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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뚱뚱보 여성연예인 3인의 ‘애교 인터뷰’

    뚱뚱보 여성연예인 3인의 ‘애교 인터뷰’

    <肉體美야 최고,愛嬌도 최고>…더위걱정 말라는 뚱뚱보 연예인들 ●코미디언 白金女  22살에 시작해 만 22년을 연예계 생활을 해왔다.「코미디언」의 행운을 잡은 것은 전적으로 이 풍만한 육체미(?) 덕분. 120kg을 육박했으나 지금은 105kg으로 몸매가 퍽 날씬(?)해졌다.  『뚱뚱하다고 미련하다고 날 보고 웃지 말아요-』『굳세어라, 금순아-』의 가락에 자작 가사를 달아서『까불면 싹 문질러』로 맺는「히트·송」이 백금녀(白金女)의 애창곡인데 얼핏 엘레지이면서 폭소를 자아내는 게 특징. 목소리만은 적어도 어느 인기가수 뺨치게 미성(美聲)이란 게 白金女의 주장이다.  -연애해 본 일 있는지?  『없다면 거짓말이라 않겠어요? 죽자 살자고 따라 다니던 청년이 있었답니다』  -정말입니까? 언제 어떤 사이었는지 증거라도···.  『하이 참 내, 젊었을 때는 대단했단 말이요-』  화를 내는 체 해도 넘치는 애교는 더욱 희극적. 영화,「쇼」무대, TV까지 골고루 나갔고 출발은 성공. 그래서 『白金女야말로 국보요』라며 그는 짐짓 정색을 한다.   ●코미디언 五千坪  백(白)곰처럼 「고·고」, 코미디언 오천평(五千坪).  115kg의 몸무게, 167cm의 키에 가슴둘레가 59, 허리 49, 히프 58. 五千坪이란 예명이 그대로 어울린다. 본명은 장정숙(張正淑). 나이는? 『이제 30살, 아직 미혼이에요』  -이 더위에 그 몸을 가지고 어떻게?  『무조건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상책이죠. 아니면 고·고 춤으로 땀을 흠뻑 빼든가-.  고·고 춤 출 줄 아는지?  『어머, 사람 무시 보시네, 얼마나 날씬하게 추어대는지-』하면서 잡는 폼이 흡사 창경원의 백곰(?).『그렇지 않아도 제 별명이 백곰이에요-』  -좋아하는 음식은?  『불갈비를 제일 잘 먹어요. 뚱뚱하다고 뭐 보통여자보다 불편할 게 없고 기운이 뻐쳐서(뻗쳐서) 오히려 좋은 일 아니냐』고 시침.  주로「쇼」무대지만 노래, 익살, 춤의 팔방미인. 박희준(崔喜準)의『나는 곰이다』와 남진(南珍)의「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를 제일 즐겨 부른다고.   ●탤런트 崔龍順  『한 번은 녹화 중에 마루장이 주저앉아 버렸어요. 제가 너무 무거웠던가 보죠? 요즘도 마루를 걷는 장면이 있을 때는 또 주저앉을까 두려워 여간 신경이 쓰여지질 않아요-』TV 탤런트 최용순(崔龍順)양(24)의 고민.  69년 KBS 탤런트로 출발해서 『사슴 아가씨』『마부』『동기』등에 출연했고 지금『달래』 『길』에 나오고 있다. 맡은 역은 주로 식모.  순한 식모역처럼 崔龍順은 착하디 착하다고 선배 탤런트의 귀여움을 독차지 한다.  -사이즈는?  『키가 165cm, 몸무게는 84kg, 버스트·히프 따위는 재어본 일이 없어요. 허리는 42인치에서 요즘 38로 줄었어요』  『어렸을 때는 좀 줄여 보려고 무척 애썼어요. 굶기를 밥먹듯 해도 그래도 자꾸 살이 올라 이제는 포기했죠』  『고기는 안 먹어요. 밥, 김치,과일이면 살 수 있어요』  『운동으로 탁구를 해요. 보기는 둔해도 제비처럼 날쌔답니다···.』  <글쎄?> [선데이서울 73년 7월15일호 제6권 28호 통권 제248호] ●이 기사는 38년전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 유든 英대사 “평양선 日지진 이틀간 몰라”

    유든 英대사 “평양선 日지진 이틀간 몰라”

    “북한에서는 일본 대지진 소식을 사흘 후에나 알 정도로 언론 통제가 심했다.” 대지진이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지난 11일 3박 4일 일정으로 방북했던 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는 27일 방북 소감문을 통해 “13일까지도 북한대사관의 통역관이나 현지의 영국인 교사들도 일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며 북한 내 사회 통제의 한 단면을 알렸다. 북한은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처음 전한 데 이어 조선중앙방송 등 다른 언론 매체들은 13일부터 본격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북한을 방문한 그는 “첫 방북 때는 시장에서 상당한 양의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판매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쇠고기를 전혀 볼 수 없고 소량의 돼지고기만 있었다.”며 “감자, 당근, 무 등 뿌리 채소는 많았지만 녹색 채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유든 대사는 또 “2008년 방북 당시에는 시장에 약간의 컴퓨터 주변기기만 있었을 뿐이었는데 이번에는 휴대용 저장장치와 디지털 카메라 등 다양한 종류의 중국산 제품들을 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원산에서 평양으로 되돌아오면서 보니 들판에 족히 수천명은 되는 대규모 인력이 일하고 있었는데, 트랙터는 고작 10대 정도에 불과했다.”며 “이는 주민 다수가 엄청난 육체 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방북 소감문은 유든 대사의 개인블로그(http://blogs.fco.gov.uk/roller/uden)에 올려져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월광 소나타를 달이 연주한다면…

    월광 소나타를 달이 연주한다면…

    개념미술 하면 일단 어렵다. 철학과 자의식으로 중무장되어 있다 보니 알쏭달쏭한 퀴즈 같아서다. 가령 데미안 허스트는 호주산 상어 한 마리를 통째로 포르말린 용액에 담가두고는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이란 제목을 달아놨다. 제목을 여러번 읽어봐도 이게 대체 뭔소린가 싶다. 가장 남는 장사는 입을 꾹 다문 채 알듯 모를 듯 약한 고갯짓을 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개념미술은 어떨까. 달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들려주겠다면? 지구 온난화로 사라지고 있는 빙하의 물 떨어지는 소리를 빙하 얼음으로 만든 LP판으로 들려주겠다면? 서울 화동 PKM갤러리 ‘케이티 페터슨 개인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응용한 작품 ‘지구-달-지구’(Earth-Moon-Earth)의 제작 방식은 이렇다. 월광 소나타 악보를 모스 부호로 전환한 뒤 이를 달에다 쏜다. 달에 부딪혀 반사되어 나오는 음향을 녹음한 뒤 두 가지 방식으로 복원한다. 하나는 모스 부호 그 자체, 다른 하나는 이 부호를 컴퓨터 자동 연주로 재생시킨 피아노 버전이다. 전파로 이뤄진 작업이다 보니 끊기거나 어색하게 뭉개진 부분들이 있는데, 이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전시장 1층에서는 피아노 버전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서는 모스 부호 버전을 들어볼 수 있도록 해뒀다. 또 아이슬란드 빙하지역에서 얼음덩이 3개를 가져다 LP판 음반을 만들었다. 여기에다 빙하가 녹는 소리를 녹음해둔 뒤 이를 고스란히 틀어놓는다. 당연히 얼음은 녹기 때문에 처음 몇분간은 빙하 물방울 소리가 온전히 들리다가 나중엔 얼음 표면을 긁는 소리만 남는다. 얼음으로 LP판을 만드는 게 가능할까. 페터슨은 “안 써본 방법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방법을 써봤는데 치과용 드릴 기구로 기어코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면서 “나 스스로도 될까 싶었는데 성공적이어서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몇몇 작품에서는 약간의 장난끼도 느껴진다. 4분 33초간 달과 주고받은 ‘침묵’을 기록해둔 작품도 있는데, 이는 백남준의 스승이었던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의 ‘4분 33초’(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른 뒤 4분 33초간 아무런 연주 없이 가만히 있다가 퇴장하는 작품)를 본뜬 것이다. 우주를 매일매일 찍어 자그마한 사진으로 출력해둔 ‘어둠의 역사’(History of Darkness)도 마찬가지다. ‘날짜그림’으로 유명한 일본 출신 개념미술가 온 가와라의 작품과 비슷하다. 전세계 천문학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개의 별이 죽을 때마다 간단하게 편지를 써서 기록해둔 작품, 달빛과 똑같은 파장을 내는 전구를 제작해 걸어둔 작품 등도 눈에 띈다. 자의식과 철학에 치우치다 보니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기존의 개념미술과는 다른, 소박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돋보이는 개념미술을 만들어 낸 셈이다. 페터슨 스스로도 자신의 인기에 대해 “작품을 만들 때 무선전파나 오디오 같은 모던한 기술을 적용하지만 궁극적으로 내 작품이 다루는 대상이 옛 전통 미술의 소재들인 자연과 풍경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해나갈 작업 초점에 대해서도 “우주, 달, 빙하처럼 친숙하지만 너무 거대해서 접하기 어려운 대상들을 쉽게 상상하고 만져볼 수 있는 인간적인 규모로 압축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터슨은 영국에서 ‘2010 최고 신인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앞서 2008년에는 자동차회사 볼보가 문화예술 전 분야에서 서른살 이하 예술가 가운데 가장 유망한 사람 1명에게 주는 상 ‘크리에이티브 서티’(Creative 30)도 받았다. 전시는 5월 6일까지. (02)734-9467.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간접체벌’ 또 충돌

    일선 학교의 간접체벌을 허용한 초중등교육법 개정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교육과학기술부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이끄는 시도교육청이 또다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고래싸움에 등 터진 새우’ 꼴이 됐다. 교과부와 교육청의 갈등이 계속될 경우 당장 학칙개정이 많아지는 4월 이후 일선 학교에서 적잖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교과부에 따르면 초중등 교육법 개정 시행령이 지난 18일 발효됨에 따라 교과부는 “각급 학교가 간접체벌과 관련된 학칙 개정을 검토할 수 있도록 지도해 달라.”는 공문을 이달 말까지 시·도교육청에 보낼 예정이다. 또 간접체벌의 범위와 주의사항을 설명한 지침서도 이달 안으로 일선 학교에 배포할 계획이다. 초중등교육법 개정 시행령에는 도구와 손 등을 통한 직접체벌을 금지했지만 ‘학칙에 따른 훈육·훈계’라는 문구를 통해 각종 지시로 육체적 괴로움을 주는 간접체벌 권한을 각 학교에 보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와 경기·강원·전북도 등 4개 시도교육청은 ‘간접체벌 역시 반(反)인권적 조처’라며 교과부의 방침을 사실상 거부하기로 했다. 특히 이미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경기도교육청은 학교가 간접체벌을 할 수 있게 학칙을 고치면 ‘조례 위반’으로 보고 행정·인사적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비록 조례가 시행령보다 하위 법령이지만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보호하는 문제에는 예외가 인정된다는 게 법학계의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학생인권 조례를 추진 중인 서울·강원·전북 교육청은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통해 간접체벌 도입을 억제할 예정이다. 또 전남·광주 교육청은 “간접체벌 등에 대한 여론 수렴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결정을 유보했다. 교과부는 시도교육청이 간접체벌 학칙 개정을 막을 경우 별도의 법적 구제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내 구성원이 간접체벌의 필요성에 합의하면 자율성 원칙에 따라 해당 결정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시행령에 맞서는 것을 교육감의 정당한 권한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데스크 시각] 새 감사원장의 교육계 비리 개선 의지/이동구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새 감사원장의 교육계 비리 개선 의지/이동구 정책뉴스부 차장

    ‘초심으로 돌아가라. 초심에 기대한다.’ 정치인이나 장·차관 등 지도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말 가운데 하나다. 국민의 대표로, 공직자로 출발할 당시의 순수한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새겨 보겠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최근 취임한 양건 감사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 분야의 청렴도만큼은 임기 동안 반드시 개선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국가 최고 사정기관의 수장이 교육분야의 부패·비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각오를 보인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똑같은 말을 해 그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양 원장은 현 정부 들어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것을 제외하면 35년 동안을 대학교수로 지냈다. 법과대학장을 지낸 적도 있다. 그만큼 교육현장과 교육행정을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교육계의 비리척결로 청렴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기대 또한 클 수밖에 없다. 교육분야를 향한 비리척결이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치인, 장관, 고위관료 할 것 없이 기회 있을 때마다 교육분야의 개혁을 외쳐댔다. 그러나 이번 양 원장의 각오에는 남다른 무게가 실린 듯 느껴진다. 먼저 감사원장에게 주어진 권한과 그의 경력에 주목한다. 그는 2008년부터 2009년까지 2년 가까이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냈다.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국민의 고충을 헤아리는 기관의 수장이었다. 그런데 “재임 중 역할에 한계를 느껴 임기를 다 채우지 않은 채 떠났다.”고 국회인사청문회에서 털어놨다. 하고 싶은 일은 많았지만 의지에 따라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이 약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주요 권한은 제도 개선이나 국민고충을 들어주기 위해 각급 공공기관에 내리는 시정·개선권고와 행정심판이 전부다. 위원회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다르다. 국가 최고의 사정기관으로서 모든 공공기관을 살펴 볼 수 있다. 검찰이나 경찰의 권한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수사는 혐의점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감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실행할 수 있다. 여기에 관련자의 징계 등 처벌과 함께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기관이나 기관장에 주의 및 인사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감사원장은 부총리급이지만 그 이상의 권위와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잘못된 관행이나 부정·부패의 개연성이 있는 행정사항들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신임 감사원장이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교육계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쳐 나갈지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은 지난해 교육분야에 대한 감사를 6회 정도 실시했다. 교육여건 개선시책 추진실태, 교육분야 인사조직 관리실태, 한국교직원공제회 투자사업 실태, 대학경쟁력 강화사업 추진실태, 전남·경북교육청 기관운영 감사 등이다. 이를 통해 EBS 수능강의의 수능출제 연계정책의 미비점 등 수십건의 부적정 사례들을 찾아 개선을 요구했다. 또 부정행위를 저지른 교장, 교감 등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거나 징계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교육계의 현실에 비한다면 빙산의 일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교육체계에서부터 입시제도, 교원평가, 선발, 학교운영, 공교육 정상화 등 아직 손을 대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수두룩하다고 말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일반국민들을 대상으로 기관별 금품·향응 제공 경험을 조사한 결과 지역교육청과 시·도교육청이 압도적인 1, 2위를 차지했다. 학부모들이 누구보다 교육현장의 실상을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역설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민망하더라. 그래도 학부모들의 열정은 대단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은 이제 교육분야의 청렴도만큼은 그의 초심에 기대해 본다. yidonggu@seoul.co.kr
  • 이시영 “얼굴 부상 걱정보다 복싱열정 더 컸어요”

    이시영 “얼굴 부상 걱정보다 복싱열정 더 컸어요”

    “얼굴 다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보다 복싱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각종 권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돌주먹’이라는 별명을 새롭게 얻고 있는 여배우 이시영(29)은 갑자기 쏟아지는 세간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얼마 전 제7회 전국여자신인아마추어 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해 다시 한번 화제를 모은 그녀를 21일 서울 종로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복서와 배우, 도전인생 복사판 대회 우승 뒤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지만 이시영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위험한 상견례’ 개봉(31일)이 코앞인데 복싱에 너무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을 신경쓰는 눈치였다. “제 본업은 배우예요. 운동은 좋아서 열심히 한 건데 사적인 부분이 너무 부풀려지는 것 같아 부담스럽습니다. 너무 칭찬만 해 주시니까 걱정도 되고요. 솔직히 복싱을 한 기간에 비해 잘한다는 것이지, 수준 자체만 놓고 보면 그렇게 잘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복싱만 하는 분들이 보시면 언짢아하실 수도 있을것 같아요.” 1년 전부터 대회에 출전해 왔는데 유독 이번에 큰 관심이 쏟아지는 것이 의아하고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이시영. 그녀의 도전이 색다른 것은 얼굴이 생명과도 같은 여배우가 부상이 다반사인 복싱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는 영화 촬영 때문에 당초 대회 출전이 불투명했지만, 대회 일정에 맞춰 매일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등 복싱에 대한 강한 열정을 보였다. “알려진 대로 복싱을 시작한 것은 드라마에서 맡은 배역 때문이었어요. 처음엔 너무 힘들고 하기 싫어서 일주일에 세번이나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연습에 빠졌어요. 그러던 어느 순간 ‘내가 이렇게 의지가 약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오기가 발동하더라고요. 힘든 운동이라 더 도전 의욕을 자극한 것 같기도 해요.” 정작 열심히 연습한 그 드라마는 ‘엎어졌지만’(무산), 복싱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단다. 힘든 만큼 운동의 재미가 느껴지면서 점점 복싱이 좋아지게 됐다는 것. 소속사도 일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그녀의 복싱 도전을 굳이 만류하지 않았다. “여배우인데 어떻게 얼굴 다치는 것이 걱정이 안 됐겠어요. 하지만 그 마음보다 복싱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링에 설 수 있었습니다. 물론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지만, 복싱을 하게 되면서 얻은 것이 많아요. 건강해지고,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됐고요. 배우들은 일이 없을 때 집에만 있게 되는데, 정신적·육체적으로 활력소가 된 것 같아요.” 이시영은 권투선수로는 체력도 그리 강한 편이 아닌 데다 먹으면 잘 찌는 체질이라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악조건을 이기고 ‘챔프’가 된 과정은 그녀의 배우 인생과도 닮아 있다. 이시영은 26살 때인 2008년 드라마 ‘도시괴담 데자뷰 시즌3-신드롬’을 통해 데뷔하기까지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다. ●연기 오디션 낙방만 수백번 “5년 동안 기획사는 수십번, 광고나 에이전시 오디션은 수백번을 봤어요. 낙방의 연속이었죠. ‘넌 안 된다. 왜 연기하려고 하느냐’는 말을 수없이 들었어요. 나중엔 학교에 출석하듯이 오디션을 봤어요. 그러다 보니 이 일이 더 하고 싶어졌고, 스물다섯쯤 되니까 조급증이 사라지더군요.”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 영상을 CD에 담아 기획사 문을 두드리던 그녀에게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2009)에서 주인공 잔디(구혜선)를 질투해 위험에 빠뜨리는 악역을 맡게 된 것. 적잖은 안티 세력을 몰고 다녔지만 이듬해 출세작 격인 ‘부자의 탄생’ 배역을 따내는 발판이 됐다. 이 드라마에서 그녀는 통통 튀고 망가지는 부태희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안티팬이 있든 없든 작은 역할이라도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뻤어요. 정말 연기가 하고 싶었거든요. 지금도 안티팬들은 신경쓰지 않는 편이지만, 요즘엔 좋게 생각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 감사해요. 앞으로 배우로서 연기를 더 열심히 해야죠.” 이시영의 손톱은 다른 여배우와 달리 짧게 다듬어져 있었다. 복싱 때문이기도 하고 단정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복싱 영화 출연 제의가 들어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단다. 로봇 건담 수집광이기도 하다. 평소엔 겁 많고 소심하고 두려움이 많은 편이라는 이시영. 배우로서나 복서로서나 근성은 타고난 것처럼 보였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길섶에서] D라인 생각/김종면 논설위원

    여성의 아름다운 육체라면 우리는 으레 호리병 몸매를 떠올린다. 이른바 S라인이다. 아니 요즘은 X라인쯤 돼야 직성이 풀리는 몸매 마니아도 적지 않다. 조붓한 어깨 대신 단단한 사각어깨, 개미허리지만 복근은 근육질인 만만찮은 몸매가 새로운 지존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그 꿈의 라인은 대부분 닦고 조이고 해 만들어낸 분재처럼 허망한 인조품. 왜 또 부질없이 ‘자연산 타령’이 떠오를까. 얼마 전 경기도가 주최한 저출산 극복 ‘경기맘 D라인 패션쇼’를 보니 자연이란 숭고한 말은 정말 포태한 여인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리우드 스타 데미 무어의 B라인 만삭쇼와는 또 다른 D라인의 도저한 육감(肉感)이라니…. 어쩌다 대한민국이 아이를 낳자고 외치며 임신부 패션쇼까지 여는 나라가 됐을까. 라인도 하도 많아 헷갈리는 세상. 날렵한 S라인이면 어떻고 둔중한 D라인이면 또 어떠랴. 무릇 곡선은 아름답다. 하물며 자연의 곡선이야 일러 무엇하리오. 이땅의 여성들이여, 부디 성형몸매 말고 D라인 좀 가꾸시라.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독서도우미 하면서 나이 잊었어요”

    “독서도우미 하면서 나이 잊었어요”

    “건강이 유지되는 한 얼마든지 일할 수 있습니다. 나이는 많아도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어르신 독서도우미 중 최고령을 자랑하는 신현자(오른쪽·81) 할머니와 이만균(왼쪽·79) 할아버지는 새로운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아직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덕분이다. 젊은 시절 교사로 일하며 한평생 아이들과 보낸 신 할머니는 3년 전부터 어린이집의 보육도우미로 제3의 인생을 시작, 지난해부터 독서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같은 노인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신 할머니는 3년간의 외국 생활에서 배운 영어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할머니는 “아이들과 함께하니 다시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아이들을 만나는 게 얼마나 기쁜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가 나이를 물어올 때가 가장 싫다.”며 “내 자신이 건강하고, 육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할머니와 단짝을 지어 독서도우미로 활동하는 이만균 할아버지 역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젊은 시절 신문사에서 일한 뒤 문학에 입문, 현재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에 관심이 많아 ‘일하는 노인연대’ 사무국장까지 맡았다. 황혼기 일하는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할아버지는 “우리들과 같은 노인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면 젊은 선생들보다 새롭고, 포용력도 넓어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면서 “친손주같이 대할 때 느껴지는 교감이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29년전 버림받은 아들 친모·의붓아버지 살해

    29년 전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간 친어머니와, 그와 재혼한 의붓아버지를 흉기로 잇따라 살해한 30대 남성이 범행 4시간 만에 경찰에 자수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9일 29년 만에 만난 친어머니 최모(55)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이모(35)씨에 대해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 8일 오후 4시쯤 서울 방화동의 한 아파트로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어머니 최씨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씨는 같은 날 오후 6시 40분쯤 경기 양주로 가 최씨가 집을 나갈 당시 최씨의 애인이었던 의붓아버지 노모(52)씨를 음식점으로 유인해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7살 때인 1982년 어머니와 노씨가 육체 관계를 갖는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이후 어머니는 노씨와 서울로 도망갔고, 12살 때인 87년 아버지는 농약을 마시고 자살해 동생과 함께 고아원에서 생활했다.”고 진술했다. 95년까지 부산의 한 고아원에서 성장한 이씨는 자신의 어려운 신세를 집 나간 어머니 탓으로 돌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최근 건강보험 때문에 가족관계 증명서를 발급받다 최씨의 주소를 알아냈고, 8일 낮 12시쯤 최씨를 만나 4시간 동안 함께 소주 2병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때 이씨는 최씨에게 “어머니가 문란한 생활을 해 내 인생이 꼬였다.”며 반성하라고 다그쳤고, 최씨가 “내 아들이 아닌 것 같다.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말하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최씨를 살해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모든 불화의 원인이 노씨 때문이라고 생각한 이씨는 다시 노씨를 찾아가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날 두 차례나 살인 행각을 벌인 이씨는 오후 10시 40분쯤 “죄책감 때문”이라며 서울 신림동 자신의 집 근처 파출소를 찾아가 자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우발적으로 친모를 죽였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흉기를 미리 준비했던 점으로 볼 때 계획적인 범행으로 보인다.”면서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친모를 갑자기 찾아간 이유를 캐는 등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타잔’의 주제가 가수 필 콜린스 은퇴 선언

     영국출신 가수 필 콜린스(60)가 건강 문제로 은퇴를 선언했다고 UPI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콜린스는 “남성 잡지 FHM과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공연을 하면서 등과 손에 통증을 느끼고 청력이 손상되는 등 육체적 대가를 치러야 했다.”며 음악 활동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서 사는 그는 “나는 저쪽 세계(음악)에 속하지 않으며 나를 그리워할 사람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콜린스는 그룹 제네시스의 보컬과 드럼을 맡아 명성을 얻었다. 1968년 음악을 시작한 이래 그래미상을 7차례나 탔으며 애니메이션 ‘타잔’의 주제가로 아카데미상을 받기도 했다.  1981년 솔로로 데뷔한 콜린스는 빌보드 싱글차트 1위곡인 ‘어나더 데이 인 파라다이스’ ‘어게인스트 올 오즈’ ‘원 모어 나잇’ 등 많은 곡을 히트시키면서 솔로로도 1980년대를 주름잡았다.  그룹 제네시스는 지난해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콜린스는 지난해 9월 새 앨범 ‘고잉 백’을 8년만에 발표해 영국 앨범 차트 정상에 올렸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파이터’ - 예술보다 위대한 링위의 삶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파이터’ - 예술보다 위대한 링위의 삶

    ‘파이터’는 ‘아이리시 선더’라 불린 권투선수 미키 워드(오른쪽·마크 월버그)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미키의 권투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은 형 디키(크리스천 베일)다. 그는 한때 전설적인 복서 슈거 레이 레너드와 일전을 벌였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선수였으나 마약에 굴복해 경력을 망치고 만다. 아홉 명의 자식을 거느린 억척스러운 어머니는 맏아들 디키의 명성을 이용해 미키의 매니저로 나선다. 도로포장 인부로 일하며 간간이 링 위에 오를 뿐인 미키는 선수로서 형편없는 경력을 쌓을 수밖에 없다. 형을 편애하는 데다 돈을 밝히는 어머니, 훈련에 오히려 장애를 끼치는 형, 경력용 디딤돌을 구하는 상대 선수들은 모두 미키를 삼류 선수의 수렁에 빠트리고 있었다. 그 즈음 미키는 미래의 아내 샬린을 만나면서 앞으로 갈 길을 재점검한다. 스포츠 영화 가운데 독보적인 자리를 점한 권투 영화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권투선수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새 삶과 희망을 얻은 인물을 그린 작품군이다. ‘상처뿐인 영광’(1956)처럼 권투 자체의 매력보다 감동적인 인간 승리의 드라마에 역점을 둔 영화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록키’(1976)에 이르러 장르의 완성점에 도달했다. 두 번째는 권투의 폭력적 특성, 자기 파괴적인 인물, 링의 세계를 지배하는 음모, 갈등, 욕망을 차가운 스타일과 결합시킨 ‘권투 누아르 영화’다. ‘육체와 영혼’(1947), ‘챔피언’(1949), ‘팻 시티’(1972) 등의 수작이 만들어지던 중 1980년에 마틴 스콜세지가 ‘분노의 주먹’을 내놓았다.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마지막 시기에 등장해 한 시대를 마감한 ‘분노의 주먹’은 이후 등장한 권투 영화들이 넘어서지 못한 이정표다. ‘허리케인 카터’(1999), ‘알리’(2001),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등 훌륭한 드라마는 많았지만, ‘분노의 주먹’의 그늘에서 벗어난 작품은 찾기 어렵다. 재간꾼 데이비드 O 러셀은 어쩌면 ‘분노의 주먹’에 대고 가벼운 잽을 날리고 싶었던 걸까. ‘분노의 주먹’이 인상적인 흑백 영상에 고도의 스타일로 새겨둔 피와 땀과 고통의 예술이라면, 얼핏 평범해 보이는 ‘파이터’는 이 시대에 어울리는, 사실적인 권투 영화를 추구한 쪽이다. 예술의 무게에 눌리지 않은 ‘파이터’는 삶이 영화보다 거대한 것임을 재확인한다. ‘파이터’는 링 안팎의 세계를 각각 중계방송과 다큐멘터리의 톤으로 재현했다. 디키와 그의 유별난 가족 앞으로 바짝 다가선 카메라는 그들 모두가 얼마나 생생한 존재인지 보여 준다. 케이블 중계 프로그램을 확대한 듯이 느껴지는 경기 장면은 요즘 권투 경기가 소비되는 형태를 정확하게 반영한다. 경기 때문에 겪는 아픔과 상처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다른 권투 영화에 비해 ‘파이터’는 인물이 경기를 즐기고 성취하는 부분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하긴 권투 영화를 만들면서 굳이 부정적인 면에 치중할 필요가 무어 있겠나. 스포츠의 순기능에 충실한 장르 영화로서 ‘파이터’는 권투를 통해 인생을 역전시킨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경쾌한 걸음으로 되밟아 본 작품이다. 매번 찌푸린 표정으로 권투 영화를 보던 차에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10일 개봉. 영화평론가
  • 할리우드가 열광했다…이 남자가 창조한 미래에

    할리우드가 열광했다…이 남자가 창조한 미래에

    그가 숨을 멈춘 것은 1982년 3월 2일. 29년이 흘렀는데도 그의 이름은 끊임없이 영화 자막에 오르내린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1982), 폴 버호벤 감독의 ‘토탈 리콜’(1990),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2002), 우위썬 감독의 ‘페이첵’(2003)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할리우드 감독들이 사랑하는 공상과학(SF) 소설가 필립 K 딕의 얘기다. ●죽을 무렵에야 인정받은 불운한 작가 SF 문학의 ‘빅3’는 아이작 아시모프(아이로봇), 아서 클라크(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로버트 하인라인(스타십 트루퍼스). 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만 놓고 보면 딕에 못 미친다. 딕은 1928년 미국 시카고에서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났다. 예정보다 6주 먼저 태어났지만, 쌍둥이 누이는 5주 만에 죽었다. 그의 작품 속에 곧잘 등장하는 ‘상상의 쌍둥이’(Fhantom Twins)의 모티브가 됐다. 청소년기에 아시모프 등 SF 작가에 심취했던 딕은 UC버클리에서 독일어를 전공했지만 곧 그만뒀다. 결혼을 다섯번 했고, 광장공포증·피해망상·신경쇠약에 시달리는 등 순탄치 못한 생을 살았다. 30여년 동안 48편의 장편소설과 100편 이상의 단편·에세이를 발표했다. 생활고 탓에 펜을 놓지 못했던 것. 1963년 ‘높은 성의 사나이’(The Man in the High Castle)로 최고의 SF 소설에 주어지는 휴고상을 받기도 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심장마비로 죽은 이듬해인 1983년, 가능성 있는 신인 SF 작가에게 수여하는 ‘필립 K 딕 상’이 제정되는 등 재조명을 받았다. ●섬뜩한 예지력과 기발한 상상력, 존재론적 의문 암울하고 그로테스크한 미래를 그린 그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주제는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이 보고 있는 현실은 진실인가’ 같은 존재론적인 질문이다. 안타깝게도 생전에 완성을 보지 못한 ‘블레이드 러너’(원작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를 시작으로 그의 작품은 속속 스크린에 옮겨졌다. 전 세계적으로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블레이드 러너’를 비롯해 많은 영화들이 비평과 흥행에서 모두 성공했다. ‘블레이드’는 2019년 로스앤젤레스가 배경이다. 인간보다 탁월한 육체적 능력은 물론, 대등한 지능과 감정까지 느끼는 복제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를 통해 실존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분전환기계’를 이용해 기분을 조절하는 인간과 감정을 느끼는 복제인간 중 어느 쪽이 더 인간적인가.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 워싱턴DC를 배경으로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자를 단죄하는 첨단 치안시스템 ‘프리크라임’을 소재로 한다. 돌연변이로 예지 능력을 갖게 된 세 명의 예지자를 이용해 용의자를 미리 체포한다는 기발한 발상이다. 딕은 여기에서도 윤리적 판단을 요구한다. 범죄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용의자’를 사전에 제거하는 게 옳은 것일까. 기발한 문제의식과 인간복제 등 미래사회에 대한 섬뜩한 예지력, 기술의 진보에 따라 제기되는 철학적 문제들을 엮어내는 능력이야말로 감독들이 딕의 작품에 홀리는 이유일 터. ●맷 데이먼 주연… SF의 껍질을 쓴 로맨스 ‘컨트롤러’ 개봉 3일 개봉한 조지 놀피 감독의 ‘컨트롤러’(원제:The Adjustment Bureau)도 딕의 단편 ‘조정팀’(The Adjustment Team)이 원작이다. ‘오션스 트웰브’ ‘본 얼티메이텀’의 시나리오를 맡았던 놀피는 ‘본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춘 맷 데이먼과 일찌감치 손을 잡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에밀리 블런트가 9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컨트롤러’는 인간의 기억과 일상, 심지어 미래까지도 전능한 존재에 의해 철저하게 계획된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우연 따윈 없다. 운명적인 사랑까지도 초현실적인 집단 ‘조정국’의 설계도에 따라 이뤄진다. 하지만 인간의 삶에 개입하는 데 지친 한 요원의 실수로 하원의원 데이비드 노리스(데이먼)는 조정국의 존재를 알게 된다. 나아가 조정국이 허락하지 않는 엘리스(블런트)와 사랑에 빠진다. SF 액션영화의 ‘반죽’에 로맨스 ‘토핑’을 듬뿍 얹었다. 딕의 소설로 만들어진 영화 중 가장 말랑말랑하고 뒷맛이 깔끔할 듯싶다. 물론 딕의 마니아라면 외려 만족도는 떨어질 수도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그래픽 김선영기자 ksy@seoul$co$kr
  • [피플 인 스포츠] 성시백 “자꾸 넘어지는 이유 알아내…소치 金 딸 것”

    [피플 인 스포츠] 성시백 “자꾸 넘어지는 이유 알아내…소치 金 딸 것”

    경기 시작 전부터 예감이 안 좋았다. 중국 코치는 성시백을 주시하며 작전 지시를 하고 있었다. 선수 두명도 흘끗흘끗 성시백을 바라봤다. “이상하다. 뭔가 있구나.” 작전이 들어올 거라는 건 미리 예상했다. “탕.” 출발 신호가 울렸다. 첫 바퀴째. 중국 한자량이 몸을 부딪쳐 왔다. 당황스러웠다. “아예 자기 레이스를 포기했구나….”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뒤로 처진 중국 선수는 견제하고 앞선 선수는 달리는 작전 정도로 생각했었다. 상황을 봐 가면서 견제를 뚫을 심산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한자량이 아예 성시백을 잡기 위해 나왔다. 선수 생활 내내 이런 상황은 처음 겪어 봤다. ●“동계AG 결승때 분 아직 안풀려” “어떻게 레이스를 풀어야 할까.” 계산이 복잡해졌다. 두 바퀴째. 한자량이 다시 부딪쳐 왔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빨리 대책을 세워야 했다. “일단 먼저 보내자.” 레이스 4명 가운데 제일 뒤쪽으로 빠졌다. 아예 앞 세명과 간격을 두고 처졌다. 세명을 먼저 보낸 뒤 지친 기색이 보이면 한번에 뒤집을 생각이었다. 일단 한자량을 피해야 했다. 그 상황에선 그게 최선이었다. 세 바퀴째. 한자량이 속도를 급격히 줄였다. 선두 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후미 성시백에게 다가왔다. 이미 레이스는 포기했다. 등수는 상관없이 성시백만 노렸다. 위기 상황. “이번에 부딪히면 넘어진다. 치고 나가자.” 성시백이 스피드를 최고로 올렸다. 한자량을 추월해 달아날 생각이었다. 그 순간 둘이 엉켰다. 한자량은 성시백을 안 놓쳤다. 중국 선수 가운데 가장 순발력이 좋기로 정평이 난 한자량이다. 성시백이 속도를 올리자 한 걸음 더 내디디며 몸을 부딪쳤다. 성시백은 또 넘어졌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날아갔다. 지난 2일 열린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 상황이었다. “아직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화가 납니다. 한동안 잠도 잘 못 잤어요.” 성시백은 아직 화가 안 풀렸다고 했다. 원래 성시백과 한자량은 친구 사이다. “외국 선수들과 안 친한데 유독 한자량과만 친했습니다.” 국제대회에서 만나면 서로 얘기도 하고 장난도 곧잘 쳤다. 그런데 하필 이날 성시백 저격수로 나선 게 한자량이었다. “그 레이스 전에 한자량이 우리 선수랑 부딪쳐서 넘어졌어요. 아마 그 복수를 하려고 들어온 것 같아요.” 성시백 표정이 씁쓸해졌다. ●“발목 부상으로 단독귀국 씁쓸해” 성시백은 그러고도 바로 다음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내내 뒤지던 경기를 절묘한 코너워크로 한번에 뒤집었다. “당시에 많이 흥분했어요.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 능력 이상을 발휘한 것 같아요.” 사실 당시 성시백은 발목이 아팠다. 한자량과 부딪치면서 원래 안 좋던 발목에 더 문제가 생겼다. “아픈 줄도 몰랐어요. 경기가 끝나고 메달을 받으려 하는데 못 걷겠더라고요.” 통증은 뒤늦게 찾아왔다. 스포츠는 역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 발목 부상이 심해 아시안게임 직후 홀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선수들은 쇼트트랙 월드컵 참가를 위해 러시아로 갔다. 벌써 두 번째 단독 귀국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뒤에도 발목 부상으로 혼자 비행기를 타야 했다. “쓸쓸하더라고요. 왜 나만 자꾸 이런 일이 생기나 싶고…” ●“이제 불운은 없을 것” 자신만만 현재 발목 치료를 위해 재활 중이다. 자꾸 넘어지는 원인을 알아냈다. 수술 대신 재활 처방을 받았다. 대학원 졸업 준비에도 열심이다.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다음 목표를 위해서요.” 그럼 다음 목표가 뭘까. “가깝게는 두달 뒤 대표 선발전입니다. 궁극적으로는 2014년 소치 올림픽 금메달입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이제 불운은 더 없을 겁니다.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성시백이 웃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내털리 포트먼, 엄친딸 깨고 흑조로 날다

    내털리 포트먼, 엄친딸 깨고 흑조로 날다

    꼬마가 처음 발레를 만난 건 네살 때였다. 그땐 몰랐다. 발레가 운명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열살 때 유명 에이전시에서 모델 제안을 받았지만 단칼에 잘랐다. 훗날 인터뷰에서 “(모델보다는) 연기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했다. 여느 아이들과 확실히 달랐던 모양이다. 방학 때 부지런히 연기 캠프에 등록했고, 뮤지컬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레옹’ 마틸다 스캔들·반항없이 중견배우로 1994년 11월, 뤼크 베송 감독의 ‘레옹’이 개봉하면서 영화 관계자나 팬들은 레옹(장 르노)보다 마틸다 역을 맡은 꼬마에 주목했다. 가족이 몰살당한 뒤 복수를 위해 레옹에게 사사(?)하고, 사랑하고, 몸부림치는 소녀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불과 열세살. 내털리 포트먼(30)이다. 쉴 틈 없이 영화를 찍었다. 얼추 30편. 중견 배우의 작품 목록과 맞먹는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10대를 보낸 숱한 청춘들이 겪은 마약·섹스·음주 스캔들은 한번도 없었다. 약물 중독으로 힘든 시절을 보낸 ‘ET’의 ‘꼬마 아가씨’ 드루 배리모어(36)와도 대조적이다. 2004년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클로저’에서 스트립 댄서를 맡아 반듯한 이미지를 벗어나려 했다. ‘브이 포 벤데타’(2006)에선 삭발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정적인 한방이 없었다. 소름 끼칠 만큼 인상적이었던 마틸다의 그늘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던 것. 하지만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블랙 스완’이 공개되면서 달라졌다. 평론가들은 포트먼에게 무릎을 꿇었다. 오는 28일(한국시간) 열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포트먼의 여우주연상 수상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반듯한 이미지 영화 속 캐릭터와 비슷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블랙 스완’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서 가장 먼저 포트먼을 떠올렸고, 8년 전 출연을 제안했다.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 10년 가까이 발레를 배운 그를 대체할 자원은 없었다. 촬영 1년 전부터 발레를 연습했다. 처음 6개월은 3시간씩 스트레칭을, 6개월 뒤부터는 5시간의 발레 연습에 수영을 더했고, 2개월이 남았을 때는 안무를 더해서 8시간씩 준비했다. 몸무게가 9㎏ 줄고 갈비뼈를 다쳤지만, 시나브로 잔근육들은 발레리나처럼 변해갔다. 섬뜩하지만 아름다운 심리 스릴러 ‘블랙 스완’에서 포트먼은 감정적·육체적으로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영화를 읽는 키워드는 발레 ‘백조의 호수’에서 1명의 발레리나가 순수한 ‘오데트’(백조)와 악의 화신 ‘오딜’(흑조)을 동시에 연기한다는 점. ‘백조의 호수’ 주인공을 맡는 건 모든 발레리나의 꿈인 동시에 도전이다. 배우 포트먼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영화 속 뉴욕 시 발레단의 예술 감독 토마스(뱅상 카셀)는 새 시즌의 첫 작품으로 ‘백조의 호수’를 올리면서 간판스타 베스(위노나 라이더)를 은퇴시킨다. 대신 니나(포트먼)를 내세운다. 니나는 기본기와 테크닉은 흠 잡을 데 없지만 감정을 토해내는 데 서툴렀다. 토마스가 “너에겐 흑조의 관능적인 즉흥성은 없고 순수하고 나약한 백조만 보인다.”며 몰아붙이는 장면에서 영화 속 니나와 실제의 포트먼은 묘하게 오버랩된다. 그동안 포트먼이 맡은 역할들은 부드럽고 연약한 이미지가 강한 탓에 캐릭터의 긴장감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자유롭고 즉흥적인 신입 단원 릴리(밀라 쿠니스)가 경쟁자로 등장하자 니나가 ‘스완 퀸’(‘백조의 호수’ 주인공)을 지키기 위해 본능 한편에 숨어 있던 ‘흑조’를 끌어내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하버드대 심리학 전공…조디 포스터와 닮은 꼴 포트먼에게서 조디 포스터(49)의 모습을 떠올리더라도 무리는 아니다. 세살 때 광고 모델로 연예계에 뛰어든 포스터는 열네살에 ‘택시 드라이버’(1976)에서 창녀 역할을 맡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1981년 포스터에게 푹 빠진 존 힝클리가 관심을 끌겠다고 레이건 대통령을 저격할 만큼 반향은 엄청났다. 배우로서 활짝 꽃을 피우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택시 드라이버’ 이후 10년도 더 지난 1989년 ‘피고인’으로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 그러더니 1991년 ‘양들의 침묵’으로 또 한번 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포스터는 제작·감독까지 아우르면서 지성파 여배우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포스터가 예일대에서 문학을 전공했듯, 포트먼도 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이른바 ‘엄친딸’이다. 정치적 성향도 비슷하다. 둘 다 민주당의 열혈 지지자다. 이래저래 닮은 꼴인 셈. ‘블랙 스완’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소녀 마틸다의 ‘스완 퀸 대관식’은 분명 지켜볼 가치가 있다. 108분. 18세 관람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연극리뷰] ‘거미여인의 키스’

    [연극리뷰] ‘거미여인의 키스’

    주변에 게이 친구들이 있다면 연극 ‘거미 여인의 키스’를 추천한다. 게이로서 겪는 아픔과 사랑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거미’의 두 주인공은 낭만적 동성애자 몰리나와 반정부주의자인 냉혈한 발렌틴. 이념적으로 너무 다른 두 인간이 감옥에서 만나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애와 슬픈 사랑을 다뤘다. 아르헨티나 반체제 작가 마누엘 푸익이 1976년 스페인에서 발표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1985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화제가 됐다. 연극을 보는 1시간 30분 동안, 생각은 친한 게이 친구 한 명에게 내내 머물렀다. 극에서 보여주는 몰리나의 특별한 감정, 사랑, 아픔은 이렇듯 동성애자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도 모르는 새, 동성애에 대한 편견으로 친구를 규정했던 것은 아닐까. 몰리나 역의 정성화는 ‘혹시 진짜 게이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몸짓, 음성, 말투 등의 연기가 놀라웠다. 요즘 유행어를 빌리자면 완벽한 ‘몰리나 빙의’였다. 몰리나가 들려주는 표범 여인의 영화 이야기는 발렌틴은 물론이거니와 관객도 100% 몰입하게 만든다. 작품은 동성애자와 동성애자 간의 결합이 아닌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결합을 다뤘다. 연출자 이지나씨는 “인간 대 인간의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이 막바지를 달릴 때쯤 연출자의 의도는 관객에게 먹혀 들어간다. 가석방돼 하루빨리 어머니를 만나고 싶은 몰리나가 형무소 간수로부터 혁명가 발렌틴에 대한 정보를 캐내라는 요구를 받은 뒤 묘한 내적 갈등을 겪는 모습에서 동성애자·이성애자 여부를 떠나 인간의 신뢰, 사랑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느낄 수 있다. 발렌틴에게 “제발 동료들 얘기를 내게 하지 말아줘.”라며 울먹이는 몰리나의 대사는 오랫동안 귓가를 맴돈다. 몰리나는 뮤지컬 배우 박은태와 정성화가, 발렌틴은 최재웅과 김승대가 번갈아 연기한다. 정성화와 최재웅, 박은태와 김승대가 ‘커플’이다. 대학로 연극 축제 ‘무대가 좋다’의 일곱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4월 24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동성애를 육체적으로 표현한 장면 등 때문에 18세 이상 관람가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기고] 학교체육의 중요성/서명원 대교스포츠단 단장

    [기고] 학교체육의 중요성/서명원 대교스포츠단 단장

    학교체육의 중요성은 굳이 철학자들의 주장이나 체육의 교육적 가치를 적극 반영한 각국의 다양한 교육제도를 따져 보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면서 어떻게 교육에서 정신과 육체를 분리해 생각할 수 있겠는가. 선진국에서도 체육교육의 중요성을 국가적으로 인식, 체육을 필수 교과목이나 대학입시자격시험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체육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전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학습효과 측면에서도 체육활동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많이 보내고 싶다면 운동을 시켜야 한다. 체육활동이 두뇌를 자극해 단기 기억력이나 인지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학습효과를 높인 사례도 수없이 많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 지(智), 덕(德), 체(體)를 겸비한 전인적 인간을 육성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전인교육을 해야 하는가. 개개인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공부도 잘하는 운동선수의 육성이 중요해진 이유도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금메달을 따는 것이 아니라, 운동선수 각 개인의 행복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회화 교육에 있어서도 체육활동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업의 중요성을 깨우치고 동료들과 함께 노력한 후에 성취감을 맛보며, 사회성을 익혀 나가는 데는 팀플레이가 가장 효과적이다. 최근 우리나라 학생 비만율이 점점 높아져 미국의 수준에 버금간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학생은 국가의 미래다. 건강문제를 겪는 어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비만학생들을 학교에서 방치한다는 것은 교육의 선후가 바뀐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학교체육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단지, 교육적인 효과 측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도 학교체육의 문제성을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체육교육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학교체육은 아직도 부족하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학교 체육시간의 체육활동만으로는 체육교육을 활성화하기 어렵다. 교육 문제는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과 정부가 함께 고민하여 개선해야 할 문제다. 지자체와 지역공동체가 함께 노력해 종합적인 솔루션을 개발하고 실행해야 한다. 체육교사의 전문성 제고나 체육시설의 개선도 중요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체육 활성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연대의식을 고취, 당면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지역공동체 단위로 체육지도자를 육성하고 학생들을 위해 지자체의 생활체육과 연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청소년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학생들의 체육활동 활성화는 꼭 필요하다. 스포츠는 문화이자 언어이다. 어릴 적부터 체육활동을 생활화하여 언어로서, 문화로서,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학교체육이 좀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
  • 아시아 女갑부 니나 왕,곡절의 15조원 유산 이야기

    아시아 女갑부 니나 왕,곡절의 15조원 유산 이야기

     아시아 최대 여성 갑부인 중국의 니나 왕과 그녀가 남긴 유산이 다시 조명을 받았다.  20일 오전 방송된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는 세계 곳곳에 400채의 건물을 소유하고 아시아 최고 여성부호(포브스 선정 세계 갑부 순위 154위)에 오른 부동산 재벌 니나 왕을 재조명했다.  그녀는 먼저 죽은 남편의 재산 때문에 평생을 의심받았지만 죽을 때까지 검소하게 살았던 것이 밝혀져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니나 왕은 1990년 남편 테디 왕이 납치된 뒤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남편의 재산을 놓고 시아버지와 8년간의 법정다툼 끝에 상속자로 인정받는 등 곡절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2007년 지병인 난소암으로 영화와 애환을 뒤로 한채 결국 사망하게 된다.  암이 육체와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남편이 남겨준 큰 돈을 허투로 쓰지 않는다는 일념과 함께 치료를 받지 않았다.시아버지는 법정에서 “니나 왕은 아들이 납치돼 경찰서로 가는 순간에도 돈을 아끼기 위해 택시를 타지 않고 버스를 탔다. 남편에게도 돈쓰기를 아까워 했다.”며 공격을 했을 정도다.  그녀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시아버지가 남편의 죽음을 인정하고 사망 신고를 권유했지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내가 그를 죽게 만들 수는 없다.”며 사망신고를 하지않고 그를 기다렸다. 남편을 납치했다는 괴한들이 체포된 뒤 남편을 살해해 바다에 수장했다고 실토해도 그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시아버지는 그녀가 남편의 재산 때문에 사망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두 사람간의 재산을 둔 법적 싸움이 시작됐다.  시아버지는 “아들이 모든 재산을 나에게 준다는 유서를 써놓았었다.”며 증거를 제시해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하지만 니나 왕은 마지막 재판에서 남편이 납치를 당하기 한달전에 자필로 작성한 ‘모든 재산을 아내 니나 왕에게 준다’는 내용의 새로운 유서를 공개, 결국 남편의 유산을 손에 넣게 됐다. 8년만의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의 전속 풍수사인 토니 찬이 “그녀의 숨겨진 애인이었다.”면서 “그녀는 2006년 전 재산을 나에게 준다는 유서를 써 줬다.”고 주장,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홍콩법원의 존슨 램 판사는 판결문에서 “니나 왕이 2006년에 써줬다고 토니 찬이 주장하는 유언장에 니나 왕이 서명하지 않았다.”면서 “토니 찬이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제시한 문제의 2006년 유언장은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2002년 ‘자신이 죽으면 모든 재산을 차이나켐 자선기금에 넘기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하고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유산은 1000억홍콩달러(약 15조억원). 그녀의 이같은 유언에 따라 유산은 그녀의 친족들이 운영하는 ‘차이나 켐 자선 재단’에 넘어갔다.  남편을 사랑한 마음과 큰 돈에도 자신의 이익을 차리지 않았던 나니왕의 이야기는 지금도 중국 전역에서 회자되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사설] 보복범죄 막을 시스템 서둘러 시행하라

    불리한 증언이나 진술에 앙심을 품고 증인이나 신고자 등에게 정신적·육체적으로 위해(危害)를 가하는 보복범죄가 크게 늘어났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경찰청의 ‘보복범죄 발생현황’에 따르면 2006년 70건에 그친 보복범죄가 2009년 129건으로 증가했다. 3년 새 84%나 급증한 것이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추세다. 보복범죄는 피의자가 자신의 혐의를 법 절차가 아닌 위압적인 힘을 동원해 은폐하려는 2차 흉악범죄라고 할 수 있다. 가중처벌 조항을 둔 이유이기도 하다. 보복범죄 근절은 건강한 사회와 직결되는 만큼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법치주의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대응이 절실하다. 내부 비리 고발이나 고소·신고·증언 등은 철저한 신변 보호와 함께 사후 안전책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 경찰청의 현황에서 보듯 폭행·협박·감금 등의 앙갚음을 당하거나 목숨까지 위협받는다면 누가 경찰이나 검찰을 찾고, 법정에 서려고 하겠는가. 예컨대 법과 제도가 증인에게 법정에서 ‘진실만을 말할 의무’를 무겁게 부과하듯 자유롭게 진실만을 말할 수 있는 장치가 갖춰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보복범죄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시스템의 시행을 서두를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 경찰이나 검찰·법원은 선진 제도를 벤치마킹해 나름대로 보완했거나 준비 중이라고 하지만 미흡하기 짝이 없다. 증인 보호 프로그램은 몇년째 검토만 되고 있는 데다 참고인이나 증인 등의 이름이 버젓이 경찰·검찰 조서에 나오는 실정이다. 피해자나 신고인 보호는 경찰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말뿐이다. 때문에 보복범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제도 정비와 함께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용기를 갖고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에 대항할 수 있는 건전한 사회적 풍토가 조성될 수 있다.
  • 벌거벗은 당당함 덩달아… 훌렁 벗고 싶다

    벌거벗은 당당함 덩달아… 훌렁 벗고 싶다

    ‘참된 것’, ‘착한 것’, ‘아름다운 것’을 분리한 사람은 널리 알려졌듯 철학자 칸트다. 진/위, 선/악, 미/추의 판단영역은 서로 다른 범주라는 것. 참되고 착해야만 아름답다는 선입관을 버려야 인식론, 윤리학과는 별개의 영역인 미학이 탄생한다. 질문도 하나 던진다. 아름답기 위해 반드시 참되고 착하게 꾸며야 하는가. 위대하다는 철학자의 말씀이니 일단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긴 한데, 보기에 불편한 작품 앞에 직접 서게 되면 “아름답다.”는 말이 쉽게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11일 개막해 다음 달 6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안창홍(58) 개인전 ‘불편한 진실’에 도전해 볼 만하다. 옛 사진관의 인물사진을 찢거나 구멍 내는 방식의 기괴한 인물 작품들을 선보여 왔던 작가는 이번엔 노골적인 누드화를 들이밀었다. 한껏 발기된 남자 성기에다 여자 성기의 벌건 속살까지 그렸다. 크기도 한껏 키워 그림 속 인물은 실제 인체 크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모델도 모두 주변의 일반인. 설득 끝에 모조리 벗겼다. 누드 인물의 주된 배경은 휴지통이 엎어져 있거나 심지어는 죽은 쥐가 나뒹구는 작업실이다. 인간 존재의 혼란스러움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벌거벗은 몸뚱이에는 파리를 붙이기도 하고 아예 해골 인간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이는 ‘메멘토 모리’, 즉 유한성을 잊지 말라는 경고다. 이렇듯 살벌한 풍경 속에 벌거벗긴 채 서 있음에도 인물들은 하나같이 당당하다. 눈빛도 뜨겁게 살아 있다. 혼란과 죽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인간 존재를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강렬한 자의식의 발로다. 고졸 학력으로 기성 화단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작가 자신의 자존심이 투영됐다. 때문에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덩달아 훌렁 옷을 벗어 던져야만 할 것 같다. 그림이 주는 불편함의 진짜 정체는 바로 이것이다. “기존 누드화의 모델 포즈는 관람자가 바라보는 모습으로 구성됐다면, 내 누드화는 모델 스스로가 관람자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구성됐다. 그래서 전혀 에로틱하지 않다.” 전시장에서 만난 안 작가의 얘기다. 그와 좀 더 얘기를 나눠 봤다. →일반인을 벗기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그게 내 능력이다. 잘 꼬드기는(웃음). 누드화는 모델과의 공감이 제일 중요하다.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다 결국 친구가 된다. 부부 누드화의 남자 모델은 문신업자인데 처음엔 저항하더니 나중엔 재미 붙여 부인하고 같이 모델이 돼 줬다. 지금은 아이들까지 데려와서 가족 누드화를 그리고 있다. 스케치는 해 둔 상태고 다음 전시 때 보여주겠다. 할아버지 모델은 설득에만 10년이 걸렸다. 도시의 정신노동자가 갖고 있지 않은, 농촌의 오래된 육체노동자의 몸이 가진 숭고함을 그려내고 싶어서 오랜 기간 매달렸다. 그렇게 힘들게 모델이 되어 주셨는데 정작 할아버지는 완성된 그림에 별 관심이 없더라. 하하. →모델료는 두둑히 주나. -그냥 마음으로…. 흐흐. 거듭 말하지만 누드화는 공감이 제일 중요하다. 대가를 주고받는 것보다는 친구가 돼서 함께 하는 거다. →어렵게 일반인들을 섭외하는 이유는. -몸 자체가 정직하지 않나. 모델들은 신경 안 쓴다고 해도 관습적인 포즈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냥 길거리를 다니다가 저 몸을 한번 그리고 싶다, 그리고 싶어 미치겠다 싶으면 쫓아다니면서 설득한다. 그러다 보면 애초에 기대했던 매력이 안 나오는 몸도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매력이 뿜어져 나오는 몸도 있고 그렇다. →그로테스크한 느낌은 국내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마이너리티로 어렵지 않은가. -그게 전반적인 문화 수준이라고 본다. 예쁘고 고운 것만 찾다 보니 전반적으로 작품이 하향평준화되는 느낌이다. 예술이라기보다 그냥 공예품 같은 느낌…. 작품의 상업성엔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나만의 철학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면 꼭 당대가 아니더라도 결국 평가받기 마련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예술가는 정신적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 아닌가. 그런 혜택을 받았으니 생활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사회에 재산을 남긴다는 각오로 작품에 임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고 보니 부인 누드화가 없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설득해도 안 된다. 하하.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생활과 육체의 시간차는 2만년?… 몸은 아직도 진화중

    정글에서 갈기 곧추세운 수사자와 마주쳤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 당신은 화들짝 놀랄 게다. 그때 당신의 표정을 그려 보자. 눈은 자신도 모르게 크게 치켜뜨고, 입과 콧구멍 또한 한껏 벌린 상태가 된다. 이번엔 썩어 가고 있는 동물 사체를 목격했다. 그때 당신 표정은? 코를 잔뜩 찡그리고, 눈살을 찌푸리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할 것이다. 당연한 듯 보이는 이런 행동들의 이면엔 생존을 위한 진화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땐 눈을 크게 뜨고 콧구멍을 벌려야 더 많은 시각 정보와 냄새 정보를 받아들여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반대로 썩은 사체 앞에서 입을 다물고 콧구멍을 좁힌 채 시선을 돌리는 것은 병원체가 우리 몸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반사작용이다. 이처럼 인간의 몸이 외부 작용에 반응하는 양식은 모두 자연 선택의 결과다. 단세포 생물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진화를 거듭하면서 어떤 특질들은 보존되고 어떤 특질들은 사라졌다. 즉 현재 우리 몸은 환경에 부단하고도 긴 적응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자연사(史)적으로 보면 우리는 모두 엘리트다. 그해 번식에 성공한 가장 우수한 자들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 몸은 완벽과는 거리가 있다. 예컨대 불필요한 듯 보이는 사랑니와 맹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여자 몸 속의 산도(産道)는 고통 없이 출산할 수 있을 만큼 넓어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우리 몸은 석기시대’(데트레프 간텐·틸로 슈팔·토마스 다이히만 지음, 조경수 옮김, 중앙북스 펴냄)는 진화론을 한가운데 놓고 현대인의 건강과 질병 문제를 짚어 본 교양과학서다. 책은 우리 몸의 불완전성에 대해 지구상의 생명 발달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으며 진화의 결과물인 인간의 몸도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우리의 행동과 생활양식은 변했지만 우리 몸은 아직 2만년 전 석기시대 그대로라는 얘기다. 그러니 ‘몸과 환경의 마찰음’은 당연할 수밖에 없으며, 질병을 보다 포괄적으로 이해하려면 먼저 진화의학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의학 교수와 생명과학 담당 저널리스트들로 구성된 저자들은 암을 비롯한 비만·고혈압·당뇨병 등 각종 질환과 진화의 연결고리를 자세하게 그려 놓고 있다. 비듬·대머리·털·피부·비타민 등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설명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기존 의학상식을 뒤집는 내용들도 많이 담겼다. 아울러 최근 의학계 동향을 쉽게 풀어내 의학 문외한들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게 했다. 1만 5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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