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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경쟁력있는 교육자치 이루는 길/이기재 서울 노원구청장

    얼마 전 중학생을 둔 한 학부모로부터 “우리 애가 그러는데 학교 영어 선생님이 애들보다도 발음이 나쁘다고 하더라.”는 말을 건네 들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그냥 지나쳐 버릴 수만은 없다. 요즘 아이들은 저학년부터 영어를 배우다 보니 영어 실력을 얕잡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교육인적자원부는 경쟁력 있고 신뢰받는 교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교사에 대해 동료는 물론 학부모와 학생까지 참여하는 ‘다면(多面)평가’를 실시하는 등의 ‘교원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어 교육부장관이 교사들에게 서한을 보내 학부모와 학생에 의한 평가는 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이에 대해 최근 논쟁이 뜨겁다. 교원평가제에 대해 교사 등 교원단체는 ‘교사간의 경쟁을 유발해 학교공동체를 황폐화하고, 교사들을 피동적 존재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공교육 부실 책임을 왜 교사한테 떠넘기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은 ‘교사에 대한 평가는 경쟁을 통해 교원들의 실력향상을 가져와 결과적으로 교육수요자인 학생, 학부모에 대한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지며 교원들의 질이 한 차원 높아진다.’며 지지하고 있다. 필자는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많은 주민들을 만난다. 학부모들은 단연 교육 얘기가 주다. 일선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볼멘소리가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중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도 원인이다. 요즘 초·중·고생들 대부분이 학원엘 다닌다. 파김치가 돼 돌아오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다 못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며 학교 교육만으로는 안 되는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하기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족한 공부를 위해 사교육을 받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지만 우리 현실은 지나침을 넘어 큰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이 같은 원인이 어디에 있으며 그 해결 실마리는 없나를 생각해 봤다. 첫째 공교육에 대한 신뢰회복이 급선무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 교육만으로 대학에 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과감히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사 개개인에 대한 교육 환류 기능을 갖자는 것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공교육 본래의 전인교육은 물론 교과과정에 대한 평가 등 교원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제 교육은 교사와 교육 관계자 등 특정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교육발전을 위한 길에 동참, 보다 나은 교육을 모색해야 한다. 교육의 직·간접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다각적인 객관적 평가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 나가자는 것이다. 이는 실추된 공교육에 대한 신뢰회복과 더불어 참 스승상을 곧추세우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둘째 교원에 대한 수당 등 봉급을 대폭 올려 줘, 안정된 가운데 사명감을 갖고 교직에 전념토록 사기를 북돋워야 한다. 그러면 자연히 우수한 인적자원도 몰리게 될 것이며 교육환경과 질의 개선이 뒤따를 것이다. 셋째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줘야 한다. 대학 스스로 학생을 자율적으로 선발토록 해 특화된 대학으로 경쟁력을 키워 나가도록 해야 한다. 공교육을 충실히 받은 학생으로 책을 많이 읽고 자신의 특성과 자질 등 잠재력을 지녔다면 다소 성적이 떨어져도 해당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대학은 장기적 안목을 갖고 당장 눈앞에 나타난 모방의 천재보다는 더디지만 창조적 잠재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국가는 학생선발을 대학에 맡기는 것을 비롯해 고등학교 과정까지의 교육을 경쟁원리에 따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넷째 이러한 경쟁력을 갖춘 교육개혁을 위해 교육수요자인 학생, 학부모를 비롯해 교육관계자, 명망있는 주민 및 시민단체 대표, 지자체가 참가하는 교육평가시스템을 자치단체별로 둘 것을 제안한다. 다시 말해 교육자치를 통해 교육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기 때문이다.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상품가치(교육경쟁력)는 제조업체(국가)의 자본과 뛰어난 기술, 그리고 고도의 숙련(교사 등)을 통해 시장에서 수요자인 사람들(학생 및 학부모 등)에 의해 매겨진다. 교육을 상품으로 비교한 것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나 의미인즉 이젠 교육도 수요자 중심의 경쟁원리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갖춰가자는 취지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 이기재 서울 노원구청장
  • “심폐소생술 배우세요”

    대표적인 응급조치술인 심폐소생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서울시소방방재본부는 9일부터 대치동 서울무역센터 ‘2005건강엑스포’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포함한 ‘119구급·소방안전교육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7일 밝혔다. 이번 교육은 12일까지 서울무역센터 제2관과 야외주차장에서 동시에 이뤄진다.119구급대원이 방문자에게 실습 마네킹을 이용해 심폐소생술을 직접 교육하고, 심실제세동기와 심실압박기 등 구급장비를 전시·소개할 예정이다. 또 야외주차장에서는 이동체험 운영팀이 이동체험차량을 활용해 방문자들에게 소방안전 체험 교육도 실시한다. 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뇌졸중이나 심장마비로 사람이 쓰러진 뒤 5분 이후부터 뇌 손상이 시작된다.”면서 “시간이 지체되면 회복 뒤에도 후유증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응급조치술을 배우면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국립대 통합 말만 요란

    국립대 통합 말만 요란

    국립대 통합이 지지부진하다. 통합하자면서 요란하게 변죽은 울리지만 막판에 서로 이해 득실을 따지며 포기선언을 한다. 그런 가운데 부산대와 밀양대가 통합에 합의해 ‘흡수통합’은 물꼬를 텄으나, 비슷한 규모의 대학끼리의 ‘대등통합’은 여전히 난항이다. ●부산·밀양대 ‘통합 부산대’ 출범 합의 부산대와 밀양대는 지난 4월 교수·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통합 찬반투표가 통과됨에 따라 2006학년 새학기부터 ‘통합 부산대’로 출범하기로 했다. 통합 부산대는 두 대학측의 유사·동일학과(부)를 통·폐합하는 대신 나노과학기술대학과 생명자원과학대학 등 2개 단과대를 신설, 현 밀양대를 나노·바이오캠퍼스로 특화할 계획이다. 두 대학측은 이달중 평가 관련 서류를 교육부에 제출,7월쯤 심의가 통과되면 재원 마련 등 절차를 거쳐 내년 새학기부터 밀양대를 부산대 밀양 캠퍼스로 운영할 방침이다. 강원대와 삼척대도 지난달 25일 두 대학 총장들이 통합대학의 학교명을 강원대 춘천캠퍼스와 삼척1캠퍼스(삼척시내)·삼척2캠퍼스(도계읍)로 하고, 대학본부는 통합시점인 내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각 캠퍼스에 2년 주기로 번갈아 두기로 잠정 결정했다. 앞서 삼척대는 교수·교직원·동문들로부터 강원대와 통합에 찬성한다는 동의서를 받았다. 강원대는 이어 로스쿨 유치를 위해 법학과를 두고 있는 강릉대, 국립 2년제 원주대와 물밑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경상·창원대 지역민 반발에 발목 반면 경상대와 창원대의 통합은 무산됐다. 두 대학측은 3일 통합 기본합의서 도출을 위한 경남국립대학교 통합 공동추진위원회를 마지막으로 열었으나 대학본부 위치와 단과대학 배치 등 핵심 쟁점사항에 대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지난해 4월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 이후 13개월 만에 통합 논의는 종결됐다. 창원대는 통합대학의 본부가 도청소재지인 창원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나 경상대는 대학의 역사나 규모 등을 감안, 교육도시인 진주에 있어야 하며 특히 지역정서상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며 맞섰다. 두 대학측은 더이상 통합에 관한 논의는 진행시키지 않기로 했다. 대신 각 대학 특성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 교육인적자원부의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사업에 각각 참여키로 의견을 모았다. 충남대와 충북대의 통합 추진도 물건너간 상태다. 지난달 12일 충북대가 학장회의에서 내부 반대를 이유로 통합을 전면 중단키로 결정한 것. 두 대학 총장은 지난해 10월 통합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통합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충북대는 통합에 따른 설문조사에서 교직원의 경우 반대 282명 찬성 32명, 학생은 반대 3102명 찬성 457명, 교수는 반대 382명 찬성 256명으로 내부 구성원 대부분이 통합에 반대했다. 이들은 반대 명분으로 통합 이후 정부의 구체적인 재정지원 등의 약속이 없다는 것을 내세웠으나, 충남대에 흡수 통합될 경우 통합대 본부와 인문·예술대가 행정도시 예정지인 충남 연기·공주에 들어서면 학생들이 빠져나가 지역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군산대와 익산대도 통합을 논의해 왔으나 군산대가 교수·학생·교직원·동문중 한 집단이라도 반대하면 통합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고, 최근 실시한 투표에서 일부 집단들이 반대를 해 통합논의를 중단했다. ●대구·경북국립대 사실상 무산 경북대는 지난해 12월 안동대와 금오공대, 대구교대, 상주대 등 대구·경북국립대학간 통합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해당 대학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중 경북대와 상주대는 지난 12월 구조개혁공동연구단을 발족, 통합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대는 안동대, 금오공대, 대구교대와의 통합도 적극 시도할 방침이었으나 3개 대학이 통합에 부정적이어서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경북대 관계자는 “통합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대학들이 서로 득실을 따지며 눈치를 살피고 있다.”면서 “통합 이후 구조조정 등에 따른 내부 반발도 통합을 더디게 하는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관리자에서 컨설턴트형 리더로

    “현충원 참배부터 시작되는 신임리더 양성과정은 공직자의 기본자세와 마음가짐을 갖출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중앙공무원교육원(원장 박명재)이 최근 ‘공무원교육이 변하면 나라가 바뀐다’는 혁신사례집을 냈다. 박 원장은 6일 “교육 혁신이 없으면 설 자리가 없고, 개혁의 불씨도 지필 수 없다는 절박한 생각으로 모든 것을 바꾸었고, 지금도 바꾸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례집에 나타난 우리나라 공무원 교육의 변화상과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교육은 상품… 교육생은 섬김 대상” 교육원측은 이전의 교육을 ‘승진을 위한 형식적 교육’,‘공무원의 교육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교육’,‘교육의 성과가 공무원의 의식과 행정의 변화에 연계되지 않는 교육’으로 정의했다. 지금까지는 공급자 위주의 교육이어서 교육생들도 시간때우기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외부여건도 크게 바뀌었다. 올해부터 각 부처가 민간연수원이나 공무원교육원 중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교육원측도 긴장했다. 직원들간에 “교육생은 중앙공무원교육원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지만, 중앙공무원교육원은 교육생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형성됐다는 것. 그러면서 “교육은 상품이고, 교육생은 섬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가치관도 생겼다는 귀띔이다. ●“이론교육에서 실전교육으로” 중앙부처 2·3급 국장급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위정책과정. 그동안 지친 심신을 달래며 적당히 시간을 보낸다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내년부터 고위공무원단이 도입되면 공부하지 않는 공무원은 고위공무원단에 들어가기조차 어렵게 됐다. 이를 반영하듯 교육도 ‘맞춤형 교육’과 ‘실전형 교육’ 위주로 대폭 바뀌었다. ●신임리더 교육은 현충원 참배부터 교육원의 또 다른 임무는 국가의 핵심인재를 키우는 일이다.20세기에는 지시·명령·통제중심의 ‘나를 따르라(Follow me).’는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했는데,21세기에는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위치에서 리더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단에서다. 그래서 앞으로는 구성원이 효율적으로 자기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참여와 컨설턴트형 리더(Let’s go)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관리자’과정보다 ‘리더’과정이 중요해졌다. 특히 행정고시를 거쳐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신임리더 양성과정은 대폭 바뀌었다. 이 과정은 국립현충원 참배부터 시작한다. 공직자의 기본자세와 마음가짐을 심어줘 공직에 있을 때 역사와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공직자가 되라는 주문에서다. ●비 새는 시설 “추억속으로” 공무원교육원 건물은 25년 전에 지어졌다. 박 원장은 20여년 동안 말레이시아 공무원 교육을 맡아왔던 자부심을 갖고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가 그 나라의 최첨단 교육시설과 우리나라의 초라한 광경을 비교하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참여정부 들어 장·차관들이 워크숍에 참석했다가 방안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없어 양치나 세면을 위해 20∼30분씩 줄을 서는 진풍경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런 낙후 시설에 대한 소문이 퍼져 결국 정부에서 시설보수를 해 이제 교육생들이 겪던 고통은 ‘옛일’이 됐다. 시설을 바꾸면서 건물의 이름도 모두 한글식으로 바꾸었다. ●“교육수출의 1호” 1984년부터 외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도 교육을 해왔다.60∼70년대 우리나라의 국가발전 경험을 배우겠다며 외국 공무원들이 배우러 오는 것이다. 그때부터 21년간 95개 국에서 2400여명이 다녀갔다. 이곳을 거쳐간 외국 공무원들은 주로 친한파(親韓派)로 바뀐다. 우리의 주요 정책을 벤치마킹해 간다. 외환위기 극복사례를 비롯해 서울시의 버스전용차로제와 행자부의 정보화마을 조성사업 등이 좋은 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수도권플러스] 관악구-직능단체, 반부패 협약식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초자치단체인 서울 관악구(구청장 김희철)가 지역주민들과 함께 부정부패에 공동대처하는 민관협력체제 구축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관악구는 31일 지역내 20개 직능단체 대표들과 김희철 구청장이 반부패 근절을 약속하는 협약식을 체결했다. 서울대학교, 관악경찰서 등과도 반부패 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행정기관 중심의 일방적인 부패개혁에서 민·관 협력을 통해 ‘부패 제로’에 도전하겠다는 관악구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협약내용은 ▲관악구 공무원들은 혈연·지연·학연을 멀리한다 ▲어떠한 이유에서도 촌지, 전별금, 떡값을 주고받지 않는다는 등 7개항을 담고 있다. 김희철 구청장은 “내부부정 신고창구인 클린센터를 주민신고체제로 전환하고 구 관련 공사 참여업체에 대한 특별교육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 [큐! 아름다운 노년] ⑧전문가에게 듣는다-끝

    [큐! 아름다운 노년] ⑧전문가에게 듣는다-끝

    서울신문은 기획시리즈 ‘큐! 아름다운 노년’ 시리즈의 마지막 순서로 좌담회를 마련했다. 공공정책부 유진상 차장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에는 안창영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장, 고수현 금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종원 국민연금관리공단 노인인력운영센터 소장이 참석해 고령자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문제점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해 진단했다. 사회 서울신문이 노인들의 다양한 문제를 시리즈로 다뤘습니다. 평가부터 해주시죠. 장종원 소장 고령화사회를 맞아 노인복지문제를 7회에 걸쳐 시리즈로 게재,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고령화사회에서의 노인 일자리사업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아름다운 노년을 주제로 한 소재들은 신선감은 물론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고수현 교수 현대사회는 인구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다양한 노인문제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서울신문의 노인기획시리즈는 비교적 짜임새가 있고 시의 적절한 주제 선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노인이 더 이상 우리사회에서 의존적인 대상이 아니라 그들의 근로능력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주체적인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 형성에는 다소 미진했습니다. 노인문제 전반을 다루다 보니 신문의 지면 한계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여겨집니다. 안창영 과장 아쉽다면 노인 일자리사업 우수사례를 좀더 상세히 소개했더라면 하는 점입니다. 노인들이 일을 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과 건강이 유지돼 활기찬 노후생활이 보장될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사회분위기 조성에 언론이 앞장서주길 부탁드립니다. 사회 노인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2050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대책마련이 시급한데요. ●“노인취업은 사회적부양비 절감 효과 커” 안 과장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는 노인들은 취업이 필요하고, 노인들도 강한 취업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취업을 희망하는 노인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노인 개개인에게는 노후의 경제적 자립을 가능케 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부양비를 절감시켜 국가의 재정지출감소, 나아가 중요한 사회문제의 하나인 노인문제를 경감시키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입니다. 정부는 노인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노후소득보장, 취업기회 확대, 노인요양보호 등 제도적 틀을 고령화 시대에 맞게 개선해야 합니다. 고 교수 고령화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늘어난 노인인구에 대한 사회적 부양의 부담문제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노인인구는 2000년에 339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2%를 넘어섰고 올해는 9.1%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것을 노인부양지수(노년부양비)로 보면 현재 생산가능 인구층이 비교적 두꺼운 대전시와 경기도에서도 20년 후에는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전남과 전북지역은 거의 생산가능 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는 부양부담을 갖게 되는 생산가능인구와 부양을 받게 되는 세대·계층간의 갈등문제 해결에도 나서야 할 것입니다. 사회 노인일자리 대부분이 한시적이어서 실속이 없다고 지적되고 있습니다. ●“과거경험·경륜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장 소장 현재 노인일자리가 농·어업이나 경비 등 단순 직종에 집중돼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예비 노인들을 대상으로 은퇴 후를 대비한 교육과 현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 전문교육, 재취업교육 등이 필요합니다. 또 과거의 경험과 경륜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풀타임 근무가 어렵다면 낮은 임금으로라도 조별 파트타임 근무 등 다양한 근무형태 도입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고 교수 지적한 대로 현정부의 노인복지부문 핵심국정과제로 시작되었던 노인일자리사업은 지난해 1월29일에 설치된 ‘노인인력운영센터’가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방향설정에서 문제가 있고 실속이 없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노인일자리창출 프로그램이 노인들의 근로능력을 바탕으로 그에 맞는 사전교육과정이 없이 단순한 영역에 치우쳐 있습니다. 공익강사형, 인력파견형, 시장참여형 등으로 시작했다가 최근에는 공익형, 교육복지형, 자립지원형으로 유형화하고 있지만 과거 정부의 ‘취로사업’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건비도 월 20만원 이내로 5개월 정도에 한정돼 있습니다. 청년실업도 문제지만 고령화사회에 걸맞은 지속적인 방향설정이 요구됩니다. 사회 고령자 일자리 창출과 관련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텐데요. 장 소장 기업은 노동인구 감소에 대비해 노동인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재교육과 재취업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활성화해야 합니다. 영국과 같이 정년 퇴직자를 위한 노인전용공장을 운영하고 사회공헌차원에서 노인 사회적 일자리 복지프로그램에 대한 기금을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안입니다. 이럴 경우 기업홍보 및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금피크제 등 통해 고용연장을” 고 교수 제도적인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는 기업이 스스로 자사직원들의 노동복지를 강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적극적 대응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임금피크제나 점진적 퇴직제를 과감하게 도입하는 것이 노동복지 차원에서 시급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근로환경이 노인층에게는 불리하므로 고령자가 일하기 편한 작업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물론 이에 대한 정부의 세제지원도 요구됩니다. 사회 노인일자리에 대한 올바른 정책방향은 어떤 것입니까. 안 과장 평균수명의 지속적 연장과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력 감소에 대비해 계속고용제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고용에 있어서의 연령차별금지 등을 도입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수령 연령과 퇴직연령을 연관시켜 정년을 연장해야 하고 기준고용률(3%)을 권장사항에서 의무고용률로 개선하는 한편, 노인적합직종도 법으로 명시, 의무고용토록 하는 등 어느 정도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경쟁시장에서 취업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는 정부와 민간이 연대하여 공공부문(보건·의료, 사회복지 분야 등)을 중심으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취업알선·인력파견직종 지속 개발” 장 소장 노인일자리 개발과 일자리창출은 노인의 경제상태와 근로능력 및 개별욕구에 따라 그 접근방법을 달리 해야 합니다. 우선 60세 미만의 경우 노동부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공용유지 프로그램 개발과 전직활용 및 새로운 직무교육 등을 통한 전직지원이 돼야 합니다. 60세 이상자 중 경제적 문제 또는 지속적인 근로욕구가 강한 사람들에게는 취업알선과 함께 인력파견직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연계하고 취업교육도 병행시켜 나가야 합니다. 경제적 문제는 없으나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참여를 원하는 계층은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실비지원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돼야 합니다. 사회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자기계발 위해 평생학습교육” 안 과장 퇴직 및 노화에 따르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사회분위기 형성이 우선돼야 합니다.‘젊은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데 노인이 뭘∼’이라는 식의 사고는 곤란하다는 얘기죠. 노인들은 노후를 ‘제2의 인생’으로 생각하고 관계형성이나 역할을 만드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자기계발을 위해 평생학습이나 직업교육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고 교수 안정적인 노후는 결과적으로 소득보장·의료보장과 사회복지서비스에 의한 사회보장에서 찾아야 합니다. 저소득층 노인들에게는 공공부조를 통한 소득과 의료보장이 확충되고, 중산층 노인들에게도 사회보험제도 등을 통한 노후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합니다. 국가는 건강한 노후생활을 위한 대책과 고령화 사회에서 유병장수하는 노인들을 위해 요양보험제도도 시급히 도입돼야 합니다. 사회: 유진상 공공정책부 차장 정리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후원 : 보건복지부 협찬 : 국민연금관리공단
  • [중앙PSAT연구소 실전풀이] 언어영역

    ● 다음 지문에서 고딕 처리한 부분에 가장 적당한 속담은 무엇인가? 사고로 발을 다쳐 두 달 반 동안 깁스를 했다. 깁스를 푸는 날, 골다공증이 심하다는 의사의 말에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운전면허가 없는 덕에 다리 힘 하나만은 자신해 왔는데 고작 두 달 반 사이에 골다공증이라니…. 탓할 대상도 없이 야속하기만 했다. 부지런히 걷는 수밖에 없다고 해서 굳은 재활의 결심을 했지만 굳어버린 근육은 움직일 때마다 심한 통증을 일으켜 발을 딛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공포스러웠다. 내 하소연에 물리치료사는 허벅지와 종아리를 부지런히 두드리라면서 이렇게 말해 주었다.“다리를 안 쓰고 가만 놔두니까 영양공급이 오질 않아서 그렇게 된 거예요. 앉아서라도 안마로 자극을 주세요. 그러면 혈액순환이 되면서 영양분이 오게 되지요.”우리 몸은 냉정하게도 활동하지 않는 신체부위에는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었다. 학생때 생물시간에 외웠던 용불용설(안 쓰는 신체기관은 퇴화된다는 이론)의 정확함에 무릎을 칠 수밖에. 그러나 사고의 후유증은 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걷는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다리근육도 많이 되돌아 올 무렵 나타난 후유증은 자식농사의 이상기후였다. 입원으로 인한 어미의 부재기간이 아이에게는 해방공간이었다. 엄마에게 사후 승인을 받겠다는 단서를 달고 할머니 대행체제의 틈새를 횡행했다. 가불해 간 용돈은 요상스러운 옷들로 쌓여 있었고 고무줄이 되어버린 귀가 시간과 외출시간은 지저분한 방과 열혈 자유주의자의 불안한 눈빛을 만들어 냈다. 반성은커녕 자신의 개성이라고 합리화하며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사춘기적 저항정신 앞에서 나는 아연했다. 이건 골다공증과 비교할 수 없는 삶의 엄청난 공백이었다. 뼈의 공백은 다리를 쓸수록 메워지건만 자식의 공백은 노력할수록 오히려 커져만 갔다. 그 무렵 거실에서 키우던 나무 한 그루가 죽어 나갔다. 공교롭게도 그 나무는 재작년에 아이의 생일 선물로 내가 사 준 것이었다. 제 키보다 더 큰 나무에 감탄하는 아이에게 나는 ‘이 나무가 곧 너라는 생각으로 잘 길러라.’라고 말했었다. 큰 나무가 남긴 거실의 공백은 설을 쇠고 돌아온 이웃집 할머니의 눈에도 확연했다. 그러잖아도 쓰린 가슴을 애써 달래던 어머니가 예의 자위적 발언을 펼치셨다.“오래 전부터 비실비실하더라고. 갑자기 죽은 게 아니니까 수명이 고만큼인가 보다 받아들여야지.” “에이구, 물 많이 줬구먼. 처음 비실거릴 때 물을 딱 끊어서 바짝 말리지 그랬어.” “비실거리니까 물이 모자라 그런가 하고 또 줬지.” “모자라면 지들이 알아서 아껴 쓴다고. 넘칠 때가 문제야. 주체를 못하니까.” 이웃집 할머니의 말에 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무가 죽은 원인, 어쩐지 거기에 아이의 공백을 채우는 열쇠가 있을 것만 같다고 여겼던 마음에 ‘넘칠 때가 문제’라는 말이 꽂힌 것이다. 인생 선배들의 말대로 사춘기의 시한부 시대정신일 뿐이라고 애써 믿으면서 그럴수록 아이에게 관대하게 더 많이 베풀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켜 왔음을 명료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쓰지 않으면 퇴화되고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생명의 자연이치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며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야 하는지를 배우게 되었다. 가능하면 몸을 쓰지 않도록 하는 편의주의 시대는 내 몸을 퇴화시키고, 맘만 먹으면 쏟아부을 수 있는 물질 풍요의 시대는 자식농사를 망친다. 자연을 착취하고 오염시키면서 만들어내는 몸의 안락과 물질적 풍요는 결국은 인간에게 재앙이 된다.건강한 몸과 건강한 관계는 오히려 불편함과 부족함 속에서 나온다니, 생명체의 신비는 얼마나 엄숙한 것인가. (1)가꿀 나무는 밑동을 높이 자른다. (2)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3)물은 트는 대로 흐른다. (4)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5)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 ●풀이 및 정답 본문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슨 일이든 너무 많으면 그것이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답은 (2)번이다. 참고로 (1)번의 의미는 ‘어떤 일이나 장래의 안목을 생각해서 미리 준비를 철저히 해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3)번은 ‘사람은 가르치는 대로, 일은 주선하는 대로 됨’을 뜻한다.
  • 차도르 벗는 아랍의 女權

    아랍 여성들의 차도르 속으로 여권 신장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오만, 바레인, 카타르에 이어 쿠웨이트 의회가 16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여성에게 총선 투표권과 입후보권을 부여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쿠웨이트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44년 만이다. ●법안 통과되자 의회밖 축제분위기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순간 의회 밖에서는 젊은이들이 춤을 추고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며 기뻐했고, 불꽃놀이가 하늘을 밝혔다. 걸출한 여성 활동가인 로라 알 다스티는 “우리가 역사를 만들어냈다. 오늘부터 2007년 총선을 위한 선거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선거법은 셰이크 알 아흐마드 알 사바흐 국왕이 서명하는 즉시 발효되며 2주안에 관보를 통해 공표될 예정이다. 알 아흐마드 국왕은 지난 1999년 여성에게 완전한 정치적 권리를 부여하는 칙령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의회는 여성 참정권 허용 법안을 부결시켰고 지난 3일에도 여성의 지방의회 선거 참여를 허용하는 법안도 저지했다. 이번에도 보수 이슬람계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이로써 전체 쿠웨이트 국민 96만명 가운데 13만 9000명에 불과했던 유권자수는 33만 9000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아랍 여성 의회진출 세계 최저 쿠웨이트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다른 아랍 여성에 비해 진보적이고 교육도 많이 받았지만 정치적 권리에서는 뒤처졌다. 오만과 바레인은 2002년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했고, 카타르도 2003년 여성이 총선에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은 여전히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단지 최근에서야 여성들도 운전면허를 딸 수 있게 됐을 뿐이다. 아랍권에서는 비교적 일찍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했던 이집트에서는 오늘 9월 대선을 앞두고 여성 무소속 후보가 출마했다. 나왈 엘 사다위란 여성 후보는 5선을 노리는 현 무라바크(76) 대통령과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정부 때문에 고향에서도 모임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음달 열리는 이란 대선에는 1010명이 입후보했는데 이 중 89명이 여성 후보이다. 하지만 이란 의회는 여성들이 대선 후보로는 적합치 않다고 결론짓는 등 차별은 여전하다. 이란의 내무장관 무사비 라리도 “여성이 국회의원이나 장관은 될 수 있지만 더 이상의 고위행정직은 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체 아랍 여성의 절반은 문맹이며, 임산부 사망률은 라틴 아메리카의 2배, 동아시아의 4배에 이른다. 아랍 의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5%로 12.9%인 남미,21.2%인 동아시아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佛心 in 山寺] 만불사서 평안 빌다

    [佛心 in 山寺] 만불사서 평안 빌다

    오는 15일은 부처님오신날. 굳이 불제자가 아니더라도 두 손을 맞대고 고개라도 숙이고 싶어지는 요즈음이다. 이토록 많은 죄를 씻어달라고, 마음과 육신의 병을 좀 고쳐달라고, 상처받은 영혼에 안식을 달라고 대롱대롱 매달려보고 싶은 존재. 부처! 그는 절대자이면서 또한 절대자가 아니다. 저멀리 관념의 언덕이 아닌 바로 우리 곁에 바싹 다가와 있는 부처, 나의 눈물을 함께 울며 닦아주는 부처가 여기에 있다. 경북 영천시 북안면 고지리 만불산 만불사. 속없는 이들이 구복(求福)이라 하면 어떻고 또 기복(祈福)이라 하면 어떠랴. 만불사는 쌍사자의 위용처럼 당당하게 자리행(自利行) 이타행(利他行)을 실천해가는 그런 절이다. 이제 만불의 세계에 들어 우리 모두 나를 이롭게 하고 또 남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살아보자. ●하늘의 복문 열리는 계좌터 경북 영천시 북안면 고지리 산46번지. 만불산 기슭 10만여평 너른 부지에 자리잡은 만불사는 들어가는 초입부터 예사롭지 않다. 일주문 자리부터 도량 전체를 극락정토 아미타부처님이 장엄하고 있다. 깨달음 이후 중생교화의 길을 떠난 부처님, 한평생 길 위에서 거룩한 삶을 산 부처님의 뜻을 기려 이곳에 황금빛 아미타부처님이 서 있는 것이다. 만불산은 풍수지리상 하늘의 복문이 열린다는 계좌(癸坐)터다. 남산·사룡산·구룡산·치악산·오봉산 등 5대 명산에 둘러싸여 있는 종요로운 곳으로, 부처님이 누워 있는 와불상의 형세까지 띠고 있으니 가히 ‘불국정토’라 할 만하지 않은가. 재단법인 만불회(회주 학성 스님) 만불사. 거대한 토목공사 끝에 이곳에선 지난 1992년 역사적인 만불보전 기공식이 열렸다. 이어 1998년 마침내 발원 10여년만에 만불보전 일만 옥불을 모시는 점안 대법회가 봉행돼 도량의 기초를 닦았다. 화엄불국토를 현세에 이루기 위해 실천하는 불교, 열린 불교, 대중불교를 표방하는 만불사는 전국 주요 도시에서 법회를 열며 ‘만불회 운동’을 전개, 현재 등록 가구수만 37만에 이르는 대찰로 성장했다.87년 대구,88년 부산, 그리고 89년에는 서울 서초동에 포교원을 열어 도심 포교의 새로운 장을 펼치고 있다. ●미소짓는 용천지 석가모니부처님 기자가 영천 만불산 만불사를 찾은 것은 지난 3일. 만불산 참배는 일반에 잘 알려진 코스대로 만불보전을 시작으로 관음전, 극락도량, 아미타대불, 대웅전 터 등의 순으로 이뤄졌다. 만불산 입구 오른 편엔 만불사가 들어서기 이전부터 자연적으로 생겨난 용천연못이 있다. 당시 청도 용천사 주지이던 학성스님이 용천골에 자리잡은 것부터가 깊은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용천은 부처님 감로의 가르침이 샘물 솟듯 솟아오른다는 뜻. 정신과 물질이 둘이 아닌 해인삼매의 깨달음을 이 시대에 구현하기 위해 개산한 만불사의 대역사는 이렇게 아주 조그만 인연에서 비롯됐다. ●법신·보신·화신의 삼존불 만불보전은 만불산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각종 법회가 봉행되고 있다. 보전에 들어서면 먼저 그 휘황함에 압도당한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단아한 부처님의 모습. 층층이 칸칸이 모셔진 부처님의 광휘가 보전을 찾는 이들을 두루 비춘다. 보전 상단에는 청전법신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원만보신 노사나불과 천백억 화신 석가모니불을 좌우에 모셔 놓았다. 높이 3m의 거대한 세 분 부처님의 인자함이 법당을 온화하게 이끈다. 만불보전 안에는 삼존불과 함께 약사여래부처님이라 불리는 유리광여래불도 봉안돼 있다. 유리광여래불을 친견하거나 만지면 병으로 고통받는 이는 건강을 회복하고 무병장수를 누린다는 경전 말씀 따라 이곳 만불산에서는 수정 유리광여래를 조성했다. 수정 유리광여래를 세 번 만지는 것은 부처님을 손수 매만져 보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보전 안에는 참배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보살님들은 공양미를 머리에 이고, 처사님들은 그것을 어깨에 멘 채 수정구슬에 비친 유리광여래를 간절히 어루만지는 모습이 처연하기까지 하다. 차라리 인간의 몸을 입고 태어나지 말것을…. 스치는 상념에 어느새 하얗게 정화되는 자신을 느끼는 것은 이곳을 찾는 이들만의 조촐한 행복이다. ●1만여 옥불에 원력 넘쳐 만불보전에는 현재 1만 7000분의 부처님이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부처님을 한자리서 만나다니 다생겁(多生劫)의 인연이 아니고 무엇이랴. 경전에 따르면 부처님을 위해 불상을 조성한 이들은 모두 성불한다고 했다. 그 공덕은 수미산보다 높다고 했던가. 옥으로 빚어져 금옷으로 갈아 입은 부처님을 불자들은 저마다의 인연과 근기에 따라 선택해 모실 수 있다. 깨달음의 상징인 비로나자부처님, 정죄하는 이를 위한 석가모니부처님, 병고자를 위한 약사여래부처님, 고통받는 이를 위한 관세음보살, 보살행을 위한 보현보살, 부모님을 위한 아미타불, 내세를 위한 미륵부처님, 수험생을 위해선 지혜의 문수보살, 돌아가신 영가를 위한 지장보살, 사업하는 이를 위한 대일여래불.200평 남짓한 법당 가득 모셔진 옥불 하나하나에 불자들의 원력이 넘쳐 흐른다. ●화엄세계 형상화한 이상향 만불보전 참배를 마친 뒤 오른쪽 뒤편 입구로 들어서면 해인화장(海印華藏)의 세계가 펼쳐진다. 화엄의 세계를 형상화한 이상향이다. 다함없이 크고 넓은 연화장 세계를 체험하며 걷는 길이라니. 부처님과 중생이 둘이 아니고 번뇌와 지혜가 둘이 아니며 나와 남이 둘이 아님을 말없이 일러주는 현장이다. 만불보전 벽에는 수만의 원력으로 조성된 인등불이 봉안돼 있고, 외벽 기둥에는 화엄사상이 응축된 신라시대 의상 스님의 법성게를 새긴 주련(柱聯)이 걸려 있어 눈길을 끈다. 법성게를 친견하면 묵은 업장이 눈녹듯 사라지고 커다란 공덕이 된다고 했으니 화엄의 진리를 되새겨볼까나…. ●21세기 장묘문화 선도 도량 만불사 황동와불열반상 옆에는 또 하나의 전각이 세워져 있다.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극락정토원이다. 극락정토원은 다른 절의 명부전과 같은 곳으로 저승의 유명계를 상징하는 전각이다. 이곳에는 국내 최초의 불단식 납골당인 왕생단이 자리잡고 있다. 왕생단은 화장한 뒤 나오는 유골을 지장보살이 상주하는 법당에 안치해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도록 한 곳이다. 지장보살은 모든 인간을 구제할 때까지 부처가 되는 것을 미루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천상에서 지옥에 이르는 육도 중생을 낱낱이 교화하는 보살. 왕생단에는 하나의 왕생기마다 아미타부처님이 조성돼 있고 옥으로 조성된 왕생함에도 지장보살상이 새겨져 있어 영가를 극락으로 이끈다. 왕생단은 개인단과 부부단으로 구분해 안치할 수 있으며, 각각 6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관리비는 무료. 한가족이 하나의 단을 지정해 안치하면 선산을 준비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묘지법 개정으로 2001년부터 납골이 의무화됨에 따라 왕생단은 불교적 납골문화의 유력한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영가들의 극락왕생 기원 극락정토원에는 또한 만년위패가 봉안돼 있다. 만년위패는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영가를 극락으로 천도하기 위한 불사다. 위패를 모시는 것은 유교적 관습이지만 불교에서 이를 받아들여 신앙생활의 하나로 정착시켰다. 만년위패는 관세음보살이 새겨진 판에 영가의 위패를 붙이도록 돼 있으며, 위패마다 옥수정으로 조각한 지장보살이 인등으로 불을 밝히고 있다. 집안 사정으로 집에서 제사를 모실 수 없는 사람들이 만년위패를 봉안하면 사찰에서 영구히 조상의 영가를 모시고 극락왕생하도록 축원을 올린다. ●스님들의 부도 일반에 분양 불교 장묘문화를 선도하는 만불산 만불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부도탑묘다. 만불산에서는 1996년 재단법인 만불지장회를 구성해 부도탑묘 공원인 극락도량을 조성했다. 부도는 스님들의 육신을 다비한 뒤 나온 사리나 유해를 안치한 탑. 만불산에서 조성해 분양하는 부도탑묘는 스님들만 쓸 수 있던 부도를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도탑묘에 안치될 유골함은 천년 동안 보존되는 화강석을 사용한다. 전면에 지장보살을 조각해 영가를 극락으로 천도하도록 했으며, 상판 뚜껑엔 불법수호의 상징인 쌍룡을 새겼다. 생전에 미리 묘터를 마련하듯 부도탑묘를 예약하면 매장의 경제적 부담과 이장의 번거로움, 관리의 어려움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한 보살은 “부도탑묘는 일반 납골시설과 달리 사찰 경내에 있어 영가들이 부처님 품안에서 영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설이나 백중, 추석같은 명절 때는 무료로 합동제례를 올려줘 좋다.”고 말했다. 부도탑묘가 조성된 만불산 극락도량으로 가는 호젓한 숲길은 삼림욕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문의 전국 대표전화 1600-0101.(054)335-0101. ■ 100개 석등 밝은 관세음 33m 아미타불 높은 뜻 이제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를 느껴보자. 관음전에는 관세음보살이 모셔져 있다. 이름 그대로 관세음보살은 중생이 괴로워하는 소리를 듣고 그 고통을 삼키시는 분이다. 관음전에는 중생의 괴로움과 고뇌를 두루 살펴 극락으로 이끄는 아미타부처님도 함께 봉안돼 있다. 스라랑카에서 모셔온 부처님 치(齒)사리가 모셔진 사리탑도 만날 수 있다. 관음전에서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관세음보살 좌우로 모셔져 있는 복주머니다. 어느 절에도 법당 안에 복주머니를 모셔놓은 곳은 없다. 이 복주머니는 만불회 회주 학성 스님의 영험담과도 같은 기인한 현몽에서 비롯됐다. 꿈 속에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화현인 복주머니를 본 스님은 이내 은행나무를 깎아 관세음보살 양편에 상징적인 복주머니를 조성토록 했다. 서로서로 복을 많이 짓고 베풀라는 뜻이다. “자연이 그대로 설법하고 있는데 따로 이야기할 게 무엇이 있겠느냐.”며 인터뷰를 극구 꺼리던 학성 스님이 유독 강조하는 견성성불, 자리(自利) 이타(利他)의 상생 정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기야 부처님도 자리와 이타가 둘이 아닌 대원(大圓)의 삶을 살도록 우리에게 가르치지 않았던가. 만불보전에서 관음전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5m 높이의 석조 관세음보살상이 무수한 관세음보살 석등으로 에워싸여 있다. 화강암으로 조성된 석등은 기존의 화사창으로 이뤄진 석등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연꽃 좌대 위에 관세음보살을 모셔 놓은 점이 이채롭다.8각의 기둥은 부처님의 성스러운 진리인 팔정도를 상징한다. 관음전 바깥에는 유자(幼子)영가동자상, 법성게 법륜 등이 놓여 있다. 유자영가동자상은 낙태나 유산 등으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어린 생명을 천도하기 위한 것이다. 부모로서의 죄업을 참회하고 원한맺힌 영가들을 지장보살의 서원으로 극락왕생토록 하는 자리다. 동자상마다 빨간 색 모자와 턱받이, 가방 등이 씌워져 있다.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린 꽃 같은 생명을 저 세상으로 보낸 숙업을 이렇게나마 풀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관음전 앞에 가면 법성게가 조성된 원통형 법구를 돌리며 옴마니반메훔 진언을 외우는 불자들을 볼 수 있다. 법성게 법륜은 티베트의 기도 용구인 마니차에서 유래한 것. 티베트인들은 마니차 안에 경문이 들어 있어 이것을 한번 돌릴 때마다 경전을 한번 읽는 것과 같은 공덕을 쌓는다고 믿는다. 사람들이 연신 법륜을 돌리며 진언을 외운다. 그러면 흩어진 마음이 모아지기라도 할까. 그들은 진정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관음전을 둘러보고 비스듬한 윗 길로 올라갔다. 거대한 황동와불열반상이 객을 맞는다. 국내 최대 규모라는 이 열반상은 길이가 13m, 높이가 4m로 어른 키의 두 배가 넘는다. 열반상의 모습을 곽시쌍부(槨示雙趺)라 한다. 세존이 쿠시나가라 사라쌍수 아래서 입멸하자 입관했는데, 가섭이 다른 지방에서 이 소식을 듣고 그곳에 이르러 슬피 우니 세존이 두 발을 관 밖으로 내보여 자신의 마음을 가섭에게 전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됐다. 이 모든 진리를 깨친 정각자의 발바닥에 새겨진 형상이 바로 천폭륜상이다. 천폭륜상은 모든 법이 원만함을 나타낸다. 이 부처님 발바닥을 세 번 만지고 절을 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만불산 꼭대기에는 극락세계에서 삼천대천 세계로 친히 나투신 33m의 아미타대불이 조성돼 있다. 금빛 가사를 두른 아미타대불의 팔각좌대에는 극락정토를 기원하는 불자들이 서원을 담아 소불을 만들어 놓았다. 좌대 가운데에 놓인 관세음보살과 남순동자에게 기도객들이 뭔가 소원을 빌고 있다. 밤에 불을 밝히면 멀리 경부고속도로에서도 올연히 서 있는 아미타대불의 모습이 보인다. 만불산 극락도량에서 마주 보이는 곳에 대웅전 터가 자리잡고 있다. 만불산 전경을 굽어볼 수 있는 자리다. 현재 대웅전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사찰측 한 관계자는 “대웅전 건물은 최첨단 공법이 동원된 유리 건축물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순수 기도공간으로 쓰일 이곳에는 또한 10만 석불전이 조성될 계획이어서 또 하나의 ‘성역’을 예고하고 있다. 만불사 앞마당을 훤히 밝히는 인등대탑과 4층 범종각 안에 안치된 4m 높이의 황동만불대범종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특히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룬 인도 부다가야 마하보디사원의 대탑을 본뜬 인등대탑에는 한 기마다 1만 4000분의 관세음보살 인등이 봉안돼 있어 시종여일 진리의 불을 밝히고 있다. 만불사에서는 누구든 성물과 친숙해질 수 있다. 부처님도 만져보고 범종도 직접 쳐볼 수 있다. 만불사는 대중과 함께 하는 만발공양에도 열심이다.1000여 명이 한자리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양소가 24시간 무료로 개방돼 있다. 정토세계를 구현하는 불사와 참배를 통해 신행과 전법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만불사는 이제 세계 불교를 이끌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 불교네트워크의 중심역할을 할 만불총림과 함께 만불세계불교회관 건립도 추진중이다. 만불사는 고속도로로 대구, 부산, 울산 등지에서는 1시간 미만, 서울에서는 4시간 정도 걸린다. 영천 인터체인지나 건천 인터체인지에서 10분이면 갈 수 있다. 글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방현석교수의 테마로 읽는 호찌민] ④ 호찌민 떠나던 날

    [방현석교수의 테마로 읽는 호찌민] ④ 호찌민 떠나던 날

    1954년, 디엔비엔푸에서 패한 프랑스가 물러간 다음 베트남 북쪽에서는 총성이 멈췄다. 호찌민은 즉시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모든 정책과 사업은 현장에서 결정됐다. 호찌민 노선이 대중의 감정과 현실로부터 벗어나지 않았던 이유는 그 자신이 언제나 대중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찌민의 제2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까오방 사람들은 호찌민이 주석이 된 다음 다시 찾아왔을 때를 잊지 못한다. 까오방의 당 서기장은 성대한 음식으로 호찌민을 대접했다. 그러나 호찌민은 화를 내며 “당신이 다 먹으라.”고 자기 앞의 음식 접시를 모두 당서기장에게 밀어주었다. 그리고 물었다.“지금 까오방성의 인민들이 어떻게 먹고 있느냐.” 밖에서는 기근으로 사람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그 뒤 호찌민은 지방시찰 때마다 도시락을 싸갔다. 예정된 코스를 불쑥불쑥 벗어나서 방문에 대비한 어떤 준비도 헛수고로 만들어버렸다. 가뭄이 든 남딘성 이옌마을을 예고없이 찾은 호찌민은 갈라터진 논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몇 바가지의 물이라도 대려고 바닥이 보이는 개울을 바가지로 긁고 있는 아낙네를 비키게 한 호찌민은 직접 물을 펐다. 그러나 갈라진 논의 틈새조차 채울 수 없었다. 이 때 호찌민은 관개수로사업을 구상했다. 하노이 북부 3개성에 걸친 ‘박흥하이 관개수로사업’이 시작된 것. 삽과 들것, 수레에 의존한 이 건설운동은 디엔비엔푸에 이은 또 하나의 기적이었다. 이 공사과정에서 수동식 컨베이어벨트를 비롯한 수많은 운반도구들이 발명됐다. 호찌민은 전쟁에서 발휘되었던 베트남인의 창의성과 애국심을 생산운동으로 이끌어냈다. 하노이 북부 3개성을 가뭄에서 해방시킨 이 공사과정이 담긴 기록영화 ‘박흥하이에 물이 들다’에 1959년 모스크바영화제는 다큐부문 최고상을 안겼다. 이 영화의 감독 부이딘학은 현장을 방문한 호찌민을 네 차례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한 번은 물이 들어오는 것을 찍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져서 돌아보니까 호 아저씨가 오고 있었어요. 카메라를 돌려서 아저씨를 찍으려는데 갑자기 난리가 났어요. 일하던 사람들이 아저씨를 알아보고 마구 몰려드는 거예요. 곡괭이, 삽을 든 채로 말입니다. 당황한 경호원들이 놀라서, 연장을 들고 달려들면 아저씨는 어떻게 하느냐고 소리쳤지만 소용없었어요. 와,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달려오는데, 가까이 올수록 더 빨라지는 거예요.” 하노이의 한국식당 춘하추동에서 만난 부이딘학은 마치 어제 일처럼 말했다. “이때 호 아저씨가 재빨리 옆에 있던 나무에 올라가는 거예요. 그리고는 손을 흔들면서 이렇게 소리쳤어요. 호 아저씨 여기 있다. 다들 봤지. 봤으면 이제 자기 자리로 가서 일하자.” 그러나 호찌민의 인민생활 향상정책은 10년이 지난 1964년이 되면서 중대한 도전에 처했다. 미국은 이미 국민들조차 등을 돌린 사이공정권의 응오딘지엠을 제거한 뒤 직접 베트남에 개입할 구실을 찾고 있었다. 미국과의 전면전이 불러올 ‘재앙’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던 호찌민은 이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1964년 8월, 통킹만을 항해하던 미국항모가 공격당했다는 이유로 미국은 북폭을 감행했다. 이 때 국제정세도 좋지 않았다.‘수정주의’ 논쟁으로 등을 돌린 소련과 중국은 베트남에 한쪽을 선택하라고 강요했다. 호찌민은 국제 사회주의 진영의 단결을 호소하며 중립을 지키려 했지만 당시 반소파였던 서기장 레주언을 비롯한 당의 실세 그룹은 의견이 달랐다. 호찌민의 오른팔 보응우옌잡은 대중적 지지와 호찌민의 적극적인 변론으로 무사했지만 그외 측근들은 레주언 그룹에 밀렸다. 그의 뜻과 달랐음에도 ‘항미전쟁’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인민들에게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는 일은 여전히 호찌민의 몫이었다. 호찌민이 처음 유서를 쓴 것은 1965년 5월19일,75회 생일 때였다. 자신의 건강이 미국과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 견뎌낼 수 없다고 예감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항하는 우리의 투쟁, 민족 해방을 위한 우리의 투쟁에 많은 역경과 희생이 따른다 해도 우리가 승리할 것임은 분명하다. 만약 그날이 온다면 나는 우리의 동지들, 전사들과 함께 남쪽에서 북쪽까지 순회하며 노인들과 젊은 청년들을 만나려던 참이었다. 국민을 대표해서 우리의 우호국을 방문하여 미국과의 전쟁에서 우리를 지지해준 그들의 노고에 감사의 말을 전할 작정이었다. 당나라의 위대한 시인 두보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 했다. 올해 나는 일흔다섯이다. 나는 그 얼마 되지 않는 ‘자고로 드문’ 사람에 속한다. 마음은 아직도 거뜬하지만 육체는 갈수록 점점 쇠약해지고 있다. 그야말로 자연의 섭리다. 그러니 그 누가 혁명을 위해 더 오래 살라고 내게 말할 수 있겠는가.” 호찌민은 죽음을 예감한 뒤 남부지방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미국과 전쟁이 한창이던 남부에 꼭 가보고 싶어했다. 그러나 남부전선 방문은 제지당했다. 그러자 1968년 레주언에게 직접 편지를 썼다. “친애하는 레주언 동지! 동지들은 내 건강을 생각해서 나를 멀리 보내는 것을 허락지 않습니다. 그러나 환경을 바꾸어 바닷바람을 마시고 투쟁하는 인민들 속에서 생활한다면 오히려 내 건강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입니다.10일간 준비해 6일 동안 해로를 통해 남부에 닿은 다음 육로로 3일을 가면 남부전선에 닿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언제쯤 출발할 수 있는지 내게 알려주기 바랍니다.”- B(Bac/아저씨)로부터- 호찌민이 레주언에게 애걸에 가까운 편지를 쓰면서까지 남부에 가려 했던 이유는 남부 민중들에 대한 부채감 때문이었다. 프랑스가 물러가면서 제네바협정이 체결되자 남부혁명가들은 호찌민이 있는 북을 선택했다. 사이공 정권은 남부에 남은 이들의 가족을 줄줄이 처형했다. 미국과의 전쟁이 터진 뒤 북부 청년들은 그 유명한 ‘호찌민 루트’를 타고 남부전선으로 내달렸다. 수많은 북부청년들은 호찌민루트에서, 남부전선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들 모두가 ‘호찌민’이라는 이름에 기꺼이 목숨을 내놓은 사람들이었다. 그런 때에 일흔이 넘은 나이를 이유로 후방에서 자연사한다는 것은 호찌민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레주언은 끝내 호찌민의 여행을 허락하지 않았다. 1969년 호찌민의 건강은 급격히 나빠졌다.79회 생일을 며칠 앞둔 5월10일, 호찌민은 해마다 손을 보아온 유서를 다시 꺼내 마지막으로 가필했다. 그 내용은 세금감면을 비롯한, 전쟁이 끝났을 때 농민·노동자들에게 주어져야 할 민생대책들이었다. 전선에서 싸운 전사들에 대한 예우도 매우 구체적으로 썼다. 전쟁은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자신이 그 때까지 살아있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호찌민의 유서 최종본에는 20년을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전쟁을 견디고 있는 인민들에 대한 깊은 연민과 무거운 책임감이 담겨 있다. 베트남 인민들은 수십년 동안 프랑스 탱크의 캐터필러 소리와 미국 폭격기의 굉음, 이웃과 친척 중에 누군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살아야 했다. 인민들은 단 하루도 따뜻한 밥을 먹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항전을 이끌어온 호찌민은, 미안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한 항전은 참으로 위대했으나 위대함을 감당하기 위해 지불해야 했던 베트남 인민들의 희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가혹한 것이었다. 그 희생은 베트남 인민 자신들을 위한 것이었으나 희생해서 싸우자고 호소한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호찌민이었다. 그해 8월12일 호찌민의 건강은 더 악화됐다. 당과 정부, 군대의 핵심부는 이미 호찌민의 죽음에 대비하고 있었다. 남부의 전선사령부가 파견한 대표단은 호찌민루트를 타고 하노이를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8월18일 호찌민은 비서 부끼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주석관저,10평짜리 목조주택의 계단을 올라갔다. 마지막 걸음이었다.8월24일, 호찌민의 방은 병실로 변했다. 당의 정치위원들과 군사지도자들이 병문안을 왔다.5평도 채 안 되는 호찌민의 방안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가장 무더운 8월이었고 에어컨은 없었다. 비서 부끼는 호찌민의 머리맡에 앉아 계속 부채질을 했다. 호찌민은 손을 움직일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 먹고 마시려 했다. 간호사 오안이 시중드는 것도 사양했다. 대신 다른 것을 부탁했다. “노래나 하나 불러줘.” 호찌민이라고 외롭지 않았을까. 그에게는 단 한 점의 혈육도 없었다. 라디오 소리만 방안을 채우고 있었다. 호찌민은 라디오를 계속 켜두라고 했다. 최후의 순간은 다가오고, 호찌민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호찌민이 겨우 잠깐 잠이 든 것을 보고 비서 부끼는 라디오를 끈 다음 그도 잠깐 눈을 붙일 요량으로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그 때 뒤에서 힘겹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부끼 어이.(부끼야)” 놀라 몸을 돌렸을 때 호찌민은 라디오를 다시 켜라고 손짓했다. “아저씨, 왜요? 오랜만에 눈을 붙이시기에 쉬시라고 껐는데요.” 호찌민은 손을 저었다. “그래도 사람소리가 들려야지…….” 9월2일 오전 9시45분, 호찌민은 숨을 거뒀다. 가장 가까운 측근이었던 비서 부끼와 보응우옌잡 장군이 그 곁에서 울고 있었다. 호찌민은 이미 임종과정을 찍지 말고 화장하라고 유언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창밖에서 몰래 호찌민의 최후를 찍고 있었던 군대영화사 팜꾸옥빈의 촬영팀은 호찌민이 눈을 감은 뒤에야 방안에 들어설 수 있었다. 소령으로 예편한 팜꾸옥빈은 호찌민이 자리에 누운 순간부터 임종하는 때까지 전 과정을 비밀리에 촬영했다는 사실을 집으로 찾아간 필자에게 밝혔다. 호찌민의 시신은 영구 보존처리되었고 그 장면도 모두 기록됐다. 장례절차까지 담은 이 필름은 최고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편집하지 않은 원본 그대로 비밀리에 보관되어 있다. 공개된 부분도 있지만 원본 가운데 20분 분량도 채 안 되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베트남의 당과 정부는 호찌민 서거일도 9월2일에서 하루 늦춘 3일이라 발표하고, 이 사실을 오랫동안 비밀에 붙여왔다. 팜꾸옥빈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9월2일은 1945년 호 아저씨가 베트남독립정부를 수립한 날이었어요. 호 아저씨가 돌아가신 것만도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인데 거기다 날짜가 9월2일이라고 하면 9월2일에 호 아저씨가 세운 나라도 뒤따라 망한다는 적의 심리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호찌민이 눈을 감은 뒤 베트남에는 사흘 밤낮으로 비가 내렸다. 베트남 전역에서 울음소리와 눈물이 이어졌다. 남부 정권의 수도 사이공에서도 모든 상가가 철시했다. 장례기간 동안 베트남 전역에서 절도사건을 비롯한 불미스러운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남부의 대통령 우옌반티우조차 정중한 조의를 표해야 했다. 그토록 호찌민을 헐뜯었던 미국 언론들도 애도를 표시했다. 뉴욕타임스는 호찌민을 표지인물로 세우고 장문의 조사를 내보냈다.‘지금 살아있는 민족주의자 가운데 그만큼 불굴의 정신으로 오랫동안 적의 총구 앞에 버티고 서 있었던 사람은 없다.’고. 그런 호찌민이 죽어서 남긴 것은 10평 남짓한 목조주택 한 채와 몇 권의 책이 전부였다.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고 살다가 무엇도 남기지 않고 떠났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bang80@jowoo.co.kr ●자료 사진을 협조해주신 주한베트남대사관과 베트남통신사(VNA)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애써주신 베트남통신사 부주이흥 서울지국장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열린세상] 대학혁신과 CEO/김장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며칠전 연구진과 함께 대구의 영진전문대학과 포항의 한동대학교를 방문하였다. 이 두 대학은 지방이라는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특성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여 고등교육의 성공적 혁신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두 대학 모두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극 부응하는 나름대로의 특성화 모델을 제시해 인적자원 정책 연구를 하는 필자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영진전문대학의 강점은 기업 요구에 적극 부응하는 우수 전문 기술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다양한 주문식 교육프로그램을 활성화했다는 점이다. 산업체 요구를 반영하는 교육과정의 지속적 개선, 현장경험이 풍부한 교수들에 의한 실무 중심 교육, 철저한 교육품질 보증제 시행 등을 통해 산업계 요구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3000명이 넘는 산업계 종사자로 각종 자문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네트워킹의 가동은 이러한 수요자 중심 교육의 주요 성공기반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을 바탕으로 영진전문대학은 이제 지역 기업들의 기술혁신 거점 역할도 수행한다. 영진전문대의 주문식 교육방식의 우수성은 높은 취업률을 비롯하여 전문대학에 관한 여러 평가지표에서 거의 무든 부문에서 최상위에 랭크되고 있으며,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의 단골 지정기관이라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문대학에 대한 기피현상이 만연하고 산업기술 인력의 수급불일치가 심한 우리 현실에서 영진전문대의 사례는 분명 희망적 모범 사례이다. 한동대학교의 특성화 성공사례는 우리에게 대학교육의 새로운 지향점을 보여준다. 급속한 기술변화와 글로벌 환경이라는 새로운 시대상황에 적극 부응하는, 세상을 바꾸는 글로벌 리더 양성이라는 이 대학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학문적 탁월성, 국제화, 인성교육이라는 3대 특성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문적 탁월성을 달성하고자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수요자 중심의 전공선택, 복합 전공교육, 팀티칭 및 토론식 수업운영, 산학협력 및 맞춤형 교육 등의 교육방식을 치밀하게 설계, 실천하고 있다. 더불어 사는 사회성과 도덕성 함양을 위해 무감독 양심시험 실시, 기독교적인 ‘섬기는’ 봉사활동, 그리고 영어·중국어·전산능력 등의 기초교육도 강조된다. 거의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사실, 교수들의 헌신적인 지도, 다양한 자주적 학습동아리의 활성화 등도 의미 있고 새로운 관행이다. 이러한 교육방식은 학생들에게 훨씬 더 많은 학습준비 시간을 요구한다. 영진과 한동의 두 성공사례는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정해 추진하는 하드웨어 개편 중심의 대학 구조조정과 지원정책에 부작용이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쟁력을 확보한 곳은 차별화하여 과감하게 지원하고 다양성을 살리는 방향의 시장친화적 소프트웨어 정책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대학의 구성주체들 사이에서도 이제 산학협력의 강화 등을 포함하는 대학교육 혁신의 기본방향에 대해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 두 대학의 성공사례에서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혁신의 방향성 그 자체 못지않게 실제 혁신의 핵심 추진동인이 무엇인가를 규명하는 것이다. 한동과 영진의 성공요인으로 여러 가지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화하기 어려운 특수성도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고책임자(CEO)가 정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남다른 열정과 유연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리더십을 발휘한 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추진동인이라고 판단된다. 두 대학 모두 초대 총장이 지금까지 경영하고 있다. 통상적 기준으로 장기집권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과연 이들의 열정과 훌륭한 리더십이 없었다면 성공이 가능했겠는가? 그동안 우리 대학사회에서는 대학CEO나 주요보직을 갈라먹기 식으로 돌아가면서 해야 한다는 결과 평등주의가 팽배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변화와 경쟁의 대학 환경에서 이러한 방식은 그 적합성을 갖기 어렵다. 오늘날 대학CEO만큼 유능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자리가 많지 않다. 대학은 어느 조직보다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상호 작용하는 조직이다. 더욱이 대학은 이제 학문연마와 산업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학생은 가르치는 교수를 능가할 수 없고 교수는 총장의 수준을 능가할 수 없다는 말이 새삼 와 닿는다. 김장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 [‘로스쿨’로 뛰는 대학들] (9) 연세대학교

    [‘로스쿨’로 뛰는 대학들] (9) 연세대학교

    연세대 법대가 법학교육의 패러다임 자체를 확 바꾸겠다고 나섰다. 연대 법대는 로스쿨 도입을 계기로 국제경쟁력 있는 법률가를 배출하는 데 역량을 모두 쏟아붓는다는 복안이다. 이미 국내 법률시장의 개방화가 시작된 만큼 사법시험에 올인하는 현재의 법학교육으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최우수법학교육기관으로 선정돼 자타가 공인하는 데도 안주할 수 없다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법학교육의 국제화 선도 연대 법대는 국제법률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법률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우선 교육시스템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법대측은 이미 1993 법과대학발전위원회를 구성, ‘연세법과대학 비전 2010’을 수립했다. 이같은 로드맵에 따라 세계화·정보화에 부응할 수 있는 전문 교과과정을 도입하고 교육시설을 첨단화했다는 게 연대 법대측의 설명이다. 교육목적에 따라 시설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대 법대의 시설 곳곳에서는 외국 유명 로스쿨을 벤치마킹한 흔적이 묻어난다.3년 전 완공된 법대 독립건물은 3600평 규모로 국제회의실, 시청각교육실, 법학도서관 등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특히 법대전용도서관은 해외 로스쿨 도서관의 실용성을 그대로 벤치마킹했다. 두 개층에 걸쳐 마련된 서고와 자료실은 내부 계단을 통해 연결되며, 인터넷 검색실,A/V자료실 등 자료실마다의 특색을 살려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콘텐츠의 차별화 시도 시설뿐만 아니라 콘텐츠에서도 전문화와 다양화를 시도했다. 경영·경제학에서 국내 최고로 꼽히는 연대만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연대 법대측의 이같은 계획은 설립 10주년을 맞은 법무대학원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연대의 법무대학원은 지적재산권법무·경영법무·사법공안법무·공정거래법무 등을 특화해 전문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국제화를 추구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무엇보다 국제법과 관련한 다양한 커리큘럼이 눈에 띈다. 국제법은 물론 영미법·EU법·국제거래법·국제경제법 강의와 함께 독법원강·영법원강·불법원강 등 원서로 진행되는 강의도 마련했다. 또 최근에는 중국법연구센터를 개설하는 등 국제적인 법률가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법대 김종철 교수는 “국제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외국법 강의와 원어로 진행되는 강의가 이제 필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국제화와 전문화의 일환으로 교수진의 차별화도 시도했다. 최근 영입된 백승민 교수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컴퓨터수사과장을 지낸 경력을 살려 형법실무와 함께 법정보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박정우 교수는 공인회계사로 국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을 맡고 있는 세법 전문가다. 사회법 전공의 이상윤 교수는 행시 출신으로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을 맡고 있다. 김성태 교수는 금융감독원 경영평가위원장 및 한국보험학회회장, 한국증권법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분야별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대 법대는 이밖에 통상법, 금융법, 저작권법, 인권법, 특허법 등에서 실무경험이 풍부한 교수진을 10여명 정도 충원한다는 계획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박상기 법대학장 “기업법무 분야등 전문성 교육 강화” “리걸 마인드와 함께 비즈니스 마인드도 필요한 시대입니다.” 연세대 박상기 법대학장은 법조시장 개방을 앞둔 법조인의 자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연대 법대의 교육목표 역시 국제법률시장에 걸맞은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박 학장은 “국내 송무사건 시장이 작은 편인 데도 대부분의 법조인들이 송무사건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외국 로펌들이 우리나라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데는 그만큼 시장성이 있기 때문인데 우리 법조인들은 그 시장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전문성이 부족하고 비즈니스 마인드도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내시장에서 전문성을 살리고 국제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교육목적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박 학장의 지론이다. 박 학장은 “학교는 법조인을 많이 배출하는 데 주력할 것이 아니라 보다 수준 높은 법조인을 배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법과목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대 법대는 특히 기업관련 법무분야 등 시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교육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김석수前총리 등 법조인 870명 배출 연대 출신의 법조인은 870명에 이른다. 현직 판·검사도 236명으로 상당하다. 연대가 배출한 법조인 수는 국내 대학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연대 출신 법조인으로는 백광현 전 내무부 장관이 첫손에 꼽힌다. 백 전 장관은 51학번으로 고등고시 사법과 8회에 합격, 광주·부산지검장, 대구고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거쳐 1998년 56대 내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김석수 전 국무총리는 52학번이다. 고시 사법과 10회에 합격한 김 전 총리는 육군 법무관으로 시작해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부산지법원장, 법원행정처 차장, 대법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치고 2002년 국무총리에 임명됐다. 역시 고시 사법과 10회의 윤관 변호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과 대법원장을 지냈고, 현재 고문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이범관(62학번) 변호사는 사시 14회로 지난해까지 광주고검장을 지냈다. 행시 10회 출신이기도 한 그는 국회 법사위 수석전문위원, 대통령 민정비서관, 대검 공안부장, 서울지검장 등 입법·사법·행정 분야에서 핵심 요직을 모두 거쳤다. 광주고검장 재임 당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정면비판 발언으로 유명세를 탔던 이 변호사는 지난해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다.”며 자진사퇴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64학번으로 사시 13회 출신이다.10여년간 판사를 지내다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한겨레신문사에서 감사로 활동하는 등 개혁적 성향의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이흥복(65학번) 부산고법원장은 사시 13회로 서울남부지원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장, 수원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냈다. 이훈규(71학번) 창원지검장도 이달 취임식을 가졌다. 사시 20회인 이 지검장은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대검 중앙수사부 제1·3과장, 법무부 검찰 1과장, 서울남부지검장, 대검 형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밖에 이방호(64학번) 한나라당 의원과 설원봉(67학번) TS그룹 회장, 정순훈(68학번) 배재대 총장, 박종구(70학번) 감사원 제1사무차장 등도 법대인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산하기관 탐방] 의정부 예술의 전당

    [산하기관 탐방] 의정부 예술의 전당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 2동에 자리를 잡은 ‘의정부 예술의 전당’(관장 구자흥)은 지난 2001년 4월 개관 이후 4년 만에 경기북부 문화·예술의 중심 축으로 뿌리를 내렸다. 의정부시 산하로, 문화·예술 불모지에 수준높은 공연·전시·문화기획행사 등을 잇따라 펼쳐 ‘군사 도시’ 이미지를 벗어나는 데 크게 기여, 시민들의 사랑을 얻고 있는 것은 물론 서울 동북부 지역 관객들도 끌어들일 정도가 됐다. 그동안 모스크바 시립발레단을 비롯해 국제적으로 이름난 공연단들과 뮤지컬 ‘명성황후’ 등 국내 유명작들이 무대에 올려졌다. 박수근·김기창 등 국내 화단 거장들의 전시회와 김지하 묵란전도 열렸다. 1만 2000여평의 부지 내 녹지 공간과 지하 이탈리안 레스토랑 ‘콘토르노’는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되고 있다. 의정부 예술의 전당은 개관 이듬해인 2002년부터 해마다 ‘국제 음악극축제’를 치르고 있다. 한국·러시아·일본·중국·프랑스·독일 등 국내외 10여개 유명 극단이 참가한다. 이 중 러시아 타캉가극단은 서울 공연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2002년과 2003년 연속으로 전국문예회관연합회와 문화관광부가 공동 선정한 ‘전국 최우수 문예기관’으로 뽑혔다. 국제 음악극축제는 문화부의 특성화 연극제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제4회 축제는 내달 10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다. 지난해부터는 우리시대의 대표적 순수 시인이자 ‘문단의 마지막 기인’으로 불리는 고 천상병 시인을 추모하는 천상병예술제를 열고 있다. 오는 30일 개막되는 올해의 천상병예술제에선 천 시인의 일생을 그린 창작 교향곡 ‘귀천’이 프라임 필하모니에 의해 공연된다. 천 시인은 의정부에서 생을 마감했다. 소설가 이외수의 특별 회화전도 열린다. 초·중등학생과 일반인이 참여하는 천상백일장대회와 천상음악회도 준비돼 있다. 또 이달 30일까지는 예술의 전당이 창작한 연극 ‘소풍’(김청조 작, 양정웅 연출)이 무대에 오른다. 어린이 날인 5월5일엔 리틀엔젤스 예술단 초청공연도 열린다. 의정부 예술의 전당은 각종 문화·예술 관련 워크숍과 세미나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고, 문화예술 자원봉사자 육성 교육도 한다. 일종의 문화상품권인 공연관람권 판매제도를 국내 단일 공연장 최초로 시행했다. 현재 7000여명에 이르는 무료 회원을 대상으로 회원 유료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1인당 연 2만원을 부담하면 각종 공연·전시회의 입장료를 할인해 주고 공연 정보 등도 제공한다는 것. 인터넷 홈페이지(www.uac.or.kr)엔 현재까지 연인원 46만명, 하루 평균 200∼300여명이 접속해 시민들의 높은 문화·예술 욕구와 예술의 전당에 거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객석 1057석의 대극장과 237석의 소극장,224평의 전시장,177평의 국제회의장을 갖춰 대관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의정부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범죄피해자 지원 어떻게

    범죄피해자 지원 어떻게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지원은 너무 미미했다. 흉악범죄가 급증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피해자들을 돕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민간차원의 지원 활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범죄 피해자 보호 대책을 마련, 민간활동을 돕는 한편 재정지원책도 강구하고 있다. 피해자 지원 현황과 사례,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는 전국 55곳에 설립돼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지원센터의 봉사자들은 피해자와 법정에 함께 가고, 사건 진행정보를 알려주며, 의료·생계지원도 한다. 그러나 민간 차원의 지원센터는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률·의료상담은 물론 생계지원까지 사례 1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40대 아내가 남편을 청부살해한 사건이 서울에서 발생했다. 아내는 구속되고, 세 남매만 남았다. 충격을 받은 아이들은 아버지가 숨진 집에서 살아야 했다. 경제적 어려움까지 닥쳐왔다. 이에 지원센터는 아이들 집을 자주 찾아가 말 벗이 되고, 밥과 반찬도 챙겨줬다. 구청과 협의해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와 소년소녀가장으로 선정되도록 도왔다. 덕분에 지난 2월부터 아이들은 다달이 98만 8000원을 받게 됐다.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아이의 전학도 주선했다. 전세금 금융지원을 얻어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 사례 2 병든 할머니와 홀로 살던 중학생 A양이 성폭행을 당했다. 지원단체는 혼돈상태에 빠진 A양을 쉼터로 옮기고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했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자원봉사자가 매주 방문, 청소하고 밑반찬을 만들었다.A양도 안정을 되찾고 학교에 다시 등교하고 있다. 사례 3 피해자 B(16)양과 C(19)양은 의붓아버지에게 4년간 성폭행을 당했다. 친어머니는 딸들이 산부인과 치료를 받을 만큼 다쳤는데도, 거짓말이라며 아버지를 두둔했다. 충격을 받은 아이들에게 지원센터는 정신과 치료 등을 무료로 받도록 돕고, 학비도 지원했다. 취업을 원하는 큰 딸이 중소기업에서 면접을 보도록 주선했다. 사례 4 강도에게 남편을 잃은 아내 D씨는 법정 증인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상황이 떠올라 D씨는 가해자를 마주하기가 겁났다. 연락을 받은 검찰 직원이 D씨 집을 방문, 함께 법정까지 갔다.D씨가 증언하는 동안에도 직원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D씨는 “낯설고 두려웠는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대구지하철 사고로 처음 시작 피해자보호센터는 2003년 9월 대구지하철 사고 200일을 맞아 구미에서 처음 개설됐다. 지하철 방화로 목숨을 잃은 190명의 유족들에게 체계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공공기관은 아니고 민간에서 만든 기관이다. 지난해 7월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붙잡히면서 피해자보호 활동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지난해 전체 범죄건수는 205만 8360건으로 2003년(191만 6631건)보다 7.4% 증가했다. 살인 4.8%, 강간 10.1%, 폭력·협박 42.1%, 절도 61.6% 늘었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범죄피해자보호·지원 강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민간 지원센터 설립을 지원했다. 한국 범죄피해자 지원 중앙센터를 비롯해 전국에서 센터가 잇따라 들어섰다. 상담과 더불어 의료·법률지원, 살인 현장 청소도 맡고 있다. 중앙센터 최혜선 사무처장은 “가족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하고,10년 동안 악몽에 시달리다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면서 “피해자 대부분이 작은 도움에도 감동하고 위로받는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조균석 차장검사는 “앞으로 전문가가 경찰과 함께 사건 현장에 출동, 피해자를 상담하고 현실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면서 “체계적 지원만이 2차,3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원부족이 걸림돌 민간이 주도하는 지원센터는 재원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법무부는 피해자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지원센터를 후원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 사무실을 빌려주는 것 외에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도록 규정한 ‘피해자보호법’을 입법예고했지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피해자 지원대책을 기다리느라 처리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원센터의 경제적인 어려움은 매우 크다. 월급을 주지 못해 상근자가 떠나고, 자원봉사자 교육도 하지 못하고 있다. 지원센터 관계자는 “일반 후원금도 없는데 정부까지 지원하지 않으니 대부분 문 닫을 형편”이라면서 “초창기엔 국가의 도움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미·김천시의 경우 설립할 때 약속대로 매년 1억원씩 후원하고 있다. 활동도 활발해 1년 6개월 만에 상담건수는 1000건을 웃돌고 있고, 후원자도 302명으로 늘었다. 법무부는 최근 지원센터를 긴급 지원하고자 국무총리 산하 복권위원회에 복권기금 61억원을 신청했다. 한 검사는 “범죄자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면서 “범죄·재해피해자를 사회적 소수로 인정,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유영철사건 피해자 지원은 연쇄 살인범 유영철씨에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 유족은 어떤 지원을 받았을까. 일부 유족들이 정부가 지급하는 범죄피해자구조금 1000만원을 받았을 뿐이다. 사건 피해자는 여성과 노인 20명.2명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고,3명의 유족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피해자 15명의 유족만 수사를 받거나 법정 증인으로 나섰다. 피해자 7명의 가족은 지난해 10월에,4가족은 지난달에 구조금을 신청해 받았다. 매년 5월과 10월 주던 구조금을 앞당겨 지급한 것이다.4가족은 신청자격이 되지 않았다. 구조금은 각 가족당 1000만원. 유족이 여러명인 경우 300만원이나 500만원씩 나눠가졌다. 그러나 구조금이 적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범죄 피해자가 사망하면 1000만원,1∼3급 장애를 입으면 300∼600만원을 준다. 합의금이 없는 경우엔 치료비에도 훨씬 못미치는 액수다. 신청요건도 까다롭다. 피해자가 가정의 생계를 책임졌고, 가해자가 친인척이면 안 된다. 또 피해자의 잘못으로 사건이 발생해도 구조금을 신청할 수 없다. 이에 지난해 신청 123건, 지급액 6억 4940만원에 그쳤다. 이는 일본보다 30배 적은 수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유영철 사건으로 구조금이 알려져 신청은 늘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여전히 돈을 받는 피해자는 적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선진국 사례 범죄 피해자 지원은 1970년대 미국과 영국·독일 등에서 처음 시작했다.1995년에는 일본도 뒤따랐다. 미국은 1975년 전국피해자지원기구(NOVA)를 설립한 뒤 ‘피해자 및 증인보호법’과 ‘범죄피해자법’을 잇달아 만들었다. 지원단체는 1만여개. 심리학자·변호사·사회활동가·의사가 상담·진단·치료를 맡는다. 정부는 벌금 중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 단체를 후원한다. 처음엔 우리나라처럼 가해자가 가족이면 보상받지 못했지만, 이젠 달라졌다. 영국은 증인보호협회가 피해자를 지원한다. 자원봉사자는 범죄가 발생하면 곧바로 현장에 달려가 피해자를 위로하고, 정신과 의사, 변호사 등 전문가를 소개한다. 독일은 1976년 ‘범죄피해자보상법’을 만들었지만, 자격을 엄격히 제한해 호응을 얻지 못했다.1986년 법률을 바꿔 혜택을 늘렸다. 경찰이 앞장서 피해자 지원단체를 세웠다. 전국 400개 단체에서 자원봉사자 2300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보상금 신청은 물론 수사·재판에도 함께 간다. 자금은 회원 회비와 기부, 벌금으로 채운다. 스위스에선 정부가 주민 수를 기준으로 범죄 피해자 단체에 지원금을 나눠준다. 단체는 2년마다 회계보고서와 제공한 서비스를 보고해야 한다. 일본은 1990년대 말 한 어린이가 트럭에 부딪혀 사망하면서 피해자 지원에 눈을 떴다. 피해아동 아버지는 가해자가 어떤 처벌을 받는지 전혀 연락을 받지 못했다. 수소문 끝에 가해자가 검찰에서 무혐의로 풀려났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그는 “어린 아들이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누구도 이를 알려주지 않았다.”며 울부짖었다. 그의 울분은 일본 대륙을 뒤흔들었다. 가해자는 기소됐고, 정부가 관계 부처회의를 열어 범죄피해자 지원대책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피해자지원센터도 이때 만들어졌다. 국회에선 관련 법안을 만들었다. 범죄피해자는 각종 정보는 물론 피해보상금, 공영 임대주택 우선 입주권도 얻는다. 범죄피해자를 노인·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로 인정, 복지 혜택을 준 것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보건소 탐방/서울 용산구] 노인 건강 관리·질환 예방 최선

    [보건소 탐방/서울 용산구] 노인 건강 관리·질환 예방 최선

    서울 용산구보건소는 노인인구 비율이 비교적 높은 구의 특징을 감안해 노인건강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용산구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인구의 9.5%로 서울시의 6.7%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보건소에서는 중·장년층의 건강교육 프로그램을 줄이고 노인 관련 프로그램을 늘리는 등 노년기 건강관리와 질환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동불편 독거노인·의사 ‘주치의 결연’ 지난 6일부터 시작해 오는 6월까지 계속되는 ‘찾아가는 노인대학 순회 건강교육’도 노인건강교육 강화의 일환이다. 관내 14개 노인대학을 돌며 1시간씩 진행되는 이 강연을 통해 보건소에서는 암·치매·뇌졸중·요실금·고혈압 등 노년기에 많이 발생하는 질환을 중심으로 교육하고 있다. 용산구보건소에서는 밖으로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불편한 와상독거노인과 용산구의사회 소속 의사들을 1대1로 연결시켜주는 ‘주치의 맺기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이미 용산구에 병원을 개업한 의사 31명이 이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저소득층 노인엔 무료 한방진료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한방진료에 대해서도 용산구한의사회와 연계해 저소득 노인들에게 무료로 진료해 주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동사무소에서 추천받은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들에게는 침·뜸·부항 등이 모두 무료다. 올 1월 현재 598명의 주민들이 혜택을 받았다. 용산구보건소는 노인질환 중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치매에 대해서는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초빙해 좀더 구체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예방 및 조기 발견을 위해 쉬운 책자를 제작해 배부하고 있다. 이외에도 노인대학보다 상황이 더 열악한 경로당에 있는 어르신들에 대한 관심도 보건소의 몫이다. 보건지도과 방문간호팀의 간호사들이 관내 71개 경로당을 직접 방문해 어르신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이 의료혜택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상담·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한의원과 연계 금연침 시술 등 공짜로 관내 한의원과 연계한 금연클리닉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올해들어 금연열풍이 높아지면서 보건소에서도 1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구민들의 금연을 돕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올해는 주민 507명을 금연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관내 한의원에서 무료로 금연침을 시술해주거나 약을 지어주고 있어서 금연에 관심있는 사람은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금연클리닉 운영과 함께 청소년과 아동들을 대상으로 흡연예방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들은 담배를 끊게 하는 것보다는 애초에 피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금연 방법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재저사이즈’ 몸치도 잘해요

    ‘재저사이즈’ 몸치도 잘해요

    빠른 비트의 음악으로 터질 것만 같은 연습실. 나무 플로어 위에서 격렬한 동작의 ‘재저사이즈(Jazzercise)’를 온 몸으로 재현하는 나는 이미 ‘마이클 잭슨’이자 ‘브리트니 스피어스’다. 재저사이즈는 재즈댄스를 간편하게 만든 운동이다. 지난 98년 미국에서 도입된 재저사이즈는 동호인만 5만여명에 달할 정도로 대중화되고 있다. 재저사이즈의 가장 큰 장점은 춤을 추면서도 운동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근지구력을 늘리면서 체지방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 스트레칭을 하기 때문에 몸도 유연해진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재저사이즈까지 등장할 정도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다. 글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하나 둘 셋 넷 따따따∼∼. 뛰어∼. 스톱.”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세계재저사이즈연맹’ 연습실.20여명의 젊은이들이 강사의 힘찬 구령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배경음악은 마이클잭슨의 ‘빌리지(Village)’.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절로 흥이 난다. 두 명씩 패션모델처럼 도도하게 거울 앞으로 나와 ‘워킹’을 한 뒤 빠른 동작으로 머리와 팔을 뒤로 젖힌다. 이들은 ‘재저사이즈’ 동호회 회원들이다. ●재저사이즈=재즈+운동 재저사이즈(Jazzercise)란 재즈(Jazz)와 엑서사이즈(Exercise)의 합성어로 재즈댄스의 동작을 간편하게 만든 운동을 뜻한다. 재저사이즈와 재즈댄스의 차이점은 동작과 난이도다. 정통 재즈댄스는 무릎을 심하게 사용하는 등 격렬한 동작이 포함되어 있는 데다 난이도 높은 동작을 구사해야했기 때문에 일반인이 따라하기에는 다소 어려웠다. 재저사이즈는 관절의 구조에 맞춰 돌리고 비틀고 굽히는 등의 ‘고립운동’의 동작을 2가지 이상을 연결해서 하나의 동작으로 만드는 것이다. 최근에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실버 재저사이즈’까지 등장할 정도로 일반인들도 따라하기 쉬운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1980년을 전후로 미국에서 시작된 재저사이즈는 지난 98년 국내에 도입됐다. 세계재저사이즈연맹은 국내에 재저사이즈 인구가 5만여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양한 사연들 재저사이즈에 인구가 소리소문 없이 늘어난 만큼 재저사이즈에 빠진 사람들의 사연도 제각기 다양하다. 이혜영(33)씨는 3년 전 재저사이즈를 시작하기 전 척추뼈가 어긋나 있는 ‘척추분리증’을 앓아왔다. 병원에서는 척추에 핀을 박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수영·에어로빅 등 다른 운동을 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가 남편의 권유로 재저사이즈를 시작했다. 이씨는 “척추분리증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근육도 튼튼해지고 틀어졌던 골반도 제자리로 돌아왔다.”며 “요새는 결혼생활·시집생활을 하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도 재저사이즈를 통해 푼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재저사이즈의 매력에 푹 빠져 ‘상경’까지 한 사람도 있다. 전북 고창 출신인 김하연(23)씨는 우연히 연맹의 오경희 국장의 재저사이즈를 보고 “재저사이즈를 배워보겠다.”며 연맹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 서울 친척집에서 머무르는 김씨는 “연예인이 아닌 이상 평소에 취할 일이 없는 동작을 많이 연출하게 된다.”며 “재저사이즈 지도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춤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몸치’도 이 곳에 있다. 대학에서 레크리에이션을 전공하는 이혜인(23)씨는 “동작을 따라하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그만큼 거울 보며 연습을 많이 한다.”며 “같은 동작이라도 기분에 따라 다르게 나오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재저사이즈를 하는 것이 지루하지 않기 때문에 동작이 틀려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온몸에 산소 공급해요” 재저사이즈 예찬론자들은 재저사이즈가 신체에 최대의 산소를 공급하면서 심장·폐를 자극하고 근지구력을 향상시키면서 체지방을 줄여준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는다. 또 스트레칭을 하게 되기 때문에 몸도 유연해진다. 연맹 강현순 교육부장은 “재저사이즈를 하게 되면 단시간에 체중이 줄지는 않지만 근육이 생기기 때문에 몸에 탄력이 붙고 몸매가 예뻐진다.”며 “에어로빅이나 재즈댄스를 했던 사람들이 최근에는 재저사이즈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재저사이즈는 대부분의 재즈댄스 학원이나 스포츠센터 등에서 접할 수 있다. 수강료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6만∼12만원선이다. 재저사이즈세계연맹(www.jazzercise.co.kr)에서는 일반인을 위한 기초반은 물론 강사가 되고 싶은 전문반까지 운영하고 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1시간 단위 6단계 긴장·이완상태 반복 재저사이즈는 6단계로 이뤄진다. 한 시간을 단위로 ‘몸풀어주기→격렬한 댄스→근육 이완’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특징이다. ●웜업(7∼8분)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하기 전 몸을 풀어주는 단계. 일반적인 스트레칭 동작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스트레칭이 딱딱하고 기계적인 동작이라면 재저사이즈의 웜업 동작은 부드러운 댄스 포즈를 응용한 것이 많다. 배경음악은 잔잔한 팝발라드가 좋다. ●워킹(20∼30분) 심박수를 서서히 올려주는 과정.‘저강도 운동’으로 불리기도 한다. 허리와 머리를 꼿꼿이 펴고 걷는 모습에서 도도한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 발 뒤꿈치를 들고 힘차게 앞으로 발을 뻗어나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활력과 자신감이 생긴다. ●작품(25∼35분) 심박수가 최고조에 달하고 심폐기능을 강화시키는 등 본격적인 댄스가 시작되는 단계다. 웜업과 워킹을 거쳐 근육의 긴장이 거의 풀려있기 때문에 자유자재로 몸을 놀릴 수가 있다. 단, 재저사이즈는 단순히 몸을 흔들기만 하는 일반적인 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빠른 댄스음악에 맞춰 파워와 유연성이 적절히 섞인 ‘절도 있는 동작’을 연출해야 한다. ●퍼스트 쿨 다운(2∼3분) 강약의 균형을 맞춰주는 단계다. 이전 단계는 연속된 파워풀한 동작으로 온몸의 근육이 긴장해 있는 상태이므로 이때 근육을 이완시키고 심박수를 안정시키는 쿨 다운 동작을 취해 준다. 움직임 자체가 느리고 2∼3분의 짧은 시간 동안 가볍게 숨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근력운동(10∼12분) 부위별 근육을 단련할 수 있도록 이완·수축·스트레칭 동작을 반복하는 단계. 어깨와 허리·골반의 근육을 골고루 사용하는 것이 포인트. 단순히 지방을 연소시키는 것보다는 근육의 탄력을 강화해서 허리와 골반 선이 매력적으로 살아나게 해야한다. ●세컨드 쿨 다운(2∼3분) 마지막으로 심박수를 안정시켜 주는 최종 단계. 동작은 퍼스트 쿨 다운 단계와 비슷하다. 호흡량과 근육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몸의 근육을 이완해줄 필요가 있다. 쉬지 않고 체력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과 이완 상태를 적절하게 조화시켜야 한다. 도움말 한국생활체육 지도자협회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인천의 40代몸짱 정성희 주부 ‘인천의 몸짱’으로 불리는 정성희(40·주부)씨는 재저사이즈 전도사다. 특히 1년반 전부터는 아들까지 재저사이즈를 배우게 하면서 ‘모자(母子) 마니아’가 됐다. 정씨가 재저사이즈를 접한 것은 2002년. 우연히 재저사이즈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프로의식을 갖고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백댄서들을 떠올렸다. 결혼 생활 내내 집에만 머물렀던 정씨로서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일단 해보니까 신나는 음악에 내 자신이 멋있게 생각됐어요. 몸살이 나도 주중에 하루도 빠짐없이 한시간 재저사이즈를 했습니다. 일부러 몸을 만들려고 한 건 아니지만 재저사이즈를 하니까 저절로 몸이 만들어지게 되더군요.” 정씨는 재저사이즈를 단순히 다이어트 용으로 배우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정씨는 재저사이즈를 시작하기 전 몸무게가 47㎏였는데 현재 49㎏로 늘었다. 대신 탄탄한 근육이 붙은 팔과 군살이 없는 몸매가 만들어졌다. “개인차가 있지만 저처럼 몸무게가 늘어나는 사람도 더러 있습니다. 이런 경우 살이 찌는 게 아니라 근육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주변에서 이전보다 날씬해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정씨가 재저사이즈에 푹 빠지면서 2003년부터 아들 최강열(16)군도 재저사이를 배우게 했다. 틈만 나면 재저사이즈 연습실을 찾는 최군은 “재저사이즈 강사는 앞으로 유망직업이 될 거라 봅니다. 국내에서 재저사이즈 남성 강사가 전무하다시피 한 만큼 새로운 길을 열어보겠습니다.”며 재저사이즈 대회 입상경력을 쌓아 대학도 사회체육학과나 무용학과를 들어갈 생각임을 밝혔다. 어머니 정씨는 “아들이 재저사이즈 전문가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저 역시 건강을 위해서 재저사이즈를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녹색공간] 먹을거리와 생명/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정책위원

    먹을거리는 관계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면서 복잡한 관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곡물이 만들어지는 과정만 해도 태양·흙·물·바람·벌레와 세균의 도움이 있어야 하고 수고하여 키우는 사람들의 땀이 있어야 한다. 재배된 곡물은 수천㎞를 이동하여 소비되는 경우도 많다. 식량이 음식이 되기 위해서도 시장에 진열된 먹을거리를 사서 다듬고 조리하여 식구들이나 손님에게 내어 놓는 사람의 마음과 손길이 있어야 한다. 먹을거리를 먹는 일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먹을거리를 먹는 것은 자신이 속한 문화권의 문화를 재생산하는 행위이며, 금기하는 먹을거리의 예에서 보듯이 종교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값비싼 먹을거리처럼 계층을 구분하는 정치적인 행위이기도 하며, 사랑을 나누기 위한 은밀한 유혹의 행위도 될 수 있다. 결국,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행위는 한 생명체가 살아가려면 외부의 조건에 의존해야 하고, 오직 그러한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우리는 우리 안에 생명의 원천이 존재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제 우리의 살아 있음은 외부의 다른 요소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은 바로 이러한 ‘관계로서의 생명’을 환기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먹을거리의 이러한 기능은 농업이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한 공업으로 바뀌고, 다국적기업의 패스트푸드 시장이 확대되면서 은폐되거나 무시되고 있다. 먹을거리의 생산과 소비라는 관계의 연결고리를 소수의 다국적기업들이 독점하는 바람에 우리는 그 관계를 생각하지 못하고 상품으로서의 먹을거리를 생산하거나 소비하게 되었다. 관계성을 잃어버린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한 결과는 비만과 기아의 공존, 그리고 안전하지 않은 먹을거리의 범람이다. 다국적기업들은 먹을거리가 인구에 비해 모자라기 때문에 기아문제를 해결하려면 유전자변형 먹을거리를 대량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아가 생기는 이유는 민주주의의 부족 탓이지 먹을거리의 부족 때문이 아니다. 지구는 모든 사람들이 매일 약 3000㎈의 영양을 섭취할 수 있을 정도의 먹을거리-여기에 콩·감자·호두·과일·채소는 포함시키지 않았다-를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이윤 창출을 위해 다국적기업들은 유전자를 변형하여 곡식을 더 많이 생산해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낸 곡식의 거의 절반은 가축사료로 사용되고, 이 가축들은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육식의 증가와 더불어 패스트푸드가 확산된 결과 비만과 성인병, 특히 당뇨병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비만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 생활습성 등 다양하지만 잘못된 먹을거리 소비가 큰 원인이다. 미국에서는 비만으로 인해 연간 30만명이 사망하는데, 이 숫자는 총기폭력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의 10배에 해당한다고 한다.OECD국가의 비만 통계에 의하면 가장 날씬한 나라인 한국(15세이상 성인 100명당 비만인구 3.2명. 미국은 30.3명이다)도 지난 1년간 20세 이상 성인의 24.3%가 살을 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먹을거리의 관계성을 생각하지 못하게 된 폐해가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먹을거리의 관계성을 성찰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기농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연대하여 안전한 먹을거리가 유통될 수 있도록 조합을 만든다든지, 제주도처럼 친환경 학교급식 조례를 만들어 자연과의 관계 회복뿐만 아니라 입시에만 치우친 교육도 다시 회복하려는 노력도 있다. 학교 주변의 텃밭에 학생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급식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먹을거리의 관계성을 일깨우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학교 운동장에 농원을 만드는 운동이 계속 확장되고 있다고 한다.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자신이 먹을 샐러드에 넣을 채소를 직접 키우는 것이다. 아무것이나 먹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생산되고 유통된 먹을거리를 찾아다니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이 사람들이 비싼 것만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자신이 먹는 먹을거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이러한 노력에 동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주말농장도 좋고, 주변 텃밭도 좋다. 운동장이 좁다면 학교 옥상을 이용해 보는 것은 또 어떤가. 이제 먹을거리의 관계성을 다시 성찰함으로써 자연과 교감하는 능력을 키우고 생명이 관계속에 있음을 배워야할 때이다. 우리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지금과 다른 세계는 분명히 가능하다. 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정책위원
  • 道公순찰원은 ‘제2 교통경찰’

    오는 5월부터 고속도로에서 갓길 운전·주차 등 교통법규를 어긴 차량이 한국도로공사 안전순찰원의 카메라에 찍히면 경찰의 심의를 거쳐 과태료나 벌점을 받게 된다. 경찰청은 전국 고속도로에 배치된 안전순찰원을 ‘교통법규위반 신고요원’으로 활용키로 도로공사와 합의했다고 14일 밝혔다. 안전순찰원의 신고 활동은 갓길 운전이나 주차, 버스전용차선 위반 등으로 과속은 제외된다. 법규 위반 행위를 담은 사진물은 경찰 심의 후 경찰단속과 동일하게 운전자에게 과태료 등이 부과된다. 경찰청은 6월부터는 도로공사와 전산망을 구축해 단속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고속도로 내 시설물 안전점검과 교통사고 현장출동, 사고처리 협조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안전순찰원은 전국 41개 도로공사 지사에 681명이 24시간 교대 근무하고 있다. 경찰의 고속도로순찰대원 631명과 비슷한 숫자로 도로공사의 순찰차량은 경찰의 300대에 다소 못 미치는 230대이다. 이에 따라 고속도로 단속 인력과 차량은 2배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현재 경찰의 고속도로 근무차량 1대가 담당하는 범위는 30㎞ 정도로, 국제 기준인 16㎞의 2배 가까이 된다. 경찰청 박종욱 교통안전담당관은 “고속도로 건설은 한 해 80∼100㎞씩 늘어나고 있으나 단속경찰의 인원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안전순찰원의 신고가 법규위반과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순찰원이 법규 위반차량을 촬영해 ‘법규위반 적발통보서’를 작성하면 한국도로공사에서 취합해 고속도로순찰대로 넘겨 심의를 통해 운전자에게 위반사실이 통보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전문성도 없고 관련 교육도 이뤄지지 않은 순찰원을 이용하겠다는 것은 경찰의 궁여지책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위반 차량을 찍으려는 안전순찰원과 운전자의 실랑이도 예상된다. 경찰은 “일반인도 도로상에서 법규위반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물릴 수 있는 상황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해외취업 올 1200명 “두드리면 열린다”

    해외취업 올 1200명 “두드리면 열린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이동훈)이 청년들의 해외취업 ‘사관학교’로 발돋움하고 있다. 해외취업의 ‘전위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공단의 해외취업 프로그램은 올 하반기부터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공단은 올 상반기에만 연수 및 인턴으로 2000명을 해외에 파견한다. 예산을 더 확보해 파견자를 늘릴 계획이다. ●가시화된 청년 해외취업, 처우도 ‘굿’ 지난해 공단을 통해 해외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은 571명이다. 모두 정식사원으로 취직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일본 등 동남아시아를 비롯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세계 곳곳에 나가 있다. 미국에 60명이 간호사로 진출했고, 일본에도 186명이 취업문을 뚫었다. 이들은 웹디자이너, 소프트웨어 개발 등 정보기술(IT) 부문과 자동차설계기술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또 무역 및 사무직으로 151명이 중국에 나갔다. 대부분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서 일하고 있지만 중국 토종기업에 취업한 청년도 눈에 띈다. 지난 4일부터 중국 베이징 AIT사에 근무하는 안화영(28·여)씨는 “해외취업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국내보다는 중국 기업에서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더 많을 것 같아 중국기업 취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외취업 청년들의 연봉도 국내 대기업에 버금간다. 오히려 간호사들은 더 높다. 공단 해외취업지원부 최병기 부장은 “경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간호사들의 연봉은 5500만원에서 9000만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일본 IT분야 진출자는 초봉 2500만원에서 3000만원 선이다. 중국내 한국기업에 들어간 청년들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을 받고 있다. 공단은 올해 해외취업 ‘대풍’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서 전문화된 한국인력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지금까지는 중국내 한국기업의 취직이 대세였지만 올해부터는 중국 기업과 중국정부 산하기관에서 더 많은 취업자가 나올 것 같다. 공단은 올해 해외취업 방향을 중국 기업과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 중국정부 산하기관 등에 맞췄다. 교육도 이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공단은 올 하반기에 필요한 중국쪽 인력만 200명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현지 취업설명회에 참석한 중국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은 “꼭 필요한 인력의 경우 한국 임금수준에 맞춰 줄 수 있다.”며 한국 인력에 호감을 표시했다. ●올 취업실적 지난해보다 3배 이상 공단은 지난해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충분히 준 만큼 올 하반기부터는 큰 수확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에서 연수를 마쳤거나 현재 연수를 하고 있는 청년들은 모두 1564명. 공단은 이들 중 80%는 올 하반기쯤 취업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취업에 성공하려면 어학능력과 전문기술을 겸비해야 한다. 그러나 어학이 되면 기술이 안되고, 기술이 있으면 어학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중 한가지만 결여돼도 해외취업 성공은 보장받지 못한다. 공단은 이를 보강하기 위해 국내외 연수프로그램을 작동시키고 있다. 연수는 한국 소속의 민간연수기관과 공단이 공동으로 실시한다. 공단은 6개월 연수기간에 드는 교육비 전액을 지원한다.1인당 400만원 한도다. 먹고 자는 데 필요한 비용은 본인 몫이다. 일본 도쿄 KISSCO JAPAN에 근무하는 유승원(30)씨는 “국내 IT분야에서 3년 6개월 정도 경력을 쌓았지만 일본에 취업하기 위해 공단의 연수프로그램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공단은 또 지난해 인턴십을 통해 호주, 캐나다, 중국, 일본, 미국, 영국, 인도, 뉴질랜드 등에 1268명을 파견했다. 이들은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각국 현지기업에서 인턴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달 일본에 41명, 중국에 74명을 파견했고 이달과 다음달에도 호주, 미국, 영국 등으로 청년들이 나갈 예정이다. 올 상반기에만 500명이 인턴으로 출국한다. 공단은 추경예산을 확보해 인턴 파견을 늘릴 계획이다. 인턴과정을 밟는 청년들에게는 1인당 최고 600만원이 지원된다. ●목표 세우고 사전에 착실히 준비해야 최 부장은 “해외취업은 국내 취업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취업이 안 되니까 노크하는 식으로는 어림없다는 얘기다. 해외취업은 해당 국가의 언어구사 능력과 전문기술 보유가 필수인 만큼 대학에 다닐 때부터 목표를 세우고 준비해야 한다. 대학 졸업 후 갈 곳이 없어 갑자기 해외취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해외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은 먼저 공단 해외취업사이트(www.worldjob.or.kr)에 구직등록을 해야 한다. 이어 본인의 판단에 따라 연수, 인턴, 알선 등을 지원하면 된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로스쿨로 뛰는 대학들] (6) 경희대

    [로스쿨로 뛰는 대학들] (6) 경희대

    경희대 법대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경희 법대는 동북아 법률 허브를 구축하는 데 앞장선다는 옹골찬 포부를 감추지 않는다. 단순히 국내 법대와 경쟁해 로스쿨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북아의 법률시장에서 한 몫을 톡톡히 해내겠다는 계획이다. 자칫 ‘대외홍보용’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경희 법대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착실하게 내실을 다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성화 살린 국제법무대학원 경희 법대의 경쟁력은 국제법무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일반법학 전공 외에 국제법무학 전공을 설치해 특성화를 꾀하고 있다. 경희 법대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국제법무학은 타 대학의 국제법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통상법·지적재산권법·조세법·미국법무학·중국법무학·인터넷법 등 실용 법과목을 다양화해 일반 법 전공과 확실히 차별화시켰다. 설립 10주년을 앞둔 국제법무대학원도 경희 법대의 자랑이다. 이정규 법대 행정과장은 “이미 10년 전에 헌법·민법·형법 등 기본법에서 탈피해 실용법 과목 중심의 대학원을 일반 법학대학원과 차별화해 설치했다.”면서 “그 대학이 바로 국제법무대학원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제법무 분야를 특화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법무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의 특화로 대학원 정원의 3분의 2가 현직 법조인들일 만큼 반응이 좋다는 것이 학교측의 설명이다. ●중국·미국 대학과 연계 경희 법대가 국제법무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세계화·개방화·정보화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법조시장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에서 출발했다. 국제교역이 증가할수록 법률분쟁도 증가해 국제법무를 전문으로 하는 법조인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경희 법대는 특히 우리와 교역량이 많은 일본과 중국을 위시한 동아시아에서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인민대학과 이미 연계체제를 갖췄다. 교환학생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민대학에 지망하는 중국 학생들이 경희대에 유학을 올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에서 법학석사학위(LLM) 과정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학생들의 미국변호사 시험 준비를 위한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미국헌법, 미국민사소송법, 미국계약법 등 미국변호사 시험에 필요한 과목을 개설해 시험대비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최첨단 교육시설 신설 국제법무 분야를 특화시키는 만큼 경희 법대는 원어 강좌에 비중을 두고 있다. 법무영어를 공통과목으로 개설한 데 이어 외국인 교수를 4명 정도 추가 충원해 원어 강좌를 4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로스쿨을 대비한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1100여평의 법학관을 4000여평으로 증축하고 있다. 제2 법학관에는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강의실을 포함한 첨단 강의실 8개와 6개 세미나실, 연구실, 모의 법정 등이 들어선다. 또 원격시스템을 도입한 전자법정 등 최첨단 교육시설이 총동원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의대, 한의대, 치대, 약대, 간호대를 바탕으로 한 의료법무 연구센터와 IT법무 연구센터 등 분야별로 연구센터를 신설해 전문 분야의 다양화를 꾀하는 등 내용면에서도 내실을 쌓는다는 게 경희 법대의 계획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이영준 법대학장 “법률시장 개방에 발맞춰 국내 법조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영준 경희대 법대 학장은 로스쿨 유치도 중요하지만 외형적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내실을 공고히 하겠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국제무대에서 역량을 발휘할 법조인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이 학장은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맺어지는 등 국제환경이 변화되고 있는데 우리 국내 법조인들의 경쟁력은 법조인들 스스로가 인정할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해외에서 우리 기업들의 활동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법조인의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현재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이 5만개를 넘어섰고 이들 기업 상당수가 법적분쟁에 휘말리고 있지만 국내 법조인들로부터는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 학장은 “국제법무와 관련된 법률서비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도 국내 법조인들로부터는 도움을 기대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도 손실이 크다.”고 덧붙였다. 경희 법대가 국제법무 분야를 특화해 집중 육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이 학장은 “우리가 해외에 경쟁력 있는 법조인을 많이 배출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 학생들이 한국의 로스쿨로 유학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에서 법문화를 체득한 외국 학생들이 많아질수록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법조인은 서비스업 종사자”라는 말로 로스쿨의 교육목표를 제시했다. 이 학장은 “법조인은 어디까지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이지 법률 지식을 앞세워 군림하려 해서는 안 된다.”면서 “로스쿨 도입이 법률 서비스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출발한 만큼 교육도 법조인의 기본자세에 중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문재인수석등 300여명 배출 경희대 법대는 작은 규모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300여명의 법조인을 배출했다. 법대 정원이 250명으로 늘어난 지는 불과 3년째다. 규모에 비해 배출된 법조인이 많은 편이다. 첫 합격자는 고시 사법과 7회에 합격한 임병옥(54학번) 변호사. 그가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매년 20여명이 사시에 합격하고 있다. 이들 경희 출신 법조인들은 사회 각계에 진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조성래(59학번)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대표격이다. 사시 8회로 서울지법 판사,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 대학 67학번이다. 사시 22회에 합격, 변호사로 활동하다 1988년 한겨레 신문 창간위원으로 활동했고 2003년부터 대통령비서실에 몸 담고 있다. 이태훈(68학번) 변호사는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장으로 임명됐다. 사시 14회로 법무부 국제법무심의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등을 역임했다. 부봉훈(73학번·사시 20회) 서울고검 공판부장은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된 송두율 교수의 수사를 맡아 유명해졌다. 전원책(75학번) 변호사도 잘 알려져 있다. 군법무관 4회 출신인 전 변호사는 시인이라는 특이한 이력과 연예전문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1977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그는 변호사 활동과 병행해 대학에서 문학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이밖에 김우찬(81학번·사시 30회) 서울중앙지법 판사 등 13명의 판사와 9명의 검사가 재직 중이고, 변호사로 활동하는 경희 출신 법조인도 180여명에 달한다. 또 조선제(63학번) 전 교육부 차관, 강동석(중퇴) 전 건교부 장관 등 관가 인사들도 배출해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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