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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의 첫차는 ‘술국열차’

    봄날의 첫차는 ‘술국열차’

    강남역 토요일 새벽 취객 북적 역무원 폭행 사건도 크게 늘어 출근 시간 음주운전 84% 증가 “밤새 회식” “스트레스 풀 곳 없어”지난 13일(목요일) 오전 5시 4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승강장에서 첫차(잠실 방향 5시 45분)를 기다리던 직장인 사이에 밤새 술을 마신 젊은 취객들이 끼어 있었다. 20대 초반의 한 남성은 스크린도어에 기댄 채 잠이 들었다. 주변을 청소하던 한 환경미화원은 “날씨만 풀리면 밤새 술을 퍼마신 취객이 급증한다”며 “쓰레기가 늘어나는 건 그렇다 치고 토사물을 치우는 게 고역”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토요일) 오전 5시 22분,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승강장은 ‘불금’을 보낸 취객 300여명으로 가득찼다. 몸을 가누지 못해 계단에 주저앉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이 첫차에 올라타자 마치 평일 출근 시간과 같이 전동차 안이 혼잡해졌다. 한 취객은 “정말 술 마시기 싫었는데 새벽 4시 30분까지 업무상 마셨다. 직장의 음주 문화는 신입사원 때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술자리에서 잘 버티느냐가 중요한 업무 능력”이라고 말했다.봄이 오면서 날씨가 풀리자 유흥가에는 ‘밤새’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다. 경찰들은 봄을 ‘술꾼들의 계절’이라 불렀다. 4월은 1년 가운데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가장 많다. 취객들로 인한 시비나 사건·사고도 급증한다. 17일 건대입구역 유흥가를 순찰하던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 유원재 경사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음날 첫차 시간까지 술을 마시다가 귀가하는 취객이 늘면서 특히 새벽 5시쯤 시비가 붙는 사건이 증가한다”며 “경찰 입장에선 밤부터 아침까지 적어도 10시간은 취객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음주운전 건수는 1902건으로 연중 가장 높았다. 밤새 마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출근(오전 6~8시)을 하다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건수도 지난해 2월과 3월 각각 886건에서 4월에는 1632건으로 84.2%나 급증했다. 서울메트로(1~4호선)의 분기별 취객 신고 건수를 봐도 4~6월이 8152건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봄철이 되면 무엇보다 역무원들에 대한 취객들의 폭행 사건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취객들도 나름의 사정은 있다. 지난 15일 새벽 강남역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일주일에 서너 번은 회식을 하는데 강요는 안 하지만 불참 시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결국 밤새 술을 마시게 된다”고 토로했다. 학원강사 김모(33)씨는 “우리나라에는 스트레스를 풀 문화가 없다. 술뿐이다. 무엇보다 사회 문화가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새벽 건대입구역에서 첫차를 기다리던 이모(27)씨는 “어젯밤 10시부터 새벽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셨는데, 대학에 다닐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런 문화를 익힌 것 같다”며 “마시다 보면 나도 모르게 술자리가 밤새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문건희(40)씨는 “날만 따뜻해지면 한밤에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학생이 많다”며 “이런 학생들을 상대하려 운동을 배우는 주변 상인이 많고 나도 3년 전부터 킥복싱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형법에서도 음주 등으로 인한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는 경우 감형을 하는데, 그만큼 사회가 음주에 관대하다는 의미”라며 “과도한 음주를 권하는 기성 사회가 우선 ‘싫다’고 말하는 이들을 받아들여야 음주 문화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봄날의 첫차는 ‘술국열차’

    지난 13일(목요일) 오전 5시 4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승강장에서 첫차(잠실 방향 5시 45분)를 기다리던 직장인 사이에 밤새 술을 마신 젊은 취객들이 끼어 있었다. 20대 초반의 한 남성은 스크린도어에 기댄 채 잠이 들었다. 주변을 청소하던 한 환경미화원은 “날씨만 풀리면 밤새 술을 퍼마신 취객이 급증한다”며 “쓰레기가 늘어나는 건 그렇다 치고 토사물을 치우는 게 고역”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토요일) 오전 5시 22분,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승강장은 ‘불금’을 보낸 취객 300여명으로 가득찼다. 몸을 가누지 못해 계단에 주저앉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이 첫차에 올라타자 마치 평일 출근 시간과 같이 전동차 안이 혼잡해졌다. 한 취객은 “정말 술 마시기 싫었는데 새벽 4시 30분까지 업무상 마셨다. 직장의 음주 문화는 신입사원 때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술자리에서 잘 버티느냐가 중요한 업무 능력”이라고 말했다. 봄이 오면서 날씨가 풀리자 유흥가에는 ‘밤새’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다. 경찰들은 봄을 ‘술꾼들의 계절’이라 불렀다. 4월은 1년 가운데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가장 많다. 취객들로 인한 시비나 사건·사고도 급증한다. 17일 건대입구역 유흥가를 순찰하던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 유원재 경사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음날 첫차 시간까지 술을 마시다가 귀가하는 취객이 늘면서 특히 새벽 5시쯤 시비가 붙는 사건이 증가한다”며 “경찰 입장에선 밤부터 아침까지 적어도 10시간은 취객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음주운전 건수는 1902건으로 연중 가장 높았다. 밤새 마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출근(오전 6~8시)을 하다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건수도 지난해 2월과 3월 각각 886건에서 4월에는 1632건으로 84.2%나 급증했다. 서울메트로(1~4호선)의 분기별 취객 신고 건수를 봐도 4~6월이 8152건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봄철이 되면 무엇보다 역무원들에 대한 취객들의 폭행 사건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취객들도 나름의 사정은 있다. 지난 15일 새벽 강남역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일주일에 서너 번은 회식을 하는데 강요는 안 하지만 불참 시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결국 밤새 술을 마시게 된다”고 토로했다. 학원강사 김모(33)씨는 “우리나라에는 스트레스를 풀 문화가 없다. 술뿐이다. 무엇보다 사회 문화가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새벽 건대입구역에서 첫차를 기다리던 이모(27)씨는 “어젯밤 10시부터 새벽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셨는데, 대학에 다닐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런 문화를 익힌 것 같다”며 “마시다 보면 나도 모르게 술자리가 밤새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문건희(40)씨는 “날만 따뜻해지면 한밤에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학생이 많다”며 “이런 학생들을 상대하려 운동을 배우는 주변 상인이 많고 나도 3년 전부터 킥복싱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형법에서도 음주 등으로 인한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는 경우 감형을 하는데, 그만큼 사회가 음주에 관대하다는 의미”라며 “과도한 음주를 권하는 기성 사회가 우선 ‘싫다’고 말하는 이들을 받아들여야 음주 문화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명동 이야기(상)/손성진 논설실장

    [그때의 사회면] 명동 이야기(상)/손성진 논설실장

    “낮이면 낮대로 밤이면 밤대로 온갖 사치와 유흥과 오락과 술과 여자로 그칠 사이 없는 소란 속에 그래도 한국 최고의 호사로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동아일보 1957년 11월 25일자) 서울의 멋쟁이들과 술꾼들이 다 모여드는 최고의 번화가이자 유흥가인 서울 명동의 모습을 그린 기사다. 지금은 해외 관광객들이 점령하다시피 했지만 명동은 1960년대 초반에도 60여개의 다방, 80여개의 바, 100여개의 대폿집, 30여개의 양품점이 있던 ‘서울의 샹젤리제’였다. 또한 당시에 이미 증권회사만 60여개가 들어선 한국 금융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지금도 땅값이 가장 비싼 10곳을 모두 명동과 충무로가 차지하고 있다.명동은 조선시대 한성부에서는 행정구역 5부 49방의 하나인 남부의 명례방(明禮坊)이었다. 1914년 명치정(明治町)이 되었다가 광복 이후에 명동으로 바뀌었다. 조선시대부터 종로를 기준으로 북쪽을 북촌, 남쪽을 남촌이라고 불렀다. 북촌은 양반들의 주거지였고 남촌은 서민 동네였다. 비만 오면 땅이 질퍽질퍽해지는 충무로 일대는 진고개(泥峴)라고 했다. 명동과 충무로의 남촌 일대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구한말 일본인들이 모여 살고부터다. 진흙밭이던 진고개는 점차 상가로 바뀌었다. 진고개의 영향을 받아 명동도 번창했다. 명동뿐만 아니라 을지로, 소공동 일대에도 금융기관과 상가가 들어차 남촌은 크게 발전한 반면 북촌은 발전이 더뎠다. 혼마치(충무로)와 메이지마치(명동)가 불야성을 이루는 번화가가 되기 시작한 시기는 1920년대 초부터였고 광복을 전후해 상업과 문화, 예술의 중심지가 되었다. 붉은 벽돌과 화강암으로 장식된 경성우편국(현 서울중앙우체국) 건물은 지금과 같이 명동과 충무로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었다. 단발머리를 한 모던걸이나 나팔바지를 입은 모던보이들이 혼마치와 메이지마치 거리를 배회하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멋을 부리는 모습은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6·25 직후 정부는 파괴된 명동 일대를 복구하기 위해 토지계획정리추가지구로 정했으며 서서히 오늘날과 같은 면모를 갖추게 됐다. 명동에서 가장 높은 지대인 종마루(鐘峴)에는 한국 가톨릭의 총본산이며 사적 제258호인 명동성당이 있다. 1898년 5월 세워진 명동성당은 민주화 투쟁의 구심점이었다. 환락가인 만큼 명동은 늘 전국에서 모여든 조직폭력배들로 들끓었고 패권 다툼이 자주 사회면을 장식했다. 1970년대의 명동 유흥가는 ‘신상사파’가 세력을 떨치고 있었다. 1975년 1월 2일 조양은이 ‘쿠데타’를 일으켜 신상사파를 몰아내고 세력 판도를 바꾸었으니 ‘사보이호텔 기습 사건’이다. 무명의 조양은은 1980년대 한국 조폭의 패자로 군림한다. 사진은 1969년 4월의 명동(출처:국가기록원).
  •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한 환경 만들기] 학교 통학로 불법 유흥업소들 ‘OUT’

    서울 동대문구는 제기동 정화여상과 정화여중, 이문동 이문초등학교 주변 불법 유흥업소에 대해 불시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구 관계자는 “제기동 학교 주변 일대에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신고한 뒤 붉은 등을 달고 유흥접객행위를 하는 곳들이 있어 이를 근절하기 위한 강력한 단속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학로 유해업소 근절을 위해 지난달부터 매일 특별단속을 시작했으며, 이달부터는 불시 단속까지 추가했다. 단속은 구청 단속반과 동대문경찰서,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 등이 합동 단속반을 구성해 실시한다. 동대문구는 올 들어 불법영업을 하는 업소를 상대로 총 66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5개 업소를 고발하고, 10개 업소를 영업정지시켰으며, 11개 업소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40개 업소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이들 학교 주변에 자리잡은 130여개의 유해업소를 단기간에 없애기는 어렵겠지만 불법적인 영업 사항에 대해서는 예외 없는 단속을 통해 유해업소를 반드시 근절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동대문구는 지난달 말 정화여상 운동장에서 유해환경 없는 통학로 만들기를 선언하고, 200여명의 참가자들이 학교 주변 약 1.2㎞ 구간을 행진하는 식으로 유해업소 근절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단독] 편의점 강도당해도… 500원에 야근하는 알바생

    “무섭고 위험해도 그만둘 수 없어” 지난 10일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감방에 가고 싶다”며 커터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위협하고 7만원을 훔친 A(19)씨가 이틀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전과 11범으로 특수강도 혐의로 복역했다 지난달 출소한 A씨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감형을 유도하기 위해 이런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강도 사건이 일어난 편의점 근처 주민들은 범행에 대한 두려움보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한 B(20)씨에 대한 안쓰러움이 더 크다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큰일을 당했어도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바로 해당 편의점을 찾아가니 B씨는 여전히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날 새벽 3시 15분쯤 A씨가 들어오더니 갑자기 큰 커터칼을 꺼내 위협했습니다. 30분 정도 편의점 안에 머무르면서, 감옥에 가려고 범행을 하는 거라고도 했고, 부모님 얘기를 하며 할머니 손에 큰 자신의 불우한 환경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실랑이를 벌이다 계산대에서 7만원을 움켜쥐고 떠났는데, 너무 떨려 경찰에 직접 신고하지도 못했어요. 편의점에 뒤이어 들어온 손님에게 신고를 부탁했습니다.” 신고를 받자마자 경찰이 출동했고, 그는 인근 파출소에서 오전 7시 30분까지 진술을 했다. 연락을 받고 나온 주인이 대신 가게를 봤고, B씨는 편의점에 돌아와 30분간 근무를 한 뒤 오전 8시에 퇴근을 했다. 큰일을 당한 터라 정신이 혼미했지만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의 근무시간을 채우고 다음 근무자에게 업무를 인계해야 한다고 B씨는 설명했다. 그는 이튿날인 13일 오후 2시 경찰에서 A씨를 붙잡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유흥가 편의점은 밤이 위험합니다. 최근에는 단골손님이 신문으로 때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야간 시급이 7000원입니다. 주간(6470원)보다 많거든요. 생계를 유지하려면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위협을 당할 땐 무섭기도 했지만 나와 비슷한 나이의 청년이 감옥에 가고 싶다니 한편으로 불쌍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의 하루 일당은 7만원이다. A씨가 훔쳐간 그 액수와 같다. 그는 미래의 목표에 대해 답하지 않았지만 주변에 있던 동료는 그가 사진을 찍는 연습을 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고삐 풀린 공직기강’ 고강도 감찰 돌입

    ‘고삐 풀린 공직기강’ 고강도 감찰 돌입

    감사원, 130명 투입 특별점검나랏돈을 횡령해 주식투자하고, 직무관련 건축업체에 미분양 아파트 매입대금을 대신 내게 하는 등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중립훼손, 복무기강 해이 등에 대한 고강도 공직기강 특별감찰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10일 지난해 9월부터 실시한 ‘공직기강 100일 집중감찰’ 결과를 공개한 데 이어 공직감찰 본부장을 단장으로 감사관 130명을 투입해 특별감찰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전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감찰을 시행해 위법·부당행위 81건을 적발했다. 공직자 73명(27건)에 대해 징계 요구했으며, 19명(10건)은 수사 요청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공직자 개인의 기강문란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전남 곡성군청 농업기술센터에서 세출금 업무를 보던 A씨는 2011년 8월부터 2014년 2월 27일까지 총 69회에 걸쳐 1억 8750만원을 빼돌렸다. 2009년부터 주식 투자로 2억원가량을 날렸는데, 이를 만회하고자 나랏돈에 손을 댄 것이다. A씨는 허위 지출서류를 작성해 세출금을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지방재정관리시스템(e-호조시스템)에 자신의 계좌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나랏돈을 횡령했다. 감사원은 A씨에게 파면을 요구하는 한편, 횡령액 전액을 국고로 반환시켰다.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B씨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수탁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직무 관련자 7명으로부터 1억 920만원을 받아 유흥비로 사용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연구원 등에게 원고를 의뢰하고, 이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총 6차례에 걸쳐 1063만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해양경비안전교육원 원장 C씨는 2013년 4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지휘용 관용차량을 전남 여수와 인천을 오가며 개인 저녁 모임에 참석했고, 유류비와 고속도로 통행료 등 1495만원을 교육원 예산으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갑의 위치를 이용한 구조적 비리도 만연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팀장 D씨는 2011년 4월 자신이 감독하던 건축시공업체에 요구해 계열사가 관리하는 미분양 아파트를 10% 상당(4000만원) 싼 가격에 분양받았다. 본사가 대구혁신도시로 이사 가는데 거주할 아파트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또 다른 건축업체 대표의 배우자 명의로 이 아파트를 신탁하고서 매입대금 일부인 7705만원과 취득세 550만원을 대신 내도록 했다. 감사원은 D씨를 파면하도록 요구했다. 아울러 강원랜드 대표이사 E씨는 지난해 6월과 7월 미국과 독일 출장을 가면서 직원들에게 고급 호텔을 예약하라고 지시했고, 직원들은 이미 폐업한 여행대행사 업체 대표와 공모해 차량 대여비 단가와 사용일수 등을 부풀려 1024만원을 돌려받아 E씨의 호텔비로 사용했다. 감사원은 해당 직원들에게 정직을 요구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번 새롭게 진행되는 집중감찰 대상은 정치적 중립 훼손 행위, 복지부동 행위, 복무기강 해이 등 크게 3가지”라면서 “고위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원 등 고위직이나 인허가 등 비리 취약분야에 대한 비리 정보 수집활동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퇴폐업소 잡는 강남구… 짝퉁 오명 잡는 중구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활약은 서울시 등 광역자치단체 안에서 그치지 않는다. 특히 기초자치단체 중 서울 강남구와 중구는 2012년부터 각각 ‘불법 퇴폐업소 근절’, ‘위조상품(짝퉁) 근절’에 초점을 맞춰 특사경을 활발히 운영 중이다. 꾸준한 단속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며 중앙정부와 다른 자치구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강남구는 2012년 7월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특사경을 임명했다. 대한민국 경제 중심지라는 긍정적인 이미지 이면에 성매매 업소들의 불법·퇴폐 접객 행위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바로 구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하고, 허가취소 기준을 ‘1년 이내, 3회 적발’에서 ‘3년 이내, 2회 적발’로 강화했다. 실제 단란주점과 유흥주점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특사경 출범 당시 701곳에 달했던 단란주점과 유흥주점은 지난해 8월 562곳까지 감소했다. 여전히 서울시 24개 구 평균인 186개에 비하면 3배 이상에 이르지만 단속의 효과는 톡톡히 보고 있다. 성매매 업소 141곳의 철거도 완료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전국 최초로 특사경을 운영하며 성매매 업소 척결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불법행위 단속에 따른 세입만 그동안 37억 4500만원에 이른다”면서 “앞으로도 불법 접객 행위를 바로잡아 세계 명품 도시에 걸맞은 면모를 갖춰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구는 ‘짝퉁 천국’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관광객 쇼핑 명소인 동대문관광특구, 남대문시장, 명동 등이 모두 중구에 있다 보니 짝퉁 거래량이 다른 구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2012년 12월 특사경을 임명한 이유다. 구 관계자는 “특사경 임명 이후 2014년 유통질서정비팀 안에 위조상품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짝퉁 근절만 생각하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며 웃었다. 4명으로 구성된 중구 특사경은 사람 수는 적지만 모두가 ‘일당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짝퉁 의류 제조 공장을 급습해 업자 1명을 검거하고 짝퉁 물품과 제조설비 전량을 압수했다. 물량은 의류 제조용 압착기계 2대 등 총 9만 1788점에 이른다. 정품가 160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2012년 단속을 시작한 이래 단일 적발 건수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지난해 5월 지식재산권보호를 위한 중구의 노력을 인정해 감사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짝퉁 거래가 갈수록 음성화, 지능화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한발 앞선 수사기법과 의지로 얻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커버스토리] 하이힐 ‘얼굴킥’ 구둣발 ‘낭심킥’… 민원인 폭력의 최전선 112

    [커버스토리] 하이힐 ‘얼굴킥’ 구둣발 ‘낭심킥’… 민원인 폭력의 최전선 112

    지난 4일 오후 8시 15분 서울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에서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술에 취한 시민이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안에서 소변을 본다는 신고였다. 출동한 경찰관이 소변을 보던 A(76)씨를 역사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하자 그는 “안 나가. 개XX야!”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강제로 데리고 나가려는 경찰관의 낭심을 발로 가격했다. 낭심을 가격당한 경찰관은 움직이지도 못할 고통을 애써 참고 거듭 연행을 시도했다. 이에 A씨는 경찰관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길질을 해댔다. 결국 30여분의 실랑이 끝에 그는 공무집행 방해로 입건됐다.매일 각양각색의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는 이른바 ‘민원인 폭력’의 최전선에 있다. 홍대입구, 이태원 등과 함께 서울 시내의 손꼽히는 유흥가인 건대입구역 일대를 담당하는 화양지구대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지난해 112 신고 건수는 마포구 홍익지구대(3만 3293건), 강남구 도곡지구대(2만 7525건), 화양지구대(2만 5633건), 관악구 당곡지구대(2만 3741건), 영등포구 중앙지구대(2만 3562건) 순이었다. #폭력으로 인한 공무 방해 입건 일주일 2~3건 밤 10시가 지나자 민원인들이 하나둘씩 화양지구대를 찾아왔다. 10시 20분쯤 지구대 안으로 들어선 B씨는 문을 열자마자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들이 다들 한패 아니냐! 경찰이 차 안에서 자는 거 말고 하는 게 뭐가 있느냐!”고 고성을 질렀다. 팔을 휘젓는 모습이 바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었다. 경찰관 서넛이 붙어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10분 이상 진정시켰다. 그는 이날 오후 공무집행 방해로 입건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길이라고 했다. 11시가 가까워 오자 또 다른 신고가 접수됐다. 만취한 대학생이 자기 집이라 우기며 들어오려고 한다는 신고였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만취한 상태여서 출동한 경찰의 통제가 전혀 먹히지 않았다. 일반 가정에 행패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어서 경찰들은 극도로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경찰에게도 계속 자신의 집이라고 주장하던 학생은 수십분의 설득 후 물러났고, 진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출동 경찰은 “취객만 상대하면 어느 정도 물리적 통제도 할 수 있지만 민간인이 주변에 함께 있는 경우 돌발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없이 마음을 다스리며 인내하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며 “현장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정(31) 순경은 “욕설이나 고성 등은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라며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입건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도 일주일에 2~3건은 발생한다”고 말했다.#이유 없이 경찰차 파손… 차에 매단 채 도주도 지역 특성상 취객을 많이 상대하는 화양지구대 경찰관들은 늘 물리적 폭력에 노출돼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흉기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방검복, 방검장갑 등을 착용하는 건 필수다. 욕설이나 항의는 다반사다. 만취한 상태에서 단지 기분이 나쁘다고 경찰차를 걷어차거나 교통단속을 하는 경찰에게 침을 뱉는 경우도 있다. 음주운전 등을 단속하던 교통경찰을 차에 매단 채 질주하거나, 경찰을 차로 치고 달아나는 경우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다. 지난달 19일 전북 고창군에서 경찰 3명이 기물 파손 후 차를 몰고 도망가려는 범인을 잡다가 급정거와 후진을 반복하던 차에 부딪혀 다쳤다. 또 지난달 중순 익산에서는 음주단속을 피하기 위해 경찰이 타고 있던 순찰차를 들이받고 도주한 경우도 있었다. 올해 1월에는 행인을 때려 연행되던 범인이 순찰차 안에서 경찰의 얼굴을 손으로 때리기도 했다. 유원재(38) 경사는 “취객은 말로 통제하기가 불가능해 힘든 때가 많다”면서 “특히 깨진 술병 등은 얼마든지 흉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순찰할 때 잠시라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하이힐을 신은 여성 취객이 뒷좌석에서 발로 차 얼굴이 찢어진 경찰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성 취객이 급격히 늘면서 이날도 여성 경찰관은 현장 이곳저곳에 불려다니기 바빴다. #공무집행방해 입건 10년 만에 20.5% 증가 화양지구대 5팀장인 장정기(50) 경감은 “경찰뿐 아니라 일반 관공서에서도 경범죄처벌법(3조 3항)에 따라 술에 취한 채 관공서에서 주정을 하거나 시끄럽게 한 사람에 대해서는 6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하지만 경찰도 힘든데 일반 공무원들이 민원인의 폭력 등을 현장에서 바로 제압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 입건 수는 2011년 1만 3052건에서 2015년 1만 4556건으로 4년 만에 11.6%가 늘었다. 2006년(1만 284명)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20.5%가 증가한 셈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8년간 성매매 알선으로 136억 챙겨

    충북 제천경찰서는 함께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8년여간 성매매를 알선해 136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A(50)씨 등 3명에 대해 성매매 알선 및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성매매 여성과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모텔 업주 등 10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제천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성매매를 알선했다. 이 유흥업소에 온 남성들은 술을 마신 뒤 접대부와 함께 10여m 떨어져 있는 모텔로 이동해 성매매했다. 남성들은 성매매 비용으로 15만원을 지불했다. 경찰은 이 업소를 통해 성매수한 남성 74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성매수남 중에는 공무원 3명도 포함됐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른 사건을 수사하던 중 관련자들이 이 유흥업소에서 성접대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은 성매매 알선 영업으로 챙긴 범죄수익금 환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타짜 도박판’ 자영업자 8개월간 5억 4000만원 잃어

    ‘타짜 도박판’ 자영업자 8개월간 5억 4000만원 잃어

    60대 자영업자가 ‘타짜’들에 속아 8개월간 5억 4000만원을 털렸다.부산에서 부동산 임대업 등을 하는 재력가 A(62)씨는 지난해 7월 중순 평소 알고 지내던 김모(45)씨로부터 “지인들과 함께 재미삼아 포커게임을 하는데 같이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머리도 식힐 겸 포커에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던 그는 응낙하고 김씨가 운영하는 부산의 한 인력사무소에서 열린 포커 도박 자리에 합석했다. 이곳에는 미리 와있던 배모(27)·김모(40·여)·김모(53)씨 등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A씨를 맞았다. 도박 첫날 A씨는 수십여만원을 땄다. 이후 몇차례 더 열린 도박판에서도 100만~200여만원씩 돈을 따자 인력사무소에 오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얼마뒤부터 돈을 잃기 시작했다. 돈을 잃은 그에게 타짜들은 서서히 판돈을 키워나갔다. 많게는 5000만원에 이르렀다. 수중에 현금이 없을 때는 차용증까지 써가며 돈을 빌렸다. 결국, A씨는 지난해 7월 24일부터 올해 3월 28일까지 20차례 걸쳐 모두 5억 4000만원을 잃었다. 거액을 잃은 뒤 사기도박이라는 생각이 든 그는 경찰에 그간의 내용을 털어놨다. 총책 김씨는 A씨가 평소에 현금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부산지역 타짜를 모아 도박판을 벌인 것으로 경찰수사결과 드러났다. 김씨 등은 카드배열 순서를 미리 조작한 속칭 ‘탄카드’를 허벅지에 차고 패를 돌리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조작한 패를 바꿔치기할 때 A씨가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시선을 가리고 집중력을 분산시켰다.김씨 일당은 딴 돈을 똑같이 나눠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7일 사기 혐의로 김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박유천 허위고소 여성 “보편성 입각한 판결…국민참여재판 받겠다”

    박유천 허위고소 여성 “보편성 입각한 판결…국민참여재판 받겠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31)씨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허위 고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이 4일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조정래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무고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송모(24·여)씨는 “보편성에 입각한 여러 배심원의 판결을 받고 싶다”며 이 같이 요구했다. 앞서 송씨는 지난달 23일 변호인을 통해 국민참여재판 의사 확인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조 판사는 국민참여재판을 진행이 적절한지 판단한 뒤 다음 재판 일정을 정하기로 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결정되면 판사 3명으로 이뤄진 합의재판부에서 사건을 맡게 된다. 송씨는 2015년 12월 자신이 일하는 유흥주점에서 박씨와 합의하고 성관계를 맺은 다음 ‘박씨한테 성폭행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서울 강남경찰서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같은 취지의 허위 내용으로 방송 인터뷰를 한 것으로 드러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송씨는 박씨를 고소하기 전날 기자를 만나 “박씨가 화장실로 가서 얘기하자며 성폭행하기 시작했다”고 인터뷰했고, 이 내용은 다음날 보도됐다. 검찰 조사 결과 송씨는 지난해 6월 다른 여성이 박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해 거액의 합의금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르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박씨와 성관계를 한 뒤 성폭행을 당했다며 허위 고소한 혐의(무고·공갈미수)로 구속기소됐던 이모(25·여)씨는 올해 1월 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행자부 ‘청백e 시스템’ 공무원 비리적발 효과

    최근 기초지자체 A시의 급여업무 담당자가 퇴직자와 전출자 8명을 재직자로 속여 급여를 횡령하다 적발돼 중징계를 받았다. ‘청백-e’ 시스템이 횡령 정황을 자동 파악해 감사실 담당자에게 경보 메시지를 보낸 덕분이다. B광역시의 세외수입 담당 주무관은 이 시스템으로 부동산 등기 지연자를 자동 모니터링해 과태료 838건을 부과, 20억원을 추징했다. 과거에는 등기부등본(토지정보과)과 부동산 취득세(세무과) 자료를 공문으로 요청한 뒤 이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대조해 대상자를 찾아냈다. 하지만 지금은 청백-e를 활용, 실시간으로 확인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행정자치부는 2015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보급해 운영하는 청백-e 시스템을 통해 누락됐던 지방세와 세외수입 723억원을 추징했다고 3일 밝혔다. 청백-e 시스템은 지방행정 정보 시스템 자료와 신용카드사 승인 자료 등 각종 데이터를 ‘예방 행정 시나리오’에 입력해 비리 징후나 행정 착오를 자동으로 추출, 관련 공무원이 이를 바로잡게 하는 것이다. 행자부는 이 시스템으로 급여·환급금 부당 지급, 부당 승진 등 문제점 11만 895건을 추가로 포착했다. 공무원이 업무카드를 심야, 공휴일에 쓰거나 유흥업소 등 사용 불가 업소에서 결제한 32만 3438건도 찾아내 36억원을 환수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무교로 이야기/손성진 논설실장

    [그때의 사회면] 무교로 이야기/손성진 논설실장

    현재의 무교로는 서울시청 교차로에서 대한체육회관 앞을 거쳐 종로1가 교차로에 이르는 폭 20m, 길이 약 400m의 도로다. 1984년 11월 7일 서울특별시 공고로 이름이 정해졌다. 그런데 그전에는 지금의 청계천 입구 청계 광장에서 광교에 이르는 길을 무교로라 불렀다. 행정구역상 무교로의 북쪽은 서린동, 남쪽은 무교동인데 사람들은 무교로의 양쪽을 구분하지 않고 그냥 무교동이라고 했다.옛 무교로 양쪽은 1970년대 초까지 맥주나 양주를 파는 살롱과 음식점이 즐비한 서울의 대표적인 유흥가였다. 취객들을 유혹하는 콜걸이 설쳤고 업주를 등치는 폭력배들도 들끓었다. 무교로를 중심으로 무교동 쪽으로는 ‘오비 비어 캬라반’, ‘뉴스타’, ‘황태자’, ‘월드컵’ 같은 업소가, 서린동 쪽으로는 ‘럭키싸롱’, ‘스타더스트 호텔’이 네온사인을 밝혔다. 스타더스트 호텔은 나이트클럽으로 유명했고 특히 그 뒷문 쪽에는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 등의 통기타 가수를 배출한 ‘세시봉’이라는 유명한 음악감상실이 있었다. 지금의 SK빌딩 자리에는 낙지 골목이 형성돼 60여개의 낙지전문 음식점이 들어차 주당들을 불러 모았다. “네온이 하나둘 꽃처럼 피어나는/무교로 거리에는 사랑이 흐르네/언제였나 언제 봤나 이름은 몰라도/그 머리 그 눈매 웃음 먹은 눈동자/사랑의 시작이었네 무교동 이야기” 이런 가사의 ‘무교동 이야기’는 1987년에 나온 정종숙의 노래인데 사실 노래가 발표될 즈음에는 무교동의 네온사인은 거의 다 사라진 뒤였다. 옛 무교로는 지금과는 달리 4차로의 좁은 도로였다. 1970년대 초반에 무교동 재개발계획이 세워져 대부분의 유흥업소가 헐리게 된다. 1973년 3월 9일 자 기사에 따르면 무교동과 서린동에는 230곳의 유흥업소가 있고 그중에서 재개발로 64곳이 헐린다고 돼 있다. 서울시는 1976년 4월 19일부터 70일 동안 술집과 음식점 등 주변건물을 허무는 공사를 벌여 옛 무교로를 8차로로 확장했다. 준공식은 1976년 7월 1일 열렸다. 무교로를 확장한 것은 공사가 끝난 삼일고가도로로 진입하기 쉽도록 하려는 이유도 있었다. 확장 공사로 밤이면 네온사인 불빛이 명멸했던 술집과 음식점들은 더는 볼 수 없었다. 무교로는 그 이후로도 재개발이 계속돼 그곳에 있던 주점들은 대부분 단속도 덜 하고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세금도 감면해 주는 강남으로 옮기게 된다. 현재의 무교동은 서울파이낸스센터, 옛 코오롱빌딩, 옛 대한체육회관이 있는 작은 행정구역으로 유흥업소는 거의 없다. 무교동이라는 이름은 무교(武橋)에서 따왔다고 한다. 조선시대 무기 제조와 관리를 맡아 보던 관청인 군기시(軍器寺)가 서울시청 옆에 있었는데 군기시 앞에 있던 다리가 무교였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올 유해업소 80% OUT” ‘Mr. 클린’ 박겸수 구청장

    “올 유해업소 80% OUT” ‘Mr. 클린’ 박겸수 구청장

    퇴폐업소 학교·주택가까지 침투 ‘영업정지’ 강수에 업주들 항복 2년간 유흥주점 100여곳 퇴출 “올해 지역 내 유해업소의 80%까지 없애겠습니다.” 29일 서울 강북구 삼양초등학교 인근. 박겸수 강북구청장이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신고 후 여성 접대부를 고용해 영업하는 퇴폐주점을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임대광고’ 글씨가 큼직하게 보였다. “며칠 내 짐을 빼서 일반음식점으로 전환할 생각”이라고 박 구청장이 웃으며 말했다. 구에서 단속을 통해 30일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내리자 영업주가 항복선언한 것이다. 박 구청장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가게 앞으로 초등학생들이 엄마의 손을 잡고 수시로 지나갔다. 박 구청장은 “목표를 향해 더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강북구가 약 2년 만에 지역 내 퇴폐주점 100여개를 없애 학부모들과 상인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2015년 5월 기준 170개에 이르던 퇴폐주점은 현재 64개로 줄어든 상태다. 올해 박 구청장은 여기에서 30개를 더 없앨 생각이다. 구 관계자는 “건물주에게 임대나 재계약을 하지 말라고 한다. 또는 정책적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서 영업주에게 압박을 한다”고 설명했다. 퇴폐주점 운영은 식품위생법 위반이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고 술을 파는 건 괜찮지만 여성 접대부를 고용해 접객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이런 곳은 따로 유흥주점 허가를 거쳐야 한다. 특히 이들 업소가 세가 저렴한 학교 주변 일반 주택가 골목까지 침투한 게 문제였다.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학교로부터 반경 200m는 상대정화구역으로 교육상 위생, 유해업종은 들어설 수 없다. 당연히 학부모들의 우려도 뒤따랐다. 강북구는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구와 성북강북교육지원청, 강북경찰서 등 3개 유관기관이 공동 협력해 해결해 나가기로 하고 1주일에 한두 차례씩 강력한 합동단속을 벌였다. 업소가 밀집한 미아동 등 6개 권역에서는 이용근절 캠페인과 홍보활동을 병행했다. 미아동에서 ‘스타커피’를 운영하는 한길남(45·여)씨는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 정책을 보다 강력하게 해야 한다. 앞으로 낙후된 지역이 좀 나아질 거라는 기대도 있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민선 5기 시절인 구 차원에서 퇴폐주점을 없애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당시에 105개였는데 2015년 170개까지 늘어나더라. ‘꼭 해결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면서 “경찰, 교육청 다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니 구정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치안도 좋아졌다. 올해 전체 업소의 80% 수준까지 없애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영세상인 보호 팔 걷어붙인 서울 지자체] 관악 “시설개선 융자 더 싸게”

    서울 관악구가 영세한 식품접객 자영업자를 지원한다. 관악구는 식품진흥기금을 활용해 음식점 시설개선 자금, 화장실 시설개선 자금, 모범음식점 육성자금을 저금리로 빌려준다고 29일 밝혔다. 골목 상권인 영세사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건강한 외식문화를 돕자는 취지다. 일반·휴게음식점, 제과점 등의 시설개선자금은 총소요금액의 80% 이내 최대 1억원까지 1년 거치 3년 균등분할상환 조건이다. 식품제조가공업소는 총소요금액의 80% 이내 최대 8억원까지 3년 거치 5년 균등분할상환이다. 대출금리는 식품제조가공업소, 일반음식점, 제과점 등 시설개선 자금은 연리 2%, 화장실 시설개선 자금은 연리 1%다. 호프집·소주방·단란주점·유흥주점·혐오식품 업소는 제외된다. 다만 이들 업소도 화장실 시설개선 자금은 지원받는다. 구 모범업소로 지정받은 음식점 영업자는 음식문화 개선, 좋은 식단 실천을 위한 메뉴 개발 등 운영자금을 최대 5000만원 내에서 빌릴 수 있다. 1년 거치 2년 균등분할상환으로 연이자 2%가 적용된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치킨집·분식집 등 영세 식품접객업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中 여대생들의 특이한 졸업식 복장

    단지 문화의 차이인 것일까. 중국 여대생들이 전통 속옷인 두도우(肚兜) 차림으로 졸업식에 참여한 사진이 인터넷상에 공개돼 화제를 일으켰다. 바산차이징 등 현지 언론은 19일 중국 여대생들의 졸업식의 사진만 보면 마치 불법 유흥업소의 단속 현장 같다고 전했다. 이날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에 있는 여러 대학의 졸업생 1000여 명은 한 기업이 마련한 이색 졸업식에 참여했다. 이들 여대생이 왜 두도우 차림을 선보였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졸업식은 아니지만 예전에 일부 여대생이 여성의 가슴 건강을 위해 브래지어보다 두도우가 좋다는 플래시몹을 선보인 사례가 있어 아마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편 중국에서는 여대생들이 졸업식 날에 웨딩드레스나 차이나드레스, 또는 중화민국 시대의 교복 등 눈길을 끄는 차림으로 졸업 사진을 찍는 경우가 꽤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은 그렇지만 지금까지 두도우 차림으로 졸업 사진을 찍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팍팍한 삶 파고드는 ‘일상 도박’

    팍팍한 삶 파고드는 ‘일상 도박’

    사행성 유흥, 불황 속 성장외국계 투자은행에 다니는 3년차 직장인 A(30)씨는 연봉 1억원을 받고 있지만 매주 10만원씩(1회 구매 상한선) 로또를 산다.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데, 로또에 당첨될 수 있다는 희망이 그나마 사는 재미입니다. 어차피 한번 사는 건데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면 작은 재미라도 있어야죠.” 대전에 사는 직장인 B(34)씨는 일주일에 2~3번씩 ‘카지노 술집’을 찾는다. 번쩍이는 조명 속에서 블랙잭, 바카라 등 카드게임과 술을 즐기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입장료 1만원을 내면 칩으로 바꿔 주는데, 칩을 많이 따서 양주로 교환해 마실 때 짜릿합니다. 직장 때문에 서울에서 대전으로 온 지 2년째인데 적적한 마음을 잠시나마 잊는 겁니다.” 카지노 술집, 뽑기방, 포인트 낚시카페, 로또 등 사행성 짙은 유흥 문화가 호황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팍팍한 삶’ 속에서 미래가 불안해진 직장인들이 심리적 위안을 찾기 위해 복권에 매달리고 게임에 몰두한다고 설명했다. 정의할 수 없는 ‘사회적 허기(虛氣)’를 채우기 위해 ‘저렴한 도피처’를 찾는다는 뜻이다.20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3조 5500억원이었다. 2014년 1회당 게임 가격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린 후 최고 판매액이다. 2014년 말 6015곳이었던 로또 판매점도 지난해 6월 6834곳으로 13.6% 증가했다. 인형이나 잡화를 뽑는 ‘뽑기방’도 인기몰이 중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21곳에서 지난해 말 880여곳으로 40배 이상으로 늘었다. 스포츠도박, 사설 경마 등 불법도박 규모도 줄어들 기미가 없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불법도박 규모는 2008년 53조 7028억원(추정치)에서 2012년 75조 1474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96조 2798억원으로 상승해 1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칩을 주고 도박성 게임을 즐기게 하는 카지노 술집이나, 상금·상품을 걸고 단시간에 고기를 낚게 하는 실내 포인트 낚시카페도 인기다.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5000원 이상 경품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어기고 고가의 드론, 블랙박스, 폐쇄회로(CC)TV 등을 경품으로 내건 뽑기방들이 잇따라 단속됐다. 경찰은 카지노 술집도 불법으로 보고 일제 단속을 벌이고 있다. 2005년에 사회적인 문제가 됐던 불법 도박게임 ‘바다이야기’가 다시 확산된다는 첩보도 입수됐다. 전문가들은 불법 사행업소는 엄단해야 하지만, 적은 비용으로 사행성 짙은 게임을 즐기는 것은 지친 일상에 따른 보상 심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5.8점(10점 만점)으로 34개 회원국 중 27위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법도박이나 인형뽑기 등 작은 성취에 많은 사람들이 몰두한다는 것은 낮아진 자존감을 보상하기 위한 심리와 연관된다”며 “그만큼 우리 시대와 사회가 불안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일상이 지치고 만족스럽지 못한 사람들이 대체로 일시적인 재미를 쫓게 된다”며 “액수가 커지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단순한 재미 요소까지 사행성의 이미지를 씌워 불법이라 치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나 저 사람 아는데!” 사소한 외침서 시작된 ‘이건희 동영상’ 사건

    “나 저 사람 아는데!” 사소한 외침서 시작된 ‘이건희 동영상’ 사건

    ‘이건희 동영상’의 전모가 밝혀지고 있다. ‘이건희 동영상’ 그 이면엔 타락한 도덕성, 왜곡된 성문화, 이를 악용해 한 몫을 챙기려는 흑심이 어지럽게 뒤섞여 꿈틀대고 있는 것.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건희 동영상’은 중국 국적 여성 J(30)씨의 외마디 비명에서 시작됐다. TV를 보던 J씨는 이건희(75) 삼성그룹 회장의 얼굴을 가리키며 “나 저 사람 아는데!”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옆에 있던 남자친구 이모(38)씨가 J씨를 거듭 채근했다. 고민하던 J씨는 입을 열었다. “저 사람 집에 가서 마사지해준 적이 있어요….” 특별한 직업이 없던 J씨는 2011년쯤 한 여성으로부터 “마사지를 해주면 500만원을 준다”는 제안을 받았다. 여성은 날짜와 시간을 지정해 서울 강남의 한 미용실로 오라고 했다. 미용실에 도착한 J씨는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자신을 제외하고도 3∼4명이 더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들은 미용실에서 단장을 마친 뒤 준비된 차에 올라탔다. 차량이 멈춘 곳은 인근의 고급 빌라였다. J씨는 여성들과 이곳에서 한 노인에게 ‘마사지’를 했다. 일이 마무리된 뒤 그와 여성들은 각각 500만원이 담긴 봉투를 받고 빌라 밖으로 이동했다. J씨는 당시 노인이 누군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2011년 중국에서 입국한 그는 한국 사정엔 그리 밝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자친구로부터 이 사실을 들은 이씨는 이를 ‘마약 친구’ 선모(46)씨에게 떠벌렸다. 선씨는 CJ그룹 계열사에 다니던 형(56)에게 말을 다시 옮겼고, 이후 선씨 형제가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촬영 계획을 내놨다는 게 이씨와 J씨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들은 금품 분배 비율 등을 정하고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선씨 형제는 몰래카메라를 구입해 J씨에게 건넸다. J씨는 가방에 카메라를 넣고 2013년까지 5차례에 걸쳐 이 회장의 행동을 촬영했다. 그때마다 500만원이 손에 쥐어졌다. J씨는 다만 검찰에서 “이 회장 측의 누가 연락을 해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왜 나를 택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6차례에 걸친 ‘만남’ 동안 동행한 다른 여성 중 아는 얼굴은 없었다고 잡아뗐다. 영상을 확보한 선씨 형제는 삼성 측을 접촉해 약 5억원에 달하는 금품을 뜯어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중 1억∼2억원 가량이 이씨와 J씨의 몫으로 전달됐다고 한다. 다만, 이들의 진술은 신빙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이들 일당이 극소수만 알 수 있는 이 회장의 은밀한 사생활에 ‘우연히’ 접근해 영상까지 촬영했다는 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사건 당시 이 회장과 친형 이맹희 전 CJ그룹 명예회장이 극심한 상속분쟁 중이던 점을 주목해 배후를 추적하고 있다. 이에 CJ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된 성모 부사장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등 선씨 형제 뒤의 CJ 측 그림자를 쫓고 있다. 다만, CJ 측은 이들의 범행은 회사와 무관하며, 이들이 오히려 삼성에 금품을 뜯은 이후 CJ 역시 협박했다고 주장한다. 한편, 검찰은 동영상에 나오는 빌라의 전세 계약자 김인(68) 삼성SDS 고문을 불러 조사하는 등 이 회장 측을 향한 수사 역시 줄기를 뻗고 있다. 앞서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지난해 7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 파일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이 동영상이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과 논현동 빌라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이 회장으로 추정되는 남성과 다수의 여성이 등장한다. 유흥업소 종사자로 추정되는 이들 여성에게는 한 명당 한 번에 500만원 가량이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뉴스타파는 보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금, 이 영화] ‘오버 더 펜스’

    [지금, 이 영화] ‘오버 더 펜스’

    “망가진 사람과 연애하면 안 돼.” 연애 경험이 많다고 자부하는 지인이 언젠가 들려준 조언이다. 요점은 마이너스 에너지로 가득 찬 상대방을 만나면, 나의 플러스 에너지까지 잠식당한다는 얘기였다. 그런 만남은 ‘?100+10=-90’의 등식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가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에게 반문해 봤자 그럴듯한 답을 들을 수는 없을 테지. 그래서 그때 이렇게 되묻지 않았다. “한데 망가진 사람이 나라면? 대체 누가 나를 사랑해 주지?” 그동안 이런 물음에 기대한 만큼의 정확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영화 ‘오버 더 펜스’는 나름대로 근사한 답을 내놓는다.이 작품은 하코다테를 배경으로 한, 사토 야스시의 자전 소설 ‘황금의 옷’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이전에도 하코다테를 다룬 그의 소설은 ‘카이탄 시의 풍경’(감독 구마키리 가즈요시, 2010년)과 ‘그곳에서만 빛난다’(감독 오미보, 2014년)로 영화화되었다. ‘오버 더 펜스’는 하코다테 3부작의 마지막이다. 여기에는 사토시(아오이 유우)라는 여자와 시라이와(오다기리 죠)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낮에는 놀이공원에서, 밤에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사토시. 그녀는 걸핏하면 새들의 구애 동작을 춤추듯 따라 한다. 타조의 애정 표현을 흉내 내는 사토시를 길에서 우연히 보게 된 시라이와. 그는 웃고 넘기지만 이후 그녀와 다시 마주치게 된다.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린다. 사토시와 시라이와가 각자 깊은 내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상처 입은 사람은 비슷한 상처를 입은 사람만 알아본다. 사토시는 밝은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에는 그보다 큰 어둠이 있다. 자신이 썩어 가는 것 같다고 갑자기 자기 몸을 강박적으로 닦기도 하고, 누가 있든 말든 소리를 지르며 떼를 쓰기도 한다. 그녀는 분명 망가진 상태다. 양상은 다르지만 시라이와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는 도쿄의 대기업에 다니던 회사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하코다테에 내려와 직업기술훈련학교에서 목공을 배우고 있다. 시라이와는 사토시에게 다음과 같이 속말을 털어놓는다. “넌 스스로를 망가졌다고 말하지만 난 남을 망가뜨리는 쪽이야. 그러니까 너보다 훨씬 나빠. 나는 최악이야.” 그렇게 자책하는 그도 분명 망가진 상태다. 마이너스 에너지로 가득 찬 두 사람이 만났으니, 위에 쓴 지인의 논리에 따르면 ‘-100+-100=-200’의 등식이다. 그러나 ‘오버 더 펜스’는 제목처럼 어떤 한계선을 넘는 지점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를테면 그것은 등식의 덧셈을 곱셈으로 바꿔, ‘-100×-100=10000’이라는 전환의 등식을 만드는 일이다. 사토시와 시라이와가 동물원에 함께 있을 때, 하늘이 그들을 축복하듯 하얀 깃털이 쏟아져 내리는 불가사의한 장면이 거기에 해당할 것이다. 기적은 망가진 사람들의 사랑 자체다. 16일 개봉. 15세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산업화 그림자에 뒤엉킨 절망과 구원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산업화 그림자에 뒤엉킨 절망과 구원

    내가 기타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 가장 좋아했던 가수는 ‘해바라기’라는 남성 듀오였다. 가녀린 미성으로 사랑 노래를 주로 부르던 해바라기는 1980년대 큰 인기를 누렸다. 앨범도 여러 장 발표했는데 1985년에 나온 2집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타이틀곡인 ‘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를 시작으로 ‘어서 말을 해’, ‘모두가 사랑이에요’, ‘행복을 주는 사람’ 등 주옥같은 히트곡들이 여기에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때 얼마 되지도 않던 용돈을 아껴 모은 돈으로 구입한 해바라기 2집 LP를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갖고 있다.#고운 선율에 이해할 수 없는 가사 해바라기 노래는 우선 멜로디가 쉽고 아름다워서 마음에 들었지만 그보다 앞서 리더인 이주호가 대부분 직접 쓴 가사가 내 감수성과 잘 맞았다. 그런데 2집 앨범에 들어 있는 곡 중에 유독 ‘갈 수 없는 나라’의 가사는 이해가 안 됐다. 사랑을 노래하는 대중가요에 ‘평화’, ‘정의’ 같은 생소한 단어가 들어 있는 것도 그랬지만 “네가 가 버린 갈 수 없는 나라”로 끝나는 노래 마지막 부분이 특히 이상했다. ‘갈 수 없는 나라’인데 어떻게 ‘네가 가 버린’ 것일까? 앞뒤가 안 맞는 가사다. LP 안에 함께 들어 있는 가사집을 보니 이 노래 가사는 이주호가 쓴 것이 아니었다. 조해일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작사한 것이다. 당시 나는 그 노래에 대해서 더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그저 이주호가 쓴 가사가 아니기 때문에 내게 감흥을 못 준 것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그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러 해바라기에 대한 기억은 조금씩 흐려졌다. 조해일이 다름 아닌 유명한 소설가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도 나는 그것을 해바라기 노래와 연결시킬 생각은 얼른 하지 못했다. 우연히 발견한 ‘갈 수 없는 나라’라는 소설책을 읽고서야 그때 한쪽으로 치워 놨던 퍼즐 조각들을 다시 맞춰 볼 수 있게 됐다. 1970년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떤 말이 어울릴까? ‘군사정권’, 그리고 ‘산업화시대’일 것이다. 한편으로 문학과 영화, 음악의 시대이기도 했다. ‘천재 작가’라고 불리는 젊은 예술가들이 작품을 쏟아냈고 해마다 신기록을 경신하는 히트 영화들이 개봉했다. 생각해 보면 그때만큼 다양한 장르의 대중가요가 널리 사랑받던 때도 드물다. 조해일은 바로 그렇게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던 때 활동한 히트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조해일이 쓴 소설을 보면 고도성장 시기 밝음과 어두움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암울한 현실을 폭로한 작품이 많다.많은 독자들이 조해일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우선 ‘겨울여자’라는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겨울여자’는 조해일이 1976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바로 다음해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소설과 함께 영화도 크게 성공했다. 연출은 1975년에 ‘영자의 전성시대’를 만들어 재능을 인정받은 김호선 감독이 맡았고, 소설가 김승옥이 각색해 시나리오를 썼다. ‘겨울여자’는 1974년에 개봉한 영화 ‘별들의 고향’보다 10만명 이상 많은 58만명이라는 관객 동원 신기록을 세웠다. 이 수치는 십여 년 후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이 나오기 전까지 깨지지 않았다.#유례없는 고도성장 속 안하무인 졸부 ‘갈 수 없는 나라’는 ‘겨울여자’의 성공 이후 1978년 중앙일보 지면을 통해 연재한 소설로 단행본은 1979년 삼조사(三潮社)에서 초판을 펴냈다. 표지 그림은 조병화 시인의 회화 작품으로 꾸몄다. 소설 내용은 당시 산업화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안하무인식에 돈을 물 쓰듯 하고 자기들밖에 모르는 재벌 2세들이 등장한다. 이 패거리들은 모두 다섯 명이라 자신들을 ‘오인방’(五人幇)이라 부르며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유흥을 즐긴다. 그 와중에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나이트클럽에서 오인방 중 한 명이 칼에 찔려 살해당한 것이다. 우연히 사건 현장을 목격한 신문기자와 형사가 범인을 밝혀내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두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이번에도 피해자는 오인방 중 한 명이다. 1970년대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공 성장을 구가했다. 서울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말끔히 단장한 자동차 전용도로와 지하철 공사 구간 사이로 고층 건물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제조업, 무역, 부동산으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았고 그런 흐름에 합류하지 못한 사람들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다. 조해일의 소설은 바로 이런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 준다.#포기할 수 없는 구원과 희망 소설은 인기가 좋아서 꾸준히 팔려 나갔고 1980년에는 윤두수의 연출로 연극 무대에 올려졌다. 이어서 1987년에는 MBC의 미니시리즈 드라마로 방영됐다. 여기서 다시 한번 해바라기가 부른 노래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소설에 나오는 ‘배수빈’이라는 인물의 직업은 가수다. 히트곡도 여럿 있고 재벌 2세 오인방의 재정 지원을 받아 연예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갈 수 없는 나라’는 배수빈이 작사해 부른 노래다. 이야기 흐름상 중요한 부분이라 소설에는 노래 가사 전문이 그대로 나온다. 오래전에 만든 드라마라 직접 방송을 구해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 장면에서 해바라기의 노래가 쓰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해바라기의 노래 ‘갈 수 없는 나라’를 들어 보니 노래 가사가 조금 더 뚜렷이 마음에 와닿는다. 더욱이 이 노래가 실린 LP 표지도 새롭게 보인다. 사진은 두 남자가 기타 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담았다. 해바라기의 앨범이지만 정작 가수의 얼굴은 보여 주지 않는다. 낙엽을 밟으며 그들이 향하는 곳은 저 앞에 보이는 별장이다. 표지는 마치 해바라기 두 멤버보다는 이들을 맞이하는 별장이 주인공인 것처럼 보인다. 소설 ‘갈 수 없는 나라’에서 사건의 결말을 짓는 중요한 장소로 나오는 곳이 숲속의 별장이다. 그리고 노래 ‘갈 수 없는 나라’ 역시 간단한 생일축하 곡과 당시 규정이라 꼭 넣어야 했던 건전가요, 이렇게 두 곡을 제외하면 음반의 맨 마지막을 장식한다. 해바라기 2집 음반이 조해일의 소설 한 장면을 멋지게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억측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겐 노래와 소설이라는 두 퍼즐 조각을 맞춰 볼 수 있는 멋진 경험이었다. 작가가 쓴 ‘갈 수 없는 나라’ 작품 후기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다. “그러나 나는 완전히 절망할 순 없었다. 무언가 우리에게 구원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믿고 싶었다. 무언가 아직도 우리에겐 희망이 남아 있다고 믿고 싶었다….” 소설 속에서 오인방의 더러운 과거를 용감하게 파헤치는 인물은 경찰이나 정치인이 아니라 이렇다 할 힘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루쉰의 말대로 대개 희망이란 그런 사람들이 함께 걸으며 만들어 가는 길이다. 우리들에게 이 믿음이 있는 한 정의와 평화가 있는 ‘갈 수 없는 나라’는 더이상 꿈속의 유토피아가 아니다.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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