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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교임관 종합평가제 시행

    올해 하반기부터 학군사관(ROTC)및 학사장교, 부사관 후보생을 대상으로 ‘임관 종합평가제’가 시행된다. 국방부는 28일 임관 전 종합평가를 통과한 간부 후보생들만 장교나 부사관으로 임관할 수 있도록 하는 임관종합평가제를 하반기부터 시험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대현 국방교육정책관은 브리핑에서 “임관종합평가단은 현역과 예비역으로 혼합 편성할 계획”이라면서 “올해에는 현역으로만 구성해 학군장교, 학사장교, 부사관 후보생 과정에 시험 적용하고 내년에는 모든 과정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육정책관은 “간부 교육체계를 개선해 하반기부터 적용할 것”이라면서 “개인·편제 화기, 체력단련, 전차·장갑차 조종, 포술, 유격 등 필수 핵심과목에 대해서는 자격인증제를 도입해 능력을 향상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사관학교 통합교육을 위해 영어와 수학, 화학 등 13개 교과목을 통일하기로 했다. 또 초등학교 교사들처럼 담임 교관제를 도입해 올해 하반기부터 육군대학과 보병학교를 중심으로 시험 적용키로 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박중훈 “오늘의 나 만든 ‘특등 콤플렉스’ 벗으니 자유로워”

    박중훈 “오늘의 나 만든 ‘특등 콤플렉스’ 벗으니 자유로워”

    20년이 넘도록 주연만 해 온 배우는 인터뷰 대상으로 ‘양날의 칼’이다. 캐낼 거리가 많지 않다. 하지만 언론의 속성을 꿰뚫고 있는 만큼 ‘섹시한’ 답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후자를 염두에 두고 27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박중훈(45)을 만났다. 새달 4일 개봉하는 ‘체포왕’이 핑계다. 포상이 걸린 체포왕을 놓고 인접한 마포서와 서대문서 형사들의 이전투구를 그린 코믹 액션영화다. 공동주연 이선균(36)과 주진모·이한위 등 조연들의 연기도 맛깔스럽지만, “코미디 연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면서도 맞춤옷을 입은 듯 실적 쌓기에 도가 튼 ‘황구렁이’ 황재성 팀장으로 분한 박중훈이 돋보인다. 데뷔 26년차로 41편의 출연작을 가진 배우, ‘영화계 인맥 종결자‘라는 이 남자가 궁금했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인터뷰는 약속한 12시를 훌쩍 넘겼다. 박중훈의 제안으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40분을 더 이어갔다. ●선배 감독·연기자가 후배들보다 편해 →이번이 6번째 형사 역인데 ‘체포왕’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점이 끌렸나. -그 무렵 들어온 시나리오 중 가장 재밌었다. 요즘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웃음). →연쇄 성폭행범 추격 장면이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젊었을 때 찍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와 비교하면. -아현동에서 해뜰 때부터 질 때까지 열흘 내내 뛰었다. 그래도 ‘인정’ 때가 육체적으로는 8~9배 더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 내 나이도 젊은 것 아닌가(질문 중 ‘젊었을 때’란 표현이 걸렸던 모양이다)? 남자에게 40대는 인생의 하이라이트다. 체력도 20대 때보다 그리 떨어지는 걸 못 느끼겠고…(“지금보다 젊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더니 웃는다). ‘라디오스타’를 마흔에 찍었는데 당시 ‘극중 퇴물가수와 박중훈의 모습이 겹친다.’는 평가를 보고 의아했다. 톰 크루즈가 나보다 3살, 브래드 피트는 4살이 많다. 그들은 한창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왜 달리 보는 걸까. 영화계뿐 아니라 사회가 조로하는 것 같다. 그러면 장인이 나오기 힘들다. →임권택 감독 작품(‘달빛 길어올리기’) 바로 다음에 신인 감독(임찬익) 작품을 선택했는데. -솔직히 선배 감독이 더 편하긴 하다. 내 맘대로 제안해도 적극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월권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신인 감독과 할 땐 자기 검열이 심해진다. 그래서 임권택, 이명세, 강우석 감독님이 편하다. →배우들과도 비슷할 것 같다. -안성기 선배보다 (아홉살 아래인) 이선균과 할 때가 어렵다. 안성기 선배한텐 ‘형님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하면 ‘제안’이 되지만, 이선균한테 같은 얘기를 하면 ‘제한’이 될 수 있다. →형사만큼 건달도 많이 했다. 어느 쪽이 편한가. -형사 쪽이다. 직업 자체의 정의감, 고뇌 등이 저절로 연기를 하게 해 준다. 미국에서 연기 못 하는 남자 배우를 가리키는 농담으로 ‘저 배우는 형사를 줘도 못할 거야.’란 표현이 있다. 대신 관객의 연민을 얻는 데는 루저 같은 깡패가 용이하다. 깡패는 조금만 인간적이어도 마음이 간다. →전에는 영화 ‘대부’의 말론 브랜도 같은 보스 역할을 부러워했던 것 같은데. -전엔 무조건 강해야 했다. 선두 그룹에서도 1등만 해야 한다. 누가 앞서가는 꼴을 보지 못했다. 박중훈식 조어로 ‘특등 콤플렉스’ 정서가 20~30대를 관통했다. 지금은 자유롭다. 영화 속에서 슈퍼맨을 안 해도 편안하다. ‘특등 콤플렉스’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돌아보니 ‘투 머치’(너무 과했던 거)였다. ●감독 데뷔·토크쇼 한번 더 도전하고파 →다양한 역을 했는데 사람들은 코믹 이미지를 떠올린다. -어떤 배우가 하나의 이미지를 못 가지면 불행한 거다. 이미지가 자기 복제되고 답습되면 그 또한 불행하다. 26년 동안 41편을 찍었다. 그 정도면 어떤 배우라도 물리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코미디 이미지는 좀 희석되지 않았나? 출연작 가운데 내게 멍에 같은 작품이 ‘할렐루야’(1997)다. 그런데 14년 전이다. 이후 ‘게임의 법칙’(1994)이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누아르 같은 영화도 잘됐다. 하나의 이미지만 있다고 하기엔 좀 그렇다. →배우 말고 다른 욕심은 없나. -감독도 마음에 있다. 감독이 탐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얘기를 표현하자니 감독을 해야겠다. 그런데 아직 구슬로 못 꿰겠다. (시나리오를) 남을 시키자니 성에 안 차고. 오만한 남자의 얘기인데 아직 익지 않았다. ‘체포왕’이 개봉하면 본격적으로 매달려 볼까 한다. →조기 종영했던 ‘박중훈쇼’(2008년 12월~2009년 4월) 같은 토크쇼를 한번 더 하고 싶다고 했는데. -물론이다. 50, 60세쯤에 다시 하고 싶다. 시대상을 반영하면서도 클래식한 포맷은 가져가고 싶다. 당시 박진영이 “형, 우리나라에선 (단독 MC가 진행하는 미국식 토크쇼는) 안 돼요.”라고 하더라. 우리나라는 (토크쇼를 떠받칠 만큼) 사연 많은 게스트가 많지 않기 때문이란다. 예컨대 굴곡 많은 가수 이하늘은 좋은 게스트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K양이라면 가능할까(박중훈은 실명을 쓰지 말아 달라고 했다). →토크쇼가 일찍 막을 내려 실망이 컸겠다. -난 병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이다. 실패하면 유쾌하진 않지만 절망스럽지도 않다. 전투에 졌다고 전쟁에서 진 건 아니다. ●“할리우드 재진출 위해 엄청 노력해요” →박중훈이 패한 전투는 무엇인가. -흥행보다 배우로 외면받은 영화가 아프다. ‘인정사정’ 전에 찍은 일련의 자기 복제 코미디물이나 ‘해운대’에 대한 부정적 반응들은 견디기 힘들었다. 절대적인 확신을 갖고 찍었는데 안 좋았던 ‘세이 예스’나 ‘박중훈쇼’도 그렇고. 범법행위로 걸린 것도 있고…. 하지만 인생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면 후회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 지금은 배우로서 보너스라고 본다.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할리우드에 진출하지 않았나. →할리우드 재진출은 계속 노력하나. -무지 많이 한다(웃음). 한달 전 미국에 다녀왔는데 조너선 드미(박중훈이 출연했던 미국 영화 ‘찰리의 진실’ 감독)의 집에서 그의 아내, 영화 관계자들과 저녁을 먹었다. →‘체포왕’의 흥행 전망은 어떤가. -입이 방정이라 말하기 조심스러운데 손해는 안 볼 것 같다(‘체포왕’의 손익분기점은 180만명).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대중적이거나 예술적이거나

    대중적이거나 예술적이거나

    ‘대중적이거나 예술적이거나.’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서 있는 두 공연장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현대무용을 각각 선보인다. 5월 5~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무용팀 파슨스댄스컴퍼니의 내한 공연이 열린다. 1987년 창단된 파슨스댄스컴퍼니는 대중적인 레퍼토리로 유명하다. 7년 전 첫 내한공연 때는 히트 작품의 주요 장면만 보여 주는 갈라쇼 형식이었지만 이번에는 ‘코트’(Caught)와 ‘리멤버 미’(Remember Me) 두 작품을 온전히 무대에 올린다. ‘코트’는 파슨스댄스컴퍼니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 무용수가 공중부양하는 듯한 효과를 내는 6분짜리 공연이다. 공연 시간은 짧지만 공연 역사는 30년에 육박한다. 1980년대 초연됐다. 2009년 완성된 80분 분량의 ‘리멤버 미’는 성경 속의 카인과 아벨 이야기에서 기본 골격을 따왔다. 하지만 오페라 ‘카르멘’이나 ‘라보엠’에 나오는 유명 아리아들을 록 버전으로 부르면서 이색 시도를 가미했다. 장르 이름도 ‘록 오페라 모던 발레’다. 4만~10만원. (02)2005-0114. 건너편 LIG아트홀에서는 13~15일 국제현대무용 프로젝트 ‘댄스 엑스’(Dance X)가 열린다. 모리시타 마키(일본), 밝넝쿨·인정주(한국), 에린 플린(캐나다) 3개국 무용수들이 창작 작품을 들고 3개국 순회공연을 벌이는 형식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공연이 3개국 소극장 간 협약에 의해 탄생했다는 점이다. LIG아트홀과 일본 도쿄 아오야마 원형극장, 캐나타 몬트리올 탄젠트 극장은 2년 주기로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무용 작품을 주고받기로 했다. 모리시타는 ‘도쿄 플랫’을 통해 엘리베이터라는 밀폐된 시공간에서 육체의 움직임을 탐구한다. 밝넝쿨과 인정주는 ‘트랜스포밍 뷰’(Transforming View)로 개인의 기억과 정서가 담긴 몸의 존재성을 심도 깊게 파고 든다. 에린 플린은 ‘프롬 애시스 컴스 더 데이’(From Ashes Comes The Day)에서 찰나와 영원의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능력을 다룬다. 전석 3만원. 1544-3922.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박중훈 “특등 컴플렉스 벗으니 편하다”

    박중훈 “특등 컴플렉스 벗으니 편하다”

    20년이 넘도록 주연만 해온 대배우는 인터뷰이(interviewee)로서 ‘양날의 칼’이다. 너무 알려져 ‘캐낼’ 거리가 많지 않다. 하지만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우문현답’은 기본. 기자와 독자의 관심사를 꿰뚫는 ‘섹시한’ 답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후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7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박중훈(45)을 만났다. 새달 4일 개봉하는 영화 ‘체포왕’이 계기다. 포상이 걸린 체포왕을 놓고 인접한 마포서와 서대문서 경찰들이 벌이는 이전투구를 그린 코믹 액션영화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서울청장 시절 표명한 실적주의 논란과 오버랩되면서 경찰의 촬영협조를 전혀 받지 못해 화제를 모았다. 공동주연 이선균은 물론, 주진모·이한위·임원희 등 조연들의 연기도 맛깔스럽다. 하지만 무엇보다 “코미디연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설명과 달리 맞춤옷을 입은듯 실적쌓기에 도가 튼 순경출신 ‘황구렁이’ 황재성 팀장으로 분한 박중훈이 돋보인다. 데뷔 26년차로 41편의 출연작을 가진 배우, 최초로 할리우드 영화에 진출한 한국 배우, ‘영화계 인맥종결자‘로 불리는 이 사내가 궁금했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인터뷰는 약속된 시간을 넘겼다. 박중훈의 제안으로 샌드위치와 롤 등을 나눠먹으며 40분을 더 이어갔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만족스럽나.  -유치한 면도 있고 괜찮은 구석도 있다. 유쾌하고 따뜻한 영화다. 유치한 코드를 조금만 걷어내면 아주 ‘웰메이드’였을 텐데란 생각도 들지만 이 정도면 평균 이상이다.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때 어떤 점에 마음이 끌렸나.  -당시 받은 시나리오 중 가장 재밌었다. 내가 요즘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웃음). 좋은 투자·제작자에 재미있는 상업영화 하나 쯤 나오겠다 싶었다. 연기의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건 아니니 마음은 편했다.  형사 역할만 여섯 번째인데.  -의도한 건 아닌데 참 많이 했다. 형사들이 나에게 가족처럼 친밀감을 느낀다.  연쇄성폭행범 추격신이 근사하다. 꽤나 고생했겠던데.  -아현동에서 해뜰 때부터 질 때까지 열흘 내내 뛰었다. 마지막 장면은 홍대 거리에서 1주일을 또 뛰었다. 지난 겨울 좀 추웠나. 11월~2월까지 알토란처럼 찍었다(웃음).  젊었을 때 찍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보단 힘들었나.  -그때가 육체적으로는 8~9배는 더 힘들었다. 8개월을 찍었다. 영화 5편을 찍은 노력이 들어갔다. 그런데 40대도 젊은 것 아닌가(질문 중 ‘젊었을 때’란 표현이 걸렸나보다). 남자에게 40대는 인생의 하이라이트다. 체력도 20대보다 많이 떨어지는 건 못 느끼겠고, 젊고, 사회적 지위도 안정되고, 아이들도 자라고, 부드러워지면서도 패기도 남아있다. (지금보다 젊다는 의미라고 했더니 웃었다) ‘라디오스타’(2006)를 마흔에 찍었는데 당시에 ‘극중 퇴물가수와 박중훈의 실제 모습이 겹쳐진다’는 둥의 평가를 보고 좀 의아했다. 톰 크루즈가 나보다 3살, 브래드 피트는 4살이 많다. 그들은 한창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왜 중견배우냐. 사회 전체가 빨리 조로하는 것 같다. 그러면 장인이 나오기 힘들다.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달빛 길어올리기) 다음이 신인 감독 데뷔작인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  -최근 작품을 역순으로 가면 데뷔 감독(‘체포왕’·임찬익)-101편 찍은 감독-다시 데뷔감독(‘내 깡패같은 애인’·김광식)이다. 선배 감독이 더 편하다. 내가 마음대로 제안해도 적극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월권이란 생각은 안한다. 하지만 신인 감독과 할 땐 자기 검열이 심해진다. 이렇게 말하면 감독이 불편해하진 않을 까란 생각이 든다. 신인감독들이 나와 (작품을) 하기 전에는 ‘결코 박중훈 선배에게 휘둘리지 말아야겠다’란 생각을 하고 온다. 그래서 임권택, 이명세, 강우석 감독님 같은 분들이 제일 편하다.  배우들과도 비슷할 것 같은데.  -마찬가지다. 예컨대 안성기 선배보다 이선균과 할 때가 어렵다. 안성기 선배한텐 ‘형님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하면 ‘제안’으로 받아들이겠지만, 이선균한테 같은 얘기를 하면 ‘제한’이 될 수도 있다. 누가 이런 농담을 하더라. 신인이 말을 많이 하면 재미있는 놈인데 선배가 그러면 ‘저 사람은 왜 그럴까’라고 생각한다. 후배가 말이 없으면 과묵한데, 선배가 그러면 부담스럽다(웃음).  형사만큼 건달도 많이 한 드문 경우인데.  -자화자찬을 하자면 내가 액션과 코미디를 오가는 배우 아니냐(웃음).  어느 쪽이 연기할 때 더 편한가.  -형사 쪽이다. 역할 자체가 연기해준다. 액션이 있고 정의감이 있고. 고뇌도 있다. 미국에서 연기 못 하는 남자 배우를 가리키면서 ‘저 배우는 형사를 줘도 못할 거야’라고 말한다. 대신 관객의 연민을 얻는데는 루저같은 깡패 역할이 용이하다. 깡패는 조금만 인간적이어도 마음이 간다.  전에는 영화 ‘대부’의 말론 브란도 같은 보스 역할을 부러워했던 것 같은데.  -실제 삶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엔 무조건 강하고 쎄야 했다. 선두 그룹에서도 1등만 해야한다. 누가 앞서가는 꼴을 보지 못했다. 박중훈식 조어로는 ‘특등 컴플렉스’다. 그런 정서가 20~30대의 나를 관통했다. 그런데 지금은 자유로워졌다. 영화 속 역할도 슈퍼맨을 안 해도 편안하다. 마흔을 넘어서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사냥의 묘미는 잡을 때 있는 게 아니고 쫓을 때 있다’는 미국 속담을 좋아했는데 부질없다. 평생을 쫓아다니며 사는 게 얼마나 힘든가. 날 닥달해온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니 ‘투머치’(너무 과했던 것)였다.  굉장히 다양한 역을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박중훈하면 코믹이미지를 떠올린다. 이미지가 굳어지는 게 장단점이 있을텐데.  -어떤 배우가 하나의 이미지를 못 가지면 불행한 거다. 이미지가 자기 복제가 되고 답습되면 또한 불행하다. 하나의 이미지를 가졌다는데 초점을 맞추면 내가 배우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는 방증 같다. 조그만 역까지 하면 26년 동안 41편째다. 그 정도면 어떤 배우라도 관객들에게 친숙하지만 물리지 않을 순 없다. 오래된 배우의 한계다.  전보단 많이 코미디 이미지는 희석된 것 같다. 내 출연작 중 멍에 같은 게 ‘할렐루야’(1997)다. 한 배우의 재능으로 영화 한 편을 완성한 데 대해 자부심을 느끼지만, 너무 끝까지 가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무려 14년 전이다. 그만큼 90년대에 찍었던 코미디들이 임팩트가 있었다는 얘기다. 반대로 ‘게임의 법칙’이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내 깡패같은 애인’ 등 느와르성 영화도 잘 됐다. 나에게 하나의 이미지만 갖고 있다고 하기엔 좀 억울한 면이 있다.  드라마는 생각 없나.  -마음이 안 간다. 빨리 찍는 것 같아서 안 맞기도 하고. 안성기 선배나 박중훈 정도는 괜히 폼 잡고 영화에만 있는 것도 괜찮지 않나(웃음).  배우 말고 다른 욕심은.  -제작·감독도 생각 있다. 감독이란 직업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를 표현하자니 감독을 해야겠다. 그런데 얘기를 구슬로 잘 못 꿰겠다. 남을 시키자니 성에 안 차고, 속으로 생각 중이다. 오만한 남자의 얘기를 다룬 드라마인데 아직 익지 않았다. ‘체포왕’ 개봉하면 본격적으로 매달려볼까 한다. 그런데 좋은 영화들어오면 또 (시나리오 작업을)홀드해야 하니까 요즘은 좋은 영화가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 다른 한편으론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고(웃음).  ‘박중훈쇼’(2008년 12월~2009년 4월 KBS 방영)같은 토크쇼를 한번 더 하고 싶다고 했는데.  -물론이다. 지금 다시 하는 건 의미가 없고. 50세이든 60세이든 넘으면 다시 하고 싶다. 그땐 너무 트렌드를 외면하고 클래식을 고집했다. 다음에는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클래식한 토크쇼 포맷은 가져가고 싶다. 박진영이 당시 촌철살인 같은 얘기를 했다. “형, 우리나라에선 (지금 컨셉트는) 안 돼요.”라고 하더라. 이유가 뭔고 하니 미국은 일찍 독립을 하니까 개똥철학이라도 자기 만의 얘기가 있는데, 우리는 결혼 전까지 부모에 얹혀살고 그러니 자기만의 스토리가 없다. 토크쇼를 할만한 게스트가 한정적이란 얘기다. 극단적으로 이하늘 같은 경우는 토크쇼에서 좋은 게스트가 될 수 있다. 그런데 K양(박중훈은 실명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했다)이라면 스토리가 없지 않겠나. 실패한 사람의 변명일 수도 있지만, 내 방식을 고집하면서 품위를 잃지 않고 그만둔 걸 자부한다. 다음에는 공중파 3사말고 EBS나 케이블에서 하고 싶다.  당시 실망이 컸나.  -난 병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이다. 늘 희망을 본다. 실패하면 유쾌하진 않지만 절망스럽지도 않다. 전투에 졌다고 전쟁에서 진 건 아니다. ‘박중훈쇼’가 안 된 것도 요즘은 복이라고 생각한다. 토크쇼가 잘 됐으면 배우 이미지가 희석될 수도 있다. 덕분에 인생을 더 알게 되서 환갑 쯤 더 좋은 토크쇼로 꽃피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배우 박중훈이 패배한 전투는 무엇인가.  -흥행보다 배우로 외면받은 영화가 아프다. 90년대 말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전에 찍은 일련의 자기 복제된 코미디 영화들, ‘해운대’의 반응들, 당시에는 힘겨웠다. 절대적인 확신을 하고 찍었는데 안 좋게 반응이 나온 ‘세이 예스’(2001)도 같은 경우다. 그 외에 ‘박중훈쇼’도 그렇고. 개인사의 범법행위 걸린 것도 있고,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인생을 포기하지 않을 거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후회하고 땅을 치는건 도움이 안 된다. 지금은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당장 배우인생이 끝나도 난 행운아다. 예컨대 할리우드에서 (출연)기회가 안 와도 한국배우 최초로 메이저 영화에 출연한 것 자체가 의미있다. 마음이 편안하다.  할리우드 재진출은 계속 노력하나.  -무지 많이 한다(웃음). 한 달 전 미국에 다녀왔는데 조너던 드미(박중훈이 출연했던 ‘찰리의 진실’의 감독으로 ‘필라델피아’ ‘양들의 침묵’ 등 걸작을 연출)의 집에서 그의 가족, 후지모토 타크(‘찰리의 진실’ ‘필라델피아’ ‘양들의 침묵’ 촬영감독) 등과 저녁을 먹었다(아이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줬다). (할리우드 재진출이) 오래 늦춰지니까 양치기소년처럼 보는 분들도 있지만 ‘선’은 유지하고 있다.  영화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나.  -있다. 내가 몇억을 받은 배우인데. 부담 정도가 아니다. 최소한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일정 수익을 내야 배우 생활을 유지하는데 역할을 해주는 것 아니겠나.  ‘체포왕’은 어떤가.  -입이 방정이라 말하기 조심스러운데 최소한 안 되는 쪽에 속한 건 아닌 것 같다. 손해는 안 볼 것 같다(‘체포왕’의 손익분기점은 180만명).  트위터를 열심히 하기로 소문이 났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안 돼서 사귀기 어려웠던 사람들과 관계가 개선됐다. 영화배우란 직업이 사람들과 접촉하기 어려운데 지금은 누구든지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내가 세상 속에 더 들어간 셈이다. 팔로어가 12만이 넘는다. 배우 중에는 가장 (팔로어가) 많고 (아이돌을 제외한)연예인 중에는 10위 안에 들 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색깔있는 농어촌마을 1만곳 키운다

    정부는 활력 있는 농어촌을 만들고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색깔있는 마을’ 1만곳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3년까지 농어촌의 변화를 이끌 핵심 지도자 10만명을 육성하고 100만명 재능 기부자를 확보하며 2만곳 이상 도·농 연대가 추진된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스마일 농어촌 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운동은 농어촌 지역주민이 운동 주체가 되고 도시민이 대대적으로 참여하는 자율적 국민운동 성격으로 자율, 창의, 상생을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다. 농어촌 인구감소와 고령화, 농어업과 농어민의 상대적 비중 감소로 농어업 정책만으로는 농어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한계가 있지만 소득증가·웰빙추구 외에 베이비부머의 본격 은퇴 등으로 도시민의 농어촌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정책이다. 농식품부는 전통문화·음식·축제·특화산업 등 각 마을이 지닌 잠재적 자원을 발굴,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2013년까지 3000개를 발굴·육성하기로 했다. 색깔 있는 마을 육성을 통해 농어촌을 삶의 터전이자 휴식공간으로 만들고 도·농교류 활성화와 경제활동 다각화를 통해 고용기회와 소득원을 다원화한다는 복안이다. 현재의 도·농교류를 내실화, 2만개 이상 도·농 연대가 추진된다. 유 장관은 “농어촌이 활력 있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어촌에 창조적 사고와 전문 기술을 가진 지도자가 많아야 한다.”며 “2012년까지 10만명의 핵심 인재를 육성해 마을 발전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가도록 하고 현재의 농어업·농어촌 관련 교육체계의 전면적 개편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 운동의 성공을 위해 정부·농식품단체·학계·재계·문화계 등을 대표하는 30명 이내의 국민운동추진위원회를 다음 달 발족할 예정이다. 위원회 산하 사무국이 운동을 실질적으로 끌어가며 사무국에 설치될 재능뱅크를 통해 농산업·경영·경관·공학·금융·디자인·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100만 재능 기부자를 확보해 필요한 농어촌에 연계시킨다는 계획이다. 사무국 소요 인력은 일단 농어촌공사, 마사회, 농촌경제연구원, 농협 등 유관기관에서 파견받되 장기적으로 민간 법인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에서는 시·도, 시·군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현장포럼과 마을 협의체가 구성되며 이를 지원할 농어촌 활력창출 지원센터가 지역대학에 설치된다.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2013년까지 1000명의 관계 전문가를 확보, 마을 자원을 발굴하고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마을이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새마을운동중앙회, 자연보호중앙연맹 등 기존 농어촌 단체와 전국 단위 운동 조직 등의 참여를 유도, 운동의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농식품부는 이 운동의 전국적 확산을 위해 연간 1조 500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 농어촌분야 포괄보조사업을 이 운동과 우선적으로 연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역 개발과 농어촌 산업화에 지원되는 1조 5000억원을 지역 주민들과 도시민들, 재능기부자들이 충분한 협의를 거쳐 사업계획을 마련할 경우 우선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대한민국 농어촌 마을 대상을 제정해 우수한 마을과 관계자들에게 시상할 계획이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청해부대원 땀냄새 지상최고 향수였다”

    “불길한 생각으로 백년 같은 시간을 보내고 밝은 하늘 아래서 처음 본 청해부대원들이 우리의 우상이 됐습니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될 위기에 처했던 한진텐진호(7만 5000t급)의 박상운(47) 선장은 지난 24일 청해부대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무엇으로도 갚지 못할 크나큰 은혜를 입었다.”면서 감사인사를 전했다. 합동참모본부가 25일 공개한 박 선장의 편지는 긴급피난처에 숨어 있던 박 선장과 선원들은 청해부대원들이 자신들을 찾아냈을 때 안도하며 느꼈던 마음을 글로 표현했다. 박 선장은 “크나큰 은혜를 입은 한진텐진호 승조원들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무탈한 상태에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순항 중”이라면서 “청해부대장과의 무선 통화가 처음 성공했을 때 통렬한 기분은 평생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땀으로 완전히 젖은 군복에서 인도양의 바람을 타고 밀려드는 소금기 잔뜩 안은 그 진한 땀의 향기는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향수였다.”면서 “작전 수행을 했으면서도 아이스크림 한 숟가락에 고마워하던 당신들의 모습에 펑펑 울었다. 우리는 그날 다시 태어났다.”고 당시의 감동을 표현했다. 박 선장은 또 긴급피난처에서 통신기를 통해 들려온 청해부대원들의 목소리에 대해 “선원 여러분 안심하라던 무전기 소리는 하늘의 음성과도 같았다.”면서 “아직도 그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며 웃음 짓게 한다.”고 기억했다. 박 선장은 “앞으로 여러분의 그 모습 백분의 일이라도 닮으려고 애쓰며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청해부대는 지난 21일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으로부터 한진텐진호의 한국인 14명과 인도네시아인 6명 등 선원 20명을 구조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가수 임재범 ‘나가수’ 출연 이유가 아내 암투병 때문

    가수 임재범 ‘나가수’ 출연 이유가 아내 암투병 때문

     가수 임재범이 MBC 에브리원 ‘수요예술무대’는 물론 ‘나는 가수다’에도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자신의 아내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자신의 팬카페를 통해 뮤지컬 배우 출신인 아내 송남영이 암투병 중이란 사실을 공개했다.  임재범은 최근 ‘제 아내 송남영 암투병 중에 있다. 여러분의 기도 부탁드립니다.’란 글을 통해 절절한 사연을 전했다. 그는 “저와의 결혼 10주년 기념일을 즈음해 고대 안암병원에서 갑상선 암을 진단받았고 건국대병원서 갑상선 암 제거를 했고 간암, 위 전이가 됐다는 추가 진단을 받았다.”면서 “육체의 병보다는 지수 엄마가 무척이나 외롭고 힘들어 할때 한 여인의 남자로, 남편으로 많이 마음이 아프고 힘이 드는군요.”라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이어 “4월8일 저의 딸 임지수 10살 생일. 건강히 잘 자라줘 고맙고 그렇더군요. 제가 ‘수요예술무대’ 때 왜 그리도 몸이 안 좋고, 눈물을 보였는지 이제야 제 설명으로 아셨으리라 믿습니다. 많은 기도로 회복의 기적을 지수엄마가 누릴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라고 수요예술무대에서 ‘독종’을 부르다 눈물을 보인 이유를 설명했다.  임재범은 방송 출연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가 최근 각종 행사와 드라마 OST에 참여하고 ‘나는 가수다’에 출연을 결심한 것은 가장이자 남편으로서 투병 중인 아내 때문이었다.  팬들은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했다” “빨리 완쾌되길 기도한다.” “많이 괴롭겠지만 힘내길 바란다.” “한국 보컬의 계보를 잇는 가수가 가족을 위해 나는 가수다 무대에 선다. 부인과 자식에게 가수로서 관객 속 임재범을 보여주려 하는듯 싶어 뭉클하다.”라며 응원에 나섰다.  임재범은 2001년 2월 뮤지컬 배우인 송남영씨와 결혼식을 올렸고,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임재범은 5월1일 한달여만에 방송을 재개하는 ‘나는 가수다’를 통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공군사관학교 훈육관 여생도 성추행

    사관학교에서 생도들의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훈육관이 여생도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일 공군에 따르면 공사 훈육관 A대위는 지난 2월 주중 합숙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가던 B생도(여)를 차에 태운 뒤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했다. 당시 B생도는 A대위의 추행을 뿌리치고 차에서 내려 화를 면했다. B생도는 학교에 돌아온 뒤 여성고충상담관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공군사관학교는 지난 8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A대위에 대해 파면 조치를 의결했으며 강제 전역 조치하기로 했다. 공군 관계자는 “국방부의 승인이 나는 대로 훈육관을 파면할 예정”이라며 “향후 훈육관 선발 절차를 포함해 사관학교 훈육체계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봄데’ 압박에 혹사당하는 어린 투수

    대개 구원투수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짧게 던지면서 자주 등판하거나 길게 던지고 가끔 등판한다. 당연한 얘기다. 시즌은 길다. 팀과 개인 모두 버티려면 어쩔 수 없다. 다만 예외는 있다. SK 정우람 정도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연투가 가능하다. 원포인트 구원과 롱릴리프 양쪽을 오간다. 김성근 감독은 “특유의 유연한 자세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다. 물론 특성에 맞는 세심한 관리가 따른다. 어쨌든 특수한 경우다. 롯데 구원투수 고원준. 올 시즌 들어 8경기에 나섰고 14와3분의2이닝을 던졌다. 지난 19일 현재 방어율 0.00으로 리그 1위를 기록했다. 규정 이닝을 채웠다는 얘기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기록을 보면서 짚어 보자. 이날까지 고원준보다 많은 경기에 출장한 투수는 다섯 명뿐이었다. 넥센 오재영이 11경기 등판했다. LG 오상민과 삼성 임현준은 10경기에 나섰다. 오재영은 5와3분의1이닝, 오상민과 임현준은 각각 4와3분의1이닝과 4와3분의2이닝을 던졌다. 자주 나오고 적게 던졌다는 얘기다. SK 전병두만 예외다. 9경기에 나섰고 14와3분의2이닝을 소화했다. 다만 전병두는 선발도 겸하는 스윙맨이다. 고원준과 비슷한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두산 이현승과 LG 심수창이다. 15이닝씩 던졌다. 둘 다 선발투수다. 3경기씩 나섰다. 기록을 보면 고원준의 상황이 보인다. 원포인트 구원투수들과 비슷한 횟수로 등판한다. 그러면서 선발투수들과 비슷한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즌 초반에 비해 등판 간격은 짧아지고 투구 이닝은 늘어나고 있다. 12, 17, 19일 모두 3과3분의1이닝을 던졌다. 그 사이 14일엔 1이닝을 소화했다. 앞으로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면 이런 추세가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 문제가 있다. 사실 팀과 개인에게 모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고원준은 이제 스무살. 2년 차 어린 투수다. 본격적인 불펜 경험은 올 시즌이 처음이다. 특성과 연투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확실하게 모른다. 정우람과는 차이가 있다. 결국 어깨는 소모품이고 어느 시점에는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식의 부담은 곤란하다. 롯데의 팀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오랫동안 롯데는 ‘봄데’였다. 성적을 위해 초반에 총력전을 펼쳤고 여름에 주저앉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가장 긴 이동 거리를 오간다. 육체와 정신이 모두 피곤하다. 경기가 끝나도 못 쉬고 이동해야 한다. 매일 대기하는 불펜투수들의 피로도는 다른 팀보다 월등하다. 그 차이가 쌓이면 어느 순간 팀은 동력을 잃는다. 전임 로이스터 감독이 느슨한 투수 운용과 훈련 패턴을 보여 줬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롯데는 지난 3년 동안 봄데가 아니었다. 롯데의 올 시즌 목표는 우승이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크다. 부담은 압박감을 낳고 압박은 사람을 조급하게 한다. 당장 구위 좋은 투수를 쓰고 싶은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시즌은 길고도 길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인지적 소통’ 통한 혁명 시작되다

    포스트모던류의 이론들이 되레 보수주의에 이바지한다는 비판은 흔하다. 현란한 분석에 집중하다 보니 빠져나갈 퇴로를 스스로 차단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들의 서술 포인트는 대개 자본주의가 얼마나 막강한 체제인가, 혹은 그 얼마나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체제인가를 설명하는 데 맞춰진다. 그러다 보니 읽을 때는 분노가 끓어오르다가도 막상 책을 덮고 나면 ‘그럼 뭘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들의 묘사에 따르자면 자본주의는 세상 모든 것을 끌어들이는 거대한 아메바다. 덕분에 남는 것은 우리 모두 뛰어 봤자, 날아 봤자 자본주의 손바닥 안이라는 패배감이다. 비관적인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는 비논리적이고 비체계적으로 보이는, 충격적인 경험이다. ●자본주의가 인간의 인지 자체를 장악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다중지성’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린 이탈리아 극좌파 사상가 안토니오 네그리의 뒤를 따라 자율주의 이론가임을 내세워 온 조정환(55) 다중지성의 정원 강사가 자신의 10여년간 탐구를 종합 정리한 ‘인지자본주의’(갈무리 펴냄)를 내놨다. 인지(認知·Cognitive)란 뇌과학에서 쓰는 용어로 이해, 판단, 의지 등 모든 정신적 과정을 포괄한다. 따라서 인지자본주의의 논리 또한 자본주의가 엄격한 규율을 통해 노동자의 육체만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통제와 감시를 통해 인간의 인지 자체를 장악해 버렸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상업자본주의, 산업자본주의에 뒤 이은 것이 바로 인지자본주의라는 주장인 것이다. 인지노동의 예로 저자는 지식·정보노동과 함께 예술노동, 감정노동을 들었다. 저자는 만국의 노동자 단결 대신 네트워크 구성을 대안으로 삼는다. 예전과 같이 국가와 당을 중심으로 한 혁명의 시대는 끝났으니 이제 인지적 소통을 통해 혁명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발달된 IT 기술을 이용한 한국의 광우병 촛불시위, 아프리카의 재스민 혁명 같은 것을 든다. 노동운동의 퇴조와 함께 맞물린 다양한 사회운동의 출현이라는 점에서 음미할 부분이 있다. ●자본주의 위기 돌파구 찾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몇 가지 질문을 남긴다. IT 기술의 이용이 시위 양상의 변화인가, 시위 본질의 변화인가란 것이다. 저자는 본질이 변화했다고 볼 뿐 아니라, 본질의 변화를 굉장히 긍정하는 쪽에 서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할 일은 그들이 터져 나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뿐인가. 또 있다. 자본주의는 상업에서 산업으로, 다시 인지로 변화해 왔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자본주의는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하지 않을까. 이번만 자본주의가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것이란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비어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현대 재즈의 아이콘’ 허비 행콕 이메일 인터뷰

    ‘현대 재즈의 아이콘’ 허비 행콕 이메일 인터뷰

    선인들은 70세를 종심(從心)이라고 했다.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慾 不踰矩·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뜻)란 말에서 비롯됐다. 공자의 ‘논어’에 등장하는 이 표현은 현대 재즈의 아이콘인 미국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71)에 적용해도 틀리지 않을 듯 싶다. 행콕은 11살 때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할 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천재성은 1963년 실험성이 강한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1926~1991) 퀸텟(5인조 연주 그룹)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발휘했다. 1983년 ‘퓨처 쇼크’(Future Shock) 앨범을 계기로 재즈의 경계를 넘어 록과 팝, 클래식, 알앤비(R&B),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 14개의 그래미상은 카멜레온 같은 변신에 대한 음악계의 평가를 반영한다. 새달 10일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앞둔 행콕과의 인터뷰는 공연기획사 서던스타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서울신문의 서면질의서를 갖고 베벌리 힐스 자택을 방문해 진행됐다. →내한공연 포인트는.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할 앨범은 최근작 ‘이매진 프로젝트’다. 앨범 주제는 ‘평화’다. 11개국 음악가들과 합동 작업을 했고, 아프리카어·포르투갈어·아일랜드어 등 7개 국어가 사용됐다. 다른 문화들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의미다. →8년 전 방한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시간이 많이 지나 모든 상황이 기억나지는 않는다(웃음). 확실한 건 아름다웠던 콘서트홀(코엑스)과 진지하고 따뜻했던 관객이다. 첫 인상은 테크놀로지의 성장이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는 것이다(그는 신기술을 빨리 체험해보는 얼리 어댑터로 유명하다). 재즈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늦게 소개돼서인지 젊은 층 관객들이 많았다. →1970년대 일렉트로닉과의 접목 등 다양한 실험을 했다. 반면 최근 앨범들은 전보다 편안한 곡들로 채워지는 경향이 있는데. -현란한 피아노 솜씨를 자랑하듯 표현하는 것보다 앨범의 주제의식이 우선이다. (이매진 프로젝트 앨범) 주제가 ‘평화’와 ‘우리’(We) 아닌가. →순회 공연 일정이 살인적이다. 칠순이 넘었는데 힘들지 않은가. -육체적 건강 못지않게 영혼의 건강도 중요하다. 나는 40년이 넘도록 불교를 믿고 의지하고 있다. 종교의 가르침이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도움을 준다. 세상과 나의 관계, 죽음과 탄생의 관계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솔직히 음식 조절도 한다. 좋아하던 아이스크림을 얼마 전부터 줄였다(웃음). →재즈는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친해지는 방법을 소개한다면. -가장 중요한 건 즐기는 것이다. 관객들도 열린 마음으로 공연장에 왔으면 좋겠다. →존경하는 뮤지션은 누구일지 궁금하다. -음악적으로는 물론, 인생에 있어서 마일스 데이비스는 동료이자 조언자였다. 항상 그는 “상자 밖의 세상을 생각하라.”(Think outside Box)고 말했다. 정해진 기준을 넘어 탐험하고, 실험하란 얘기다. 나 역시 정해진 기준들을 넘어서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 배울 수 있다. 더 크고, 높은 곳에 이를 수 있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아직까지 행콕의 뒤를 잇는 누군가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후계자는 누구인가. -내가 누구를 꼽을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굳이 원한다면 말해주겠다(웃음). (재즈 피아니스트인) 다닐로 페레스(파나마), 애런 팍스(미국), 티그란 하마시안(아르메니아) 등이 훌륭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길섶에서] 건강관리/주병철 논설위원

    젊을 때는 건강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언제나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냥 젊음 자체를 즐긴다. 건강을 서서히 걱정하기 시작하는 때는 적어도 40대 중반 이후로 접어들면서부터다. 건강을 챙긴다며 이런저런 운동도 하고 더러 금연도 시도한다. 그러다 ‘그냥 이대로 살래.’ 하면서 자포자기하고 말기도 한다. 요즘은 젊은 층, 나이든 사람들 모두 건강에 관심이 많다. 회사 인근의 피트니스 센터에 다니다 보면 젊은 층의 운동 열기는 폭발적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60~70대 부부다. 운동량이 젊은이 못지않다. 좀 더딜 뿐 운동 강도는 세다. 운동은 대충 하고 샤워만 하는 40~50대들은 창피하다. 건강 관리에 육체적인 운동만 있겠는가. 스트레스 해소도 건강 관리에 중요한 요소다. 어느 최고경영자(CEO)의 건강 관리 비결이라며 지인이 알려준다. ‘술은 마셔서 즐거운 사람과 마실 것, 식사 약속은 가능하면 줄일 것, 도보로 1시간 이내 약속 장소는 걸어서 다닐 것’ 한번 실행에 옮겨볼까 싶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소돔 120일’ 사드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소돔 120일’ 사드

    “이 문이 닫히고 나면 실링이라는 뒤르세의 성에 들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음에 계속되는 설명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저탄소를 지나자마자 그들은 성 베르나르 산만큼 높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 산은 도보로밖에 오를 수 없었기 때문에 접근이 매우 어려웠다. 노새가 꼭대기까지 가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올라가는 길 사방이 낭떠러지로 둘러싸여 있어서 노새를 이용하기에는 많은 위험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특별한 장비가 없는 한 새가 아닌 다음에는 산꼭대기까지 올라왔다 하더라도 산을 넘어갈 수가 없었다. 뒤르세는 천길 낭떠러지로 나뉘어져 있는 양쪽을 아주 튼튼한 나무다리로 연결시키고, 마지막 장비가 도착하고 나면 그것을 잘라버리기로 했다. 그 순간부터는 어느 누구도 실링 성으로 들어설 수가 없는 것이다.” 누구도 들어갈 수 없고, 들어가고자 하지 않았던 세계, 이것이 ‘소돔120일’의 세계이자 사드라는 인간의 내면 세계였다. 1. 色의 시대를 자극한 자 도나시앵 알퐁소 프랑수아 드 사드(1740~1814)는 23살부터 감옥을 드나들기 시작해서, 마지막 10년은 감옥과 다름없는 샤량통 정신병원에서 보낸 뒤 생을 마감했다. 반복된 수감과 석방을 거듭하며 그는 총 27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감옥에 있지 않을 때도 주로 거주지 제한이라는 굴레를 안고 살아야 했다. 죽을 때까지 사드를 따라다닌 죄목은 ‘끔찍한 변태성욕’이었다. 명문 귀족집안에서 태어나 결혼까지 한 사람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난삽한 연애를 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18세기 절대왕정 시대의 프랑스는 안정된 경제를 기반으로 사치와 향략의 궁정문화가 크게 유행했다. 도시의 학교나 뒷골목에서는 학생이나 신부들의 동성애, 폭력적 성행위도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었으며, 부유한 귀족과 시민들은 사드의 작품보다 더 ‘외설적인’ 작품들을 탐독했다. 하지만 왕과 귀족들이 증오한 것은 오직 그, 사드였다. 우선, 사드는 남색과 가학성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리고 자신의 침실에서 서슴없이 신을 모독했다. 상대방의 엉덩이를 채찍으로 때리면서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이름을 불경하게 외치는 것은 기본이었고, 성배와 성찬용 빵을 섹스의 도구로 삼는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했다. 서민들은 사드의 난행에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귀족들의 무례함과 폭력성을 있는 그대로 보았으며, 귀족들은 사드가 공격적인 신성모독을 통해 교회 권력을 노골적으로 모욕하고 있다고 느꼈다. 사드는 양쪽 모두의 증오심을 충족시켜주는 괴물이었다. 사드의 과감한 행위가 절대왕정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 사법관들은 이 괴물을 좌시할 수 없었다. 사드는 왜 이런 변태적 행위를 멈추지 않았는가? 절대왕정의 막바지에 루소, 디드로, 달랑베르 등 수많은 계몽 철학가들은 인간 이성의 존엄성과 개인의 자유정신을 주장하면서 신성(神聖)에 기반한 체제를 비판했다. 사드는 이들의 저서를 읽으면서 성장했다. 그러나 사드가 보기에 이들 계몽철학가가 정의하는 ‘인간’은 너무나 추상적이고 도덕적이었다. 인간의 성, 인간의 폭력, 인간의 증오에 대해서 그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의 내부에 도사린 그런 ‘비인간성’을 건드리지 않고 어떻게 인간의 자유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사드는 자신의 육체를 하나의 도구로 삼아,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우아한 드레스와 고상한 신학(神學), 철학서로 치장한 인간이 아니라 오직 육체뿐인 인간을 봐야 한다!’ 이렇게 결심한 사드는 인간의 비인간성을 스스로 실험하기 시작한다. 그전까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섹스를 하면서, 그 순간을 흡사 냉정한 법관이나 수학자와 같은 태도로 지켜보았던 것이다. 사드는 인간성과 동물성이 만나는 지점에 서서 자신을 실험함으로써 인간성의 심연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2. 습속의 굴레가 진짜 감옥이다 사드는 절대왕정 시대의 감옥보다 자기 안에 깊이 체화되어 있는 각종 도덕과 상식을 더 무서운 감옥이라고 생각했다. 사드는 시간을 정해놓고, 점점 더 수위를 높이는 방식으로 감옥 안에서 난행을 거듭했다. 그리고, 자신의 육체가 반복된 매질과 가학적인 수음으로 찢기고 더러워지는 것을 보면서, 인간성을 둘러싼 상식들과 습속이 만든 삶의 윤리들이 갖는 한계가 드러나는 것을 기록했다. 그리고, 난행을 기록하는 와중에 글의 힘을 발견했다. 사드는 인간 육체와 성에 관한 통념이 무너지는 순간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몰랐던 인간의 생사·습속을 둘러싼 각종 한계들이 점점 더 명확해짐을 느꼈다. ‘글이야말로 자신과의 대화라는 형태로 자유를 생각하는 시간을 열어주는구나!’ 사드에게 글은 추상적 인간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살아있는 한 인간의 자유, 욕망, 한계가 드러나는 무대가 되었다. 마침내, 그가 있던 감옥은 그의 집필실이 되었다. 그는 아내에게 부탁해 수많은 책들을 감옥 안으로 들여왔고, 간수의 감시를 피해 종이를 아껴가며 글을 썼다. 사드는 폭 11㎝ 길이 120㎝나 되는 띠를 구해 날마다 그 앞뒤로 빽빽이 글을 써 나갔다. 바로 이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소돔120일’이다. 이 작품은 루이 14세 치하의 부패를 설명하면서 시작하며, 폐쇄된 성 안에서 난행을 거듭하는 인물들이 끝없는 엽색행각을 벌인다. 사드는 혁명의 함성이 울려 퍼지기 직전의 적막 속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향락과 범죄를 언어화한 극한의 텍스트를 완성한다. 3. 바로 너 자신을 혁명하라 1789년, 사드는 감옥 안에서 혁명대의 함성을 듣게 된다. 자신이 그토록 꿈꾸었던 자유의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혁명군은 사드가 절대왕정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그를 석방했다. 사드는 하루아침에 ‘반귀족 세력’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그는 출감한 후 귀족 칭호도 떼어버리고 적극적으로 정치 팜플렛을 썼다. 동시에 감옥 안에서 집필했던 ‘미덕의 불운’과 ‘쥐스틴’을 출판했다. 그러나 혁명세력들은 사드의 작품에 동의할 만큼 혁명적이지 못했다. 결국 사드는 변태라는 죄목을 달고 다시 감옥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창밖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목이 잘려 나가는 것을 보았다. 절대왕정 시대보다 더한 횡포가 자유, 평등, 박애의 이름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그들은 종교나 왕의 말씀 대신에 이성과 합리로 덧칠한 법을 내세웠을 뿐이구나!’ 사드는 귀족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혁명가들에게도 절망했다. 사드는 혁명에 절망하면서 ‘규방철학’ 안에 정치 팜플렛을 담아서 출판한다. 절대왕정이 신봉했던 신성(神聖)과 혁명가들이 주장하는 법은 똑같이 “개별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보편자를 위해 만들어”(‘규방철학’ 중)졌다. 즉, 혁명군이 이성에 기반한 자유를 주장한다 해도, 그것은 여전히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가 아니라 보편적 인간의 추상적 자유일 뿐이라는 것이 사드의 주장이다. 하지만 도대체, 그런 보편적 인간이 어디에 있는가? 사드는 혁명 이후의 대학살을 지켜보면서 각자가 자기 식으로 자유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는 한 혁명은 절대로 완수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혁명가들에게 이런 사드는 구시대의 망령일 뿐이었다. 결국 사드는 죽기 전 11년을 정신 병원에서 보내게 된다. 혁명 전에 범죄자였던 그가, 이제는 광인이 된 것이다. 4. 사드 이후의 사드 사드는 죽기 직전에는 경멸되었으며, 죽고 나서는 잊혀졌다. 그는 장례 절차 없이 매장시켜 달라고 요구했고, 자신의 육체가 흙과 함께 흔적 없이 사라지기를 원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의 유언을 무시하고 종교적인 장례를 치렀다. 사드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가, 19세기 말 크라프트 에빙과 프로이트에 의해 화려하게 부활한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가학적 행위로부터 쾌락을 얻는 자를 지칭하기 위해 사드의 이름을 빌려왔다. 심지어 사디즘에서 죄의식을 발견하고자 했다. 이들은 그토록 철저히 신을 부정했던 사드를 오해하고 말았다. 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직시하면서 자유를 노래하는 자들은 사드를 잊지 않았다. 보들레르는 자연 상태의 인간과 사드의 악을 연결시키면서 ‘악의 꽃’을 썼고,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자신을 ‘사드 유령에게 사로잡힌 지성’이라고 표현했다. 또 초현실주의자 폴 엘뤼아르는 “사드는 문명인에게 원시적 본능의 힘을 되돌려주고, 고착으로부터 사랑의 상상력을 해방시켰다.”고 말했다. 사드는 우리가 믿고 싶어하는 ‘인간성’의 한계이자, 자유의 심연을 본 자다. 오선민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영화프리뷰] ‘라스트 나잇’

    [영화프리뷰] ‘라스트 나잇’

    과연 이 세상에는 완전한 사랑도, 영원한 관계도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영화 ‘라스트 나잇’은 이러한 주제에 대해 흥미롭고 로맨틱하게 풀어 나가는 영화다. 다소 야릇한 느낌의 영화 포스터와 홍보 문구를 보고 뻔한 불륜 영화를 생각했다면 오산. 영화는 섬세하고 치밀하게 짜여진 심리극에 가깝다. 전혀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뉴욕의 상류층 부부인 프리랜서 작가 조안나(키이라 나이틀리)와 능력 있는 건축가 마이클(샘 워싱턴). 대학 때 만나 연애만 무려 4년, 3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하며 그 어느 부부보다 단단히 엮여 있을 것 같은 이들의 관계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어느 날 마이클과 함께 간 파티장에서 남편의 직장 동료 로라(에바 멘데스)를 만난 조안나는 둘의 사이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이들의 관계를 의심한다. 한편 남편 마이클이 로라와 출장을 떠난 날, 우연찮게 조안나의 눈앞에 옛사랑 알렉스(기욤 카네)가 나타난다. 개연성 없이 우연을 남발하는 한국의 막장 드라마와 무엇이 다르냐고 벌써부터 실망하지는 말 것. 영화는 결혼이라는 시험대를 막 통과한 부부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라는 두 번째 관문 앞에서 각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여 주는 이 시점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남편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옛 사랑과의 우연한 만남에 설레는 자신을 발견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눌 길 없는 조안나. 아내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깊고 다정다감한 남편이지만, 출장지에서 더욱 대담하게 접근하는 로라의 유혹에 흔들리는 마이클. 영화는 하룻밤 시험에 든 부부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갈등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심리를 교차 편집해 보여 줌으로써 극적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마시 태지딘 감독은 뻔하게 흘러갈 뻔한 내용이지만, 인물들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세심하게 잡아냄으로써 극의 집중도를 높였다. 이 영화는 ‘더 재킷’의 각본을 썼던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또한 정신적 배신에 괴로워하는 여성과 육체적 배신에 죄책감을 느끼는 남녀의 심리 차이를 통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사랑과 신뢰에 대한 화두를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다만 각자 밤을 보낸 부부가 복잡한 심경으로 마주하는 마지막 장면은 세련된 결말이라고 보기엔 너무 많은 부분이 압축 생략돼 있어 다소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키이라 나이틀리와 ‘아바타’의 샘 워싱턴은 전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7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깔깔깔]

    ●재미난 이름풀이 2 아라비아의 무식쟁이:모하나 알라. 필리핀의 최고 백화점:막 사라사라. 러시아의 불효자:에미치네 호르스키. 이탈리아의 최고 불효자:에미치고 에비까니. 프랑스의 불효자:에밀 졸라 프랑스의 교통 장관:사그넬라 다칠라. 프랑스의 웨이터:다 드숑. 미국의 유명한 육체파 배우:팬티 막 버슨. 미국의 대식가:다 글거머거. 프랑스의 최고 형사:니들다 쇠고랑. 설사가 심한 중국사람:왕창싸. ●난센스 퀴즈 소금을 가장 비싸게 파는 방법은? 소와 금을 따로 판다. 슈퍼맨이 어렸을 때를 뭐라고 할까? 슈퍼주니어. 빅뱅에서 가장 뜨거운 멤버는? 태양. 허수아비의 반댓말은? 허수어미.
  • 중대본 파견 6개 부처 과장들, 숨가빴던 4개월을 말하다

    중대본 파견 6개 부처 과장들, 숨가빴던 4개월을 말하다

    구제역은 지난해 11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첫 발생 신고가 접수된 이후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확산됐다. 수많은 소·돼지가 동시다발로 살처분되다 보니 부실 매몰지에서의 침출수 유출로 인한 2차 환경오염 문제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정부는 원활한 사태 수습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5개 부처에서 선발된 인력으로 부처합동 매몰지관리 지원팀을 꾸렸다. 또 행정안전부 재난대책과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중대본은 3월 31일 자로 해체되고 파견자들은 1일 소속 부처로 복귀했다. 서울신문은 중대본에 파견됐던 6개 부처 과장들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숨가쁘게 일했던 그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행정안전부 안병윤, 보건복지부 권준욱, 농림수산식품부 신현관, 환경부 백운석, 문화체육관광부 김재환, 국토해양부 이철조 과장 등이 인터뷰에 동참했다. →처음 합동 근무 명령을 받았을 때의 심정과 각오는. 권준욱 복지부에서 신종플루로 한동안 정신없었던 일을 떠올리며, 다른 부처 일로만 여겼던 구제역이 나의 일이 됐다는 것에 사실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다. 근무를 시작하고 맞이한 토요일(2월 19일), 파견자들이 모여 구제역 괴담 등 국민들의 불안감을 없애는 데 최선을 다하자고 결의를 다졌다. 마치 전투 중에 최일선에 선 첨병과도 같은 심정이었다. 신현관 축산정책과장으로 구제역 중심에 있다가 중대본 파견 근무 명령을 받고 당황스러웠다. 구제역이 방역 지원과 조정(1차 백신접종이 거의 완료단계)에서 매몰지 침출수 문제가 이슈로 등장하면서 매몰지관리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파견 중이던 국장이 국립식물검역원장으로 발령 나, 교체 파견자로 발탁된 것이다. 농식품부가 주무 부처였다가 여러 부처 공동 일이 돼 구제역과 매몰지 문제 종식을 위해 일익을 해내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마음을 추슬렀다. 안병윤 재난대책 과장으로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와 수도권 홍수피해, 연평도 포격 등 재난대응과 피해복구 지원에 직원들이 녹초가 된 상황이었다. 구제역 문제가 제발 중대본 체제로 가지 않기를 바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경기 북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경기 제2청사에 정부합동 지원반을 구성한 것을 시작으로 본부에 구제역 매몰지 지원팀까지 구성하게 됐다. 중대본 총괄과장이다 보니 휴일과 낮과 밤 구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 →합동 근무의 의의와 성과를 꼽는다면. 백운석 정부 부처 직원들이 합동으로 지원팀을 구성해 운영한 것은 재난 대응에 있어서 통합적인 관리체제의 한 모델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전 부처가 힘을 합쳐 대안을 제시하고, 중대본 지휘체제로 일원화해 전국 지자체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재난대응에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소속 부처 업무를 가리지 않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에서 큰 동료애도 느낄 수 있었다. 이철조 당초 예정됐던 3월 말까지 매몰지 정비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한 것이 최대 성과이다. 전국 매몰지에 대한 전수조사, 정비대상 매몰지 선정, 정비를 위한 설계 시공 등 일련의 과정을 계획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중대본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향후에도 좋은 본보기로 남을 것이다. 중앙부처 외에도 각 부처 산하기관 소속 전문가들의 참여도 큰 힘이 됐다. 정비 대상 매몰지에 대한 설계와 시공상황을 점검해 준 기술 전문가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신현관 중대본이 꾸려지기 전에는 각 부처 일에만 충실하다 보니 의견이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방역에 초점을 두고, 환경부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다 보니 제대로 조율이 안 된 내용이 국민에게 전달돼 혼란을 야기시켰다. 중대본이 설치됨으로써 정부 내 의견이 조정돼 언로가 일원화되고, 군·경 병력의 동원과 지자체장의 관심을 유도하는 등 범정부적인 대처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본다. →힘들었던 점과 보완이 요구되는 사안은. 김재환 구제역과 매몰지 정비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언론과 인터넷에서 ‘식수대란’, ‘침출수 비상’, ‘축산업 붕괴’, ‘대재앙’ 등 극단적인 표현들이 나와 힘들었다. 물론 상황이 그만큼 심각했기 때문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랐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보다 과도한 표현들이 국민에게 큰 불안을 안겨 준 측면이 크다. 특히 인터넷의 경우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잘못된 정보도 많고, 과장된 해석도 많았다. 실제 구제역으로 인해 치러야 할 ‘언어의 비용’도 많았다. 백운석 연일 아침 일찍 나와서 밤늦게 들어가다 보니 육체적인 피로와 잘해야 된다는 정신적 부담감도 컸다. 무엇보다 일부 언론에서 매몰 초기 급박한 상황에서 발생한 부실 매몰지에 대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제기하고, 매몰지가 아닌 지역의 일반적인 오염도까지 매몰지 때문으로 보도할 때는 힘이 빠졌다. 안병윤 재난 대응 인력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오랜 기간 연일 긴장된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피로를 해소해 줄 수 있는 메커니즘이 부족했던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우수한 전문인력이 재난관리 분야에 근무하도록 유인하는 조직상의 메리트가 부족하다. 또 교대근무를 할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하다. 이번 중대본 운영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지만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본 지진을 계기로 우리는 어떤 대비책이 필요한가. 이철조 기존 시설물의 내진 성능을 효과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 매뉴얼과 분야별 대응 전략도 정비가 필요하다. 평소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대응훈련도 내실 있게 실시해야 한다. 국민들이 행동요령을 숙지해 따를 수 있도록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권준욱 미국 유학 시절 토네이도가 온다는 경고를 텔레비전을 통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재난 시 자동으로 텔레비전이 켜지면서 경고 방송이 나왔다. 우리도 통신·방송수단 등을 통해 신속히 알리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정부 역시 부처 간 합동 태스크포스를 가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이 필요하다. 신현관 자연에 순응하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을 만큼의 정부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가축 매몰 매뉴얼만 봐도 현실 대응능력이 떨어진다. 각 지역의 상황이 다르지만 일률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큰 틀의 가이드라인으로 해당 지자체장이 지역 여건에 맞게 운용하도록 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합동근무를 마치고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재환 구제역 방지 업무를 하다 유명을 달리한 9명의 명복을 빈다. 이런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흙더미에 묻혀 사라진 347만 마리 가축의 영혼도 위로하고 싶다. 죽어가면서까지 새끼에게 젖을 먹였던 횡성의 어미소 사연은 가슴 아팠다. 우리는 살처분된 동물에게 미안함을 갖고, 두번 다시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권준욱 중대본 매몰지 지원팀 팀장으로 어깨가 무거웠던 게 사실이다. 이제 파견근무를 끝내고 소속 부처에 복귀해 새로운 과제에 매달리고 있다. 당분간 주말에는 부족한 잠을 푹 자고 싶다. 전국의 많은 공직자들이 구제역으로 고생했다. 특별히 지면을 할애해 지원팀 근무자들의 뒷얘기를 취재한 서울신문에도 감사드린다. 백운석 구제역이 동시 다발적으로 확산되다 보니 부적절한 장소에 매몰하거나 침출수 유출 방지를 위한 차수시설이 미비한 곳도 있었다. 이번 사례를 거울로 매몰 처리 시 침출수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고밀도 폴리에틸렌라이너를 차수재로 사용하는 등 매몰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과거 사례를 답습해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구제역에 걸리지 않은 가축들도 살처분했는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진지하게 모색해 볼 때이다. 신현관 구제역 매몰지 문제해결을 위해 부처합동 근무로 지원팀을 꾸렸던 것이 국민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자리였던 것 같아 좋았다. 구제역 위기에 관련 부처들이 상시적인 정보와 협의를 통해 대처한 것은, 향후 어떤 위기상황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 안병윤 최선을 다해 구제역을 막았는데 한 세기 만의 혹한으로 방역효과가 잘 먹히지 않았다. 또한 사료차량 등 축산 관련 차량으로 인해 계속해서 구제역이 확산될 때는 맥이 풀렸다. 구제역 예방과 종식은 축산농가의 환경개선에 있다고 본다. 아울러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재난안전에 대한 요구를 정부 시스템상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재난안전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맞는 시스템 개선과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유한킴벌리, 9일 ‘화이트와 함께 하는 엄마와 딸 건강 캠페인’ 개최

    유한킴벌리, 9일 ‘화이트와 함께 하는 엄마와 딸 건강 캠페인’ 개최

     유한킴벌리의 여성용품 브랜드인 화이트는 ‘화이트와 함께 하는 엄마와 딸 건강 캠페인’으로 ‘허브 쿠킹 클래스’를 9일 오후 2시 광화문에 있는 요리스튜디오 라퀴진에서 갖는다. 행사에는 사춘기의 딸을 둔 모녀 10팀이 초청된다.  부모들은 화이트의 제품 ‘시크릿홀 허브랑’의 주 성분인 천연허브 로즈메리(Rosemary)를 활용한 음식을 만들면서 초경을 시작한 딸들의 정신적, 육체적인 변화를 이해하고 다독인다. 로즈메리를 활용, 마리네이드(marinade·양념)한 ‘닭 오븐구이’와 로즈메리 오일 향의 ‘화이트 수프’, 로즈메리 향이 나는 ‘포카치아’를 만든다. 로즈메리는 냄새를 제거하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효능이 있다.  화이트는 지난 3월 독서치료 전문가인 이화여대 김영아 교수와 함께 하는 독서 테라피(therapy·치료) 클래스를 시작으로 올해 총 6회에 걸쳐 ‘화이트와 함께 하는 엄마와 딸 건강 캠페인’을 준비할 예정이다.  향후 행사로는 헬시 허브(Healthy Herb) 클래스, 마인드 테라피(Mind therapy) 클래스 등의 주제에 맞춰 ▲스파 ▲허브 쿠킹 ▲허브용품 제작 ▲역할극 ▲아트 테라피 클래스 등이 준비된다. 퓨어 스토리(www.purestory.co.kr)에 자세한 내용이 있다. 화이트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건강에 좋은 허브 요리를 만들면서 사춘기 딸의 몸과 마음의 고민도 함께 풀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조목조목 짚어 본 통일 이후 ‘통합’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치사에서 평화통일 3단계와 통일세 구상을 주요 대북 메시지로 제시한 이후 각계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가 터져나왔다. 또 얼마 전 ‘후계자’ 김정은의 급부상으로 촉발된 북한의 정정 불안 때문에 통일이 목전에라도 다가온 듯 철저한 준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활발하게 전개된 논의에 비해 통일 이전의 ‘통합’이나 이후의 구체적인 전개 방식 등에 대해서는 아직 체계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관념적 시각에서 통일 문제를 보거나, 정치·경제 중심의 좁은 잣대로만 논의가 전개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통일 이후 통일을 생각한다’(박명림 외 6명 지음, 푸른역사 펴냄)는 통일의 준비 과정과 통일 이후 발생될 문제들을 조목조목 짚고 있다. 책은 남북통일이 ‘결론’이 아닌 통일 문제의 ‘시작’이란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정치·경제는 물론 교육과 언어,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통일 이전과 통일, 그리고 그 이후를 대비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한다.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 협동과정 교수는 “통일이 온전했던 이전으로의 ‘회귀’가 아닌 60여년간 독자적으로 생존해 온 두개의 한국을 단일국가로 새롭게 ‘건설’하는 과정”이라며 “남북이 ‘통합’에 대한 준비 없이 제도통일 과정에 돌입하면 극단적인 사회재분열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한의 경제 통합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독일 등 외국의 경험을 원용해 살펴보고, 통일을 위해 필요한 비용과 구체적인 조달 방법 등에 대한 방안을 찾는다. 독일이 동·서독 간 화폐 교환비율을 1대1로 상정한 결과와 통일 이후 발생한 소유권 분쟁, 동독의 시장경제체제 전환 과정 등을 우리의 상황과 등치시켜 비교·검토한다. 임홍빈 서울대 명예교수는 남한의 ‘한글맞춤법’과 북한의 ‘조선어규범집’ 등 두 체제의 어문 규정을 통해 분단 이후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 과정과 남북 언어의 현황을 점검한다. 아울러 통일 한국에서는 남한을 기준으로 어문 규정을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 김재용 원광대 국문학과 교수는 먼저 북한 문학계의 현실을 이해한 뒤, 이를 바탕으로 남북 문학 교류를 전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경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도 남북 음악계의 이질성이 향후 ‘문화전쟁’으로 비화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북한의 1-4-6-4의 기간학제와 남한의 6-3-3-4 기간학제 등 교육체계의 이질성도 문제다. 이종재 서울대 명예교수는 남과 북이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의 교육이 당성, 혁명성, 계급성을 구비한 사회주의식의 인재양성에서 벗어나 보편적 전인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만 75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봄날 피곤한 엄마

    봄날 피곤한 엄마

    주부 최모(59)씨는 두어달 전부터 마치 독감에 걸린 것처럼 열이 오르고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렸다. 하루 10시간이 넘게 잠을 자도 피로가 가시질 않아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족들 성화에 못 이겨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지만 뚜렷한 원인이 나오지 않아 더 답답했다. 결국 병원을 서너곳이나 전전한 끝에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씨는 “좋다는 음식도 먹고 잠도 푹 자 봤지만 피로가 풀리지 않아 병원을 찾았는데,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됐다.”면서 “남편에게 ‘너무 피곤하다’고 말했다가 ‘너무 많이 쉬어서 생긴 병’이라는 구박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남성보다 여성, 특히 40대 이상 여성 가운데 만성피로증후군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피로증후군은 기운이 없어 일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피곤한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환이다. 증상은 휴식으로 회복되지 않는 심한 피로감이 기본이다. 여기에 통증과 기억력 장애, 집중력 저하, 수면 장애, 호흡 곤란 등이 다양하게 더해진다. 원인이 뚜렷하지 않아 급성질환으로 의심하는 환자도 많다.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심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성 환자는 15만 1735명, 남성 환자는 10만 2289명으로 여성이 무려 48%나 많았다. 특히 40대 여성이 3만 1150명으로 남녀 연령대 가운데 가장 환자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남성이 여성보다 환자가 많은 연령대는 10대 이하뿐이었다. 40세 이상 중년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환자 수가 53%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3월부터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해 6월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가 8월부터는 다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40대 이상의 여성들에게 생기는 만성피로는 ‘집안일’, ‘육아’와 관련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생활을 하다 보면 쉬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 만성피로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심한 다이어트와 불규칙한 식사로 인한 영양 결핍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날이 풀리는 3월을 전후해서는 신체가 새 계절에 적응하느라 더욱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춘곤증이 장기간 지속되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발전할 수 있다. 김미영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만성피로증후군을 가졌다면 하루 일과 중에서 피곤한 시간과 힘든 시간대를 파악해 가장 적합한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하고, 통증은 전문의 치료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낯선 키네틱 세계로 초대

    낯선 키네틱 세계로 초대

    ‘키네틱’(Kinetic)은 말 그대로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기계를 예술품으로 만든 것이다. 기계성, 규칙성, 반복성이라는 점에서 근대성을 가장 확연하게 드러내는 작품들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기도 하다. 12일까지 서울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 2~4층에서 열리는 ‘키네틱아트전-가재는 게편이다’는 그런 면에서 볼 만한 전시다. 박소민 큐레이터는 “키네틱 분야는 역량있는 작가군이 10여명밖에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작다.”면서 “그래서 이번 전시는 이런 다양한 작업들이 있다는 걸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전시장 2층에는 최문석, 왕지원 두 작가의 작품이 놓여 있다. 키네틱이 가진 근대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정통 키네틱이라 이름 붙여도 좋을 법한 공간인데, 두 작가는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최문석은 ‘노 젓는 사람들’ 같은 작품을 통해 찰리 채플린이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풍자한 근대 집단 육체노동의 풍경을 그려낸다. 왕지원은 불상에서 따온 작품들을 선보인다. 사이보그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컨셉트가 느껴진다. 3층은 키네틱으로서는 특이한 공간이다. 오뚝이처럼 흔들대는 높이 160㎝의 발광 풍선 100개가 빈 공간에 가득 들어차 있다. 사람들이 헤쳐 지나다니면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런데 정작 제목은 ‘무브리스’(Moveless)이다. 움직임이 없는데 관람객이 들어서면 움직임이 생성된다. 관람자를 키네틱의 한 요소로 끌어들인 것이다. 다만, 좀 더 조명이 어두웠더라면 작품이 더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무브리스’를 선보인 노해율 작가는 “소방법 때문에 창문을 완전히 가리지 못해 빛이 들어와 버렸다.”며 웃는다. 4층에서는 김기훈 작가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기다리고 있다. 검은 돌 두개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첫 작품 제목은 ‘Sunev’. 뭔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 보니 돌 두개가 서로 마주보고 빙글빙글 도는 그 사이 빈 공간에서 비너스 조각상이 또 빙글빙글 돌고 있다. 제목은 비너스 알파벳을 거꾸로 써둔 것. 각국 지폐에 쓰인 인물 도상을 교묘하게 변주한 작품이나, 폐차장에서 구한 3기통 엔진으로 구동되는 ‘모나리자’의 기발한 착상도 돋보인다. (02)735-9938.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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