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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전략사령부 트위터에 “뉴욕에 더 큰 걸 투하할 준비”

    美전략사령부 트위터에 “뉴욕에 더 큰 걸 투하할 준비”

    “우리는 (뉴욕 타임 스퀘어의 볼보다) 뭔가 더 큰, 훨씬 큰 것들을 투하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미국 뉴욕의 타임 스퀘어에 있는 한 건물 꼭대기에서는 매년 새해를 맞으며 아래로 커다란 밝은색 공을 떨어뜨린다. 1907년에 시작해 관행이 됐는데 새해가 되기 60초 전 43m 높이에서 떨어뜨려 지상에 안착하면 얼추 새해가 시작된다. 그런데 미국의 핵폭탄들을 관리, 감독하는 미국전략사령부가 이 행사를 몇 시간 앞두고 트위터에 이런 문자 메시지를 올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동영상까지 함께 올렸다. B-2 폭격기가 폭탄을 투하하는 동영상이었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순식간에 17만명 이상이 메시지와 동영상을 구경했다. 전략사령부는 문제가 커지자 삭제한 뒤 “형편없는 취향이었다”며 사과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분노의 물결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의 윤리 실태를 감시하는 단체 대표를 지낸 월터 숍 주니어는 트위터에 “이런 미치광이들이 이 나라를 운영하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핵 악령, 너무 늦기 전에 세계의 안전을’이란 책을 썼던 조 시린시오네는 “일단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 그러나 이렇다. 우리 전략사령부가 이런 식으로 뻥이나 치고 말이다. 명예롭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전략사령부는 국방부 산하 10개의 사령부 가운데 하나인데 네브라스카주 오푸트 공군기지 안에 위치해 있다. 사령부 슬로건은 “평화가 우리의 직무”인데 트위터에서 조롱하는 해시태그로 이용되고 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박범계 의원, 김소연 대전시의원에게 손배소 제기

    더불어민주당 박범계(대전 서구을) 의원이 최근 김소연(37·서구6) 대전시의원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일 김 시의원 등에 따르면 박 의원은 “김소연 시의원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나의 명예와 신용을 회복할 수 없을 만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지난달 20일 대전지법에 소장을 제출했다. 박 의원은 소장에서 “김 시의원이 지난 9월 SNS를 통해 6.13지방선거 때 변재형씨와 전문학 전 대전시의원 등의 금품요구 사실을 폭로하면서 나를 전혀 언급하지 않다 11월에 갑자기 ‘박범계 의원이 이를 알고도 방조했다’고 검찰에 고소하고 언론인터뷰와 SNS 등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해 내 명예와 신용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내가 변재형의 1억원 요구건을 4차례 보고받았는 데도 방조하고, 지방의원들에게 불법 특별당비를 요구하고, 김 시의원 성희롱과 관계됐다는 김 시의원의 주장은 허위사실이다”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도 소장에 썼다. 민주당 대전시당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17일 김 시의원의 계속된 폭로전과 관련해 ‘당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제명했고, 10일 후 중앙당 윤리심판원도 김 시의원의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김 시의원은 “소송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스타킹 사와”…미 국방부 대변인, ‘갑질’ 일삼다 사임

    “스타킹 사와”…미 국방부 대변인, ‘갑질’ 일삼다 사임

    ‘갑질’ 논란의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수석대변인이 31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했다. 화이트 대변인은 부하 직원에게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 부당 행위를 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국방부 대변인을 맡아온 화이트 대변인은 이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직원들에게 작별 메시지를 보낸 몇 시간 뒤에 자신의 트위터에 사퇴의 글을 올렸다. 그는 “나는 매티스 장관과 우리의 직원들,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모든 시민들과 함께 일할 기회를 이 정부가 제공해준 것에 감사하다”면서 “나에게는 명예롭고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화이트 대변인은 부하 직원들에게 팬티스타킹 등 개인 물품을 사오라는 지시뿐 아니라 세탁소 심부름, 식사 배달 등 각종 갑질을 일삼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아이를 입양하는 일에 대해 입양기관에 대신 전화를 하게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국방부 윤리지침에 따르면 국방부 공무원은 공적인 시간에 공무가 아닌 다른 활동을 위해 시간을 이용하도록 지시하거나 요청할 수 없게 돼 있다. 또 화이트 대변인은 자신에게 불만을 품은 최소한 4명의 직원을 다른 부서로 쫓아낸 혐의도 받고 있다. 중국어와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화이트 대변인은 폭스뉴스의 홍보 담당자 출신이며 2008년 대선 때 공화당의 존 매케인 대통령 후보와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 선거캠페인의 외교정책 고문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또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전문위원과 르노-닛산 연합의 정책 및 전략 커뮤니케이션 담당 책임자를 지냈다. 화이트 대변인의 후임으로 찰스 서머스 주니어가 1일부터 국방부 부대변인 대행을 맡고 있다. 서머스 대행은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해군 대령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종교계 수장들 일제히 기해년 신년사 발표

    종교계가 기해(己亥)년을 맞아 1일 일제히 신년사를 발표했다. 천주교, 불교, 개신교, 민족종교 수장들은 한 목소리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면서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사회의 안녕을 이루자고 당부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하느님께서 갈라진 북녘의 동포들에게 꼭 필요한 은총을 내려주시기를 기도한다.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가장 바라시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 진정한 행복은 일부만이 아니라 모든 이가 다 함께 평화를 이루고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평화는 하느님의 질서가 구현되고 진리와 정의를 바탕으로 건설되고 사랑과 연대로 완성되며 자유가 보잘할 때만 실현된다. 2019년 희망의 새해에 하느님께서 내려주시는 은총과 평화가 늘 함께 하시기를 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이성희 목사? 2018년을 돌아보면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던 한반도에 하나님의 때가 찾아왔노라 고백하게 된다. 한국교회는 올해에도 더욱 굳건히 평화의 길을 계속 걸어야겠다. 올해는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특히 안전하지 않은 직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불평등과 폭력의 관행들이 사라져 모두가 조금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 지난 한 해 남북 관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 앞으로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등의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이를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이다. 교회를 향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회개를 통해 영적 지도력을 회복하고 도덕적 윤리적으로도 세상의 기준보다 더 높은 성경적 기준의 삶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한국기독교연합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 경제 한파와 양극화, 남남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오직 공법이 물같이, 정의가 하수같이 흐르는’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지구촌 곳곳의 분쟁과 테러, 폭력이 그치고 주님의 ‘샬롬’이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바란다. 주님이 보여주신 희생과 섬김의 낮은 자세로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이웃의 상처를 보듬고 압제당하는 약자들의 고통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나아가 남과 북이 전능하신 하나님의 손 안에서 하나가 됨으로써 하루속히 자유 평화 통일을 이루도록 간절히 기도해야 할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더욱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이 되어야 하겠다. 특히 청년 세대의 고통을 덜어주고 소외된 약자들을 지키는 친구가 되어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자. 일상 속에서 바르게 자비를 실천해 이웃과 함께 복과 덕을 나누자.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남과 북이 굳건한 평화 체제를 이뤄내는 성과가 있길 바란다. 국민 모두 좋은 기운과 훈훈한 인연으로 밝은 새해를 활짝 열어 나가시길 기원한다. 정법과 정의는 위대하며 영원하다는 것을 잊지 말고 지금의 인연과 자신의 신분을 수중히 하여 부단히 정진해야 한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이기성 한국회장? 2018년 북풍한설을 이겨내고 한반도에 봄이 찾아왔다. 시대적 아픔과 현실적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위대하게 일어서게 될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는다. 애천·애인·애국의 이념으로 참가정과 한반도평화통일 실현을 향한 가정연합의 발걸음이 한국사회의 희망이 되게 하겠다.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이들의 소중함을 기억하며 칭찬하고 격려하는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고자 한다. ??증산도 안경전 종도사? 격변의 시간을 지나온 우리 앞에 다시 희망찬 새해가 밝아온다. 남북의 화해와 평화의 바탕 위에 새로운 통일시대를 열고 지구촌 온 인류의 밝은 미래를 이뤄내는 단단한 초석을 깔아나가야 할 때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잃어버린 우리의 뿌리, 역사문화,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원불교 김주원 종법사? 우리 모두는 각자의 마음 속에 무진장한 정신자원이 갊아 있다. 그 자원을 계발하고 확충하고 활용해서 복과 혜가 무량한 삶을 살아야 할 권한이 우리에게 있다. 그러기로 하면 마음 쓰는 길을 단련해야 한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여 전 국민과 세계 모든 인류가 이 마음 잘 쓰는 공부에 발심해서 다 같이 부처의 인격을 이루고 국가 세계에 평화를 가져오는 새 역사의 주인공들이 되시기를 심축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시지프스의 나무, 그 역설의 존재론-이영광론/신수진

    1. 경사지고 거꾸로 선 각도의 위상학 인간을 위해 죽음의 신을 쇠사슬로 묶었지만 신에게 붙잡혀 영원한 벌을 받는 시지프스의 신화를 통해 카뮈는 부조리에 대해 사유한다. 1) 그가 주목한 것은 바위가 정상에 닿자마자 다시 저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순간, 주저 없이 고통의 근원으로 다시금 향하는 시지프스의 바로 그 돌아서는 순간이다. 시지프스는 자신의 비참한 존재 조건을 감히 통찰하고 부조리한 삶을 무한히 들어올림으로써 결코 패배하지 않는 반항적 인간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지프스의 결의와 반복처럼 이영광은 계속해서 쓴다. 우울과 명랑을 진자처럼 오가며 그는 끝없이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지고 절벽을 오른다.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 아니 그건 너무 SF적이다. 그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은 끝까지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는 이 바람과 좌절은 그 자체로 시지프스의 은유와 부합한다. 1998년 등단 이후 서정적 주체의 환부를 드러내고 그 통증의 발로를 소상히 추적하고자 하는 시정신으로 그는 이제 ‘끝없는 사람’에 당도했다. 다섯 권의 시집에서 아픔을 갱신하며 정신의 높이를 몸의 위치로 끌어내린 그는 기꺼이 병실로 치환된 세계를 겪어낸다. 곰팡이와 거미줄이 쉴 새 없이 자라나는 위태로운 상태일지라도 그는 적어도 자기 세계를 가진 자로서 이 경사지고 거꾸로 선 각도의 입지는 이영광의 정신적 배후로, 그의 위상학으로 건재해왔다. 이영광은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가 문득 “한 번도 문제가 돼본 적”(‘문제’) 없는 역설적인 세계를 깨닫는다. 합리와 효용만을 쫓는 병리학적 사회에 대한 통찰과 반성이 예의 그 반동의 시작점에 있었다면 그의 시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은 역설적 사유의 방식이다. 이를테면 그에게 죽음이라는 테마는 삶보다 더 압도적이다. 죽음은 미학적 감수성의 대상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을 도약시키는 극단이기 때문이다. 이는 2010년대 한국시에서 진단되는 시대적 감각이나 향유적 양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와의 대결구도를 견디는 주체의 극기를 보여준다. 세계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과 윤리는 자칫 자기 동일성에 포섭될 수 있음을 경계하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폭력의 메커니즘이 확산되고 있는 세계를 주시한다. 2) “죽기 전에”(‘오일장’) 죽기 위함이라는 역설과 비판적 실천 의지는 자해에 가까운 자학으로 점철되었고 마침내 이러한 기근 속에서 이영광의 시적 주체는 나무의 존재로 현현한다. 나무와 숲이라는 식물적 상상력과 가공할 병실로 환원된 세계 인식을 근거로 계속해서 “간다”, “가야한다”(‘나무는 간다’)를 역설하는 이영광의 이 길은 지금, 여기,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3) 2. 상실과 존재의 원환(圓環)으로서 병폐의 징후 : 미치다, 아프다, 병들다 이영광의 시에는 상실과 결여의 수사가 넘쳐난다. 상실은 존재를 표상하고 존재는 다시 상실을 견인한다. 그에게 상실은 존재에 대한 자신만의 의식화이다. 대상이 충족되고 있을 때 우리는 그 대상을 의식하지 않는다.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자는 사랑을 갈구할 필요가 없다. 사랑을 찾는다는 것은 사랑의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때의 상실은 사랑의 존재에 대한 의식화인 것이다. 나무는 미친다 바늘귀만큼 눈곱만큼씩 미친다 진드기만큼 산 낙지만큼 미친다 나무는 나무에 묶여 혓바닥 빼물고 간다 누더기 끌고 간다 눈보라에 얻어터진 오징어튀김 같은 종아리로 천지에 가득 죽음에 뚫리며, 가야 한다 세상이 뒤집히는데 고문받는 몸뚱이로 나무는 간다 뒤틀리고 솟구치며 나무들은 간다 결박에서 결박으로, 독방에서 독방으로, 민달팽이만큼 간다 솔방울만큼 간다 가야한다 얼음을 헤치고 바람의 포승을 끊고, 터지는 제자리걸음으로, 가야 한다 세상이 녹아 없어지는데 나무는 미친다 미치면서 간다 육박하고 뒤엉키고 침투하고 뒤섞이는 공중의 결승선(決勝線)에서, 나무는 문득, 질주를 멈추고 아득히 정신을 잃는다 미친 나무는 푸르다 다 미친 숲은 푸르다 나무는 나무에게로 가버렸다 나무들은 나무들에게로 가버렸다 모두 서로에게로, 깊이깊이 사라져버렸다 ―‘나무는 간다’ 전문 이상(李箱)에게 열두 명의 무서워하는 아해와 무서운 아해가 있었듯, 이영광에게는 미치고 푸르고 가고 가버린 나무가 있다. 시인의 자기의식은 나무로 환유되고 있는 이지러진 시적 주체의 자화상으로부터 기인한다. 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주요한 지평으로서 나무는 시적 주체의 술에 취한 가계(家系)와 생활과 속내를 목도해왔을 뿐 아니라 그 울음을 위로하던 내밀한 기억으로 인하여 제 자신 역시 깊은 병을 앓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조금씩 미쳐가는 나무는 제 스스로의 몸에 묶여 혀를 빼물고 있으면서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도망치지 못한 채 순순히 미쳐가고 있던 나무는 “천지에 가득 죽음에 뚫리”면서도 계속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징한 로고스를 탈각한 채 세계를 거대한 병실로 치환하면서 그것과 한몸인 나무가 겨우 붙어 있는 숨으로 뱉어내는 전언, 이 신음이 바로 이영광의 시가 육박해가는 시의 음성이다. 그것은 “고문받는 몸뚱이”의 형상이리만치 처절하게 으스러진 어떤 것이다. 변형되고 훼손되고 상실하면서 이제 나무들은 간다. “결박”과 “독방”이라는 이 문제적 존재의 필요충분조건 위에 그가 가고자 하는 길은 나 있다. 그것이 설령 “제자리걸음”일지라도 가고자 하는 까닭은 세상이 “뒤집히”거나 “녹아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분의 관계로서 나무의 뿌리격인 세상은 나무의 존재를 끊임없이 몰락시키며 역설적으로 바로 그 허물어지는 순간들로부터 나무가 재건될 수 있는 가능성을 도출해낸다. 나무는 미친다. 미치면서 간다. 미쳤기 때문에 가는 것이고, 미치지 않고서는 갈 수 없는 길이다. 이 광기와 착란의 고투는 “공중의 결승선”에서 마침내 분신하듯 정신을 잃고 제 몸을 산화하고 만다. 정신을 잃고 나서야 푸르게 미친 나무와 푸르게 미친 숲은 모두 서로에게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온통 상실과 결여의 비존재로 읽히는 세계에서 에포케가 발생하는 이 공명의 찰나로부터 이영광의 시집은 시작된다. 정체와 암전에서 시동을 걸 때 나타나는 재부팅의 효과, 그 광포한 분란을 통과할 때에만 겨우 돌아오는 불규칙한 심호흡이 바로 이영광 시에서 나타나는 병폐의 첫 번째 징후인 ‘미치다’의 증상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미친, 혹은 미쳐버린 이 나무들의 진격은 삶의 벼랑 끝에서 발휘되는 재기의 몸부림이자 고유한 주체 확보의 계기가 된다. 시끄럽게 부서지고 피 나던 집이었는데/누구도 아이를 욕하거나 때리지 않았다/조용한 아이였다/조심하는 아이였다/모든 걸 알고 모든 것에 준비된 표정으로/떨려고 하지 않았다/난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상관없습니다/(중략)/아프지 않겠습니다/아이가 되지 않겠습니다/온몸을 희끄무레한 붕대로 감고 있어서/아플 곳이 없었다/죽으면 죽으리라. 4) /살면 살리라/벗은 아이였다/벗겨진 아이였다/생각하지 않고,/늘 남의 생각만 생각하는/망가져가는 아이였다 무섭고 많은/시간이 잡은 아이였다/하루는 사십년처럼 흐르고/사십년은 하루처럼 멎어/어느 날, 돌아온 아이였다/도대체 왜 도대체 왜 도대체 왜/아직도 망가져가는 아이였다 ―‘망가져가는 아이’ 부분 상실과 결여로 화하는 존재의 나쁜 사정(아프거나 혹은 죽거나)은 핏속을 흐르는 불가해한 광기와 걷잡을 수 없는 슬픔, 시라는 것에 붙들려 오도 가도 못하는 몹쓸 운명에 다름 아니다. 문명과 역사의 폭압으로부터 거세된 욕망은 이제 생태적 상상력을 넘어서 가족 내력으로부터 발생한 병폐적 징후들, 상실된 존재라는 치부로 고백된다. 폭력과 방임과 유기라는 총체적인 학대 속에서도 아이는 자라야만 한다. 조용히, 조심스럽게, 숨죽여 자라는 동안 모든 걸 알아차려버린 아이는 어느덧 “난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상관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아이가 된다. 온몸을 붕대로 감고 있어서 아플 곳이 없는 그는 “죽으면 죽으리라”는 성경을 외우는 동안 죽고 또 죽어 역설적으로 그 죽음 속에서만 살 수 있다. 그러나 사십년의 세월 속에서도 조금도 빛바래지 않는 “도대체 왜 도대체 왜 도대체 왜”라는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이의 하루는 사십년처럼 고통스러웠을 것이고, 사십년은 하루처럼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을 것이다. 발가벗겨지고 죽임당한 채 자신을 영구히 복원하지 못하는 이 시적 주체의 내력은 질병의 코드로 나타나며 역설적으로 바로 이 상실과 결여의 반대급부로서만 존재의 기표에 가까스로 다다를 수 있다. 모든 곳이 아파서 아플 곳이 없는 아이, 아픈데도 아프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아이, 아픈 속이 투명하게 보이는데도 안 보이는 아이로 아픔이 재현되는 양상에서 볼 수 있듯, 이영광이 상실의 주체를 존재의 그것으로 전복시키는 역설을 보여줄 때 그 도화선은 병폐적 징후로 드러난다. 병폐적 징후의 두 번째 시어로서 ‘아프다’ 역시 꺼져가는 삶에 대한 각성과 의지의 기제로 작동되고 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새 활로의 모색을 담당하는 기저가 된다. 바깥은 문제야 하지만/안이 더 문제야 보이지도 않아/병들지 않으면 낫지도 못해/그는 병들었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전력을 다해/가만히 멈춰 있기죠/그는 병들었다, 하지만/나는 왜 병이 좋은가/왜 나는 내 품에 안겨 있나/그는 버르적댄다/습관적으로 입을 벌린다/침이 흐른다/혁명이 필요하다 이 스물네평에/냉혹하고 파격적인 무갈등의 하루가,/어떤 기적이 필요하다/물론 나에겐 죄가 있다/하지만 너무 오래 벌받고 있지 않는가, 그는/묻는다, 그것이 벌인 줄도 모르고/(중략)/저녁은 모든 희망을 치료해준다/그는 힘없이 낫는다/나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나는 무장봉기를 꿈꾸지 않는다/대홍수가 나지 않아도,/메뚜기떼가 새까맣게 하늘을/덮지 않아도 좋다/나는 안락하게 죽었다/나는 내가 좋다/그는 돼지머리처럼 흐뭇하게 웃는다/소주와 꿈 없는 잠/소주와 꿈 없는 잠 ―‘저녁은 모든 희망을’ 부분 이영광은 “병들지 않으면 낫지도 못”한다는 뒤바뀐 선후 관계를 통해 병의 중의적 차원을 암시한다. 이는 낫기 위해서는 먼저 병이 들어야 하는 논리적 인과성에 대한 일종의 언어유희이기도 하지만 병폐의 징후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은 본래 어떠해야 했는지를 복기시키는 반동의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나’는 병들어 있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전력을 다해 멈춰 있기 위해 “혁명”이라든가 “기적”과 같은, 존재의 근원을 통째로 뒤바꿀 만한 지각변동을 꿈꾸지만 현기증을 일으키는 이 소요 사태 속에서 ‘나’는 도리어 병이 좋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병은 푸르게 미쳐가는 생의 긍정적 요소로 읽어내야 한다.) 시어들을 모두 거꾸로 뒤집어놓은 이러한 양상들은 이제 죽음 속에서만 살 수 있음을 가시화하기 위한 이영광식의 역설로 정립된다. 그래서 이영광이 쓰는 존재의 본질은 언어로 포착되지 않으며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하며 와해되고 생성한다. 이 유동적인 성질은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는 추동력으로 작용한다. 존재가 되기 위해 ‘그’는 “버르적”대고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린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그’는 또 다른 ‘나’이지만 ‘나’는 ‘나’를 만듦으로써 도리어 더 외로워지는 아이러니에 처한다. 고통과 쾌락, 경험과 선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시인이 접근하고자 하는 ‘나’는 다가갈수록 멀어질 뿐 한시도 오롯한 ‘나’가 되지 못한다. 이영광의 시적 주체는 몸이라는 집을 한 채 지니고 있다. 집은 일종의 병실로 나타나며 그는 이 무력한 “스물네평”에 “변혁”, “새날”, “자폭”, “재앙”, 혹은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나 대혼란이 벌어지길 기도한다. 그것은 더 완벽하게 미치고, 더 못 견디게 아프며, 더 깊이 병들어 차라리 그 병세에 차도가 없어져버리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벌인 줄도 모르고 오래도록 희망을 앓아온 ‘그’는 싸워보지도 못한 채 힘없이 완치되고 만다. 이것은 패배조차 허락되지 않는 참담한 실패를 증거한다. 상실을 경험함으로써만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이러한 역설적 구조는 이영광이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유의 패러다임으로 병폐의 세 번째 징후인 ‘병들다’의 의미다. 내 것조차 될 수 없는 고통의 전유물인 ‘나’ 앞에서 시인은 그의 유일한 도구인 시만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시지프스가 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시는 이영광의 시 전반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인 상실과 존재의 원환을 공유하고 있다. 그의 세계 속에서는 어느 것 하나도 멈춰 있는 것, 불변하는 것, 영구적인 것은 없다. 그래서 논리적 명쾌함은 불가능해지고 점점 수식어가 많아질 뿐이다. 이 구태의연한 언어의 불가능성은 상실과 결여로서 존재에 대한 회의와 그대로 닮아 있다.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나’와의 간극은 모순으로 일관하고 있는 세계의 이원성, 이를테면 안과 밖, 전력과 정지, 죄와 벌, 아침과 저녁, 빛과 어둠, 삶과 죽음, 현실과 꿈 등을 통해 구조화된다. 마침내 모든 상실이 존재를 부상시킨다는 것을 예감하게 된 ‘나’는 “소주와 꿈 없는 잠”에 혼곤하게 빠져든다. 만해의 “잠 없는 꿈”(‘잠 없는 꿈’, 님의 침묵, 회동서관, 1926)에 대한 오마주로 보이는 이 구절 속에는 모든 대상이 뒤집어진 거울 속 같은 세계가 놓여 있다. 현상과 이면이 전복되는 세계를 목도하며 ‘나’는 세계의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트랙을 돌며 남겨진 부분(병폐로 나타나는 이상 징후)을 확보하고 그것을 존재로 변환할 궁리에 몰두한다. 3. 시지프스의 역설 : 나무의 존재론 지난 시력으로 볼 때 이영광의 작업은 상실과 존재의 원환으로서 병폐의 징후를 포착하는 동시에 시대적 데카당스를 향한 분기였고 시적 실천에 의한 궐기였다. 구조적 모순으로부터 기인하는 디스토피아와 대치하면서 그가 겪어내는 소외와 환멸은 미치고, 아프고, 병든 시적 주체의 상태로 반복된다. 시인은 조금도 비켜서지 않고 이 고통을 직면함으로써 사람다움의 정의에 대해 생각한다. 세월호 삼보일배가 살려고, 기어서 남녘에서 올라오고 있는데/잃은 아이 언니인가 누나인가 하는/그 여린 아가씨, 옷이 함빡 젖고 운동화가 다 해졌데/(중략)/마음이란 거 그거, 찌르지 마, 자꾸 피가 샌다고/중환자실 천장에 달려 뚝뚝 떨어지는 피 주머니 같은 그것에게 ―‘마음 1’ 부분 아니, 아니…… 돌아가야 해요/예쁘고 미운 친구들과 괴롭고 즐거운 학교와/인사하던 골목길과 상점들에게로 그렇고 그런 사람들에게로/돌아가야 해요, 꿈꾸고 꿈꾸고 꿈꾸면 괜찮아지던 곳에,/끝없는 사람으로 돌아가야 해요 ―‘수학여행 다녀올게요 ―유령 6’ 부분 시집 곳곳에 기록된 4월 16일은 우리로 하여금 섣불리 환부를 봉합하는 대신 고통을 날것 그대로 경험하도록 한다. “오늘도 무사하지 않았느냐고” “겁도 없이”(‘겁’) 이야기하는 자신을 견디지 못해 차라리 “징역 살고 싶”(‘무인도’)은 심정을 토로한다. 고통의 근원지를 밝히고 불편과 부끄러움을 마주함으로써 우리가 “끝없는 사람으로 돌아”갈 때만이 유령처럼 출몰하는 이영광의 피 흘리는 세계는 사람의 것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영광에게 존재가 되기 위한 상실과 병폐의 과정은 다음 시들에서 죽음의 이미지들로 변환된다. 시집 전반에 걸쳐 삶과 죽음이라는 시어는 전도되어 있으며 자주 몸 바꾸어 나타나는 죽음의 현시들은 삶의 부장품처럼 예상치 못한 일상의 곳곳에서 불쑥불쑥 출토된다. 이는 삶과 죽음을 매 순간 견디어내면서 끝없이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밀어올려야 하는 형벌과도 같다.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자기를/살려주는 일/정말 해야 할 일도 저에게 위로를/던지지 않는 일/입이 말을 못하겠나/손이 구원을 못 쓰겠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하지 않는 것을 해내는 일 ―‘깔깔대는 혼’ 부분 고독이 안되자 그는 삶을 물어뜯었다/사람이 안되면 사람을,/진심에 지피면 진심을 무찔러야 했는데/삶을 쓰러뜨렸다/죽음이 안되면 죽음을 여의어야 했는데/삶을 버렸다 ―‘하지만’ 부분 자기를 순순히 살려주는 일만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하는 이 전언은 스스로를 구원하지 않으려는 저 위악과 자위의 역설이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때문에 내가 나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이영광식으로 다시 말하자면 내가 나로 죽기 위해서는 죽을 힘을 다해 “진심을 무찔러야”하고, “죽음을 여의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 견딤의 미학이 그에게는 시를 쓰는 행위, 존재를 성립하기 위한 방법론적 양상으로 나타난다. 시의 외연에 등재시킨 상실과 결여의 병폐적 현상들을 주체의 확립과 존재로 복귀시키며 재구조화하는 이영광의 시도는 그것이야말로 시의 임무와 사명임을 숙연하게 보여준다. 뒷밭이 우릴 먹여주지 않니 시인은 싫다 너는 학교에서 라디오도 타왔지 않니 취직도 안하고 출세도 안되고 시인이 되어 내려갔을 때는, 나는 네가 시인만은 되지 말길 죽 바랐다, 이젠 객사하지 말라고 기도해야겠다, 어머니는 말했다 나보다 더 어두운 짐승,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시인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뒷밭이 북풍한설이어서 굳게 다짐했다 시인이, 나는 아니다 언젠가는 가짜를 들킬 것 같아 두렵다 어쩌다 어머니 말을 잊어먹을 때면 그 짐승이 불쑥 머리를 내밀기도 한다 그때 깊이 눌러 감추어버렸던 시인이란 것을 들킬까봐 또 나는 무섭다 세상 모든 밭들은 왜 다 기근인가 객사 얘기는 그만하세요 뒷밭은 언제나 우릴 굶겼어요 저는 그냥 방랑만 하는 거예요 시늉만 하는 거예요 ―‘뒷밭’ 부분 시인님이 되느니/땅끝까지 실종되고 말겠다/시인님이 되느니/살처분 당하는 분홍 돼지가 되겠다//높이지 않아도 시인은/만장처럼 드높으므로/아무리 높여도 시인은/꿇은 상주처럼 낮으므로 ―‘시인님’ 부분 자전적 시임이 분명한 위의 메타시들에서 시인은 시 쓰기를 업으로 삼고 영원한 삶을 견디는 시지프스로 화한다. 평생 뒷밭에서 일을 하신 어머니는 시인이라곤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들려주던 김삿갓밖에 알지 못한다. 그런데 김병연의 전기를 가능케 한 드라마틱한 방랑과 객사에만 방점을 두어 마치 시인이 되면 반드시 떠돌다가 죽게 될 것이라고 믿는 듯 아들의 행보를 심려한다. 시인이란 대개 시대의 병폐를 가장 먼저 진단하는 첨병으로 부나 권력과 같은 가치들을 풍자하며 으레 속세를 떠난 듯 자유로운 자들로 통용되지 않는가. 문학을 알지 못하는 어머니에게도 시인의 입지가 지닌 이 변방의 좌표가 어렴풋이 짐작되었으리라. 시인이 되겠다는 아들이 겪어야 할 그 정처 없는 빈곤도 싫었겠지만 도무지 숨길 수 없는 저 반역과 모반의 기질, 세상을 척지고 홀로 싸워나가야 하는 어두운 예감 같은 것이 서늘히 엄습해왔을 것이다. “나보다 더 어두운 짐승”인 어머니에게 불효를 자처하면서 기어이 멋대로 시인이 되어버린 시적 주체는 그러나 간혹 제가 가짜임이 들통날까봐 저어한다. 또 제가 정말 시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것 역시 두려워한다. 자신은 그저 시인 “시늉만 하는” 것이라고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그의 말은 어쩐지 자신을 더 안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시인이 되느니 “땅끝까지 실종되”거나 “살처분 당하는 분홍 돼지가 되”고 말겠다는 이 호언장담, 이 비하와 경멸의 자기모멸감 속에는 기실 시의 쪽배로밖에는 이 깊은 생을 건널 재간이 없는 한 사람의 떨림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만장처럼 드높”고 “꿇은 상주처럼 낮”은 이 고결하고도 비천한 이름 곁에 선 시인의 결연함은 슬프도록 장엄하고 눈물겹도록 어리석다. 뭇사람들이 그 눈에서 “죄인”과 “천치”를 읽고 간 미당의 피맺힌 아침과도 같은 부끄러운 혼, 그러나 뉘우치지 않는 그 오만한 자세를 이영광은 어딘가 닮아 있다. 나무의 적은 얼굴을 드러낸 적 없는 세력/빈 들은 이글거리는 뿌리들을 비끄러맨다/바람은 잡념의 가지들을 조각조각 부러뜨린다/나무의 정권들이 나무 속으로 들어간다/나무는, 오직 나무로 지워진다/한 점 배후도 없이 나무는/삭풍과 눈보라와 흙먼지의 백만 대군을,/백만 대군을 호령하는 무한의 지평선을/한그루 장창으로 막아선다 ―‘한점 배후도 없이 나무는’ 부분 맨주먹을 쥐고 눈밭에 선 나무, 시적 주체로 형상화된 이 강인한 나무는 무방비 상태의 싸움꾼이다. “저렇게, 싸우지 않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저렇게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싸움의 상대는 바람이다. 바람은 “얼굴을 드러낸 적 없는 세력”으로 나무와 교전한다. 제 뿌리를 간직하고 있는 나무의 정직한 생의 기록은 어디서부터 불어왔는지 모를 홀연한 바람의 태생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나무가 거역할 수 없는 피투성(被投性)의 존재로서 육중한 삶을 떠메고 가야 한다면 바람은 무한한 가변성이라는 무상함을 상징한다. 제 몸을 한그루 장창 삼아 “삭풍과 눈보라와 흙먼지” 불어오는 지평선을 제압하는 나무 안에는 뜯겨나간 뿌리와 부러진 가지들의 비명이 난무한다. 이 부서진 한 그루의 육체 안에는 삶과 죽음이 온통 뒤엉켜 있어 그 둘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하나의 세계가 열린다. “나무는, 오직 나무로 지워”지게 된다는 이 유연한 나무의 병법을 통해 시적 주체는 상실과 병폐를 넘어서는 영원한 시지프스의 시 쓰기와 존립을 이루게 된다. 언제나 환한 볕보다는 그늘의 모서리를 맴돌던 시적 주체는 마침내 “한 점 배후도 없이” 맨몸으로 제 삶을 일궈내는 나무가 된다. 당신이 한낱 사람의 몸 사람의 말로 날 죽여 나는 음 사월 물푸레나무같이 푸르렀습니다 푸르고 튼튼하게 병났습니다 물푸레나무 곁에서 춤추는 물푸레나무같이 기쁨을 못 이겨, 나는 당신이 한없이 외로웠습니다 당신은 한낱 사람의 말 사람의 몸을 그쳐 날 다시 살려내고, 사랑 없는 사랑이 되어 떠났습니다 마른 가을이 살찐 여름을 단숨에 쓰러뜨리듯 나는 모든 기쁨을 힘없이 무찔러 이기고, 음 시월 물푸레나무같이 시들어 병 나았습니다 ―’물푸레나무같이’ 전문 당신이 건넨 “사람의 몸” “사람의 말”로 인하여 병들고 죽어가는 ‘나’는 기쁨에 못 이겨 춤을 추면서도 당신이 외로웠다고 말한다. 당신이 “사람의 말” “사람의 몸”을 그치자 ‘나’의 병은 나았지만 나는 사랑도 기쁨도 잃은 채 시들게 된다. 시인의 책무란 본래 사람의 것으로 아플 때 죽음과도 같은 병폐 속에서 도리어 시퍼렇게 살아나 그 한없는 외로움을 읊는 것이며, 사람의 것이 떠났을 때 힘없이 시들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채 상실과 존재의 아포리아 속으로 망명하고야 마는 것이 아닌가. 시적 주체는 이제 자신의 생애보다 오래된 나무의 부동자세가 불러일으키는 바람의 무한수열을 느낀다. 그 바람은 상실과 존재의 원환으로 시시각각 얼굴을 바꾸며 나무의 안도 아니고 바깥도 아닌 곳에서 분다. 그 바람을 관장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바람보다 먼저 미치고, 먼저 아프고, 먼저 병들어버리는 자로서 시인뿐이다. 시적 주체는 필연적으로 역설의 폐허에서 기아와 고독과 광기에 휩싸일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존재의 상실이야말로 새 존재를 생성해내기 위한 회로의 추동장치로 작동한다. 이영광은 병폐라는 허구적 장치를 통해 결국 시를 앓을 때만 존재가 도래할 수 있는 기반을 예비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아픔으로 인하여 시적 주체는 소진되거나 무화되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내려가는 순간에 시를 통한 삶을 발견함으로써 형이상학적 존재로 재탄생한다. 사랑과 상실, 기쁨과 슬픔, 병과 치유, 죽음과 생명이 마치 한몸처럼 붙어 있는 이 역설의 시학은 나무의 존재로 부활하는 이영광식의 신화를 재현하고 있다. 시적 주체는 바람이 일으키는 병폐의 징후를 통해 생사의 영원한 지평 위로 나무의 삶을 고양시키고 재편한다. 그때 들려오는 푸른 존재의 잎사귀 소리는 원래 자기 몸 안에서 울리던 소리였는지도 모른다. 천지의 울음을 내재하고 있는 나무의 존재론은 이제 이영광 시의 아이덴티티가 될 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시를 기억하는 주요한 하나의 축으로 자리할 것이다. 4. 역설의 폐허에서 자란 존재의 아포리아 2000년대 이후 미정형 주체들의 등장은 기존의 논리로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서정시라는 장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독자적인 체계를 생성했다. 스스로 자기 존재의 기원이 되고자 했던 그들의 시도는 난해함에 유폐된 것일지라도 기성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발명의 의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경제 위기와 정치적 추문이라는 2010년대의 현실에 직면한 시는 윤리적 문제에 봉착한다. 해체환상유희적 계보에 틈입한 윤리의 맥락 속에서 이영광은 가장 클래식한 발성과 감성으로 노래할 때만이 구축될 수 있는 자기 세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떤 담론보다 광활하고 가변적이며 모순적인 존재로서 ‘끝없는 사람’을 구현하는 시. 그가 세속성의 탐닉이나 언어의 실험에 동참하지 않고 자신의 좌표를 확보한 까닭은 사람이 가진 그 예외적 불가능성만이 시의 자기복제가 아님을 믿었기 때문이다. “너무 나 같아서 나 같지 않”고, “너무 나 같지 않아서 나 같”(‘불을 끄려고 한다’)다고 하는 시적 주체의 음성은 소외와 환멸로 점철된 우리 시대의 메아리다.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세계의 트랙을 돌며 이영광은 미치고, 아프고, 병들어 있는 이상 징후들을 감지하고 그 상실의 집합들을 지속적으로 출몰시킨다. 병을 앓듯 자신을 오래도록 앓는 자만이 존재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의 중의성을 비롯한 역설적 언어의 고안은 시 안에 자신의 존재론을 도입하기 위한 장치이자 다의적 층위를 포섭하기 위한 그의 기획을 보여준다. 나무는 나무들 사이로 사라져버리고 마침내 한 무더기의 푸른빛만이 단지 거기에 남아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영광의 숲은 마음껏 길을 잃도록 안내한다. 그는 병들어 있는 주체를 통해 그 존재 자체가 곧 황폐한 세계의 산물임을 증거하고, 현실 맥락 속에 은폐된 이력과 배후를 드러낸다. 그러나 병의 의미가 긍정과 부정의 이중적 층위로 활용되면서 더 깊이 병들어 죽어버리는 지경에 이를 때라야 그 죽음으로서 삶의 진리를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소외되고 병든 주체의 착란과 광기는 가고 가고 또 감으로써만 이 견고한 세계를 꿰뚫고 장악하고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덩어리의 푸른 흔들림으로 산화한 나무의 기투는 결국 “나는 자꾸자꾸 미쳐서 반드시 삶이 되고 말 것”(‘오일장’)이라는 다짐 속에서 두터운 자기 그늘을 겹겹이 축적해간다. “산은 산이다. 산은 산이 아니다. 다시 산은 산이다.”라는 선문답이 있다. 이 변증법에 의하면 이영광의 시도 나였다가, 나가 아니었다가, 다시 나로 재편됨으로써 영원성을 획득한다. 그래서 “산 채로 죽어보는 건 커다란 일”(‘동구릉’)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영광은 간다. 간다는 말에는 저 피안으로 향하기 위해 이곳의 정신을 놓아버렸다는 뜻도 숨어 있다. 이영광은 간다. 더 잘, 더 곱게 가기 위하여 그는 “나으려 하지 않는 병”을 쉽사리 떠나보내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덜 살고 덜 살고 덜 살아서” “숱한 사랑의 말”(‘세한’)을 찾기 위함이다. 그것만이 시지프스가 되어 기꺼이 감당해내야 할 자신의 길이기 때문이다. 1) 알베르 카뮈, 오영민 옮김, 시시포스 신화, 연암서가, 2014, 201~208쪽. 2) 들뢰즈의 차이(difference)나 레비나스의 타자성(alterity)과 같은 숱한 담론에서 주체와 타자의 이분법을 극복하고자 한 것처럼 상호 존립 가능한 관계의 회복은 이영광 시에서 여전히 화두로 존재한다. 3) 최근 두 권의 시집 ‘나무는 간다’(창비, 2013)와 ‘끝없는 사람’(문학과지성사, 2018)을 대상으로 하며 시를 인용할 때는 작품의 제목만 표기한다. 4) 에스더서 4장 16절.
  • ‘돈 잔치’ 부실 학회 폭로 5개월… 징계 기준도 없는 대학들

    ‘돈 잔치’ 부실 학회 폭로 5개월… 징계 기준도 없는 대학들

    교육부, 참가 횟수별로 징계 수위 권고 일부 대학 “참가 고의성 등 따져야” 반발 영리 목적 1200곳 전수 조사 사실상 불가돈만 내면 논문 출판과 발표 기회를 주는 해외 ‘부실 학회’에 국내 과학 연구자 다수가 참가한 사실이 폭로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학계의 혼란은 계속 되고 있다. 징계 수위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 엉터리 학회로 지목된 왓셋(WASET)과 오믹스(OMICS)에 참가했던 연구자들은 “단순 참가 횟수로 징계 정도를 정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정부 지원금 낭비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크기 때문에 엄중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원 징계권을 가진 각 대학들은 두 입장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대학정책실 주재로 전국 100곳가량의 대학이 참여한 교무처장 회의를 열고 부실학회 참가자들을 참가 횟수 등에 따라 엄격히 징계하라고 권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 출연연구기관 연구자 중 왓셋·오믹스에 갔던 사람들은 1회 참가는 주의·경고, 2~6회 경징계, 7회 이상은 중징계했다”면서 “대학들도 이를 참고해 징계해달라”고 말했다. 또 “이 기준보다 처벌 수위를 낮게 정했다면 징계를 최종 확정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징계 수위가 적정한지 교육부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교무처장들은 “각자 고의성 등이 다 다른데 참가 횟수로 일률 처벌하는 건 어렵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두 차례 이상 참가했어도 우수 논문을 발표하는 등 감경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참가 횟수에 따른 처벌 수위는 권고사항일 뿐”이라면서 “일부에서 감경 사유가 분명치 않은 연구자까지 솜방망이 징계하려고 해 참고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거 12년 동안 부실학회에 참가한 출연연 종사자 251명을 확인하고 징계조치했다. 하지만, 중징계는 2명뿐이어서 징계 수위가 약하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왓셋·오믹스 외 다른 부실학회 참가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대학들의 고민거리다. 과학계에 따르면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해외 부실 학회는 12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두 학회보다 더 부실한 학회가 많고 이는 교육부도 인정하는 점”이라면서 “하지만 ‘여력이 없어 모든 학회를 다 조사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전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교통법규 위반도 적발된 사람만 처벌할 뿐 과거 모든 위반자를 처벌할 수는 없다”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두 학회 참가자를 무겁게 징계해 연구 윤리에 둔감한 국내 과학계에 ‘신호’를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들에 이달 중 징계를 확정하도록 하고 현황을 파악해 발표할 계획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文 “조국 국회출석 요구는 정치공세… 경제 실패 프레임만 작동”

    “자중자애할 것” 靑직원들에 당부 “김정은 친서, 의례적 수준 이상 의미” 김위원장 답방 등 긍정 메시지 소개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 요구를 ‘정치 공세’로 규정했다. 또 청와대 직원들에게는 “살얼음판 걷듯 자중자애할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해찬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오찬 모두발언을 통해 “저는 민정수석이 피고발인(특별감찰반 사찰 논란 관련) 신분인데 국회 운영위에 출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정치 공세라고 생각한다”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안타까운 것은 성과가 있어도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 그 성과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취사선택해 보도하고 싶은 것만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전 직원에게 생중계된 올해 마지막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초심을 지켜 나가야 한다”며 내부 기강을 다잡았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은 더 엄격한 윤리적, 도덕적 기준에 따라 행동하고 처신은 물론 언행조차 조심해야 한다”면서 “그것을 요구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없다면 청와대에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힘들게 이룬 개혁은 당연시되고 더 많은 개혁의 요구가 불만과 비판으로 이어지는 ‘개혁의 역설’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지치거나 낙담해서는 안 된다. 또박또박 할 일을 해 나가면 된다”고 당부했다. 경제 분야에선 국민이 공감하는 성과를 내자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우리가 이룬 전환은 미완성이라고 할 수 있기에 더 완성된 상태로 발전시키는 게 새해 정부가 해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제 활력을 높이면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고용과 민생의 어려움을 개선해야 한다. 혁신적 포용 국가라는 국정 목표가 산업현장과 국민 삶 속에 뿌리내리도록 다양한 정책과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에 대해 “통상 친서는 내용뿐 아니라 주고받은 사실까지도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인데, 이번 친서는 의례적 수준의 친서 이상으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 북측의 양해를 얻고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친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 답방을 포함해 남북관계 전반과 한반도 비핵화 등에 대해 북측의 방향과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긍정적인 메시지였다”고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과 이 대표는 오찬 시작 전 배석자 없이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의 독대는 처음이다. 민생·개혁 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새 공연] “뭔가 더 있어… 보이는 게 다 아냐”… ‘부인’ 아닌 위대한 ‘과학자’ 퀴리

    [새 공연] “뭔가 더 있어… 보이는 게 다 아냐”… ‘부인’ 아닌 위대한 ‘과학자’ 퀴리

    방사성 원소 ‘라듐’ 발견 소재로 역사적 사실에 허구 붙인 ‘팩션’ 치명적 위험 발견 후 고뇌 담아 문화예술위 ‘올해의 신작’ 선정“뭔가 더 있어, 미지의 존재…보이는 세상, 그게 다 아냐.” 과학실험실을 옮겨놓은 무대 위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한 듯, 한 여성이 노래를 부른다. 일주일 만에 보는 부인을 위해 꽃을 사온 남편이 옆에 있는지도 모르고 실험에 몰두하고 있는 이 여성은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을 모두 수상한 위대한 과학자 ‘퀴리 부인’이다. 노벨상을 2회 수상한 최초의 과학자인 ‘퀴리 부인’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마리 퀴리’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20년 전인 1898년 12월 26일 마리 퀴리와 남편 피에르 퀴리가 새로운 방사성 원소 ‘라듐’을 발견한 역사적 사실 등을 다룬다. 어둠 속에서도 푸른 빛을 발하는 형광성 방사능 물질인 라듐은 시계나 화장품 등을 제조하는 데 쓰이며 당시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방사능이 갖고 있는 치명적인 위험성이 뒤늦게 발견되기까지 라듐 시계 공장의 여공들이 사망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됐다. ‘마리 퀴리’는 이 같은 역사적 사실에 허구의 인물과 사건을 덧붙여 만든 ‘팩션 뮤지컬’이다. ‘마리 퀴리’는 여성 캐릭터를 부각시킨 작품이 주목을 받았던 최근 공연계 트렌드를 이어 가는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여성이기 이전에 과학자인 인간으로서 가진 고뇌를 그리며 남편 ‘피에르’와의 관계도 다분히 남녀가 아닌 동등한 위치의 동료로서 그려진다. 김현우 연출은 “여성 서사를 다룬 작품들이 (여성을) 누군가의 아내나 어머니로 그리는 데 치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작품은 마리 퀴리라는 위대한 과학자가 자신의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과 발견으로 인해 미리 인지하지 못한 비극과 마주하는 딜레마에 집중하고 싶었다”며 “남편과의 갈등도 부부가 아닌 ’과학자 대 과학자’의 갈등으로 그려진다”고 설명했다. 퀴리 부인이 라듐의 위해성을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남편 피에르의 죽음 시점 등은 실제와 다르지만, 여성과학자를 인정하지 않았던 당대의 모습 등은 그대로 담았다. 과학자의 윤리와 양심의 문제 등은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올해 공연프로듀서협회 ‘올해의 프로듀서상’을 수상한 강병원 프로듀서가 총괄하는 이번 작품에는 ‘마리 퀴리’ 역에 김소향·임강희, ‘피에르 퀴리’ 역에 박영수·조풍래 등이 함께했다. 김소향은 기자간담회에서 “대학로에서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작품은 현재 유일무이한 것 같아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며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과학) 관련 책을 많이 찾아보고 공부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이번 작품의 공연은 다음달 6일까지 계속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이재갑 고용부장관 재산 9억… 문용식 원장 134억 ‘최고’

    이재갑 고용부장관 재산 9억… 문용식 원장 134억 ‘최고’

    지난 9월 임명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재산 8억 8976만원을 신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후 처음으로 후보추천위원회 절차를 걸쳐 위원장으로 임명된 최영애 인권위원장의 재산신고액은 5억 185만원이었다.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28일 문재인 정부의 차관급 이상 공직자 4명을 포함해 재산공개자(1급 이상) 50명의 재산등록 사항을 관보에 게재했다. 대상은 올해 9월 2일부터 10월 1일까지 신규 임용된 고위공직자 29명과 정기변동 1명, 퇴직 20명이다. 이 장관이 신고한 재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본인과 배우자가 공동으로 소유한 건물이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연립주택(222.01㎡)으로 실거래액이 10억 300만원이었다. 이 외에 본인과 배우자, 장녀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의 실거래액이 1억 2052만원이었으며, 금융기관 채무가 3억 577만원이었다. 최 위원장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139.99㎡의 연립주택을 배우자 명의로 갖고 있는데 해당 건물의 실거래액이 4억 4000만원이었다. 예금신고액은 2억 5106만원이었으며 채무는 1억 9492만원이었다. 이석기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과 조세영 국립외교원장도 각각 30억 9698만원, 8억 2322만원을 신고했다. 이번 관보에서 최다 재산 신고자는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134억 7121만원)이었으며, 최소 재산 신고자는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2억 9000만원)이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김용균법·양진호방지법·아동수당법 국회 통과…유치원 3법 처리불발

    김용균법·양진호방지법·아동수당법 국회 통과…유치원 3법 처리불발

    국회는 27일 사실상 올해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 83건을 처리했다.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은 처리가 불발됐다. 여야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을 비롯해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6개 비상설특별위원회 활동기간 연장의 건을 처리하고 새롭게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을 정보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숨진 고(故) 김용균씨 사고를 계기로 국회에서 본격 논의됐다. 위험성·유해성이 높은 작업의 사내 도급 금지와 안전조치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김용균씨 유족은 본회의장 방청석에 앉아 표결 장면을 지켜봤다. 재적의원 185명 중 찬성 165표, 반대 1표, 기권 19표로 집계됐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이른바 ‘양진호 방지법’인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가결처리했다. 사용자의 물리적 폭력만 처벌하는 현행 근로기준법과 달리 개정안에선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용자는 사실 확인 조사를 의무적으로 하고, 피해 직원의 희망에 따라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또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와 피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면 벌칙(3년 이하 징역·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범죄 공소시효의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처리됐고, 아동수당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의결됐다. 앞으로는 소득과 관계없이 만 6세 미만의 모든 아동이 아동수당을 받는다. 또 내년 9월부터 아동수당 지급 대상이 만 7세 미만의 아동으로 확대된다.정기국회 내 처리하지 못했던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도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김 후보자는 김소영 전 대법관 후임으로,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또한 ‘정보위원장 보궐선거’에선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정보위원장에 선출됐다. 헌정 사상 여성이 정보위원장을 맡는 것은 이 의원이 처음이다. 선거제 개혁을 논의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 6개 비상설특위의 활동기한을 늦추는 안건을 의결했다. 정치개혁특위, 사법개혁특위, 남북경제협력특위, 4차산업혁명특위, 에너지특위, 윤리특위 등 6개 특위는 내년 6월 30일까지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에선 12월 임시회의 주요 쟁점 법안 가운데 하나인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은 상정되지 못하면서 처리가 불발됐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남극빙하 연구·中 ‘과학굴기’ 본격화

    남극빙하 연구·中 ‘과학굴기’ 본격화

    2018년은 굵직한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이 쏟아졌던 한 해였다. 과학계에서도 지난 3월 세계적인 과학자 스티븐 호킹이 세상을 떠났고 지난달 말에는 중국 과학자가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켜 충격에 빠지게 하는 등 사건 사고들이 많았다. 사이언스와 네이처 등 과학저널과 다양한 과학단체들에서도 올 한 해 주목받았던 과학 이슈들을 발표하며 한 해를 정리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네이처는 2019년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과학이슈 10선을 꼽아 발표했다. 특히 중국과 관련된 이슈가 2개나 선정되면서 내년은 중국의 ‘과학굴기’가 본격화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과학계는 보고 있다. 네이처는 기후변화로 인한 남극 빙하의 변화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내년에 주목해야 할 과학이슈 1순위로 꼽았다. 2019년 1월 미국과 영국 과학자들은 남극에서 70여년 만에 최대 규모의 공동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5년 동안 진행될 이번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과학자들은 남극 대륙의 5대 빙하 중 하나인 트웨이츠 빙하가 녹는 속도를 측정해 완전 붕괴 조건과 붕괴에 걸리는 시간을 예측한다. 또 연구진은 무인잠수정과 바다 표범에 센서를 부착해 남극의 해양조건도 연구할 계획이다. 내년 말에는 유럽 과학자들이 남극에서 150만년 된 얼음 코어를 찾는 시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런 연구들은 고(古)기후와 기상조건을 파악함으로써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중국의 ‘과학굴기’ 역시 내년에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내년 말 세계 각국이 ‘2018년 회계보고서’를 발표하면 중국은 미국을 밀어내고 ‘세계 최대의 연구개발(R&D) 투자국가’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국의 연구 수준은 주요 2개국(G2)인 미국에 비해 여전히 뒤처져 있지만 2003년부터 과학분야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질적 수준에서도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평가를 내리는 연구자들이 늘고 있다. 중국은 12억 위안(약 1960억원)을 들여 지름 500m로 축구장 3개가 들어갈 정도의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FAST) ‘텐옌’(天眼)을 만들어 2016년부터 예비가동을 시작했다. 예비가동 2년 동안 50여개의 펄사(빠른 속도로 자전하는 고밀도의 죽은 별)를 관측한 텐옌은 내년 9월 본격가동되면서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도 개방될 예정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정체불명의 고속전파폭발과 성간가스구름에서 나오는 희미한 신호를 관측하는 등 중국을 천문연구의 중심지로 만들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영화 ‘지오스톰’(2017)이나 ‘어벤져’(1998)에서처럼 인공적으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지구공학’ 실험도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다. 미국 하버드대 응용물리학과와 대기과학과 공동 연구진이 추진하는 이 실험은 빛을 잘 반사하는 탄산칼슘 미세입자 0.1~1㎏을 성층권인 20㎞ 상공에 살포한 다음 태양광의 감소정도, 온도변화, 탄산칼슘 미세입자와 대기 중 화학물질의 상호관계를 분석해 인공적으로 지구 냉각이 가능한지를 관측하는 것이다. 일부 회의론자들은 태양복사 관리기술(SRM)의 일종으로 ‘스코펙스’라고 이름 붙여진 이번 실험에 대해 “분필가루의 일종인 탄산칼슘이 상공에서 예기치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지난달 말 중국 남방과기대 허젠쿠이 교수가 유전자 가위기술을 이용해 유전자 편집아기를 태어나게 했다고 주장하면서 생명과학계는 예상치 못하게 열린 ‘판도라의 상자’ 때문에 내년 한 해도 골머리를 앓게 될 것으로 네이처는 예상했다. 세계 과학계는 중국 연구진이 쌍둥이 아이들의 DNA를 어떤 방식으로 편집했는지 검증하는 한편 잠재적 부작용을 평가하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생명과학 연구의 윤리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유전자가위 기술을 비롯한 생명과학 연구의 전반적인 위축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이 밖에도 인류의 기원을 밝히기 위한 고고학자들의 분투, 일본의 차세대 국제선형입자충돌기(ILC) 유치 여부 결정, 학술 연구결과를 지금과 같은 폐쇄적인 저널이 아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오픈액세스 형태로 공개하려는 ‘플랜 S’의 시행도 내년에 주목되는 과학계 이슈이다. 또 지난 10월 세계 두 번째로 마리화나의 합법화를 발표한 캐나다에서 대마초에 대한 기초 및 응용연구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네이처는 예측하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박태성 성균관청년유도회 순천지부 회장 “유림 책무 다할 터”

    박태성 성균관청년유도회 순천지부 회장 “유림 책무 다할 터”

    “성현의 가르침을 받들어 도의 사회를 구현하고 윤리관을 정립하기위해 유림으로서의 책무를 다 하겠습니다.” 지난 22일 순천향교 청년 조직인 성균관청년유도회 순천지부 회장으로 취임한 박태성(56)씨는 “산업사회 발전과 서양문화의 급진적인 파급으로 미풍양속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아쉽다”며 “유림의 노령화로 문묘 존립마저 위기 상황을 맞고 있어 우리의 전통적 윤리관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회장은 “이러한 비상 상황과 같은 현실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면서 “유림 청년회를 중심으로 회원들의 뜻과 힘을 모아 인성을 기르며 유림조직의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지금까지 어러운 여건속에서도 청년 유도회의 활성화를 위해 오랫동안 동분서주해오신 전임 회장의 노고에 감사하다”며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뜻을 모아 청년유림 조직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회장은 “비록 초창기라 초라한 청년조직이지만 유림의 대열에 앞장서서 헌신하고 노력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단체로 거듭나겠다”면서 “원로유림을 비롯한 선배들의 기탄없는 충고와 지도편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청년유도회 기본 강령인 ‘올바른 정신을 갖는다’, ‘우리는 이웃을 사랑한다’, ‘인류전체와 함께한다’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회장은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앞장서고, 효와 공경을 다 함은 물론 이웃을 사랑하고 봉사하는데 힘쓰는 순천 청년유림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사설] 국회의원 갑질 근절 위해 윤리특위 처벌규정 강화해야

    공항에서 신분증 제출을 요구하는 직원을 고압적으로 대해 논란을 빚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어제 뒤늦게 이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국민들께도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은 지난 20일 밤 김포공항에서 항공기에 탑승하면서 신분증을 제시해 달라는 공항 보안직원의 요청을 받고 스마트폰 케이스에 든 채로 제시했고, 이에 직원이 ‘꺼내서 보여 달라’고 말하자 “근거 규정이 있느냐”며 거칠게 항의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이후에도 (김 의원이 욕설을 했다는 등) 공항 직원의 주장을 거듭 부인했다. 또한 이번 논란이 동남권 신공항 검증에 자신이 앞장서 당하는 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공격”이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했다. 김 의원의 사과는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고압적인 행태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역구인 인천 연수구 지역 주민과 버스 정류장에서 승강이를 벌이다 침을 뱉는 행동으로 비난을 받았다. 이런 행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회적 상식에 반하는 것으로, 특권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국회는 의원들의 갑질 행태가 문제가 될 때마다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해 왔다. 하지만 말뿐이다. 20대 국회도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핑계로 의원 정수 확대를 꾀하고 있다. 국회는 더이상 꼼수를 부릴 게 아니라 특권을 내려놓기 위한 윤리특위의 처벌 규정부터 강화해야 한다. 18∼20대 국회 윤리특위에서 의원 징계안이 가결된 사례는 2건에 불과하다. 본회의에서 의원직 제명안이 통과된 적은 아예 없다. 윤리특위에 외부 인사들을 참여시켜 실효성 있는 심사와 징계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 [이은경의 유레카] 대학원생은 학생일까, 공부 노동자일까

    [이은경의 유레카] 대학원생은 학생일까, 공부 노동자일까

    대학 연구비는 2019년에도 증가했을 것이다. 대학은 2016년에 6조원이 넘는 연구비를 썼다. 내년 책정된 정부의 연구개발비가 처음 20조원을 넘었고, 기초연구 강화 정책에 따라 대학 연구비는 6조원을 훨씬 넘을 것이다.국내 대학의 연구활동은 고속 압축성장했다. 연구비와 논문 수만 보아도 이 점은 분명하다. 대학의 연구비는 1990년에 2440억원이었으나 2010년 4조 7000억원을 넘었다. 단순 계산하면 1990년부터 2016년까지 대학의 연구개발비는 연평균 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과학기술 논문 수는 1990년 1491편에서 2016년 5만 9628편으로 증가해 연평균 증가율은 144%였다. 그러면 대학 연구문화도 이에 걸맞게 성숙했는가? 2000년대 이후 대학 연구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자주 사회문제가 됐다. 연구윤리 위반, 부적절한 연구비 사용,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의 인권침해 등이다. 그동안 이들 문제는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개인의 일탈 사례로 간주되었다. 그 결과 현실에서는 교수와 대학원생이 사제 관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있는데 정작 그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누구도 고민하고 학습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대학의 연구문화, 특히 교수-대학원생을 축으로 하는 연구실(또는 실험실) 문화와 관련된 논의를 시급하게 만드는 일이 일어났다. 그 중심에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결성과 이공계 교수 평가 사이트 ‘김박사넷’이 있다.대학원생은 학생인가, 돈 받고 연구하는 사람인가. 이를 두고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에 인식의 틈이 생긴다. 지도교수는 어렵게 따낸 연구비로 학생들에게 주는 ‘인건비’를 장학금으로 생각한다. 그들을 고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구와 관련된 대학원생의 모든 활동을 교육의 일부로 여긴다. 반면 대학원생들은 ‘인건비’를 받고 연구과제를 위한 일을 하니 그 돈은 장학금이 아닌 월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자신들은 열정페이를 받는 ‘공부 노동자’인 셈이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결성은 이런 인식에 기반한다. 김박사넷의 애초 목적은 이공계 교수들의 연구 실적 평가다. 그러나 대학원생들은 교수와 연구실에 대한 평가도 공유하므로 그들 시각에서 본 연구문화 문제는 더 퍼질 것이다. 늘어난 연구비만큼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연구 성과를 1순위에 둘 수밖에 없고 그 와중에도 학생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교수들의 항변이다. 연구실에서 밤새 실험하고 각종 잡무를 하는 것에 비해 보상과 대우가 열악하다는 대학원생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두 입장 차이를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본인들의 대학원 시기를 포함하여 긴 시간에 걸쳐 대학 연구환경 변화에 적응해 온 교수들과 IMF 외환위기 이후 변화된 사회에서 자란 대학원생들은 연구활동에 대해 서로 다른 경험치와 기대치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 갈등을 구조적이고 제도적으로 줄여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행정인력과 전임 연구인력 고용, 공식적인 갈등관리 조직 설치 등이 있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들이 열정과 인내로 갈등을 이겨내고 연구에 몰두해 주기를 막연히 기대하고 있으면 안 된다. 그러기에는 연구개발에서 대학의 비중과 미래 과학기술에서 현재 대학원생의 역할이 정말 크기 때문이다.
  • 최기찬 서울시의원, ‘제20회 위대한 한국인 100인 대상’ 수상

    최기찬 시의원(더불어민주당, 금천구제2선거구)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20회 위대한 한국인 100인 대상’ 시상식에서 ‘의회부문 의회발전공로대상’을 수상했다. ‘위대한 한국인 100인 대상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대한민국신문기자협회와 언론인연합협의회 등이 주관하는 ‘위대한 한국인 100인 대상’은 정치, 경제, 문화, 예술, 기업, 언론 등 17개 각 분야에서 올 한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국가발전을 이끈 사람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의회 공로부문을 수상한 최기찬 의원은 그동안 현장 중심 민생 중심 의정활동을 펼쳐왔으며, 특히 ‘서울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등 시민들의 삶을 위해 봉사하고 노력한 점을 인정받았다. 최기찬 의원은, “오직 시민들의 삶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묵묵히 달려왔을 뿐인데 귀한 상으로 평가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의 눈] “자식 잃은 심경이 어떠냐”고 묻는 기자들/김헌주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자식 잃은 심경이 어떠냐”고 묻는 기자들/김헌주 사회부 기자

    고교 3학년 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강릉 펜션 사고’가 발생한 지난 18일 오후 강원 강릉아산병원 응급실 내부에 마련된 보호자 대기실에는 갑작스런 연락을 받고 서울에서 달려온 부모들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아이 상태에 대한 어떤 소식도 듣지 못할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병원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대기실로 향했다. 응급실 밖에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도 덩달아 들어갔다. 유 부총리가 나간 뒤에도 기자들은 대기실에서 부모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 중 현직 기자인 한 보호자를 제외한 다른 부모들은 모두 인터뷰를 사양했다. 그래도 기자들이 대기실에 머물러 있자 누군가 외쳤다. “기자들은 나가 달라.”이후 보호자 대기실은 병원 중강당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강당 앞에서 취재진의 진입을 막았다. 그러나 부모들의 연락처를 알아낸 일부 언론사는 계속 전화를 시도했다고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피해 학생들이 다녔던 서울 대성고 재학생들에게 연락을 취한 언론사도 있었다. 오죽했으면 이튿날인 19일 오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병원을 찾자 현장에 있던 대성고 교사가 “언론사 취재를 자제시켜 달라”고 말했을까. 비슷한 시각 경찰청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강릉아산병원 유족 등 요청사항’이란 글이 공유됐다. “엉뚱한 기사로 착하게 살아온 아이들을 난도질하는 일 없도록 해달라.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장례도 최대한 조용히 치를 계획”이라는 내용이었다. “무분별한 취재 요청과 접근으로 학생들이 더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도와 달라”는 대성고 교장의 요청도 있었다. 지난 20일 서울 대성중에 합동 분향소가 차려질 때도 학교 측은 구청에 “정문에서 50m까지 취재진 접근을 막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빈소에 아이 이름조차 내걸지 못했다. 피해 가족들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취재 경쟁에만 매몰된 언론의 행태는 부모들을 위로한답시고 밤늦게까지 병원에 찾아와 민폐를 끼치는 정치인, 고위 공무원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피해자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로 포장한 채 유가족들에게 ‘2차 가해’를 하는 언론도 반성해야 한다. 이제 기자 윤리를 바로 세울 때이다. dream@seoul.co.kr
  • [애니멀구조대] 산 채로 털 뽑고 강제로 살찌우고…옷장 속 동물사연

    [애니멀구조대] 산 채로 털 뽑고 강제로 살찌우고…옷장 속 동물사연

    동물들에게 유독 가혹한 계절이 깊어갑니다. 지난 칼럼에서는 칼바람에 떨며 추위에 학대 받는 백구 엄마와 아들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나무에 묶여 있던 백구 모자 사연에 많은 독자분들이 안타까워하셨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유독 가혹하다고 하는 건 결코 학대만 놓고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늘 전해드릴 이야기는 우리가 입는 의류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동물들이 인간의 치장과 보온을 위해 희생되고 있습니다. 옷장에 있는 동물들 ‘구스 다운’과 ‘덕 다운’의 계절입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오리와 거위는 산 채로 털을 뜯깁니다. ‘여우’는 모피 생산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활동을 억제시키고, 고열량의 음식을 먹여 초고도비만으로 만듭니다. ‘울(wool)'은 양털이 대표적입니다. 털을 쉽게 깎으려고 양의 다리를 밟아 부러뜨려 불구로 만들기도 합니다. 야생동물도 예외는 아닙니다. 겨울 외투에 많이 달려 있는 '라쿤' 털이 대표적입니다. 사람들은 라쿤을 평생 좁디 좁은 철창에 가두어 기릅니다. 때가 되면 총, 약물, 둔기를 통해 의식을 잃게 한 후 사후경직을 피해 죽음 이전에 산 채로 가죽을 벗겨냅니다. 그리고 질병이나 노화 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면 이 모든 동물들의 종착지는 도살장입니다. 마침내 고기가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산업동물들을 놓고 “버릴 게 없어서 유익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맞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에는 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고려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단지 동물은 ‘이용가치’로 환산되는 물건에 불과한 것일까요? 동물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동물 도살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숙련되면 그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냅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어느 순간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하기도 합니다. 끔찍한 현장을 매일 보는 일은 제아무리 멀쩡했던 사람일지라도 정신적 외상을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행위들이 나와는 관계 없는 이야기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 모두 ‘결제’를 통해 이 모든 이야기들이 담긴 선물꾸러미를 받아 안게 되는 것입니다. -인도적이다? ‘인도적 모피’라는 말은 ‘윤리적 도살’이라는 말처럼 형용모순입니다. 어떤 식으로건 거대한 산업에 편입된 동물들은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도적’이라는 건 동물을 착취하는 산업이 죄책감을 덜기 위해 부여하는 자기 위안의 표식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인간은 존재 그 자체로 동물과 지구에게 해악적입니다. 무언가를 소비하지 않고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특별한 철학적 입장이 아니고, 비유도 과장도 아닌 현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움직임은 이 폭력의 크기와 규모를 조금이나마 줄여보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오늘도 학계, 산업, 시민사회 등 각계에서는 동물 소비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활발한 연구와 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이러한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지지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요즘 트렌드 '쓰는 채식' 요즘 ‘쓰는 채식’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유래성분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 동물성 의류를 입지 않는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동물을 이용하지 않고도 좋은 품질의 상품 개발에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관련 소비자층도 넓어져서 시장의 규모도 점차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구에 가장 이로운 건 최대한 무언가를 소비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까지 하긴 어렵다면 올 겨울 소비의 원칙을 정해보면 어떨까요? 크리스마스, 연말 연시 선물, 새학기 선물 구매시에도 동물을 배려하는 소비의 기준이 있다면 더욱 뜻깊게 마음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동물권단체 케어 김태환PD taehwankim@fromcare.org
  • 사이언스가 선정한 2018년 올해의 과학뉴스는?

    사이언스가 선정한 2018년 올해의 과학뉴스는?

    DNA 데이터 분석으로 40년 만에 연쇄살인범을 검거하고 특정 유전자 기능을 차단해 난치병을 치료하는 RNA 약물의 시판허가, 과학계 ‘미투 운동’ 등이 올해 가장 눈에 띈 과학계 이슈로 선정됐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편집자와 전문가들이 선정한 이슈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투표를 통해 올해 과학계에서 주목받았던 ‘2018 과학 이슈’를 꼽아 21일 발표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과학계에서도 공공연하게 벌어졌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성추행이나 성희롱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미투 운동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 프린스턴대 교수가 성희롱 및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고발이 공개되면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미투 운동 영향으로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지난 9월 소속 교수가 성희롱 및 성추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학교에서 반드시 이를 공개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공개 DNA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1970~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골든스테이트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42년 만에 체포한 것도 중요한 과학계 소식으로 꼽혔다. 미국 공공 DNA 데이터베이스에는 100만명가량의 정보가 저장돼 있어 유럽계 미국인 60%의 유전자를 파악할 수 있다.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이 제브라피시 배아에서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RNA 전사체 염기와 변화과정을 분석함으로써 배아세포가 어떻게 신체 각 부위로 발달하는지를 밝혀냈다. 과학계는 이 연구가 고등생물의 발달 과정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론 사이언스 독자 모두 올해 가장 중요한 과학 뉴스로 선정했다. RNA는 특정 유전자 기능을 차단해 질병을 억제하는 ‘RNA간섭효과’를 갖고 있는데 지난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RNA간섭효과를 이용해 다발성신경증을 유발하는 희귀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세계 최초로 시판 허가한 일도 세계 과학계가 주목한 이슈로 꼽혔다. 이 밖에 37억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날아온 중성미자 포착,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이종교배 사실 규명, 세포 내 물방울의 역할 규명, 극미 유기화합물의 분자구조 파악 기술 개발, 그린란드 빙하에서 찾은 거대 운석 충돌 흔적 발견 등도 올해 과학계를 흥분시킨 뉴스로 선정됐다. 순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브라질 국립박물관 전소,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아기 탄생도 주요 뉴스로 꼽혔다. 지난 9월 2일 200년 역사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이 전소되면서 유물 90%를 잃었다. 지난 11월 말에는 중국남방과기대의 허젠쿠이 교수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에이즈에 저항성이 강한 쌍둥이 아기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해 전 세계 과학계를 충격에 빠뜨리고 윤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이비 부실학회 참가자에게서 출장비 회수한다

    사이비 부실학회 참가자에게서 출장비 회수한다

    정부가 와셋, 오믹스 같은 해외 부실학회에 참여한 연구자들이 사용한 출장비를 전액 회수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카이스트를 포함한 4대 과학기술원 소속 연구자는 물론 정부 연구개발(R&D)과제를 수행하는 민간 연구자들 중 부실학회를 참가한 이들에 대해 학회참석비용을 포함한 출장비를 전액 회수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과기부와 한국연구재단,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외부 연구윤리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윤리점검단은 직무윤리 위반, 연구비 부정사용, 연구부정여부에 대한 점검을 벌여 직무윤리를 위반한 정부출연연 251명과 4대 과학기술원 소속 88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월까지 인사조치를 취했다. 연구비 부정사용 부분에 대해 정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실학회 참석이 연구목표와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는 398명을 대상으로 추가 소명을 받은 뒤 충분히 소명되지 않은 경우 관련 비용을 전액 회수하겠다고 과기부는 밝혔다. 회수 대상에 이름이 오른 398명이 사용한 출장비는 총 14억 5000만원에 이른다. 학회 참가 당시 학부나 석박사 과정 재학생이었던 경우는 연구경험과 학회 참가경험이 부족해 부실학회에 대한 판단이 어려웠을 가능성이 많고 이미 졸업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출장비 회수 대신 소명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연구윤리교육에 참석하는 것으로 출장비 회수를 대신할 계획이다. 또 부실학회에 2회 이상 참가한 연구자들의 경우 5년 이내에 참가한 학회의 주제와 관련 논문을 전수 분석해 연구부정이 발견될 경우 향후 5년 동안 국가R&D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할 방침이다. 연구윤리점검단장인 정병선 과기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연구자에게 요구되는 윤리 덕목을 지키며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연구과제와 관련 없는 부실학회에 참가할 경우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황규관의 고동소리] 서부발전은 무죄다

    [황규관의 고동소리] 서부발전은 무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해안의 제철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 한 달에 이틀 쉬는 3조 3교대 근무였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라인이 아니어서 근무 환경은 나쁘지 않았지만, 힘든 것은 언제나 야간 근무였다. 지금도 하루 일과 중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출근하자마자 회람했던 ‘안전사고’(산업재해를 그들은 그렇게 불렀다)를 알리는 문서들이다. 예를 들어 어느 공장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원인은 이렇고 사고 경과는 저러하니 되풀이하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내용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런 ‘안전사고’의 일상화가 얼마나 재해에 대한 감각과 문제의식을 일깨웠는지는 잘 모르겠다.산업재해가 일어나는 이유는 아마도 현장마다 그리고 노동 조건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 이전에 서울 노량진의 사출기 공장에서 일할 때 손이 기계에 눌려 버린 사고는 자동 모드를 풀고 수동으로 생산량을 더 늘리려다 벌어졌다. 야간 일을 하다가 벌어진 사고였다. 재해를 입은 사람은 그 뒤로 공장에 가끔 놀러 오기는 했지만, 손이 예전에 비해 영 못쓰게 되고 말았다. 그게 계기가 됐던 건지 1987년 6월항쟁이 일어나기 전에 함께 일하던 형들이 스트라이크를 일으켰다. 마르크스는 상품이 시장에 나와서 판매가 이뤄질 때 이윤이 발생한다는 부르주아 정치경제학자들을 비판하면서 이윤은 자본가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부불노동’의 다른 이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마르크스가 착취 대신 횡령이란 말을 가끔 쓰는 것은 그것이 부불노동이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익히 들어온 잉여가치가 발생한다. 그 잉여가치를 투하된 자본으로 나누면 이윤이라는 값이 나온다. 마르크스의 지적이 맞다면 자본이 이윤을 내는 것은 노동력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달리 말하면 노동력의 가치를 최대한 횡령하고, 생산 과정에 자본을 최대한 덜 투여하면 이윤은 늘어난다는 간단하고도 명백한 공식이 성립된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비참하게 죽음을 맞은 김용균씨의 경우도 바로 이런 간단한 이윤 공식 때문에 벌어졌다.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설비 개선비용 3억원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3억원 대신 노동자의 목숨을 밀어 넣은 꼴인데 이것은 근검절약이 아니라 자본투여를 최소화해 이윤을 늘리려고 한 것에 불과하다. 당연히 그 이윤은 사회를 위해 사용되거나 공공의 자산으로 흡수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이윤은 누구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는 걸까.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천문학적인 분식회계 범죄를 저질렀지만 주식시장에서 내쫓지 않았다. 이 일은 현 정권이 박근혜 정권의 사실상 공범으로 알려진 이재용 부회장에게 정치적 면죄부를 준 사실과 맥을 같이 한 것처럼 보인다. 투자자 보호 차원이라고 하지만, 다르게 보면 사적인 축적과 욕망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범죄도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것이 자본주의의 일반 도덕이라고 보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 따라서 청년 노동자 김용균 씨를 죽게 만든 서부발전은 무죄다! 서부발전의 주식을 가진 금융자본과 주주들도 무죄다! 따라서 김용균의 죽음은 무의미한 것이다! 거의 일보로 전달되던 제철소의 ‘안전사고’도 알고 보면 수많은 하청회사와 협력회사의 노동자들은 제외했을 것이다. 왜냐면 소속된 회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노조를 핑계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는 그) 제철소가 하청업체와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대하던 태도를 보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그들은 퇴근할 때 헌병 흉내를 내는 제철소 경비 노동자들의 검문을 통해 수시로 수모를 당해야 했다. 알고 보면 노동자들 사이의 위계 구조와 차별은 오래된 자본의 통치 기술이기도 했던 것이다. 우리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하고 살았다. 그래야 상품(전기도 당연히 포함된다)을 죄책감 없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상품에 새겨진 상품 이전의 파괴와 고통과 수모를 은폐한다. 그 대신 상품과 기업 가치가 광휘를 발하며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그 은폐는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사람살이의 윤리를 굳이 의식할 필요를 없애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어느새 분열적이고 파괴적인 상태에 다다른다. 이게 무죄의 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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