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조선·진로/“3조원 시장 잡아라”/맥주 3사 불꽃경쟁
◎품질·광고전쟁 본격화… 판도변화 관심/「카스」 새달 출고,여성·젊은층 공략/진로/「하이트」 인기 폭발… 생산라인 확충/조선/「아이스」 주력상품 육성 “맞불작전”/동양
연간 3조원(출고가기준)에 이르는 맥주시장을 놓고 두산그룹(동양맥주),진로그룹(진로쿠어스맥주),조선맥주(크라운맥주)등 3대 메이커의 「전쟁」이 치열하다.소주의 대명사 진로가 다음달부터 맥주판매를 개시하며,그동안의 동양맥주(OB맥주)와 조선맥주가 나눠먹던 시장이 3파전으로 바뀌는 것이다.
맥주업계의 3파전은 20년만이다.지난 70년대 초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청와대 박종규 경호실장이 뒤를 봐 준 것으로 알려진 한독맥주(이젠백맥주)가 등장해 한 때 3파전이 있었다.그러나 조선맥주가 77년 한독맥주를 인수함으로써 3파전은 비교적 단기간에 끝났다.
이번 3파전에서는 비열처리 맥주를 비롯한 품질경쟁과 각 사마다 1백억∼2백억원을 뿌리는 광고전쟁이 여늬 때와 달리 치열하다.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서울과 수도권의 경쟁이 가장 뜨거워질 전망이다.시장점유율 70%로 1위를 차지하는 동양맥주는 대격돌을 앞두고 아이스맥주를 야심작으로 개발,승부를 걸었다. 지난달부터 시판에 나서 첫달에만 50만4천상자(5백㎖ 20병기준)가 팔리는 인기를 끌고 있다.영하에서 여과하는 방식의 제품으로,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아이스맥주를 내놓은 것은 힘겨운 상대인 진로의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김을 빼는 것과 함께 지난해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조선맥주의 하이트에 맞불을 놓는 것이기도 하다.동양맥주는 올해 아이스맥주 8백만상자를 판매,제2의 주력상품으로 키울 예정이다.
동양맥주는 오는 6월부터 아이스의 판매량이 하이트를 넘어설 것이라고 장담한다.진로를 견제하기 위해 서울과 수도권의 유통망 강화 및 판매에 주력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하이트를 선보이며 맥주의 품질 및 광고 경쟁을 일으킨 조선맥주는 하이트의 인기를 바탕으로 3파전에 대비하는 중이다.지하 1백50m의 천연수로 만들었다는 광고로 깨끗한 물 논쟁을 일으킨 하이트는 첫달에 13만상자가 팔렸으나 지난해 12월부터는 매월 1백만상자 이상팔리는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지난달에는 1백64만상자가 팔려 전체 시장의 점유율도 15%나 됐다.
하이트의 호조에 따라 조선맥주의 점유율도 올들어 35%선으로,지난해 평균보다 5%포인트나 높아졌다.물론 조선맥주가 유흥업소 판매에서 겨울철마다 강세를 보이며 점유율이 높아지는 계절적인 덕을 본 점도 있다.
조선은 전주공장의 생산라인을 5개로 늘려 하이트를 매월 2백50만 상자씩 생산하기로 했다.조선맥주는 최고의 맥주업체이지만 지난 57년부터 동양맥주에 점유율이 뒤져왔다.
진로(맥주이름은 카스)는 합작사인 미국의 쿠어스맥주처럼 여성과 젊은 층을 파고 들겠다는 전략이다.신세대를 겨냥하겠다는 뜻으로,순하고 신선한 맛으로 승부를 걸 계획이다.첫 제품을 내놓는 5월이 대학가의 축제 시즌임을 고려,대학가를 대상으로 한 판촉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충북 청원의 지하 2백m 광천수로 만들었다는 점도 부각시켜 상대적으로 「맑은 물」에 약한 동양맥주를 겨냥하기로 했다.청원공장의 올 생산량이 연 21만㎘라,최대 15%선의 점유율이 목표이지만 3년 안에 30%로 높일 계획이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진로소주의 유통망을 활용,수도권을 중심으로 판촉을 강화,첫 해부터 기선을 제압할 방침이다.진로는 지난 연초부터는 그동안 생산하지 않던 1.8ℓ짜리 PET(플래스틱) 병 소주를 생산,진로에 비우호적인 지방의 소주회사도 겨냥하고 있다.
맥주업계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업계와 술꾼들의 관심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