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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은 한반도 특색이 집약된 도시였다

    “역사적으로 평양은 어떤 존재인가.”고조선 시대부터 현재까지 한반도의 주요 도시로 있는 평양의 의미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사연구회(회장 노태돈)의 올해 학술대회를 통해서다.9일 서울대 인문대 교수회의실에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역사도시 평양’을 주제로 한국사의 전개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평양의 위상을 조명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평양의 위상을 고대부터 현대까지 5개 시대로 나눠 분석해 흥미를 끌고 있다. 우선 서울교대 임기환 교수는 ‘고구려 평양 도성의 구성과 성격’을 요약했다. 평양 천도를 계기로 고구려 시절 중앙정치의 구심점이 바뀌고, 문화적 양태도 요동·중원지역적 요소와 고구려적 요소가 결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임 교수의 분석이다. 김창현 성신여대 연구교수는 ‘고려 서경의 행정체계와 도시구조’를 분석한 결과, 서경이 개경에 뒤지지 않았으며 동경(경주)과 남경(한양)을 초월하는 위상을 지녔다고 주장한다. 오수창 한림대 교수는 ‘조선후기 평양의 문화적 특성’을 고찰한다. 오 교수는 평양이 서울을 제외하면 청구야담 등 조선 후기의 야담(野談)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도시였다고 제시했다. 평양이 등장하는 이야기 주제는 주로 재물과 치부, 연애·유흥에 집중됐다. ‘근대 평양의 도시 형성과 상공업 발달’을 발표하는 오미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전문위원은 “근대기 평양지역 공업은 일본 독점자본과 조선인 중소공업이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인 공업은 양말·정미·주류 등의 업종에 집중돼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동직조합이나 생산조합 등의 경제단체가 생겨났다는 것. 이어 이신철 성균관대 연구교수는 ‘사회주의 조선의 심장 평양, 동아시아 도시로의 변화 가능성’을 발표한다.이 교수는 “광복 직후 민주기지론에 입각한 ‘민주수도’로 계획된 평양이 한국전쟁 뒤 전후 복구 과정에서 사회주의 국가들의 원조를 받게 됨에 따라, 역설적이게도 사회주의 이념을 실험하는 계획도시로 변모했다.”고 말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추한 한국인’ 사례

    ‘추한 한국인’ 사례

    필리핀과 태국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사단법인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관계자들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밝힌 ‘한국 남성’은 그야말로 ‘추한’ 한국인이었다. 이들이 말하는 한국 남성들의 추한 모습을 공개한다. ●안전 불감증에 걸린 한국인 가장 큰 불만은 한국 남성들이 콘돔 사용을 거부하는 예가 많다는 점이다.(에이즈 등 질병 감염을 우려해) 콘돔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콘돔을 착용하지 않으면 성관계를 거부하는데 한국 남성들은 이에 대해 매우 거칠게 대한다. ●‘비정상적인’ 한국인 비정상적인 성관계를 강요하는 남성이 많다. 성관계를 갖기 전 나체로 노래하고 춤추기는 기본이다.(집단으로 성관계를 갖는)그룹 섹스에 오럴섹스, 자위, 애널섹스까지 강요한다.X등급의 포르노 영화까지 가져와 보여주고 영화 속 장면과 똑같은 행위를 강요하고, 원하는 대로 될 때까지 멈추지 않는 경우도 있다. ●동물 취급하는 한국인 한국 남성들이 우리를 돼지나 개처럼 대한다. 다른 외국인들과는 달리 갑작스럽게 성관계만 요구한다. 이미 견딜 수 없을 만큼 섹스를 했다고 말하자 폭력을 휘두르는 등 자신들을 소유물이나 성노예처럼 대우하기도 했다. 한국인들은 우리들과 하등동물이나 동물적인 사고방식으로 성관계에 임한다. ●무책임한 한국인 ‘더티’(dirty, 더러운)한 한국 남성들도 문제다. 지속적인 관계를 갖다가 아이를 가지면 떠나버린다. 겉보기에는 준수하지만 겉보기와는 다르고 상당히 무책임하다. 돈에도 인색해 여기에서는 한국 남성을 ‘보리캇’(돈은 많지만 인색한 사람을 뜻하는 현지어)이라고 부른다. 돈을 조금만 내고 어린 여성과의 성관계에만 집착하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돈도 주지 않는다. 팁도 거의 주지 않는다. ●마약 권하는 한국인 마약 문제도 심각하다. 남성 스스로 마약을 가져와 먹은 뒤 자신에게도 강제로 먹인다. 특히 배낭 여행객과 개별적으로 되풀이해서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 남성들이 마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마리화나나 아이시 등 구체적인 마약 이름까지 들먹이고, 먹기를 거부하면 화를 낸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10대 유학생들까지 미성년자와 성매매

    10대 유학생들까지 미성년자와 성매매

    “한국 남자들은 자신도 마약을 하고 우리에게도 마약을 권해요. 먹기를 거부하면 화를 내지요.”(태국의 한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 A씨) “한국 남자들은 어린 소녀를 좋아해요. 기꺼이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합니다. 여행 가이드에게 여대생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해 돈을 서너 배 더 지불하기도 합니다.”(필리핀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 B씨) ●일부대학생 ‘동성과 매춘´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거센 가운데 이를 무색케 하는 한국 남성들의 해외 성매매 실태가 나왔다. 사단법인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는 올해 7∼10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태국과 필리핀에서 실시한 현지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현지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94명 등 모두 116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한 결과다. 3일 서울신문이 단독 입수한 88쪽짜리의 보고서를 보면 한국 남성들이 현지에서 마약을 상습적으로 복용하고 성관계를 갖는가 하면 미성년 여성만을 찾는 등 한국 이미지를 크게 추락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일여성센터는 오는 7일 국회에서 여성가족위원회와 함께 필리핀 사회복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아동·청소년 대상 해외 성매매 실태에 관한 토론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조사단의 인터뷰에 응한 태국의 한 여성은 “한국 남성을 비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마약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마리화나나 아이시 등 구체적인 마약 이름까지 언급하기도 한다.”면서 “특히 배낭 여행객과 개별적으로 반복해서 이곳을 찾는 남자들이 마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보고서는 “주로 나이든 한국 남성들이 어린 여자를 선호하는데 어린 소녀와 성관계를 맺으면 음양의 원리에 의해 회춘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에 기반해 성관계 경험이 많지 않은 ‘순수한’ 여성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지여성 동물 취급 악명 일부 몰지각한 한국 남성들의 추한 모습도 낱낱이 드러났다. 변태적인 성관계나 월경 중인 여성에게 성관계를 강요하는 등 현지 여성을 동물 취급하는 사례를 비롯, 콘돔을 사용하지 않거나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에 대해 현지 여성들은 울분을 토했다. 최근에는 이 지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대학생들이 늘면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대학생들까지 성매매에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어학연수생이나 유학생의 경우 간헐적인 성매매는 물론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거나, 현지처처럼 동거하는 예도 있었다.”면서 “한국인들은 어린 여자나 같은 나이 또래를 좋아하고, 한국 대학생들의 동성애 성매매도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책임자인 김경애 내일여성센터 이사장은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태국과 필리핀으로 성매매 관광이 늘어났을 개연성이 높다.”면서 “다른 나라 여성, 특히 미성년 여성들의 인권을 유린하지 않도록 정부와 비정부기구(NGO)가 함께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김재천 박정경기자 patrick@seoul.co.kr
  • 대학생들 섹스 연수?… 현지여성과 동거도

    대학생들 섹스 연수?… 현지여성과 동거도

    “학생들의 호기심이라지만 문제가 심각합니다.”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김모(37)씨. 현지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면서 필리핀에 공부하러 온 한국 대학생들을 많이 만나는 김씨가 털어놓는 실상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필리핀에 오는 대학생들은 90% 정도가 비키니 바나 KTV 바에 가본 경험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여대생들은 쇼만 즐기지만 남학생들은 이른바 ‘2차’를 나가는 예가 많지요.” 비키니 바와 KTV 바는 여성 종업원들이 아슬아슬한 옷차림으로 쇼를 보여주는 유흥주점이다. 우리나라에 단란주점이 있다면, 필리핀에는 비키니 바가 있다고 할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쇼를 보고 룸(방)에서 술을 마신 뒤 성매매를 위해 ‘2차’, 이른바 ‘테이크 아웃’(take out)을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이런 비키니 바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대부분 필리핀에 공부하러 온 한국인 대학생이라는 점이다.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골프 관광객이나 단체 관광객이 많았지만 요즘은 대학생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영어를 배우러 온 어학연수생들. 김씨는 “같은 반 학생들이나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 가운데 선배들이 새로 온 후배들을 데려가면서 ‘어디 가면 물이 좋다.’는 식으로 유흥업계의 정보를 ‘전수’한다.”고 했다. 현지 여성과 ‘눈이 맞아’ 아예 살림을 차리는 대학생들도 있다.“갑자기 기숙사를 떠나겠다고 해서 알아보면 어학원에서 만난 여성 강사나 비키니 바에서 만난 여성과 동거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김씨는 “어학연수생 가운데는 방학 때면 공부를 핑계로 두세달 일정으로 방문해 현지 여성을 만나고 대학 학기가 시작하면 다시 귀국하는 일을 되풀이하는 대학생도 있다.”고 귀띔했다. 비키니 바에서 일하는 현지 여성들은 대부분 17∼19세로 10대가 대부분이다. 필리핀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고등학교까지의 학제가 10학년제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현지 여성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유흥업소에 취업한다. 반면 사회 분위기는 가톨릭 신자들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낙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 맘’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김씨는 “이성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단지 ‘엔조이’(즐기는)하는 식으로 현지 여성과 교제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대학생들의 유흥업소 출입이 잦아지면서 마약에 손을 대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불법이지만 강력한 단속이 없는 실정이다. 김씨도 최근 근무 기강을 위해 운전기사와 도우미 등 현지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약물검사를 실시한 결과 10명이나 양성 반응이 나와 해고했다. 대학생들은 특히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샤부’라는 마약에 쉽게 빠진다고 한다. 김씨는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대마나 샤부·엑스터시 등 마약이 쉽게 유통되고, 마약을 상습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학생들이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美 대도시 ‘2534’ 인구 유치 경쟁

    미국 미시간주 랜싱시(市)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바를 돌아볼 수 있는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이른바 ‘멋진 도시 구상’의 일환이다. 오리건주 포틀랜드 상공회의소는 한 광고회사 직원들이 점심을 먹으면서 인디록 페스티벌을 즐기고 매일 저녁 연극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을 광고로 제작했다. 텍사스주 멤피스에선 생명공학단지가 교외 지역이 아니라 도심 유흥가에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 조성되고 있다. 노령화에다 출산율이 떨어져 인구 감소가 우려되는 미국 도시들끼리 장래 경제에 보탬이 되는 대졸 이상의 25∼34세 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5일 전했다. 이들 세대가 직장을 구하기 전에 살 도시를 미리 선택하는 경향이 있으며 도심 생활과 대중교통을 선호하는 한편, 여가를 즐기려는 욕구도 강하고 다양성과 관용을 세련된 삶으로 받아들이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조지아주 애틀랜타가 이들 인구의 유입에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에 45개 이상의 대학이 있고 주택 가격이 적당한 데다 주요 공항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점이 매력으로 꼽혔다.‘만화 도시’로 불릴 만큼 관련 산업체와 음악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것도 창의적인 이들 세대의 구미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KT&G 100억 홍보비 용처 조사

    KT&G의 담배 판촉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21일 이 회사 남서울본부가 홍보비로 사용한 금액이 연간 1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이 돈의 용처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자진출석한 KT&G 남서울본부장 강모(58)씨로부터 “홍보비로 연간 100억여원을 책정하고 유흥주점이나 편의점 등 업소에 직접 지급된 판촉비만 매년 30억여원에 이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유흥주점 등에 대한 판촉비 외에 편의점 등 담배 소매점에 대한 홍보비도 상당 액수 지출됐다.”면서 “주로 광고물이나 홍보용 의자 등의 제작에 돈이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소매점 내 담배 광고가 허용돼 있지만 특정제품만 집중적으로 광고한 것은 담배사업법을 위반한 행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법률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KT&G 남서울본부는 2003년 3월부터 최근까지 D나이트클럽 등 강남 일대 유흥업소 20여곳에 “우리 담배를 팔아달라.”며 총 16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KT&G 담배판촉 16억대 로비

    KT&G가 서울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 16억원대 금품 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7일 KT&G 남서울본부가 2004년 12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D나이트클럽에 “우리 담배를 팔아달라.”며 현금 5억원을 건넨 것을 비롯 2003년 3월부터 강남 일대 술집 등 유흥업소 20여곳에 16억원 정도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경찰은 최근 남서울본부 강모(40) 영업팀장 등 3명을 소환조사하고 돈을 건넨 내역이 담긴 장부와 영수증을 압수한 뒤 관련자들의 금융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현행 담배사업법상 사업자는 특정 담배상품을 더 팔기 위해 금품을 제공하거나 상품별로 광고하는 행위를 못하게 돼 있는데도 이들은 금품을 건네고 ‘레종’ 담배 광고판을 나이트클럽에 설치하는 등 광고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단순 판촉행위를 위해 이렇게 큰 액수를 건냈다는 게 석연치 않다고 보고 판촉비 일부를 돌려받거나 따로 가로채지는 않았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귀하신몸에 잘도 속더라

    귀하신몸에 잘도 속더라

    「세상을 한번 멋지게 살아보려고」 검사시보 행세를 하던 한 청년이 가짜 행각 9개월만에 쇠고랑을 차게 되었다. 중학 2년 중퇴의 학력으로 사법대학원생을 사칭, 「배지」와 학생증을 사들인 이 가짜 검사시보는 서울시내 변호사들과 다방 「마담」경찰관들이 모두 『내 사기극에 잘도 속더라』면서 대견(?)해 했다. 3월 2일 서울 용산경찰서 남영동파출소에는 검은 「싱글」에 굵다란 「로이드」테 안경을 낀 20대 청년 한명이 파출소 하문수(河文洙)소장을 점잖게 찾았다. 이 청년이 河소장에게 내놓은 명함에는 「검사시보 손지열(孫智烈)」로 되어 있었다. 이 검사시보는 자신을 河소장에게 소개하고는 『창피한 일이지만 고향에 내려갈 차비 좀 부탁한다』고 귀띔했다. 河소장이 이를 거절하자 이 가짜 검사시보는 대뜸 『당신 비위사실을 내가 알고 있다』면서 공갈하더라는 것. 이때 관내 파출소순시를 위해 파출소에 나왔던 용산서 형사과 김장생(金長生)경위는 孫의 태도나 언동이 어딘가 서투른데 의심을 품고 일단 불심검문을 해봈다. 김경위는 첫마디에 이 검사시보가 가짜 임을 알아냈다. 孫의 본명은 박선균(朴先均)(24)·(서대문구 현저동 46). 그러나 김경위도 처음엔 朴의 공갈에 움찔했단다. 본명 이외에도 3가지의 이름을 사용해 온 朴은 불심검문하는 김경위에게 오히려 호통을 쳤다. 朴은 용산서로 연행된 뒤에도 형사과장을 데려오라고 책상을 주먹으로 치면서 큰소리 칠 정도로 대담했다. 朴이 사기행각을 하기 시작한것은 지난 해 영화 『소문난 잔치』를 보고나서부터. 그 영화의 주인공이 자기 처지와 비슷한데서 이 세상을 한번 멋지게 살아보려고 한것이 가짜 검사시보였다는 것. 朴은 경찰관이나 변호사들이 검사시보라면 곧 검사가 될 사람이라 해서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을 알고 가짜 검사시보 노릇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 朴의 가짜 검사시보 행각을 위한 준비는 치밀했다. 사법대학원생 「배지」를 사들인 朴은 어느 술집에서 누가 술 값으로 맡겨 놓은 사법대학원생의 학생증을 술값 1천원을 갚고 찾아내어 자신의 것으로 변조. 그 다음엔 헌 책방에 가서 민사소송법 한권, 「고시계」(69년 2월호)한권, 대법원 판례속보등을 샀다. 朴은 틈틈이 이 책들을 읽어 법률상식을 익히는 한편 사기행각의 「액세서리」로 들고 다니기도 했다. 만반의 준비가 끝나는 날 朴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속일 기회를 찾았다. 朴이 나타난 곳은 D극장 전무실. 처음엔 표를 사가지고 들어갔다. 극장사무실에 들어간 朴은 사기극 연출을 무난히 할수 있었다. 『저는 이번 고시에 합격한 최연소자입니다』「텔레비전」에도 나갔다고 그럴 듯하게 늘어놨다. 집표주임 박종대(朴鐘大)씨(46)는 朴의 수작에 완전히 넘어갔다. 어린 나이에 참 칭찬할만한 일이라고 했다. 이 뒤로 이 장래가 촉망되는(?) 朴에게 D극장은 무상출입처가 됐다. 모다방 마담에게는 68년도 사법고시합격자중 최연소자라고 자칭, 정부가 자기에게 「코로나」 한대를 기증했는데 자기에게는 이 「코로나」가 필요없으니 45만원에 사라고 흥정, 계약금조로 25만원을 긁어냈다. 朴은 또 서울시내 유명한 변호사들까지 등쳐 먹을 정도로 지능적이었다. 朴의 사기술에 걸려든 변호사들도 박에게 용돈이나 하라고 2~3천원씩 대주었다는 것. 『사법대학원생이라면 사람들이 모두들 쩔쩔 매더군요』朴은 멀쩡한 눈을 고시파 학생으로 속이기 위해 싸구려 안경으로 변장했다. 朴은 관공서에 들어가선 사무원을 상대도 안했단다. 주로 과장이나 국장만을 골라 법률책만 끼고 그럴듯한 말만 하면 모두 속아 넘어가더라고 털어놓았다. 지난 2월 모극장 전무는 朴이 금년도에 사법대학원을 졸업, 검사로 발령받게 된다는 말에 졸업식장으로 달려가는 「쇼」도 벌였단다. 朴은 경찰심문에도 『내가 어찌 말단 형사에게 조서를 받겠느냐』면서 서울시내 판검사들은 거의 자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 곧 나오게 된다고 문초형사를 을러댔다. 朴은 학력을 모대학 법과를 나와 68연도에 고시 예비고사에 합격, 사법고시 1차까지 합격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사기및 관명사칭혐의로 구속된 朴은 식모살이 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겨우 중학 2년밖에 못다닌 불우한 청년임이 밝혀졌다. 경찰조사에서 나타난 朴의 행각은 주로 극장등 유흥가와 관공서, 일선 파출소만을 골라 한두차례 찾아다니며 인사를 나눈 다음 어느 정도 얼굴이 익혀지면 부정을 눈감아 준다는 등 공갈을 하면서 2~3천원씩 뜯었다는 것이다. 朴이 잡히던 날도 이 재미로 또다시 나타났다가 쇠고랑을 차게된 것이다. 경찰이 朴을 유치장에 넣으려 하자 朴은 또 기세 좋게도 판사의 구속영장을 보여 주기전엔 유치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버티었다. 김계장이 영장을 보여주자 그때서야 누그러진 朴은 유치장으로 끌려 들어가면서-『사기한 나도 잘못이지만 내 엉터리 사기극에 쩔쩔매던 관리들도 형편없는 친구더라』고 내뱉었다. [선데이서울 70년 3월 15일호 제3권 11호 통권 제 76호]
  • [Seoul In] 식품업소 우리말사용 적극 유도

    강서구(구청장 김도현) 관내의 음식점, 유흥주점 등 5500여개 식품접객업소를 대상으로 우리말 상호 사용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우선 국립국어원이 있는 방화3동을 ‘언어경관조성 시범지역’으로 지정했다. 이곳에 있는 129개 음식점에 대해 업소별 담당자를 지정하고 매분기에 1회 이상씩 방문지도를 한다. 노후 간판을 바꿀 때에는 국립국어원의 무료 자문을 받는다. 음식업중앙회 강서구지회에서 실시하는 영업자 교육에 국립국어원 강사를 초빙한다. 환경위생과 2657-8630.
  • 아는 만큼 웃기는 이야기

    아는 만큼 웃기는 이야기

    다음 음담도 약간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아는 만큼 웃기는 이야기다. 한 선비가 냇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이 많은 냇물을 말을 타고 건너가려다가, 마침 스님 한 분을 만났다. 선비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대가 글자를 아느냐? 알면 한 수 짓는 것이 어떠하냐?” 스님이 말했다. “소승은 무식하여 시를 지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 선비는 먼저 “溪邊紅蛤開 시냇가 홍합이 열렸다.” 라고 읊고는 재촉했다.“넌 빨리 대구를 맞추렷다.”스님이 말했다. “생원님께서 읊으신 것은 고기여서 산에 사는 이 사람은 감히 대구를 맞추지 못하겠으니, 죄송하지만 나물로 대구를 하여도 되겠습니까?” “괜찮아.” 스님이 먼저 옷을 걷더니 개울을 건너가서 읊었다.“馬上松栮動 말위의 송이가 움직인다.”-《어수신화》중 <마상송이> (본문 115쪽)양반이 스님에게 반말을 하면서 멋대로 시를 짓고 응대할 것을 강요한다.사실 조선시대 양반과 스님사이네는 엄격한 위계가 있었고, 양반은 종종 승려를 괴롭혔다.못된 양반들은 승려를 구타하고 절의 기물을 빼앗거나, 기생들과 어울려 절간에서 유흥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 맥락 속에서 보자면 이 우스개의 양반 역시 시를 못 짓는다는 승려를 괴롭힐 요량으로, 먼저 시 한구를 지어놓고는 닦달하는 것이리라. 이 우스개는 조선시대 양반과 승려의 관계에 대한 지식 외에도, 한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요구한다. 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닐다 中에서
  • [열린세상] 저출산시대,‘부모노릇’의 재음미/강영혜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얼마 전 집 근처 절에서 열린 불교경전 판화 전시회에 간 적이 있다. 다양한 시기에 간행된 경전들을 구경하다가 ‘부모은중경’이라는 낯익은 제목 앞에 발길이 머물렀다. 부모의 소중한 은혜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록했다는 이 책에서는 부모의 은혜 10가지를 글과 그림으로 깨우쳐 주고 있다. 자녀를 잉태하면서부터 시작되는 부모의 수고와 은혜 중 9번째 은혜는, 자식을 위해 나쁜 일(악업)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다소 의외의 가르침이다. 악업의 구체적 사례가 적시되지 않아 옛날 어머니들이 어떤 악업을 행했는지 알 길이 없지만, 혹시 이를 표피적으로 받아들인 모성문화가 오늘날 도를 넘는 교육열로 이어진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필자도 20년 넘게 부모노릇을 해 오면서 많은 것을 참고 견뎌야 하는 부모됨을 도 닦는 일에 비교하곤 한다. 그러나 자식을 핑계로 한 악업까지도 부모노릇에 포함된다고 여긴 적은 없다. 내가 특별히 도덕적이어서가 아니라 악업이 자녀에게 진정한 이익을 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얼마 전 언론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신용불량자 10명 중 1명은 자녀의 사교육비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된다면서 부모를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교육을 문제 삼았다. 우리 교육에 문제가 없지 않지만, 신용불량자가 된 부모들을 변명하기 위해 교육을 끌어들이는 것은 곤란하다고 본다. 교육이란 자녀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자라서 올바른 판단을 하며 제대로 살아가도록 이끄는 과정이다. 그런데 자녀의 성적을 올리자고 빚을 지고 가정이 파산하게 된다면 자녀가 어떻게 건전한 경제관을 갖고 자기 앞날을 엮어 갈 수 있을 것인가. 과외 덕분에 조금 더 나은 대학에 들어간다 한들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며 집안을 다시 일으켜야 할 짐을 진 자녀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분별없는 교육 투자를 부모됨의 악업으로 포장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부모 악업의 또 다른 버전은 자녀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유흥업소 도우미로 나가는 경우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했으니 생계를 위해 노래방 도우미가 되는 것을 흉볼 수는 없지만, 자녀의 과외비 마련을 위해서라면 문제가 다르다. 미성년 자녀에게 부모의 상습적인 늦은 귀가, 특히 술에 전 부모의 자기희생 타령이 좋은 작용을 할 리 없다. 일을 하는 동기나 목적이 부모 자신의 이익과는 관계없이 오직 자녀를 위한 억지 희생일 뿐이라면 이는 자녀가 되갚아야 할 굴레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영국에 머물 때 자녀교육에서 부모의 적절한 관여가 중요하며, 특히 아버지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지난해 30대 후반의 여성 경제전문가가 교육부장관으로 임명되자 남편은 어린 네 자녀를 돌보고자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자녀의 행복과 교육적 성공을 위해 돈보다 부모와 자녀의 유대를 더 중시한 것이다. 따라서 젊은 전문직사회에서는 어린 자녀를 돌보기 위해 부부가 함께 파트타임으로 고용계약을 바꾸는 일도 드물지 않다. 정규직은 풀타임이라는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달리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을 위해 정규직 파트타임제가 다양한 형태로 작동하고 있었다. 고용 환경이 가족친화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출산기피로 이어져 사회적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의 정성어린 보살핌보다 돈이 자녀교육의 선결조건으로 여겨지면서 세계 최악의 저출산 사태를 낳고 있다. 자녀교육에 돈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성장기 자녀에게 최고의 선물은 부모가 함께해 주는 것이다. 자녀교육을 핑계로 한 악업, 서로에게 짐이 돈벌이를 부모의 본분인 양 포장하는 것은 곤란하다. 강영혜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 청소년성매매 41%가 생계형

    경기 불황의 여파로 청소년들의 성매매 동기가 ‘유흥비 마련형’에서 ‘생계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이 9일 주장했다. 특히 생계형은 지난해 처음으로 유흥비 마련형을 추월한 뒤 올해도 마찬가지로 2년째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 의원이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8월 말까지 성매매로 적발된 청소년은 543명에 이르렀다. 이들을 상대로 성매매 동기를 조사한 결과 ‘생활비 마련’이 225명(41.4%)으로 가장 많았으며 ‘유흥비 마련’이 202명(37.2%)으로 2위로 내려 앉았다. 성적 호기심 18명(3.3%), 친구 권유 8명(1.5%), 기타 90명(16.6%) 등으로 조사됐다. ‘생활비 마련’ 동기는 참여정부 이전인 2002년에는 전체의 21%에 불과했으나 2003년 26.1%,2004년 27.1%,2005년 39% 등으로 매년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유흥비 마련’ 동기는 2002년 전체의 52.8%에 달하던 것이 2003년 47.8%,2004년 43.3%로 낮아진 뒤 지난해에는 38.2%에 그쳤다. 한편 올들어 청소년을 상대로 성매수를 한 피의자의 연령은 20대가 전체의 42.8%로 가장 많았으며 30대(39.6%)와 40대(10.9%),10대(4.4%)순으로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전문직 등 2000여명 부가세 납부 중점 관리

    국세청은 2006년 제2기 부가가치세 예정신고 대상 가운데 현금수입업종과 변호사 등 전문직종, 부동산관리업자 등 2000여명을 선별해 중점 관리하기로 했다. 사행성 게임장은 사전 분석을 실시, 성실신고를 안내하고 불성실신고자에 대해서는 즉각 세무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오는 25일까지 부가세 예정신고 대상자는 개인 42만 5000명, 법인 42만 3000명 등이다. 중점관리 유형은 ▲대형 유흥업소·음식점 등 현금수입업종 ▲법무·세무·회계 분야 전문직종 ▲부동산 매매·임대·신축판매 등 부동산 관련업종 ▲거액의 시설자금이 투자된 골프연습장 등 시설서비스업 등이다. 특히 변호사의 경우 종전까지는 수입금액명세서에 착수금, 성공보수금, 실비변상액만을 구분해 기재했으나 이번부터는 고문·상담료 등 사무보수금도 함께 적어야 한다. 국세청은 “중점관리 업종에 대해 우선적으로 성실신고 여부를 검증한 뒤 불성실신고 혐의자는 조사대상자로 선정하는 등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 과세정상화 차원에서 철저히 관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여름 태풍과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납세자에 대해서는 세금 납부 기한을 6개월 연장하는 등 추가로 지원할 방침이다.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해외 성매매취업 알선 카페 기승

    검찰과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해외 원정 성매매를 알선하는 인터넷 카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4일 “지난달 말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 D사와 N사에 개설된 해외 원정 성매매 알선 카페는 모두 99개로 조사됐다.”면서 “이는 지난 3월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박 의원 측에 따르면,D·N사의 인터넷 포털에 개설된 해외 원정 성매매 알선 카페수는 지난 3월 19일 현재 43개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말에는 56개가 늘어난 99개로 나타났다.지난 3월 이후 검찰과 경찰의 단속이 크게 강화된 이후 해외 원정 성매매 알선 카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19일 이후 9월 말까지 개설된 59개 카페는 주로 1개 카페가 1개 국가를 상대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성매매 취업대상 국가별로는 일본 31개, 호주 7개, 괌 5개, 미국 3개, 기타 13개 등의 순이었다. 박 의원은 “일부 카페는 해외 성매매·유흥업소 취업을 알선하기 위해 미국·일본 등으로의 밀입국과 여권위조 등도 알선하고 있으며, 해외 유흥업소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한 사기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시론] 축구와 관광산업이 닮은 다섯가지 이유/강신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관광학

    [시론] 축구와 관광산업이 닮은 다섯가지 이유/강신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관광학

    ‘월드컵 때 거리에 나섰던 그 많은 팬들은 어디로 갔을까.’ 월드컵이 끝난 뒤 K리그가 속개됐지만 경기장을 찾는 관중의 수가 극소수에 불과하자 축구계에서 터져나온 한탄의 소리다.K리그의 경기수준이 월드컵으로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추석 연휴기간중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인천공항 출국장이 무척이나 붐빈다는 소식이다. 정부가 ‘내나라 먼저 보기’ 등 국내 여행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지만, 해외로 쏠리는 국민들의 발길을 돌리기에는 국내 관광지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고 상품과 서비스 또한 열악하다는 게 솔직한 진단이다. 축구와 관광산업은 비슷한 속성이 있다. 축구와 관광은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다. 우선 재미가 있어야 관중을 모으고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극적인 반전이 있으면 더 좋다. 축구의 경기력은 선수들의 기술과 팀워크에 달려 있다. 관광산업도 종사원의 서비스 마인드를 바탕으로 업계와 행정, 시민 모두가 손발을 맞출 때 경쟁력이 생긴다. 이런 기본에 충실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축구와 관광산업은 다섯가지 이유에서 서로 닮았다. 첫째, 축구를 즐길 줄 모른다.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재미있는 축구가 아니라, 지면 안 된다는 식의 강요된 승부축구를 하다 보니 창의력이 떨어지고 생각하는 축구가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경기의 승패 즉 돈벌이만 된다면 환경이 파괴되건,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건 상관않는 상혼이 국내 관광산업을 멍들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둘째, 알맹이 없이 투혼만 강요한다. 축구경기를 지켜보면서 기술력없는 정신력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가를 본다. 관광사업은 아무나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흥미있는 자원과 타당성 있는 계획, 주도면밀한 마케팅과 운영자의 서비스마인드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셋째, 뿌리가 약하다. 축구 꿈나무들이 맨 땅에서 무릎이 까지고, 인조 잔디에서 발목이 접질려 기술 향상은커녕 선수 생명이 위협당한다. 그런 실상을 외면한 채 대표선수들만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한국축구의 위상이 높아질까? 지도 한 장 없는 불편한 관광현실을 그대로 둔 채, 관광단지를 개발하고 엑스포만 개최한다고 국제적인 명소가 되는 것이 아니다. 넷째, 잘하면 띄워주고 못하면 아예 죽여 버리는 언론과 정책도 문제다. 어제는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굴뚝 없는 산업이었다가 하루아침에 사치성 소비산업, 유흥산업으로 손가락질 받는 관광산업도 마찬가지이다. 다섯째, 장기적인 계획이 없다. 경기 한판에 모든 것을 거는 감독은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2∼3년을 넘기지 못하는 관광기획 및 마케팅분야의 공무원은 전문성이 없는 영원한 아마추어이다. 그러니 관광진흥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리 없다. 축구는 곧 상품이다. 관중들의 인기를 먹어야 산다. 국민들이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고 응원하는 축구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축구를 친숙하게 느끼도록 해야 하듯, 이제 일상생활에서 관광의 의미를 새롭게 하고 지역관광명소 즉 차세대 스타가 나올 수 있는 토양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멀지만 경쟁력을 갖추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축구나 관광산업이나 이기기 위해서는 한판이 아니라 지속적인 우위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강신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관광학
  • [깔깔깔]

    ●입석과 좌석 어느날 밤 경찰이 유흥가를 순찰하고 있었다. 한 여인이 비틀거리며 골목길로 접어들더니 갑자기 주저앉아 일을 보기 시작했다. 경찰은 여인에게 다가가 경범죄를 적용시켜 4만원의 벌금을 부과시켰다. 그 뒤에서는 남자가 일을 보고 있었는데, 경찰은 남자에게는 2만원의 벌금을 부과시켰다. 순간 여자는 화를 벌컥 내며 말했다. “아니, 저 남자는 2만원이고, 나는 왜 4만원이에요?” 그러자 경찰이 웃으며 대답했다. “저 남자는 입석이고, 당신은 좌석이잖아요!”●귀향하던날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공부하던 학생이 있었는데 머리카락이 없는 것이 그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결국에는 머리카락을 심기로 결심하고, 학교 다니면서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았다. 드디어 번 돈으로 멋지게 머리를 심고는 고향을 찾아갔다. 자랑스럽게 고향집을 들어서며 어머님을 보는 순간. 어머니 왈, “너, 영장 나왔다!”
  • 여야의원 정치자금은 쌈짓돈?

    여야의원 정치자금은 쌈짓돈?

    정치자금으로 구두를 닦은 비용을 지불하고, 속도위반 범칙금을 내는 등 정치자금을 개인 용도로 마구 사용한 국회의원과 정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실사결과 적발됐다. 선관위가 20일 발표한 2005년 1월1일∼2006년 6월20일 사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 결과에서 나타난 것이다. ●술을 마셔야 정치활동? 열린우리당 중앙당은 가요주점의 유흥비와 안경 구입비로 215만원을, 백화점 상품권과 문화상품권을 사들이는데 정치자금 200만원을 썼다. 열린우리당의 한 도당에서는 산하 각종위원회 위원 240명에게 준다며 지난해 추석에는 멸치세트 648만원어치를, 올 설에는 567만원 상당의 민속주 세트를 구입했다. 모두 정치자금에서 썼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374만원, 올해 111만원의 정치자금을 유흥비로 지출했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후원회는 모집금품 3억 4332만원 가운데 1억원 정도를 ‘퇴직 위로금’ 명목으로 후원회장에게 지급했다. 설날 선물로는 350만원을 썼다. 민주당은 구속된 전직 당직자에게 영치금을 50만원 건넸고, 민주노동당은 선거법 위반 벌금 200만원과 속도위반 차량 범칙금 43만원, 유급 사무직원의 건강검진에 570만원을 쓰는 등 모두 1360만원의 정치자금을 다른 용도로 지출했다. ●구두 닦는 것도 정치자금? 일부 국회의원은 정치자금을 엉뚱한 곳에 썼다가 들통이 나 망신을 샀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의 회계책임자는 권 의원이 1년 동안 구두를 닦은 비용 24만원과 권 의원의 화장품 구입 비용 4만 6000원 등도 정치자금을 이용해 지불했다가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같은 당 이윤성 의원은 2004년부터 최근까지 국회의원 후원회의 업무용 승용차를 국회에 등록한 뒤 의원 전용으로 사용해 정치자금 부정수수 혐의로 경고를 받았고, 이 의원의 회계책임자는 정치자금으로 당 관계자에게 선물할 육젓 30개를 20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열린우리당 선병렬 의원의 회계책임자는 후원회 기부금으로 선 의원의 양복을 사는 데 15만원, 노래방 44만원, 선물용 포도주 160상자로 240만원을 부정 지출하는 등 모두 328만원을 전혀 다른 곳에 썼다. 그런가 하면 열린우리당의 임종석 의원의 회계책임자는 정치자금 가운데 300만원을 지인에게 빌려줬다가 반환, 사적 용도 지출 혐의로 경고받았다. 정당별로는 열린우리당이 51건으로 정치자금 관련 불법 건수가 가장 많았고, 한나라당 43건, 민주노동당 20건, 민주당 13건, 국민중심당 7건 등으로 뒤를 따랐다. 그러나 고발 건수는 민주노동당이 가장 많은 3건을 기록,1건씩 고발당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앞질렀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인사동에 ‘전통문화 콤플렉스’

    유흥주점과 중국산 공예품이 넘쳐나면서 ‘전통문화 거리’의 모습을 잃어가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을 되살리기 위해 서울시가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시는 2009년까지 인사동의 서인사마당 공영주차장 부지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원스톱’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통문화 콤플렉스’를 건립한다고 18일 밝혔다. 전통문화 콤플렉스는 2008년부터 총 100억원을 들여 지하 3층, 지상 5층 등 연건평 2100평 규모로 지어진다. 이 복합시설에는 공연장, 전시관, 전통문화 체험관, 전통품 판매점, 관광안내센터 등이 들어선다. 문화창작소에선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관람하며 도자기·자수·매듭 등 공예품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공연장에서는 가야금·민요·타악콘서트 등 국악 공연과 검무·부채춤 등 전통춤 공연이 펼쳐진다. 전시관에는 민화·매듭·나전칠기 등 전통 공예품이 전시된다. 서울시는 또 매물로 나온 주변 상가를 사들여 전통문화를 지키는 업종에 한해 저렴하게 임대할 방침이다. 전통 공예품 판매장·한정식 식당·전통 찻집 등에 대해 시범업소를 선정, 한국의 미가 풍기는 테마 가게로 운영한다. 건물 내·외장과 종업원의 의상도 전통 양식을 따르도록 했다. 이와함께 ‘인사전통문화보존회’와 공동으로 인사동 고유의 이미지 캐릭터와 브랜드를 개발할 방침이다. 고유 브랜드 상품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언제든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품질을 높일 방침이다. 인사동과 관련된 인터넷 홈페이지를 한데 모아 토털사이트를 구축, 다양한 콘텐츠를 주요 외국어로 소개하고 골목길 가게까지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외국인만이 아니라 국내 방문객도 깜짝 놀랄 만큼 확실하게 변화시키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인사동에 ‘전통문화 콤플렉스’

    유흥주점과 중국산 공예품이 넘쳐나면서 ‘전통문화 거리’의 모습을 잃어가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을 되살리기 위해 서울시가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시는 2009년까지 인사동의 서인사마당 공영주차장 부지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원스톱’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통문화 콤플렉스’를 건립한다고 18일 밝혔다. 전통문화 콤플렉스는 2008년부터 총 100억원을 들여 지하 3층, 지상 5층 등 연건평 2100평 규모로 지어진다. 이 복합시설에는 공연장, 전시관, 전통문화 체험관, 전통품 판매점, 관광안내센터 등이 들어선다. 문화창작소에선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관람하며 도자기·자수·매듭 등 공예품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공연장에서는 가야금·민요·타악콘서트 등 국악 공연과 검무·부채춤 등 전통춤 공연이 펼쳐진다. 전시관에는 민화·매듭·나전칠기 등 전통 공예품이 전시된다. 서울시는 또 매물로 나온 주변 상가를 사들여 전통문화를 지키는 업종에 한해 저렴하게 임대할 방침이다. 전통 공예품 판매장·한정식 식당·전통 찻집 등에 대해 시범업소를 선정, 한국의 미가 풍기는 테마 가게로 운영한다. 건물 내·외장과 종업원의 의상도 전통 양식을 따르도록 했다.이와함께 ‘인사전통문화보존회’와 공동으로 인사동 고유의 이미지 캐릭터와 브랜드를 개발할 방침이다. 고유 브랜드 상품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언제든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품질을 높일 방침이다. 인사동과 관련된 인터넷 홈페이지를 한데 모아 토털사이트를 구축, 다양한 콘텐츠를 주요 외국어로 소개하고 골목길 가게까지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외국인 관광객들은 인사동이 한국의 명물 거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1시간 정도만 돌아다니면 더 볼 게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면서 “외국인만이 아니라 국내 방문객도 깜짝 놀랄 만큼 확실하게 변화시키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주말탐방] 신림동 고시촌 신풍속도

    [주말탐방] 신림동 고시촌 신풍속도

    13일 밤 9시 서울 관악구 신림9동 ‘신림동 고시촌’에서 최고급으로 소문난 O피트니스 센터가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다. 이 무렵에는 TV 9시 뉴스나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동시에 러닝머신을 이용하려는 고시생들이 몰리기 때문이다.1년 전쯤 문을 연 이곳은 다른 곳보다 월 이용료가 4만∼5만원 비싸지만 고시생들이 몰려 자리가 없을 정도다.‘고시생 주제에 무슨 최고급 피트니스 센터냐.’라고 의아해 한다면 고시촌의 변화에 한참 둔감한 것이다. 최근 2∼3년 새 이 지역에는 고급 피트니스 센터가 6∼7개나 들어섰다. 고시원·원룸 등 370여곳(신림9동사무소 자체 파악)에 고시생 2만여명이 몰려 있는 국내 최대 신림동 고시촌. 최근 이곳에는 화장실·에어컨 등이 갖춰진 원룸에 살면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학원 수업이 끝난 뒤 피트니스 센터에 들러 체력단련을 잊지 않는 ‘웰빙 고시생’이 늘고 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나름대로 잔뼈가 굵은 사법시험 도전 5년차 이모(28·고려대 대학원 휴학 중)씨는 “노력·체력·재력 등 고시 합격에 필요한 3력(力) 가운데 제일은 재력”이라면서 “돈이 신림동 고시촌의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이곳은 돈 있는 고시생들에게 적합하도록 시스템이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에서 서울대 방면 큰 길(남부순환로)과 가까운 곳에는 어김없이 원룸이나 고시텔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과거 한달에 15만∼20만원 했던 고시원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곳에 들어서는 원룸은 위치와 크기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지만 10평 정도라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80만원에 이르고 있다. 화장실과 에어컨 등이 갖춰진 6평 정도의 ‘미니 원룸’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에서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월세만 놓고 비교해도 고시원에 비해 3∼4배 비싼 가격이다.2004년 말부터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24)씨도 원룸에 살면서 고급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조모(29·여)씨는 “이른바 ‘헝그리 고시생’과 ‘웰빙 고시생’을 비교했을 때 누가 더 합격률이 높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도 구독하며 사회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고시 출제경향과 정보가 많은 서울신문은 고시생들의 ‘필독지’로 통한다. 14일 낮 P독서실 앞 주차장에는 아우디·벤츠 등 고급 외제차가 주차돼 있었다. 독서실을 이용하는 고시생들이 타고 온 차들이다.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고시생들이 늘어난 것도 과거와 다른 요즘의 풍경이다. 8년째 행정고시에 도전하고 있는 김세호(가명·34)씨는 “예전에는 고시원에서 화장실을 공동으로 썼지만, 지금은 대부분 화장실이 포함된 원룸 형태로 바뀌고 있다.”면서 “그만큼 고시생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크게 증가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돈이 많은 고시생들은 변하고 있는 신림동 고시촌 시스템을 이용해 금방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최근에는 고시 합격생들에게 과목별로 개인 과외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림동 고시촌에 투입되고 있는 자본이 긍정적인 시스템 구축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300m 정도 떨어진 한 골목에는 PC방 8곳, 경마게임장 2곳, 스포츠 마사지 업소 1곳, 성인전용 PC방 2곳이 들어서 있다. 이런 시설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10년 가까이 신림동 고시촌에서 가장 유명한 ‘법문서적’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3·여)씨는 “2∼3년 전부터 급속도로 늘기 시작한 유흥업소들은 어중이떠중이로 고시촌에 몰려드는 ‘고시 낭인’들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시 특구를 만든다던 공약들은 온데간데 없고 음란 퇴폐촌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전통적으로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 많았던 신림동 고시촌은 최근 들어 경찰공무원이나 일반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 법문서적에서 팔리는 책 중에서도 5% 정도는 일반 공무원 시험을 위한 것들이다. 지난해 1월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신림동에 들어온 박모(24)씨는 “3년쯤 전부터 신림동 고시촌에도 경찰공무원 시험대비 학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면서 “원래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이었던 ‘태학관’이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반을 만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기용 이재훈기자 kiyong@seoul.co.kr ■ 서울대, 시험 장소제공 꺼린다?… 고대서 시험볼땐 숙소 잡느라 100만원 훌쩍 신림동 고시생들에게는 ‘작은 숙원’이 있다. 시험 장소에 서울대가 포함되는 것이다. 고시생들의 80%가 신림동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시험은 늘 한참 떨어진 고려대·연세대·중앙대·한양대에서 치른다. 신림동 고시생들이 꼽는 최악의 시험 장소는 고려대다. 신림동에서 고려대까지는 지하철로만 이동할 경우 2호선 신림역에서 시청 방면으로 19개 역을 지나 신당에서 6호선으로 갈아탄 뒤 5개 역을 더 가야 한다.1시간 정도 걸린다. 나흘간 치러지는 사법시험 2차 시험장소로 고려대가 배정된 고시생들은 고려대 주변 호텔이나 하숙집에 숙소를 잡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방값이 갑자기 오르는 경우가 많아 때로는 100만원 이상 비용이 들기도 한다.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 시대를 맞아 2차 시험 응시자만 5000명이 넘고 있는데 대부분 신림동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 불만이 대단하다. 고시생들 사이에는 ‘법무부 책임이다’‘서울대가 거부하고 있다.’ 등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 임관혁 검사는 “2004년 법무부가 서울대에 시험장소 제공을 의뢰 적이 있었는데 서울대에서 ‘1000명 이상 수용할 건물이 없고 계절학기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수험생이나 서울대생 모두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고 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서울대는 기본적으로 사법시험에 협조하고 싶은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고려대나 연세대 등은 모교 출신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김기용 김준석기자 kiyong@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신림동 터줏대감이 말하는 변화 어느정도 고시 공부의 ‘메카’ 서울 관악구 신림9동에 고시촌이 생기기 시작한 건 30여년 전,1970년대 말로 추정된다. 서울대 관악캠퍼스가 완공되고 신림9동이 하숙촌으로 변하면서 고시생들의 ‘원룸 하숙방’인 고시원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관악산 자락 조용한 언덕배기인 신림9동 251∼254번지 일대에 몰려 있던 고시원과 하숙집에서 고시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일도 하사불성’을 외쳐댔다. 이곳에는 갓 입학한 20대 초반의 대학생도 있지만 30대 후반이나 40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시공부 경력이 15,20년이 훌쩍 넘는 이들은 가히 ‘신림동 터줏대감’이라 부를 만하다. 기혼자도 수두룩하다. 공부를 오래 하다 보니 집안이나 아내의 지원을 받는 것도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장수 고시인’들 중에는 고시공부 경험을 바탕으로 고시 관련 책을 쓰거나 학원 강사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고시 합격보다는 고시 공부를 평생의 업처럼 생각하고 이 바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요즘 고시촌에도 양극화 바람이 분다.90년대 말 신세대 고시생들이 몰려 있는 큰길가의 1500번지 일대에 학원과 미니원룸, 유흥시설이 즐비한 신 고시촌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노장 고시생들은 신림10동으로 넘어가는 언덕에 있는 구 고시촌을 ‘신림9.5동’이라 부른다.13일 오후 7시쯤 저녁식사를 마치고 언덕배기 ‘영복슈퍼’ 앞에서 종이컵에 따른 음료수를 홀짝이며 잡담을 즐기고 있는 노장들 가운데 17년차 고시생 김영식(가명·38)씨를 만나 격세지감을 들어봤다. 김씨는 88학번 법대 출신이다. 대학 3학년이던 90년 고시준비를 시작했다. 사법연수생 300명을 뽑던 시절이었다. 당시엔 학원도 거의 없었다. 대부분 책을 싸들고 혼자 공부했다. 태학관 등 그 시절 학원들은 법학이 아닌 과목을 공부할 때만 활용했다. 경제학과 문화사, 한국사 등 법학과 관계없는 시험도 치러야 했던 시절이었다. 학원들은 고시생들의 눈치를 보며 하숙집 밥먹는 시간에 따라 시간표를 짰다.“그때 고시촌엔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즐비했죠. 외무고시나 행정고시 준비생들은 잔뜩 주눅 들어 어깨도 못 폈습니다.” 95년 학사장교로 입대,98년 전역한 뒤 돌아온 고시촌은 어느새 ‘뉴타운’이 돼 있었다. 책상과 의자 하나에 몸 누일 공간이 전부이던 고시원에 머무르는 고시생보다 번듯한 원룸을 갖춰놓고 사는 신세대 고시생들이 늘었다. 각종 유명 고시준비 학원들도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섰다. 학원 재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고시생들은 학원 스케줄에 따라 생활 사이클을 정하는 학원생으로 전락했다. 식권 수십장을 도매하거나 한달치 식비를 미리 지불하고 먹는 월식을 제공하는 식당도 그즈음 급속도로 늘었다. 사법고시생 외에도 외시, 행시, 기시(기술고시), 변시(변리사시험), 입시(국회사무관시험) 등 각종 고시생들이 등장했다. 외환위기 이후 7·9급 공무원 준비생들도 하나둘씩 신림동을 찾아왔다.2004년쯤부터 경찰공무원시험 대비학원도 수요를 따라 생기기 시작했다.“예전엔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 고시생들은 사교육 세대라서 그런지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공부가 안되는 걸로 생각하나 봅니다. 데모하던 친구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깡다구도 없어 보이고 뭐든 부딪쳐 보는 청년정신도 부족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도 시험 이야기를 할 때는 신세대·구세대 따질 것 없이 합격 여부에 귀가 솔깃해지는 영락없는 고시생으로 돌아왔다.“지난달 2차 시험을 치렀죠. 다음달 24일이 발표일이라는 정보가 도는데 그날 제대로 발표할 지 모르겠네요.”그의 손에 들린 종이컵이 살짝 떨린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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