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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샘프라스 ‘99호주오픈 불참

    │퍼스(호주)AP연합│세계 남자테니스 랭킹1위 피트 샘프라스(미국)가 올해첫 그랜드슬램대회인 99호주오픈에 불참한다. 폴 맥나미 대회 조직위원장은 3일 “샘프라스가 육체적,정신적으로 매우 지친 상태여서 호주 오픈에 참가할 수 없다고 그의 매니저가 알려왔다”고 밝혔다. 샘프라스에 앞서 여자부의 이바 마욜리(크로아티아)도 발 부상으로 호주오픈에 참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열두살 천사의 선물/李世基 논설위원(外言內言)

    “내가 죽거든 쓸만한 장기는 모두 기증하고 남은 신체도 해부용으로 제공하라”. 이는 국내 최초의 안과의사이자 세벌식 한글타자기의 기수였던 공병우 박사의 지난 89년 유언이다. 그 유언이 센세이셔널한 충격을 불러일으킨 것은 한사람의 사회인이 자신의 삶의 결과를 어떻게 책임지고 마무리짓는가에 대한 답안지였기 때문이다. 이번 12살짜리 김지원군의 장기기증 소식은 이와는 다르다. 이 소년은 아직 인생을 시작하지도 않은 새싹같은 존재다. 한창 뛰어놀면서 꿈과 희망에 부풀어야 할 어린 소년의 죽음이란 그 부모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안타까움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소년은 성탄 전야에 뇌사판정을 받고 심장과 신장등 자기가 못다한 삶의 부분들을 남에게 나눠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어진 인생을 살고난 후 기름이 모자란 등불처럼 허무하게 사라져버리기 마련이다. 삶에 대한 보람도, 인생의 목적의 성취도 확인할 수 없이 그저 먹고 살기에 급급한 나머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지도, 그래서 준비하지도 못한채 무의미하게 종말을 맞고 만다. 그래선지 꺼져가는 생명에 또 하나의 생명을 주고, 자신도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아름다운 죽음을 보면 부끄러워질때가 많다.타인에게 나의 신체의 일부를 떼어주는 일은 아직 일반화되지 않아서 장기이식은 인공장기 공급이 충분치 못한 형편에서 그 중요성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더구나 아직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서 장기를 떼어내야 한다는 어려움때문에 필요한 사람은 많은데 장기기증이 부족한 현실에서 이를 악용한 사기 매매사건 등이 문제로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서 소년의 죽음과 장기기증은 무엇보다 값지고 숭고하다. 실제로 영혼이 떠난 육체란 생텍쥐페리의 말에 의하면 ‘훌륭한 연장’에 지나지 않을수도 있다. 셰익스피어도 ‘죽을 것인가, 살것인가’라는 유명한 대사에서 “죽는 것은 잠자는 것, 그래서 잠들면 꿈을 꾸게 되며 그 꿈속에서 어떤 꿈을 꿀것인가가 문제”라고 외치고 있다. 12살 소년은 7명에게 그가 못다한 삶을 나눠주었고 그의 싱싱한 심장박동소리는 언제까지나 힘차게 울리게 될것이다. 그리고 7배로 늘어난 그의 꿈은 이 세상에서 그가 되고 싶었던 모든 꿈을 고루 성취하게 될 것이다.
  • 민주열사 열전:19/前 성균관대생 崔東(정직한 역사 되찾기)

    ◎노동운동 헌신… 고문 후유증 시달리다 분신/‘인노회’ 관련 구속… 수면기능 망가져 정신분열증세/‘인간 파괴’ 절망의 벼랑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선택 ‘어찌하여 감옥에 들어서자마자 죄를 지었노라고 자백하지 않았느냐? 고문자들 앞에 서거든 유죄임을 인정하고 죽어라.결코 거기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유럽에서 ‘마녀사냥’이 횡행하던 16세기초 독일의 프리드리히 슈페 폰 랑엔펠트 신부가 했던 말이다.그는 종교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죄인들과 처형장까지 동행했던 참회신부였다.죄없는 사람들이 고문에 버티다 결국 절망의 나락까지 떨어진 끝에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수없이 보았다.그가 말하고자했던 것은 무엇일까.바로 고문 앞에 한없이 무력한 인간과 고문이 가져오는 인간성 파괴였다. 수십년 독재정권을 겪었던 우리 사회도 고문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문은 정권수호를 위한 강력한 도구였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최대 피해자는 결국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 정권에 도전한 사람들이었다. ○법정진술서 “도덕적 승리” 주장 전 성균관대생 崔東(80년 입학)도 그들중 하나였다.그는 10여년간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앞장섰다.그러나 어느날 공안기관의 조사를 받은 뒤 정신분열현상을 보이다 황폐한 삶을 마감했다. 최동은 90년 8월7일 한양대의 한 강의실에서 분신자살했다.하지만 그의 유서에는 시국관련 분신자들이 흔히 남기는 ‘독재타도’나 ‘외세타도’ 등 정치적 내용은 없었다.‘저들의 목적은 인간을 파괴시키는 것이었습니다.지금의 저는 폐인이나 다름 없습니다’란 절망적 몸부림의 흔적이 있을 뿐이었다.이는 그가 걸어왔던 노동자와 민주주의를 위한 길을 더이상 갈 수 없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이었다.그리고 분신은 그런 길을 걸을 수 없는 자신의 존재 부정이었던 것이다. 朴炯圭 목사는 장례식 조사에서 이렇게 그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했다.“지배자들은 사람들에게 굴복할 것을 강요합니다.그러나 고문의 후유증으로 육체적·정신적으로 불의에 맞설 힘이 없었던 최동 열사는 무릎을 꿇기보다는 마지막 싸움의 무기로 죽음을 선택한 것입니다” 최동은 대학1학년때부터 학생운동에 적극 참여했다.80년 5월 문무대 병영집체교육 거부운동을 주도적으로 벌였고 2학년때는 공개적 이념동아리인 ‘심산연구회’ 결성을 주도했다.심산(心山)은 성균관대 설립자이고 반독재운동가인 金昌淑 선생의 호이다.최동은 여기서 1학년 후배들 뿐만 아니라 2학년 동기들에게까지 학습을 지도했다.그리고 4학년때 광주항쟁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는 학내시위를 주도했다가 처음으로 구속된다.이때 재판에서 그는 최후진술을 통해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는 인간적 승리,도덕적 승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신념에 가득찬 민주투사로사의 면모를 보여준다. 9개월 복역후 출소한 최동은 정부의 복학허용을 개량화 조치라며 거부하고 84년 노동운동에 뛰어든다.부천의 삼창정밀 동광정밀 등에서 프레스공으로,(주)세일에서 재단사로 일한다.수형전력이 발각될까봐 주로 소규모 작업장을 전전하며 동료 노동자들의 노동의식을 일깨우는데 주력했다.외부에서는 다른 노동운동가들과 연대작업에 힘을 기울였다.그러나 활동가 중심의 노동운동이 현장과의 유리라는 한계를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현장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노동운동’을 표방하는 인천·부천 민주노동자회(인노회)는 그런 한계를 넘어보려는 의지의 산물이었다.최동은 88년 3월 인노회 결성에서 산파역할을 했다. ○기각된 영장 재청구해 발부 받아 89년 2월 검찰은 국가보안법 이적단체구성죄를 적용해 인노회 관계자 6명을 구속했다.최동도 4월 부천 심곡동 자취방 앞에서 붙잡혀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연행된다.하지만 관련자들은 인노회가 공개적 노동자들의 대중조직이라고 주장했다.담당판사도 인노회가 노동운동을 위한 단체임을 인정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그러나 검찰은 강성의 다른 판사에게 재신청하여 영장을 발부 받는다. 최동은 동료들에게 시간을 벌도록 처음에는 묵비권으로 버티었다.또 고문조작 수사를 막기 위해 취조실 욕조에 머리를 찧어 자해를 기도한다.그러나 경찰병원에서 7바늘을 꿰매는 응급치료만을 받고 다시 20여일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구치소 수감 직전에도 그는 극도의 정신적 압박감에 시달리다칫솔대를 부러뜨려 목을 찌르는 자해를 한다.하지만 이때도 외상만 치료받고 하룻만에 구치소에 수감되고 만다. 최동은 출소후 조사기간 내내 거의 잠을 못자며 취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수사관들이 교대로 취조를 했고 취조를 안할 때는 밝은 조명과 괴상한 소음을 이용,잠을 못자게 해 수면기능을 파괴했다고 말했다.고문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수많은 고문중에서도 잠을 안재우는 고문이 가장 참기 힘들다고 말한다.어머니 金順玉 여사(62)는 “동이가 구치소 수감 직전부터 이미 눈빛이 정상이 아니었다.경찰병원 의사도 주의깊은 관찰과 치료가 요구된다고 진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치소에서도 조사 때의 수면기능 파괴로 인한 불면에 계속 시달렸다. 그리고 7월 초부터 심한 발작과 실어증세를 보인다.의도하지 않은 말 등 의식과 행동이 따로 작용하는 증세도 뒤따랐다.책이나 신문도 전혀 못 보는 등 상태가 악화되자 종로신경정신과에서 외래진료를 받았는데 ‘정신분열증’ 진단이 나왔다.하지만 이런 비정상적 정신상태에서도 수감된 채 재판이 계속 진행됐다.9월18일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가 결정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비정상적 정신상태서 재판 출소후 종로신경정신과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적들이 나를 무능하게 만들었다” “AIDS균으로 나를 죽이려 한다” “계속 감시당하고 있다”고 하는 등 극도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였다.그리고 90년 4월 부천의 한 자취방에서 연탄가스로 자살을 시도한다.이후 그는 수영장에 가거나 집에서 가까운 한양대로 산책을 나가며 건강회복을 위해 힘쓴다.정치이념이 철저하고 논리가 ‘칼’같아 마오쩌뚱에서 이를 따 ‘마동’으로 불렸던 최동.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학교와 노동현장에서 인정받았던 이러한 탁월함을 되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하지만 노력도 헛되이 스스로 한많은 세상을 뒤로 하고 말았다.8월 7일 아침 평소처럼 “운동하고 오겠다”며 집을 나섰던 그는 잠시후 검게 탄 시신이 돼 있었다. □약력 ●1960 서울 정동 출생 ●80 서울 환일고 졸업.성균관대 국문과 입학 ●81 학내 동아리 심산연구회 창립●83 광주항쟁 진상규명 요구시위 주도.9개월 복역 ●84 부천에서 노동운동 투신 ●88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결성 ●89 인노회사건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 ●90 한양대에서 분신.한양대 부속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운명 ◎崔東 가족들/“치료만 제때 받았어도…” 회한/4남매중 셋이 학생운동/아버지 홧병으로 사망 “제때 치료만 받았어도 그렇게 가지는 않았을 텐데…” 최동의 어머니 김순옥 여사가 가슴에 묻고 있는 안타까움이다.대공분실 조사때부터 입원치료를 애원했으나 거절당했다고.구치소에서도 ‘충분한 휴식과 요양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을 계속 무시했다고 한다.결국 출소할 때까지 제대로 손도 못쓴 채 아들의 증세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다는 것이다.김여사는 아들이 노동운동을 할 때도 부천에 전세방까지 얻어주고 밥도 해주는 ‘후원자’였다.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자 기왕 할거라면 굶지 말고 하라는 모정때문이었다.그런 아들이 제때 치료를 못받아 죽은 것이다. 김여사의 비극은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아들의 49재가 끝나자마자 남편 최수호씨(당시 56세)까지 잃은 것이다.여자인 자신과 달리 슬픔과 분노를 가슴속에 꾹꾹 눌러 담기만하다가 홧병으로 가고 말았다고 했다. 4남매중 셋이 학생운동을 한 ‘덕’에 김여사는 구치소라면 치가 떨린다고 했다.장남인 최동의 바로 밑 여동생 숙희씨(35)는 서울여대 재학시절 야학문제로 1주일간 유치장 신세를 지고 나왔다.오빠가 구치소에 있을 때는 거의 매일같이 어머니와 함께 옥바라지를 했다.출가했지만 친정어머니인 김여사와 함께 사는 그녀는 “면회때면 제게 항상 귀엣말로 동료들을 조심시키라고 당부했다”며 “오빠이기 이전에 동지로서 존경의 대상이었다”고 고백한다. 둘째동생 재동씨(34)도 민정당연수원 점거사건으로 영등포구치소에서 6개월간 복역했고 2년간 수배생활을 하기도 했다.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현재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 클린턴의 운명 3가지 시나리오

    【워싱턴 崔哲昊 특파원】 클린턴 대통령은 과연 의회 탄핵의 현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아니면 의회에 굴복,사임을 선언할까. 크리스마스 휴가를 앞둔 워싱턴 정가는 클린턴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갖가지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중요도에 비해 뚜렷한 절차나 선례도 없이 130년 만에 열리는 것이어서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앞으로 취할 수 있는 선택은 크게 3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해볼 수 있다. ◎生­민주·공화 빅딜/국민에 사과성명 견책·벌금 유력 이 시나리오는 현단계에서 가장 많은 여론 지지를 받고 있는 방안이다. 21일 포드와 카터 등 전 대통령도 이 방안을 적극 호소했으며 연일 행해지는 여론조사도 이를 강하게 밀고 있다. 또 이 협상이 이뤄진다면 현재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양당 대결에도 상당한 전환점을 가져다줘 결과적으로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크다. 그만큼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 협상의 내용은 클린턴에 견책을 할 것인가 혹은 벌금을 물릴 것인가를 놓고 법률적·현실적 논의들이 한창이다. 견책은 3권분립의 기초를 토대로 의회나 법원이 공식적으로 대통령에게 견책을 내린다는 형식이 취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전에 클린턴으로부터 연방대배심 앞 증언내용이 거짓이며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절차가 선행될 것이 요구될 것이다. 벌금의 경우 현재 논의되고 있는 벌금액수는 100만∼450만달러선. 물론 클린턴 사재에서 내야 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벌금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만일 권력분립의 원칙이 금전으로 매김된다면 앞으로 돈 있는 자는 의회나 법원을 무시해도 된다는 선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아직 이 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공언하지만 클린턴에 상처를 낼수록 공화당 역시 여론의 지탄을 받는 현실을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死­최악의 경우 사임/민주당 강력 반대/결단 가능성 희박 현실적으로 가장 가망성이 적어보이지만 이는 공화당의 지상과제이며 하원 탄핵결정 이후 상당한 동요가 클린턴에 있었다는 점이 그 가능성을 배제치 못하게 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이후 클린턴의 인기가 올랐지만 정작 의회 내에서는 탄핵 이후 클린턴에 돌아서는 민주당 인사가 늘었다는 점은 상당히 시사적이다. 또 만일 그의 상원 탄핵심판 개시를 앞두고 주가가 폭락한다든가 환율이 극적으로 떨어져 가뜩이나 전망이 불투명한 경제가 더욱 어두워지는 등 외부적인 동요가 몰아쳐올 경우 모든 책임은 당연히 클린턴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 경우 참기 어려운 지경까지 간 클린턴으로서는 심판 이전에 사임하는 ‘대범한’ 길을 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그가 결심한다 해도 민주당 진영은 그의 사임 발표를 어떻게서든지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학자들은 이번에 클린턴이 사임한다면 앞으로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 탄핵은 밥먹듯 행해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868년 앤드루 존슨의 경우 하원 탄핵에 이어 상원 표결때까지 버텼기 때문에 이후 탄핵이 거의 없었다는 지적한다. 만일 그가 상원표결 이전에 사임했다면 이후에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수도 없이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傷­상원 표결 강행/탄핵안 부결 확실 상처뿐인 영광 내년 1월6일 상원 개원때까지 양당이 별다른 가시적 타협이나 다른 외적 요인이 없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 주재로 모든 절차는 법정형태로 열린다. 100명의 상원의원이 배심원이 되는 이 ‘재판’에서 클린턴 변호인단은 데이비드 켄달,찰스 루프,조지 크래이그 등이 맡게 되며 검사역은 하원 법사위 원장 헨리 하이드가 맡아 치열한 공방전을 펼칠 전망이다. 여기에도 확정되지 않은 문제점들이 있다. 우선 회기가 정해지지 않았다. 양측의 마찰에 따라 줄어들 수도,혹은 길어질 수도 있다. 또 과연 관련자들을 참석시킬 것인가 혹은 서면이나 대리인을 출석시킬 것인가도 난제 중 하나이다. 심판 절차를 일반에 공개할 것인가 여부도 정해진 절차가 없다. 전문가들은 주요한 사항은 비공개 진행 뒤 결과만 밝혀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들은 회기를 질질 끄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표결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탄핵결정을 내리려면 현재 구도(공화 55,민주 45)에서 공화당쪽에 12표가 더 필요하기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탄핵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 재판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클린턴은 이미지에 또 한번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며 정신·육체적으로 기진맥진할 것이 예상된다.
  • 해장술은 알코올 중독의 지름길/술권하는 사회… 잘못된 상식들

    ◎한두잔후 운전하려면 최소 1시간 지나야/반주도 알코올농도 20%되면 소화력 저하/“음주후 성생활 도움”은 일시적 현상일뿐/술은 백혈구 이동 억제… 질병저항력 약화 IMF로 무너진 가정,술로 또 무너진다고 할만큼 최근 알코올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했다.특히 연말을 맞아 잦아진 송년모임으로 술을 접할 기회가 부쩍 늘어나는 때다.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1명꼴로 알코올중독 증상을 보이며,중독까지는 아니더라도 술로 인해 가끔 장애를 겪는 경우는 20∼25%에 이른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있다.더욱이 ‘술 권하는’우리 문화의 특성은 술의 부작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끔 해 더욱 큰 문제라고 전문의들은 한결같이 지적한다. 술은 근본적으로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물질로,마시면 중추신경을 조절하는 작용이 해체되면서 흥분상태로 들어가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이같은 초기 상태가 지나면 기억력과 집중력,자의식이 차츰 둔해진다. 술은 다른 음식에 비해 흡수속도가 아주 빨라 마지막 음주후 30분에서 90분사이에 최고 농도를 보인다.44g의 알코올을 위스키(0.12ℓ)로 마실 경우 혈중농도는 최고 67∼92㎎/㎗로 나타나지만 식사를 함께하면 30∼53㎎/㎗정도로 낮아진다.같은 양의 알코올을 맥주(1.2ℓ)로 마시면 빈속일 때 41∼49㎎/㎗,식사에 곁들일 때 23∼29㎎/㎗정도이다. 정상적인 간 기능을 가진 사람의 알코올 대사능력은 한시간에 체중 1㎏당 12㎎이다.운전을 하려면,술 한두잔에 한시간씩의 시간이 지나야 혈중농도가 떨어져 안전하다.따라서 빈속에 마시지 말고 안주를 잘 먹는 게 덜 취하는 비결이다. 일반적으로 적당한 음주는 소화작용을 돕는다고 알고 있다.그러나 실제 위장내 알코올 농도가 10%일 경우 위산의 분비를 증가시키지만 소화를 도와주는 펩신은 늘지 않는다.알코올 농도가 20%가 되면 위즙분비가 줄어들고 소화력도 떨어진다.술이 소화를 돕는다는 것은 기분에 불과할뿐이다. 술에 관한 잘못된 상식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성생활에 도움을 준다는 속설. 음주후 정신적 억제가 풀리면 일시적으로 성욕이 증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실제로는 성기관에 나쁜 영향을 줘 성감(性感)을현저하게 떨어뜨린다.남성의 만성음주는 간의 손상과 함께 발기부전,불임,고환위축 및 유방의 여성화를 불러일으킨다. 또 술은 조혈작용을 방해해 혈소판 감소와 적혈구,백혈구의 이상을 초래하기도 하며 염증부위로 백혈구가 이동하는 작용을 억제,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한다.그러므로 감기에 소주를 마시면 낫는다는 등의 말은 옳지 않다. ‘술독은 술로 푸는 게 최고’라며 간혹 술로 숙취를 다스리는 사람도 있는데 알코올중독으로 가는 지름길이다.시간간격을 두고 술을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증가하지는 않지만 신체대사 능력에 이상이 생겨 수일내로 육체적 의존성이 발생한다는 것.의학적으로 술을 끊은 지 12∼72시간에 무력감 불안감 등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술을 다시 마시면 이런 증상이 줄어 ‘술을 술로 푼다’는 말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음주가 수면을 돕는다고 믿기도 하는데 잠이 들 때까지의 시간을 단축할 수는 있지만 숙면을 방해해 중간에 깨며,장기적으로는 술을 먹지 않으면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도움말 오산신경정신병원 정신과전문의 기선완(0339)374­6744,인제의대 상계백병원 내과 이진호 교수(02)950­1001
  • 의자를 치우면 건강이 좋아진다

    ◎건축사회학 전공 美 캘런 크렌츠 교수 ‘의자’서 주장/좌식생활 등뼈·허리·횡경막 등 긴장시켜/서있는 것보다 척추에 압력 30% 더 가중/하루 15분 딱딱한 바닥에 누워 쉬도록 잠시라도 의자에서 떠나라.그러면 당신의 건강은 훨씬 좋아진다. 건축사회학을 전공한 미국 캘리포니아대 캘런 크렌츠 교수(여)는 ‘의자’로 세계를 본다.지호출판사에서 나온 ‘의자’에는 의자의 역사,사회학,인간 환경공학,생체공학,인류학 등 의자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잠자는 때를 제외하면 인류는 대부분의 시간을 의자에서 보내지만 태초에는 의자가 없었다.의자에 앉아 있는 흙인형은 신석기 시대에 발견됐다. 의자는 권력과 신분을 상징한다.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 레이건 대통령이 부재중이었을 때 절대 레이건의 자리에 앉지 않았다.권좌를 의미하는 영어 throne은 세력가가 타고 다니는 가마에서 유래됐다.앉아서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그는 분명 권력자일 것이다.의장을 chairman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자는 산업혁명이 일어난 19세기에 본격적으로 보급됐다.공장노동이 농업노동과는 달리 의자에 앉는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좌식생활이 근대화와 진보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그러나 의자는 과연 인간을 편하게 해주는 이기(利器)일까. 이에 대한 크렌츠의 답변은 반(反)의자적이다.의자에 앉는 것은 척추,등 근육,허리부분 신경과 횡격막 등을 긴장시켜 서 있는 것보다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을 30%가량 증가시킨다.또 허리를 곧게 펴지 않고 구부려 앉으면 갈비뼈들이 횡경막을 배쪽으로 내리눌러 폐와 소화기관의 과로를 가져온다.미국에서 근로자들이 감기 다음으로 잘 걸리는 병은 허리통증.육체 노동자들보다 사무실 노동자들이 25% 더 많다는 조사도 있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의자에 앉았을 때 발뒤꿈치가 반드시 바닥에 닿아야 하며 의자 끝부분이 아래로 휘어야 한다.더 좋은 것은 인공적인 수직앉기의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인간은 걷고 서고 달리고 뛰고 사냥하고 물고기를 잡고 움직이도록 창조되었다.도구를 이용한 앉기는 본성이 아니다. 인류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인간이 꾸준히 취하고 있는 몸의 자세는 1,0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직각으로 의자에 앉는 것은 전 세계인구의 1/3에서 1/2에 불과하다.척추가 쉴수 있도록 하루 15분 정도는 단단한 바닥에 누워라.기어다니거나 쪼구려 앉는 것도 좋다.쪼구려 앉아서 빵을 굽는 것은 에어로빅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조사도 있다.결론은 의자를 통해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을 줄이고 가능하면 땅과의 접촉을 늘리라는 것이다.
  • ‘大盜’ 15년만에 ‘세상밖으로’/“육체능력 저하,재범우려없다”

    ◎서울고법,보호감호처분 기각 ‘대도(大盜)로 불리던 趙世衡씨(54)가 26일 오후 15년만에 풀려났다. 지난 66년부터 범행·수감·출소·재범·탈주·재수감으로 이어진 ‘趙씨의 악순환’은 일단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李昌求 부장판사)는 이날 趙씨에 대한 보호감호처분 재심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깨고 검찰의 보호감호처분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은 趙씨에게 아직 재범의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했지만 趙씨는 15년 이상 수감생활로 이미 육체적 능력이 저하됐고 지난 90년 종교에 귀의,꾸준한 교화를 거쳐온 점 등에 비춰 범행을 저지를 우려가 적다”고 밝혔다.
  • 루브/연극

    사랑이란 단어는 진실한 의미보다는 불성실과 육체적 욕망,그리고 돈에 관련해 더욱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래서 작품 제목을 ‘LOVE’가 아니라 ‘LUV’라 했다고 작가 머레이 쉬즈갈이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루브’는 작가의 말처럼 왜곡된 사랑을 주제로 한 코미디극이다.지극히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인물 밀트가 새 애인과 결혼하려고 아내 엘렌을 대학 동창 해리에게 단돈 5달러에 팔아넘긴 뒤 우여곡절 끝에 재결합한다는 황당한 내용. 공연내내 폭소를 자아내는 줄거리가 이어지지만 세 주인공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가는 비틀어지고 뒤틀린 사랑찾기가,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한번쯤 되돌아보게 한다. TV에서 낯익은 탤런트 이일화와 영화배우 박준규를 비롯,홍성수 최수이 신정근 오세준 등이 출연한다. 문석봉 연출. 내년 1월3일까지 서울 이화동 인켈아트홀. 평일 오후 7시30분,금 오후 4시·7시30분,토 오후 4시·7시,일,공휴일 오후 3시·6시,월요일은 쉰다. 극단 광장.(02)3672­1392
  • 예술의전당 우리시대 연극시리즈 ‘미친 키스’

    ◎현대인의 접촉요구 코믹하게 표현 예술의 전당이 주최하는 ‘98 우리시대의 연극시리즈’중 두번째 무대. 현대 도시인의 정서적 공황상태를 어느 남자가 육체적 접촉에 집착하는 것으로 표현해냈다. ‘남자충동’‘꽃뱀이 나더러 다리를 감아보자 하여’등을 감각적으로 연출해 주목을 받아온 30대 연출가 조광화가 맡았다. 이 작품에서도 그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특유의 유머와 다층적인 꾸밈으로 코믹하고 재미있게 치장했다. 주변 세계와 관계를 맺고자 끊임없이 시도하지만 결국 표피적인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는 도시인의 소외감이 우회적으로 묘사됐다는 평. 공연시간 1시간30분 내내 뛰고 구르고 춤추는 활동적인 무대로,‘안티고네’‘오구’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이남희와 무용을 한 김수영,음악도 김기순 등이 출연한다. 27일∼12월1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평일 오후 7시30분,금·토 오후 3시·7시30분,일·공 오후 3시·6시,월요일 쉼.(02)580­1880
  • 한국인 경제상(IMF시대의 자화상:1­3)

    ◎향후 경제 전망/최근 경기저점 논쟁 불구 41% “정상화 4∼5년 걸려”/40대·주부·대졸이상 경제위기 체감도 높아/“실업대책·경기부양 경제정책 역점둬야” 국민들은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이후 우리 경제의 진로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면서 최근 경기저점(低點) 논쟁이 일 정도로 경기회복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것 같다. 여론조사 결과 ‘요즘 우리경제가 어떻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79.7%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18%는 약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 전체의 97.7%가 어려운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위기 및 불황에 대한 심각성과 체감 정도가 매우 높은 것을 확인해 줬다. 우리경제를 약간 좋은 상황으로 보는 쪽은 0.3%,매우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0.2%에 그쳤다. 요즘 우리경제를 매우 어렵게 보는 사람들 중 연령별는 40대(84.4%),교육 수준별로는 대졸이상(80.7%),직업별로는 주부(82.5%)가 가장 많았다. 미혼자(74.1%)보다는 기혼자(81.6%)가,월 소득 300만원 이상(78%)의 고소득자보다는 100만원 미만의 저소득자(81.3%)가 상대적으로 지금의 경제여건을 비관적으로 봤다. 이런 진단은 경기전망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우리나라의 경기가 97년 수준으로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여기는 시기를 4∼5년 이내라고 답한 사람이 41.5%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3년 이내(26.4%),6∼9년 이내(15.1%),2년 이내(8.8%),10년 이후(7.4%) 등의 순이었다. 6년 이상 걸린다는 사람이 22.5%나 된다는 얘기다. 1년 이내에 정상화된다고 본 사람은 불과 0.7%였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가 역점을 둬야 할 경제정책(중복응답)에 대해서는 고용유지 등 실업대책(43.6%)이 가장 많았다. 경기활성화 및 내수진작(41.6%)과 물가안정(32.9%)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소비지출을 권장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2.8%에 그쳤다. 정부가 경제의 활성화와 경기회복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소비지출 확대 유인책을 강조하고 있는 점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내년 이맘때 부동산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지금과 변함없을 것으로 본 사람(39.8%)이 가장 많아 부동산경기가 쉽게 되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금보다 약간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 쪽은 33.6%였다. ◎IMF체제 책임 소재/“경제난은 정치인 책임” 첫손 꼽아/젊을수록 강한 비판… “YS·경제각료 탓” 뒤이어/고통은 근로자 가장 크고 정치권 적게 받아/“정리해고는 최소화 고용은 최대유지를” 우리나라가 IMF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된 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당시 대통령이나 경제각료를 제치고 정치인이 꼽혔다. IMF체제에서 가장 고통을 덜 받고 있다고 여기는 계층으로 정치권을 든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경유착 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심화돼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IMF의 책임주체를 정치인으로 꼽음으로써 경제청문회에서 정치인들이 도마 위에 오를 지 주목된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IMF 구제금융을 받는데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30%는 정치인을 꼽았다. 당시 대통령과 경제각료라고 지적한 사람은 각 26.2%와 26.1%로 정치인의 뒤를 이었다. 대기업에책임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9%,일반국민은 6.3%,외국의 투기자본은 1.3%였다. IMF의 책임주체로 정치인을 꼽은 사람을 연령별로 보면 20대 32.9%,30대 31%,40대 28.4%,50대 25.9%,60∼64세 24.4% 등으로 젊을수록 정치인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컸다. 특히 IMF체제에서 가장 고통을 덜 받고 있는 계층으로 정치권을 지적한 사람은 68.6%나 돼 공무원(12.4%)이나 정부(8.9%)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가장 고통받고 있는 계층으로는 근로자가 76.8%로 단연 앞섰다. 중소기업은 16.2%,모든 서민은 2.1% 등으로 IMF를 책임져야 할 계층은 고통을 적게 받는 반면 근로자와 중소기업 등 일반 서민이 IMF 고통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들이 겪는 고통의 정도는 정리해고와 임금삭감의 관계에 대한 시각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국민의 절대다수인 83.5%는 정리해고를 최소화해서 고용을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으며,정리해고를 통해 남은 사람들에게라도 제대로 임금을 줘야 한다는 사람은 16.3%에 그쳤다. IMF 이후 가장 심각한 사안을 실업자 문제로 인식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정리해고를 하지 않고도 우리나라의 경제회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54.6%는 최소 인원만 정리해고하면 경제회생이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대규모의 정리해고를 해야만 경제회생이 가능하다고 한 사람은 9.2%에 그쳤다. ◎대기업에 대한 시각/90%이상 “재벌 재편·해체해야”/빅딜에 정부 직·간접 개입 소수 주력기업 전환 기대/中企가 경제발전 더 노력 대기업 규제 강화해야 대기업(재벌그룹)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은 매우 곱지 않다. 현 대기업 체제가 소수 주력기업으로 재편되거나 해체되야 한다는 의견이 90%를 웃돌고 있는 점,정부가 기업간 빅딜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지금보다 더 강화시켜야 한다는 점 등이 이를 잘 대변한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경제발전을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매일과 유니온이 공동으로 실시한 전국민 라이프스타일 조사의 국가경제 부문에서 40대 남자와 대졸이상의 고학력자,화이트컬러,생활수준이 상층인 계층이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강했다. 현재의 대기업 체제를 소수의 주력기업으로 재편성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중 연령별로는 남녀 구분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30대가 75.9%로 가장 많았다. 남녀를 구분하면 남자는 40대가 77.7%,여자는 30대가 75.7%로 가장 많았다. 교육수준별로는 대졸 이상의 77.5%,직업별로는 화이트컬러의 74.4%,생활수준별로는 상층의 86.7%가 각각 소수의 주력기업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역별로는 12개 시 가운데 대전이 소수의 주력기업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사람이 82%로 가장 많았고 같은 충청권인 청주는 61.5%로 가장 낮았다. 반면 대기업이 해체돼야 한다고 한 사람은 대전이 12%로 가장 낮았으나 청주는 26.4%로 창원(26.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아 이색적이었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1.3%가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금보다 더 약화시켜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21.3%,현상태가 적당하다는 17.9%였다. 성별로는 남자 고령층인 60∼64세(48.6%),교육 수준별로는 대졸자(42.2%),직업별로는 육체노동자인 블루컬러(44%),생활수준별로는 상층(46.7%)이 대기업 규제를 지금보다 더 강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기업간 빅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1.2%가 정부가 어느 정도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한 반면 기업들의 자유의사에 맡겨야 한다고 한 사람은 15.3%에 그쳤다. 정부가 강제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사람도 13.1%나 됐다. 84.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빅딜에 개입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2.4%는 ‘그렇다’,22.5%는 ‘정말 그렇다’고 답해 절반이상이 중소기업 편을 들었다.
  • 李漢久 대우경제연구소장(기고)

    ◎“장관은 국가대사 집행하는 전략가”/장관들 일 잘하는 다섯가지 방법/모르는 부분 간섭말라 원리원칙 충실하게 결정/자율경영권 존중실속없이 큰 것만 찾지말라/일할 분위기를 만들라 행정 각부의 장관이라면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관존민비 사고의 뿌리가 강한 데다 현실 법규상 각급 정부조직이 갖는 권한 또한 막강하다. 중앙 정부조직의 최고의사 결정권자인 장관은 공적·사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는 위치에 있다.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사업결정과 정책집행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영역에 큰 영향을 미치고 각 부처 산하기관의 인사권에다 대외협력과 관련된 결정권을 쥐고 있다.그들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우수한 공무원 조직뿐만 아니라 뛰어난 두뇌집단인 국책연구소의 헌신적인 논리적 뒷받침을 받는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장관들의 정책수행능력에 대한 비판이 항상 제기된다. 그들이 당면하는 정책과제가 어려운데도 원인이 있지만 그들 스스로 얘기하듯이 원체 바쁘기 때문이기도 하다.반농담으로 그들은 ‘육체노동자’라고 자평한다.그들이 국가대사를 제대로 구상하고 현명하게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토록 하려면 그들에게 고급 정신노동자(?) 내지는 전략가로서 필요한 시간을 갖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장관들은 공통적으로 자기소관부처 내부의 각종 회의주관,국무회의 참석, 국회나 청와대 관계장관들과의 회의,민원인과의 대화,산하기관의 방문과 격려,현장확인 등 끊임이 없다. 장관들의 육체노동자화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불행한 나라가 될 수 밖에 없다.몇가지를 확실히 고쳐서 장관들을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첫째,정부기관이 하는 일이나 하려는 일이 너무 많다.성격상 시장에서 담당하거나 사회단체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까지 골고루 간섭하려니 턱없이 바쁘면서도 국민들한테는 좋은 소리를 못 듣는다. 잘 모르는 분야까지 참견하고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 정책의 효율적 집행이 잘 안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둘째,장관들이 단독 혹은 집단으로 회의한 결과 나오는 대책들이 실효성이 없거나, 시간을 놓쳤거나 현지 사정에 맞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몇년을 두고보면 같은 주제를 갖고 대책회의를 되풀이하는 게 너무 많다.심지어는 근본문제 해결보다는 땜질처방을 해 새로 회의할 거리를 만들어내는 일 또한 많다. 예를 들어 규제완화를 한다면서 회의하고 한편에서는 새로운 ‘규제만들기 회의’도 자주 벌어진다.매사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원리원칙에 충실하게 결정내어 준다면 유사한 회의의 빈도나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셋째,정부기관 내부에서 꼭 결정할 일이라도 장관을 대신해서 결정할 권한을 갖는 조직이나 사람이 있다면 그만큼 장관들은 남다른 역량발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행정위원회가 명실상부하게 운영되고 내부권한 위임이 철저하며 산하기관들의 자율경영권이 존중되면, 또 개인적 친분이나 과거 관행 때문에 참석하게 되는 각종 행사를 줄이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얘기다. 넷째,청와대나 국회 당정협의회 등 다른 기관에서도 장관들만 상대해야 자신들의 격이 올라가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타성을 버려야 한다. 언론들도 장관들이 책임져야 할 일과 부하나 산하기관이 책임져야 할 일을 구별해서 비판하는 자각이 요청된다.한국 사람들은 실속없이 큰 것만 좋아하는 게 아닐까? 다섯째,이상의 모든 개선조치에 앞서,‘준비된 장관감’을 대통령의 개인적 취향에 크게 관계없이 임명하고 활동할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이야 말로 가장 실효성 있는 절약방안이 될 것이다.
  • 학교폭력/지자체도 배상 책임/서울지법

    ◎“가해자와 함께 1억5,000만원 줘라” ‘집단 괴롭힘’ 등 학교폭력에 대한 피해를 가해학생과 그 부모는 물론 감독관청인 자치단체도 함께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徐希錫 부장판사)는 30일 심장병을 앓던 張모군(19·당시 서울Y고 2년)이 같은 학교 崔모군(19) 등 급우로부터 1년여동안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며 張군의 가족이 가해학생과 이 학교 감독관청인 서울시 등 16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위자료 3,250만원을 포함해 1억5,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집단 괴롭힘에 대해 감독관청까지 배상책임을 물은 것은 처음이며 최근 늘어나고 있는 학교폭력으로 미뤄볼 때 유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崔군 등이 張군을 1년여동안 집단적으로 괴롭히고 폭행을 가한 만큼 崔군 등과 그 부모들은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배상함이 마땅하다”면서 “특히 이같은 학생과 학교측의 과실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서울시도 함께 연대배상 책임을져야한다”고 밝혔다.
  • 작은 책이 아름답다/판형·페이지수 많지않아 읽기 편해

    ◎‘사설이란’‘신혼여행의 사회학’ 등 주제 쉽게 이해하도록 정리 작은 책들이 눈에 띈다. 신혼여행의 사회학(문학과 지성사),사설이란(LG상남언론재단),여성미학의 사회사(사계절)… 이 책들은 변형 4·6배판으로 크기가 작으면서 200쪽이 채 안된다.지면이 한정된만큼 심층적인 분석보다는 주제를 간략하고 이해하기 쉽게 다뤄 독자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그만큼 가격도 헐하다. ‘신혼여행의 사회학’은 신혼여행을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한다.저자 권귀숙씨는,신혼부부는 모두에게 완전히 공개되는 결혼식을 통해 ‘전면’에 나서지만 신혼여행을 통해 신비스런 사적 공간인 ‘후면’으로 빠져 들어간다고 말한다.신혼여행은 성(性)과 성(聖)의 세계이다.즉 육체적 결합을 통해 부부라는 사회적 승인을 받고 나아가 신랑·신부는 왕·왕비와 같은 일종의 성(聖)의 세계로 들어간다.그러나 시부모 선물을 준비하는 등 돌아갈 채비를 하면서 성(聖)의 세계는 속(俗)으로 돌아간다. 김호준 전 서울신문 논설주간은 ‘사설이란’에서 매사에 첫 단추를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듯이 관심을 끄는 주제와 핵심을 찌르는 서두로 독자의 눈을 붙잡아야 좋은 사설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아울러 독자의 긴장감을 유지하려면 논리적 수사적 긴박감을 늦추지 말아야 하며,영화팬들이 명화의 멋진 장면을 기억하듯이 독자들도 사설의 마지막 부분을 기억하기 때문에 사설의 끝 단락은 고갱이처럼 알차야 한다고 강조한다.저자는 이어 ▲사설을 쓰기전 기승전결의 멋진 설계도를 작성하고 ▲문장은 간명하고 쉬우며 ▲주장은 분명해야 한다고 덧붙인다.LG상남언론재단은 컴퓨터활용 보도론(추광영 지음),신문기사 제목달기(임종업 지음),오프 더 레코드(윤석홍 지음)등 언론관련 실용서적도 함께 냈다. 미술평론가 강성원씨는 ‘한국여성미학의 사회사’에서 개화기 이후 100여년간 사회 변화에 따라 바뀌어온 한국여성의 이미지를 사진·그림을 통해 문화사적으로 분석했다.사계절 기획팀은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주제에 간략하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금오신화(솔), 인간과 기술(서광사),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열림원)도 이런 류데 속한다.
  • 민주열사 열전:11/‘녹화사업’ 의문사:상(정직한 역사 되찾기)

    ◎강제순화·프락치 강요에 ‘비극적 저항’/정 烈士 시위현장서 곧바로 징집… 의문의 죽음/5공 군당국 부모에 ‘이의제기 포기’ 각서 간청 광주학살 등 폭력을 자행한 5공화국의 全斗煥정권은 80년대 초 국민을 혹독하게 탄압하면서 독재정권의 기반을 다졌다.공포의 경찰국가 같은 상황이었지만 대학의 ‘반독재 반군사정권’ 시위와 함성을 막을 수는 없었다.5공 정권은 대학 시위를 막기 위한 특별조치를 강구하기에 이른다.그중 하나가 대학생 강제징집과 ‘녹화(綠化)사업’이다. ○대학생 477명 강제징집 녹화사업은 강제징집된 대학생들에 대한 정훈교육 계획이라고 국방부는 밝혔으나 그 과정에서 여섯명의 의문사(死)가 나왔다.본래 군대갈 나이가 됐더라도 대학에 다니고 있으면 퇴학·휴학 등의 학적변동이 없는 한 신체검사와 입영이 연기된다.아울러 신검과 입영은 각각 20일,30일 전에 통지서와 영장이 송달된 뒤에 이뤄지도록 되어 있다.그러나 5공정권은 81년 11월부터 시위저지책의 하나로 학생들을 강제징집하기 시작했다. 당시 버젓이 대학내에 상주해온 정보요원에 의해 문제학생으로 지목됐으나 법으로 걸 만한 뚜렷한 혐의가 없던 학생,시위현장에서 붙잡힌 단순가담 학생들을 경찰서로 끌고와 구타와 함께 조사한 다음 집으로 돌려보내는 대신 곧바로 군부대로 끌고 갔다.병역법상의 사전통지 조항을 정면으로 무시했고 대학생 입영의 필수요건인 학적변동도 대부분 사후에 이뤄졌다. 6공이 들어선 88년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5공정권은 83년 말까지 2년 동안 이같은 강제징집으로 447명의 대학생을 억지로 군대에 보냈다.자진 휴학 등 정상적으로 학적이 변동되어 입대하는 경우와는 다른 이 ‘특수 학적변동’ 입대자들 가운데는 정상적인 신검을 받았을 경우 입대할 수 없는 신체상 결격사유나 가정환경의 학생들이 상당수 포함됐다.연령 미달자도 있었고 소아마비로 신체가 불편한 사람과 3대독자도 끌려갔다. ○장애자·3대 독자도 끌어가 강제징집은 강제징집으로 끝나지 않았다.당시 군 보안사령부가 입안한 ‘녹화사업’이 기다리고 있었다.‘녹화사업은 병역법에 의거,학원소요 관련 학사징계로 83년 11월까지 입대조치된 자 447명에 대한 정훈교육 계획’이라고 국방부는 88년 국정감사에서 밝혔다.문제학생들의 급격한 입대 증가 추세로 좌경의식의 군내 유입이 우려돼 보안사에서 이 ‘녹화사업’ 계획을 수립,많은 의식화 오염자들에게 올바른 시각을 갖게 했다고 이때 국방부는 덧붙였다. 그러나 강제징집되어 군에서 녹화사업에 동원된 학생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그들은 학생운동에 관한 정보를 빼내고 이를 탄압하기 위해 보안사가 펼친 강제순화 및 관제프락치 공작활동이라고 주장해 왔다.녹화사업은 정신적인 성장 과정에 초점을 맞춘 방대한 분량의 자술서 작성으로 시작된다.의식 상태를 면밀히 심사하고 체제를 긍정하도록 하는 의식 개조작업이 뒤따른다.소속 군부대 및 서울 보안사 분실에서 행해진 운동권학생들의 ‘빨간 물을 빼고 푸른 물을 들이는’ 순화작업은 보름에서 두달간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녹화사업은 그러나 ‘순화됐다’는 맹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순화’된 학생에게 이를 입증할 관제프락치의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다.대개 휴가 형식으로 사회에 내보낸 뒤 대학 선후배 등을 만나 활동상황,특이 동향의 정보를 수집,보안대에 보고하도록 강요한다.갑자기 군에 끌려온 학생들은 이같은 녹화사업으로 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다. 84년 초 강제징집된 6명의 대학생이 보안사 녹화사업 과정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소문이 학원가에 돌았고 곧 정치·사회문제화됐다.84년 6월 당시 尹誠敏 국방장관은 국회에 나와 ‘학적 변경과 관련한 입대자 중 81년이후 군에서 사망한 인원은 자살 4명(정성희 이윤성 김두황 한영현),군기사고 1명(최온순) 등 5명이며 자진휴학 지원입대해 자살한 1명(한희철)을 포함하면 모두 6명’이라고 밝혔다. ○선후배 활동상황 보고 강요 尹관은 이같은 인명 손실은 학원사태 관련 군입영자에 대한 차별대우로 야기된 결과가 아니라고 강조했다.물론 ‘강제징집’ ‘녹화사업’이란 말도 쓰지 않았다. 녹화사업이 82년 9월부터 84년 11월까지 265명에 실시됐다고 밝힌 88년 국감 때도 국방부는 의문사에 대해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다만 녹화사업이 정치문제화함에 따라 84년도에 녹화사업 업무를 중단하고 보안사 전담부서를 폐지했다고 밝혔다.관련 자료도 3년 보존기간이 지나 폐기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권단체와 가족이 제기하는 녹화사업 의문사는 심증만 있을 뿐 진상을 알기가 극히 난망한 실정이다.여섯명의 의문사 중 ‘강제징집 사망1호’인 정성희씨의 경우를 먼저 살펴본다.(나머지 5명은 다음 회에서 보도할 예정이다) 81년 연세대 영독불문학 계열에 입학했던 정성희는 대학생활 8개월 만인 11월25일 교내시위 현장에서 20여명의 교우와 함께 연행됐다.이중 15명이 강제징집당했다.연행 3일 후 가족에게 알리지도 못한 채 군에 강제로 입대한 그는 82년 6월8일 첫 휴가를 나와 친구,가족들에게 보안대의 감시 등을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귀대한 지 달포 후인 7월23일 아침 갑자기 사망통보가와 가족이 전방으로 달려가자 이날 새벽 0시10분 철책근무 중 목에 M16소총 4발을 발사해 자살했다는 설명이었다. ○사망현장 답사요구 묵살 군당국은사고현장이 민간인 통제구역의 최전방이므로 현지답사가 불가능하다며 간단한 도면설명과 함께 자살임을 믿어달라고 간청했다고 한다.부모로부터 부검포기서와 화장동의서,그리고 사망사인에 이의없고 이후 법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고 사체를 처리했다.유서는 없고 ‘백양로를 한번 더 걸어보고 싶다.죽음 앞에서 내가 이렇게 담담하다니’ 등 8줄 정도의 낙서만 보여주었다고 한다. 84년 국방부가 국회에 보고한 사망원인에 따르면 입대해 평소 사회제도에 불만을 토로했으며 사고 당일 전방교육 실습차 입소한 대학생 1명과 복초근무를 하면서 “순수한 철학도의 소원을 이루지 못해 안타깝기만 하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했다는 것이다.88년 국감자료는 보안사 정훈교육 이전 사망자로 염세 자살했다고 기록하고 있다.그러나 정성희의 죽음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다.정성희와 다른 5명의 의문사는 민주화를 열망했던 학생들의 독재정권에 대한 비극적 저항이었다. □정성희 열사 연보 ▲1962년 인천 출생 ▲81년 부평고 졸업 연세대 영독불계열 입학 ▲81년 11월25일 학생시위로 연행 ▲81년 11월28일 강제징집 ▲82년 7월23일 사망 ◎당시 고려대생 양창욱씨 ‘녹화사업’ 회고/1주일간 심한 구타뒤 ‘감옥’‘군입대’ 택일 강요/보안대 조사땐 ‘감쪽같이 죽을수도’ 공포 엄습 현재 부천에서 ‘어린이 과학실험교실’을 내고 있는 양창욱(38)씨는 고려대 4학년 때인 83년 3월 문과대 시위주동자로서 성북경찰서에 연행됐다.다음은 그의 녹화사업 회고. 경찰서에서 1주일간 심하게 두들겨맞은 뒤인 3월7일 갑자기 부모를 불러오더니 ‘감옥에 보내겠느냐,군대에 보내겠느냐’며 양자택일을 강요했다.부모들이 군입대 각서에 서명한 직후 춘천 보충대로 가서 요식적인 신검을 치렀다.불러주는 대로 받아적는 서류작성에 불과했다. 동해에 있는 훈련단에 보내져 6주 훈련에 들어갔다.보름 만에 부친상을 당해 휴가를 나왔는데 서울에 도착하는 순간 슬픔도 슬픔이지만 해방감에 당황할 정도였다. 3개월쯤 지난 뒤인 6월 초 배치된 철책 초소에서 강릉 사단사령부 보안부대로 소환됐다.하룻밤을 묵으면서 행정고시 출신이라는 모 중위로부터 친구,학내 동향과 관련해 심문을 받았다.구타는 없었다.얼마 후 같이 강제징집된 친구 김두황의 죽음을 우연히 전해들었다. 10월 사단 보안대의 그 중위와 함께 서울 세운상가 뒤 아파트로 이동,녹화사업을 받았다.아파트 안은 오직 책상 하나와 백열등뿐이었고 매일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조사가 진행됐다.1주일간 이곳에 혼자 갇혀 있으면서 16절지 300장에 달하는 자서전을 작성했다.옆 방에서 고문당하는 소리가 들렸으나 구타나 고문은 없었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이곳에서 쥐도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순화교육이 끝났다는 표시로 태극기 아래서 사진을 찍더니 8일간의 휴가를 주면서 학교,서클과 관련해 몇몇 정보를 얻어 아파트로 다시 라는 프락치 임무가 주어졌다.큰 가치가 없어 보이는 정보 몇개를 가지고 갔더니 미진하다며 3일간의 추가 ‘프락치 휴가’를 주었다. 사흘 후 다시 가자 정보를 더 물어오라고 하지는 않았으나 ‘그동안있었던 일을 일절 입밖에 내지 않겠으며 이후 보안사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각서를 요구했다. 이같은 조사는 제대할 때까지 두번 다시 없었으나 사단의 중위가 3개월마다 직접 부대에 와 점검했다.
  • 위험수위 성도덕/崔弘運 논설위원(外言內言)

    돈을 받고 육체를 파는 행위를 매춘이라 하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매춘부(賣春婦)라 한다.수많은 기록들은 인류역사가 시작되면서 이기심과 욕정의 산물인 이 매춘행위도 있어왔음을 전해주면서 인간의 거래 가운데 가장 야비한 형태며 그 끝은 참담한 비극이라고 적고 있다. 李能和(1869∼1943)가 1927년에 쓴 ‘조선해어화사’(朝鮮解語花史)에는 이런 매춘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총칭해 갈보(喝甫)라 이르고 신분과 수준에 따라 대략 여섯 종류로 나누고 있다.첫째는 기생(妓生)으로 관청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가무를 익혀 연회가 있을 때 남성들의 흥을 돋우는 일을 했으며 30세가 되면 그만둬야 했다.두번째는 대부분 기생 출신으로 남몰래 정조를 팔았던 창부(娼婦)가 있으며 세번째는 다반모리(茶盤謀利)로 역시 노래와 춤으로 손님을 접대하는 창부를 지칭하지만 일반 잡가만 부를 수 있었고 기생처럼 가무는 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다음으로는 사찰(寺)과 관계되는 화랑유녀와 꼭두각시를 하는 여사당패(女寺堂牌)가 있었다.그리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남자들의 시중을 드는 작부(酌婦)가 있었다고 한다.요즘에는 보통 ‘술집아가씨’로 통하지만 이들도 역시 매춘부의 이미지를 벗지 못한다. 성 윤리가 무너진 현대사회에는 더욱 성의 상품화 현상이 극성을 부려 숨이 막힐 지경이다.그 형태도 다양하고 신분도 천차만별이다.잘 갖춘 아파트에 살면서 전화로 손님과 약속하는 콜걸이 있는가 하면 일정한 장소에 집단을 이루고 있는 매춘부도 있고 거리를 거닐며 손님을 호객하는 여인들도 있다.여기에 여성들을 상대로 하는 남창과 동성애자들을 상대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이런 환경이다 보니 자녀를 안심하고 집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부모가 많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소식인가.2,500여명에 이르는 가정주부,여대생,직장여성 등이 이른바 성이벤트업체 회원으로 등록해 한차례에 10만∼40만원씩 받고 몸을 팔고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10여개 업체만 적발됐지만 서울에만 이런 업체가 70∼80개나 있어 수만명의 남녀회원을 모집해 성업중이라는 것이다.대부분 “남편이실직했기 때문에…”라거나 “학비를 벌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댄다고 한다.돈벌이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려도 좋다는 식이다.아무리 경제사정이 어려워졌다고는 하나 자신과 가정을 파괴하고 나아가 이 사회마저 병들게 하는 성윤리의 타락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되겠다.이들을 요구하는 남성들은 더 나쁘다.생명을 존중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위해서도 도덕성 회복과 참가정운동을 거국적으로 펼쳐야 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
  • 딩링/쭝청 지음(화제의 책)

    ◎중국 행동주의 작가 딩링 일대기 페미니즘 소설 ‘소피의 일기’와 프롤레타리아 소설 ‘태양은 쌍간허를 비추고’ 등의 작품을 남긴 중국의 행동주의작가 딩링(丁玲·1904∼1986)의 전기. 분열과 격동의 역사를 온몸으로 헤쳐온 딩링의 삶과 문학세계를 통해 중국 현대문학사의 흐름을 살핀다. 딩링은 좌익작가인 남편 후예핀이 국민당에 의해 처형된 뒤 중국공산당에 입당,프롤레타리아 계급을 다룬 작품을 쓰기 시작한다. 1936년에는 공산당본부가 있던 옌안으로 가 혁명사업에 뛰어든다. 문화대혁명 기간 우파주의자로 지목받아 투옥된 딩링은 75년 석방될 때까지 18년 동안 육체노동과 구금생활을 한다. 그는 당원 자격을 회복한 뒤에는 문학지를 창간하는 등 활발한 문필활동을 해왔다. 김미란 옮김 다섯수레 8,500원
  • 아기에게 좋은 클래식 모음/EMI ‘아기사랑’ 출반

    ◎자고… 먹고… 놀고… 칭얼거리고 12가지 상황 알맞는 곡 수록 아기들의 정신적·육체적 발달을 위한 음악과 정보를 담은 음반 ‘아가사랑(Musical Maternity)’이 EMI클래식스에서 나왔다. 이 음반은 아기의 상황을 12가지로 나눠 각 상황별로 아기에게 맞는 음악을 해설과 함께 싣고 있는 것이 특징.한 예로 태아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는 되도록 편안하고 조용한 곡들을 들려주는 것이 좋다.이에 적합한 음악으로 이 음반에 실린 곡은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 중 명상곡’,바흐의 ‘관현악모음곡 3번 중 아리아’,바다르체프스카의 ‘소녀의 기도’,모차르트의 ‘피어노협주곡 21번 C장조 K.467 중 2악장’등.또 아기를 재울 때는 모차르트의 ‘자장가 K.350’과 브람스의 ‘자장가 작품 49­4’,아기가 잠자고 있을 때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와 쇼팽의 ‘야상곡 2번 작품 9­2’등이 어울리는 음악으로 실렸다.한편 아기가 울 때는 슈만의 ‘어린이를 위한 앨범’ 작품 68 중 ‘행복한 농부’같은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좋다. 성인은 보통 잠에서 깨어난 뒤 2∼3시간이 지나야 뇌의 정상적 활동이 가능하다.반면 뛰어난 학습능력을 발휘하는 유아의 뇌는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활동하며 무언가 배우려고 한다.이럴 때 아기에게 음악감상 습관을 붙여주는 것은 아기의 정서발달에 매우 유용하다.아기의 상쾌한 아침을 열어주는 음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 1번중 ‘아침’,프로코피에프의 발레음악 ‘로미오와 줄리엣’ 중 ‘아침의 세레나데’,본 윌리엄스의 ‘푸른 옷소매 환상곡’ 등이 그런 곡들이다. 이밖에 아기가 칭얼거릴 때(폴디니의 ‘춤추는 인형’,그레인저의 ‘시골정원’),그림을 그릴 때(글룩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중 ‘축복받은 영혼의 춤’),식사시간에(하이든의 교향곡 101번 D장조 ‘시계’,모차르트의 세레나데 13번 G장조 K.525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무지크’),목욕시킬 때(파헬벨의 ‘캐논’ D장조’,버질 톰슨의 ‘평원을 갈았던 쟁기’모음곡 중 ‘소’),아기와 이야기를 나눌때(바흐의 칸타타 208번 중 ‘양들은 편안히 풀을 뜯고’) 등 각 상황별로 2∼4곡씩 모두 40곡을 2장의 CD에 담았다.음반 2장을 1장 값에 제공하는 ‘2 for 1’방식으로 판매한다.1만4,000원.(02)3449­9423
  • 노숙자 이대로 둘순 없다­정부대책 점검

    ◎취업 알선·복지 제공에 초점/30개 민간활동기관 지원/일자리·숙식 해결책 미흡 ‘이번 겨울에 얼어죽는 노숙자가 단 한사람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金大中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따라 정부의 ‘동절기 노숙자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추위가 닥치기 전인 10월20일까지 동절기대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노숙자대책으로 △귀가 등 사회복귀 적극 지원 △쉼터 등 편의시설 확충 △노쇠·병약 부랑인의 사회복지시설 보호 △사회불안요소 해소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 5개 시·도에 종교·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30개 ‘노숙자 현장상담팀’을 운영,취업 및 귀가,쉼터 안내,응급의료,사회복지시설 입소 등의 지원활동을 펴고 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가족과 집이 있는 노숙자 500여명에 대해서는 한시적 생계보호와 공공근로사업 참여를 통해 얼마간의 돈을 갖고 귀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숙자의 80% 이상이 몰린 서울에서는 노숙자종합지원센터를 설치,쉼터와 상담소,급식소 등을 알선하고 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영선·배관·주차관리 등의 경험이 있는 노숙자는 교회나 사회복지시설 등의 유료봉사원 일자리를 제공,1년 후에는 600만∼700만원의 목돈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글로벌캐어’ 회원병원의 자원봉사 의료인 100명과 대학생 100명은 전담의료팀을 편성,진료 및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이같은 민간 및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숙자들의 상담 과정에서 이들은 일정한 거처가 없기 때문에 급여 수준이 다소 낮더라도 숙식을 함께 해결해 주는 일자리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 일자리인 농촌일손돕기나 침식을 본인이 직접 해결해야 하는 푸른숲가꾸기사업 등에 참여하는 것은 장기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육체적으로 다소 힘이 들고 급여가 낮더라도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가 더 많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노숙자에 대한 급식이 계획성 없이 이루어져 중복급식 등 낭비 요인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까지 옥외급식이 이루어지는 곳도 있다. 옥외급식은 위생문제뿐 아니라 노숙자들에게 인간적인 모멸감을 안겨줄 수 있다. 또 쉼터 이용자에 대한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노숙자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동절기 노숙자 대책의 대상과 내용 ◆심리상담 ·대상:모든 노숙자 ·내용:상담결과에 따라 귀가, 쉼터안내, 취업알선, 사회복지시설 보호 ·비고:3,020명 ◆귀가지원 ·대상:가족과 거주처 있는 사람(30∼40대) ·내용:공공근로사업 한시적 생계 보호 *귀가지원 10만원 ·비고:500명 ◆쉼터증설 ·대상:귀가 어려우나 근로능력 있는 사람 ·내용:32곳→147곳(2,035명→5,060명) ·비고:115곳, 3,025명 ◆실직 노숙자를 위한 사랑의 운동 ·대상:가정있는 30∼40대 노숙자 ­가정 해체된 사람 ·내용:교회에 영성, 전기, 주차관리요원으로 취업 ­교회가 노숙자 가정까지 보호 ·비고:500명 ◆직업훈련 ·대상: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20∼30대 ·내용:노동부 직업훈련시설업소 *훈련기간중 가구당 20만원 생계 지원 ·비고:40명 ◆사회복지시설 유료 봉사원 배치 ·대상:일정수준의 기술이 있는 30∼40대 ·내용:장애인·노인·시설 등에서 24시간 함께 생활 ·비고:100명 *현재 300명 배치 ◆노쇠·병약 부랑인 ·대상:자력보호가 안되는 상습 부랑인 ·내용:응급의료구호 후 사회복지시설에 보호 ·비고:700명 ◆건강관리서비스 ·대상:전 노숙자 ·내용:‘글로벌캐어’ 주관 의사 100명, 학생 100명으로 진료팀 구성, 진료 및 건강검진 ·비고:1,000명 ◎任仁哲 복지부 심의관/“석달간 1,600명 귀가시켰는데 다시 늘어/질병치료 최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야” “함께 고통을 나누고 밝은 사회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노숙자들을 껴안아야 합니다” 노숙자 대책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任仁哲 사회복지심의관은 노숙자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이같이 요약했다. 그는 “경제위기로 노동자에서 노숙자로 전락한 사람들을 사회가 백안시하면 생계형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면서 이들을 따뜻하게 껴안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숙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지난 6월 조사때에는 3,000명 정도였다. 특별지원사업을 시행하면서 1,600여명을 귀가시켰는데 9월 현재 다시 3,000여명으로 늘었다. ­동절기 대책은. ▲날씨가 추워지면 노숙하는 것이 위험하다. 귀가를 유도하고 치료도 해주고 직업도 알선해줘 한 사람이라도 배고픔과 추위에 떨지 않게 한다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다. 노숙자 쉼터에서 3,000여명이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내년 봄이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노숙자들에게 시급한 것은. ▲노숙자들의 30%가 결핵이나 피부병,내분비계통의 질병을 앓고 있다. 자원봉사 의료인들의 모임인 ‘글로벌캐어’ 진료반이 1,000여 노숙자들의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치료도 해주고 있다. ­장기적인 대책은. ▲노숙자가 없어질 수는 없다. 노숙자 문제를 단순한 사회현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퍼내면 다시 고이는 게 노숙자지만 한 사람이라도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부산 국제영화제 24일 개막/꿈·환상 찾아 떠나는 시네마 여행

    ◎41개국 212편 출품/개막작 이란 ‘고요’/폐막작 日 ‘간장선생’/유명영화제 수상작 30편 상영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4일 하오 7시 수영만 야외상영장에서 이란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고요’로 닻을 올릴 ‘부산영화호’는 8일간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를 영화적 꿈과 환상으로 수놓는다. 그리고 10월1일 이마무라 쇼헤이의 ‘간장선생’을 끝으로 항해를 마칠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에 소개되는 작품은 총 41개국 212편으로 첫해의 29개국 173편,지난해의 33개국 166편보다 50여편 가량 늘었다. 규모의 확대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예년에 비해 훨씬 알차다. 올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영원과 하루’등 유명 국제영화제 수상작 30여편을 포함,세계에서 첫 공개되는 ‘전국노래자랑’(이지츠 카츠유키 감독)등 월드·인터내셔날·아시안 프리미어 작품도 50여편에 달한다. 더욱이 1·2회때 볼수 없었던 중남미지역의 영화와 난니 모레띠(이탈리아),할 하틀리(미국),탐 디칠로(미국) 등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유망한 젊은 감독들의 작품도 목록에 올라있어 영화적 안목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편이 넘는 참가작 가운데 가장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영화제의 얼굴이라 할 개폐막작. ‘고요’는 지난해 ‘가베’로 국내에 첫선을 보인 마흐말바프 감독의 작품이다. 새로운 물결부문의 심사위원이기도 한 그는 이 영화에서 눈 먼 어린 성자에 관한 이야기를 동화처럼 잔잔하게 풀어놓고 있다. 폐막식 작품인 ‘간장선생’은 83년과 97년 두차례에 걸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신작으로 2차대전 종전을 앞두고 조그만 섬마을에서 간염퇴치에 힘쓰는 의사의 삶을 담았다. 아시아 11개국 감독들의 신작과 화제작 21편이 소개되는 ‘아시아 영화의 창’부문에 90년대초 일본 영화를 이끌 3인방으로 주목받았던 츠카모토 신야,이와이 슐지,사카모토 준지의 신작들이 초청돼 한자리에서 비교 가능토록 한것도 흥미롭다. 세계 각국의 화제작으로 구성되는 ‘월드시네마’부문의 경우 칸영화제 수상감독인 테오 앙겔로풀로스(영원과 하루),켄 로치(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등 대가의 작품들과 선댄스영화제 대상 수상자인 마크 레빈 등 신예들의 작품이 고루 섞인 것이 특징. 편수도 예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밖에 ‘새로운 물결’ ‘한국영화 파노라마’ ‘와이드앵글’ ‘오픈 시네마’ 등도 부문별 특성에 맞는 작품들을 대거 선정,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각 부문별 추천작 아무리 부지런해도 200편이 넘는 영화를 전부 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 각 부문별 참가작 가운데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아시아 영화의 창=안거,수면부족(중국)쾌락과 타락,친니친니(홍콩)샹하이의 꽃,구멍,달콤한 타락(대만)단,어른이 된 소년(이란)만월의 죽음(스리랑카)킬러(카자흐스탄)조고(말레이지아)종전이후의 하루저녁(캄보디아) □새로운 물결=소무,넘버원이 되는 법, 당신은 변함없는 나의 영웅입니다(중국)사후,자살관광버스,낙원(일본)생명의 나무(이란)달리는 사나이(인도)둘 하나 섹스,하우등,처녀들의 저녁식사(한국) □오픈 시네마(야외상영작)=중앙역(브라질)파파라치(프랑스)코미디언 하모니스트(독일)오픈 유어 아이즈(스페인)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트루맨쇼(미국)듀오(인도)전국노래자랑(일본) □월드시네마=밀고자,우리는 그 노래를 알고 있다,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프랑스)영원과 하루,기나긴 길(그리스)도대체 훌리엣이 누구야(멕시코)신선한 육체,탱고(스페인)멋진 금발(미국) □와이드 앵글(단편)=투명한 바다,노이즈 맨 사운드 인섹트,알렉산더,이상한 나라의 화가들,개들의 처지(아시아)언어의 마술사,인터뷰,황무지,앙골라 교도소,실버 스크린(월드)열일곱,소년기,햇빛 자르는 아이,간과 감자,스케이트,덤블속의 재(한국) ◎유명 영화인 누가오나/유명감독·배우 60여명 내한/개막작품 감독 마흐말바프/칸 여우주연상의 레니에도 세계 유명 영화인들을 바로 눈앞에서 만나는 것은 영화제의 또다른 즐거움. 올해에도 60여명의 수준급 감독과 배우들이 초청돼 영화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우선 개막작품 ‘고요’의 감독이자 심사위원인 모흐센마흐말바프와 폐막작품 ‘간장선생’의 감독인 이마무라 쇼헤이가 방한해 개폐막식을 빛낸다. 60년대 ‘불타는 시간’으로 제3영화를 주창했던 거장 페르난도 솔라나스가 신작 ‘구름’을 들고 여배우 안젤라 코레아와 함께 부산에 온다. 또 ‘세상의 모든 아침’‘사강의 요새’의 감독으로 월드시네마 부문에 ‘밀고자’를 출품한 알랭 코르노가 칸영화제에 이어 심사위원으로 참가한다. 일본에서는 국내에 상당수 영화팬을 확보하고 있는 ‘4월의 이야기’의 이와이 순지,‘총알발레’의 츠카모토 신야,‘멍텅구리­상처입은 천사’의 사카모토 준지 등 주목받는 3인방이 모두 참석한다. 홍콩 영화인으로는 아사아영화의 창 부문에 ‘쾌락과 타락’을 선보이는 스텐리 콴,‘넘버 원이 되는 법’의 와이 카파이 감독,‘러시 아워’에 출연하는 액션 배우 성룡 등이 온다. 대만에서는 ‘구멍’의 차이 밍 량 감독,합작 대상 프로젝트를 소개할 에드워드 양,중국에서는 ‘당신은 변함없는 나의 영웅입니다’의 루 수에창,‘소무’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지아 장 케 등이 부산을 방문한다. 이와 함께 프랑스에서는 ‘베드룸 윈도’‘레이스를 뜨는 여자’ 등에서 주연한 이자벨 위페르와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에릭 종카 감독,칸 여우 주연상 수상자 나타냐 레니에가 참석할 예정. 이밖에 미국에서는 올해 최고의 다큐멘터리로 평가받고 있는 ‘충격의 순간’의 줄리아 록테프,‘수우’의 주연 안나 톰슨 등이 참석하며,‘기나긴 길’의 그리스 감독 판텔리스 불가리스와 ‘보름달 뜬 날’의 러시아 감독 카렌 샤크나자로프도 동참한다. ◎프리마켓 PPP 이번 영화제에서 아시아 최초로 도입되는 프리마켓(Pre­market,사전 제작지원 시장)의 성공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PPP(부산 프로모션 플랜)라는 이름으로 발족하는 이 프리마켓은 아시아 지역 감독들과 세계적인 제작자,배급자,기금관련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될성 부른’영화 프로젝트를 사전에 팔고 사는 일종의 영화 장터. 이를 위해 PPP선정위원회는 지난 7월20일까지 아시아 각국 60여명의 감독 및 프로듀서가 준비중인 프로젝트들을 제출받아 최종적으로 아시아 12편과 한국 5편 등 총 17편의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작업을 끝냈다. 25일부터 27일까지 예정된 행사기간동안 이들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 발레리나 金民嬉(이세기의 인물탐구:181)

    ◎마음의 향기 뿜어내는 ‘춤 전도사’/자기혁신 끝없는 시도 ‘20세기 파격’ 베자르 설립 벨지움무드라에서 수업/舊習에 갇힌 우리 무용계 안타까움을 작품에 溶解 “무대는 내영혼의 피난처”/윤동주 그린 ‘또다른 고향’ “번뜩이는 무용언어” 好評 추상회화 절제美 배운다 ‘베자르는 나에게 신(神)과 같은 존재’ 이는 발레리나 金民嬉의 신조다. 김민희는 대학교수이자 무용이론가이며 무용콩쿠르 심사위원, 국제세미나 질의자로서 탁월한 행정력을 지닌 지도자의 한사람이다. 그가 신처럼 여긴다는 20세기의 대표적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의 세계를 살펴보면 그의 면모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베자르는 지난 66년 도쿄 스포츠경기장에서 거대한 군중을 상대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하여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는가 하면 ‘가부키’에서는 47인의 사무라이를 할복자살케 함으로써 섬뜩한 피날레로 세계를 경악시킨 장본인이다. 바로 김민희는 베자르가 설립한 국제예술원 벨지움무드라(MUDRA) 출신으로 한국 무용가로서는 베자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무용가이기도 하다. 형식과 틀에 머무르기 보다 자기속에서 끝없는 혁신을 시도하는 그의 안무는 마치 자신이 베자르인듯이 언제나 신선하고 이채로운 무대를 꾀한다. 공연장에 대한 개념도 개방적이다. 극장무대만을 고집하기보다 선상(船上)이나 해변, 야외 성당 등 공간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든지 공연하여 그의 ‘춤의 창작성’이 어떤 제약이나 규격에서 탈피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그런가하면 침묵속에서 춤추거나 혹은 북의 리듬만으로 춤추고 토슈와 맨발을 뒤섞어 놓거나 튀튀나 발레드레스가 아닌 종이옷을 입기도 한다. 그리고 만년 현역으로 뛰는 다른 무용수들과는 달리 새털같은 가벼움과 냉엄한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새파란 젊은이들을 무대에 세워 춤의 완성도를 향한 감연한 정열을 불태운다. 내가 만든 춤이 과연 어떤형태의 퍼포먼스로 관객의 심금을 울릴 것인가. 관객의 심장의 과녁에 확실한 메시지를 꽂아야만 비로소 ‘해냈다’는 안도의 한숨을 돌린다. 그러나 ‘아무리 창조성과 예술성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안무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자세로 에너지가 분출하고 감동이 우러나오는 살아있는 춤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안무가도 무용수도 작곡가도 아니면서 발레 뤼스를 통해 미하일 포킨과 니진스키를 길러낸 디아길레프처럼 거대한 화면에 그림을 그리듯이 그 역시 무용을 총체적 예술로서 관장하는 위치다. 초기에 선보인 ‘나의 일기’와 ‘파우스트’‘파키타’가 전통발레형식을 취하고 있다면 92년 춤의 해에 선보인 ‘헨델을 위한 무브먼트’는 모던발레의 힘찬 도약과 현란한 파드되의 직조가 돋보인다. 그중에서도 시인 윤동주의 삶을 역동적으로 그려낸 ‘또다른 고향’은 대서사시적 무용극으로 긴 침묵과 물방울 소리, 감옥의 창살 사이로 맹렬한 뜀뛰기와 휘어지는 도약, 교묘한 리프트를 실행하는 날아다니는 육체의 행렬로써 굴하지 않는 민족정신을 표현해 내고 있다. 이 작품은 95년 서울국제무용제에서 대상·안무상·연기상·무대미술상을 휩쓸었고 평자들은 ‘번뜩이는 무용언어와 강한 캐릭터가 꿈틀거리는 수작중의 수작’으로 평한바 있다. 무용계에서는 널리 알려진대로 김민희는 묵화와 꽃꽂이연구가로 유명한 여류원로 田聖淑씨(83)의 2남4녀중 막내. 어머니의 ‘정성의 결정체’라 할만큼 아버지를 일찍 여읜 막내딸을 위해 어머니는 아직 6살이 채 못됐을 때부터 중구 회현동에 있던 동네 무용학원에 데리고 다녔고 금란여고를 거쳐 이대무용과에 입학할 때까지 간곡한 격려와 채찍으로 딸의 성장을 지켜왔다. 대학에 입학하던 67년부터 홍정희 육완순 교수의 작품에 출연,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면서 대학재학중이던 70년에 벨지움무드라에 유학하여 요가나 명상, 파드되 클래스에서 타악기 리듬을 집중적으로 몸에 익히는 가혹한 훈련을 받았다. 그때 그는 ‘발레란 육체를 아름답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몸속과 마음속의 향기를 뿜어내는것’임을 깨달았고 베자르가 말한 ‘춤이란 댄스의 개념’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학에서 돌아오자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허탈감과 무기력증을 극복하지 못한채 한동안 무용계에서 잠적해버렸다. 만약 그때 무드라에서 배운대로 춤추었다면 당시의 한국의 발레풍토에서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으리라는 우려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춤에 미치고 싶다’는 욕망과 ‘너무 늦었다’는 압박감에 시달릴때도 어머니의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바로 시작할 때’라는 충고에 따라 긴 공백을 깨고 분연히 일어나 무용계에 컴백했다. 매끄럽고 반복적이며 소박하고 학구적인 춤의 본능이 몸속에서 다시 되살아나자 학생을 가르치는 일과 안무가로서의 자신의 방향을 정하고 우리의 발레가 지나치게 구태의연하고 구습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대한 안타까움을 자신의 작품에 용해시킬 수 있었다. 그가 클래식 발레에 바탕을 둔 창작발레를 고집하는 까닭은 춤을 댄스의 개념으로 보기 때문이며 제자들에게 ‘진실한 예술가의 자세’와 ‘왜 무용을 해야하는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무가로서 세계적인 이르지 키리얀과 윌리엄 포사이드의 창작세계를 분석하면서 ‘무용을 통해서 지상에서 가장 최상의 아름다움과 만나게 되는것’에 충실하게 되었다. 프랑스 신세대의 명망있는 안무가인 마기 마렝이 벨지움무드라의 동기생이고 김복희 김화숙은 이대동창이다. 가족은 사업을 하는 부군 崔勝雄씨와의 사이에 아들만 형제, 성격은 윤동주의 시처럼 조용하면서도 강인한 편이며 구상이 끝나면 한곳에 집착하지 않고 의외성이 분출될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리는 인내심이 대단하다. 무대는 ‘사람이 자기 영혼의 정확한 크기를 발견할 수 있는 이세상의 마지막 피난처’라는 신념에 따라 그의 최근의 안무는 하나의 장르에 예속되기 보다 근육의 움직임을 활용하는 이미지쪽에 치중하는 경향이다. 발레안무의 낡은 부대에 폭발적인 포도주를 쏟아붓기보다 흐르는 듯한 이미지와 태초의 빛,묵도(默禱)의 종착역에 다다를 때까지 그의 움직임은 추상회화의 생략과 절제처럼 여백의 미를 창출하는 시기다. □그의 길 ▲1967년 이화여대 무용과입학, 홍정희 발레공연출연 ▲1970­71년 국제예술원 벨지움무드라(MUDRA)장학생 수학 ▲1972년 이대졸업(발레전공) ▲1977·78년 독일 요한크랑코발레스쿨및 모나코 댄스아카데미연수 1981년 이화여대대학원 졸업 ▲1984년 하버드대 댄스센터연수 ▲1987년 창작발레 ‘나의 일기’ 공연 1988­현재 대한무용학회이사 ▲1989­현재 한양대 교수 ▲1989년 김민희발레공연 ▲1989­97년 한국발레협회이사 ▲1990년부터 해마다 ADF(아메리칸 댄스페스티발)연수 ▲1991년 한양대대학원(박사과정) ▲1991­현재 한국미래춤학회 상임이사, 전국발레콩쿠르 심사위원 ▲1993년부터 서울국제무용제참가 ▲1994­현재 한국스포츠무용철학회 부회장·한국무용협회 이사. ▲1996년 전국무용제심사위원,한국발레협회공연및 한국발레연구회 정기공연외 한국발레협회부회장, 서울국제무용제운영위원 ‘죽은 아이들을 위한 노래’‘사람,사람들’‘숲에서’‘우리 안에는…’외 다수 서울국제무용제연기상(93년)·대상·안무상·연기상(95년) 역서 ‘클래식 발레(기초법과 용어)’(84년)‘세계발레작품 해설집’(87년)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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