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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2002/ 한·일 대표팀 감독에 듣는다

    월드컵의 흥분과 감동이 몰아칠 2002년 새해가 밝았다.올해는 공동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에 각별한 의미와 긴장을동시에 안겨줄 전망이다.안방에서 지구촌 최대의 축제를벌일 당사국으로서 대회 준비와 함께 성적에도 남달리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홈팬들의 열화 같은 기대를 짊어진 채 월드컵 16강을 향해 달리고 있는 두나라 대표팀 사령탑을 만나 월드컵의 해를 맞는 포부를 들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 “달리는 말에 채찍질도 좋지만 상처를 입혀서는 안됩니다” 한국축구 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은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국민들의 성원에 감사하면서도 “당장의 승부에만 매달리는 것은 독(毒)이 될 수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그는 “대표팀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다”면서 한국의월드컵 16강 진출 가능성에 대해 ‘예스’라고 간단히 답했다. ◆한국에서의 지도자 생활 1년과 한국 축구에 대해 평가한다면. 부임 초기에는 외국인 감독으로서 언론과 측구협회,심지어 선수들조차 나를 이해 못하겠다는 태도를 드러내어려움이 있었다.그러나 유럽에서 익힌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소신껏 노력했다. 그 과정에는 쓰라린 패배의 경험도 여러번 있었지만 이는 다양한 전술을 시험하는 과정에서 나온 시행착오였고 이를 기반으로 지금은 팀이 보다 안정성을 갖추게 됐으며 선수들도 자신감을 찾고 있다.공격진과 미드필드,그리고 수비라인 등 팀을 형성하는 3개 블록간의 유기적 협조도 잘된다. ◆16강을 위해 경기력 외에 보완할 점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집 뒷마당에서 경기하듯 편안한 기분 속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그럴 때에라야 홈 어드밴티지도의미를 지니게 된다. 대표팀에 너무 많은 기대를 안기면부작용이 따른다.응원과는 다른 문제다.자극으로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하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압박감으로 인해 위축된다.네덜란드 대표팀도 지도해 봤지만 전체적인학습 능력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뒤지지 않는다.우리의 당면과제는 어떠한 상황과 상대를 만나서도 정상적인 우리스타일의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점이다.‘우리 식’ 축구말이다.바꿔말하면 선수들은 상대방의 전술에 따라 그라운드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답변을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한다.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축구지도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언제 어디에서 경기에 투입되더라도 모든 면에서 준비가 돼 있어야 ‘진짜 축구선수’다.늘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면,전술적인 면에서도 최상의 준비상태를갖추도록 독려했다. K-리그 등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반칙상황에서 심판을 먼저 쳐다보며 ‘왜 휘슬을 안부느냐’고따지듯이 기다리는 경우가 수두룩하다.이는 그라운드에서최선을 다해야 할 선수의 자세가 아니다.판정은 심판이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잘못된 태도이며 축구 기량이 발전하지 못하는 현실과 직결돼 있다. ◆전력 노출의 우려도 있는데 골드컵 참가 득실은 어떤가. 지난해 말 미국과의 평가전 때도 상대방이 전력 노출을피하기 위해 2진급을 파견했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는데 모르고 하는 말이다. 오늘날 세계 축구에서 비밀은 있을 수 없다.또비록 친선경기일지라도 상대가 어떠한 선수로 이뤄졌는지조차 모르는 상태로 임해 패배를 자초할 만큼 ‘천진난만한 팀’은더더욱 없다.전술상의 작은 트릭 정도는 모르나 전력을 숨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대표팀의 포메이션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3-5-2,4-4-2 등의 축구 포메이션이란 편의상 책임 구역을 나눈 것일 뿐이다.실제 경기에서 수비가 3명 또는 4명의 수비수만으로 이뤄지지 않듯 공격도 마찬가지다.모든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협조해 보다 많은 찬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히딩크는 월드컵 주전 공격수로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고 묻자 고개를 갸웃하며 특유의 미소로 답변을 대신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필립 트루시에 감독. 필립 트루시에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은 “목표는 우승컵을 손에 거머쥐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1차 예선리그 통과가 중요하다”고 밝혔다.트루시에는 내년 월드컵대회가“상당히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일본 선수들에게 폭넓은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다기능성을 갖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새해 첫 희망은. 세계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다.월드컵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한국과 일본을 찾을 것이다. 오지 못하는 사람은 TV를 통해 경기를 보게 된다.지구촌축제를 통해 평화가 깃들기 바란다. ◆이번 대회의 새로운 움직임을 예상한다면. 전술면에서는 두 가지 조류가 있다.‘3-5-2’와 ‘4-4-2’이다. 여러 선수들에게 유연성을 갖도록 하는 것은 내가 일본에서 그동안 해온 일이다.그렇게 함으로써 선수가 하나의 결정된 형태를 벗어나,보다 폭넓게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다시 말해 선수에게 다기능성을 갖게 하는게 최근 하나의 (축구기술의) 발전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 대회는 상당히 공격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본다. (일본에서는)장마철이라 잔디가 물기를 많이 머금게 된다. 스피드가 좋은 팀이 유리하다.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팀,육체적으로 잘 단련된 팀,기술을 갖고 있는 팀이 유리하다. 일본 선수들이 신체적으로 작다고는 하지만 신장만으로 (승부가)결정나는 것은 아니다. ◆올해중점을 둘 부분은. 일본 축구 대표팀에 우선권을주어야 한다.모든 스케쥴이 J리그이건,나비스코 컵이건,국내의 어떤 행사이건 대표팀의 출전 준비와 관련돼야 한다. 대표팀 선수 상당수가 J리그의 각 구단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각 구단의 일상적인 활동이 소중하며,80%의 준비가소속 구단에서 가능하도록 균형과 조화 있는 스케줄을 짜야 한다. ◆월드컵을 위한 강화훈련 계획은. 조직정비는 거의 끝났다.앞으로는 팀의 구성요소인 각 선수가 남은 6개월간 개인의 경험을 충분히 쌓았으면 한다. 특히 한명이라도 더 해외에 나가 경험을 쌓았으면 한다.J리그 중간중간에 정기적으로 대표팀을 소집해 게임 감각을익히도록 한 뒤 차분히 대회에 임하겠다. ◆98프랑스대회 출전 경험을 살린다면. 친선경기 1게임도치르지 못한 상태에서 대회 3주 전에서야 팀(남아프리카공화국)을 맡았다.개인적으로 그 때의 경험은 전혀 도움이되지 않는다.일본에 와서는 거의 4년간을 준비했다.시드니올림픽,아시안컵 등 크고 작은 대회에 출전했고 친선경기도 많이 가졌다.그런 만큼일본팀은 4년 전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월드컵대회 후의 거취는. 현재로서는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다.사명을 끝낸 뒤에는 ‘새로운 피’가 필요하며 새로운 사고방식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지금으로선 월드컵 목표에 집중하고싶다. ◆축구에서 성공이란 무엇인가. 첫째는 축구의 아름다운측면,페어플레이를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둘째는 결과이다. 승점을 따내는게 중요하며 우승컵을 안는 것이다.일본이우승컵을 차지할 확률이 0%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느 통계를 보든 실제로 0%라는 것은 없다.그래서 우선 조별리그를 통과하는게 중요하다.편한 상대는 없다. ◆일본과 함께 H조에 속한 3개 나라에 대한 인상은. 뭐라고 말을 하면 내 주변에서 정보수집을 하고 있는 사람이나시합에 출전하는 사람이나 스태프들에게 압박을 주게 되므로 말을 삼가겠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marry01@
  • 독자의 소리/ ‘왕따’ 문제 체계적 대책을

    최근 왕따를 당해 자살을 선택하는 아이들까지 생기고 있지만 그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다.잘난척 하거나 이기주의적인 성격의 아이가 왕따가 되는 수도 있지만 옳고 정당한 사고와 행동이라도 다른 사람들이 따라주지 않고 배척할 때는 왕따가 된다.주위 학생들의 판단 잘못과 이해부족으로 왕따가 되는 아이를 볼 때는 정말 가슴이 아프다.그리고 몸이 뚱뚱하거나 얼굴이 못 생겼다고 왕따를 당하는경우까지 있으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날로 더해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일선 교사들이 나서야 할 것이다.그러기 위해선 우선 일선교사부터 왕따 대처교육을 받아야 하겠지만 마땅한 교육체계가 이뤄져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피해 학생들에게는 적절한 대응방법을 알려주고 가해 학생들에게는 자신들이 저지른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일깨워 줄 수 있는체계적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프로그램을 만들어 왕따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할것이다. 우정렬[부산 중구 보수동]
  • 민간보육 公보육 전환

    여성부는 사실상 민간에게 맡겨진 보육정책을 국가가 맡는공보육으로 전환하기 위한 ‘보육정책 종합대책안’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한명숙(韓明淑)여성부 장관은 26일 “현재 민간기관이 93. 4%를 담당하고 있는 보육부문에 예산을 투입,형태는 민간경영 방식으로 두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공보육 체계로 전환하는 내용의 보육 종합대책을 여성부가 마련했다”며 “연초부터 보건복지부를 비롯,부처간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밝혔다. 종합대책은 보육의 각 부문에 예산(보육지원금)을 투입,실질적 공보육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온 영아 보육시설의 확충과 직장여성을 위한 야간 보육체계의 실현,방과 후 아이들을 위한 시설 마련 등이 포함돼 있다. 허남주기자 yukyung@
  • 2001 길섶에서/ 생각나름

    21세기의 첫 해인 올해도 아쉬움 속에 저물어 가고 있다. 한 장 남은 달력을 볼 때마다 특히 올해 세운 계획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아쉬움 속에 보낼 것같다.결혼을 내년 이후로 미뤄야 하는 노처녀,노총각의 마음이야 당사자가 아니면 누가 알까. 또 내년이면 자신의 나이 두자릿수가 바뀌는 사람은 얼마남지 않은 올해의 하루하루가 그렇게 안타까울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한숨만 짓는다고 문제와 고민이 해결되는 게아니다.그보다는 올해 부족한 것은 부족한 대로 마무리하고내년을 기대하면서 새해를 맞는 게 육체나 정신건강에도 좋을 듯하다. 이제 제법 겨울답게 매서운 바람도 불어 자기도 모르게 움츠러들기도 하지만 겨울이라고 위축될 일도 아니다.어느 영국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 않은 법이다.비관적보다는 낙관적으로,부정적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여러가지로 좋지 않을까.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곽태헌 논설위원
  • 강간죄 처벌 강화/ 더이상 “여성위에 남성 없다”

    ‘성폭력특별법’이 제정·시행된 것은 94년.98년에는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대한 법률’이 형법의 특별법으로 어렵게 제정됐다.역사 짧은 이 법률 개정을 통한 ‘강간죄 엄단’을 여성계가 원하는 배경에는 사회변화와 범죄유형의 다양화가 깔려 있지만 여성에 대한 폭력이 새롭게 인식되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법조계를 중심으로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강간죄 처벌범위를 확대해 엄하게 다루지 않고는 양성평등을 이룩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제한적 부부강간죄 도입 안팎.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온 A씨(42)가 이혼을 서두르는 것은밤늦게 찾아와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편 때문이다.얼굴에 멍이 퍼렇게 들고,흉기로 찢겨지는 육체적 폭력도 참기 어렵지만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치욕적인 성행위 때문에 더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할 마음이 없다. “‘저 흉칙한 동물과 헤어지지 않으면 내 출생이 저주스러워 엄마와도 살지않겠다’는 사춘기의 딸(15세)과 아들(13세)의 말을 들으며 이혼을 굳게 결심했어요.” 누가 A씨에게‘부부관계는 칼로 물베기’라거나 ‘성행위야말로 가장 좋은 화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바로 이런 경우 때문에 ‘원치 않는 성행위로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배우자라도 처벌한다’는 법규정이 필요하다는 게 여성계의 입장이다. 국내 가정폭력실태는 30%선 안팎으로 조사된다.그러나 사적 생활의 노출을 꺼리는 한국 사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실제발생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부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법률상의 처에 대한 남편의 성행위 강요가 강간죄가 될 수 없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러나 남성중심의 이데올로기가 근간을 이루는 우리 사회에서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라 심각한 가정폭력 후의 성관계 요구는 문제가 된다. 이혼수속 중이거나 별거 등 파탄에 이른 상황에서 ‘아직 남은 아니다’는 억지를 내세운 성관계는 여성에게 강간과 다르지 않다.이에 따라 일부 제한을 둔 ‘부부강간죄’도입이추진되고 있다. 이탈리아와 영국,독일,스웨덴은 강간 성립범위를 혼인외 제3자를 기준으로 하는 규정을 없애부부간에도 성(性)적 인권보호를 명문화하고 있다. 허남주기자 yukyung@. ■피해자가 고소 안해도 수사 가능. 친고죄는 피해당사자가 고소를 하지 않으면 검찰에서 수사는 물론 기소를 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객관적으로 범죄사실이 인정됨에도 수사에 착수조차 할 수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때문에 여성계는 그동안 꾸준히 강간죄의 친고죄 폐지를 주장해 왔다. 사실 형사정책연구원 2001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국내 성폭력 신고율은 불과 1.1∼2.2%선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성폭력 피해자들은 우선 사실이 알려지는 것 자체로 사회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때문에 강간범들이 오히려 피해자들을 협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형편이다. 또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은 경찰과 검찰 수사과정 중 수치심과 불이익을 당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성폭력사건이 친고죄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행실이 좋지 않아서 당했다’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다반사이고 ‘그만한 일로 한 남자의 일생을 망칠작정이냐’라는 협박성 추궁은 지역사회에서 피해자인 여성을 오히려죄인으로 몰아간다. 수사 과정에 응하는 것도 어렵고,처벌도 미약하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들은 억울함을 혼자 덮고 일생을 정신적으로 불우하게 살아가는 케이스가 많다. 친고죄를 ‘반의사불벌죄’로 바꾸는 쪽으로 형법 306조를개정하면 즉각적인 성폭력 범죄의 수사가 가능하다. 물론 1심판결 전 피해자가 처벌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처벌하지 않는다. 친고죄의 완전 폐지를 원하던 여성계는 형법의 근간을 흔들수도 있다는 일부의 반론을 수용,‘반의사불벌죄’라는 중간점을 택했다. ■‘강간 대상’ 확대 배경. 현행 형법 26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강간 피해 대상을 ‘부녀’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남성인 경우에는 강제추행의 객체를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는 형법 268조를 적용해 다소 가벼운 형벌을 부과하고 있다.동일한 행위가 피해자 성별에 따라 다르게 취급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67년 대법원의 판례에서도 ‘남녀의 생리적·육체적차이에 의하여 강간이 남성에 의해 감행됨을…’ ‘피해자인 부녀를 보호하기 위함’ 등으로 객체를 ‘부녀’로 국한하고 있다. ‘부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한 사람에게는 강간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96년 대법원 판결로 이어져 왔다. 여성계에서는 그러나 이런 시각이 ‘성(性)’을 오직 생물학적 결정론에 근거해서 판단한 것으로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한다. 강간죄란 성적 행동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범죄라는점,강제적 성관계의 강요죄는 반드시 성기의 결합이 아닌 다양한 방식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여성에게 불리한 규정은 아니지만 여성계가 이를 문제삼아온 것은 여성에게만 처녀성과 정조를 강요하는 이중기준이남녀평등에 반하는 것이라는 측면 때문이다.한국성폭력상담소의 상담사례에서도 확인되듯 피해자가 남자인 경우도 늘고 있다는 사실도 고려됐다.성에 대해 중립적인 관련 법규는미국과 스웨덴,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채택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구태여 강간조항을 없애지 말고 형량만똑같이 적용하자’는 저항도 있다.
  • 집중취재/ 말기암 호스피스 법제화 시급

    “진통제도 다 떨어졌어요.이제 더이상 버틸 자신이 없어요.” 폐와 임파선에 전이된 암세포,엉덩이에 생긴 욕창,골육종을 앓던 최모씨(20)가 퇴원한 지 14일째인 지난 1일 숨지기 직전 병원 간호사와 나눈 마지막 전화통화 내용이다.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와 가출한 어머니,누나 등 가족 모두가 최씨의 뒷바라지를 외면했다.병원측에서 말기암 환자의임종을 돕는 호스피스를 수배했지만 최씨는 결국 아무도 임종을 지켜주지 않는 가운데 생을 마감했다. 대부분의 암환자들은 최씨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대형 종합병원에서 퇴원을 종용받은 환자들은 집과 응급실을 오가다가 사망한다.선진국에서 보편화돼 있는 호스피스시설이 절대 부족한 탓이다.오랜 투병으로 지친 말기 암환자들은 고스란히 가족들의 부담이다. 지난 99년 한국중앙암등록본부에 신규 등록된 암환자는 8만,5551명,2000년에는 이보다 5,000여명이 늘었다.등록률이 80%인 점을 감안하면 매년 발생하는 암환자는 10만명이 넘는것으로 추산된다. 암으로 인한 사망자도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에는 5만8,042명으로 인구 10만명당 122.1명꼴이었다.이들중 60%가 집에서임종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암환자들의 임종을 돕는 호스피스 기관은 병원 11곳과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가정방문 호스피스 등 모두 70여곳에 불과하다. 호스피스 기관의 부족은 일반 병원들이 시설 설립을 기피하는 데 기인한다.강남성모병원 등 일부 대형 병원이 운영하는 호스피스 병동도 수용인원이 15∼20명에 불과한 데다 그마저도 일부는 사설 호스피스에 위탁,구색맞추기라는 지적이다.간호사 등 인력과 비용은 일반 병동의 3배 이상 들지만 수익은 거의 없고 별도의 건강보험 수가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말기 암환자중 8∼9%만이 호스피스 서비스의 혜택을받는다.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지역별로 전문 호스피스기관을 갖추고 말기 암환자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덜어주는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 홍영선 암센터 소장은 “호스피스제도는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막고 가정파탄 등 사회적 문제를예방할 수 있는 만큼 선진국처럼 건강보험 수가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샘물호스피스선교회 원주희 회장은 “호스피스 제도의 도입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된다면 정부지원을 받는 복지시설로 제도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예비회계사들 시한부 농성

    지난 9월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예비 회계사들이 11일 오후부터 서울 충정로 한국공인회계사회 4층에서 오는20일까지 시한부 철야농성에 들어갔다.예비 회계사들의 요구는 실무 수습기관의 확대와 선발 정책 실패에 대한 관계기관의 사과다. ‘수습 공인회계사 미확정자 대책위원회’측의 주장은 이렇다.1차 시험이 끝난 지난 4월 금융감독위원회가 2001년도 선발 인원을 지난해 12월 재경부가 발표한 750명에서 1,000명으로 늘렸다는 것.때문에 최종적으로 회계연수원까지 수료한 합격자중 200여명이 실무 수습기관을 찾지 못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책위원회 김정수(金正洙)위원장은 “사태의 원인은 실무 연수기관의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채 금융감독위원회가 독단적으로 선발 인원을 갑자기 늘린 데 있다”고 말하고 수습기관의 지정은 단순한 취업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의무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주요 회계법인들의 수습회계사 수요가 거의 제로상태임을 깨닫고 실무 교육기관을 정부투자기관 등으로 확대하는 등 유연성있는 수습실무 교육체계를 갖춰 나가야한다는 주문이다.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느 직업과 마찬가지로 회계사 역시 수요의 증감은 있게 마련”이라면서 “한국회계사회와 회계법인 등 관련 기관과 다각적으로 협의하고 있으나 특정 공기업 등에 취업시켜 달라는주장은 국가나 정부가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성폭력 수사 ‘인권사각’/ 상처 덧내는 ‘수사 성폭력’

    성폭행 등 여성범죄 피해자들은 수사과정 자체를 ‘제2의성폭행’이라고 말한다.수사관들로부터 인권침해를 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피해자가 유아나 어린이일 경우 상황은더욱 심각해진다.경찰과 검찰,전문가가 모두 모여서 단 한번 진실을 듣고,이를 비디오로 녹화,법정증거로 채택할 수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성범죄,수사중 인권침해 심각] 지난달 28일,한국여성의전화 전국연합 주최로 열린 ‘검찰수사상 성폭력 피해자 인권보장을 위한 토론회’에서 심영희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 상담사례 150건을 분석,눈길을 끌었다. 여기서 심교수는 “수사관들이 피해자의 행동을 비난하거나 피해내용을 반복해서 질문하는 과정에서 피해사실과 전혀 상관없는 예전의 성경험을 질문하거나 ‘성(性)을 아는데 무슨 성폭력이냐’‘화대받은 것 아니냐’‘그깟 일로한 남자의 장래를 망치려 드느냐?’는 등 어처구니없는 질문으로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중심적 사고와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는 수사절차·관행이 성폭력 피해여성에게 또다른 인권침해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심교수는 피해자가 신고한 성폭력사건이 피해자 무고죄 기소라는 결과로 뒤바뀐 경우가 4건이나 있었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달라지고 있다.그러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효율적인 법률지원 체계가 긴요하다는 사회 인식은 높아지고 있다.긴급 의료지원체계가 여성부와 경찰청을 중심으로만들어지고 있고,성폭력피해자에 대해 증거물 채취키트 제공은 물론 정신과 치료 지원 체계가 마련된 것은 일단 괄목할 만한 일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됐던 전남 무안의4살 여아 성추행사건인 일명 ‘현지(가명)사건’은 달라진사법부의 모습을 보여준 예다.경찰에 고발한 후 몇 번씩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요구받는가 하면 검찰에서도 오히려 피해자부모가 고초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격화된 이 사건은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으나 아동성폭행사건에있어 특별한 의미를 갖게됐다. 재판부에서 처음으로 전문가인 아동심리학 교수에게 현지조사를 의뢰,그 결과를 증언으로 채택키로 한 것이다.전문가의 ‘상황분석과 추측’을 재판부가 신뢰했다는 것은 일대 혁명이라고 조중신 한국성폭력상담소 실장은 받아들이고있다. [단 1회 진술도 받아들여져야 한다] 아동 성폭행 피해자가족 자조모임인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가족모임’과 여성단체에서는 최근 성폭력피해자의 인권침해를 막기위해 형사소송법 개정을 요구했고,민주당 이미경(李美卿)의원을 통해내년 국회청원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가장 중요한 내용은 경찰과 검찰,재판부에서 정신과의사의 감정과 아이진술 녹화 테이프를 증거로 채택하도록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지금도 검사가 증거보전신청을 한다면 가능하지만 이렇게 열린 의식을 가진 수사관이 아직은 없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증거보전이 받아들여진다면 유아의 경우 8∼9차례나 거듭되는 진술요구에 말이 달라져 신빙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상황뿐 아니라 기억력의 한계 때문에 빚어지는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성폭력 사실을 잊게하는 정신과 치료를받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검찰과 재판부의 진술에 앞서 부모들은 “그런 일이 있었지?”라고 아이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절차가 필요하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의 지적에 의하면 “아이들은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면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모르는 수사진에게 아이의 ‘불성실한’ 진술은 신뢰성이 낮아 보일 게 뻔하다. 아동학대근절을 위한 가족모임의 송영옥대표는 “증거보전신청을 검사뿐 아니라 경찰이나 피해자 부모도 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와도 얽혀있어 특단적인 대처 없이는 풀어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고민이다. [정부가 마련중인 대안은] 여성부와 법무부를 중심으로 정부도 여성 및 아동성폭력문제에 대한 수사개선방안을 만들고 있다.조사하는 자리에 피해자가 신뢰하는 사람을 동석하게 하거나 의료기관의 체크리스트를 서식화시켜 이를 증거로 채택케 하는 것이다.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의심리 및 정신상태를 고려하도록 관련 규정을 명문화하며 가정폭력사건의 경우 검찰 송치시 상담소 소견서를 첨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추진중이다. 허남주기자 yukyung@. ■“여성수사반 전국 확대 또 다른 피해 예방 최선”. “성폭력의 피해자는 남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딸이며 아내입니다.” 경찰청 방범국 이금형(李錦炯·43)여성실장은 10일 “성폭력 피해 여성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또다른 정신적인 고통을 받아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범죄 입증과 공소유지를 위한 조사 과정도 중요하지만 여성 피해자의 심적·육체적 상황에 대한 배려 또한 인권 차원에서 수사 결과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정신적인 고통은 은밀성이나 수치심 등 성범죄 피해자의 특수상황을 남성 수사관이 이해하지 못하고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려 하지 않는 수사 관행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지난 1월 여성부 출범과 함께 여성 성범죄를 전담하는 여성실을 신설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현재 여경들로 구성된 전담요원은 경찰청에 5명,14개 지방경찰청에 각 2명,전국 경찰서에 1명씩 263명이다. 이실장은 여성범죄 수사와 단속을 맡고 있는 ‘여경기동수사반’도 여성 피의자의 인권보호에 한몫 하고 있다고설명했다.기동수사반은 서울 등 6개 지방청에서 오는 21일까지 모든 지방청으로 확대,설치된다. 이 실장은 “여성민간단체 등과 연계해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침’과 ‘수사매뉴얼'등 조사기법에 대한 연구가 좋은 결실을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한국의 인권 현주소/ 사회적 약자 ‘홀대’ 심하다

    10일은 제53주년 세계 인권선언 기념일이다.우리나라는 지난 11월26일 국가인권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인권국가로서의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그러나 아직까지미흡한 점이 적잖다.인권위의 출범 이후 시행령과 직제 등을 둘러싼 정부 부처간의 갈등으로 파행이 거듭되고 있다.국가보안법 개정 등 개선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세계 인권선언일을 맞아 우리의 인권수준을 짚어본다. 한국의 인권시계는 과연 몇시일까. 세계 인권선언일은 지난 48년 12월10일.제3차 국제연합(UN) 총회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권리 등을 담은 ‘세계인권선언문’을 공포한 날이다. [열악한 인권 현실] 우리의 인권현실은 아직 열악하다. 대통령이 인권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고 인권위를 출범시키는 등 인권국가로서의 위상을 다졌으나 정착까지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재외동포 관련법 개정은 물론 동남아 등 3세계 국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게다가 여성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소외현상이나 출신지역과 정치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받는 사회적 차별은 여전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인권위 유시춘(柳時春) 상임위원은 “여성과 장애인,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차별은 어떤 물리적 폭력보다 더욱무섭고 제도화된 폭력”이라며 “인권위가 이 부분의 활동에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지적] 국제사회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한국은 지난 93년부터 유엔인권위원회 위원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경제·사회·문화권위원회에서 발표된 보고서에서 한국은 노조결성 등 노동자의 권익문제,국가보안법개폐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받았다.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인권A규약)’은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인권B규약) ,세계인권선언과 더불어 3대 국제인권장전이라 불리는 것으로 현대 인권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인권B규약은 사상의 자유나 집회·결사의 자유 등 주로 정치적 권리를 다룬다.인권A규약은 남녀 평등에서부터 시작해노조활동의 자유,어린이·노인·장애인의 복지 등 사회권을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0년 이 두 규약에 가입했지만 그동안 국가보안법과 재소자 및 노동자 표현의 자유,성차별 등 문제가 단골로 지적돼 왔다.개선 여지가 많아 앞으로 인권위원회와 인권단체들의 활동이 집중될 대목이다. [다양한 행사] 인권위원회는 기념식 없이 10일 오전 11시 김창국(金昌國)위원장이 서울 교동초등학교를 찾아 ‘인권교사’로서 인권과 평등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친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는 오는 15일 오후 6시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안치환·김종서·전인권 등이 출연하는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열세번째’ 콘서트를 연다.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지난 8일 고려대에서 ‘탈북자,외국인근로자 등의 인권보호대책’ 세미나를 가진데 이어 10일 기념식과 제2회 앰네스티 공무원 인권상 및 제5회 앰네스티 언론상을 시상한다. 이밖에도 11∼17일 수원미술관에서 ‘수원 인권예술제’가열린다. 박록삼기자 youngtan@. ■인권위 '억울한 사연'봇물-””性전환자 왜 비행기 못 타나요””. “억울한 사람들의 응어리를 풀어주고 우리 사회의 인권을한 단계 높인다는 사명감에 힘든 줄 몰라요.” 9일 오후 휴일임에도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사무실에는 민간위촉단원과 자원활동가 등 10여명이 출근,‘세계인권의 날’ 행사 준비로 분주했다. 이들은 봇물처럼 쏟아지는 민원인들의 진정 접수와 상담에쫓기느라 10일로 예정된 행사준비를 미처 마무리짓지 못해이날 사무실을 찾았다.출범 후 지난 2주일 동안 40여명의 인원으로 1,600여건에 이르는 진정 접수와 상담,청송감호소 등 3곳의 현장 방문조사를 강행한 탓에 얼굴에는 피로가 깊이배어 있었지만 사명감만은 여전했다. 기자회견 준비를 위해 출근한 노정환(盧丁煥·민간위촉단원)씨는 “인권위 업무는 진정 접수와 분석,현장조사뿐 아니라 테러방지법 등 관련법령 공고,인권교육,홍보 등 10여가지에 달한다”면서 “하루빨리 인권위가 정상화돼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응어리를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인권위가 관련 부처와의 갈등 때문에 사무처도 구성하지 못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나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자원활동가 18명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과 대학원생,시민단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자원활동가는 현재 위원장과 상임·비상임 위원 11명을 제외한 실무인력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무보수로 활동하는 이들은 인권위 5층 진정접수처에서 방문·팩스·이메일 등을 통해 쏟아지는 진정 접수를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인권위 출범 후 지난 8일까지 682건의 진정 접수 및 931건의 상담이 쏟아졌다. 지난 7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건소장 임용에서 탈락한이희원씨(39)가 첫 진정서를 제출한데 이어 국가기관으로부터 당한 고문이나 폭력,여성과 장애인이 겪은 차별,트랜스젠더(성전환자)와 외국인 노동자의 하소연 등 지금까지 언론과 정부기관에서 외면당한 소소한 사건이나 해묵은 민원이 줄을 이었다. 88년 북한을 탈출한 김용화씨(49·경기도 안양시)는 “95년 중국을 거쳐 밀항해 한국으로 왔지만 아직 국적을 얻지 못했다”며 진정했고,99년 5월 군대에서 커밍아웃을 선언했다가 군 정신병원에 감금됐던 정모씨(25)와 성전환 수술을 한뒤 항공사로부터 탑승이 거부됐다는 김모씨(41) 등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변협 '2000년 인권보고서'-””한국 인권의식 함량미달””. 86년부터 인권보고서를 발간해 온 대한변호사협회(회장 鄭在憲)는 9일 ‘2000년 인권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우리나라의 인권상황은 과거청산과 개혁작업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인권의식은 여전히 함량미달”이라고 평가했다. 변협이 꼽은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는 지난해 6월 ‘롯데호텔 농성노동자 진압사건’.과거 군사정권을 연상시키는 공권력의 반인권적·전체주의적 성향이 청산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노동자,동성애자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 침해는 계속된 것으로 평가했다. ▲정신병자로 몰린 네팔 출신 여성노동자가 6년간 정신병원에 감금된 일 ▲동성애자 탤런트 홍석천씨의 국회 출석이 ‘품위손상’등을 내세운 의원들의 거부로 무산된 일 등을 꼽았다. 여성 연예인의 성행위 비디오 유포 사건에 대해서도 “인간의 육체적 표현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반인권 행위”라고 비판했다. 현 정부 출범 당시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와 관련해서도 “개혁 주체의 정치·이념성 부족과 구 세력들의 권력장악 등으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가동 ▲민주화운동보상법제정 ▲남북정상회담 성사 ▲노근리 사건 등 거론이 금기시됐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사건과 한국군의 베트남전학살 의혹 제기 ▲매향리 미군 폭격장 문제가 이슈로 부각된 것은 등은 ‘뚜렷한 진전’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롯데호텔 사건을 인권침해 사례로 꼽은 것은 사안의 중대성과 피해 규모를 외면한 채 진압 과정에서 공권력이 빚은 우발적 피해만을 강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인 근로자 인권 보호 실태 등에 대해서는 항목별 해명자료를 내 반박했다. 이동미기자 eyes@.■국보법 개폐 논란 가속화. 인권 문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사상범을 어떻게 다루느냐이다.이는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으로 연결된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鄭在憲)는 9일 발간한 ‘2000년 인권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은 이산가족 상봉과 미전향 장기수 송환으로 이어져 비정상적 남북관계 속에 희생됐던 피해자들의 기본적인 인권,즉 ‘행복추구권’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남북 관계의 정상적인 발전을 위해 국가보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국보법이 반국가단체라는 북한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반인권성과 반민주성이 파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보법 개폐 운동] 지난해 8월 민주당은 “연내에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뒤 9월 국보법 개정안을만들었다.일부 여야 의원은 ‘국가보안법 문제를 고민하는의원모임’을 구성,11월 국보법 폐지법률안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가 결성돼 활동을 개시했다.언론에서도 국보법 개정 문제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개정 반대 논리와 향후 과제] 그러나 이같은 개정 논의는‘신중론’ 혹은 ‘상호주의’를 내세우는 반대세력들의 논리에 부딪혀 실패했다.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사람은 96년 465명,97년 641명이었으나 현정부 출범 이후 줄기 시작해 98년 465명,99년 312명,2000년 130명,올해 10월말 현재 111명이다. 변협은 남한의 인권 개선의 척도인 국보법 개폐는 궁극적으로 ‘남북한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과제로 남북 쌍방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모색해야 할 문제라고 결론내렸다. 이동미기자
  • 집중취재/ 자궁없는 여인들(중)적출수술 너무 쉽게 한다

    ■수술 남발·오진 실태. 최모씨(37)는 지난해 말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유명 종합병원을 찾았다가 자궁경부암 판정을 받고 얼떨결에 수술을한 뒤 1주일 동안 항암치료까지 받았다. 수술 후 보험료를 청구하기 위해 보험사에 진단서를 제출한 최씨는 보험사 담당자로부터 ‘자궁암이 아니므로 보험료를 지급할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단순 근종을 암으로 오진,자궁적출수술을 한 의료진이 오진 사실을숨기기 위해 항암치료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송을 준비하던 최씨는 병원측으로부터 ‘조용히 해결하자’는 제의를 받고 1억원에 합의했다.자궁적출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남편과 가족의 만류에 눈물을 삼켜야했던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99년부터 올 6월까지 전국 43개 대학병원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분쟁 709건의 처리내용을 분석한 결과,합의보다는 민·형사소송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99년의 266건 중 58%,2000년의 298건 중 54%,2001년의 145건 중68%가 소송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전체 의료사고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산부인과에서는 사정이 다르다.소송진행률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양모씨(32)는 몇달간 입덧이 계속되면서 하복부 통증과 함께 하혈이 끊이질 않아 동네병원을 찾았다.자궁근종 혹은 자궁체부암으로 의심된다는 진단에 타진료권 진찰확인서를 끊어 대학병원으로 달려갔다.자궁근종이라는 판정과 함께 자궁적출수술을 받았다. 양씨는 몇달 후 친구로부터 수술 전 증상이 자궁외임신과유사하다는 말을 듣고 병원의 진료기록을 확인한 결과,오진으로 드러났다. 대법원까지 간 이 사건에서 법원은 “자궁외임신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있었고 의사도 자궁외임신의 가능성을 생각했음에도 자궁에서 혹이 만져지자 더 이상의 확인검사 없이수술을 한 과실이 인정된다”면서 7,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20만명이 자궁적출수술을 받았고 60세 이상 여성의35%가 수술을 받은 것으로 학계에 보고된 미국의 경우 오진으로 인한 자궁적출수술에 대해 엄청난 배상금을 물리고 있다.지난 7월 미국 시애틀법원은 오진으로 자궁을 잃은 제니퍼 루퍼(28)에게 병원과 의사는 21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한강의 최재천 대표변호사는 “의료서비스의 천국인 미국에서도 환자가 의사에게 자궁적출수술에 대해 질문하면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한국에서는 이보다 심하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주석기자 joo@. ■수술 동기와 후유증. 자궁적출 및 절제수술을 받거나 앞둔 여성들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의학계나 여성학계의 연구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과는 달리 여성의 은밀한 부분에대한 병이란 인식 때문에 병원이나 가정 밖으로 옮겨지는것을 꺼려하는 탓이다. 최근 동서한방병원 부인과팀이 대한한방부인과 학회지에발표한 ‘자궁절제술을 시행한 환자의 주요 원인 분석’이라는 논문은 자궁적출수술의 원인과 후유증에 대한 기초적인 분석과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이 병원 입원환자 37명에 대한 조사결과,적출 및 절제수술을 받은 연령은 40∼50대가 23명(62%),30대가 13명(35%)이었다.수술을 받게된 원인은 ▲자궁출혈 13명(35%) ▲정기검진시 발견 9명(24%) ▲심한 하복통 및 월경통 8명(21%)이었고,다음으로 요통,자궁하수 합병증,기타 등의 순이었다. 자궁근종 환자가 24명(64%)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자궁경부암이 5명(13%),자궁내막증이 3명이었고,나머지는 골반염,임신중 이상,기타로 나타났다. 수술 뒤 불편함을 호소한 환자는 17명(45%)에 달했고,상실감 등 정신적 장애도 8명(21%)에게 나타났다. 수술 후 1년에서 5년 사이에 새로운 증상을 호소한 28명 가운데 근육통이 12명(32%),안면홍조가 7명(18%),손발저림이7명(18%)이었고 성생활과 소화장애를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손배소송으로 본 판례 “자궁 노동가치는 0원”. 자궁의 노동능력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 ‘0원’이다. 단순 종양을 자궁암으로 오진한 병원측의 실수로 자궁적출수술을 받은 신모씨(31)는 최근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자신의 몸에서 떼어낸 자궁의 노동능력이 한푼도 인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변호사로부터 전해들었다. 담당재판부가 신체감정을 의뢰한 대학병원의 의사가 ‘자궁적출로 인한 노동력 상실의 정도는 현 시점의 의학연구로는 몇 %에 해당되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고 회신했기때문이다. 신씨는 결혼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아이도 없었고 남편이 3대 독자란 점은 아예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 왜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일까.신씨처럼 사고로 신체장애를 입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면 법원은 피해자의 장애정도를 근거로 노동능력 상실률을 따진다.법원은 노동능력 상실률의 정도를 신체감정 의뢰 의사의 감정결과나 국가배상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신체장애등급표,미국의 정형외과 의사인 맥브라이드가 1936년에 만든 맥브라이드 불구평가표 등에 의존한다. 그러나 교통사고나 산업재해와는 달리 의료사고의 경우의사의 감정은 대부분 팔이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만들어진 지 65년이 지났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금과옥조처럼받들어지고 있는 맥브라이드 평가표에는 불임증,유산,조산 등 일부 항목의 장애비율만 제시돼 있을 뿐 자궁적출수술에 따른 노동능력상실은 아예 빠져 있다. 법무법인 한강의 홍준희 의료소송팀장은 “미국에서는 오래 전에 폐기된 맥브라이드 평가법이 지금도 통용되고 있다”면서 “자궁의 노동능력과 같이 추상적 장애에 대한규정이 없는 맥브라이드 평가법은 폐기돼야 마땅하다”고주장했다. 서울지법 조한창 판사는 “손해배상사건에 있어 공정하고 정확한 신체장애율이나 노동능력 상실률을 산정하려면 우리 실정에 맞는 불구평가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주석기자.
  • 사귄지 3개월 되면 젊은층 45% 성관계

    10∼30대의 10명 가운데 절반은 이성교제를 시작한 지 평균 3개월만에 성관계까지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랑의 전화 복지재단(회장 심철호)은 지난달 10∼30대남녀 470명을 대상으로 ‘육체적 관계의 진도’를 조사한결과,응답자의 6%는 만난 지 1주일만에,10%는 한달만에,29%는 석달만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대답해 조사대상자의 45%가 3개월이면 교제 상대와 성관계를 맺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키스는 1주일만에 했다는 대답이 14%,2주만에는 11%,한달만에가 23%로 응답자의 48%가 한달안에 키스를 한다고 말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서초사랑 어린이집 오늘 개원

    장애아동과 저소득층·맞벌이 가정 자녀들의 놀이 및 학습공간인 ‘구립 서초사랑 어린이집’이 1일 개원된다. 서울 서초구가 17억원을 들여 잠원동에 마련한 서초사랑어린이집은 연면적 662㎡의 지상 4층,지하 1층 규모로 수유실·양호실·자료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서초사랑 어린이집은 영유아반 등 9개반 79명으로 편성되며장애아동을 우선적으로 받아 장애아동을 둔 가정의 정신적·육체적 부담을 덜어주게 된다. 최용규기자 ykchoi@
  • 지역난방공사·한전 공동 1위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의 고객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경영혁신대상 20개 공기업을대상으로 고객만족도를 평가한 결과 일반소비자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공기업의 경우 지역난방공사와 한국전력이 공동1위를 차지했다. 지역난방공사는 연료비 연동제,계절·시간대별 차등요금제 등으로 요금제도를 합리화했고 고객상담실을 구축,고객들의 불편사항을 해소한 점 등이 높이 평가됐다.한국전력은 사내에 서비스아카데미를 개설,서비스 교육체제를 개선했고 고객의견 수렴을 통한 전기공급약관 개정과 현장순회 홈서비스활동으로 고객 편의위주의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밖에 일반인 대상 공기업의 경우 도로공사,한국감정원,한국통신 등의 순으로 만족도가 높았고 토지공사,농업기반공사의 만족도가 낮았다. 기관이나 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공기업 중에서는 가스공사,조폐공사가 만족도 1,2위에 올랐다.반면 대한주택공사와 대한주택보증은 만족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기업대상 공기업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광업진흥공사,농수산물유통공사의 만족도가 높고 수자원공사와석유공사,관광공사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다. 이번 조사는 기획예산처가 한국생산성본부에 의뢰,실사업체를 선정한 뒤 코리아리서치 등 여론조사기관이 서비스이용 전의 기대치와 이용 후의 만족수준의 정도를 계량화한 국가고객만족지수(NCSI)를 토대로 실시했다. 예산처는 매년 정기적인 고객만족도 평가를 통해 고객지향적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유도하는 한편 공기업 고객만족도를 사장 경영실적 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함혜리기자 lotus@
  • 신간 맛보기

    ◆닷컴 전쟁(숀P.맥카시 지음,이종인 옮김,생각의나무 펴냄)= e-비지니스 시대의 인터넷기업이 산업시대의 기업들과 같은 방법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지은이는 닷컴회사들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고 인터넷경쟁에 들어가는 것을 전쟁으로 보고 ‘손자병법’을 비지니스 지침서로 재해석했다.1부 기본훈련편에서 자신과 경쟁회사를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파악하라,지지기반을 확보하라,위급상황을 대처하라 등을 조언한다.2부 준비에서는 리더쉽을 키워라,전략을 개발하라,3부 전투돌입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공격에 나서라,집중과 변화를 두려워마라고 말하고 있다.1만2,000원. ◆공포의 권력(줄리아 크리스테바 지음,서민원 옮김,동문권 펴냄)= 아름다운 휴머니즘 영화나 끔찍한 공포 영화나궁극적으로 관객에게 주는 심리적 결론은 ‘현재 내가 사는 세상은 얼마나 평온하고 아름다운가’라는 안도감이다. ‘공포의 권력’은 위와 같이 두 가지 상반된 상황을 하나의 느낌으로 묶어내는 인간의 정화심리 ‘아브젝시옹’을설명한 정신분석학자의 책이다.총 4장으로 구성되 있으며‘아브젝시옹’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정신분석학적 의미는 무엇인지,역사속에서의 역할은 어떠했는지,종교·정치·문학에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탐구한다.불가피한 상황이나 군주의 권력이 아닌 인간의 심리가 역사에 얼마나 기인했는지 알아보는 것은 흥미롭지만 읽기 위해서는 먼저 프로이트,융의 정신분석학 책을 먼저 섭렵해야할 듯 싶다.2만3,000원. ◆뫼비우스 띠로서 몸(엘리자베스 그로츠 지음,임옥희 옮김,여이연 펴냄)=서구철학 사유의 근본에 놓여있는 마음과몸의 이분법은 그밖의 무수한 대립쌍들과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대립으로 귀결된다,‘육체 페미니즘’이라는 어휘를 등장시킨 저자는 94년도에 씌어진 이 책에서 남성/마음,여성/몸으로 대립되는 이분법의 해체를 시도하고 몸의 존재론이 어떻게 여성적인 인식론의 모태가될 수 있는가를 집요하게 천착한다.옆으로 눕힌 8자모양의 뫼비우스의 띠는 안과 바깥이 어느 순간 꼬여들면서 안/팎,내부/외부의 경계를 허문다.저자는 뫼비우스의 띠를 은유로 사용해 마음이 기실은 몸에서 기인된 것이며 그 역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보여준다.프로이트,라캉에서부터 가타리에 이르기까지 남성들의 몸 이론에 관한 방대한 분석과도전이 볼 만하다.1만8,000원. 신연숙기자 yshin@
  • [비전 21세기 ‘우리 캠퍼스’] 한국방송통신대

    ■'방송대 비전 2001-2005'가동. 누구나 부담 없는 학비로 공부할 수 있는 온 국민의 대학. 시·공간의 제약 없이 배움의 의지를 실현해 주는 첨단 원격대학.전문교육을 통한 지식정보사회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대학. 1972년 서울대 부설 한국방송통신대학으로 개교해 올해로 28년째를 맞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총장 李璨敎)는 ‘열린 교육’과 ‘평생 교육’을 선도하며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아 ‘세계속의 첨단 원격대학’으로 확고한 위치를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는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공부를 해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방송대학 TV와 라디오 등을 통한 방송강의,출석수업,인터넷 코스웨어 및 컴퓨터 통신,쌍방향 원격 영상강의 시스템,e-book,튜터제도 등 첨단 원격 매체를갖추고 있다. 지난 9월엔 국내 최초로 국립 사이버 대학원인 ‘평생대학원’을 개원해 평생교육과 사이버교육의 수준을 한차원 높였다. 방송통신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은 15만원 수준으로 일반대학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누구나 부담없는 학비로 배움의의지를 실현할 수 있다. 방송통신대는 전국이 강의실이며 배움터다.재학생 중 80%가 직업을 갖고 있고 전국에 13개 지역대학과 35개의 시·도학습관이 있어 직장과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에서 공부할 수있다. 5개 학부 18개 학과를 둔 방송통신대가 배출한 졸업생은 25만5,000명이며 재학생은 현재 20만8,174명에 이른다. 방송통신대는 지난 96년과 98년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의정보화 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또한 ‘한국가상캠퍼스’,‘정보 통신사이버대학’ 등 가상대학 연합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가상교육의 견인차로 자리매김했다. ‘평생교육법’의 시행으로 평생교육에 대한 사회의 수요와 기대가 높아지면서 방송통신대는 97년 전문 직업인을 위한‘평생교육원’과 지난해엔 현직 교원의 재교육 기관인 ‘종합교육연수원’을 설립한데 이어 올 9월에는 ‘사이버 평생대학원’을 개설했다. 이같은 교육 서비스는 학교의 위상을 높여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명문대 출신 졸업생들의 편입학이 매년 늘고 있다.올해 이들 3개대 출신 편입생의 수는1,163명에 이른다. 학생커뮤니티시스템(http:///www.knou4u.ac.kr)은 방송대만의 자랑거리로 떨어져 있는 20만 학생들을 하나로 묶어주는구심체 역할을 한다.이 시스템 안에는 모두 515개의 커뮤니티가 있으며 학생들은 800여개의 스터디그룹,161개 동아리,학생회 등에 참여해 활발한 교류 활동을 하고 있다. 오프라인으로도 연대 의식을 고취하고 있다.서울을 비롯해전국 13개 시·도에 설치된 지역학습관과 34개 시·군 학습관은 서울의 대학본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학생들에게함께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 학기 3과목 8시간의 출석수업과 학생들을 상대로 상담·논문지도 등 교육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튜터’제도 그리고 매년 열리는 ‘방송대 대학가요제’와 ‘전통혼례’ 행사도 학생들에게 캠퍼스 생활을 경험할 기회를 준다. 학생들의 실력도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졸업생의 20% 정도가 대학원 에 진학하고 있으며 그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각종 고시에도 많은 학생들이 합격하고 있다.지금까지 행정고시 36명,사법시험13명,공인회계사 9명,군법무관 2명,기술고시 2명,입법고시 1명 등의 합격자를 배출,방송통신대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방송통신대는 교육개방화 시대를 맞아 세계 유수의 원격 교육기관과 경쟁하기 위해 ‘방송대 비전 2001-2005’를 마련했다.‘평생교육의 선도적 역할 추구’,‘수요자 중심의 교육 내실화’,‘제도 및 조직 문화의 변화’가 그것이다. 또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동포들을 위한 모국어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보급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업그레이드!’ 교육의 유토피아,‘에듀토피아(edutopia)’를 만들어 가겠다는 방송통신대학의 기치(旗幟)다. 이영표기자 tomcat@. ■우리학교 자랑거리'평생대학원'-사이버 강의로 석사학위. ‘무한교육의 평생학습사회를 여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평생대학원’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21세기 지식정보사회로의 변화에 발맞춰 사이버교육을 통해 석사학위를 취득 할 수 있는 ‘국립 사이버 평생대학원’을 국내 최초로 9월 1일 개원했다. 평생대학원은 원격교육과 평생교육을 선도해 온 방송통신대의 30년 노하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운영됨으로써 사이버교육의 수준을 한차원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5학기 석사 과정인 평생대학원에 개설된 학과는 행정,경영,정보과학,평생교육학과 4개이고 정원은 202명(정원외 재외국인 2명 포함)이다. 지난달 실시된 입학 전형에서는 200명 모집에 의사,회사원,군인,가정주부 등 다양한 계층의 1,686명이 몰려 8.43대1 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평생학과는 그 중 최고 인기학과로 14.3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석·박사 학위가 있음에도 재교육을 받기 위해 도전한 152명 가운데 24명 만이 합격하고 128명은 탈락했다. 학생들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모든 과정을 인터넷(http:///grad.knou.ac.kr)을 이용해 학습할 수 있다.교수들이 사이트에 올려놓은 강의 내용을 집이나 사무실에서 편안한 시간에학습한다. 온라인에서 궁금한 점은 오프라인에서 해결 할 수 있다.각과에는 해당교수 외에 일반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학습도우미’들이 있어 친절히 해결해준다. 이찬교총장은 “국내 유일의 사이버 대학원강의로 대도시거주민에게만 국한됐던 대학원 교육의 기회가 산간,도서벽지 거주민 등 거의 모든 국민에게 확대되는 신기원을 이룩했다”면서 “학과 신설과 정원의 확충,우수한 교수진의 학보를통해 세계 속의 사이버 원격대학원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형 어떻게. 방송통신대는 신입생과 편입생(2,3학년)을 동시에 뽑는다. 신입생은 12월 20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원서를 교부하고 편입생은 12월 20일부터 내년 1월 18일까지 교부한다.원서접수는 신입생은 내년 1월4일부터 1월11일까지며 편입생은 1월18일까지다. 원서는 우편과 인터넷(www.knou.ac.kr),그리고 전국 13개지역의 지역대학과 35개 시·군 학습관에서 동시 접수하고있다. 지원 자격은 신입생은 고졸 학력이 인정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며 편입생은 전문대 졸업자 또는 전문학사 이상의학위를 취득한 사람으로 2학년 편입은 4년제 대학에서 1학년 이상 수료하고 35학점 이상을 취득해야 하며,3학년 편입은4년제 대학에서 2학년 이상의 교육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보건과학과의 간호학 전공 지원자는 간호사 면허증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유아교육과 지원자는 유치원 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만이 지원할 수 있다.) 전형기준은 신입생은 수능시험 성적과 관련 없이 출신고교성적 또는 고졸 학력 검정고시 성적,편입생은 출신대학의 성적이 요구된다. 방송통신대에도 특별전형이 있다.국가유공자와 특수교육 대상자는 각 학과 모집인원의 1% 이내며 연장자,위탁 학생,학사 학위 편입생은 모집 인원의 10% 이내,북한 귀순동포는 각 학과 모집 인원의 1% 이내로 뽑는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knou.ac.kr)나 전화(02)3668-4163∼9로 문의. ■이찬교 총장 “온·오프라인 교육 조화롭게 운영”. “방송통신대는 지식정보·평생교육의 시대인 21세기에 대학교육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선도적 대학이 될 것입니다.” 한국방송통신대 이찬교(64)총장은 “지난 3년간 우리 대학은 ‘제2 창학정신’으로 전 구성원이 똘똘 뭉쳐 노력한 결과 지식정보화시대를 주도할 국내 최고 수준의 첨단 원격대학으로 우뚝 서게 됐다”고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총장은 이어 “국립 사이버 대학원의 설립·개원,종합교육 연수원 설립,재학생 입영연기의 실현,지역학습관의 지역대학 승격,방송대학 케이블TV의 위성TV 전환 등은 그 중 자랑할 만한 성과”라고 소개했다. 해외 지역대학 설립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이총장은 “동포가 많이 살고 있는 중국 연변에 내년 상반기쯤 ‘방송통신대 연변 지역대학’을 설립할 예정”이라면서 “북한에까지 그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취임 3주년을 맞은 이총장은 취임 초기부터 ‘교육 내실화’에 역점을 두어왔다.남은 1년여 임기동안 방송대학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가상교육 프로그램,첨단 교육 콘텐츠 개발및 교육의 질 향상과 교육역량의 강화에 중점을 두고 학습자 중심의 교육체제 마련에 힘쓸 예정이다. 최근 다른 대학들이 사이버 가상대학을 도입하는 등 원격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대해 이총장은 “우리 대학이 지난 30년간 쌓아 온 원격교육의 경험과 노하우는 다른 원격교육기관이 갖지 못한 큰 장점”이라면서“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의 장점을 조화롭게 운영하여 대학의 경쟁력을 극대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총장은 마지막으로 “10년여의 준비 기간을 통해 지난 9월 문을 연 국내 유일의 사이버 대학원 ‘평생교육원’은 교육의 기회를 산간,도서벽지 등 모든 국민에게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방송통신대의 큰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 개인 중심 역사 ‘거꾸로 보기’

    ◇역사인류학이란 무엇인가-반 뒬멘 지음/ 최용찬 옮김. 종래 역사학은 마르크스, 또는 베버의 사회이론을 두 줄기로 해 역사발전의 보편적 구조를 해명하고자 했다. 따라서 서구식 근대화를 인간이 이룩한 업적의 총화로 인식하고 근대를 추동하는 정치 제도사, 사회사 등 거대사 연구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70년대 말, 여기에 의문이 제기됐다. 핵무기의 경쟁적 보유, 생태계 파괴 등 인류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무작정 진보만을 약속하는 끊임없는 근대라는 발상은 유효할 것인가. 이제까지의 역사전개에 어떤 필연성이 있다면 거기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이었던가. '역사인류학'은 이런 지적 반성 아래 근대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찾고 역사 서술에서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되살리고자 시작되었다. 1993년 '역사인류학-문화·사회·일상'이란 학술지를 창간, 새 학문의 제도화를 이끌어온 리하르트 반 뒬멘 독일 자아브뤼켄 잘란트 대학교수(64)는 2000년에 발간된 '역사인류학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역사인류학의 발전과정과 시각, 연구주제들을 깔끔하게정리한다. 인간에 관한 학문인 역사인류학은 무엇보다 문화 속에 아로새겨진 인간의 생활 형태와 경험에 역사적인 관심을 기울인다. 역사 속의 사건,구조,과정이 전체 사회와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가 보다 구체적인 개인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고 어떤 행동을 일으켰는가를 중요하게 다룬다. 이는 인간을 역사의 주체로서 바로 세우려는 의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개별 인간으 자기 의지적 해석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사의 구조적 시각과 확연히 구별되는 점이다. 얄팍한 '이론'을 적용하지 않고 오히려 '두터운 묘사'와 '원주민의 시각'에서 사회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인류학적 방법론을 끌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서 인간은 폐쇄적이고 유형화된 통일적인 인간상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변하기 쉬운 다양한 인간들이다. 당연히 역사인류학의 구체적인 연구대상은 개인적 일상과 경험,노동,민중문화 등에서 잡혀진다. 마법과 마녀,저항과 폭력,육체와 성생활,종교와 신앙,집과 가족,사생활과 개인주의화,문자생활·독서·매체,자기것과 낯선것,여성들·남성들·남녀의 역사 등 저자가 제시한 역사인류학의 아홉 가지 주제들의 제목만으로도 기존 역사학과의 차별성이 확연해진다. 읽어 가는 도중 이같은 미시사적 접근의 학문적 가치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저자도 연구에 대한 명확한 목표설정,상대주의 시각 극복,그리고 인간행동을 유발시키는 물질적 문화적 동기를 실증적으로 검증할 설명모텔 제시 등을 앞으로의 해결 과제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딱딱한 역사로부터 부드러운 인간의 역사로의 전환,서구근대화 중심주의에서 문화적 차이와 복수성을 인정하는 '열린'시선은 일반의 역사인식과 학계 흐름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 틀림없다. 푸른역사 1만3,000원. 신연숙기자
  • 한림대서 인문학적 반성 세미나/ 남성의 몸 억압자의 몸인가?

    90년대 이후 우리 학계와 사회에 중요한 화두로 부상한 ‘몸’.‘몸’담론이 모색했던 우리들의 욕망과 육체의 해방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일까. 한림대 인문학연구소(소장 김재환)는 지난 16일 ‘남성의몸에 대한 인문학적 반성’을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를 열어 ‘몸’담론의 오늘을 점검했다.여성의 몸 위주로 전개돼 온 ‘몸’담론에 대한 문제점 제기,IMF환란 이후 나타난 ‘몸’담론의 변화에 대한 분석은 의미있는 성과로 받아들일 만하다. ◆ ‘몸’담론의 역사=육체는 오랜 기간동안 오해,폄하,극복의 대상이었다.이성중심주의의 근대철학 이후 육체는 담론의 객체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정치 이론에서도 육체는 주체이기는 커녕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정신분석학,기호학,페미니즘의 등장과 더불어 획기적 변화가 생겼다.이때부터 육체는 자연적 공간보다 문화적 공간의 의미가 더 커졌다.신체에 부여된 여러 가치들이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권력구조의 일부로 이해되기 시작했다.임신,낙태,포르노,몸매가꾸기 등의 현상에서 권력과 자본의 가차없는 힘이 읽혀지기에 이르렀다.한국에서 ‘몸’은 90년대 초반 정치적 의식화 운동의 급속한 퇴조와 함께 비로소 자율적인 향유의 주체로서 전면에 부상했다. ◆남성의 육체는 무엇을 보여주는가=세미나에서 송승철 한림대 영문과 교수는 남성의 몸은 가부장적 시선과 동일시되거나 억압자의 몸이었으나 자본의 예속에 의해 점차 식민화하고 있다는 말로 논의를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소비자본주의는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을 과거의 ‘인격과 교양’에서 ‘개성’으로 바꾼다.개성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상품의 소비를 통해 의식적으로 실현할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이제 보기 좋은 육체는 건강의조건이라기 보다 사회적 성공과 자아실현의 지표로 제시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중산층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다.노동자의 몸은 여전히 생산기계로서의 몸이며 기업은 이제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정신노동조차도 관리를 위해 규격화함으로써 육체노동으로 전화하고 있다.여기 이 지점에서 남성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근주의적 지배의 실질적인 피해자이다.송 교수는 최근 군필자 가산점 논쟁은 약자끼리 주고받은 쓸모없는 소모전에 불과했다고 말한다.여성들은 군필자 남성들의 몸의 억압문제를 가볍게 보았으며 남성들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라는 형식으로 자신들이 보상받았다는 사실을 간과하였다는 것이다.송 교수는 이 사례를 남성의 몸에 대한 정치한 분석이 있어야 하는 이유로 꼽고 남성과 여성의 연대가능성을 암시한다. ◆ 몸의 문화정치학을 위한 시론=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은 IMF환란 이후 육체적 욕망 및 담론과 실제적현실 사이에 괴리가 확대,‘몸’담론에 균열이 발생하기시작했다며 이에 대한 대안모색을 시도했다. 그에 따르면 현대 자본주의는 대중의 육체를 기계적인 노동으로부터 점차 벗어나게 하는 대신 몸의 성적 쾌락을 상품패키지의 형식으로 소비하도록 부추긴다.그러나 IMF 이후 경제적 조건의 악화는 욕망과 현실을 분리시키고 일하는 몸과 향유하는 몸 사이의 모순을 확대시켜 왔다는 것. 그러면 대중에게 절제와 금욕을 요구할 것인가.심 원장은이것은 극히 비현실적인 처방이라면서 욕구를 보다 많이충족시키도록 하되 상품미학의 모델에 흡수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이를 위해서 정신과 육체를 대칭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정신을 육체에 잠재된 부분적인 한 기능으로 다시 사고해야 한다는 것. 즉 인식의 대상으로서의 육체가 아니라 인식,감각,정서,행위의 원천으로서 육체를 작동시켜야 한다는 것이다.이때개인의 특이성과 차이들이 활성화되며 이 차이를 통한 공존과 배려의 관계만이 인간을 상품화하는 ‘몸’의 기호화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연숙기자 yshin@
  • ‘수능 충격’ 털고 心身 다잡을때

    대전 C여고 3학년인 J양은 시험이 끝난 뒤부터 갑자기 긴장이 풀리면서 온 몸에 힘이 없고 지금까지도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다. 가채점을 해보니 기대와 달리 결과가 너무 좋지 않아 자신에게 화가 치밀고 부모님,선생님 할 것 없이 주위사람들이원망스럽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문득문득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만 여겨지는 등 삶에 대한회의마저 일고 있다. “수험생의 건강관리는 대입 수능시험이 끝난 뒤 더욱 신경써야죠.” 이창화 대전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는 “수능을 치른 뒤 그동안의 과중한 학습량과 시험부담에 따른 정신적·육체적 탈진,시험이 끝났다는 안도감과 갑작스런 긴장 이완 등으로 자칫 잘못하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예상외로 어렵게 출제된 올 수능시험으로 인해 많은 수험생들이 충격과 실의에 빠져 있는 상황이어서 시험 후 건강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직 대입 논술시험과 면접 등을 남겨놓고 있는 만큼 수험생들이 조심해야할 질환들과 예방법 등에 대해 전문가들로부터 들어본다. [허탈·절망감] 대학입시에 매달려야 하는 우리나라 고교생의 현실에서는 수능 뒤 시험 스트레스로부터의 해방감 못지않게 시험성적에 관계없이 일종의 허탈감에 빠지기 쉽다는것이 전문가들이 지적이다. “이런 허탈감은 공허함,일시적 우울감,일과(日課)를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노경선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수험생이수능 뒤 불안해 하거나 우울한 듯이 보이면 부모가 자녀의속상한 얘기,심지어는 바보같은 얘기일지라도 들어주고 함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하면 1주가 될지,한달이 걸릴지 모르지만 수험생들은 그런 감정에서 대개 벗어난다”고 밝혔다. 그는 “그 다음 할 일은 남은 논술과 면접 등에 대해 계획을 짜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 교수는 “인생은 죽을 때까지 계획을 짜면서 살아나가야 제대로 살 수있는 것”이라면서 “입시를 망쳤다거나 시험이 끝났다고 생각해서 손놓고 있으면 낙오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말했다. 이 교수는 “가채점 결과 시험성적이 기대에 크게 못미칠때 수험생이 괴로움에 빠질 수 있고 학부모 역시 같은 심정이 될 수있다”면서 “이때 가족간 누구를 탓할 경우 갈등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서로 질책하거나 탓하지 않도록 특히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긴장 이완] 수능이 끝나면 긴장이 일시에 풀리면서 신체적으로 이상이 생기기 쉽다.병은 잔뜩 긴장해 있을 때보다 긴장이 갑자기 풀리며 저항력이 약해졌을 때 발생하는 확률이높기 때문이다. 또 시험 준비기간 동안 스트레스와 부족한 수면,불규칙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식생활 및 운동 부족 등으로 일상생활의리듬을 잃어버린 경우가 많다.그러나 시험이 끝난 뒤 건강한 생활 습관을 되찾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되거나 신체적으로 체력이 떨어지고 비만해지기 쉽다. 최희정 대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특히 많은수험생들이 시험이 끝나면 무조건 푹 쉬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해이한 생활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긴장이 풀리면서 약해진 저항력을 틈타감기 등 질병에 걸리기도 쉬운 만큼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책] 최 교수는 “수능이 끝난 뒤에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공부 외에 취미나 문화생활을 하면서 정신적인 여유를 찾고 새로운 시작에 대해 의욕을 보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운동 부족으로 떨어진 체력이나 근력을 다지기 위해 평소 좋아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 신체적·정신적 활력을얻게 된다.운동은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가지며 일찍 일어나는 것도 피로를 푸는 방법이 된다. 아침 기온이 영상과 영하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약해진 체력을 틈타 발생할 수 있는 감기는 적절한 옷차림과 비타민이 충분한 채소와 과일 섭취,손 자주 씻기,사람이 많은 곳에가지 않기 등으로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수능을 치르기 전에는 대개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입맛이떨어지며 규칙적인 식사보다는 간식,야식 등이 많고 과도한 스트레스가 과식을 유발해 시험이 끝날 무렵에는 지나치게체중이 늘어나는 경우가많다. 비만이 되면 비만 자체가 다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비만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체중이 늘었다면 제때에 먹는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스트레스 해소 등을 통해 지속적인 비만 상태를 막아야 한다. 최 교수는 “학과와 학교 선택,논술고사 등을 앞두고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그와 반대로 해이한 생활로 인해 지나치게 긴장이 풀리는 것은 앞으로 남은 과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긍정적인생각과 여유 있는 마음가짐으로 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유상덕기자 youni@
  • 아프간 전장에서/ 아프간인과 라마단

    [두샨베 전영우특파원] “부부 싸움도 않는데, 전쟁이라니요…”타지키스탄 두샨베에 사는 압두라족 아하메도프(44)는 ‘라마단 기간에 전쟁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며 펄쩍 뛰었다. 그는 “라마단 기간에는 큰 소리로 말하는 것조차 금기사항”이라면서 “사람에 따라 정도는 다르겠지만 무슬림치고 라마단 기간에 전쟁하는 것에 호감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라마단이란 이슬람력(음력)으로 9월을 뜻하며 올해는 17일부터 시작된다.코란이 처음으로 계시된 달로서 무슬림들은 ‘사움’이라고 불리는 단식을 통해 신을 경배한다.이한달 동안 천사들이 땅으로 내려와 인간의 기원을 듣고 알라에게 전달한다고 믿기 때문에 근신하고,알라만을 생각하며,불우한 이웃에게 선행을 베풀려고 힘쓴다. 단식은 낮에만 한다.‘검은 실과 흰 실을 구분할 수 있을정도’로 밝아지면 낮이 시작되며, 해가 질 때까지 먹지도마시지도 않는다. 낮에는 부부 사이의 성관계도 금지되며,담배나 술은 물론 모든 육체적 즐거움을 멀리해야 한다.그러나 생업은 쉬지 않는다. 하루에 지내도록 돼 있는 5번의 예배 가운데 네번째 예배를 알리는 종이 사원에서 울려퍼지면 무슬림들은 음료수와간단한 식사를 한 뒤 석양예배를 본다. 라마단이 아닐 때는 일과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지만 이 기간에는반대 현상이 일어난다.낮 동안 닫혔던 식당들이 문을 연다.시장이나 가게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사원에선 학자들의강의와 토론이 시작된다.남자들은 수십 수백명씩 모여 함께 먹고 마시며 낮 동안 쌓인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푼뒤 마지막 다섯번째 예배를 본다.이후 다시 ‘타라위’라는 특별예배를 갖고,코란 전체를 외운다. 타지키스탄에서 가장 큰 이슬람사원인 ‘이슬람센터’에서 15년간 ‘이맘’(예배 때 기도를 이끄는 사람)으로 일해온 아다숀 이노얏조다(37)는 “라마단은 고통의 기간이아니라 신을 찬미하고,자신을 돌아보는 기쁨의 시간”이라면서 “이 한달 동안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함으로써 인간이천사의 속성에 가장 가까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정치적문제는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성스러운 기간에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전쟁을 치르는 것은 큰 죄”라면서 “불쌍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이 라마단 기간에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라마단이 끝나면 ‘이둘 피트르’라는 사흘 동안의 명절이 이어진다.힘든 단식과 근신 기간을 이겨낸 것을 자축하는 기간이다.명절 첫날 남자들은 사원에 모여 함께 알라에게 기도를 올린 뒤 선조들이 묻혀 있는 묘지를 참배한다. 남녀노소가 모두 새 옷을 입고,이른 아침부터 가까운 친지와 친구를 방문해 덕담을 주고받는다.또 준비한 음식을 함께 먹으며,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돈과 음식을 나눠준다.우리나라의 한가위와 비슷한 모습이다. anselmus@
  • 교수·시설따라 정원 조정

    ■중장기 인적자원개발안 내용. 교육인적자원부가 12일 공청회를 통해 제시한 ‘중장기국가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비전 2005’는 세계 10위권에진입하기 위한 인적자원의 개발과 활용에 대한 첫 모델이다. 교육부의 의뢰를 받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교육개발원,한국직업능력개발원,한국청소년개발원,한국여성개발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6개 정부 출연 연구소와 함께마련했다. 계획안은 ▲국민 기초역량 강화 ▲성장 원천 지식 기반재구축 ▲국가 인적자원 활용 및 관리 선진화 ▲국가 인적자원 인프라 등 4개 분야 16개 영역으로 구성됐다.다음은주요 내용 요약. [대학 정원 국가관리제 폐지 및 경쟁력 강화] ‘학생수’개념의 정원 구조를 ‘교육능력 총량(학점 총수)’개념으로 전환한다.예컨대 정원이 4,000명인 대학은 졸업 학점이130학점이라고 할 때 520만 학점을 가르칠 능력이 있는 대학이 된다.교수·교육시설 확보율 등에 따라 교육 능력이결정된다. 교육부가 대학·학과별로 정해주는 정원 관리가필요없게 된다.현재 교육부는 이를 위한 판단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외국의 우수한 대학(원)의 분교 설치,전공 프로그램의 공동 운영 등을 추진,국내 대학의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또학문 분야별 교육과정 인증기관의 설립을 통해 국제적 인증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초·중·고교 자율 운영 시스템] 도입 ‘학교자율화 추진위원회’를 구성,중앙정부·교육청·학교의 기능과 사무를총제적으로 재조정한다. 시·도 교육청은 지역 수준의 정책 기능을,지역교육청은 학교교육 지원 기능을 수행한다. 단위 학교는 자율적으로 교육 과정·학사·인사·재정 등의 교육 계획을 수립,추진한다. [문화·예술의 전문인력 육성] 전통문화 예술을 고유의 지적 재산으로 인식,보존·활용도를 높인다.특수목적고의 설치도 확대하고 대학의 교육 과정과도 연계시킨다.창업 보육,연구개발(R&D) 등 콘텐츠 개발·제작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갖춘다.전문 인력 4만명을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이 함께 2005년까지 양성하는 것도같은 맥락이다. [청소년 문화활동 활성화 지원] 문화·예술기관의 예산 및프로그램 중에서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 10% 이상 되도록한다. 다양한 청소년문화 활동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증이나 기록 유지 시스템을 구축한다.문화활동의 누적 기록은 상급학교 진학이나 취업 때 반영토록 한다. [공직분야 전문성 제고] 능력 중심의 충원제도가 시행된다.1회적 시험 결과를 강조하는 현행 행정고시 등 국가고시를 개선한다.1차 시험에 공직 적성 테스트를 도입,종합적능력을 측정한다.정보화·국제화 등에 맞춰 영어시험도 민간 전문시험으로 대체한다. 공직의 문호를 더욱 넓힌다.공무원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직위공모제도활성화한다.고위직에 여성관리자 임용목표제도 도입할 방침이다. [기타] 모든 읍·면·동에 2005년까지 최소 1개 이상의 무료 인터넷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저소득층과 장애인·노인을 위한 PC와 콘텐츠도 개발·보급한다.인적자원개발에노력한 우수기업을 위한 인증제도 시행한다. 박홍기기자 hkpark@. ■중장기 인적자원개발안 의미. 교육인적자원부가 12일 내놓은 ‘중장기 국가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안’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부총리급인 교육인적자원부로 격상된 지 10개월만에 내놓은첫 ‘작품’이다. 2010년까지 세계 10위권 안에 들기 위해서는 인적자원개발 체제의 유연성과 탄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특히 인적자원의 양성과 활용,공급과 수요를 체계적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의 구축을 관건으로 파악하고 있다. 계획안은 국민기초교육,사회 취약계층과 특수층의 능력개발,국가전략분야의 지식개발과 인력양성,대학·기업·연구기관의 연계 강화,대학의 연구 경쟁력 제고,여성인적자원활용 등 모든 분야의 인적자원개발을 망라하고 있다.인적자원,즉 개개인의 능력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서는 국가의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인재 양성은 대학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대학 정원 폐지,등록 형태의 다양화 등은 전문인력 양성과 함께 재교육기관의 역할을 맡기기 위한 것이다.외국 대학 유치와 외국교육 프로그램 도입도 국내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려는 방안의 하나이다.한국개발원의 우천식 박사는 “우리의 인적자원개발 체제는 높은 학습열과 정보화 수준을 바탕으로 풍부한 양적 공급 기반을 갖췄다”면서 “하지만 현행 교육체제의 폐쇄성과 경직성 때문에 질적 경쟁력은 물론 공급과 수요부분을연결하는 메커니즘이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박홍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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