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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회] 이젠 의원하기 달렸다

    [의회] 이젠 의원하기 달렸다

    ‘이제는 의원들의 수준높은 의정활동을 기대한다.’ 15일 올해 첫 임시회를 개최하는 서울시의회(의장 임동규)에 시민들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몇개월 동안 시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이 대폭 확충되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는 의회의 정책보좌 기능을 높이기 위해 지난 하반기 의회내에 정책연구실을 설치하고 각계 전문가 32명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들은 서울시의 주요정책 및 사업을 분석·평가하고 예산·결산 등 재정정책을 조사분석하는 등 시 의원들의 의정활동 전분야를 지원하는 브레인 역할을 하게 된다. 시의원들이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의정활동에 얼마만큼 반영할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석·박사급 16명 상임위별 배치 또 지난 4일에는 의회 전문인력 16명을 선발, 조만간 상임위원회별로 1∼2명씩 배치해 의원들을 보좌하게 된다. 이는 지방의회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시의회에만 존재하는 석·박사급 전문인력으로, 이들의 활용도에 따라 의원들의 의정활동 수준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시의회는 의회사무처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역량을 높이기로 하는 등 의정활동 지원을 위한 구성원들의 질적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의정지원 시스템도 크게 달라진다. 회의진행 과정을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등 운영 시스템이 디지털화된다. ●인터넷 여론조사시스템 구축 추진 서울시의회는 올 상반기내 본회의장에 전자 투표 시스템을 설치하고 회의진행 과정을 담은 가상 시나리오를 제작, 직원들의 전문화 교육에 활용하며 여론조사 시스템도 구축한다. 가상 시나리오는 의회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 회의 과정들을 예측한 영상물로 DB화해 의회의 전문성을 높인다. 이 시스템은 지방의회로서는 처음으로 갖추는 것으로 의회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3000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돼 터치 스크린을 통한 검색 네트워크까지 갖춰 의정의 디지털화를 선도하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인터넷망을 통한 ‘여론조사 시스템’ 구축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의회 사무처의 한 간부는 “시스템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보완됐다.”며 “수준높은 의정활동을 이끌어 내는 것은 이제 의원들의 적극적이고 올바른 활용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산하기관 탐방] 수원 작물과학원

    [산하기관 탐방] 수원 작물과학원

    올 가을에는 ㎏당 1만원이나 하는 국내에서 가장 비싼 쌀이 선보인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농촌진흥청 산하 ‘작물과학원’은 수입 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세계 최고 품질의 쌀을 생산한다. ‘제2의 쌀 혁명’이 본격 시작된 셈이다. 제1의 쌀 혁명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시에는 통일벼를 통해 주곡 자급화에 초점을 둔 ‘양의 혁명’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질의 혁명’이다. 이를 위해 작물과학원 소속 370여명의 연구진이 총 동원된다. 작물과학원은 본원과 호남·영남농업연구소 등 2개연구소, 목포시험장 및 5개출장소로 구성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물연구기관이다. 다수확 및 고품질 쌀을 비롯한 기능성 쌀 등 다양한 쌀 품종 개발과 수확후, 기술 보급이 주된 업무다. 맥류 중심의 실용화 연구와 함께 특용·약용 소득작물 연구 육성 등은 산하 연구소 및 시험장에서 담당한다. 그동안 13개작물 30개의 신품종을 개발, 등록을 완료했다. 특히 올해부터 본원을 중심으로 본격 연구하게 될 ‘최고 쌀’ 품종은 국제적으로 맛에 있어서 최고 점수를 받은 일품벼를 업그레이드한다. 첨단기술을 총투입해 저비료·저농약인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다음 최적 상태에서 수확해 적정 건조와 저장 과정을 통해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금이 가거나 깨진 쌀을 제외한 완전미의 비율은 98% 이상으로 가공한다. 수요에 따라 백미 가공과 청결 세척 후 시중 유통은 여름철은 15일, 겨울철은 30일 이내로 한정한다는 엄격한 품질 규정도 세웠다. 기능성 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식이섬유 함량이 높고 소화되기 어려운 전분을 지닌 비만억제용 쌀 보급을 앞두고 있다. ‘고아미2호’로 명명된 이 품종은 . 지난 3년간 재배 안전성 시험을 거쳐 최근 정식 품종으로 출원됐으며 올해부터 각 농가에 종자를 보급할 계획이다. 비만환자의 경우 체질량 지수와 혈액내 중성지방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임상실험 결과 입증됐다. 이 곳에는 일반인을 위한 시설도 갖추고 있다. 노루오줌, 능소화, 기린초, 지황, 당귀 등 500 여종이 넘는 국내 약용식물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약용식물원.2002년 조성된 식물원은 8000㎡ 규모로, 약용식물원과 약용수목원, 약용식물 유전자원 보존포 등으로 구성됐다. 봄부터 일반에 개방되며 국내 약용식물의 재배 환경과 효능에 관한 교육도 실시한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보건소 탐방-화성시] 어르신 ‘건강지킴이’

    [보건소 탐방-화성시] 어르신 ‘건강지킴이’

    경기도 화성시보건소만큼 주민 이용률이 높은 보건소도 드물다. 도·농 복합도시로 의료기관 수가 부족한데다 접근성마저 좋지 않는 등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보건소를 찾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태수 보건소장은 “지역이 넓고 인구가 분산돼 있다 보니 의료서비스의 환경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은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진료소 및 지소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계층별 다양한 시민건강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진료소·지소 늘려 의료수요 충족 건강프로그램은 노인과 주부·청소년·유아 등 연령대별로 나뉘어 운영하고 있어 주민들의 반응이 좋다. 특히 효(孝)를 중시하는 지역 분위기를 반영한 듯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건강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우정읍사무소 다목적실에서는 25일 ‘건강백세 요가 교실’이 문을 연다. 오는 5월3일까지 주 2회 운영되는 요가교실은 명상과 단전호흡, 요가동작 등 순으로 진행된다. 요실금과 구강관리 등 보건교육도 마련된다. 참가비는 없다. 또 다음달 14일부터는 보건소에서 한방기공체조교실을 무료로 운영한다. 기공체조는 몸 안에 생체 에너지를 발생시켜 각종 질병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 강사가 월·목요일에는 기공체조를, 금요일에는 생활체조를 가르친다. 태안보건상담소에서도 다음달 14일부터 ‘은빛 건강만들기’ 사업을 시작한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건강한 노후관리 및 올바른 건강정보 제공을 위해 마련한 이 사업은 경로당 또는 노인정을 찾아가 4주간 집중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혈압·당뇨·심혈관질환·체지방 등 각종 검사에 이어 뇌졸중·고혈압·당뇨예방을 위한 보건교육과 관절유연 운동·스트레칭·치매예방 체조 등이 진행된다. 관내 7개 노인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건강강좌와 보건소 재활물리치료실에서 운영하는 평생건강운동교실도 인기. ●출산교실, 구강보건실도 운영 보건소는 임산부가 출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없애고 당혹스러운 문제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출산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보건소 컨벤션 홀에서 열리는 출산교실은 첫째주 임신시 태교 및 몸놀림에서부터 단계적으로 분만과정, 호흡법, 성공적인 모유수유 방법 및 마음가짐, 산후음식 및 산후체조 등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준비됐다. 또 임신 중 불편감의 원인과 대책, 태아의 발달과정, 분만의 종류와 방법, 출산 진행단계, 출산의 진통 줄이기 실천 등의 교육도 병행된다. 최근에는 농어촌마을 학교인 서신초등학교에 ‘구강보건실’을 설치했다. 이 지역에는 치과의원이 전혀 없어 학생과 학부모들이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웠다. 구강보건실은 올 3월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보건소 소속 치과의사와 치위생사 각 1명씩이 학교에 출장하여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구강검사, 치아홈메우기, 불소도포, 스케일링, 충치치료 등 포괄적인 구강보건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건강한 치아 관리를 위한 구강보건교육도 병행할 예정이다. 보건소측은 “각종 보건사업이 치료위주의 사업에서 예방위주의 사업으로 전환해 가고 있다.”며 “학교구강보건사업은 어린 학생들에게 예방처치를 통한 구강질환의 발생을 저하시키고 교육을 통해 스스로 구강관리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김진표 교육號’ 정책방향] “産·學·硏 클러스터사업 역량 집중”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가 교육부총리로 취임하면서 그동안 추진되어 온 대학개혁 정책이 급물살을 탈 것 같다. 외형적인 구조조정은 물론 기업의 요구에 맞춘 대학 교육과정에 대한 ‘수술’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자원부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산업체와 대학, 연구소가 서로 연계·운영되는 혁신 클러스터 사업도 크게 힘을 받을 전망이다. 김 부총리는 28일 가진 취임식과 기자간담회에서 “우수한 인적자원의 개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과제”라고 전제한 뒤 “근본적으로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81%로 미국의 61%, 일본의 50%대에 비해 훨씬 높고, 불과 10년 사이에 대학생이 두 배 반이나 늘어났다.”고 지적하고 “산업사회에서 그분들에게 일자리를 충분히 줄 수 있을 정도로 교육에 맞추기는 어렵고, 교육도 나홀로 가서는 안 된다.”면서 “근본적으로 산업체와 대학, 연구소가 연계해 (산업체가) 필요한 인재양성 체제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학가는 급속도로 적자생존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현재 오는 2009년까지 대학과 전문대, 산업대를 포함해 전국 347곳의 대학 가운데 25.1%인 87곳을 통·폐합 등을 통해 구조조정할 방침을 정한 상태다. 게다가 산업체가 원하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김 부총리의 생각을 고려할 때 외형적인 구조조정은 물론 경제계에 불만이 팽배한 대학과 전문대의 교육과정도 산업계의 요구에 맞춰 대폭 바뀔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이와 관련,“현재 추진되고 있는 산학연 클러스터 사업에 정책을 집중해 현장의 기술자와 고급 연구인력, 대학의 학부 및 대학원생, 박사들이 함께 연구하도록 할 방침”이라면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산업체는 경비를 절감하고,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은 경험을 쌓고 창의성도 기르며,(대학은) 산업체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부총리는 초·중등 교육에 대해서는 기존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3불 정책의 원칙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그 범위 안에서 대학 자율권을 확대하겠다.”면서 “평준화 제도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는 등 그동안 추진해온 교육정책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공직이 변해야 나라도 변한다] (4)부산시 정창규 기술감찰팀장

    [공직이 변해야 나라도 변한다] (4)부산시 정창규 기술감찰팀장

    “부실 공사는 물론 귀중한 혈세 낭비를 막고 있다는 자부심 하나로 뛰고 있습니다.” 올 들어 부산시로부터 토목 관련 설계 및 공사 용역을 발주받는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건설분야 예산 지킴이’인 부산시 감사관실 기술감찰팀의 감시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감찰팀은 지난 2002년 전국 처음으로 사전 감사제를 도입,‘선 시공 후 감사’라는 관행에서 벗어나 설계 용역에서 공사 발주, 시공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감사해 수백억원의 예산 낭비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뒀다. 지휘봉은 체계적이고 빈틈 없는 일처리로 정평이 난 정창규(53·5급) 기술감찰팀장이 잡았다. 부산시는 3년 전부터 시가 발주하는 20억원 이상 대형 건설공사에 사전 감사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법과 과업내용 적정성 등에 따라 공사비가 크게 차이 나는 데도 설계용역 발주 단계에서는 사전 감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같은 맹점을 간파한 정 팀장은 지난해부터 설계용역 발주에 대해서도 감사를 사전에 실시하는 등 감사 기능을 확대, 성과를 높이고 있다. 국민체육센터 건립공사 설계용역에서는 용역업체가 지하 수위를 잘못 산정한 것을 적발, 차수막 설치비 4억 3000여만원의 과다 지출을 시정토록 했다. 또 정관산업단지 진입도로 터널공사 건설용역 결과를 현장 검증 등을 통해 면밀히 검토, 버팀목 비용이 과다 책정된 것을 밝혀내고 22억원의 예산을 삭감토록 하는 등 지난 한해 동안 총 211개 용역 및 사업체에 대한 사전 감사를 벌여 242억여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올렸다. 그는 “일부 건설업체와 용역업체들이 예산 산정시 과다계상 등 ‘수치 놀음’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런 수법은 통하지 않는다.”고 경종을 울렸다. 그는 시민단체와 NGO, 외부 전문가 등 민간 참여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한편 기획 감사도 준비 중이다. 그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상·하수도 설치공사 때 생기는 ‘흙 재활용’ 방안. 부산시 조례에는 상·하수도관 설치 때 발생하는 흙은 내다버리고 모래를 깔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례를 개정해 파낸 흙을 다시 사용하도록 한다는 것. 토목 시공기술이 향상돼 파낸 양질의 흙을 되메워도 침하 등 부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모래 대신 흙을 사용할 경우 연간 10억∼15억원의 예산 절약은 물론 환경보호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또 이달 중으로 ‘사전 감사 적발사례집’을 발간, 민간업체 등에 배포하는 한편 홍보교육도 할 계획이다. 그는 토목분야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최근 대한토목학회가 주는 ‘기술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토목분야의 기술 및 학술 발전에 공로가 큰 기술자에게 수여하는 국내 토목계 최고의 상으로, 공직자가 받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지난 77년 부산시 지방기술직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부산지하철 1호선, 광안대교, 남항대교, 구포대교, 동서고가도로, 수영3호교 공사 등 부산시의 굵직굵직한 대형 건설사업에 참여했다. 또 지난해 경성대에서 토목공학박사 학위를 획득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실력파로 인정받고 있으며, 후진 양성을 위해 대학에 출강도 하고 있다. 그는 “공직 혁신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쉽지만 눈에 띄지 않는 사소한 것부터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센터개관 신고합니다 더욱 힘껏 활동하세요

    센터개관 신고합니다 더욱 힘껏 활동하세요

    자원봉사자들의 보금자리가 문을 연다. 오는 2월 개관하는 ‘동작자원봉사센터’가 그곳이다. ●동작구, 자원봉사센터 2월 문열어 동작구는 다음달 1일 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펼치는 공간이자 배후 기지가 될 동작자원봉사센터 개관식을 갖는다. 지자체 단위로는 전국 최초의 자원봉사센터 건물이다. 일종의 ‘자원봉사 본부’가 동작구에 생기는 셈이다. 노량진동 325의5 부지 216평에 들어서는 동작자원봉사센터는 동작구가 지난 99년 출범시킨 동작자원봉사은행의 본부.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에 연면적 434평 규모다. 지난 2003년 12월에 착공,1년여만에 완성됐다. 시비 20억원 등 모두 27억 8000여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탁아소·교육·상담·건강관리실 등 갖춰 동작자원봉사센터에는 다양한 시설도 들어선다. 센터 1층과 2층에는 체계적으로 자원봉사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교육실과 상담실이 자리잡는다. 지하 1층 건강관리실은 물리치료 교육장으로 활용된다. 지하 2층 식당은 어르신 생일파티 장소로, 지하 1층 어린이방은 무료 탁아소로 개방될 예정이다. 이밖에 자원봉사자들 모임의 장으로도 활용될 계획이다. 동작구 주도로 처음 만들어진 자원봉사은행은 이웃의 농사일을 도와준 만큼 다른 이로부터 도움을 받는 미풍양속인 품앗이 제도와 필요할 때 저축한 돈을 찾아 쓰는 은행제도가 결합된 것. 일종의 ‘봉사 품앗이’다. 동작자원봉사은행은 ‘사랑나눔통장’을 통해 봉사자의 자원봉사시간을 일일이 적립해 준다. 봉사자는 적립된 봉사 시간만큼 필요할 때 자원봉사은행에 인출을 요구, 다른 봉사자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10일 현재까지 자원봉사자 수는 성인 1만 458명과 청소년 6011명 등 모두 2만 69명. 이들은 지금까지 7169명에게 52만 9000여시간의 봉사 활동을 펼쳤다. 현재 경기도 성남시 등 전국 50여개 지자체에 확산될 정도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품앗이 은행’ 전국 지자체서 벤치마킹 동작자원봉사은행은 봉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성인 봉사자의 44%인 6170명이 봉사 교양강좌를 받았다. 또 958명이 자원봉사 총론, 지역사회 자원봉사, 자원봉사 실례 등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대학을 수료했다. 봉사자들은 ▲독거노인 돕기와 결손가정 돕기를 위한 재가 봉사 ▲양로원, 재활원 시설돕기 등 사회복지시설 봉사 ▲무료 외국어, 의료지원 등 전문 봉사 ▲환경보호활동, 재활용품 수집 등 지역사회 봉사 등 모두 50개 분야에서 ‘이웃 사랑’을 활발히 실천하고 있다. 김우중 구청장은 “올해는 자원봉사자와 수혜자를 각각 2만 2000명,7000명으로 늘려 동작구를 ‘자원봉사의 천국’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부처 인사기능 대폭 강화

    앞으로 각 부처의 인사 기능이 대폭 강화된다. 중앙인사위의 인사업무 상당수가 각 기관에 이양돼 부처의 자율권이 대폭 확대되는 것과 함께 인사기능도 강화되는 것이다. 중앙인사위원회는 16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인사혁신역량강화지침’을 마련, 각 기관에 시달했다고 밝혔다. 인사위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다면평가제, 직위공모제, 개방형 직위 등 새로 도입된 제도가 많은데다, 지난해부터 인사위가 갖고 있던 업무의 상당수가 각 부처에 이양되면서 각 부처의 인사 기능 강화와 전문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은 각 부처에선 단순반복적인 인사관리업무를 주로 했었다. 인사위는 원칙적으로 부처의 인사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하되, 그 운영성과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평가결과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인사위는 앞서 4·5급의 신규발령·승진임용권을 올해부터 소속 장관에게 위임하는 등 모두 82건에 대해 업무 이양이나 폐지·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각 부처별로 인사행정 전담부서를 설치해 인적자본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토록 유도하고 있다. 부처의 특수성을 고려해 인사행정전담부서 설치가 어려운 경우에는 인사행정팀 등 과(課)와 유사한 소규모 보조기관을 설치토록 했다. 인사위가 집계한 결과 51개 기관 가운데 33개 기관은 인사행정전담부서가 있지만,18개 기관은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인사행정전담부서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대부분 총무과에서 인사업무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관성 있고 예측가능한 인사를 위해 중장기 인력수급계획과 부처 특성에 맞는 독자적인 인력운영시스템을 마련토록 했다. 더불어 인사행정 담당 직위를 ‘핵심분야전문직위’로 지정해 우수인력의 지원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4급 내지 6급을 인사담당 직위로 정하되, 그 이외의 직급을 지정할 경우는 인사위와 협의해 정하도록 했다. 전문직위로 지정되면 해당 공무원에게는 월 3만∼10만원의 전문직위수당이 지급된다. 또 경력평정 때 가점이 부여된다. 대신 3년간 의무적으로 근무를 해야 하는 등 전보가 제한된다. 인사전문가를 충원할 때는 부처 내뿐만 아니라 다른 행정기관의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직위공모를 통하도록 했다. 각 부처 인사담당자들의 교육도 강화된다. 부처 특성에 맞는 자체 인사담당자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훈련을 마련하고 최소한 1년에 1회 이상 전문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 인사 담당공무원 임용 전에 미리 인사전문교육을 이수토록 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시론] 美박사 필요없게 대학신뢰 높여야/신방웅 충북대 총장

    [시론] 美박사 필요없게 대학신뢰 높여야/신방웅 충북대 총장

    정치·경제·문화 등 세계를 주도하는 강대국들은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국가의 중심에 서 있다. 그것은 대학이 우수한 인적자원을 배출하고 그 인력은 국가를 강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즉,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것이 교육이기에 국가적인 관심사일 수밖에 없으며, 우리나라도 교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열의는 상당한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은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입시문제 등으로 지난 한해 떠들썩했다. 또 대학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도 세계화가 확산된 지금 우리의 교육도 국제적인 시각과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더 도태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무엇이 문제이며 경쟁력을 갖기 위해 무얼 해야 하는가. 고등학생들은 시간도 없고 갈 곳도 없다. 학교교육이 끝나면 많은 학생들이 곧바로 과외를 받으러 간다. 학생들은 밤늦게까지 사교육에 혹사당하고 학부모는 사교육비를 부담하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정부도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노력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일류대학 진학을 위해 과외를 받고, 학생과 학부모 모두 과외수업을 받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입시 위주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영어단어나 수학공식을 하나 더 외우게 할 뿐이다. 정작 더 중요한, 청소년기에 완성되어야 하는 인성이나 창의력을 기르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또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고 열심히 노력하기보다는 어느 대학에 입학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얼마 전 한국의 ‘기러기 가족’에 대한 기사가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한국의 조기 유학생 급증으로 가족이 국내·외에서 떨어져 사는 가족에 대한 기사다. 그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는 직업과 사회적 지위 등 많은 것들이 시험성적에 의해 결정되고, 창조성이나 진취성이 부족한 나라로 소개되고 있다. 또 미국 고등교육전문 주간신문인 ‘더 클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의 출신 학부별로 보면 20위권 내에 국내 대학이 4곳이나 포함되어 있다. 반면 이웃 일본의 대학들은 순위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일본의 해외 유학이 많지 않은 것은 바로 대학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교육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교육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즉, 사교육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자식만을 생각하는 편협된 생각에서 벗어나 범국가적 생각을 가져야 하며 동시에 학교교육을 신임해야 한다. 또 고등학교에서는 인성과 창의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대학에 와서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타파하고 학생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교육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러나 지난 외환위기에 금모으기 운동에서 보듯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이 단합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저력을 지닌 민족임을 세계에 보여주었다. 위기상황에서 빛나는 우리 국민성은 교육문제에 있어서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는 합리적인 교육정책을 내 놓아야 하며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동시에 교육분야에 재정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하며, 국민은 정부의 개혁의도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이런 교육환경이 조성되면 우리 교육은 질이 높아지고 경쟁력을 갖추게 되어 해외유학도 자연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앞으로 교육개혁에 있어서도 국민 모두의 화합으로 한국인의 저력을 다시금 보여주길 기대한다. 신방웅 충북대 총장
  • 부패방지팀 가동 1년만에 ‘클린 한국전력’

    부패방지팀 가동 1년만에 ‘클린 한국전력’

    한국전력이 ‘깨끗한 회사’로 확 바뀌었다. 한전은 그동안 전기공사 시공업체와 각종 민원인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금품수수 등 불미스러운 일이 적지 않았으나 지금은 말끔히 사라졌다. 부패근절을 위한 1년간의 ‘치밀한 작전’ 덕분이다. ●수년째 하위권에서 획기적인 변신 지방도시에서 전기시설 시공업을 하는 A씨는 지난해 초 한전의 지방사업소로부터 5000만원짜리 공사를 수주하면서 사업소의 중간 간부에게 200만원을 사례비로 전달했다. 지난해 설 명절을 앞두고 30만원짜리 선물에 30만원어치 상품권을 보태 선물한 적이 있다. 그런데 자신의 사업장 근처에 있는 전신주에 문제가 생겼다. 신고를 받고 나온 현장 직원이 신속한 처리를 대가로 웃돈을 요구했다. 그는 답답한 노릇이었지만 5만원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고 한전 중앙본부의 부패실태 조사반에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같은 부패 사례는 이미 옛일이 되고 말았다. 한전은 국무총리실 산하 부패방지위원회가 민원인 7만 5317명을 대상으로 2004년 공공기관 청렴도를 조사한 결과,1년 사이에 가장 많이 향상된 기관 1위로 선정됐다. 한전의 종합청렴도 점수는 10점 만점에 8.92점. 전년도에 비해 2.92점이 올라 향상도가 313개 정부부처·자치단체·공기업 등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청렴도 점수는 조사대상 평균보다 0.26점 높았다. 한전은 2003년엔 5.80점,2002년엔 4.47점으로 수년째 하위권을 맴돌던 처지에서 종합 4위로 올라섰다. ●투망식 부패방지 작전 한준호 한전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직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깜짝 놀랐다. 한전이 해마다 실시하는 부방위의 청렴도 조사에서 바닥을 헤매고 있었기 때문이다.‘무슨 인허가 업무가 그리 많다고 이렇게 썩었단 말인가.’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직원은 부패의 실상에 대해 무감각한 모습이었다. 부패를 뿌리뽑지 않으면 회사가 망할 지경이었다. 한전은 전국 사업소에서 가장 청렴하다고 소문난 과장급 직원 18명을 뽑아 감사실에 배치하고 부패방지팀을 만들었다. 전권을 부여받은 18명은 1주일 동안 합숙하면서 아이디어를 짜냈다. 우선 의식을 바꾸고 제도를 보완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전국 239개 사업장을 돌면서 1만 7000여명 전 직원을 대상으로 부패방지에 대한 정신교육을 했다. 소장급 간부 271명은 추가로 불러 거래업체와의 관계 등에 대해 별도교육을 했다. 일반 연수에도 부패방지 시간을 배정했고, 사이버교육도 수시로 했다. 이쯤되자 직원들의 입에서는 “부패라는 말만 들어도 소름이 끼친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이어 청렴계약 규정을 만들었다. 이를 어긴 입찰업체에는 2년 동안 입찰자격을 제한했다.300만원 이상의 공사에 대해서는 전자입찰을 실시했고, 수의계약의 범위를 200만원 이하로 줄였다. 모든 공사에는 표준집을 만들어 그대로 시행하도록 했다. 표준집은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도 채택할 정도로 우수하게 만들어졌다. 부패방지 활동이 활기를 띠면서 부패에 취약한 업무에 대해 집중적인 감찰활동을 했다. 한전에서 부패에 취약한 업무는 신규 전기공사를 한 건물 등을 대상으로 한 사용전 점검 업무다. 한전의 인증이 떨어져야 전기계량기를 설치하고 전기를 사용하게 된다. 이 때문에 사업주들은 점검을 나온 한전 직원에게 1만∼15만원의 수고비를 주고 서둘러 인증을 부탁하곤 한다. 암행감찰반은 전국을 돌면서 4건의 부패현장을 적발했다. 부조리 신고전화에 신고하면 포상금도 지급했다. ●단돈 10만원에 목숨 걸지 말자 직원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높은 강도의 부패방지 교육이 효력을 나타냈다. 우선 ‘단돈 10만원에 목숨 걸지 말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회사는 직원들의 고소득을 보장하는 대신에 그에 걸맞은 능력과 품위를 요구했다. 이어 불우이웃돕기, 헌혈행사, 자원봉사 등을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직원들도 ‘봉사참여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했다. 한 사장은 앞으로는 직원들이 글로벌 에너지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깨닫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부패방지팀 관계자는 “기업부패의 폐해를 직원들 스스로 느끼고 깨닫게 함으로써 회사 방침 때문에 참여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치밀한 계획을 짠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서해 관광명소로 변모 한국전력은 지난해 서해상에 세계적인 볼거리 하나를 만들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도에 국내 최대용량의 화력발전소 2기를 지었고, 발전소에서 경기도 시흥까지 세계최대 규모의 해상 송전선로를 완공했다. 영흥발전소는 해마다 전력부족으로 공급 중단의 위험에 놓이는 수도권 지역에 차질없는 전력공급을 책임지게 됐다. 기존의 50만㎾급 화력발전소에 비해 출력을 60% 이상 향상시켜 국내 최대용량인 80만㎾급 발전소로 건설됐다. 그러면서도 연료는 석탄을 사용, 액화천연가스(LNG)에 비해 연료가격을 3분의1로 낮췄다. 연간 5873억원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첨단공법으로 친환경시설도 잘 갖춰 1999년 착공 당시 온수 배출에 따른 해수온도 상승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깨끗이 잠재웠다. 한국전력과 발전소 운영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은 1716억원을 들여 선제대교와 영흥대교도 지어 지역주민들로부터 대환영을 받고 있다. 영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까지 공급하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해상송전 선로도 일반인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발전소에서 대부도와 시화호를 거쳐 신시흥변전소까지 78㎞ 구간에 600m 간격으로 송전탑 137기를 세운 것이다. 대부도에서 바라보면 바다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높이 솟은 탑이 장관을 이룬다. 해상구간 송전탑의 높이는 세계 최고인 170m에 달한다. 송전탑에 겹겹이 걸쳐져 지나는 전선의 길이는 자그마치 1900㎞로, 서울과 제주(452㎞)를 네번 왕복할 수 있다. 이같은 규모의 송전탑 건설을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에 세계에 자랑할 만한 기술로 꼽힌다. 우선 송전탑의 간격이 일반 송전탑의 간격(350m)보다 훨씬 길다.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고장력 내열전선’ 덕분이다. 또 태풍이나 지진, 파도, 염해 등 해상의 악조건에도 송전탑이 바다 속에서 끄떡없이 지탱할 수 있는 밑바탕에는 신공법과 특수자재의 역할이 크다. 시화호의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철 구조물의 겉은 모두 특수코팅 처리했다. 영흥발전소와 해상선로 건설은 5년4개월이나 걸린 난공사였다. 총 사업비는 2조 3174억원, 연간 작업인원만 275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발전설비의 효율성을 높이고, 해상을 관통하는 놀라운 건설공법으로 연간 9623억원의 외화를 절감했다. 한국전력 홍혁 홍보실장은 “한마디로 신기술 개발과 환경보호, 외화절약의 3박자를 모두 만족시킨 대역사(大役事)”라면서 “우리나라와 한전의 큰 자랑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한준호 한국전력 사장 “공기업의 윤리경영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한준호(59) 한국전력 사장은 요즘 공기업들 사이에 불고 있는 윤리경영과 구조조정 바람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올해 초 부패방지위원회의 청렴도 조사에서 한전이 높은 평가를 받은 데 대해 “한전의 모든 가족들과 함께 축하받고 싶다.”며 뿌듯하게 여겼다. 한 사장은 이어 “한전은 수년 안에 글로벌 에너지그룹으로 발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걸맞은 모습으로 변신해야 한다.”면서 “우선 윤리경영과 열린경영을 정착시켜 구태의 이미지를 벗는 것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지역사업소에도 책임경영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사장은 최근 과장에서 부장으로 세 직급을 파격적으로 승진시킬 수 있는 권한을 사업소장에게 위임했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기초생활수급자 가구의 경우 2개월 이상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도 혹서기(7∼8월), 혹한기(1∼2월)에는 일반 가구와 달리 단전을 하지 않고 있다. 한전은 지난 5년을 끌어온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배전(配電)분할 추진의 중단’으로 가닥이 잡히자 필리핀, 중국 등 해외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 사장은 “한전이 현재 필리핀 전체 발전의 14%를 책임지고 있다.”면서 “세부(Sebu)섬에 지을 20만㎾급 화력발전소를 세계 신혼부부들의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재임 중 그의 꿈은 중국 전역에 건설될 30기의 원전 사업을 한전이 주도할 수 있는 기틀을 세우는 것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국회 신행정수도 토론회 ‘행정특별시 위헌’ 의견 엇갈려

    국회 신행정수도 토론회 ‘행정특별시 위헌’ 의견 엇갈려

    국회 신행정수도특별위원회(위원장 김한길)는 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정부측이 마련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 3개안과 다기능복합도시안 등을 놓고 토론회를 열었다. 황희연 충북대 교수, 윤철현 동아대 교수, 이광윤 성균관대 교수, 허재완 중앙대 교수가 주제발표자로 나서 각 안에 대한 적실성을 역설했다. 행정특별시 안은 위헌소지가 있다는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조만간 3개안을 단일안으로 압축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최종 대안이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지 주목된다. ●행정특별시안(황희연 교수) 후속 대책의 주된 목적을 새로운 국토공간 질서의 구심점 형성에 두고 대안도시가 갖추어야 할 공공기관 이전효과, 수도권 기능 분산효과 등 요소들을 중심으로 평가하면 행정특별시가 적합하다. 행정중심도시는 기능 보강과 특별시로서의 법적 지위 부여 등의 보완책이 따르면 가능한 수준이다. 국회와 청와대를 서울에 둔 상태로 중앙부처의 일부나 전부를 이전하는 것은 당초 신행정수도 건설계획과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에 따르더라도 위헌사항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중앙부처 대부분을 충청권으로 옮기면 행정 효율성의 저하는 불가피하다. 대안도시의 계획인구를 50만명으로 할 경우 정부의 3개안 모두 총사업비는 각각 45조 6000억원 정도로 대동소이한 것으로 추정됐다. ●행정중심도시안(윤철현 교수) 국토 구조의 거시적 틀은 수도권을 정점으로 부산권과 광주권이 양극단을 이루는 수직축의 개발구조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양대 축을 따라 성장 요소가 수도권에 집중될수 밖에 없다. 즉, 국토구조는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균형적 구조가 아니다. 균형적 구조가 되기 위한 조건은 서울, 부산, 광주의 각 권역이 상호 연결된 3극체계화이다.3극체제를 능률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작동시키는 수단이 행정중심도시이다. 청와대를 포함한 국가 중추관리기능 일체를 수용할 필요는 없다. 행정부만 수용하고 나머지는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욱이 여타 지역을 달래기 위한 정부 기관의 지방 배분과 같은 방법은 타당하지 못하다. ●교육과학연구도시안(이광윤 교수)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국회와 대통령의 직무수행지는 이전할 수 없고, 대통령을 제외한 행정부도 분산배치는 가능하나 통째로 옮기는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어긋난다. 대안은 중요한 국가기관을 서울이 아닌 도시로 이전하지 말거나 행정기관의 일부나 사법기관을 이전하는 방법일 수 밖에 없다. 또 행정기관의 일부라고 하여도 그 중심기능의 소재지가 서울을 벗어나는 것은 헌재의 결정 취지에 배치된다. 이에 견줘 교육·과학행정도시안은 법적 성격의 문제를 완전히 벗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소규모에 그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교육·과학 부처뿐 아니라 사회·복지부처도 이전하고 산하 공공기관과 기업도시를 유치함으로써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다기능복합도시안(허재완 교수) 복합형 교육도시는 교육기관 이전을 핵심으로 하되 기업 이전과 행정기관 이전을 병행해 이전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교육·연구·공공기관·기업도시·도시서비스 등 5가지 존으로 구성된다. 교육 존에는 기본적으로 서울대학을 이전하여 배치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수도권 소재 명문사립대의 이전을 유도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수도권 인구분산이 가속화된다. 이와 함께 ‘수도권은 개발된 지역, 비수도권은 낙후된 지역’으로 간주하지 말고 전국을 공간적으로 세분한 뒤 각 지역의 낙후도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구분해서 낙후도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를 시행하고 그에 입각하여 지역별 차등지원을 하는 신지역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정리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이젠 사람입국이다] 2. 평생학습이 가져온 제2의 삶

    [이젠 사람입국이다] 2. 평생학습이 가져온 제2의 삶

    |프랑크푸르트 장택동특파원|“의지만 있다면 배움의 기회는 항상 열려 있습니다. 끊임없이 배우는 것만이 자신과 조직을 발전시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 관리를 맡고 있는 프라포트(Fraport)의 화물통제센터에서 만난 페터 케른(43) 화물관리국장은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졸에 화물노동자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던 케른 국장이 600여명의 직원을 지휘하는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학습의 힘’ 때문이다. 케른 국장은 1979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6년 동안 가게 점원 등으로 일하다 86년 화물창고 노동자로 프라포트에 입사했다. 그는 “사무직으로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자리가 없었다.”면서 “일단 입사해서 기회를 찾아보려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점을 인정받았고, 직속 상사로부터 1대1 현장교육을 받으면서 회사의 운영시스템을 익힐 수 있었다. 급기야 그는 87년 수출문서를 다루는 부서에서 문서수발을 하는 업무를 맡았다. 사무직으로 직종을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겨우 첫걸음을 떼었을 뿐. 고학력자들이 즐비한 사무직에서 승진은 쉽지 않았다. 그는 “대졸자들이 바로 수영을 시작한다면 나는 발장구를 치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고 비유했다. 그동안 그가 사내교육을 통해 배운 과목은 공항경영, 일반경영, 국제경영 등 경영과목을 비롯해 재정회계, 성인교육, 문화차이 인식,MS오피스를 비롯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사용법, 영어(토플) 등 20여개에 이르고, 국제경쟁력 강화 프로그램(KIM)을 이수했다. 이렇게 많은 양의 학습을 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더욱이 회사업무를 집에까지 들고 가서 해야 할 때에는 일을 마치고 밤새 책과 씨름하기도 했다.‘어떻게 어려움을 이겨냈느냐.’고 묻자 그는 “나보다 많이 배운 다른 직원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더 열심히 뭔가를 배워야만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이것이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90년에는 수출문서관리 및 화물창고의 담당관으로 승진했고,99년 수출입문서 및 위험화물관리 부장을 거쳐 지난 2003년 화물관리국장 자리에 올랐다. 16살짜리 딸을 둔 가장에다 중견간부 대열에 들어선 케른 국장이지만 그의 공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자기계발을 계속해야 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부하 직원들을 통솔하려면 나도 공부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프라포트의 사내교육시스템은 독일 내에서도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2002년에는 독일 상공회의소(DIHT)가 주관하고 대통령이 후원하는 ‘교육·훈련 솔선수범상’까지 받았다. 루츠 지베르트 조직발전국장은 “실직자 훈련프로그램부터 시작해 중견간부가 된 직원도 있고, 여러차례 직장을 옮겨다니다 직업안정성 교육을 받고 프라포트에 자리를 잡은 뒤 승승장구하는 간부도 있다.”고 귀띔했다. 프라포트는 ‘프라포트 아카데미’와 ‘프라포트 칼리지’ 등 2개의 사내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아카데미는 400여명의 임원진을 대상으로 하며 위기상황 대처방법, 직원과의 관계 등을 중점 교육한다. 칼리지에서는 1만 2600여명의 일반직원을 가르치는데 신입 직원교육, 기술향상 및 자격증 획득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필요에 따라 외부교육기관과 연계한다. 다음해 실시할 교육을 기획하기 위해 해마다 9∼12월에는 철저한 평가과정을 거친다. 일괄적으로 전사원에게 같은 과목을 듣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별 적성과 필요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또 칼리지에서는 외국어, 컴퓨터 등 직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의 교육도 실시한다.‘미래에 닥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고 직원들의 배우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는 게 프라포트측의 설명이다. 직원들은 ‘Q카드’라는 제도를 통해 교육비를 해결한다.2000년부터 운영 중인 이 제도는 회사에서 1년에 600유로(약 84만원)를 Q카드 계좌에 적립, 직원들에게 교육비로 제공하면 직원들은 Q카드를 이용해 과목별로 등록하는 것이다. 과목당 수강료가 150∼450유로 정도이기 때문에 가격에 맞춰 2,3개 코스를 수강해도 되고 남은 돈은 다음해로 이월해도 된다. 물론 교육비 외의 용도로는 쓸 수 없다. 지베르트 국장은 “회사는 돈을, 직원은 시간을 투자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을 강화한 결과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직률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교육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등을 감안한다면 직접적인 이익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케른 국장은 욕심이 많다. 언제까지 직장에서 일할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묻자 “앞으로도 20년은 문제없다.”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이어 KIM 과정에서 배운 국제감각과 토플 수업을 통해 익힌 영어를 바탕으로 언젠가는 해외지사에 나가서 일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프라포트는 중국, 페루, 벨기에 등 10여개국에 지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의 꿈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한국에 프라포트 지사가 생긴다면 한국에서도 꼭 한번 일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자기처럼 어렵게 회사 생활을 시작한 비슷한 처지의 후배들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한다. 케른 국장은 “더 나이가 들면 승진을 욕심내기보다는 인력개발 분야로 가서 후배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면서 “그동안 회사에서 배운 것을 그들에게 꼭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taecks@seoul.co.kr ■ 유럽의 평생학습은 평생교육’(Lifelong Learning)이란 단어는 유럽 사람들에게 좀 생소하지만 낯선 개념은 아니다. 이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인 것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정상들이 모여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Lifelong Learning for All)’을 제창하고, 유네스코(UNESCO)가 삶의 내면적 가치를 가꿔가는 새로운 차원의 학습을 권고하면서부터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보면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생애 전반에 걸친 다양한 학습과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 평생학습이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유럽 평생교육의 기원은 루소가 1762년에 쓴 ‘에밀’에서 찾을 수 있다.‘교육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주입식 지육(知育)에 편중된 형식적 교육에 반기를 들며 자연주의적 전인교육을 중시했다. 틀에 짜여진 교육이 아니라 순수한 자연성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교육, 열린 자기주도적 학습을 강조한 것이다.‘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유명한 말도 이런 취지에서 비롯됐다. 르네상스 자연주의·자유주의 사상을 계승·발전시켜 근대적인 인간교육의 이념을 제공한 루소는 칸트, 페스탈로치 등을 통해 근대 유럽 교육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줬다. 유럽의 지식인들은 21세기를 ‘네오 르네상스’의 시대라고도 한다.‘다시 인간중심으로 되돌아가자.’는 네오휴머니즘 운동,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휴먼테크 등의 추세도 이와 부합된다. 첨단기술의 시대에도 역시 사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중심의 사회는 결국 사람을 가꾸는 것으로 귀결된다. 일하는 것도 노동생산성 향상 차원이 아니라 삶의 가치실현이란 차원으로 바뀐다. 유럽에는 주어진 틀 속에서만이 아니라 일과 생활 속에서 학습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고, 자기 스스로를 끊임없이 계발하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돼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벼룩시장에는 온갖 물품들이 나오지만 그곳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책 앞이다. 시대를 달리한 옛 서적들 앞에 중년 신사들이 모여들고, 추억을 더듬는 노부부와 한 권의 책을 들고 한껏 즐거워하는 주부, 할아버지 손을 잡고 따라나온 귀여운 손자. 벼룩시장도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평생학습장이 된다. 점점 사라져가는 청계천의 헌책방들, 노령화사회라고 하면서도 노인들이 갈 곳은 탑골공원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과 대비된다. ‘영국 대영박물관은 세대가 교차하는 학습장이다. 유치원생부터 중년,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들이 이곳에서 뭔가 나름대로 배움과 깨달음의 느낌을 안고 간다. 런던 템스강 옆 벤치에 앉은 사람들도 책과 함께 있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열차 안에서도 유럽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셸 러닝 센터에서는 자유롭게 토론하며 문제를 찾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학습방법이 눈에 띄었다. 틀 속에 갇힌 학습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상 속에 녹아 있는 교육과 자기 스스로를 가꾸는 것이 배움이고,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통해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 이것이 유럽 평생학습의 정신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석철진 경희대 유럽통합연구소 부소장 아태국제대학원 교수 cjsuk@khu.ac.kr
  • [이진의 섹스&시티]一夜情事之休

    남자친구와 번번이 헤어지려고 노력했지만 적당한 기회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수진이. 그는 지금 부모님 몰래 3년째 동거하고 있죠. 처음에는 항상 붙어있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즐거움이었지만 동거 2년째에 접어들면서는 관계가 시들시들해지더니 이제는 얼굴을 마주보는 것도 짜증이 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벌써 서로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는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숨이 막힌다.’고 표현해요. 그러면서도 동거 생활을 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돕는 것에 익숙해서 혼자 사는 것은 생각하기 싫다는군요. 청소와 빨래를 분담하는 일상적인 배려, 의례적인 섹스도 그녀에겐 안정을 주니까요. 그래서 수진이는 남자친구가 한번만이라도 그가 자신을 룸메이트가 아닌 여자로 봐 준다면 헤어지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뭔가 숨이 탁 막히는 갑갑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아예 다른 남자를 만나보는 것까지 고려를 해봤죠. 남자친구는 백업으로 놔두고 다른 남자를 찾아보기로요.‘오랫동안 한 사람만을 바라봤기 때문에 비교대상이 없었다.’라는 억울함을 느낀 거죠. 답답한 수진이는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안색이 좋지 않았고요. 며칠 전 남자친구와 한 파티에 참석했다가 남자친구가 술이 떡이 돼 뒤처리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추운 날씨에 1시간동안이나 그를 깨우면서 울음이 터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가 끝나고 있음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고 느꼈답니다. 며칠 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오늘은 정말 아무 근심없이 마음껏 춤추고 싶다!’는 생각에 나이트 클럽을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간 나이트 클럽은 그의 긴장을 한 순간에 풀어줬죠. 미친 듯이 춤을 추기 시작하더군요. 마치 살풀이를 하듯이 춤에 몰두하면서요. 그러자 한 남자, 키도 적당하고 얼굴도 그만하면 준수하고 적당히 근육도 붙은 남자가 옆에 다가서서 춤을 추기 시작했죠. 그러더니 몇 번 눈을 마추치더니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습니다. 친구들이 그의 행방을 수소문해봤지만 찾을 수 없어서 ‘둘이 눈이 맞아서 같이 나갔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다음날 그녀의 돌출 행동에 대한 변명을 들어보기로 했죠. 몇년 만에 원나이트 스탠드를 경험한 수진. 의외로 그의 전화 목소리는 밝았습니다. 그 남자와는 하룻밤으로 끝났고 가벼운 관계였지만 나를 여자로 봐주는 시선 자체가 그리웠다고…. 혹자는 원나이트 스탠드를 가볍고 소모적이라고 비판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탈로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으며 자신이 남자친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생생하게 깨우쳐줬다면서 오히려 기뻐하더군요. 수진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때로는 가벼움이 진지함보다 더 나은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 같다는 걸 말이죠.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진기/박만호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진기/박만호

    (무대) 원룸 아파트 아래 위층,301호와 401호 (등장인물) 남:소리감별사 여:빨간 구두의 여인 의뢰인1:50대 초반 의뢰인2:30대 중반 의뢰인3:30대 초반 할머니:꿈속의 환영 딸:중학생 (소리에 대해) 소리는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연기한다. 극의 흐름을 이끌고 가는 극적 요소로 기능하는 것이다. 이 소리를 측정하는 청진기는 ‘호른’의 유려한 곡선 음관을 부착한 특별한 도구이다. ●제1장 어둠 속에서 “영호야- 영호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원룸 아파트 아래 위층인 301호와 401호가 서서히 드러난다. 스탠드만 침침하게 켜져 있는 아래층 301호는 실내가구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 위층 401호는 아직 어둠 속에 싸여있다. “우웅 우웅-”하는 진동음이 들리자,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나 귀마개를 벗고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남자.“새로운 메시지가 없습니다.”라는 안내음이 들린다. 이어 아파트의 여러 생활소음들이 와글와글 들려온다. 다시 귀마개를 하고 눕는 남자. 이때 다급한 뾰족구두 소리. 쫓기듯 달려와 위층 401호로 올라간다. 문을 닫고 구두를 벗고 룸으로 들어서는 여자. 외투를 벗고 침대 위로 무너지듯 쓰러진다. 아래층 침대에 누웠던 남자가 슬며시 몸을 일으킨다. 플래시를 켜서 천장을 비춰본다. 위층 여인의 숨소리가 평정을 되찾는다.“끼리리리-”하며 냉장고 가동 소음이 시작된다. 냉장고를 비추는 플래시. 새벽 4시를 알리는 괘종시계 소리와 함께 암전된다. 무대 밝아지면, 아래층 301호의 실내가 드러난다. 침대와 평범한 실내가구들. 구석 쓰레기통에는 호른 나팔과 야구방망이가 처박혀 있다. 탁자에서 남자에게 소리 감별을 받고 있는 의뢰인들. 호른을 닮은 청진기로 손목시계들을 검진하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소리:(손목시계) “째각 째각 째각 째각-” 남자:이게 불량입니다. 태엽이 긁히는 소리가 나는군요. 의뢰인1:계측기로는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남자:0.5데시벨의 소음이군요. 계측기는 보통 플러스 마이너스 1데시벨의 오차를 가지고 있지요. 다음 분. 의뢰인2:(믹서기 3개를 탁자에 놓고) 동방가전에서 출시한 신제품입니다. 모델별 소음의 차이를 알고 싶습니다. 소비자에게 주는 청각적 영향 말이죠.(뚜껑을 살피는 남자에게) 저... 뚜껑이 아니라 작동시의 소음만 분석해 주시면. 남자:모든 소리를 다 분석해야죠. 의뢰인2:우리가 필요한 건. 남자:다시 말하지만, 소리는 복합적입니다. 의뢰인1:감별사님을 믿고 따르세요. 남자:G-1800, Q-300, A-7, 이 세가지 모델의 소리 중에서 A-7이 가장 우수합니다. 의뢰인2:그럴리가요.A-7이 가장 구형인데. 남자:신제품이 G-1800이죠? 이건 실패작입니다.110데시벨의 고주파 파동 현상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무방비로 노출되면 고객만족도가 어찌 될까요? 다음 분이오. 의뢰인3:역시 탁월한 분석이십니다.(포도주 2병을 내밀며) 적포도주와 백포도주입니다. 소리:(뾰족구두) “또각 또각 또각 또각-” (포도주 병을 살펴보다가, 뾰족구두 소리에 눈길을 돌리는 남자. 초인종 소리. 남자가 청진기를 벗고 문을 연다. 복숭아 접시를 들고 들어오는 이층 여자) 여자:안녕하세요? 저는…. 남자:위층 401호 분이시죠? 여자:어머나, 어떻게 아셨죠? 남자:(여인의 빨간색 뾰족구두를 보며) 내 추측이 맞았군요. 빨간색일 거라 생각했죠. 어젯밤에 구두 소리를 들었어요. 여자:어머나, 새벽 4시가 넘어 들어왔는데. 남자:새벽엔 더 잘 들리죠. 여자:한데 색깔까지 어떻게 아셨나요? 남자:검은색 구두였다면 소리가 더 낮게 깔리거든요. 낡은 가죽이라 세월의 나이가 느껴지던데요.15년 된 캥거루 가죽입니다! 여자:호호호- 점쟁이신가봐! 어제 이사왔어요. 인사도 드릴 겸 복숭아 좀 드시라고요.(남자에게 복숭아 접시를 건네며) 어머나, 손님들이 많이 계시군요. 남자:제 의뢰인들입니다. 여자:무얼 의뢰 받으시는데요? 남자:소리요. 의뢰인1:제품의 소리를 감별해 주시는 거죠. 의뢰인2:그 느낌까지요. 의뢰인3:감별사님은 기계보다 정확하시죠. 여자:우리 아파트에 대단한 명인이 살고 계시는군요. 저…이것도 감별이 되나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소리가 잘 안 들리거든요. 남자:(휴대전화를 검진하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소리가 작게 설정된 거 외엔.(진동음을 조정하고) 들어보세요. 소리:(휴대전화 진동음) “우웅 우웅 우웅…” 남자:커졌죠? (휴대전화를 여자에게 주며) 이웃사촌이니 감별비는 받지 않겠습니다. 여자:아유, 고마워요. 남자:소리를 놓치면 후회가 크답니다. 여자:맞아요. 일년 전에 정말 중요한 연락을 놓친 적이 있어요. 샤워 중이었거든요. 제 인생이 걸린 중요한 기회였는데….30분 늦게 연락하는 바람에 바이 바이! 근데 감별사님은 소리를 어떻게 분석하시나요? 남자:기억되어 있는 소리들 때문에 분석이 되는 겁니다. 여자:이 세상 소리를 전부 기억하고 계세요? 남자:한 번 들으면. 의뢰인2:스리쿠션 때린 당구공처럼요? 의뢰인3:구구 팔십일 구구단처럼요? 여자: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처럼? 남자:망각이 안돼요. 모두:오!…. (다시 포도주 병을 검진하는 남자. 가만히 주시하는 사람들) 소리:(포도주) “출렁 출렁 출렁 출렁-” 남자:아르마냑 17년산이군요. 의뢰인3:네! 맞습니다. 남자:색깔도 소리를 냅니다. 적포도주는 백포도주보다 0.3데시벨 정도 고음을 지닙니다. 잔에 따를 때, 잔을 부딪칠 때, 적포도주는 유혹의 소리를 발산하지요. 좋은 술은 좋은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우와!…. 의뢰인2:선생님. 그 차이를 일반인도 인식할 수 있나요? 남자:그들도 분명 듣습니다. 말로는 표현하진 않지만, 마켓에서 돈으로 표현하죠. 의뢰인들:(박수치며)니즈는 욕망이다! 여자:전 들을 수 없거든요! 색깔이 소리를 낸다고요? 그런 황당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 거죠? 왜들 무조건 믿는다고만 하시죠? 남자:이걸 쓰고 한번 들어보세요. (여자에게 청진기를 건네는 남자) 여자:이건 호른의 음관이잖아요! 남자:제가 특별히 제작한 청진기입니다. 여자:(쓰레기통에 처박힌 호른의 나팔부분을 발견하고) 저기서 떼어내 만드셨나요? 남자:네. 난 새로운 악기가 필요하거든요. 여자:이 청진기가 악기라고요? 남자:그럼요. 혼자만 들을 수 있는 악기죠. 여자:혼자만 듣는 게 어떻게 악기가 되죠? (청진기를 던지며) 이건 장난감에 불과해요. 남자:진정하세요. 이 세상은 소리로 가득차 있습니다. 소리를 외면하지 마세요. 제발…. 이리 오셔서 들어보세요. 호른 소리를 음미할 수 있어야 진정한 호른 주자가 될 수 있듯이, 이 청진기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듣게 해 줍니다. 이 세상이 얼마나 수많은 소리로 가득 차 있는가를 가르쳐 주는 거죠.(청진기를 여자에게 씌워주고 백포도주를 흔든다.) 들리나요? 눈을 감고 들어 보세요. 소리:(백포도주) “출렁 출렁 출렁 출렁-” 여자:들려요. 남자:이번엔 적포도주입니다. 소리:(적포도주) “출렁 출렁 출렁 출렁-” 남자:안단테 칸타빌레로 사라지는 아련한 고음의 잔상이 왼쪽 귓전을 스치죠? 여자:(청진기를 벗으며) 들려요…. 하지만 차이는 모르겠어요. 의뢰인1:허허허- 소리 감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의뢰인2:그래서 우린 의뢰를 하러 오고요. 의뢰인3:기계보다 정확하시니까요. 여자:흥, 정말로 듣지 못하는 소리가 하나도 없어요? 남자:듣지 못하는 소리라…. 있죠. 잠들었을 때. 여자:밤에도 안 자고 전부 듣는다면서요. 새벽 4시에 제 구두소리도 듣고. 남자:낮에 자나보죠? 여자:농담하세요? 어째 좋은 이웃이 되기는 힘들 것 같군요. (휭하니 나가버리는 여자. 의뢰인들도 일어선다.) 의뢰인1:허허허. 성질도 급하시네. 오늘도 좋은 감별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뢰인2,3:최상의 분석이었어요.(박수치며) 엑설런트! (모두 나가면 하품하는 남자. 위층 402호로 들어서는 여자. 소리를 읊조린다.) 여자:“우리 아기 예쁜 배, 할미 손은 약손, 쓱쓱 만져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우리 아기 동그란 배, 할미 손은 약손. 궁글궁글 쓸어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남자, 위층의 소리를 의식하며 침대 밑에서 박스 하나를 꺼낸다. 박스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꺼내 물끄러미 바라보는 남자. 스케이트 신발의 줄을 풀렀다가 다시 매더니 하품하며 드러눕는다. 조명 분위기가 바뀐다.) (탁자 위에서 남자의 휴대전화가 진동한다. 코를 고는 남자. 이어 부르는 소리) 소리:“우웅 우웅 우웅- 영호야. 영호야-” 남자:(몸을 뒤채며) 순이니…. 인라인 스케이트 사놨다. 어여 신어봐….(부스스 얼굴을 들고) 엥! 내가 자고 있었나. 순이니? 순이 왔니? 날 저물었는데 얘는 뭐하고 안 들어오나. 어휴, 말을 말아야지. 세상 좋아졌다. 맨땅에서 스케이트를 다 타고.(보호장구와 헬멧을 착용해보며) 돈 쓰게 만드는 기술도 가지가지여. 앉아서 이런 거만 연구하는 놈들 천지니. 어뗘. 순이야. 아빠도 멋져 보이냐? 아빠도 소싯적에 얼음지치기 한가닥 했다. 외날 썰매 모르지? 우선 중심을 잘 잡고…. 긴 꼬챙이 하나를 다리 사이로 넣고 얼음을 팍팍 찍으면서 달리는 거여. 대가미 방죽에선 아빠가 일등했다. 니 이렇게 차려입고 씽씽 달리면 동네 남학생들이 줄줄 따르것다. 순이야, 얼른 들어온나. 인제 호른을 필요로 하는 나이트클럽은 없다. 그러니 아빠는 내일이면 배 타러 가야헌다. 한동안 못 보니까 얼른 와. (시계를 흘낏 보다) 아니 근데 이누무 지지배가 아직도 들어올 생각을 안 하고 어딜 싸돌아 다니는 거여. 내 이년을….(휴대전화 메시지를 발견하고) 얼래, 이게 뭐여.“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그려 근데.“아빠. 로데오광장 빨리….” 20분전에 온 거네. 로데오 광장? 하하- 요것이 눈치 하난 빨라요. 거기서 스케이트 타고 싶다 이거지? 다른 애들처럼. 오냐. 아빠가 가마. 근데 얘가 스케이트 사논 걸 어떻게 알았지? 돈 없다고 등짝을 후려패서 학교 보내 놨더니…. 하여튼 귀신이여 귀신. (박스를 옆구리에 끼고 달려 나가는 남자. 그 열린 문으로 여자가 은밀하게 들어와, 가구들 뒤에 무엇인가를 붙여 놓는다. 감별사의 청진기를 보고 자기 심장에 대본다.) 소리:(심장박동) “쿵 쿵 쿵 쿵-” (남자가 돌아오는 기척. 얼른 복숭아 가져왔던 접시를 드는 여자. 남자가 힘없이 들어선다.) 여자:어머! 오셨네요. 문이 열려 있기에 접시를 가져가려고요. 아깐 제가 너무 흥분했었나 봐요. 어디 산책 다녀오세요? 남자:근처 로데오 광장에 갔었습니다. 아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더군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도 즐거워지거든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지요. 웬 처녀가 글쎄 나한테 “아빠”라고 부르는 겁니다. 여자:어머나, 그래서요. 남자:후후후. 당황스러워 혼났습니다. 여자:그 아가씨 아빠가 감별사님과 비슷한가 보죠. 남자:하긴…. 그 아가씨도 우리 딸애와 비슷하긴 했어요. 여자:따님이 있으세요? 남자:……. 여자:참, 그거 잘 타세요? 스케이트요. 남자:내 스케이트가 아닙니다. 여자:누구한테 선물하시려나 보죠? 남자:……. 여자:호호- 말씀하기 싫으신가 봐요.(문으로 가며) 그럼 또 뵙겠습니다. 남자:일년 전, 휴대전화 소리 때문에 인생이 달라졌다고 했죠? 소리는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금방 사라지거든요. 여자:감별사님. 좋은 이웃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여자 나가면, 남자는 박스를 옆에 낀 채 홀로 서성인다. 조명 분위기 다시 바뀐다.) 남자:어휴! 몇 분 차이로 이게 뭐여. 속 터져. 쬐금만 더 기다리지 않고선.(박스를 놓고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하며) 이누무 기지배는 대체 어딜 간 거여. 소리:“삐- 삐- 새 메시지는 없습니다.” 남자:아! 눈부시다. 눈부셔. 왜 이리 눈이 부시지? 불을 끌 수도 없고. 순이야, 어여 연락 좀 해라. 아빠 이러다가 죽는다잉. 일주일째 이러고 잠 한숨 못 잤다.(침대에 드러누우며) 이러다 아빠 죽겠다. 순이야. 순이야…. 소리:(진동소음) “우웅 우웅 우웅 우웅-” 남자:(벌떡 일어나 휴대전화 확인하며) 아니잖아. 어디지? 아래층 201호여! 죽겠네.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뛰어가는 남자. 문을 다급히 두드리는 소리) 남자(E):여보세요,201호 아저씨! 전화 왔어요- 얼른 휴대전화 좀 받아 봐요. 201호(E):돌겠네! 안 받으려던 건데. 알았다니까- (휴대전화 진동소리 겨우 멈춘다. 다시 들어오는 남자) 남자:싸가지 없는 놈. 끝까지 안 받네. 매너들 없어. 소리:(TV 끝나는 소리)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치이-” 남자:302호 미친놈. 오늘도 저 모양이야. 꺼라. 제발 좀 꺼라. 바로 옆방에서 이러면 어떡하냐.(앞쪽 베란다로 나와서) 302호- 텔레비전 좀 끄쇼. 시끄러워 살 수가 있나. 이웃들(E):조용히 좀 해요. 남자:302호, 조용히 하라잖아요∼ 이웃들(E):301호, 당신이 조용히 해∼ 당신 때문에 못자. 아저씨 날마다 이게 뭐예요. 남자:이런 우라질. 귓구멍이 거꾸로 뚫렸나. 나는 니들 때문에 못자- 아! 눈이 터질 것 같네. 그래도 안 끈다 이거지. 니기미! 대한사람 살아야 길이 보전도 된다. (야구방망이 들고 나가는 남자.302호 문 부서지는 소리. 비명소리. 순찰차 사이렌 소리) (위층 401호 여자는 나지막이 뭔가를 읊조린다.) 여자:“쓱쓱 만져 주면…뭐든지 다 낫는다…궁글궁글 쓸어 주면…뭐든지 다 낫는다….” 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암전. ●제2장 무대 밝아지면, 아래층 301호 침대에 우울하게 앉아있는 남자. 얼굴에 수건을 두르고 귀마개를 하고 있다. 말씨가 점차로 사투리 운율로 변해간다. 남자:백두산이 다 닳기 전에, 대한사람 살고 보자는데 웬 말들이 많은 겨.(수건을 풀며) 돌아와 보니 문은 닫혀있고 불은 꺼져 컴컴하고…. 아무도 없는 거여. 그냥 빈집이여. 빈집.(귀마개를 벗으며) 기껏해야 한 삼일이면 됐지. 왜 삼일이 열흘 되고 달포 되고 한달 되느냔 말이여. 왜 삼일이 석달 되고 석삼년 되느냔 말이지. 이상타. 참말 이상한 일이다. 어무이는 금가락지 끼워주면 훨훨 날아간다 허지, 딸년은 스케이트 있어야 씽씽 달려간다 하지. 아! 나도 편지 한 장 달랑 써 놓고 부산으로 가서 외항선 탔다 했지? 석달 열흘만 꾹 참고 다녀오자. 어무이도 없지. 딸자식도 없지. 여편네도 없지∼ 허참, 귀신이 곡할 노릇인 거여, 시방 이것이. 태평양 넘어 동지나해 건너 알류산 열도 거쳐 부산항에 도착, 광복동 시장에서 딸년 인라인스케이트하고 어무이 서돈짜리 금가락지 서둘러 해가지고 와보이, 종적이 묘연한 것이여. 여편네 줄려고 야들야들한 속곳 둘둘 말아 끼고 왔는디, 입을 사람이 없는 거여. 세상 참 얄궂네. 인생 허망타. 어무이도 없지, 딸자식도 없지. 여편네도 없지∼ 소리:(진동음)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얼른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남자.“새로운 메시지가 없습니다.”라는 안내음. 실망하는 남자. 이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 남자가 문을 여니 의뢰인들이 의뢰품들을 들고 들어온다.) 의뢰인들:좋은 아침입니다. 의뢰인1:(전자레인지를 탁자에 놓고) 부품 교체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남자:(청진기로 검진하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흠…흠… 소리:(전자레인지) “위이이잉-” 남자 : 모터가 낡았으니 교체하세요. 다음. 의뢰인2:(책들을 놓으며) 신나라출판사의 기획 시리즈 견본품인데요. 남자:(책장 넘기며) 책도 소리를 가집니다. 종이 지질에 따라서 소리는 천차만별입니다. 소리:(종이) “펄렁 펄렁… 팔랑 팔랑… 풀렁 풀렁…” 남자:이건 모조지, 이건 아트지, 이건 하드보드에 코팅까지. 아트지는 반짝 반짝! 모조지는 서글 서글! 3데시벨의 편차가 있네요.(표지를 보며) “세계의 미스터리”라…. 이 제목에는 모조지보단 아트지가 어울립니다. 미스터리는 반짝반짝해야죠. (여자가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와 몰래 엿본다.) 의뢰인3:(돌멩이 2개를 놓으며) 심산인테리어에서 의뢰한 겁니다. 남자:(돌을 살피며) 흥미 있는 소재이군요. 돌의 소리는 가장 심원한 소리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재질이니까요. 돌의 소리는 음악의 근본입니다. 돌로 만든 악기인 편경의 소리는 국악의 표준 음정이죠.(돌을 부딪쳐 본다.) 오만년의 역사를 간직한 소리입니다. 소리:(돌) “딱 딱 딱 딱-” 의뢰인들:정말 탁견이십니다. 남자:저 전자레인지는 전에도 감별해 드린 건데요. 저를 시험하시나요? 의뢰인1:예? 오해십니다. 남자:칠일 전에도 해드렸고, 한 달 전에도 했습니다. 의뢰인1:청진기가 착오를 일으킬 수도 있지 않습니까? 남자:기계든 인간이든 자기만의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리는 살아있는 생명체죠. 청진기는 거짓을 모릅니다. 여자:(앞으로 나서며) 감별사님의 판단을 믿지 못하시나요? 의뢰인1:음…. 출고담당 직원의 미스인가 봅니다. 확인해 보죠. 여자:(모두 자신을 쳐다보자) 어머나! 안녕하세요. 호호호- 문이 열려있지 뭐예요. 의뢰인1:소리 감별은 회사의 일급 기밀입니다. 여자:한심한 출고담당 재교육도 중요하죠. 의뢰인1:(전자레인지 들고 나가며) 성질도 급하시고 변덕도 심하시군요. 흠, 흠. 여자:오늘의 분석은 어땠나요? 의뢰인2:출판사가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의뢰인2,3도 나간다. 남자가 문을 잠그더니, 얼른 여자를 데리고 구석으로 간다.) 남자:혹시 이 아파트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 못하셨나요? 여자:글쎄요? 남자:이사 온 뒤로 다른 주민들 보신 적 있나요? 여자:네… 봤죠. 남자:이상하지 않던가요? 여자:네. 남자:언제부터인가 이 아파트 주민들이 잠만 자고 있어요. 모든 활동이 중지된 겁니다.201호는 휴대전화를 안 받는 버릇이 있고,302호는 지가 무슨 애국시민이라고 날마다 애국가를 시청하더니 모두 조용해 진 겁니다. 여자:에이, 고급 아파트는 원래 조용하잖아요. 남자:(눈치를 보더니 말소리를 죽이며) 나는 저 의뢰인들을 믿지 않습니다. 여자:(놀라며) 네? 무슨 말씀이세요? 남자:뭔가 수상쩍은 음모가 있어요. 의뢰 물품이 변하지 않고 있어요. 여자:날마다 똑같아요? 남자:일주일 주기로 반복되고 있어요. 예전엔 한달 주기였죠.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나는 새로운 소리를 원합니다. 여자:좋아하는 음악은 자꾸 듣기도 하잖아요. 가령 호른 연주는 어때요? 남자:모차르트 호른협주곡 3번 2악장 로만자… 호른은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날마다 다릅니다.(청진기 곡선음관을 어루만지며) 호른을 통해서 들어야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 하지만 누가 날마다 같은 구름을 보고 싶겠소. 누가 날마다 같은 바람을 맞고 싶겠소. 출고담당 직원의 미스라고 둘러대지만 실수가 아닙니다. 치밀하게 반복되는 순환시스템이죠. 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이 세상이 죽어가는 것처럼. 저들이 소리를 뺐어가는 겁니다. 아…. 이러다가는 당신의 잠꼬대마저 뺐어갈지도 몰라요. 여자:어젯밤에 제가 잠꼬대했나요? 남자:(흉내 낸다.) “쓱쓱 만져 주면… 궁글궁글 쓸어 주면…” 여자:어머, 어머! 저를 너무 속속들이 아시네. 호호호- 내 정신 좀 봐. 가야겠어요. 남자:어젯밤에 당신의 잠꼬대 소리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아세요? 제발 가지 마세요. 여자:네? 남자:잠꼬대 소린 정말 너무 오랜만에 들어 봤어요. 지금 이 아파트에서 당신만이 유일하게 살아있는 사람이에요. 지금 가버린다면 당신도 잃어버릴 것만 같아요. 여기 계세요. 여긴 안전하니까. 여자:(남자를 경계하며)감별사님은 소리를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남자:사실은 소리가 무서워요. 여자:왜요? 남자:너무 진실하니까. (이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고조되는 온갖 소리들. 서로 뒤섞여 아비규환의 아우성처럼 난무한다.) 소리:“찌르르르… 출렁출렁… 저벅저벅… 쿵쾅쿵쾅… 우웅우웅… 영호야∼영호야∼” 여자:이게 뭐야? 어디서 들리는 소리지? 남자:(귀를 막으며) 아! 아! 저리가. 듣기 싫어. 씨끄러. 듣기 싫어. 아아악- (남자 귀를 막으며 고통스러워한다. 나가려 하지만 열리지 않는 문. 야구방망이로 치고 머리로 들이받으며 발광하다가 쓰러진다. 여자는 놀라서 남자를 부둥켜안는다. 소리들이 그친다.) 여자:여보… 여보! (병원 가운을 입은 의뢰인들이 나타난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남자를 침대에 뉘고 벨트로 사지를 결박한다. 남자를 청진기로 진단하는 의뢰인1) 여자:아… 어떻게 된 거죠. 무서워요. 무슨 소리였죠? 그이는 괜찮은가요? 의뢰인2:안심하세요. 본 특병동의 소리치료 시스템입니다. 일종의 충격요법이죠. 의뢰인1:상태가 좋지 않아.2단계 프로그램도 실패야. 발작 증세가 멎지를 않네.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내일 수술 일정 잡도록 해. 의뢰인3:근데 보호자께서 동의서에 아직 서명을…. 의뢰인1:그깟 동의서 하나를 여태 못 받아? (여자에게) 똑바로 들으세요. 내일도 서명하지 않으면 조치를 취할 겁니다.(의뢰인2에게) 자네 수련의가 왜 그 모양이야. 그럴 거면 딴 병원으로 가. 내가 이젠 환자한테 훈계까지 받아야 돼? 내가 저를 시험한다고? 미친놈이 입만 살아서. 한데… 어떻게 알았지? 의뢰인2:환자는 지각능력이 있는 게 확실합니다. 자신에게 의미있는 것에만 몰두하는 주의력 증가 기제가 너무 왕성해서 그렇습니다. 환자의 소리 분석은 정상입니다. 의뢰인1:믹서기 회사에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했잖아. 의뢰인2:그건 생산부장의 말이고요. 오늘 아침에 마케팅팀장과 통화했는데 좋은 지적이라고 반기더군요.2차 분석도 의뢰하겠답니다. 일시적인 “해리성 황홀경”입니다. 의뢰인1:속단하지 말라고 했지? 자네의 진단은 정서적인 판단이 앞서고 있어. 의뢰인2:“뇌손상에 의한 퇴행성 기억장애”란 과장님의 진단은 측두엽의 손상만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거 아닙니까? (쓰레기통에서 부서진 호른 나팔을 꺼내서 안고 있던 여자가 나선다.) 여자:선생님, 우리 그이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의뢰인1:미치겠네 정말. 아까 발작하는 거 못 봤어요? 가족도 몰라보잖아요. 여자:예전에 연주하던 곡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 냈단 말이에요. 의뢰인1:단편적인 기억 정도는 모든 환자들이 다 가지고 있어요.(부적뭉치를 던지며) 이게 뭡니까? 이런 식으로 맘대로 행동하면 퇴거조치시킬 겁니다. 여자:이 부적에 어떤 힘이 있다고 믿으세요? 미신에 불과하다면서요? 의뢰인1:그게 아니고…. 의사의 치료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 아닙니까. 협조요. 협조! 여자:협조했잖아요. 가구며 소지품들 가져다가 집안처럼 꾸며놓고… 순이더러 로데오 광장에서 아빠를 기다리라고 해서 그렇게 했잖아요. 근데 별 이상도 없는 이가 왜 딸을 몰라보나요? 왜 아내도 몰라보나요? 그저 지쳐서 그런 걸 거예요. 집에 가서 잘 요양하면… 고요한 호숫가를 찾아서 호른도 불면서 푹 쉬면 나아질 거예요. 의뢰인1:흥, 호른 분다고 치료가 되면 병원이 뭐하러 있어요! 도대체 의사를 뭘로 보는 거요? 기물을 파손하고 상해를 입힌 환자는 완치되기 전엔 퇴원할 수 없습니다. 내일까지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세요.(의뢰인3에게) 진정제 5밀리그램…. 아니 7밀리그램 준비하고, 면회는 금지시켜. (의뢰인1,3 나간다. 흐느끼며 부적을 줍는 여자. 창문으로 복도에서 담배 피우는 의뢰인1이 보인다.) 여자:흑흑흑…. 날더러 어떡하라고요. 기다려라. 기다려라…. 벌써 세 달이 됐어요. 의뢰인2:왜 그토록 소리에 집착하는지 그 압제의 요인을 찾아야 하는데…. 기억 과잉이 문제입니다. 뇌의 측두엽에 너무 많은 소리의 기억들이 축적되어서, 컴퓨터가 다운되듯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주치의께선 손상된 부위를 제거하지 않으면 발작이 계속된다고 보십니다. 삭제키를 눌러야 리소스 부족에서 해방되니까요. 여자:그러면 과거의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면서요. 의뢰인2:대신 새 기억은 지킬 수 있습니다. 여자:그토록 찾던 딸이 눈앞에 나타나도 못 알아보는데, 앞으론 영원히 그렇게 되겠죠? 이 빨간 구두요… 15년 된 캥거루가죽 맞아요. 저이가 나이트밴드 아르바이트 뛰어서 첫 월급으로 사준 우리 결혼 선물이죠. 이거 신고 난생 처음 비행기 타고 제주도로 신혼여행 갔어요. 이 호른은 방직공장 월급 일년을 꼬박 모아서 제가 사준 거예요.(호른을 쓰다듬는 여자. 창가에서 귀 기울이는 의뢰인1) 서귀포 밤바다는 그날 따라 왜 그렇게 고요했는지, 저이가 부는 호른 소리가 수평선 끝까지 울려 퍼졌어요.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 3번 2악장 알레그로. 그게 저이가 아는 유일한 연주곡이죠. 순이를 낳게 되어서 사범대학을 그만뒀으니… 이 모든 걸 다 잊어버리겠죠? 의뢰인2:아마 그렇게 되겠죠. 여자:그렇게 되면, 우린 이 세상 안 산 거나 같네요. 시골 고등학교 밴드부 남학생이 부는 호른 소리에 바람나 쫓아다니다가…. 외아들 사범학교 나와 선상님이 평생소원이던 홀어머니 가슴에 못질하고, 남자 앞길 망쳤다고 원망들은 촌년이… 저승 가서 어머니까지 못 알아보는 산송장 만들어 놨다는 소린 죽어두 들을 순 없네유. 차라리 청진기 쓰고 세상의 소리에 미쳐서 사는 게 나아요. 저인 소리를 사랑했으니까. 저이 어머니도 소리를 벗삼아 사셨으니 하늘나라에선 서로 알아보겠지요. 의뢰인2:사모님…. 여자:선생님도 저이가 미쳤다고 보세요? 의뢰인2:의사가 해서는 안 되는 말이 하나 있지요. 알 수 없습니다…. (의뢰인3이 주사기 가지고 들어온다. 의뢰인2가 여자를 부축해 나간다. 의뢰인3이 주사할 준비를 하는데, 창문에서 지켜보던 의뢰인1이 들어와서 부서진 호른을 들어본다.) 의뢰인1:아까 몇 밀리그램이라 했지? (쳐다보는 의뢰인3) 3밀리그램만 투여해. 의뢰인3:3밀리요? 네…. (주사기 용량을 조절해서 남자의 팔에 주사 놓고 나가는 의뢰인3) 의뢰인1:길영호씨. 지금 혼자서 호숫가를 거닐고 있소? (입으로 모차르트 호른협주곡 3번을 불며 빠져든다.) 빠밤 빠바바밤 바밤바 빠바밤- 빠밤 빠바바밤 바밤바 빠바밤- (이층 401호로 힘없이 들어서는 여자. 부적 뭉치를 탁자에 놓다가 세어본다.) 여자:하나, 둘, 셋, 넷…. 분명 다섯장을 붙였는데. 한 장이 살아있어! (암전) (무대 밝아지면, 병실 분위기가 나는 아래층 301호. 환자복이 입혀진 남자가 침대 벨트에 묶여있고, 의뢰인2를 따라 여자와 딸이 들어선다.) 의뢰인2:휴, 제가 미친 거 같네요. 주치의가 회진오시기 전에 끝내셔야 합니다. 여자:고맙습니다. 순이야, 어서. 딸:아빠! 제가 왔어요. 어째 잠만 자는 거야. 흑흑흑…. 아빠 일어나세요. 눈떠- 아빠- 여자:여보! 순이가 돌아왔어요. 이제 일어나세요. 다 잘되었어요. 저도 직장 잡아 돈벌이해요. 지난 일은 잊고, 정신 좀 차리세요. (여자와 딸이 벨트를 풀고, 사력을 다해 남자를 일으켜 세운다. 아무리 흔들어도 눈을 뜨지 못하고 무너져 태아처럼 웅크리는 남자) 딸:흑흑흑…. 엄만 대체 무얼 한 거야! 아빠가 저리 되도록. 여자:엄만 안 해본 거 없다. 귀신 쫓는다는 복숭아도 들이고, 부적도 붙여보고, 약손으로 아픈 데 쓸어주시던 할머니 소리도 해보고…. 너는 뭘 하고 있었어. 이년아, 니 아빠 이리된 것 다 너 때문이다. 나가버릴 거면 그냥 나가지 메시지는 왜 남겨! 딸:난 그냥…. 아빠가 기다릴 것 같아서…. 여자:그걸 아는 년이 세 달이나 안 들어와! 니 메시지 못 들었다고, 또 올지도 모르니까 지켜봐야 한다고, 휴대전화에서 눈도 못 떼고 일주일을 뜬눈으로 지새우셨다. 그러다 결국 쓰러지신 겨. 산송장 되신 겨. 집으로 가요, 여보. (남자의 환자복 윗도리를 벗기고 몸을 쓸어주며 사복으로 갈아입히는 여자와 딸. 자연스럽게 할머니의 소리를 하게 된다.) 여자:“우리 아기 예쁜 배, 할미 손은 약손, 쓱쓱 만져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할머니:“우리 아기 동그란 배, 할미 손은 약손. 궁글궁글 쓸어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소리를 받아 부르는 할머니의 환영. 문으로 들어와 부엌에서 요리를 한다.) 할머니:어여 일어나거라. 영호야. 된장찌개에 밥 말아먹고 어여 핵교 가야지. 온나 온나. 어여…(미소 짓는 남자) 우리 외동이, 온나 온나. 딸:엄마! 아빠가 웃어. 여자:어디? 정말! 여보, 어디 좋은 곳 유람이라두 하는 게유? 할머니:아유, 찌린내. 요 녀석 바짝 섰네. 쯧쯧쯧. 이부자리는 한강이구. 늦게까지 숙제하더니 곤했던 게여. 그려 됐다. 옷 갈아입자. 아부지 모르시게 저리 치워놨다. 인나렴. (여자와 딸이 남자의 아랫도리도 사복으로 갈아입힌다. 할머니는 싱크대로 가서 도마를 꺼내 칼자루 끝동으로 마늘을 다진다.) 소리:(마늘 다지는) “쫑 쫑 쫑 쫑-” 여자:여보,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눈을 떠요. 딸:아빠. 눈 떠. 제가 잘못했어요. 흑흑흑. 아빠. 제발! 남자:불…. 불이여…. 딸:뭔 불이 나? 남자:집에 불났다. 어쪄 어무이. 할머니:간밤에 어매가 호롱불 꺼놨다. 걱정 말그라, 불 안 났으니. 밥 다됐다. 소리:(찌개 끓는) “보글 보글 보글 보글….” (마침내 힘없이 눈 뜨는 남자) 할머니:됐다. 눈 떴다! 딸:아빠! 여자:여보! 할머니:어매는 좀 쉴란다. (이젠 할머니가 기력이 다한 듯 눕는다. 중얼거리며 그 옆으로 다시 무너지는 남자) 남자:왜 이리 자꾸 졸리지. 어무이 괜찮으셔유? 주무시는가베. 순이야, 엄마는 일 나갔니? 밥은 먹었니? 그래 아빠 잠깐 눈 좀 붙였다 일어날 테니 뭔 일 있으면 깨우렴. 아주 잠깐이다…. 아빠가 일어나서 떡볶이 해줄게. 설탕도 넣고 달달하게…. (모로 쓰러진 남자 어느새 코를 곤다. 할머니가 부스스 일어나 아들과 손녀를 보더니 천천히 문으로 걸어 나가며 아들을 부른다.) 할머니:애비야…. 영호야! 영호야….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남자) 남자:어무이! 딸:아빠. 꿈에 할머니 봤어? 남자:순이야. 혹시 할머니가 뭐라 하셨니? 딸:언제요? 남자:돌아가시기 전에. 딸:(할머니 목소리로) “애비야…. 영호야! 영호야….” 남자:그래… 맞았어. 어무이가 날 부르는 소리였어.(딸을 안으며) 순이야. 할머니가 아빠를 불러주셨구나. 아빠는 할머니가 한마디도 안 하고 그냥 가신 줄 알았다. 여보, 어무이가 나를 불러 주셨대. 날 용서하신 거여. 여자:여보, 흑흑흑…. 딸:내가 아빠를 얼마나 깨웠는 줄 알어? 남자:기특한 것. 아빠가 잘못했다. 어무이, 지가 죽일 놈입니다. 여자:아니에요. 지가 죽일 년이에요. 남자:어무이 손은 약손이여. 암…. 그렇구 말구. 딸:할머니 손이 약손? 남자:니 여섯 살 때, 맹장염을 앓았단다. 할머니가 밤새 순이 배를 문질러 주셨대. 할머니 약손으로. 니가 잠이 들어서 새벽이 됐는데, 아빠가 나이트 일 마치고 와보니 이미 혼수상태인 거라. 그래 아빠가 들쳐 업고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은 거여. 딸:애게, 약손이면 맹장도 고쳐야지. 남자:아픈 걸 잊게 해주셨잖니. 그러니 약손이지. 이렇게 배를 쓸어주시면서…. (약손 소리를 함께 부르는 가족. 할머니가 밖에서 창문을 열고 함께 부른다.) 가족:“우리 아기 예쁜 배, 엄마 손은 약손, 쓱쓱 만져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할머니:“우리 아기 동그란 배” 가족:“엄마 손은 약손” 할머니:“궁글 궁글 쓸어 주면…” (노래하다가 침울하게 그치는 할머니) 할머니:인자 이 손 약발도 다 떨어졌는가부다. 이 손으로 아범 뺐어가려던 저승사자들 다 쫓아 버렸는데 이젠 안 되는가부다. 내 다시는 약손 안 할란다. 남자:어무이, 이참에 그 달랑무 소리도 그만 두세요. 동네 애들이 벌써 순이를 놀린대요. 할머니:내 그리하마…. 달랑무 소리두 안 할란다. (창문을 닫는 할머니. 의뢰인1이 방으로 들어선다. 긴장하는 의뢰인2) 의뢰인2:선생님, 환자가 깨어났습니다. 어제 2단계 프로그램의 효과인 것 같습니다. 옷은 환자가 갈아입고 싶다고 해서…. 의뢰인1:음…. 잘했구만. 길영호씨. 이제 환청이 들리지 않습니까? 남자:네, 사라졌습니다. 의뢰인님. 의뢰인1:허허허…. 잊으세요. 불필요한 소리들을. 불필요한 기억들을. (의뢰인3이 호른 케이스를 하나 들고 들어온다.) 의뢰인3:지금 도착했습니다. 의뢰인1:(케이스를 남자에게 주며) 퇴원하게 되면 이게 필요하실 겁니다. 여자:호른이잖아요? 의뢰인1:제가 30년간 가지고 있던 겁니다. 주인을 잘못 만나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었죠. 한적한 호숫가를 찾게 되거든 연락 한번 주세요.(나가며) 한번 들으러 가고 싶군요. 의뢰인2:선생님! 의뢰인1:자네가 “알 수 없습니다.” 하는 순간, 나도 알 수 없어 졌다네. 의사는 신이 아니지 않은가. 남자:선생님. 신은 이 수많은 세상의 소리를 어찌 다 들을까요. 의뢰인1:허허허- 다 듣다간 신도 입원해야지요. (마주보고 씩 웃는 그들. 의뢰인들 나간다.) 남자:어머니더러 달랑무 못 파시게 한 그것이 내내 걸리는 거여. 바깥출입도 안 하시구 말수도 적어지더니 그냥 가신 거여. 여자:제 잘못이에요. 동네 푼수들 말만 듣고…. 남자:어무이는 소리 힘으로 사신 겨. 그게 어무이 약손이여. (문이 열린 채다. 그 문으로 겨울바람이 불어온다. 어머니가 다시 들어와 서성이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뭔가 바람에 날려 쿵- 엎어지는 소리) 할머니:영호니? 영호야- 야가 삼일씩이나 어딜 간 거여. 저게 누구여. 영호지. 어여 어여 온나. 세상에! 야가 못 먹어서 눈이 십리는 들어갔네. 집 놔두구 어딜 갔다 이제 오는 겨. 들어가 밥 묵자. 엄매가 된장국 끓여놨다.(흰 고무신을 주며) 봐라. 흰 고무신 사놨다. 따습지? 어여 신어봐. (흰 고무신을 받아 침대 머리맡에 놓았다가, 가슴에 끌어안고 웅크리는 남자) 소리:(소년) 흰 고무신 때 타면 어쩐대유. 소리:(할머니) 영호야 자니? 엄매는 그깟 금가락지 없어도 된다. 영호만 있으면 된다. 소리:(소년) 어무이. 흰 고무신… 내 눈 내리면 신을란다. 소리:(눈 밟는) “뽀작 뽀작 뽀작 뽀작” 할머니:멋지다. 헌헌장부 났다. 남자:남학생들이 줄줄 따르것다잉. 손이 얼은 것 좀 봐. 요리로 들어와. 어여. (어느새 인라인 스케이트 신고 헬멧 쓰고 서있는 딸. 아빠 엄마 있는 침대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간다. 문가에서 고개 끄덕이던 할머니, 달랑무 팔러 가신다.) 할머니:달랑무∼ 있어. 푸성귀나∼ 달랑무∼ 있어. 무대 서서히 어두워지며 암전. ■ 희곡 당선소감 게으른 며느리에게 시켜야 할 일은 두부 만드는 일이랍니다. 느긋하게 일해야 맛있는 두부가 만들어진다죠. 군대 지휘관도 게으른 사람이 좋답니다. 게으른 천재여야지 괜히 아랫사람 생고생 시키지 않는다는 건데…. 요건 사실 게으른 아랫사람들의 소망이죠. 부지런한 천재 즉 이순신 같은 양반 만났다간 그저 죽었구나 하고 뛰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는 없지요. 안 뛰면 바로 곤장 맞지요. 난중일기 쬐금 보니까, 임진왜란 발발 전에 이 어른 매일 하는 일이 순찰 나가서 하급지휘관 곤장 치는 게 주업무이시더군요.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다 하셨으니 백전백승의 신화를 창조하셨던 게죠. 선친께서 제 원래 이름자에 늦을 만(晩)자 하나를 넣어주신 덕택에 이렇게 느즈막히 입문하게 되었나 봅니다. 작은 상 하나를 펴놓으시고 늘 만년필로 원고지에 글을 쓰셨던 아버님께서는 교단 은퇴 후에 스스로 책 몇 권을 출간하셨죠. 그러곤 집안잔치가 있으면 친구 분들께 그 책을 선물하던 낙으로 사셨습니다. 평생 글을 쓰시던 열정은 정말 프로작가 못지않으셨지요. 이제부턴 저도 작심하고 자세 가다듬어 열심히 쓰겠습니다. 작은 상 앞이 아니라 PC 앞이 되겠네요. 축하해주는 벗님들, 사랑하는 영두와 영소, 그리고 가족들. 더불어 삶의 위안과 기쁨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서. 아울러 미흡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약력 1959년 충북 제천 출생 중앙대 교육대학원 무용 석사과정 ■ 심사평 세상이 어수선한 탓인지 응모작들 중에서도 투신자살, 노숙자, 입시부정, 로또복권 등 세상살이의 고달픔을 담은 작품들이 유난히 많았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 그리고 각종 드라마 매체에 많이 노출된 탓인지 대화체의 이야기 구사에는 능숙해졌으나 막상 연극이라는 무대예술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작품은 드물었다. 최종적으로 심사자들의 손에 남은 희곡들은 박만호의 ‘청진기’, 김성제의 ‘바다로 가는 성북행’, 그리고 류세균의 ‘달 속의 그늘’이었다. 공사판의 살인사건을 그린 ‘달 속의 그늘’은 밑바닥 인생들의 성격설정이나 대사구사에 능숙했으나 극 구성이 너무 평이하고 결말 부분을 배영감의 감상적인 인생고백으로 가져간 점이 지적되었다. 지하철 승강장을 배경으로 해서 사회적으로, 성적으로 상처받고 억압된 두 모자의 아픈 일상을 포착해낸 ‘바다로 가는 성북행’은 살아있는 독특한 정서가 심사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남편에게 맞고 사는 식당 파출부인 엄마와, 성전환 수술을 위해 일본으로 돈벌러 가는 여성적 아들의 아픔을 과장되지 않은 일상적 대사 속에 담아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극적 상황과 행동을 충분히 연극적으로 객관화시키지 못했고 극이 아직 작가의 주관적인 관점 안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있다. 현대생활을 지배하는 각종 소음과 어린 날에 듣던 정겨운 소리들을 대비시킨 ‘청진기’는 ‘소리’를 극적으로 전경화시킨다는 아이디어나, 신경증환자인 남편을 아내가 의료진과 공모해서 연극적으로 치유한다는 설정 등이 충분히 연극적이며 대사나 극 전개 기법도 상당히 감각적이었다. 그러나 ‘문명의 비인간성/어린 시절의 순수함’이라는 대비가 도식적이며, 극전개의 생략과 비약이 과도한 점에서 어느 기성작가를 연상시킨다는 점이 다소 걸렸다. 결국 각각 장단점을 갖춘 ‘청진기’와 ‘바다‘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다가 그 나름의 완성도와 무대적 상상력을 높이 사 ‘청진기’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김철리(연출가)·김방옥(평론가)
  • 순창등 6곳 지역특구 첫 지정

    순창등 6곳 지역특구 첫 지정

    순창군, 고창군, 순천시, 대구 중구, 남제주군 마라도 등이 지역발전에 필요한 각종 규제가 면제되는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처음 지정됐다. 정부는 30일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제1회 지역특구위원회를 열어 순창장류산업특구, 고창복분자산업특구, 고창경관농업특구, 순천국제화교육특구, 대구약령시한방특구 등 6개의 지역특구 지정을 의결했다. 정부는 창녕교육도시특구는 내용이 미비해 지정을 보류했다. 지역특구란 정부가 재정, 조세 등의 지원을 해주지 않지만 토지, 교육, 농업 등 각종 규제를 풀어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특성을 살려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 따라서 이번 특구 지정은 지역별 투자와 고용을 크게 늘려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전통 고추장 생산지로 유명한 전북 순창군의 장류특구는 장류연구소 건립, 순창장류 브랜드 강화 등을 통해 고추장·된장·간장·청국장·고추장 소스를 산업화하게 된다. 고창복분자특구는 100만㎡가 넘는 복분자생산단지를 조성해 매년 복분자 축제를 열고 복분자 생산 재배기술을 개발하며 고품질의 복분자주 브랜드를 세계화할 계획이다. 고창경관농업특구는 관내 예전리와 용수리 등의 207만평에 청보리·메밀 등 친환경 농업단지와 청정 채소단지를 조성, 수확기인 봄과 가을에 축제를 열어 관광객들을 끌어 모은다는 구상이다. 대구약령시한방특구는 350여년 전부터 300여개 한약방이 들어서 성업 중인 중구 남성로 약전골목 5만 666평 일대에 약령 전시관, 가공공장, 사이버 약령시장 등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다음달 중 제2회 지역특구위원회를 열고 창녕교육도시특구를 포함해 지자체들로부터 신청·접수된 부산 해운대구(해양레저특구), 여수시(리조트특구), 산청군(한방특구), 의령군(골프특구), 고창군(선사문화특구), 익산시(한방의학특구), 금산군(인삼특구), 완주군(한방특구), 파주시(교육특구) 등 10곳에 대해서도 특구지정을 심의한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열린세상] 뉴딜은 국민적 합의가 필수다/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정책학 교수

    올 한해는 한국 현대사에 많은 기록들을 남길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봄 정국은 나라를 흔들었다.60일간 계속된 탄핵논란은 헌법재판소의 기각결정으로 정리되었지만 4·15총선에 영향을 미치며 17대 의회를 여대야소로 구성시키며 초선의원을 187명이나 국회에 입성시켰다. 정국주도세력의 교체라는 의미도 부가시키게 되었다. 가을을 넘기면서 국민들은 또 한 차례 정치이슈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10월21일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위헌으로 결정되면서 참여정부의 핵심공약 중의 하나인 행정수도이전이 중단되고 충청권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이 문제는 해를 넘겨야 결말이 날 것 같다. 이러한 와중에 경제는 점점 하강하고 있다. 특히 내수경제가 가라앉으면서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소비심리가 심하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복제 성공과 고속철도의 개통이라는 후련함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침체의 그늘에 가려지고 말았다. 유영철의 연쇄살인과 빈곤형자살 소식 등이 연말의 언론을 장식하며 사회는 전체적으로 어두움에 휩싸이고 있다. 정부에서는 ‘한국형 뉴딜’을 선포하고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그다지 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뉴딜의 대표적인 예는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3년에 발표한 미국재건계획이다. 그 전의 후버 대통령 재임 시 주식시장이 돌발적으로 붕괴되어 초래된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 집권한 루스벨트로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외침을 당했을 때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강력한 권한을 의회에 요구하며 미국 전역의 은행을 정지시키고 ‘긴급은행법’을 통과시키고, 청년실업을 구제하기 위하여 ‘민간국토보전부대’라는 노동부대를 만들어 군사훈련을 방불케 하는 직업교육도 실시하였으며 이들을 댐과 다리, 저수지 등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처음 3년 동안 실업인구가 어느 정도 감소한 실적이 있기는 했지만 1937년경에는 경제상황이 1929년 대공황 직전수준으로 돌아서 미국 국민들은 뉴딜 역시 하나의 환상이었다고 자각하게 된다. 특히 미국 대법원이 서둘러 제정된 농업조정법 및 산업부흥법 등에 대하여 무효를 선고하자 대통령을 지지하는 인사들을 대법원에 포진시키고자 증원을 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의회에 상정하면서 여론도 악화되고 법안통과는 좌절되고 말았다.1938년에는 실업률이 20%에 달하여 사실상 뉴딜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1944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전시체제의 특수성이 주요변수였다. 그리고 경제가 활력을 되찾은 것도 제2차 세계대전의 덕을 본 것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렇듯 흔히 경제난을 극복한 성공신화로 알려진 미국의 뉴딜의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함부로 ‘한국형 뉴딜’을 논하기가 어려워진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부가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선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정치경제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거시적인 정치이슈를 담고 있는 4대입법보다는 각계 각층의 여론을 겸허하게 청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본원적인 권력을 이루고 있는 인사들이 이번 연말부터 새해 초까지 주로 반대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조건 없이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들어야 한다. 이제 위정자들이 거리로 나설 차례다. 띠 두르지 말고 버스 안에서, 택시 안에서, 조그만 점포에서, 백화점에서, 시장과 복덕방에서 그리고 대기업 대책회의장에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 뒤에 정치와 경제사회 이슈를 재정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나마 국민들이 노후에 기대고 있는 목적기속성이 강한 연금기금마저 탕진하고 말지도 모른다. 복지시설을 찾아 사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말과 연초의 기간을 갈라진 사회의 틈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을 찾는 바쁜 일정으로 채우기를 바란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정책학 교수
  • “테러에서 배우자” ‘9·11 보고서’ 교육 붐

    “9·11테러에서 배우자.” 연말 공항과 항공사 관계자들 사이에 지난 7월 미국 의회가 발간한 ‘9·11보고서’ 붐이 일고 있다.700여쪽 분량인 이 보고서는 9·11 테러의 배경과 경위, 대처방안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번역해 지난달 대테러활동 업무와 연관된 공항 주요기관과 항공사 임직원 등에게 배포했다. 국정원은 주요 내용을 발췌, 인천과 김포공항에 상주하는 주요 상주기관 직원 600여명을 대상으로 보안교육도 실시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은 “내용이 좋다.”며 국정원에 추가 지급을 요청하고, 임직원들에게 숙독을 권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직원 보안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테러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는 다중이용시설 관계자들은 한번쯤 숙독할 만하다.”고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중고생 영어·수학 ‘수준별 수업’

    중고생 영어·수학 ‘수준별 수업’

    엘리트 교육을 뜻하는 수월성(秀越性) 교육 대상자가 현재 25만 9000여명에서 2010년까지 전체 초·중·고교생의 5% 수준인 40만명으로 늘어난다.2006년부터는 중·고교생들이 수준에 맞는 과정을 골라 배우는 ‘계열화’(트래킹·Tracking)제도가 수학과 영어 교과에 도입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2일 평준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이같은 ‘수월성 교육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2010년까지 2087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책에 따르면 중·고생들은 2006년부터 영어와 수학에 한해 ‘상·중·하’로 구분된 교과서 중에서 골라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교육부는 이 제도를 2007년부터 희망하는 학교로 확대한 뒤 2010년에는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체 학교의 30%만 시행하고 있는 수준별 이동수업을 2007년까지 50%로 늘릴 방침이다. 영재교육도 확대된다. 교육부는 2010년까지 특수목적고와 영재학교, 영재학급, 영재교육원 등 영재교육기관에서 전체 초·중·고생의 1%인 8만명에게 영재교육을 시킬 계획이다. 일반 학교에서는 수준별 이동수업과 조기진급 및 졸업 등을 통해 4%인 32만명을 대상으로 수월성 교육을 실시한다. 영재교육 분야도 수학과 과학 중심에서 예·체능, 정보, 언어·창작 분야로 확대된다. 과학영재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부산과학고 외에 2007년에는 예술 분야,2009년에는 정보 분야 영재학교를 한 곳씩 설립할 계획이다.192곳에 불과한 영재교육원은 2010년까지 250곳으로 늘리고, 영재학급 운영기관도 253곳에서 350곳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를 위해 5000명 정도인 영재교육 전문교사를 2010년까지 1만 1000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고교생이 고교나 대학에 개설된 전문 심화교과를 이수하면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AP제도’도 내년 과학고에 시범 시행한 뒤 2006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또 낙후 지역의 학생들을 한달에 한두차례 전문 교사가 방문, 지도하는 ‘리치아웃’(Reach Out)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열린세상] 밀양 성폭력 사건, 무엇이 문제인가/심영희 한양대 사회대 학장

    이번 밀양 성폭력 사건을 보면서 시계 태엽이 거꾸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1984년 경찰의 여대생 성고문 사건,1989년 변월수 사건,1992년 김보은 진관 사건, 김부남 사건 등 이후 지난 15년 넘게 성폭력 퇴치와 예방을 위해 쏟아온 여성계의 노력이 일순에 물거품이 된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사건을 보면 휴대전화를 잘못해서 만나게 된 중학교 여학생 3명을 10대의 남학생들이 집단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일회성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공개하거나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여 신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1년간이나 성폭행을 해왔다는 것이다. 피해여학생들은 병원치료까지 받고 수면제 20알을 먹고 자살기도까지 해서 이틀이나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남학생들은 별로 죄의식도 없이 친구 따라 장난으로 그랬다고 한다. 게다가 학교도 가족도 아무도 눈치를 못 챘다고 하니 기가 막히다. 더구나 조사과정에서 경찰이 피해자에게 “밀양 물을 흐려 놨다.”고 폭언을 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함께 두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욕을 하게 놔두었고, 가해자 부모가 피해자에게 보복하겠다는 뜻의 협박성 발언을 하였으며 담당경찰이 노래방에서는 피해자 실명을 거론하며 폭언을 하는 등 ‘2차 피해’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보고, 우리는 여러 번 충격을 받고 새삼 되묻게 된다. 그래도 그들은 신세대로서 성교육도 받았을 터이고 남녀평등사상도 교육을 받았을 터인데…. 왜 그랬을까? 그 여학생들은 자살까지 기도하면서 왜 1년씩 신고도 못하고 끌려 다녔을까? 경찰은 왜 그런 폭언을 했을까? 가해자 부모는 왜 그런 보복적 인상을 주는 말을 했을까? 1993년에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고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법 집행상의 여러 문제점들이 많이 개선되었다. 근친간, 미성년자 등에 대한 범죄의 처벌과 피해자 보호절차 강화, 신뢰할 수 있는 자의 동석, 카메라·비디오 등을 이용한 몰래 카메라 범죄 처벌, 여성경찰과 여성검사에게 성폭력문제를 담당하게 하는 등 제도가 개선되었다. 또 최근 개정에서는 소위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피해자가 수사 재판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미비점을 개선하였다. 게다가 의식 개혁을 위한 성교육도 많이 확대되고 개선되었다. 성교육이 확대되었고, 남녀평등 의식을 고취하는 철학교육도 도입되었다. 직장과 교육기관에 성희롱 예방교육도 실시되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성매매 방지법도 제정되어 이제는 성폭력문제는 한시름 놓아도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이러한 제도적 의식적 개선 노력이 모두 헛된 것임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도대체 왜 그동안의 모든 노력들이 헛되게 되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아도 그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사람인데 그 사람이 제대로 의식개선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성교육을 하긴 했겠지만 가해자, 피해자, 경찰, 가해자 부모 모두 제대로 성교육을 받았는지 의문이 든다. 성교육 내용이 제대로 된 것인지 또는 교육 방법이 현실의 일상생활과 맞물리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여성을 성적욕구의 대상으로 보게 하는 장치는 주위에 널려있다. 텔레비전, 인터넷, 포르노 등등. 이들은 접근이 쉬울 뿐 아니라 현실의 여성을 인터넷 포르노속의 여성과 동일시하여 인간으로 느끼지 못하게 하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한 해독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학교의 성교육은 아무 효과도 없을 것이다.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의식개혁을 위한 기본 노력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성을 평등한 인간으로서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기본적이고 중요하다. 이런 성교육을 강화하고 현실의 일상생활과 연결하도록 하는 생동감있는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심영희 한양대 사회대 학장
  • ‘행정특별시’등 3개안 마련

    정부가 신행정수도 건설 후속대책으로 충남 연기·공주에 청와대를 제외한 모든 행정부처가 이전하는 ‘행정특별시’ 건설 방안을 포함,3개 대안을 마련했다. 정부의 3개 후속대책은 ▲행정특별시 ▲행정중심도시 ▲교육과학행정도시 건설 등이다. 행정특별시 건설안은 청와대와 국회 등 일부 헌법기관을 제외한 모든 행정부처를 연기·공주 지역으로 이전해 인구 50만명 규모의 행정특별시를 건설하는 방안이다. 제2안인 행정중심도시 건설은 청와대 및 헌법기관 외에 통일·외교·안보 관련부처를 제외하고 나머지 행정부처를 이전하는 방안이다. 또 3안인 교육과학행정도시 건설은 교육 및 과학기술 관련부처를 이전하고 여기에 유관산업 특구를 조성, 기업도시 성격의 복합기능을 갖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17일 오후 신행정수도후속대책위 2차 전체회의를 열어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의 5개 원칙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존중하고 ▲후속대책은 국가균형발전의 원칙 아래 추진하며 ▲연기·공주지역을 행정수도 부지로 삼고 ▲자급자족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한편 ▲균형개발정책을 후속대책과 병행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춘희 신행정수도 대책위 부단장은 “행정특별시 건설 등 3개 방안이 정부 차원의 최종대안으로 결정된 셈”이라며 “다만 일각에서 교육복합도시 건설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최종 대안이 4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복합도시 건설안은 일부 행정부처 이전과 함께 충남대와 충북대를 통합해 이전하거나 서울대에 버금가는 대학을 설립해 인구 40만명,1500만평 규모의 복합형 교육도시로 건설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이달 말 대책위 3차 전체회의를 열어 후속대안을 최종 확정한 뒤 국회에 신행정수도대책특위가 구성되는 대로 정부안을 보고할 방침이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생계형 운전자 구제 확대

    경찰청은 15일 생계형 운전자 면허구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도로교통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 내년 4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지금까지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정지ㆍ취소된 사람에게만 적용되던 생계형 운전자 면허구제 제도를 벌점 초과로 면허가 정지·취소된 사람에게도 확대 적용토록 했다. 또 ‘운전 말고는 생계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에만 구제하던 것을 ‘운전이 가족 생계에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경우’도 구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택시나 버스 운전사 말고도 업무상 운전이 필요한 영업사원이나 배달이 주요 영업수단인 음식업, 세탁업 등의 자영업자도 구제가 가능해졌다. 개정안은 운전면허 정지처분을 받은 사람에게만 실시하던 교통안전교육도 확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벌점이 40점에 가까워 정지처분을 받을 우려가 있는 사람이 4시간의 교통법규교육을 받으면 20점의 벌점이 줄어든다. 지체장애인 면허제도도 개선해 운전학원 등에서 20시간 이상 기능교육을 받거나 전문의 소견서에 운전이 가능하다고 인정한 경우, 적절하게 개조된 차량을 이용해 응시한 경우 등도 운전적성이 적합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지체장애인은 운전능력 측정기기로 핸들 조작력, 브레이크 지속시간 등 운전적성 적합 여부를 판정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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