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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간 192학점 채우면 졸업… 대학생처럼 과목 골라 시간표 짠다

    3년간 192학점 채우면 졸업… 대학생처럼 과목 골라 시간표 짠다

    1학년 1학기 진로 탐색 토대로 수강신청50분짜리 수업 16회 들으면 1학점 부여학기당 최소 28학점씩 총 2560시간 학습 출석 3분의2·성취율 40% 이상 돼야 인정미이수 발생하면 방과 후·보충수업 지원선택과목 5단계 절대평가로 쏠림 방지인근 학교 가서도 배워… 순회 교사 활용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경기도 구리 갈매고등학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해 들을 수 있는 과목이 2학년 29개, 3학년 42개에 달한다. ‘국토순례’(사회), ‘호모 스토리텔리쿠스’(국어) 등 학교 자체의 특색을 담은 ‘고시 외 과목’도 수강할 수 있다. 이 학교 2학년 표건희(18)양은 “관심과 흥미가 있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니 수업 참여도가 높다”면서 “과목 선택이 어려울 땐 담임선생님의 조언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17일 발표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에 따르면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고교생들은 대학생과 비슷한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 1학년 1학기에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그에 맞춰 선택과목들을 정해 수강신청을 한다. 또 저마다 개인별 시간표에 따라 교실과 이웃 학교를 오가며 수업을 듣는다. 기존의 학급 공동체가 약화되는 대신 학생 10~15명을 묶어 교사 1명이 관리하는 ‘소인수 담임제’가 운영된다. 수업과 수업 사이 공강시간도 생긴다. 고등학교의 수업량 기준은 ‘단위’에서 ‘학점’으로 전환돼 학생들은 총 192학점 이상을 취득해야 졸업할 수 있다. 1학점은 50분짜리 수업 16회로, 3년간 총 2560시간의 수업을 들어야 한다. 현행(2890시간)보다 절대적인 학습량은 줄이되 깊이 있는 학습을 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다만 1·2학년 때 수업을 몰아 듣고 3학년 때 적게 듣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한 학기당 최소 28학점 이상 수강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고교학점제 도입은 고교 교육체계가 입시를 위한 경쟁에서 학생 개인에 맞춘 개별화와 다양성으로 변화함을 의미한다. 학교는 1학년 1학기에 ‘진로집중학기’를 운영하며 학생 한 명 한 명을 대상으로 진로 탐색과 그에 맞는 3년간의 학업 계획 설계를 돕는다. 또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을 최대한 수강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과목을 개설한다. 이를 위해 학교 울타리도 허문다. 인원이 적어 수업 개설이 어려운 과목은 인근 학교와의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개설한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인근 학교로 가거나 온라인에서 만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기업이나 기관, 대학 등에서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학생들이 단순히 출석 일수를 채우는 것을 넘어 최소한의 성취도에 도달하도록 ‘미이수’ 제도도 도입된다. 학생들은 각 과목에서 출석 일수의 3분의2 이상을 채우고 학업성취율이 40% 이상(성취도 E)이어야 해당 과목을 이수한 것으로 간주해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미이수’(I·Incomplete의 약자)로 처리되며 미이수가 누적돼 학점을 채우지 못하면 졸업이 유예될 수도 있다. 다만 ‘미이수’(I)는 대학에서의 ‘낙제’(F)와 달리 학생의 기본적인 학습에 대해 학교의 책임 지도를 강화하는 취지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미이수가 발생한 학생에게는 학교가 방과 후 또는 방학 중 별도의 과제나 보충수업과 같은 보충이수를 지원해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는다. 이마저 이수하지 않은 학생은 학점을 취득하지 못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단지 졸업시키기 위해 학점을 주는 게 아니라 학생과 학교가 책임교육을 하자는 것”이라면서 “실제 졸업이 유예되는 학생들은 극소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평가방식도 대폭 바뀐다. 현재 진로선택과목과 전문교과Ⅱ에 시행되는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는 모든 선택과목으로 확대된다. 현행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학생들이 ‘점수 잘 나오는’ 과목을 선택하는 왜곡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1학년 때 배우는 공통과목은 상대평가제를 유지하나 1학년 2학기나 2학년부터 배우는 모든 선택과목에서는 석차등급이 사라지고 A에서 E까지 총 5단계의 성취도가 매겨진다. 단 각각의 성취도를 받은 학생의 비율과 원점수, 과목 평균도 병기해 ‘내신 부풀리기’를 방지한다. 학교가 선택과목을 폭넓게 개설하고 유연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면 다양한 과목에서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수급 돼야 하며 획일적인 교실 공간도 개선돼야 한다. 교육부는 순회 교사와 학교 밖 전문가 등을 활용해 개별 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과목을 지원하고 고교학점제를 뒷받침할 새로운 교원 수급 기준을 2022년까지 마련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한창 뛸 나이에 ‘폰콕’… “처음엔 두통·복통, 심하면 우울증”

    한창 뛸 나이에 ‘폰콕’… “처음엔 두통·복통, 심하면 우울증”

    스트레스 못 풀어 두통·복통 호소 급증작년 우울증 치료받은 0~19세 20% 늘어 “불규칙 수면·폭식 악화 땐 심리 검사를”“아동 디지털 중독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 사람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육체 활동이 없어진다는 겁니다. 이는 아이들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심하면 우울증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김영훈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아이들의 정신적 위험도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자신의 증세를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두통(긴장성 두통)이나 복통(과민성 대장)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 병원을 찾는 아동 환자들의 경우 코로나 확산 이전 대비 두통과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조명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 치료를 받은 0~19세 아동은 4만 9118명이었지만 2020년엔 10월 기준 4만 2852명으로 이미 전년 12월 수준에 근접했다. 이 같은 추세로는 2020년 우울증 치료를 받은 0~19세 아동 숫자는 전년 대비 약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두통이나 복통 외에 폭식과 식욕부진, 수면장애 등을 아동·청소년 우울증의 전조 증상으로 꼽았다. 그는 “자주 넘어지거나 다치는 상황이 지속되는 아이들의 경우 무기력증과 우울증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유행 기간 중 밤낮이 바뀌는 불규칙적인 생활을 이어 가거나 폭식 습관이 생긴 아동의 경우 정밀한 심리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동 무기력증일 가능성이 크고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아동의 무기력증은 결국 주변 어른들의 도움으로 야외활동을 늘린다거나 부모와 함께하는 간단한 놀이 활동만으로도 개선될 수 있다”면서 “다만 이런 도움이 어려운 저소득층 아이들의 경우 지역사회가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QR코드를 스캔하면 ‘2021 격차가 재난이다-코로나 세대 보고서’ 디지털스토리텔링 사이트(http://www.seoul.co.kr/SpecialEdition/gapDisaster/)로 연결됩니다.
  • 입주민 갑질에 고통받다 극단 선택한 경비원 산재 승인

    입주민 갑질에 고통받다 극단 선택한 경비원 산재 승인

    주민의 갑질에 시달리다 못해 숨진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씨가 산업재해(산재) 승인을 받았다. 16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는 최씨의 사망과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고 전날 산재로 최종 승인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경비 업무를 하면서 입주민에게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최씨가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5월 28일 유족 측이 산재를 신청한 지 약 8개월 만에 이뤄졌다. 최씨는 지난해 4월 21일 아파트 입주민 심모 씨와 주차 문제로 다툰 뒤 5월 초까지 지속해서 심씨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 심씨는 최씨를 경비원 화장실에 감금한 채 12분여간 구타하고 사직을 종용하기도 했다. 최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심씨로부터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기고 지난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후 본격적 수사가 이뤄져 심씨는 5월 말 구속됐으며 지난해 12월 10일 1심에서 상해·보복 감금 등 혐의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입주민 갑질에 고통받다 극단 선택한 경비원 산재 승인

    입주민 갑질에 고통받다 극단 선택한 경비원 산재 승인

    주민의 갑질에 시달리다 못해 숨진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씨가 산업재해(산재) 승인을 받았다. 16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는 최씨의 사망과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고 전날 산재로 최종 승인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경비 업무를 하면서 입주민에게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최씨가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5월 28일 유족 측이 산재를 신청한 지 약 8개월 만에 이뤄졌다. 최씨는 지난해 4월 21일 아파트 입주민 심모 씨와 주차 문제로 다툰 뒤 5월 초까지 지속해서 심씨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 심씨는 최씨를 경비원 화장실에 감금한 채 12분여간 구타하고 사직을 종용하기도 했다. 최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심씨로부터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기고 지난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후 본격적 수사가 이뤄져 심씨는 5월 말 구속됐으며 지난해 12월 10일 1심에서 상해·보복 감금 등 혐의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권정선 경기도의원, 경기도 행복한 삶 복지연구회 정책연구용역 최종보고회 개최

    권정선 경기도의원, 경기도 행복한 삶 복지연구회 정책연구용역 최종보고회 개최

    경기도의회 의원연구단체인 ‘경기도 행복한 삶 복지연구회(회장 권정선 의원·더불어민주당·부천5)’는 15일 교육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경기도 내 범죄에 의한 사회적 비용 추정 연구’에 대한 정책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이 날 최종보고회에는 의원연구단체 회장인 권정선 의원과 연구용역 책임자인 공정식 교수(경기대학교 산학협력단)와 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권정선 의원은 최종보고회 인사말에서 “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추정하는 것은 범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자료”라며 “최종 용역보고서에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범죄예방 정책을 제시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용역 책임연구자인 공정식 교수(경기대)는 “설문조사를 통한 경기도 내 범죄의 피해비용 산출결과 정신적, 육체적 고통의 사회적 총 비용은 36조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그 중 약취 유인과 강간이 각각 6조원으로 가장 높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공 교수는 “범죄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므로 범죄 예방을 위해 지자체 차원의 효과적 개입 방안이 필요하다”며 그 대책으로 범죄예방활동과 범죄억제정책 수립 및 홍보, 조례 제개정 등을 제안했다. 권정선 의원은 “당초 연구목적에 맞게 범죄로 인해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정책 방안이나 범죄예방 관련 조례안 제정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고서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경기도 행복한 삶 복지연구회는 ‘모든 도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발전 방향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의원연구단체로 경기도의원 14명의 회원으로 이뤄졌다. 이번 연구 용역은 3개월간 진행돼 범죄피해자 지원정책과 범죄예방의 구체적 방향 및 실질적 대응마련을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번엔 남자 배구 ‘학폭 의혹’… “폭력은 세월 흘러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말에 힘내”

    이번엔 남자 배구 ‘학폭 의혹’… “폭력은 세월 흘러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말에 힘내”

    여자 배구단에 이어 이번엔 남자 배구에서도 학교폭력 의혹이 불거졌다.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직 남자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통해 현역 배구 선수에게 고교 시절 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A씨는 “10년이 지난 일이라 잊고 살자는 마음이 있었는데 용기내는 피해자를 보고 용기를 내본다”면서 “폭력은 세월이 흘러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말이 힘이 됐다”고 밝혔다. “폭행이 일상이었던 그 때의 우리들의 일상은 절대 일반적인 게 아니었음을 이제와서 고백하려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3학년 형들이 집합시켜서 때리고 맞는 게 일상이었다”는 등 당시 반복적인 폭행이 있었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A씨는 고교 1학년 재학 당시 3학년이었던 선배들에게 노래를 부르라는 강요를 받으며 폭행을 당했고 발차기에 급소를 맞아 응급실에 실려가 고환 봉합수술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후에도 놀림과 괴롭힘은 계속됐다면서 “(가해자의 부모들은)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니에요’라고 했다.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고 하시던 엄마 말을 들었던 내가 너무 후회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감독조차 그 당시에 이 일을 덮고 싶어서 조용히 넘어가자고 사정사정하더라. 내가 배구에 대한 미련만 없었어도 그 때 용기내서 다 말했어야 하는 건데 싶은 후회를 10년을 갖고 살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A씨는 “나는 배구선수가 되고 싶었기에 아무런 보상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어떤 이슈도 만들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서 그 모든 일들이 다 기억속에서 사라질 때쯤에도 나는 그 당시의 힘든 기억들이 잊혀지지가 않고 평생 갖고 살아야할 육체적 통증이 있다”고 토로했다. 중학교 때 지각하면 창고에서 발로 때리고 물건을 집어던진 선배도 있었다는 주장도 더했다. 그는 “제발 이 글을 당신들 모두가 보고 그 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했으면 좋겠다”면서 “당신들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후 A씨는 글을 수정해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 글쓴 지 하루 만에 기사화되고 당사자들이 평생 연락 한 번 없다가 사과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면서 “진심어린 사과 받으면 글을 내리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근 여자 배구단 흥국생명의 이재영, 이다영 선수의 학교폭력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이 커졌다. 두 선수는 자필 사과문을 통해 피해자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8년 전 낙태 시술 의사도 무죄…위헌 후 첫 확정

    8년 전 낙태 시술 의사도 무죄…위헌 후 첫 확정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낙태 시술에 대한 무죄 확정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에 따라 산부인과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업무상촉탁낙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의 상고심에서 선고유예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무죄로 파기자판 했다고 12일 밝혔다. ‘파기자판’은 상고심 재판부가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것이다. A씨는 낙태죄 위헌 판결 전인 2013년 9월 미혼모 B씨의 부탁을 받고 낙태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당시 B씨는 낙태 수술을 알선하는 브로커의 소개를 받고 A씨의 병원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1·2심은 B씨의 건강상 이유로 낙태 시술을 시행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B씨의 건강이 실제로 좋지 않았고 A씨가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범행의 정도가 가벼워 선고를 미루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선고를 하지 않는 판결이다. 하지만 2심이 끝난 뒤 헌재가 낙태죄에 위헌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대법원은 직권으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헌 결정을 받은 조항은 소급해서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2019년 4월 낙태죄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법적 공백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지난해 말까지 대체 입법 기한을 주고 한시적으로 낙태죄 효력을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개정 시한 내 입법을 끝내지 못했고 결국 낙태죄 조항은 대체 입법 없이 올해 시작과 함께 폐지됐다. 다만 낙태죄 폐지로 임신중절수술은 사실상 합법화됐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시스템이 없어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계는 임신 중단 약물의 신속한 허용, 임신 중지 수술의 건강보험 급여화, 안전한 임신 중단을 위한 의료체계와 의료교육체계 개편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다영·이재영 팀 숙소 떠났다…안정 취해야 하는 상황”(종합)

    “이다영·이재영 팀 숙소 떠났다…안정 취해야 하는 상황”(종합)

    이다영·이재영 쌍둥이 자매 학교폭력 파문오늘 경기 불참…“상태 매우 좋지 않아”“징계도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해야”이다영, 김연경 언팔해 불화설 또 불지펴 학교폭력 논란으로 사과한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이재영·이다영(25) 쌍둥이 자매가 팀 숙소를 떠나 11일 경기에 불참했다. 흥국생명 구단은 심리 치료 등으로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회복을 도울 예정이지만 두 선수가 언제 다시 코트에 복귀할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재영·이다영 자매에 대한 학교폭력 폭로가 나오면서 진상규명 촉구와 동시에 이들을 배구계에서 영구퇴출해야 한다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는 등 파문이 커지는 상황이다. 쌍둥이 자매는 지난 10일 각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적절한 시점에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큰 충격에 빠진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현재 팀 숙소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벌어진 원정 경기에도 불참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학교폭력 논란과 관련해 쌍둥이 자매를 징계하라는 요구가 있는 걸 잘 안다”면서도 “현재 두 선수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심신의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징계라는 것도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적·육체적 상태가 됐을 때 내려야 한다고 판단한다”며 지금은 처벌보다 선수 보호가 먼저라는 뜻을 내비쳤다.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재영·이다영으로부터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글이 등장했다.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와 초등·중학교 배구선수단에서 같이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려 쌍둥이 자매의 가해 사실을 열거한 뒤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은 “본인들 마음에 안 들면 부모님을 ‘니네 애미, 애비’라고 칭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심부름을 시켰는데 이를 거부하자 칼을 가져와 협박했다”, “툭하면 돈 걷고 배 꼬집고 입 때리고 집합시켜서 주먹으로 머리를 때렸다” 등의 피해사례를 밝혀 충격을 줬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만약 여자배구선수들의 학교 폭력이 사실이면 배구연맹은 해당 선수들에 대한 영구제명을 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배구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라면 이는 더욱이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청원글이 등장했다. 또 다른 청원글은 “이 2명의 선수는 운동선수가 될 자격이 없으며 배구계에서 영구퇴출을 통해 스포츠는 단순히 운동만 잘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논란이 확산하자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자필로 쓴 사과문을 올렸다. 이들은 각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과문을 올리고 학교 재학 시절 잘못한 일을 반성하며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재영은 “학창 시절 저의 잘못된 언행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낸 분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며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이다영 또한 “학창 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힘든 기억과 상처를 준 언행을 해 깊이 사죄드린다”며 “깊은 죄책감을 느끼며 자숙하고 반성하겠다”고 썼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사과문을 본 피해자는 “허무하네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사과문을 올린 뒤 이다영이 김연경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언팔로우’(친구끊기) 하면서 불화설에 다시 불을 지피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10대 시절 기숙학교서 가혹행위 시달려” 패리스 힐튼 ‘눈물’

    “10대 시절 기숙학교서 가혹행위 시달려” 패리스 힐튼 ‘눈물’

    힐튼, 주의회 청문회 출석해 진술감독 강화 법안 만장일치 통과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 그룹 가문의 일원이자 할리우드 스타인 패리스 힐튼이 10대 시절 기숙학교에서 가혹행위에 시달렸다고 의회에서 진술했다. 힐튼은 기숙학교에서의 가혹행위가 문제시되면서 이들 학교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을 지지하기 위해 유타주 의회 상원 청문회에서 이렇게 진술했다고 AP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7세에 11개월 동안 프로보 캐니언 기숙학교를 다닌 힐튼은 학교에서 정신적, 육체적인 학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힐튼은 학교 직원들이 자신을 폭행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을 먹도록 한 데다, 벌로 의복 없이 독방에 감금했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힐튼은 “너무 개인적인 일을 말하는 것은 여전히 무섭다”면서 “그러나 나와 다른 사람들이 겪은 학대를 경험하는 어린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39세의 힐튼은 기숙학교에서의 처우가 정신적 외상을 낳아 수년 동안 악몽과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설명했다. 힐튼이 지지한 법안은 청소년 기숙 및 치료 시설에 대해 당국의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법안은 힐튼과 다른 증언자들의 진술 이후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힐튼이 다녔던 학교는 2000년 매각됐다. 현재 재단은 매입 이전 발생한 일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싸가지 없네” “미쳤나” 폭언 노출…콜센터 노동자 84% 우울증 적신호

    “싸가지 없네” “미쳤나” 폭언 노출…콜센터 노동자 84% 우울증 적신호

    “‘싸가지가 없네’, ‘야, 대답해. 미친 것 아니야’라고 폭언한 고객에게 감정노동자 보호를 안내하는 자동녹음 메시지를 송출했습니다. 고객은 되레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억울하고 충격을 받아 아무 일도 하기 어려웠습니다.” -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사 A씨. 8일 공공운수노조는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8월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 1600여명 중 조합원 79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84.5%는 우울증 평가 척도(PHQ-2)에서 총 6점 중 2점 이상을 받아 우울증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충분한 휴식 없이 장시간 동안 강도 높은 감정노동을 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노동자들은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93.0%)를 받거나 욕설(81.0%), 인격무시 발언(87.2%)을 듣는다고 답했다. 공단 직원이 인격무시 발언(53.9%)을 하거나 무리한 요구(29.4%)를 하는 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 다른 상담사 B씨는 “전화 상담 시간이 5분을 넘으면 (콜수 실적 관리를 위해) 관리자들이 실시간으로 통화 내용을 듣고, 7분을 넘기면 빨리 전화를 끝내라는 채팅 알림이 울려 압박을 받는다”면서 “근무 3개월이 넘자 스트레스로 복통을 느꼈다”고 말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육체적 고통도 호소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99.4%는 한 부위 이상에서 근골격계 통증을 느꼈다. 특히 어깨(56%), 허리(51%), 목(47%) 순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 기준에 따르면 응답자의 79.3%가 추가 검진이 필요한 상태다. 공공운수노조 고객센터지부는 “과도한 성과 경쟁으로 한 사람이 많게는 하루 140콜을 받지만, 점심시간을 제외한 휴식시간은 30분을 밑도는 경우가 90%”라면서 “건강하고 안전한 노동 환경을 위해 고객센터를 민간 위탁이 아니라 공단이 직접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사 노조 조합원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지난 1일부터 8일째 파업을 하고 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우울증 환자 뇌 속 보니...일반인보다 ‘이것’ 적었다

    [달콤한 사이언스] 우울증 환자 뇌 속 보니...일반인보다 ‘이것’ 적었다

    우울증은 이전에는 단순히 기분이 저하된 상태로 알려져 ‘마음의 감기’라며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왔었다. 그렇지만 우울증은 생각이나 사고과정, 동기, 의욕,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적, 육체적 기능이 저하돼 심할 경우는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많은 심각한 정신질환이다. 우울증의 정확한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경과학자들이 우울증을 유발시키는 뇌세포를 찾아냈다. 캐나다 맥길대 더글라스 정신건강연구소, 신경과학통합연구센터, 맥길대 의대 정신과학과 공동연구팀은 우울증으로 사망한 성인과 다른 원인으로 급사한 사람의 뇌세포를 분석한 결과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에게서 유독 많이 발견되는 뇌세포를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최신 정신과학’ 5일자에 실렸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몸 속 염증이 뇌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많은 연구자들이 우울증은 체내 염증이 신경세포에 영향을 미치거나 특정 뇌신경세포가 우울증을 유발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가운데 연구팀은 맥길대 부속병원의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우울증으로 사망한 10명과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질환이 아닌 다른 신체증상으로 인해 급사한 10명의 뇌 조직을 비교했다. 연구팀은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 해마 부위에 존재하는 성상교세포의 GFAP와 비멘틴이라는 단백질에 주목했다. 성상교세포는 별 모양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 신경세포에 영양공급, 이온농도 조절, 노폐물 제거 등 역할을 한다. 뇌 조직 분석결과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들의 뇌에서는 전반적으로 성상교세포 숫자가 줄고 비멘틴 GFAP도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 또 성상교세포의 구조나 형태는 일반인이나 우울증 환자나 다르지 않았지만 세포의 분포와 숫자에서 확연히 차이가 났다. 중증 우울증으로 진행될 수록 성상교세포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울증이 다른 요인들도 있겠지만 뇌 세포의 구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성상교세포의 감소를 막아주면서 자연스럽게 뇌 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울증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치매와 같은 기억 관련 질환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를 이끌고 우울증과 자살에 있어서 뇌 염증의 역할을 연구하고 있는 나귀브 메차와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울증 유발에 관여하는 뇌세포를 찾아냄으로써 효과적인 신개념의 우울증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작용이 없는 효과적 우울증 치료가 가능해지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성교육·성폭력예방·양성평등으로 분절된 교육 통합해야”

    “성교육·성폭력예방·양성평등으로 분절된 교육 통합해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성교육, 성폭력예방교육, 양성평등교육 등으로 나뉜 현행 양성 평등 교육체계를 정비해 통합 운영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이같은 내용의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교육기본법은 ‘남녀평등교육의 증진’을 제17조의2에, ‘건전한 성의식 함양’을 제17조의4에 규정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권 의원은 양성평등교육은 성교육, 성인지교육, 성폭력예방교육 등을 포괄하여 학생들의 성인지감수성을 통합적으로 길러내는 것이어야 하는 것임에도 현행법상 남녀평등교육과 성의식 함양이 별개의 조항으로 규정되어 있어 그 시행체계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현장에서는 성교육, 성폭력예방교육, 양성평등교육 등이 분절된 채 이루어지고 있어 실제 교육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세부적으로는 현행법 제17조의2 ‘남녀평등교육 증진’ 및 제17조의4 ‘건전한 성의식 함양’에 관한 사항을 ‘양성평등의식의 증진’에 관한 사항으로 통합,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양성평등의식 및 건전한 성의식 함양을 위한 시책을 수립·실시하도록 했다.(안 제17조의2제1항) 시책의 내용에는 양성평등 의식과 실천 역량 고취, 체육·과학기술 등 여성의 활동이 취약한 분야 중점 육성, 성별 고정관념을 탈피한 진로선택과 이에 대한 중점 지원 등이 담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의 장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양성평등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또한 성평등교육 증진을 위한 교육정책 전반을 심의하는 교육부 장관 자문기구인 ‘남녀평등교육심의회’의 명칭을 ‘양성평등교육심의회’로 변경하도록 했다. 권 의원은 “디지털성폭력 등에 우리 아이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교육은 사안 처리 및 형식적 성교육, 성폭력예방교육에만 급급해 왔다”며 “개정안 통과로 성교육, 성인지교육, 성폭력예방교육을 아우르는 종합적 양성평등교육체계가 속히 구축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말기암 남편 살해하고 뒤따라 간 70대 여성…일본에 또 ‘나홀로 간병’ 비극

    말기암 남편 살해하고 뒤따라 간 70대 여성…일본에 또 ‘나홀로 간병’ 비극

    일본에서 70대 여성이 말기암을 앓고 있는 남편을 목졸라 숨지게 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남편 병구완에 지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10년간 간병 피로에 의한 살인 등으로 200명 이상의 고령자가 목숨을 잃었다. 31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지난 14일 도쿄도 네리마구의 한 주택에서 70대 부부가 나란히 숨진채 발견됐다. 집안의 금고에서는 동반자살을 암시하는 아내(72)의 친필 유서가 나왔다. 경찰은 유서의 내용으로 미루어 말기암을 앓고 있던 남편(78)을 간병하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한계를 느낀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후 자신도 그 뒤를 따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부의 시신은 아들이 발견했다. 사이타마현에 살고 있는 장남(40대)은 며칠동안 전화를 해도 부모가 받지 않자 불안한 마음에 집으로 달려왔다. 아버지는 거실에 쓰러져 있었고 어머니는 방문 손잡이에 스카프를 걸어 스스로 목을 맨 상태였다. 사망한 지 여러 날이 지난 후였다. 경찰은 아내가 남편을 살해할 때 썼던 것과 같은 스카프로 자신의 목을 맨 것으로 추정했다. 약 30년 전부터 이곳에 살아온 부부는 동네를 같이 산책하는 모습이 주민들에 의해 목격되는 등 평소 사이가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에는 신년을 맞아 집으로 놀러온 손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70세까지 개인택시 운전을 했던 남편이 전립선암 투병에 들어가면서 이들에게 고통의 나날이 시작됐다. 아내 역시 갑상선에 병환이 있는 상태였다. 인근 주민에 따르면 아내는 담당의사의 권유에 따라 남편에게 요양시설에 들어갈 것을 권유했지만, 남편은 “그런 곳에 어떻게 가느냐”며 거절했다고 한다. 이들은 결국 구청 등에서 제공하는 사회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채 집에서 기약없는 투병생활을 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0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10년 동안 아내나 남편, 자녀 등 간병 보호자에 의한 살인, 상해치사, 동반자살 등으로 총 224명의 고령자가 목숨으을 잃었다. 살인이 86명으로 가장 많고 방치에 의한 사망 64명, 학대에 의한 사망 37명 등이다. 가족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18명이었다. 슈쿠토쿠대 종합복지학부 유키 야스히로 교수는 “간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행정당국의 복지 및 보건의료 서비스 체계에 편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왜 차선에 안 끼워줘” 트럭 운전자 폭행한 50대 실형

    “왜 차선에 안 끼워줘” 트럭 운전자 폭행한 50대 실형

    자신의 차량을 차선에 끼워주지 않는다며 앞에 있던 트럭 운전자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한 혐의로 5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았다. 30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박상구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폭행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월 21일 오후 3시쯤 서울 성동구의 한 사거리에서 자신의 차를 차선에 끼워주지 않는다며 앞에 있던 트럭 운전자 B씨의 멱살을 잡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XX야 평생 트럭이나 몰아” 등의 욕설을 하며 B씨를 뒤따르다 신호에 걸려 차량이 멈춰서자 트럭의 운전석으로 걸어가 문을 열어젖힌 다음에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폭행으로 피해자 B씨는 얼굴을 심하게 다쳤으며, 치아 2개를 발치하는 등 약 180일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었다. 재판부는 “운전자에 대한 폭행은 자칫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져 심각한 인명·재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며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인해 육체적 상해와 함께 심한 정신적 모멸감과 고통을 받았다.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이 전과가 없는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며 “피해 회복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폐광지 삼척 도계에 캠퍼스·복합헬스타운 추진

    폐광지인 강원 삼척 도계지역에 캠퍼스·복합헬스타운이 추진된다. 삼척시와 강원대는 29일 석탄산업의 쇠락으로 인구가 줄고 있는 도계읍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한 캠퍼스타운 조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는 오는 2025년까지 ‘석탄도시에서 관광·문화·복지도시로의 재창조, 블랙다이아몬드 도계’를 테마로 총 사업비 417억원이 투입 되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강원대는 도계캠퍼스를 주축으로 스마트 복합헬스케어도시 조성(K-뉴딜사업)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부터 본격화된 도계 도시재생사업은 경제기능회복(도계 콤팩트시티)을 중심으로 석탄산업 문화유산을 활용한 문화예술공간, 청년·광부 창업교육 및 영상미디어센터, 도계로 특화거리, 전통시장 브랜드화 사업 등이 추진된다. 또 주민중심 생활복지 실현(생활복지 특화도시)을 위해 웰빙케어 및 헬스케어 프로그램과 힐링쉼터 등이 진행된다. 강원대는 도계캠퍼스를 중심으로 스마트 복합헬스케어학과를 신설하는 등 고령화 사회 실버케어를 담당할 인력을 양성하고 치매코디네이터 자격제도를 추진하는 한편 대학주도의 지역 활성화를 위해 지역인재와 일자리가 연결되는 선순환 교육체계 구축에 나선다. 고령화 사회에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맞춤형 보건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대학 주도형 지역균형발전에 앞장서겠다는 복안이다. 삼척시 관계자는 “폐광지역인 도계읍의 인구감소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외곽에 있는 강원대 도계캠퍼스를 도계읍내로 끌어들여 대학타운이 형성되면 도계읍 회생에 많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삼척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이보희의 TMI] 당신의 ‘소울’에는 불꽃이 있나요

    [이보희의 TMI] 당신의 ‘소울’에는 불꽃이 있나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침체기를 맞은 극장가에 디즈니 픽사의 새 애니매이션 ‘소울’이 작은 불꽃을 일으켰다. 소울은 지난 22~24일 주말 동안 30만 30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소울의 선전에 힘입어 주말 동안 전체 관객수는 전주와 대비해 4배 이상 뛰었다.지난 20일 개봉한 소울은 27일 누적 관객수 50만명을 돌파했다. 수도권 2.5단계, 전국 2단계인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개봉 8일 만에 5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유의미한 기록이다. 현재 영화관에는 오후 9시 이후 운영 중단, 좌석 한 칸씩 띄어 앉기, 음식물 섭취 금지 등의 방역 조치가 내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 세대의 관객이 ‘소울’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고 있다. 소울은 앞서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과 ‘코코’를 만든 제작진이 내놓은 작품이다. 인사이드 아웃은 인간이 느끼는 슬픔, 기쁨 등 여러 감정을 시각화했고, 코코는 사후 세계에 대해 그렸다. 소울은 두 작품을 오묘하게 섞었다. 음악 선생님이자 재즈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주인공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해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조의 영혼은 사후 세계를 거부하고 ‘태어나기 전 세상’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지구에 갈 준비를 하는 아기 영혼(소울)들을 만난다. 그들은 여러 성격과 특기를 부여받고 마지막으로 ‘불꽃’을 얻는 순간 ‘지구 통행증’을 얻어 인간으로 태어나게 된다. 불꽃을 얻는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아 멘토가 필요하다. 멘토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자신만의 불꽃을 찾게 된다. 조는 수세기 동안 여러 멘토를 거쳤어도 불꽃을 찾지 못해 인간이 되지 못한 ‘소울 22번’(티나 페이)을 만나 자신의 몸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벌인다. 피트 닥터 감독이 전작 ‘인사이드 아웃’에서 인간의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그려 냈다면, 소울은 감정 그 이전에 나라는 존재가 어디서 오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태어날 당시에 “지금 막 세상에 나왔지만 이미 고유의 성격을 가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의 기억이 ‘태어나기 전 세상’의 가장 큰 모티브가 됐다. 반짝이는 상상력을 화면에 구현한 픽사만의 독보적 그래픽, 조가 선보이는 황홀한 재즈의 선율에 매료되고 나면 하나의 불꽃이 가슴에 남는다. 거창한 목표, 원대한 꿈만이 불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불꽃은 어느 날 마신 커피 한 잔일 수도 있고,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일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에 이어 격한 분노를 느끼는 ‘코로나 레드’, 절망감과 암담함을 느끼는 ‘코로나 블랙’까지 등장했다. 어린이나 어른 모두 지친 소울에 대한 위로가 필요한 때다.
  • [이보희의 TIM] 당신의 ‘소울’에는 불꽃이 있습니까

    [이보희의 TIM] 당신의 ‘소울’에는 불꽃이 있습니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침체기를 맞은 극장가에 디즈니 픽사의 새 애니매이션 ‘소울’이 작은 불꽃을 일으켰다. ‘소울’은 지난 주말 사흘(22~24일) 동안 30만3000여명의 관객을 모아 지난 20일 개봉 이후 5일 만에 누적 관객 수 40만명을 돌파했다. ‘소울’의 선전으로 주말 동안 전체 관객 수는 전주와 대비해 4배 이상 뛰었다. ‘소울’은 앞서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과 ‘코코’를 만든 제작진이 내놓은 작품이다. ‘인사이드 아웃’은 인간이 느끼는 슬픔, 기쁨 등 여러 감정을 시각화 했고, ‘코코’는 사후 세계에 대해 그렸다. ‘소울’은 두 작품을 오묘하게 섞었다. 학교 음악 선생님이자 재즈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주인공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해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조의 영혼은 사후 세계를 거부하고 ‘태어나기 전 세상’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지구에 갈 준비를 하는 아기 영혼(소울)들을 만난다. 그들은 여러 성격과 특기를 부여받고 마지막으로 ‘불꽃’을 얻는 순간 ‘지구 통행증’을 얻어 인간으로 태어나게 된다. 불꽃을 얻는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아 멘토가 필요하다. 멘토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자신만의 불꽃을 찾게 된다. 조는 수 세기 동안 여러 멘토를 거쳤어도 불꽃을 찾지 못해 인간이 되지 못한 ‘소울 22번(티나 페이)’을 만나 자신의 몸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벌인다. 피트 닥터 감독이 전작 ‘인사이드 아웃’에서 인간의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그려냈다면, ‘소울’은 감정 그 이전에 나라는 존재가 어디서 오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태어날 당시에 “지금 막 세상에 나왔지만 이미 고유의 성격을 가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의 기억이 ‘태어나기 전 세상’의 가장 큰 모티브가 됐다.반짝이는 상상력을 화면에 구현한 픽사만의 독보적 그래픽, 조가 선보이는 황홀한 재즈의 선율에 매료되고 나면 하나의 불꽃이 가슴에 새겨진다. 거창한 목표, 원대한 꿈만이 불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불꽃은 어느 날 마신 커피 한 잔일 수도 있고,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일 수도 있다.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이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것을 먹고 맛있다고 느끼는 것,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다. 일상 속 소소한 것들에 마음의 불꽃을 살며시 켜본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대구 조선은행에 폭탄… 일제 손에 죽는 치욕 대신 ‘옥중 자결’

    대구 조선은행에 폭탄… 일제 손에 죽는 치욕 대신 ‘옥중 자결’

    1929년 12월 28일자 신문 1면에 “근래에 보지 못한 대음모”, “미증유의 대사건” 등의 부정적인 수식어를 단 큰 사건이 대서특필됐다. 바로 장진홍 의사의 대구 폭탄 투척 의거이다. 일제는 사건이 발생한 뒤 2년 2개월이 넘도록 보도를 통제하다 장 의사를 비롯한 관련 인물들을 검거한 뒤에야 공개했다. 폭탄을 던져 일제 기관들을 폭파하기로 계획한 장 의사는 1927년 6월 일본인 고바야시로부터 다이너마이트 30개와 뇌관 30개, 도화선 등을 15원을 주고 구입해 폭탄을 만들기로 했다. 폭탄 투척 대상으로 삼은 곳은 경북도청, 경북경찰부, 조선은행 대구지점,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 등이었다. 의사는 냄비와 솥 등 쇠붙이를 부수어 파편을 만들고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해 폭탄을 제조했다. 동지를 규합하려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단독으로 거사를 치르기로 하고 경북 칠곡군 봉화산 골짜기에서 폭탄 성능 실험에 성공했다.1927년 10월 18일 아침. 대구 덕흥여관에 투숙한 의사는 나무상자 4개에 폭탄을 넣어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신문지로 포장했다. 11시 30분쯤 여관 종업원에게 소포 4개를 주면서 “나는 몸을 다쳐 걸을 수 없으니 이 벌꿀 선물 상자를 조선은행, 도청, 식산은행의 순서대로 급히 배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종업원은 친절한 의사의 말에 의심하지 않고 소포를 받아 먼저 조선은행으로 가서 4개 중 1개를 전달했다. ●안동·영천경찰서 폭파 제2 거사는 실행 못 해 바로 이때 포병 출신 일본인 은행원이 화약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나무 상자를 열었다. 은행원들은 화들짝 놀라며 두려움으로 얼굴이 창백해졌다. 벌꿀 선물이라던 상자 속에는 불이 붙은 도화선이 2㎝밖에 남지 않은 폭탄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당황한 은행원들은 상자의 도화선을 끊고 다른 상자 3개는 건물 앞 공터에 갖다 놓고는 경찰에 연락했다. 대구경찰서 일경 10여명이 출동해 폭탄 3개를 은행 옆 길에 옮겨 놓았다. 채 2분이 지나지 않은 11시 50분쯤 폭탄이 굉음과 함께 잇따라 폭발했다. 현장에 있던 은행원과 일경 등 5명이 파편에 맞아 중상을 입었고 은행 창문 70여개가 부서졌다. 유리 파편이 대구역까지 날아갈 정도로 폭탄의 위력은 엄청났다. 장 의사는 1895년 6월 6일 칠곡군 인동면 문림리(현 구미시 인동)에서 태어났다. ‘충효’를 가훈으로 하는 집안 분위기 속에서 의사는 애국심과 효심을 중히 여기며 성장했다. 1907년 인명학교(현 인동초등학교)에 입학해 의사의 독립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 장지필 선생의 가르침을 받고 졸업했다. 장지필은 청년들에게 항일의식을 심어 주는 애국계몽운동에 일생을 바칠 것을 결심하고는 인명, 협성 등의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제자들에게 민족의식을 깨우쳐 준 우국지사였다. 의사는 1914년 3월 조선보병대에 들어갔다. 1910년 한일병합 후 대한제국 친위대를 개편한 부대였다. 조선보병대 입대는 독립운동을 위한 군사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다. 중도에 보병대를 그만두고 광복단에서 활동하던 의사는 일경의 감시가 심해지자 1918년 만주 봉천(현 선양)으로 갔다. 만주에서 의사는 조선광복단 이국필, 김정묵 등을 만나 과감한 무장투쟁을 벌이기로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러시아 하바롭스크로 넘어간 의사는 한인 100여명을 규합해 조선보병대 경험을 살려 ‘보병조전’(步兵操典)을 설치하고 군사훈련을 시켰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적군(赤軍)과 백군(白軍)의 내전이 격화되고 있었는데 하바롭스크가 백군에 점령되고 일본 관동군이 출병하자 귀국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귀국 후 의사가 착수한 일은 3·1운동 과정에서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었다. 집안의 전 재산인 전답 5두락(약 1000평)을 몽땅 팔아 조사 비용을 마련했다. 의사는 서적 행상으로 가장,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제가 자행한 학살, 방화, 고문 등을 상세히 조사해 문건으로 만들었다. 마침 1919년 7월 미국 군함이 인천항에 입항했는데 함대에는 경북 출신 승무원 하사관 김상철이 있었다. 의사는 김상철에게 조사서를 전달하고 세계 각국에 배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사는 일제에 항거할 최종 수단으로 폭탄 투척을 생각하고 있었다. 1927년 4월 무렵 일본인이면서도 한국의 독립을 염원하는 폭탄 전문가 호리키리를 만난 것은 의사의 의지를 불태우게 된 계기가 됐다. 호리키리는 의사에게 다이너마이트와 철편 등을 이용한 폭탄 제조법을 가르쳐 주었다. ●일경의 혹독한 고문에도 동지 이름 발설 안 해 의사는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후 인상착의를 바꾸고 도피해 경북 선산에 은신했다. 폭파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의사는 경북 안동과 영천에서 경찰서 등 주요 기관을 폭파하는 제2의 거사를 계획했지만 일경의 감시망이 좁혀지는 바람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신변의 위험을 느끼자 의사는 1928년 2월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경시청과 중의원에 폭탄을 던질 계획을 세우면서 오사카에서 안경점을 하는 동생집에 머물렀다. 한편 일제는 의사의 폭탄 투척을 중대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망을 좁혀 갔다. 수사 과정에서 관련이 없는 이정기 등 8명을 검거해 악독한 고문으로 자백하게 만든 뒤 진범으로 꾸며 재판에 넘기기도 했고, 폭탄 상자에 쓰인 글씨체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민족저항 시인인 이육사를 투옥시키기도 했다. 일경은 이런 엉뚱한 수사 끝에 마침내 의사가 벌인 일임을 알아내고는 체포에 혈안이 됐다. 그러다 일본에서 귀국한 노동자로부터 의사를 오사카에서 본 적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결국 동생집에 숨어 있던 의사는 일본으로 급파된 일제 형사들의 간교한 계략에 체포되고 말았다. 1928년 2월 19일 의사는 대구로 압송됐다. 의사는 “일본이 멸망할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며 이번 거사는 야만 일본을 타도하기 위하여 정의의 폭탄을 던진 것인데 성공하지 못하고 너희들의 손에 붙들린 것이 천추의 유한이다”라고 일경들을 호통쳤다. 또 조선인 경관들에게는 “한민족의 피를 받고도 일제 경찰의 주구가 되어 동족의 해방운동을 이다지도 방해하는 악질 조선인 경관의 죄상이야말로 나의 죽은 혼이라도 용서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일제는 공범을 대라며 혹독한 고문을 했지만, 의사는 어느 누구의 이름도 대지 않고 혼자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30년 2월 17일 1심에 이어 4월 24일 복심에서도 사형이 선고됐다. 의사는 하늘을 쳐다보고 크게 웃은 다음 주먹만 한 돌을 주머니에서 꺼내 재판장에게 던지고 큰소리로 “대한독립만세”를 삼창한 다음 다시 의자를 집어던지며 항거했다. ●張의사 자결에 재소자 1300명 만세·단식투쟁 최종심에서도 사형이 확정되자 의사는 일제의 손에 치욕스런 죽음을 당하느니 깨끗이 죽기로 결심했다. 1930년 6월 5일(음) 무더운 밤 11시쯤 의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순국했다. 의사의 나이 35세였다. 의사의 자결 사실을 안 대구형무소 재소자 1300여명은 만세를 부르고 단식투쟁을 하며 농성을 벌였다. 의사의 부모는 충격을 받고 세상을 떴다. 일경은 의사의 장례도 방해했다. 의사의 시신은 제대로 장례식을 치르지도 못하고 칠곡 석적면 남율의 언덕에 쓸쓸히 묻혔다.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의사는 순국하기 전 옥중에서 간수를 통해 조선 총독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너희들 일본제국이 한국을 빨리 독립시켜 주지 않으면 멸망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내 육체는 네놈들의 손에 죽는다 하더라도 나의 영혼은 한국의 독립과 일본 제국주의 타도를 위하여 지하에 가서라도 싸우고야 말겠다.”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K-경기뉴딜추진위원회 2차 전체회의 개최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K-경기뉴딜추진위원회 2차 전체회의 개최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K-경기뉴딜추진위원회(위원장 배수문·과천)는 지난 19일 대회의실에서 2차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뉴딜추진위원회는 그동안 그린, 휴먼, 디지털 등 3개 분과별 회의를 개최했고, 각 분과별 뉴딜사업의 이행사항을 점검했다. 이날 전체회의는 분과별 회의에서 도출된 안건들을 정리하고, 2021년도 경기도 및 도교육청 뉴딜사업에 추진상황 등을 점거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근철 대표의원은 “올해 뉴딜사업은 사업의 내용도 많고 예산규모도 만만치 않아 사업들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보완하는 작업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뉴딜정책과 관련하여 의원님들의 다양한 논의와 정책적인 제안을 부탁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경기도 유광열 경제실장의 “2021년 경기도형 뉴딜” 업무보고가 진행됐고, 도교육청에서는 하석종 행정국장이 “경기도교육청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 대한 업무보고를 이어나갔다. 경기도는 뉴딜사업과 관련하여 올해 28개 사업에 국비 5944억원을 확보했고, 69개 사업에 3106억원의 자체예산을 편성해 뉴딜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경기도교육청은 4조 7700억원의 예산규모로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교육체계 마련을 위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배수문 위원장은 “경기도 및 도교육청의 뉴딜사업들에 대해 꼼꼼하게 분석하고 검토하여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잘 대비하고,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31개 시·군과 협조하여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바이든-해리스’의 인문학적 가치, 다양성의 존중

    [강남순의 낮꿈꾸기] ‘바이든-해리스’의 인문학적 가치, 다양성의 존중

    인문학 지향 가치는 모든 인간의 평등한 존중바이든팀, 당선 확정 이후 ‘최초’ 여럿 만들어젠더·인종적 차별·배제 없이 포용·정의 모색 다양성 포용 못 하는 ‘동질성의 가치’ 절대화내 편-네 편 가르는 한국의 치명적 사회 질병모든 사람이 법적 보호를 받게 만드는 게 과제2021년 1월 20일 미국의 46대 대통령이 취임을 한다. 유엔에 속한 193개 나라와 속하지 않은 두 나라를 합치면 이 세계에는 195개의 나라가 있다. 미국은 이 195개 나라 중 단지 한 나라가 아니다. 21세기에 가장 강력한 지배력을 지닌 미국은 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 과학, 교육, 예술, 테크놀로지 등 거의 모든 영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신제국’(Neo·Empire)이라고 불리는 이유다.●바이든팀 모든 인종·종교·성소수자 존중 실천 의지 보여 미국 선거가 이번처럼 양극단으로 치닫는 경우는 없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거의 47%의 지지를 얻었던 도널드 트럼프는 투표 결과가 나온 뒤에도 승복하지 않고 ‘투표 절도’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광적인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급기야 1월 6일 그들은 국회의사당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난입을 선동한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에서 두 번의 탄핵을 당한 대통령이라는 수치스러운 표지로 역사에 남게 됐다. ‘트럼프주의’라는 신개념까지 등장하게 했던 ‘트럼프·펜스 정치’가 막을 내리고, 이제 ‘바이든·해리스 시대’가 문을 연다. 이번 선거가 과거 미국의 대통령 선거 때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부통령으로 지명을 받은 카멀라 해리스의 등장이다. 해리스의 등장은 미국이 대변하고자 하는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남성이 아닌 여성이며, 백인이 아닌 아시아·흑인계 사람인 해리스의 등장은 미국이 오랫동안 대변하고자 했던 사회적 가치의 한 자락을 보여 준다. 주변부에만 머물던 사람들이 서서히 중심부로 등장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2020년 8월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미셸 오바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과 빌 클린턴 등 명망 높은 이들이 찬조 발언을 했다. 그런데 유독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에 등장한 열세 살 소년의 발언이었다. 그의 이름은 브레이든 해링턴이며 말더듬증이 있다. 바이든은 2020년 2월 뉴햄프셔에서 해링턴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그때 바이든은 자신도 말더듬증을 이겨 내기 위해 평생 노력했음을 그에게 말해 주며 격려했다. 바이든을 만난 이후 해링턴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말을 더듬는다고 주변의 놀림을 받으며 살아왔던 한 소년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전역에 방송되는 사람으로 당당하게 등장했다. 해링턴은 그의 ‘연설’ 중 서너 차례 더듬거렸다. 그러나 그렇게 말을 더듬는 것이 그가 지닌 고유한 개성을 가로막을 장애가 아님을 자신에게 그리고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육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를 지닌 사람을 ‘열등한 존재’로 간주하는 사회적 통념을 홀연히 넘어서는 사건이다. 바이든·해리스 팀은 2020년 11월 선거 이후 당선이 확정된 후부터 이제까지 여러 ‘최초’의 사건들을 만들어 오고 있다. 바이든의 배우자인 질 바이든은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자신이 하던 대학교수 일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미국 역대 대통령의 배우자가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되는 ‘최초’의 사건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백악관 커뮤니케이션팀 7명 전원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다양한 인종의 여성으로 구성된 커뮤니케이션팀 7명 중 6명은 아이가 있는 여성이다. 또한 ‘최초’로 성소수자를 장관에 임명했다. 교통부 장관에 임명된 피터 부티지지다. 그는 38세이며, 성소수자다. 또한 부티지지는 자신의 배우자와 법적으로 결혼한 정치인이다. 부티지지의 장관 임명은 나이 차별과 성소수자 차별을 넘어서 평등사회를 구성하고자 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성적 지향으로 주변부에 있던 존재가 중심부로 호명되는 사건이다. 바이든·해리스가 지닌 정치사회적 지향점과 가치관을 담아내는 또 다른 ‘최초’의 사건이다. 21세기 여러 분야의 인문학이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다양한 젠더, 인종, 종교, 장애, 나이, 국적, 성적 지향을 지닌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존재로 존중받는 세계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성의 존중’이다. 미국의 바이든·해리스 행정부 역시 이러한 가치를 구체화하는 제도들을 마련하는 가능성의 문을 열고 있다. 그런데 ‘다양성’이란 무엇이며, 그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단순히 젠더, 장애, 인종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차이를 지닌 사람을 포함시켜 준다는 것만이 아니다. 그러한 보이는 객관적 표지들을 포함해서, 보이지 않는 주관적 가치관을 근원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다양성의 존중’은 젠더, 인종, 장애, 계층, 성적 지향, 종교, 나이 등의 근거로 자연스럽게 생각되던 차별, 배제, 불의의 문제를 넘어서서 평등, 포용 그리고 정의가 확장되는 세계를 모색하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와 연결된다. 이렇게 포괄적인 정의 문제와 연결되지 않은 단순한 ‘다양성의 칭송’은 각기 다른 색깔을 표면에 세웠을 때 ‘아름답다’고 하면서, 정작 그 각기 다른 색깔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배제라는 어두운 문제들을 보지 않으려 하는 ‘다양성의 낭만화’에 지나지 않는다. 트럼프·펜스 팀은 ‘차별 행정부’였다. ‘트럼프주의’가 대변하는 가치는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 기독교 우월주의와 타 종교 혐오, 남성 우월주의와 여성 혐오, 미국 우월주의와 외국인·난민 혐오, 성소수자 혐오 등 다층적 우월주의와 혐오의 정치를 확산시켰다. 결국 다양성의 가치가 아니라 그 반대인 동질성의 가치를 내세우는 정치를 해 왔다. 바이든·해리스 팀은 백인만이 아니라 모든 인종의 존중, 기독교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의 존중,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의 존중, 비장애인만이 아니라 장애인 존중, 또한 이성애자만이 아니라 다양한 성소수자의 존중을 정치사회적으로 실천하는 ‘평등 행정부’가 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어느 사회든 각기 다른 장점과 한계가 있다. 한국 사회의 가장 치명적인 사회적 질병은 다양성의 가치를 포용하지 못하고, 동질성의 가치를 절대화하는 것이다. 나와 ‘다름’은 곧 ‘나쁜 것’으로 간주하면서 내 편·네 편 또는 정상·비정상의 이분화된 이데올로기가 공기처럼 한국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종교는 난민, 여성, 타 종교 또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바이러스’를 확산하는 기능을 점점 강력하게 행사한다. 정치, 언론, 검찰 등의 분야 역시 이러한 동질성의 가치에 근거해 나와 동질성을 나누는 사람인 ‘내 편’이 아니면 모두 ‘나쁜 편’이라는, 흑백 논리적 편가르기가 한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다양성 존중, 평등·정의 제도화되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트럼프주의’로 상징되는 가치는 민주주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협하는 것임이 46대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민주주의의 주요 가치인 ‘표현의 자유’의 이름으로 대통령인 트럼프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를 퍼뜨리며 사람들을 선동해 왔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다. 그런데 트럼프와 그의 추종자들은 바로 그 표현의 자유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정치를 펼쳐 왔다.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 표현의 자유가, 그 민주주의의 뿌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의 딜레마’를 경험하게 됐다. 자가면역성은 스스로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자신에게 해를 가하기도 하는 상충적 기능을 지닌다. 한국에서도 한국판 ‘트럼프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의 이름으로 혐오의 정치, 그리고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의 정상화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오히려 민주주의의 토대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거짓 진술이 진실된 진술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법적 보호를 받는 아이러니가 한국 곳곳에서도 표현의 자유의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혐오 바이러스의 확장이라는 파괴적 무기로 돌변하고 있는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조차 여전히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한국에서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성소수자 장관 임명은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일 것이다.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트럼프·펜스 행정부가 미국 곳곳에 퍼뜨린 혐오 바이러스를 뿌리뽑으면서 평등의 제도화를 시도하고 있다. 바이든·해리스 시대가 대변하고자 하는 가치, 즉 다양성의 존중과 그를 위한 평등과 정의가 제도화되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한 곳이다.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를 아무렇지 않게 퍼뜨리는 언론, 정치, 종교집단은 바로 민주주의의 가장 심각한 위협이며 파괴자들이다. 다양성의 존중이 제도화되고 ‘모든’ 이들이 인간으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절실한 과제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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