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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영화속 대통령-베일속 권위적인 인물로 묘사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대통령이 사랑을 하고,인질을 구하고,심지어는 풍자의 대상으로 자근자근 씹히기도 한다.하지만 한국 영화 속 대통령은 1990년대까지 대부분 베일 속에 가려진 인물로만 존재했다. 70·80년대는 대통령을 영화 속에 등장시키는 것이 ‘괘씸죄’에 걸리던 시기.그나마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87년 6·29선언이후 민주화 바람을 타면서부터다. 그러나 전면에 나서기보다 다른 줄거리를 뒷받침하는 소재로만 다뤄졌다.게다가 언제나 권위적이고 신비스러운 최고 권력자로 군림했다. 김호선 감독의 ‘서울 무지개’(89년)는 한 여인이 육체를 밑천으로 최고권력자인 ‘어른’의 여자가 되는 기회를 잡지만 결국 좌절하게 되는 내용.강우석 감독의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91년)는 여권 대통령 후보의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를 그린 무거운 정치 스릴러다. 민족주의와 보수주의적인 관점에서 대통령을 등장시킨 영화도 나왔다.정진우 감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95년)와 유상욱 감독의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99년)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의 음모로 희생되는,비장한 영웅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통령은 서서히 신비의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장규성 감독의 ‘재밌는 영화’(2002년)는 영화 ‘동감’을 패러디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무선통신을 하는 대통령을 등장시켰다.본격적인 풍자는 아니었지만 코미디에 대통령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이번에 개봉될 ‘피아노를…’은 대통령이 주인공인,최초의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7년 전에 시나리오 초고를 썼지만 제약이 많아 제작을 포기했다가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전만배 감독은 “6년 전 첫 제작을 시도할때는 시나리오의 사전검열 요구가 있었다.”면서 “대통령이 좋게 나왔다고한 정당에서는 제작비를 대겠다는 제의도 들어왔다.”고 털어놓았다.이번에는 어떤 외풍도 없었다고 하니 그만큼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입증하는 셈.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고위정치인을 좋게 그리는 것은 현실과 괴리되기때문에 암묵적으로 거부돼 왔다.”면서 “좋은 대통령의 등장은 소재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하지만 여전히 멀었다는 의견도있다.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한국영화는 아직 대통령을 풍자 코미디로 다룰 만큼의 배짱은 없다.”고 꼬집었다. 김소연기자 purple@
  • 네티즌 마당/ 청년실업의 자화상 “나는 백수로소이다”

    “노는 것도 지겹고 돈도 없습니다.오늘도 생활정보지 구석구석을 뒤져 전화를 걸어보지만….”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하다.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못구해 애태우는 젊은이들이 곳곳에서 아우성이다.세계적인 경제 불안과 국내경기 악화로 그렇잖아도 좁던 취업문에 빗장을 건 것이다.포털사이트 다음(www.daum.net)에서는 이런 청년실업사태의 현실을 짚어보는 기획특집 ‘당신도 청년실업자?’를 마련했다.그 곳 게시판에 올라오는 청년실업자들의 목소리는 사회에 대한 원망과 때로는 스스로에 대한 질책으로 뜨겁다.당사자들의 고통과 어려운 고비를 넘긴 선배들의 위로,그리고 눈높이를 낮추라는 따끔한 충고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본다. ◆너희가 백수의 아픔을 알아? 청년실업자들은 스스로를 ‘백수(남)’나 ‘백조(여)’로 부른다.그들의 얘기는 처절하다.피폐한 정신과 육체를 호소하는 사람부터,이제 건설현장으로 떠난다는 자조 섞인 사연까지….그런 사연들은 청년실업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다같이 고민해야 될 숙제임을 일깨워준다. “2002년,서른을 마감할 때가 다가옵니다.올해를 끝으로 저는 취업의 꿈을 접습니다.대학교라는 허울 좋은 장식품 덕에 참 잘도 버텼습니다.30년을 지켜 봐주신 부모님께는 정말 죄송합니다.넉넉지 못한 형편에 대학까지 졸업하게 뒷바라지 해주셨는데 당당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장남으로 다른 식구들에게도 미안하고.시집갈 동생들에게도….네 오빠 무슨 일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얼마나 저를 원망했겠습니까?이제 기술을 배우렵니다.그런데 선뜻 부모님께 기술 배운다는 얘기를 못하고 있습니다.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최선일지….”(ID windshadow) “대학 전공은 영어영문학.명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을 만한 학교였지요.4학년초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력서를 넣었습니다.면접 보러 오라고 전화오는 곳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다단계나 취업 준비생에게 사기를 치는 학원 같은 곳이라는 게 문제였지만.졸업하고 1년을 놀았습니다.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올 초에 정부기관의 6개월짜리 프로그래머 양성과정을 수강했습니다.처음 모집 때는 어마어마한 취업률을 강조하며 걱정 말라고 했지만 6개월 후 여전히 백수인 제 모습….희망이나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얼굴….(ID 난폭토끼) ◆나는 이렇게 탈출했다 백수생활을 거쳐 어렵게 취업한 사람들은 “누군가,언젠가는 당신의 능력을 필요로 하니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위로한다.또 끊임없이 두드리고 공부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IMF를 맞으면서 제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자격증은 아무 것도 없고,어디도 인재를 뽑지 않던 시기.멍청하게 1년을 보낸 후에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책을 읽자.그리고 자격증을 따자.’ 이시기에 이것이라도 안 하면 완전히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그래서 1년은 무조건 책만 읽었습니다.경제서부터 경영학에 관련된 책,이슈가 되는 소설까지….그리고 다른 곳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격증 공부를 했습니다.기업들이 채용을 재개하면서 이곳 저곳에 이력서를 넣었습니다.하지만 면접 때 좌절도 컸습니다.“그동안 뭐 했습니까?”라는 말로 지난 2년을 추궁할 때….그러던 중 광고를 보고 무작정 면접하러 갔는데,2주 뒤 출근하라는 말에 놀라 당장이라도 출근하겠다고….(ID 심정희) ◆배부른 소리는 이제 그만 모두가 위로를 해주는 건 아니다.당사자들에게는 비수처럼 아프겠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많다.폼 나는 곳,편안한 곳,돈을 많이 주는 직장만 찾기 때문에 취업을 못 한다며 눈높이를 낮추면 자리는 얼마든지 있다고 충고한다. “취업이 안 된다고요?정말 취업이 안 되는 이유를 알려드릴까요? 공감할지 모르겠지만 힘든 일을 하기 싫어서입니다.너도나도 쉬운 일만 찾는데 취업이 될턱이 없지요.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친구들을 데려오라고 그럽니다.여기저기 광고해도 전화조차 안 온다고….공장이거든요.젊었을 때 이것저것 해보세요. 엘리트코스만 걸어온 사람과 다양한 사회를 경험한 사람과 누가 진짜 인간다운 사람일지.(ID bomlg) ◆그래도 믿을 건 실력뿐 다음에서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신이 청년실업자라면 어떻게 극복하시겠습니까?’라는 설문에는 ‘눈높이를 낮춘다.’ 29.5%,‘실력을 연마한다.’ 45.5%,‘창업한다.’ 14.2%,‘학업을 연장한다.’ 7.4%,‘기타’ 3.5%의 답변이 나와 역시 취업을 위해서는 실력을 키우는 게 왕도임을 역설하고 있다. 이호준기자 sagang@
  • 고교생 54% “軍안갈수도” “반드시 간다” 34% 그쳐

    고교생 절반 이상이 ‘능력 있으면 군생활을 안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대학신문이 야후 등 인터넷 사이트들과 함께 고교생 1022명(남학생 401명,여학생 6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19일 밝힌 ‘고교생 의식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4.3%가 ‘능력 따라 군대 안 갈 수있다.’고 대답했다. 더욱이 9.5%의 고교생은 ‘도움받아 면제 받겠다.’고 대답해 청소년들 사이에서 병역 기피의식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반면 ‘반드시 가야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4.0%에 그쳤다. 또 대학진학의 목적을 물은데 대해 ‘취업 준비’(30.0%)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또한 명문대 조건으로도 응답자의 35.0%가 ‘취업률이 높은대학’을 꼽아 최근 사회문제시되고 있는 ‘취업’에 관한 고민은 고교생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전 성관계에 대한 질문에 고교생 60%가 ‘결혼 전제라면 가능하다.’라고 대답한 반면,육체적 순결에 대해서는 52.1%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대답해 성에 대한 의식에 있어 아직은 모순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영규기자 whoami@
  • [사설] 영원한 마라토너 손기정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의 손기정 옹이 별세했다.그는 형해(形骸)뿐인 우리 민족의 기개에 스무살 청년의 힘찬 숨결을 불어넣은 민족의 ‘남아’였다.그의 타계는,그의 베를린 우승이 없었다면 우리 민족과 백성들의 일제시대 살아나기와 견디기는 어떠했을 것인가를 묻게 한다.그의 타계는,그의 쾌거가 없었다면 일제 식민지 역사를 살펴보는 모든 대한민국의 후예들은 어디서 선조와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찾았을 것인가를 되묻게 한다.손기정은 1936년 돌보는 이 없는 거리의 고아만 같던 2400만 조선 백성의 기를 단숨에 살려 주었다.이때 그가 함께 살려낸 우리 민족의 기개는 수수만대 이어질 것이다.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날은 우리 민족에게 영원히 특별한 날일 것이다.이웃 나라에 노예처럼 종속된 무명의 아시아 민족 젊은이가 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한 것은 올림픽 마라톤사에서는 일회성의 사건일 수 있지만,식민 지배하의 조선 민족에게는 결코 일회의 일로 그칠 수 없다.다른 민족,국가와 맞부딪쳐야 하는 민족마다 민족의 기를 살려주는 영웅을 필요로 할 터인데,하물며 이웃 나라에 짓밟힌 나라 없는 민족의 백성에게는 민족적 영웅에 대한 갈구가 유별났을 것이다.비록 지배국의 깃발 아래 달리긴했지만 인간 육체의 잠재력을 가장 초인간적 수준까지 발현하는 마라톤 제패를 통해 손기정은 우리 민족의 잠재력을 확인시켰다.손기정은 우승대에서 지배국 깃발을 벗어버리지 못했지만 이같은 잠재력의 정상적 발현이 외부에 의해 억지되고 억압되고 있음을 세계에 시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고인의 마라톤 우승을 되돌아 보면서,우리는 민족의 기와 기개를 살려주는 민족적 영웅의 위대함을 다시 발견한다.그리고 일제시대가 아닌 지금도 그런 영웅을 필요로 함을 느낀다.고인의 명복을 빈다.
  • 부산국제영화제서 만난 사람들/ 김수용감독, 도널드 리치 美영화평론가

    ■회고전 여는 영상물등급위원장 김수용감독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회고전을 여는 김수용(73)감독을 15일 남포동 PIFF광장에서 만났다.젊은 영화팬들 틈에서 베레모를 멋스럽게 눌러쓴 노(老)감독.핸드프린팅 행사를 앞두고 그는 “인생 최대의 행운을 가져다 준 부산영화제에 감사한다.”면서 “내 영화 수십편이 부산에서 찍은 것이라 감회가 더 새롭다.”며 상기된 얼굴로 기분좋게 웃었다. 최근 영화감독보다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 김감독은,사실 40여년간 109편의 영화를 만든 한국영화의 산증인이다.특히 이번 영화제에는 10여 군데가 검열에서 잘려나간 1986년작 ‘중광의 허튼소리’가 무삭제판으로 상영된다.삭제된 뒤 김 감독은 항의표시로 10년 가까이 영화를 찍지 않았다.영화복원에 따른 소감을 묻자 그는 “참 기가 막히다.”라고 운을 뗀 뒤 “5분20초 분량이지만 메타포가 집약된 부분이라 감격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영화제에서는 이밖에도 전통을 소재로 한 ‘갯마을’‘산불’‘돌아온 사나이’와,새로운 형식으로 모더니즘 영화의 지평을 연 ‘안개’‘야행’‘화려한 외출’이 상영된다.‘안개’와 ‘화려한…’은 이미 매진된 상태.그는 “모든 영화에 영혼과 육체의 구원을 담아냈다.”고 자신의 영화를 소개했다. 언제나 한국영화 편이라는 김 감독은 젊은 감독에게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무겁고 가슴 아픈 ‘오아시스’같은 영화에도,웬걸요 관객이 호흡합디다.그렇게 주변 이야기를 강렬하고 진실되게 표현하는 영화를 만들었으면 해요.” 최근 한국영화는 대부분 재미있지만 주제가 불분명하다고 평가한다. 다음 작품의 계획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주제로 한 야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배우 의상이 필요 없는….그때 누가 영등위 위원이 될지는 모르지만.(웃음)” ■심사위원장 도널드 리치 美영화평론가 “아시아영화를 전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창구인 부산영화제의 심사를 맡게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부문 심사위원장으로 부산에 온 미국의 영화평론가 도널드 리치가 15일서라벌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미국인이,게다가 평론가가 심사위원장이 된 건 이번이 처음.지금까지는 대부분 아시아 영화감독이 맡아왔다. ‘뉴 커런츠’는 부산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으로,아시아영화의 미래를 내다보는 전망대 구실을 한다.올해는 7개국 11편의 작품이 선보인다. 부산영화제를 처음 방문한다는 리치 위원장은 “영화감독으로서 전하려는 것을 제대로 전달했나를 최우선으로 볼 것”이라며 “보통 접하는 이야기가 아닌,동시대의 진실을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한 작품을 뽑겠다.”고 심사기준을 밝혔다. 최근 아시아영화의 경향에 관해 묻자 “영화는 증권시장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1960∼70년대는 일본영화가 세계의 관심을 끌었으나 요즘은 한국영화와 태국영화가 뜨고 있다.”고 대답했다.한국영화가 르네상스기를 맞은 이유로는 “좋은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데 제작시스템이 방해가 되지 않는 풍토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영화는 예술이자 상품입니다.당연히 감독과 제작자 사이에 줄다리기가 있죠.현재 한국영화는 그 줄이느슨해 창의적이고 생명력 있는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타임지에서 ‘일본 예술비평가들의 대부’라고까지 평가한 리치는 지금까지 일본영화에 관한 책을 40여권 썼다. 1962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회고전을 여는등 구미에 아시아영화를 소개하는 데 앞장서 왔다. 부산 김소연기자 purple@
  • 중년 여성의 건강한 삶을 위한 책3권/ “폐경기 자신의 몸과 화해하라”

    “…예쁜 옷 화려한 장식 다 귀찮고/숨막히게 가슴 조이던 그리움도 오기도/모두 벗어버려/노브라된 가슴/동해바다로 출렁이던가 말던가/쳐다보는 이 없어 좋은 계절이 왔다.…” 50대 시인 문정희는 ‘중년 여자의 노래’라는 시에서 중년을 이렇게 읊었다.그는 또 중년을 ‘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이상한 계절’‘세상이 반쯤은 보이는 계절’‘살찌고 기막힌 계절’이라고도 했다.시인의 가락대로라면 여성에게 중년은 곧 체념이며 혼돈이며 자조다.왜 많은 사람들은 중년을 앓을까.퍼더버리고 주저앉기에는 너무 젊고 푸르러서일까.중년은 삶의 후퇴가아니라 삶의 전진이어야 한다. 여성의 중년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몸’과 관련된 이미지들이다.몸이 던지는 화두는 여러 갈래다.한때 ‘몸의 정치학’‘몸의 사회학’이 이목을 끈 적이 있다.하지만 정작 생물학적 실체로서의 몸,그것이 갖는 본래의 특성과 의미에 대해서는 소홀히 한 감이 없지 않다.여성의 폐경·우울증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예다. 11월은 대한폐경학회가 정한 ‘한국 폐경 여성의 달’.때마침 중년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춘 책들이 나란히 나와 관심을 모은다.‘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크리스티안 노스럽 지음,이상춘 옮김,한문화 펴냄,3만원)와 이를 한국현실에 맞게 에세이로 풀어 쓴 ‘다시 태어나는 중년’(이상춘 지음,한문화 펴냄,8700원),그리고 ‘바디 블루스’(마리-아넷 브라운 등 지음,곽미경 옮김,소소 펴냄,1만원)가 그것이다.모두 건강하고 아름답게 중년의 터널을 넘도록 하는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담았다. 폐경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다.여성의 몸은 폐경이 생기기 10년 전부터 서서히 그 준비를 한다.넓은 의미의 폐경 현상은 ‘폐경주위기(perimenopause)’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30대 중후반부터 50대 중후반에 걸쳐 일어난다.중요한 것은 평소에 몸과 마음의 준비를 갖추는 일이다. 심신의학의 권위자인 노스럽은 폐경기 증후군과 관련,호르몬 대체요법에 관해 소상히 설명한다.우리는 폐경기 증후군을 호르몬 변화 탓으로만 돌리지만 그 원인은 신체적·정신적인 요인이 복합된것이다.젊은 나이에 자궁이나 난소를 제거해 미리 호르몬 변화를 겪은 여성이 40대 후반이 돼 홍조나 기분장애 같은 폐경기 증후군을 경험하는 것이 그 한 예다. 노스럽이 진정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정신과 몸의 조화다.폐경기에 일어나는 여러 증상을 단순한 몸의 현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정신적인 측면,즉 ‘내면의 외침’에 주목하라는 것이다.미국의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창조력은 폐경기 여성의 열정에서 나온다.”고 한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년 여성에게 흔히 뒤따르는 문제가 우울증이다.‘바디 블루스’는 우리에게는 좀 생소한 바디 블루스의 증상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다.본문은 이렇게 시작한다.“내 몸이 슬픔에 빠져 있다.뚜렷한 이유 없이 기분이 우울하다.그렇다고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릴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다.세명의 여자 가운데 한 명이 이처럼 뭐라 딱히 이름 붙이기 곤란한 증상을 앓고 있다.‘육체적 슬픔 증후군’이라고 할까.” 책의 저자인 마리-아넷 브라운(워싱턴대 간호학 교수)은이 증상에 ‘바디블루스(Body Blues)’라는 이름을 붙였다.정신이 아니라 몸이 우울하다는 착상이 눈길을 끈다.그가 굳이 바디 블루스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이 경증(輕症)우울증을 단지 ‘마음의 병’,마음이 심약해서 생기는 정신질환으로 여기는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다.바디 블루스로 명명된 경증 우울증은 뇌의 질병이다. 이 책은 생리주기,나이 듦,계절의 변화,폐경 기분변화 등에 따라 여성의 주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테스토스테론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이것이 여성의 기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다양한 그래프를 통해 보여준다. 여성의 중년은 미모도 지성도 평준화하는 나이라고 한다.그러나 중년은 여전히 성숙을 가꾸는 계절이다.자기 몸을 사랑하고 정신을 가다듬는 것은 자기도취나 나르시시즘과 다르다.변화된 자신의 몸과 화해하는 일,그리고 자기 삶의 주권과 자신감을 되찾는 일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미국의 초월주의 철학자 에머슨은 영웅주의의 본질은 자신감이라고 했지만 자신감은 영웅주의 이상의 것이다.이번에출간된 세 권의 책은 최신 의학정보가 담긴 건강백과이자 중년의 문턱을 힘차게 넘게 해주는 영혼의 지침서다. 김종면기자 jmkim@
  • 책꽂이/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外

    口펭귄의 날개(오정은 지음)-올 문학사상사 장편소설 문학상 당선작이다.저자 오정은은 15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현재 IBM 본사 금융지원사업부에 근무하면서 우리말 문학수업에 전념하는 문인.이민2세의 삶을 통해 ‘펭귄콤플렉스’문제를 추출해 내고,여기에서 날지 못하는 새의 정체성에 진지하고 참신하게 접근해 간다.문학사상사 8500원. 口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김연수 지음)-작가가 고향인 경북 김천을 배경으로 성장기의 기억을 되살려 놓은 연작소설집.자전소설 ‘뉴욕제과점’을 비롯,광주항쟁의 상처를 안고 김천으로 이사온 전라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 등 9편을 실었다.문학동네 8000원. 口비로용담을 찾아가다(장병주 지음)-지난 94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저자의 첫 소설집.평범한 주부들이 겪는 고통,가족해체의 양상 등을 다룬 7편의 소설을 실었다.문학아카데미 9000원. 口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소은혜,박혜정 외 지음)-제10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작품집.고교생 시부문 대상 수상작인 ‘해’(소은혜)와 고교생 소설부문 대상 수상작인 ‘소리의 무덤’(박혜정) 등 시 23편과 소설 17편 수록.민음사 1만원. 口우리 시대의 소설가 박완서를 찾아서(박완서 외 지음)-소설가 박완서(71)씨의 삶을 조명한 책으로 10년 전 출간된 ‘박완서 문학앨범’을 사진자료 등을 보완해 새로 꾸민 책.작가가 밝힌 문학과 삶의 이야기,가까운 문인들이 쓴 연대기와 작품론,대표작,연보,참고문헌 등을 실었다.같은 제목으로 시인 신경림(67)씨를 다룬 ‘우리 시대의 시인 신경림을 찾아서’도 나왔다.웅진닷컴 1만 1000원. 口벙어리 장갑(오탁번 지음)-고려대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의 일곱번째 시집.굴비에 얽힌 음담을 가난한 부부의 지고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굴비’를 비롯,어린이의 천진성,가족애,육체의 노화에 대한 자각 등을 담은 시들이다.문학사상사 5000원. 口문화탐구 시인선-‘심상’으로 등단한 중견시인 3명의 시집을 ‘시로 여는 세상’이 동시에 출간했다.윤여홍의 ‘내 늪 속에 빠져’,김용옥의 ‘사과나무 아래’,유희의 ‘시간 위에 눕다’ 등이다.문화탐구 각 5000원. 口철학자의 돌(그레고리 키스 지음,송경아 옮김)-90년대 이후 주목받는 미국 작가가 18세기 서양과학사의 숨은 이야기를 소재로 쓴 소설 4부작 8권 가운데 ‘뉴턴의 대포’편을 번역한 것.18세기 유럽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과 비밀병기를 둘러싼 음모를 흥미롭게 엮어놓았다.황금가지 전2권 각 8500원. 口열쇠(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용기 옮김)-작가가 지난 56년 당시 일본의 저명한 잡지 '중앙공론'에 발표한 작품으로 노인들의 성문제를 노골적으로 다뤄 당시 일본 국회에서까지 '예술인가, 외설인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부부간에 빚어지는 마조히즘적 성의식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책사랑 1만원.
  • 수사관 ‘물고문’ 시인

    ‘피의자 사망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감찰부(부장 朴泰淙)는 13일 피의자 박모(28)씨를 조사한 수사관들이 ‘물고문’을 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박씨 수사에 참여한 채현기(40·구속)씨 등 수사관 2명과 이를 방조한 홍경영(洪景嶺·구속) 전 검사의 공소내용에 물고문을 한 혐의를 포함시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채씨 등 두 수사관은 “지난달 26일 새벽 5시쯤 박씨의 손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우고 상반신을 80㎝ 넓이의 화장실 문틈에 끼워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10분 동안 3∼4차례에 걸쳐 박씨의 얼굴을 수건으로 가리고 물을 부었다.”고 자백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들은 당시 사용한 바가지와 수건을 이날 오후 1시쯤 조씨가 병원으로 이송될 무렵 쓰레기통에 몰래 버렸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홍 전 검사의 공소장에 “피의자를 심리적·육체적으로 제압한 뒤 조서를 받도록 수사관들에게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지시했다.”고 밝혀 가혹행위를 간접적으로 지시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또 공범 장모씨에 대한 조사 때에는 홍 전 검사가 보는 앞에서 수사관들이 장씨를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숨진 피의자 조천훈씨의 공범 폭행에 가담한 이모(37)씨 등 수사관 5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2명은 징계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지검 형사3부(부장 鄭基勇)는 이날 파주 S파 조직원 살인사건 피의자로 구속됐던 권모·정모씨 등 2명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않아 구속기한 만기일인 이날 석방했다.구속만기가 14일인 피의자 박모씨도 석방하기로 했다.검찰은 또 살인사건 피의자로 조사를 받던 중 달아났다가 자수한 최모씨에 대해서는 살인 혐의 대신 도주,범죄단체가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충식 장택동기자 chungsik@
  • 드라마 ‘별을 쏘다’로 안방극장 돌아온 전도연 “평범한 역할 너무 하고 싶었어요”

    “전도연의,전도연에 의한,전도연을 위한 드라마다.” SBS 새 드라마 ‘별을 쏘다’의 지휘봉을 잡은 이장수 PD는 아예 공언을 한다.실제로 최상급 출연료인 회당 700만원을 받고 5년만에 돌아오는 전도연(29)을 위해 ‘별을 쏘다’는 모든 구성과 배경,스토리 등을 바닥부터 갈아엎었다. 그러나 정작 ‘차린 밥상’을 받는 그녀의 심정은 처녀출연 때처럼 떨리기만 한다.무엇이 무서운 것일까. “전도연이요.” 그녀는 머뭇거리면서 말한다.“한국 최고의 여배우라는 타이틀이 부담됩니다.주위의 기대도요.하고 싶은 실험은 많은데,마음껏 시도못하는 부자유가 싫어요.‘전도연’이라는 높은 위치에서 내려오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약한 모습’에 속아서는 안된다.전도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바리로 소문난 배우이기 때문이다.역시나 인터뷰 중에도 ‘1주일 정도 밤새우는 것은 예사’라는 둥,‘원하는 시청률은 40%대’라는 둥 일에 욕심 많은 본색을 드러내 버린다. 그녀의 목표는 아직도 지난 97년 영화 ‘접속’ 때 밝힌 그대로다.‘모든 색깔의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색깔 없는 연기자’그를 위해 전도연은 변신을 거듭하며 제 색깔을 지워버리려고 노력했다.즉 색깔 강한 역만을 골라 맡으며 계속 원래 색깔에 덧칠을 해나간 것. 그러나 색은 덧칠할수록 결국 강렬한 검은 색에 가까워지는 법이다.아이로니컬하게도 지금 전도연의 이미지는 ‘색깔 강한 성격파+연기파’ 배우다(본인은 육체파라고 주장한다). 그래서일까.전도연은 이제 슬슬 연한 색들도 시도해 보고 싶다.이번에 맡는 역은 평범한 영화배우 매니저인 소라.실수도 많고,내숭도 잘 떠는 데다가 푼수끼까지 있다.상대역인 조인성은 “소라는 ‘천생 여자구나 하는’느낌을 주는 사랑스러운 성격의 소유자”라고 평한다. 그동안 전도연이 맡아온 바람난 주부(해피엔드),악만 남은 여깡패(피도 눈물도 없이),선생님을 사랑하는 늦깎이 학생(내 마음의 풍금)에 비하면 오히려 튀는 역이다.“평범해 보이는 역,사랑에 빠진 멜로물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물론 ‘일 안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전도연은 천생 여자인 소라가 너무 답답하다.“자아가 없던 여자예요.남자와의 결혼이 꿈인 여자가 일을 통해 자기정체성을 찾아가죠.역시 일이라니까.” 그렇게 일이 좋으면 왜 1년에 한 작품 정도만 하면서 긴 휴식기를 가지는 것일까. 우문에 현답이 돌아온다.“휴식기는 없습니다.일과 일 사이에는 다음 일을 준비하는 시간이 있을 뿐이죠.” 과연.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마지막으로 전도연의 승부 근성을 엿볼 수 있는 문답 한자락.같은 시간대의 쟁쟁한 라이벌 드라마들에 대해 ‘승산’을 묻자 곧바로 대답이 튀어나온다.“‘장희빈’이 선정적이라서 눈길을 끈다고요? ‘별을 쏘다’에는 제가 변기에 앉아 있는 신이 나와요.안 밀린다니까요.”지기 싫어하는 품새가 그야말로 전도연답다.물론 맵씨있는 마무리는 기본이다.“그런데 사실 몸매에서 비교가 안 되잖아요? 그냥 다른 걸로 승부하면 안 될까요?” 채수범기자 lokavid@
  • 영장으로 본 당시 상황/ 수사관 ‘고문’ 홍검사 ‘조사’분담

    홍경영 검사의 구속영장에는 조천훈씨가 조사를 받다 숨진 지난달 25일 밤∼26일 낮 12시까지 벌어진 가혹행위 과정이 자세히 드러나 있다. 25일 밤 9시 조씨가 검찰에 송치된 뒤 홍 검사는 수사관들과 “일단 조씨를 심리적·육체적으로 제압한 뒤 범행을 시인하면 조서를 작성한다.”고 ‘역할 분담’을 한다.홍모(구속)씨 등 수사관 2명은 조씨가 살인 혐의를 부인하자 곧바로 허벅지를 짓밟는 등 폭행을 시작한다.홍 검사는 26일 새벽 1∼2시 조씨를 직접 신문하지만 조씨는 계속 혐의를 부인한다.2시30분부터 수사관3명이 번갈아 가며 구타,원산폭격,엎드려뻗쳐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혹행위를 가했다. 홍 검사가 다시 조사실에 들른 것은 새벽 6시.홍 검사는 조씨가 무릎을 꿇고 있는 상황을 목격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돌아갔다.아침 8시쯤 홍 검사가 조씨를 경찰서에 유치하려 하지만 수사관들은 “조씨가 숨을 몰아 쉬어 못 데려간다.”고 보고했다.홍 검사는 조사실로 가서 쓰러져 있는조씨를 일으켜 세웠으나 다시 넘어졌다.하지만 아무런 의료조치도 하지 않고 부축해 침대에 눕혔다.11시40분,조씨의 호흡곤란 증세가 심해지자 비로소 119구급대를 불러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장택동기자
  • 김대통령 “폭행치사 통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5일 ‘검찰청사 내 피의자 구타·사망 사건’과 관련,“참으로 통탄할 일”이라면서 “진상을 철저히 밝혀 책임질 사람에 대해선 책임을 철저하게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법의 수호자이자 인권의 파수병인 검찰이 피의자를 고문해 죽음에 이르게 한 일이 일어났다.”면서 이같이 사과했다고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와 관련,김 대통령은 이르면 6일중 후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김 대통령은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과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이 전날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김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아직도 수사기관에서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을 가하는 나쁜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상기시킨뒤 “이런 일들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장시간에 걸쳐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법의 파수꾼이자 인권의수호자인 검찰에서 일어날 수 있겠는가.”라고 거듭 개탄했다.이어 “검찰 스스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대통령은 이와 함께 최근 군과 경찰 관련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데 대해서도 언급,“관계 장관은 엄중히 반성하고 내부에서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한편 대검 감찰부(부장 朴泰淙)는 이날 이 사건 주임검사인 서울지검 강력부 홍경영(洪景嶺·37) 검사를 재소환,보강조사를 벌였으며 6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홍 검사와 담당부장이었던 노상균(魯相均) 전 강력부장은 이날 사표를 제출했다.검찰은 이날 홍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었지만 홍 검사가 혐의를 강력히 부인,밤새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풍연 장택동기자 poongynn@
  • 공연리뷰/ ‘단테 신곡 ‘지옥’편 첫날, ‘찜찜한 운영’과 ‘성공한 실험’

    단테 신곡 3부작 ‘지옥’편의 첫날 공연은 제목처럼 지옥과 천국 사이를 오갔다.극장 측의 황당한 운영방식과 무모한 진행에도 불구하고,작품은 극적으로 다시 살아난 것. 극장에 들어서니 악사 3명이 무대 좌우에 앉아 아주 느리고 슬픈 선율을 반복적으로 연주하고 있었다.동시에 잡음 섞인 라디오 방송이 들린다.그리고알 수 없는 흑백사진으로 모자이크된 막.왠지 한없는 슬픔이 느껴지는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하지만 곧 분위기를 깨고 극장 관계자들이 등장했다.단테 역의 토머스 슈마우저가 리허설 도중 다리 부상을 입었으므로 그는 대사만 하고 대역이 연기를 하니,죄송하지만 환불을 원하는 사람은 10분 내로 나가라는 요지의 말을 전했다.10분은커녕 곧바로 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열도 받은 데다,말하는 단테와 행동하는 단테,그리고 자막을 왔다갔다하며 보느라 관극에 집중이 안됐다.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두명의 단테는 분열된 인간을 더 극명하게 잡아내며 서서히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슈마우저는 단순히 대사만하는 것이 아니라 철로 된 공중의 무대 위에서 누웠다 섰다 하며 폭발할 듯한 연기를 펼쳤다.반면 대역은 무뚝뚝한 표정의 움직임을 보여줬다.괴로워도 괴롭다고 소리칠 수 없는 지옥의 심연에 빠진 육체로서의 인간과,이 심정을 대신 중계하는 영혼으로서의 인간이 하나가 된 무대는,정말 새로운 실험이었고 그 실험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무대 바닥을 흐르는 물과 3단으로 높게 설치된 철벽.철벽의 문이 열리면서 등장하는 사자(死者)들.하늘로부터 쏟아져내리는 빛과 물.그 매혹적이고 강렬한 이미지에 대부분의 관객은 공연이 끝난 뒤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공연시작 전까지 정상적인 티켓판매를 하면서도,사고에 대해 한마디 공지도 하지 않은 LG아트센터 측의 운영방식에는 문제가 있다.자칫 엄청난 항의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르는 사태를 막은 건 순전히 연출가 토머스 판두르의 힘이지,관객이 바보여서 그런 것은 아니다. ‘연옥과 천국’편에는 상태가 호전된 슈마우저가 단테 역 그대로 출연한다.7일까지 오후 7시30분.(02)2005-0114. 김소연기자 purple@
  • [기고] 의사 왜 존경 못받나

    얼마 전에 영국 BBC 라디오 방송사가 ‘가장 존경받는 직업은 무엇일까?'라는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조사결과 영국 국민들은 의사를 가장 존경받는 직업 1위로 꼽았다.대부분의 선진 국가에서는 의료인이 가장 존경받는 직업인으로 손꼽힌다.이러한 외국언론보도를 접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인은 누구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가장 선호하는 직업을 선택하라고 하면 여지없이 의사를 손꼽는다.이는 올 대입 1학기 수시모집에서 의예과 경쟁률이 무려 80대1까지 치솟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의사라는 직업은 우리 청소년들이 가장 되고 싶어하기도 하고 우리사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실제 조사를 해보면 의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인으로 손꼽힐 것 같지는 않다.왜 그럴까.그 이유를 의사들의 집단이기와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외국에서 한번이라도 병원 치료 경험이 있는 사람은 기억할 것이다.그들이 얼마나 환자를 편안하고 따뜻하게 대하는가를.마치 친근한 홈닥터 같이 환자의 육체뿐만 아니라 마음속까지 파고 들어가 깊은 신뢰감을 심어 놓는다.그리고 나서 치료를 시작한다.선진국의 의사들은 환자를 그렇게 인간적으로 감동시켜 치료하기 때문에 가장 존경받는 직업인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의약분업이후 과잉진료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의사들의 환자에 대한 진료 태도도 문제다.필자 동네의 두 의사를 예로 들어보자.한 곳은 소위 명문 의과대학 출신이 경영하는 병원이다.그 곳의 의사는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지를 않는다.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만 아주 간단하게 대답할 뿐 병과 관련하여 원인,치료내용,주의사항 등에 대해서는 일일이 설명하려고 하지를 않는다.진료는 길어야 2분 안에 끝난다.이웃의 다른 병원은 비 명문대학 출신이 원장이다.그곳에 가면 의사는 무척 반갑게 환자를 맞이한다.그러고는 어디가 아파서 왔는지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진료행위도 그렇게 다정하고 따뜻할 수가 없다.그래서 한번 진료를 받으러 들어가면 평균 10분이상씩 걸린다.병의 증세,원인,치료방법,주의사항 등에 대하여 의학 책을 펼쳐가며 일일이 설명해준다.간호사들도 그렇게 정성스러울 수가 없다. 전자는 권위적 의사이고 후자는 민주적 의사라고 할 수 있다.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로는 우리 주변엔 민주적 의사보다는 환자를 그저 환자로만 대하려는 권위적 의사가 더 많은 것 같다.의사의 권위는 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학기술의 전문성에서만 찾아져야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의사들도 바뀌어야 한다.의과대학 학생들은 졸업할 때 소위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라는 것을 한다.그 옛날 히포크라테스가 여러 신들 앞에서 ‘환자에 대한 의무'를 굳게 선서하였던 것처럼 그 거룩한 행위를 후배 의학도들도 지금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그때의 그 감동과 그 결심으로 환자들을 늘 대한다면 의사는 ‘가장 존경받는 직업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는 현대 의술에 대하여 “환자는 사례로서 다루어 질 수 있는 대상이 아니고,이해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라고 강조하였다.가다머의 말대로 우리나라 의사들이 환자를 ‘의학적 사례'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고 ‘인간적 이해'의 대상으로 돌볼 때에 비로소 영국의 의사처럼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직업인이 될수 있을 것 같다. 백형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교육학
  • [씨줄날줄] 아·태 장애인경기

    비(非)장애인이 눈여겨 봐야 할 ‘건강한 심신’의 경연(競演)이 있다.아시안게임에 이어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제8회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가 그것이다.새달 1일까지 17개 종목에 걸쳐 벌어지는 이 대회에 43개국 1700여명의 장애인 선수들이 참가하고 있다.1970년대 중반 이 대회의 출범을 주도한 일본 의사는 장애인의 재활과정에 스포츠가 가지는 중요성을 깊이 인식했다고 한다.장애라는 말에서 운명주의의 무거운 그림자를 느끼지 않을 수없는 우리에게 ‘재활’이란 말은 밝은 반전의 율동감을 준다.밝은 이미지의 재활은 또 운명이나 조건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의지의 강한 인상을 준다.장애인의 스포츠 활동에는 재활의 이런 율동감과 무게가 압축되어 있는 것이다. 장애인의 장애적 모습과 현실은 비장애인을 우울하게 할 수 있다.그러나 장애인이 장애의 조건과 운명에 굴하지 않고 재활의 길을 씩씩하게 걷고 있는 모습은 비장애인에게 삶의 청량제가 된다.그러므로 재활의 다이내믹한 현장인 장애인의 스포츠는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의 건강성에 득이 되는 활동이다.다만 보통의 스포츠를 보던 눈을 보다 넓고 여유있게 교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정상의,보통의 스포츠 대회에서 우리는 잠재된 미지의 능력이 처음으로 발현되기를 기대하지만,장애인의 스포츠 경기에서 우리는 익히 알고 있는 어떤 수준이 ‘상식을 깨고’ 회복되기를 기대한다.이 회복은 스포츠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우리의 인간성에는 심대한 영향을 준다. 장애는 누구에게 운명지워진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잠재된 가능성이기 때문에,장애인이 시현하는 어떤 회복은 한층 의미가 깊다.우리나라에는 150만명의 등록 장애인이 있다.남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기본적 생존 행위가 어려운 중증성이 30만명을 넘는다. 교통사고 등 후천성 사고로 인한 장애가 90%에 가깝다고 하는 것은 장애인이 될 현대인의 잠재적 확률이 매우 높음을 말해준다.정신 장애와 시·청각 장애 및 뇌성마비,척수 장애 그리고 지체 절단의 모습은 우리의 신체가 유전이나 환경에 매우 취약함을 웅변해준다. 육체적 재활과 정신적 회복 의지를 불태우는 장애인의 스포츠 활동을 열린 눈으로 볼 때 그 취약함은 사라질 것이다.장애인경기대회는 우리 모두의 행사이어야 한다. 그때 우리는 장애라는 자신의, 타인의 조건을 보다 건강하게 볼 수 있게 된다. 김재영 논설위원 kjykjy@
  • [씨줄날줄] 오페라 극장

    체첸 반군이 모스크바의 인질극 테러 장소로 선택한 곳은 극장이었다.극장은 수백명의 다중이 매우 일차원적인 출입문만 남기고 스스로를 한 곳에 집단 밀폐시킨 장소로서 테러리스트들에게는 대규모 인질들을 일거에 포획할 수 있는 이상적인 테러 후보지라고 할 수 있다.700여 명의 인질이 붙잡혀 있는 극장 ‘돔 쿨트르이’(문화의 집)는 외신에 ‘시어터’로 나오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보통 극장이 아닌 ‘오페라 극장’성 극장이다.오페라,뮤지컬,발레가 공연되는 이 극장은 객석이 1500석으로 같은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2200석)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성격은 같은 것이다. 보통 극장과 구별되는 오페라 극장의 성격은 무대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영화 극장은 같은 필름을 몇백번이고 틀어줄 수 있지만,오페라 뮤지컬발레는 같은 작품을 같은 사람이 연기하더라도 매번 다르다.같은 것,같은 순간이란 것은 무대에 존재하지 않는다.가수의 노래와 발레리나의 춤은 그 순간이 유일하다.그래서 영원하다.이것이 역설적으로 인간의 유한성을 상기시키고 인간을 흥분시킨다. 러시아 문호 솔제니친의 소설에,시베리아 영구추방의 형벌에서 뜻밖에 풀려난 사람이 그 순간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발레 공연 극장을 꼽는 대목이 있다.이때의 ‘발레’로 똑똑하게 드러나는 것은 주인공이나 러시아의 개성이아니라,발레 무대의 ‘사람’성이다.비인간적인 시베리아에 갇힌 주인공의‘발레’라는 말에는 가장 순수한 상황에서의 인간과의 만남,사람과의 접촉,그것에의 간절한 희구가 들어 있다.이때 발레는 육욕보다 더 육체적이고,기도보다 몇배 더 정신적이다. 체첸 반군에게 인질로 붙잡히는 횡액을 당한 극장 관람객들은 러시아 창작의 인기 뮤지컬을 보려고 온 사람들이라고 한다.영화 극장 대신 부러 선택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단순히 인기 공연물이어서 찾은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인질 입장객들의 문화적 취향을 마음대로 추단할 수는 없지만,흔한 영화 극장 대신 뮤지컬,오페라의 오페라 극장에서 일어난 인질 사건은 묘한 문화적 뉘앙스를 준다.인질들도 달라 보인다. 모스크바는 생각보다 문화적이다.이번 인질 사건이 무고한 희생 없이 해결돼 오페라 극장 입장객을 배경으로 모스크바의 문화적인 여유가 덤으로 알려지기를 바란다.물론 체첸 문제는 별개다. 김재영 논설위원 kjykjy@
  • 이런책 어때요 300자 서평/ 맞춤육체 - ‘성형 권하는 사회’에 대한 반란

    할리우드 여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는 성형수술은 그릇된 미의 신화를 만들어 낸다며,영화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은 수술을 통해 만든 일종의 사기였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오늘날 성형수술은 하나의 상품이자 이벤트가 되어가고 있다.최근 미국의 ABC TV는 성형수술 장면을 중계하는 ‘리얼리티 쇼’를 방영하기로 결정하고 지원자를 공개모집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외모지상주의(lookism)사회,‘성형 권하는 사회’에 대한 반란을 꿈꾼다.1만 1000원. ▶ 노엘 샤틀레 지음 / 박은영 옮김 / 사람과책 펴냄
  • 이런책 어때요 300자 서평/ 마라톤 - 훈련법등 소개 ‘마라톤 백과사전’

    인간의 인내를 시험하던 지난한 스포츠에서 언제부턴가 생활체육의 하나로 다가온 마라톤.‘마라톤’은 성공적인 마라톤 프로그램을 개발해 화제가 된 미국 노던 아이오와대의 마라톤 강좌를 지면에 옮긴 실용서다. 일주일에 4회씩 16주간 이어지는 훈련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한다.마라톤완주에 필수적인 정신기술,육체적인 준비과정,완주자들의 경험담 등을 두루담은 ‘마라톤 백과사전’.1만 2000원. ▶ 데이빗 휫셋 등 지음 / 이미숙 옮김 / 청년정신 펴냄
  • MBC 드라마 ‘배달의 기수’ 주역 성유리 “첫 주인공役 좋은연기 보여줄게요”

    “자자,‘짝다리’를 짚고 경례했잖아.다시 한번 해봐.”MBC 새 특집드라마 ‘배달의 기수(가제)’연출을 맡은 임태우 PD의 호통은 출연자들이 눈물을 쏙 뺄 만큼 엄하다.벌써 7번째 NG.주위 조역들의 얼굴에도 슬슬 불만이 서린다.그러나 성유리는 의외로 의연한 태도로 싹싹하게 연기지도를 받는다.다부진 모습에 감탄하고 있는데,문득 꼭 쥔 두 주먹이 눈에 띈다.분해서일까,아니면 각오를 단단히 다지는 것일까.어느 쪽이든 연기에 임하는 열의가 상당하다는 뜻일 게다. 지난 주말 ‘배달의 기수’ 제작현장인 경기도 연천군 열쇠부대에서 성유리를 만났다.그룹 핑클의 멤버 성유리는 지난 5월 SBS 드라마 ‘나쁜 여자들’로 탤런트 신고식을 치렀지만 눈에 띄는 연기를 선보이지 못했다.성유리는,연기자와 가수는 다른 점이 많다며 말머리를 연다.“우선 ‘리액션’이 어려워요.핑클 시절에는 정해진 안무대로 행동하면 됐지만 연기자는 임기응변으로 반응을 결정해야 되거든요.표정연기도 힘들고.” ‘배달의 기수’는 국방홍보원과 합작으로 만들어지는 ‘신세대 병영일기’.성유리는 주인공인 야전 지휘관 이강현역을 맡았다.제작진은 “‘남성 중심 사회인 군대 속에서의 여성’을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리겠다.”고 귀띔했다. 문제 사병 최장우(이훈)와 엘리트 군인 김태훈(윤태영)과의 삼각관계도 등장해 극의 재미를 더할 예정.성유리에게 실제라면 어느 쪽이 더 좋냐고 물었다.“음,최장우요.극중에서는 김태훈을 택하지만.” 마음에 안 든다는냥 미간을 찡그린다. 자신의 배역을 설명해달라고 하자 “극중 이강현은 겉으로 보기에는 강하고 붙임성 있는 쾌활한 사람”이라면서도 “하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덜렁대면서 여리다.”고 말한다.실제 성격은 어떨까.“저요? 많이 달라요.전 만나던사람만 계속 만나려고 하거든요.상황이 어색해지면 잽싸게 도망치고….(웃음)” 군인 역할 중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부분은 육체적인 면보다는 정신적인 측면이란다.“남들에게 명령 내리는게 너무 민망해요.창피해서 그 장면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란답니다.” 그러나 엄살과는 달리 연기에선 진지하기만 하다.식사중에도‘하이바(군모)’‘페치카(난로)’‘야삽’등 군대용어들을 늘어놓는 모습이 이미 극중 역할에 쏙 빠져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처음 맡는 주역이라서 부담이 커요.그렇지만 지난 번보다 훨씬 좋은 연기를 보여줄 거예요.” 채수범기자 lokavid@
  • 방송통신대 조규향 총장/ 학습자 ‘주문형 맞춤’ 교육 실시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의 원격교육의 현황과 문제점을 점검,원격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조규향(曺圭香)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은 다음달 5∼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호텔에서 개최될 제16회 아시아원격교육협회(AAOU) 연례회의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4일 취임한 조 총장은 이찬교(李璨敎) 전 총장이 맡고 있던 제7대 AAOU 회장직을 이어받았다. 총장 업무를 파악하면서 AAOU 연례회의를 준비하느라 조 총장은 요즘 몹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AAOU는 아시아 원격교육에 관한 대학들간의 교육방법 및 학교경영에 대한 정보교류를 위해 지난 87년 설립된 비영리단체이다.현재 61개 원격대학이 정회원 및 준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연례회의는 ‘디지털 시대의 원격학습:평생학습사회를 지향하며’라는 주제 아래 국외 원격교육 전문가 150명과 국내 교육계 인사 100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방송대는 지난 92년 처음 연례회의를 개최했지만 올해 개교 30주년을 맞아 다시 열게 돼 더욱 뜻깊습니다.” 방송대는 위성방송강의,원격강의시스템 등을 골고루 갖춘 세계 10대 원격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조 총장은 “TV·인터넷뿐만 아니라 우편과 라디오 등의 교육시스템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방송대에는 과거와 첨단이 공존한다.”고 말했다.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학습자 중심의 교육체제를 구축해 사이버대학에 비해 훨씬 많은 장점을 가졌다고 자랑했다. “앞으로 방송대는 학습자들이 학습 매체와 시간,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주문형 맞춤 교육’을 실시할 것입니다.현재 5.4%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의 재교육 비율을 일본의 13%,미국의 34%,프랑스의 4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겁니다.” 조 총장은 “평생교육의 전문기관으로 확고하게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수와 함께 학습지원 보조인력의 충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홍기기자 hkpark@
  • CEO/ CEO들 스트레스 확~ 푼다

    ‘피를 말리는 결단의 순간,치열한 생존경쟁과 실패해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과다한 업무에 따른 수면부족,회사업무로 인한 가족내 소외…’ 최고경영자(CEO)들은 이처럼 매순간 스트레스를 받으며 격무에 시달린다.선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이를 의식하며 살기에는 자신의 능력에 기대어 바라보는 눈들이 너무 많다. 요즘처럼 경제불안 심리가 팽배한 시기에 있어 CEO들의 처지는 ‘바늘 방석에 앉아있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고 마냥 일만 하며 스트레스를 방치하면 견뎌낼 수 없다.이 때문에 CEO들은 그들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갖고 고단한 육체와 정신에 윤활유를 치곤 한다. ◆남대문시장에서 활력소를 찾는다 삼성전자 디지털어플라이언스 네트워크 한용외(韓龍外)사장은 마음과 일상이 답답할 때 어김없이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는다.재래시장 상인 특유의 활기찬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다잡는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LG텔레콤 남용(南鏞)사장은 쉬는 시간에 틈을 내 무협지를 읽는다.또 바둑TV를 보며 사색에 잠기기를 좋아한다. 금호건설 신훈(申勳)사장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한돌이 채 안된 ‘외손녀 돌보기’다.해맑은 손녀 얼굴을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는 게 그의 얘기다. 롯데 신격호(辛格浩)회장은 정원 가꾸기에 푹 빠져 있다.일본 도쿄의 자택정원은 물론 시골에서 나뭇가지를 치며 생각을 정리한다. ◆음악에 몸을 맡긴다 SK텔레콤 표문수(表文洙)사장은 호방하고 신의를 중시하는 ‘보스형’이라는 주변 평가와 달리 클래식이나 재즈음악을 들으며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고교 때부터 시작한 취미다.결정을 해야하는 중요 사안이 있는 날 밤이면 클래식 음악에 포도주를 곁들이며 결정을 하는 스타일이다. 현대백화점 이병규(李丙圭)사장은 노래를 부른다.빠른 댄스곡도 소화할 만큼 한 곡조 뽑는 데 자신이 있다. ◆달리고 또 달린다 현대중공업 민계식(閔季植)사장은 아예 마라톤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42.195㎞ 완주 경력이 50여차례나 된다.지금도 틈 나는대로 공장 주변을 달리고 또 달린다.민사장은 대학시절 서울 수복기념 마라톤 대회에서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선수와 함께 뛰어 7위를 기록한 경력을 갖고 있다. KTF 이경준(李敬俊)사장은 매일 아침 7시쯤 회사에 출근해 러닝머신을 한뒤 한결 가벼워진 머리와 가슴으로 업무를 시작한다.그는 “달리는 동안에는 아무런 잡념이 없어 좋다.”고 말한다. 한화그룹 김승연(金升淵)회장도 달리기로 스트레스를 푼다.발바닥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몇시간씩 달리면 몸이 그렇게 개운할 수 없다고 한다. ◆이열치열,‘일에는 일로’ SK 손길승(孫吉丞)회장은 ‘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힘든 일을 해냈을 때의 짜릿함은 무엇에 견줄 수 없다고 말한다. 효성 조석래(趙錫來)회장은 따로 휴가를 가지않는 전형적인 ‘워커홀릭’.다만 독서를 너무 좋아해 해외출장을 갈 때면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과학·경영 서적은 물론 세계 경제 석학들의 책들을 구입해 틈틈이 읽는다. ◆산처럼 쌓인 스트레스에는 등산이 최고 현대건설 심현영(沈鉉榮)사장은 격무로 쌓인 스트레스를 등산으로 푼다.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지인들과 함께 서울 근교의 청계산과 우면산을찾는다. 신세계 구학서(具學書)사장도 주말 등산으로 한주의 피로를 씻어낸다.산을 타면서 마시는 공기로 정신을 맑게 하고 땀을 빼면서 몸을 가다듬는다. ◆스포츠 만한 것이 없다 한솔그룹 조동길(趙東吉)회장은 테니스를 즐긴다.테니스 실력이 프로급이어서 사내 테니스 동호회 대회에서 우승을 넘볼 정도다.구본무(具本茂) LG 회장은 주말에 곤지암CC에서 지인들과 골프를 하며 체력강화 및 스트레스 해소를 동시에 해결한다. ‘만능 스포츠맨’인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은 사내 휘트니스 센터에서 강도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땀 흘리는 것을 즐긴다.수영을 자주하고 지인들과 어울려 테니스도 친다. 동원F&B 박인구(朴仁求)사장은 매주 토요일 사내 축구동호회에 빠짐없이 참석,직원들과 축구를 즐긴다.포지션은 국가대표 최태욱과 같은 오른쪽 윙백.어린 시절부터 축구실력이 출중해 주전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56세인 지금도 전후반 90분을 소화하며 젊은 직원들을 독려한다. ◆영화보며 스트레스를 날린다. KT 이용경(李容璟)사장은 영화광.차량에 설치된 휴대용 DVD로 영화감상을 한다.예전에는 영화관을 찾았지만 요즘에는 바쁜 일정 탓에 이동중에 영화를 본다.안보는 영화가 거의 없을 정도다.최근 감상한 영화는 ‘오아시스’와‘존Q’.정통 액션물이나 오리지널 멜로물을 두루 좋아한다. 삼성 이건희(李健熙)회장도 집에서 비디오를 보며 머리를 식힌다.중국 무술영화를 빼고는 각종 장르의 영화를 즐긴다. 산업팀 종합 gol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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