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환경복원 원년] 되살아나는 청계천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MTB족’ 김남수(가명·32)씨는 요즘 출퇴근길이 기다려진다. 왕십리 집에서 태평로에 위치한 회사까지 자전거를 타고 청계천변을 달리면 단 20분이면 족하다. 그는 짜증스러운 교통체증이나 대중교통수단에서 사람들과 부대껴야 하는 고통에서 이미 해방됐다. 대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신다. 퇴근 뒤에는 청계천변 노천카페에 앉아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스트레스를 푼다. 오는 9월 청계천 복원이후 생겨날 가상 풍속도다.
●“파리 센강변이 안 부럽다”
‘도심 생태계’인 청계천이 복원되면 이 일대는 커다란 변화를 맞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천카페의 등장이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청계천변에 파리의 센강변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노천카페를 구상하고 있다.
회사원 정진우(29)씨는 “지난여름에 다동 한국관광공사빌딩 1층에 노천카페가 있어서 실외에서 커피와 맥주를 마시는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청계천변으로 확산되면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내놓은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부 발전계획’에 따르면 현재 유흥업소가 자리잡은 중구 다동 일대에는 업무, 호텔, 켄벤션센터 등을 유치하며,1200평 규모의 다동공원도 조성된다. 이 일대 청계천변의 건축물은 대대적인 정비사업이 추진된다. 종로 학원가와 맞물리는 관철동 청계천변은 ‘젊음의 수변’으로 다시 태어난다. 레스토랑과 카페, 소매점 등이 밀집한 종로 상권에서 쏟아지는 젊은층의 유동인구가 자연스럽게 청계천변까지 확산된다. 서울시는 인사동∼관철동∼명동을 잇는 도심 보행축을 만들고 종각 일대에 일부 민간부지를 매입, 공원으로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삼일로와 돈화문로 사이 청계천변에는 기념품전문점을 비롯해 스낵코너, 커피전문점 등 청계천 양변에 수변상업공간이 들어선다. 도기와 타일, 바닥재 등 건축자재 전문점이 위치한 수표동 지역과 청계천 공사로 상권이 가라앉은 관수동 일대에는 기념품이나 잡화, 커피전문점 등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도심 문화 블록의 연결축
종묘에서 시작해 남산까지 이어지는 세운상가, 청계상가 등이 녹지축으로 바뀌고 세운상가 일대의 재개발이 완료되면 일대 블록에도 보행광장이 따로 조성된다. 물론 이 구상안은 세운상가 일대의 재개발이 완료돼야 가능하다. 돈화문길에 ‘걷고 싶은 거리’가 조성되고 세운상가 녹지축, 돈화문로에서 배오개길까지 청계천변 양변을 잇는 동서로가 들어서면 이 일대는 그야말로 도보의 장이다. 세운상가 일대는 IT와 문화, 엔터테인먼트 등 IT문화타운이 들어선다.
이밖에 올해부터 당장 청계천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모습들이 있다. 신답철교 하류에는 충주시에서 옮겨 심은 충주사과가 열린다. 오간수교와 다산교 사이에는 옛 빨래터를 복원해 놓았다. 황학교와 비우당교 사이와 오간수문 아래에는 ‘참여와 화합의 벽’과 ‘문화의 벽’이 들어선다. 또 9개의 분수대도 5.4㎞의 청계천 구간에 들어선다.
청계천은 자체가 새로운 문화공간일 뿐만 아니라 도심에 자리잡은 주요 문화거점을 잇는 동서축의 역할도 한다. 돈화문길과 함께 북촌과 정동, 남촌, 대학로, 장충단 등을 십자 모양으로 연결한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