등의 중심에도 임 전 차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지금까지 제기된 사법농단 의혹 대부분에 임 전 차장이 연루돼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의혹이 방대한 만큼 임 전 차장을 추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날 늦게까지 이어진 조사에서 임 전 차장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그간 소환된 전·현직 판사들 대부분이 임 전 차장을 지시자 또는 핵심 주도자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에 물어볼 내용도 많다”고 말했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 전 차장 소환은 양승태 사법부 내 ‘윗선’ 지시·보고 여부를 규명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일련의 사법농단 의혹의 최종 지시자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차·박 전 처장이 각각 2013년과 2014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과 비밀 회동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 고 전 처장은 전교조 소송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이들 대법관의 주거지 및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사설] 헌재 대외비 문건도 빼낸 ‘무법천지’ 양승태 대법원

    양승태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에 파견된 판사를 동원해 대외비인 헌재의 비공개 평의 내용까지 빼낸 정황이 드러났다. 그중에는 국민적 관심사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민감한 정보도 있었다. 지난달 대법원이 공개한 ‘대통령 하야 정국이 사법부에 미칠 영향’ 문건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자행했다가 들통난 사법농단 사례들은 이미 한둘이 아니지만, 공무상 비밀누설의 범죄까지 저질렀다는 사실에 새삼 경악한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는 최모 부장판사는 2015년부터 올해 초까지 헌재에 파견 근무하면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사건 중 헌법소원이 제기된 사건의 헌재 평의 문건들을 법원행정처로 빼돌렸다. 과거사 국가배상소멸시효 관련 판결, 현대차 노조원 업무방해죄 판결 등 헌재 평의 내용과 연구관들의 보고서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게 전달된 모양이다.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거래 의혹은 자고 나면 꼬리를 물어 터진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전범기업 상대 소송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전략 회동을 했다는 구체적 의혹까지 나왔다. 해외 파견 법관을 늘린 양 전 원장에게 회동 결과가 전달돼 실행됐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강제징용 피해자 수십만 명 중 생존자 3500여명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학수고대하는 초고령자들이다. 이런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대법원의 민낯은 추하다 못해 공포스럽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 조사는 불가피하다. 법과 양심을 팽개친 사법부의 개혁이 시급한데, 법원은 사법농단과 관련한 검찰의 영장을 거듭 기각하고 있다. 이대로는 신뢰 회복이 영영 불가능하다.
  • 위안부 협상 위해 日징용 손배소 무력화… 박근혜 靑, 장관·대법관 불러 TF 꾸렸다

    한·일 위안부 협상 여론 악화되자 전원 합의 회부 등 재판 스케줄 조정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무력화를 위해 사법부와 함께 사실상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재판에 지속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당시 진행되던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한 국내 여론을 살피며 재판을 전원합의체로 넘기는 시기도 고무줄처럼 조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2013년 12월 1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강제징용 재판 거래를 위한 회동이 열린 데 이어 2014년 10월 재판 진행 상황 등을 점검하는 회의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 중이다. 이 회의에는 김 전 실장과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 정종섭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들이 참석해 사실상 정부 합동 TF를 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2차 회동에선 2014년 3월부터 본격화된 위안부 문제에 따른 국내 여론을 반영해 강제징용 재판 처리 스케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청와대와 법원행정처는 2015년에 강제징용 재판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올리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가, 졸속적인 위안부 협상으로 여론이 악화될 것을 예견하고 시기를 조정하려 한 것이다. 2014년 6월까지 여성가족부 장관을 맡았던 조 전 수석과 경찰 등으로부터 여론 동향 보고를 받는 정 전 장관이 회의에 참석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조 전 수석과 당시 회동에 참석한 이들을 불러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방침이다. 앞서 2013년 12월 1차 회동에선 김 전 실장이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2011년 10월~2014년 2월)과 황 장관, 윤 장관 등이 참석해 재판 일정을 미루고,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겨 결과를 뒤집는 방안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차 전 처장은 이 자리에서 강제징용 재판 관련 소송 서류의 국외 송달을 핑계로 재판을 자연스럽게 늦춰 심리불속행 기각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소집한 두 차례 회동과 별개로 법원행정처와 청와대, 외교부, 전범기업 측 소송 대리인이 수차례 접촉해 재판에 개입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법원 재판부가 소송 관련 정부 의견서 제출을 외교부에 요청하고 2016년 11월 외교부가 의견서를 내는 과정에도 법원행정처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검찰, 전·현직 대법관 소환 카드 ‘만지작’···재판거래 수사 속도 내나

    검찰, 전·현직 대법관 소환 카드 ‘만지작’···재판거래 수사 속도 내나

    양승태 사법부 당시 ‘재판거’ 전·현직 대법관들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법농단’ 수사에 속도 붙고 있다. 법조계에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관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친 검찰이 다음 소환 대상자로 전·현직 대법관들을 선택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1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가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놓고 재판거래를 했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 등을 확보하고, 관련자 소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검찰은 2013년 12월 1일 김 전 실장을 중심으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관에서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만나 강제징용 재판 관련 논의를 한 사실을 확인하는 한편, 앞서 11월 박 전 대통령이 김 전 실장에게 강제징용 재판을 연기하고, 결과를 뒤집으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파악했다. 또 김 전 실장이 양 전 대법원장과 직접 재판거래 논의를 한 내용이 담긴 문건도 지난 2일 외교부 압수수색으로 확보했다. 검찰은 13일 윤 전 장관, 14일 김 전 실장을 소환 조사했지만 아직 전·현직 대법관은 부르지 않았다. 현재 사법농단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는 이는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현직의 권순일 대법관 등 4명이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조사에 앞서 조만간 이들에 대한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2013년 12월 회동에 참석한 차 전 대법관과 청와대를 방문했던 권 대법관은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다른 전직 대법관들을 조사하기 위한 증거도 충분히 확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환 조사 대상자가 전·현직 대법관인 만큼 검찰은 아직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전직 대법관 정도면 검찰 조사실에 앉히기 전에 이미 사실 관계 파악을 끝내 놔야 한다”면서 “그렇다고 검찰이 시간을 끌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단독] ‘박근혜-김기춘-양승태 커넥션’…檢 ‘재판 지연 요구’ 문건 확보

    金 “박근혜가 ‘강제징용’ 지연 지시” 진술 2013년 공관으로 차한성·윤병세 불러 “전원합의체로 돌려 결과 바꾸자” 요청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강제징용 소송 관련 재판 지연과 전원합의체 회부를 요구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 전 실장이 검찰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제징용 재판 거래와 관련해 당시 행정부와 사법부의 최고 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직접 수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16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지난 2일 외교부 압수수색을 통해 김 전 실장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요구 사항을 담아 만든 말씀자료 문건을 확보했다. 문건에는 ‘징용 소송 재판을 지연하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돌려 달라’는 취지의 요구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 거래에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검찰은 이 문건 등을 토대로 지난 14일 소환한 김 전 실장에게 재판 거래 의혹을 물었고,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이 ‘징용 소송 대책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했고 법원행정처장과 한 회동 결과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재판 거래의 주체가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이었다는 뜻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조사의 필요성과 명분이 모두 확보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12월 1일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을 서울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의 결론을 미루고, 전원합의체에 넘겨 판결을 뒤집기 위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회동 전달인 2013년 11월쯤 박 전 대통령에게 이 같은 지시를 받은 뒤, 직접 양 전 대법원장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실장과 양 전 대법원장은 경남고·서울대 법대 선후배다. 검찰은 실제로 말씀자료에 담긴 내용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2013년 12월 회동에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도 배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가 행정부처와 사법부의 대표들을 소집해 놓고 재판 거래를 한 것인데, 김 전 실장은 “국익을 위해서였다”라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소송을 미뤄 주는 대가로 법관의 해외 파견을 얻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檢, 김기춘이 양승태에 건넨 ‘재판지연 요구’ 문건 확보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강제징용 소송 관련 재판 지연과 전원합의체 회부를 요구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 전 실장으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도 얻어내 재판 거래 의혹의 칼끝은 점점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권력 최상층부를 본격적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16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지난 2일 외교부 압수수색을 통해 김 전 실장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전달한 요구 사항을 담은 말씀자료 문건을 확보했다. 문건에는 ‘징용소송 재판을 지연하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돌려 달라’는 취지의 요구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문건 등을 토대로 지난 14일 검찰에 소환된 김 전 실장에게 재판 거래 의혹을 물었고,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이 ‘징용 소송 대책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했고 법원행정처장과 한 회동 결과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12월 1일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을 서울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의 결론을 최대한 미루거나 전원합의체에 넘겨 판결을 뒤집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회동 전달인 2013년 11월쯤 박 전 대통령에게 이 같은 지시를 받았고, 김 전 실장이 직접 양 전 대법원장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실제로 말씀자료에 담긴 내용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 어떤 경로로 담당 재판부에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이 건네졌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또 2013년 12월 회동에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도 배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가 행정부처와 사법부의 대표들을 모아놓고 재판을 지연해 달라는 요구를 하며 거래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이와 관련, 검찰에서 “국익을 위해서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 두 건은 2013년 8~9월 일본 전범기업들의 재상고로 대법원에 다시 올라간 뒤 5년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소송을 미뤄 주는 대가로 법관 해외 파견을 얻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기춘, 공관으로 대법관 불러 일제 강제징용 재판 흥정”

    “김기춘, 공관으로 대법관 불러 일제 강제징용 재판 흥정”

    金, 靑 뜻이라며 대법원 선고 최대한 연기 전원합의체 회부로 판결 뒤집을 것 요구 권순일 전 행정처 차장 靑 출입도 확인김기춘(79)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과 차한성(64)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2013년 말 비밀 회동을 갖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서로의 요구 사안을 제시하며 ‘흥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3년 9월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었던 권순일(59) 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청와대에 출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추가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이날 김 전 실장을 소환해 2013년 말 서울 종로구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으로 차 전 처장을 불러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과 관련해 어떤 논의를 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외교부 압수수색과 현직 외교관 등을 소환해 회동 관련 증거와 증언을 확보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구속 재판을 받아오다가 상고심 심리 중 구속 기간이 만료돼 지난 6일 석방됐던 김 전 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바로 조사실로 올라갔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말 삼청동 공관 회동에서 청와대의 뜻이라며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관련 대법원 선고를 최대한 미뤄 줄 것과 이 재판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이전에 대법원이 내렸던 판결을 뒤집어 줄 것 등을 요청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2년 5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013년 9월 전범기업들이 재상고하면서 사건은 다시 대법원에 접수된 상태였다. 통상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사건이 재상고되면 심리불속행 기각 처리된다. 하지만 이 사건은 5년을 넘긴 올해 7월에야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2013년 말 휴일 오전에 진행된 이 회동에는 윤병세(65) 전 외교부 장관도 배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지난 13일 윤 전 장관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회동 장소가 공관이고, 당시 청와대 요구인 징용 소송과 법원행정처가 원한 해외 공관 법관 파견과 관련해 실무 부서인 외교부의 장관이 참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요청 사안을 ‘청와대의 뜻’이라고 언급했다는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조사에서 김 전 실장은 회동 자체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2013년 9월 4일 권 대법관이 청와대를 방문한 기록도 확보해 경위 파악에 나섰다. 검찰은 권 대법관이 청와대 방문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었던 만큼 청와대 관계자와 재판 관련 논의를 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이었던 임종헌 전 차장도 2013년 10월 청와대를 방문해 주철기 외교안보수석과 징용 소송·법관 파견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일각에선 권 대법관이 청와대를 찾은 다음날 대법원의 통상임금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 공개 변론이 열렸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또 다른 ‘재판 거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출입을 한 것은 확인했지만 방문 목적은 더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방위비 이면합의 회의에 참석했던 장관 문책해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1일 2014년 9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과정에서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한 후속조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2월 21일 자 1, 4면> 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3월 초 방위비분담 협상 때 관련 문제를 제기하겠느냐”는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9차 협상 때 나타난 미진한 점을 잘 반영해서 10차 협상에서는 그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면밀히 준비해 협상에 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장관은 당시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SMA가 추가 현금 지원에 관한 내용을 국회 제출 문서에 담지 않고 한·미 협상 부대표가 서명하는 별도 이행약정으로 처리한 것에 대한 외통위원의 질의에 “(회의 발언) 기록이 없고 제가 이해가 없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합의로 인해 비용이 발생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외통위 여당 간사인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 등 안보관계장관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외교부가) 진실 규명의 의지가 있느냐. 회의에 참석한 장관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협정이 타결된 시점에 예외적 현금 지원 문안에 대해 합의를 했음에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면서 재발 방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면합의 의혹을 초래한 소지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방위비분담 협상 점검 태스크포스(TF) 차원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단독]국회 비준 피하려고…美정보시설 건설비 현금지원 숨겼다

    [단독]국회 비준 피하려고…美정보시설 건설비 현금지원 숨겼다

    외교부TF “이행약정에만 담아 국회에 충실히 보고하지 않아” 당시 김장수 안보실장이 제안 외교부는 수용ㆍ국방부는 반대 TF “새달 5일 한ㆍ미 10차 협상 전 과정 대국회 설명ㆍ보고해야”외교부가 다음달 5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릴 예정인 10차 한·미 방위비분담협정(SMA) 협상을 앞두고 2014년 9차 협상 당시 ‘이면합의 의혹’을 받는 협상대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것은 투명한 절차에 의한 협상 추진을 요구하는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 점검 태스크포스(TF)가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9차 협상 검토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9차 협상 타결 시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등 최고기밀 정보를 다루는 ‘민감특수정보시설’(SCIF) 건설 비용을 추가 현금 지원한다는 내용을 협정 본문과 교환각서가 아닌 국방당국 간 이행약정에 담기로 합의하고도 이를 밝히지 않았다. 외교부 TF는 “이는 결과적으로 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 역할을 수행해야 할 국회에 대해 충실한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국회 보고 은폐 의혹’ 소지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를 이면합의로 판단할지에 대해서는 TF 내 외부위원과 내부위원 간 견해차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TF는 “제3자적 시각에서 ‘이면 합의 의혹’을 초래할 소지를 제공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 당시 SCIF 건설 비용의 예외적 현금 지원과 관련한 방침을 결정한 청와대 안보관계장관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TF는 “당시 이행약정에만 이를 반영하는 데 대해 외교부는 수용하자는 입장이었으나, 국방부는 협정 본문 또는 교환각서상 근거 없이 이행약정에만 반영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는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제안에 따라 교환각서에 근거 규정을 두고, 협정 본문 및 교환각서 타결 시점에 박철균(현 국방부 국제정책차장) 협상 부대표가 국방당국을 대표해 이행약정에 반영될 예외적 현금지원 관련 문안에 가서명하는 방안이 결정됐다. 당시 회의에는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 김홍균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조정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TF는 추가 현금 지원 문구를 이행약정에 삽입하면서 8차 협상 당시 제도 개선 사항인 군사건설 분야 ‘현금 12%+현물 88% 지원 원칙’이 약화됐다고 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의원은 “참여정부가 8차 방위비 협상에서 세운 수혜자 부담 원칙, 현물 지원 확대를 통한 내수경제로의 환류라는 ‘국익외교’를 박근혜 정부의 ‘밀실외교’가 퇴행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TF는 “외교부 차원에서 향후 유사한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면서 “차기 협상에서는 협상 전 과정에서 적극적인 대국회 설명·보고 노력과 함께 향후 미측의 현금 지원 요청 증가에 면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커버스토리] 추진력甲 ‘오! 주님’·사감 같은 ‘원따로’… 옛 수장들의 청사별곡

    [커버스토리] 추진력甲 ‘오! 주님’·사감 같은 ‘원따로’… 옛 수장들의 청사별곡

    ‘기름장어, 주님, 세균맨, 최틀러, 호호아줌마….’ 정부부처 역대 장관들의 업무 처리 방식과 얽힌 별명들이다. 그만큼 사연도 가지가지다.# 일할 땐 화끈 성품은 훈훈한 반전 캐릭터도 유엔사무총장을 역임한 반기문 전 외교부 장관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그의 유명한 별명인 ‘기름장어’는 기자들의 까다로운 질문을 잘 피해간다는 뜻에서 지어졌다. 그는 이 별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때 이 별명이 붙은 이유에 대해 “어려운 일을 매끄럽게 잘 풀어나가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측으로부터 ‘군인보다 더 군인 같다’는 의미로 ‘커널(colonel·대령) 송’이라는 별명을 얻은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직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관 중 한 명으로 꼽는다. 북미국장 등을 역임하며 한·미 협상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기개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 전 장관은 임기 중 외무고시가 아닌 공채로 직원 200명을 늘리는 등 외교부 조직 강화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 임기 5년을 함께할 장관이라며 ‘오병세’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국정 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사점오(4.5년)병세’라고 불리기도 했다. 업무는 연설문 자구 수정까지 일일이 지시할 정도로 완벽주의자에 가까웠다고 한다. 자연스레 직원들의 업무 강도는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윤 전 장관이 주재하는 간부회의가 워낙 긴 시간 동안 진행되다 보니 ‘콘클라베’(만장일치된 의견이 나올 때까지 끝나지 않는 가톨릭 추기경들의 교황 선출회의)로 불리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전직 장차관 중에서는 주형환 전 장관의 별명이 가장 유명하다. 주 전 장관은 ‘주님’으로 불렸다. 주 전 장관은 공직사회 내에서 추진력 있게 정책을 밀고 나가고 업무를 끈질기게 챙기기로는 첫손에 꼽힌다. 특히 직원들의 보고서가 수준 미달이면 따끔하게 질책했다. 한 산업부 직원은 “주 전 장관 밑에서 일하면 본인의 종교와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오! 주님’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는 뜻”이라면서 “많이 혼나기도 했지만 그만큼 일을 더 배울 수 있었고 주 전 장관의 추진력 때문에 타 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쟁점이 쉽게 해결될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의장인 정세균 전 산자부 장관의 별명은 ‘세균맨’이었다. 이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경우인데 평소 온화하고 친근한 성품에 걸맞게 만화 캐릭터 별명으로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면서 ‘최틀러’로 불렸다. 하지만 부처 내에서는 직원들을 따뜻하게 대해 최 전 장관을 따르는 직원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김금래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호호아줌마’라는 별명답게 직원들은 물론 민원인과도 격의 없이 항상 웃으면서 대화했다고 한다. 여가부 관계자는 “실수를 해도 화내시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었다”면서 “수십년 동안 여성운동을 해오셨던 분답게 현장을 중시했다”고 평가했다. 원세훈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원따로’라는 별명이 있었다. 직원들과 거리감이 있었던 것으로 읽힌다. 행안부 관계자는 “직원들의 행동 하나하나까지 시시콜콜하게 지시하는 스타일”이라면서 “심지어 직원들 사이에서는 내부 유선전화도 도청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해수부 장관 시절 ‘호기심왕 ’ 특별한 별명은 없지만 직원들의 신망을 받는 경우도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0년 8월부터 2001년 3월까지 짧은 기간 해양수산부 장관을 맡았지만 직원들에게 가장 좋았던 장관으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은 호기심이 많았고 직원들과 격의 없이 토론을 즐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출신 지역이나 대학에 편견을 갖지 않고 일을 잘하는 직원을 인정해줬다고 한다. 홍석우 전 지경부 장관은 직원들 사기 진작에 가장 노력한 장관으로 알려졌다. 홍 전 장관은 우수 부서 포상제도를 도입하고 ‘일 버리기 운동’을 벌이는 등 야근을 없애는 근무 혁신을 추진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처리를 빈틈없이 잘해 부처 예산을 기존보다 2배나 증액해 직원들이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유 전 장관은 토론에 능해 국무회의에서도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참석자들을 쉽게 설득시켰다고 한다”고 전했다. 평소 자상하지만 업무 스타일은 꼼꼼했던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은 숫자에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 보고가 있을 때는 밤새 공부해 자료에 나오는 숫자들을 다 외우고 갔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채필 전 고용부 장관은 꼼꼼한 업무 스타일과 함께 사무관보다도 세세하게 업무를 파악하고 있어 진땀을 흘린 부하 직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권오승 공정위 전 위원장은 업무보고 시 가장 껄끄러웠던 위원장으로 회자된다. 교수 출신인 권 전 위원장은 소신이 강한 탓에 직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는 평가다. 신국환 전 산자부 장관은 악필로 유명했다. 직원들에게 지시사항을 적어주면 이를 해석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씨줄날줄] 동북아국장 수난 시대/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동북아국장 수난 시대/황성기 논설위원

    외교부 동북아국, 국을 이끄는 국장의 수난이 예사롭지 않다. 과거 같으면 미국 근무를 주로 한 ‘워싱턴 스쿨’의 꽃인 북미국장과 함께 일본 근무가 주된 외교관 경력인 ‘재팬 스쿨’의 봉우리인 동북아국장은 출세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동북아국 자체를 “폐기 처분된 집단”이라고 자조 섞인 말로 비하하는 재팬 스쿨 외교관까지 있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대일 외교의 중요성이 떨어진 시대의 변화로 위상이 낮아진 데다 2010년대 들어 동북아국장 자리에 앉은 외교관 가운데 박준용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를 빼고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문재인 정부가 외교부의 고질적인 폐쇄주의, 순혈주의를 타파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외교부 주류는 북미라인 즉 워싱턴 스쿨이다. 임성남 1차관과 차관급인 조병제 국립외교원장, 차관보급 주요 보직에 워싱턴 스쿨이 기세 좋게 포진해 있다. 1990년대 이후 동북아국장(옛 아주국장) 출신으로 장관 자리에 오른 이는 공노명씨가 유일하다. 유명환 전 장관은 출발은 재팬 스쿨이었지만 워싱턴 스쿨로 갈아타 북미국장, 주일 대사를 거쳐 장관을 했다. 장택상 초대 장관부터 현 강경화 장관에 이르기까지 직업 외교관 출신 장관은 20명이다. 이 가운데 워싱턴 스쿨이 9명, 재팬 스쿨 3명, 양쪽 모두 해당하는 경우가 6명이니 가히 ‘워싱턴 파워’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동북아국장의 카운터파트인 일본의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출세 코스다. 2000년대 들어 직업 외교관이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인 사무차관 전·현직 9명 가운데 아키바 다케오 현 차관을 포함해 6명이 아시아대양주 국장·심의관을 거쳤다. 우리의 동북아국장 업무가 대중, 대일 외교로 협소한 반면 일본의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한국, 중국 외에도 북한과 북핵을 다룬다. 보직 국장 가운데 고생이 많아 보람 있고, 유력 여당 정치인과 접촉할 기회도 많아 출세 기회도 그만큼 크다. 위안부 문제에 올인했을 때 윤병세 장관이 “외교부 업무의 절반 이상을 동북아국에서 한다”고 치켜세웠지만, 우리는 말뿐이었다. 윤 전 장관 때 동북아국장을 지낸 이상덕 싱가포르 대사의 돌연한 귀임이 미스터리다. 소문이 흉흉하다. 정부가 ‘적폐’로 보는 위안부 합의의 주역으로 지목됐다는 게 가장 그럴듯하다. 이 대사에 대한 조사도 진행한다는데 ‘개인 비리’를 들춰 문책할 가능성이 크다. 하필 그 시기에 동북아국장을 했다는 게 ‘죄’라면 죄다. 그런 이 대사를 적폐로 몰아 내친다면 그야말로 적폐다. 살얼음판을 걷는 대일 외교, 누가 총대 메겠다 하겠는가. marry04@seoul.co.kr
  • “생존 피해자 의견 충분한 수렴 없이 정부 입장 위주로 합의”

    “생존 피해자 의견 충분한 수렴 없이 정부 입장 위주로 합의”

    되돌릴 수 없는 日 사죄 요구하다 우리측 ‘불가역적’ 표현 먼저 언급 고위급 비공개 협의서 주로 합의 靑, 해외서 위안부 언급 금지까지 피해자 단체 설득 등 민감 사안 일본 요청에 따라 비공개 조치 윤병세 前외교 “본질 못 본 평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27일 위안부 합의가 협의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정부 입장 위주로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민간위원이 중심이 된 TF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비공개 합의 내용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위안부 문제는 전시 여성 성폭력에 관한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위안부 합의는 여타 외교 사안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면서 “당사자인 피해자들께서 생존해 계신 만큼 피해자 중심 접근을 충실히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TF 보고서는 “한국 쪽은 협상에서 종래 일본의 ‘도의적 책임 통감’보다 진전된 ‘책임 통감’의 표현을 얻어냈으나 ‘법적 책임’이나 ‘책임 인정’이라는 말이나 피해자 방문 등 피해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조치를 포함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각총리대신 자격으로 사죄와 반성을 표명하였으나 ‘되돌릴 수 없는 사죄’를 위해 추진하던 내각 결정을 통한 사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불가역적’(돌이킬 수 없는)이란 표현이 합의에 들어간 것은 한국 측이 불가역성을 담보하고자 내각 결정을 거친 총리 사죄 표명을 요구하면서 먼저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측은 국장급 협의 초기에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다 한국 측이 사죄의 불가역성을 언급한 직후 열린 제1차 고위급 협의부터 ‘최종적’ 외에 ‘불가역적’ 해결을 함께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정 권한도 지나치게 청와대에 집중됐다. 외교부는 2015년 4월 잠정 합의 직후 ‘불가역적’ 표현이 포함되면 국내적으로 반발이 예상돼 비공개 부분의 제3국 기림비, ‘성노예’ 표현, 소녀상 언급 등을 수정 또는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불가역적’의 효과는 책임 통감 및 사죄 표명을 한 일본 쪽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고서는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은 대통령의 강경한 자세가 대외관계 전반에 부담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정상회담과 연계해 일본을 설득하자는 대통령의 뜻에 순응했다”면서 “더구나 대통령이 소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율되지 않은 지시를 내려 협상 관계자의 운신의 폭을 제약했다”고 당시 정책 결정과정과 체계를 비판했다. 오태규 TF 위원장도 “위안부 합의는 8차례 고위급 비공개 협의에서 주로 이뤄지고 국장급 협의는 조연에 불과했다”면서 “한국에 부담이 되는 관련단체 설득 등이 비공개 부분에 들어가 공개된 부분만으로도 불균형한 합의가 더욱 기울어지게 되었다고 TF는 판단했다”고 밝혔다. 위안부 합의 이후 청와대가 외교부에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관련 발언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데 대해서는 “마치 이 합의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는 오해를 불러왔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위안부 합의는 한·일 양자 차원에서 일본 정부의 책임, 사죄,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보편적 인권 문제, 역사적 교훈으로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것을 제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측의 희망에 따라 비공개된 내용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피해자 관련 단체 설득,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제3국 기림비, ‘성노예’ 용어 사용 자제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피해자 중심, 국민 중심이 아닌 정부 중심의 합의였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당사자인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TF 보고서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의 복합성과 합의의 본질적·핵심적 측면보다는 절차적·감성적 요소에 중점을 둬 합의를 전체로서 균형 있게 평가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며 “비공개 부분은 합의의 핵심이 아닌 부수적 내용으로, 새로운 합의라기보다는 공개된 합의 내용의 연장선상에서 우리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지원 철회, 박근혜 지시였다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지원 철회, 박근혜 지시였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말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굴욕적 이면 합의를 했을 뿐 아니라, 위안부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추진 사업 지원도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정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27일 외교장관 위안부 합의 검토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위안부 합의에는 양국 공동 발표문에 포함되지 않았던 비공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비밀 합의문 존재에 대해 박근혜 정부에서는 “없다”며 존재를 부인해 왔다. 박근혜 정부의 유일한 외교 수장인 윤병세 전외교 장관은 위안부 합의 직후인 지난해 1월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 자리에 참석해 “한일 외교장관 간 위안부에 대한 발표문 외에 합의문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김한길 의원이 “한일 간 비공개 합의문이 있느냐”고 거듭 묻자, 윤 전 장관은 “제가 아는 한 없다”고 답했다. TF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쪽은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피해자 관련 단체를 특정하면서 한국 정부에 설득을 요청했고, 해외에 상(像.소녀상), 비(碑.기림비) 등을 설치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지원하지 않을 것,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것 등을 요청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피해자들과 상의 없이 일본 측 요구를 수용했다. 이 부분은 비공개 합의서에 적시됐다. 일본 측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이전의 구체적 계획을 물었고, 박근혜 정부는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는 합의에 포함된 ‘불가역적 합의’라는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는 외교부의 의견도 묵살했다. TF는 “한국 측이 ‘사죄’의 불가역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먼저 거론했으나 합의에서는 당초 취지와 달리 ‘해결’의 불가역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맥락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이같은 내용을 비공개로 처리한 것은 국민 감정을 거스를 수 있는 휘발성이 강한 사인임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재단 설립과정 역시 조용하고 신속하게 설립을 추진하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에 따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여가부 산하에 설립된 재단으로, 피해자 동의 없이 지급을 강행했다는 의혹은 사실이었다. 당시 외교부와 여가부, 재단 관계자들은 생존 피해자들로부터 현금 지급 동의를 얻기 위해 개별 면담을 개인별로 적게는 1차례에서 많게는 7차례까지 실시했고 현금 수령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거나 설득한 것이 녹취록 등을 통해 드러났다. 재단은 총 246명의 피해자 중 현재까지 92명에게 현금 지급을 완료, 재단에 현재 남아 있는 기금은 61억원이다. 생존 피해자 47명 가운데 현재까지 면담이 성사된 피해자는 38명이며, 이 중 34명에게 현금 지급을 완료했다. 사망자 199명 중에서는 68명의 유족이 현금 지급을 신청했고 58명에게 지급이 완료됐다고 여가부는 밝혔다.현금 지급이 완료된 피해자 경우에도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노환이나 문맹 등으로 지급 신청서를 작성하기 곤란한 경우 보호자가 대리로 작성했고, 일부 피해자는 보호자의 설명에 ‘으으’ 같은 의성어만 반복해 정말로 현금 수령 의사를 표시한 것인지, 동의했더라도 지급되는 현금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했는지에 대한 점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외교부를 통해 위안부 합의 성사 9일 만인 2016년 1월 6일 민간이 추진하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 유산 등재사업’의 정부 지원을 철회할 것을 여성가족부에 지시했다. 그동안 정부는 “민간 추진이 원칙이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실은 “유네스코 등재 지원 사업에 관여하지 말고, 추진 과정에서 정부 색을 없애도록 하라”는 박 전 대통령의 구두 지시가 있었던 것이다. 이밖에도 ‘일본군 위안부 국외자료 조사 사업’에 공모한 기관의 책임연구원이 한일 합의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활동을 한 것을 문제 삼아 이 기관이 선정에서 배제되도록 하는 등 위안부 관련 사업에 개입했다. 정대협을 비롯한 위안부 단체들은 TF보고서 발표 직후 한일 합의 폐기를 촉구했다. 여가부는 이번 점검과 관련, “한일 합의 발표 이후 화해·치유 재단 설립과 운영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고, 현금지급사업 집행과정에서도 할머니들께 갈등과 심적인 고통을 드린 것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와 관련 “정부는 TF 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피해자 중심 접근’에 충실하게 피해자 관련 단체 및 전문가 의견을 겸허히 수렴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비공개 합의 없다”고 국회 증언한 윤병세 어떻게 되나

    “비공개 합의 없다”고 국회 증언한 윤병세 어떻게 되나

    윤병세 “TF, 위안부 문제 본질보다 감성적 요소 중점 유감”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위안부TF)’가 27일 박근혜 정부의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의 허위 증언 논란도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박근혜 정부의 유일한 외교부장관인 윤 전 장관은 이날 “위안부 TF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의 복합성과 합의의 본질적 핵심적 측면보다는 절차적 감성적 요소에 중점을 둠으로서 합의를 전체로서 균형있게 평가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 전 장관은 위안부 합의 직후인 지난해 1월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 자리에 참석해 “한일 외교장관 간 위안부에 대한 발표문 외에 합의문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김한길 의원이 “한일 간 비공개 합의문이 있느냐”고 거듭 묻자, 윤 전 장관은 “제가 아는 한 없다”고 답했다. 윤 장관은 올해 1월에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출석해 “국제사회에서는 외교공관이나 영사공관 앞에 시설물이나 조형물 설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7일 위안부 TF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소녀상과 기림비 설치에 한국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다’거나 ‘주한일본대사관앞 소녀상 이전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답한 것 등이 비공개됐다.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국민정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휘발성이 강한 사안임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이병기 전 비서실장,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개입 확인”

    “이병기 전 비서실장,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개입 확인”

    한·일 양국이 2015년 12월 28일 위안부 문제 합의문을 발표하기까지 진행된 협상 과정과 그 내용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한 외교부 장관 직속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가 27일 오후에 발표된다. 그런데 TF 조사 과정에서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일 위안부 합의 협상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이 전 실장은 국가정보원장 재직 시절 특수할동비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제공하고 국고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현재 구속된 상태다. 세계일보는 “TF가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까지 (대면) 조사하고 구속된 이병기 전 실장은 하지 못했다”면서도 “이 전 실장을 우리(정부)는 고위급이라고 하는데, 초반에 (한·일) 국장급 협상이 있었고 후반에 고위급으로 넘어간 뒤에 협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한 문건이 다 있어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주일본 대사, 국가정보원장 등을 지냈다. 그동안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이 전 실장이 국정원장이었을 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교안보 책사인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국장과의 밀실 합의설이 제기돼 왔다. 위안부 합의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당시 공식 라인(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이 아닌 이 전 실장과 야치 국장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위안부 협의와 관련해 청와대 측에 “이렇게 합의를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복수의 정부 당국자 및 소식통이 확인했다고 세계일보는 전한 바 있다. 앞서 지난 9월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회 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 전 실장이 국정원장으로 재직할 때 만든 TF를 지휘하면서 위안부 합의를 주도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면서 “합의에 ‘불가역적’이라는 놀라운 단어가 사용된 것을 보고 왜 이 단어가 선택됐는지 추적하다가 이런 제보를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당시 “불가역적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합의 내용을 봤을 때 저도 좀 놀라웠다”면서도 “왜 이런 단어가 쓰였는지 등은 위안부 합의 검토 TF에서 검토하고 있다.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TF에서 결과 발표를 하기 전까지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강경화 “위안부 합의, 피해자 소통부족 결론”…과거 윤병세, 황교안은?

    강경화 “위안부 합의, 피해자 소통부족 결론”…과거 윤병세, 황교안은?

    오는 27일 발표될 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테스크포스(TF)의 검토 결과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합의가 나오기까지 피해자와의 소통이 상당히 부족했다는 게 결론”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국민 70%가 수용하지 못하는 합의였다”며 “어떻게 가져갈지 모든 옵션을 열어두겠다”고 강조했다.강 장관은 2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TF가 초점을 맞췄던 부분은 2015년 12월 28일 합의가 나오기까지 얼마만큼 정부가 피해자들과 소통했느냐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강 장관은 “우리가 예상할 수 있었던 결론이지만 이것을 충분히 검토하고 증거를 가지고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 70%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합의, 특히 피해자 단체들이 흡족해 하지 못 한 이 합의를 정부가 어떻게 갖고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든 옵션을 열어놓고 이분들과 소통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위안부 합의 검토 결과 공개가 갖는 외교적 민감성에 대해 “이 문제는 굉장히 특수한 문제”라며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인권문제이고 그 문제의 당사자인 피해자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다른 외교 사안과는 좀 다른 특수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1주년과 관련해 ‘굴욕적 외교’ 지적이 나오자 “위안부 합의에 고마워하는 할머니들이 더 많다”며 “그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였다”고 말했다. 그는 “4분의 3 정도 되는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 생전에 아베 총리가 사죄,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는 전제로 위로금을 수령하게 된 데 고맙다고 많이들 말씀하신다”고도 했다. 윤 전 장관은 줄곧 “위안부 합의는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또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같은 달 기자간담회에서 “합의의 핵심은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의 사과를 받아낸 것”이라며 “위안부 합의는 국가간 합의로 재협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형식과 내용, 그리고 미국/이제훈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형식과 내용, 그리고 미국/이제훈 정치부 차장

    원단(元旦)을 코앞에 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합의했다. 양국이 만든 합의안에는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해 ‘화해와치유재단’ 설립에 기여하고 이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 양국은 2014년 4월부터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이하라 준이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대표로 1년8개월간 12차례 실무협상을 가졌다. 당시 일본 기자와 만날 기회가 자주 있었는데 그들은 실무협상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의 움직임을 주목하라고 나에게 귀띔했다. 그리고 위안부 합의의 주역은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나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아닌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야치 국장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전 실장이 국정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 1월 야치 국장과 인천 등에서 모두 8차례 협상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5년 12월 22~23일 열린 8차 협상에서 서명하며 협상을 마무리했고 윤 장관 등은 서명만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국장 등의 협상은 실권 없는 ‘얼굴마담’에 불과한 것이며 청와대가 나서서 해결했다는 얘기다.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갈등을 겪던 한국과 중국의 불편한 관계는 지난달 10월 31일 양국이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라는 제목의 협의문을 발표하면서 일단락됐다. ‘합의문’도 아닌 ‘협의문’이라는 문서에 등장한 협상 주체는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였다. 한·중 관계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협의문은 의의를 갖지만 차관급인 안보실 2차장과 차관보급인 부장조리가 나란히 협상 주체로 거론된 것은 눈에 거슬린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청와대나 외교부는 외교부 관계자가 실무팀에 포함됐다는 점을 ‘굳이’ 강조했다. 이런 설명에도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은 이미 공식 창구인 외교부보다 청와대와의 직거래가 훨씬 더 효율적인 협상이 이뤄진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중국도 이번 협의는 외교부가 아닌 중국판 NSC인 국가안전위원회가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이름을 올린 것은 외교부였다. ‘강경화 패싱’이니 ‘외교부 패싱’이라는 시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통령 참모 조직인 안보실보다 외교부에서 마지막을 장식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혹시라도 우리 내부의 공 다툼 때문에 안보실이 나섰다면 더욱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뒤 8일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국회에서 한 연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꼭 집어 “일할 준비 돼 있느냐”라고 질문한 뒤 약 7초간 길게 악수했다. 그만큼 김 본부장의 역할을 관심 있게 본다는 뜻이다. 한·미 간 FTA 협상이 순조롭지 않으면 미국은 어쩌면 김 본부장을 제치고 본색을 드러내 청와대와 직거래하고 싶어 할지 모른다. 우리는 그에 대한 준비가 돼 있나? 공자는 논어 옹야 편에서 “문(형식)보다 질(내용)이 나으면 촌스럽고 문이 질보다 나으면 사치스럽다. 문과 질이 잘 조화돼야만 군자라 할 만하다”(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君子)라고 했다. 일본이나 중국, 미국과 협상하면서 형식과 내용에서 조화를 이뤘으면 한다. parti98@seoul.co.kr
  • [서울광장] 강경화가 윤병세만 못해서야/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강경화가 윤병세만 못해서야/황성기 논설위원

    양제츠는 중국 외교의 최고 실세다. 영국 유학을 했고 1983년 주미 중국대사관의 2등 서기관으로 외교관을 시작해 최연소(50세) 미국 대사를 지냈다. 외교부장을 거쳐 2013년 국무위원(부총리) 자리에 올랐다. 지난 10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중앙정치국원으로 선발될 만큼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임이 두텁다. 그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냉각된 중·일 관계를 녹인 막후다. 아베 신조 총리의 최측근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국(NSC) 국장과 함께 시·아베 회담을 성사시켰다. 보도에선 야치 국장이 딱 한 번 양 위원을 만난 것으로 돼 있지만 실은 몇 차례 비밀리에 만났다. 두 사람의 교섭이 없었다면 중·일 정상회담도, 관계 개선도 없었을 것이다. 최고지도자의 위임을 받은 실세 간 교섭은 본부 훈령을 일일이 받아야 하는 외교 당국 간 회담에 비해 무게도 있고 속도도 빠르다. 양 위원이 한·중 해빙의 주역이 됐다. 지난 7월 베를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양 위원이 90분간 극비 회동을 벌였다고 한다. 두 정상의 뜻을 받든 복심 간 교섭이 주효했고, 바통을 받아 청와대 안보실의 남관표 2차장과 중국 외교부의 쿵쉬안유 부장조리(차관보급)가 한·중 10·31 합의를 낳았다. 따지고 보면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도 10·31과 비슷하다. 외교부 국장급 협의와 병행해 당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야치 국장이 2014년 말부터 8차례 몰래 만났다. 야치 국장 상대는 김관진 청와대 NSC 실장이어야 하지만 일본 정부는 주일 대사를 지낸 이병기 비서실장을 선호했다. 야치 국장과 더 친분이 있었던 인물은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이었으나 아쉽게도 민간인이었다. 지난 10월 12일 국정감사에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병기·야치 협상을 “한국 외교사뿐만 아니라 외교부의 굴욕이자 수치”라고 성토했다. 그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밀실회담의 협상 과정, 합의 내용이 정당한 것이냐”고 질타한다. 강 장관은 “필요에 따라서는 고위급으로 올릴 수도, 비밀리에 할 수 있지만 좋은 방안은 아니었다”고 답변한다. 외교판 ‘내로남불’이다. 이병기·야치는 안 되고, 정의용·양제츠, 남관표·쿵쉬안유는 된다는 억지를 외통위 위원과 외교장관이 떠든 꼴이다. 박 의원이 지적한 12·28 합의의 ‘위안부 피해자의 사전 동의나 협의도 없었고, 국민의 공감대도 없는 점’, 10·31 합의라고 다르지 않다. 10조원을 넘는 사드 보복 피해에 대한 중국의 사과나 유감 표명은 한 구절도 없고, 피해자의 사전 동의나 협의도 없었다. ‘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참가’, ‘한·미·일 3각 협력의 군사동맹 발전’을 부정한 강 장관의 ‘3노(No)’는 안보 결정권을 중국에 내줬다는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 또한 10월 30일 박 의원과 강 장관의 국감 질의·답변에서 나왔다. 흠결을 잡자면 12·28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란 약속과 비슷하다. 촛불집회에서 ‘매국노’ 소리를 들은 윤병세 전 장관보다 강 장관이 나을 게 없다. 그래서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하나 더. 위안부 합의는 일본 외상이 한국에 와서 외교부 장관과 공동 발표하는 예의라도 차렸지, 10·31 합의는 각자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리는 데 그쳤다. 외교부의 ‘위안부 합의 TF’가 연말 결론을 낸다. 박 의원의 호통으로 짐작하건대 결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밀실회담에서 위안부 할머니 의사와 관계없고, 최종적·불가역적 합의를 도출한 잘못된 협상’이 될 것 같다. 한·일 합의, 한·중 합의는 분명 최선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부가 해야 할 ‘작위의 의무’를 이행한 차선의 결과였다고 믿는다. 폄훼하기는커녕 되려 잘했다고 격려해야 한다. 문제는 12·28이 굴욕과 수치면 10·31도 그러하며, 12·28을 재협상하려면 10·31도 그리해야 할 구조가 됐다는 점이다. 강 장관은 “필요에 따라서는 고위급으로 올릴 수도, 비밀리에 할 수도 있는 게 외교”라고 단호히 말해야 했다. 경솔한 국회 답변, 무를 길 없다. 강 장관이 중심을 잡지 않으면 대한민국 외교, 금세 망가진다. marry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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