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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세아 ‘바디아트’로 출산 전 몸매 회복

    김세아 ‘바디아트’로 출산 전 몸매 회복

    지난 2월 출산한 탤런트 김세아가 ‘바디 아트’로 되찾은 명품 몸매를 공개했다. 김세아는 작년 말 톱모델 제시카 고메즈가 비디오로 출시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인 ‘바디아트’ 마니아임을 자처하며 최근 결혼 전 만큼 완벽한 S라인을 화보를 통해 과시했다. 요가, 필라테스 등을 결합한 운동 ‘바디아트’로 출산 전 몸매를 되찾은 김세아는 “출산으로 불어난 몸매를 차근차근 예쁘게 다듬어주며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아준 고마운 운동법”이라고 말했다. ‘바디아트’는 요가, 필라테스, 스트레칭 등의 장점만 모은 운동으로, 누구나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동작으로 재구성된 ‘유럽형 피트니스’ 프로그램이다. 체중감량은 물론 몸의 실루엣을 살려주는 운동으로 유명하며 육체 건강과 더불어 정신 건강까지 다스릴 수 있어, 이미 유럽에선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바디아트’ 관계자는 “연예인 최초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보유, 필라테스 전문가로서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김세아가 ‘바디아트’의 매력에 빠져 자격증 도전까지 나섰을 만큼 그 신뢰도가 높다”고 전했다. 사진 = 와이트리 미디어 서울신문NTN 오영경 기자 oh@seoulntn.com
  • [위키리크스 폭로 파문] 발칵 뒤집힌 지구촌

    위키리크스가 미국 외교전문을 대거 공개하면서 각국의 외교갈등이 표면화되고, 당사자들이 해명에 진땀을 빼는 등 지구촌이 발칵 뒤집혔다. 러시아와 아랍권 등 일부 국가들은 30일 자국 정상 등 주요 인물들에 대한 미국 측의 평가와 폄하에 대해 공개 비난을 자제하면서도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 외교 전문에는 러시아를 ‘마피아 국가’로 평가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범죄 집단의) 두목’,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우유부단한 정치인’으로 묘사하는 부정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총리 공보실장은 “우선 문서 원본을 보고 단어나 표현의 번역이 정확한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어느 위치에 있는 외교관이 그런 평가를 했는지 또 어떤 문서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만 언급했다. ●伊총리 “광란의 파티 뭔지도 모른다” 외교 전문에 ‘광란의 파티’에 여러 번 참석했다고 거론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나는 소위 말하는 ‘광란의 파티’에 가지 않으며, 그게 뭔지조차도 모른다.”며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건을 “3류, 4류 수준의 저질 폭로”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나는 한달에 한번 정도 내 집에서 만찬을 열고, 만찬에서는 모든 게 합당하고 엄숙하며 고상한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또 폭로 문건에서 자신이 육체적으로 허약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유별나게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언급된 데 대해 “이탈리아의 국가적 이미지를 손상시켰다.”고 비난했다. 중도우파 정당을 이끌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위키리크스의 문건이 가디언, 엘 파이스, 르 몽드, 슈피겔, 뉴욕타임스 등 ‘좌파 매체들’에 게재됐다며 이를 문제 삼기도 했다. ●파라과이 美대사 전격 소환 엑토르 라코냐타 파라과이 외무장관은 미 외교관들이 2008년 파라과이 대선 후보들의 생체정보 등 개인 신상을 수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전문 내용에 대해 “만일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내정간섭”이라고 지적하며 미국 정부의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 파라과이 외무부는 수도인 아순시온에 주재하는 미국 대사를 소환했다. 닐다 코파 볼리비아 법무장관도 “외교전문 가운데 미 마약단속국(DEA)과 국제개발처(USAID), 일부 민간단체가 간첩 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미국 첩보활동 관련) 정보가 더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미 정부를 고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潘총장 ‘침묵’… 내부선 불만 표출 미국 정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 고위직들에 대한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왔다는 폭로에 대해 유엔은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반 총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등을 통해 외교 전문이 공개된 28일 오후 이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그러나 유엔 내부에서는 반 총장과 주변 인사들의 통신정보는 물론, 생체정보까지 수집하도록 지시한 미국 정부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앤드루 왕자도 곤경에 빠졌다. 앤드루 왕자는 2008년 영국 통상대표 자격으로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국 부패방지국(SFO)의 활동을 ‘백치’로 평가하고 뇌물수수 보도를 하는 기자들을 ‘어떤 일에나 간섭하는 이들’로 헐뜯어 구설수에 올랐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한·미, 北 붕괴시 경제 유인책으로 중국 무마”

    “한·미, 北 붕괴시 경제 유인책으로 중국 무마”

    길이가 손가락 마디 하나만 한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담긴 1.6기가바이트짜리 텍스트파일 문서들이 하루아침에 전세계 외교가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다. 내부고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28일(현지시간) 지난 3년 동안 미국 국무부가 전세계 270개 해외공관과 주고받은 외교전문 25만 1287건을 공개했다. 위키리크스로부터 자료를 미리 넘겨받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영국 일간 가디언, 독일 시간주간 슈피겔 등은 각자 전문가들까지 동원해 몇 개월에 걸쳐 문서들을 분석한 뒤 이날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위키리크스를 강력히 비난하면서도 폭로 내용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서 25만여건 가운데에는 북한이 이란에 미사일 기술을 수출했던 내용을 비롯해 한국과 미국이 북한 정권 붕괴를 가정한 향후 대응책을 논의한 내용 등 민감한 사안들이 대량으로 담겨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위키리크스 문서 가운데 한반도와 관련된 내용은 서울주재 대사관에서 보내진 123건을 포함해 모두 5400여건에 이른다. 가디언은 더 상세한 북한 관련 내용을 29일(현지시간) 추가 보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폭로 문건 가운데에는 한·미 당국자들이 지난 3년 동안 북한이 경제나 권력승계 문제 등으로 붕괴할 경우를 상정한 협의를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주한 미국대사관은 지난 2월 미 정부에 보낸 문건에서 ‘통일한국’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한국 정부가 중국에 ‘경제적 유인책’(commercial inducements)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는 이 문건에서 한국 관리들이 미국과 우호적 동맹관계가 예상되는 통일한국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런 방안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고했다. 문건에 따르면 중국은 오랫동안 북한이 붕괴할 경우 수백만명에 이르는 북한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올 것과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을 우려해 왔지만 한국 정부는 ‘경제적 유인책’ 제안이 그런 염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적 유인책의 구체적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거래와 관련한 내용도 눈길을 끈다. 미 국무부는 지난 2007년 중국 주재 미국 대사관에 전달한 기밀 외교전문에서 베이징을 경유해 이란으로 갈 예정인 북한 미사일 부품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며 중국 정부에 이를 차단해 줄 것을 촉구하라고 지시했다. 북한 미사일 부품을 실은 항공기가 베이징 공항을 떠나 이란으로 향하는 예정 시각은 미 국무부가 전문을 보낸 11월 3일 바로 다음 날이어서 당시 미국이 얼마나 긴박하게 움직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외교전문에는 ‘긴급조치 요구’라는 별도 지시사항이 담겨 있으며,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무장관 명의로 이란이 핵폭탄을 제조하는 데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미사일 부품 이전을 막아 달라는 요청을 담고 있다. 이 전문에 따르면 그해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이 문제를 직접 논의했다. 그러나 이 외교전문에 대해 당시 중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알려 주는 문서는 이번 위키리크스 폭로 문건에 들어 있지 않았다. 미국 외교관들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무기력한 늙은이’로 비하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몇 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육체적·심리적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2차 핵 실험에 따른 유엔의 제재를 앞둔 지난해 7월 31일 세계 각국에 주재하고 있는 자국 외교관들에게 외교전문을 보내 북한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특히 유엔개발계획(UNDP) 관계자들과 북한 외교관들에 대한 상세한 인적 정보도 수집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4)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4)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누구나가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그 행복을 위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우며, 그 계획에 맞춰 자신을 갈고 닦는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꿈도 그 꿈을 보아줄 누군가가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은 독자를 필요로 하기 마련이고, 영화를 찍는 사람은 관객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혼자 떠나는 여행조차 새로운 공간에서의 새로운 만남을 꿈꾸며, 설령 새로운 만남을 바라진 않더라도 결국은 그 여행담을 들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가. 혼자 떠나는 여행의 소중함을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여행자의 역설. 그것은 바로 인간이란 존재가 갖고 있는 인간적 한계의 증거다. ●행복의 조건 하지만 안타깝게도 누군가와의 만남이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진 못한다. 나와 너의 만남이 ‘우리’라는 이름을 갖게 될 때 우리 사이에는 치열하다 못해 처절한 싸움이 시작된다. 나의 행복을 위해선 반드시 너라는 존재가 필요하지만 ‘우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나의 행복만을 고집할 수가 없다. 난감한 일이다. 너를 떠나보내자니 홀로 되어 버린 내가 행복해질리 만무하고, ‘우리’라는 이름으로 너와 함께 있자니 나의 존재가 점점 사라져 버리는 것만 같다. 행복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올더스 헉슬리는 바로 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 존재의 질문을 ‘멋진 신세계’를 통해 다시 한 번 살펴본다.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철저하게 ‘우리’에게 맞춰져 있는 세계다. 세계 국가로 통칭되는 이 세계의 모토는 ‘공동사회, 동일성, 안정’이다. 이 모토에 위반하는 모든 요소들은 철저히 통제된다. 사회의 안정을 위해 ‘멋진 신세계’에서는 유전자 조작에 의한 계급 구분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알파, 델타, 감마, 입실론이라는 계급으로 나뉘어져 태어난 인간들은 신생아 때부터 무의식적 세뇌를 받음으로써 제 계급에 대한 불만을 모두 제거 당하게 된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사회에 대한 개인의 불만은 하나의 이기적인 질병으로, 그리고 유전자 생산과정의 불량품으로 판정되어 약을 처방받거나 멋진 신세계에서 추방 당한다. 개인의 자유라고는 전혀 인정되지 않는 완전한 디스토피아. 하지만 멋진 신세계의 통치자 무스타파 몬드는 이 모든 통제가 결국 ‘우리’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멋진 신세계’ 안에서는 어느 누구도 절대 불행하지 않다고 단정 짓는다. ‘멋진 신세계’, 그 안에서는 과학의 발달로 노화를 방지할 수도 있으며, 그로 인해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 필요한 것은 언제든 국가에서 제공받을 수 있으며, 섹스마저도 자유롭다. 그러니 사랑이나 고독, 슬픔, 복수 따위로 골머리를 썩일 일도 없다. 한 사람의 욕망이 다른 한 사람을 집착하지 않는, 그래서 누구도 외롭지 않은 ‘우리’의 세계. 그는 바로 이런 세계야말로 인간들이 진정으로 꿈꾸는 유토피아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개개인의 자유로운 욕망이란 누군가를 상처내고 죽이는 잔인한 이빨일 뿐이다. 그는 이 세계의 어느 누구도 불행해지는 것을 보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설령 ‘멋진 신세계’의 통제방식에 문제가 있다 한들, 이런 그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과연 이 세상 어느 누가 서로에게 상처 받거나 상처 주면서 살길 바라겠는가. 무스타파 몬드의 ‘멋진 신세계’는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을지언정 그의 꿈은 유토피아를 향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에 결코 만족할 수가 없다. 그것은 인간이 가진 이기심과 어리석음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 감정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면 사랑도 행복도 무의미하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기 위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끗이 거세한 채 육체만을 서로 공유하는 행위는 결국, 나 홀로 떨어져 외로움에 고통 받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서로가 서로에게 행하는 복종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멋진 신세계’의 통치자 무스타파 몬드의 말에 맞서 ‘멋진 신세계’의 이방인인 새비지와 ‘멋진 신세계’의 ‘불량품’들은 무엇이든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한다. ‘늙어서 추해지고 무능하게 되는 권리는 말할 것도 없고, 매독과 암에 걸릴 권리를, 기아의 권리를, 더러워질 권리를,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에 대해서 끊임없이 걱정할 권리를,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를, 말할 수 없는 온갖 고통에 시달릴 권리를.’ 도대체가 말도 안 돼 보이는 이러한 권리. 하지만 이는 ‘누군가를 위해!’ 라는 망상으로 빚어진 독재에 대한 저항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애초부터 ‘우리’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존재들은 절대 진정한 의미의 ‘우리’를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안에는 ‘나’와 ‘너’라는 존재가 없기 때문에. 그렇기에 이방인 새비지와 불량품들은 자신이 불행해질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의 자유를 그토록 갈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토록 갈망하는 진정한 ‘우리’를 위해선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저 홀로 견뎌내어야 하는지. ‘나’의 자유를 당당히 주장하던 이방인 새비지조차도 결국은 홀로 있음, 그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고 만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나 홀로 고립된 세계, 이 또한 디스토피아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겁내지 마라, 고립은 없다 인간의 삶 속에서는 ‘우리’를 향한 나와 너의 싸움이 멈추지 않는다. 멈출 방법도 없다. 그 끝나지 않는 지독한 싸움에 지친 자들이 이 세상을 등지기도 한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인간은 고독하다고 느낄 때조차 그 누구도 혼자일 수 없다. 내가 고독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반드시 ‘너’라는 존재를 상정하고 있어야 하니까. 내가 고독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우리’라는 싸움을 계속 진행시키고 있다는 걸 의미하고, 나는 여전히 너와 함께인 것이다. 만약 그 고독이 ‘너’를 상정하지 않은 고독이라면 더욱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거기엔 ‘나’라는 존재 자체가 없을 테니까. 어처구니없지만 그 순간 ‘나’는 저 어딘가에서 아무렇지 않게 삶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나조차 없는 곳에 고독이 어떻게 숨어든단 말인가. 그러니 나와 너의 싸움에 고통받을까봐 겁내지 마라, 고립은 없다. 부디, 우리의 싸움에 지치지 마시길. 영상글밭 사하 이종영
  • [굿모닝 닥터] 난적 건선

    피부 질환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큰 적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그만큼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다. 특히 건선은 환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걱정과 괴로움을 끼치는 난적이다. 건선은 피부에 붉은 색의 쌀알 같은 구진과 반점들이 생기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병변 부위에 은백색의 비듬이 쌓인다. 여기에다 볼록한 붉은 반점이 점점 넓게 퍼지면서 딱지가 생기는 피부질환이다. 주로 팔꿈치 등 마찰 부위나 얼굴·머리 등에 잘 생기며 대개 대칭으로 나타난다. 표면의 하얀 각질을 제거하면 피가 나는 특징이 있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치료도 어렵다. 주로 유전적 요인과 면역학적 요인, 각질 형성 세포의 이상 등이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건조한 날씨와 스트레스, 피부 자극, 과도한 음주와 흡연 등은 건선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이런 건선을 예방·완화시키려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고, 피부 자극을 최소화해야 한다. 잦은 목욕이나 뜨거운 물, 지나친 비누 사용은 피부를 건조하게 해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목욕할 때 무리한 각질 제거도 금물. 여기에다 정신적 스트레스나 지나친 음주, 흡연 등으로도 건선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증상이 심하면 먹거나 바르는 약이 필요하며, 엑시머 레이저 같은 전문 레이저 시술을 통해서도 치료가 가능하다. 엑시머 레이저는 기존 자외선 치료보다 몇 배 강한 레이저 광선을 건선 부위에 집중적으로 쏴 2~3회의 치료만으로도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필요한 부위만 선택적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약물 치료에 불만인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간혹 건선을 치료한다며 스테로이드 연고제로 자가 치료를 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피부 위축, 혈관 확장 등의 부작용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건선을 치료할 때 피부과 전문의를 찾으라고 권하는 건 이 때문이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
  • 사랑 나눈 미혼남녀 태형100대 ‘ 처참몰골’

    아랍에미리트에 사는 미혼 남녀가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이슬람 법정으로부터 각각 태형 100대를 선고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여성 보다 먼저 처벌을 받은 남성이 온몸이 발갛게 부어오르고 멍이 든 사진을 공개하자, 인권을 무시한 지나친 법집행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은 “아랍에미리트의 한 가정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필리핀 여성이 남자친구인 방글라데시 남성과 성관계를 갖다가 그녀의 집 주인에게 발각돼 최근 두바이 근교 샤르자 법정에 섰다.”고 전했다. 이슬람 교인인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며 성관계도 맺었다.”고 인정하자, 법원은 기혼자의 성행위는 물론 미혼남녀의 육체적 관계까지 간통으로 규정하는 이슬람법에 따라 각각 태형 100대를 선고했다. 먼저 처벌을 받은 방글라데시 남성은 법집행 뒤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목부터 발목까지 벌겋게 부어오르고 곳곳에 멍이든 참혹한 뒷모습이었다. 이 사진은 남녀 간의 육체적 사랑을 무죄임을 떠나서 통념으로 받아들이는 서구 사회에서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 남성은 간통 뿐 아니라, 여자 친구의 주인집에 무단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1년 징역살이를 하게 되며, 이후 추방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사건은 2008년 두바이에서 일어난 영국인 사업가가 추방된 사건을 떠올린다. 출장 차 두바이에 입국한 영국 남녀가 해변에서 성관계를 맺다가 경찰에 체포돼 강제추방당한 것. 당시 대부분 영국 언론매체들은 이슬람법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며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데일리메일은 “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해 서구 금융과 무역의 중심에 서려고 노력하는 아랍에미리트가 여전히 지나치게 엄격한 이슬람법 처벌원칙 적용 때문에 외국인들과 종종 갈등을 빚고 있다.”고 이 사안을 풀이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심장질환 증상과 최첨단 ‘스텐트 시술’

    심장질환 증상과 최첨단 ‘스텐트 시술’

    최근 심장혈관질환으로 갑작스레 목숨을 잃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EBS ‘명의’는 19일 오후 9시 50분 건강한 심장을 지켜내기 위해 심장 혈관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순환기내과 김효수 서울대 교수와 심장질환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심장이 건강하게 뛸 수 있는 것은 심장의 혈액공급소 관상동맥 때문이다. 관상동맥이 막히면 심장은 멈춘다.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장질환의 원인은 대부분 혈관이 막히는 동맥경화증에 있다. 동맥경화증은 혈관벽에 노폐물 등이 쌓여 혈관이 서서히 좁아지는 증상으로, 이로 인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협심증으로 발전하고 심하면 급성심근경색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증세가 나타났을 경우 최대한 빨리 막힌 혈관을 뚫는 것이 관건이다. 심장질환 외과 수술은 전신 마취에 가슴 절개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런 그들에게 김효수 교수의 ‘스텐트 시술’은 마지막 희망이다. 스텐트 시술은 가슴을 열지 않고 의료용 특수 관이나 바늘을 이용해 막힌 혈관을 뚫어 주는 치료법.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혈관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집중력과 세심한 주의력을 요구하는 매우 어려운 시술이다. 하지만 심장질환 분야의 권위자인 김 교수는 단 한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았다. 이 분야에 대한 식견도 대단하지만 개인 관리도 철저하다. 정확하고 민첩한 시술을 요하는 만큼 평소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점심까지 거를 정도다. 김 교수가 세계적인 명의로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줄기세포치료 연구에 있다. 그가 가장 주력하는 연구분야는 한국형 ‘역분화만능줄기세포’. 자신의 피부세포에 배아줄기세포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식,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손상된 곳에 이식하면 해당 조직의 세포로 분화해 원래 기능을 복구해주는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이다. 그의 줄기세포치료는 연구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임상치료까지 진행,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심장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軍 장성 40여명 감축

    2014년까지 18개월(육군 기준)로 단축하려던 군 복무기간이 21개월로 조정될 전망이다. 또 2020년까지 현재 430여명의 장성은 390여명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위원장 이상우)는 17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국방개혁 과제 가운데 실현 가능한 69개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2020년까지 軍 구조개편 추진 논란이 돼 왔던 현역병 복무기간은 18개월에서 21개월로 다시 환원시키는 방안이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국방선진화위에서 군 복무기간을 애초 24개월로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국방부가 검토하고 있는 21개월로 조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430여명에 달하는 장군을 10%가량 줄여 390여명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도 확정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방개혁 2020에 따라 장병 수가 줄어들면서도 장군 수는 줄어들지 않아 비난을 받아왔다. 국방선진화위 관계자는 “장군 수를 줄이는 방안에 대한 합의가 있었으며 군 구조 개편과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군 수가 줄어드는 방안은 육·해·공군본부를 육·해·공군 총사령부 체제로 바꾸는 방안과 연계돼 추진될 예정이다. 참모총장을 총사령관으로 변경하면 현재 육군의 경우 4성(星) 장군 자리가 자연스레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합동군사령부를 창설하고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육·해·공군 총사령관으로 바꿔 각 군 작전사령부를 지휘토록 하는 과제가 포함됐다.”면서 “현재 합참의 역할도 합동군사령부가 대신하게 되지만 합참의장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사관학교 2학년까지 통합교육 이와 함께 육·해·공군의 합동성 강화를 위해 각군 사관학교의 교육체계도 바뀐다. 사관학교에 입학하는 생도들은 앞으로 2학년까지는 통합교육을 받게 된다. 대학의 학부제처럼 3학년부터 육·해·공군을 선택해 교육을 받는 방안이다. 6개월간 국방개혁 관련 전 분야를 검토한 국방선진화위는 10여개 부문의 69개 과제에 대한 개혁방안을 확정하고 조만간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국방부로 넘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수·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뉴욕·서울 변주되는 ‘아케이드 프로젝트’

    최근 몇년간 국내 학계에서 주목받았던 이슈 가운데 하나는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다. 베냐민은 19세기 세계의 중심이었던 파리를 관찰해 서구 근대의 핵심을 짚어내고자 했다. 근육질의 근면한 근대적 육체 노동자 대신, 길거리를 어슬렁대며 걸어다니는 만보자의 시선으로 아케이드를 관찰했다. 경쟁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한동안 번역서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이제 베냐민을 어느 정도 소화해냈다는 판단 때문일까. 베냐민의 이 프로젝트가 점차 확장되는 모양새다. 19세기 세계의 중심이 파리였다면, 20세기 자본주의의 심장이었던 미국의 뉴욕이나, 거대 도시 서울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작가 이와사부로 고소가 지은 ‘뉴욕열전’(김향수 옮김, 갈무리 펴냄)이 번역되어 나왔다. 이와사부로는 가라타니 고진의 저서를 영어권에 번역 소개한 인물로, 오랫동안 뉴욕에 머물렀던 경험을 바탕으로 뉴욕의 속살을 들춰 보인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소비지향적 뉴욕 말고 반항적이고 이교도적인 뉴욕을 소개한다. 9·11 이후 뉴욕이 변했고 그 이전에는 온갖 다양한 문화들이 숨쉬고 있었다는 얘기는 약간 식상한 감이 있다. 하지만 파리의 아케이드가 대대적인 도시계획 사업을 벌인 오스망 남작에게 빚지고 있듯, 현재의 뉴욕은 1930~1950년대에 대대적인 도심재개발사업을 추진했던 건축가 로버트 모제스 덕분이다. 찬반은 엇갈린다. 지금의 현대적인 뉴욕이 모제스 덕분이라는 칭찬도 있는 반면, 도심의 슬럼화 등 각종 부작용이 모제스 때문이라는 비판도 많다. 그런데 모제스가 생각한 재개발 사업은 그 이후 거대 도시 개발의 하나의 모델이 됐고, 이는 자연스레 우리의 서울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거대도시 개발로 내달린 서울의 현재 풍경은 어떠한가. 지난달 29일 한국사회학회와 한국문화사회학회 공동주관으로 이화여대에서 열렸던 학술대회는 이 질문을 던졌다. 휴대전화, 배달 문화, 카페 풍경, PC방·노래방·찜질방 등 각종 방 문화, 라면과 편의점 등 인스턴트 문화를 다뤘다. 질문에 대한 답은 뭘까.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거대도시개발이 남긴 것은 ‘단자화’(monad)된 외로운 개인들이다.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바쁘게 뛰어다니지만 직접 대면은 드문 사회, 24시간 배달 체인이 완벽하게 유지되는 덕에 바깥에 나갈 일이 줄어든 사회, 콩다방이나 별다방이니 하는 카페가 번성하지만 그 카페의 핵심은 함께 있는 듯 혼자 있는 것이 중요한 사회다. 도처에서 그저 소비만 할 뿐 안착할 곳을 찾기 힘들어하는 사회일 뿐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서울플러스] ‘겨울방학 영어캠프’ 참가자 모집

    종로구(구청장 김영종) 10일까지 ‘겨울방학 영어캠프’ 참가자를 모집한다. 이번 캠프는 12월 27일부터 내년 1월 21일까지 상명대 평생교육원에서 열리며, 모집 대상과 인원은 지역 초등학교 3~6학년생 106명이다. 구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아 오는 22일 전산 추첨을 거쳐 대상자를 선정한다. 구는 캠프비용 80만원 중 50~100%를 지원한다. 교육체육과 731-1684.
  • 용인시 ‘도민체전’ 반납…“재정난에 2013년 개최 어려워”

    2013년 경기도민체전 개최지인 용인시가 재정난을 이유로 도민체전을 반납하기로 했다. 2012년 개최지인 화성시도 운동장 건립에 난항을 겪으며 개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도 체육회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5일 경기도체육회에 따르면 용인시는 지난 3일 도체육회에 ‘2013년 제59회 도민체전 개최를 반납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용인시 교육체육과 관계자는 “당초 2013년 초 완공 목표로 삼가동 시민체육공원에 3만 5000석 규모의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을 짓기로 했지만, 재정상황이 좋지 않아 공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라며 “전체 사업비가 4000억원가량 소요되는데 2013년 완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마평동의 종합운동장은 진출입로가 좁고 1만 2000석 규모라 도민체전을 치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2012년 제58회 도민체전을 준비 중인 화성시도 향남읍에 짓는 종합경기타운의 준공시기를 내년 5월로 늦춰 잡고 있다. 당초에는 내년 1월 완공 예정이었다. 화성시 관계자는 “주경기장과 실내체육관, 보조경기장을 짓는 데 2370억원이 드는데 재정여건으로 5월 준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종합경기타운 공사가 계속 지연되면 도민체전을 반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도 체육회 관계자는 “도민체전을 반납할 경우 도민체전운영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결론을 내리게 된다.”며 “도민체전은 개최지가 비용을 부담하기에 도체육회로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난감해했다. 앞서 지난 4월 용인시와 화성시는 도민체전 단독 개최 의사를 밝혀 2013년과 2012년 개최지로 각각 확정됐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주말 데이트] ‘된장 담그는 첼리스트’ 무당 됐다

    [주말 데이트] ‘된장 담그는 첼리스트’ 무당 됐다

    ‘메주와 첼로’ ‘된장 담그는 첼리스트’ 등으로 유명한 도완녀(56)씨가 무당이 됐다. 서울대 음대 출신의 첼리스트, 식품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가 무당으로 변신했다는 사실이 주목을 끈다. 그는 지난 9월 14일 서울 둔촌동에 ‘도완녀 신당’을 마련, 무당의 길로 들어섰다. 각지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굿도 해주고 점도 봐준다. 그동안 음악과 함께 해 온 된장 만드는 일을 접고 본격적으로 신과의 대화에 나선 것. 과연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그랬을까. 서울신문이 그 사연을 처음 들었다. 데이트 요청을 그는 흔쾌히 받아준다. 지난 2일 ‘도완녀 신당’으로 향하면서 3년 전 강원도 정선에서 도씨와 만났던 때가 문득 생각났다. 음대 졸업 후 독일 유학 시절 브람스 음악원에서 강사로 있었을 만큼 잘나가던 그는 돈연 스님과 결혼한 뒤 방향을 확 틀어 정선 산골에서 콩농사 짓고, 메주 쑤고 된장 담그는 일에 몰두했다. 콩을 키울 때도, 메주를 쑬 때도, 항아리에서 숙성시킬 때에도 매일같이 첼로를 연주할 만큼 열의를 보였다. 그렇게 담근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등의 장독만 3280개에 달해 장류 전문 기업으로도 성공한 모습이었다. 아울러 국내 최초로 ‘된장 명상센터’를 열어 전국의 아픈 사람들이 조용한 산골에서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비움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된장 컨셉트’의 일들을 차근차근 벌여 나갔다. 그렇게 왕성했던 ‘된장 일’에서 왜 손을 떼고 갑자기 무당이 됐을까. 그가 만든 장 브랜드는 최근 시중의 일반 고추장을 섞어 팔았다는 비난에 휩싸인 바 있다. 3년 전 도씨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불교의 ‘고집멸도’(苦集滅道)를 인용하며 “고통은 모이게 마련이며 모인 것은 또 사라진다. 참기 어려운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없어질 고통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훈련을 한다.”라고. 어쩌면 이미 그때부터 자신의 몸속에 내재돼 있는 영성(靈性)이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다. ‘도완녀 신당’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더니 반갑게 맞이한다. 안으로 들어서자 50평 정도 돼 보이는 깨끗한 공간에 부처와 관세음보살을 비롯해 여러 신들이 엄숙하게 좌정하고 있었다. 도씨는 외부 손님이 왔으니 일단 신에게 절을 하란다. 3배를 했다. 이어 녹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신당 안 여기저기에는 옛날 궤짝 등 고색창연한 가구들이 쭉 놓여 있었다. 도씨는 정선 집에 있던 것들이라고 했다. 고풍스러운 실내 분위기였다. “아이들은 어디 있나요.” “우리 애들은 참 잘 커줬어요. 큰딸 여래는 디자인을 전공하기 위해 관련 고등학교에 진학할 준비를 하고 있지요. 둘째 문수는 중학생인데 소설을 참 잘 써요. 앞으로 작가가 되겠다고 합니다. 셋째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다 컸습니다. 큰딸은 서울에 있는 학교에 진학하기 때문에 곧 저와 같이 살게 될 것이고 나머지는 정선에서 아빠랑 같이 지내고 있지요.” “돈연 스님은요.” “정선에서 어린이대장경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모두 48권짜리인데 당분간 그 일에 몰두할 것입니다.” “정선을 떠나올 때 가족과 이별하기가 어렵지 않았나요.” “애들한테 이렇게 말했지요. ‘엄마가 18년 동안 너희들을 키우고 밥해줬으니 이제는 남을 위해 살아야 할 것 같다. 인생에 있어서 한번 치열하게 살아보는 것도 굉장한 축복이 아니냐’고 했더니 아이 셋 다 기꺼이 이해를 해주더군요. 남편도 (불교) 공부하신 분이라 그런지 제가 100일기도를 떠난다고 했더니 망설이다가 ‘어떻게 막을 수가 있겠느냐, 당신은 닦지 않은 흙 속의 보석이나 마찬가지이니 잘 다듬어서 훌륭한 일을 해보라’고 격려를 해줬습니다. 마음이 든든하고 편해지더군요.” 도씨는 가족의 이해와 남편의 후원이 너무 고맙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무당의 길로 들어선 까닭은요.” “2005년 미국에서 13박 14일 동안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끝날 때 ‘옴마니밧메훔’(불교 천수경에 나오는 관세음보살의 진언)을 여러 번 외쳤습니다. 그때 산신령 할아버지가 갑자기 제 앞에 나타났는데 수염이 길고 하얀 도포를 입고 토굴 속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제게 ‘밖으로 나갈까’라고 자꾸 하시더군요. 제 마음의 상태를 다 알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난 후 작년 8월 ‘된장 찜질과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해 공부하고 기도할 때였습니다. 다시 그 할아버지가 나타나더니 ‘밖으로 나가자’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저절로 따라 나섰는데 온몸이 새털같이 가볍고 가슴이 무척 시원한 느낌이었어요. 이때부터 세상 밖으로 나가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어야겠다는 강렬한 기운 같은 것을 느꼈지요.” 이 일을 겪은 후 ‘메주와 첼로’에 대한 20년의 노하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콩 심는 방법에서부터 메주 쑤고 장 담그는 법, 마케팅 방법까지 모두 망라했다. 책으로도 낼 생각이었다. 때마침 이 무렵 경희사이버대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자 그는 100일기도 떠나기 직전인 올 3월 중순까지 강의용 촬영 작업을 모두 마쳤다. 첫 학기에만 140여명의 수강생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 일들을 마치고 올 3월 27일 지리산으로 100일기도를 떠났습니다. 처음하는 일이라 잘 몰랐지요. 그래서 ‘신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으며 고통의 일정을 잘 소화해냈습니다. 지리산과 계룡산을 거치면서 내림굿과 가리굿 등 무당이 되는 통과의례도 무사히 거쳤지요.” 막상 무당이 되고 보니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100일기도할 때 명예를 버리는 것, 미안해하는 사람 등 모든 것을 버려야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그래야 남을 도울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된장으로 다른 사람의 육체 건강을 도와주었다면 이제는 많은 사람들한테 정신 건강을 전달할 때”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무교’(巫敎) 정신과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도완녀는 1954년 서울 출생. 77년 서울 음대 졸업. 85년 독일 뤼벡음대 수료. 독일 브람스음악원 강사. 귀국 후 충남대·전북대 강사, 한국예술기획 대표 등 역임. 1993년 돈연 스님과 결혼하면서 강원도 정선 된장 마을에 정착. 2008년 2월 강릉대 식품과학과 대학원(석사과정) 졸업. 현재 이 대학 박사과정 중. 2010년 3월 경희사이버대 외래교수. 2010년 9월 14일 ‘도완녀 신당’ 점안식. ●주요 저서 ‘메주와 첼리스트’, ‘남편인 줄 알았더니 남편이 아니더라’, ‘된장을 연주하는 여자’, ‘도완녀의 된장요리’ 등.
  • 몸과 삶에 대한 전방위 성찰

    몸과 삶에 대한 전방위 성찰

    ‘몸과 문명-삶의 새로운 지평’ 국제학술대회가 4~5일 경희대 미래문명원(원장 공영일) 주최로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 전당 등에서 열린다. 알려졌다시피 서구근대철학은 정신과 육체를 분리한 뒤 정신에 절대적 우위를 부여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몸의 철학으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정신철학이 ‘정신 먼저, 몸은 나중’이었다면 몸 철학은 ‘정신과 몸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살(flesh)의 철학을 얘기하는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현상학과 미국의 인지과학이 어떻게 만나는지 지켜볼 수 있는 자리다. 마크 존슨 미국 오리건대 교수는 ‘감성적 합리주의’를 내건다. 마음 자체가 이미 뇌신경이라는 물질 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세상을 머리로만 인식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겪은 경험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존슨 교수는 이성과 감성을 분리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휴버트 드레이푸스 버클리대 교수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체스챔피언을 누르는 컴퓨터는 있지만, 유치원생 수준의 동화를 이해하는 컴퓨터는 왜 없느냐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공지능 가능성을 얘기하지만, 인간의 육체적 조건에 대한 검토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고 드레이푸스 교수는 지적한다. 이 문제는 건강한 삶의 문제로도 옮겨간다. 리처드 슈스터만 플로리다애틀랜틱대 교수는 신체적 스타일(Somatic Style)을 내세운다. 몸의 반복적인 쓰임으로 나타나는 인체의 스타일이 결국 건강한 정신과 삶에 이어진다는 것이다. 안네 해링턴 하버드대 교수는 이런 차원에서 심신의학을 살펴본다. 몸을 일종의 투입·산출기계로 보는 근대의학의 관점을 넘어서 양·한방의 조화, 자연치유법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창덕궁앞 주유소 헐고 전시관·국악당 건립

    창덕궁앞 주유소 헐고 전시관·국악당 건립

    2014년 창덕궁 일대가 역사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종로구 와룡동 창덕궁 앞 주유소 2곳 부지에 ‘궁중생활사 디지털 전시관’과 ‘돈화문 국악 예술당’을 건립하는 내용의 사업실시계획을 변경고시한다고 28일 밝혔다. 그동안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 길 건너편에 주유소가 있어 궁궐의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비원주유소 자리에는 지상 1층, 지하 2층, 총면적 1700㎡의 전시관이 들어선다. 이 전시관에는 최신 디지털 기술과 전시 기법을 활용해 왕, 왕세자, 왕비, 궁녀 등의 궁중 생활 모습과 각종 제례 모습을 재현할 예정이다. 돈화문주유소 자리에는 지상 1층, 지하 3층, 총면적 1630㎡의 국악당을 짓는다. 한옥 양식으로 지어지는 국악당에는 공연장, 연습실, 국악교육체험실 등이 조성된다. 시는 내년까지 토지 매입 협상을 완료하고 실시설계와 시공사 선정 등을 마무리한 뒤 2012년 하반기 착공해 2014년 상반기 완공할 계획이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음악 + 영상+ 수학의 만남‘알바 노토’ 첫 한국 공연

    음악 + 영상+ 수학의 만남‘알바 노토’ 첫 한국 공연

    음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되짚어 보고 싶다면 다음 달 3~4일 오후 8시 서울 역삼동 LIG아트홀에서 열리는 ‘알바 노토’(alva noto) 공연을 놓치면 아깝다. 세계적 사운드 아트의 거장으로 꼽히는 독일 음악가 알바 노토(본명 카스텐 니콜라이·45)의 라이브다. 알바 노토는 그가 만드는 공연 제목이자 앨범 제목이기도 하다. 영화음악 거장으로 꼽히는 영국의 마이클 니만, 일본의 설치예술가 이케다 료지 등과 함께 공동작업도 많이 했다. 때문에 국내 뮤지션들의 관심도 폭발적이다. 3일에는 ‘제록스’(xerrox), 4일에는 ‘유니티엑스티’(uni-txt) 공연을 벌인다. 알바 노토는 음악과 영상과 수학이 만나는 공연으로 유명하다. 단순히 음악만 들려주는 게 아니라 수학적 원리에 따라 음악을 만들고, 그것을 동시에 이미지로 표현해 내는 방식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펄스’(Pulse) 공연 실황을 떠올리면 된다. 핑크 플로이드가 기본 베이스 리듬으로 음악의 육체성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면, 알바 노토는 때론 전자음의 반복으로 이를 대신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예 육체성을 형해화하는 곡도 선보인다. 관건은 어디서 소리를 얻어 내고, 이를 어떻게 배치하고, 이를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해 내는가다. 이번 공연에도 이런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제록스는 말 그대로 복사기 이름. 길을 걷다 무작위로 들리는 소음을 채취한 뒤 기계적 샘플링을 통해 독특한 그 무엇으로 바꿔 낸다. 아우라가 사라진 무한복제의 세계를 탄식했던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과 달리 원본과 사본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세상에서 남는 것은 오직 무한복제 그 자체라는 점을 각인시켜 준다. 유니티엑스티는 리듬을 수학적으로 분할하는 공연이다. ‘uni-txt’라는 표현 자체가 리듬이 바로 언어와 문화 등의 경계를 뛰어넘는 유니버셜 텍스트가 아니겠느냐는 물음을 품고 있다. 한국 초연으로 일본, 중국으로까지 이어지는 투어공연이다. 전석 5만원. 1544-1555.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주말 데이트] 마술인생 15년 ‘환상술사’로 변신 이은결

    [주말 데이트] 마술인생 15년 ‘환상술사’로 변신 이은결

    물어본다. 뜬금없이, 마술이 뭐냐고? 진중한 답이 돌아온다. “그건, 속임수도 사기도 아닌 꿈이다. 진짜와 가짜를 떠나 진실을 보여 주고 희망과 꿈을 보여 준다. 눈으로 볼 수 있는 환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유일한 마술이다.” 국민 마술사 이은결(30)씨. 그가 마술 인생 15년을 맞이하면서 한 단계 발전한, 더욱 화려하고 재미있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가 걸어온 길이 주술사-마법사-마술사로 이어졌다면 이번에는 ‘환상술사’로 새롭게 변신하는 것이다. 우선 다음달 7일부터 12월 4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벌어질 그의 공연 ‘이은결의 더 일루션(The illusion)’을 미리 살펴보자. 그는 여기에서 ‘환상술사’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한다. 기존의 마술에서 영역을 확 넓힌 환상의 무대를 선보이는 것. 그동안 봐 왔던 단편적인 마술의 나열이 아닌 스토리와 메시지가 담긴 ‘환상극’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제작비만 해도 20억원에 이른다. 오페라 ‘미스 사이공’처럼 진짜 헬기가 등장한다. 마술장비, 특수효과 등 국내 마술공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규모다. 예술감독으로 데이비드 카퍼필드와 마이클 잭슨 등의 쇼를 연출했던 돈 웨인이 참여해 흥미와 완성도를 더해 준다. 공연 1막은 지난 14년 동안 일궈온 이은결의 마술세계를 총결산한 무대. 2막에서는 마임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퍼포먼스 위주의 환상 마술을 보여 준다. ‘자연의 순환’을 담은 그림자 퍼포먼스 ‘아프리카의 꿈’과 5년여의 연구 끝에 완성한 ‘스노맨’ 등을 등장시켜 관객들을 아프리카에 있는 것처럼, 스노맨이 된 것 같은 환상속으로 몰아넣는다. 이씨는 공연을 앞두고 지난 21일 경기 이천에 있는 자신의 연습실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공연을 계기로 새로운 마술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자신과 의욕에 가득 차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존에 TV에서 보여 줬던 평면적 마술은 이제 잊어 달라. 미래의 마술은 비법이 아닌 어떤 메시지나 꿈을 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그에게 별도의 데이트를 청했더니 몇번 미루다가 바쁜 시간을 겨우 쪼갰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 강남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공연연습 때문에 그런지 얼굴이 약간 초췌해 보였다. “3년 만의 컴백 공연인데 준비는 잘돼 가는지요?” “스태프진과 거의 밤샘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힘들기도 하지만 무대공연을 생각하면 마냥 즐겁습니다.” 무대에 오르는 ‘크루(crew)’ 6명과 마술 도구를 설계·제작하는 일을 맡은 친형 이한결씨를 포함해 기획팀 10여명이 주야로 준비한다. “두 시간 넘는 공연인데 체력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저는 무대를 사랑합니다. 정말이지 무대를 생각하면 정신이나 육체가 팔팔해집니다. 무대에 서면 몸을 혹사시킬 만큼 더 역동적이 되지요. ‘노동의 미학’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앞으로 어떤 이미지로 변신하나요?” “그동안 제가 마술을 위한 마술을 하는 이미지였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트릭 창조를 통해 환상을 만들어 내는 이른바 ‘환상술사’로 나아갈 것입니다. 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환상술이지요. 관객들과 끊임없이 상상하면서 같이 환상 속으로 빠져드는 것입니다. 2년 전부터 독특한 마술 장르를 개척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번에 첫 단추를 꿰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환상을 보면서 인간적이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면서 국내에 체계적인 공연 시스템 등 마술 공연을 전문화하고 시장을 키우겠다는 생각에서 경기 이천에 주식회사 ‘이은결 프로젝트’를 세웠다고 했다. 이곳에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마술 공연을 탄생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술 공연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찾아냅니까?” “매사에 긴장감이 있으면 영감이 절로 나옵니다. 그때그때 메모를 하지요. 과거에 적어 두었던 아이디어 노트가 지금의 역량을 키웠다고나 할까요.” 화제를 바꿔 팬들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진지해진다. 여성 팬보다는 남성팬들이 많단다. 대개 마술 지망생 가운데 남자들이 많으며 그들이 많은 격려를 보내온다고 했다. 그중에 농아마술사로 활동하는 최성윤씨와 팬으로 인연이 됐는데 지금은 비록 아마추어지만 농아들을 대상으로 즐거운 마술을 펼치고 있어 무척 기쁘며 보람으로 여긴다고 했다.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같이 공연하고 싶다는 뜻도 피력했다. “왜 마술을 했나요?” “어릴 적 경기도 평택에서 살았는데 서울로 이사를 왔습니다. 시골에 있을 때만 해도 성격이 무척 밝았지요. 그런데 도시로 이사 오면서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의 권유로 마술학원에 다녔지요. 마술이 아주 재미있더라고요. 마술사 카퍼필드의 비디오도 보면서 마법의 세계로 푹 빠져들었지요. 고2 때쯤에는 대중들 앞에 설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어요.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첫 공연을 했는데 예상 밖으로 호응이 뜨거웠어요. 우리나라 최연소 마술사가 된 것도 그때였습니다.” 그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도 유명하다. 아시아 세계매직콘테스트(UGM) 1위(2001년)를 시작으로 미국마술협회(SAM) 컨벤션 3관왕(2002), 라스베이거스 세계 매직세미 황금사자상 그랑프리(2003), 싱가포르 국제 매직페스티벌 매직공로상(2005), 세계마술올림픽(FISM) 우승(2006) 등 숱한 국제대회를 휩쓸며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렸다.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이유 중 하나가 마술이 단순한 눈속임 테크닉이 아닌 종합예술로서 ‘매직 콘서트’라는 공연 장르를 새로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키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189㎝이며 아버지가 서귀포 출생이어서 고향 얘기가 나오면 제주도라고 답할 때가 있다며 웃는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발가벗기기·독방 협박”… ‘軍 고문매뉴얼’ 英발칵

    영국군이 포로를 심문하면서 발가벗기기, 4시간만 재우기, 독방에 가두겠다고 협박하기 등 갖가지 가혹행위를 사용하는 방법을 담은 교본까지 만들어 심문관들에게 교육시켜 온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군 심문 교본은 “수감자들에게 협박과 굴욕감, 불안감, 피로, 두려움, 방향감각 상실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했다. 이 같은 내용은 포로에게 육체적·정신적 강압행위를 가하는 것을 금지한 제네바협약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와 군은 지난 2003년 이라크에 주둔하는 영국군이 무고한 민간인을 테러 용의자로 체포해 고문하다 죽인 사건이 발생한 뒤 재발 방지를 약속한 적이 있다. 심지어 2008년 1월 이라크 민간인 인권 침해에 관한 군 조사가 완료된 이후에 작성된 것도 있었다. 2005년 9월 작성한 파워포인트 교재에는 “심문을 하기 전에 일단 발가벗겨 놔라.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계속 옷을 벗겨둔 상태로 둬야 한다.”고 적혀 있다. 2008년에 만든 다른 교재는 눈가리개, 플라스틱 수갑, 귀마개를 심문을 위한 필수용품으로 제시하면서 “날마다 8시간씩 취침과 휴식을 허용해야 하지만 4시간만 재울 필요도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기술하고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하비는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고자 런던으로 향한다. 런던에 도착한 그는 자기 숙소만 외딴 호텔에 할당됐음을 알게 된다. 아무리 오래 전에 부모가 이혼했다지만, 그를 외톨박이로 취급하는 딸에게 섭섭함을 느낀다. 뉴욕에서 떠나기 전, 그는 회사 상사로부터 새 광고 음악을 후배에게 맡기겠다는 통보를 들었던 터다. 오랫동안 관리해온 광고주를 어린 후배가 채 갈까봐 그는 식이 끝나자마자 뉴욕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피로연에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그에게, 딸은 새아빠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안팎의 사정으로 심기가 편하지 않은 그는 공항에서 케이트라는 여자와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눈다. 그녀도 그만큼 삶이 울적한 참이었다. 1950년대 이전, 로맨스 드라마는 성숙한 사람들을 위한 장르였다. 연애보다 결혼과 가족이 훨씬 중요한 주제인 시절이었고, 노련하고 원숙한 중년 배우들이 스크린을 장악하던 때였다. 하지만 젊은 층이 시장을 이끌기 시작하면서 로맨스는 청춘 장르로 인식됐으며, 배우의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후 중년 로맨스는 뻔한 설정과 심심한 이야기, 식상한 주제로 인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잉마르 베리만, 로버트 알트먼, 우디 앨런, 폴 마줄스키 등 일부 작가 외에 인상적인 중년 드라마를 창조하는 사람은 점차 줄어들었다. 로버트 드 니로와 메릴 스트립이 공연한 ‘폴링 인 러브’조차 평작에 머물렀으니, 지금은 ‘밀회’나 ‘유령과 뮤어 부인’ 같은 영화를 보기 힘든 시대다. 여기서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가 오랜만에 접하는 중년 로맨스의 걸작이라고 치켜세우진 않겠다. 다만 연출을 맡은 조엘 홉킨스에게는 믿음이 간다. “20대의 사랑이야기엔 관심이 없다.”고 당돌하게 말하는 신인 연출가가 언젠가는 수작 로맨스 한편쯤 뽑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의 저력은 하비와 케이트의 위치로 관객을 이끌고 가 그들에게 공감하도록 만드는 데서 드러난다.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는 거창한 사건을 배제하는 대신 두 인물이 처한 상황들을 꼼꼼하게 묘사하고, 그들의 마음을 읽는 데 정성을 다한다. 거추장스러운 육체관계 한번 보여주지 않고도, 영화는 두 사람이 이해와 사랑에 도달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그들에게 왜 사랑이 절실한지, 그들의 심상이 어떤지 영화는 잘 알고 있다. 아는 체하는 게 아니라, 알고 싶어 노력한 결과다. 미국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았던 더스틴 호프먼(사진 왼쪽)과 에마 톰슨(오른쪽)의 연기가 훌륭함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마음 한쪽에 외로움의 통증을 감춰둔 인물을 두 배우가 우아하고 세련된 연기로 감싸지 않았다면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는 성공하지 못했다. 참 아이러니한 점은, 하비 역할을 맡은 배우가 호프먼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주역으로, 할리우드 세대교체를 이룬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졸업’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해보라. 그는 기성세대에 저항한 청춘의 상징이 아니던가. 그런 그가 중년을 훌쩍 넘긴 남자의 사랑 이야기에서 주연으로 나선 거다. 희끗희끗한 머리와 주름투성이 얼굴을 시간과 지혜의 선물로 받아들인 그는 낙엽이 지는 런던의 가을처럼 아름다운 모습이다. 영화평론가
  • 정신착란·간질… 불멸의 위인을 만든 원동력

    정신착란·간질… 불멸의 위인을 만든 원동력

    “세상의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약점을 지니고 있다. 그 누구도 불멸하거나 전능하지 않다.” 프랑스 리옹2대학 문화인류학과 샤를 가르두 교수가 쓴 ‘약점이 힘이 될 때-인생의 기적이 이루어지는 순간’(조혜란 옮김, 다른세상의 펴냄)은 누구나 극복하고 싶어하는 약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그는 도스토옙스키, 프리다 칼로, 조에 부스케, 로베르트 슈만, 블레즈 파스칼, 장 자크 루소, 헬렌 켈러, 데모스테네스 등의 일생을 풀어냈다. 이들은 약점 때문에 한없이 불행했지만, 바로 그 약점 때문에 위대함을 이뤄냈다. 마치 장례식 추도문같이 한 사람의 일생을 가르두 교수는 담담하게 그려낸다. 대학입시용으로 만든 소설 요약본 모음집을 읽는 것처럼 위인들의 일생은 압축되어 있다. 책에 등장하는 모델들이 받아들이는 약점의 의미는 모두 다르다. 평생 간질을 앓고 조국 러시아를 떠나 유랑해야 했으며 생활고에 시달렸던 도스토옙스키의 약점이 아버지에 대한 저항과 괴팍한 성격에서 일부 비롯됐다면, 헬렌 켈러의 약점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삼중고라는 태생적인 이유에서 출발한다. 스무 살에 총상을 입어 전신이 마비된 시인 조에 부스케의 비극은 도스토옙스키의 약점만큼이나 인과론적이고 헬렌 켈러의 약점만큼 답을 찾을 수 없게 만든다. 약점을 극복해가는 과정은 어떨까. 자신의 약점에 당당하게 맞서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진 채 극복하는 모습은 아쉽게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다. 오히려 모델들은 자신의 약점에 굴종하고 굴복하며 한없이 망가진다. 그럼에도 삶 자체를 버리지 못하고 버텨내고 살아내는 모습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결국 위대한 예술가나 사상가도 뗄 수 없는 약점에 몸부림치고, 환멸을 느낀다. 그들도 약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일 뿐인 모습에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르두 교수는 약점으로 인한 불행과 고난 속에서 한 줄기 계시처럼 내려오는 희망의 빛줄기를 놓치지 않았다. 그가 첫 번째 모델로 소개한 도스토옙스키는 전체 모델을 아우르는 역할을 한다. 평생 아버지에게 저항하고 간질 발작에 수치심을 느끼며 격랑 속에 살았던 도스토옙스키는 작품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냈다. 질병과 가난과 굴종과 비참함, 그리고 간질 발작 전 느껴지는 짧은 순간의 황홀감이 그의 작품 속 세계를 창조했다. 그는 약점을 극복했다기보다는 참아냈다. ‘에밀’로 유명한 장 자크 루소는 평생 발작과 정신착란 증상에 시달렸다. 하지만 놀랍게도 루소는 착란 증상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에만 글을 쓸 수 있었다.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는 끔찍한 사고로 인한 육체적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그림을 그리게 된다. 이렇게 그린 70편이 넘는 자화상 덕분에 그녀는 예술 속에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다. 가르두 교수는 “모든 약점 가운데 가장 큰 약점은 약하다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약점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다면 행복해진다고 직설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책의 모델들이 보여주는 삶을 통해 자신이 약하다는 데 대한 두려움을 떨쳤을 때 치열한 삶이 시작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1만 4000원.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문화마당] 브라보 유어 라이프/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브라보 유어 라이프/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지난 5일 배우 신영균이 500억원 상당의 재산을 한국영화 발전을 위하여 기부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기부 목록에는 그가 40년간 소유했던 서울 명보아트홀과 제주 신영박물관이 포함되어 있다. 전격적인 기부 소식에 처음에는 의외라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그가 소문난 ‘구두쇠’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예전 대종상 심사 때 일이 생각난다. 그때 대종상 본심 후보작 심사를 명보극장에서 했는데, 그곳에 배우협회장과 영화인협회 이사장을 지낸 신영균씨가 들러 심사위원들의 노고(?)에 대해 감사의 표시를 하게 되었다. 감사의 표시는 M체인의 햄버거. 심사위원들 중에는 원로·중견 인사들이 꽤 있었는데, ‘밥도 아닌 햄버거 한 쪽’에 역시 구두쇠라는 비아냥이 흘러나왔다. 밥이든 햄버거든 그 선의야 고마워해야 함이 마땅하지만, 알부자로 소문난 그가 영화계에 베푸는 데 인색하다는 저간의 인상이 그런 비아냥을 불러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500억원이라는 큰 돈을 선뜻 투척한 것이다. 기부에 대한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는 전언은 그의 행위가 즉흥적인 게 아니라 나름대로 심사숙고 끝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방증일 것이다. 그동안 자신을 두고 구두쇠니, 짠돌이니 하는 비아냥을 참아내기는 만만치 않았을 터다. 이미지와 명성, 인기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스타배우로서 호기를 부리며 사람들을 주변에 끌어 모으는 것이 어쩌면 더 쉬운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열심히 돈을 모았고, 이제 그것을 기부라는 형태로 환원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와 명예를 일신하게 되었다. 돈은 버는 것보다 어떻게 쓰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우 김지미 회고전이 열렸다. 김지미는 1950년대 후반에서 90년대에 이르기까지 배우로서 선명한 자취를 한국영화계에 남긴 인물이다. 과거 미인의 대명사였고, ‘동양의 리즈 테일러’라는 수식어를 단골로 달고 다닐 만큼 아름답고 화려한 배우였다. 그의 미모는 당시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오드리 헵번 같은 서구 배우들에게 향했던 한국 관객들의 일방적인 선망을 해소하고 보상할 만큼 빼어났다. 회고전에서 상영된 그의 영화들은 팜므 파탈(Femme Fatale)로서의 그의 치명적 매력을 드러내는 ‘불나비’(조해원 감독·1965)를 비롯하여 연기자로서의 성찰이 돋보이는 ‘토지’(김수용 감독·1975)와 ‘육체의 약속’(김기영 감독·1975), 그의 연기의 최고봉이라 평가받는 ‘길소뜸’(임권택 감독·1985)과 ‘티켓’(임권택 감독·1986) 등을 아우른다. 김지미는 스캔들의 대상이기도 했고, 거침없는 발언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폄하되며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그는 위축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스타로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고, 여성으로서 당당했으며, 배우로서 아름다웠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영화제를 떠난다. 그의 열정과 행적은 부산영화제를 키우고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기여했다. 올 부산국제영화제 트레일러(홍보영상)는 헬멧을 쓰고 퀵서비스 오토바이로 ‘배달’되어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김동호 위원장을 이미지화하고 있다. 그만큼 그의 부지런함과 열정적 행보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키운 자양분이자, 한국 영화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세계 영화계 인사들이 부산을 찾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그가 이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자리를 떠나 ‘자유인’으로 살게 된다. 들리는 말로는 고화질(HD) 카메라를 사서 익힌 다음 영화 현장에 가거나 다큐멘터리를 찍으려 한단다. 아름다운 퇴장과 고희가 지난 나이에도 또 다른 시작을 꿈꾸는 그의 열정이 부럽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은 존중 받아야 한다. 그의 성취는 그가 흘린 땀과 때로는 눈물의 결정체일 것이기에 평가되어 마땅하다. 브라보, 유어 라이프! 당신들이 살아온 삶과 앞으로의 시간들에 갈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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