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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일의원 탈당 ‘金心’ 논란/DJ 총선 중립의지 가시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이 20일 전격적으로 민주당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이에 따라 ‘김심(金心)’을 놓고 중립성 논란이 또다시 일 듯하다. 김 의원은 이날 전남 목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당을 떠나 정치인 김홍일로서 진솔한 평가를 받고 싶다.”면서 “8년 전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탈당 사유를 밝혔다.이어 “목포를 은둔의 항구에서 동북아 중심 허브항이자 서남권 중추도시로 바꾸겠다는 약속을 드렸다.”면서 “능력은 미약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무소속 출마배경을 설명했다.그는 또 “50여년 동안 아버지가 지켜온 목포를 사수하지 못해 무척 가슴이 아프다.”고 심경을 토로한 뒤 “중앙당의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에게는 사전에 탈당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김 의원이 부인과 함께 전날 저녁 동교동을 찾아가자 김 전 대통령이 “네 문제이니 네가 알아서 판단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그는 “아버지에게 총선을 앞두고 목포 방문을 요청했으나,아버지는 ‘네가 내 마음을 더 잘 알지 않느냐.’며 방문을 유보했다.”면서 “당은 떠나지만 민주당은 총선에서 많은 의석을 얻는 등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결심 배경을 놓고 김 전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지가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의원은 최근 중앙위 회의에서 호남 중진 용퇴론과 관련,지도부를 향해 섭섭한 감정을 드러낸 적이 있는 데다 전날 조순형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 등에도 압박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다. 김경재 상임중앙위원이 광주지역 기자들에게 “그동안 성역이었지만 김홍일 의원 문제를 공론화해야겠다.”고 언급한 것이 보도돼 그를 자극했다는 얘기도 들린다.측근은 “당에서 나오는 얘기들이 꼭 기분 좋은 것만 있지는 않았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호남 표심 공략을 위해 DJ 중립화에 공을 들여온 점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열린우리당 박양수 사무처장은 “최근 김 의원을 두 차례 만나 김 전 대통령이 엄정중립을 지키려면 무소속으로 나오는 게 낫다고 설득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철학이 있는 재선 의원이 스스로 판단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의 관계설이 자꾸 나오자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수정,“당이 처한 어려운 사정을 십분 이해한다.”는 구절을 뒤늦게 첨가시켰다.다른 측근도 “당에 계속 있는 게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다소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그동안 일각에서 그의 용퇴를 바라는 눈치도 있었으나 ‘김심’을 붙들기 위해 잔류를 희망하는 시각이 더 컸기 때문이다.김영환 대변인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얻은 육체적 고통을 짊어지고 성실히 의정활동을 해왔다.”고 치켜세운 뒤 “조 대표의 결단을 보고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홀로서기를 결심한 김 의원의 충정을 높이 평가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목포에 따로 후보를 내기도 어려워 결국 ‘생니’만 뽑힌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물갈이 과욕이 빚은 자충수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은 반기는 표정이 역력했다.이미 목포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결정했다.그러나 김 의원의 측근은 “열린우리당에 갈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정경기자 olive@
  • 독자의 소리/ ‘쇼핑 카트에 애완견’ 꼴불견 외

    ‘쇼핑 카트에 애완견' 꼴불견 요즘은 작은 시(市)에 가더라도 할인점이 있는데 대부분이 카트를 이용하게 하고 있다.그런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카트 위에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올려놓고 쇼핑을 해 눈살이 찌푸려진다.어린이를 올려놓는 것은 그나마 낫다.뭐라고 하면 오히려 내 카트에 내 강아지,고양이 올려놓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카트는 혼자 쓰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은 그 위에 야채나 과일을 올려놓는데,만약에 개털이나 고양이털이 음식에 묻는다면 누구나 기분나빠할 것이다.공동기물을 사용할 때는 모두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최창옥(서울 은평구 역촌동) 귀향길 통행료 지불 개선돼야 설이 며칠 남지 않았다.이번 연휴 기간에 서울 시민만 400여만 명이 서울 외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당국에서는 귀성객 및 성묘객의 원활한 수송 편의를 위해 설날을 전후한 교통대책 상황실을 운영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그럼에도 민족의 대명절을 전후해 고속도로마다 귀향객들의 대이동으로정체는 불보듯 뻔하다. 하지만 심한 정체로 귀성객들이 피해를 보는데도 요금은 꼬박꼬박 내야 한다.당국에서는 아무런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통행료를 다 내도록 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유료도로법 제3조에는 통행료 지불에 관하여 ‘당해 도로의 통행 또는 이용으로 인하여 통행자 또는 이용자가 현저히 이익을 받는 도로’로 명시하고 있는데,명절 때는 이용자가 이익을 받기보다 오히려 연료비를 비롯하여 시간적 피해는 물론이고 육체적 고통과,정신적 피해까지 당하는 경우가 많아 일방적 통행료 징수가 부당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탁상공론만 하지 말고 근본적이고도 획기적인 교통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박동현(edutops@hanmail.net)
  • 손 에스더 “나는 이렇게 공부했다”

    손 에스더양이 직접 쓴 학습방법은 영국의 교육체계에 맞춘 것이라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그러나 국내에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대목이 적지 않아 원문을 그대로 싣는다. 나는 영국에서 사지선다형 시험을 치른 적이 없다.모두 주관식 또는 에세이를 쓰는 문제들이었다.또한 개인적으로 완성해야 하는 연구 과제들이 각 과목마다 있었다. 시험과 연구과제 모두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것으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었다.비판적인 사고를 가지고 모든 자료를 대하고 나름대로 창의적인 의견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1) 과학을 전공하더라도 글 쓰는 실력이 필수이다. 자신의 연구 결과를 글로 정확하게 표현하고 주장해야 하기 때문이다.따라서 국어(언어) 실력이 중요하다.‘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언어 능력이 뛰어나므로 영어를 배우기만 하면 수준 높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다.영국에서 따로 영어 공부를 한 적은 없다.하지만 숙제들이 모두 작문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숙제를 열심히 하자 자연히 영어 실력이 늘었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과 글짓기를 좋아했는데,그것으로 인해 어휘·표현 능력이 많이 길러진 것 같다.영국에 간 지 몇달 되지 않았을 때 로미오와 줄리엣을 배우며 에세이를 쓴 적이 있다.영어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다른 영국 친구들보다 더 짜임새 있고 수준 높은 에세이라며 선생님이 칭찬하셨다.11학년(한국의 고3) 말에는 다른 친구들을 제치고 영문학 최고상을 수상했다.국어를 잘 하지 못했더라면 결코 그런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2) 무조건 암기만 해선 안된다. 이해하지 못하고 암기하는 것은 조금만 상황이 바뀌어도 쓸모가 없다.무조건 외워서는 안 된다. 잘 모르는 단어,꿰뚫어 이해하지 못하는 공식,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표현들은 이해될 때까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어떤 내용이 한가지 자료로는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다른 자료를 이용해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서 이해해야 한다. 이해했다 하더라도 머리 속에 입력시키지 못한다면 또 소용이 없다.특히 시험을 앞둔 상황에서는 그렇다.공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요약하는 방법을 많이알아놓을수록 좋다.이해한 내용을 항상 글로만 함축시키기보다 영국 선생님이 제시한 대로 그림,도표,또 여러가지 색상 등을 이용하여 나만의 재미있는 요약 노트를 만들었을 때 어지러워 보였을지 모르나 기대 이상으로 머리에 더 잘 들어왔다. 요새 암기식 공부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하지만 암기와 이해는 서로를 보강해 주기 때문에,공부에 있어서 하나라도 소홀히 여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3) 자신이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배우는 것에 흥미를 가져야 한다.흥미가 없다고 느껴진다면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영국에서 A레벨을 하며 뉴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라는 과학 잡지를 구독했다.세계 각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첨단 연구들을 접하며 교실에서 배우는 수업 내용들이 이렇게 엄청난 결실을 맺는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그 후로는 지루한 부분들도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배우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영국에서는,특히 공립 학교에서는 배워야 할 모든 내용을 선생님이 가르쳐주지 않는다.달달 외울 수 있는 참고서도 없다.내가 스스로 공부할 내용을 찾고,정리하고,평가해야 한다.내가 2년 걸리는 물리 과정을 작년에 두 달에 걸쳐 독학으로 마쳤을 때는 어려운 물리 교과서를 대여섯권 구해서 공부했다.한 토픽을 공부할 때마다 모든 교과서들을 비교해 가며,때로는 인터넷을 뒤져가며 입체적으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집중했다.결국 여섯 단원 중 넷을 만점받는,내가 생각해도 믿기 힘든 결과를 거두었다. A레벨 역사 논문을 쓸 때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수십권 빌렸다.필요한 부분들을 찾고,내 지식을 바탕으로 그 내용의 신뢰성을 판단하고,모든 자료를 종합하여 창의적이고 타당한 결론에 도달해야 했다.자발적으로 공부할 의지가 없다면 영국의 공부는 귀찮아서 절대 할 수 없다.
  • 죄값보다 가정 구한 판결

    20년 넘게 폭력을 일삼아온 남편을 살해한 아내에게 집행유예 선고가 내려졌다.또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희귀병을 앓는 딸을 숨지게 한 아버지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법원이 살인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이례적으로 최대한의 관용처분이다. 서울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 김남태)는 15일 폭력을 일삼은 남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주부 노모(46)씨에게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검찰 구형은 징역 12년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행 결과는 매우 중하나 범행동기 및 과정에 참작할 바가 있으며 유족이기도 한 피고인의 두 딸이 선처를 바라는 점,피고인이 범행 직후 신고했고 깊이 범행을 반성한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난 80년 결혼한 뒤 피해자의 잦은 폭행으로 한쪽 귀의 청력까지 잃어버리는 등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가정을 지켰다.”면서 “이번 범행도 피해자가 술을 마시고 새벽녘에 피고인을 위협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생명이 끊어진 것에 대해 관대한 처분을 내리기는 어려웠다.”면서도 “인간 생명이 존귀하기는 하나 사회 기본구조인 가정도 존중되고 사랑받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피고인은 가해자이지만 피해자”라면서 “피고인의 딸들이 법정에서 진술한 가정폭력의 피해 등을 고려,피고인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노씨는 지난해 10월26일 새벽 귀가한 남편 최모(당시 52세)씨가 7시간 넘게 가족을 폭행하고 흉기로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난동을 부리자 우발적으로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 말말말˙˙˙

    고통받는 육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은 나체 사진을 보려는 욕망만큼이나 강렬하다.예나 지금이나 전쟁은 고통받는 당사자들과는 별개로 보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소식이다. -미국의 예술평론가 수전 손택,저서 ‘타인의 고통’에서 대량 복제된 이미지들이 인간의 감수성을 파괴한다며.
  • 성적·건강 속태우는 아이 어쩌죠?/EBS ‘생방송 60분 - 부모’

    요즘들어 성적만큼 건강도 신통찮은 아이.가족·친구보다 컴퓨터가 더 좋다는 아이.언제부턴가 담배,술 냄새까지 나는데 고민이 있는가 싶어 얘기 좀 해볼라치면 짜증부터 내는 아이. 이런 자식을 바라보면서 속만 태우던 부모들은 12일부터 방송되는 EBS의 ‘생방송 60분-부모’를 꼭 보시길.매주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동안 진행되는 ‘생방송…’는 겨울 방학을 맞아 ‘청소년의 미래를 지키자’는 주제로 16일까지 청소년 문제를 총체적으로 점검한다.박명윤 한국청소년학회 부회장과 교사 주부 개그맨 등으로 구성된 패널들이 문제점을 점검하고 부모들의 전화 상담도 받는다. 12일의 주제는 ‘생활습관병이 청소년 건강을 위협한다’.부족한 잠에 아침은 밥 먹듯 거르고 빈속을 패스트푸드로 채우는 아이들의 건강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운다.성적에만 신경쓰던 부모들이 ‘자녀의 건강 지킴이’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 16일은 ‘청소년 정신건강,관리가 시급하다’라는 주제로 청소년 마음의 병을 다룬다.입시교육에서 오는중압감에 따른 스트레스와 욕구불만,좌절감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해 최근 청소년 자살이 급증하는 추세.한 조사에서 청소년 사망원인 중 자살이 사고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다. 이밖에 청소년 음주·흡연(13일),인터넷 중독(14일),성문제(15일) 등을 다뤄 오늘날 아이들의 육체·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점들에 대한 속시원한 해답과 함께 새로운 부모의 역할을 발견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생방송…’는 지난해 9월 자녀를 둔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지,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한 적이 있는지,부모이기 위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으로,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인식을 바꾸는 마당이 돼 왔다. 박상숙기자 alex@
  • ‘강금실장관 변론’ 서강대 논술 출제

    강금실 법무장관의 변호사 시절 변론기가 6일 서강대 정시모집 논술고사에 제시문의 하나로 출제됐다. 이 변론기는 지난 2002년 ‘행복한 책읽기’ 출판사에서 나온 ‘우리시대의 인물읽기’ 시리즈 첫권 ‘장정일 편’에 실린 것으로 강 장관이 1997년 검찰이 음란물로 기소한 소설가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변론을 맡았던 때를 회상하며 쓴 것이다. 논술에 출제된 지문에서 강 장관은 “육체는 성적(性的)으로 다루어질 자유를 가지며 예술을 포함해서 사회의 모든 외설적 성표현물을 모조리 금기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그는 이어 “소설은 법이 보호하는 예술의 자유의 보호 영역에 속하고,예술은 존재 그 자체로서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며 예술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다. 이 글은 재판 과정에서 장씨가 검사와 나눈 대화와 함께 나란히 제시문으로 출제됐다. 채수범기자
  • “이번엔 관광가이드랍니다”SBS 새 드라마 ‘발리에서‘ 주연 하지원

    “이번엔 관광가이드랍니다”SBS 새 드라마 ‘발리에서‘ 주연 하지원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SBS 일산제작센터에서 만난 탤런트 하지원(사진·24)은 다소 핼쑥한 모습이었다.내년 1월3일 시작하는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김기호 극본,최문석 연출)을 홍보하는 이 자리에 하지원은 다른 출연자들보다 1시간30분이나 늦게 나타났다.전날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서 링거 주사를 맞느라 늦었다고 했다.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던 그는 “체력하면 하지원이었는데 요즘 그게 깨져서…”라며 꽤나 멋쩍어했다. MBC 퓨전사극 ‘다모’에서 여형사 ‘채옥’역을 맡아 데뷔 이후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은 하지원은 올 한해 누구보다 바쁘게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볐다.올해 개봉된 영화만 ‘색즉시공’과 ‘역전에 산다’등 2편.‘다모’가 끝나자마자 다시 ‘내사랑 싸가지’촬영에 들어가 내년 1월 중순 개봉을 앞두고 있다.그만큼 했으면 좀 쉴 법도 한데 욕심많기로 소문난 하지원은 또 새 드라마에 뛰어들었다. 그는 “채옥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어서 어느때보다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해보지못한 진지하고 성숙한 역할이어서 꼭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시청자를 겨냥한 정통 멜로드라마.각기 다른 이유로 발리를 찾은 4명의 남녀가 사랑의 덫에 걸려 질투하고,욕망의 화신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렸다. 하지원이 연기하는 ‘수정’은 발리에서 관광가이드로 일하며 절박하게 살아간다.드라마는 자카르타에서 근무하는 인욱(소지섭),옛사랑을 찾아 발리로 온 영주(박예진),그리고 영주의 약혼자인 재벌 2세 재민(조인성)의 삼각관계에 수정이 끼어들면서 펼쳐지는 사랑과 복수가 중심이다. 하지원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수정이란 캐릭터가 무척 맘에 든다.”면서 “다만 억척스러운 역할이다 보니 ‘다모’촬영때 못지않게 육체적으로 힘든 장면이 많다.”며 고충을 털어놨다.동료배우들에 대해 묻자 “조인성은 연하인데도 오빠 같고,박예진은 털털해서 편하고,소지섭은 오빠답게 잘 챙겨주는 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원의 새해 소망이 궁금했다.“제가 출연하는 드라마와 영화가 모두 잘되면 좋겠고요,운동할 시간이 좀 생기면 좋겠어요.그리고 최민식선배나 문소리선배 같은 연기를 꼭 해보고 싶어요.”아니나 다를까 하지원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이순녀기자 coral@
  • 수묵화 동호인 모임 ‘초연회’/스르르 먹물 번지듯 잡념도 사라지죠

    수묵화(水墨畵).다른 색깔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먹으로만 진함과 묽음,비움과 채움이라는 단순한 대조 속에 얼마나 많은 인간 상념을 담아낼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영(靈)과 육(肉)의 존재인 인간이 육의 속박을 벗어나 영의 세계로 들어가려고 하는데,바로 그 경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도 할 만큼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오묘한 먹빛에 마음의 평정 찾아 지난 23일 세종문화회관 뒤 서울 종로구 당주동 세종아파트 306호.30여평의 아파트는 수묵화를 그리는 사람들의 모임인 ‘초연회(草緣會)’ 회원 9명이 한데 모여 팔중(八中) 김문식 화백의 지도로 자신들이 완성한 작품을 내놓고 품평회를 열고 있었다. 이들은 그동안 온 정열을 쏟아 빚어낸 작품인 만큼 평가자들의 코멘트 한마디 한마디를 주의깊게 가슴에 새기며 마치 초등학교 사생대회의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어린이들처럼 맑고 영롱한 ‘동심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육체적 고통,마음의 걱정과 우울함을 다스릴 때는 수묵화를 그리며 잊어버리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어요.문득 옛것이 그리워질 때나 나도 모르게 마음의 일탈(逸脫)을 꿈꿀 때 수묵화를 그리는 일로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초등학교 때 조금 배운 뒤 잊고 지내다가 지난 3월 문득 옛날이 그리워 다시 수묵화를 그리게 된 장현순(32·여·고려대 강사)씨는 “수묵화를 그리는 동안 잡념을 떨치고 마음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특히 검은색 한가지로 농도가 진하고 옅어짐의 정도에 따라 6가지 색깔을 내는 오묘함도 맛볼 수 있다.”고 자랑한다. 옆에 있던 박창구(49·화물공제조합 과장)씨는 “보통 때는 무심하게 지나치던 사물도 수묵화로 그릴 때면 또다른 느낌을 받기 때문에 다른 일반 취미보다 싫증이 덜 난다.”며 “차근차근 변화하는 사물을 천착하다 보면 인내심을 키우게 되므로 현대인의 인격수양에 큰 도움이 된다.”고 거들었다. ●스케치 여행 다니며 건강도 좋아지고 현재 수묵화 그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전국적으로 5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이들은 동호회·대학교 동아리·인터넷 동호회 등을 통해 주로 활동하고있다.대표적인 동호회 중 하나가 초연회.지난 1990년 결성된 초연회의 회원은 200여명.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에 관심이 많았거나 그림 그리기를 통해 마음의 평정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수묵화도 창작 작업입니다.창작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지방으로 스케치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 지방의 맑은 공기를 쐬는 기회가 많은 덕택에 나이든 분들에게는 건강증진 효과도 있죠.” 수묵화라는 취미를 가지지 않았더라면 음주나 잡기에 빠졌을 것이라는 허철균(57·한성인쇄소 대표)씨는 “수묵화가 정신을 다잡아줄 뿐 아니라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해주죠,돈마저 적게 드니 일석삼조”라고 강조한다. 그림에 관심이 많아 1987년 수묵화에 입문한 안혜민(47·금융업)씨는 “수묵화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짧은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기보다 수묵화를 그리거나 서울 인사동의 전시회를 가는 등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게 됐다.”며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자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데다,여러 방면에 관심을 가져 교양이 풍부해지는 부수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수묵화를 즐기는 이유는 정신건강 및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는 점 외에도 전통문화를 살리거나 복잡한 현대생활 속에서 자연을 ‘완상(玩賞)’할 수 있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먹고 사는 데 바빠 늦깎이로 시작했지만 수묵화를 그리는 동안에는 세상사를 잊고 몰입한다는 이춘택(54·서울지하철공사 부역장)씨는 “개인적으로는 전통문화를 계승한다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이 수묵화는 물론 전통문화를 경시하는 점이 너무 안타깝다.”고 지적한다. ●제대로 그리려면 3~5년 배워야 미술을 너무 좋아해 교대를 졸업한 뒤 다시 미술교육과로 편입·졸업한 ‘수묵화 마니아’ 김현순(56·서울 도봉구 창일초등학교 교사)씨는 “수묵화는 집안이나 도심 속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특히 나이가 든 분들에게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하고,공허한 마음을 채워준다.”고 털어놓는다. “묘사 위주인 서양화에 비해 수묵화는 사실 좀 어려운 편입니다.제대로 된 작품을 창작해 내려면 3∼5년 정도 배워야 하거든요.” 고등학교 때부터 틈틈이 수묵화를 익혔다는 윤민진(22·여·경희대대학원)씨는 “수묵화를 그리는 수준이 높아진다는 느낌이 들 때 가장 즐겁다.”며 “너무 빠르게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평정을 찾아주는 취미로서는 수묵화가 단연 최고”라고 내세웠다. 글 김규환기자 khkim@ 사진 안주영기자 jya@ ■수묵화 배우고 싶다면 예부터 문인과 선비들이 즐겨 그린 수묵화는 채색을 쓰지 않고 먹만으로 그리는 동양화 고유의 회화 양식 중 하나.현란한 채색을 피하고 먹의 명암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정신성(精神性)을 구현,문인화의 대종(大宗)을 차지하고 있다. 수묵화의 기법은 발묵(潑墨)·파묵(破墨)·농묵(濃墨)·담묵(淡墨) 등으로 나눠진다.발묵은 종이 위에 먹이 번져 퍼지는 효과를 얻고,파묵은 담묵으로 윤곽을 1차적으로 칠하고 그 뒤에 조금씩 농묵으로 덮어씌운 듯이 그려나가는 기법이다. 농묵은 먹을 진하게 갈아서 그리는 것이고,담묵은 물기와 먹이 번져 어울리게 하는 효과를 극대화해 얻을수 있는 기법.따라서 농묵과 담묵은 물기를 따라 삼투압 현상을 일으켜 번져가는 변화를 이용하는 셈이다.먹을 농·담으로 순차적으로 쌓아가듯이 그리는 적묵법(積墨法)도 있다. 수묵화를 배우는 과정은 선을 그리는 연습을 시작으로 사군자 그리기→화조(새 그리기)→석법(바위 그리기)→수지법(나무 그리기) 등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기초과정이다.걸리는 기간은 사람에 따라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된다.기초를 익힌 다음 사생(스케치) 연습→기초 수묵화 그리기→계절별 수묵화 그리기 과정을 마치면 근사한 수묵화를 그려낼 수 있다.그 기간은 3∼5년이 소요된다. 수묵화를 배우려면 시·도·구 문화센터나 백화점 문화센터 등을 찾거나 개인 교습을 받아야 한다.강의료는 시·도·구 문화센터(3개월)가 5만원 이하로 가장 저렴하다.백화점 문화센터는 8만∼10만원이며,개인교습(1개월)은 10만∼20만원을 받는다. 김규환기자
  • 어린이 문화행사 UP

    어린이의 문화체험에 부모는 ‘의미’를 강조하지만,당사자들은 ‘재미’를 추구한다.그런데 의미와 재미를 조화시킨 문화행사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어서,부모와 어린이 모두에게 외면당하곤 한다. 올 겨울에는 양쪽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건 문화행사가 적지않게 선을 보이고 있다.특정 장르에 그치지 않고,다양한 분야로 이런 분위기가 퍼져나가고 있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춘향전’은 어린이 성교육 교과서? 국립창극단의 어린이 창극 ‘춘향이와 몽룡이의 사랑 이야기’는 춘향의 사랑 이야기로 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열다섯 춘향과 열여섯 몽룡은 정신적,육체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는 사춘기로,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겪는 성적 에피소드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춘향이는 피가 나자 죽을 병에 걸린 줄 알지만,월매는 ‘여자가 된 경사’라며 떡과 음식으로 잔치를 벌인다.몽룡도 ‘기분이 묘하더니 꿈인지 생시인지 구름에 둥둥 뜬 듯,물위를 거니는 듯’하다 그만 바지를 버리는데,역시 “아기씨를 만들수 있는 남자로 다시 태어났다.”고 격려받는다. ‘아우성’으로 유명한 성교육전문가 구성애 소장이 자문을 맡았다.27일부터 내년 1월2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02)2274-3507. ●책을 통한 창조적 체험의 또다른 방식 금호미술관과 아트링크가 공동 기획한 ‘사람을 닮은 책ㆍ책을 닮은 사람’전은 책의 교양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예술적 체험과 밀도를 최대화한다.미술가 44명과 어린이 13명이 책을 주제로 한 회화 조각 설치 등 100여점을 선보인다. 소인국에서 보는 듯한 작은 책,반대로 거인국에 있을 법한 큰 책,계란껍질에 글자를 써넣거나,천장에 매달아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책 등으로 지적·예술적 자극을 주어 자라나는 세대에 창조적 체험을 준다.내년 2월28일까지 금호미술관(02)720-5114 ●오케스트라의 ‘속’까지 보여드립니다 스테이지원이 기획한 ‘스쿨 클래식’의 하나인 ‘오케스트라를 배우자’는 공허한 곡목해설만 나열하는 기존의 어린이음악회가 아니다. 박영민이 지휘하는 서울 클래시컬 플레이어즈가,모차르트가 9세∼22세사이에 작곡한 오케스트라 음악을 관객들앞에서 ‘해부’한다.유명한 ‘작은별 주제에 의한 변주곡’으로 악기들의 연주법을 보여주고,편곡에 따라 어떻게 느낌이 달라지는지도 체험해본다. 소프라노 김수진과 메조소프라노 추희명,플루티스트 박민상도 출연하여 다양한 형태의 음악을 접할 수 있다.내년 2월8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780-5054. ●꼬마 관객이라고 우습게 보면 곤란해! 극단 민들레의 아동극 ‘아기용 미르’는 서양식 공룡이 아니라 동양의 용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에서 주체적이다.나아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스스로 사회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겠다는 것이 연출의도라고 한다. 황소개구리 배스 블루길 등은 무분별하게 수입돼 전통문화를 파괴하는 외래문화를 상징한다.음악은 전통적인 5음계를 사용했다.첫 장면에서는 중국의 그림자극을 이용했고,주인공의 움직임은 일본 전통극 ‘노(能)’의 걸음걸이와 봉산탈춤의 기본자세인 ‘근경자세’에서 따오는 등 아시아권 나라들의 문화를 적극 수용했다.작·연출송인현.내년 1월8일∼2월1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02)760-4640. 김종면 이순녀기자 jmkim@
  • [열린세상] 학교평준화를 위하여

    다시 한 해가 저물어간다.연말이면 거리에 구세군의 자선남비가 나타나고,사람들은 그 곁을 지나며 우리 사회에서 불우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기억한다.올해에는 어느 이름모를 중년신사가 자선남비에 수천만원의 거금을 넣고 사라졌다는 보도도 있었다.그 손길에 복이 있기를. 그러나 자선남비에 적선하고,그렇게 모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먹이고 입히는 것이 아무리 아름다운 일이라 하더라도,처음부터 사회에서 낙오되고 소외된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스피노자가 말했듯이 모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한 개인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에 가난한 자에 대한 배려는 전체 사회 곧 국가가 나서서 사회 복지의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인 것이다.그런데 우리 사회는 개인적 적선을 칭찬할 줄 알아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이 생겨나지 않도록 사회 복지의 차원에서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는 일에는 너무도 게으르다 못해 적대적이기까지 하다. 이를테면 올해 서울대 정운찬 총장을 비롯하여 여기 저기서 터져나온 평준화 폐지론만 보아도 그렇다.국가가 책임져야 할 모든 복지제도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복지이다.국가는 공교육체제를 통해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동등한 수준의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공교육의 혜택이 없다면 사회의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자기실현의 기회를 제공한다.그리고 이를 통해 국가는 기성세대의 사회적 불평등이 자녀세대에게 대물림되거나 확대증폭되는 것을 방지한다.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자녀들이 어릴 적부터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고 어울리게 함으로써 그들이 가정에서 경험하는 삶의 조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적인 마당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하며,이를 통해 그들이 자라서도 한 나라의 시민으로서 서로 소통하고 결속하여 더불어 하나의 조화로운 사회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 정신적 바탕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국민의 평등한 자기실현을 위한 장치라기보다는 남보다 좋은 대학 가서 남다른 부와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의 장치이다.그리하여 한국에서 공교육 체제란 사회적 평등과 통합이 아니라 정반대로 사회적 차별과 배제의 장치이다.그런데 천만 다행으로 그런 가운데서도 대다수 지역에서 중고등학교들이 평준화되어 있는 까닭에 교육이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분열을 촉발하지 않을 수 있었다.그러니까 학교평준화는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가난한 계층의 자녀들이 사회에서 낙오하고 소외되지 않도록 만드는 방파제인 동시에,사회통합적 관점에서 사회구성원들의 정서적 및 문화적 단절을 방지해 주는 마지막 보루인 것이다. 그러나 평준화 폐지론자들의 주장에 따라 중등학교에서 평준화가 폐지되면 가뜩이나 위기상황에 처한 한국의 공교육은 그나마 남아 있던 사회적 평등과 통합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자녀의 학력이 전체적으로 부모의 재력에 비례한다는 것은 이제는 공공연한 사실인데,평준화가 폐지되면 부잣집 아이들이 일류학교에 다닐 때,가난한 집 아이들은 삼류학교에 다니게 될 것이다.가뜩이나 대학 서열에 따라 사회적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에서 중고등학교의 서열이 부활되면 일류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이 땅의 대다수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학벌차별의 굴레 아래 신음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문화적 단절과 사회적 차별 그리고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증오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자라서 더불어 조화로운 사회와 통일된 나라를 만드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겠는가? 평수 넓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작은 아파트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 담장을 쌓는 것만으로도 이 나라 부유층의 몰상식은 차고 넘치는데,배운자들까지 평준화 폐지를 선동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이 나라의 상류층은 어찌 그리 하나 같이 몰상식한지,이 나라에서 살아야 할 아이들이 불쌍할 뿐이다. 김 상 봉 민예총 문예아카데미 교장
  • “종교도 상식 통해 삶에 접근해야”도법스님, 종교 문제점 진단

    “종교는 역사적으로 말썽이 많았고 아편 노릇도 했다.지금도 그렇다.종교가 제대로 갔다면 한국 사회가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종교는 과학적이고 건강한 상식을 통해서만 삶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도법(사진·지리산 실상사 주지)스님이 종교의 실상을 이렇게 짚었다. 제주에서 태어나 1965년 금산사 송월주 스님에게 출가한 스님은 실천적 학승으로 이름 높다.현재 각계를 망라한 ‘지리산 생명연대’대표를 맡고 있다.스님이 지리산에서 한국전쟁 등으로 죽은 원혼을 달래는 ‘1000일 기도’를 막 끝내고 16일 오후 광주 원각사에서 2시간여에 걸쳐 ‘평화’를 주제로 설법했다. 스님은 “부처짓하면 부처가 되고 도둑질하면 도둑놈 되지요.”라고 좌중을 향해 수 차례 되물었다.불교에서 말하는 인생은 우리가 하는 대로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즉 우리가 생각하고 가꾸는 대로 이뤄지고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했다.부처가 된 뒤 부처로 살아간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잘라 말했다.수행이나 기도,삶이 일치되지 않으면 도둑놈이 도둑질하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고 질타했다. 스님은 ‘불교는 안팎이 없다.’며 평소의 연기적(緣起的) 존재론을 강조했다.“불교는 관계성 논리에 어긋나면 안된다.내면적·정신적 수행과 사고방식은 안맞다.육체와 정신의 분리가 불가능한데 정신이 육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진단했다.또 석가모니 말씀을 빌어 ‘애경제불’을 들었다.“제불은 석가모니나 미륵불이 아니고 내가 만난 모든 사람이다.본래 부처는 내가 만난 모든 상대들”이라고 역설했다. 스님은 이어 “지금 우리는 진실에 대해 무지하고 왜곡된 진실을 보는 안목이 문제다.불교는 진실을 보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그러나 한국불교는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무엇보다 불교는 현재가 중요하다.내세가 중요한 게 아니고 현재가 초점”이라고 힘줘 말했다. 광주 원각사 남기창기자 kcnam@
  • 책꽂이

    ●돈은 발이 넷 달린 짐승(박종인 지음,책과길 펴냄) 상고 졸업 학력으로 동양 최초의 본사 임원이 된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전쟁고아 출신인 이태섭 국제라이온스협회 회장 등 자수성가형 CEO 32인의 이야기.이들은 모두 “뒤에 따라올 일들을 너무 신경 쓰는 바람에 아무 것도 시도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들을 나는 싫어한다.”는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의 말에 공감한다.요컨대 최고경영자는 하나같이 자신감과 도전정신의 화신이다.1만 1500원. ●독약의 세계사(시부사와 다쓰히코 지음,오근영 옮김,가람기획 펴냄) 독에 얽힌 인간의 욕망과 일화들을 소개.그리스 비극에는 독약이 빈번하게,마치 불길한 운명의 신처럼 등장한다.소포클레스의 ‘트라키스의 여인들’에 나오는 헤라클레스는 아내가 최음제라며 그의 옷에 발라준 히드라의 독 때문에 죽는다.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가 독약 기술자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라신의 페드르도 독을 먹고 자살한다.중세로 넘어오면서 독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생산 기술도 발전,이른바 ‘독의 대중화’가 일어난다.뽑으면 사람 목소리가 난다는 만드라골라라는 독초는 최면음료나 토사제로 오래 전부터 중요한 역할을 했다.8000원.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루신 지음,이욱연 엮어옮김) 중국 근대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작가,문학사가인 루신(1881∼1936)의 산문집.루신은 일제시대에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이래 우리 현실을 읽는 거울 역할을 해왔다.그의 외침은 거침이 없다.“옛날을 흠모하는 자 옛날로 돌아가고,하늘로 오르고 싶은 자 하늘로 올라가고,영혼이 육체를 떠나고 싶어하는 자 이제 떠나게 되리라”(‘무엇을 사랑하든 독사처럼 칭칭 감겨 들어라’중에서).루신의 짧고 명징한 한마디 한마디는 투창과 비수가 돼 우리에게 날아온다.9500원. ●보이는 것의 날인(프레드릭 제임슨 지음,남인영 옮김,한나래 펴냄) 영화가 지닌 비판적·유토피아적 잠재성을 고찰한 영화·문화비평서.고립된 영역들로 다뤄져온 문화현상들,이를 테면 작가영화와 장르영화,고급문화와 대중문화,리얼리즘과 모더니즘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살핀다.역사적인 알레고리로서 현대영화를 읽어내는 저자는 ‘언어의 감옥’‘지정학적 미학’ 등의 저서를 남긴 미국의 저명한 문화이론가이자 비평가.2만 5000원. ●살아있는 야생(신디 엥겔 지음,최장욱 옮김,양문 펴냄) 야생동물의 생존전략을 살핀 연구서.코끼리는 나트륨 성분을 섭취하기 위해 소금을 먹는다.소금이 모자라면 새로운 소금동굴을 찾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 집단 이동도 마다하지 않는다.침팬지는 털이 난 나뭇잎을 독특한 방법으로 뭉쳐서 삼킨다.잎에 난 털이 창자 주위의 기생충들을 ‘청소’한다.개와 고양이가 가끔 풀을 뜯어먹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이 풀들은 기생충과 함께 소화되지 않고 몸 바깥으로 배설된다.저자는 영국의 방송대학인 오픈 유니버시티에서 환경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동물 자가치료 연구가.1만 1000원.
  • [나의 건강보감]조정래 작가

    어김없이 그는 두알의 가래를 쥐고 있었다.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앞 찻집 다솔에서 담소를 나눈 4시간 내내 그는 양 손을 번갈아가며 가래를 굴렸다.‘까락까락’거리는 맑은 가래 소리가 어쩌면 목어(木魚)가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도 같았고,또 어찌 들으면 훈풍에 실려와 졸음의 끝에 닿는 풍경소리와도 같았다.호두를 닮은 바로 이 두알의 가래에 그의 문학적 열정과 고통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한참 ‘아리랑’을 집필할 때,사단이 벌어졌다.일단 작심하면 좌고우면하는 법없이 외길로 내달아 끝을 보는 성미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글을 써나갔다.그러나 그게 문제였다.너무 무리하게 글쓰기에 매달리는 바람에 그만 오른팔 관절이 어긋나고 만 것.“처음엔 어깨 관절 부위가 아프더니 이내 어깨며 팔,손등까지 마비되는 거에요.글 쓸 일이 태산인데,큰일났다 싶더라구요.그래서 한의원을 찾아 침도 맞고 했지만 완치가 안돼요.그랬는데 한의사가 제게 이걸 권해요.‘설마…’하고 시작했는데,세상에 가래 주무르는 게 내 글쓰기의 구원이 될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그날 이후,그는 손에서 가래를 놓지 않는다.처음 손에 쥐어 7년쯤 주물렀던 가래 두알은 전북 김제의 ‘아리랑 문학관’에 전시돼 있고,지금 것은 연전 전남 장흥의 독자가 선물한 것이다. ●7년 주물렀던 ‘가래' 아리랑 문학관 전시 작가 조정래(61).문단에서는 그를 두고 ‘한국문학의 정신이자 지조’라고들 말한다.그만큼 외롭고 치열하게 그가 숨쉬는 시공(時空)을 싸워서 헤쳐왔으며,이렇게 일군 그의 문학이 도저(到底)하고 웅숭깊어 정치가,역사가도 이루지 못한 우람한 산 하나를 빚어 놓아서다.어두운 시대,금기의 빗장을 벗겨 낸 ‘태백산맥’이 그렇고 ‘아리랑’과 ‘한강’이 그렇다. 그러나 이런 성취가 거저 주어졌을까.지난 83년 ‘태백산맥’의 집필을 시작해 지난해 ‘한강’을 마무리할 때까지 22년동안 물경 5만장이 넘는 원고지를 오로지 육필로 빼곡하게 메웠다.오죽했으면 집필실을 ‘글감옥’이라고 불렀으며,당초 그가 맘먹은 글편을 마무리한 뒤에는 “이제야 20년 글감옥에서 출옥했다.”고 토로했을까.그만큼 글쓰기는심신을 갉아대는 버거운 중노동이었다.“태백산맥의 원고를 모두 쌓아놓고 사진을 찍을 때 자꾸만 눈물이 쏟아졌다.”는 그의 말은,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룬 성취감이기도 하겠거니와 영혼의 고독과 육체의 고통을 한꺼번에 이겨낸 한 인간의 눈물겨운 고백 아니겠는가. 그 스물 두해 동안 그는 상상을 절하는 갖가지 직업병과 싸워야 했다.글을 써내야 하는 오른 어깨가 통째로 마비되는 아픔이 가장 치명적이었지만 위궤양과 기침병,둔부의 종기도 그의 ‘장정(長征)’을 위협한 장애였다.이 가운데 위궤양은 지난 90년 취재여행중 중국에서 병증이 나타나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거치는 동안 줄곧 그를 괴롭혔다.“의사 말이 글 쓰는 동안에는 못고칠 병이랍디다.아니나 다를까 아리랑을 끝낼 때까지 다섯 번이나 도졌는데,나중에 담배 끊고,섭생을 잘해 이겨냈죠.” ●글쓰기 22년… 위궤양·기침병·종기 시달려 기침병도 그를 옭아맨 고통이었다.의사의 진단은 ‘누적된 과로’가 원인이었는데,기침 때문에 자리에 누울 수도 없었다.“지금도 기침에는공포감을 갖고 있어요.소설 연재는 시작됐는데,밤잠을 못이루는 고통을 생각해 보세요.두어달 소파에서 앉은 잠을 잤지요.지금 이만큼 나아진 것도 천행입니다.”게다가 둔부의 종기도 그의 발목을 거머쥐었다.“공중에 선반을 매달아 놓고 서서 글을 썼다는 다산의 고백이 이해가 됩디다.결국 하나가 말썽을 부렸는데,나중엔 하는 수 없어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수술을 받았어요.”이처럼 왜곡된 세상의 편견과 싸우는 일방 끊임없이 자신을 위해하려고 드는 병마와도 싸워야 했던 그의 건강이 가래 만으로 담보될 리가 없다.가래와 함께 그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는 맨손 체조로 참담한 병마를 떨칠 수 있었다.대하소설 ‘태백산맥’은 이런 산고를 겪으며 태어났다. 그를 얘기하자면 산도 빼놓을 수 없다.요즘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산을 오른다.주로 집이 있는 분당에서 출발해 너댓 시간 산을 타 남한산성의 정상에 오른다.아내 김초혜 시인과 함께 산을 타며 자분자분 세상일을 얘기하는 일은 즐거운 도락이다.때로는 집 근처 야트막한 야산을 타며 명상에 빠지기도 한다.이런 시간이 정신을 추스리는 충전의 짬이기도 하지만 산의 굴곡을 따라 오르내리는 일은 건강에도 그만이다.‘태백산맥’ 이래 지리산에 들면 혼령과 정담이라도 나눌 것같은 그가 아닌가.아니나 다를까 그는 산중에서도 지리산을 으뜸으로 쳤다.“지리산은 좋은 산이에요.살이 깊어 뼈가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깊고 따뜻하죠.산,특히 지리산에 드는 일은 인내가 필요합니다.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4박5일은 걸어야 하는데 견딤을 투자하지 않으면 깊은 맛을 못느끼거든요.” ●매일 맨손체조·등산도 ‘병마 떨치기' 일조 역사(役事)를 치르는 동안 참혹한 심신의 피폐를 겪었지만 그는 지금 흔한 성인병조차 모르고 살 만큼 건강하다고 했다.그러나 정작 부러운 것은 그의 몸보다 정신이었다.“우리 민족의 정신건강이 걱정입니다.병폐야 많지만,영어 배우라며 자녀들 내모는 사람들 보면서 광태(狂態)를 느껴요.이거 문화적 식민을 자처하는 일입니다.민족의 얼인 나랏말 제쳐두고 그렇게 해서 좀 잘되면 뭐하고,좀 잘살면 뭐합니까.슬프기도 하고 위기감도 느껴요.” 노고가 끝나지 않았을까.다시 태어나도 ‘글예술’을 하겠노라는 그는 문신처럼 손끝에 밴 여적(餘滴)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대하소설은 못써요.지금 준비중인 연작소설은 사회주의 몰락의 저변을 파헤친 것인데,우선 실천문학 겨울호에 상당한 분량이 실릴 겁니다.”그래도 세상은 희망이다.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공평을 상징하는 여신 ‘아스트라이아’의 천칭으로 이 시대를 저울질하는 그가 있으므로. 심재억기자 jeshim@ ■‘가래' 건강법 호두처럼 생겼지만 씨알이 크고 굴곡이 깊은 과실이 가래다.그 가래를 주물러 병고를 덜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조정래 작가는 지금도 자는 시간 말고는 손에서 가래를 놓지 않는다.양손으로 가래를 굴리다가 때로는 뾰족한 가래 머리로 손바닥이나 발바닥의 경혈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는 “이걸로 내 어깨를 지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손바닥에 우리 몸 전체의 경락이 모여 있고,특히 손가락 끝의 감각기관은 뇌와 바로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우리가 향유하는 문명이라는 것도 기실은손이 이룬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했다. 여기에다 맨손 체조도 그의 일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하루 중 아침과 점심 후,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세번씩 한 동작을 두번 되풀이해 맨손체조를 하는데,하찮게 여겨 대충 하려고 들지 말고 정성을 쏟아 해보세요.시간이야 5분에 불과하지만 금세 더운 땀이 몸에 뱁니다.”그의 맨손체조는 예전 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필요한 몇몇 동작을 더한 것이다.“한창 태백산맥 집필할 때,어깻죽지에 통증이 왔어요.마치 등판이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깨지는 듯한 고통이었어요.두드리고 주물러도 안돼요.그때 맨손체조를 시작했는데,불과 열흘 만에 변화를 느꼈어요.”그렇게 어깨 통증을 이겨낸 뒤 하루도 체조를 거르지 않는다.외국 여행중 비라도 내릴 양이면 호텔 현관에서라도 체조를 했다. 까다롭지는 않지만 섭생에도 ‘조정래식’이 있다.야채,된장쌈밥과 매운탕과 구이 등 생선음식을 즐기며,밥은 작은 한 공기가 정량인 소식이다. 대신 육식은 일주일에 1번 정도 먹을 뿐이다.이 원칙을 20년이나 지켜왔다.‘태백산맥’을 집필할 때까지는 커피도 꽤 마셨지만 지금은 녹차가 그 자리를 대신해 하루에 12∼13잔씩 마신다.술도 두주불사였으나 역시 ‘태백산맥’ 집필에 들면서 주색잡기를 금기사항으로 규정,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부터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도원아이한의원 이정언 원장은 “손은 동맥과 정맥이 교차할 뿐 아니라 경혈이 많아 가래나 둥근 공을 자주 주무를 경우 혈행을 개선할 뿐 아니라 경혈을 자극해 운기(運氣)를 돕기 때문에 작가 등 팔을 많이 쓰는 직업인에게 맞는 운동법”이라고 조언했다. 심재억기자
  • 공립 특목고 추가 설립/中高 문제풀이식 보충학습 허용키로

    앞으로 고교 평준화의 틀 안에서 일정 비율의 우수한 학생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기 위해 공립인 과학고 형태의 고교를 추가로 설립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초등학교 1·2·3학년,즉 저학년에 대해 학교수업이 끝난 뒤 방과후 지도도 실시된다.보육체제인 에듀케어(Educare)의 일종이다.특히 중·고교에서 현재 금지됐던 교과의 문제풀이까지 가능한 ‘수준별 보충학습’이 전면 시행될 전망이다.지난 98년 폐지됐던 ‘보충수업’과는 달리 학생의 자율에 따라 이뤄지는 새 방식이다. 정부는 11일 이같은 내용의 ‘교육혁신 로드맵’을 마련,12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이에 따르면 고교 평준화의 보완과 관련,과학고·외국어고·예체능고 등 특수목적고 수에 학생들을 맞췄던 기존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일정 비율의 우수 학생들이 고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고교를 추가 설립할 방침이다.하지만 현행 특목고 중 외국어고와 예체능고는 입시기관화될 우려가 큰 만큼 설립 취지를 살리고 있는 공립 과학고 형태의 특목고를 세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것으로 전해졌다. 초등학교 저학년 방과후 지도의 경우,전국 180개의 일선 교육청별로 1∼2개교를 선정,해당 학교는 물론 인근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학교에서 마음껏 생활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사교육을 공교육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추진되는 보충학습제에서는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학생들의 희망을 적극 반영,수준별로 사설 학원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운영할 수 있다.다만 교과서의 진도는 나갈 수 없다.보충학습 제한시간도 조정된다. 로드맵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자격시험화 및 2회 이상 실시 등 대입 제도의 개선 방안,학벌 폐해의 주범인 대학의 서열화를 완화하기 위한 국립대 등 대학의 구조조정,지방대 육성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박홍기 김재천기자 hkpark@
  • “코믹배우 변신 기대하세요”영화 ‘라이어’ 주연 주진모

    스크린에 비친 배우 주진모의 이미지는 항상 조금은 어둡고 뭔가에 짓눌린 ‘주변인’같은 것이었다.‘해피엔드’‘무사’‘와니와 준하’….영화마다 그의 이미지에는 거침없이 자유로운 영혼이 실리지 못했었다. 새해면 만 서른.그는 “이젠 남자다!”라고 선언적 다짐부터 해보인다.“아직은 어리다는 생각에 어설픈 고집대로만 살아왔다.”는 고백도 한다.‘달라지겠다.’는,아주 완곡한 표현이다. 이달 말부터 새 영화 ‘라이어’(제작 선우엔터테인먼트·감독 김경형)를 찍는다.장담대로 180도 딴판의 모습을 보여줄 작품이다.새 영화에서 그는 사기꾼과 로맨티스트의 중간쯤에 선 ‘웃기는’ 인간이다.시골 고향동네에서 친구 여동생을 꼬드겨 조강지처를 만들어놓고,서울에서 택시기사를 하다 눈맞은 돈많은 젊은 여자와 감쪽같이 딴살림을 차리는 이중적 캐릭터. “극중에선 여자들을 마음만 먹으면 유혹할 수 있는 ‘얼짱’입니다.지금까지 해온 역할이 단선적이었다면 이번엔 좀 복잡해지겠지요.연극이 원작인데,실없이 웃기기만 하는 코미디는 아닐 거예요.” “연기의 ‘연’자도 몰랐다.”는 그는 원래 체육교사가 꿈이었다.그런데 한 장의 사진이 운명을 바꿔놓았다.친척 아저씨의 전시회 출품사진속 모델이 된 게 인연.그 사진 덕에 CF(박카스)를 찍으며 얼렁뚱땅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이전에 대학로 극단을 잠시 기웃대다 연극무대 단역으로 한 번 섰던 것이 연기이력의 전부였다. “운이 좋았다.”며 데뷔시절을 떠올린다.“스스로 준비가 덜 된 탓에 지금까지의 영화들은 정신적·육체적으로 무척 힘들었던 기억만 있다.”고 슬쩍 자아비판(?)도 해본다.“‘야,밥 차려라!’‘야,발 좀 씻어줘!’ 아내한테 이런 막말을 해대는 캐릭터라니….저도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새 영화로 주진모가 진짜 연기자가 됐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며 웃는 모습에서 묘한 여유가 느껴진다. 황수정기자
  • 책 / 문학 속의 에로스

    디터 벨러스호프 지음 / 안인희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사회적으로 보잘 것 없는 여자하고만 육체적 관계가 가능했다는 독일의 문호 괴테.그는 다른 사람과 약혼한 여자를 사랑했다가 포기했던 자신의 쓰라린 체험,그리고 상관의 부인에게 접근했다가 거절당한 뒤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자살한 친구의 경험담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녹여냈다.괴테가 현실의 샤를로테를 사모하면서 겪은 내면의 갈등은 그의 소설에서 베르테르가 약혼자 있는 로테라는 여인을 사랑하면서 느끼는 고뇌와 일치한다.작품의 배경인 18세기에는 자유연애가 만발했지만,시민문화는 아직 인간의 성을 도덕과 사랑이라는 관념으로 포장하도록 했음을 소설은 여실히 보여준다. ●작품에 드러난 작가들의 성적 성향 분석 ‘문학 속의 에로스’(디터 벨러스호프 지음,안인희 옮김,을유문화사 펴냄)는 인류 역사의 흐름 속에서 때로는 금기시되고 때로는 그 존재를 인정받기도 했던 에로티시즘 혹은 에로스가 문학 속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변천돼 왔는가를 살핀 지적 에세이다. 책은 괴테의‘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부터 우엘벡의 ‘소립자’,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엘리스의 ‘아메리칸 사이코’ 등 최근작까지 근대 계몽주의 이후 200여년에 걸쳐 서양소설에 등장하는 에로티시즘의 변천사를 다룬다.독일의 권위 있는 하인리히 뵐 문학상을 수상한 저자(78)는 개인의 욕망이 당대의 시대 배경과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좌절됐는가를 구체적인 작가와 작품을 통해 밝힌다.작가의 개인사와 시대적 배경과의 관련 또한 꼼꼼하게 들여다본다.귀족 집안 유부녀들의 도움을 받아 사회적 출세를 꿈꾼 발자크나 스탕달,기묘한 변덕 때문에 죽을 때까지 아내와 불화를 겪었던 톨스토이,성(性)이 돈처럼 시장의 법칙을 따르게 된 세상에서 일부 남자들이 모든 여자를 차지해 버렸다며 집안으로 숨어버린 우엘벡,프루스트와 토마스 만의 작품에 나타나는 동성애적 성향 등 작가의 개인사에 얽힌 성적인 문제들이 낱낱이 들춰진다. ●에로문학의 압권은 데이비드 로렌스·헨리 밀러 저자는 주인공의 심리를 꿰뚫어 보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관능의 코드를 조율한다.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지금 나는 그녀가 일주일 안에 돌아오기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영원히 안녕’”이라는 장면이 나온다.이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동기를 감추고 거리두기로 일관하는 사랑 싸움에 대한 묘사는 섀도-마조히즘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형태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한다.‘그림자놀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행위를 일종의 섬세한 ‘권력놀이’의 하나로 보는 것이다. 에로문학의 압권은 단연 데이비드 로렌스와 헨리 밀러의 소설이다.이들의 작품에서 비로소 성행위에 대한 직접 묘사가 이뤄지며 19세기 에로톨로지의 금기가 깨졌다.나보코프의 ‘롤리타’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이르면 직접적인 묘사를 뛰어넘어 성적 교류에 스며있는 슬픔과 절망까지 맛보게 된다.또한 스와핑 등 미국 중상류층의 일상을 전하는 업다이크의 소설 ‘커플스’의 장면장면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극단적이고 병적인 성의 풍경과 그대로 겹친다. ●초자극적 사랑, 종종 죽음으로 치닫기도 작품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초자극적’인 사랑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철학자 칸트는 에로스를 “이성의 힘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당위의 문제”라고 일축했다.하지만 에로스는 유혹적인 만큼 치명적이다.그것은 종종 타나토스(죽음)와 손을 잡는다.그래서 ‘저주의 작가’ 조르주 바타유는 에로티시즘을 가리켜 악마적 충동이라 했는지도 모른다.이 책은 인간의 성이 싸구려 상품만도, 고귀한 정신만도 아님을 예술의 제1형식인 ‘문학’을 통해 생생히 보여준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서울대생들 ‘억대 불법과외’

    최근 입시철을 맞아 서울대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억대 기업형 과외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서울대 수능연구회’는 지난 10월 말부터 인터넷 사이트업체 E사와 업무제휴를 맺고 온라인 과외를 하고 있다.이들은 서울대 측의 사전 허락 없이 학교 이름을 쓰는 데다 서울시교육청에 고액 과외 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더욱이 굴지의 대기업 사내 직원용 사이트를 통해 매월 2억,3억원대의 온라인 과외를 준비하고 있어 학생의 본분을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과외로 월 3억원 눈앞에 수능연구회 소속으로 강사활동하는 학생들은 현재 4명이지만,학생 10여명이 강사등록을 대기중이다.주로 서울대 사대,공대 2∼4년생이다.‘스타 강사’를 꿈꾸는 이들은 현재 3000여명의 고교생을 대상으로 매월 3만원씩 수강료를 받고 언어,수리,외국어,사회·과학탐구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강남 지역 고교생을 대상으로 “수능 만점을 받은 형과 오빠 같은 서울대생들이 만점 비법을 알려준다.”는 방식으로고교생을 모집하고 있다.강남,목동 등 지역에서는 오프라인으로 개인 고액 과외도 하고 있다고 이들이 활동하는 E사 대표 송모(46)씨는 밝혔다. 또 이들은 학교에 등록된 동아리가 아니지만,‘서울대 내 벤처동아리’라며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K,S사 등 4,5개의 대기업들과 사내 직원용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강의를 하기로 하고 계약직전 단계에 있다.내년 1월부터 K사 직원과 퇴직자 자녀 1만여명을 대상으로 과목당 30% 정도 할인된 2만원 선에서 과외를 해주려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이들의 수입은 매월 3억여원에 이를 전망이다. K사 관계자는 “소수의 사내 직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과외가 아닌 인터넷 교육을 시키는 거라 별 문제가 안 된다고 판단,수능연구회와 제휴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능 혼란에 따라 기업형 고액과외 기승 몇년 전부터 간간이 적발됐던 기업형 고액 과외가 최근 ‘수능 혼란’으로 강남 일대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부실 수능’에 고민하던 학생과 학부모들이 명문대생들의 불법 과외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수능연구모임을 제외하고 연세대,고려대 등 명문사립대 졸업생들로 구성된 3,4개의 기업형 과외팀도 인터넷 상에서 학교 이름과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하며 영업하고 있다.이들 모두는 서울시교육청 등에 일절 신고하지 않은 채 한달에 많게는 수천만원의 과외수입을 올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 이종도 사무관은 “대학생이 순수한 학자금 마련 차원이 아닌 기업형 과외 교습을 하면서 시도교육청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불법”이라면서 “이들을 국세청에 통보,종합소득세법에 따라 세금으로 기업형 과외를 제지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정보화본부 이상준 정보화기획팀장은 “서울대의 이름이나 로고를 함부로 도용하면 학교가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다.”면서 “학생들에게 시정명령을 내린 뒤 이에 응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영표 이두걸기자 douzirl@
  • 이런 책 어때요

    헤세, 내 영혼의 작은 새 니논 헤세 지음 / 두행숙 옮김 웅진닷컴 펴냄 동양과 서양,자연과 정신,예술가와 사상가,은둔자와 세속인 사이를 오간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만년은 한 여인과 나눈 사랑으로 더욱 위대하고 풍요로웠다.그 여인이 바로 헤세의 세번째 부인이 된,이 서간집의 주인공 니논 헤세다.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삶의 후반을 함께한 여인 니논 헤세가 헤르만 헤세와 나눈 사랑의 기록이자 그녀 내면의 자서전이다.둘의 만남은 예술가로 탁월한 문학적 업적을 이뤘지만 가정과 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데는 실패한 한 남자와 그를 무조건적으로 숭배하는 헌신적이고 지적인 여성의 흔치 않은 결합을 보여준다.2만원. 셰익스피어평전 파크 호년 지음 / 김정환 옮김 북풀리오 펴냄 셰익스피어(1564∼1616)는 실제인물이 아니라 영국이 꾸며낸 신화적 인물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갈 정도로 일화와 전설이 무성한 인물이다.그는 바다와 변신의 신인 프로메테우스만큼이나 신비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작가다.이 책은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르네상스시대 혹은 엘리자베스 1세 시대라는 거시적인 틀 안에서 그의 생애와 작품을 분석한다.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변화하는 시대상이 짙게 반영돼 있다.예를 들어 ‘햄릿’이나 ‘맥베스’‘리어왕’ 등은 봉건적 질서가 붕괴하고 골육상쟁이 빈발하던 셰익스피어 당대 상황과 무관치 않다.2만 8000원. 브랜드 괴담 매트 헤이그 지음 지아이지오 커뮤니케이션즈 펴냄 쿠어스 맥주는 ‘긴장을 풀어라(Turn it loose)’라는 문구 때문에 스페인에서 불운을 맞았다.그 문구가 ‘당신은 설사로 고생할 것이다.’라는 말로 번역됐기 때문이다.언어 장벽으로 인한 국제 마케팅 실패 사례다.남성적인 할리 데이비슨 향수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들은 마니아적인 충성심을 보였다.그 이름과 브랜드 로고를 문신으로 새겨 넣을 정도였다.여세를 몰아 할리 데이비슨은 티셔츠·장신구 등 수많은 파생상품을 만들어 파는 등 브랜드 확장을 꾀했지만 실패였다.이 책에는 기업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브랜드 실패담이 담겼다.1만 3000원. 문항라 저고리는 비에 젖지 않았다 자명 김지태전기간행위원회 엮음 석필 펴냄 부산 지역의 향토 기업가로 출발,세계적인 실크재벌 ‘한국생사’를 이끈 언론인(부산일보 사장)이자 정치인(2대 국회의원)인 자명 김지태 평전.이승만은 재집권을 꾀하며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도모하고 부산정치파동과 발췌개헌안을 강행하려 한다.당시 김지태는 이승만의 정치자금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군법회의에 기소된다.이것이 1951년 조방낙면(朝紡落綿) 사건이다.이 책은 해방 이후 70년대 말까지 험난했던 우리 현대사의 단면을 보여준다.문항라(紋亢羅)는 무늬를 넣어 속살이 약간 얼비칠 만큼 얇고 섬세하게 짠 옷감을 가리키는 말.1만 2000원. 나무의 치유력 패트리스 부샤르동 지음 / 박재영 옮김 이채 펴냄 에너지 장(場)이 있는 나무를 가까이함으로써 육체와 정신의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나무의 치유 에너지를 연구해온 저자에 따르면 자작나무는 부드러운 특성을 지니고 있어 갖가지 충격을 극복하는 데 이용하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자작나무는 또 조화의 에너지가 있어 인간관계에 평화를 가져다 준다.전나무는 유동적인 특성으로 인해 몸속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든다.빛과 생명력이라는 특성을 지닌 소나무는 피로,나약함,우울증 등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준다.오감을 통해 나무의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나무와 일체가 되는 방법을 제시한다.1만 4000원.
  • ‘고개숙인 남자’ 80%가 질환서 비롯… 치료·예방 필요/ 올 겨울엔 ‘사랑’할거야

    많은 남성들이 아직도 성기능 장애의 일종인 발기부전을 ‘갱년기 통과 의례’쯤으로 여기고 있다.그러다 보니 발기부전을 겪을 무렵이면 삶이 송두리째 달라져 무기력한 노후의 단초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흔히 갱년기 장애로 치부하는 발기부전은 신체의 부조화나 선행 질환이 초래하는 병증으로,적절한 처방과 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병이다.온갖 ‘보양식’을 탐닉하면서도 의료적 치료는 기피하는 발기부전의 실상을 들여다 본다. ●사례 개인사업을 하는 최용준(42·가명)씨는 여름휴가철인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4개월 동안 아내와 딱 1번 잠자리를 같이 했을 뿐이다.30대 중반 이후 못해도 한달에 3∼4회는 부부관계를 가졌으나 지난 여름을 전후해 문제가 두드러졌다.처음엔 권태기려니 했으나 이내 문제가 있다는 걸 의식할 정도가 됐고,최근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서야 당뇨성 발기부전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올해 46세인 이정범(가명)씨는 이렇다 할 병증이 없는데도 2년쯤 전부터 심각한 발기부전 현상을 체험했다.아내에게는 “직장일이 피곤해서…”라며 얼버무렸으나 병증이 계속되자 아내 몰래 진찰을 받고서야 심인성 발기부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원인 이렇듯 흔하면서도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감추고 지나치기 쉬운 발기부전은 한마디로 ‘만족스러운 부부관계에 이를 정도의 발기상태에 이를 수 없거나 발기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질환’이다. 남성의 성 능력을 좌우하는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40대 이후 매년 1∼2%씩 줄어들어 70대에 이르면 30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이른바 갱년기 장애 현상이다.우리나라의 경우 갱년기를 맞은 40대 이후 남성의 80% 정도가 성욕 감퇴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병원 치료가 필요한 발기부전의 경우 80% 정도가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에서 비롯되며 나머지 20%가 심인성이었다.최근 대한당뇨병학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당뇨병 환자 4명 중 1명은 성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한 완전 발기부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전체적으로는 조사 대상의 65.4%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똑같은 발기부전 증상을 보였다.이는 당뇨병을 앓지 않는 정상 남성의 4.6%보다 5배 이상 높은 유병률이다.당뇨나 심혈관계질환과 관계없이도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음주와 흡연,스트레스,비만,영양결핍,수면·운동부족 등으로 남성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든 까닭이다.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 교수는 “과거에는 원인의 90%정도가 정신 문제라고 여겼으나 지금은 75∼80%가 육체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분 성적 죄책감이나 위축감 등 심리적 원인에서 비롯된 심인성 발기부전,혈관·신경계나 내분비계 이상,당뇨병 등에서 비롯된 기질적 발기부전이 있으며,고혈압 치료제나 항우울제,신경안정제 등 약물 부작용에서 기인한 발기부전도 전체의 25%에 이른다.전립선 절제술,방광·요도 적출술,음경 절제술 등 외과적 수술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 및 예방 남자의 성기를 이루는 음경해면체 조직은 평소 수축된 상태로 있다가 성적 자극이 주어지면 체내의 cGMP라는 성분이 동맥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늘리며 이로 인해 발기가 된다.이때 발기에 관여한 cGMP는 PDE5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돼 발기상태가 풀리게 되는데,최근 시중에 나와있는 시알리스(릴리)나 비아그라(화이자),레비트라(바이엘,GSK) 모두 PDE5 억제를 기전으로 하고 있다. 호르몬제를 복용하거나 주사,패치 등을 이용하는 호르몬 요법도 자주 사용된다.주사의 경우 2∼4주에 1회씩 6개월∼1년 정도 맞는다.그러나 호르몬 요법은 전립선과 심폐기능이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물론 심인성의 경우 심리적 치료도 병행한다. 발기부전도 예방이 중요하다.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체중 관리는 물론 금연,절주가 필수적이다.비만한 사람에게서 많이 분비되는 효소 아르마타제는 남성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해 성욕을 떨어뜨리며,흡연과 과도한 음주는 혈관을 파괴하거나 중추 신경을 마비시켜 발기 능력을 떨어뜨린다. 심재억 기자 jeshim@ ■발기부전 치료 홍삼 효과 탁월 홍삼이 발기부전 치료에 탁월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터키 이스탄불에서열린 유럽성의학회에 참석한 서울대병원 김수웅 교수는 이같은 내용의 ‘발기부전치료에서 홍삼의 효과’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김 교수는 발표에서 발기부전환자 31명에게 홍삼 캡슐을 복용케 한 결과 대상자의 85.7%의 발기상태가 개선됐다고 밝혔다.반면 위약(가짜약)을 복용한 환자들 가운데 발기상태 개선을 경험한 환자는 14.3%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김 교수는 “연구 결과 별도의 처방약을 사용하지 않고 발기부전을 치료하는데 홍삼의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중대용산병원 김세철 교수는 ‘아시아인과 서구인의 성생활 차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29개국의 성인 2만7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율이 서유럽국가가 평균 48%로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동아시아 국가는 평균 31%로 조사 대상 권역 중 가장 낮았다.”며 “유럽이나 미주 국가들이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성생활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밝혔다.또 연간 1회 이상 성관계를 가진 비율도 남유럽 국가가 79%였던 반면 동남아지역은 67%로 12%포인트나 낮았다고 소개했다. 심재억기자 ■누가 누가 더 세나/ 비아그라 VS 시알리스 VS 레비트라 효능 열전 터키 이스탄불에서 지난달 15일부터 일주일동안 열린 제6차 유럽성의학회(ESSM)에서는 각국의 저명한 의학자들이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의 선발 주자인 비아그라,그에 도전장을 낸 시알리스와 레비트라의 효능을 두고 열띤 논전을 벌였다. 최근 시알리스를 국내에서 출시한 미국의 릴리사를 비롯,비아그라를 출시한 화이자와 레비트라의 바이엘과 그락소스미스앤클라인(GSK)의 의뢰를 받아 각각 임상 및 효능시험을 해온 이들 전문가들은 이번 학회에서 각기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양보없는 ‘효능 싸움’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참가자들은 “논전이 이처럼 치열했던 적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가운데에서 특히 발기부전의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진 독일의 하르트무트 포르스트 박사의 연구 결과가 이목을 끌었다.포르스트 박사는 150명의 발기부전 환자들에게 약품명을 알리지 않은 채이들 3개 약품을 복용토록 한 결과 전체의 45%에 해당하는 67명이 시알리스를 가장 좋은 약으로 꼽았으며,레비트라는 45명(30%),비아그라는 20명(13%)이 선호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해 사실상 효능 측면에서 시알리스의 손을 들어주었다.그는 “가장 많은 환자들이 시알리스를 선호한 것은 무엇보다 긴 약효 지속 시간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그리스의 D.하치크리스토 박사는 “비아그라로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한 발기부전 환자 463명을 대상으로 레비트라를 복용토록 한 결과 62.3%의 발기상태가 향상됐다.”며 레비트라의 특성을 부각시켰다. 반면 벨기에의 H.클레이스 박사는 “비아그라를 장기 복용하고 있는 환자 91명을 대상으로 시알리스와 레비트라를 같이 복용케 한 뒤 조사한 결과 대상자의 20%만 치료제를 바꾸고 싶어했다.”고 비아그라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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