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미술의 만남/이색 전시회 2제
◎한국대표시인 주제미술전김소월 작품 등 현대명시 40점 형상화/기계도 오르가슴을 느낀다하재봉 시집 「발전소」서 얻은 영감 표현
시와 미술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두개의 전시회가 눈길을 끈다.서울 학고재 화랑(7394937)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대표시인 주제미술전」과 서울 녹색갤러리(3234941)의 고경호씨 개인전 「기계도 오르가슴을 느낀다」가 그것.
시를 빌려온 미술전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하나는 전통적 시화전 형식을,다른 하나는 설치미술의 파격을 택하고있어 전통과 첨단의 흥미로운 대조를 보여준다.
학고재의 「…주제미술전」은 우리 현대 시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시인들의 작품 40편에 한국화단의 중견작가들이 그림을 그린 이례적인 전시회.24일까지.실천문학사가 「문학의 해」를 맞아 시화의 기념비적 자취를 남긴다는 뜻에서 마련했다.덧붙여 이 전시회의 시화들을 그대로 수록한 시화집 「그림으로 읽는 한국의 명시」도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됐다.
전시회의 특징은 우리 현대시사에 큰 획을 그었던 시인들의 성격까지철저히 파고들어 작품내용을 심도있게 다뤘다는 점.무엇보다 현대시 역사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고 지난 현대시사의 공과를 점검,내실을 다진다는 기획 아래 기존 시화전의 형식과 내용을 과감히 탈피했다는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화가 강요배씨가 김소월의 「진달래꽃」,신학철씨가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김병종씨가 정지용의 「향수」,손장섭씨는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황영성씨는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주재환씨는 이육사의 「청포도」,윤명로씨는 이상의 「꽃나무」,김용철씨는 김광균의 「설야」,김호득씨는 박목월의 「나그네」,김정헌씨는 조지훈의 「승무」,이만익씨는 윤동주의 「별헤는 밤」,오수환씨는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여운씨는 신경림의 「갈대」,임옥상씨는 고은의 「문의마을에 가서」,강연균씨는 김지하의 「비」등을 형상화 했다.
이에 견줘 10월5일까지 열리는 「기계도…」는 하재봉씨의 시집 「발전소」에서 얻은 영감을 표현한 작품.시집이 담고있는 강렬한 에너지와 욕망을 스테인리스·철·알루미늄·납 등 주로 금속재료에 의존해 형상화한 설치물들이 갤러리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다.특히 시집 「발전소」에서 채집한 언어를 30여개의 아크릴 박스에 새기고 박스마다 그 시어를 생각할때 떠오르는 오브제를 나란히 배치한 것은 언어와 형상과의 대화를 의도한듯 보이는 재미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