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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시 대학생 아르바이트 인기

    방학을 맞아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특히 관공서 아르바이트는 대학입시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하다. 25일 인천시에 따르면 최근 동계 아르바이트 지원을 접수한 결과 100명 모집에 2431명이 몰려 24.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또 부평구가 모집하는 아르바이트 대학생은 60명 모집에 1288명이 지원,21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인천시 홈페이지 아르바이트 모집공고 게시글에는 “대학입시보다 더욱 치열한 것 같네요.” “무서운 경쟁률….” 등의 댓글 80여개가 달렸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시·구에서는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공무원이 최고 선호직업으로 꼽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도 배울 수 있고 다른 직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한 관공서를 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생들이 하는 아르바이트 대부분이 커피숍이나 편의점 등 육체적으로 힘들고 불안정한 일이지만 관공서 아르바이트는 일단 ‘편하고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인천시청 아르바이트를 지원한 김모(20)씨는 “앞으로 공무원 시험을 보려고 하는데 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공무원 업무에 대해 잘 알게 될 것 같아 지원했다.”고 말했다. 임금이 적지 않은 것도 대학생들을 유인하는 요인. 인천시의 경우 1일 6시간 근무에 2만 7000원씩 전체 아르바이트 기간인 22일에 59만 4000원을 지급하고, 부평구는 1일 2만 5000원씩 29일간 72만 5000원이다. 다른 아르바이트는 대개 시간당 3000∼4000원에 불과하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무슨영화 볼까]

    네티비티 스토리-위대한 탄생 감독 캐서린 하드윅 주연 케이샤 캐슬 휴즈·오스카 아이삭 이 영화는 아기 예수가 탄생하기까지 그의 부모 요셉과 마리아가 겪은 정신적·육체적 역경. 성경, 그 이면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풀어냈다. 스위트 크리스마스 감독 채즈 팔민테리 주연 수전 서랜든·로빈 윌리엄스 이 영화는 병든 노모 수발에 지친 노처녀 로즈, 약혼자의 질투 섞인 사랑에 숨막히는 니나.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갖가지 사랑 이야기. 올드미스 다이어리 감독 김석윤 주연 예지원·지현우 이 영화는 TV 인기 시트콤이 스크린에 다시 부활했다. 성우로 일하는 서른 두 살의 푼수 노처녀 최미자, 방송국 싸가지 지현우에게 제대로 꽂혔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감독 숀 레비 주연 벤 스틸러·로빈 윌리엄스 이 영화는 매일 밤마다 살아나는 박물관의 전시품들. 하는 일마다 실패해 박물관 경비로 새출발하려는 래리는 출근 첫날부터 황당한 경험을 한다. 중천 감독 조동오 주연 김태희·정우성·허준호 이 영화는 인간 세상과 천상의 중간인 ‘중천’. 거기서 다시 만난 이곽과 연화.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007 제21탄-카지노 로얄 감독 마틴 캠벨 주연 다니엘 크레이그·에바 그린 이 영화는 시리즈의 기원으로 올라가 제임스 본드의 탄생을 그렸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기존의 본드들의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 꿈과 인생을 재혼에 걸고

    꿈과 인생을 재혼에 걸고

    떳떳하게 재혼하리라 나는 다시 한번 결혼할 작정이다. 나의 여성적인 부분은 비록 외과의에 의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일지언정 멀쩡하게 제 구실을 하도록 만들어졌고 그 구실때문에 나는 충분하게 만족한 마음을 만끽하면서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 자신에게 있어서나 내 친구들에게 있어서 나는 한 사람의 여성이다. 판사가 뭐라고 하든 말든 나는 여성이라는 얘기다. 그 판결때문에 나는 꿈, 나의 미래를, 또 나의 평생을 수포로 돌릴 수야 없지 않겠는가. 만일 내가 지금 고려중인 재심(再審)에서 이기지 못하는 날에는 나를 여인으로 인정해 줄 것 같은 「프랑스」나 그밖에 다른 나라에 가볼까 한다. 사실 나는 외국에 가는 것은 질색이다. 나는 내 나름대로 영국을 사랑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여성으로서 살아갈 수가 없다면 사랑하는 영국을 체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처럼 천신만고해서 얻은 나의 여성, 여인으로서의 신분, 인생, 기쁨을 어떻게 버릴 마음이 생길 것인가. 나는 결혼해서 아이를 양자로 얻어 시골에서 살았으면 한다. 요리솜씨엔 자신있어 나는 아마 좋은 아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성이 어떤 방면에 흥미를 갖는지 어떤 점을 못마땅해 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꽤 알뜰한 주부가 될 자신도 있다. 바느질은 얼마 익숙하지 않지만 나는 요리라면 초일류인데다가 특히 「스페인」식 생선요리 솜씨는 일품이다. 열네명쯤의 「디너·파티」를 자주 열어온 솜씨다. 이런 「파티」때 나는 요리를 전부 맡아서 음식 칭찬을 듣곤 했다. 나의 장래 남편은 몹시 유별난 사람이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나와 결혼함으로써 그는 무척 여러가지 문제에 맞부딪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에게 유별난 남성취향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이미 몇명의 남성과 정사(情事)를 가졌지만 그 한사람 한 사람이 다른 「타이프」였다. 단지 나에게 있어서 남성이란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느낌은 있다. 그러면서도 무척 「터프」해야만 할 것이다. 그는 비열한 욕을 먹고도 꾹 참을 줄 아는 남성이어야 할테니까. 다정다감한 이가 좋아 「섹스」의 정신적인 기쁨은 육체적인 면보다 훨씬 나에게 소중한 것이다. 참된 기쁨이란 몇달동안이나 서로 상대방의 욕구에 응하고 동조하곤 하면서 한 남성을 알고 난 다음 비로소 생기는 것이 아닐까. 남성에 따라서는 이렇게 화합 할 수가 없는경우도 없지 않다. 그런 남자들은 너무나 둔감하고 게다가 자기중심이기까지 해서 만일 그런 남자와 결혼한다면 말할 수 없이 불행할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 세상 어디엔가 매력적인 남성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다정하고 「터프」하고 「센시티브」한 인품에, 남의 말에는 눈 하나 깜짝 않는 용감한 남성, 그러나 나는 나의 이상인 이 남성과 빨리 만나고 싶지 않다. 지금 같아서는 남성과의 교제조차도 성가실 지경이니까. 지금 상태로라면 나의 남성교제는 동성애가 돼버리니까 말이다. 정말이지 법률적인 입장이란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를 증명하기 위해 나는 어떤 바보짓이라도 해버리고 말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다. 지금의 문제는 돈벌이 내가 교도소에 들어갈 만한 범행을 저지른다면 나는 남자감방에 수용될지, 여자쪽에 수용될지…. 나라에 따라서는 나를 완전한 여성으로 받아들이는 곳도 있다. 단지 영국의 법률만이 문제인 것 같다. 내 재심청구는 1년안에 받아 들여질 가망이 지금은 없다. 그동안 나는 돈을 벌지 않으면 안되는 어려운 형편이 돼 있다. 새로운 사업을 하나 벌일 작정이다. 「데스몬드·모간」이라는 오래 된 친구와 「레스토랑」을 하나 차릴 작정이다. 그는 요리장이 되고 나는 지배인이 되는 것이다. 굉장히 재미있는 「레스토랑」을 만들어 보겠다. 가게 전체에 손님을 약 1백명 수용할 수 있도록 하고 「카운터」에 30명쯤이나 빙 둘러 앉아 술을 마실 수 있는 호화찬란한 「칵테일·코너」도 만들 작정이다. 그러면 나는 매일밤 성대한 「칵테일·파티」를 열고 있는 기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개점날이 여간 기다려 지지 않는다. 야심은 여자로 사는것 나는 전에 「레스토랑」을 경영한 일도 있고 TV에 출연한 일도 있고 해서 대중의 눈이 쏠려오는 것 같은데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나의 가장 큰 야심은 내가 여자답게 살고 그리고 한 사람의 여자임을 세상에 증명하는 것뿐이니까. 나와 만나서 얘기를 해 본 사람은 누구나 문제 없이 나를 여성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해 준다. 그러니까 내 몸만 보여 주면 모두들 믿어주려니 싶어 지는 것이다. 언젠가 「피터·오툴」이랑 「오마·샤리프」와「나이트·클럽」에 앉아 있었는데 가까이 앉아 있던 두 사람의 친구들과 싸움이 붙었다. 보다 못해 내가 나서서 중재를 했더니 곧 화해가 되었다. 그걸 보고 있던 「오마·샤리프」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에이프릴」, 당신은 보통 여자일 뿐만이 아니고 정말 훌륭한 「레이디」야.』 나는 이 말이 무척 기뻤다. 그렇게 되는 것이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유일한 일이기 때문이다. 멋있고 우아한 「레이디」가 되고 싶다. 여자와 결혼해서 혹은 「호모」인 남자와 같이 살면서 괴상한 짓을 하면서 사는 괴물이 되고 싶지는 않다. 조심하고 현명한 아내, 가정주부가 되고 싶은 것이다. <끝> [선데이서울 70년 4월 26일호 제3권 17호 통권 제 82호]
  • [2006 희망 키우는 아이들] (5) 얼굴 전체 화상입은 김대성군

    [2006 희망 키우는 아이들] (5) 얼굴 전체 화상입은 김대성군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63빌딩보다 1층 더 높은 건물을 지어서 맨 꼭대기층을 엄마, 아빠께 선물할래요.” 18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경안동 김대성(9·광주초교 3년)군의 집. 마루에는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였다. 트리 불빛을 호롱불 삼아 스케치북 위에 익숙한 손놀림으로 그림을 그리던 대성이는 크레파스로 ‘64층짜리’ 빌딩을 멋지게 그려낸다. 대성이의 꿈은 건축가다. 오는 크리스마스에 건축가 꿈을 꼭 이루게 해달라고 산타클로스에게 소원을 빌 생각이라고 한다. ●“화마(火魔)의 상처 딛고 건축가 꿈 키워요” 대성이는 얼굴 전체에 2∼3도 화상을 입었다. 오른쪽 팔목도 인대까지 2도 화상이 자리잡고 있다. 화마가 대성이를 덮친 건 지난해 3월18일. 엄마(41)가 직장 모임에 참석하는 바람에 오랜만에 아빠(35)와 고기집에서 외식을 했다. 숯더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지피는 순간 갑자기 불길이 확 치솟았고, 대성이는 뜨거운 바람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처음 한 달 동안 상처 부위에서 붕대를 떼어낼 때마다 뭉친 고름에 피부가 묻어나왔고, 대성이는 고통에 몸부림쳤다고 한다. 딱지가 내려앉자 이젠 지루한 약물 마사지 치료가 시작됐다. 맞벌이를 나가는 아빠·엄마 때문에 대성이는 1주일에 한번씩 홀로 1시간 거리인 서울 강남에 있는 화상전문병원인 베스티안병원으로 재활치료를 다닌다. 감염을 막고 피부가 부풀어오르는 걸 막기 위해 병원에서 특별히 만들어준 마스크를 항상 착용해야 하고 햇볕도 최대한 피해야 한다. 하루 두 차례 식물성 오일과 비타민, 스쿠알렌 등이 들어 있는 보습제로 직접 마사지를 한다. 부상 당시 입은 ‘트라우마’(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애들이 놀려 짜증나면 파란 하늘을 봐요” 치료비도 만만찮다. 치위생사로 일하는 엄마 월급과 새시(창틀) 기술자인 아빠의 월급 중 매월 55만∼65만원이 대성이 치료에 쓰인다. 대성이 엄마는 “화상약은 약이 아니라 대부분 화장품으로 분류되어 있어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힘들다.”면서 “대성이 재건성형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이 아빠가 담배까지 끊어가며 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화상 후 육체적인 고통보다 정신적인 고통이 더 대성이를 괴롭혔다. 지난해 9월 여섯 달 만에 학교에 돌아가자 처음에는 사고를 이기고 돌아온 대성이에게 아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일부 짓궂은 아이들이 대성이의 얼굴을 보고 ‘외계인’이라고 놀렸다. 얼마전 패스트푸드점에서 한 아이가 대성이의 얼굴을 보고 징그럽다며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성이는 밝고 꿋꿋하다.“애들이 놀려서 짜증이 나면 파란 하늘을 봐요.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나중에 얼굴에 흉터가 남아서 사람들이 물어봐도 ‘이게 제 개성이고 패션’이라고 답할 거예요.” 대성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축구선수 박지성이다.“지성이 형 발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겉으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제까지 제가 본 발 중에 가장 징그러웠어요. 제 얼굴도 조금 징그럽지만 지성이 형처럼 하면 사람들이 제 얼굴을 좋아할 거라고 믿어요.”박지성 이야기를 꺼내자 모처럼 대성이의 얼굴에는 화상으로 생긴 주름이 사라지고 환한 미소가 퍼졌다. 경기 광주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이중고 겪는 화상 어린이 대성이와 같은 어린이 화상 환자는 세포가 죽어 피부 성장이 멈춘 상태다. 따라서 뼈만 자라기 때문에 성장과정에서 생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는다. 이 때문에 재건성형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이 수술은 미용 목적 성형으로 분류돼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아이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에 대성이와 같은 어린이 화상환자는 1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수치는 없고 몇개의 종합병원 환자 수를 합친 숫자다. 보통 온몸의 20% 정도에 2도 이상 화상을 입은 환자의 경우 한 차례 수술 비용으로 최대 2000만원가량이 든다. 가정 형편이 어려우면 엄두도 못낼 만큼 많은 액수다. 약도 대부분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으로 분류돼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화상 보습제를 구입하는 데만 한달에 수십만원이 들 정도다. 화상은 장애 인정에서도 외면당한다. 정부가 장애제도를 신체의 기능 장애에 한해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화상이 미관상의 문제일 뿐 생활에는 별 지장이 없는 부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영화단신] 네티비티 스토리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낳으시고….’ 예수의 신비로운 탄생을 말해주는 주기도문의 한 구절이다. 의로운 사람 요셉은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후 자신의 자식이 아닌 아이를 가진 마리아의 결백을 믿었고, 그 결과 아기 예수는 축복 속에 베들레헴의 한 마구간에서 태어났다. 이 정도는 성경에도 나와 있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 오는 21일 개봉하는 ‘네티비티 스토리-위대한 탄생’은 기독교인이건 아니건 그 이면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알맞은 영화다. 성경에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았으나 아기 예수를 세상에 내어 놓기까지 평범한 부부 요셉과 마리아가 겪었을 심리적·육체적 역경을 생생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처녀가 부정한 방법으로 임신했다는 의심을 사는 마리아의 불안, 율법대로 그녀를 돌로 쳐죽이라는 압력을 받는 요셉의 고뇌, 만삭의 마리아를 데리고 삶의 터전을 떠나 고향인 베들레헴으로 가게 된 사연 등을 촘촘하게 풀어놓고 있다. 특히 영화는 위대한 탄생에 따르는 진통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때문에 베들레헴으로 가는 부부의 힘겨운 여정을 보여주는 데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 고난의 행군을 끝내기까지 강물에 빠지고 사막의 모래바람과 추위를 견디며 주린 배를 움켜쥐어야 했다. 부르트고 갈라진 요셉의 발바닥은 마리아와 아기를 지켜낸 그의 헌신과 믿음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우여곡절 끝에 베들레헴에 당도하지만 발 뻗고 누울 자리도 찾기 전에 마리아의 진통이 시작된다. 동굴 같은 마구간을 겨우 찾아 3000년 만에 3개의 별이 하나로 모인 그 순간 아기 예수가 태어난다.“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으신 분이 오셨도다.” 동방박사 3인을 비롯해 메시아의 탄생을 손꼽아 기다리던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마리아를 연기한 케이샤 캐슬휴즈는 다른 마리아를 생각할 수 없도록 한다. 성서를 바탕으로 나사렛 마을을 고증해 내고 모로코와 사하라 사막까지 거치면서 역사적 현장을 완벽히 재현, 마치 성지순례를 떠나는 감동까지 전해준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아버지의 자리’ 찾아드립니다

    ‘아버지의 자리’ 찾아드립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내에게 잘 잤느냐고 인사하십니까?” “그런 적 없는데요. 그냥 아침에 나누는 대화는 ‘다녀올게.’ 정도죠, 뭐….” “그럼 출근 준비를 할 때 거울을 보며 어떤 표정을 지으세요?” “……….” 지난 7일 서대문구(구청장 현동훈)가 직원을 대상으로 마련한 ‘행복한 아버지학교’의 한 장면이다. 서대문구가 이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현동훈 구청장의 영향이 크다. 현 청장은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해 항상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다닐 정도다. 서대문구 자원봉사센터 강의실에서 열린 ‘행복한 아버지학교’는 가정에서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행복한 아버지상을 만들기 위한 자리였다. 구청직원들의 표정도 진지했다. 이날 ‘이 남자가 사는 법’을 주제로 강의한 남성사회문화연구소의 이의수 소장은 “좋은 아버지와 그렇지 않은 아버지는 한 끗 차이”라며 “혹시 나 스스로 아버지의 자존감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운을 뗐다. 이 소장은 요즘 아버지들은 ▲가부장적 사고·문화 ▲치열한 경쟁에서 오는 사회적 소외감 ▲가장으로서 경제적 부담감 ▲중년 남성의 육체적·심리적 문제 등으로 어깨는 무거워져 있고, 가정에서 존재감과 자존감을 잃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부장적이어야 한다거나 양성평등을 실현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필요없는 가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소장은 영화 ‘아이엠샘’과 ‘인생은 아름다워’를 볼 것을 권했다. 이어 “아버지는 아이의 얼굴에 있는 행복까지 책임져야 하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행복한 아버지 학교’는 오는 21일까지 매주 목요일에 진행된다. 14일에는 ‘아버지, 당신은 우리의 소중한 가족입니다’가 주제다. 단순히 아버지의 역할이 청소나 빨래 등 집안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갖고 가정의 경영자로서 역할을 찾아가는 방법을 설명한다. 21일에는 ‘내 아이와 행복해지기’를 주제로 열린다. 무뚝뚝하고 윽박지르는 아버지가 아니라 ‘너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났다.’‘네가 해내지 못할까봐 걱정된다.’ 등 아이에게 솔직하게 감정표현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강주현 교육문화팀장은 “보통 아버지 학교는 가사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주류인 반면, 이번 강좌는 아버지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취지”라면서 “동화되기 어려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아버지들이 올바른 자리를 찾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대문구는 ‘행복한 아버지 학교’를 구청직원과 가족들을 상대로 시범 실시한 뒤 내년부터는 전 구민을 상대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보이·프렌드와 즐겁고 황홀하게

    보이·프렌드와 즐겁고 황홀하게

    사랑하는 행복감에 젖어 내 들은 모두 한결같이 나를 순수한 여인으로서 대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몇명의 「보이·프렌드」와 사랑을 나누면서 굉장히 즐거웠고 황홀경에 젖어 있었으며 호강에 넘치는 충만한 행복감을 맛보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나의 가장 여성적인 부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의 행위를 갖고 내가 그것을 즐길 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라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내 몸이 그렇지 않다면 남성들쪽에서도 사랑의 기쁨은 사라져버릴 것이 아닌가. 수술을 한 것은 23살때였지만 내가 완전한 여성으로서 살아 갈 수 있게 된 것은 수술 후유증이 나은 뒤였다. 내가 태어났을때 내몸의 아주 작은 부분은 남성이었고 수술을 할 때까지 그 부분은 남성인채 있었으나 나라는 인간의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영혼은 당초부터 여성 내 몸의 훨씬 큰, 그리고 실로 뚜렷한 부분은 내가 여자라는 것을 선언하고 있는데, 어째서 그런 보이지도 않는 곳이 대단하게 생각되는지 나는 모르겠다. 나같은 사람들은 남성의 육체라는 덫에 걸려 있는 여자라는 허명(虛名)으로 불려 왔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나의 몸이 남성의 육체와 닮았다는 것일까. 가슴이 커지기 시작한 18살때부터 내 몸의 99%가 여성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남성의 육체라는 덫에 걸려있다는 말인가. 분별있는 신앙심 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간의 가장 소중한 것은 단하나 불멸의 영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영혼은 눈에 보이지 않고 진찰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마음 역시 육체와 마찬가지로 소중한 것임을 인정할 수가 없단 말인가. 만일 그것을 인정한다면 여성의 마음을 갖고 여성의 모습을 지닌 사람이 문제없이 여성임을 또한 인정하지 않으면 안되지 않겠는가. 이혼은 너무나 큰 불행 나는 외과수술(外科手術)이나 약품의 산물(産物)이 아니다. 「호르몬」이 몸의 모습을 바꿀수는 없으며 마음의 모습을 바꿀수도 없다. 나는 이름을 「에이프릴·애슐리」라고 개명(改名)해 버렸다. 이제까지 영국의 「패스포트」는 성별을 명기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나는 여성의 신분으로 마음대로 여행을 할 수가 있었다. 나는 몇명의 남성들과 동거생활을 하는 경험을 치렀고 그런 뒤에는 아내로서 스스로의 능력을 불안스럽게 생각해 본 일이라곤 없었다. 그러나 불행에 휩쓸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예감은 늘 있었다. 「아더·코베트」씨와의 결혼식은 1963년 9월 10일 「지브롤터」에서 올렸다. 결혼생활은 겨우 2주간으로 끝났으므로 이 결혼은 결국 불행하게 막음을 한 셈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이 결과는 너무나 큰 불행이었다. 스스로 살아가고, 서야 할 땅이 어딘지 새삼스럽게 불안감이 솟는 것이었다. 7년 가까이 끈 재판이 얼마전에 영국 최고재판소에서 판결이 났을 때 이 결혼에는 종지부가 찍혔다. 그리고 이 일은 아마도 나의 일생에서도 가장 굴욕적인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줄곧 신경안정제를 먹어야만 했다. 재판에서 증언하는 사람들의 말을 잘 알아 듣기 위해서 약을 먹어야 했던 것이다. 남자라는 판결 받았으나 그리고 판사는 내가 남자라고 판결을 내렸다. 나는 이제 여자이면서 여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는 고독의 생활을 선고받은 셈이지만 나는 그것을 단연 거부하겠다. 진짜 고독이란 어떤 것인지를 나는 알고 있다. 그러니까 고독한 생활을 나의 미래로서 받아 들일 생각은 손톱끝 만큼도 없다. 그것은 자연과 법과의 충돌이다. 자연은 항상 나로 하여금 여성일 것을 의도해왔다고 나는 믿고 있다. 나는 판사의 판결에 불복이다. 곧 재심제구(再審諸求)를 할 작정이다.이 판결이 나의 자연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대서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마음속 깊이 소망하고 있던 단 한가지 소중한 것을 빼앗아가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마음속 깊이 소망하고 있던 것-그것은 남편이었고, 아이(비록 양자일지라도)가 있는 가정이었고, 행복이었다. 판결속의 무서운 의미 영국의 법률은 내가 자신의 인생을 타인과 함께 즐기는 것을 금했고,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을 나에게 금했고, 그리고 여느 남성이나 여성 모두에게서 나를 떼버리려 하는 것이다. 그 판결에는 그런 무서운 의미가 있는 것이다. 10대에서 나는 그런 인생의 고독을 맛보았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모두 여성이면서 딱 한군데만이 남성이었던 그 시절 얘기다. 나는 너무나 여성처럼 보였기 때문에 남자화장실에도 들어 갈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 특별한 곳이 남성이었기 때문에 당당한 계집애로서 살 수도 없었다. 나는 남자와도 여자와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하는 수가 없었다. 나는 남녀를 막론하고 동성애(同性愛) 주의자들에게 쫓기는 몸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무서운 옛날 이야기. 수술한 뒤로는 많은 정상적인 남녀가 서로 사랑하듯 껴안고 춤추고, 그리고 같은 방에서 살 수가 있었다. 그러므로 내가 첫번 결혼에 실패했다고 해서 다시 결혼할 수 없다는 결론은 너무 가혹하다고 밖에는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계속> [선데이서울 70년 4월 19일호 제3권 16호 통권 제 81호]
  •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방성윤, 만리장성 넘는다

    |도하(카타르) 임일영특파원|“한국 농구가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겠다.” 10일 새벽 남자농구 예선 E조 최종전에서 홈팀 카타르(조 1위)를 연장혈투 끝에 87-81로 꺾은 최부영 감독은 한껏 상기된 모습이었다. 복병 이란과 요르단에 어이없이 패해 자존심을 구겼지만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예선과 3·4위전에서 한국을 거푸 짓눌렀던 강호 카타르를 꺾고 조 4위로 8강에 오른 것은 12일 밤 11시 중국(F조 1위)전을 앞두고 보약이 될 터. 더군다나 이규섭과 서장훈(이상 삼성)을 부상을 이유로 단 1초도 기용하지 않고 거둔 승리라 더 의미있었다. 2002부산아시안게임 최고의 명승부였던 중국과의 결승전에 견줄 만큼 짜릿한 역전 드라마의 주연은 ‘뱅뱅’ 방성윤(24·SK)이었다. 방성윤은 이날 3점슛 12개를 포함,A매치 최다득점인 42점을 퍼부어 홈팬들과 카타르 선수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게 했다.역대 최고의 슈터로 꼽히는 신동파나 이충희에 견줘도 부족함이 없는 클러치 능력을 뽐낸 것. 경기를 마친 방성윤은 인터뷰를 하지 않고 그대로 사라졌다. 잠시 뒤 왼쪽 팔목과 발목에 커다란 얼음주머니를 달고 돌아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대로는 통증을 참을 수 없었고 서 있을 힘도 남아 있지 않은 탓.대표팀 소집 전날인 지난달 5일 프로농구 KT&G전에서 발목이 돌아간 방성윤은 태릉선수촌에서 2주 동안 깁스를 했다. 전술훈련은 한번도 하지 못했고 이제 겨우 러닝을 시작한 상황. 하지만 방성윤의 초인적인 투지는 육체적 고통을 이겨냈다.“2쿼터가 끝나고 나서 진통제를 먹었더니 나중에 약기운이 올라 어지럽더라고요.”라면서 “연습을 못했는데 운이 좋았어요. 내 몸이 아닌 것 같은데 (슛이) 들어가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방성윤은 부산대회 결승에서도 고비마다 3점포를 터뜨려 만리장성을 격파하고 20년 만에 농구 금메달을 따는 데 일조를 했다. 방성윤은 “중국 선수들은 워낙 키가 큰 데다 운동신경도 동양인 같지 않아요. 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회만 있다면 몸이 부서지도록 뛰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argus@seoul.co.kr
  • [女談餘談] 나도 돈을 쓰고 싶다/전경하 경제부 기자

    4살배기 쌍둥이 아들이 지난 9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애들이 지방 중소도시에 있어 어린이집 비용이 싼 편이지만 50만원이 고정비용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 해오라는 이런저런 준비물과 야외활동 참가비 등까지 감안하면 두 아이에게 60만원은 드는 것 같다. 선배들의 경험담에 따르면 이 비용은 앞으로 두배 아니, 세배 이상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내 소득은 두배 이상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퇴직 이후를 생각하면… 지갑을 닫는 수밖에. 경제학을 연구하는 지인은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가끔 택시도 타고 소주도 한 잔 해야 한다고 자주 말한다. 그런데 그 소비는 내가 아닌 사교육 종사자들 몫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런저런 정부 발표를 보면 소비가 크게 느는 것 같지 않다. 사교육비까지 포함하면 학부모들이 쓰는 돈은 엄청 늘고 있는데 그 많은 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해외로 나가는 돈도 많겠지만 국내에서 쓰이는 돈도 많다. 사교육 종사자도 사교육 시키느라 그 돈이 그 안에서만 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사교육 종사자가 전체 국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서 그들의 소비가 전체 소비에 크게 기여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럼 그들의 저축액만 느는 것인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지식으로 전체 소비가 지금보다 늘어야 경제가 나아진다는 것은 안다. 그럼 소비가 부진한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 교육열이라면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한국의 부모들에게 100% 면죄부를 줄 수는 없을 것 같다.“남들 자식이 하면 내 자식도 해야 한다.”는 욕심에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 아이가 뒤처진다.”는 오지랖 넓은 간섭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사교육비를 끊임없이 올린다. 하지만 더 큰 원인은 교육시스템, 나아가 정부인 것 같다. 분명 학교가 있는데, 왜 따로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지 모르겠다. 나도 돈을 쓰고 싶다. 하지만 교육비를 생각하면서 현재보다 소비를 늘릴, 간 큰 부모는 못된다. 남들도 그럴 거다. 교육체계를 바꾸든지 남들 하면 안할 수 없게 만드는 집단문화를 고쳐라. 그게 세금 받는 정부의 몫이 아닌가 싶다. 전경하 경제부 기자 lark3@seoul.co.kr
  • 노르웨이 “스트립쇼도 예술행위”

    |파리 이종수특파원|“오페라나 발레처럼 스트립쇼도 예술의 한 형태다.” 노르웨이 항소법원의 판결이다. 이에 따라 오슬로 ‘다이아몬드 고고 바’ 클럽은 25%의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게 됐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항소법원은 판결문에서 “일반 스트립 클럽과는 달리 무희와 관객의 육체적 접촉없이 진행되는 이 클럽의 스트립쇼는 행위예술과 결합된 댄스의 일종”이라며 원심을 확정했다. 이어 “스트립쇼가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대다수 국민들도 예술행위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면세혜택을 받는 칼 삼키기 묘기나 스탠딩 코미디에 견줘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판단한 다이아몬드 고고 바의 여성 댄서들은 지난해 소송을 제기했다. 남성 댄서들의 스트립쇼인 치펜데일 클럽 입장권이 예술성을 인정받아 부가세를 내지 않고 있는 것에 착안했다. 그러자 노르웨이 양성 평등위원회가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vielee@seoul.co.kr
  • ‘생명의 요람’ 여성 너의 해방을 외친다

    “아홉 개의 구멍이 모자랐어요/부패한 내장의 밍크고래가 폭발하듯/나를 폭파시킬 수 있었다면 그리했을 거예요//콧방울, 혓바닥, 유두, 배꼽, 은밀한 그곳까지/바벨의 뇌관을 박는 거지요/하늘에, 땅에, 당신의 심장에 총구를 겨누는 대신…”(‘피어싱’ 중에서) 올해 제25회 김수영문학상을 받은 강기원(49) 시인의 시는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섬뜩한 자화상을 연상케 한다.기존의 어떤 상식도 고정관념도 거부하는, 강렬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한 시. 고루한 것은 죄다 하이에나처럼 물어뜯어 버리는 도발적인 야생의 시, 그것이 바로 강기원의 시다. 그의 시집 ‘바다로 가득 찬 책’(민음사 펴냄)에는 이처럼 육체를 잔인하게 부수는 ‘몸시’들이 수두룩하게 들어 있다.‘달거리가 끝난 봄에는’이라는 작품의 한 대목.“머리부터 발끝까지/두근거리는 자궁이 되는 거야/중년의 처녀막/기꺼이 찢어내고/아지랑이의 젖물/보얗게 채우는 거야/부푼 아기집 속에/내가 들어가/다시 태어나는 거야/무럭무럭 자라는 거야 비늘로, 날개로, 메아리로, 그림자로, 천둥으로…” 시인은 신체를 해체함으로써 해방을 꿈꾼다. 그리고 마침내 영혼의 구원과 신생(新生)의 축제에 이른다. 강기원의 시는 여성성에 대한 새로운 탐구를 보여준다. 그의 시의 시적 화자는 하나의 개체로서의 여성라기보다는 생명의 요람으로서의 어머니 대지, 혹은 모신(母神)이라고 해도 좋다.‘위대한 암컷’이란 시 한 구절만 읽어봐도 이를 금세 알 수 있다.“요람이며 무덤/영혼의 불구를 치유하는 성소/꺼지지 않는 지옥 불이었으므로/만물을 삼키고 뱉어 내는 소용돌이의 블랙홀/곡신(谷神), 위대한 암컷이여” 강 시인은 “에스키모인들이 얼음에 구멍을 뚫어놓듯, 내면에 구멍을 뚫고 내 영혼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자리”라고 말한다. 요컨대 그의 시는 ‘육체의 시’이기 이전에 ‘영혼의 시’인 것이다.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요셉 보이스의 모자’ 등이 당선되며 문단에 나온 시인은 지난해엔 ‘고양이 힘줄로 만든 하프’라는 시집을 내기도 했다.7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열린세상] 용의 혀/김정란 상지대 교수·시인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신화는 낭만적 사랑의 원형으로 유명하다. 죽음을 불사하는 사랑. 이 ‘미친 사랑’의 전형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에서 한번 더 확실한 형태를 얻는다. 그러나 낭만적 사랑의 전형으로 알려진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신화는, 그 근원을 살펴 보면 훨씬 더 고대적이며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신화는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매우 오래된 아일랜드 신화를 모태로 하고 있는데,10세기경 프랑스 부르타뉴 지방에 도착했고 그 지역 전설과 합쳐지면서 오늘날까지 전하는 형태로 정착된다. 신화 연구의 세계적인 대가 조셉 캠벨은 이 신화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에 따르면 이 신화는 근대적 자아 출현을 예시하고 있다. 이 신화는 육체와 사랑의 문제를 도덕적으로 단죄해 온 로마교황청에 대항하는 개인의 정서적 반란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신화가 깊이 뿌리 내리고 있던 부르타뉴 지방에서 출생한 12세기의 걸출한 인물 두 사람을 신화의 현실적 지수처럼 제시한다. 마치 신화를 체험하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정신의 실험실로 밀어넣은 것 같은 두 사람. 당시에 19세였던 아름다운 엘로이즈와 30대 후반의 뛰어난 철학자·수사인 아벨라르의 사랑 이야기. 스캔들이 터지자 아벨라르는 뒷걸음치지만, 엘로이즈는 세계와 교황이 받아쓰기 시키는 어떤 가치도 자신의 것이 아니며, 자신의 가치는 오로지 자신이 느끼고 체험한 정서적 확실성 안에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신화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대목이 하나 있다. 용과의 싸움에 나선 트리스탄은 머리를 벤 다음, 혀를 잘라 주머니에 넣는다. 독을 내뿜는 용의 혀는 트리스탄의 몸에 스며들고, 트리스탄은 독을 빼기 위해 웅덩이에 뛰어들지만, 정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 사이에, 영웅들의 싸움터를 따라다니며 호시탐탐 영웅의 무훈을 제것으로 가로챌 기회만을 노리던 비겁한 귀족 한 사람이 용 머리를 훔쳐서 궁정으로 가지고 가서, 이졸데 공주와의 결혼을 요구한다. 평소에 그의 용렬함을 알고 있던 이졸데 공주는 의아하게 여기고 싸움터로 가본다. 그리고 그 주변 웅덩이에서 기절해 있는 트리스탄을 발견한다. 이졸데는 트리스탄을 치료하고, 혀가 없는 용 머리를 전리품으로 내놓은 귀족의 거짓은 폭로된다. 트리스탄은 왜 독이 묻은 ‘혀’를 잘랐을까? 그 ‘혀’는, 그 신화가 유포되던 당시의 서구 사회를 짓누른 로마 가톨릭의 무시무시한 권력(언어를 통해 가장 잔인하게 휘둘러지던)의 알레고리는 아니었을까? 당대가 종교재판이 기승을 부리던 시대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 보자. 왜 신화는 고대 이래로 가장 남성적인 영웅적 행위로 묘사되어 온 용과의 싸움에서 궁극적 승리가 트리스탄의 용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고대 신화에 없던 ‘독 묻은 혀’라는 이미지는 왜 이 신화에 끼어들었을까? 머리를 잘라내고도 트리스탄이 극복할 수 없었던 독을 내뿜는 혀. 그런데 트리스탄은 왜 그 ‘혀’를 정복해야만 이졸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용 머리만 가져가는 것으로도 충분히 승리를 증명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의 권력을 휘두르는 용들은 21세기 한국 땅에도 있다. 트리스탄이라는 한국의 공동체는 지금 그 혀의 독에 중독된 것처럼 보인다. 매일처럼 저주의 말을 내뿜는 혀. 트리스탄은 승리했지만 결국 그 용의 혀가 내뿜는 독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어떤 용렬한 귀족이 트리스탄의 전리품을 가로채고 있다. 트리스탄을 혀의 독으로부터 치유해 줄 이졸데는 올까? 또는 한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말의 권력에 맞서서 자신의 연약한 육체의 생생한 진실을 믿는 어떤 용감한 엘로이즈가? 김정란 상지대 교수·시인
  • 자치구마다 ‘온정의 손길’

    ‘겨울나기 힘드시죠? 이렇게 나세요.’서울 자치구들의 겨울 온정이 훈훈하다. 자치구는 5일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쌀과 내복을 지원하거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손잡고 성금·품을 모금한다. 또 겨울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일도 배우고 돈도 버는’ 일거양득의 기회를 주고 있다. ●독거노인 내복·난방비 지급 구로구는 지난달 27일부터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저소득층을 위한 난방비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날까지 동장들이 추천한 60명과 6개 복지관에서 추천한 120명 등 모두 180명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강동구는 오는 13일 후원단체를 통해 어려운 가정 60가구에게 쌀 40㎏을 전달한다. 또 이달 말에 독거노인 200명에게 내복을 지급한다. ‘희망 2007 저소득시민 따뜻한 겨울보내기’ 사업도 한창이다. 내년 2월28일까지 3개월간 성금과 성품을 모아 저소득 주민들의 생계비와 의료비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모금함은 구청과 동사무소, 사회복지시설 등에 설치된다. 서울시는 실제 생활여건이 최저생계비 이하지만 법정요건을 맞추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틈새 계층’에 시 예산 48억원을 특별 배정해 지원을 하고 있다. 다만 틈새 계층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나 이웃추천 등을 통한 동사무소 신고 절차가 필요하다. ●‘틈새 계층´엔 일당 2만원 일감 틈새 계층으로 선정되면 하루 2만원을 받는 특별취로 사업에 참가할 수 있다. 재활용품 수집 또는 선별, 공원청소, 눈 쓸기, 모래살포, 빙판제거 등 대부분 육체노동이지만 건강이나 신체조건 등을 고려해 일을 배정한다. 또 서울시의 특별구호대상자로 선정되면 1인 가구는 월 16만 9000원,2인 이상 가구는 28만 200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저소득 보훈대상자 가정에 서울시가 올해 배정한 월동대책비 55억 9600만원은 사실상 ‘김장 예산’이다. 서울시는 또 동절기에 한해 요금체납으로 인한 단전과 단수, 가스단절은 유예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서울은 지방도시에 비해 물가가 비싸 같은 정부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저소득층이 느끼는 상대적 생활고가 훨씬 크다.”면서 “시가 수백억원대의 자체 예산을 배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알바’ 등 일자리 봇물 서울시는 오는 8일까지 행정 및 전산업무 외에 아동병원, 은평병원, 서울대공원 현장 근무를 전담할 대학생 아르바이트 인력 500명을 모집한다. 서울시의 공공기관 대학생 아르바이트 급여는 2만 5000원이다. 각 자치구도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200명까지 아르바이트 인력을 뽑는다. 동대문구는 내년도 제1단계 공공근로사업 참가자를 모집한다. 참가 신청은 오는 9일까지 주소지 동사무소에 신청하면 된다. 기간은 내년 1월2일부터 3월23일까지 57일간이다. 신청자 중 140명 내외를 뽑아 재활용품 선별사업 등 58개 사업에 투입한다. 도봉구는 건축·토목 관련 전공자를 건설현장 안전관리 업무에 배치한다. 성북구는 논술·영어·미술 등의 주민자치센터 강사를 모집한다. 금천구도 오는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아르바이트생 42명을 뽑는다.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및 차상위계층으로 지정된 자 및 그 자녀나 장애인 본인 등 8명을 우선 선발할 계획이다. 김경두 유영규기자 golders@seoul.co.kr
  • “나는야 철인 공무원”

    “나는야 철인 공무원”

    중랑구 공원녹지과 황인공(41·8급)씨는 ‘철인 공무원’이다. 그는 지난 8월 바다수영 3.8㎞와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를 달리는 제주국제아이언맨대회에 출전해 당당히 국내부문 37위에 올랐다. 황씨는 “육체적으로 힘든 철인삼종경기를 하면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온 몸이 근육질인 그이지만 원래 운동도 안 하고 술을 좋아했다. 급기야 4년 전 장출혈로 쓰러져 한달 동안 병원에 입원했고 퇴원 직후부터 건강을 위해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불암산∼수락산∼사태산∼도봉산∼북한산’이어지는 67㎞의 거리를 10시간씩 여러 차례 달리는 경지에 이르렀다. 또 서울에서 속초까지 자전거를 타고 왕복했다.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철인3종경기 훈련을 시작했다. 직장 동료들은 “미친 것 같다. 황당하다.”,“운동선수로 나서는 거냐.”고 수근거렸다. 하지만 그는 “여러 사람과 함께 뛰면서 자기와 싸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잘라말한다. 그가 속한 철인3종경기 동호회 강북클럽 회원들은 황씨가 내년에 마라톤으로 따지면 보스턴 대회에 비유되는 영광스러운 대회인 철인3종경기 하와이 대회 출전 자격증을 따기를 기대하고 있다. 제주대회 출전선수 가운데 연령이 40대인 선수 중 4∼5명이 하와이 대회 출전 자격증을 받는다. 올해 황씨의 성적은 40대 선수 가운데 10위. 지난해 출전한 제주대회에서 252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무려 215계단을 뛰어오른 셈이다. 황씨는 급성장 비결에 대해 “규칙적으로 운동을 했을 뿐”이라면서 “성적을 끌어올려 반드시 하와이 대회에 출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이해하고 성장하기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이해하고 성장하기

    찬 바람의 기운에 외로움이 물밀 듯이 몰아붙여 오버된 감정으로 찾는 이 하나 없는 신세를 한탄하며, 자신은 벽을 긁으며 홀로 늙어 갈 거라 하던 친구에게 난 이렇게 말했다. 필요한 사람이 있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하지만 ‘필요’라는 조건이 사라지고 나면 관계는 금세 소멸되고, 습관적이거나 의례적인 인사성 만남과 수다만 남는다고. 돌아온 말은 이랬다.“음, 너 다운 말이야.” 차갑고 냉소적인 표현이 나답다고? 순식간에 그것은 나의 화두가 되었다. 육체적 성장은 정신적 성장과 비례하지 않으며, 이해의 넓이는 지식과 별개의 존재라는 것. 아니, 어떻게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에게 그렇게 차갑고 ‘싹퉁바가지’ 없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로 인해 성장하는 것은 언제쯤에나 가능해지는 걸까. 영화 ‘크래쉬’(Crash,2004년)는 LA 교외의 밤으로부터 시작된다. 현장에 도착해 시체를 본 흑인형사의 표정은 일순간 당혹과 슬픔으로 일그러진다. 그리고 영화는 36시간 전으로 되돌아간다. 이제 그 살인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게 되는 걸까. 그러나, 영화는 길을 헤매다 그 죽음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15명,8커플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분노, 소외, 편견, 집착, 두려움과 외로움…. 도시에서 만난 다양한 모양의 상처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헤집는다. 그리고 관객은 이들이 서로 주고받는 8가지 색깔의 상처에 동화되며 각 인물들의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향해 함께 달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픔의 밑바닥에서 묻는다.“어떻게 해야, 당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이 질문이 반대에서부터 시작하는 영화가 있다.‘포르노그래픽 어페어’(A Pornographic Affair,1999년)는 본능에 가장 가까운 언어,‘섹스’로 시작된 두 남녀의 관계를 풀어나간다. 그들은 성적 판타지만을 위한 욕망에서 벗어나 호텔 밖의 만남으로 이어지면서 유혹과 섹스가 필요하지 않은 순수한 사랑으로 접근하기 시작한다. 포르노적 관계에서는 없었던 서로를 느끼게 되는 순간,‘긴장’이 사라진 자리에 ‘편안함’이 젖어든다. 상대방의 아름다움이나 단점은 사라지고 조금씩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그’와 ‘그녀’. 그제서야 카메라는 성적 판타지를 비추던 핏빛의 붉은 복도를 지나 푸른빛이 흐르는 호텔 방안의 그들을 보여준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아니, 이유가 없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데 어찌 필요충분조건의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냐며 반기를 들 이도 적잖을 터. 하지만 알고는 있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또는 이방인)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공포가 우리들 사이에 가로 놓여 있다. 그 공포와 단절, 몰이해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상처가 되기도 하고, 아픔이 되기도 하며 이해를 방해하고 성장을 저지한다. 하지만 내가 아직 덜 성장한 미완의 존재이나 침착한 시선은 잃지 않겠다. 그리고 화해의 손길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상처 난 당신의 마음에(또는 자신의) 관계와 사랑의 의미를 되묻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진 영화들을 통해 잃어버린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알게 될 기회가 2006년 겨울, 당신과 내게 찾아 왔으면 좋겠다. 시나리오 작가
  • 사람잡는 ‘낮술’

    사람잡는 ‘낮술’

    #1지난해 12월20일 오후 5시쯤 부산시 연제구에 있는 ○○종합건설(주)이 시공하는 현장에서 미장 작업자가 오후 새참 시간에 막걸리를 마신 뒤 동료 인부들과 작업을 한 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계단으로 내려 가는 도중에 발을 헛디뎌 사망했다. #2경기도 화성군 동탄면에서는 지난 4월18일 철근 작업자가 점심때 소주 1병을 마신 뒤 작업에 나서 변을 당했다. 그는 작업반장의 귀가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하 1층 옹벽 배근 작업을 하다 오후 1시30분쯤 중심을 잃고 2.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3경기도 용인시 구성면의 공사장에서 지난 6월 25일 오후 3시30분쯤 전기배관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2.8m 아래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이 근로자는 새참시간에 소주 1병 정도를 마신 상태에서 사다리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직장인들의 술자리가 점점 잦아진다. 특히 점심시간 동료들과 나누는 3∼4잔의 반주가 그야말로 꿀 맛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직장인들의 이런 음주 습관은 사무직이나 현장 근로자 모두가 비슷하다. 문제는 출근 이후 작업장에서의 음주 습관이 각종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심각한 원인이 된다는데 있다. 직장인들의 점심때 반주로 인한 사고 통계는 아직 없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이 지난해 구조 출동을 한 시간대를 분석해 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모두 10만 5382차례의 구조 출동을 했다. 시간대별로는 하루중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가 1만 2164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4시부터 6시까지로 1만 1609건이었다. 소방방재청 김종선 계장은 “점심 시간이나 새참시간을 이용한 반주가 주요 원인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급자의 묵인이 원인, 그래도 해고 사유는 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작업중 근로자의 음주에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외국에 비해 직장 상사나 동료와의 회식, 고객 접대(business)와 같은 차원에서 비자발적인 음주가 많고 횟수도 잦은 편이다. 또 동료 또는 상하간 격의를 빨리 없앤다는 이유로 폭음 분위기(폭탄주 등을 원샷으로 마시기)가 일반화되어 있다. 한국경제경영연구원은 최근 연구자료에서 이같은 현상이 “한국의 직장 관리자(상급자)들이 부하 직원의 감정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과도한 음주 행위를 하는 부하 직원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관대하기만 했던 직장내 음주문화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근로자의 음주 습관에 대한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적이 있어 주목된다. 노동위원회는 고속버스 운송사업에 종사하는 운전기사가 운행 전날 먹은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출근, 승차전 자체 음주 측정에서 혈중알코올 농도 0.05%가 나왔다는 이유로 해고한 회사측의 결정을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그동안 비슷한 사건에서 ‘해고 사유는 부당하다.’는 노동위원회의 판정 사례를 뒤집었다. 음주에 대한 회사의 관대함은 자칫 모든 직원들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하는 등 각종 안전사고를 당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서울·경기·전라도 지역의 건설업과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 700명을 대상으로 ‘음주와 산업재해에 관한 실태분석’을 실시한 결과 작업장에서 음주로 인해 재해를 경험한 사람이 33.1%에 이른다. 또 전체 응답자의 16.5%는 음주로 인해 불량품을 생산하는 등 작업 실패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음주로 인해 작업 과정에서의 실패 가능성보다 산업 재해로 이어질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을 뜻한다. 작업장에서 얼마나 음주를 하는지 알기 위해 작업중 음주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6.4%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72.6%가 작업중 음주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중 음주장소로는 식당이 47.5%로 가장 많았고 작업현장에서의 음주도 20.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중 음주를 하는 이유는 ‘피로를 잊기 위해서’가 52.4%로 가장 많았고 ‘스트레스 해소’ 20.8%,‘습관적으로’ 14.6% 순이었다.10명의 근로자 가운데 6명이 작업의 피로를 잊기 위해 작업장에서 음주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산중앙병원 건강관리센터 서동식 소장은 “개인차가 있지만 낮술은 뇌졸중, 심장질환을 일으킬 우려가 높다.”면서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근로자, 납, 망간 등에 노출되는 근로자는 술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음주 측정제도와 예방프로그램 갖춰야 산업현장의 음주 현상이 위험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근로자들의 알코올 남용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부족하거나 거의 없는 실정이다. 미국·프랑스 등 선진국처럼 직장에서의 음주로 인한 재해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직장내 음주 테스트가 일반화되어야 한다. 특히 종업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이나 조선, 플랜트업 등 비교적 야외 작업이 많은 제조업과 건설업 등에서는 이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 결과 제조업과 건설업의 38.2% 정도만이 음주와 관련된 규제 규정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자의 음주 예방을 돕는 프로그램(EAP)을 운영하는 곳도 제조업은 11.1%, 건설업은 15.5%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등록된 대기업들의 80% 이상이 음주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작업장내 알코올의 배포나 소비가 금지돼 있다. 벨기에와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한국산업안전공단 관계자는 “소주 한잔이면 음주 운전으로 주의하면서도 정작 낮술에는 훨씬 더 위험한 작업에 나선다.”면서 “우리나라 직장에서 술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성이나 생산성이 떨어질 가능성은 세계 1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고 심각성을 알렸다. 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하루 1~2잔, 내성생겨 중독 위험” “농경문화의 산물인 반주는 잠시의 피로를 잊게 하지만 판단력과 행동을 굼뜨게 해 작업장 안전사고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업의학전문의인 강성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보건국장(의학박사)은 “새참때 반주를 곁들이는 오랜 풍습으로 근로자들은 요즘도 작업중 술을 마시는 것에 익숙하다.”면서 “육체 근로자나 사무직 근로자 모두가 반주로 인한 나른함으로 오후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반주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반주는 판단력을 떨어지게 하고 반사신경을 무디게 해 외부의 위험에 쉽게 대처하지 못하도록 한다.”면서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건설현장이나 운전작업자, 정밀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자 등은 소량의 음주라도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학적으로 알코올은 체내에서 완전히 배설된 후에도 신체 행동기능은 24∼48시간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전날 밤 늦게까지 마신 술은 다음날 오전까지 체내에서 완전히 배출되지 않는다.“면서 “또다시 반주를 즐기는 것은 하루종일 음주 상태로 근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병원 정영철 교수는 “똑같은 양이라도 낮에 먹는 술은 뇌반응의 정도가 다르다.”면서 “낮술이 훨씬 민감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에 대해 의학적인 연구결과가 밝혀진 것은 없지만 바이오리듬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양의 술이라도 개인의 기분이나 분위기에 따라 취하는 정도가 달라지듯 낮술은 밤술에 비해 취하는 정도가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술에 대한 뇌 또는 신체 반응의 감수성이 높은 만큼 직장인들이 반주로 먹는 술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2잔 먹는 반주라도 횟수가 거듭되면 내성이 생겨 양이 늘어나게 된다.”면서 반주의 중독성을 더욱 경계했다. 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 [이 한권의 책] 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

    옛날옛날 한 옛날에 ‘여자 사냥’을 직업으로 삼았던 피에르 클레르그라는 신부가 살았다.14세기 프랑스의 한 작은 시골 마을의 본당 신부였던 이 친구는 중세 유럽의 가장 유명한 이단이었던 카타르파 신도이면서 동시에 그들을 팔아먹던 밀정이었고, 낭만적이며 정력적인 연인이자 난봉꾼이었다. 사제로서의 권력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알았던 그는 최소한 12명의 정부를 거느렸다. 그는 자신이 택한 여성 앞에서 주저함이 없었고, 지루한 서론을 생략하고 언제나 본론으로 직행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피에르의 주요 파트너는 자신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애정 편력을 자랑한 이 마을의 영주 부인 베아트리스 드 플라니솔이었다. 둘의 첫 만남은 고해실에서 이루어졌고, 성탄절에도 교회 안에서 불경을 저지를 만큼 뜨겁고 대담했다. 피에르는 제수씨와의 동침도 서슴지 않았다. 사촌간인 파브리스, 그리고 그녀의 딸, 당시 14세였던 그라지드와도 관계를 맺었다. 엄마 몰래? 아니, 엄마는 딸과 신부의 관계에 동의했다. 그라지드는 후에 사제와의 육체관계에 대해서 너그러울 줄 알았던 피에르 리지에에게 시집갔다. 그녀의 성의식은 대담하면서도 솔직했다. 그라지드에게 피에르와의 관계는 즐거운 것이었다. “유부녀와 잠을 잤으니 넌 큰 죄를 지었어.”라며 질책하는 애인에게 피에르는 태연하게 응답한다.“전혀 그렇지 않아. 유부녀든 미혼녀든 죄는 같아. 전혀 죄가 아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야.” 도대체 이 말도 안 되는 짓거리들을 하는 사람들은 뭐란 말인가? 그들은 중세에 관한 우리의 상상력을 부끄럽게 만드는 프랑스의 한 마을 ‘몽타이유’ 주민들이다.‘몽타이유:중세말 남프랑스 어느 마을 사람들의 삶’(엠마누엘 르루아 라뒤리 지음, 유희수 옮김, 길 펴냄)은 피레네 산맥 기슭 해발 1300m에 위치한, 주민 250명의 한 작은 마을에 관한 역사인류학 보고서이다. 2006년 8월 기준으로 14만 5000부라는, 전문 역사서로는 놀라운 판매부수를 기록하면서 미셸 푸코의 ‘앎의 의지’와 ‘감시와 처벌’들을 가볍게 제쳐 버리고 프랑스의 저명한 갈리마르 출판사 총판매순위 1위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이야기의 제공자는 장차 베네딕투스 12세로서 아비뇽 교황청을 지배하게 될 파미에의 주교 자크 푸르니에였다. 몽타이유의 카타르파 혐의자들을 조사하러 온 푸르니에는 고문보다는 끈질긴 심문을 선호했고, 놀랍도록 세심한 기록을 남겼다. 그 결과, 대개 문맹이었기에 중재자 없이는 글을 남길 수 없었던, 그래서 역사의 공백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14세기 농민들의 삶은 푸르니에의 치밀한 기록을 거쳐 라뒤리의 몽타이유 미시사로 다시 태어났다. ‘계량사의 최고봉’이라고 평가받는 ‘랑그독의 농민들’에서 과도할 정도로 ‘사람 없는 역사’를 보여주었던 아날학파의 이 역사가는 ‘몽타이유’에선 왕이나 저명한 학자들이 아닌 작은 농촌 마을의 갑남을녀들을 역사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사람 냄새 물씬 배어나는 역사를 보여준다. 딸들이 결혼지참금으로 집안에 경제적 손해를 가져오느니 차라리 형제자매간의 혼인이 더 바람직하다고 여겼던 사람들. 면도도 목욕도 심지어 세수조차 거의 하지 않았던, 그러나 서로의 이를 잡아주면서 가족관계나 애정관계를 보여주었던 사람들의 독특하고 생생한 삶이 책에 가득하다.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남편이 파산하려 이혼하자는데…

    Q남편 사업이 망해서 신용불량 상태입니다. 남편 지원하느라 20년 경력 교사인 저도 제 명의 주택에 대해 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 남편은 2년 전부터 다른 지방에서 혼자 살며 두어달에 100만원 정도씩 생활비만 보내왔습니다. 며칠 전 남편은 파산신청을 했습니다. 아내인 제가 직업도 있고 재산도 있어 법원에서 파산, 면책을 해주지 않을 것이니 이혼을 해야 한다는 말을 누가 하더랍니다. 남편은 “형식상 잠시 이혼신고만 하자.”고 하는데, 파산을 위해 이혼까지 해야 하나요 - 한민주(45) A근대 민법은 재산에 있어서 개인주의를 지킵니다. 이는 부부 사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는 육체적·정신적 결합을 통해 가족이 될 뿐 재산 문제는 원칙적으로 별개입니다. 부부 일방이 가정의 유지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서는 물론 실제로 지출하지 않은 상대방이라도 책임이 있겠습니다. 파산법은 민법에 의해 인정되는 법률관계에 대해 최소한의 간섭만 합니다. 따라서 민법이 유지하는 개인주의는 파산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 파산을 신청할 때 부인이 재산이 있고 소득이 있는 사정은 남편의 파산·면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물론 남편이 빚을 지면서 그 돈을 부인에게 넘겨줘 부인이 이것으로 재산을 취득하고 유지하는 경우에는 면책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채무자를 속이는 행위에 관해 채무자를 제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민주씨가 거의 전적으로 남편이 빌려온 돈으로 집을 산게 아니라면 남편의 파산, 면책에 지장받을 일은 없습니다. ‘형식상’ 이혼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비록 영구히 갈라설 생각없이 잠시만 이혼을 한 것처럼 위장하겠다는 동기로 이혼신고를 해도 그 이혼은 유효하다는게 지금까지의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1993년6월 위장이혼 부부 사건과 관련,“협의이혼에 있어서 이혼의사는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의사를 말하므로 일시적으로나마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당사자간 합의 하에 협의이혼 신고가 된 이상 양자간 이혼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협의이혼은 무효로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외국 이민을 가기 위해, 또는 파산을 위해 필요하니 형식상 잠시 이혼을 하자고 속이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려는 불순한 동기를 가진 남편들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이혼에는 가짜 이혼이 없습니다. 이혼은 이혼입니다.
  • [기고] 직업교육기관의 ‘명품’ 만들자/윤여송 전문대혁신운동 본부장 인덕대학 교수

    역대 교육부 수장들의 주요 관심사는 늘 유아교육부터 일반대학에 이르는 기간 학제 교육에 관련된 것이었다. 참여정부에서는 여기에 사립학교법 개정과 4년제 대학의 입시 및 구조개혁에 전력을 다하는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이러는 사이에 국민 대다수 중산층 이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평생교육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직업·평생교육의 전문가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가져 본다. 우리는 아직도 컴퓨터가 없던 시절의 직업교육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실업고와 전문대 교육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1970∼80년대 산업화사회와 오늘의 지식기반사회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하였지만 그때의 실업고와 전문대학의 교육체제는 조금의 변화도 없다.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기관들은 세상의 변화에 앞서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과거의 제도에 발목을 잡히어 있는 꼴이 되어 버렸다. 그 결과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실업고와 전문대는 기피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중앙고용정보원 자료에 의하면 실업고 졸업생이 인문고 졸업생보다 취업률과 임금에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4년도 OECD자료에 의하면 전문대 졸업생의 임금은 고졸자를 100으로 봤을 때 105의 수준으로 고졸자와 거의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143을 받는 4년제 대학 졸업자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유로 이곳에 진학한 학생들이 본연의 직업교육에 충실하기보다는 상급학교 진학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실업고 졸업자의 약 68%가 대학에 진학하고 4년제 대학 편입생의 62%를 전문대학 졸업생들이 차지하는 것이 우리나라 직업교육 공동화(空洞化)현상의 현주소이다. BK21사업 등을 통하여 국내 상위권 4년제 대학들을 세계 100위권 대학으로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적 수준의 우수한 직업교육 중심대학의 육성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핀란드의 폴리테크닉과 독일의 Fachhochschule 등 주요 국가들에서의 직업교육중심대학(논-유니버시티)의 세계화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는 대한민국 경제성장 기초가 되었던 고유의 브랜드인 ‘전문대학’이 있다. 전문대학을 외국 유학생들이 직업교육을 받기 위하여 몰려오는 세계적인 직업교육기관의 ‘명품’으로 만들 수는 없는가? 이미 ‘한류’와 경이로운 경제발전에 관심을 두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직업교육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참여정부에서 하고자 했던 핵심 교육정책들의 진행은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 지금은 그동안 추진된 정책들의 마무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심화되어가는 교육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나머지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그동안 황무지처럼 버려진 직업교육분야에 힘쓰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신임 교육부총리가 일년의 남은 재임기간을 ‘직업강국 코리아’ 구현을 위한 사업에 전념하여 평생 및 직업교육의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온 교육부총리로 기억되기 바란다. 윤여송 전문대혁신운동 본부장 인덕대학 교수
  • 인간유전자 99.9%가 같다고?

    인간유전자 99.9%가 같다고?

    인간 유전자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서로 훨씬 많이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는 0.1%의 유전자 차이가 면역력 등 신체 조건의 차이를 불러오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0.3%, 또는 1% 이상까지 유전자가 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어떤 이는 난치병에 걸리거나 특정 약물에 취약하지만 다른 이는 전혀 그렇지 않은 이유를 유전자 탓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하버드 의대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생거 연구소 등 13개 연구소는 백인종과 황인종, 흑인종 등 270명의 유전자 3000개를 해독한 결과, 이들 유전자의 10% 이상이 증식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발간된 네이처에 발표했다. 인간 유전자는 무려 30억개의 코드를 갖고 있으므로 완벽한 해독에는 한참 더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CCL3L1 같은 유전자가 흑인에게서 많이 증식되며 에이즈에 내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혈액의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는 동남아시아계에서 특히 많이 증식됐으며,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력과 관련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특정 유전자의 증식 횟수와 다양성은 치매나 파킨슨씨병과도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그러나 나머지 90%의 유전자가 증식되지 않는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이번 발견은 19세기 그레고어 요한 멘델의 유전법칙을 폐기해야 할 정도의 획기적인 것이라고 미국 휴스턴 배일러 의대의 제임스 럽스키 교수는 설명했다. 멘델의 법칙처럼 부모로부터 단지 2개의 유전 형질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증식된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를 갖게 된다. 유전자의 증식 횟수도 사람에 따라 다르며, 이 때문에 인간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갖게 된다. 인간 유전자와 99% 동일하다고 알려졌던 침팬지도 실제로는 인간과 96%만 닮은꼴이어서 ‘한참 먼 친척’으로 밝혀졌다. 이번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에이즈, 파킨슨씨병, 치매 같은 난치병 및 다운증후군 등의 유전질환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암에 취약한 사람의 유전자를 파악해 미리 진단할 수도 있다. 생거 연구소의 매튜 헐레스는 “연구진이 이번에 확인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수많은 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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