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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물’, 그들은 왜 총을 들었나

    ‘괴물’, 그들은 왜 총을 들었나

    나는 오늘 사표 대신 총을 들었다/마크 에임스 지음/박광호 옮김/후마니타스/520쪽/2만 2000원죽음의 스펙터클/프랑코 비포 베라르디 지음/송섬별 옮김/반비/300쪽/1만 8000원 13명이 사망한 1999년 콜럼바인고등학교 사건, 한인 학생 조승희가 32명을 살해한 2007년 버지니아텍 사건, 2012년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상영관의 총기난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국의 총기살인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을 둘러싼 추이는 공통점을 갖는다. 일상 대부분을 보내던 공간에 나타난 조용한 성격의 살인자, 똑같이 되풀이되는 지역사회와 주변 반응, 혐오증과 정신이상 같은 일탈적 병력 등이다. 그런데 주변인들의 살인자 인물평은 의외인 경우가 많다. “이해심 많고 성실한 사람인데”, “친절하고 온화한 사람인데”…. 그들은 왜 총을 들었을까. 미국 저널리스트가 쓴 ‘나는 오늘 사표 대신 총을 들었다’와 이탈리아의 사회참여적 사상가가 펴낸 ‘죽음의 스펙터클’은 갈수록 확산되는 ‘분노 살인’과 ‘묻지마 범죄’를 살인자가 아닌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들여다본 책들로 눈길을 끈다. ‘나는…’가 다중을 향한 총기살인 사건을 직장, 학교 등 일상에서 들췄다면 ‘죽음의…’은 무차별 다중 살인의 원인을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찾아내고 있다. 미국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첫 총기 다중살인은 공식적으로 1986년 오클라호마주 에드먼드우체국 지소에서 집배원 패트릭 셰릴이 직원 15명을 총을 쏴 살해한 사건으로 기록된다. 1998년 미국의 직장 내 분노 살인은 9건이 보고됐는데, 2003년에는 45건으로 늘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는 학교에서도 총격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올해만 해도 4월 기준으로 사상자가 네 명 이상인 대형 총기사건이 무려 78건이나 발생했다. ‘나는… ’는 그 사건들을 샅샅이 추적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원인을 밝혀내고 있다. 우선 다양한 직종으로 번진 ‘분노 살인’의 시작인 1986년 에드먼드우체국 총기사건을 보자. 여기에는 우체국이 1970년 우편재조직법에 따라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민영화되며 직원들이 가혹한 경쟁 체제에 내몰린 사정이 깔려 있다. 살인자 셰릴은 범행 전날 관리자에게 심한 질책을 듣고 자신의 해고를 확신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25년간 일한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뒤 회사로 찾아가 학살극을 벌인 로버트 맥의 경우를 보자. 그는 해고 통보를 받은 후 닷새가 넘도록 낙담한 채 겁에 질려 있었다고 한다. 잔혹한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아들이려 애썼지만 실패했고 마침내 “나 자신을 종료할 때가 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총기 살인사건의 추이를 훑다 보면 살인자들이 총을 든 이유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저자는 무엇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밀어붙였던 이른바 ‘레이거노믹스 ’이후 가혹해진 직장 환경과 노동자들에 가해진 정신적·육체적 충격에 주목한다. 견디기 힘들 정도의 스트레스와 장시간 노동, 구조조정의 불안감, 일터 괴롭힘…. 이 같은 요소들로 채워진 미국의 직장 문화가 직장인들에게 자살과 복수의 충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책 말미에 붙인 저자의 후기가 혹독하다. “왜 이 이야기의 진짜 악당들과 싸우지 않고 회사, 우체국, 학교에서 우리끼리 싸우는 것일까. 이 책은 레이건이 남긴 것들을 캐내어 인근 종려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마침내 그가 제대로 된 심판을 받게 하려는 시도다.” ‘죽음의 스펙터클’ 역시 ‘묻지마 살인’을 개인 문제로 치부해 온 태도에 경종을 울린다. 범죄와 자살이라는 절망적 사건들을 들여다보며 지옥을 견디다 못해 괴물이 돼 버린 사람들과 죽음을 택한 사람들의 고통에 주목한다. 2012년 영화상영관의 총기살인 사건을 계기로 책을 썼다는 저자는 비슷한 범죄들을 샅샅이 조사했다. 콜럼바인고교 사건을 일으킨 에릭 해리스는 ‘자연 선택’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범행했다. 2007년 핀란드 헬싱키의 고등학교에서 9명을 살해한 페카에릭 우비넨은 범행 직전 인터넷에 ‘자연선택 신봉자의 선언문’을 남겼다. 그 대목에서 저자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자란 이들이 승자 독식이라는 개념에 완전히 설득당했다”고 지적한다. 그 과시적인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총기난사범들을 저자는 이렇게 정의한다. ‘어머니보다 기계로부터 더 많은 말을 배운, 스펙터클에 매혹된 존재들.’ 그리고 이 사회와 시대가 개인들에게 가하는 비인간적 압력을 논의하지 않는다면 ‘괴물들’의 출현은 막을 수 없다고 단정한다. “그 끔찍한 광기를 이해해야만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모습을 정확히 볼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하루 5시간 근무제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

    하루 5시간 근무제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

    “어떤 경영자는 직원들이 하루 8시간 일한 만큼 급여를 주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 직원 중 대부분이 정말 일한 시간은 불과 2~3시간으로, 이 일을 하려고 8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는 이는 미국 기업 ‘타워 패들 보드’(Tower Paddle Boards)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스테판 아르스톨. 아르스톨 CEO는 “지금까지 봐온 직원들은 하루 중 대부분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으며 해고 위험을 피하고자 생산성마저 속이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 같은 자신의 경험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하루 5시간으로 제한했다. 이를 통해 그의 직원들은 ‘근무 시간 안에 일해야 한다’는 압박이 늘었고 스스로 생산성을 높이려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르스톨 CEO의 회사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됐다. 만일 ‘타워 패들 보드’의 직원들이 생산성을 높이지 못했다면 해고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이 같은 아르스톨 CEO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고 실제로 이 제도를 마음에 들어 했다. 그는 “하루 근무 시간을 5시간으로 제한하자 심지어 무제한 휴가제를 시행했을 때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면서 “직원들은 자신들에게 유일하게 부족한 ‘개인 시간’을 늘림으로써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었고 부족함 없이 풍족한 세계로 들어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아르스톨 CEO가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아이앤씨닷컴(INC.com)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자신의 지론이다. ■ 하루 5시간 근무가 오늘날의 업무 방식에 알맞는 이유는? 아르스톨 CEO :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근로자의 지식수준이 크게 향상했다. 공장의 조립 라인과 산업 혁명으로 생산성이 극적으로 향상한 것과 같이 육체 노동자들에게도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일하는 방식은 주로 지식 노동이다. 배우고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커뮤니케이션한다. 기술의 진보 덕분에 모든 일은 이전만큼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산업 혁명 동안, 기계는 노동자의 생산성을 크게 높였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하루 10~16시간 일해 왔다. 말 그대로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죽을 만큼 과로를 하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 사람들은 정신적으로도 과로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증상이 있는데 약물 및 불법 마약 남용, 비만, 정신 질환, 극도의 피로, 이혼율 상승 등이 있다. ■ 하루 5시간 근무가 어떻게 생산성과 이익을 높일 수 있는가? 아르스톨 CEO : 지식 노동 세계의 새빨간 거짓말은 하루 8시간 근무 중 정말 8시간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일하는 시간은 2~3시간 정도로 단지 그 일을 하려고 8시간을 사용한다. 압도적으로 많은 직원이 자기 주변에 있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도구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사업에서의 제약은 효율을 높이고 혁신을 주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창고에서 창업한 3명이 대기업을 혼란에 빠트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자금과 인력은 한정돼 있으므로 경쟁에 이기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게 된다. 스타트업 기업들의 독자성은 그런 아이디어 경쟁에서 우위에 선다. 이 같은 제약 이론을 직장에 적용한 하루 5시간 근무는 직원들이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를 찾아서 사용하게 만든다. 하루 5시간 근무를 도입했을 때 우리는 직원들이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근무하도록 했지만, 기대되는 생산성 수준은 유지됐다. 만일 당신이 하루 5시간 동안 일을 끝내지 못하면 당신은 해당 업무를 끝낼 때까지 회사에 남아 있어야만 한다. 만일 그래도 끝내지 못하면 당신은 아마 해고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도구를 찾아내 사용했다.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압박감이 있어 온라인 쇼핑이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얽매이지 않았다. 업무 수행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따라 우리 직원들은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터득했다. 필요하다면 주 60시간 일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일주일 안에 1개월 치의 일을 할 수 있다. ■ 왜 5시간 근무로 직원들은 더 행복하고 건강하며 생산적이고 충실해질 수 있었는가? 아르스톨 CEO : 정신노동을 하는 것은 에너지를 관리하는 것이다. 행복은 지식 노동의 세계에서 궁극적인 생산성 도구다. 좋은 인간관계를 쌓으면 개선을 위한 시간이 주어진다. 좋은 건강을 유지하면 개선을 위한 시간이 주어진다. 우리의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대부분 사람이 원하듯 제한 없이 휴가를 갔다 와서 하루 8시간 일하는 것보다, 하루 5시간이라는 근무 시간 동안 충실하겠다고 생각하므로 경력에 상관없이 열정적으로 업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들은 현재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려고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더 성실하게 일한다. 이는 직원과 연봉 재협상을 한 것과 같다. 이제 더는 일만을 위해 사는 사람은 없다.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삶의 질은 10배 더 좋아진다. 직원들은 인생에서 다른 더 중요한 것을 의식하게 된다. ■ 5시간 근무를 시행한 회사는 우수 인재들에게 매력이 있는가? 아르스톨 CEO : 지식 노동의 세계에서 강력한 생산성 도구를 크게 이용하면 직원 간 차이는 극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인재에 대한 필요성은 늘 절실하다. 최고의 인재는 보통의 인재에 비해 드러나는 능력의 차이가 커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작은 차이 자체가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5시간 근무제는 훌륭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5시간 근무로 지식 노동자들은 이제 부족함 없이 풍족한 세계로 들어섰다. 어느 정도의 수준을 넘으면 돈이 더 있어도 삶의 질이 더 좋아질 수 없다. 하지만 개인의 시간이 더 많아지면 삶의 질은 거기에서 더욱 풍족해질 수 있다. 그리고 여전히 회사를 성장시켜줄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 다른 회사들도 5시간 근무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우려되는 부분을 줄일 방법이 있는가? 아르스톨 CEO : 우리 회사가 지난해 6월부터 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을 때, 처음에 서머타임과 같이 3개월간 시범 도입한다고 말했지만 결국 5시간 근무도 직원들에게 같은 수준의 생산성과 기한을 지키는 것을 요구했다. 이것은 어떤 회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시적인 위험은 없다. 5시간 근무를 1년 내내 적용해도 좋은 점밖에 없다. 한편 아르스톨 CEO의 하루 5시간 근무제와 관련한 더 자세한 내용은 그가 쓴 저서 ‘더 파이브 아워 워크데이’(The Five-Hour Workday)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Jeanette Dietl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고충

    요즘 브라질에서는 제31회 리우올림픽이 한창이다. 스포츠 애호가들은 중계 시간의 시차로 인해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한국의 태극전사들과 낭자들이 펼치는 혼신의 경기와 탁월한 성과를 보면서 환호 속에 그나마 극심한 염복을 이겨낸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을 흥분시키는 스포츠 제전이다. 근대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의 올림피아 제전에서 유래되었다. 기원전 776년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서쪽 알티스 성역에서 달리기 경주를 필두로 고대 올림피아 제전이 시작되었다. 그리스 본토의 각 도시국가는 물론 에게 해와 지중해 연안의 그리스 식민도시에서 선수들이 출전한 그리스민족의 스포츠 축제였다. 그리스인들이 추구한 최고의 가치는 ‘아레테’(Arete)였다. 탁월한 기량을 의미하는 아레테 정신은 그리스 청년들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들의 열정은 국가대항전 형태로 열린 올림피아에서 격돌했다. 아름답고 균형 잡힌 육체를 갖춘 각 도시국가의 청년들은 저마다 조국과 가문의 명예를 걸고 경쟁했다. 자신의 최고 기량을 선보이는 것이야말로 그리스 최고신 제우스에 대한 최상의 봉헌이었다. 종교적 열정에서 시작된 올림피아 제전은 점점 체육 제전의 성격으로 확대되었다. 달리기, 멀리뛰기, 창던지기, 마차경기, 권투, 레슬링, 판크레온(격투기), 원반던지기 등 종목도 다양했다. 그리스 청년들이 제전에서 겨루던 다양한 모습들을 묘사한 도기 그림들은 지금도 많이 남아 당대의 뜨거웠던 스포츠 경합의 긴박감을 전해 주고 있다. 종목별 우승자에게 그리스에서 흔하디흔한 올리브 관이 주어졌지만 시인들은 승리자를 위한 찬가를 읊었고, 온 시민들은 열광했다. 당시 올림피아 제전에서의 승리는 영웅으로의 등극을 의미했다. 단순히 체육경기의 승리자 그 이상이었다. 그리스 청년들이 너도나도 스포츠 선수로 입문하기를 열망했던 이유다. 그리스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 에픽테토스(55?~135?)는 ‘삶의 기술’에서 올림피아 출전 선수들이 겪어야 할 고충을 열거하면서 출전을 갈망하는 청년들에게 신중히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우선 모든 것을 규칙에 따라 해야 합니다. 먹는 것도 엄격하게 가려야 하며, 때로는 맛있는 것도 못 본 척해야 합니다. 아무리 덥거나 추워도 지정된 시간에는 열심히 훈련하고, 찬물이나 포도주도 마음대로 마실 수 없습니다. 의사의 처방에 따르듯 트레이너의 말에 완전히 몸을 맡겨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혹독한 훈련에도 불구하고 경기에서 질 수도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얼마나 혹독한 훈련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선수들이 보이는 화려한 기량이나 찬사를 받는 성취들 뒤에는 극심한 고통을 이겨낸 인고의 노력이 있었음을 기억하자. 특히 메달을 딴 선수나 그러지 못한 선수 모두 극기의 승리자임을.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수요 에세이] 일상의 스포츠로 시선을 돌려야 하는 이유/이대택 국민대 체육대학 교수

    [수요 에세이] 일상의 스포츠로 시선을 돌려야 하는 이유/이대택 국민대 체육대학 교수

    지난 6일 아침부터 삼바의 매혹이 지구를 흔들고 있다. 보름 남짓 열리는 초지구적 축제는 이 지긋지긋한 먹통 더위마저 버틸 수 있게 해준다. 정말이지 승패와 무관하게 스포츠는 언어와 피부 색깔을 뛰어넘어 온 지구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마력을 가졌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축제가 내심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올림픽 이후가 다시 걱정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계 10위 안에 드는 스포츠 강국이라 자랑스러워하는 동안 엘리트스포츠가 감내해야 하는 현실은 너무나 혹독하기만 하다.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 사이에 빈익빈 부익부는 더 심해졌다. 운동선수가 되겠다는 어린이는 갈수록 씨가 마르고 있다. 점점 더 많은 학부모들이 자식들이 운동선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길어도 30대까지밖에 현역으로 뛸 수 없는데 은퇴 이후 삶이 너무나 막막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체육단체와 정부조차도 선수들이 은퇴 후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한다. 언론에 등장하는 체육계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판정시비, 승부조작, 선수폭행, 입시비리 등은 여전히 기승이다. 선수들의 인권은 뒷전이다. 아니 선수인권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관심도 없다. 전국체전은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버렸다.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서도 운동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예전같지 않다. 선배 선수들은 예전을 그리워하며 엘리트스포츠에 더 많은 지원을 바란다. 그렇다고 우리 일상에서 즐기는 이른바 ‘생활체육’ 여건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여전히 학부모들은 체육시간을 싫어한다. 우리나라 여자 선수들이 세계 최고라고들 하지만 초중고 여학생들은 체육시간을 꺼린다. 운동은 다이어트와 사회적 위치를 점유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장애인이나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과 운동공간을 공유하는 것도 싫어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소위 우리가 부러워하는 나라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메달을 따지 못한다. 그럼에도 행복한 사회일수록 생활체육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 나라들이 일상 속에서 체육을 즐기는 이유는 그 가치와 목적이 인간의 기본권과 연계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을 이용해 자유와 행복을 표현하고 육체적 경쟁과 한계 극복을 통해 자아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로 인간이 평등할 수 있고 상호 인격존중이 가능함을 알기 때문이다. 국가는 개인의 육체적, 사회적 조건과 상관없이 누구나 보편적으로 몸을 만끽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체육을 그저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나라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목적으로만 접근했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와는 천양지차이다. 일상에서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늘리는 것은 결코 엘리트스포츠에 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엘리트스포츠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더 많은 스포츠 참여인구를 유입시키고 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자연스럽게 스포츠 환경의 생태적 균형을 이루고 다양성도 확보할 수 있다. 선수도 풍부해지고 사회적 합의에 의한 공정한 스포츠 환경이 뿌리를 내린다. 물론 선수 출신들의 사회적 역할도 더불어 커진다. 생활체육의 활력이 엘리트스포츠의 근간이 될 수 있다. 아직도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국가의 체육예산은 엘리트체육과 국제스포츠 이벤트에 쏠려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과 사회의 미래라고 여겨지는 학교체육을 위한 정책은 상대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행복한 사회는 우수한 운동선수를 위한 정책과 지원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오히려 운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편견을 없애고 언제 어디서나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 속에서 찾을 수 있다. 특정 ‘엘리트’에서 누구나의 ‘일상’과 ‘학교’로 우리의 가치와 목표를 선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트럼프 “이민신청자 ‘사상 검증’ 하겠다”

    트럼프 “이민신청자 ‘사상 검증’ 하겠다”

    “美가치 공유하는지 ‘특단의 검열’ … 클린턴, IS와 싸우기엔 부족해” 자체 ‘언론 신뢰도 조사’ 나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얼굴)가 이민신청자의 사상 검증과 테러리스트 출신 국가의 이민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반(反)테러 대책’을 내놓았다. 일부 무슬림 국가 출신 이민자들의 입국을 제한하겠다는 것이어서 또 한번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오하이오주 영스타운 주립대에서 가진 외교정책 연설에서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고 존중하는 사람들만 미국에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오늘날 직면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테스트를 개발할 때가 왔다. 나는 이를 ‘특단의 검열’(extreme vetting)이라고 부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 테러 위험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인물은 나 하나뿐”이라면서 “과거 냉전 시기에 그랬듯 지금의 미국도 (이슬람 급진세력과) 이념 전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민 신청자에 대한 사상 검증 절차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미국으로 테러를 ‘수입한’ 이력이 있는 지역을 선정해 비자 발급을 중단하겠다”면서 “미국 헌법을 불신하거나 편견과 증오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미국에 들어오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방식은 미국은 물론 동맹국과 우호국들도 모두 공유해야 하는 것으로 이슬람 급진주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나라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이슬람법이 미국법을 대체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언급한 것을 볼 때 미국을 적대시하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일부 이슬람 국가들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급진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응 방식을 놓고도 날을 세웠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이 IS를 번성하게 했다”고 공격했고, 클린턴을 향해서도 “IS에 맞서기에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스태미나가 부족하고 대통령이 되기에도 도덕성이 약하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완전히 실패했다며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외교정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트럼프는 언론이 자신에 대해 왜곡 보도를 하고 있다며 자체 ‘언론 신뢰도 조사’를 실시하는 등 미 주류 언론과 전면전에 나섰다고 USA투데이가 전했다. 그는 이날 지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미국인들이 부정직한 언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자체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항목에는 ‘클린턴은 언론으로부터 여전히 무료 입장권을 받고 그녀의 비밀 서버를 통해 기밀정보를 보낸 것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 ‘주류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지금은 클린턴을 위해 똑같은 일을 다시 하고 있다‘ 등이 들어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포토 다큐] 역사를 기록하는 가장 빠른 손

    [포토 다큐] 역사를 기록하는 가장 빠른 손

    (“야, 이 날강도 같은 놈들아!” 하는 의원 있음) (“그만해, 그만해!” 하는 의원 있음) (“야, 이 도둑놈들아!” 하는 의원 있음) (“당신은 매국노다!” 하는 의원 있음) (“에이, 나쁜 놈들아!” 하는 의원 있음) (“날치기! 무효!” 하는 의원 있음) (“이것이 민주주의냐!” 하는 의원 있음) 18대 국회 본회의에서 속기사가 기록한 국회의원들의 발언 내용이다. 국회에서 열리는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등의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의 발언은 국회 속기사들에 의해 빠짐없이 기록된다. 이 기록들을 바탕으로 만든 회의록은 국회 회의록시스템(likms.assembly.go.kr/record)을 통해 국민들에게도 공개된다. 속기사들의 눈과 귀로 보고 들은 회의의 순간은 그들의 손을 통해 영원히 저장되는 역사의 기록으로 남는다. 국회에는 70여명의 실무속기사 그리고 편집, 기록심의관 등을 포함해 127명의 속기사가 있다. 모든 속기사들은 기본 1분에 320자(2벌식 타자로는 1000타에 해당)를 기록하는 속기 실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실무속기사는 대부분 기계속기를 하고 있지만 1997년 이전 임용된 고참 속기사들은 수필속기로 기록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임위원회에는 전담 속기사가 배치된다. 상임위원회에 배정된 전담속기사들의 경우는 자신이 담당하는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목소리까지 구분한다. 속기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이 때문에 속기사들은 본회의는 5분, 상임위는 15분마다 교대하며 회의를 기록한다. 실무속기사가 작성한 회의록은 담당 계장이 검토한 후 편집주무관의 교열 과정을 거쳐 최종본이 완성된다. 최종적으로 작성된 회의록은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국회도서관 기록보존소에 영구보존된다. 온라인에도 공개가 되기 때문에 기록작업 이상으로 검수작업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5분 동안 기록한 회의록에 대한 번문(飜文)에 최소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속기사들은 ‘속기는 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한다. 속기사들은 틈틈이 신문과 방송뉴스를 보며 최근 현안에 대한 내용을 미리 숙지하고 전문 서적을 읽는 등 기록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역사를 기록하는 중요한 역할 때문에 현대판 ‘사관’이라 불리는 속기사들은 손목과 목 관련 질환 그리고 청력과 시력 관련 질환 등 다양한 육체적 직업병에 시달린다. 일상생활에서 잘못된 맞춤법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바로잡으려는 습관은 속기사를 괴롭히는 심리적 직업병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직업병보다 속기사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의원들의 발언 스타일이다. 의원들 특유의 말투나 비속어, 사투리까지 그대로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기록의 오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은 간단치 않다. 회의 후 영상자료를 보며 다시 확인을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도 확인이 되지 않는 경우는 해당 의원에게 직접 문의하기도 한다. 속기사들 사이에는 ‘속기사에게 인기 없는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순화 국회 의정기록과 서기관은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의원은 발언 내용에 대해 충분히 준비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바로 그만큼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방증이기에 이런 말이 생기게 된 것 같다”며 의원들의 바른말 사용을 부탁했다. 글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19년만에 짜장면 처음 맛 본 ‘축사노예’ “세상 최고 음식”

    19년만에 짜장면 처음 맛 본 ‘축사노예’ “세상 최고 음식”

    악취가 진동하는 축사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19년동안 강제노역에 시달리던 지적장애인 고모(47)씨가 꿈에 그리던 어머니, 누나와 극적으로 재회한 지 꼭 한 달이 됐다. 극적으로 가족의 품에 안긴 고씨에게 지난 한 달의 ‘바깥 세상’은 꿈만 같았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다. 그는 가혹행위를 당하며 강제노역에 내몰렸던 축사 생활의 악몽을 뇌리에서 지워가며 점차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세상을 향해 꼭꼭 닫아걸었던 마음의 문도 서서히 열어가고 있다. 지난 한달 고씨는 분주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고, 음식점에서 외식을 했으며, 장날 전통시장을 구경했고, 선풍기 바람을 쐬며 TV를 시청했다. 이 모든 것이 19년 만에 누리는 ‘호사’다. ‘축사 노예’ 시절에는 감히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일이다. 일반인에게는 평범한 일상이겠지만 6.6㎡ 쪽방 생활을 하며 철저히 바깥세상과 단절됐던 고씨에게는 남달랐다. 고씨는 얼마전 고종사촌 김모(63)씨와 함께 세종시 조치원읍 시장을 구경했다. 조치원은 고씨가 사는 청주 오송에서 차량으로 20분이면 넉넉하게 갈 수 있는 곳이다. 고씨는 시장에 나온 떡, 통닭 등 푸짐한 음식과 다양한 공산품을 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장은 인파로 북적였지만, 고씨는 낯선 사람을 보고 더는 달아나지 않았다. 지난달 오창읍 축사에서 발견됐을 당시만 해도 극심한 불안감과 대인 기피 증세를 보였던 그였다. 김씨는 이날 고씨를 미용실에 데려갔다. 깔끔하게 이발을 마친 후에는 중국 음식점에서 짜장면을 먹었다. 19년 만에 짜장면을 처음 맛봤다는 고씨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며 순식간에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지난달 28일에는 고씨 혼자 버스를 타고 조치원에 가 약국에서 종합 감기약을 지어 오기도 했다. 이른 아침 갑자기 사라진 고씨를 찾느라 마을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지만, 감기약을 사서 아무렇지 않은 듯 집으로 돌아온 그를 본 주민들은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반겼다. 귀향 한 달의 심경을 알아보기 위해 찾아가자 고씨는 안방에서 TV를 시청하다가 수줍게 웃으며 취재진을 맞았다. 고씨의 어머니(77)와 누나(51)도 밝은 표정이었다.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던 고씨는 방에서도 양말까지 챙겨 신은 깔끔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남루한 옷차림으로 볼썽사나운 몰골을 하고 있던 축사에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누나는 “동생이 마을 슈퍼마켓에서 담배를 많이 사다 피운다”며 고씨를 걱정했다. 말수가 거의 없는 고씨였지만, 가족과 함께 지내 행복하다는 감정 표현만은 분명히 했다. 감자탕, 오리백숙 등 한 달 동안 먹었던 음식을 열거한 그는 “어머니에게 짜장면을 사주고 싶다”고 말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고씨가 인사성이 밝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김모(80·여)씨는 “동네 산책을 자주 하고, 마을회관에도 가끔 찾아와 어르신들과 어울려 복숭아를 맛있게 먹고 가곤 한다”고 전했다. 고씨 가족을 돌보고 있는 고종사촌 김씨는 “육체적, 심리적 상태 모두 한 달 동안 몰라보게 좋아졌다”면서도 “실종됐던 19년동안 가족의 보살핌을 받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인지능력이 좋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난 1997년 여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고씨는 소 중개인에 의해 청주시 오창읍 김모(68)씨 축사로 와 강제 노역했다. 고씨는 지난달 12일 축사를 뛰쳐나왔다가 경찰에 발견돼 김씨의 축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경찰의 도움으로 지난달 14일 19년간 생이별한 칠순 노모, 누나와 극적인 상봉을 했다. 경찰은 지난 8일 고씨를 강제노역시킨 혐의(중감금) 등으로 김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부인 오모(62·여)씨는 구속했다. 연합뉴스
  • 전기료 폭탄 무서워 시민강좌 ‘강제 방학’

    일부 지방정부가 냉방비 절감을 위해 일선 주민센터의 자치 프로그램 운영을 중단해 시민의 불만을 사고 있다. 과거 지방정부는 혹한인 1월과 혹서인 8월에는 날씨 탓에 주민들이 불편하다며 자치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1년 12개월을 단절 없이 운영하는 게 주된 흐름이다. 그런데 여전히 과거 행태를 답습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있다. 혹서·혹한 때 전기요금 폭탄을 우려하는 탓이라고 하지만, 주민자치센터는 가정용 전기요금과 달리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혹독한 날씨에는 영화관이나 대형마트 등을 찾듯이 주민센터의 자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픈 절실한 시민들이 더 많다는 의미다. 전북 전주시는 냉난방 전력 수요가 많은 매년 1월과 8월에 관내 33개 주민센터가 일제히 자치 프로그램을 중단한다. 노래교실, 합창, 요가 등 295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한 달 방학(?)이다. 전주시는 “에어컨을 켜야 하는 여름철이나 히터를 작동하는 겨울철에는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돼 방학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센터 관계자도 “여름철 사무실 실내 온도는 27~28℃를 유지하는 반면 육체 활동이 많은 자치프로그램 운영 공간은 18~20℃로 내려줘야 하기 때문에 한정된 예산으로는 전기요금이 부담된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전북도청 홈페이지에는 “에어컨과 운동기구, 각종 프로그램이 갖춰진 주민센터에서 여가활동과 취미생활을 해왔는데 한 달씩 운영을 중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의 글이 올라왔다. 가정주부 C(57)씨는 “강사들 휴가 탓에 7~10일 정도 휴강할 수 있지만, 두 달이나 운영을 중단하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주민센터는 국가기관으로 누진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만큼 전기요금 폭탄은 없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누진제가 없어도 부담은 크다. 경남 창원시 의창동주민자치센터는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가동하고 주민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전기 요금이 큰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평상시 한 달 200여만원인 전기요금이 6~8월에는 400여만원으로 두 배가 되는 탓이다. 그러나 창원시는 “전기요금 폭탄에도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 중단할 수 없다”고 했다. 충북 청주시도 1월과 8월 두 달을 쉰다. 청원군을 흡수통합한 청주시는 43개 읍·면·동 주민센터를 운영하면서 청원군과 운영방식이 달라 주민 갈등이 발생한다. 시 관계자는 “청원군은 방학 없이 12개월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탓에 과거 청원군 지역 주민센터에 다니던 주민들이 두 달 휴강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시민 강좌를 휴강하지 않는다. 재정 자립도가 꼴찌인 자치구들조차 “주민센터에서 여름철 무더위센터를 운영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집에 있기보다는 주민센터 나오는 것도 좋아한다”면서 “자치 프로그램을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전주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면, 내년에는 수요를 파악해 대응하겠다”고 타협안을 내놓았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서울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서울시의회 주찬식의원 “소방공무원 복지-환경 개선 적극 지원”

    서울시의회 주찬식의원 “소방공무원 복지-환경 개선 적극 지원”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주찬식 위원장(새누리당, 송파1)은 8월 10일(수) 서울소방재난본부와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이 공동 주최한 ‘소방보건환경 비전제시를 위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소방공무원의 복지, 노후장비 교체, 청사환경 개선 등을 위한 서울시의회의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주 의원은 축사에서 서울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시는 소방공무원의 노고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서울시민은 소방공무원들의 희생정신을 항상 기억하고, 잊지 않을 것이라 전하며, 2014년 공무원 연금공단 발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평균수명이 정무직의 경우 78세, 경찰이 70세인 것에 비해 소방은 67세에 불과하여 위험한 업무수행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피해가 심각한 실정이지만, 정확한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보상에서 제외되는 불합리가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소방공무원의 업무수행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데이터를 추적관리하여 이러한 불합리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개최된 ‘소방보건환경 비전제시를 위한 심포지엄’은 소방공무원의 뇌질환 위험인자, 소방공무원 작업환경에서 노출되는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소방공무원의 외상후스트레스(PTSD) 관리, 서울시 보건의료정책 소개 및 역할, 2016년 개선된 재해보상제도 소개 등의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일선에 근무하는 소방공무원 및 각계 전문가 200여명이 참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의 눈] 금연 요청했다가 뺨 맞은 아기엄마 본질은 강자의 폭력/강신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금연 요청했다가 뺨 맞은 아기엄마 본질은 강자의 폭력/강신 사회부 기자

    ‘벌레 같은 놈.’ 누군가를 지독하게 경멸할 때에나 쓰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에는 ‘맘충’(Mom·엄마+벌레), ‘한남충’(한국남자+벌레) 등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신조어가 문제의식 없이 통용되고 있다. ●뺨 때린 흡연자 ‘흡연충’ 논란 최근 여기에 ‘흡연충’(흡연자+벌레)이 추가됐다. 흡연충 논란은 지난달 30일 서울 은평구의 지하철 6호선 응암역 출입구 주변 횡단보도에서 생후 7개월 된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신호를 기다리던 20대 여성 홍모씨가 담배를 피우던 50대 남성 신모씨에게 뺨을 맞은 사건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홍씨는 지하철역 출입구 주변은 금연구역이니 다른 곳에 가서 담배를 피워 달라고 신씨에게 요구했다. 신씨는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계속 담배를 피웠다. 그러고는 보행 신호에 길을 건너려던 홍씨의 뺨을 때렸다. 홍씨가 이 사건을 언론에 알렸다. 언론은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까지 입수해 공개했다. 보도를 접한 대중은 분노했다. 기사 댓글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신씨를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신씨는 윤리적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는 어린 딸과 함께 있는 엄마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비난받아 마땅하다. ●약자에게 휘두른 폭력이 문제 다만 이 사건이 흡연자 전체에 대한 일종의 혐오로 번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 사건의 본질은 비흡연자에 대한 흡연자의 폭행이 아니다. 한 남성이 육체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점을 이용해 상대적인 약자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흡연자들 역시 신씨가 잘못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벌레로 매도하는 것은 심하다고 반응했다. 10년차 애연가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갖은 노력을 해 왔는데 흡연충이라는 표현은 너무하다고 했다. 비흡연자들의 고충도 이해할 만하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은 특히 횡단보도, 버스 정류장처럼 연기를 피할 길이 없는 곳에서의 흡연에 대해 불쾌해했다. 사회 각계의 선배들로부터 담배에 얽힌 설화 같은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20~30년 전에는 사무실 책상마다 재떨이가 있었고, 재떨이 바로 위 천장에는 시커먼 담배 그을음 자국이 남아 있었다는 것을 시작으로 버스 안에서,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웠다는 등 지금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었다. 흡연 문화는 분명 비흡연자를 배려하는 쪽으로 개선되고 있다. 흡연충 논란이 이 과정에서 겪은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기를, 편 가르기나 혐오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란다. xin@seoul.co.kr
  • 충격 실화 영화 ‘포르노그래퍼’ 메인 포스터

    충격 실화 영화 ‘포르노그래퍼’ 메인 포스터

    세계적인 사진작가 ‘얀 샤우덱’의 이야기를 그린 ‘포르노그래퍼’ 메인 포스터가 공개됐다. 영화 ‘포르노그래퍼’는 로맨티시즘과 에로티시즘의 경계에 놓인 작품 활동만큼이나 열정적인 인생을 살았던 ‘얀 샤우덱’이 우연히 ‘리바’라는 여인을 만나면서 예상치 못한 인생의 변화를 맞게 되는 과정을 그린 파격 드라마다. 체코의 사진작가 얀 샤우덱은 ‘헤이 조’(1958), ‘길 위에서’(1964), ‘키치’(1985), ‘토루소 NO.2.’(1976)을 비롯해 인간의 육체에 관한 원초적인 시선과 자신의 상상력을 결합한 독특한 작품들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여성의 몸에 대한 집착과 도발적인 표현 등으로 ‘포르노그래퍼’라는 비난을 받았다. 오랜 시간 자국에서 저속한 사진작가로 평가받던 ‘얀 샤우덱’은 말년이 되어서야 작품성을 재평가받았다. ‘얀 샤우덱’의 작품은 늙고 뚱뚱하며 흉측하거나 기형적인 몸까지, 인간의 몸을 가리지 않고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작품화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폭력성, 잔혹한 행위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공개된 포스터는 ‘얀 샤우덱’과 그의 조수 ‘리바’의 원초적 욕망이 드러나는 이미지가 담겨 있다. 여성의 육체가 가진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한 포스터 이미지는 그의 작품을 보는 듯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휴머니즘과 에로티시즘의 벽을 허문 위대한 예술’이라는 문구는 작품과 닮아있는 그의 인생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케 한다. ‘얀 샤우덱’ 역은 ‘오펀: 천사의 비밀’, ‘본 슈프리머시’의 카렐 로든이 맡았다. 배급사 더 픽쳐스 측은 “카렐 로든은 예민하고 즉흥적고 때론 무례할 정도로 솔직한 ‘얀 샤우덱’ 역을 그만의 스타일로 표현해 극의 풍성함을 더했다”고 전했다. 영화 ‘포르노그래퍼’는 오는 8월 18일 국내 개봉예정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134분. 사진 영상=더 픽쳐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맞춤형 보육’ 부정행위 401건 적발

    운영계획 미수립·미안내 최다 종일반 부적정 책정 387건 시정 정부가 지난달 1일부터 시행한 맞춤형 보육제도를 현장 점검한 결과 종일반 증빙서류 조작, 바우처 사용 강요 등 400건이 넘는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보건복지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난달 11~29일 전국 어린이집의 약 10%인 4587곳을 선정해 현장 점검을 진행한 결과 304곳에서 401건의 부정사례를 적발해 행정지도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7일 밝혔다. 맞춤형 보육제도는 0~2세 영아에 대한 보육체계를 하루 12시간까지 이용하는 ‘종일반’, 최대 6시간까지 이용하고 월 15시간의 긴급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는 ‘맞춤반’으로 이원화한 것이다. 점검 결과 부정사례는 어린이집 운영계획 미수립이 144건으로 가장 많았고 운영계획 미안내(107곳), 등·하원 시간 미조사(94건), 운영계획 미반영(47건), 바우처 사용 강요(9건)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종일반 자격 증빙 서류 약 5만건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부적정 책정 사례 387건이 드러나 맞춤반으로 변경조치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며 고용확인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근무한 적이 없는 사례도 드러났다. 한 어린이집은 운영시간을 오후 6시 30분까지로 정하고 학부모에게 조기 하원을 종용해 원장 자격정지 처분을 지자체에 요청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한편 복지부가 지자체와 어린이집 운영계획 수립 여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전국 어린이집 4만 960곳 가운데 93.9%가 운영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종일반 비율은 77%로, 당초 맞춤형 보육제도 설계 때 복지부가 예측한 80%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현장점검에서 종일반 아동의 마지막 하원 시간은 오후 6∼7시(40.7%)가 가장 많았고, 오후 7시 이후(28.7%), 오후 5∼6시(16.6%), 오후 5시 이전(13.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군포시, 오가는 사람없는 지하보도 청소년 전용 쉼터로 리모델링

    경기 군포시가 보행자가 거의 없는 지하보도를 전면 개·보수해 청소년 전용 쉼터로 만든다. 군포시는 군포1·2·대야동의 행정복지센터 앞 지하보도를 리모델링해 청소년들이 여가를 즐기고, 책을 읽으며,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는 쉼터와 놀이터로 조성하겠다고 4일 밝혔다. 오는 10월 말 문을 열 예정인 쉼터의 명칭은 ‘틴터 2호점’으로 지역 청소년에게 인기가 많은 산본로데오거리 내 청소년 전용카페 ‘틴터’(teen터)에서 따왔다. 북카페, 동아리방, 인터넷 존, 간이식당, 온돌휴게실, 카페 등이 틴터 2호점에 들어선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주말 오후 8시)까지다. 정종철 청소년교육체육과장은 “청소년들이 맘 편히 찾아, 쉬고 놀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해 건전한 또래문화를 즐기도록 유도하고, 유해환경을 접하는 시간이나 기회를 줄이기 위해 쉼터를 더 만들겠다”고 밝혔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죽음이여 뽐내지 마라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죽음이여 뽐내지 마라

    사랑과 죽음은 영원한 시의 주제이다. 이 세상에서 절실하게 말할 가치가 있는 건 사랑과 죽음뿐이다. 돈? 권력? 이 세상의 어떤 돈과 권력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지극한 정성은 가끔 기적을 만들어 ‘죽을’ 사람도 살린다. 죽음은 사랑보다 어렵다. 죽음이란 (개념은) 구체적으로든 은유적으로든 표현하기 어렵다. 사는 동안 우리는 사랑은 여러 차례 경험하지만 죽음은 한 번뿐이고, 이미 죽은 뒤에는 죽음을 말할 수 없기에. 사랑하는 남녀는 눈에 잘 띄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 몇 년 동안 종합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고, 요양병원에 누워 있는 살아 있는 시체들을 수두룩 목격했지만 ‘죽음’에 대한 시를 나는 한 편밖에 쓰지 못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직면하는, 가장 근원적이며 보편적인 문제가 죽음 아닐까. 죽음을 앞두고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잔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존 던처럼 죽음에 대해 깊이 사색하고 도발적인 언어로 죽음과 정면대결한 시인을 나는 보지 못했다. 1621년 세인트 폴 대성당의 수석사제가 되고 얼마 지나 그는 병으로 쓰러졌다. 거의 목숨이 위태로울 만큼 심하게 앓다가 그는 일어났다. 회복기에 쓴 기도문 중 하나는 ‘어떤 사람도 섬이 아니다’(No man is an island)로 시작하는데, 훗날 헤밍웨이의 소설 제목에 쓰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구절로 유명하다. “…어떤 사람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는지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마라.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 울리느니.(any man’s death diminishes me, because I am involved in mankind, and therefore never send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 새 국왕 찰스 1세 앞에서 설교하는 영광을 누리고 1631년 존 던은 이 세상과 작별했다. 그의 사후에 그의 설교문과 시집들이 발간되었다. 14줄로 된 ‘죽음이여 뽐내지 마라’(Death be not proud)는 첫 행부터 우리를 사로잡는다. 죽음이여 뽐내지 마라 - 존 던 죽음이여 뽐내지 마라, 어떤 사람들은 그대를 강하고 무섭다 말하지만, 그대는 그렇게 강하고 무섭지 않아. 그대가 쓰러뜨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죽지 않았고 가련한 죽음이여, 그대는 나도 죽이지 못해. 그대의 그림들에 불과한 휴식과 잠에서 많은 기쁨이 흘러나온다면, 그대에게선 더 많은 기쁨이 흘러나오리라. 그리고 우리 중에 가장 훌륭한 이들이 가장 먼저 그대를 따라가지만, 이는 그들 육체의 안식이며, 영혼의 구원이니. 그대는 운명과 재난사고와 군주들과 절망한 자들의 노예, 그리고 독약과 전쟁과 질병도 그대와 함께 살지. 아편이나 마술도 우리를 잠들게 할 수 있으니, 그대의 습격보다 훨씬 좋지, 그런데 그대는 왜 그리 거만한가? 짧게 한잠 자고 나면, 우리는 영원히 깨어, 더이상 죽음은 없으리; 죽음, 그대가 죽으리라. Death be not proud, though some have called thee Mighty and dreadful, for, thou art not so, For those whom thou think’st, thou dost overthrow, Die not, poor death, nor yet canst thou kill me. From rest and sleep, which but thy pictures be, Much pleasure, then from thee, much more must flow, And soonest our best men with thee do go, Rest of their bones, and soul’s delivery. Thou art slave to fate, chance, kings, and desperate men, And dost with poison, war, and sickness dwell, And poppy, or charms can make us sleep well And better than thy stroke; why swell’st thou then? One short sleep past, we wake eternally And death shall be no more;Death, thou shalt die. *(역자 주) ‘thee’는 현대영어에서 2인칭 목적격 you, ‘thou’는 2인칭 주격 you이다. ‘shalt’(=shall), ‘art’(=are), ‘dost’는 동사 do의 2인칭 단수 직설법 현재형이다. ‘canst’는 can의 2인칭 단수 현재형이다. 즉 “canst thou = can you”이니 참고하시길. 죽음을 이기려는 안간힘에 존 던 특유의 위트가 살아 반짝인다. 육신의 휴식과 잠을 (눈에 보이지 않는) 죽음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그림’(pictures)으로 보고, 잠이 달콤하고 즐거운 거라면 잠의 원형인 죽음에게선 더 많은 쾌락이 흘러나올 거라니. 시에서나 가능한 비약이다. ‘죽음’을 일종의 이데아로 보고, 그 구체적인 현상인 잠을 대립시키는 논리전개에서 플라톤의 영향이 감지된다. 죽음에게 사형을 선고한 마지막 행이 압권이다. 과학으로는 불가능한 초월을 감히 시도한 시인.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한 죽음을 (시로) 이겼으니 대단하지 않은가. 언젠가 존 던의 유해가 묻힌 런던의 세인트 폴 대성당에 가서, 나도 ‘죽음’을 유쾌하게 음미하고 싶다.
  • [고전으로 여는 아침] 어떻게 살 것인가

    누구나 한번은 이 세상에 왔다가 떠나간다. 그러면 죽음으로써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일까. 소크라테스(BC 470~399)는 인간이 죽으면 육체는 사라지지만 그의 혼은 불멸한다고 믿었다. 플라톤(BC 427~347)의 대화편 ‘파이돈’은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감옥에서 독약을 마시고 죽기 직전, 제자들과 영혼 불멸과 사후 세계에 대해 나눈 대화를 전해 주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늘 육체의 욕망에 휘둘리는 감각적 삶보다 이런 것들에 초연할 수 있는 이성적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철학자의 혼은 이성을 따르고 언제나 이성과 함께함으로써, 그리고 의견의 대상이 아닌 참되고 신적인 것을 정관하고 양식으로 삼음으로써 (쾌락과 고통에 얽매이는) 감정들에 초연해야 한다고 믿네.” 소크라테스가 평소 혼을 강조했지만, 혼이 불멸한다는 그의 주장에는 제자들도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심미아스 같은 이는 혼은 항상 몸과 함께하며 이 둘의 조화가 이루어질 때 각각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혼은 일종의 조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육신이 죽으면 혼 역시 소멸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혼은 사람의 형태와 몸속으로 들어오기 전에 존재”하며, 혼이 들어 있기에 몸이 살아 있는 것이므로 죽음은 단지 육신과 혼을 분리시키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육신의 죽음 이후에도 혼은 저승으로 여행을 떠나 심판자에 의해 죗값을 치르거나 응분의 보답을 받아 각자 적절한 곳에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죽음이 육체와 혼을 함께 소멸시키는지, 아니면 혼만 홀로 남아 새로운 모험의 길을 떠나는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이는 과학적 검증의 문제를 넘어 신학적 믿음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말대로 혼이 불멸한다면 결국 우리의 관심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만약 죽음이 모든 것으로부터의 도피라면 죽음은 악인들에게는 횡재겠지. 그들은 죽음으로써 혼과 함께 몸과 자신들의 악행에서도 해방될 테니까. 그러나 혼이 죽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지금, 혼이 악행에서 도피하거나 구원받을 길은 달리 아무것도 없네. 최대한 선량해지고 지혜로워지는 것 말고는.” 소크라테스가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미덕과 지혜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응답이다. “만약 혼이 죽지 않는다면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이 시간뿐만 아니라 모든 시간을 위해 혼을 보살펴야 하며, 만약 누가 혼을 소홀히 하면 무서운 위험에 빠지게 되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네.” 소크라테스는 죽음 앞에 담담했다. 혼의 불멸을 믿은 그는 죽음은 삶의 종결이 아니라 지혜로 갈고닦은 맑은 영혼의 ‘고상한 모험’의 출발이라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숲길 걸으니 五感 회복”… 상처받은 도시 영혼들의 ‘힐링 로드’

    “숲길 걸으니 五感 회복”… 상처받은 도시 영혼들의 ‘힐링 로드’

    서울신문이 국내에서 처음 개최하는 ‘2016 코리아 포레스트런(KOREA FOREST RUN)’ 대회의 2번째 장소인 경기 양평의 산음자연휴양림은 국내 산림치유의 메카와 같은 상징적인 곳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치유 프로그램은 산음에서 검증을 거친 뒤 전국 치유의 숲에 정식 배포된다. 지난해 휴양림 방문객 9만 9088명의 70.0%인 6만 9362명이 치유 프로그램을 이용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9년 문을 연 치유의 숲은 건강증진센터와 1.5㎞의 치유 숲길, 맨발체험로, 자연치유정원 등으로 조성돼 있다. 기온이 32도까지 오른 지난 19일 용문산 북쪽 산음 치유의 숲에서 만난 이순덕 산림치유지도사는 “숲속의 온도는 바깥과 비교해 2도 정도 낮고 산소는 2% 정도 많다”며 “통상 산소량이 0.5% 이상 차이가 나면 신선함을 느끼게 된다”고 소개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시작된 산림치유 프로그램에는 서울 신상중 교사 38명이 참가했다. 방학을 맞아 워크숍 겸 힐링을 위해 ‘차오름숲’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중년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인 차오름숲은 2시간 동안 산림치유지도사의 지도를 받으며 진행된다. 이들은 눈을 감고 숲길을 걸으며 오감을 깨우는 활동과 맨발로 걷기, 참나무·잣나무숲에서 산림욕체조, 명상과 몸 만나기, 하늘경 보고 걷기 등을 차례로 체험했다. 이정환 신상중 교무부장은 “이전에 산림치유를 받아봤는데 정신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좋은 느낌이었다”며 “한 학기 동안 아이들과 지내느라 스트레스를 받은 선생님들이 자연에서 힐링을 하고 돌아가 활기찬 새 학기를 준비하자는 취지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체 평가를 통해 반응이 좋으면 지속적으로 참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문 자격 산림치유지도사가 운영 국유림에서 진행되는 산림치유는 자격을 갖춘 산림치유지도사의 지도 아래 진행되며,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다. 산음 휴양림에는 1급 1명과 2급 4명 등 5명의 산림치유지도사가 배치돼 있다. 치유 프로그램은 휴양림 방문객을 대상으로 매일 2차례 진행하는 산음숲과 20~30대 직장인을 위한 해오름숲, 중년 대상의 차오름숲, 고령자를 위한 정다움숲으로 나뉜다. 여기에 임산부·청소년 등을 위한 특화프로그램인 나눔의숲, 스트레스 직군 등을 대상으로 한 기획프로그램인 회복의숲 등 모두 6개가 운영된다. 매일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에 진행되는 산음숲은 예약 없이 참여할 수 있다. 나머지 5개 프로그램은 예약이 필수며 하루 2회 진행한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참가인원은 15명 안팎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단체 체험의 경우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참석인원 제한도 두지 않는다. 7월 15일부터 8월 24일까지 여름 성수기에는 휴양림 휴무일인 화요일에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치유지도사는 “치유 프로그램 참가자로는 50대 중년 여성이 가장 많고, 재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최근에는 교사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군의 신청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산림치유는 치료가 아닌 질병 예방 목적 산림치유는 경관·소리·피톤치드·음이온 등 산림 내 다양한 환경 요소를 활용해 인체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활동이다. 병원에서 진행하는 치료와 구별되고 산림욕 등 휴식·휴양보다는 발전된 개념이다. 숲은 우리 주위에 가까이 있어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고, 경제적으로 건강 유지 및 증진을 위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산림청은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대해 “부작용이 없는 ‘치료약’ 역할을 하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보약’이며, 모든 사람을 받아주는 ‘종합병원’”이라고 소개한다. 산림치유 전문가이기도 한 신원섭 산림청장은 “인간은 오랜 기간 숲에서 생활해 오면서 숲 생활에 알맞은 생리·심리적 코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도시에서의 생활은 육체적, 심리적으로 부담을 준다”면서 “현대인이 겪는 스트레스는 도시 생활에 부적합하기에 일어나는 갈등”이라고 정의했다. 숲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감과 활력을 느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산림치유는 10여년 전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전문기관에 위탁해 계층별 특성을 반영한 ‘7종 13식’의 생애주기별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2014년 보급되면서다. 그전에는 주로 치유사의 개인 지식에 의존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연계성도 갖춰지지 않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 특히 올해부터는 치유사의 전문성과 치유의 숲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이 일부 운영되고 있다. 치유 효과는 의학적 검증을 거쳐 발표되는데, 여기에는 숲에서의 활동 후 느끼는 신체 변화가 반영된다. 숲길 2㎞를 30분간 걸으면 긴장·우울·분노·피로 등 부정적 감정은 감소하고 지식 획득 및 사용 방법인 인지능력은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에서 발생되는 알파(α)파도 증가해 심리적 안정을 회복하는 효과도 있다. 숲에서 운동한 그룹을 조사한 결과 혈관질환 등 성인병을 일으키는 중성지방·글루코스는 감소하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HDL-C,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효소, 면역력 향상 및 항암·노화를 지연시키는 멜라토닌은 증가했다. 또 중년여성을 대상으로 숲과 실내에서 10주간 동일한 강도의 운동을 실행한 결과 숲에서의 운동이 훨씬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교육직 공무원 2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근무처나 거주지가 숲에 인접했거나 숲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의 직무만족도가 높고 직무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임영석 산림청 산림휴양치유과장은 “내년까지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과 고혈압 등 생활습관성 질환에 대한 숲 치유 효과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등산 활동에 따른 연간 의료비 절감액이 2조 8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특히 숲 치유는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진화하는 산림치유 그동안 국유림 3곳과 공유림 2곳에 불과했던 치유의 숲이 올 들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개장되거나 개장될 예정인 치유의 숲은 대관령·양평 등 국유림 2곳과 가평·서귀포 등 공유림 2곳이다. 산림청은 인프라가 늘어나는 만큼 치유 프로그램의 전문성과 내실화를 확충하고, 산림복지분야 일자리 창출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인프라 구축과 관리는 산림청이 전담하고, 프로그램 운영은 지난 4월 설립된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맡는다. 치유의 숲 주변에 있는 병원이나 산림교육센터 등과 연계해 산촌형이나 힐링관광형 같은 차별화된 프로그램도 추가한다. 치유 프로그램이 천편일률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질적·양적 개선을 통해 일부 유료화를 시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월 현재 자격을 취득한 치유사는 1급 71명을 포함해 494명에 이르기 때문에 유료화를 위한 전문인력은 확보돼 있다는 판단이다. 산림청이 장성과 청태산에서 8월쯤 유료화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하반기에는 양평 숲속수련장을 산림치유전문업체인 ‘숲이좋아’에 임대,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유료화 시범 운영의 경우, 비용은 시간당 5000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숲에 대한 연구도 본격화된다. 산림욕에 가장 좋은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1시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숲에서 피톤치드 발생량이 가장 많은 시간은 일몰 때로 파악됐다. 어떤 수종이 피톤치드를 더 많이 배출하는지에 대한 연구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산림치유 전문가인 A씨는 “그동안은 산림의 일반적 건강증진 효과를 밝히는 데 주력했는데 숲 치유가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효과 검증을 통해 개인에 맞는 진단과 처방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신체적인 약자는 실내에서도 치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과학에 기반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올해 서울신문 코리아 포레스트런은 다음달 20~21일 영주 대회를 시작으로 10월 경기 양평 산음자연휴양림, 11월 강원 횡성 숲체원에서 모두 3차례 열린다. 양평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사회적 갈등 해결하기(쿠르트 레빈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 펴냄) 사회심리학의 창설자로 평가받는 저자가 집단 역학에 대한 연구를 통해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전하는 짧은 에세이들이 담겨 있다. 집단의 이데올로기를 지배하는 가치 체계는 집단생활 안에서 권력의 다른 측면들과 서로 역동적으로 연결돼 있어 집단 문화에 일어나는 진정한 변화는 그 집단 내 권력 배열의 변화가 관계 있다는 게 레빈의 생각이었다. 그는 이 책에서 소수 집단의 심리사회적 문제들부터 대면 집단들 내의 갈등, 산업 현장의 만성적 갈등에 대한 해결책, 인간의 행동과 지식 그리고 새로운 가치를 어떻게 수용하는지 등을 상세히 다룬다. 268쪽. 1만 5000원. 세계 복식의 역사(멀리사 리벤턴 외 지음, 이유정 옮김, 다빈치 펴냄) 시간과 장소, 역사와 문화가 켜켜이 쌓이고 얽혀 만들어진 옷을 통해 문물의 지리적 이동과 권력의 흐름, 사회 구조의 변화 등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의복과 장식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복식서이자 우리 몸에 걸쳐 왔던 모든 것을 매개로 인류가 지금껏 살아온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서, 인문서이기도 하다. 특정 시대나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고대에서 19세기까지 전 세계 복식사의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구성했다. 900여개의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고대 왕국의 유적과 중세 성당 조각, 복식 서적과 정기 간행물, 현대의 역사서와 논문 등 방대한 자료에 꼼꼼히 주석을 달아 정리했다. 368쪽. 3만 8000원. 백 사람의 십년(펑지차이 지음, 박현숙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1966년 중국에 불어닥친 ‘무산계급 문화대혁명’을 현장에서 겪은 보통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자본가 집안으로 낙인찍혀 가족과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가 홀로 살아남은 아동병원 의사는 ‘문혁 항거죄’로 감옥살이를 한다. 자살을 통해 문혁에 저항했다는 것이다. 수천만 명에 달한 어린 홍위병들은 가해자였지만 결과적으로는 피해자이기도 하다. 오늘날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끄는 공산당 간부 중에도 홍위병 출신이 많다. 문혁 때 박해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문혁을 파시스트 폭력과 함께 20세기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꼽았다. 401쪽. 1만 7000원. 청나라를 일으킨 몽골 여인 효장(멍자오신 지음, 노만수 옮김, 앨피 펴냄) 남편과 아들에 이어 손자까지 황위에 올린 몽골 여인 부무부타이 효장태후의 인생 역정을 그린 평전이다. 276년 청나라 역사의 처음과 끝에는 두 명의 여인이 있다. 서태후가 청을 멸망으로 이끈 ‘망국’ 태후라면 효장은 청나라의 개창과 융성에 기여한 ‘흥국’ 태후로 추앙받는다. 명·청 시대 전문 연구자이자 저술가인 저자는 흥미 위주의 야사가 아닌 청나라 초기 역사에 대한 방대한 1차 사료와 기존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이를 통해 효장태후가 중국사에서 그 어떤 여인보다 훌륭한 여성 정치가이자 성공적인 인생을 산 여인으로 평가한다. 386쪽. 1만 8000원. 살아남은 자들의 용기(베어 그릴스 지음, 하윤나 옮김, 처음북스 펴냄) ‘인간과 자연의 대결’ 진행자로 세계 최고의 생존 전문가인 베어 그릴스가 들려주는 생존을 위한 이야기다. 친구의 살을 먹으며 생존한 파라도, 바위에 낀 자신의 팔을 스스로 절단한 랠스 등 저자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진짜 영웅 이야기 25편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이런 생존의 욕망은 삶에 대한 위대한 용기이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간의 본성이 투영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내면의 불꽃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강조한다. 생존 지식을 얻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저자가 말한 대로 생존을 향한 인간의 위대한 열정을 흥미롭게 엿볼 수 있다. 376쪽. 1만 5000원.
  • ‘인천상륙작전’ 박철민, 추성훈과 액션 연기 “화가 났다”

    ‘인천상륙작전’ 박철민, 추성훈과 액션 연기 “화가 났다”

    배우 박철민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추성훈과 액션 장면을 촬영한 소감을 말했다. 20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언론 배급 시사가 진행됐다. 연출을 맡은 이재한 감독과 배우 이정재, 이범수, 정준호, 진세연, 박철민,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가 참석했다. ‘인천상륙작전’에서 엑스레이 작전을 수행하는 남기성 역을 맡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박철민은 영화에 짧게 출연한 격투기 선수 추성훈과 액션 연기를 펼친 소감을 말했다. 박철민은 추성훈과 촬영 장면을 떠올리며 “추성훈과 액션 신은 격투기선수와 하다 보니 정말 피해를 많이 봤다. 화가 났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부딪힐 때 실제로 때리기도 했는데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며 “이 친구를 육체적으로 어떻게 아프게 할까 늘 생각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마지막엔 밤새 한겨울에 일방적으로 맞는 장면들을 찍었는데 그 장면이 어디 간줄 모르게 사라졌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인천상륙작전’은 5000:1의 성공 확률, 전쟁의 역사를 바꾼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숨겨진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린 전쟁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다.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을 비롯해 이정재, 박철민, 이범수, 진세연, 정준호 등이 출연한다. 오는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스포츠서울 연예팀 seoulen@seoul.co.kr
  • 美 배턴루지 피격 경찰, ‘흑인’ 경찰관으로서 비애 토로

    美 배턴루지 피격 경찰, ‘흑인’ 경찰관으로서 비애 토로

    17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에서 발생한 경찰 총격 사건으로 숨진 3명의 경찰관 중 한 명이었던 몬트렐 잭슨(32)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생후 4개월 된 아이의 아빠였던 몬트렐 잭슨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배턴루지를 사랑하지만 이 도시도 나를 사랑하는지 의심스럽다”라는 글을 게재해 심경을 전했다. 그는 “경찰복을 입고 있으면 흑인 시민들로부터 혐오의 눈길을 받아야 하고 경찰복을 벗고 있을 때는 동료 경찰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다”면서 “육체적·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며 시험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흑인으로서 받았던 차별에 괴로운 심정을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 그는 “지난 3일은 내 삶에서 가장 큰 시련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잭슨은 이 사건들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잇따른 총격으로 2명의 흑인과 5명의 경찰관이 숨진 사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에는 배턴루지에서 백인 경관 두 명의 총격으로 앨턴 스털링이, 6일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는 백인 경관의 총격으로 필란도 카스틸레가 목숨을 잃었다. 이에 대해 7일 미국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열린 가운데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5명의 백인 경관이 아프가니스탄 참전 군인 출신 흑인 마이카 존스의 저격으로 숨졌다. 페이스북에는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페이지가 만들어져 누리꾼들의 추모 댓글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편 미국 루이지애나 주 배턴 루지에서 발생한 ‘경찰관 피격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번 사건을 흑인 용의자 개빈 유진 롱(29)의 사전 치밀한 계획에 따른 매복공격으로 규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마약왕’ 구스만, 불안증세로 탈모에 점점 미쳐가”

    “’마약왕’ 구스만, 불안증세로 탈모에 점점 미쳐가”

    한 때는 어둠의 세계를 호령했던 세계적인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8)도 이제는 신체의 자유는 물론, 자신의 정신건강까지 걱정해야 하는 불우한 신세가 된 것 같다. 최근 구스만의 변호인인 호세 러프지오 로드리게스는 "수감 중인 구스만이 고문으로 생긴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으로 점점 미쳐가고 있다"면서 "극심한 불안 증세로 눈에 보일 정도로 머리카락이 빠졌다"고 밝혔다. 변호인의 이같은 언급은 현재 삼엄한 경비 속에 갇혀있는 구스만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 것이지만 일종의 언론 플레이일수도 있다. 현재 미 국경과 가까운 시우다드 후아레스 교도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진 구스만은 당초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스만의 변호인단이 미국으로의 신병인도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항소와 가처분신청을 수차례 제기하면서 일단 중지된 상태다. 구스만은 마약 밀매, 살인,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미국 사법 당국의 수배도 받아왔으며 그의 변호인단은 미국 정부로부터 수감 조건, 형량 등에 대한 확약이 없는 한 최대한 신병인도를 늦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들어 구스만의 근황이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은 미국으로 인도되면 '죽은 목숨'인 그의 현재 처지와 SNS를 통해 퍼진 탈옥 루머 때문이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SNS에는 구스만이 또 탈옥에 성공했다는 루머가 순식간에 퍼진 바 있으며 이에 다음날 미구엘 앙헬 오소리오 내무장관은 트위터로 교도소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구스만의 사진을 공개하며 소문을 일축했다. 또한 지난 11일 현지언론에는 교도소에서 한 여성과 면회 중인 구스만의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된 바 있다. 지난 주말 촬영된 이 사진에서 구스만은 변호인으로 알려진 한 여성과 책상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구스만 뒤에 서서 이를 감시하는 교도관이다. 사진상으로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나 현지언론은 교도관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교도관의 신원을 감춰 구스만이나 그 측근들이 교도관과 몰래 접촉하려는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당국의 조치인 셈.     한편 ‘키 작은 사람’이라는 뜻의 애칭 ‘엘 차포’(El Chapo)로 유명한 구스만은 지난 1월 멕시코 서북부 시날로아주 로스 모치스의 한 가옥에서 체포됐다. 지난해 7월 최고 보안수준을 자랑하는 알티플라노 교도소에서 탈옥한 지 약 6개월 만. 구스만은 코카인 등 마약을 미국에 공급하는 멕시코 최대 범죄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끌며 세계적인 마약왕으로 불렸다. 특히 그는 지난 1993년 마약밀매 혐의로 체포돼 20년 형을 받았으나 2001년 탈옥한 바 있다. 또한 13년 만인 지난 2014년 다시 체포돼 수감됐으나 지난해 7월 탈옥해 ‘마약왕’에 이어 ‘탈옥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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