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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비용 ‘작은 육아’로 저출산 넘는다

    저비용 ‘작은 육아’로 저출산 넘는다

    여성가족부가 ‘작은 육아’에 시동을 건다. 값비싼 육아 용품·서비스 등 고비용 육아 문화의 확산이 저출산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성가족부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소비자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올해 상반기 안에 한국소비자원과 공동으로 육아와 관련해 종합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육아 관련 소비실태에 대한 조사는 처음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지속적으로 육아 문화의 대안적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은 육아’와 관련한 정책 방향은 지난달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3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여성가족부의 정책 자문을 맡았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값비싼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고가의 유모차 등을 거리낌 없이 구매하는 소비지향적 육아 문화가 일반화될수록, 예비부부의 양육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일부 계층의 육아 문화가 마치 자녀에게 최선인 것처럼 비춰지면서, 우리 사회 예비부부들의 경제적 부담과 기대수준을 불필요하게 키우고 있다”며 “반드시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행복하고 건강한 육아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 12일 발표한 ‘육아 물가지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 관련 서비스 및 용품에 대한 소비자의 가격 체감이나 가계부담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특히 유모차, 자전거, 카시트, 매트, 교재·교구 등 내구재에 대한 가계부담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진 교수는 “출산은 곧 경제적 비용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실태조사를 마치는 대로 한국소비자원,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기관과 함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작은 육아’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마련에 나선다. 이른바 ‘작은 육아’ TF에는 민간 전문가들도 참여한다. ‘작은 육아’ 확산 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이슈&논쟁] 누리예산, 교육청 몫인가

    [이슈&논쟁] 누리예산, 교육청 몫인가

    만 3~5세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누리과정(어린이집·유치원) 지원 예산을 두고 교육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이 날 선 대립을 이어 가고 있다. 서울과 광주, 경기, 전남 교육청은 아직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편성하지 않았다. 세종, 강원, 전북 교육청은 유치원 예산만 책정했을 뿐 어린이집 예산이 미편성 상태다. 이대로라면 당장 이달 20일부터 이 7개 지역의 학부모들이 자녀 보육비를 직접 지불하게 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교육부는 2012년 3월 5세 유아를 대상으로 누리과정을 시작할 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교육청 예산을 지원한 점을 근거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예산 편성 책임이 모두 시·도 교육청에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교육청들은 어린이집이 보건복지부 관할인 점, 누리과정으로 인한 지방교육재정의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유치원 예산만 편성하겠다고 맞선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시·도 교육청이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을 싣는다. <贊> 교육청 의지만으로 얼마든지 가능 지성애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누리과정은 모든 유아가 유치원과 어린이집 중 어떤 기관을 다니는지에 관계없이 공통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 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발달의 결정적 시기인 유아기의 중요성에 비춰 볼 때 모든 유아들이 발달에 적합한 교육을 받고 국가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자 책임이다. 이는 유아기에 투자한 지원이 성인이 됐을 때 막대한 경제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누리과정 도입 전인 2009년 만 3세 유아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이용률은 75.3%였다. 하지만 도입 후인 2013년에는 90%에 이른다. 이는 누리과정 도입으로 유아들의 ‘교육받을 권리’가 실현됐음을 보여 준다. 누리과정에 대한 학부모의 만족도를 조사한 육아정책연구소 연구 결과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누리과정 학비 지원 측면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누리과정 지원금을 위한 예산 편성을 둘러싼 논란이 있음은 매우 안타깝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두고 정부와 시·도 교육청 간의 대립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3월 개원과 입학을 앞두고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누리과정의 지원이 중단되면 가정의 경제 상황에 따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교육·보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부모들은 자녀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유아들은 교육을 받을 수 권리를 잃게 될 수 있다. 누리과정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고 유아교육을 심각하게 퇴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논란에 앞서 우리는 법이 규정하는 바를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유아교육법에는 ‘무상으로 실시하는 유아 교육에 드는 비용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고 규정(제4장 제24조 2항)하고 있다. 그리고 유아보육법에는 ‘유아 무상 보육비용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보통교부금으로 부담한다’고 명시한다(시행령 제23조 제1항). 지난해에는 세수 결손에 따른 교부금 감액정산 등으로 지방교육재정 세입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전년 대비 1조 5000억원 감소했다. 이 때문에 지방재정 여건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지방교육재정은 내수 회복과 정부의 세수확충 노력에 따른 내국세 증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 및 담뱃값 인상에 따른 지방세 증가 및 지출수요 감소 등으로 지난해 대비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또 국고 목적예비비 3000억원과 함께 지난해 교육청 평가 인센티브 1000억원, 지방채 승인액 3조 9000억원도 예정돼 있다. 이 밖에 이월액·불용액(약 3조 6000억원) 축소 등을 고려하면 결국 교육청들의 의지만 있다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시·도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면 당장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은 동의한다. 관점에 따라 누리과정 예산 편성 지원에 대한 법률적·재정적 해석이 다르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유아들이 누려야 하는 교육의 권리를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상관 없이 모든 유아들에게 질 높은 유아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청의 반발로 피해가 국가의 미래인 유아에게 전가돼선 안 될 것이다.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유아들에게 더욱 좋은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정부도 교육청이 떠안아야 할 부담에 대해 추후 지속적 협의를 통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이관에 따른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누리과정을 통해 어렵게 도입된 무상 유아교육 제도가 단절되지 않도록 교육청의 결단을 요구한다. <反> 국가가 근본적 재원 확보책 마련을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한 것은 국가가 3~5세 유아를 무상으로 교육·보육하는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 별도의 재원을 확보하지 않고 기존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교부금으로 누리과정을 지원하게 한 것은 다음 두 가지 이유에 근거한 것이었다.?하나는 학생 수가 감소함에 따라 재정 수요도 점차 줄어들고 있어 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교부금이 매년 3조원 이상 증가하기 때문에 연차적으로 교부금에 의한 누리과정 지원이 가능하다는 이유였다. 2012년에는 5세만 무상교육·보육 대상이었다. 교부금도 3조원 이상 증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대상이 3, 4세로 확대되기 시작한 2013년부터 예산 편성 과정에서 재원 부족이 발생해 9500억원의 지방채 발행으로 메우더니, 2014년에는 3조 8000억원, 지난해에는 6조 1000억원의 지방채 발행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떠받치는 상황이 반복됐다.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누리과정 지원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또다시 국가와 시·도 교육청이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에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국가가 목적예비비를 5000억원 지원하는 것으로 봉합됐다. 하지만 올해는 예비비 지원 규모가 3000억원으로 줄었다. 여기에 지방채 잔액이 20조원을 넘어서면서 시·도 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예산을 또다시 지방채 발행을 통해 편성하지는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이에 따른 해결의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국가와 시·도 교육청 중에서 누가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할 것인가. 사업의 성격과 배경 및 시·도 교육청의 재정상태 등을 종합해 볼 때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누리과정을 도입한 것은 국가임이 분명하다. 누리과정 지원사업은 국가 시책 사업이므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보통교부금으로 충당할 수 없는 사업이다. 국가 시책 사업은 특별교부금이나 국고보조금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전체 취지다. 또 국고 보조금 사업을 지방에 위임할 때는 재원도 넘겨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2010년부터 유아교육 지원 사업을 지방으로 이양하면서 내국세 교부율을 19.4%에서 20%로 인상한 전례가 있다. 둘째, 교부금에 의해 누리과정을 지원하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 수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교육재정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고, 매년 3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교부금은 2013년부터 세수 부진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교부금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었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재정 수요가 줄어들겠지만, 학생 수보다 학급 수나 학교 수 기준으로 재정이 집행되기 때문에 학생 수가 줄어도 곧바로 재정수요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셋째, 현실적으로 지방교육재정 형편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여력이 없다. 교육부는 교부금 및 지방세 증가, 학교 신설 및 교원 명예퇴직 수요 감소, 지방채 발행 승인, 국고예비비 3000억원 지원 등으로 올해 지방교육재정 여건이 개선돼 시·도 교육청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충분히 편성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3조 9000억원의 지방채 발행을 전제로 했다는 점을 돌이켜 볼 때 오히려 지방교육재정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자인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한 해만 할 사업이 아니라 계속 사업인 4조원 규모의 누리과정 사업을 이양하면서 기존 재원으로 해결하라고 떠넘긴 것은 처음부터 무리한 것이었다. 국가는 지방채 발행을 승인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하지 말고 근본적인 재원 확보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 “보육비 확실”… 서울 유치원 모집 첫날 문의전화 3배 폭주

    대구, 울산, 경북을 제외한 14개 시·도 교육청이 내년 예산안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가운데 서울 시내 공립유치원의 원아모집이 시작됐다. 모집 첫날인 25일 서울 시내 공립유치원들은 평소보다 2~3배 많은 학부모들의 문의전화에 시달리는 모습이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실제 배정되지 않을 경우 3~5세의 동일 연령대라도 교육청 관할인 유치원에 갈 경우에는 보육비 지원을 받지만, 어린이집에 갈 경우에는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양천구의 한 공립 유치원장은 “모집 첫날이라 실제 지원은 많지 않았지만 지난해에 비해 3배 정도 많은 문의전화를 받은 것 같다”며 “올해는 중복지원 제한이 사라지고, 학부모들의 관심이 많은 국공립부터 먼저 모집이 시작돼 경쟁률이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공립유치원은 이날부터 30일까지 7일 동안 원서를 접수하고, 다음달 2일 하루만 추첨을 한다. 사립유치원은 공립유치원 추첨이 끝난 뒤인 다음달 3일부터 8일까지 원서를 접수하며, 5일부터 11일까지 유치원별로 자율적으로 추첨일을 정해 유아를 선발한다. 2015학년도의 경우 공립과 사립의 추첨일이 같고, 중복지원으로 혼란이 빚어졌다. 올해는 공립에서 탈락할 경우 사립에 지원할 수 있어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4세 딸을 둔 권모(38·강동구)씨는 “공립유치원은 경쟁률이 너무 높고, 우선 순위에도 들지 못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그냥 사립유치원에 보내기로 했다”며 “추가 비용이 들겠지만 지원이 될지 말지도 불투명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보다 마음은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각각 5세와 3세인 딸과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김모(39·영등포구)씨는 “어린이집 지원이 끊어지면 보육비로 당장 44만원이 더 들어간다”며 “그럴 바엔 차라리 돈이 좀 더 들더라도 사립유치원을 보내며 공립유치원에 대기 순번을 받아놓는 편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8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공립유치원에 아동을 보내는 부모의 월평균 교육비 부담액이 1만 2000원인데 반해 사립유치원은 17만 9000원으로 16만원이 넘는 격차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내년 예산안을 보면 17곳 모두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했지만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대구·경북·울산교육청 3곳(6~9개월치)만 꾸렸다. 나머지 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다른 교육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육아 조언 못 받은 초보 엄마들 오죽하면 아기 변을 찍어…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육아 조언 못 받은 초보 엄마들 오죽하면 아기 변을 찍어…

    언제 어디서나 ´길잡이´가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인 것 같다. 공부를 할 때나 일을 할 때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다. 알맞은 정보를 때에 맞게 전달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시행착오를 조금 줄이고 보다 좋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다. 엄마가 되었을 때 정말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 바로 정보였다. 아기를 품고 낳고 기르는 일은 내 인생 30년 만에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을 혼자 ´알아서´ 해야 했다. 가까운 주변에 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어서 더 그랬다. 늘 정보에 메말랐다. 사실 육아 정보야 널리고 널렸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차고 넘쳐서 탈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상황에 맞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너무 어려웠다. ●전문가 도움 늘 필요한데… 조리원 교육 2주뿐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찾아오는지를 시작으로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까지 모든 것을 닥쳐야 알 수 있었다. 임신한 사실을 알자마자 임신·출산·육아 관련 백과사전을 한 권 샀지만, 생후 4~5주 태아부터 24개월까지 아이의 일반적인 특성이 한 권에 모여 있다 보니 정작 그때 그때 필요한 정보는 한두 쪽에서 끝이 났다. 막상 아기를 키울 때는 책을 펼칠 시간도 없을 뿐더러 잘 와 닿지가 않았다. 육아가 책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진리일 뿐더러 내 아이도 책 몇 줄에 설명된 아기들의 특성과는 달랐다. 일을 하다 보니 출산 전 산모교실이라는 곳에 가볼 시간도 없었고, 아이를 낳고서 산후조리원에 머무는 2주 동안이 거의 유일하게 교육을 받은 시간이었다. 그래봤자 하루 한두 번, 분유나 유아용품 업체 직원들이 홍보를 겸한 기초적인 육아정보를 전해주는 수준이었다. 베이비 마사지, 아기 달래는 법 등 열심히 필기를 해가며 들었다. 그러나 정작 집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그대로 따라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히려 유아용품 업체 직원들의 30분 안팎의 짧은 강의는 조리원에서 쓰기 시작한 로션을 계속 쓰게 되고, 신생아실에서 먹던 분유를 계속 먹이게 되는 방식으로 흡수됐다. ●부모 59%가 육아정보 퍼스널미디어에서 얻어 집으로 돌아오니 조리원에서 주워들은 정보마저 새까맣게 지워졌다. 강아지 한 마리도 안 키워 본 내가 갑자기 핏덩이 같은 작은 사람 한 명을 안게 됐는데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기들은 울음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라고 책에서 읽었지만, 왜 우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젖을 먹어도 울고 쉬를 해도 울고. 잠도 안 자고 울었다. 작은 거실 소파에 둘이 앉아 하루 종일을 그렇게 울면서 보냈다. 몇 주쯤 지나자 남편이 출근하기 위해 문밖을 나서는 것마저 아쉬웠다. 또 둘만 남겨지는구나, 또 나 혼자 모든 것을 알아내야 하는구나. 두려웠다. 육아에 대한 ‘무지’(無知)는 갈증과 막막함을 넘어 무섭기까지 했다. 나는 원래부터 엄마가 아니었고,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게 당연했지만 나의 한순간 선택이 신생아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까 봐 걱정이 됐다. 주변에서는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유난 떨지 말라”고 했지만 쉼 없이 울어대는 아기를 두고 어떻게 조바심이 안 날 수 있는지. 아기가 조금씩 자라면서도 이 개월수에 이 정도 움직임이 맞는 것인지, 이유식을 왜 이렇게 안 먹는 것인지, 이렇게 안 먹어도 영양 상태에 지장이 없는지 끝없이 의문 투성이였다. 그럴 때 바로 물어볼 수 있던 곳이 육아 관련 카페였다. 질문을 올리지 않고도 검색만으로도 대충 필요한 정보를 얻기 충분했다. 신생아 돌보기, 모유 수유 시간 및 패턴, 이유식 잘 먹이는 방법 등을 검색하면 다른 엄마들의 경험담이 쏟아졌다. 물론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비슷한 궁금증과 고민을 다른 엄마들도 이미 경험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조금이나마 해소된 기분이 들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영유아 부모의 육아정보 이용실태 및 활용지원 방안’ 보고서에도 영유아 부모들이 육아정보를 찾을 때 주로 이용하는 매체가 퍼스널미디어(포털·온라인 커뮤니티·SNS)가 59%로 가장 많았다고 나와 있다. 그 다음으로 지인(20%), 기관(16.4%), 매스미디어(4.6%) 순이다.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특히 아기가 어릴수록 엄마도 외출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거의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들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퍼스널미디어를 통한 정보 습득은 점차 줄고, 지인과 기관을 통한 정보습득이 늘어난다고 한다.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전문가´라고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전부였는데 병원은 왠지 거리감이 컸다. 의사를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울 뿐더러 내가 걱정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딱 한마디로 “별거 아니에요”라고 해버리니 괜히 민망하기까지 했다. 동네에 소아과 병원도 많지만, 나와 내 아이와 맞는 병원을 찾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좀 유명하다는 병원은 몇 시간 전부터 대기를 걸어야 한다. 기본 30분은 밖에서 줄을 서야 하는데 정작 진료시간은 10분도 채 안된다. 영유아검진 예약이 무려 1년치까지 꽉 차 있다는 병원도 심심치 않게 보았다. ●급하면 선배 엄마 찾고 의사 상담 1년 걸리기도 몇몇 소아과에만 항상 줄 서 있는 대기 인원들을 보면, 아마 많은 엄마들의 사정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정말 급할 때 찾는 것은 전문가가 아닌 선배 엄마들이다. 심지어 임신부들이 자신의 배 사진을 찍어 올리며 “이 주수에 이 정도 배 크기가 맞는 거냐”고 묻기도 하고, 아기 엄마들이 아기의 변 사진을 올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남의 아기 똥까지 엿봐야 할 때마다 짜증스럽기도 하고, 이런 사진들까지 올리는 게 별로 유쾌하진 않지만, 오죽 마음이 급했으면 이렇게까지 할까 심정은 이해가 간다. “아기가 아픈데 지금 병원을 가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라는 질문도 흔한데 역시 그 마음은 아주 조금 알 것도 같다. 아기가 아픈 것 같아 병원에 갔다가 “뭐 이런 걸로 병원에 왔느냐”는 말을 듣는 경우도 잦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다양한 정보들이 있다 보니 서로 의견이 안 맞는 경우도 허다하다. 제대로 된 육아 정보가 절실하다는 것을 육아 카페를 눈이 빠져라 쳐다보면서도 느낀다. ●‘자치구 보육반장’ 접근 어려워… 제도 활성화되길 서울시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우리동네 보육반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에 총 132명의 보육반장이 활동한다. 구별로 4~8명의 보육반장이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육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고민 해결이나 상담도 한다. 3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선배 엄마들이 활동한다. 시행된 지 아직 2년여밖에 안됐고 엄마들이 보육반장에 대한 정보 자체에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런 식의 육아 길잡이들이 좀 더 활성화되면 좋을 것 같다. 각 자치구에는 육아종합지원센터도 있다. 우리 동네의 경우 1만원의 회비를 내면 장난감을 대여하거나 놀이방에서 놀 수 있고, 문화센터와 같이 아기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설돼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데 항상 주변의 손길이 필요했다. 특히 초보 엄마에게는 제대로 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하다.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비해 너무 아는 것도 없이 육아를 시작했다. 내 공부를 하는 것이라면 여러 번 시행착오를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이를 두고 겪는 시행착오는 겁이 난다. 누구나 육아 길잡이가 되어주고, 또 누구나 길잡이와 함께 육아를 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32) 아이에게 ‘뽀로로’ 쥐어준 엄마의 반성문

    [독박(讀博) 육아일기](32) 아이에게 ‘뽀로로’ 쥐어준 엄마의 반성문

    22개월에 접어든 아이는 이제 웬만한 말을 다 따라한다. 어젯밤에는 잠자리에 누워서 “엄마, 사랑해요”라고 어설픈 발음으로 말해주는데 감격스러웠다. 귀여운 목소리로 종알종알 대화를 이어가니 신기하고 감사하고 마냥 예쁘다. 선배 엄마들은 “지금이 가장 예쁠 때”라며 아이와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라고 조언해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렇게 예쁜 아이가 기다리는 집에 들어가기가 겁이 나는 시간들이 있었다. 내 얼굴만 보면 “뽀야(뽀로로), 뽈리(로보카 폴리)”를 외치며 졸라대는 아이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다.아이를 낳은 뒤에도 초반까지는 도대체 어린 아이들에게 왜 스마트폰을 쥐어주는지 통 이해를 하지 못했다. 대형마트에서 유모차에 앉아있는 아이가 유모차 안전바에 거치대까지 설치해놓고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모습은 약간 충격이었다. 식당에서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보며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는 아이들의 맥 없는 눈빛도 안쓰러워보였다. ‘엄마, 아빠는 뭘하고 있는 거야?’하며 그 부모들을 힐끗 쳐다보곤 했다.그랬던 내가, 요즘 아이와 스마트폰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주 무려 두 시간 가까이 꼼짝도 하지 않고 TV만 보던 모습과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로보카 폴리의 주제곡을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고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리모콘을 들고 TV를 끄자 그 때부터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불과 전날 밤까지 천사 같은 얼굴로 “엄마, 지금 뭐해요?”라고 물으며 웃음을 주던 아이가 떼를 쓰자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만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나도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퉁퉁 부은 얼굴로 하루를 보냈다.●아이와의 스마트폰 전쟁…그 시작은 바로 ‘나’시작은 나였다. 그것이 괴로웠다. 뽀로로를 소개한 것도, TV를 틀어준 것도 나였다. 처음 뽀로로를 소개할 때는 아이가 귀여운 캐릭터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예뻐서였다. 내가 봐도 뽀로로는 정말 잘 만든 작품이다. 톡톡 튀는 캐릭터와 선명한 색깔의 그림이 아주 섬세하고 예쁘다. 아이들의 시선을 빼앗기 충분하다. 노래는 내가 들어도 신나고 이야기도 재미있다. 내가 먼저 아이 손을 이끌고 뽀로로파크(뽀로로 캐릭터로 꾸며진 놀이공간)에 데려갔고 뽀로로 인형을 사줬고, 장난감이나 책도 웬만하면 뽀로로 그림이 있는 걸로 사줬다. 아이들의 손이 닿는 물건 치고 뽀로로가 그려지지 않은 것이 없었다. 자유경제원 기업가연구회는 뽀로로의 경제적 효과가 5조 7000억원, 브랜드 가치만 80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 그만한 매력이 분명히 있다고 나부터도 생각한다. 열심히 사들이고 보여주며 뽀로로가 뭔지도 모르는 아기에게 “이게 네 친구야”라며 주입을 시킨 거나 다름 없었다. 당연히 아이도 좋아했다. 스마트폰을 처음 보여준 것은 차 안에서였다. 카시트를 태워야 하는데 강하게 거부하며 ‘탈출’까지 하는 아이를 가만히 앉아있게 하려는 용도였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안 좋은 거라고 하지만 일단 안전한 게 더 중요하다며 멀찌감치 스마트폰을 들고 뽀로로를 보여줬다. 꺼내달라고 발버둥을 치던 아이가 작은 화면을 빤히 바라보더니 울음을 멈추었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귀엽기도 했다. 그렇게 서너 번 하다 보니 카시트에 가만히 앉아있는 습관이 바로 들었다. 뽀로로는 그야말로 특효약이었다. “우는 아이 뽀로로 틀어준다”는 말이 와닿았고, 이래서 ‘뽀통령, 뽀통령’ 하는구나 싶었다.본격적으로 TV로 뽀로로와 친해진 것은 복직한 뒤였다. 일주일에 한 두번 재택근무를 해야하는 날이 있는데 놀아달라고, 안아달라고 떼쓰는 아이를 안고 노트북을 만질 수가 없었다. 한동안 둘러업고, 아기띠로 안아가며 일을 하다가 TV를 틀어주었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 대신 큰 화면으로 보면 좀 낫겠다는 심정도 있었다. 3분 남짓의 동요가 연속으로 30~40분 동안 나오는 ‘뽀로로와 노래해요’를 틀어놓고 쇼파에 앉아 보게 했다. 집은 평화를 찾았고, 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아이는 화면 속에서 뽀로로가 등장할 때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지으며 즐거워했고 “안녕, 뽀야~”하며 손을 흔들었다. ‘바라밤’ 같은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일어나서 들썩들썩 춤을 추는데 너무 귀여워서 그것만 반복해서 틀어주기도 했다.●안 좋은 거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그러고 보면 몇 달 사이 스마트폰을 안 보여준 곳이 없다. 친구와 만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동안 커피잔에 세워서 보여주었고 시장 다녀오는 유모차에서, 양손 가득 짐이 많은데 하도 안아달라고 졸라서 스마트폰을 아예 손에 쥐어주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내 딸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나를 어떻게 볼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여기저기 눈치를 살피며 ‘방치’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게 하려고 한다. 그러나 내 딴에는 최대한 절제해서 조금씩만 보여줬다고 생각하지만 거치대만 사용을 안 했을 뿐, 언제 어디서든 아이가 떼를 쓰고 내가 좀 피곤하고 쉬고 싶을 때, 또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는 뽀로로의 힘을 빌렸다. 아이가 시끄럽게 떼를 써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단 이게 낫겠다는 생각이 죄책감을 덮어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뽀로로 덕분에 잠시동안 내가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있었지만 그 다음, TV를 끄는 순간부터 더 큰 화가 찾아왔다. 내가 틀어준 것은 몇 번 안 될지라도 아이가 흡수하는 속도는 무지 빨랐다. 내 몸이 편해질수록 아이의 표정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다시 틀어내라고 울며 떼를 쓰는 아이를 달래는 것이 뽀로로를 틀어주기 전보다 더 힘들다.그러나 ‘이제 보여주지 말자’는 다짐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아이는 스마트폰에 항상 노출돼 있다. 이유는 바로 나 때문이다. 한 손에 스마트폰을 꼭 쥐고 다니는 엄마를 봐서인지 두 돌도 안 된 아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능숙하게 스마트폰을 다룬다. 사진을 열어서 볼 줄 알고 그 중에 자기가 찍힌 동영상을 틀어보며 재미있어한 것이 벌써 두 달 정도 됐다. 급기야 뽀로로를 보여주던 유튜브 어플리케이션을 용케 찾아 직접 뽀로로를 틀었다. 한 시리즈가 끝나면 바로 다른 에피소드를 찾아서 눌렀다. 이런 식으로 엄마와 아이가 눌러댄 결과인지 ‘뽀로로와 노래해요’ 1편의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무려 2117만 8500회를 넘었다. ‘뽀로로’ 채널의 구독자수는 98만 4090명이다.(5일 오후 기준)스펀지 같이 스마트폰 다루기를 쏙쏙 흡수하는 아이를 보며 덜컥 겁이 났다. 특히 스마트폰은 세상에 등장한 지 겨우 5년 남짓. 어린 아이들이 이걸 보며 자라서 어떤 결과가 도출됐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것이 두려움을 키운다. 하지만 이렇게 걱정은 하면서도 내 손에서부터 스마트폰을 내려놓지는 않았다. 나도 스마트폰 속 세상을 들여다 볼 시간이 필요했다. 딱히 만날 사람도, 갈 곳도 없는 나에게는 TV와 스마트폰이 친구다. 육아 카페를 구경하고, 수다를 나누면서 위안을 받는 것도 나에겐 중요한 일과다. 그 덕분에 아이는 ‘핸드폰’이라는 말도 빨리 배웠다. 꼼짝도 하지 않고 TV 화면만 응시하던 아이가 뽀로로가 사라지는 순간부터 또 다른 자아가 생겨난 듯이 울부짖는 것을 보며 나는 괴로움에 눈물이 쏟아졌다. ‘이 아이를 내가 이렇게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루종일 일한다고 아이를 맡겨두었으면서 집에 돌아와서도 아이에게 집중을 하지 못했다. 퇴근하면 일단 나부터 녹초가 돼 쇼파에 드러눕고 TV를 켰다. 회사 일을 한다고, 또 집안일을 해야한다고 놀아달라는 아이를 뒤로 하고 뽀로로를 틀어주었다. 너무 자고 싶은데 일어나서 나가자고 조르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넘겨주고 잠이 든 적도 있다. 아이에게 뽀로로 애니메이션을 보게 해준 첫 날부터 지금까지, 아이의 행복한 웃음을 보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이거 안 좋은 건데…” 걱정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저렇게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을 들여다 보면 눈이 얼마나 나빠질지, 만화를 보며 집중하는 게 아이에게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줄지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핑계를 댄 것도 전부 엄마인 나였다. 어린 아이들의 스마트폰 이용이 두뇌나 사회성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는 읽어보지 않아도 결과가 훤히 예상된다. 그래서 그런 기사는 아예 안 읽기도 했다. 너무 찔려서였다.●“스마트폰 최초 이용시기 빠를수록 이용시간 길어“행동발달이 매우 빠른 아이는 스마트폰에 관한 통계에서도 다른 아이들을 앞지른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 스마트폰 노출 실태 및 보호대책’에서는 유아(3~5세)의 68.4%와 영아(0~2세) 34.9%가 스마트폰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초 이용시기는 평균 2.27세로 만 3세가 되기 전에 이미 노출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만 1세에 벌써 조작이 가능해졌으니 뜨끔하다.이 보고서에 따르면 영아의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유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연령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영유아 전체의 주중 평균 이용시간이 31.65분이었는데 영아는 32.53분, 유아는 31.28분이었다. 또 스마트폰을 최초로 이용한 시기가 빠를수록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간이 긴 것으로 조사됐다. 최초 이용시기가 0세인 경우 33.45분, 1세는 32.84분, 2세 29.54분, 3세 34.42분, 4세 28.65분, 5세 24.81분이었다. 이용 장소는 대부분 가정(71.9%)이었고 다음으로 카페 및 식당(9.5%)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많이 사용했다. 자녀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주된 이유는 ‘자녀가 좋아해서’가 70.9%로 가장 높았다. 나도 아이가 좋아한다고, 내가 조금 더 편하자며 쥐어주었다. ‘그래도 나는 덜 보여주는 편’이라고 애써 다독이면서. 지난주 뽀로로를 찾으며 울어젖히는 아이와 씨름을 하며 또 다시 나의 육아 방식이 다 잘못됐다는 자책에 시달렸다. 오죽했으면 애가 엄마 얼굴만 보면 스마트폰을 내놓으라고 ”줘, 줘“하게 됐는지, 왜 이렇게 못난 엄마였는지 화가 났다. 항상 피곤에 절어서 그래도 책 한 권이라도 더 읽어주고 아이와 눈도 많이 마주치며 잘 놀아준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에게 남는 엄마의 모습이 결국은 쇼파에 누워서 TV를 보거나 깜깜한 방 안에서 스마트폰 화면 빛에 비친 얼굴이었나 싶다.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져 견딜 수 없었다.하루종일 가슴이 울렁거리는 듯이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리모콘은 모두 숨겨두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가방만 던지고 당장 쇼파에 드러눕고 싶었지만 아이 옆에 꼭 붙었다. 책도 읽고 스티커북을 하며 놀아주었다. 아이 입에서 ”엄마, 가“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마치 ”그동안 엄마가 제대로 안 놀아줘서 뽀로로만 찾은 거였어”라고 말하듯이 그날 밤 만큼은 뽀로로를 찾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아이가 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기쁨을 주는 만큼 그에 비례하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겨난다. 그걸 잘 이겨내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기도 할 텐데, 쉽지가 않다. 앞으로 아이가 즐겨 볼 애니메이션만 하더라도 뽀로로에서 폴리, 타요, 공주만화 시리즈 등등. 첩첩산중이다. 휴, 아이의 중독을 걱정하던 엄마는 화장실 문을 꾹 걸어잠그고 10분 동안 앉아서 스마트폰을 뒤적였다.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26)가끔은 그냥 ‘나’이고 싶다(27)1년에 단 며칠인데 뭐가 그리 힘드냐고요? (28)좋은 엄마 나쁜 엄마 따로 있나요(29)1인실 쓰고도 출산비 ′0원′…호주·미국 육아맘에게 물었다(30)‘도긴개긴’ 韓·日 육아 환경…초저출산국 이유있었다(31)엄마의 눈으로 본 저출산 대책은 슬펐다▶1회부터 24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블로그
  •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엄마는 항상 ‘을’ 신세…맞춤형 보육은 꿈인가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엄마는 항상 ‘을’ 신세…맞춤형 보육은 꿈인가

    21개월 아이가 어린이집 생활을 한 지도 벌써 1년이 됐다. 언제 다시 날지 모르는 빈자리를 얼른 채우느라 10개월짜리를 기관에 들여보냈다. 잊을 만하면 콧물을 달고 오고 놀다 넘어져 이마에 멍이 들어 오기도 한다. 그저께도 얼굴에 반창고가 붙여졌다. 아이들이야 다치는 일이 부지기수지만 이렇게 내가 안 보이는 곳에서 상처를 내 오면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겁다. 그러나 이번에도 풀 수 없는 속상함을 삼켰다. 남는 건 결국 자책감이다. ●어린이집 보내기 어려워… 태아 때 400번대 대기어린이집 이야기는 언제나 조심스럽다. 굳이 갑을 관계를 따지자면 나는 철저한 을(乙), 아니 ‘병’(丙) 정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일을 하는 엄마라서 그렇다. 작은 불만 정도는 아예 말도 꺼내지 않는 게 상책이다. 어린이집이 아니면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마음에 안 든다고 당장 어린이집을 옮길 수도 없다. 그래서 어린이집을 대하는 시선은 늘 복잡하다. 그저 무한한 신뢰감으로, 내 아이는 잘 지내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살짝 경계가 되기도 한다. 평소에 나 대신 아이를 잘 돌봐 주는 정말 고마운 존재이면서도 공휴일이 다가오거나 아이가 아프게 되면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복잡한 시선은 어린이집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사실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임신을 해서 태명으로 어린이집 대기를 걸면서 ‘저출산 국가라면서 왜 이렇게 어린이집 보내기가 어려운 것인가’ 불만이 처음 생겼다. 입소 1순위인 맞벌이인데도 뱃속 아기의 대기 번호가 400번대였던 탓이다. 그마저 지난해 이사를 하면서 새로운 어린이집으로 다시 대기를 올려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아기가 5개월 때 걸어 둔 어린이집은 200번대로 시작했다. 이번 주에 58번까지 당겨져 있는 것을 보고 그저 감격스러울 뿐이다. ●어린이집 국공립 비중 5.7%뿐… 훨씬 많아져야 정말 어린이집이 턱없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 아니다. 지난해 전국 어린이집은 모두 4만 3742곳, 정원은 총 180만 659명이었다. 실제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149만 6671명이었다. 통계상으로는 전국 시·도 지역에서 모두 어린이집 정원이 현원보다 많았다. 100번대 대기번호를 기다려야 하는 곳은 국공립어린이집이다. 전체 어린이집 4만 3742곳 중에 국공립어린이집은 2489곳(5.7%)에 불과했다. 가정어린이집이 2만 3318곳(53.3%)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민간어린이집(1만 4822곳·33.89%)이었다. 내가 처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처럼 지금도 가정어린이집 중에는 상담을 받으면 바로 입소할 수 있는 곳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아무 데나 보내면 되지 왜 굳이 국공립어린이집을 고집하느냐. 일하는 엄마로서 조금이라도 눈치를 덜 보고 더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지금은 가정어린이집에 아이를 오전 10시에 등원시켜서 오후 4시에 데려온다. 나의 출퇴근 시간과 비교해 보면 어림도 없는 시간이라 등하원을 도와주는 베이비시터 이모님을 고용한다. 나는 직장맘이니 내 아이만 더 늦게까지 봐 달라고 말이야 해 볼 순 있다. 그래 봐야 오후 6~7시까지인데 그걸로도 모자라긴 마찬가지다. 더구나 어떻게든 그 시간까지 계속 근무를 해 달라고 하기에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업무가 너무 무겁다는 것도 내 아이 한 명을 키우면서 이미 절감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되고 인증받은 기관에서 위탁해서 운영하는 국공립어린이집이라면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아이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환상이 있다. 오후 8시가 될 때까지 불을 밝히고 있는 집 앞 국공립어린이집은 특히 이 환상을 키워 준다. ●보육료 지원 축소 정부정책 엄마들 바람과 딴판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의 ‘유치원·어린이집 운영 실태 비교 및 요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어린이집 정원은 평균 58.8명인데 교사 수는 7명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국공립과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의 교사가 7~9명이었고 민간, 가정어린이집은 4~6명의 비율이 가장 많았다. 교사의 90%가 담임교사를 맡았다. 담임교사들은 평균 오전 9시 16분에 근무를 시작해 오후 6시 50분까지 일했다. 평균 근무시간이 9시간 34분이다. 이렇게 일하고 받는 평균 기본급은 147만 8000원이다. 국공립어린이집 교사는 180만 1000원이었지만 민간은 127만원, 가정은 113만 8000원을 받았다. 일의 강도는 숫자로 표기할 수도 없다. 나는 내 자식 한 명 밥 먹이고 하루 종일 놀아 주는 것도 버거울 때가 많은데, 저마다 특성이 다른 아이들 여럿을 먹이고 재우고 돌보는 일을 10시간 가까이 하는 보육교사들이 120만원도 못 받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보육교사들도 누군가의 엄마이고 직장인인데 더 많은 돈을 받고 더 좋은 환경에서 수월하게 일하는 편이 내 아이에게도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기대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보육정책이 움직인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영유아보육료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3조 1377억 200만원이던 영유아보육료 지원 사업 예산은 내년도 2조 9617억원으로 줄었다. 정부는 내년부터 ‘맞춤형 보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업주부들의 어린이집 이용을 대폭 줄이겠다는 취지다. 전업주부는 12시간 종일반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6~8시간만 어린이집에 보내도록 하겠단다. 이로 인해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이 20% 줄어 예산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정작 현실에서는 맞벌이인 나조차 12시간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을 꿈도 못 꿔 봤다. 12시간 동안 문을 안 열기 때문에 어린이집들이 권장한 ‘오전 10시~오후 4시’ 등원 시간을 최대치로 여기고 보내고 있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을 꽉 채워 보낼 수 있는 시설은 국공립이나 일부 규모가 큰 어린이집뿐이다. 당연히 전업주부들도 12시간은 아예 보내지도 않는다. 지금도 6~7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와 크게 달라질 것도 없을 텐데 또다시 전업주부와 직장맘들의 편 가르기에 나섰다. 오히려 오후 4시 이전에 전업주부의 자녀들이 우르르 하원하게 되면 내 아이를 비롯한 겨우 2~3명의 아이들만 눈칫밥을 먹게 된다. 그럼 나는 여전히 등하원 도우미에게 의지해 내 아이를 일찍 하원시킬 것이다. 엄마로서 느끼는 진짜 문제는 ‘전업주부’가 아니라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공립어린이집이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민간·가정어린이집도 전업주부나 직장맘의 비율과 관계없이 모두가 운영 시간을 지키도록 바뀐다면 더 좋겠다. 하지만 그러려면 보육교사들을 더 많이 충원해야 한다. 아이들 돌보는 일을 한 사람이 12시간씩 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고, 그것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역효과만 날 것이다. 대체교사, 야간교사 등 교대 근무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월급도 훨씬 많아져야 한다.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점심 식사도 쪼그리고 앉아 마음 편히 하지 못하는 교사들이 겨우 100만원 안팎의 돈을 받는 환경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보육교사 처우 개선… 야간·대체 교사 도입 필요 보육교사는 어린 아이들의 정서에까지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육아 전문가다. 아이 보는 일이라고 하찮고 쉬운 일로 여겨져선 안 된다. 어린이집 보내는 엄마들을 이기적이라고 낙인찍고 죄인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필요로 한다면 누구나 좋은 환경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를 키워 가는 것이 진짜 맞춤형 보육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그래야 정부에서 그토록 외치는 ‘일과 가정의 양립’도 가능하다. 하지만 갈 길은 너무나 멀어 보인다. baikyoon@seoul.co.kr
  • 입학·취업 앞당겨 출산 유도?… 교육부 “입시 등 큰 혼란 우려”

    입학·취업 앞당겨 출산 유도?… 교육부 “입시 등 큰 혼란 우려”

    정부와 여당이 21일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학제 개편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향후 논의 전개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실제 실행이 되면 큰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면 여성의 취업률이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는 취학 연령을 낮추는 것이 저출산 문제 완화에 일정 수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자녀를 1년 일찍 학교에 보내면 그만큼 양육비용과 유아기 사교육 비용을 줄일 수 있다. 2009년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저출산 대책으로 똑같은 방안을 내세웠을 때 이뤄진 육아정책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취학 연령 1세를 단축하면 초등학교 입학에서 고교 졸업까지의 사교육비가 6.8%(2675만원→2494만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점도 있지만 실제 실행에는 혼선이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2020년부터 만 5세로 초등학교 입학을 앞당기거나 현행 6년인 초등학교와 중·고교를 각각 5년 만에 끝내는 것으로 바꿀 경우 자연히 2019년에 취학한 아동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교육과정 및 입시제도의 변화와 함께 수조원 이상의 예산도 투입돼야 한다. 앞서 2006년과 2009년에 유사한 학제 개편 논의가 실행되지 못했던 이유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초·중등부터 대학까지 9월에 1학기를 시작하는 ‘9월 학기제’ 도입을 공론화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이날 당정협의 결과에 대해 “여당의 공식적인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 수준의 입장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학제 개편이 쉽지 않을 거란 분위기가 주류를 이뤘다. 교육과정, 학생들 발달단계, 재정 추계, 사회 환경 등 고려할 사항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안건은 2007년 이후 정식으로 교육부에서 논의된 적이 없었다. 당시 교육부도 아이디어 차원이었고, 정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저출산위원회의 안건으로 들어갔을 때 교육부는 반대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제 개편에 따른 장점이 있지만 변동에 따른 학년별 유불리가 굉장히 크다”며 “워낙 사회적 변화가 큰 사안이라 교육부로선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교육 분야의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시대에 북한(11년), 영국(13년)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미국·일본 등 주요국이 초등 및 중등 과정을 한국과 같은 12년으로 운용하고 있는 점도 주요 고려대상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심각한 저출산에 시달렸던 네덜란드와 영국 등의 초등학교 입학 연령은 우리나라보다 1년 이른 만 5세”라면서 “두 나라가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이는 학령을 앞당겨서라기보다는 국가의 보육 부담 확대, 시간근로제·탄력근로제 시행 등에 주로 힘입은 것”이라고 말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둘째요? 꿈속에서만 낳을게요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둘째요? 꿈속에서만 낳을게요

    하루 종일 아기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았던 불과 1년여 전의 기억들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 그만큼 아이가 자라면서 주는 기쁨이 크다. 신생아를 키우던 극한의 시간들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길에서 마주치는 갓난아기들이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아이가 어느덧 21개월. 주변에서도 슬슬 둘째 계획을 묻는다. ‘만약 둘째가 생긴다면?’ 여러 차례 생각해 봤지만 떠올릴 때마다 걱정부터 앞선다. 물론 두 명 이상의 자녀를 두고도 열심히 일하며 성공한 선배들이 적지 않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무척 존경스럽다. 하지만 친정과 시댁 찬스를 10분도 쓸 수 없는 내 상황에서는 꿈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이상적 자녀 수는 2.7명… 실제 출산율은 1.2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7월 공개한 ‘자녀 가치 국제 비교’ 보고서에서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가 2.72명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출산율은 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21명이었다. 자녀가 둘 이상은 있어야 좋다는 생각이지만 정작 현실에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임신해서 출근하기, 육아휴직 말하기… 어쩌죠 둘째가 생길 경우에 벌어질 일들을 상상해 봤다. 우선 첫 번째 고민은 회사에 임신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임신을 했다고 해서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육아휴직을 얼마나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첫째 때도 1년 3개월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모두 썼는데 둘째 때도 꼬박 다 쓰겠다고 말하기가 민망하다. 앞서 선후배 동료들 중에도 그런 예가 없다. 엄마와 아기가 최소 1년은 함께해야 원만한 애착 관계가 형성된다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곱지 않은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야 눈 질끈 감고 모른 척한다고 치자. 두 번째 고민은 임신을 해서 회사를 다니는 것이다. 첫아이를 임신하고 출산 한 달 전까지 출퇴근하며 일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임신 초기에는 회사 책상에서 꾸벅꾸벅 졸기를 반복했고 중기부터는 무거운 몸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 자체도 힘들었다. 그래도 큰 문제 없이 나름 수월하게 다녔다고 자부했지만 결국 34주에 조산기로 입원하고 말았다. 내 한 몸 이끌고 다니는 것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제 활발한 첫째도 있다. 둘째는 배도 더 빨리 많이 나오고 모든 임신 증상들이 더 심해진다고 들었다. 가뜩이나 신경은 예민하고 체력이 달릴 텐데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렸을 첫째의 응석을 모른 척할 수도 없다. 아이들도 동생이 생기는 걸 용케 알아채고 엄마에게 더 안기고 어리광을 부린다는데 아무리 나의 ‘첫사랑’이지만 마냥 사랑으로 받아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한 명도 힘든데 두 명 키우려면… 전 괜찮을까요 세 번째 고민은 출산을 하는 것이다. 당장 출산할 때 첫째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 남편에게 첫째를 맡기고 혼자 분만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산후조리는 꿈도 못 꾸게 된다. 대부분의 산후조리원에서는 첫째 아이 동반을 금지하고 있고 집으로 산후도우미를 부르면 2주 동안 기본 70만~80만원이 드는 비용에 첫째 아이 돌봄 비용까지 추가로 내야 한다. 결국 몸이 덜 회복된 상태에서 둘째에게 수시로 젖을 먹여 가며 동시에 첫째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놀아주기까지 혼자 해야 한다.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 지난해 아기 한 명을 먹이고 재우는 것만 해도 하루에도 몇 번씩 바닥을 치는 듯한 경험을 했다. 그 괴로운 시간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것도 막막한데 아이가 둘이 되면 이성을 잃어버릴 것 같다. ●아이 두 명 봐줄 이모님은 찾을 수 있을까요 네 번째 고민이자 둘째를 가질 수 없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아이들을 맡기고 일을 하는 것이다. 임신, 출산 기간 동안 내 몸 힘든 거야 그럭저럭 버틸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번 해봤으니 처음처럼 아무것도 몰라 허둥대지 않을 것이고 약간의 요령이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이 둘을 놔두고 일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금까지 ‘회사를 그만둬야 할까’란 고민을 수백 번 했다면 이제는 수천 번 하게 될 것 같다. 지금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6시간, 베이비시터 이모님에게 6시간 남짓 맡기고 있다. 아이는 15개월 무렵부터 하루의 절반은 남의 손에서 자라고 있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 반드시 돈을 벌어야 하고, 게다가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는 건데 이 작은 아이 한 명 있는 것도 버거울 때가 많다.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이모님에게 드려야 하고, 혹시나 어린이집이나 이모님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아이를 맡기지 못할 일이 생길까 봐 항상 전전긍긍한다. 휴가도 벌써 여러 번 썼다. 퇴근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제2의 출근길’이다. 집안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아이와 놀아줘야 한다. 잘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청소나 빨래를 일주일에 한두 번 겨우 해내고, 매일 저녁이나 조금 챙겨 먹고 뒷정리를 하는 건데도 늘 자정을 훨씬 넘겨 방전된 상태로 눕는다. 무엇보다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일을 하러 다닌다는 죄책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런데 둘이라니? 아예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첫째처럼 돌 전에 어린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어린이집 운영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지금처럼 등하원 시간에 베이비시터를 또 구해야 한다. 아이 두 명을 봐 주는 이모님을 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비용도 두 배로 뛴다. 최후의 수단으로 입주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버는 월급 그대로를 갖다 바쳐야 할 판이다. 그럴 바엔 일을 그만두는 것이 낫다. 그러나 나는 내 일을 계속 하고 싶다. 지금 그만뒀다가는 다시 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 같다. ●남편은 밤 11시에 퇴근… 저 혼자 또 독박 쓰겠죠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1명의 영유아 자녀를 둔 취업모의 후속 출산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란 연구에 따르면 첫 번째 자녀가 여아인 경우, 엄마가 상용직인 경우, 영유아가 기관을 이용할 경우에 후속 출산계획을 세우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0~5세 영유아 자녀 1명을 둔 직장맘 2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특히 본인과 배우자의 주중 자녀 양육 참여 시간이 길수록, 여성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정도가 낮을수록 후속 출산계획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우리 부부의 직장은 안정적일지 몰라도 일은 매우 바쁘다. 나는 오후 8시가 넘어 집에 들어오고 남편은 매일 오전 6시에 나가 밤 11시에 들어온다. 부부의 자녀양육 참여 시간이 아주 적을뿐더러 나는 일과 가정을 형식적으로만 양립하고 있을 뿐이다. 나와 회사, 어린이집과 이모님. 이 모든 퍼즐이 겨우 다 맞춰진 게 오래되지 않았다. 이 아슬아슬한 고리가 하나라도 틀어질까 늘 노심초사하며 버틴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맞벌이를 해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고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여길 정도다. ●딸아! 미안… 동생 만들어주는 건 힘들 것 같구나 나를 쏙 빼닮은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며, 이런 아기가 한 명 더 있으면 얼마나 예쁠까 기대도 되고 아이에게도 친구 같은 형제가 있으면 의지가 될 거라는 생각도 한다. 자녀가 주는 기쁨과 행복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정말 크다. 그러나 나의 모든 걱정과 여러 종류의 고통은 단순히 두 배가 아닌, 몇 배로 커질 것이 분명하다. 둘째를 갖는다는 것이 모두에게 무책임한 결과를 낳을까 우려도 된다. 둘째는 지금으로선 나의 선택 범위를 뛰어넘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둘째요? 꿈속에서만 낳을게요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둘째요? 꿈속에서만 낳을게요

    하루 종일 아기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았던 불과 1년여 전의 기억들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 그만큼 아이가 자라면서 주는 기쁨이 크다. 신생아를 키우던 극한의 시간들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길에서 마주치는 갓난아기들이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아이가 어느덧 21개월. 주변에서도 슬슬 둘째 계획을 묻는다. ‘만약 둘째가 생긴다면?’ 여러 차례 생각해 봤지만 떠올릴 때마다 걱정부터 앞선다. 물론 두 명 이상의 자녀를 두고도 열심히 일하며 성공한 선배들이 적지 않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무척 존경스럽다. 하지만 친정과 시댁 찬스를 10분도 쓸 수 없는 내 상황에서는 꿈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이상적 자녀 수는 2.7명… 실제 출산율은 1.2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7월 공개한 ‘자녀 가치 국제 비교’ 보고서에서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가 2.72명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출산율은 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21명이었다. 자녀가 둘 이상은 있어야 좋다는 생각이지만 정작 현실에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임신해서 출근하기, 육아휴직 말하기… 어쩌죠 둘째가 생길 경우에 벌어질 일들을 상상해 봤다. 우선 첫 번째 고민은 회사에 임신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임신을 했다고 해서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육아휴직을 얼마나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첫째 때도 1년 3개월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모두 썼는데 둘째 때도 꼬박 다 쓰겠다고 말하기가 민망하다. 앞서 선후배 동료들 중에도 그런 예가 없다. 엄마와 아기가 최소 1년은 함께해야 원만한 애착 관계가 형성된다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곱지 않은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야 눈 질끈 감고 모른 척한다고 치자. 두 번째 고민은 임신을 해서 회사를 다니는 것이다. 첫아이를 임신하고 출산 한 달 전까지 출퇴근하며 일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임신 초기에는 회사 책상에서 꾸벅꾸벅 졸기를 반복했고 중기부터는 무거운 몸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 자체도 힘들었다. 그래도 큰 문제 없이 나름 수월하게 다녔다고 자부했지만 결국 34주에 조산기로 입원하고 말았다. 내 한 몸 이끌고 다니는 것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제 활발한 첫째도 있다. 둘째는 배도 더 빨리 많이 나오고 모든 임신 증상들이 더 심해진다고 들었다. 가뜩이나 신경은 예민하고 체력이 달릴 텐데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렸을 첫째의 응석을 모른 척할 수도 없다. 아이들도 동생이 생기는 걸 용케 알아채고 엄마에게 더 안기고 어리광을 부린다는데 아무리 나의 ‘첫사랑’이지만 마냥 사랑으로 받아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한 명도 힘든데 두 명 키우려면… 전 괜찮을까요 세 번째 고민은 출산을 하는 것이다. 당장 출산할 때 첫째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 남편에게 첫째를 맡기고 혼자 분만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산후조리는 꿈도 못 꾸게 된다. 대부분의 산후조리원에서는 첫째 아이 동반을 금지하고 있고 집으로 산후도우미를 부르면 2주 동안 기본 70만~80만원이 드는 비용에 첫째 아이 돌봄 비용까지 추가로 내야 한다. 결국 몸이 덜 회복된 상태에서 둘째에게 수시로 젖을 먹여 가며 동시에 첫째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놀아주기까지 혼자 해야 한다.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 지난해 아기 한 명을 먹이고 재우는 것만 해도 하루에도 몇 번씩 바닥을 치는 듯한 경험을 했다. 그 괴로운 시간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것도 막막한데 아이가 둘이 되면 이성을 잃어버릴 것 같다. ●아이 두 명 봐줄 이모님은 찾을 수 있을까요 네 번째 고민이자 둘째를 가질 수 없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아이들을 맡기고 일을 하는 것이다. 임신, 출산 기간 동안 내 몸 힘든 거야 그럭저럭 버틸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번 해봤으니 처음처럼 아무것도 몰라 허둥대지 않을 것이고 약간의 요령이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이 둘을 놔두고 일을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금까지 ‘회사를 그만둬야 할까’란 고민을 수백 번 했다면 이제는 수천 번 하게 될 것 같다. 지금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6시간, 베이비시터 이모님에게 6시간 남짓 맡기고 있다. 아이는 15개월 무렵부터 하루의 절반은 남의 손에서 자라고 있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 반드시 돈을 벌어야 하고, 게다가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는 건데 이 작은 아이 한 명 있는 것도 버거울 때가 많다.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이모님에게 드려야 하고, 혹시나 어린이집이나 이모님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아이를 맡기지 못할 일이 생길까 봐 항상 전전긍긍한다. 휴가도 벌써 여러 번 썼다. 퇴근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제2의 출근길’이다. 집안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아이와 놀아줘야 한다. 잘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청소나 빨래를 일주일에 한두 번 겨우 해내고, 매일 저녁이나 조금 챙겨 먹고 뒷정리를 하는 건데도 늘 자정을 훨씬 넘겨 방전된 상태로 눕는다. 무엇보다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일을 하러 다닌다는 죄책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런데 둘이라니? 아예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첫째처럼 돌 전에 어린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어린이집 운영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지금처럼 등하원 시간에 베이비시터를 또 구해야 한다. 아이 두 명을 봐 주는 이모님을 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비용도 두 배로 뛴다. 최후의 수단으로 입주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버는 월급 그대로를 갖다 바쳐야 할 판이다. 그럴 바엔 일을 그만두는 것이 낫다. 그러나 나는 내 일을 계속 하고 싶다. 지금 그만뒀다가는 다시 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 같다. ●남편은 밤 11시에 퇴근… 저 혼자 또 독박 쓰겠죠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1명의 영유아 자녀를 둔 취업모의 후속 출산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란 연구에 따르면 첫 번째 자녀가 여아인 경우, 엄마가 상용직인 경우, 영유아가 기관을 이용할 경우에 후속 출산계획을 세우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0~5세 영유아 자녀 1명을 둔 직장맘 2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특히 본인과 배우자의 주중 자녀 양육 참여 시간이 길수록, 여성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정도가 낮을수록 후속 출산계획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우리 부부의 직장은 안정적일지 몰라도 일은 매우 바쁘다. 나는 오후 8시가 넘어 집에 들어오고 남편은 매일 오전 6시에 나가 밤 11시에 들어온다. 부부의 자녀양육 참여 시간이 아주 적을뿐더러 나는 일과 가정을 형식적으로만 양립하고 있을 뿐이다. 나와 회사, 어린이집과 이모님. 이 모든 퍼즐이 겨우 다 맞춰진 게 오래되지 않았다. 이 아슬아슬한 고리가 하나라도 틀어질까 늘 노심초사하며 버틴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맞벌이를 해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고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여길 정도다. ●딸아! 미안… 동생 만들어주는 건 힘들 것 같구나 나를 쏙 빼닮은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며, 이런 아기가 한 명 더 있으면 얼마나 예쁠까 기대도 되고 아이에게도 친구 같은 형제가 있으면 의지가 될 거라는 생각도 한다. 자녀가 주는 기쁨과 행복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정말 크다. 그러나 나의 모든 걱정과 여러 종류의 고통은 단순히 두 배가 아닌, 몇 배로 커질 것이 분명하다. 둘째를 갖는다는 것이 모두에게 무책임한 결과를 낳을까 우려도 된다. 둘째는 지금으로선 나의 선택 범위를 뛰어넘었다. baikyoon@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25) 아들 딸 구별 말자던 세상, 정말 달라졌을까

    [독박(讀博) 육아일기](25) 아들 딸 구별 말자던 세상, 정말 달라졌을까

    아기를 낳고 보니 내가 아직도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아기를 가지면 무조건 일을 그만둬야 하는 회사가 여전히 널려 있고, 바깥일은 남자가, 육아와 집안일은 여자가 하는 것이 아직도 당연한 현실. “이제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듣고 배웠지만 직접 부딪혀 보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여전히 더디게 움직인다. ’자녀 성별’에 대한 것도 대표적인 예다. 아직도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는 자녀 성별로 인한 스트레스와 갈등에 대한 내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딸을 낳았다고 해서 시집에서 소박을 맞거나 아들을 낳아줄 다른 여자를 집에 들이거나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옛날에 비하면 세상은 정말로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뱃속 아기가 딸인 그 순간부터 이상하게 눈치를 봐야하는 것은 그대로인 것 같았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들만 낳았다고 해서 혀를 차는 목소리까지 들어야한다는 거다. ●선호하는 자녀 성별 ‘딸 > 아들’ 현실은… 벌써 5년 전인 지난 2010년 보건사회연구원과 육아정책연구소가 2008년 태어난 신생아 2078명의 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아버지들은 아내의 임신 중 태어나길 바랐던 자녀의 성별로 딸(37.4%)을 아들(28.6%)보다 더 많이 꼽았다. 어머니도 딸이길 바란 경우가 37.9%로 아들(31.3%)보다 높았다. 여아 100명당 남아수를 나타내는 출생성비도 1998년 110.2명에서 꾸준히 낮아져 2005년 107.8명, 지난해 105.3명으로 줄었다. 2012년에는 한 결혼정보회사가 남녀 회원 300명씩 총 600명에게 선호하는 자녀 성별을 묻자 남성의 69.7%(209명)가 딸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도 51.7%(155명)가 딸을 선호했다. 아빠들이 ‘딸바보’가 되는 분위기가 녹여진 것 같다. 그러나 그 다음 ‘둘째’의 성별에서 조금 차이가 났다. 두 번째 자녀의 성별 역시 ‘상관없다(남성 23%, 여성 32.3%)’가 가장 많았지만, 그 다음은 아들이었고 특히 7.3%에 불과한 남성들이 아들을 꼽은 반면 여성은 두배가 넘는 16%가 아들을 택했다. 첫째가 딸이라면 둘째는 반드시 아들이어야 하는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첫째가 딸이면… “아들 하나 더 낳아야겠네” 지난해 나는 딸을 낳았다. 딸을 안고 다니다 보면 길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첫째냐”고 물은 뒤 곧바로 “아들 하나 더 낳아야겠네”라고 말씀하신다. 아기가 돌도 안 지난 젖먹이일 때부터 모르는 할머니들에게 얼른 남동생을 낳아주라는 충고를 들었다. 부모에게 무조건 아들 하나는 있어야하는 분위기를 적잖게 느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옛날 분들이니 그러시겠지, 어차피 모르는 분들이니 그냥 넘기지만 한 두번도 아니고 가끔은 성가시다. 반면 첫째가 아들인 엄마들은 둘째 얘기는 잘 듣지 않는다고 했다. 그냥 본인이 딸을 키워보고 싶어서 둘째가 낳고 싶다고 했다. 우리 친정엄마는 딸 셋을 키우셨다. 막둥이를 낳은 20년 전부터 나이 오십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아들 낳으려다 늦둥이 낳았구만”하는 말을 듣는 것을 나는 보고 자랐다. 엄마는 너무나 익숙하게 항상 웃으며 “그런 거 아니에요”라고 맞받았다. 우연인지, 당시에 진짜로 유행이었는지 주변의 내 또래에는 늦둥이 남동생들이 많다. 딸 둘, 셋에 막내가 아들인 조합이다. 나와 막내동생이 10살 차이가 나는데 그런 친구들이 많았다. 유행처럼 아들 막둥이가 있던 때에 그 아들 하나를 갖지 못했으니 우리 엄마는 마치 아들을 낳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실패한 사람처럼 여겨졌다. 이름은커녕 얼굴도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우리 셋을 데리고 다닐 때마다 그런 말을 들었다. 그런 친정엄마는 내가 임신을 하자 “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인이 못 키워본 성별에 대한 아쉬움때문이었다. 귀여운 남자 아이에게 작은 야구모자에 청자켓을 입히는 것이 자신의 로망이었다며, 손주를 통해 실현해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자매들과 친구들, 온통 여자들 사이에서만 자랐으니 아들을 키워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별 생각이 없었지만 엄마의 오랜 바람이었다고 하니 그걸 내가 대신 이뤄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예쁜 딸이 태어나서 평생 친구로 함께할 수 있으니 그것도 좋았다. ●성별을 확인하던 날의 복잡한 감정 초음파로 성별을 확인한 결과, 딸이었다. 아주 잠깐, 찰나의 순간 아쉬움이 느껴졌다. 엄마의 소원을 못 들어주게 되어서였다. 그것말고는 엄마에게 미안하거나 눈치를 보는 일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내 자식을 엄마를 위해 낳는 것도 아니지 않나. 엄마도 더 이상 나에게 그 로망을 꺼내들지 않았다. 내 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신다. 성별을 확인한 날에는 전화로 “아들이 아니라 서운하냐”고 묻자, 마치 본인이 언제 그런 이야기를 했냐는 듯 “아니, 전혀”라고 답했다. 오히려 남편과 시부모님이 신경쓰였다. 20년 내내 낯선 사람들에게 ‘아들 타령’을 듣고 살았던 엄마가 안쓰럽고, 도대체 그게 뭐라고 저 난리들이냐고 속으로 화를 냈던 나였다. 아기를 갖기 전에는 주변에서 아들을 낳으라고 요구하는 시부모들 이야기에 “아직도 그런 시어머니가 있어?”라며 황당해했다. 그런데 딸을 갖게 되니 괜히 눈치가 보였다. 아들만 둘을 키우신 시어머니는 “내가 못 키워본 딸을 낳으라”는 말씀은 전혀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남편이 내 심기를 건드렸다. 성별을 확인하고 며칠 뒤 시부모님에게 소식을 전하는데 남편이 슬쩍 시어머니에게 가서 목소리를 낮추며 “서운하시죠?”라고 물었다. 시어머니가 서운하다고 대답하진 않았지만 괜히 고개가 숙여졌다.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지도 않으셨다.) 남편은 “부모님이 어떤 성별을 선호하시는지 정말 몰라서 여쭤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게 왜 “기쁘시죠?”가 아니라 “서운하시죠?”였는지. 왜 그렇게 물었는지도 짐작과 이해가 가니까 더욱 서운함이 밀려왔다. 정작 시부모님은 지금껏 한 번도 내가 딸을 낳은 것에 대해 불만을 ‘직접적으로’ 말씀하진 않으셨다. 그런데도 나는 시부모님의 속마음은 다르지 않을까 의심했고, 나홀로 육아에 지칠대로 지쳤을 때엔 가까이 사는 시부모님이 설마 아들이 아니라서 이렇게 신경을 안 써주시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 두 번 했다. 아기의 성별은 남성의 Y염색체가 결정짓는다는 이론은 중학교 생물시간에 누구나 배우는 것인데 불편한 건 늘 여자, 엄마들 쪽이다. 아직도 많은 엄마들이 딸만 낳았다고 면전에서 구박을 당하거나 상처를 받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오히려 친정이나 시집에서 아무도 나에게 직접적으로 성별 문제를 말하며 스트레스를 주는 이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 것인지 알게 됐다. ●‘아들 낳기’가 과제인 집, 여전히 많다 임신을 하자마자부터 과제가 아들을 낳아야하는 집이 수두룩하고, 첫째가 딸이면 그 아기를 낳는 순간부터 자연스레 둘째를 ‘아들로’ 낳아야하는 숙제를 또 얹는다. 임신 초기에 고기를 잘 먹는지, 싫어하는지, 태몽에 어떤 동물이 나왔고 크기는 어땠는지, 배 모양은 어떻고 등등 모든 것을 관찰당하고 아들이냐 딸이냐 추측이 됐다. 그냥 흘려들으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귀에 꽂힐 때는 모든 게 압박일 수밖에 없다. 아직도 아들은 그 가치가 온전히, 꽉 찬 하나의 존재로 인정받는 반면 딸은 절반 정도, 반드시 아들로 ‘보충’을 해줘야하는 것 같다. 딸이 둘이면 뭔가 부족한 듯하고 아들이 둘이면 차고 넘치는 듯한 시선은 여전하다. 아들을 낳아야 비로소 며느리의 도리를 다한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분위기가 아주 멀리 있지 않다. 현재로서는 생각이 없지만 만약에 둘째가 생긴다면 그 순간부터 최소 16주까지 아들이어야만 하는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단순히 내가 딸을 낳았으니 다음에는 새로운 성별인 아들을 낳아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아니라 그냥 무조건 아들이어야만 하는 무언의 압박을 견뎌야한다. 그게 두려워서 더 이상 출산을 하고 싶지 않다는 엄마들도 있다. 둘째도 딸이라고 하자 “낳을 거냐”고 묻는가 하면 곧바로 셋째를 낳으면 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단다. 성별 문제는 이제 막 엄마가 된 우리 세대에서도 언제나 뜨거운 논쟁거리다. ‘아들 타령’하는 할머니와 어머니 세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우리 가운데에서도 은근한 아들 타령이 존재한다는 데 깜짝 놀라곤 한다. 또 하나 새로운 점이라고 하면 ‘딸 타령’까지 더해졌다는 거다. ●젊은 엄마들의 세계에도 존재하는 ‘성별 타령’ 태아가 아들이 아니어서 눈물을 펑펑 쏟는 일, 몇 달 내내 딸이라고 확인 받은 초음파 사진을 들여다 보며 아들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일,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비법’을 쫓아다니는 일, 딸을 낳았다고 마치 죄인이라도 되는 일들이 우리 세대에서도 아주 흔하다. 그것이 순수하게 남자 아기를 갖고 싶은 것보다는 누군가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한 경우인 게 아직 남아있다. 은연 중에 아들을 낳았다고 해서 알 수 없는 우월감이나 자부심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다. 딸 가진 자격지심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런 사람들은 대하기가 불편하다. 그 앞에서 애써 “딸이 더 좋다”며 맞서는 것도 유치하다. 아들이어서, 또 딸이어서 ‘더’ 좋고 말고 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른 세대가 이런 걸로 우리를 힘들게 했다고 투정하면서도 어느새 그 모습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의지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아직까지 왜 이렇게 놓지 못하는 것일까. ●“아들만 낳은 것이 그렇게 불쌍한 일인가요” 새로운 갈등 상황도 빚어진다. 누군가 딸을 가졌다고 하면 일부러 더 크게 박수를 쳐주고 “딸이라 좋겠다”고 해주는 반면 아들을 연달아 둘 이상 낳으면 혀를 차는 일들이 벌어진다. 딸·아들 조합이면 ‘금메달’, 딸·딸 조합이면 ‘은메달’, 아들 둘 조합이면 ‘목메달’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아들이 딸보다 더 좋은 이유가 딱히 없듯이 딸이라 더 좋을 것도, 아들이라 아쉬울 것도 사실 없다. 모든 아들이 엄마를 힘들게 하고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것도 아니고, 모든 딸이 살갑고 엄마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도 아니다. 남자 아이들이 키우는데 물리적인 힘이 더 들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들만 낳은 엄마를 안쓰럽게 봐줄 이유는 전혀 없다. 가끔 아들 형제만 가진 엄마들은 “제발 나를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아들 낳았다고 해서 또래 엄마들로부터 대놓고 ‘쯧쯧’거리는 시선을 견뎌야하는 역차별까지 생긴 것이다. 물론 자녀의 성별은 아마도 모든 인류의 관심사일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만 이렇게 성별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성별을 선택하는 비법이 담긴 책이 출간됐다. 미국, 멕시코 등 일부 나라에서는 최근 성별을 선택해서 임신하는 시술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성별을 선택해 체외수정으로 아이를 가지는 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최소 1만 5000달러(약 170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불임클리닉에서는 5쌍 중 1쌍이 이런 선택임신을 한다. ●존재 만으로도 소중한 아이들…갈등 대물림 언제까지 하지만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미 자녀가 한 두 명 혹은 세 명 있지만 다른 성별의 자녀를 갖기 원하는 부부들”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일부 부유층에서도 원정출산을 통해 이같은 선택임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법적인 의료행위가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이용을 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정말 순수하게 ‘새로운 성별을 갖고 싶어서’였을지는 의문이다. 아들을 더 좋아하든 딸을 더 좋아하든 그것은 개인의 선호도일 뿐이다. 어떤 식으로든 남에게 강요를 하거나 그것이 누군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심지어 요즘은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고 아홉 달 동안 건강하게 무사히 아기를 품고 낳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하고 감사한 우리 아이들을 두고, 너무나 소모적인 갈등이 대물림돼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19)연예인 만삭화보, 그것은 꿈일 뿐… (20)엄마가 되어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21)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22)외식에 집착하는 외로운 아기엄마의 항변 (23)엄마의 책임감도 아이와 함께 자란다 (24)깜깜한 초보엄마를 깨워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1회부터 18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블로그
  •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엄마가 됐는데, 가장 필요한 것도 ‘엄마’였죠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엄마가 됐는데, 가장 필요한 것도 ‘엄마’였죠

    아기를 낳고 기르면서 가장 필요하고 갖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친정 엄마’였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자 오히려 내 엄마의 존재가 더욱 간절해지는 모순이라니. 하지만 친정 엄마 말고는 마음 편하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전혀 없었던 이유에서다. 그나마 평일 저녁에 일찍, 그래봤자 저녁 9시에 들어오는 남편이 유일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2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 외 자녀를 정기적으로 돌봐주는 사람이 있느냐는 조사에서 79.2%가 “없다”고 답했다. 자녀를 돌봐주는 사람이 있더라도 친조부모(48.1%)와 외조부모(47.1%)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타 친인척 7.2%, 비혈연 인력 5.8% 등은 극히 일부였다. 아기 엄마가 취업 중일 경우에도 정기적으로 아기를 돌봐주는 사람이 있는 경우는 겨우 절반(52.5%)을 조금 넘겼다. 일을 그만두었거나 취업한 적이 아예 없는 엄마들의 경우 돌봐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각각 91.2%, 87.9%나 됐다. 급한 일이 생길 경우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남편(65.1%)이 가장 많았고 외조부모(36.8%), 친조부모(33.3%), 이웃이나 친구(14.7%) 등으로 조사됐다(다중 응답 결과).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아기를 맡길 수 있다는 건데, 그조차도 여건이 안 되는 나에게는 먼 이야기였다.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다는 게 서럽고 버거울 때가 많았다. 몸이 아프거나 급하게 일을 처리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정말 난감했다. 단 10분도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길 처지가 못 되다 보니 ‘지원군’이 절실했다. ●도움 못 받아 처절… 장염에 링거 꽂고 아이엔 모유 감기 같은 가벼운 증상은 차라리 병원에 갈 생각도 하지 않았고, 출산 후 잇몸이 상해 내내 이가 시리지만 치과 근처는 얼씬하지도 못했다. 꼭 받아야 하는 진료가 있을 때엔 아기를 안고 초음파 검사를 하거나 간호사가 우는 아기를 안아준 적도 있다. 급성 장염에 시달린 어느 날에는 밤새 아픈 배를 부여잡다가 겨우 동네 내과에 가서 아기와 함께 누워서 링거 주사를 맞았다. 주사를 맞으며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하기도 했다. 잠깐씩 벌어지는 일들은 그런대로 넘길 수 있었다. 복직 시기가 점점 다가올수록 친정 엄마의 부재(不在)가 더욱 처절하게 와 닿았다. 일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걱정을 수백 번 했다. 아기를 맡길 데가 없는데 갑자기 출장을 가라는 지시를 받거나 집에서 반대 방향의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출입처로 출퇴근을 하라는 지시를 받는 등의 꿈을 수도 없이 꿨다. 도움을 청할 데가 마땅치 않으니 친정 엄마 없이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것만 같았다. 워킹맘의 필수품이야말로 친정 엄마였다. ●영아 위탁 어린이집 “10~16시 돌봐줘요”에 난감 일을 하려면 아이를 맡길 곳이 있어야 했는데 친정 엄마가 없다는 사실부터 큰 벽에 부딪힌 기분이었다. 나의 근무 여건이나 상황에 딱 맞는 곳은 아예 찾을 수 없었다. 선택의 여지없이 어린이집을 이용해야 했다. 정부에서 보육수당 40만 6000원(0세 기준)이 지원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은 적다. 그러나 알아본 주변 어린이집 모두 0세반 영아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가 ‘적정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어린이집에서는 “법적으론 오후 7시 30분까지이지만 아이들이 그 시간까지 남아 있지 않는다”라거나 “아기가 너무 오래 있으면 안 좋다”고 말했다. 내 출퇴근 시간으로는 어림도 없었지만 내 아이 한 명만 종일 봐달라고 말할 용기는 없었다. 그나마 늦게까지 눈치를 덜 보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아직도 대기 순번이 100번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취업 여성들은 대체로 오후 6시 이후에나 퇴근을 하고 특히 오후 6시 반 이후 퇴근자가 50.6%에 달한다. 그런데 육아지원 기관들은 오후 3시 반부터 아이들을 하원시키기 시작해 오후 5시가 되면 아이의 13%만 기관에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이모님’ 현대판 오복이라 할 정도로 드물어 ‘베이비시터’(아이돌보미)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매달 월급의 반 정도를 뚝 떼내야 하지만 방도가 없다. 그나마 12시간 이상 아이만 보거나 입주도우미를 쓰지 않으니 반만 떼내는 것이다.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출퇴근형 베이비시터는 월 160만~180만원, 입주형은 월 200만원이 넘는 게 시세다. 어린이집을 병행하면서 ‘등·하원도우미형’ 시터를 구하면 시급 8000원~1만원선의 급여를 줘야 한다. 아이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어린이집에서 생활하고 앞뒤 출퇴근 시간에 맞춰 이모님(베이비시터)이 등·하원을 시켜주면서 아이를 봐준 생활을 한 지 어느덧 6개월. 각종 사건·사고에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하루 종일 남에게 맡긴 무모한 엄마가 됐다. 그나마 다행히 아주 좋은 분을 만나 어느 정도 걱정을 덜어냈다. 이모님 구하기 미션을 위해 몇 달 동안 인터넷을 부여잡고 정보를 찾아 헤맸다. 가장 가까이에 사는 분에게 맡기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린 뒤 아파트 동마다 일일이 전단지를 붙이고 20여통의 전화를 받았다. 다섯 차례에 걸쳐 면접도 봤다. 아이를 봐주실 분을 한두 번 만남에 결정해야 하니 나의 ‘사람 보는 눈’과 ‘운’에 철저히 기대야 했다. 좋은 이모님을 만나는 것이 현대판 ‘오복’(五福)이라고 할 정도로 엄마, 아이와 잘 맞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여전히 주변에서나 육아 카페에서 복직을 앞두고 발을 동동 구르는 엄마들이 너무나 많다. 아예 친정이나 시댁에 아이를 맡겨 두고 주말에만, 또는 한 달에 두어 번만 아이와 상봉하는 경우도 흔하다. 여고 동창들은 취업과 결혼을 하며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가 아기를 낳고 마치 귀향을 하듯이 다시 친정 근처로 이사했다. 남편 지인들 가운데에서도 처가살이는 더이상 특이한 일이 아니다. ‘헬리콥터맘’이나 ‘캥거루족’이라며 부모에게 독립하지 못한 성인 자녀들을 비판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은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는 버티기가 쉽지 않다. ●딸 결혼시키고도 ‘딸의 딸’ 돌보는 친정 엄마는… 내 가정을 꾸리고 나도 어엿한 부모가 되었는데, 여전히 나의 부모 말고는 기댈 데가 딱히 없다는 게 늘 불만이다. 친정 엄마는 또 무슨 죄인가. 기껏 딸을 키워서 공부도 다 시켜 놓았는데 그 딸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딸의 딸’까지 키워줘야 한다. 평생 내 엄마로만 살아왔는데, 이제 내 아이의 할머니로 살아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럼에도 나는 복직을 한 지 여섯 달이 다 된 지금까지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을 지우지 못하는 이기적인 딸이다. 30년쯤 뒤, 내 아이가 아기를 낳았을 때는 세상이 달라져 있을까. 손주를 봐주는 친정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도, 그 다짐이 오히려 이뤄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 (24) 깜깜한 초보엄마를 깨워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독박(讀博) 육아일기] (24) 깜깜한 초보엄마를 깨워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세 자매 중 첫째 딸로 태어난 숙명이었는지, 지금까지 나의 삶은 주로 혼자 알아서 하는, 길잡이가 없는 시간들이었다. 같은 또래의 언니나 오빠가 없다 보니 뭔가를 배우고 따라할 존재가 별로 없었다. 오히려 맏언니의 역할처럼 항상 내가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었다. 어쩌다 보니 대학 입시에 취업, 결혼, 출산까지 또래들보다 반 박자 정도 빨랐다. 돌아보면 혼자 알아서 해낸 것 치고는 대체로 괜찮은 결과들이었다. 하지만 혼자 가는 길의 과정은 너무 힘들었다. 앞이 항상 깜깜했다. 누군가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를 이끌어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시행착오도 줄이고 보다 좋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엄마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기를 품고 낳고 기르는 일이 내 인생 30년 만에 처음 해보는 일이었는데 거의 대부분을 혼자 ‘알아서’ 해야했다. 가까운 주변에 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늘 정보에 매말랐다. 사실 온갖 육아 정보는 널리고 널렸다. 오히려 차고 넘쳤다. 너무 많아서 탈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너무 어려웠다. ●혼자 알아서 하는 삶…육아도 마찬가지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찾아오는지를 시작으로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까지 모든 것을 닥쳐야 알 수 있었다. 임신한 사실을 알자마자 임신·출산·육아 관련 백과사전을 샀지만, 생후 4~5주 태아부터 24개월까지 아이의 일반적인 특성이 한 권에 모여있다 보니 정작 그 때 그 때 필요한 정보는 한 두 쪽에서 끝이 났다. 막상 아기를 키울 때는 책을 펼칠 시간도 없을 뿐더러 잘 와닿지가 않았다. 육아가 책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진리. 내 아이도 책에 있는 아기들과는 달랐다. 산후조리원 2주 동안이 거의 유일하게 교육을 받은 시간이었다. 그래봤자 하루 한 두번, 분유나 유아용품 업체 직원들이 홍보를 겸한 간단한 육아정보를 전해주는 수준이었다. 그것도 열심히 필기를 해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업체 직원들의 짧은 강의는 조리원에서 쓰기 시작한 로션을 집에 와서도 아기에게 바르고, 신생아실에서 먹던 분유를 계속 먹이게 되는 방식으로 엄마들에게 흡수됐다. 집으로 돌아오니 조리원에서 주워들은 정보도 새까맣게 지워졌다. 강아지도 한 마리 안 키워 본 내가 갑자기 핏덩이 같은 작은 사람 한 명을 안게 됐는데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아기들은 울음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라고 책에서 읽었지만, 왜 우는지는 알아야할 것 아닌가. 젖을 먹어도 울고 쉬를 해도 울고. 잠도 안 자고 울었다. 작은 거실 쇼파에 둘이 앉아 하루종일을 그렇게 울면서 보냈다. 몇 주쯤 지나자 남편이 출근하기 위해 문 밖을 나서는 것마저 아쉬웠다. 또 둘만 남겨지는구나, 또 나 혼자 모든 것을 알아내야 하는구나. 두려웠다. 육아에 대한 ‘무지(無知)’는 갈증과 막막함을 넘어 무섭기까지 했다. 나는 원래부터 엄마가 아니었고,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는 게 당연했지만 나의 한 순간 선택이 신생아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까봐 걱정이 됐다. 아기가 조금씩 자라면서도 이 개월수에 이 정도 움직임이 맞는 것인지, 이유식을 왜 이렇게 안 먹는 것인지, 이렇게 안 먹어도 영양 상태에 지장이 없는지 늘 의문 투성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이지만 초짜 엄마에게는 그런 대범함이 있을 리 없었다. ●아기에 대한 궁금증, 바로 해소할 수 있는 곳은 ‘카페’ 뿐 그럴 때 바로 물어볼 수 있던 곳이 육아 관련 카페였다. 질문을 올리지 않고도 검색만으로도 대충 필요한 정보를 얻기 충분했다. 가장 먼저 검색해 본 것은 ‘신생아 눈맞춤’이었던 것 같다. 언제 아기가 나를 바라봐주는지 제일 궁금했다. 그 다음 ‘모유수유’ 관련 각종 질문 및 고충들이 가장 많았고, 돌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안 먹는 아기, 이유식 잘 먹이는 방법’ 등을 숱하게 찾아봤다. 다른 엄마들의 경험담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비슷한 궁금증과 고민을 다른 엄마들도 이미 경험했다는 자체 만으로도 무언가가 조금이나마 해소된 기분이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영유아 부모의 육아정보 이용실태 및 활용지원 방안’ 보고서에도 영유아 부모들이 육아정보를 찾을 때 주로 이용하는 매체가 퍼스널 미디어(포털·온라인 커뮤니티·SNS)가 59%로 가장 많았다고 나와있다. 그 다음으로 지인(20%), 기관(16.4%), 매스미디어(4.6%) 순이다.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특히 아기가 어릴수록 엄마도 외출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거의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들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퍼스널미디어를 통한 정보 습득은 점차 줄고, 지인과 기관을 통한 정보습득이 늘어난다고 한다. ●육아 전문가, 만나기도 힘들고 만나도 어려워 전문가에게 제대로 된 정답을 들을 수 있는 통로인 병원은 거리감이 느껴졌다. 제일 처음 생후 6일된 아기를 안고 소아청소년과 병원에 갔을 때 주사를 맞고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와 무채색 얼굴로 너무나 무뚝뚝했던 의사 선생님에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정신이 없어서 아기가 황달 증상이 조금 있었는데도 그걸 물어보지 못하고 나왔다. 뒤늦게 생각이 났지만 이미 진료실 문은 닫혔다. ‘괜찮겠지’라고 애써 마음을 달랬는데 2주쯤 뒤까지 아기가 샛노란 얼굴로 변했다. “의사한테 그거 하나 물어보지 못한 바보 엄마”라고 자책하는 일기를 매일 썼다. 그 뒤로는 소아과에 갈 일이 생기면 궁금한 것을 사소한 것이라도 꼭 메모해 간다. 극성맞고 유난스러운 엄마로 보일지라도 물어볼 수 있는 전문가가 의사 뿐인데, 의사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으니 어떻게든 붙잡고 매달려야 했다. 나와 아이와 맞는 병원을 찾는 데에도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이 들었다. 동네에도 유명한 소아과가 몇 군데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됐다. 그런 곳은 몇 시간 전부터 대기를 걸어야하기도 했다. 정작 진료시간은 10분도 안 된다. 지난해 처음 영유아검진을 예약할 때 몇몇 병원은 무려 1년치까지 예약이 꽉 차있다고 했다. “도대체 저출산 국가라고 하더니 영유아검진 하나 예약하기가 이렇게 어렵냐”고 구시렁댔다. 어렵게 약속을 잡고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의사들을 만났지만, 어떤 곳은 과잉진료를 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했고, 또 어떤 곳은 너무 성의 없게 봐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4개월 아기가 콧물을 흘려 데려갔더니 대뜸 “눈 크기가 다르다”면서 “안면신경마비나 시신경마비일 수 있으니 크면 대학병원에나 가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의사가 있었는가 하면, 아기 피부가 벗겨져 물어보니 “몰라요”라고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답한 의사도 있었다. 아기 피부 문제로 대학병원까지 가게 됐지만 무조건 “아토피 기가 조금 있다”는 진단과 연고 처방으로 끝이 났다. 너무 겁을 줘도 또 너무 대충 말해줘도 엄마의 가슴은 항상 철렁했다. ●의사선생님의 말 한 마디에 초보맘 가슴은 ‘철렁’ 나도 직업 특성상 하루에도 100통 가까운 보도자료가 쏟아지다 보니 꼼꼼하게 읽지 못하고 어떤 때는 많은 것을 그대로 휴지통에 버리기도 한다. 아마 의사 선생님들도 비슷하겠지. 하루에도 수십 명씩, 비슷한 감기 증세의 아이들이 몰려오겠지.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의사 선생님들의 단어 하나가 초보 엄마들의 마음에 얼마나 깊게 새겨지는지도 알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아기가 잘 낫는 것도 중요했지만 기왕이면 내가 더 믿고 의존할 수 있는 병원을 정해놓고 다니고 싶었다. 동네 소아과를 5~6군데나 다녀봤다. 결국 마지막으로 정한 곳이 두 곳인데 한 곳은 주말을 포함한 매일 자정까지 진료를 보는 곳이라 복직 이후에 애용하게 됐다. 또 다른 곳을 ‘주치의’ 병원으로 정했는데, 담당 선생님 때문에 마음을 굳혔다. 특별히 진단을 잘 하거나 딱 들어맞는 약을 처방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아기에 대해 걱정하고 조바심을 낼 때 항상 내 마음을 다독여준다. “그건 엄마 잘못이 아니에요”, “그런 걸로 아기에게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등의 말을 해주면서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게 되면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아 미안하고 조바심이 든다. 그럴 때 이런 말 한 마디를 듣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대신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 대기시간 최소 30분을 추가로 써야한다. 몇몇 소아과에만 항상 줄 지어 있는 대기 인원들을 보면, 아마 많은 엄마들의 사정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정말 급할 때 찾는 것은 전문가가 아닌 선배 엄마들이다. 심지어 임신부들이 자신의 배 사진을 찍어 올리며 “이 주수에 이 정도 배 크기가 맞는 거냐”고 묻기도 하고, 아기 엄마들이 아기의 변 사진을 올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남의 아기 똥까지 엿봐야 할 때마다 짜증스럽기도 하고, 이런 사진들까지 올리는 게 별로 유쾌하진 않지만, 오죽 마음이 급했으면 이렇게까지 할까 심정은 이해가 간다. “아기가 아픈데 지금 병원을 가야할까요, 말아야할까요?”라는 질문도 흔한데 역시 그 마음은 아주 조금 알 것도 같다. 아기가 아픈 것 같아 병원에 갔다가 “뭐 이런 걸로 병원에 왔냐”는 말을 듣는 경우도 잦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함께하는 육아가 간절하다 꼭 의사가 아니더라도 전문가와 함께하는 육아가 간절했다. 휴직기간 중에는 일주일에 한 번 방송되는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빼놓지 않고 봤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교수와 박사가 병원이 아닌 곳에서 볼 수 있는 전문가였다. 아기가 이유식을 심하게 먹지 않을 때에는 나도 출연 신청을 해볼까 고민하기도 했다. 내 얼굴 팔리는 것은 중요치 않았다. 아기의 상황을 짚어보고 싶은 욕구가 더 컸다. 선배 엄마들의 경험담도 좋지만 내 아기와 나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이 고비마다 필요했다. 그 갈증은 아직도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다. 복직을 한 뒤에야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우리동네 보육반장’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2013년에 시작된 것으로 25개 자치구에 총 132명의 보육반장이 활동한다고 한다. 구별로 4~8명의 보육반장이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육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고민 해결이나 상담하는 역할도 한다. 3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선배 엄마들이 활동한다. 아직 2년 남짓 밖에 안 됐고 엄마들이 보육반장에 대한 정보 자체에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런 식의 육아 길잡이들이 좀 더 활성화되면 좋을 것 같다. 각 자치구에는 육아종합지원센터도 있다. 우리 동네의 경우 1만원의 회비를 내면 장난감을 대여하거나 놀이방에서 놀 수 있고, 문화센터와 같은 아기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설돼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데 항상 주변의 손길이 필요했다. 특히 초보 엄마에게는 제대로 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하다.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비해 너무 아는 것도 없이 육아를 시작했다. 내 공부를 하는 것이라면 여러 번 시행착오를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이를 두고 겪는 시행착오는 겁이 난다. 누구나 육아 길잡이가 되어주고, 또 누구나 길잡이와 함께 육아를 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18)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19)연예인 만삭화보, 그것은 꿈일 뿐…(20)엄마가 되어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21)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22)외식에 집착하는 외로운 아기엄마의 항변 (23)엄마의 책임감도 아이와 함께 자란다 ▶1회부터 17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블로그
  •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나홀로 육아, 그 처절한 외로움에 대하여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나홀로 육아, 그 처절한 외로움에 대하여

    ´독박육아´라는 말은 친정이나 시댁 등 보조 양육자 없이 대부분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엄마들 사이의 은어로 육아의 책임을 혼자 도맡았다는 뜻이다. 해외에 사는 친정 가족, 종일 바쁜 남편 등의 상황으로 인해 나홀로 육아를 제대로 경험했다. 혼자 아기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했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됐다. 그래서 초보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더 넓게 읽게 됐다는 뜻에서 ‘독박(讀博) 육아일기’(읽을 독+넓을 박-육아를 통해 세상을 넓게 읽게 됐다는 뜻)를 쓰기 시작했다.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육아맘´들의 세계를 함께 나누고 싶다. 2014년 1월 1일. 나이 서른이 되는 날 엄마가 되었다. 하필 남편이 출근하는 바람에 혼자 택시를 잡아 타고 분만실에 갔던 게 조짐이었을까. 이날부터 시작된 ‘나홀로 육아’는 외로움과 서러움의 연속이었다. 사랑스러운 아기는 축복과 행복이었지만 그와 별개로 지독한 고독, 우울함과 싸워야 했다. 친정 가족들이 해외에 살고 있다는 점이 한 초보 엄마를 이토록 힘들게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육아의 고통, 궁극적으로는 외로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 생명을 길러내는 부담과 책임감에 갇혀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당연히 엄마들만의 몫으로 여겨지는 상황이 엄마들을 더욱 외롭게 만든다. 요즘은 ‘아빠 육아’ 붐으로 아빠들도 육아에 많이 참여하고 도와주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참여와 도움일 뿐이다. ●하루 평균 양육시간 엄마 11시간·아빠 1~3시간 엄마와 아빠의 물리적인 육아 시간부터 큰 차이가 난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양육에 할애하는 평균 시간이 엄마의 경우 주중 662분(약 11시간 2분), 주말 672.5분(약 11시간 12분)인 반면 아빠의 경우 주중 95.1분(1시간 35분), 주말 216.6분(3시간 36분)으로 조사됐다. 당시 조사에 응했던 995명의 아빠들은 “시간이 되는 범위 내에서 자발적으로”(46.9%), “도움을 청할 경우”(35.5%) 육아에 참여한다고 했다. 개인적 약속이나 활동을 포기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4.7%에 불과했다. 그러나 엄마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다. ●처음 두 달은 세수도 사치… 오후 5시에 ‘첫 끼니’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기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엄마의 것이 된다. 아기의 사소한 모든 것들이 다 내 탓인 것만 같아 전전긍긍할 때 남편은 쿨했고, 아빠는 아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아기에게 어떤 옷을 입힐지, 물을 먹여야 할지 말지도 나에게 물었다. 내복 바지가 어디가 앞면인지까지 매번 물어대니 꼭 아이를 둘 키우는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아기와 단둘이 있다 보면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자고 싶을 때 잠을 자고 배고플 때 밥을 먹는 기본적인 욕구조차 제때, 제대로 해소할 수 없었다. 처음 두 달은 세수도 사치였고 오후 5시가 돼서야 겨우 첫 끼니를 때웠다. 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들이켜는 수준이었다. 70일쯤 ‘바운서’(아기를 눕힐 수 있는 요람 형태의 의자)를 사고 처음으로 앉아서 밑반찬과 함께 밥을 먹었다. ●‘육아휴직해 일 안 해서 좋겠다’ 말에 부글부글 남편이 없는 평일 낮에 샤워를 한 것이 나의 ‘100일의 기적’이었다. 아기가 6~7개월쯤 되어 낯가림이 생기면서 초강력 ‘껌딱지’가 됐을 때는 용변도 아기를 안고 봤다. 아마 많은 엄마들이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문 앞의 아기에게 갖은 애교를 부리며 볼일을 보거나 춤을 추면서 샤워를 해 본 경험이 있으리라. 돌을 넘겨서까지 밤중 수유를 했던 탓에 1년 동안 연속 5시간 이상 통잠을 자 본 일이 열 손가락 안에 든다. 매일 이런 생활이 반복됐는데 주변에서 육아휴직의 ‘휴’(休)자에 초점을 맞춰 “일 안 해서 좋겠다”며 속 편한 소리를 하면 속이 뒤집혔다. 그리고 진심으로 외로웠다. 아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기쁨만큼 근심과 걱정도 쌓여 갔다. 나의 감정도 온전히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나의 말과 행동, 표정까지 아기의 정서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니 버거웠다. 그런데 아무도 나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출산 후 호르몬 변화”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 복잡하고 감당하기 힘들었다. 아기와 나, 우리 둘만 외딴 섬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늘 일에 치이고 사람들에 둘러싸여 복잡함 속에 살았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뚝 끊겼다. 휴대전화 벨이 울리는 날이 기적에 가까웠다. 내 이름 석 자를 제대로 불러 주는 사람은 아기용품을 배달해 주는 택배기사뿐이었다. 남편을 제외하고 누군가와 ‘말’로 대화를 나누지 못한 날들이 한참 이어졌다. ●대화가 부족해… 책 판매원마저 반가워진 삶 50일쯤엔 유아도서 판매사원이 집에 방문하겠다고 전화가 왔다. 분명 책을 팔기 위한 속셈이었는데 엉겁결에 당장 오라고 반겼다. 누구라도 만나고 싶었다. 그러다 바로 정신을 차리고 약속을 취소했지만. 이런 이유에선지 일부 사이비 종교단체에서 아기 엄마들에게 접근해 친해지면서 전도의 대상으로 집중 공략한다는 것이 엄마들 사이의 정설이다. 점점 나의 세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으로 좁혀졌다. 회사 동료, 취재원들이 연결돼 있는 페이스북에는 더이상 공감할 내용이 없었고 오히려 위화감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엄마들의 공간인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 파고들었다. 회원 수가 230만여명인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하루에 무려 1만 건 이상의 새 글이 올라온다. 어떤 날은 이 카페에 올라오는 모든 글들의 제목을 다 훑기도 했다. 아기가 좀 자라자 집에만 있는 게 답답한지 심하게 보채고 안기려고만 했다. 숨 쉴 틈조차 안 주는 아기를 데리고 차라리 밖으로 나갔다. 일주일에 3일 이상 동네 백화점에 갔다. 평일 점심시간 이후, 특히 오후 3~4시쯤 백화점은 유모차와 아기띠 군단으로 붐빈다. 유아휴게실이 잘 갖춰져 있는 백화점과 마트, 쇼핑몰 외에는 사실 엄마들이 마땅히 갈 곳도 없다. 아무 때나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친정이 없는 나에게는 특히 백화점이 최고의 친구였다. 신기하게도 껌딱지 아기는 밖에 나가면 방긋방긋 잘 웃고 보채지 않았다. 별 의미 없는 일상 같지만 그저 이 세상에 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했다. 육아 카페에 광적으로 집착했던 것도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라는 데서 위로를 받아서였다. 꽤 오래 시달렸던 극심한 우울감을 8개월 이후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털어냈다. 동네 엄마들을 사귀고 군대 동기만큼 끈끈하다는 산후조리원 동기모임에도 나갔다. 아기 엄마라면 나이 불문하고 친구가 됐다. 아직 미혼인 친구들보다 육아 경험이 있는 엄마들과의 만남이 더 편해졌다. 아기를 놔두고 또는 데리고 여가생활을 즐길 수는 없기에 그저 이렇게 스트레스를 풀었다. 육아의 무게, 혼자서만 짊어지기엔 너무 무겁다. 아무리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라 해도 누군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함께해 준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육아의 고통과 외로움에 대한 이해와 공감만으로도 한층 수월해질 것 같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엄마들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baikyoon@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 (16) 환상 속에‘만’ 둘째가 있다

    [독박(讀博) 육아일기] (16) 환상 속에‘만’ 둘째가 있다

    18개월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말이 트이려고 하는 아이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지난해 잠 못자고 밥도 못 먹던 날들의 기억도 어느새 흐려지고 있다. 내가 아기를 낳았을 때는 그렇게 육아 공감을 나눌 사람들이 없더니 이제서야 주변에서 아기를 갖고, 낳고 있다. 겨우 1년 전 겪었던 일인데도 다른 신생아 사진을 보면 새삼 신비롭다. 나도 모르게 헤벌쭉 웃으며 남의 아기 사진을 들여다 보게 된다. 이 아기에게 모유 한 방울 더 먹이기 위해 가슴을 부여잡고 있을 초보 엄마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금방 정신을 차리지만. 여기저기서 둘째에 대한 생각을 묻는다. 생명에 대해서는 절대로 함부로 말해선 안 되며 어떤 것이든 장담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일관되게 답한다. 최대한 단호한 표현을 쓴 거다. 그리고 단서를 붙인다. “생기면 낳겠지만 자의(自義)로 갖진 않을 것” 그나마 지난해 “절대로 낳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던 것에 비해서는 비교적 완화된 입장이다. ●“한국인 생각하는 이상 자녀수 2.7명, 실제 출산을 1.24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8일 공개한 ‘자녀 가치 국제 비교’ 보고서에서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가 2.72명이지만 2011년 기준 실제 출산율은 절반 수준인 1.24명이라는 조사 결과가 담겼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21명이다. 이와 관련, 요즘 딴 생각할 틈이 주어질 때마다 머릿 속에 떠올려 보는 고민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지금 쓰는 이 글이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둘째에게 죄의식을 갖게 할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지며. 물론 두 명 이상의 자녀를 두고도 열심히 일하며 성공한 여성들도 많다. 어떻게 가능했던 건지 무척 궁금하면서 존경스럽다. 친정과 시댁 찬스라고는 10분도 쓸 수 없는 내 상황에선 꿈 같은 이야기다. 가끔 남편이 둘째와 동생의 ‘ㄷ’ 자라도 말하는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눈을 흘겼다. 너무 힘들었던 1년을 보냈고 지금도 겨우 버텨가고 있는데 나의 고생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 혼자 마음 편한 소리를 하는 것 같아서다. ‘둘째’는 금기시 된 용어였기에 아직 부부끼리도 이런 생각을 나눠 보지 않았다. 상상 속의 둘째, 이 아기의 존재를 확인하자 마자 걱정부터 밀려올 것 같다.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에 기쁨에 앞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것 같다. ‘회사에 어떻게 말을 해야하지?’가 첫번째 고민이다. 육아휴직을 못 쓰게 하거나 휴직을 하면 권고사직을 당하는 등의 나쁜 직장은 아니라 다행이다. 그렇지만 첫 아이 육아휴직 1년을 꽉 채워 쓰는 것도 상당히 눈치가 보였다. 대놓고 쓰지 말라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 육아휴직을 냈을 때 뒷말이 나오는 것을 적잖게 봤다. 첫 아이 육아휴직에서 복귀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 쉰다는 거냐는 눈초리가 먼저 겁이 난다. 육아가 ‘쉬는 것’이 아님에도, 출산을 한 여성이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당연함에도, 또 아이와 최소 1년은 함께 하며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엄마로서 최선을 다할 시간이 있어야 함에도 여전히 시선이 곱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냥 내가 아이를 가진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 자체가 불만이다. 내 자식을 낳는 일인데 다른 사람들의 시선 쯤이야 가벼이 여길 수도 있다. 당장 회사에서 잘리는 것도 아니고, 눈 질끈 감고 1년 버티면 그만이다. 하지만 정작 회사를 다니는 것부터 일이다. 첫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 한 달 전까지 출퇴근을 하고 업무를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회사 책상에서 꾸벅꾸벅 졸기를 반복했고 일 하느라 태교도 제대로 못 한다는 죄책감을 안고서, 임신부라고 동료들에게 약간의 배려를 받았지만 그것 조차 가시방석인 날들이었다. 그래도 큰 문제 없이, 나름 수월한 임신 기간을 보냈다고 자부했지만 결국 34주에 조산기로 입원을 하고 말았다. “첫째 때 조산기가 있으면 둘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던 산부인과 주치의의 조언도 상기된다. 그렇다고 퇴근 후 집에 돌아가 쉴 수 있는 형편도 못 된다. 둘째는 배도 더 빨리 나오고 모든 임신 증상들이 더 심해진다고도 들었다. 임신해서 가뜩이나 예민하고 체력이 달리는 통에 나의 첫 사랑, 첫째는 과연 제대로 돌볼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아이들도 동생이 생기는 걸 용케 알아채고서 엄마에게 더 안기고 어리광을 부린다는데, 그런 아이를 마냥 사랑으로 받아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이 한 명을 혼자 키우는 것도 이렇게 헉헉거리고 있는데 육아 관련 카페에 둘째 임신부들의 눈물나는 고군분투기들은 마음을 더 움츠러들게 만든다. ●첫 아이 때 당연했던 모든 것들이 달라진다 당장 가장 막막해지는 것은 출산이다. 진통이 시작될 때부터 첫째를 맡길 곳이 없다. 남편에게 첫째를 맡기고 혼자 분만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분만 과정과 출산 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답이 안 나온다. 지금처럼 평일 낮 시간 동안 어린이집에 보내고 등하원 시간에 봐주시는 베이비시터 이모님의 도움을 받으면 되지만 그 이후는? 또 주말에 아기가 태어난다면? 게다가 남편의 출산휴가는 딱 사흘 뿐이다. 지난해처럼 아기가 수요일에 태어나서 일요일까지 5일 동안 출근을 안 할 수 있도록 간절히 바라야 한다. 산후조리는 꿈도 못 꾸게 된다. 대부분의 산후조리원에서는 첫째 아이 동반을 금지하고 있다. 나 같은 산모는 조리원의 호사는 일찌감치 포기해야 한다. 기본 2주 동안 70~80만원의 비용이 드는 출퇴근 산후도우미를 부르게 되면 첫째 아이까지 봐주는 추가 비용을 따로 내야 한다. 입주 도우미를 부르면 130~150만원이 기본이다. 비용은 둘째치고, 몸도 덜 회복된 상태에서 둘째에게 수시로 젖을 먹여가며 동시에 첫째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놀아줄 수 있을지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 물론 이제는 두 번째니까 처음처럼 아무 것도 몰라 허둥대지도 않을 것이고 어느 정도 여유와 요령도 생기겠지만 그래도 두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 좀비 같은 몰골로 지내며 외로움과 우울함에 빠졌던 때를 다시 떠올리면 끔찍하다. 아이가 세 명인 다둥맘들에게서 “둘에서 셋은 오히려 쉬웠다. 그러나 하나에서 둘은 정말 끔찍하게 힘들었다”는 이야기들을 공통적으로 들었다. 만약 둘째를 낳는다면 첫째와 터울이 많이 져야 한다는 생각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첫째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완전히 될 때, 첫째가 나를 도와줄 수 있어야 조금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두 아이 키우는 직장맘’ 꿈 같은 이야기 두 아이를 키우는 육아휴직 기간 동안, 지난해 수 백번 했던 ‘회사를 그만둬야 하느냐’는 고민을 수 천번 할 것 같다. 아이가 한 명인 지금도 회사에서 당분간 뛰어난 능력을 펼칠 것이라는 욕심과 기대를 애써 접으려 하고 있다.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느라 항상 정시 출근에 퇴근 시간이 되면 칼퇴근을 해야한다. 매일 뒤통수가 따갑다. 일이 많은 부서에 ‘애 엄마’라 알아서 배제가 될까 걱정되면서도, 정말 바쁜 부서에 가게 되면 어떻게 될지도 막막하다. 후배들에게마저 뒤쳐진 듯한 열등감을 가진 채, 그저 회사에서 나를 다시 받아주어 고맙다는 생각으로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그렇다고 일을 게을리 하는 것도 아니다. 일주일에 2~3일은 집에 와서도 아이를 울려가며 일에 매달릴 때가 있다. 그런데 어느 하나 잘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두 아이를 맡기는 것은 더 큰 걱정이다. 첫째 때 그랬듯 돌도 안 된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머지 시간은 베이비시터에 의존하면 되긴 하다. 최후의 수단으로 온종일 입주해 있는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면 된다. 지금은 100만원대의 베이비시터 비용이 입주로 할 경우 200만원대, 아이가 두 명이면 더 늘어난다. 하지만 두 아이를 돌봐주는 시터는 구하는 것부터 하늘의 별 따기다. 게다가 요즘은 남자 아이의 경우 추가 금액을 받는 시터들도 있다고 한다. 월급을 버는 대로 전부 아이 맡기는 데에 쓴다고 치자. 그렇게 해서 엄마로서 행복할지 의문이다. 지금도 아이 한 명을 내내 남의 손에 맡겨놓고선 내 꿈을 위해 일을 한다는 자책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내가 즐거워서 선택한 길이고 일을 하는 동안에는 행복하지만, 이기적인 엄마라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언제나 깔려있다. 하루종일 보고 싶었던 아이의 얼굴을 보는 반가운 퇴근길이 제2의 출근길이 되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평일에 회사와 집, 딱 두 곳만 오가는 데에도 마음에 여유가 전혀 없다. 저녁 8시에 퇴근하고 집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아이를 돌보며 저녁식사와 설거지, 일주일에 한 두번 빨래나 청소를 하는 정도인데도 새벽 1시를 넘겨 방전이 된 채로 잠이 든다. 아침마다 출근 시간에 맞춰 집에 오시는 베이비시터 이모님이 나를 깨운다. 집안은 부끄러울 만큼 엉망이고 지저분하다. 항상 한숨을 달고 산다. ●“배우자 주중 양육참여시간 길수록 둘째 출산 계획 높아”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의 ‘1명의 영유아 자녀를 둔 취업모의 후속 출산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에 따르면 첫 자녀가 여아인 경우, 엄마가 상용직인 경우, 영유가가 기관을 이용할 경우에 후속 출산계획을 세우는 경향을 보였다. 또 취업모의 학력이 높을수록, 취업모 본인과 배우자의 주중 자녀양육 참여 시간이 길수록,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정도가 낮을수록, 양육지원 정책에 대한 인지 정도가 높을수록 후속 출산계획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0~5세의 영유아 자녀 1명을 둔 직장맘 2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특히 여성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정도’가 낮을수록 후속 출산을 계획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한다. 엄마의 직장이 안정적인 곳일수록, 아빠의 주중 양육참여시간이 길수록 둘째 출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데 남편마저 지금처럼 오전 6시에 나가 밤 11시에 집에 들어오는 상황은 둘째가 생긴다 해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지금도 매일 밤 설거지를 할 때마다 유일한 화풀이 상대인 남편에게 짜증이 밀려오는데, 아이가 한 명 더 늘어난다면 이 우울과 분노를 주체할 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돈 때문에 둘째를 낳기 싫다는 생각은 거의 해보지 않았다. 아이를 돈의 가치에 빗대는 것 자체에 격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돈 생각을 아예 안 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 부부의 합산 급여는 적은 편이 아니다. 소득 차등에 따른 어떠한 복지 혜택이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왠지 늘 빠듯하다. 아이를 맡기는 비용, 먹이고 입히고 돌보는 비용으로 내 월급을 다 써버리고 생활비와 전세대출금과 이자, 보험료 등 필요한 데에 돈을 쓰는 데도 매달 말일이 되면 우리는 우울한 대화를 나눈다. 그렇다고 아이를 위해 최고급이나 고가의 물건을 사는 것도 아니다. 책과 장난감은 거의 중고로 얻었고 옷은 해외에 있는 친정 가족들이 보내준다.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것만 산다고 생각하는 데도 돈이 많이 든다. 아이 한 명을 대학 졸업까지 시키는 데 평균 2~3억원 남짓의 돈이 드는 걸로 알려져 있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곳에 집을 사고 차를 좋은 걸로 바꾸고, 아이에게 다양한 교육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다니는 우리 부부에게도 아득한 일이다. ●사실은 나도 갖고 싶다, 둘째… 부모님 도움 없이 둘 만의 힘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한 것이 자랑거리였지만 때로는 부모님께 집을 받고 시작한 부부들이 내심 부러울 때가 많다. 아이를 낳아 기르며 이제 나도 어엿한 부모가 되었는데, 내 아이를 키우면서도 여전히 내 부모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매순간 느껴야 하는 처지가 너무나 서글프다. 글을 쓰고 나니 오히려 둘째가 더욱 갖고 싶어지는 건 무슨 역설인가. 솔직히 나를 닮은 사랑스러운 아기가 한 명 더 있으면 좋겠고 아기를 통해 얻는 행복과 기쁨을 두 배로 느끼고도 싶다. 두 아이가 함께 종알거리며 노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울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그렇지만 내가 감내해야 할 것, 포기해야할 것이 지금보다 더 많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안 난다. 환상 속의 둘째, 지금 나에게는 단순히 선택의 문제를 뛰어 넘었다. 육아가 정말 힘들다고 외치면서도 어느새 둘째를 가졌다는 육아 카페의 글들에 부러워하며 “능력자”라고 댓글을 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9)잘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10)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를 키운다 (11)’아빠 육아’ 예능을 끊은 이유는 (12)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13)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14)수능 성적표보다 떨렸던 아이 검진표 (15)불어난 몸무게 만큼 고통과 행복이 함께 늘었다
  • [단독]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 오감이 크는 아날로그 키즈… ‘파충류뇌’ 닮는 디지털 키즈

    [단독]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 오감이 크는 아날로그 키즈… ‘파충류뇌’ 닮는 디지털 키즈

    ■ 오감이 크는 아날로그 키즈 경기 부천시에 사는 홍나연(43)씨는 중학생(14)과 쌍둥이(8) 등 아들 셋을 아날로그식으로 키우기 위해 남편과 함께 ‘디지털 금욕’ 생활을 하고 있다. 홈쇼핑 쇼호스트인 홍씨 부부는 아이들 앞에서는 컴퓨터는 물론 TV도 켜지 않는다. 때문에 홍씨는 홈쇼핑 업체에서 근무하면서도 집에서는 정작 자신이 나온 방송을 모니터링하지 못한다. 홍씨는 “집에서 TV를 보지 않기 위해 회사에서 모니터링을 끝낸다”면서 “아이들 앞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통화 외에는 잘 안 한다. 그러면 애들이 스마트폰을 찾지 않는다”고 했다. 홍씨는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을 일절 못하게 하고, 스마트폰도 아이들 혼자서는 만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홍씨는 아이들이 취학 전에는 아예 컴퓨터 자체를 만지지 못하도록 했다. 유치원에서 쌍둥이에게 온라인으로 하는 숙제를 내준 경우가 있었는데,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그 숙제를 하지 않게 했을 정도로 철저했다. 홍씨는 “굳이 어렸을 때 디지털을 접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타고난 게 있어서 금방 기기를 다룰 수 있다”면서 “신기하게도 첫째 아들이 초등학교에 가서 처음 인터넷을 배운 뒤 정보 검색 테스트에서 1등을 했다”고 했다. 홍씨의 아이들은 주로 그림을 그리고 블록을 갖고 놀거나 책을 즐겨 본다고 한다. 홍씨는 아날로그 육아를 고수한 덕분에 자신의 아이들이 배려심이 많고 집중력이 좋다고 믿는다. 쌍둥이의 담임 선생님도 아이들이 또래에 비해 산만하지 않고 참을성이 많다고 평가한다고 한다. 회사에 아이들을 데려 왔을 때도 아이들이 엄마가 일을 마치기까지 진득하게 잘 기다려 “요즘 아이들 같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홍씨는 “요즘 엄마들이 스마트폰으로 아이를 금방 달랠 수 있으니 편해졌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스마트폰을 멀리한 덕분에 처음에는 불편했을지라도 지금은 아이들 키우기가 수월해졌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홍세리(33)씨도 “스마트폰 영상이 아이들의 뇌 발달에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철저하게 아날로그 육아를 고집하고 있다. 아들 하율(7세)이와 딸 다율(5세)이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을뿐더러 TV도 평일에는 켜지 않는다. 다만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인기 만화 프로그램 정도만 주말에 1~2시간 정도 시청하도록 하고 있다. 평일에는 동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주말에는 캠핑을 주로 간다. 홍씨는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보여 주는 것은 부모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이라며 반대한다. 그는 “음식점에서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보는데, 습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보여 주지 않았더니 보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집에서 스마트폰과 TV를 아이들이 잠든 8시 30분 이후에 본다고 했다. 뒤늦게 스마트폰의 위험성을 깨닫고 아날로그 육아로 바꾼 사례도 있다. 경기 고양시의 이은진(31)씨는 큰아들 동휘(4)가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자 지난해 휴대전화기를 스마트폰에서 피처폰으로 바꿨다. 둘째를 임신하고 나서 동휘에게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광고를 보여 줬는데 그 이후로 날이 갈수록 엄마의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동영상 등을 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나중에는 하루 평균 2시간 이상을 볼 정도로 사용량이 많아졌다. 스마트폰을 보지 못하게 하면 1시간 넘게 떼를 쓰는 바람에 아예 스마트폰을 없애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1년정도 지나니 아이가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게 적응이 됐는지 더이상 달라고 보채지 않는다”면서 “대신 책 읽고 교구 놀이 등을 한다”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영어 등 어떤 부분에서는 교육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가 자제가 안 되니까 안 보여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제 6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한나(31·고양시)씨도 앞으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아야겠다는 결심을 최근에 했다. 스마트폰으로 만화 동영상을 틀어줬더니 아이가 넋을 놓고 집착하는 것을 보고는 덜컥 겁이 난 것이다. 김씨는 “아이를 안고서 카카오톡을 정신없이 하다 보면 아이도 엄마가 하는 스마트폰을 멍하니 쳐다볼 때가 있다”면서 “엄마가 자기한테 관심을 갖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는지 아는 것 같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만 김씨는 아이가 잠잘 때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아이에게 잠이 잘 오게 하는 청소기 소리나 클래식 음악 등을 들려주는 예외는 두고 있다. 유아기 디지털 중독에 대한 경각심이 일기 시작하면서 최근 아날로그적 교육 방식을 도입한 유치원이 생기는 등 일부 보육기관에도 변화의 바람이 싹트고 있다. 지난달 9일 취재차 방문한 서울 중랑구의 B유치원은 봉화산 자락에 위치해 있어 분위기가 일반 유치원과 사뭇 달랐다. 산에서 한참 뛰어놀던 이민성(4)군은 기자를 보자 나뭇가지에 낙엽 하나를 끼워 놓고 요리조리 방향을 바꿔가며 “이렇게 하면 통닭이고 이렇게 하면 샤워기예요”라며 웃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냥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일 뿐인데 민성이의 눈에는 멋진 장난감이라도 된 듯했다. 이 유치원의 3~7세 아이들 40여명에게는 산에 있는 나무, 꽃, 돌멩이, 흙이 장난감이다. 쓰러진 나무를 타고 앉아 ‘뛰뛰빵빵’ 자동차 놀이를 하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잡고 산비탈길을 엉금엉금 올라가기도 한다. 하루종일 이렇게 뛰어놀다 보면 아이들의 옷과 신발은 금세 흙투성이가 된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지켜만 볼 뿐 놀이방법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아이들 스스로 찾아서 노는 법을 길러 주기 위해서다. 물론 디지털을 이용한 교육은 일절 없다. 요즘 같은 봄에는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부쳐 먹이고 겨울에는 산에서 숯불을 피워 가래떡을 구워 먹는다. 이 유치원에서 만난 6살 민수 엄마 한은정씨는 “나뭇잎만 있어도 1시간은 거뜬히 놀 수 있다”면서 “아이가 매일 풀, 곤충, 나무, 꽃의 변화 과정을 지켜봐서 그런지 무엇을 봐도 세심하게 관찰하고 작은 생명도 소중히 다룬다”고 했다. 이 유치원의 김정실 원장은 “처음에는 아이들이 장난감이 없어서 심심하다고 하지만 금방 산에서 노는 것에 적응한다”고 했다. 그는 “흙을 만지고 자연을 관찰하고 생각해야 오감이 발달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유치원 아이들은 엄마하고 떨어지는 것을 싫어해서 유치원 보내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우리는 집에 보내는 게 전쟁”이라고 했다. 또 “산에서 노는 게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나는 엄마들한테 ‘왜 얼굴에 난 상처만 보고 아이 가슴에 난 상처는 보지 않느냐’고 말한다”고 했다. 이정림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유아기는 또래나 부모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공감하고 신체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라면서 “스마트 기기보다는 아날로그 환경이 아이의 발달과정에 적합하다”고 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 ■ ‘파충류뇌’ 닮는 디지털 키즈 “유치원에서도 스마트폰 생각이 나나요?” “예. 핸드폰으로 게임을 했어요. 총싸움하고 그랬어요.” 지난달 17일 서울에 사는 5살 재성(가명)이는 두뇌건강 상태를 검사하기 위해 찾은 상담센터에서 탁자 위에 놓인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상담사의 질문에 대답했다. 어머니 백지은(가명)씨는 기자에게 “올해부터 아이가 스마트폰에 손을 못 대게 하고 있지만 재성이는 요즘도 스마트폰만 보면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재성이는 지난해 6월 엄마의 스마트폰에 처음 맛을 들인 이후 갈수록 사용시간이 늘었다. 재성이는 누나들이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해 준 총싸움 게임을 즐겨 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백씨는 직장에 나가지 않지만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며 자녀 6명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통에 막내 재성이에게 관심을 제대로 쏟지 못했다. 지난해 말에 이르자 재성이는 잠잘 때 빼고는 거의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해졌다. 백씨는 아이에게서 스마트폰을 뺏어보기도 했지만 심하게 떼를 쓰고 우는 바람에 다시 스마트폰을 건네주기 일쑤였다. 결국 백씨는 올 초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고, 재성이는 현재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재성이를 담당하고 있는 상담사는 “모래놀이 치료 중 아이가 게임에 나오는 총 쏘는 장면을 자주 반복한다”고 했다. 백씨는 “집에서 아이를 혼자 놀도록 내버려 둔 게 잘못이었던 것 같다”고 후회했다. 부모들이 아이 달래기용으로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신미옥(55)씨는 “서울에서 속초를 가는 고속버스를 탔는데 옆에 앉은 한 엄마가 품에 안은 아기에게 2시간 반 내내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여 주고 있었다”면서 “아기가 5~6개월밖에 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고 ‘우리 아이가 똑똑하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한다. 이홍석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정신과 교수는 “직관과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은 침팬지 수준의 단순한 뇌만 써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라며 “아이가 스마트폰을 볼 때 뇌는 ‘집중’이 아니라 ‘정지’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경우는 감정조절이나 상상력 등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이 발달하지 못하고 ‘파충류뇌’로 회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고르게 뇌발달이 이뤄져야 할 시기에 일방적으로 스마트폰의 자극적인 영상만 받아들이다보면 나머지 뇌회로가 퇴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 산하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인 ‘강서아이윌’ 센터장 조현섭 총신대 교수는 “성인 남자보다는 여자가, 여자보다는 청소년이 술에 취약한 것처럼 영·유아기에는 짧은 시간이더라도 반복적으로 노출되다보면 금세 스마트폰에 빠져들 수 있다”고 했다. 이홍석 교수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은 마약에 중독됐을 때의 행동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면서 “심각한 경우 스마트폰을 뺏으면 맹수처럼 돌변해 물건을 던지거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죽겠다고 떼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4살 세운(가명)이는 아직 한글을 읽지 못하지만 자신이 보려는 동영상 전에 나오는 15초짜리 광고를 참지 못하고 건너뛰기 버튼을 반복적으로 누르는 인내심 부족 현상을 보였다. 14년간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한 이지연(38)씨는 “(디지털 중독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들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잣말을 많이 한다”면서 “부모와 얘기를 해 보면 집에서 스마트폰 등을 통해 동영상을 많이 틀어 줬다고 한다”고 했다. 이씨는 “친구가 칼로 자기를 찌르려고 했다는 등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 영상에서 본 것을 자신이 겪은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람과 대화할 때 눈을 마주치지 못하거나 공격적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에게 좋지 않은 것을 알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털어놓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둘째 아이를 출산한 서울 은평구의 강윤희(가명)씨는 갓난아이가 우는데 4살 된 첫째 아이까지 떼를 쓰면 ‘직효약’인 스마트폰을 쥐여 준다고 한다. 강씨는 “아이 두 명 키우면서 한 애는 밥 먹여야 하는데 한 애는 울고 하면 스마트폰을 쥐여 줄 수밖에 없다. 안 좋은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또 “남편과 멀리 여행을 가게 되면 동영상을 꼭 챙긴다”며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보챌 때 보게 하려는 용도”라고 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말을 하거나 글을 배우는 단계 이전에 스마트폰을 접한다”면서 “아이가 보는 동영상들이 성인들이 하는 게임에 너무 쉽게 연결돼 걱정”이라고 했다. 젊은 부모에 비해 체력이 달리는 조부모의 경우는 스마트폰이나 TV에 더 의존한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경화(가명)씨 부부는 토요일에도 함께 직장을 나가기 때문에 유치원이 쉬는 토요일에 5살 영훈(가명)이를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있다. 몇달 전 김씨는 시어머니로부터 “휴대전화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확인해 보니 한달 6기가 사용 한도인 무선인터넷 데이터가 2~3일 만에 다 소진돼 있었다. 알고 보니 영훈이가 할머니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썼기 때문이었다. 영훈이는 서너 시간 동안 내리 스마트폰으로 만화 동영상을 본 적도 있었다. 김씨는 “아이들이 유료 동영상을 클릭해서 자동 결제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스마트폰은 우는 아이를 달래는 ‘공갈젖’인 것 같다”고 했다. 부모의 습관이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도 크다. 지난달 20일 취재차 방문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Y어린이집’에서 4~5세 반 아이 20여명에게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물었더니 “아빠는 잘 때 전화기로 게임을 하면서 나는 못 하게 해서 화가 나요.”, “카톡(카카오톡)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어요.”, “엄마랑 놀고 싶은데 엄마가 인터넷만 해요”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들이 어려서 모르는 것 같아도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다 지켜보고 있다”면서 “아이 앞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유치원 교사들 사이에서는 요즘 부모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예전보다 언어 발달이 늦어진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반면 사용 규칙을 세워 놓는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다. 5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서울 용산구의 원지현(가명)씨는 “20분 동안 타이머를 설정해 놓고 스마트폰을 사용토록 제한하거나 영상 3개만 보고 스스로 그만 보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했다. 4살 아이의 엄마 김은희(가명)씨는 “영어로 된 만화 영상을 보여 줬더니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면서 “부모가 잘 관리한다면 스마트폰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했다. Y어린이집 교사인 김지은씨는 “모든 유치원에서 안전교육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 대한 교육을 필수적으로 하도록 의무화했으면 한다”고 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 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독박(讀博) 육아일기] 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독박 육아’라는 말은 친정이나 시댁 등 보조 양육자가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은어로, 육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 썼다’는 뜻이지요. 아무런 도움 없이 나홀로 육아를 하다 보니 세상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초보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더 넓게 읽게 됐다는 뜻에서 ‘독박(讀博) 육아’라고 제목을 지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주는 육아맘들의 세계를 저의 경험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허백윤 기자는 2008년 8월 서울신문사에 입사해 2009년 2월부터 정치부 국회 출입기자로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취재했습니다. 2013년 5월부터 온라인뉴스부에서 일하던 중 2013년 12월부터 출산휴가·육아휴직으로 15개월을 보내고 3월 11일 복귀했습니다. 참 아이러니했다. 엄마가 되어 갈수록 엄마가 필요했다. 아기가 생긴 뒤부터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은 친정 가까이 사는 사람이 됐고, 제일 갖고 싶은 것은 집도 차도 명품백도 아닌 바로 엄마였다. 임신했을 때에는 엄마가 해준 밥이 제일 먹고 싶었고, 아기를 낳을 때 가장 많이 생각나는 사람이 엄마였다. 아기를 키우면서 가장 절실했던 것도 엄마의 도움이었고, 워킹맘이 되려고 보니 가장 중요한 ‘필수품’이 바로 엄마였다. 엄마 말고는 마음 편하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전혀 없었던 이유에서다. 남편은 한 배를 탄 동지나 다름 없으니 제외한다. 물론 친정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거나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더욱 돈독한 경우도 많은 걸로 안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친정 엄마’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아무런 조건 없이, 전적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육아 지원군’을 말이다. ●부모 외 자녀 돌봐주는 사람…79.2%가 “없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2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모 외 자녀를 정기적으로 돌봐주는 사람이 있느냐는 조사에서 79.2%가 “없다”고 답했다. 자녀를 돌봐주는 사람은 친조부모(48.1%)와 외조부모(47.1%)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기타 친인척 7.2%, 비혈연 인력 5.8% 등의 순이었다. 아기 엄마가 취업 중일 경우에도 정기적으로 아기를 돌봐주는 사람이 있는 경우는 겨우 절반이 넘었다(52.5%). 일을 그만두었거나 취업한 적이 아예 없는 엄마들의 경우 돌봐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각각 91.2%, 87.9%였다. 특히 급한 일이 생길 경우 자녀 양육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남편(65.1%)이 가장 많았고 외조부모(36.8%), 친조부모(33.3%), 이웃이나 친구(14.7%) 등으로 조사됐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4.4%였다(다중 응답 결과). 나는 4.4%에 속했다. 평소에 잠깐씩이라도 아기와 놀아주거나 돌봐주는 사람이 아예 없었고 그래서 급할 때 마음 놓고 부탁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아기가 얼굴을 익히지 않은 사람에게 엄마 없이 맡길 수 없다. 육아카페에서조차 아기를 잠깐이라도 봐주는 사람이 없어 힘이 든다는 글들에 “자식은 엄마가 봐야 한다”면서 부모에게 기대지 말라는 날카로운 답변이 달리곤 한다. 아이를 키우기 싫다는 게 아니라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다만 아기를 키우다 보면 혼자 힘으로 버거운 때가 참 많고,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겨 난감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단 10분도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길 처지가 못 되는 엄마들은 ‘지원군’의 절실함을 잘 알 거다. 무엇보다도 엄마들이 가장 서러울 때가 몸이 아플 때일 거다. 아기를 봐야 하니 아프다고 약 먹고 쉰다는 건 엄두도 못 낸다. 아기는 물론이고 온 집안이 마비가 되다시피 하니 엄마는 마음대로 아파서도 안 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프지 않는 것이 아팠다가 금방 낫는 것보다 쉬울 것 같다. 9월 어느날 급성 장염에 시달린 적이 있다. 밤새 극심한 복통으로 구토와 설사까지 해댔더니 화장실 입구에 쓰러져 꼼짝을 할 수 없었다. 밤새 수시로 깨서 젖을 찾는 아기를 달래고 먹이는 데만 힘을 냈다.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 남편이 잠을 못 잘까봐 처음에는 말도 못하고 끙끙대다가 밤새 상황이 심각해지자 결국 남편이 하루 휴가를 냈다. 나머지 일주일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아기를 안고 모유를 먹이며 수액주사를 맞았다. 모유수유를 하기 위해 뭐라도 먹어야겠는데 집 근처 죽집이 배달을 거부했다. 며칠을 물에 맨밥을 끓여 겨우 목에 넘겼다. 덕분에 임신으로 20kg나 쪘던 몸에 아직도 많이 남아있던 살이 모두 빠졌지만, 왠지 한이 맺혀 그 죽집에는 이후로도 다시는 안 간다. 아기가 5개월에 갓 접어 들었을 때에는 대학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상의를 갈아입어야 한다는 거다. 탈의실에 아기를 안고 들어는 갔는데 어떻게 옷을 갈아입어야 할지. 그토록 난감했던 순간도 없었다. 하얗게 된 머리로 주변을 살피다 가방을 올려놓는 용도인 것 같은, 아주 작은 간이의자가 보였다. 아기를 눕혀보니 대충 크기가 맞았다. 혹시나 떨어질까 한 손으로 아기를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가운을 갈아입었다. 배 위에 아기를 올려 같이 누워서 초음파 검사를 마친 뒤 다시 옷을 갈아입을 때에도 똑같이 했다. 지금 생각하면 초능력을 발휘한 것만 같다. 가장 당황스러운 기억들을 꺼냈지만 평소에 누군가 옆에서 잠깐이라도 도와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간절하던 순간이 너무나 많았다. 워낙 혼자 다 했으니 이제는 씩씩하게, 각종 돌발상황도 거뜬히 해결하지만 다른 엄마들은 친정 엄마가 아기를 안아주거나 가방을 들어주거나 하며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부럽다. 가방 하나 들어주는 것인데도 육아의 짐을 몇 배는 덜어 보였다. 이사할 때에도 하루종일 아기를 안고 짐 정리를 했던 나와는 너무 달라 보였다. 뒤늦게 시간제 보육서비스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지난해부터 시범사업 중으로 현재 전국 100곳, 앞으로 243곳까지 확대될 계획이란다. 시간당 2000원의 보육료(맞벌이 1000원)로 월 40시간 내 아기를 잠깐씩 맡길 수 있는 곳이다. 아직 기관이 많지도 않고 한 시간당 3명의 아동으로 제한돼 있지만 급하게 볼 일이 있는 엄마들에겐 희소식인 것 같다. 갑자기 몸이 너무 아파 병원에라도 가야겠는데 구에 딱 한 곳 있는 시간제 보육기관(어린이집)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찾아가 아기를 맡길 생각을 하니 차라리 데리고 다녀오자, 싶은 생각도 들지만 이런 돌발상황이 아닌 계획이 있는 중요한 볼 일이 있다면 이용해 볼 만도 할 것 같다. 뭐든 아예 없는 것보단 낫다. ●워킹맘의 필수품…다름 아닌 ‘친정 엄마’ 점점 복직 시기가 다가오면서 친정 엄마의 부재는 더욱 처절하게 와닿았다. 일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아기를 맡길 데가 없는데 갑자기 출장을 가라고 지시를 받는 등의 꿈을 수도 없이 꿨다. 국회에 출입했을 때, 자칭 보육 전문가라던 여성 국회의원과 여기자들이 만난 적이 있었다. 한참 동안 진지하게 “이제는 여성도 더 당당히 일을 해야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가 돼야 한다”면서 관련 정책을 다듬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육아 때문에 일을 포기하는 여성들이 오히려 이상한 세상이 된 것처럼 ‘꿈 같은’ 이야기를 했다. 여기자들이 “나중에 일하면서 아기를 봐줄 사람이 없어 걱정”이라고 현실적인 고민을 토로했다. 갑자기 그 의원이 깜짝 놀랐다. 진심으로 놀라는 눈치였다. “아니, 왜 친정 엄마가 안 봐줘요?” 일과 가정의 양립의 해답은 곧 ‘친정 엄마’였다. 그 때는 “저런 고리타분한 이야기느냐”고 돌아서서 볼멘소리를 했는데 부딪혀 보니 그게 진짜 현실이었다. 임신을 하자마자부터 주변에서 먼저 물어본 것도 친정 엄마가 한국에 오시냐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꼭 내가 고아라도 된 것 같았다. 그런데 왜 다들 그렇게 물었는지 알겠다. 도움을 청할 데가 마땅치 않으니 정말 친정 엄마 없이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서른살 아기 엄마는 세 살 아기처럼 “엄마가 왜 내 옆에 있지 않느냐”고 갖은 투정을 부렸고 있는 대로 원망도 했다. 엄마가 해외 생활을 접고 나머지 가족들을 놔둔 채 나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엄마를 꼬실 궁리만 했다. 그러는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서 정식으로 제안은 하지도 못했지만. 친정 엄마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고 느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답답했다. 어린이집, 베이비시터 등 제도나 사람은 많다. 그런데 내 아기를 진짜 믿고 맡길 수 있는 지원군이라기 보다는 시설, 일자리, 돈의 문제로 느껴졌다. ●’친정 엄마 없는 워킹맘’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까 내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됐는데, 여전히 부모 말고는 기댈 데가 없다는 게 화가 났다. 친정 엄마는 무슨 죄인가, 기껏 딸을 키우고 공부도 다 시켜놓았는데 그 딸이 사회생활하고 성공하기 위해 또 다시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내 엄마로 평생을 살았는데 또 나를 위해, 내 아이의 할머니로 살아달라고 요구하는 게 얼마나 이기적인가. 지금껏 부족함 없이 잘 키워놓고도 아기를 봐주지 못해 매일 “미안하다”고 말하는 엄마, 그리고 너무 힘이 들어 그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딸. 뭔가 비정상적이긴 하다. 여고 동창들은 대부분 취업과 결혼을 하며 다른 지역에 살다가 아기와 함께 친정 근처로 이사를 했다. 마치 귀향이라도 하듯이. 남편 지인들 가운데에서도 ‘처가살이’는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육아와 일까지 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헬리콥터맘’을 비웃으며 부모에게 독립하지 못한 성인 자녀들과 그들의 부모를 비판하지만,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는 쉽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죽으란 법은 없다’는 심정으로 친정 엄마 없는 워킹맘에 도전을 했고, 지금까지는 좋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아기를 맡기고 있다. 잇따라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에도 불구하고 말도 못하는 돌쟁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베이비시터에게 맡긴, 무모한 엄마라고 할 수 있다. 30년쯤 뒤에 나는 꼭 내 아이의 아기를 봐주는 친정 엄마가 돼야겠다는 다짐도 한다. 내가 느낀 외로움과 서러움을 느끼지 않고, 좀 더 쉽게 아기를 키우고 더 자유롭게 꿈을 펼쳐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런데 더 솔직한 마음으로는 내가 하루종일 손주만 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30년 뒤에도 친정 엄마 없이 아기 키우기 힘든 세상이라면, 너무 불행하지 않을까.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 [허백윤 기자의 독박(讀博) 육아일기] 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讀博) 육아일기] 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독박 육아’라는 말은 친정이나 시댁 등 보조 양육자가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은어로, 육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 썼다’는 뜻이지요. 아무런 도움 없이 나홀로 육아를 하다 보니 세상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초보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더 넓게 읽게 됐다는 뜻에서 ‘독박(讀博) 육아’라고 제목을 지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주는 육아맘들의 세계를 저의 경험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허백윤 기자는 2008년 8월 서울신문사에 입사해 2009년 2월부터 정치부 국회 출입기자로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취재했습니다. 2013년 5월부터 온라인뉴스부에서 일하던 중 2013년 12월부터 출산휴가·육아휴직으로 15개월을 보내고 3월 11일 복귀했습니다. 2014년 1월 1일. 나이 서른이 되는 날 엄마가 되었다. 하필 남편이 출근하는 바람에 혼자 택시를 잡아 타고 분만실에 갔던 것부터 조짐이었을까. 나의 육아는 외로움과 서러움의 연속이었다. 물론 사랑스러운 아기는 엄청난 축복과 행복이었다. 매 순간 느끼는 신비로움은 어떤 형용사로도 표현하기가 부족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외로움이 덮칠 거라고도 전혀 상상 못했다. 친정 가족들이 해외에 살고 있다는 것이 이토록 나를 힘들게 할 줄이야. 군대에 다녀온 남자들이 자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이야기 하듯,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 하나로 스스로를 제일 불쌍하다고 여기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혔다. 지독한 고독과 우울과 싸우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엄마들이 외롭다는 것을 곧 알게 됐다. 육아의 고통이란 게 궁극적으로는 외로움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 생명을 길러내는 부담과 책임감에 갇혀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엄마들 만의 몫인 게 당연한 상황이 우리를 외롭게 한다. 요즘은 아빠들도 육아에 많이 참여하고 도와주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참여와 도움일 뿐이다. 남편은 왕복 3시간이 넘게 걸리는 출퇴근을 하면서도 집에 와서 엉덩이 한 번 제대로 못 붙일 정도로 집안일을 하고 아기를 봐줬다. 그렇지만 아기를 두고 느끼는 부담의 크기는 전혀 달라 보였다. 아기의 사소한 모든 것들이 다 내 탓인 것만 같아 전전긍긍할 때 남편은 쿨했다. 아기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엄마의 몫. 심지어 어떤 옷을 입힐지, 지금 당장 물을 먹일지 말지도 엄마가 결정을 해줘야 했다. 내복 바지가 어디가 앞 면인지까지 매번 물으니 꼭 아이를 둘 키우는 것 같았다. ● ‘하루 평균 양육시간’ 엄마 11시간·아빠 1~3시간 사실 아이와 함께 하는 엄마 아빠의 물리적인 시간으로만 따져도 비교가 안 된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양육에 할애하는 평균 시간이 엄마의 경우 주중 662분(약 11시간 2분), 주말 672.5분(약 11시간 12분)인 반면 아빠의 경우 주중 95.1분(1시간 35분), 주말 216.6분(3시간 36분)으로 조사됐다. 2년이나 지났으니 몇 분씩 더 늘었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턱 없이 부족하다. 당시 조사에 응했던 995명의 아빠들은 “시간이 되는 범위 내에서 자발적으로(46.9%)”, “도움을 청할 경우(35.5%)”에 육아에 참여한다고 했다. 개인적 약속이나 활동을 포기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4.7%에 불과했다. 그러나 엄마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루종일 아이와 단 둘이 있다보면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아이 자체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은 물론, 내 몸과 의지도 아기에 의해 좌우됐다. 자고 싶을 때 잠을 자고 배고플 때 밥을 먹는 기본적인 욕구조차 해소할 수 없었다. 처음 두 달은 세수도 사치였고 오후 5시쯤 겨우 첫 끼니를 때웠다. 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들이키는 수준이었다. 아기가 70일쯤 ‘바운서(의자 형태로 아기를 눕힐 수 있는 것)’를 샀는데 처음으로 앉아서, 밑반찬을 차려 밥을 먹게 해준 기적의 아이템이었다. 남편이 없는 평일에 샤워를 한 것이 나의 100일의 기적이었다. 6~7개월쯤 갑자기 낯가림이 생겨 초강력 껌딱지가 되었을 때에는 ‘볼 일’도 아기를 안고 봤다. 아마 모든 엄마들이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문 앞에 앉아있는 아기에게 갖은 애교를 부리며 볼 일을 보거나 춤을 추면서 샤워를 한 경험이 있으리라. 돌을 넘겨서까지 밤중수유를 했던 탓에 지금까지 연속으로 5시간 이상 자 본 일이 열 손가락 안에 든다. 매일 이런 생활에 지쳐 있는데 가끔 주변에서 어른들이 “아기 키우기 힘들 텐데 피곤하면 무조건 쉬어라”거나 육아 휴직 중이라 하니 “일 안 하고 쉬니 좋겠다”는 등의 말을 하면 속이 뒤집혔다. 혼자 갖은 고생을 해서 키우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주 잠깐씩, 인형놀이 하듯 아기를 보고(눈으로 보기만 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얄미울 때도 있을 만큼 마음이 꼬여갔다. 몸이 힘든 것과 별개로 진심으로 외로웠다. 아이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기쁨 만큼 근심과 걱정도 쌓여갔다. 나의 감정도 온전히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나의 말과 행동, 표정까지 아기의 정서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니 버거웠다. 그런데 아무도 나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 낳고 호르몬 변화 때문에 그렇다”는 말도 섭섭했다. 아기와 나, 우리 둘만 외딴 섬에 있는 것 같았다. 나홀로 육아였기에 더 그랬다. 늘 사람들에 둘러싸여 복잡함 속에 살았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뚝 끊겼다. 휴대전화 벨이 울리는 날이 기적 같았다. 내 이름 석 자를 제대로 불러주는 사람은 택배기사 뿐이었다. 남편을 제외하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날들이 한참 이어졌다. 50일쯤 유아 도서 영업사원이 집에 방문하겠다고 전화가 왔다. 책을 팔려는 속셈이었는데 엉겁결에 당장 오라고 반겼다. 누구라도 만나고 싶었다. 그러다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취소했지만. 이런 이유에선지 일부 종교단체에서 아기 엄마들에게 접근해 친해지면서 전도 대상으로 집중 공략한다는 것은 엄마들 사이의 웃지 못할 정설이다. 점점 나의 세상은 SNS 속으로 좁혀졌다. 회사 동료, 취재원들이 연결돼 있는 페이스북에는 더 이상 공감할 내용이 없었고 오히려 위화감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엄마들의 공간인 육아 관련 커뮤니티들에 갇혀 지냈다. 회원수가 230만명에 달하는 한 카페에는 하루에 무려 1만 건 이상의 새 글이 올라온다. 어떤 날은 이 카페에 올라오는 모든 글의 제목을 다 훑기도 했다. 휴대전화가 손에 있는 때면 무조건 로그인을 했다는 말이다. ●엄마들, 애 안고 왜 이렇게 돌아다니냐고요? 아기가 좀 자라자 집에만 있으면 답답한지 심하게 보채고 안기려고만 했다. 숨쉴 틈조차 안 주는 아기를 데리고 일주일에 3일 이상 동네 백화점에 갔다. 평일 점심시간 이후, 특히 오후 3~4시쯤 백화점은 유모차와 아기띠 군단으로 붐빈다. 주차, 편의시설, 특히 유아휴게실이 잘 갖춰져 있는 백화점, 마트 등 쇼핑몰 외에는 사실 엄마들이 마땅히 갈 곳도 없다. 친정 같이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는 나에게 백화점이 최고의 친구였다. 신기하게도 껌딱지 아기는 밖에 나가면 방긋방긋 잘 웃고 잠도 잘 자고 보채지 않았다. 별 의미 없는 일상 같지만, 그저 이 세상에 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육아 카페에 광적으로 집착했던 것도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라는 데 위로를 받아서였던 것 같다. 꽤 오래 시달렸던 극심한 우울감은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느 정도 털어냈다. 동네 엄마들을 사귀고 군대 동기 만큼 끈끈하다는 산후조리원 동기 모임도 가졌다. 아기 엄마라면 나이 불문, 누구나 친구가 됐다. 아직 친구들 대부분이 미혼이지만 육아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부담스러워서 점점 피하게 됐다. 엄마들 1000명은 양육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자녀 또래 부모나 친구들과의 모임(54.7%)’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런데 바로 다음 순위가 ‘스트레스 해소 방법 없음(22.7%)’이었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엄마들이 왜 애를 안고서 차 마시러, 밥 먹으러 나오느냐는 댓글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일단 아이를 두고 나갈 수가 없고, 나가서 수다를 갖는 것 외엔 달리 스트레스를 풀 일이 없다. 개인 여가 시간(11.0%)을 갖거나 산책·운동 등 신체활동(8.0%) 등을 한다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친정 찬스’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의 꿈 같은 생활로, 멀게만 느껴졌다. 육아의 무게, 혼자서만 짊어지기엔 너무 무겁다. 옛날 어머니들은 혼자 5~6명씩 길렀지 않느냐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분명히 세상이 바뀌지 않았나. 엄마가 자기 자식 키우는 게 당연하지 뭘 그러냐는 말도 맞다. 키우기 싫다는 게 아니라 누군가 조금만 도와주면 더 좋겠다는 거다. 이해와 공감만으로도 육아가 한층 수월해질 것 같다. 외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또 다시 섬에 갇히지만, 그럼에도 엄마들과의 만남 몇 시간이 하루를 내내 달콤하게 해주듯이.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엄마들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 글에서 인용한 설문조사 내용은 육아정책연구소의 2012년 ‘출산수준 제고와 일·가정 양립을 위한 육아지원 내실화 방안-가정 내 영아 양육 실태와 지원 방안을 중심으로’ 보고에서 인용했습니다. 최근 자료는 아니지만 가정 양육의 실정을 자세히 다루었기에 조사 내용을 녹였습니다.
  • 시간선택제 보육기관 2배 이상 확대… 새달부터 서비스

    부모가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만큼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선택제 보육 기관이 다음달부터 현재 100곳에서 243곳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된다. 보건복지부는 가정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이 집 근처에서 편리하게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간제 보육 서비스 제공 기관을 늘리기로 하고 대상 기관 선정을 마쳤다고 18일 밝혔다.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시간당 4000원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월 40시간까지는 정부가 이 중 2000원을 보조해 주지만 이용 시간이 40시간을 넘으면 4000원 전액을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종일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이용하지 않고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부모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부모들의 만족도는 괜찮은 편이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가 시범 사업 기간(2014년 7월 28일~12월 12일)에 이 서비스를 이용한 부모 665명을 상대로 면접 조사를 한 결과 66.9%가 만족감을 표시했다.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받는 동안 45.8%가 근로 및 취업 훈련, 교육 등에 시간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복지부의 설명대로 ‘집 근처에서 편리하게’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이용하기에는 아직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전보다 늘기는 했지만 광주·세종(각각 3곳), 울산(4곳), 충북(5곳), 인천·대전·충남(각각 7곳), 강원·제주(각각 8곳)는 10곳이 채 안 된다. 대부분이 서울(65곳), 경기(37곳), 부산(23곳) 등 대도시 지역에 몰렸다. 행정구역이 넓은 강원의 경우 시간제 보육 기관이 영월·춘천·홍천(각각 1곳), 강릉(2곳), 원주(3곳)에만 있다. 충북은 옥천에 1곳, 청주에 4곳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간제 보육 기관을 더 확대하고 시간제 보육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 더 많은 부모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아이사랑보육포털(www.childcare.go.kr)이나 전화(1661-9361)로 신청해야 한다. 시간제 보육 서비스 제공 기관은 아이사랑보육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근로자 특성별 여성고용지원 세분화 필요”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경력단절의 주 계층이 사무직 근로자이므로 정책의 초점이 이들에게 맞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날 ‘2014 여성고용대책의 의의와 전망’을 주제로 프레지던트호텔 브람스홀에서 여정연 주최로 열린 제93차 여성정책포럼에서 ‘2014 여성고용대책의 의의와 과제’란 주제발표를 통해 전문직이나 판매 서비스직의 경우 단절 후 노동시장 복귀가 상대적으로 쉽고 손실이 적은 반면 가장 일반적인 사무직 근로자의 경력단절로 인한 손실이 가장 심각하다면서 근로자 특성별, 직종별 정책 지원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책 개선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 강화, 지역 기반 정책 확산, 업종별, 사업체 규모별 정책 지원 세분화 필요 등을 여성고용정책의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213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 여성의 경력단절이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구조적 문제이고, 비정규직 여성비율이 높고 성별 임금격차가 크며, 장시간 근로와 전일제 중심으로 일과 생활의 조화가 어렵고, 시간제 비중과 유연근무제 활용이 낮으며, 여성에 대한 차별과 유리천장이 지속되는 점 등을 여성고용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유희정 여정연 선임연구위원은 ‘취업모를 위한 육아지원정책의 과제와 전망’ 주제 발표에서 육아지원 사각지대인 오후 8시 전후까지 야간돌봄 지원, 영아에 대한 가정 내 양육지원, 단순노무종사자와 같은 휴일근로 취업여성 지원, 국공립 기관 확대 설치, 육아휴직 사용 정착 등 기업의 육아지원 근무환경 개선 문화 확산, 육아지원 서비스 수준 향상 등이 향후과제라고 말했다.  주제발표 후에는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최문선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개발과과장, 김영중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장, 나성웅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과장,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수, 이미화 육아정책연구소 기획경영실장이 지정토론을 벌였다.  이명선 여정연 원장은 “이번 행사가 2014년 여성고용대책의 성과와 과제를 점검함으로써 향후 여성고용 확대와 경력단절 예방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2014년 여성고용대책의 의의와 과제 및 취업모를 위한 육아지원정책의 과제와 전망을 모색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2013년 6월 ‘고용률 70% 로드맵’ 발표 후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과제인 여성고용률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지난 2월 4일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과 10월 15일 ‘여성고용 후속ㆍ보완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 결과 최근 15세이상 여성고용률이 2014년 5월 처음으로 50%를 돌파하는 등 고용호조세가 지속되고 남성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임산부 우울함 느낄수록 자녀 아토피·비염 가능성

    임신 중 스트레스와 출산 전후 우울감이 자녀의 알레르기 질환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 육아정책연구소가 만 5세 아동 1583명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거쳐 작성한 ‘어머니 정신건강과 자녀 알레르기 질환의 발생’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 전 우울증을 겪은 산모의 자녀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알레르기 비염 발생률이 1.3배 높았다. 출산 1개월 후, 6개월 후 산모가 우울 증상을 보여도 자녀의 알레르기 비염 발생률은 각각 1.5배, 1.4배로 치솟았다. 또 출산 6개월 후 산모에게 우울 증상이 있으면 자녀의 천식 발병률은 1.6배 늘었고, 천식 증상의 하나로 숨을 쉴 때 가슴에서 쌕쌕거리는 소리를 내는 천명 발생 위험도는 1.8배로 커졌다. 아토피 피부염 발병률도 우울증 산모의 자녀가 1.3배 높았다.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포함한 출산 전후 어머니의 정신건강이 자녀의 알레르기 질환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해외에서 몇 차례 발표됐지만 한국인도 그렇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조사는 처음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서울아산병원 소아 천식 아토피센터 홍수종 교수는 “이번 결과로 미뤄 볼 때 출산 전후 산모의 우울과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감소시키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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