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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박쥐’를 보고-에밀 졸라와 박찬욱

    영화 ‘박쥐’를 보고-에밀 졸라와 박찬욱

    이번에도 극단적으로 평가가 엇갈릴 것 같다. 그동안 사제의 불륜을 정면으로 다루고 뱀파이어란 한국 영화에서 다소 낯선 장르를 실험했다는 정도로만 알려졌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가 30일 개봉을 앞두고 24일 기자 배급 시사회에서 그 비밀스러운 첫 날개를 폈다.청소년 관람불가. 프랑스의 자연주의 문학 개척자인 에밀 졸라의 1867년작 ‘테레즈 라켕’을 ‘느슨하게’ 원작으로 삼았다.여기서 느슨하게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테레즈라고 하는 여인이 시어머니의 극진한 보살핌과 억압 속에 자라난 남편을 정부 로랑의 도움을 빌어 살해하고 그 죄의식 끝에 자살한다는 ‘테레즈 라켕’의 기둥 줄거리에 흡혈귀로 전락한 사제를 정부로 끌어들여 ‘뱀파이어 치정 멜로’로 바꿨기 때문이다.1953년 마르셀 카르네가 스크린에 옮기면서 로랑의 직업을 트럭 운전사로 바꿨는데 박찬욱 감독은 인간의 구원을 신에게 기원하는 사제 출신의 뱀파이어로 바꾼 것. 시사회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지적했듯 이 영화는 뱀파이어 영화의 외양을 갖췄지만 속내는 ‘징글징글한 멜로’다.따라서 한국형 뱀파이어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기대했던 이들에겐 적잖은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겠다.박찬욱표 영화에 낯설었던 ‘멜로에의 귀납’에 뜨악해하는 팬들도 있을 것 같다.그래도 ‘뭐가 뭔지는 모르지만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듯 밀어붙이는 박찬욱의 끈기에 두 손 들었다.’는 이들도 나올 듯하다. 졸라가 초판을 발행한 뒤 포르노그래피 같다는 혹평이 쏟아지자 2판에 장문의 서문을 싣고 ‘해부학자와 같은 과학자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기질에 대해 연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한국의 한 독자는 인터넷에 이런 독후감을 남겼다.’대다수의 동물들의 눈은 인간처럼 다양한 색을 보지는 못한다고 한다.이 책은 마치 세상을 그런 동물들의 눈으로 보는 것 같았다.’ 박찬욱 감독이 2009년 스크린에 옮겨놓은 이 영화는 역설적이게도 동물과 같은 처지로 전락한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해보자고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밤이면 건물 옥상에 발을 걸고 박쥐처럼 매달려 있어야 하는 상현(송강호)은 ‘병신 같은 남편’ 강우(신하균)과 ‘정 한번’ 통해보지 못한 태주(김옥빈)와 운명적으로 얽혀든다.태주는 어린 시절 버려진 자신을 어머니처럼 거둔 라여사(김해숙)의 ‘행복 한복점’을 지옥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신세.상현은 환자들의 최후를 돌보는 일을 하다 진정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며 아프리카의 옛프랑스 식민지에서 실시되는 백신 개발 임상실험에 자원한다.그리고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을 고비를 맞지만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받은 뒤 기적처럼 소생한다. 그리고 육개월 뒤-무려 이만큼의 시간이 지난 뒤-비로소 자신이 새로운 피를 계속 몸 속에 주입해야만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흡혈귀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그리고 절망한다.피를 흘리다가도 스스로 아물어버리는 기적을 바라보며 낙담하던(?) 그는 우연히 만난 라여사를 통해 어린 시절 친구였던 강우(신하균)와 태주 부부와 얽혀든다. 서로의 육체를 탐하며 ‘세상의 모든 쾌락을 갈구하겠다’고 다짐하던 상현은 태주의 꼬임에 빠져 강우를 살해하게 되고 죄의식에 버둥대다 행복 한복집을 드나들며 마작이나 하며 낄낄대던 ‘오아시스’ 멤버들을 도륙하게 된다.이성을 통제할 수 없게 된 상현은 자신에게 이적을 간절히 바라던 한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발각돼 자신을 예수처럼 숭앙하던 사람들 앞에 치부(?)를 폭로당한 뒤 태주와 함께 마지막 선택을 한다. 뱀발처럼 덧붙이자면 시사회 뒤 떠들썩했던 성기 노출은 결코 외설적이지도 않고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하지 않다.박 감독이나 송강호의 말마따나 “자연스럽고” “감추지 않았을 뿐”이다. 입센이 졸라를 비난했던 말 ‘졸라는 목욕을 하기 위해 하수구로 내려간다.그러나 나는 하수구를 정화하기 위해 내려간다.’처럼 박찬욱은 하수구를 관객들에게 펼쳐보이려고 작심한 듯하다.그것도 지독할 정도로 밀어붙인다.메스꺼운 장면도 많지만 박찬욱표 유머 로 무두질한다.그런데 조금 거북하다.특히 졸라의 원작을 접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 ‘박쥐’를 보는 이들은 많이 불편해질 것 같다.따라서 졸라의 책을 꼭 읽은 뒤 영화를 보면 훨씬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러닝타임 133분에 너무 많은 극적 장치들-별반 절실하지 않아 보이는-을 집어넣어 뭘 얘기하려는지 잘 모르겠다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송강호와 김해숙의 균형잡힌 연기,신하균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연기,무엇보다 김옥빈의 연기 진폭의 확장 등이 반갑지만 그 열연에 영화 전체의 ‘바디’가 균형을 잡아주진 못한 것 같다.그로테스크한 묘사는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인 요소였다.그 점에 대해선 영화라는 매체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결코 만만찮은 참고서가 될 것 같다. 스트린드베리가 자연주의에 대해 비판한 대목은 박찬욱 감독에게도 그대로 해당될 것 같다. 카메라의 먼지까지도 포함시키는 사진과 같다.그것은,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자연의 단면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 묶인 잘못 이해된 자연주의이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현장 행정]금천구 대사증후군 조기검진 사업

    [현장 행정]금천구 대사증후군 조기검진 사업

    “어휴 따가워.” “할머니, 피를 뽑는 것이니까 조금 따끔한 것은 참으셔야죠.” “음…콜레스테롤 수치가 약간 높으시네요. 앞으로는 육식을 줄이고 운동량을 조금 더 늘리셔야겠어요.”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보건소 4층 보건교육실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이런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금천구가 주민들에게 성인병 질환인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당뇨, 혈압, 복부비만 등 7가지 검사를 무료로 해주고 있어서다. 팀장 1명, 의사 1명, 간호사 2명, 임상병리사 2명, 행정요원 1명으로 이뤄진 검사팀이 혈액 채취 후 5분이면 검사 결과를 주민에게 알려준다. 주민들은 건강관리 요령에 대한 전문가들의 현장 강의도 덤으로 챙길 수 있다. ●조기 진료가 만성질환을 예방 금천구의 대사증후군 조기검진 사업이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구는 지난 3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무료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대사증후군이란 체내 인슐린 작용에 문제가 생겨 당뇨병, 중성지방, 고밀도 콜레스테롤, 고혈압, 통풍(痛風) 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우리나라 성인 중 40대 27.4%, 50대 44.6%가 겪고 있기 때문에 대표적 ‘국민 질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대사증후군은 장기적으로 심뇌혈관 질환, 당뇨병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주민들의 건강을 크게 위협한다. 조기에 발견해 지속적으로 관리만 하면 큰 어려움 없이 만성질환으로 진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만큼 구 차원에서 건강관리 방안을 시행하는 것이다. ●“구민 건강 수준 최고로 만들 것” 대사증후군 검사와 함께 이뤄지는 테마별 건강 강연도 큰 인기다. 주중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을 위해 분야별 전문가가 여러 질병의 예방 및 관리요령을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다. 특히 내과 전문의 심우익 보건소장이 자신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건강상담을 할 때면 연일 주민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대사증후군 검진 사업이 예상 밖의 인기를 얻자 구는 추가경정예산 1억원을 확보해 재원을 넉넉히 마련해 놓았다. 덕분에 올해 검진인원도 4000명을 넘을 것으로 본다. 이 밖에도 금천구 보건소에서는 연중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우선’이라는 목표로 각종 예방강좌도 준비 중이다. 추후 중고생까지 대상을 확대해 유년시절부터 대사증후군 원천 질병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구민들이 평생 건강을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게 금천구의 구상이다. 한인수 구청장은 “소득 수준이 높아져 평균수명이 늘어날수록 건강에 대한 욕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주민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 수준을 자치구 중 최고로 높이는 것이 우리 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신도 욕망에 휘둘리긴 마찬가지 “당신들의 방식대로 사랑하세요”

    [내 책을 말한다] 신도 욕망에 휘둘리긴 마찬가지 “당신들의 방식대로 사랑하세요”

    행복한 사랑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욕망에 집중할 것, 지속가능할 것. 욕망을 따르는 사랑은 강렬하고 충만하다. 몸과 마음의 부족한 점을 채우려는 원초적 본능을 따른다면 자연히 행복할 수밖에. 그러나 연애관계에서 욕망의 추구는 여러 위험을 초래한다. 피임 실패나 성병 같은 육체 건강의 위험, 짝사랑의 슬픔이나 이별의 고통 같은 정신 건강의 위험, 자유로운 사생활을 인격적 결함으로 결부시키는 세상의 추문과 같은 사회적인 위험 등등. 욕망에 집중하는 사랑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이 본능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몸이 가는 대로 마음이,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이,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욕망은 사라진다. 마냥 즐거웠던 일들이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오고 인생을 낭비했다는 후회에 사로잡혀 사랑의 감정이 격렬한 미움으로 돌변한다. 욕망이 강할수록 회의도 강하기 때문에 이런 감정의 굴곡을 자주 겪다보면 인간적인 감정과 돈과 시간이 금방 고갈된다. 욕망이란 것이 인간의 의지로는 관리하기가 어려운 것이라면, 좀더 수준 높은 사랑법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신들의 사랑법’(이동현 지음, 오푸스 펴냄)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욕망에 충실해서 사고를 치기는 인간이나 신이나 다르지 않았다. 신들의 왕 제우스는 순수한 욕망의 결정체로 수많은 대형 사고를 터뜨리고 다녔다. 연인을 얻기 위해 상대를 어르고 달래기도 했고 친절한 남자인 척 감쪽같은 연기도 했으며 납치와 겁탈도 서슴지 않았다. 상대가 여신이든 인간이든 유부녀든 처녀든 조건은 중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여성이 아니라 소년을 납치해온 적도 있다. 그러는 동안 제우스의 부인 헤라 여신의 가슴은 썩어 문드러졌다. 부패한 심장을 거름으로 복수의 싹이 피어올랐다. 헤라는 제 남편을 유혹한 못된 계집들을 단죄하는 데 몰두했고 그러는 동안 남편은 점점 더 멀어져갔다. 행복한 사랑을 지속하는 데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일부일처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신들의 경우와 같이 인간의 본능도 제도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두지 않는다. 여기저기 지분대며 할렘을 구축한 제우스, 그런 남편을 가정에 잡아두기 위해 안간힘을 쓴 일부일처제의 수호신 헤라, 섹시한 휴머니즘으로 사랑을 퍼주고 다닌 여신 아프로디테의 연애사는 인간으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강렬한 욕망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신들도 사랑 앞에서 헤매기는 똑같았다. ‘신이 내린 사랑법’은 없다. 결국 ‘신들의 사랑법’은 다양한 사랑의 방법을 탐구하는 책이다. 체 게바라와 연애할 수 있다면 장총을 들고 정글을 헤맬 수 있는 여자도 있지만, 수염투성이 혁명가보다는 평범한 의사 선생과 결혼해 평온한 가정을 꾸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여자도 있다. 나는 사랑의 거래에 동의하지 않고 일부일처제도의 가면도 믿지 않지만, 그들이 행복하다면 그 사랑을 지지할 것이다. 나는 오직 다양한 사랑법을 지지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 독자 여러분들도 스스로에게 가장 적합한 하나의 대안을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동현 미술비평가
  • 서울시 지자체 첫 환경교육센터 설립

    서울시가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환경교육센터를 설립한다. 서울시는 19일 “환경에 대한 장기적 안목에서 평생교육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환경교육센터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환경교육의 총괄본부 역할을 하게 될 환경교육센터는 크게 ▲환경교육 전문가 양성 ▲환경교육 프로그램 연구·개발 ▲국·내외 환경교육 네트워크 구축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센터 안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환경도서관’이 마련된다. 세계 주요 환경교과서, 전문서적, 정기간행물 등 3000여권을 확보해 국내 최고 수준의 환경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시는 환경도서관을 기반으로 대학원 수준의 환경교육 커리큘럼을 개발, 해마다 200명 정도의 환경교육 전문가를 양성할 방침이다. 또 환경 과목을 초·중·고교 정규 교과과정에 편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환경교육센터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도 노을공원 내에 지어질 국내 최초의 ‘에너지제로하우스’(2010년 상반기 완공 목료) 안에 들어서게 된다. 에너지제로하우스란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태양광, 지열, 연료전지 등으로 냉난방을 해결하는 에너지절약형 첨단 시설을 말한다. 서울시의 의뢰를 받아 세계적 미래기술 연구소인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3000㎡)로 설계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서울시는 강남·양천구 등에서 주민들의 반대로 녹색성장 관련시설 착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 초부터 시작할 ‘도시광산 프로젝트’(가전제품에서 금·은 등의 금속을 추출하는 사업) 또한 공장터조차 구하지 못한 상태다. 시는 환경 관련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환경교육의 부족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보고 환경교육센터가 이런 상황을 크게 개선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맑은환경본부 관계자는 “국내 환경교육 프로그램 대부분이 시설 견학 위주로 짜여져 있어 시민들의 환경의식 변화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환경교육센터를 전 연령대의 시민이 이용하는 시설로 만들어 독일 프라이부르크 에코스테이션 같은 환경명소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강원도 전직대통령 마케팅

    강원도에 머물던 전 대통령들의 기념사업이 새로운 관광사업으로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15일 강원도의회와 양구군에 따르면 고 박정희 전 대통령 군 재임시절 공관이 복원되고 고 최규하 전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이 마련되는 등 전직 대통령의 기념사업들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양구군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55년 육군 5사단장으로 재임하면서 사용했던 양구읍 하리에 있는 공관의 개·보수와 주변 조경사업을 모두 마무리하고 이날 개관식을 가졌다. 공관은 그동안 방치돼 왔지만 복원사업을 통해 새롭게 단장됐다. 내부에는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진이 비치되고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백두산부대가 부지를 제공하고 양구군이 1억 1600만원을 들여 복원사업을 마쳤다. 군 부대는 장병들의 안보교육체험의 장으로 활용하고 양구군은 안보관광 명소로 관광객들에게 개방한다. 강원도의회는 최근 ‘강원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기획행정위원회 심사에서 통과시켰다. 전국 처음으로 향토 출신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을 위한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조례안은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을 위한 기념사업회를 법인으로 설립해 연고지 시·군지역에 설치하고 도지사는 기념사업회가 추진하는 기념사업비 지원 및 지도·감독 등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념사업회가 추진하는 기념사업의 범위는 전직 대통령의 위업을 기리기 위한 소재의 발굴과 전승, 홍보사업, 추모행사, 교육사업 등이다. 원주시는 추경예산에 사업 계획 수립 용역비와 기념사업회 운영비 등 선양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 8300만원을 시의회 하반기 추경예산에 상정할 방침이어서 최규하 전 대통령 선양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류근철 박사 이번엔 ‘의술 기부’

    “제가 나눌 수 있는 재산과 지식이 부족해서 아쉽습니다.” 지난해 국내 개인기부로는 최고액인 578억원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기부한 원로 한의학자 류근철(83) 박사가 과학자들을 위한 의료봉사를 하면서 여생을 보내기로 해 훈훈한 감동을 자아 내고 있다. KAIST는 의료봉사를 하겠다는 류 박사의 뜻에 따라 교내 인문사회과학부동 1209호에 ‘닥터 류 헬스 클리닉’과 ‘KA IST 인재·우주인 건강연구센터’를 마련하고 13일 오후 4시30분 개소식을 가졌다. 류 박사는 한방 진료시설을 갖춘 헬스 클리닉에 자신이 직접 개발한 ‘헬스 부스터(의료기기)’ 8대를 설치하는 등 의료기기 등을 모두 손수 마련했다. 또 인재·우주인 건강연구센터에서는 우주비행사들의 대기권 진입 충격으로 인한 고통을 한의학적으로 경감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류 박사는 “KAIST 학생들을 위해 내가 가지고 있는 재산뿐만 아니라 내 머릿속에 있는 지식까지도 모두 주고 싶다.”면서 “헬스 클리닉은 학생들이 언제든지 들러서 휴식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훌륭한 과학자 양성을 위해 경제적 지원보다 필요한 것이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지원”이라고 밝혔다. 개소식에서는 류 박사가 평생 수집한 불상, 벼루, 향로 등 소장품 500여점을 KAIST에 기증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날 개소식에는 서남표 총장을 비롯해 100여명이 참석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류 박사에게 명예시민패를 수여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단독] 김석훈 인터뷰 “디스크일 뿐, 저 괜찮아요”

    [단독] 김석훈 인터뷰 “디스크일 뿐, 저 괜찮아요”

    지난 11일 교통사고를 당해 서울 강남의 한 병원(사진)에 입원한 배우 김석훈(37)이 “부상 상태가 괜찮다. 걱정해줘 고맙다.”며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현재 김석훈은 목에 깁스를 한 채 매니저의 부축을 받아야 움직일 수 있지만 휠체어를 타고 다닐 만큼 양호한 상태다. 수염을 깎지 못해 다소 수척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다. 김석훈은 서울신문NTN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혼수상태라고 까지 잘못 알려졌는데 부상 상태가 심각한 것은 아니다.” 며 “이번 사고로 안 좋았던 허리가 또 다쳐 디스크가 생겼다.”고 밝혔다. 김석훈은 이어 “13일 나온 정밀검사 결과 허리 디스크와 함께 목 디스크 증세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석훈의 소속사 관계자는 “수술을 받을 지 약물 주사로만 치료를 받을 지 고민하고 있다. 수술 없이 디스크를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 면서 “남아 있는 ‘천추태후’ 촬영을 생각하면 수술은 무리일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병실에는 KBS 2TV 드라마 ‘천추태후’의 전산 책임프로듀서도 병문안을 와 김석훈의 상태를 확인하며 그에 따른 촬영 여부를 논의했다. 다음은 김석훈과의 일문일답. - 생각했던 것보다 표정이 밝다. 컨디션은 어떤가? 하늘이 도왔다. 마음 편하게 하려 한다. ‘천추태후’ 제작진과 촬영을 생각하면 (걱정돼) 머리가 묵직하다. - 정밀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 허리 디스크만 있는 줄 알았는데 목에도 디스크 증세가 있다고 하더라. 특히 허리 부분은 수술을 해야 할지 약물로만 치료 받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당장 있을 ‘천추태후’ 촬영을 위한다면 수술하면 안 될 듯하다. 주사만으로 허리 디스크가 낫는 치료법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고려하고 있다. - 과거 영화 촬영 시 허리를 다친 적이 있다고 들었다 7년 전 ‘튜브’ 촬영 도중 허리를 다친 적이 있다. 당시 촬영분이 3분의 1밖에 남지 않은 때라 치료 받지 않은 채 촬영을 강행했는데 지금 후회된다. 그 때 상태가 안 좋았던 게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더 안 좋아졌다. 그래서 현재는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다 하고 있다. 사실 ‘천추태후’ 촬영 전 감독님께 ‘허리가 안 좋으니 과격한 액션신은 피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교통사고를 처음 당해봤는데 육체적인 충격보다 정신적인 충격이 더 큰 것 같다. 다시는 고속도로로 다니고 싶지 않을 만큼 심적 충격을 받았다. - 사고 당시 상황과 동승하고 있던 사람들의 부상 상태는 어떤가? 휴게소에서 쉬고 막 나와 달리던 중 차선을 변경하려다 트럭의 왼쪽과 우리 차의 조수석이 충돌했다. 코디네이터가 가장 많이 다쳤다. 코디네이터는 조수석에 타고 있었는데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앞 유리창에 머리가 부딪쳐 많이 부었다. 현재 여의도 병원에 입원 중이다. 운전한 매니저는 에어백이 터져 부상을 입지 않았다. 나는 촬영 후 피곤해 뒷좌석에서 자려고 누워 있어 그나마 덜 다친 것 같다. ‘천추태후’ 지방 촬영 일정이 빡빡해 사고의 위험 부담을 늘 안고 있었다. 나는 차가 이동 중일 때만 잠을 잘 수 있었고 매니저도 하루 2~3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 잤다. - 앞으로 ‘천추태후’ 촬영 일정은 어떻게 될까? 지난주까지 방송된 드라마 속 내 촬영 분량은 김치양(김석훈 분)이 천추태후(채시라 분)와 싸우다 칼에 찔려 다친 상황이다. 드라마에서나 지금이나 다치긴 마찬가지인데 앞으로 대본이 어떻게 수정될지 모르겠다. 신창석 감독님 등 제작진과 상의해 봐야 한다. - 식사는 잘하고 잠은 잘 자나? 식사는 침대 등받이를 하고 앉아서 하고 있다. 새벽엔 사람들의 방문이 잦아 잠을 깊이 못 잔다. 빨리 털고 일어나 촬영에 복귀하고 싶다. 건강한 모습 보여드리겠다. 감사하다. 서울신문NTN 홍정원 기자 cine@seoulntn.com / 사진=서울신문NTN DB, 강정화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교대·일반대 자율 통폐합 추진

    교육대학과 종합대학간 통폐합이 정부 주도에서 대학 자율로 추진된다. 교대와 일반대 통폐합 첫 사례인 제주대·제주교대 통폐합의 경우, 사실상 정부주도로 추진되고 있지만 교대에서 반발하고 있어 통폐합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교육과학기술부 이종원 교육자치기획단장은 10일 “제주대·제주교대 통폐합에 225억원을 지원했다.”면서 “교대와 일반대가 알아서 통폐합을 하면 그 이상의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단장은 이어 “올해 통폐합 대상으로 선정되면 250억원 정도를 내년부터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과부는 늦어도 오는 7월까지는 통폐합 추진계획과 공모 절차 등을 확정, 공고할 계획이다. 정부는 초등학교 입학아동이 줄고 있는 만큼 1~2개 정도 교대 통폐합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대학은 이 같은 정부방침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전국교육대학교총장협의회(회장 송광용 서울교대 총장)는 이날 국회 헌정회관에서 ‘미래형 초등교원 교육체제 개편 기본방향’ 세미나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교대를 종합대에 종속시킬 경우에는 종합대내의 사범대처럼 늘 투자우선 순위에서 밀려 초등교원 교육마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안을 반대했다. 협의회는 대신 ▲4년제인 교대를 6년제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하거나 ▲국립대 관련학과를 통합한 교육종합대학교로 독립시키는 방안 ▲10곳인 전국의 교육대를 한국교육종합대학교로 통합하는 방안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박남기 광주대 총장은 “중등교원은 지금도 과잉공급상태인데 통합하면 초등교원시스템도 함께 어려워진다.”면서 “특정한 과목만 가르치는 교원을 양성하는 사범대보다 기본교과 및 생활지도에다 학교경영능력까지 갖춰야 하는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교육대가 훨씬 전문적인 직업인 양성기관인 만큼 교대를 사범대로 통폐합할 게 아니라 6년제 전문대학원체제로 전환하는 대안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교과부 이종원 단장은 이에 대해 “세미나에서 나온 주장은 전체 교대 구성원들의 일치된 목소리는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 “정부로서는 대학간 통합은 어디까지나 대학 자율이며 강제로 통합을 추진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마우스·술잔 든 두손 이젠 책을 들게 하라

    마우스·술잔 든 두손 이젠 책을 들게 하라

    요즘 대학가에 ‘독서 비상령’이 떨어졌다. 대학 곳곳에서 ‘책 읽는 대학생’을 만들기 위해 독서와 관련된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가 하면 학교측이 정한 독서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유급시키는 대학도 있다. 일부는 독후감을 제출하면 학점을 주겠다고 밝혔다. 책 안 읽는 학생들 때문이다. 과도한 인터넷 문화와 잦은 술자리 탓이기도 하지만 최근엔 일찍부터 취업 준비에 몰두하느라 그렇지 않아도 낮은 독서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적인 위기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학생 47% “한달 독서 두 권 이하” 취업포털사이트 ‘알바몬’이 지난해 9월 대학생 13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독서실태 결과를 보면 응답 학생의 절반 수준인 665명(47.9%)이 책을 한 달에 두 권 이하로 읽는다고 답했고, 142명(10.2%)은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17년째 서점을 운영 중인 은종복(44)씨는 “요즘은 어학, 공무원 수험서 등이 매출의 50%를 차지하고 수업 관련 서적이 3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예비 사회인으로서 대학생들이 받는 평가도 부정적이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선발했지만 사고와 표현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교육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면서 “대학생들이 영어점수와 학점만 높다. 취업 준비에만 빠져 있는 것 같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독서 부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일선 대학들은 대학생들의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경희대 한의학대학은 이번 학기부터 고전 100권 중 20권을 읽지 않은 학생은 유급시키는 제도를 도입했다. 예과(豫科)학생들은 2년 동안 매학기 독서노트를 작성해 평가받고 이 심사를 통과해야만 본과에 진학할 수 있다. 최승훈 한의학대학장은 “입시위주의 교육 때문인지 신입생들이 입학 성적은 우수하지만 책을 읽지 않아 기본적인 소양이 많이 부족한 것을 느꼈다.”며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취업준비에 매몰… 논리·설득력 부족” 부산 부경대 인문사회대는 일정한 권수 이상의 책을 읽으면 학점을 주는 교과도 생겼다. ‘교양도서 100권 읽기’라는 수업을 개설해 이번 학기부터 운영 중이다. 교수가 추천한 교양도서 100권 중 최소 50권 이상을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면 1학점을 주는 제도다. 남송우 인문사회대 학장은 “학생들이 취업에 매몰돼 어학과 자격증 관련 책만 본다. 논리력이 부족해 학점이라는 인센티브까지 제공하며 책 읽기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인문학 독서토론’, ‘논리와 추론’ 등 6개의 교양과목을 신설해 독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고려대와 이화여대도 ‘독서토론’, ‘고전문학의 이해’ 등의 강좌를 마련했다. 성균관대는 예비 대학생 때부터 독서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수시모집 합격생을 대상으로 교양 고전 독후감쓰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책읽는 사회만들기 국민운동 대표인 경희대 도정일 명예교수는 “입시와 취업 중심의 교육체계로 학생들의 능력이 훼손되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학생들이 좁은 세계관을 갖고 있다면 사회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장자연 자살 한달, 경찰 “말 못한다” 답변만 30차례 불황기 인재의 조건 ‘판매력’ “한푼 두푼 모아…” 적금의 부활
  • 새 옷 입은 두 고전… 봄바람 일으킬까

    새 옷 입은 두 고전… 봄바람 일으킬까

    반가운 고전 두 권이 잇따라 출간됐다. 일본의 국민소설가 나쓰메 소세키(1867~1916)의 ‘도련님’(이민영 옮김, 평단 펴냄)과 프랑스 자연주의 소설의 대가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박이문 옮김, 문학동네 펴냄)이 오랜만에 새 옷을 입고 나왔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각종 문학상 수상작들이 우후죽순처럼 출간되는 소설시장에서 두 책의 재출간은 일별 뜬금없다. 하지만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두 고전의 출간은 결국 불황속 출판업계가 생존하는 두 방식을 잘 요약해 준다. 1867년작인 ‘테레즈 라캥’은 에밀 졸라가 처음으로 쓴 자연주의 소설이다. 연인들의 삼각관계를 통해 졸라가 그려낸 인간 내면의 욕망과 증오, 분노는 보는 이를 전율케 한다. 주인공 테레즈는 아내 카미유의 친구 로랑과 육체적 관계를 맺다가 결국 야성에 눈이 멀어 아내를 죽인다. 그 후 남은 둘은 죽은 카미유의 유령에 시달리며 서로 증오하게 되고 결국 자살한다. 지난 2003년 출간됐던 ‘테레즈 라캥’은 이번에는 영화의 인기를 등에 업고 같은 출판사에서 개정판을 냈다. 박찬욱 영화감독이 이달 말 개봉할 자신의 영화 ‘박쥐’가 ‘테레즈 라캥’을 모티프로 삼았다고 몇몇 인터뷰에서 언급하자 화제가 됐었는데, 거기에 출판사측이 재고정리를 위해 발빠르게 반응을 한 것이다. 영화 인기에 힘입어 원작소설이 재출간되는 경우는 흔하다. 동명영화의 원작소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스콧 피츠제럴드 지음)는 올해 초 대략 예닐곱 군데 출판사에서 책을 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원작소설인 ‘Q&A’(비카스 스와루프 지음)도 마찬가지 경우다. 하지만 이번 ‘테레즈 라캥’ 개정판은 고전과 영화를 함께 보는 재미 말고는 기대할 게 딱히 없다. 개정판이라지만 내용은 전혀 손대지 않았다. 기존 박이문 교수의 번역에 오탈자만 잡는 수준으로 손을 보고, 양장으로 판형을 바꿔 책을 냈다. 물론 가격은 올랐다. 6800원이던 것이 6년 만에 1만 2000원으로 두 배 정도가 됐다. 나쓰메 소세키는 작품 자체에 무게를 실은 경우다. ‘도련님’은 나쓰메의 1906년작으로 그가 한 중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당시 경험을 살려 쓴 작품이다. 자전적 인물인 ‘도련님’ 외에도 교장선생 ‘너구리’, 사람 좋은 영어 선생 ‘끝물 호박’, 아부쟁이 미술 선생 ‘알랑쇠’ 등 개성 넘치는 인물 군상들이 나온다. 주인공이 현실에 눈떠가는 과정을 나쓰메 특유의 유쾌한 해학으로 그렸다. ‘도련님’은 국내에서도 지난해까지 몇 차례 출간된 적이 있다. 하지만 논술 시리즈나 청소년용으로 출간된 게 많아 편의대로 일부 누락되고 축소된 번역이 많았다고 한다. 이번에 나온 책은 기생집에서 주인공들이 요란하게 노는 장면 등이 그대로 번역돼 실렸다. 또 현대적 감각의 옷을 입히기 위해 시각적인 부분을 강조해 책 곳곳에 판화 일러스트도 넣었다. 고전 작품의 재발간은 출판사 쪽에서는 비용을 아낀다는 장점도 있다. 사후 50년이 훌쩍 넘은 나쓰메 등은 이미 저작권 보호기간이 지나 저작권료를 따로 지불할 필요가 없다. 대신 그만큼을 책 자체에 투자하는 셈이다. 한 출판 관계자는 “시장에서 신간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전을 잘 만들어 다시 내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대형 출판사가 아닌 경우 값비싼 저작료를 내고 문학상 수상작품의 판권을 마구 사들일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귀띔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열린세상] 창의적 인재, 공부만으로 안된다! /김상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열린세상] 창의적 인재, 공부만으로 안된다! /김상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30~40년 전 수험생에게 익숙한 ‘3당4락’ 또는 ‘4당5락’이 모든 것이 급변하는 지금에도 여전히 통용된다. 성적이 나쁜 아이는 물론이고 99점을 얻은 아이도 100점을 위하여 예외없이 밤을 새우고 학원에 다녀야 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아무리 교육문제가 얽히고설킨 고차방정식이라고 해도 이를 풀지 않고는 우리나라를 짊어질 창의적인 인재의 양성도, 우리의 미래도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암기 위주의 사지선다형 빈칸 채우기식 공부의 굴레에서 벗어나 스포츠·음악·미술은 물론 다양한 취미 및 봉사활동을 통하여 정신적·육체적으로 균형 잡힌,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하는 미래형 창의적 인재로 자라게 할 수 있을까? 세계 최고수준인 교육열을 감안할 때 학생들이 공부만의 울타리에서 탈출하도록 돕는 방안의 핵심은 입시제도 개혁일 것이다. 외국의 예를 참고한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본다. 첫째, 학교 성적 등급제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94점 이상은 A등급으로, 상급학교에서 공부하는 데 필요한 기본자질이 있음을 판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A등급을 받은 학생을 대상으로 1, 2점을 가리거나 등수를 가리는 것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그들에게는 남는 시간에 공부 말고 다른 활동을 하도록 해야 하며, 정부나 학교는 기초학습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관심과 지원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수능시험을 필수과목과 학교·학과에 따라 별도로 요구하는 기타과목으로 구분하고 여러 차례 나누어 보도록 하는 방안이다. 미국에서는 대학입학 과정에서 읽기·수학·쓰기 등 3과목에 한해 수능시험 성격인 SAT를 치러야 되고 대학·학과에 따라 기타과목을 대상으로 한 SATⅡ 성적을 요구한다. 문제는 이 시험을 여러 차례 볼 수 있고 과목을 나누어 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수능을 여러 번에 나누어 치르면 난이도 차이, 소요 예산 등의 문제가 예상되지만 이것이 수능시험 때 교통사고가 나거나, 집에 일이 있거나, 배탈이라도 나서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 현행 제도 유지보다는 낫다. 셋째, 학교성적 및 수능성적과 함께 추천서·자기소개서 또는 에세이 등을 통하여 잠재력, 창의력, 특기, 소질 등을 두루 평가한 뒤 선발하는 방식이다. 전교 수석인 학생은 떨어진 반면 5등 한 학생이 합격하거나 이 대학에서 떨어진 학생이 더 좋다는 대학에 합격했다는 외신을 자주 접할 수 있는 이유이다. 이런 제도의 도입은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의의가 큰 것은 물론 근원적으로는 대학이 우수한 잠재능력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도록 하는 등 입학 전형의 자율성을 갖게 해준다. 아울러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에게는 더이상 ‘입시 준비’만의 울타리 안에 머무르지 않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학교교육의 정상화와 연결되리라고 기대한다. 이상의 방안 하나하나는 오랜 경험과 충분한 검토를 필요로 하는 쉽지 않은 과제이다. 교육과학기술부 또는 일부 대학만의 노력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관심과 지원을 기울이지 않고는 결코 성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외국에서도 제도 정착까지 오랜 기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속적으로 보완·발전시켜 온 점, 민주주의를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으로 잘못 이해하는 풍토,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저항 등을 감안할 때 세심하고 치밀한 준비를 통하여 단계별로 한 걸음씩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성공적으로 제도를 정착시키려면 무엇보다도 공정성·객관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함은 물론 충분한 소통과 홍보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또 국민 모두는 섣부른 판단 대신 미래의 국익에 초점을 두고 인내심을 가지면서 지지하고 지켜 줌으로써 이번만은 기필코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부러워했다는 우리의 높은 교육열을 승화해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선진 교육제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김상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 [전국플러스] 우울증 ‘웃음치료’ 강좌 개설

    경기 광주시보건소와 정신보건센터는 28~29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우울증과 자살예방을 위한 웃음치료 교육과정을 열었다. 시가 초청한 웃음치료 전문강사들이 일상생활 속 올바른 스트레스 대처법과 긍정적인 사고를 키우는 법 등을 강의했으며 지역내 보건교사,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관련 공무원 등이 참가했다. 시 관계자는 “교육과정을 이수한 웃음전도사들이 광주시 전 지역에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해 침체된 사회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한다.”면서 “직원들도 교육을 통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자기관리 능력을 향상시켜 한단계 더 나은 대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Healthy life] ‘춘곤증’ 원인과 예방

    [Healthy life] ‘춘곤증’ 원인과 예방

    봄이 오면 너나없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전날 격렬한 운동이나 과중한 육체노동을 한 것도 아닌데 몸은 천근만근이고, 피로는 쉬 가시지 않는다. 바로 봄의 복병 ‘춘곤증’ 때문이다. 학생이나 직장인이라면 봄철 집중력이 떨어져 괴로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최재경 교수를 만나 춘곤증의 실체를 짚고 이를 이겨내는 방안을 들어봤다. ●봄철이 되면 심한 춘곤증을 호소하는 직장인과 학생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춘곤증도 병으로 봐야 하나? 춘곤증을 하나의 질환으로 규정하는 데는 논란이 있다. 춘곤증은 의학교과서에도 정의되어 있지 않은 증후군일 뿐이다. 의학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는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봄만 되면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가 많지만 아직 이 증상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된 사례는 없다. 다만 학생이 학교를 못 간다든지 직장인이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심해지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 ●만성피로증후군과 춘곤증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차이가 있나? 춘곤증은 만성피로증후군에 포함되는 개념이지만 약간의 차이는 존재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은 피로감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일상활동에 현격한 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통증·우울감·불안감·소화기능장애 등의 증상이 같이 나타나기도 한다. 반면 춘곤증은 기능의 저하가 장기간 지속되지 않고 드문드문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일부 식욕부진과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체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 외에는 특이적인 부분이 별로 없다. ●우리 몸에 춘곤증이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인가. 왜 유독 봄에 춘곤증이 나타나나? 봄이라는 계절의 특징을 통해 일부 원인을 추정해볼 수 있다. 봄이 되면 일교차가 심해지고 겨울에 비해 활동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몸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환경의 변화로 몸에 스트레스가 생기고 자율신경계에 기능장애가 나타나기 쉽다. 이런 상태가 되면 몸이 쉬 피로해지고 무력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계절의 변화에 생체리듬이 즉각적으로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이 증상은 보통 2월 중순부터 4월까지 나타난다. ●어떤 사람에게 춘곤증이 잘 나타나는가. 일반적으로 수면이 부족하거나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나타나기 쉽다. 봄에 활동량이 늘어나면 단백질이나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늘어나고 비타민 소모량도 급격히 증가한다. 겨울에 규칙적인 식사로 영양을 충분하게 섭취하지 못한 사람이나 인스턴트 식품을 즐기는 사람은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춘곤증에 시달릴 위험이 높아진다. 이밖에 운동을 하지 않거나 외부환경 변화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 과음하는 사람, 빈혈 환자 등이 춘곤증에 시달릴 위험이 높다. ●춘곤증을 판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의학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을 듣고 다소 주관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일단 춘곤증으로 피로감이 심해지면 멍한 느낌이 많이 들고 집중력이 떨어져 일의 능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낮잠을 많이 자게 되고 밤에 잠을 못 자는 경향도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식사를 할 때 소화불량이 나타나거나 설사, 변비가 반복되기도 한다. ●봄나물, 보양식 등 춘곤증에 좋다는 식품이 많이 알려져 있다. 이런 음식이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보나? 봄나물은 일반적으로 미네랄과 필수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주로 지방, 탄수화물 위주의 불균형적인 식사나 과식이 춘곤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봄나물로 균형을 잡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보양식은 특별히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는 않지만 단백질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탄수화물의 소화에 이로운 ‘비타민 B1’은 춘곤증 증상 완화에 효과를 발휘한다. 현미·율무·통보리 등 도정하지 않은 곡식류와 돼지고기, 닭간, 말린 버섯, 호두·잣 등의 견과류, 콩 등의 식품에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C’도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C는 봄나물과 신선한 과일 등에 많이 들어 있다. 특히 쑥·원추리·취나물·도라지·두릅·더덕·달래·냉이·돌미나리·부추 등의 봄나물에는 입맛을 돋워주고 피로회복에 좋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다시마·미역·톳나물·파래·김 등의 해조류는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생선·두부 등의 음식은 단백질이 많아 균형 잡힌 식단을 꾸리는 데 안성맞춤이다. ●잘못된 수면습관은 춘곤증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일단 낮에 잠을 많이 자면 전체적인 생체리듬과 수면리듬이 깨져 바람직하지 않다. 봄에는 낮잠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데 낮에 많이 자면 밤에 잠이 오지 않고 다시 다음날 낮에 잠을 많이 자게 돼 춘곤증이 악화된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할 때도 춘곤증이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코골이 등 주요 수면장애 요인들은 모두 춘곤증과 연관돼 있다.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잠에 들기 전 따뜻한 차나 우유를 마시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고 춘곤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춘곤증 예방법과 증상 완화 방법을 설명해 달라.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주면 춘곤증을 예방하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일주일에 최소 3회 이상, 운동할 때마다 30분 정도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칭은 매일 하고 적어도 하루에 10분 이상 해야 한다. 한번에 많은 양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기력이 탈진돼 피로감이 높아질 수 있다. 평소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피로감이 심해지면 잠시 하던 일을 중단하고 건물 외부로 나가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발코니같이 외부와 맞닿는 공간에서 1, 2분간 바람을 쐬면 증상이 완화된다.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도 중간중간에 시간을 정해서 1시간에 5분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화장실을 가든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몸 전체를 주기적으로 움직여 줘야 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만나고 싶었습니다] 원로시인 김남조

    [만나고 싶었습니다] 원로시인 김남조

    ‘말 없음의 시’라고 할까. 침묵 너머의 소리를 전하는 ‘깨달음의 시’라고 해야 할까. 한국 여성 시단의 최고 원로인 김남조(82)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묵시(默詩)’라는 화두를 던졌다. “세월 깊어져 지금은 침묵이 더 좋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할 말들이 그치진 아니합니다.” 60년 가까이 시업(詩業)을 이어온 이 노성한 시인에게 아직도 시로써 할 말이 남아 있는 것일까. 이제 시인은 하고 싶은 말들을 침묵, 아니 그 이상의 언어로 전하려 한다. 서울 효창동 비탈의 하얀 단독. 창밖 백목련 그림자가 우련히 비쳐 드는 2층 응접실에서 만난 시인은 예의 단아한 모습 그대로였다. 1953년 첫 시집 ‘목숨’ 이후 지금까지 열여섯 권의 시집을 내며 불굴의 시혼(詩魂)을 살라온 천생 시인. 얼마 전에는 한지에 요즘 보기 드문 납활자를 사용한 수제 시선집 ‘오늘 그리고 내일의 노래’를 펴내기도 했다. “시는 땀과 눈물의 수제품”이라고 믿는 그이기에 이처럼 공력이 든 활판시집이 더없이 맞춤해 보인다. 시집에는 그동안 써온 1000여편의 시 중에서 가려 뽑은 100편의 작품이 실렸다. “무릇 좋은 시란 영혼성이 깃들어 있는 시, 예언적인 시라고 생각해요. 시의 하늘은 종국에는 그런 데까지 이어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는 최근 젊은 시를 호명하는 용어로 굳어진 ‘미래파’ 시에 대해서는 사뭇 마뜩잖은 표정이다. “‘형의 두개골을 파먹고… ’ 이런 식으로 나아가는 게 이른바 미래파라는 건데, 요즘 시가 점점 기괴한 쪽으로 흘러가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불온한 서정의 섬뜩한 시가 아닌 순연한 정조(情調)의 따뜻한 시를 지켜 나가자는 것이다. 김 시인에게 시는 영혼 혹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그 영혼이란 육체와 따로 노는 영혼이 아니다. 늘 육체와 함께하는 영혼, 육체를 입은 영혼이다. 그렇기에 그의 시는 사변적일지언정 공허하지 않다. 좀처럼 관념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삶에 대한 유정함, 종교적인 경건함, 만유에 대한 감사, 세상과의 화해·용서의 마음”이 생생한 시어로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참담한 영혼의 고통을 맛본 사람만이 감당할 수 있는 절대 긍정의 세계다. ●자신의 시대 업신여기는 건 모순 시인은 혹독한 일제 강점기를 거쳤고 한국전쟁의 참화도 몸소 겪었다. 처녀 시집 ‘목숨’은 그 전쟁의 와중에 탄생했다. 표제시 ‘목숨’에는 시인의 고단했던 삶의 한 자락이 그대로 녹아 있다. “아직 목숨을 목숨이라고 할 수 있는가/꼭 눈을 뽑힌 것처럼 불쌍한/산과 가축과 신작로와 정든 장독까지//(중략)반만 년 유구한 세월에/가슴 틀어박고/매아미처럼 목태우다 태우다 끝내 헛되이 숨져간/이 모두 하늘이 낸 선천의 벌족(罰族)이더라도/돌멩이처럼 어느 산야에고 굴러/그래도 죽지만 않는/목숨이 갖고 싶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시름겨운 시산혈해(屍山血海)의 참혹한 상황, 시인은 오죽하면 ‘벌족’이라는 말을 썼을까. “지금 우리 삶이 힘들지만 식민지 시절보다 슬프고 6·25때보다 더 가혹하겠어요.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시대를 업신여기는 건 의미 없는 일입니다. 자기부정이에요. 인생의 수틀에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색상과 잘못 기워진 자국도 남지만 그것까지 포함해 산다는 건 그 자체가 축복입니다. 긍정의 눈으로 세상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진보니 보수니 좌(左)니 우(右)니 하며 분열을 앓고 있다. 상생의 길은 없을까. “어린 아이들이 빨갛고 파란 예쁜 자동차를 보면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돌을 던지게 만드는 세상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문학 쪽도 마찬가지예요. 이수익·신달자 같은 괜찮은 시인도 성향이 어떠어떠하다고 한국 대표시인 목록에서 빼고 그랬지요. 편 가르고 증오하는 마음의 자리에 사랑이 들어서야 합니다.” 시인에게 사랑의 대상은 무궁하다. 사랑의 총량 또한 무한하다. “떫은 사랑일 땐/준 걸 자랑했으나/익은 사랑에선/눈멀어도 못다 갚을/송구함뿐이구나”(‘사랑초서’ 53)라는 시인의 시구처럼 더욱 넉넉한 사랑이 필요한 때다. 사회의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사랑 밖엔 길이 없음’을 설파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결코 무력하지 않다. 진리는 지극히 평범한 데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남(男) 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서 일까. 시인의 시에는 굳이 ‘페미니즘적’이랄 게 없다. 스스로도 페미니즘 운동엔 별 관심이 없다고 고백한다. 이 또한 사랑의 프리즘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가장 여성적인 여성은 인간적인 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남성적인 남성 역시 인간적인 남성이고요. 양쪽 모두 인간성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서로 싸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 아니겠어요. 여성이 여성이기에 받는 사랑의 몫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퍽이나 선명한 논리다. ●부권 상실 풍조에 아쉬움 시인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지적해온 부권(父權)상실 풍조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TV 드라마에서도 여걸형 가모장(家母長)이 뜨는 시대. 하지만 시인의 생각은 좀 달랐다. “부권의 역조현상이 점점 가속화하는 것 같아요. 아버지를 아버지의 자리에 앉혀 줘야 합니다. 뒷방에 내앉거나 머슴이나 문지기의 자리에 있어선 안 되지요. ‘기눌림’을 풀어줘야 해요. 남자에게는 큰 틀을 세우는 능력이 있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요즘 시류에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남 탓 하지 말고 각자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뜻의 원로의 충고로는 충분한 값을 지닌다. 우리 사회에 원로가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원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그들의 말을 들을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는 지금 헨리 키신저(86) 전 국무장관 등 7080세대 원로그룹이 정부 대외정책의 ‘선봉’에서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성격은 다르지만 최근 우리에게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원로회의가 생겼다. 김 시인은 공동 의장을 맡았다. 어떤 형태의 세속정치와도 절연된 삶을 살아왔기에 나라를 걱정하는 그의 말에서는 한층 진정성이 느껴진다. “38년간 대학에 있으면서 어떤 보직도 맡지 않았어요. 내 문학에 상처를 줄까봐서였지요. 지난 독재정권 시절엔 전국구 의원을 하라고 찾아온 이에게 ‘날 빼주면 평생 은인으로 삼겠다.’며 통사정해 돌려보낸 적도 있어요. 지금도 그때와 똑같은 심정입니다. 식민지 시절을 생각하면 나라가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인데, 정치도 국민 노릇도 너무 미숙하기만 하니….” ●감성에도 이성에도 치우치지 말라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시가 그의 후기작에 속하는 ‘좌우명’이다. “잎이 아닌 뿌리에서 더욱 봄답기를,/능금 익히듯 사람들 마음에 공들이고/충직한 농부에서 모범을 취하여라/백지를 능가하는 글을 쓰고/침묵보다 나은 말일 때 말하여라/살고 있는 이와 살다간 이를 동일하게 경애하며/다수의 복지를 섬기는 이에게/앞자리를 대접하고 아울러 그 줄에 서거라/감성에도 이성에도 치우치지 말며/행복에 앞서 가치를 생각해라…” 삶의 잠언, 나아가 우리 사회의 좌우명으로 삼아도 좋을 ‘국민교육헌장’ 같은 시다. 김 시인은 그의 애제자인 신달자 시인이 첫 시집을 냈을 때 ‘봉헌문자’라는 제목을 지어 줬다. ‘평생 문자를 받들며 살라.’는 뜻이다. 봉헌문자는 결국 그의 명제가 됐다. “시를 쓰는 건 살점을 뜯어내는 것과 같은 고통이지만 그 측은한 길동무와 언제까지 함께하리라.”고 지금도 다짐하고 있으니 말이다. 2007년 만해대상 수상 시집 ‘귀중한 오늘’ 출간 이후 80줄이 넘어 새로 쓴 시만 30여편. 60편쯤 모이면 내년에는 열일곱 번째 시집을 낼 계획이다. “문학은 내게 병이면서 치유”라고 말하는 노시인. 그의 바람은 시의 언어가 사회 구석구석 스며들어 미움으로 얼룩진 영혼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것이다. 사랑으로 하나 되는 세상을 위해 시인은 오늘도 변함없이 뜨거운 기도의 문을 연다. 글 김종면 편집위원 jmkim@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27년 대구 출생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졸업, 서강대 명예문학박사 ▲숙명여대 교수(1955∼93년), 한국시인협회·한국여성문학인회의 회장 역임 ▲예술원상, 영랑문학상, 만해대상 등 수상. 국민훈장 모란장·은관문화훈장 받음 ▲저서:‘목숨’ ‘나아드의 향유’ ‘정념의 기’ ‘풍림의 음악’ ‘바람 세례’ ‘마음 안의 마음’ 등 16권의 시집과 ‘잠시 그리고 영원히’ ‘먼 데서 오는 새벽’ 등 12권의 수필집 등 다수 ▲현재 숙명여대 명예교수, 예술원 회원, 국민원로회의 공동의장
  • “애인 잃은 상심, 심장병 유발한다”

    “애인 잃은 상심, 심장병 유발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아픈 마음이 육체적인 건강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브라운 대학교와 미리엄 병원이 발표한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적 고통을 수반하는 정신적 손실이 심장마비와 같은 육체적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이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4년여 간 호흡곤란과 심장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7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3분의 2가 병을 앓기 전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등 심각한 정신적 충격 등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간의 의견 불일치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이 같은 증상은 ‘상심 증후군’(Broken heart Symdrom)이라 불리며 심할 경우 심장 발작이나 교통 사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아드레날린 등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분비 되면서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리차드 레그넌트(Richard Regnante)박사는 “일반적으로 심장발작이 겨울에 많이 발생하는 것과는 달리, 심적 고통으로 인한 이 같은 현상은 봄과 여름에 더 많이 나타난다.”면서 “계절에 따라 다른 원인에 대해서는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 같은 심장발작은 일반 심장병과는 다르기 때문에 곧 회복될 수 있다는 의견과 그 반대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미국심장저널(America journal of cardiology)에 실려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거친 파울에 뿔난 ‘드리블러’ 호날두ㆍ리베리

    거친 파울에 뿔난 ‘드리블러’ 호날두ㆍ리베리

    축구 선수에게 있어 거친 태클은 매우 위험한 반칙이다. 잘못할 경우 발에 큰 부상을 입어 선수 생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축구 황제’ 호나우두 역시 현역 시절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 속에 많은 파울을 당했고, 그 후유증으로 인해 오랜 기간 재활에 매진해야만 했다. 현역 최고의 ‘드리블러’ 중 한명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올 시즌 상대 수비수들의 거친 태클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 축구 선수로서 차지할 수 있는 모든 상을 휩쓸며 세계 최고 자리에 올라선 호날두는 상대의 노골적인 파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호날두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태클을 받은 선수 중 한명이다. 측면 수비수들은 호날두를 막기 위해 거친 태클을 서슴지 않았고 그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육체적 접촉을 시도했다. 그로인해 호날두의 짜증 지수는 늘어만 갔고 상대 수비수를 걷어차는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호날두는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 반칙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반칙을 당한 뒤 스스로를 컨트롤 하려하지만 이 또한 많은 인내심을 요구한다.”며 거친 파울이 자신의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주장했다. 확실히 호날두에 대한 상대팀들의 집중견제는 올 시즌 그의 득점력을 감소시키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호날두 본인 스스로 “나를 막기 위해 가해지는 반칙들을 극복하는 것은 나에겐 새로운 도전”이라고 밝힐 정도로 끊임없는 반칙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의 ‘페라리베리’ 프랑크 리베리 역시 상대팀들의 거친 파울에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최우수 선수에 뽑히는 등 독일 최고의 선수로 거듭난 리베리는 올 시즌 호날두와 마찬가지로 다른 팀들의 집중 견제 시달리고 있다. 상대 팀들은 리베리를 막기 위해 거친 태클은 물론 고의성 짙은 파울을 범하고 있다. 그로인해 리베리는 경기 당 10개에 가까운 파울을 당하고 있으며 지난 시즌과 비교해 잦은 부상에 괴로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리베리는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 시즌 너무 자주 거친 파울을 당하고 있다. 때문에 경기 중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며 고의적인 반칙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또한 “심판들은 좀 더 신중하게 경기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심판이 선수를 보호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도 리베리와 비슷한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호날두는 프리미어리그 심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심판들의 공정한 판단이 요구된다.”며 심판이 선수 보호에 적극 나설 것을 주장했다. 상대 팀들의 집중견제와 거친 파울 속에 호날두와 리베리가 지금의 난관을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soccerview.ahn@gmail.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도발적?…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 느껴보세요

    도발적?…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 느껴보세요

    ‘며칠 전 아랫집에 사는 농부 손씨를 작업실로 모셔와 누드 모델을 세웠다. (중략) 가을비가 지척이는 날 드디어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 (중략) 웃옷을 벗는 순간 옷 속에서 드러난 어깨와 등판은 견고하고 당당하였다. 관찰자로서의 눈에 비친 칠순 농부의 육체는 가혹하고 변덕 많은 대지의 담금질에 생애를 바쳐 맞선 전사로서의 숭고함과 연륜의 권위가 아우러져 아름다웠다.’-‘베드 카우치5’에 대한 2008년 10월12일 작가노트.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오는 5월5일까지 열리는 기획전시 ‘안창홍:시대의 초상’은 작가가 농부 손씨의 누드를 그리면서 받은 느낌을 관람자들에게 안겨주는 전시였다. 견고하고, 당당하고, 어떤 숭고함과 권위까지 느껴지는 그런 그림들이 걸려 있다. 그 느낌은 오른손에 붓을 들고 왼손으론 허리를 짚고 있는 안창홍 자신의 누드 자화상에서 극대화된다. 눈빛이 주먹을 불끈 쥔 듯 시퍼렇게 살아 있다. 경남 밀양이 고향인 안창홍(56)은 부산 동아고를 졸업한 뒤 부산과 서울 등에서 37년 동안 그림 그리기에만 전념해 온 중견 작가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그를 초대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부산 출신이라는 점으로 짐작되지만, 부산 인근의 관람객 입장에서만 보면 서울과 경기도 양평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중견 작가의 정신세계를 일별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안 작가가 2000년대 초반 이후 그린 대표작과 근작들 169점을 주제별로 나눠서 한꺼번에 보여준다. 어지간한 상업화랑의 공간에서는 한 작가의 작품을 이렇게까지 많이 보여줄 수가 없는 만큼 부산시립미술관이 큰맘 먹고 기획한 셈이다. 4m가 넘는 대형 그림인 ‘베드 카우치’ 연작을 비롯해 ‘가족사진’ 연작, ‘부서진 얼굴(Broken Face)’ 연작, ‘봄날은 간다’ 연작, 49인의 ‘명상’, ‘사이보그’ 연작, ‘자연사 박물관’ 연작, ‘헤어스타일 컬렉션’ 연작 등이 모두 등장했다. 베드 카우치 연작과 자연사 박물관 연작을 제외하면 대부분 흑백 사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그림이다. 그는 사진첩 한 구석에서 추억과 서정을 불러일으키는 30~40년 전 중고등학교 졸업식 사진이나 가족 사진들을 현재 시점으로 불러냈다. 흑백 사진들을 칼로 찢거나 훼손시킨 뒤 다시 붙이거나 확대하는 작업 등을 통해 인물을 과장하거나 재구성한다. 그 결과 사진을 찍을 당시의 개인사적 시공간과 사연, 추억은 사라지고 작가가 그려내고자 한 현재적 의미의 개인이 드러난다. 이를테면 졸업을 통해 인생을 축하하고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는 순진한 표정의 주인공들은 30년 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정치·경제·사회적 위기로 인생이 왜곡되고 희망이 굴절된 자신과 만나지 않겠나. 언뜻 보면 작품들은 퇴폐적이면서 도발적이고 공격적이다. 그것만 느끼면 작품의 표피만 본 것이다. ‘봄날은 간다’는 그의 작품 제목이 암시하듯 떠나보낸 것에 대한 아련하고 애잔한 절망들 사이에서, 작가가 그림 속에 숨겨놓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느껴보길 바란다. (051)744-2602. 부산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멘탈리스트 돌풍 한국에서도 불까

    미드(미국 드라마)에서 범죄 수사물의 인기는 좀처럼 식을 줄을 모른다. 지난주 닐슨미디어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08~2009시즌 미국 프라임타임 시청률 톱 20에 진입한 드라마(시트콤 포함)는 모두 11개. 이 가운데 수사물이 무려 8개다. 9시즌째를 소화하고 있는 ‘CSI’에서부터 4시즌째의 ‘크리미널 마인드’까지 대개 탄탄한 고정팬을 구축한 작품들이다.●CSI 위협하는 범죄수사물… 주간시청률 상위권그런데 새내기임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시리즈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 있다. ‘멘탈리스트’다. 범죄 수사물의 다양한 변주로 아성을 쌓고 있는 CBS가 지난해 9월부터 새로 선보이고 있다. CSI가 지난해 9월 이후 주간 평균 시청률 순위에서 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5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멘탈리스트는 NCIS(6위)에 이어 8위를 차지했다. ‘멘탈리스트’는 주간 시청률에서 이따금 드라마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멘탈리스트’가 새달 6일(매주 월·화 오후 8시) CJ미디어의 케이블채널 tvN을 통해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다. 호주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TV쇼 등에서 인기를 끈 사이킥(영매)이었으나 연쇄살인마 레드 존에게 가족이 참변을 당한 뒤 캘리포니아 경찰의 컨설턴트로 일하게 되는 패트릭 제인이 주인공이다. 레드 존과의 대결 구도는 각 에피소드 제목에 ‘레드’라는 단어가 계속 들어갈 정도로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큰 줄기다.●주인공 사이먼 베이커 인기 한몫호기심을 자극하는 과학수사 기법이나 화려한 액션은 없다. 다른 범죄 수사물에 견주면 이야기 전개가 화려하지 않고 소박할 정도다. 주인공은 꼼꼼한 관찰력과 직관,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 탁월한 통찰력 등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갑자기 엉뚱한 질문이나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고 반응을 살피기도 한다. 주인공의 심리전에 말린 범인들이 스스로 범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기도 한다. 제인은 원래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진짜’ 사이킥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시리즈를 기획한 브루노 헬러(‘로마’의 크리에이터)는 지난해 미국 미디어와 인터뷰에서 “셜록 홈스 같은 캐릭터와 사이킥이 사람을 돕는다는 설정을 섞어놓고 싶었던 게 단초였다.”고 설명했다.이 드라마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데는 주인공을 맡고 있는 배우 사이먼 베이커의 몫이 크다. 헬러는 “캐리 그랜트처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기품이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면서 “베이커는 기술적이라기보다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끄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말했다. 매력적인 미소가 돋보이며 어찌보면 능글맞거나 장난꾸러기이고, 때로는 옛 기억에 사로잡혀 아파하는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 베이커는 영화 ‘LA컨피덴셜’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으로 국내에도 얼굴을 알린 호주 출신 배우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두려움 있지만 늘 새로운 시도 즐겨요”

    “두려움 있지만 늘 새로운 시도 즐겨요”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내 안에 있는 것을 드러내는 걸 즐기는 편입니다. 나를 영화배우만으로, 또는 무용수로만 보지 말아주세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내 몸이 어디까지 움직일지, 한계는 어디인지 두려움이 있지만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할겁니다.” ●아크람 칸의 무용작품 무대 올리려 내한 첫 방한한 프랑스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45)는 18일 서울 강남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 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공부를 했고,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한국에 팬이 많다는 얘기를 오래전에 들었는데 잊고있었다가 공항에 들어서면서 실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노슈의 방한은 혁신적인 안무가로 평가받는 아크람 칸(35)의 무용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것. 비노슈와 칸은 19~21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인-아이(in-i·내 안에서)’에서 남녀의 사랑에 대한 내면과 감정 변화를 이야기한다. 그는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 ‘세가지 색-블루’, ‘데미지’, ‘잉글리시 페이션트’ 등에 출연하며 대륙을 넘나드는 연기를 펼친 영화배우. 2006년 영국 런던에서 칸의 ‘0도(Zero Degree)’를 본 뒤 그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맞닥뜨린 것이 무용계에 데뷔하는 계기가 됐다. 매일 연습을 하는 전문 무용수도 어려움을 느끼는 나이에 작업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기도 했다. 공연시간은 무려 70분이다. “처음에는 칸에게 ‘이 동작을 어떻게 다 기억하느냐.’고 물었다.”며 농담을 던진 비노슈는 “물론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다른 언어와 다른 생각을 갖는 두 사람이 이를 극복해내는 작업이 재미있고, 살아 있다는 행복감이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칸은 “비노슈 안에서 무용가적 자질을 끌어내려고 했다면 많은 시간이 걸렸겠지만 그 안에서 춤을 이끌어내고자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춤을 잘 모르는 ‘비노슈’라는 하얀 캔버스 안에 많은 색깔이 채워지는 것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인-아이’는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감정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 비노슈와 칸은 단순하게 디자인된 무대에서, 뛰고 부딪치고 입을 맞추며 인도신화에 나오는 9가지 사랑의 감정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비노슈는 “만남과 이별, 갈등, 질투, 욕망 같은 남여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지만 넓게 보면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라고 소개했다. ●‘인-아이’ 지난해 런던서 초연 ‘인-아이’는 지난해 9월 런던 내셔널시어터에서 초연됐고, 이후 이탈리아·프랑스·캐나다·아랍에미리트 등을 거쳐 3월부터 아시아로 무대를 옮겼다. 홍콩, 일본 도쿄에 이어 한국 공연을 가진 뒤 중국 상하이(27~28일)와 베이징(4월3~5일), 미국 뉴욕(9월16~26일)에서 공연한다. 한편 비노슈는 이날 오후 서울 동숭동 예술영화전용관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린 ‘여름의 조각들’(26일 개봉)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무대인사를 했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이 영화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유산을 통해 소중하지만 영원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의미를 깨달아가는 세 남매를 그린 작품. 비노슈는 자유로운 성격의 소유자이며 뉴욕에서 크게 성공한 디자이너인 둘째 아드리엔 역할을 맡았다. 최여경 강아연기자 kid@seoul.co.kr
  • [신경림 누항 나들이] 북한산과 한강, 그리고 4대강 정비

    [신경림 누항 나들이] 북한산과 한강, 그리고 4대강 정비

    북한산에 바른 이름을 찾아 주자는 움직임이 있다. 북한산은 일제가 침략해서 바꾼 이름이니까 본 이름인 삼각산으로 되돌려 놓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영·정조 시대 한시 4대가로 일컬어지던 이서구(李書九)의 시에 ‘북한산을 오르며’(遊北漢山中)가 있고, 같은 시대 역시 4대가로 불리던 실학자 이덕무(李德懋)의 글에도 “이틀 밤을 자고 다섯 끼니를 먹으면서 북한산에 있는 열한 곳의 사찰”을 다녔다는 ‘북한산 기행’이 있는 것을 보면, 이 주장이 반드시 옳은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조선조 개국공신 정도전은 ‘신도가(新都歌)’에서 “앞엔 한강수여 뒤엔 삼각산이여”라 했고, 병자호란 때 심양으로 끌려가던 김상헌도 포로가 되어 잡혀가는 회한을 “가노라 북한산아” 하지 않고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하고 노래했으니, 삼각산이 보편적인 명칭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산이라는 이름도 별칭으로 쓰였을 것임은 서울이 고구려 때는 북한산군으로 불렸다는 기록이 여러 곳에 남아 있는 것으로 미루어 알 수 있다. 내가 북한산 타령을 하는 것은 여러 군데서 우리나라 특히 서울에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보여 줄 것이 너무 없다는 소리를 들어서다. 관광도 세계화한 마당에 이집트나 로마 또는 이스탄불을 구경한 사람들에게 서울이 눈에 차겠느냐는 것이다. 동아시아로 좁혀 놓고 보아도 그렇단다. 베이징이나 교토를 다녀온 사람들에게 서울이 과연 그만큼 감동을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경제나 문화에서만이 아니고 관광에서도 우리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샌드위치가 되어 있다는 자조적인 말도 듣는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북한산을 관광명소로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북한산이야말로 그만 한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해서다. 케이블카를 놓는 둥 산을 요란하게 개발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산을 다치지 않고도 관광객에게 북한산을 알리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터다. 가령 산 아래로 도보나 자전거로 일주하면서 산을 즐길 수 있는 환도로를 만드는 것도 한 예가 된다. 나는 외국 친구들을 여러 번 북한산에 데리고 간 일이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서울과 어우러진 북한산이 세계의 어떠한 산보다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북한산 못지않게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한강이다. 여행을 많이 한 사람들이 파리의 센강이나 런던 템스강이 어디 한강을 따라오느냐고 장담하는 것은 흔히 듣는 소리다. 한편 한강은 관광자원으로서만 아니고 국민의 정신 및 육체 건강을 위한 수양과 휴식을 위한 터전으로서도 얼마든지 선용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안타깝게 도보나 자전거로 강을 따라 갈 수 있는 길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한동안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대운하 운운이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다가 이것이 4대강 정비로 귀결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이것이 대운하를 위한 꼼수가 아니라면 말이다. 물이 턱없이 부족하고 또 우기에는 홍수가 빈발하여 막대한 피해를 입는 현실에서 4대강 정비를 덮어놓고 반대한다는 것은 안 될 말이다. 다만 그 정비가 경제논리에 함몰되어 일률적으로 강바닥을 긁어내고 둑을 높이는 토목공사적 발상에만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정비에는 우선 강을 따라 걷거나 달릴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일이 포함되어, 강을 모든 국민이 진정으로 자기 것으로 가지면서 사랑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 친환경적 상상력에 바탕하여, 산소가 풍부한 여울과 소로 이루어진 계류와 상류, 물 흐름이 느리고 바닥에 자갈과 모래가 섞여 있는 중상류, 강폭이 넓고 물 흐름이 비교적 느린 중류 등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는 정비가 되어야 한다. 여울과 소, 자갈과 모래가 많은 곳, 물 흐름이 느린 곳에 사는 고기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당장 몇 만의 일자리도 중요하고 강과 산 정비도 꼭 필요하지만, 문화적 상상력이 결여되면서 강만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까봐 걱정이다. 시인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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