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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균수명 늘고 경제규모 커져”… 대법, 고령노동 현실 반영

    “평균수명 늘고 경제규모 커져”… 대법, 고령노동 현실 반영

    평균여명 최고 85.7세… GDP는 4배 늘어 실질 은퇴 70세·사회복지 기준 65세 고려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법 제도가 정비됨에 따라 기존 가동연한을 정한 판결 당시 경험칙의 기초가 됐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했다.”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는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30년 만에 만 65세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다. 1989년 만 55세에서 만 60세로 가동연한이 상향됐던 당시에 비해 30년간 경제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 장기화하는 저출산·고령화로 고령자들의 노동수요도 커졌고 정년 연장 등 고령자 노동에 대한 기준 자체가 변한 현실을 반영했다. 우선 국민의 평균여명(앞으로 생존해 있을 수 있는 평균연수)부터 1989년 당시 남자 67세, 여자 75.3세였다가 2017년에는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어났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1989년 6515달러에서 지난해 3만 달러에 이르러 경제규모가 4배 이상 커져 노동환경 자체가 달라진 점을 대법원은 강조했다. 또 공무원과 민간 부문에서 2017년부터 법정 정년이 만 60세 이상으로 의무화됐고, 실질 은퇴연령은 그보다 높은 평균 70세로 노동현장에서의 고령층도 많아졌다. 1989년 50.4%였던 60~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 61.5%로 높아졌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 연금수급 개시연령이 2033년 이후부터 65세로 변경된 점, 각종 사회보장 관련 법에서 국가가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노인’의 기준이 만 65세인 점 등도 고려됐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판단한 판결이 잇따랐고, 대법원도 더이상 변화한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되고 하급심에서의 혼선을 줄여야 한다고 봤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해 이날 전원합의체에 참여한 12명의 대법관들이 모두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0세 이상으로 판단하는 게 맞다고 봤다. 다만 조희대·이동원 대법관은 “가동연한을 만 63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늘긴 했지만 30년간 증가폭이 10% 미만인 데다 건강상태 등으로 볼 때 ‘55세→60세’와 ‘60→65세’의 상향 조정의 폭이 같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재형 대법관은 “가동연한을 일률적으로 만 65세, 만 63세로 특정 연령을 단정하지 말고 ‘만 60세 이상’이라고 포괄적으로 선언하는 데 그치고 하급심에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육체노동 정년 60→65세… 30년 만에 상향

    보험업계 손배액 산정 재조정 파장 ‘만 60세’ 정년 연장 논의 이어질 듯 대법원이 사망하거나 노동력을 잃은 피해자의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로 21일 판결했다. 198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가동연한을 60세로 판단한 뒤 30년 만에 판례를 변경한 것으로, 기존 판례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산정해 온 보험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만 60세’ 정년 규정이나 각종 사회보험법에서 노인을 ‘만 65세’로 둔 규정 등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는 21일 박모씨 부부와 딸이 인천의 한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노동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해 손해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는 견해는 더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밝혔다. 박씨 부부는 2015년 8월 수영장 익사사고로 당시 4살이던 아들이 사망하자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액과 위자료 총 4억 9354만여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본 기존 판례에 따라 박씨 아들이 성인이 된 이후 60세가 될 때까지 육체노동(도시일용노동)에 종사해 벌었을 수익을 계산한 뒤 업체가 60%를 배상하도록 했다. 박씨는 “기존 판결이 선고된 1980년대와 비교할 때 평균수명 연장, 경제수준과 고용조건 등 사회·경제적 여건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반영해야 한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정희’ 박한별, 육아가 힘들지 않다는 새댁의 믿을 수 없는 몸매

    ‘정희’ 박한별, 육아가 힘들지 않다는 새댁의 믿을 수 없는 몸매

    박한별이 출산 후 라디오에 출연했다. 21일 방송된 MBC FM4U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서는 MBC 새 주말특별기획 ‘슬플 때 사랑한다’ 배우 지현우, 박한별이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출산 후 박한별은 “촬영은 1년 만에 했다. 햇수로 따지면 2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육아에 대해서는 “영혼이 털릴 정도로 심신이 그렇게 힘들지 않다. 살짝 육체가 힘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한번 자면 잘 깨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말하기를 제 아이가 힘들게 하지 않아서 덜 힘든 거라고 하더라”며 전했다. 이에 김신영은 “순둥이 낳으셨네”라며 감탄했다. 한편 최근 박한별은 자신의 SNS에 “오랜만에 #광고 촬영 오랜만에 예쁜 #메이크업”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사진 두 장을 올렸다. 사진에서 박한별은 거울에 비친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특히 출산 후에도 이전과 다르지 않은 몸매를 유지해 눈길을 끈다. 박한별은 지난 2017년 11월 동갑내기 금융계 종사자와 결혼했다. 당시 임신 4개월째라고 직접 알려 화제를 모으기도. 지난해 4월 아들을 낳은 뒤 꾸준한 몸매 관리 중이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국가가 ‘온종일 돌봄’·고교 무상교육 책임진다

    국가가 ‘온종일 돌봄’·고교 무상교육 책임진다

    국공립 유치원 등 2022년까지 대폭 확충 남성 육아휴직자 지금보다 40% 가량 ↑ 취약 아동 의료인프라·자립 지원도 강화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까지 모든 국민이 기본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생애 전 주기를 뒷받침하겠다는 ‘포용국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건강과 안전, 소득과 환경, 주거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이 나아지도록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혁신성장이 없으면 포용국가도 어렵지만 포용이 없으면 혁신성장도 어렵다”며 “혁신성장도 포용국가도 사람이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초 외교에서 경제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긴 데 이어 사회안전망 구축도 핵심 과제로 틀어쥐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019년을 혁신적 포용국가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며 “정책 수요자인 국민 관점에서 전 생애 기본생활 보장을 목표로 관련 정책을 재구조화할 것”이라고 밝혔다.교육 분야에서는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과 고교 무상교육을 추진한다. 2022년 영유아 10명 중 4명이 국공립 시설에 다닐 수 있도록 올해부터 매년 국공립 유치원 500학급과 어린이집 500곳 이상을 확충한다. 또 2022년까지 34만명이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19만명은 지역아동센터 등 마을 돌봄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 교육부는 맞벌이 가정의 초등학생 10명 중 8명이 국가가 지원하는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배움’의 문턱을 낮추고 교육 격차도 줄인다. 2021년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관건은 안정적인 재원 확보다. 이날 한양대에서 열린 ‘고교 무상교육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2021년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 시행되면 연간 2조 734억원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출산·양육 분야에선 남성 육아휴직자와 두 번째 육아휴직자를 2022년까지 현재보다 40%가량 끌어올리고, 오는 9월부터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기존 만 6세(72개월) 미만에서 7세(84개월) 미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맞춤형 보육체계도 12시간 종일 돌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고 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의료기관이 행정기관에 즉시 출산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출산통보제’ 도입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출생 단계부터 모든 아동이 공적으로 등록돼 보호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현재 출생신고는 부모(혼외자는 산모가 신고)가 출생 1개월 내에 해야 한다. 기한을 넘기면 과태료를 물지만 처벌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출생 신고가 안 된 아이들은 공적 보호의 테두리 밖에서 ‘투명인간’처럼 살아간다. 출생 신고 전 학대를 받아 숨져도 파악이 어렵다. 아동 학대에 노출될 위험이 클뿐더러 아동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각종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 병원에 출산 통보 의무를 부여하면 자동으로 출생 신고가 이뤄져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부모의 출생 신고 책임을 사회가 넘겨받는 것이다. 다만 산모가 출산 사실을 숨기려고 병원이 아닌 안전하지 못한 다른 곳에서 아이를 낳아 유기할 수 있고, 친생부모의 프라이버시를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불가피하게 출생 사실을 비밀에 부쳐야 하는 예외적인 사례도 함께 검토하고 외국에서 태어난 출생아의 출생 기록도 공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동 건강 정책도 강화한다. 그동안 민간에 의존했던 취약아동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을 비롯해 아동 전문 의료 인프라를 확대하고 소아당뇨 등 만성질환 아동을 상담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한다. 소아암과 희귀질환 등 중증질환 아동에 대한 의료비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늘어나는 비만 아동은 ‘비만 아동 통합관리체계’로 지원한다. 취약아동의 자립 지원도 강화한다. 아동양육시설에서 퇴소하는 아동에게 매월 30만원의 자립수당을 주고 주거, 취업연계,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치매환자 관리율은 2022년까지 지금보다 9.7% 포인트 높은 54.4%로 올린다. 실업급여액도 하반기부터 평균 임금 50%에서 60%로 인상한다. 문 대통령은 “상반기 중 중기재정계획을 마련하고 관련 법안과 예산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세월호 희생 단원고 학생 250명, 3년만에 명예졸업

    세월호 희생 단원고 학생 250명, 3년만에 명예졸업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이 ‘명예졸업장’을 받는다. 사고 당시 생존한 동급생들보다 3년 늦은 졸업이다. 경기 안산 단원고는 12일 오전 10시 본관 4층 단원관에서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명예 졸업식’을 연다고 11일 밝혔다. 명예 졸업식은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당시 2학년 학생 325명 중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희생당한 2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미수습된 학생 2명도 포함됐다. 졸업식은 합창 및 추모 동영상 상영, 명예 졸업장 수여, 졸업생 편지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되며 유가족 등 5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단원고 측은 “그동안 미수습 학생들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명예 졸업식을 미뤄달라는 유족들의 요청이 있었다”라며 “유족 측에서 올해 명예 졸업식을 해달라고 의견을 전달해와 행사를 진행하게됐다”고 설명했다. 희생 학생들이 명예 졸업장을 받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단원고와 경기도교육청이 2016년 생존 학생들을 졸업시키면서 희생 학생 전원을 제적 처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유족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당시 학적처리 시스템상 희생 학생들의 학적이 남아 있는 한 생존 학생들의 졸업처리가 되지 않자 제적처리 해버렸다. 문제가 불거지자 도교육청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나이스(NEIS)를 운영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협조를 받아 희생 학생들의 학적을 ‘재학 상태’로 복원시켰다. 추모교실 또는 기억교실로 불리던 희생 학생들의 교실(10칸) 존치 여부를 놓고도 갈등을 빚었다. 재학생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심리적 불안감, 우울감, 죄책감, 표현의 제한 등으로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 어렵다”고 해체를 요구한 반면 유족들은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지 않고 기억을 지우려고 한다”며 교실 존치 입장을 고수했다. KCRP(한국종교인평화회)의 중재로 기억교실 책상과 의자, 추모메모 등을 안산교육청 별관으로 이전했다. 단원고 양동영 교장은 “앞으로 4·16 교육체제의 비전을 단원고에서 먼저 실천해 나가겠다. 주기마다 마음을 모아 추모행사를 시행하는 한편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고 나아가 희망을 품고 미래를 열어가는 교육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음주운전’ 손승원, 첫 재판서 “공황장애 앓고 있다” 보석 요청

    ‘음주운전’ 손승원, 첫 재판서 “공황장애 앓고 있다” 보석 요청

    무면허 음주운전 뺑소니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뮤지컬 배우 손승원(28)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동시에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요청했다.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홍기찬 부장판사 심리로 11일 열린 첫 공판에서 손씨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날은 손씨가 지난달 재판부에 보석을 요청해 보석심문이 함께 진행됐다. 법정에 들어선 손씨는 하늘색 수의를 입고 있었고,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도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하고 계속해서 입술을 깨물었다. 손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깊이 반성하고 있고, 육체적으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면서 “자유롭게 재판받고 앞날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손씨는 “이번 일을 통해 본인에게 주어진 책임감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됐다”면서 “그간 법을 너무 쉽게 생각했고, 구치소에 있으면서 하루하루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씨는 “다시는 이 같은 죄를 저지르지 않고 바르게 살아가겠다”면서 “술에 의지하는 삶을 살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손씨의 보석 인용 여부는 이날 심문 등을 토대로 재판장이 결정한다. 손씨는 지난해 12월 새벽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부친 소유 벤츠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다른 차를 들이받아 탑승자 2명에게 상해를 입힌 뒤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당시 손씨의 혈중알콜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206%였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서민과 함께 포용적 금융] “채무자 돕는 것이 중요…채무 낙인 찍기보다 상황 이해하고 전화나 온라인 상담”

    [서민과 함께 포용적 금융] “채무자 돕는 것이 중요…채무 낙인 찍기보다 상황 이해하고 전화나 온라인 상담”

    “최근 영국에서 개인 채무가 늘어난 이유는 낮은 가계 수입 때문이었습니다. 집세나 공과금 등 기본적인 생활비를 내기 어려운 가구들이 많죠. 우리 기관에서 상담 받는 사람들의 절반은 돈을 잘 관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병에 걸리거나 정리해고를 당하면서 빚을 지게 됐습니다.” 지난달 10일 영국 자선단체 스텝체인지(Step Change Debt Charity·SCDC) 런던 사무실에서 만난 앨리슨 블랙우드 수석위원은 “빚 자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사후에 채무자를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SCDC는 1992년부터 무료 상담과 채무 조정 지원을 하고 있다. 1500명 직원 가운데 상담원 1000여명은 잉글랜드 북부 웨스트요크셔주의 리즈에 있다. 모든 상담은 전화나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대면 상담을 원할 때는 집 근처 시민상담소(CA)로 연결시켜준다. 영국에는 CA와 SCDC뿐만 아니라 무료 또는 유로로 운영되는 금융 관련 상담 기관이 널리 퍼져있다.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원에 해당하는 금융감독청(Financial Conduct Authority·FCA)은 부채 상담과 부채 조정 업무에 대해 허가를 내주고 감독을 한다. SCDC는 상담자의 금전적 상황 뿐만 아니라 건강 등 주변 상황을 고려해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자살 충동 등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거나 육체적으로 아프거나, 배우자 등 가족이 사망했을 때는 웨일스의 수도인 카디프에 있는 특별 상담팀에서 맡는다. 보다 전문적인 상담 인력이 모인 어드바이스 플러스팀도 비대면으로 운영되는데, 취약 고객에 미리 전화를 걸어 관리한다. 블랙우드 수석위원은 “질병 등 다른 문제로 빚을 지기도 하고, 빚 자체나 빚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다른 문제가 커지기도 한다”면서 “채무에 대해서 낙인을 찍거나 섣불리 판단하기보다 채무자의 상황을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상담원은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한 달 동안 교육을 받고,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상황별 상담 시나리오가 정해져있다. 일관성 유지를 위해 FCA 원칙에 따라 1년에 한번씩 정기교육도 이뤄진다. ‘7일 동안 7가지 방법’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상담 방법이다. 현재 재무상태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얼마만큼 빚을 졌는지 알아야 하지만 여기저기에 빚을 지는 경우에는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상담자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담원은 이메일로 하루에 한가지 질문만 한다. 상담을 통해 빚뿐만 아니라 수입과 지출을 파악한 뒤 돈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제시하는 것이 기본 서비스다. SCDC는 채무 조정 역할도 맡는다. 많은 경우 채권자는 이자를 감면해준다. 금융사들이 채무 상담 기구를 찾는 사람들은 빚을 갚겠다는 의지가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파산을 택하는 것이 나을 때는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SCDC는 ‘부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담은 안내 페이지 맨 위에 ‘채무자의 권리’를 적었다. 돈을 빌려줬거나 압류하는 쪽이 지켜야 할 규칙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채무 상담의 원칙은 모든 과정에서 채무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2017년에만 62만명이 SCDC를 찾았다. 영국 정부는 부채 상담 서비스가 2배로 커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SCDC도 2022년까지 인력을 2배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윌리엄 베링턴 대외협력관은 “저축을 장려하거나 금융교육을 확대하는 정책을 하면 가계가 안 좋은 상황에서 조금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빚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상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런던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살 안 찌는 체질은 정말 있다? 유전자 연구가 밝혀준 날씬한 DNA

    살 안 찌는 체질은 정말 있다? 유전자 연구가 밝혀준 날씬한 DNA

    ‘나는 먹어도 살 안 찌는 체질이야’ 혹은 ‘나는 물만 마셔도 살쪄’라는 이야기는 자랑 혹은 변명처럼 들리긴 하지만 아주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비만이 되는 이유는 소모하는 열량보다 섭취하는 열량이 많기 때문이지만, 비슷한 환경에서도 누군가는 비만이 되지만 누군가는 저체중 상태가 된다는 것은 유전적 요소 같은 다른 이유가 있음을 시사한다. 과학자들은 최근 그 유전적 원인을 하나씩 밝혀내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사다프 파루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저체중, 정상 체중, 비만 환자에서 수집한 유전 정보를 분석해서 체중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건강하지만, 체질량지수(BMI) 18 이하인 저체중 참가자 1,622명과 정상 체중 참가자 1만433명, 비만 참가자 1985명의 유전자를 비교했다. 이 가운데 1622명은 영국에서 진행된 저체중 관련 코호트인 STILTS(Study Into Lean and Thin Subjects) 연구 참가자였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비만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유전적 변이가 저체중인 사람에서는 매우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저체중인 사람은 체중을 늘리는 쪽으로 작용하는 유전자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동시에 저체중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적 변이도 발견됐다. 가계도 조사에서도 STILTS 코호트에 참가자의 가족은 74%가 저체중 가족력을 지니고 있어 마른 체질이 유전된다는 점을 보여줬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유전자가 관여하는지가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가 살찐 사람은 유전자가 그렇기 때문에 평생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비만이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며 유전적 요인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비만의 유병률이 증가하는 이유 역시 유전적 요인보다 고열량 패스트푸드 및 가공식품의 범람과 육체 활동의 감소 같은 환경적 요인이 훨씬 크다. 다만 비만 및 체중 유전자 연구를 통해 누가 비만 위험도가 높은지 어릴 때부터 알아낼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맞춤형 비만 예방이나 치료를 할 수 있어 유전자 연구가 주목받는 것이다. 이 연구는 저널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에 발표됐다. 아직은 체중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변이와 그 기능을 이해하는 초기 단계지만,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정확한 비만 위험도 예측 및 최선의 치료 방법에 대한 맞춤형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123rf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달콤한 사이언스] 눈에 띄지 않는 가사노동이 여성 웰빙 좀 먹는다

    [달콤한 사이언스] 눈에 띄지 않는 가사노동이 여성 웰빙 좀 먹는다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여성들의 머릿 속에 맴도는 때가 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인척들이 결혼하지 않거나 아이가 없는 이들에게 생각 없이 던지는 언어폭력과 ‘명절 가사노동은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구태의연한 생각에 남성들은 배 깔고 누워 팔만대장경이라도 필사하고 있는지 코 빼기도 보이지 않고 새끼새들처럼 먹을 것만 요구하는 모습들을 생각하면 여성들은 골머리가 아파진다고 입을 모은다. 명절이 아니라도 맞벌이 가정에서 여성들은 자신도 모르게 가정을 관리하고 육아까지 책임지는 ‘슈퍼맘’이 돼야 한다는 의무감에 짓눌려 있기 십상이다. 그런데 미국 연구진이 이렇듯 보이지 않는 정신적, 정서적 가사노동들이 육체적 가사노동보다 여성의 웰빙과 행복감을 훨씬 더 좀 먹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오클라호마주립대 실험심리학과 공동연구진은 여성들의 가사노동, 특히 정신적 가사노동이 여성의 행복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결과를 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성 역할’ 2월호에 발표했다. 과거와 비교해 오늘날 남성들이 가사노동과 육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의 발달로 여성들의 육체적 가사노동의 부담은 많이 줄었지만 가정의 관리라는 전체적 측면에는 대해서는 여전히 여성들에게 더 부담이 크다는 전제에서 연구진은 연구를 시작했다.연구팀은 결혼을 했거나 동거 중이면서 18세 미만의 아이들을 가진 393명의 미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들 중 70% 이상이 대학교육을 받았으며 대부분이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자랐으며, 중산층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류됐다. 연구진은 가족의 일정을 계획하는 일, 아이들 교육이나 육아에 대해 계획하는 일, 주요 재정 문제와 관련한 결정 같은 3가지 과제를 집 안에서 누가 주도적으로 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가정 내 노동 분화 정도를 측정했다. 또 여성들이 느끼는 행복감과 전반적인 삶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그 결과 10명 중 9명의 여성이 가족의 일정을 계획하는 일을 직접 하거나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으며 10명 중 7명은 일과 중에도 가사노동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 또 10명 중 8명은 자녀들의 학교에 본인들이 참석했으며 그래야 한다고 느끼고 있으며 10명 중 6명은 자녀들의 정서반응에 대해 민감하게 남성들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답했다. 수니아 루타르 애리조나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성의 90% 이상이 가정을 관리하고 유지하는데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항상 시간이 부족하고 피로에 찌들게 된다”라며 “여성이 자녀들의 고민이나 고통에 대해 먼저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렇게 보이지 않는 정신적 가사노동은 여성들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투자나 주택 구입, 자동차 구매 같은 가정 내 재정적 결정은 많은 경우 남성들이 주도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지만 조사결과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하게 참여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그렇지만 다른 부분과는 달리 가정 내 재정적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여성은 만족도나 행복감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루치아 치치올라 오클라호마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가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안녕에 대해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점”이라며 “보이지 않는 가사노동의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이 건강한 가정을 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행복감 증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일 후지코시 강제동원 피해자 2심 승소…“1억씩 배상”

    일 후지코시 강제동원 피해자 2심 승소…“1억씩 배상”

    일제강점기 가혹한 강제노동에 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일본 군수기업이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7부(부장 이원범)는 30일 근로정신대 피해자 5명이 일본 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후지코시가 피해자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번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는 김옥순(90)·최태영(90)·오경애(89)·이석우(89)·박순덕(87) 할머니다. 1928년 설립된 후지코시는 태평양전쟁 당시 12∼18세 한국인 소녀 1000여명을 일본 도야마 공장에 강제로 끌고 가 혹독한 노동을 시켰다. 당시 동원된 피해자들은 2003년 후지코시를 상대로 도야마 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재판소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한국인 개인의 청구권은 포기됐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2011년 이들의 상고를 기각했다.그러나 2012년 5월 한국 대법원이 신일본제철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고, 일본 법원 판결의 국내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자 이후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이 제기됐다. 김옥순 할머니 등 5명은 강제노동 등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며 2015년 4월 후지코시를 상대로 1인당 1억원씩 총 5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들은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교사의 회유를 받고 근로정신대에 자원하거나 강제 차출돼 1944∼1945년 일본에 가 후지코시 공장에서 매일 10∼12시간씩 군함과 전투기 부품을 만들었다. 2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나이 어린 여성들임에도 가족과 헤어져 자유를 박탈당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하고 혹독한 노동에 강제로 종사해야 했던 점, 불법행위 이후 상당한 기간 피해복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1심 법원이 인정한 위자료가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 지난 18일과 23일에도 후지코시를 상대로 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후지코시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왔다. 이날 판결 후 김옥순 할머니와 변호인단은 “우리가 이겼다”며 환호했다. 김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면서도 “(대법원판결이 남았기에) 아직 멀었어요”라고 했다. 법정 밖에서 김옥순 할머니는 연신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다 감정이 복받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후지코시 공장에 동원됐을 때에 대해 ”고생을 엄청나게 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라고 회고했다. 배상금에 대해 할머니는 ”(배상금을) 빨리 받고 싶은 것도 아니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나 혼자 성공한 것도 아니다“며 ”줄 수 있으면 주시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설 쇠러 온 박항서 “성인과 U23 중 한 팀만 맡는 방안 논의 중”

    설 쇠러 온 박항서 “성인과 U23 중 한 팀만 맡는 방안 논의 중”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박항서 감독이 설을 쇠러 돌아왔다. 박 감독은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그동안 많은 국제 대회가 연이어 열려 지쳐 있었다”며 “설을 쇠러 왔는데, 가족들과 편안하게 지내다가 다음달부터 베트남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등 목표를 다시 향해 뛰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성인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모두 지휘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어 앞으로 한 팀과 맡는 방안을 베트남축구협회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박 감독과의 일문일답. →홀가분한 기분이 들 것 같다. -지난해 스즈키컵에서 우승했지만, (2019년에도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시안컵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베트남 내 반응도 좋더라. 2019년의 시작이 좋다. 3월에 (도쿄올림픽 예선을 겸하는) U23 챔피언십이 있는데, 푹 쉬고 바로 준비하겠다. →목표를 새로 세워야 할 것 같다. -사실 U23 대표팀과 성인대표팀을 모두 지휘하니 너무 힘들다. 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베트남에서도 우려하고 있다. 집중과 선택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부분에 있어 (베트남축구협회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집중과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상황이 좀 나아질 것 같다. →성인대표팀만 맡는다는 의미인가. -일단 도쿄올림픽 전에 베트남과 계약이 끝난다. 먼저 3월 예선부터 통과하겠다. 월드컵 예선이 있고, 동남아시아에서 하는 지역 대회가 또 있다. 베트남에선 스즈키컵처럼 많은 관심을 갖는 대회다. 다만 올해처럼 성인대표팀과 U23 대표팀 지휘를 병행하면 과부하가 걸릴 것 같다. →3월엔 한국 대표팀과 A매치를 펼친다. -상황이 복잡하다. U23 대표팀 선수 7~8명이 성인대표팀 자원이다. U23 챔피언십 대회와 일정이 겹친다. 이 선수들을 한국전에 내보내기 힘들다. 한국전을 하긴 해야 해서 베트남축구협회와 논의 중이다. →베트남이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은. -운이 따랐다. 스즈키컵에 모든 힘을 쏟고 나니 아시안컵에는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이 떨어졌다.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던져도 스즈키컵보다 반응이 뜨겁지 않았다. 그러다가 조별리그 이라크전에서 역전패하고 이란에 패해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예멘을 이기고 극적으로 16강에 올라가니 그때부터 분위기가 살아났다. 참 운이 많이 따른 것 같다. 선수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피로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게 나왔다. →한국과 카타르의 8강전을 현장에서 직접 봤다고 들었다. -항공편 때문에 아부다비를 잠시 들렀는데, 시간이 맞아 경기를 관전했다. ‘우리’ 선수들은 열심히 했는데, 상대 팀 중거리슛을 하나 놓쳐 아쉽게 졌다. 축구는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있었는데 골을 넣지 못한 게 아쉽다. 벤치에선 얼마나 안타까웠겠는가. →다음 월드컵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을 것 같다. -베트남 언론에서 많은 것을 주문한다. 우리는 언제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 사실 베트남은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스즈키컵에 우승했다고 해서 아시아 톱레벨에 들어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베트남은 10년 이상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현재 성인대표팀보다 10살 이상 어린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베트남축구협회에 이야기했다.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계획을 짠다는 말은 재계약을 염두에 둔 말인가. -그건 아니다.(웃음) 대표팀 감독으로서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날 기회가 있으니 그때마다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유소년 축구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있다. →3월 한국과 A매치에선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 -(웃음) 베트남은 한국 등 아시아 강국과 경기할 기회가 많지 않다. 경기를 치르는 것 자체가 큰 경험이 된다. 한국을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보다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준다는 취지로 임해야 할 것 같다. 한국은 해외파 선수들이 오지 않을 것이다. 손흥민이 오겠나.(웃음) →국민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지난 한 해 조국의 국민 여러분께서 격려해주시고 성원해주셔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올 한해도 최선을 다해 국민께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미투로 폐쇄됐던 태국 유명 요가 학원..3개월만에 다시 문 열어

    미투로 폐쇄됐던 태국 유명 요가 학원..3개월만에 다시 문 열어

    강습생들의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로 문을 닫았던 세계 최대의 탄트라 요가학원 ‘아가마 요가’ 지도자가 도피를 마치고 돌아와 학원 운영을 재개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해 14명의 여성이 성희롱과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발한 태국의 요가학원 지도자가 다시 돌아와 당초 폐쇄됐던 학원을 다시 운영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학원 측이 수사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태국 팡안섬에서 고대 탄트라 요가를 가르치는 아가마 요가는 지도자 스와미 비베카난타 사라스와티(실명 나르시스 타르카우)의 세심한 가르침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탄트라 요가란 육체를 신이 거주하는 사원 또는 해탈을 위한 신성한 도구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관념적인 명상이 아닌 육체를 통해 해탈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6명의 강습생과 직원들이 아가마 요가가 일종의 ‘섹스 컬트’와도 같은 이면을 지니고 있었다고 언론에 폭로했다. 이들은 아가마 요가에서 지난 15년간 성희롱과 성폭력이 자행됐다면서, 여성혐오적인 강습이 진행되는 가운데 수백 명의 여성들이 스와미와 관계를 맺으면서 세뇌 당했다고 고백했다. 이후 31명의 여성이 아가마 요가의 지속적인 학대에 대해 증언서를 제출하자 요가학교는 내부적으로 합의를 시도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미 문제가 불거질 것을 예감했던 타르카우는 앞서 7월에 팡안섬을 떠났고, 9월 언론에 관련 사안들이 보도되며 학원은 문을 닫았다. 14명의 여성 중 대부분은 영국와 호주, 브라질, 미국, 캐나다 출신이었다. 이 가운데 3명의 피해 여성들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타르카우로부터 ‘영적 치료’라는 핑계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피해 여성들은 그의 사무실에서 개인 상담 등을 받는 동안 성추행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타르카우 외에도 최소한 2명의 남성 강사들이 성희롱과 성폭행 혐의가 제기됐었으나 제대로 된 수사를 받지 않은 채 팡안섬을 떠났다. 몇몇 관계자들은 이들이 시설에 오래 머물면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침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가마 요가는 2003년 이후 세계 최대의 탄트릭 요가 학교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하면서 한 해 수천 명의 강습생에게 요가 강사 자격증을 발급해왔다. 태국뿐 아니라 인도와 콜롬비아, 호주에도 분교가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수십만명의 방문객과 수강생들이 이곳을 찾았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미투 1년]“보복 고소·여론전 된 미투…잊혀질까 두려워 오늘도 싸웁니다”

    [미투 1년]“보복 고소·여론전 된 미투…잊혀질까 두려워 오늘도 싸웁니다”

    제자 “2015년 H교수, 강제 입맞춤·사과” 폭로하 교수 즉각 명예훼손 맞고소… 여과없이 보도커뮤니티·댓글선 피해자 겨냥 “꽃뱀” 마녀사냥인권위 “교수 지위 이용해 강제추행” 수사 의뢰檢 9개월 만에 기소… 학교측 ‘직위해제’ 처분만피해자, 무료 법률지원 다 소진… 소송비용 걱정첫 재판 앞둬… “지난한 싸움 했는데 이제 시작”“정의가 승리했다.” 지난 23일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징역 2년형 선고 소식을 듣고 내놓은 일성이다. 그는 수년 전 안 전 국장으로부터 성추행당했음을 지난해 1월 29일 검찰 게시판을 통해 폭로했다. 국내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의 시작이었다. 이후 법조계와 학계·문화계·종교계 등에서 “나도 피해자”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고발자 대부분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마음을 졸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관심도 시들해졌다. ‘동덕여대 H교수 사건’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3월 ‘H’가 하일지라는 유명 소설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을 받은 것도 잠시뿐. 학생들은 유명인이자 교수인 피고인과의 법적 공방은 물론 2차 가해와도 싸우고 있다. 이들이 버텨낸 지난 1년은 어땠을까. “사람들의 관심이 없어질까, 학내에서조차 잊힐까, 앞으로 기사로 다뤄줄까… 이 모든 게 사실 두려워요.” ‘동덕여대 H교수 제자 성추행 사건’은 2018년 봄을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공방은 핑퐁 게임처럼 전개되며 매일 생중계됐다. 그러나 이후 잇단 고소로 확전된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지난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약 9개월 만인 지난달에야 경찰·검찰의 수사가 모두 마무리됐고 이제 겨우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 1년간 피해자와 함께해 온 사람들은 학생 10여명으로 꾸려진 연대체다. ‘동덕여대 H교수 사건 비상대책위원회’ 문아영 공동의장은 지난 시간이 “힘겨운 공방이 오간 지난한 싸움이었다”면서도 “그런데도 이제야 시작이라는 게 참…”이라며 한숨지었다. ●10여명 연대체 꾸려 대응… “관심 없어질까 불안” 사건의 단초는 ‘안희정 성폭력 사건’을 두고 벌어진 설전이었다. 지난해 3월 14일 동덕여대 익명 게시판에는 고발성 글이 하나 게시됐다. 이날 문예창작학과 수업에서 하 교수가 ‘안희정 사건’ 피해자 김지은씨와 관련해 “결혼해 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것. 질투심 때문”이라면서 “피해자가 알고 보니 이혼녀더라. 이혼녀도 욕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또 “(소설) 동백꽃은 처녀가 순진한 총각을 성폭행한 내용인데 얘도 미투 해야겠네”라는 하 교수의 말도 언급됐다. 하 교수의 발언은 교내에서 ‘미투 폄훼’ 논란을 일으켰다. 폭로는 이튿날 터져 나왔다. 이 대학 학생인 A씨는 대학 커뮤니티를 통해 ‘2015년 12월 H교수가 자신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고서 사과했다’며 교수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여론은 들끓었고, A씨의 용기에 대한 지지가 잇따랐다. 교수의 대응은 빨랐다. 4일 만인 같은 달 19일 기자회견에 나서 “미투라는 이름으로 무례하고 비이성적인 고발이 자행되고 있다”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리고 피해자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및 상습협박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여론은 변했다. 대중은 직접 카메라 앞에 서 제자와 주고받은 애정 어린 이메일을 공개한 하 교수에게 힘을 실어줬다. 당당하니 고소까지 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언론은 그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문 공동의장은 “피해자를 공격하는 가해자의 말을 여과 없이 받아 적은 데다 심지어 단독 인터뷰를 내보낸 매체들은 해당 발언이 사실인지 여부를 피해자에게 묻지 않았다”면서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취재 시도조차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때부터 A씨는 교수를 갈취하려 한 ‘꽃뱀’이 됐다. 비인격적 표현이 피해자와 그와 연대하는 학생들에게 쏟아졌다. 댓글창과 커뮤니티는 마녀사냥의 장이 됐다. 4월 20일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수사당국과 인권위는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 7월 가해 교수가 피해자를 고소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이라고 결론 내렸다. 검찰도 지난 12월 피해자를 불기소 처분했다. 한편,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지난 7월 검찰총장에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신문이 비대위를 통해 입수한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대학교수라는 업무관계에서의 지위를 이용해 학생인 진정인에게 육체적, 성적 언동을 한 행위는 성희롱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피진정인의 키스 행위가 강제추행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 13일 하 교수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강한 반발에 피해자 숨기도… 일상 다 바쳐야 하는 싸움” 그러나 이 같은 진행 상황을 아는 사람도,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대부분의 기억은 교수의 반박 기자회견과 고소, 그 어딘가에 멈춰 있었다. 학교도 적극적이지 않다. 해당 교수가 사임 의사를 표했지만 학교는 “사법당국의 판단을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며 직위해제에서 처분을 멈췄다. 그 사이 가해는 계속됐다. 피해자를 꽃뱀으로 규정한 프레임 속에서 피해자는 고소당한 ‘가짜 미투자’로 낙인찍혔다. 한 시인은 공개적으로 하 교수를 ‘가짜 미투’의 피해자라고 옹호하며 피해자의 얼굴과 실명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어려운 싸움 끝에 이들은 가해자에 대한 기소 처분을 받아냈고 허위사실 유포 혐의도 벗었다. 문 공동의장은 “그나마 이 사건은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대학가의 다른 사건은 상황이 너무 어렵더라”면서 “미투 운동 때 나온 피해자가 분명 다수였는데 법적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은 적었고, 소송을 행동에 옮긴 사람은 더 소수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수많은 대학가 미투가 잊혀지고 있다. 여러 대학은 가해 교수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정직 3개월’은 대학본부가 학내 성폭력에 대응하는 가장 손쉬운 도구였다. 강력한 백래시(반발)에 피해자가 다시 수면 아래로 숨어버리기도 했다. 문 공동의장은 “여성들이 말하기 시작했지만 백래시가 너무 컸다”고 돌아봤다. 그는 “피해자가 사실을 말하고 당사자를 고소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보복성 고소와 여론전까지 더해지면 정말 견딜 수 없어진다”면서 “피해자가 온 일상을 다 바쳐야 하는 게 이 싸움”이라고 말했다.이런 상황은 대학가만 겪는 일이 아니다. 한때 뜨거웠던 미투 운동에 대한 관심은 야속할 만큼 식어버렸다. 안희정·이윤택 사건 등 유명인 사건 정도만 세간의 관심을 받는다. 유명세가 덜한 가해자들은 하나둘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또 성폭력 사건의 특성상 익명 폭로가 상당수였기 때문에 폭로가 사실로 드러났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일지 성폭력 사건은 10개월이 지났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사건 재판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2심을 거쳐 3심까지 가며 기나긴 법정 다툼을 이어가야 할 수도 있고, 피해자를 겨냥한 또 다른 고소가 들어올지도 모른다. 피해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 A씨는 이미 국가로부터 받는 무료법률지원도 제한된 횟수만큼 다 써버려 소송 비용도 걱정이다. 하지만 이들은 진실이 언젠가 명명백백 드러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티고 있다. 문 공동의장은 “전엔 ‘나마저 꽃뱀으로 여겨질까’ 우려해 목소리 내지 못했던 여성들이 이젠 ‘네가 꽃뱀이라고 말하는 행위는 잘못된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그러드는 관심에 불안과 두려움이 있지만, 조금 더 좋은 세상에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피해당하지 않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또 버틴다”고 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미세먼지로 꽉 막힌 마음 달래줄 파란 하늘 같은 영화”… ‘극한직업’에서 마약반장 연기한 배우 류승룡

    “미세먼지로 꽉 막힌 마음 달래줄 파란 하늘 같은 영화”… ‘극한직업’에서 마약반장 연기한 배우 류승룡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23일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혹은 예고편을 본 사람이라면 ‘빵 터지는’ 대사다. 심각한 상황에서 특유의 억양으로 이 뜬금없는 대사를 읊조리는 배우 류승룡(50)의 능청스러운 연기 때문이다. 류승룡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이 대사에 어울리는 억양이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7번방의 선물’,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오랜만에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 류승룡은 더없이 유쾌한 에너지로 스크린을 메운다. ‘스물’, ‘바람 바람 바람’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은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마약반 형사 5명이 범죄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그들의 아지트 건너편에 치킨집을 인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갈비 양념으로 맛을 낸 ‘마약 치킨’이 뜻밖의 대박을 터뜨리면서 본업인 수사보다 장사에 몰두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웃음을 자아낸다. 류승룡은 이 영화에서 위장창업한 치킨집에서 잠복수사를 하는 마약반의 만년 반장 ‘고반장’을 연기했다. 류승룡을 필두로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등 ‘마약반 오형제’의 ‘찰떡 호흡’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병헌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말맛 코미디로 유명한 분인데 평소에는 말수가 적다. 그런데 사람이 따뜻하더라. 잠깐 출연하는 배우들에 대한 배려심도 깊었다. 자칫하면 이야기가 분산되거나 방향이 다른 곳으로 향할 수 있었는데 이 감독의 이런 따뜻함 덕분에 이야기가 풍요로워졌다. 그게 그의 장점이라는 걸 느꼈다.” →코믹 연기가 본인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예전에 많은 경험을 해봐서 편안해진 것 같다.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를 5년간 했었는데 타이밍을 승부로 하는 공연이었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했는데 그때 사람들이 웃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걸 알았다. 어떤 날은 한 명도 웃지 않더라. 무섭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또 장진 감독을 만나서 연극 ‘웰컴 투 동막골’, ‘택시 드리벌’ 등을 하면서 나름대로 훈련이 된 까닭인지 코미디가 생경하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는 예전보다 훨씬 편안한 얼굴로 연기하는 것 같더라. “예전에는 치열하게 일만 했는데 최근에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목공도 하고 차도 마시고 아이들이랑 여행도 다녔다. 특히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데 아이들이랑 짐을 꾸리면서 여행 계획도 짜고 대화를 하는 시간들이 참 소중하더라. 또 혼자 섬 여행을 하면서 만난 어르신들이 툭툭 내뱉는 한마디 말에서도 배울 수 있는 철학이 많았다. 그런 경험을 통해서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게 된 것 같다.”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공명과는 두바퀴 띠동갑이다(웃음). 하늬와 동휘가 30대, 선규가 40대, 내가 50대인데 20대부터 50대까지 서로 화합해서 편안하게 작품을 할 수 있어서 기특하고 대견하다. 처음 만났을 때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었다. 각자 자신은 어디까지 왔고 지금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대화를 했는데 그 자체가 서로에게 큰 위안이 됐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했을 때 나오는 시너지가 있지 않나. 그게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궁금하다. 우리의 그런 기운이 전해져서 ‘저 사람들 진짜 친할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보람있을 것 같다.” →작품 후반부에서 100여명이 동시에 치고 받는 대규모 액션 장면을 보니 배우야말로 극한직업인 것 같은데 어땠나. “그 장면만 며칠에 걸쳐서 찍느라 육체적으로는 많이 힘들었다. 영화 ‘표적’(2014)도 그렇고 다른 작품에서 원없이 싸우는 장면을 촬영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몸의 세포가 기억을 하고 있더라. 그래서 수월하게 찍은 편이었다. 특히 오래 전부터 같이 연기를 해본 신하균씨가 상대 배우여서 매우 편했다.” →이번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기를 바라는지.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마음이 뿌옇게 흐려졌던 분들도 이 영화를 보시고 잠깐이나마 청량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파란 하늘같은 작품이다. 부디 긍정적인 기운이 관객들께 고스란히 전해졌으면 좋겠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근로정신대’ 피해자, 일본 전범기업 상대 2심도 배상 판결

    ‘근로정신대’ 피해자, 일본 전범기업 상대 2심도 배상 판결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가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부(부장 박미리)는 23일 이춘면(88) 할머니가 일본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춘면 할머니는 후지코시 도야마 공장에서 강제노동 등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피해를 보상하라며 2015년 5월 1억원 청구 소송을 냈다. 2017년 3월 1심은 “회사 측은 이춘면 할머니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면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일본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불법적인 침략 전쟁을 수행하면서 군수업에 필요한 인력을 강제로 동원했고, 후지코시는 이 정책에 적극적으로 편승했다”고 판단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자치광장] 학교 밖 청소년의 ‘새 이름’을 찾습니다/백호 서울특별시 평생교육국장

    [자치광장] 학교 밖 청소년의 ‘새 이름’을 찾습니다/백호 서울특별시 평생교육국장

    ‘호랑이 백호.’ 나를 알기도 전에 선입견을 갖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름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름 때문에 억울한 건 나만이 아니다. 서울시에는 21곳의 시립청소년수련관이 있다. 2021년까지 ‘1자치구 1청소년수련관 시대’를 열고 혁신적 교육 거점 시설로 확대·재편하는 중이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다. 이에 걸맞은 진로 체험과 직업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군사 정권 시기 비행·문제 청소년을 수용하고 정신적으로 순화하기 위해 만들어져 여전히 ‘수련관’이란 명칭으로 불린다. ‘청소년 수련관’ 하면 강제적으로 수용돼 신체적·육체적 수련을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지난해 9월 ‘서울시 청소년 포럼’에서 어린이·청소년 참여위원들은 ‘청소년수련관’ 명칭 변경을 제안했다. 어감 자체가 요즘 청소년들에게 거부감을 준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불편한 이름은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표현이다. 이는 정규 교육 과정을 못 마쳐 학교로부터 제적·퇴학 또는 자퇴한 청소년을 뜻한다. 마치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비정상’으로 보는 듯한 이분법적 사고가 느껴진다. 제도권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생은 얼마든지 불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학교 교육을 받지 않는 청소년은 9만여명(2017년 기준)이다. 서울시는 불편한 의미를 담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 명칭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가족부에 명칭 변경을 건의했다. 절차에 따라 조례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학교 밖 청소년’이란 용어가 ‘학교 밖 청소년 지원법’을 만들며 법률 용어가 돼 이를 고치는 작업도 필요하다. ‘청소년수련관’도 여기에 포함된다. ‘학교 밖 청소년’은 ‘자율 청소년’ 또는 ‘마을 청소년’으로 ‘청소년 수련관’은 ‘청소년 센터’ 등이 어떨까. 모든 청소년들에게 친숙하고 부르기 쉬운 이름이 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시인 김춘수는 ‘꽃’이란 시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았다. 누군가의 이름이 어쩌면 누군가에게 상처와 아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47시간 교수 감금’ 이화여대 전 학생회장 벌금형 선고유예

    ‘47시간 교수 감금’ 이화여대 전 학생회장 벌금형 선고유예

    평생교육 단과대 신설 반대 농성재판부, “감금 계획하지 않았지만 암묵적 의사 결합 인정”2년여전 이화여대 본관 점거 농성을 하면서 교수와 교직원을 감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학교 전 학생회장 최은혜(27)씨가 벌금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최지경 판사는 18일 특수 감금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최씨는 2016년 7월 28일 이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설에 반대하며 학생 수십 명과 함께 학교 본관을 점거해 30일 오후까지 약 47시간 동안 교수 4명과 교직원 1명 등이 나가지 못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감금 시간 동안 피해자들은 20여차례 112 신고를 했고 건강 이상을 호소해 119에도 신고했다. 119 구조대는 시위 학생들에 막혀 본관에 들어가지 못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전에 감금을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시위현장에서 소통하면서 암묵적 의사 결합이 이뤄져 감금을 시위대와 공모한 것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이 경찰의 진입도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등 감금 행위에도 가담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현장에서 시위대에게 감금을 해제하자고 설득하고 학교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점은 인정된다”면서 “하지만 피해자들을 감금하려는 의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 판사는 “감금 시간이 길고 피해자들이 상당한 정신·육체적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면서 “단 이대 총장, 교직원, 학생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시위 참가자들이 기소가 제기되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씨 측 변호인은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무죄를 주장했는데 재판부가 범죄 혐의를 인정해 아쉽다”며 “항소 여부는 논의 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무죄받은 제주 4·3] “재판이 뭐야, 그냥 쏴죽일 땐데… 앞줄 15년, 뒷줄은 무기 이랬지”

    [무죄받은 제주 4·3] “재판이 뭐야, 그냥 쏴죽일 땐데… 앞줄 15년, 뒷줄은 무기 이랬지”

    제주 4·3사건은 한국 근대사의 ‘대학살극’이다. 2003년 발표된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른 공식 희생자(사망, 행방불명 등)만 1만 4000여명이다. 추정되는 희생자는 그 두 배가 넘는다. 세상이 이승을 떠난 수많은 넋을 기리는 동안, 억울하게 전과자가 돼 몸을 낮추고 살아야 했던 불법 군사재판의 피해자들은 71년을 더 살아왔다. 이름도 불리지 않고 형량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전국 각지 형무소에 흩어져 청춘을 허망하게 보내버린 18명의 피해자들이다. 육체에 남은 크고 작은 흉터만큼, 이들에게 남겨진 전과기록도 수십 년 동안 끈질기게 몸과 마음을 괴롭혔다. 서울신문은 구순이 다 돼서야 공권력이 찍은 낙인을 떨치게 된 이들의 한 맺힌 삶을 들었다. 인터뷰는 제주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 재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6일 피해자들의 자택에서 진행됐다.●“그냥 살았는데 내란죄래… 따지지도 못했어” 4·3이 극으로 치닫던 1948년 10월. 군경 토벌대는 제주도 해안에서 5㎞ 이상 떨어진 중산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폭도로 간주해 총살하기로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토벌 작전으로 희생됐다. 미처 해안가로 이주하지 못해 사살된 주민들도 있었고, 뒤늦게 내려온 주민들도 ‘폭도들을 지원했던 것 아니냐’며 무차별적으로 끌려갔다.양근방(86) 할아버지도 군경 작전으로 부모님과 떨어지고 형제도 잃었다. 중산간 마을에 혼자 남아 총살될 위기에 처했던 양 할아버지는 겨울이 되자 산에서 버틸 수 없어 헌병대에 자수했다. 곧바로 군사재판에 넘겨져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배에 실려갔더니 인천형무소였어. 마당에 줄줄이 앉혀 놓더니 ‘이 열은 7년, 이 열은 15년, 이 열은 무기(징역)’ 이러더라고….” 6·25 전쟁이 발발해 인민군에 의해 풀려난 양 할아버지는 광주까지 갔다가 다시 붙잡혀 형이 추가됐다. “광주고법에서 재판을 받았는데 ‘넌 북한군이 풀어줬으니 도피자다’라면서 징역 10년을 더 때리더라고. 그땐 10년인 줄도 몰랐어. 최근에 광주형무소에 신원조회해서 알았지.”부원휴(90) 할아버지도 학교에 다니던 19세 때 집에 들이닥친 계엄군에게 체포돼 군사재판을 받았다. 지금도 봉투에 싸서 고이 간직하고 있는 ‘제주공립농업중학교 학생증’을 황급히 내밀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군 막사에 붙잡혀 갔는데 ‘너 삐라 같은 거 안 뿌렸냐. 산사람들한테 쌀 갖다주지 않았느냐’ 하더라고. ‘학생이어서 그럴 시간도 없었다’고 하니까 봉으로 마구 팼어.” 전주형무소로 갔다가 인천형무소로 이감된 부 할아버지는 1948년 12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유는 ‘내란죄’라고 했다. 왜 내란죄냐고 미처 따지지도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7년, 15년 선고받았는데 ‘난 살았다’고 생각했지. 그땐 재판 없이 가두고 쏴 죽이고 아주 무법천지였어.” 형무소 시설이 좁고 수형자 관리가 엉망이어서 부 할아버지가 있던 전주형무소에는 전염병이 돌았다. “세면장에 가면 피고름이 섞인 똥이랑 온갖 이물질이 쌓여 있었어. 제대로 먹질 못해서 이질(설사병)도 걸리고 많이 죽어나갔지.” 1949년 7월 열여섯 살이던 김순화(86) 할머니도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전주형무소에 갇혔다. 변론할 기회도 없었고, 몇 년 형인지도 몰랐다.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김 할머니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 이유가 뭔지. 재판도 안 받고 붙잡혀 있다가 배 타고 형무소로 갔어.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토벌대가) 부모님을 왜 죽였는지도 모르겠어.”●“전과자 낙인 찍히니 육지로 돌아다녔지” 형을 마치고 살아 나왔지만 흉터는 진하게 남았다. 김 할머니는 왼쪽 팔에 있는 콩알만 하고 동그란 초록색 문신을 보여 줬다. “형무소에 같이 수감됐던 분이랑 각자 왼팔에 바늘로 이렇게 새겼지. 나중에 만나서 알아보게.” 함께 문신을 새긴 김경인(87) 할머니와는 69년 뒤 같이 재심을 청구하는 동지로 다시 만났다. 작은 문신은 71년 세월을 버텼고, 김 할머니의 아픈 기억도 마찬가지였다. “빨리 다 끝났으면 좋겠어. 피곤해. 그냥 묻어버리고 싶어. 생각만 하면 너무너무 속상해.” 양 할아버지는 “지금까지도 가장 한이 맺힌 일이 있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1960년 10월 출소해 고향으로 돌아오자 불과 7개월 전에 부친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1960년 3월에 아버님이 형무소로 면회를 오셨어. 내가 나갈 시한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니까 아버님이 ‘너를 두고 어떻게 제주로 가느냐’ 하시고, 돌아서서 막 눈물을 흘려. (나도) 감옥에 돌아가서 한참 울었어.” 양 할아버지의 부친은 제주로 돌아온 뒤 일주일 만에 숨졌다. 마을 사람들 말로는 면회를 다녀온 뒤 식사를 하지 않고 줄곧 피를 쏟아내더니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고향에 돌아온 양 할아버지는 10년 만에 육지로 발걸음을 돌렸다. 4·3으로 10년 가까운 형을 산 양 할아버지는 경찰의 ‘요시찰 인물’이 돼 있었다. 일을 해 모은 돈으로 밭을 살 때도 조총련과 연통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야 했다. 결국 연고도 없는 경기도 파주로 거처를 옮겨 목장 일을 하며 20년을 살았다. 그렇다고 정부의 감시망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었다. “전과자가 신고도 안 하고 제주도에서 없어지니까 ‘북한으로 가려는 거 아니냐’면서 제주도로 다시 잡아가더라고. 남의 목장에서 월급 받고 산다고 말해서 하룻밤 조사받고 풀려났어.” 양 할아버지가 다시 제주로 돌아온 건 1990년이었다. 전과기록 탓에 자꾸만 찾아와 감시하는 경찰들 때문에 부 할아버지는 본적도 바꿨다. “원래 본적이 화북리였는데 이도1동으로 옮겼어. 옮겨도 얼마간은 찾아오더라고.” 부 할아버지는 이후 19년간 공직에 몸을 담았지만 전과 기록 때문에 하마터면 운명이 달라질 뻔했다. “공무원도 전과가 있어서 못할 뻔했어. 아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된 거야. 제주 사람들은 4·3으로 억울하게 형무소 갔다 왔다는 걸 다 아니까.” ●“만시지탄… 그래도 새로 태어난 기분” 재심이 시작될 수 있었던 토대가 된 ‘수형인 명부’는 1999년 추미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이 처음 발견했다. 이후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진상보고서는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4·3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불법재판의 피해자들이 유죄의 낙인을 지우는 데는 그로부터 15년이 더 걸렸다. 재심 당사자 중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정기성(97) 할아버지는 치매가 악화돼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진 후부터 공판에 출석하지 못했다. 형사재판은 피고인 출석이 원칙이지만 재판부는 정 할아버지의 상태를 고려해 진단서로 대신하면서 공판을 진행했다. 부 할아버지는 인터뷰 도중 거듭 “만시지탄”이라고 되뇌었다.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양 할아버지는 연방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목소리를 높였다. “험하고 험한 가시밭길을 걸어 오늘에 왔어.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야.” “이제 우는 것도 귀찮다”던 김 할머니도 기뻐했다. 김 할머니는 4·3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자식들에게까지 함구한 채 살았다고 한다. “내가 형무소에 갔다 왔다는 기록만 없어졌으면, 아이들에게도 그(형무소에 갔다 왔다는) 기억만 없어졌으면 좋겠어.” 글 사진 제주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광주전남 6개대학 교수단체, 교수 부당징계 및 해직 규탄 집회

    광주전남 6개대학 교수단체, 교수 부당징계 및 해직 규탄 집회

    광주전남 6개대학 교수단체 회원들이 “전국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학비리의 책임은 근본적으로는 교육부에 있다”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들 교수들은 15일 교육부앞에서 시위를 통해 “지금까지 사학비리가 일어나도 묵과하거나, 비리를 발견해도 이에 대한 고발을 하지 않은 점을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장에는 순천 청암대, 한영대, 초당대, 광주대, 동신대, 전남도립대 교수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대학의 불법이나 비리에 항의하거나 불복종한데에 대한 보복으로 고발당하거나 해임됐다”며 “교육부가 관리감독만 제대로 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부정부패를 바로잡고, 대학 권력자의 갑질에 항의하다 징계 당하거나 해직당했다”면서 “학교측은 형사고발·징계·해임을 서슴지 않아 우리의 살 길은 막막하고, 정신적·육체적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들 교수들은 “보복성 부당 해고를 조사해 대학 운영자를 엄벌에 처하라”고 주장했다. 한유석 동신대학교 교수협의회 의장은 “교육부는 부당 해직자를 즉각 복직하도록 조처하라”며 “비리 고발자가 징계받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첫눈 오면 놓아준다던 탁현민 사표 이번엔 수리될까

    첫눈 오면 놓아준다던 탁현민 사표 이번엔 수리될까

    야권·여성계로부터 왜곡된 성의식을 이유로 사퇴 요구를 받았던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본인에 대한 신뢰를 보였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물러나고 노영민 비서실장 인선이 발표(8일)되기 하루 전이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14일 “탁 행정관이 사표를 제출했지만 수리되지는 않았다”며 “11일부터 휴가 중”이라고 밝혔다. 그의 사의 표명은 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6월 말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사직 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4월)평양공연 이후”라며 “하지만 비서실장이 사표를 반려하고 남북 정상회담까지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에 따르기로 했고 이제 정말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당시 임 실장은 “가을에 남북 정상회담 등 중요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해 달라. 첫눈이 오면 놓아 주겠다”며 반려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그가 정말 ‘자연인’으로 돌아가려는 뜻인지는 불확실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김종천 전 비서관의 직권면직 이후 공석인 의전비서관 인선과 관련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야인’ 시절 양정철 전 비서관과 히말라야 트레킹에 동행할 만큼 신임이 두터운 그를 노 실장이 의전비서관으로 올린다면, 정치적 부담까지도 떠안겠다는 의미가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탁 행정관이 1년 7개월간 정신적·육체적으로 소진된 데 대한 고통을 호소해 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비롯해 여전히 그의 역할이 필요하고 대통령의 신뢰가 변함없다는 점에서 사표 수리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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