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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율 안된 대책만 쏟아져… ‘체육계 미투’ 산으로

    정부는 지난 25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석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체육 분야 (성)폭력 등 인권 침해를 뿌리 뽑기 위한 범부처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의 골자는 ▲폭력·성폭력 가해자 영구제명 ▲성폭력 사건 은폐·축소 시 최대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처벌 강화 ▲합숙훈련 점진적 폐지 ▲체육계 전수조사 통한 현황 파악과 스포츠 인권 교육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당장 내년 도쿄올림픽 성적에 차질이 빚어지더라도 엘리트 체육 편중과 합숙 문화, 메달 지상주의의 병폐, 폭력과 성폭력의 나쁜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각오가 절절했다. 하지만 불안한 그림자는 여전하다. 정치권, 국가인권위원회, 여러 정부 부처, 감사원 그리고 27일 검찰과 법무부까지 갖가지 층위의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것들을 조율하고 오랜 기간 끌고 갈 주체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아 보여서다. 대한체육회가 자율적으로 주도하는 게 가장 좋은데 이미 할 수도, 해서는 안 될 조직으로 판명됐다. 연간 예산 4000억원으로 체육회를 통제하는 문체부 역시 자신있게 답하고 나설 처지가 못 된다. 해서 주체는 흐릿한데 오만 곳이 다 나서는 야릇한 국면이 됐다. 우선 6만 5000여명의 학생 선수들을 전수조사한다는데 이를 뒷받침할 예산과 전문가 투입 방안이 설명되지 않는 문제점이 드러난다. 예, 아니오 식으로 묻고 끝나면 아니함만 못할 것이다. 내실 있는 전수조사를 하려면 수준 높은 조사를 담보하는 예산과 인력을 고민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또 사후 징계 강화와 예방 조처 및 제도적 정비가 균형되게 자리하지 않는 한계가 엿보인다. 무엇보다 폭력이나 성폭력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이들에게 사법경찰권에 준하는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것 역시 누락돼 있다. 지난 11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 법률안에도 이 내용이 빠져 있다. 아울러 폭력이나 성폭력 의혹을 인지하고도 이를 신고하거나 조사하지 않은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국회에서 반영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적지 않다. 함은주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체육계 현안에 범정부적으로 결연한 각오를 비친 것은 초유의 일”이라면서도 “그 각오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까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논의가 시작되는데 벌써 소년체전 폐지 청원이 올라오고, 엘리트 체육 다 망가뜨리자는 것이냐는 식으로 대립 구도를 만들려는 일부의 모습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문화체육관광부는 28일 오전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알려왔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및 디지털성범죄 근절 추진협의회’(1월 11일), 유관부처 차관급 대책 협의(1월 14일), 관계장관 협의(1월 15일), 당정협의(1월 24일), 사회관계장관회의(1월 25일)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에 대한 정책을 협의하고 조율해 왔습니다.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향후 체육 분야 구조 혁신은 민간위원들과 관계부처 차관들이 참여하는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주체가 되어 추진할 예정입니다.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체육 분야 구조 혁신을 위한 세부과제를 도출하고, 과제에 대한 이행 현황을 2020년 1월까지 점검할 계획입니다. (성)폭력 등 체육 분야 비리 근절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설치해 운영합니다.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인권침해 사실에 대한 조사 권한이 있어 피해사실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문체부는 앞으로도 관계 부처를 비롯하여 다양한 관계자들과 협의해 (성)폭력 등 체육 분야의 비리를 근절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자유한국당 5시간30분 단식…“간헐적 다이어트” 쏟아진 조롱

    자유한국당 5시간30분 단식…“간헐적 다이어트” 쏟아진 조롱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 특보를 지낸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의 임명을 청와대가 강행하자 지난 24일부터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단식에 돌입했다. 그런데 단식 투쟁 방식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의원들이 돌아가며 5시간 30분씩 식사를 하지 않는 이른바 ‘릴레이 단식’이기 때문이다. 식음을 전폐하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단식투쟁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온라인에는 다이어트를 위한 ‘간헐적 단식’ 아니냐는 조롱도 쏟아지고 있다. 25일 한국당 내부자료인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규탄 릴레이단식 계획안’에 따르면 한국당 의원들은 전날부터 다음달 1일까지 9일 동안 3~9명씩 그룹을 지어 돌아가며 릴레이 단식을 할 계획이다.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단식 시간대는 하루 두 번으로 나뉘어 있다. 한국당 의원의 이름은 상임위별로 한 번씩 들어가 있다. 그러니까 9일 동안 각 의원은 5시간 30분 동안만 공복을 유지하면 되는 것이다. 단식은 국회 로텐더홀 계단 이순신 장군 동상 옆에서 진행되며 교대시간을 엄수해달라는 당부도 적혀 있다. 일찍 아침을 먹고 점심을 늦게 먹거나, 점심을 먹은 뒤 늦은 저녁을 먹으면 그만이어서 보여주기식 투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단식투쟁이 아니라 살을 빼기 위해 공복 시간을 유지하는 ‘간헐적 단식’이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강병원 원내대변인 명의의 브리핑을 통해 “자유한국당과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민을 우롱하는 단식투쟁을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의료진 대상 범죄를 막기 위한) 임세원법, 체육계 성폭력 비리 근절대책, 2차 북미정상회담 등 산적한 현안을 두고 국민을 기만하는 5시간 30분 단식 투쟁을 선택한 제1야당에게 국민의 분노를 전한다”고 지적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정부 “체육계 성폭력 뿌리 뽑는다”…내달 한체대 종합감사 등 대책발표

    정부 “체육계 성폭력 뿌리 뽑는다”…내달 한체대 종합감사 등 대책발표

    정부 스포츠 미투 종합 대책 발표 한체대 종합감사 등 스포츠계 비리 전수조사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 분리 등 검토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고발로 대두된 스포츠계 미투에 대해 정부가 종합적인 대응에 나선다.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과 혁신위원회 등을 통해 현 체육계 내 폭력·성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예방을 위한 처벌 강화 등을 실시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도종환 문화체육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첫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체육 분야 정상화를 위한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이달 중 국가인권위원회 내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꾸리고 2020년 1월까지 1년간 운영한다. 성폭력과 폭력을 비롯해 체육계 인권침해 신고를 접수 받고 제도개선 권고 등을 실시한다. 성폭력 피해가 발생하면 직무정지 등을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를 의무화 하고 비위 신고가 접수되면 처리기한을 명시해 가해자 징계조치를 강화한다. 또 체육계 성폭력과 비리 등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됐던 엘리트 선수 육성 시스템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논의를 할 계획이다. 정부는 민관합동 ‘스포츠혁신위원회’를 구성해 토론회와 공론화 등을 통해 구조개혁 과제를 도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상반기에 체육계 비리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대한체육회로부터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소년체전을 폐지하고 전국체전 고등부에 통합해 ‘학생체육축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제대회 우수 선수와 지도자에게 지급하는 경기력향상연금과 병역특례 제도 개선도 검토할 방침이다. 유 부총리는 “2월 중 한체대를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를 실시해 성폭력을 비롯해 입시·회계·시설운영 등 종합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할 것”이라면서 “아울러 체육계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혁신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도 장관은 “체육계 비리를 해소하기 위해 더는 국위 선양에 이바지한다는 미명 아래 극한의 경쟁 체제로 선수들을 몰아가고 인권에 눈을 감는 잘못이 반복돼선 안 된다”면서 “스포츠 가치를 국위 선양에 두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하며, 최선을 다해 뛰고 달리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결과에 승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이루며 사는 것에 두겠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개인 칼럼] 이기흥 회장이 당장 물러나야 하는 세 가지 이유

    [개인 칼럼] 이기흥 회장이 당장 물러나야 하는 세 가지 이유

    <이 기사는 서울신문사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의견을 담은 칼럼이라 개인 이메일을 크레딧에 담습니다.> 오죽하면 그가 결코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여덟 가지로 설명하는 기사를 작성할까?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 일주일쯤 됐을까 싶은 시점인데 말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그가 사퇴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를 촉구하는 기사도 많지 않았다는 불편한 진실을 깨닫는다. 지난 23일 문화체육관광부 간부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이리저리 뒤엉킨 일이 많은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주제넘게도 기자는 부러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이기흥 회장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 자리를 보전해 봐야 식물 회장이다, 아무 것도 못한다, 대한민국 체육 발전을 위해 용단을 내려야 한다, 또다른 모자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 모자를 쓰며 정치적 개입 운운하며 버티겠지만 사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충분히 협의하면 문제 없는 대목이다, 등등 기자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얘기를 감히 떠벌였다. 문체부 간부는 함정에 걸려들지 않았다. 대체로 여러 얘기를 듣는 편이었고, 다만 선거로 뽑힌 체육회 수장을 몰아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고 토로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이기흥 회장은 정성숙 용인대 교수를 선수촌 부촌장에 내정하는 등 전혀 물러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새 판을 짜기 위해 물러나야 할 그가 인사권을 행사하며 버티는데도 우리 사회는 움쩍도 못하고 있다. 무한 책임이 있는 문체부도 약점이라도 잡힌 듯 굴고 있다. 심석희(22·한국체대)의 용기있는 폭로와 유도 선수 출신 신유용(24)씨의 얼굴을 드러낸 미투 고백 이후에도, 여러 종목에 걸쳐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내고 있고 전명규(56) 한국체대 교수가 이기흥 회장의 부끄러운 발언을 증언했는데도 그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아니 체육계의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기자가 이기흥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정리해본다. 선수촌이나 여러 종목 현장에서 벌어진 폭력과 성폭력 문제에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소극적인 이유가 아니라 체육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하기 위해서 물러나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이 회장을 비롯한 낡은 인물들이 존재하는 한, 한국체육은 수술과 혁신을 할 수 없어서다. 둘째는 허물어진 공신력과 구멍 난 리더십 때문에 그의 자리보전은 하등의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빙상연맹의 실력자 전명규 교수와 대거리를 하고 그를 어쩌지 못하는 체육회장이 어떻게 현 난국을 수습하고, 엘리트 체육을 관장하고 생활체육과의 통합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겠는가 의문이 재임 기간 내내 따라다닐 것이기 때문이다. 견뎌내면 되겠지, 할 일이 아니다. 이번 사안은 잠시 떠들다가 잠잠해질 사안이 결코 아니다. 셋째는 당장은 ‘내가 책임지지 않을 일인데 과다한 덤터기를 쓰는 것 아닌� � 싶겠지만 낡은 젠더 감수성을 지닌 세대의 퇴장을, 정치권과 특정 종교에 줄을 대고 의지했던 체육계 지도자들의 낡은 행태를 끊어내기 위해서도 결단을 내려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사퇴 회견 자리에서 이 점을 명확히 제시하면 내년 체육회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뜻깊은 일을 한 지도자로 두고두고 칭송받을 것이다. 김모, 이모 전 회장 등의 고견이나 영향력을 구하려 하지 않고 젊은 세대를 믿고 떠나도 된다. 일부에서는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성적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 힘의 공백이 생기면 이를 수습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등등 낡은 레코드판 같은 얘기를 늘어놓을 것이다. 그런 걱정 붙들어매도 된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임병선 씀 aljajira@hanmail.net
  • [금요칼럼] 체육계 성폭력과 젠더 결손(gender deficit)/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금요칼럼] 체육계 성폭력과 젠더 결손(gender deficit)/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결손’이란 ‘어느 부분이 없거나 모자라서 불완전한 상태’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과거에 ‘결손가정’이란 말이 있었다. 부모 중 한편이 사망하거나 떠나서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가족을 부정적으로 표현할 때 썼던 말이다. 지금은 이 단어의 차별적 의미를 알고 쓰지 않게 되었지만, 한때 결손가정이란 말은 개인의 가족 배경과 관련해 무서운 낙인을 찍는 말로 생각됐다. 경제적으로 ‘결손’이란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금전상의 손실이 생기는 경우를 뜻한다. 역시 부정적인 의미다. 어떤 사람이 재정적으로 결손 상태에 있다면 그는 십중팔구 빚을 지거나 재산을 잃어가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또 어떤 회사가 장기적인 결손 상태에 있다고 한다면 그 회사는 머지않아 심각한 채무 상태에 빠지거나 아예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조직에서 말단 직원들은 남녀가 비슷하게 모여 있지만 관리자나 경영진은 남성이나 여성 한쪽으로만 구성돼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조직에서 주로 지휘나 명령을 내리고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갖는 사람들은 관리자나 경영진이므로 조직의 제도나 문화, 관행은 그들의 성별 특성에 좌우되기 쉽다. 이를테면, 남성 관리자가 대부분인 회사에서 군대식의 상명하복 문화가 발달해 있다든지 회식 때 으레 삼겹살에 소주를 마신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반대로 여성이 관리자나 경영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조직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 속에서 일하는 남성들은 군대보다는 아이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회식 때 삼겹살보다는 파스타를 더 자주 먹을지 모른다. 문제는 이런 차이가 소소한 일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조직 속에 여성들이 적지 않다고 해도, 의사결정권을 갖는 지도적 위치를 남성들이 독점하고 있다면 조직에서 제도와 규칙을 만들고 구성원을 평가하고 상과 벌을 주는 사람은 남성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옳다고 판단하는 행위와 옳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행위, 옳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꼭 처벌할 필요는 없는 행위, 옳지 않지만 더 큰 목적(예컨대, 돈을 더 벌거나 더 많은 권력을 갖는 일)을 위해서는 눈감아 줄 수 있는 행위 등등 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남성 리더들의 경험과 인식에서 나온다. 이 경우 일시적으로 적당히 넘어감으로써 더 큰 과실(과실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그들의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이 늘 아름다운 과실만은 아니다. 통제되지 않는 폭력과 처벌받지 않는 범죄는 그늘 속의 독버섯처럼 넓고 크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탈과 범죄 행위에 대한 리더들의 침묵은 그것들을 덮으려는 목적의 더 많은 일탈과 범죄를 불러오기 쉽다. 빙상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갈지 끝을 알 수 없는 체육계의 성폭력 사건은 근본적으로 성별 불균형한 조직구조에 그 씨앗이 내재돼 있다. 선수는 여성이지만 ,감독도 코치도 트레이너도 남성인 조직에서 나이 어린 여성은 폭력과 성폭력의 피해자로 살아야 한다.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그녀는 자기 삶의 주인공을 포기해야 한다. 승리를 움켜쥐기 위해 누군가가 자신을 움켜쥐어도 참아야 한다. 체육계의 성폭력 사건은 심각한 ‘젠더 결손’(gender deficit)의 당연한 결과다. 체육계 리더십 내부의 강고한 성별 불균형은 남성 지도자와 여성 선수라는 지위와 권한, 연령과 성별의 교차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하는, 어쩌면 그전에 먼저 분노를 삼키며 링크를 떠나야 하는 수많은 여성 선수들을 낳았다. 조사도 중요하고 처벌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체육계 내 여성 지도자를 키우는 일이다.
  • “맞으면서 따낸 금메달 이제는 필요 없습니다”

    “맞으면서 따낸 금메달 이제는 필요 없습니다”

    24일 충북 진천선수촌을 찾은 정성숙(47) 신임 부촌장의 눈에 촌내에 걸려 있던 현수막 하나가 들어왔다고 한다.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현수막이었다. 선수촌에서도 성적지상주의로 인한 폐해를 감지하고 이러한 표어를 내걸었지만 최근 알려진 스포츠계의 폭행·성폭력 문제는 예방하지 못했다. 신임 부촌장이자 선배 체육인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구였다. 정 부촌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현재 스포츠 강국에서 선진국으로 가고 있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며 “이제는 다들 ‘맞으면서 훈련해 따낸 금메달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도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 교육을 하고 있다. 도덕성이 중요하다”며 “일련의 (폭행·성폭력) 사태들이 지도자들로 인해 일어나고 있다. 지도자들이 먼저 바뀌면 선수들도 더불어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교수 출신 정 부촌장은 지난 21일 대한체육회로부터 여성 부촌장에 선임돼 25일부터 정식 업무를 시작한다. 그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여자 유도 63㎏급에서 연달아 동메달을 따냈으며 은퇴 이후에는 용인대에서 경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역대 선수촌장 중에 여성은 이에리사 전 선수촌장이 유일했고, 2017년 부촌장 직위가 새로 생긴 이후 여성 부촌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부촌장은 “이제 국가대표 선수들의 성비율이 반반에 가깝기 때문에 여성 부촌장이 나온 것 같다”며 “선수 출신의 여성 훈련관리관을 두고 여자 선수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혹시 필요한 것이 없는지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체육계 폭행, 지도자들 먼저 바뀌어야” 유도 선수 출신인 신유용(24)씨가 코치로부터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한 것에 대해서는 “지도자가 고등학생에게 그렇게 했다는 것은 더이상 말할 게 없는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쇼트트랙의 심석희 등에 대한) 구타가 선수촌 라커룸 같은 곳에서도 이뤄졌다고 하는데 주변 지도자들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며 “빠른 시일 내에 여자 선수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겠다. 부촌장이라면 멀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런 것이 생기지 않도록 친밀하게 다가가겠다”고 덧붙였다. 어떤 선수촌을 만들고 싶냐는 물음에 정 부촌장은 선수 출신의 경험이 묻어나는 대답을 들려줬다. “선수촌은 선수들에게 제2의 집입니다. 가장 지긋지긋하면서도 가장 마음이 편한 곳이 선수촌입니다. 훈련에 집중하다가도 집처럼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단독]“성폭행 처벌 못해도 외쳐야 했다”… 동네 체육관의 미투 절규

    [단독]“성폭행 처벌 못해도 외쳐야 했다”… 동네 체육관의 미투 절규

    “관장이 지시 안 따른다며 1년간 폭행” ‘해고 협박’과 함께 성폭행까지 이어져 경찰 “목격자 없어 기소 어렵다” 판단 해당 관장 “폭행·성폭행 사실 아니다” “범죄 특성상 객관적 증거확보 어려워” 수사기관 접수 성폭행 사건 절반 불기소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 선수의 고발로 체육계에 ‘미투’ 바람이 불어닥친 이후 서울신문은 태권도 사범 A(여)씨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함께 일하던 관장에게 1년간 상습 폭행은 물론 성폭행까지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법적으로 다퉈 보려 경찰서를 찾았지만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 보지도 못했다. 그는 “더이상 태권도를 할 수 없게 되더라도 마지막으로 내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고 했다. 본인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이름 없는 체육인들이 많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가 겪은 악몽 같은 1년에 대해 들어 봤다. “최근 체육계 미투를 보면서 ‘저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유명하지도 않고, 가해자를 처벌할 증거도 없는 사람들이요.” 2016~2017년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던 A씨는 언론의 문을 두드린 이유를 “억울해서”라고 했다. A씨는 지방의 한 태권도장에서 일할 당시 관장 B씨에게 상습 폭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일을 시작한 직후인 2016년 12월 가벼운 폭행이 시작됐고 4개월쯤 지나자 손바닥으로 뺨이나 머리를 구타하는 등 강도가 세졌다.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군대식 말투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A씨는 “관장과 사범 관계는 시합하는 선수와 지도자 관계 못지않게 위계적”이라고 말했다.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침묵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관장은 A씨에게 “내 말을 듣지 않으면 태권도계에 발붙이기 어렵고, 사범 생활도 그만둬야 한다”는 말을 곧잘 했다고 한다. A씨는 ‘사범 생활이 힘들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지만 폭행 사실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 A씨는 “폭언, 폭행하던 관장이 꾹 참는 나를 보고는 어느 날 성관계까지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2017년 3월 수업이 없는 점심 시간 때 일이었다. A씨는 “성관계를 거절하니 ‘너 여기서 나가고 싶냐’며 뺨을 때렸다”면서 “더이상 저항하지 못하자 강제로 성관계했고, 이후 2차례 더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17년 8월 도장을 그만뒀다. 이후 A씨의 삶은 황폐해졌다. 길거리에 태권도복을 입은 아이나 노란 차(태권도장 버스)만 봐도 손이 떨렸다.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도 받았다. 변호사에게 성폭행 피해 사실을 털어놓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사건을 회상하는 게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A씨는 2017년 9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B씨가 상습 폭행과 성폭행 등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가해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싶었다. 하지만 경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해 5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사건을 다시 살펴봐 달라”며 항고와 재정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도장 안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었고, A씨가 폭행이나 성폭행 이후 남긴 SNS나 문자메시지 기록도 없었다”며 “참고인 조사에서도 ‘그랬다고 하더라’는 증언만 일부 있고, 직접 목격한 사람이나 추가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허위 주장을 하는 것으로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수사의 단초가 될 만한 증거가 없어 기소 의견을 내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A씨가 일했던 도장에 아이들을 보냈던 한 학부모는 “아이들에게 ‘관장이 사범을 사무실 안으로 데려가 가끔 때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제가 직접 본 게 아니라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사정이 안타까워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관장 B씨는 A씨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폭행과 성폭행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공개된 공간인 도장 안에서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나”라며 “제가 잘못한 것이 있었으면 경찰 수사에서 이미 밝혀졌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금이라도 ‘증언하겠다’는 목격자 나타났으면…”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기관에 접수돼 처리된 성폭력 범죄 3만 78건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경우는 48%(1만 4404건)에 그친다. 전체 사건 중 절반 가까이가 법원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예강의 안주영 변호사는 “성폭력 사건은 범죄 특성상 증거 확보가 어려워 불기소되는 경우가 있다”며 “CCTV와 같은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면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씨도 참고인들이 진술을 거부하는 바람에 증언 확보에 실패했고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혼자서 증거를 찾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면서 “증거 없이 경찰에 신고하고 조사받다가 불기소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성폭행 이후에는 기억이 조각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경찰 조사 등에서 피해자가 정확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는 게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지금이라도 체육관 내 폭행을 본 목격자 중 누군가 ‘증언하겠다’며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당정 “성폭력 민사상 소멸시효 20년까지 연장”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4일 체육계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해 성폭력 관련 손해배상청구의 민사상 소멸시효를 20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성폭력방지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마친 뒤 “체육계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해 발의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과 성폭력방지법 등을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성폭력방지법은 성폭력 관련 손해배상청구의 민사상 소멸시효를 피해를 안 날로부터 3년→5년, 피해가 발생한 날부터 10→20년으로 각각 연장하고 소멸시효를 정지하는 특례규정도 포함돼 있다. 또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체육지도자가 성폭력으로 상해를 입히면 판결 전이라도 지도자 자격을 정지하고 영구 제명하도록 했다. 당정은 민관합동위원회(가칭 스포츠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성적주의 기반의 엘리트 체육시스템 개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당정 “체육계 성폭력 근절 위해 엘리트주의 타파”

    당정 “체육계 성폭력 근절 위해 엘리트주의 타파”

    여당과 정부가 체육계 성폭력 및 폭력의 원인이 엘리트 선수 위주 육성방식에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민주당과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는 24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 방안을 논의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체육계의 성폭력과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는 것은 물론 엘리트 위주의 선수 육성 교육방식에 대한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구성될 조사단과 긴밀히 협조해 학생 선수에 대한 폭력, 성폭력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관계 부처와 함께 학교 운동부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도 “체육계 성폭력의 근본 원인은 수십 년간 지속된 엘리트주의에 있었다”며 “여론이 잠잠해진다고 흐지부지돼서는 안 되며 당정청이 함께 손을 맞잡고 체육계 엘리트주의를 없애야 한다”고 했다. 도 장관은 “별도 법인으로 스포츠윤리센터를 설립하는 한편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겠다”며 “선수가 안심하고 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제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그동안 성적주의, 엘리트주의에 대한 개선은 꾸준히 논의됐지만, 체육계에서 합의가 되지 않아 과제로 남았다”며 “각자 기득권을 내려놓고 시스템 선진화를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에만 집중하는 메달 지상주의도 근절해야 한다”면서 “민관학협의체 등 사회적 대화 기구를 구성해 체육계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사건이 터진 지 10일이 지났지만, 국회는 무기력하게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아 관련 상임위원장으로서 죄송하다”며 “체육계 미투 사건에 집중하는 청문회 개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우선 “주무 부처의 장으로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체육계 성폭력 근절 방안이 단기 대책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여가부, 체육계 폭력예방교육 실태 점검

    여성가족부가 다음달부터 체육 관련 공공기관 100여곳을 대상으로 폭력예방교육 운영 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선다. 최근 체육계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으로 체육계의 뿌리 깊은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확인된 만큼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는 폭력에 대한 인식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여가부는 23일 “폭력예방교육 분야 외부 전문가가 대한체육회, 시·도 체육회, 지자체 운영 선수단 등 공공기관과 체대, 체고를 직접 방문해 폭력예방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태릉 합숙’ 싫어 뛰쳐나온 소녀…美서 공부·운동하며 변호사로

    ‘태릉 합숙’ 싫어 뛰쳐나온 소녀…美서 공부·운동하며 변호사로

    체육계의 ‘미투’ 폭로가 잇달아 터지면서 성적이 전부인 양 운영돼 온 한국 체육계의 낡은 관행들이 도마에 올랐다. 대표적 적폐로 지적받는 게 엘리트 선수들의 ‘합숙 훈련’ 문화다. 1960년대 이후 ‘선수촌에서 같이 먹고 자며 고강도 단체훈련을 해야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잡았는데 이 요람에서 지도자가 선수를 폭행하고 성폭행까지 한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이미 19년 전 합숙 관행에 작은 돌멩이를 던졌던 당돌한 중학생이 있었다. 전 수영 여자 국가대표 장희진(33)씨 얘기다. 50m 자유형 한국신기록 보유자였던 그는 중2 때인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 입촌을 조금 미루고 싶다”고 했다. “기말고사 공부를 해야 해서”가 이유였다. 어른들은 여중생의 소신을 ‘장희진 파동’으로 규정했다. 대한수영연맹은 “나라를 생각하는 희생정신이 없다”며 대표 자격을 박탈했다. 이에 안민석(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당시 중앙대 사회체육학부 교수 등 전문가들이 그를 돕고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 하지만 장씨는 이듬해 미국으로 향했다. 한국에선 수영과 공부를 둘 다 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였다. 이후 20년 가까이 지났다. 어찌 보면 예언자였던 그는 체육계 미투 바람을 어떻게 바라볼까. 미국에서 변호사가 됐다는 그와 23일 연락이 닿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국가대표팀에서 제명됐을 때 상황이 어땠나요. -처음엔 이해가 안 됐어요. “선수촌에서 합숙은 할 테니 학교에서 7교시 수업까지 듣게 해 달라”고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더라고요. “기말고사 때까지만이라도 수업을 듣게 해 달라”고 했는데도 안 된대요. 엄마가 “희진아, 그냥 집에 가자”고 하셔서 나왔는데 그걸 ‘무단이탈’이라고 하더군요. ‘무단이탈이라니… 선수촌이 감옥인가?’ 싶었죠. 결국 대표팀 탈락 소식을 듣고 엄청 울었어요. →성적 욕심이 없었나요? 수영이 정말 좋았다면 합숙 훈련을 할 법한데요. -단순히 말하자면 부모님과 떨어지기 싫었어요. 저는 지금도 집을 좋아하고 가족들과 아주 친해요. 어릴 땐 어땠겠어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부모님이 옆에 안 계신 상황은 상상하기 어려웠죠. 억지로 하는 합숙은 싫었어요. 우리나라에선 태극마크를 달면 학교 수업도 못 듣고 훈련만 해야 하잖아요. 저는 수영을 재미있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억지로 훈련시켜서 운동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수영을 정말 좋아하지만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장씨에겐 수영만큼 학업이 중요했다. 그의 어머니는 당시 “우리 딸은 국가대표를 목표로 한 게 아니라 즐겁게 운동하다 성적이 잘 나온 건데 갑자기 태릉에서 종일 합숙하라고 했다”면서 “선수촌에선 소질 있는 선수를 데려다가 운동에만 모든 걸 쏟게 한다. 또 혹여나 대표팀에서 탈락하면 수영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을 만들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중학생의 ‘반기’에 체육계는 시끄러워졌다. 안민석 등 교수 200여명이 장씨의 뜻을 지지하며 서명운동을 벌였다. 예상 밖 역풍을 맞은 수영연맹은 징계를 철회했다. 이때 교수와 체육 지도자 등이 주축이 돼 ‘체육시민연대’라는 국내 첫 체육시민단체를 만든다. 이 단체의 창립 슬로건은 ‘공부하는 학생 선수, 운동하는 일반 학생’이다. 장씨는 올림픽이 끝난 이듬해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 간 이유는 뭔가요. -미국 유학한 아버지 영향이 컸어요. 체육특기생이었던 아버지의 친구가 훈련 뒤 책가방을 메고 강의실로 달려가더래요. 특기생이라고 학점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위기였대요. 저희 어머니는 고교 음악 교사였는데 원하는 대학 가려고 성악뿐 아니라 공부도 아주 열심히 하셨어요. 부모님들 보면서 자연스럽게 ‘공부와 수영 모두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쉽지 않아 보였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미국으로 유학가겠다’고 먼저 말씀드렸죠. →직접 경험해본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요. -미국 고등학교에선 ‘운동 때문에 수업을 빠진다’는 게 없어요. 수업 출석과 시험 성적이 운동 기록만큼 중요해요. 미 프로농구(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 같은 천재라면 얘기가 다르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운동선수는 그렇지 않거든요. 엘리트 선수 대열에서 언제든 낙오할 수 있죠. 미국에선 공부 비중이 85%라면 운동 비중은 15%였어요. 미국에선 하루 1시간 30분씩 주 5회만 연습했는데 기록은 한국에서와 비슷했어요. 짧은 훈련시간에 목표량을 달성하려고 효율적으로 훈련한 결과죠. (장씨는 미국 메사추세츠주에서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고등학교)를 다니며 3년간 미 동부지역 고교연합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지역 언론인 보스턴글로브가 선정한 ‘올해의 수영선수’가 됐다. 2005년에는 수영특기생으로 4년 장학금을 받으며 명문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에 입학했고, 2008년엔 금의환향해 베이징올림픽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그는 2011년 전국체전을 끝으로 이듬해 은퇴했다. “이제 수영 실력은 동네 아줌마 수준”이라고 농을 던진 그는 2017년부터 텍사스주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왜 로스쿨에 갔나요. -어릴 때 대표팀에서 쫓겨나는 일을 겪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어요. ‘정부는 어떤 기능을 하지?’, ‘법은 무슨 역할을 하지?’ 같은 관심들이 생긴 거죠. 외교학 석사를 딴 뒤 로스쿨에 갔고, 로펌에서 일하면서 가정법원 사건을 주로 맡고 있어요. 선수 경험이 재판할 때도 도움이 돼요. 수영과 재판 모두 집요함이 중요하거든요. 운동선수들은 ‘대충 해야지’라는 생각을 절대 안 해요. →한국 체육계의 부조리한 관행은 어디서부터 시작됐다고 보나요. -소질 있는 아이들을 어렸을 때부터 운동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죠. 격리된 선수촌에서 온종일 훈련하다 지치면 다른 걸 배우거나 생각할 수 있겠어요? 미국에선 체육 특기생이라 해도 운동 끝나면 다 같이 숙제하러 도서관에 가는 게 일상입니다. 수영할 땐 수영만, 공부할 땐 공부만 생각하는 게 버릇이 됐죠. 물론 시합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메달을 따는 건 중요해요. 하지만 너무 성적에 매몰되다 보면 선수 이후의 삶을 고민할 겨를이 없어요. →체육계 미투 폭로를 어떻게 보나요.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문제 제기는 긍정적이라고 봐요. 고칠 기회니까요. 미국에서는 영화계를 시작으로 ‘미투’ 폭로가 나왔죠. 체육계뿐 아니라 힘과 권력의 차이가 존재하는 사회 모든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봐요. 쉬쉬하고 덮을 게 아니라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다 같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운동선수 가운데 ‘난 지금껏 운동밖에 안 했는데 공부가 될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인생에서 뭘 하기에 늦은 때란 없는 것 같아요. 미국 법대 동료 중 아버지뻘인 사람도 있었어요. 다른 일 하다가 늦게 입학했죠. 저는 미국 로펌 면접 볼 때 수영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게 강점이 됐어요. ‘운동을 꾸준히 했으니 열심히 하는 게 뭔지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더군요. →앞으로 뭘 하고 싶나요. -언젠가는 한국에 가서 선수들을 위해 일하고 싶어요. 금메달 못 따도 열심히 하는 선수 중에 폭력·성폭력 피해를 본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선수들의 권리도 찾아주고 싶어요. 운동만 하다 보면 자기 권리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알려주고 싶어요. ‘자, 이게 네 떡이다’ 하고요.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10년 전처럼 또 성폭력 실태조사… 스포츠계 “변죽만 울릴라”

    10년 전처럼 또 성폭력 실태조사… 스포츠계 “변죽만 울릴라”

    “권고 조치로는 가이드라인 실효성 부족 법적 강제력 얼마나 부여할지가 중요”체육계 ‘미투’ 바람이 거세지자 국내 인권 문제를 총괄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특별조사단을 꾸려 스포츠계의 성폭력 문제를 뿌리뽑겠다”고 밝혔다. 의지는 강력해 보이는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10년 전에도 대대적 실태조사를 해 인권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었는데 현장에선 별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스포츠계 성폭력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25명)을 만들어 약 1년간 체육계 인권 관련 조사·제도 개선 업무를 도맡게 하고 빙상·유도 등 폭력·성폭력 위험군인 50여개 종목을 대상으로 최대 규모의 실태조사를 해 종합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조사 결과에 따른 개선안이 지켜지는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체육계에서는 “또 변죽만 울리고 끝낼까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좋지 않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2008년 전국 중·고교 학생 선수를 대상으로 폭력·성폭력 실태조사를 벌였다. 당시 여성 프로농구단 우리은행의 박명수 감독이 선수 성폭행 미수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는 등 파문이 일자 대처한 것이다. 당시 응답자 1139명 중 78.8%가 언어·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63.8%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인권위는 이를 계기로 현장 지도자 등이 따라야 할 ‘스포츠인권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심석희 선수 등의 성폭력 피해 폭로를 통해 현실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인권위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체육계 성폭력 실태가 크게 나아지지 않은 데는) 권고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지 못한 인권위도 책임이 있다”고 시인했다. 송강영 동서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인권실태조사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보다 법적 강제력을 얼마나 부여할지가 중요하다”면서 “그냥 권고하는 수준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대한체육회나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의지를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렬 체육시민연대 사무국장도 “대한체육회 등 관련부처들이 조사만 우후죽순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10년 전 실태조사 때 인권위가 약속한 모니터링이 왜 이뤄지지 않았고 문제가 왜 반복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점검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수들이 속내를 털어놓도록 실태조사에 대한 설계를 정밀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최근 대한체육회도 실태조사를 했는데 ‘체육계 성폭력이 줄고 있다’는 현실과 동떨어지는 결과를 내놨다”면서 “선수들이 ‘말해봤자 아무것도 안 바뀔 것’이라는 무력감을 털고 조사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단독]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713억 핑퐁’… 제2 누리예산 사태 오나

    [단독]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713억 핑퐁’… 제2 누리예산 사태 오나

    국회, 교육세로 처우개선비 분담 결정 교육청 집행 거부… “국고로 지원해야” “열악한 처우 피해 학부모·아동에 전가” 정부·시도교육청 예산 갈등 재현될 수도올해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개선비 명목으로 증액된 예산이 국회와 보건복지부·교육부·교육청의 핑퐁게임으로 제대로 지급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의 갈등이 재현될 조짐도 보인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2019년도 교육부 예산 중 유아교육지원 특별회계에서 어린이집 누리교사 처우개선 명목으로 713억원이 증액됐다. 현재 어린이집 교사들의 평균 월급은 178만 2000원으로 유치원 교사의 평균 월급 223만 5000원보다 45만원가량 적다. 현재 어린이집 교사들은 월 30만원가량의 처우개선비를 국고(보건복지부)에서 지원받고 있다. 이는 교육부가 사립유치원 교사들에게 지급하는 처우개선비(59만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문제는 국회가 지난 연말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어린이집 교사 처우개선비를 기존 보건복지부 국고 예산이 아닌 교육부의 유아교육지원 특별회계에 포함시킨 데 있다.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교육청은 집행 거부를 선언했다.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지난 17일 성명서를 내고 “국회와 정부는 보육교사 처우개선비(713억원)를 보건복지부 국고로 편성해 직접 지원하라”고 주장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만일 내년에 관련 예산이 증액되지 않으면 늘어난 처우개선비는 시·도교육청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도교육감이 해당 예산에 대한 집행을 거부하고 교육부가 내려보낸 예산을 반납하면 713억원은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지급되지 않는다. 권남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어린이집 교사 중 국공립 소속을 제외한 20만명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급여를 받고 있다”면서 “교사들의 열악한 처우는 아동들에게 전가될 위험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보육대란을 불렀던 누리과정 예산 갈등이 재현될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무상보육 대상을 확대하면서 만 3~5세 과정인 누리과정을 실시했고, 지원금을 모두 교육청이 집행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하도록 했다. 당시 시·도교육감들은 보건복지부 관할인 어린이집 지원금은 국고로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로 지원금 예산 집행을 거부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말 한시적으로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를 신설해 유치원 지원은 교육세로, 어린이집 지원은 국고로 부담하도록 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문재인 정부도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전액 중앙정부가 책임진다”는 원칙을 세웠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국회의 ‘깜깜이 예산’ 편성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이 다시 촉발됐다”면서 “원칙 없는 정책은 결국 보육 예산의 안정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체육계 미투’ 봇물…이기흥 체육회장 사퇴론 직면

    ‘체육계 미투’ 봇물…이기흥 체육회장 사퇴론 직면

    체육계 미투(#MeToo)가 이어지면서 대한체육회를 이끌고 있는 이기흥 회장이 거센 사퇴 여론에 직면했다. 22일 체육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 부회장 사이의 공방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면서 이 회장의 사퇴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회장이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전명규 전 부회장,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와의 삼자 회동에서 심석희를 상습 폭행한 조재범 전 코치를 대표팀에 복귀하도록 하겠다고 한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다. 이 회장과 체육회는 올림픽 기간 심석희를 만난 사실이 없다며 발언 자체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빙상계 적폐로 몰린 전 부회장이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회장의 발언 사실을 소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전 부회장은 삼자 회동에서 한 이 회장의 발언을 전하며 “회장님이 보고를 잘못 받은 것 같다”며 “(심석희에게) 저 말에 개의치 말고 경기에 전념하라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전 부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회장과 체육회는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이 회장과 체육회는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행 의혹 사건을 계기로 체육계 미투 고발이 잇따르자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상황 수습에 나섰다. 특히 체육회에 당면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자신과 체육회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며 사퇴를 촉구하는 일부 사회단체 등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3년 전 선거에서 엘리트 스포츠를 책임진 대한체육회와 생활 체육을 이끈 국민생활체육회의 결합으로 탄생한 통합 대한체육회의 첫 회장으로 당선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태호 서울시의원 “진상규명과 후속조치로 전국체전 100회 개최 전 투명한 체육계 조성 필요”

    서울특별시의회 김태호 의원(더불어민주당, 강남4)은 체육분야의 금품수수 및 배임 횡령, 입학 비리, 폭력 및 성범죄, 승부조작, 편파판정 등 부정과 비리 관행의 시민제보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 중이다. 엿새 동안 ‘서울시체육회 직원 인사 청탁 건’, ‘시 보조금으로 개최한 각종 종목대회의 예산 부정사용 건’, ‘서울시청직장운동경기부 내 비위 건’, ‘종목 내 성폭력 고소 취하 압력 건’ 등 관련 제보가 속출하고 있다. 김태호 의원은 “그간 서울시 감사위원회와 서울시체육회 내 감사실(스포츠공정감사실)에서 조사·감사한 사건에 대해서도 전면 재조사하여 놓친 부분은 없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서울시청직장운동경기부 내 한 종목 감독은 선수들을 위해 제공된 회사차량과 차량주유비 등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였고 장비 및 피복을 선수단에게 편중되게 지급하고 선수단 격려금 등을 부정 사용하였으나 시체육회의 ‘제 식구 감싸기 식’ 조사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사실이 있다. 또한 서울시태권도협회 직원과 심판 등 2명은 현지 태권도협회와 MOU를 체결하기 위해 방문한 중국에서 성매매 혐의로 중국 공안 단속에 걸려 현지에서 구류된 뒤 벌금을 낸 이력이 있었으나 서울시체육회 차원에 적절한 징계가 내려졌는지 의문이다.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자를 서울시체육회 부회장으로 선임하거나 도박사건 연류 선수를 서울시 직장운동경기부 선수로 영입한 것은 서울시체육회의 윤리의식의 부재를 엿볼 수 있다. 그간 서울시체육회를 필두로 서울시 체육계는 철저하게 학연, 지연 등 인맥으로 엮여 있어 소위 ‘그들만의 리그’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지금까지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 내부 감사결과에도 그런 입김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최근 5년간 불거진 비리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조사와 재검토할 예정이다. 김태호 의원은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시 감사위원회 조사의뢰, 의회 행정사무감사와 조사특별위원회 구성 등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 중인 바 “올해 서울에서 개최 예정인 100회 전국체전을 기점으로 서울시 체육계가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며 서울시민의 제보를 독려하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포토] 최영애 인권위원장, 체육계 성폭력 실태조사 계획 발표

    [서울포토] 최영애 인권위원장, 체육계 성폭력 실태조사 계획 발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스포츠 인권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역대 최대규모의 체육계 실태조사 계획을 밝히고 있다. 2019. 1. 22.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인권위, 체육계 성폭력 조사 독립기구 만든다

    인권위, 체육계 성폭력 조사 독립기구 만든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체육계 성폭력 실태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최근 전현직 선수들의 성폭력 피해 고발(미투)이 잇따르자 나온 조치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체육계 실태 특별조사 계획을 밝혔다. 인권위는 1년간 기획조사와 진정사건 조사, 제도 개선 업무를 도맡을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을 신설할 계획이다. 인권위는 특히 빙상과 유도 등 최근 문제가 된 종목의 전수조사를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로 실태조사를 할 방침이다. 인권위는 스포츠 폭력 및 성폭력 사건을 전담 조사기구와 연계하는 등 새로운 신고 접수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피해자 구제 조치와 법률 지원, 독립적이고 상시적인 국가 감시 체계 수립을 추진한다. 최 위원장은 “실태조사의 1차적인 목적은 실상을 정확히 드러내는 데 있지만, 궁극적 목표는 확실한 개선 대책 마련에 있다”며 “민간 전문가와 선수 당사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실태 파악부터 시작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제도개선을 이뤄가겠다”며 “향후 국가적 감시 시스템을 완전하게 정착시키는 중장기 계획까지 차근차근 긴 호흡으로, 최대한 빨리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 씨와 전 유도 선수 신유용 씨의 성폭행 고발로 체육계 미투가 촉발되면서 국가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부는 체육 단체, 협회, 구단 등의 사용자나 종사자가 성폭력 사건을 은폐·축소하는 경우 최대 징역형까지 처벌될 수 있도록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피해자가 안심하고 상담할 수 있는 익명상담창구 설치, 심리 치료·수사 의뢰 등을 비롯한 지원 체계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빙상연맹 해체까지 염두” “이기흥의 꼬리자르기”

    “빙상연맹 해체까지 염두” “이기흥의 꼬리자르기”

    “혁신위 구성 전명규 등 전방위 조사” 전 “빙상인연대 행위에 의구심” 반박대한체육회가 ‘체육계 미투’ 사건에 대응해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 부호가 따르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21일 임번장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체육시스템 혁신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혁신위원회는 조사·제도개선·인권보호 및 교육·선수촌 혁신 4개 소위로 구성돼 있다. 이번 주에 첫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한체육회는 민간 주도의 특별 전수조사를 실시하기 전까지 혁신위원회를 통해서 ‘빙상계 적페’로 지목된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해 전방위적인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대한체육회는 “악습의 고리를 끊어버리기 위해 회원단체 제명까지 염두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젊은빙상인연대는 국회에서 손혜원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빙상연맹 해체라는 ‘꼬리자르기’로 사태를 무마하려 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수뇌부는 신뢰를 잃었다”며 “이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총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체육과학연구원장, 대한체육회 이사·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오랜기간 체육 행정 분야의 요직을 맡아온 임 교수가 전 교수의 비위 행위를 추가로 확인해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의구심이 일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이날 대한빙상연맹 관리위원회를 전면 개편해 시민사회단체를 관리위원으로 참여시키겠다던 지난달 10월 자신들의 결정을 뒤집었다. 당시 대한체육회가 발표한 대한빙상연맹 관리위원 9명 중 3명은 이미 외부 인사로 선임됐다. 넉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비판에 못 이겨 ‘일단 바꿔보자’는 식으로 관리위원 교체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 주도의 특별 전수조사를 실시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이뤄지는 조사가 얼마나 잘 진행될지에 대한 우려도 많다. 전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조재범 전 코치가 심석희 선수를 상습적으로 폭행해온 사실을 몰랐다. 젊은빙상인연대의 (폭로) 행위가 진심으로 빙상 발전을 위해 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자신을 향한 의혹을 대부분 부인하기도 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체육 전문인력·기업 육성 스포츠산업진흥원 설립

    정부가 스포츠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스포츠산업진흥원’(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스포츠와 4차 산업혁명 기술 융합을 목표로 한 스마트 건강관리 시스템과 스마트 경기장 구축, 증강현실(AR) 중계방송 등의 기술 개발도 지원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1일 ‘제3차 스포츠산업 중장기 발전 계획(2019~2023년)’을 발표하고 국내 스포츠산업을 2023년까지 95조원 규모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칭 스포츠산업진흥원은 협력 사업, 통계, 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 체육산업 분야의 ‘손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75조원이었던 국내 스포츠산업 시장 규모를 2023년까지 95조원으로 키우고, ‘강소형 스포츠 기업’ 육성이라는 중장기 발전 목표를 실무에서 전담하는 조직이 되는 셈이다. 정부는 스포츠기업의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현재 6개소인 지역창업지원센터를 권역별로 확대 운영하고, 올해부터 정부 연구개발(R&D) 자금도 지원하기로 했다. 스포츠산업 융자(320억원)와 스포츠산업 펀드(누적 결성액 1015억원) 등 금융 지원 예산도 대폭 늘어날 계획이다. 스포츠 분야의 기술 발전을 위한 빅데이터 플랫폼과 국민운동·체력 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지표 개발도 이뤄진다. 특히 스마트 건강관리(헬스케어)에 활용될 수 있는 전 국민의 운동능력·신체 표준 지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시범 사업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은 ‘초등학교 가상스포츠실’이 확대되고, 팬들에게 제공될 스마트폰을 활용한 다양한 스포츠 정보 툴이 개발된다. 정부는 5대 프로스포츠(축구, 야구, 농구, 배구, 골프)의 은퇴 선수를 연고지 학교체육 수업에 파견하는 등의 체육계 일자리 창출 방안도 중장기 계획에 포함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특별기고] 제 머리 못 깎는 체육계/이대택 국민대 스포츠건강재활학과 교수

    [특별기고] 제 머리 못 깎는 체육계/이대택 국민대 스포츠건강재활학과 교수

    피해자가 올림픽 메달리스트였다는 점만 제외하면, 다시 등장한 체육계의 폭행과 성폭력 파문이 낯설지 않다. 언젠가 일어났고, 분명 그랬는데, 잊고 있었더니 다시 등장한 뻔한 레퍼토리다. 어쩌면 이번 관심의 증폭은 피해자가 국가대표였기에 그랬을지 모른다. 그렇다. 잊히면 다시 등장하고 또다시 잊히길 반복하고, 드러난 시끄러움은 잠적의 기회를 노린다. 그리고 숨죽여 기다린다. 어차피 견디면 또 잊히니까. 세간의 관심은 체육계 내부를 요동시킨다. 하지만 그 요동은 어쩐 일인지 당당하지도, 합리적이지도 못하며, 문제 해결로 향하는 몸부림도 아니다. 되레 가능한 한 이른 시간에 외부로 노출된 내부를 가리는 작업에 골몰한다. 빨리 가리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마지막 목표점이고, 그래야만 일이 해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성공할 것이다.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말이다. 체육계의 인권 유린과 비리, 그리고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작태는 어쩌다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오랫동안 있어 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자행되고 있는 일상이다. 각 종목단체와 대한체육회가 제시하는 문제 해결 방안과 대책 또한 일상적이기만 하다. 20년 전에도 그랬고, 10년 전에도 그랬으며, 지금도 쌍둥이 대책들이다.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드러나니 대책도 같은 것 말고는 없다. 재탕에 삼탕이다. 애처롭게도 대한체육회를 관리 감독하는 문화체육관광부도 전혀 실효성 없는 대책을 또다시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된다. 빙상과 유도뿐 아니라 그 많은 체육계의 인권 유린은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집단의 무감각한 동조와 비호가 있어 가능하다. 여전히 체육계 사람들은 말한다. 절대 안 고쳐진다고. 또 되묻는다. 고쳐질 수 있을 것 같냐고. 그러면서도 이번엔 어떻게든 고쳐야 한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들은 체육계의 썩어 문드러진 문제를 고치고 싶어 한다. 정말 그렇다. 그런데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른다. 행동할 줄 모르며, 나서는 것에 두려워하며, 무기력과 함께 현상을 받아들이기에 익숙하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경험을 뛰어넘어 본능으로 확신한다. 불가능함을 믿는 순간 문제를 해결할 힘은 원천적으로 몰수된다. 지금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이유다. 체육회가, 문체부가 무력하고 무능한 이유도 여기 있으며, 익숙함에 안주한다. 한마디로 체육계의 자정 능력은 우리가 두 눈으로 지켜본 여기까지다. 더이상 그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 체육계의 단절된 문화를 열어 주고 자생력을 갖도록 사회가 나서 도와야 한다. 어쩌면 지금까지 사회가 그들을 방치했었기에 그들이 이 사회의 외톨이 구성원으로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스포츠를 통해 즐거웠고 고마웠던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다면, 이제 우리가 그들에게 보답을 할 차례다. 확언컨대 또 다른 기회는 올 수 없을 것이며, 이번이 마지막이다. 바라건대 정부와 사회는 체육계가 사람들의 품에서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지향함과 동시에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자 구성체로 존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스포츠는 메달이 아니며, 인권이고 가치이며 하나의 문화임을 인식해 주기 바란다. 스포츠도 사람이 우선이어야 하며,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사회는 원점에서 다시 대한체육회를 바라보는 결단을 내려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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