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유혹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 청년들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 사업체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 의회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 변동성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078
  • [사설] 험로 7월 임시국회…그래도 협치는 모색해야

    7월 임시국회가 오늘부터 시작된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원 구성 충돌에 따른 3주간의 보이콧을 끝내고 복귀를 선언해 21대 국회 임기 시작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이 의사당 내에서 본격적인 정책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6월 임시국회가 정부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합당 참여 없이 범여권만의 사흘 벼락치기 심사 끝에 서둘러 처리한 ‘반쪽국회’로 끝나 아쉬움이 컸던 것에 비례해 이번 임시국회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높다. 특히 반목과 대치는 6월 임시국회에서 보여 준 것처럼 커다란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점을 여야 모두 깊이 각성해야만 할 것이다. 물론 이번 임시국회의 향배 또한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여야 간 충돌 소재가 산적해 있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일하는 국회법 개정, 국가정보원장과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은 양보 없는 일전을 예고하는 사안들이다. 공수처 출범과 관련해 민주당이 법정 출범 시한인 15일을 지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반면 통합당은 공수처 자체가 위헌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통합당은 또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부적격 공직 후보자’로 규정짓고 청문회에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는 상태다. 공수처 출범 시한을 지키려는 민주당이 힘의 정치를 재개한다면 국회는 또다시 공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통합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의향 왜곡 전달 논란, 정의기억연대와 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기부금 유용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어 여야 간 파열음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각 상임위마다 과반 이상을 장악하고, 상임위 의사봉마저 모두 쥐고 있는 민주당으로선 ‘책임정치’를 명분으로 사안마다 표결을 통한 처리 유혹에 빠져들 수도 있다. 하지만 힘의 정치는 한 번으로 족하다. 계속하다 보면 독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3차 추경 처리 과정에서 정의당이 범여권 대열 이탈을 선언한 까닭을 민주당은 곱씹어야 할 것이다. 표결 처리가 정답이면 과반 정당이 있는 국회의 존재 이유도 없다. 소수 의견도 경청해 필요하다면 반영하는 것이 거대 여당의 포용력이자 협치(協治)의 기본 요소다. 통합당도 무조건적인 반대나 발목 잡기는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표결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구조라는 점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야당의 강점인 예리한 감시와 적극적 문제 제기로도 충분히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다. 협치가 필요한 사안에는 과감히 손을 내줘야만 한다.
  • 구보씨의 경성 한바퀴… 소외된 인생들의 도회 항구속으로

    구보씨의 경성 한바퀴… 소외된 인생들의 도회 항구속으로

    소설가 박태원(호 구보, 1909~1986)은 1934년 8~9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했다. 26세의 주인공 구보가 하루 동안 경성 중심부 곳곳을 배회하며 보고 겪은 일들을 묘사한 중편 소설이다. 작가가 곧 작품 속 주인공이 되어 일제강점기 서울의 모습, 그리고 식민지 지식인의 감성을 그린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의 절친 이상(본명 김해경, 1910~1937)은 ‘하융’이란 필명으로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박태원의 1934년 여름, 경성 주인공 구보는 경성의 명문 고등보통학교를 거쳐 일본 유학을 갔다 귀국했으나 일정한 직업 없이 도시를 떠도는 룸펜 지식인이다. 유학 시절 실연의 아픔을 간직한 채, 귀국 후 아직 미혼으로 모친의 속을 썩이는 노총각이다. -당시 혼인 연령은 남자 평균 21세, 여자 17세였다. 구보의 집은 다옥정(현 중구 다동)에 있었으며, 어느 여름날 약속도 목적지도 없이 오전에 집을 나서 한밤중 귀가로 소설은 끝난다. 그 사이에 구보가 쏘다닌 경성부 내 주요 지점들을 당시 이름으로 열거해 본다. 화신상회 네거리, 경성운동장, 조선은행, 경성부청, 덕수궁 대한문, 경성역, 조선호텔, 황금정 등. 이 가운데 대한문은 위치가 변한 채로, 조선은행(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경성부청(서울시청 서울도서관), 경성역(옛 서울역사) 건물이 남아 소설을 기억시킨다.1930년대 서울은 거대 근대도시로 변화 중이었다. 1920년대 30만명이었던 인구가 1935년 65만명으로 늘어 일본에서도 7번째 규모가 되었다. 경복궁 앞에 조선총독부청사를, 덕수궁 앞에 경성부청사를 지어 식민도시의 통치 중심을 만들었다. 경성부민관(현 서울시의회)과 조선저축은행 본점(옛 제일은행 본점)이 1935년에 완공되니, 구보는 그 공사 중인 현장을 보았을 것이다. 구보가 즐겨 탔던 전차는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도입했으며 총 13개 노선을 운행했다. 1934년 시내에 전화 180개선을 증설하는데 1300여명이 신청했다는 통계도 있다. 일본인 인구가 28%로 일본 자본의 진출이 급속히 늘었는데 주로 소비 유흥시설에 집중되었다. 미쓰코시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본관)과 조지야백화점(현 롯데영플라자 터) 등 5대 백화점이 식민지 수도의 소비를 부추겼다. 일본인들은 청계천 남쪽에 거주지를 꾸렸는데 다방 카페 요정 등 유흥시설도 조선인은 북쪽, 일본인은 남쪽을 장악하게 되었다. 김두한의 전설과 같이, 종로파 조선 건달들이 혼마치(本町, 현 명동)의 일본 야쿠자들과 대립했던 지리적 사정이었다. 화신백화점의 유통왕 박흥식, 전국 금광을 개발한 광산왕 최창학, 그리고 도시형 한옥 붐을 일으킨 건축왕 정세권 등 조선인 자본가도 등장했다. 유례없는 경제적 호황의 시대였다. 그러나 구보에게 경성은 소비 지향적이고 저급한 유흥에 휩싸인 속물의 도시였다. 안주할 수도, 행복할 수도 없는 고독과 상실의 도시였다. 왜 그런지 박태원도 몰랐을 것이다. 1930년대 초 경성의 번영이란 지극히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세계 경제대공황을 겪은 일제는 1931년 만주사변 등 침략전쟁으로 경제부흥을 꾀했다. 일시적 호황에 중독되어 1937년 중일전쟁을, 1941년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소설 발표 불과 3년 후 연재했던 신문은 강제 폐간되었고 일제는 전시 체제에 돌입한다. 구보가 어렴풋하게 감지한 이유 모를 불안의 실체였다.●구보가 예외적으로 오래 머문 경성역 3등대합실 구보는 중요 건축물들의 외관만 바라보며 스쳐 지나갔다. 그의 관심은 건축 공간이 아니라 도시의 고현학(考現學, 현재를 다루는 고고학)적 풍경이기 때문이다. 거리를 읽고 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묘사하는 작업이다. 예외적으로 경성역 내부에 들어가 오랜 시간 머무르게 된다. 이곳의 3등대합실은 익명의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기에 가장 적절한 곳이었다. “경성역에는 마땅히 인생이 있을 게다. 이 낡은 서울의 호흡과 또 감정이 있을 게다. 도회의 소설가는 모름지기 이 도회의 항구와 친하여야 한다.” 1899년 최초로 개통된 경인선 철도는 노량진과 인천 구간이었다. 이듬해 서대문역까지 연장하면서 남대문 간이역을 세우는데, 바로 경성역의 전신이다. 현재의 구 서울역사는 1925년에 완공된다. 그 크기와 완성도가 동양 1,2위를 다투었다 할 정도로 수준 높은 건축물이다. 대륙 침략의 야심을 품은 일제는 극동 지역 철도망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경성역은 경부선, 경의선, 경원선의 기착점으로 각기 일본, 중국, 러시아로 통하는 중심 기지였다.도쿄대 교수인 쓰카모토 야스시가 설계자로 알려졌는데, 일본 건축계의 대부 다쓰노 긴고의 수제자였다. 긴고는 도쿄역사를 설계했고 이미 서울에 조선은행 본점(1912)을 설계한 실력자였다. 경성역의 전체 구성은 르네상스식이지만 중앙 돔은 비잔틴식, 양 옆 삼각형 박공벽은 신고전주의풍이다. 또한 붉은 벽돌(타일)과 화강암을 섞은 외벽 장식은 이미 암스테르담역과 도쿄역에서 사용했던 형식이다. 굳이 말하자면 여러 양식을 혼합한 절충식이라 할 수 있다. 인상적인 요소는 중앙 정문 위에 설치된 아치 창이다. 큰 반원 아치를 두 개의 기둥으로 나눈 디오크레티안 창이라 하는데, 고전주의 건축의 대가 안드레아 팔라디오가 즐겨 써서 팔라디오 아치라고도 부른다. 경성역사의 건축적 모델은 스위스 루체른의 옛 역사(1896)라고 한다. 지난 세기에 불타 없어지고 정면의 팔라디안 아치만 남았지만, 경성역과 쌍둥이로 불릴 정도로 유사했다. 내부 공간은 제국의 계급질서에 따라 구성했다. 크고 높은 중앙홀이 있고, 좌우로 3등대합실과 1,2등대합실이 나뉘어 자리했다. 1,2등대합실 옆에는 여성 고객을 위한 부인대합실, 그리고 귀빈대기실이 있었다. 이 구역들은 출입이 통제되고 역장이 직접 접대하게 배치되었다. 반면 3등대합실은 중앙홀뿐 아니라 외부 광장에서도 자유롭게 드나들게 개방되었다. 구보 역시 광장에서 바로 들어와 대기 중인 익명의 승객들을 읽어냈다. 그러다 동창을 만나 장소를 이동해 차를 마신다. 1,2등대합실 안에 있던 티룸으로 추측되는데 이상의 소설 ‘날개’에도 중요하게 등장하는 곳이다. 2층에는 조선 최초의 대형양식당이라는 ‘더 그릴’이 있었다. 40여명의 국내외 셰프와 웨이터가 은그릇에 ‘경양식’을 담아 서빙했던 이 식당은 근대 경성, 국제 경성의 상징공간이 되었다.●식민지 도시와 타자의 건축 현존하는 조선은행 본점은 르네상스식 몸체에 바로크 돔을 얹은 견고한 건축이다. 골조는 철골과 콘크리트 구조이며 외벽에 육중한 화강석을 붙여 발권은행의 권위를 과시했다. 좌우 대칭의 완벽한 비례, 5개의 탑이 만드는 장대함, 고대 신전용 기둥 등은 식민지 경제 통치의 만신전을 만들기에 충분한 요소들이다. 여기서 현재의 소공로를 지나면 곧 경성부청사를 만나게 된다. 조선총독부 건축과에서 설계 공사한 건물로 르네상스식 구성에 장식이 없는 근대적 외벽을 가진 건물이다. 부청사 앞에는 교통광장(로터리)을 만들었고, 그 옆에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이 있었다. 구보는 소설에서 경성부청사를 ‘정력가형 육체를 가진 위압적인 장년’으로, 덕수궁은 ‘자신을 외면하는 영락한 옛 동창’으로 은유했다.구보가 접한 경성의 근대건축들은 하나같이 서구 고전주의 양식이다. 세부적 형태가 르네상스식이던 바로크식이던 그리스식이던 크게 보면 그렇다. 대칭과 비례, 법칙과 질서를 강조했던 건축양식이다. 19세기 유럽을 풍미하고 서구 열강의 제국화를 통해 전 세계에 유포된 제국주의 양식이다. 후발 제국주의 일본은 구라파 따라잡기의 끝판으로 고전주의 건축들을 식민지 수도 곳곳에 세웠다. 사라진 조선총독부가 대표적인 건축이다. 경성의 근대화란 고전주의화, 제국주의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조선적 전통이란 덕수궁에 대한 묘사대로 “빈약한 너무나 빈약한” 것이었다. 현 한국관광공사 사옥 자리에 있던 박태원의 생가는 중문과 대문이 있는 전통 한옥이었다. 대문을 나서 청계천을 지나면 곧 화신백화점 등 일본풍 유럽풍 건축이 즐비한 시가지다. 조선적인 것은 과거고 일본적인 유럽풍은 현재였다. 상반된 시공간이 공존하는 경성은 구보를 유혹하는 동시에 소외시켰다. 일제 강점시대에 저항(독립투쟁)과 순응(친일매판)의 삶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다수 조선인들은 소시민적 욕망과 소외의 회색지대에서 살았다. 구보는 그런 분열된 삶 속에서 타자화된 도시와 건축을 떠돌았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운동권, 강남 아파트 집착” 원희룡, 의사 아내까지 언급한 이유

    “운동권, 강남 아파트 집착” 원희룡, 의사 아내까지 언급한 이유

    노영민 실장, 반포 아파트 안팔고 청주 집 팔자…원희룡 비판 원희룡 제주지사는 5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서울 강남 집이 아닌 충북 청주 집을 판 것을 두고 “운동권 출신 586도 강남 아파트에 집착한다”고 비판했다. 원 제주지사는 “솔직히 이념보다 돈을 더 믿는 거죠. ‘강남불패’의 시그널이 정권 핵심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원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강남 아파트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그러니 강남 집값 잡겠다는 정치인과 관료도 강남 집을 팔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강남은커녕 서울에 집이 없다”면서 “제주도에 지금 ‘사는 집’ 한 채 있다. 공적 일을 하는 정치인이 말과 행동이 다르면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기본자격이 ‘솔선수범’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 지사는 자신의 아내도 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하며 “제 아내는 의사”라며 “왜 유혹이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공인이 부동산으로 돈 버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믿었다”고 했다. 원 지사는 2002년 서울 목동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매매했지만 2014년 제주지사 당선된 뒤 집을 팔았다고 했다. 그는 “팔지 말라는 조언 많았지만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다”며 “저희 부부는 앞으로도 집은 사는 곳을 빼고는 다른 부동산은 갖지 않을 생각”이라며 “강남 아파트 가진 정치인 되지 않겠다”고 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야간작전 병사 생존율 높여라” 추억으로 남은 ‘전투복 칼주름’

    “야간작전 병사 생존율 높여라” 추억으로 남은 ‘전투복 칼주름’

    40대 이상 군 복무자라면 아마 ‘전투복 칼주름’에 대한 추억 하나쯤 갖고 있을 겁니다. 멋을 부리기 위해 다리미로 밤잠까지 설쳐 가며 옷에 주름을 잡는 모습은 해외에서는 보기 힘든 아주 독특한 문화였습니다. 이런 칼주름 잡기 문화는 2011년 완전히 금지됐습니다. 왜 갑자기 전투복 다림질이 사라졌을까요. 2일 군과 국방기술품질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무늬 전투복이 보급되면서 2014년에는 ‘개구리복’으로 불리던 구형 얼룩무늬 전투복이 군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얼룩무늬 전투복은 한국의 자연경관을 적용한 녹색, 갈색, 검은색, 카키색(탁한 황갈색) 등 4가지 색상을 넓게 펴 바르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위장 효과가 높았지만 겨울과 도시, 숲에서는 위장 효과가 낮았습니다.●현재는 사계절·하계절 전투복 따로 지급 특히 위장색 사이 경계선이 너무 뚜렷해 경계가 모호한 ‘픽셀’ 형태의 디지털무늬를 적용한 미국, 러시아 등 군사 강국의 전투복에 비해 기능이 뒤처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2008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새로 흙색, 침엽수색, 수풀색, 나무줄기색, 목탄색 등 5가지 색상을 적용한 ‘디지털무늬 전투복’을 개발하게 됩니다. 신형 전투복에는 야간 투시장비의 기술발달에 대응하기 위해 ‘적외선 산란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야간 투시장비는 밤에도 존재하는 가시광과 일부 근적외선 대역의 미약한 빛을 증폭시켜 눈으로 볼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야간 작전을 하는 병사들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전투복에 적외선 산란 기능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실제로 한국군 전투복은 야간 투시장비 감지 가능 근적외선 파장영역인 1100㎚를 넘어 1260㎚까지 야간위장 성능을 확보했습니다. 군이 장병들에게 다림질을 하지 못하게 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열을 가하면 적외선 산란 기능과 방수 기능 등 전투복의 기능성이 사라집니다. 일부 장병들은 “신형 전투복은 구김이 적어 다림질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지침 때문이었던 겁니다. 이런 높은 기능성에도 불구하고 2012년 ‘사계절 전투복’이 땀 배출과 통풍이 안 돼 ‘찜통 전투복’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사계절 전투복과 하계절 전투복을 따로 지급합니다. 정부 연구진은 현재 미군 전투복처럼 방염 기능과 내구성을 강화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겨울에 장병들이 착용하는 ‘방한복 상의 내피’(방상내피)의 변화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방상내피를 우리는 흔히 ‘깔깔이’라고 부릅니다. 겉감과 안감 사이에 솜을 넣고 누빈 것으로, 보온성을 강화해 겨울이 오면 최고의 관심을 받는 군용 피복입니다.●전역자 지급품에 포함… 전역 때 챙기기도 2018년 국방부는 군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퍼진 ‘깔깔이’라는 은어를 ‘방상내피’로 바꾸는 행정용어 순화 캠페인까지 벌였습니다. 하지만 큰 효과를 보진 못한 것 같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사용된 데다 입에 착 감기는 발음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 ‘깔깔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요. 과거 방상내피는 ‘카키색’이었는데 이 때문에 ‘칼칼이’라고 불렸다가 ‘깔깔이’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또 과거 방상내피 질이 좋지 않아 겉면이 이 빠진 칼날처럼 거칠다고 해 ‘칼칼이’로 불리다가 ‘깔깔이’로 바뀌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우리 군은 광복 후 창군 과정에 미군으로부터 군복을 지원받아 입었는데, 그중에 ‘M1941 야전 재킷’과 내피가 있었습니다. 방상내피의 시초인 이 내피 안감은 ‘울 원단’을 사용해 제작됐고, 울 원단의 특성상 피부에 닿았을 때 느낌이 까칠까칠해 ‘깔깔이’로 불렸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이후 탈부착 가능한 모자와 방한내피가 포함돼 보온성을 크게 높인 미군 군복 ‘M65 파커’가 대량 보급됐는데 나일론 소재로 만들어진 이 방한내피가 본격적으로 깔깔이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방상내피는 장병들에게 인기가 많아 일부는 전역할 때 군에서 가지고 나오기도 합니다. 방상내피는 전역자 지급품 목록에 포함돼 있어 외부 반출이 가능한 제품입니다. 전역 이후에도 집에서 흔히 이용할 정도로 방상내피가 사랑받는 이유는 얇고 가벼우면서 보온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방상내피는 안감과 겉감 사이에 솜털, 우레탄폼 등을 넣어 마름모꼴의 ‘다이아몬드 무늬’가 생기도록 바느질을 하는 ‘누빔 기법’으로 제조합니다. 누빔이 된 천 중간에 공기층이 형성돼 열이 밖으로 잘 방출되지 않도록 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들이 이런 방식을 이용합니다. ●2018년부터는 디지털무늬 방상내피 보급 하지만 최전방 지역의 혹한은 방상내피로도 견디기 어렵습니다. GOP(일반전초)에서 근무했던 분들이라면 몸속을 파고드는 칼바람을 기억할 겁니다. 이때는 2010년부터 보급한 ‘기능성 방상내피’를 사용합니다. 기능성 방상내피는 최대 50~60도의 온도를 내는 ‘발열체 판’을 등 부위에 넣을 수 있습니다. 6시간 동안 발열 효과가 있고 온도를 4단계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나게 해줘 ‘슈깔’(슈퍼깔깔이)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과거엔 방상내피 허리에 고무줄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단추형, 지퍼형으로 차츰 개선됐습니다. 또 2011년 디지털무늬 전투복이 보급되면서 노란색 방상내피 대신 갈색 방상내피로 진화했고 솜을 더 얇게 넣어 활동성은 높이면서도 목깃을 부착하고 지퍼를 목 끝까지 올릴 수 있게 해 보온성을 강화했다고 합니다. 2018년부터는 디지털무늬 방상내피가 생산돼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해군은 자체적으로 검은색 방상내피를 사용합니다. 전투복은 또 한 번의 진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군은 2023년 도입을 목표로 전투복, 방탄복 등 피복류 10종을 개선하는 ‘워리어 플랫폼’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생활하기에도 편리하고 장병 생존성도 더 높여 주는 좋은 제품을 개발해 보급하길 기대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여기는 베트남] ‘여장 날치기범’ 주의보…한국인 피해도 빈번

    [여기는 베트남] ‘여장 날치기범’ 주의보…한국인 피해도 빈번

    베트남에서 여자로 분장한 날치기범에 속아 금품을 빼앗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 뚜오이째는 지난달 24일 남부 띠엔장성 꺼이라이(Cai Lay) 지역에서 남성 A(23)와 B(24)가 절도죄로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당시 A는 여자로 분장한 뒤 카페를 방문한 남자 손님에게 접근해 금품을 훔치다가 적발됐다. 지난달 24일 밤 이곳 카페를 찾은 한 남성은 음료를 마시던 중 A가 다가와 마사지 서비스를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제안을 거절하고, 음료수 값만 지불한 뒤 자리를 뜨려고 하자, A는 몸을 부딪치는 척하면서 그의 지갑을 빼내려 했다. 이를 눈치챈 남성이 재빨리 A를 붙들고 다른 사람을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이때 B는 A가 도망칠 수 있도록 남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다행히 인근 지역을 순찰 중이던 경찰이 소란이 일고 있는 장면을 목격, A와 B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A의 신분증 조회로 그가 여성이 아닌 남성임을 밝혀냈다. A는 여자로 위장한 뒤 남자 손님들에게 마사지를 제공하면서 금품을 탈취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들이 일했던 ‘카페’는 퇴폐 마사지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이 중에는 여자로 위장한 남성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카페 주인은 정부 지침에 따라 2000만동~3000만동(한화 155만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한편 베트남에서는 여장을 한 날치기범들이 외국인들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 2011년 5월에는 호치민 빈탄 시내를 방문했던 다수의 관광객이 여장 남성들의 호객 행위에 속아 거액의 현금을 털린 바 있다. 당시 검거된 일당 7명은 주로 현금을 지닌 외국 남성을 대상으로 유혹해 집으로 끌어들여 귀중품을 빼앗아 거액을 챙겼다. 2018년 12월 호치민 시내에서는 캐나다 남성이 여장한 남성에게 속아 휴대폰을 빼앗기려는 찰나 순찰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한국인의 피해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주로 음주 후 귀가하는 남성을 노리는 경우가 많으며, 대개 2인조로 활동한다. 여장을 한 남성이 늦은 밤 귀가하는 남성에게 다가가 경계심을 풀게 한 뒤 귀중품을 빼앗으면 대기 중이던 일당의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난다. 베트남 남성들은 키가 작고, 체격이 왜소해 여성으로 분장하면 감쪽같이 속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당부된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 내가, 남길, 노랠, 찾아야 돼 … 절망의 위로

    내가, 남길, 노랠, 찾아야 돼 … 절망의 위로

    “내게 불을 붙여 줘.” 암울한 1930년대 미국 뉴욕, 자신의 곡을 쓰고 싶어 골몰하는 가난한 예술가 ‘로저’와 마약중독에 시달리는 ‘미미’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된다. 사소하고 자주 꺼지기도 하는 담배에 붙일 작은 불꽃이 어느덧 두 사람의 마음을 타오르게 한다. 기타를 치는 뒷모습에서 시작해 어느새 관객들의 마음에 뜨거움을 불어넣는 것은, 배우 오종혁의 로저 연기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막을 연 뮤지컬 ‘렌트’에서 열연하고 있는 오종혁과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처음엔 기타만 잡는 로저 이해 못 해 무대에서 오종혁은 시종일관 기타 하나를 쥐고 고민한다. 그가 연기하는 로저는 에이즈 보균자로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로저는 월세 낼 돈도 없어 건물주인 친구에게 쫓겨날 처지다. 죽기 전에 의미 있는 곡 딱 하나를 쓰겠다는데 주변에선 그의 시간과 공간을 모두 방해한다. 객석과 등 돌리고 기타를 만지작거리거나 미간을 찌푸리고 친구들에게 짜증을 내는 게 극 초반부터 한참 동안 로저의 모습이다. 그런데 방해물로 여겼던 미미의 유혹도 서서히 사랑이 되고 친구들의 존재는 점점 로저의 의지를 더 굳혀 준다.오종혁은 처음엔 ‘마크’로 오디션을 보러 갔다고 한다. 마크는 무대 위에서 유일하게 제정신을 갖고 사는 인물로 로저의 친구이자 극의 해설자다. 마크 역시 영화 제작자이자 비디오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영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애쓴다. 오종혁은 “마크 역할이 연기로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역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오디션 현장에서 제작진은 “딱 로저인데 왜 마크를 하려고 하느냐”며 그 자리에서 로저 역을 맡겼다. ●가슴으로 따르다 보니 알게 된 로저의 감정 오종혁은 “생각보다 너무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캐릭터라 그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썼다”면서 “암담한 상황에서도 뒤돌아 앉아 기타만 잡고 있는 그 이해 안 되는 행위들을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끝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친구라는 결론을 내렸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그의 느낌을 따르다 보니 오히려 연기가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로저의 노래에 대한 갈망은 ‘원 송 글로리’(One Song Glory)에서 폭발한다. 여기서 오종혁은 서정적인 멜로디로 시작하는 이 노래를 “내가, 남길, 노랠, 찾아야 돼”라며 단어마다 뚝뚝 끊어 힘주어 부른다. “죽어 가는 상황에서 마지막 노래를 찾기 위한 절박함 뿐 아니라 갖고 싶지만 잡을 수 없는 영광과 아름다움에 대한 답답함을 절실하게 녹이려고 했다”며 “객석에선 과하게 들릴 수 있지만 모든 단어에 감정을 실어 불러야 로저의 처절함이 그려질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꽉 찬 에너지,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 오종혁은 “무조건 희망만 노래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절망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라 특유의 폭발하는 에너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1930년대 대공황에 빗대기도 하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돌아온 뮤지컬 ‘렌트’의 조각을 그려 내고 있는 그는 인터뷰 마지막까지 긍정의 목소리를 냈다. “불확실성이 크고 많은 분이 움츠러든 시기잖아요. 이 작품으로 조금이나마 힘을 얻으면 좋겠어요. 제가 공연하면서 느끼는 이 꽉 찬 에너지와 행복감을 많은 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오종혁 “치열하게 고민한 ‘로저’ 연기… ‘렌트’는 절망 속 희망 찾는 에너지”

    오종혁 “치열하게 고민한 ‘로저’ 연기… ‘렌트’는 절망 속 희망 찾는 에너지”

    “내게 불을 붙여 줘.” 암울한 1930년대 미국 뉴욕, 자신의 곡을 쓰고 싶어 골몰하는 가난한 예술가 ‘로저’와 마약중독에 시달리는 ‘미미’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된다. 사소하고 자주 꺼지기도 하는 담배에 붙일 작은 불꽃이 어느덧 두 사람의 마음을 타오르게 한다. 기타를 치는 뒷모습에서 시작해 어느새 관객들의 마음에 뜨거움을 불어넣는 것은, 배우 오종혁의 로저 연기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막을 연 뮤지컬 ‘렌트’에서 열연하고 있는 오종혁과 2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무대에서 오종혁은 시종일관 기타 하나를 쥐고 고민한다. 그가 연기하는 로저는 에이즈 보균자로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로저는 월세 낼 돈도 없어 건물주인 친구에게 쫓겨날 처지다. 죽기 전에 의미 있는 곡 딱 하나를 쓰겠다는데 주변에선 그의 시간과 공간을 모두 방해한다. 객석과 등 돌리고 기타를 만지작거리거나 미간을 찌푸리고 친구들에게 짜증을 내는 게 극 초반부터 한참 동안 로저의 모습이다. 그런데 방해물로 여겼던 미미의 유혹도 서서히 사랑이 되고 친구들의 존재는 점점 로저의 의지를 더 굳혀 준다. 오종혁은 처음엔 ‘마크’로 오디션을 보러 갔다고 한다. 마크는 무대 위에서 유일하게 제정신을 갖고 사는 인물로 로저의 친구이자 극의 해설자다. 마크 역시 영화 제작자이자 비디오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영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애쓴다. 오종혁은 “마크 역할이 연기로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역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오디션 현장에서 제작진은 “딱 로저인데 왜 마크를 하려고 하느냐”며 그 자리에서 로저 역을 맡겼다.오종혁은 “생각보다 너무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캐릭터라 그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썼다”면서 “암담한 상황에서도 뒤돌아 앉아 기타만 잡고 있는 그 이해 안 되는 행위들을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끝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친구라는 결론을 내렸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그의 느낌을 따르다 보니 오히려 연기가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로저의 노래에 대한 갈망은 ‘원 송 글로리’(One Song Glory)에서 폭발한다. 여기서 오종혁은 서정적인 멜로디로 시작하는 이 노래를 “내가, 남길, 노랠, 찾아야 돼”라며 단어마다 뚝뚝 끊어 힘주어 부른다. “죽어 가는 상황에서 마지막 노래를 찾기 위한 절박함 뿐 아니라 갖고 싶지만 잡을 수 없는 영광과 아름다움에 대한 답답함을 절실하게 녹이려고 했다”며 “객석에선 과하게 들릴 수 있지만 모든 단어에 감정을 실어 불러야 로저의 처절함이 그려질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오종혁은 “무조건 희망만 노래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절망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라 특유의 폭발하는 에너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1930년대 대공황에 빗대기도 하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돌아온 뮤지컬 ‘렌트’의 조각을 그려 내고 있는 그는 인터뷰 마지막까지 긍정의 목소리를 냈다. “불확실성이 크고 많은 분이 움츠러든 시기잖아요. 이 작품으로 조금이나마 힘을 얻으면 좋겠어요. 제가 공연하면서 느끼는 이 꽉 찬 에너지와 행복감을 많은 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마약 밀반입’ 홍정욱 딸 2심도 집행유예 “마약 유혹 이겨내야”

    ‘마약 밀반입’ 홍정욱 딸 2심도 집행유예 “마약 유혹 이겨내야”

    “유명인 자녀라고 일반인보다 선처·엄벌할 수 없어”외국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밀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정욱(50) 전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 의원 딸 홍모(20)씨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정종관 이승철 이병희 부장판사)는 2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홍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17만 8500원의 추징금 명령도 1심대로 유지됐다. 재판부는 “홍씨의 죄책이 무겁지만,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밀수하려던 마약이 압수돼 실제 범행에 사용되지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홍씨가 유명인의 자식이지만, 그와 같은 이유로 선처를 받아서는 안 될 뿐 아니라 더 무겁게 처벌받아서도 안 된다”며 “일반 사람과 동일하게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홍씨에게 “이미 한 차례 마약의 유혹에 굴복했고, 앞으로도 계속 유혹을 받을 것”이라며 “재범을 저지르면 엄정하게 처벌받게 된다. 앞으로 행동을 각별히 조심하고 마약의 유혹을 이겨낼 방법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씨는 지난해 9월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던 중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 6개와 LSD(종이 형태 마약) 등을 밀반입하다 적발돼 불구속기소 됐다. 그는 2018년 2월부터 지난해 9월 귀국하기 직전까지 미국 등지에서 마약류를 3차례 사들여 9차례 투약하거나 흡연한 혐의도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우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다워서

    우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다워서

    여행지에서 하룻밤 머물면 그곳이 더 잘 보인다. 야경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다. 한국관광공사가 7월에 가볼 만한 곳을 선정했다. ‘야간여행’이 테마다. 낮과는 사뭇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들이다.①달빛 아래 누리는 고궁의 정취-수원 화성행궁 경기 수원 화성행궁은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곳이다. 고즈넉한 고궁의 정취를 즐길 수 있게 야간에도 개장한다. 봉수당은 실내에 부드러운 빛이 어려 신비로움을 더한다. 낙남헌 앞에는 환한 보름달을 형상화한 ‘달토끼 쉼터’가 있다. 숲속에 들어앉은 미로한정 부근에서는 가지런한 궁궐 지붕과 현란한 도시 불빛이 어우러진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수원 화성도 밤이면 화려하게 변신한다. 도심을 감싸는 5.5㎞ 성곽에 조명이 들어와 더 웅장하다. 화성행궁을 등지고 서면 오른쪽에 아기자기한 공방거리가, 왼쪽에 나혜석 생가터가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화성행궁 건너편에 오랜 명성을 이어온 수원통닭거리가 있다. 다만 수도권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두 곳 모두 한시적으로 휴관 중이다. 개장 일정을 확인한 뒤 찾는 게 좋겠다. ②백제로의 시간 여행 ‘부여 궁남지·정림사지’ 백제의 세련미와 애잔함이 가득한 충남 부여 궁남지와 정림사지는 한여름 야경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곳이다. 궁남지는 백제 왕실의 별궁 연못이다. 백제 무왕 때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여름에는 치렁치렁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흩날리고, 거대한 습지에서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연꽃이 핀다. 밤이면 연못 안 포룡정 일대에 조명이 들어와 반짝반짝 빛난다. 정림사는 백제 성왕이 사비성(부여)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그 중심에 세운 사찰이다. 인적이 뜸한 밤에 조명이 켜진 정림사지는 적막하고 고요하다.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9호) 아래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석탑이 우주와 소통하는 듯 신비롭다. 드라마 촬영 명소인 서동요테마파크, 매월당 김시습이 말년을 보낸 무량사, 많은 연인이 인증 사진을 남기는 가림성(성흥산성) 사랑나무 등도 둘러보자. ③열대야 잊어 ‘안동 월영교·낙동강 음악분수’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도시’ 경북 안동은 야경도 남다르다. 올해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야간 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린 월영교는 전통미가 아름다운 야경을, 역동적인 낙동강음악분수는 현대미가 두드러진 야경을 선보인다. 월영교는 길이 387m, 너비 3.6m 목책 인도교다. 밤이면 경관 조명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주말에는 분수를 가동해 시원함을 더한다. 월영교에서 자동차로 5분쯤 가면 낙동강음악분수를 만난다. 화려한 조명과 레이저, 음악이 어우러진 분수 쇼가 여름밤 무더위를 씻어 준다. 주변에 가볼 만한 곳도 많다. 월영교 인근의 안동민속촌은 안동댐 수몰 지역의 고택을 옮겨 온 곳이다.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에 머물 때 종종 찾았다는 영호루, 세계적인 그라피티 아티스트 심찬양 작가의 작품으로 다시 주목받는 신세동벽화마을은 낙동강음악분수와 가깝다. ④한여름 밤의 피크닉 ‘강진 나이트드림’ 전남 강진에 가면 여름밤의 로맨틱한 여행이 기다린다. 버스를 타고 강진의 인기 여행지를 둘러보고, 지역민이 참여하는 공연도 즐기는 ‘나이트드림’이다. 출렁다리로 유명한 가우도를 산책하고 저녁엔 읍내 사의재에서 마당극을 관람한다. 다양한 등장인물 모두가 지역민이다. 배우와 관객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한바탕 춤판을 벌인다. 마지막 목적지 세계모란공원에서 여름밤의 피크닉이 시작된다. 닭강정에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지역 예술가들이 준비한 야외 공연을 관람한다. 지난봄 동백꽃이 흐드러졌던 정약용 유적에는 짙푸른 녹음이 내려앉았다. 유적 내 다산초당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백련사가 보인다. 강진만생태공원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에 눈도, 마음도 시원스럽다. ⑤감미로운 유혹 ‘통영 밤바다야경투어’ 미항(美港) 경남 통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야경 여행지다. 통영관광해상택시를 타고 밤바다를 돌아보는 ‘통영밤바다야경투어’는 통영의 밤을 책임지는 최고의 선택이라 할 만하다. 도남항에서 출발해 통영운하를 따라 강구안과 충무교, 통영대교를 지나 도남항으로 돌아온다. 투어 시간은 50분 남짓. 입담 좋은 항해사가 들려주는 통영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금~일요일, 공휴일에 운항한다. 10인 이상 예약하면 평일에도 야경투어를 즐길 수 있다. 야경으로 만난 통영 앞바다를 한눈에 담고 싶다면 통영케이블카가 정답이다. 옥상전망대와 스카이워크가 마련된 상부역사에서 미륵산 정상까지 산책로가 조성됐다. ⑥화려하고 짜릿한 ‘부산 송도·초량이바구길’ 부산의 여름밤을 즐기고 싶다면 송도해수욕장이 제격이다. 해변 동쪽에 조성된 송도구름산책로는 출렁이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찔한 경험을 선사한다. 밤이면 송도구름산책로가 주변 야경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부산의 대표 도보 여행 코스인 초량이바구길도 밤에 가면 색다른 재미가 있다. 약 2㎞ 이어진 골목을 걸으며 부산의 근현대사를 엿본다. 초량이바구길의 명물인 168계단에 올라가면 옹기종기 모인 집과 화려한 불빛으로 치장한 빌딩이 근사한 야경을 선사한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시장 안에 먹거리가 많다. 암남공원은 청량한 숲길과 푸른 바다를 동시에 누리는 힐링 포인트다. 6월 초 암남공원과 동섬을 잇는 송도용궁구름다리가 개통됐는데, 벌써 부산의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글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 [그들의 시선] 성인 배우 민도윤 “우리도 배우입니다”

    [그들의 시선] 성인 배우 민도윤 “우리도 배우입니다”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데 사람들을 못 쳐다보겠더라고요. 그분들이 촬영 현장에 있던 것도 아니고, 제가 출연한 작품을 그날 바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제 스스로 사람들을 못 쳐다보는 거예요.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두려움이 크게 밀려왔어요.” 성인 배우 민도윤(37)씨는 첫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그날의 기억을 이렇게 설명했다. 쉽지 않은 결정 후 시작한 그의 성인 배우 생활은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 출연한 작품만 200여 편에 달한다. 최근 방송에도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그를 지난 16일 서울신문사 3층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민도윤씨가 성인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건 우연한 기회였다. 2010년 그는 대학로 한 카페에서 일했다. 어느 날, 그곳에 자주 오던 영화감독이 민씨에게 성인 영화 출연을 제의했고, 깊은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 그의 결심은 집안의 실질적 가장이었던 상황이 적극 반영됐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쉽게 결정하지 못했어요. 지금 아버지와 친할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그때도 그랬어요. 가정형편이 어렵다 보니 경제적인 상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죠. 성인영화에 출연하는 문제는, 온전히 제 스스로를 책임지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가장 큰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첫 촬영장으로 향한 민도윤씨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는 “양평에 있는 촬영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성인영화 출연을 한다고는 했는데, 잘못된 선택은 아닐까? 하는 고민과 아무도 없는 곳으로 데려가니까 납치당하는 느낌도 들었다”면서도 “많이 두려웠지만 과감하게 마음먹었던 것처럼 촬영에 임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민도윤씨가 성인 배우로 활동한다는 사실은 그의 삼촌이 제일 먼저 눈치를 챘다고 한다. 그는 “삼촌이 처음에는 두 눈을 의심했다고 하더라. 친구가 삼촌에게 전화해서 ‘조카가 아니냐?’고 물었을 때, 삼촌은 저라는 것을 확신하셨다”며 “미리 얘기를 안 해서 혼이 났지만, 이왕 시작한 거 열심히 해보라며 응원해 주셨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200여 편에 출연한 그에게 데뷔작과 대표작을 물었다. “10년 전, 비디오에서 인터넷 시장으로 넘어가던 시점에는 짧은 영상에만 출연했어요. 실질적으로는 ‘사슬’(2006년)이라는 작품이 데뷔작입니다. 그 이후 출연한 ‘처제의 유혹’, ‘3분 파트너’, ‘미소년 파라다이스’, 그리고 얼마 전에 촬영이 끝난 ‘하이에나’라는 작품이 대표작이에요.”시간이 흐르면서, 출연 작품이 늘수록 그의 고민도 깊어졌다. 베드신 중심의 확장성 없는 스토리와 열악한 촬영 환경, 주변의 편견 어린 시선 때문이다. 결국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공황장애와 우울증, 폐소공포증을 앓았다. “10년 동안 제가 선택한 길을 믿고 한 길만 달려왔는데, 문득 뒤를 돌아보니 제 무덤을 저 스스로 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하면, 조금이라도 바뀔 거로 생각했는데, 연기적인 부분보다 베드신만을 위한 작품으로 바라보는 고정된 시선이 안타까웠어요. 그러다 보니 연기하기도 싫어지고,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지금 생각해도 많이 힘들고 외로운 싸움이었죠.” 하지만 민도윤씨는 위기를 기회로 생각했고, 스스로 성인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최근 KBS 코미디쇼 ‘스탠드업’에 출연해 거침없는 입담을 보여주면서 대중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응하고, 유튜브와 연극무대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며 성인영화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물론 실행에 옮기는 과정 중 많은 생각이 뒤엉켜 선택이 힘들기도 했다. 그는 “공중파에 나가서 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제가 잘 나서가 아니라 운이 좋아서 대표로 나가게 된 것으로 생각하는데, 말실수라도 하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는 작은 실천을 이어가며 계속 용기를 내기로 했다. 변화를 위해 현장에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씨는 “보통 에로영화 하면, 야한 것, 질퍽한 베드신만 있는 성인물이라고 여긴다. 감독님에게 다양한 의견을 내서 스토리가 있는,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민도윤씨는 “성인 배우도 배우다. 배우 앞에 성인만 붙었을 뿐이다. 저희도 촬영 전에 연기 연습도 많이 하고, 열악한 환경이지만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배우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도록 더 열심히 할 것이다. 또, 앞으로 제작환경이 더 나아지고, 성인 영화에 대한 인식도 바뀌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형우, 임승범, 장민주 gophk@seoul.co.kr
  • 씹을수록 고소해 용왕님도 반한 맛

    씹을수록 고소해 용왕님도 반한 맛

    용궁하면 우리 전통 구전 얘기인 ‘토끼전’이 생각난다. ‘용왕이 중병에 걸리자 신선이 나타나 토끼의 간이 영약이라고 했다. 대신들은 사자를 정하지 못해 걱정인데 그동안 멸시를 받던 별주부 자라가 자원했다. 자라는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며 토끼를 유혹했다. 간을 내놓으라는 용왕 앞에서 속은 것을 안 토끼는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고 꾀를 내어 용궁을 빠져나온다.’ 경북 예천군은 용궁면이 토끼전에 나오는 용궁과 이름이 같고 용과 관련된 전설과 장소도 많아 토끼간빵을 만드는 등 토끼전 얘기를 홍보에 활용한다. 용궁면에는 물줄기가 용을 닮은 회룡포가 있다. 회룡포를 감싸는 비룡산(해발 264m)은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한 곳이고, 낙동강 합류 지점의 늪인 용담소와 용두소는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용궁은 무엇보다 ‘용궁순대’가 유명하다. 면 소재지이지만 즐비하게 들어선 순대집 간판의 위세가 대단하다. 간이역인 용궁역에서 버스정류장까지 800m쯤 거리를 따라 토종순대 전문집 10여곳이 몰려 ‘용궁순대 거리’가 형성될 정도다. 용궁순대집은 60여년 전부터 용궁시장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용궁시장은 우시장으로 유명했다. 장이 서는 날이면 이른 새벽부터 소를 팔거나 사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장터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많은 이들이 간편하고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으면서 순대를 파는 집들이 한둘 생겨났다.게다가 용궁 지역에서는 예부터 순대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손님상에 단골메뉴로 올랐고, 잔치나 상례 등 큰일을 치를 때도 빠지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은 “순대는 몰려드는 손님들의 배를 채워 주고 한꺼번에 장만해 보관해 두기 수월해 자주 만들었다”면서 “특히 오래전부터 집안 대소사 때는 돼지를 보통 2~3마리 도축하는 게 일반적이었고 그때마다 돼지 내장에 육류와 곡류, 다진 채소 등을 넣고 삶거나 쪄 내는 방식으로 순대를 만들어 나눠 먹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돼지 창자를 이용한 돼지 순대는 최한기가 1830년쯤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농정회요’(農政會要)에 도저장(猪腸)으로 처음 등장한다. 한글 기록으로는 1877년 쓰였다고 알려진 조리서 ‘시의전서’에 나오는 ‘도야지 대’가 처음이다. 용궁순대 거리는 인근 회룡포가 2000년 KBS 드라마 ‘가을동화’, 2009년엔 ‘국민 예능’으로 불린 KBS2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촬영지로 전국에 알려지면서 맛집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회룡포는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휘돌아 나가는 육지 속 섬마을로 예천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오는 곳이다. 근래에는 용궁역과 삼강주막 등이 새로 인기를 얻으면서 덩달아 용궁순대 거리는 더 붐빈다. 특히 경북도청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용궁순대는 천안 병천순대, 용인 백암순대와 함께 3대 순대로 불린다. 용궁순대는 옛 방식 그대로 손으로 빚는다. 웬만한 순대는 돼지 소창이나 대창을 사용하지만 용궁순대는 ‘막창’을 쓴다. 돼지 내장은 가장 길고 막이 얇은 소창과 굵은 대창, 두꺼운 막창으로 나뉜다. 이 중 막창이 가장 비싸다. 용궁순대의 식감이 다른 순대보다 도톰하면서도 쫀득한 이유다. 특히 막창에서 나오는 풍부한 육즙은 다른 순대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다. 막창 냄새를 잡기 위해 쌀뜨물로 한 시간 이상 막창을 씻어 내 순대 특유의 비린내가 덜하다. 예천 지역에서 생산된 파, 부추, 두부, 양파, 깻잎, 찹쌀, 당면, 당근 등 10여 가지 재료에 약초를 넣어 만든 순대는 느끼하지 않고 개운한 뒷맛 때문에 맛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식당마다 돼지 막창을 사용하는 것은 똑같지만 나름 비법이 있다. ‘단골식당’(054-653-6126)은 3대에 걸친 60년 전통을 자랑한다. 막창 안에 당면, 찹쌀, 갖은 채소를 넣어 만들어 입에 넣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막창의 연한 식감과 채소의 수분이 그대로 유지돼 촉촉하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김치의 칼칼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는 김치순대도 있다. 단골식당에는 인기메뉴가 하나 더 있다. 연탄불에 구워 먹는 오징어불고기로 매콤한 양념에 불맛이 일품이다. 용궁역 앞에 있는 ‘박달식당’(054-652-0522)은 전국 최고의 막창순대 맛을 자랑한다. 주인이 국내산 냉장 막창과 15가지의 좋은 재료로 만들어 부드럽고 신선한 맛이 일품이다. 순대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없으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역한 냄새 때문에 순대를 먹지 않는 사람도 이 집 순대는 즐긴다. 한 접시에 1만원. 양도 푸짐해 혼자서 먹으면 배가 부르다. 곱창과 오징어불고기도 맛보지 않으면 후회할 만큼 끌린다. 양념을 잘 발라서 직화로 구워 불맛이 살아 있다. ‘1박 2일’에 등장한 이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예천군은 지역 향토음식인 용궁순대의 브랜드화와 산업화에 나섰다. 2012년 처음으로 ‘예천용궁순대축제’를 개최했고 이듬해엔 ‘용궁순대’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했다. 올해 용궁순대축제는 오는 9월 5~6일 이틀 동안 용궁면 전통시장과 순대거리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축제는 용궁순대 만들기·썰기, 용궁순대 시식회, 영탁 막걸리 시음, 농특산물 판매, 전통놀이 체험, 곤충관찰, 토끼간빵 시식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마련된다. 윤창락(66) 예천용궁순대축제 추진위원장은 “용궁순대축제는 이제 단일 품목 이름을 내건 특화된 축제로 성장했으며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면서 “인근 회룡포와 삼강주막, 용궁역 등 지역 유명 관광자원과 연계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 축제장에는 전국에서 2만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으며 이로 인해 지역 홍보와 경제 활성화에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글 사진 예천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막연한 귀농·귀촌 전에… 살아보세요, 우리 고장에

    막연한 귀농·귀촌 전에… 살아보세요, 우리 고장에

    “우리 고장에서 한번 살아 보세요.” 자치단체들이 살아 보기 체험 프로그램으로 외지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동네 체험을 하면서 지역경제도 활성화하고, 귀농·귀촌으로 이어진다면 인구도 늘릴 수 있다는 취지로 기획했다. 충북 제천시는 처음으로 ‘1주일 살아 보기 체험’을 운영한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1일 신청자 모집을 시작했더니 이틀 만에 목표 인원 120명이 채워졌다. 팀당 숙박비 하루 최대 3만원, 체험비는 하루 최대 2만원이 지원된다. 단 5일 이상 머물며 관광지 등 7곳 이상을 방문한 뒤 체험기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야 한다. 시가 따져 보니 2인이 1주일가량 머물면 지원금의 두 배 이상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도는 최대 한 달까지 장기 체류하는 프로젝트인 ‘경남별곡’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사업명은 조선시대 송강 정철이 관동팔경을 돌아보며 관동별곡을 지은 것에 착안했다. 도는 18개 시군 가운데 공모로 통영시, 김해시, 하동군, 산청군, 합천군 등 5곳을 선정했다. 참가자들은 3~30일 1곳에 머물며 SNS 등으로 경남을 홍보하면 숙박비 등 하루 최대 8만원을 지원받는다. 하동군이 마련한 6박7일 일정의 ‘다함께 차차차’는 20명 모집에 400명이 신청했다. 오전에 찻잎 따기로 돈을 벌고 오후에는 자유여행을 하는 일자리 연계 프로그램이다. 도 관계자는 “내년에는 전 시군으로 확대한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귀농·귀어·귀촌을 체험하는 ‘전남 먼저 살아 보기 사업’을 진행한다. 참가자는 5~60일 머물며 농어촌 삶을 경험한다. 식비와 교통비만 부담하면 된다. 도는 26개 마을을 선정했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월드피플+] 전신 85% 화상 입은 여성, 초상화 사진 공개… “나를 위한 큰 발걸음”

    [월드피플+] 전신 85% 화상 입은 여성, 초상화 사진 공개… “나를 위한 큰 발걸음”

    전신 80% 이상에 화상을 입고 흉터를 안은 채 살아가는 한 여성이 당당하게 자신의 초상화 사진을 공개했다. 호주 퀸즐랜드에 사는 53세 여성 캐롤 메이어는 20년 전 집에 발생한 화재로 생명이 위중할 정도의 화상을 입었다. 당시 의료진은 메이어의 전신 85%가 불탔고, 목숨을 건진 확률은 50% 정도라고 진단했다. 이후부터 이 여성은 매 순간 목숨을 건 삶을 살아야 했다. 흉측하게 타버린 피부와 머리카락, 미소지으려 할수록 일그러지는 얼굴을 받아들이기까지, 숱한 죽음의 유혹이 잇따랐다. 게다가 메이어는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자신의 고향에서 열린 미인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빼어난 미모를 가진 여성이었기에, 지난 20년간 타인의 시선만큼이나 뾰족하고 아픈 마음으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봐야 했다. 8주가 넘는 시간 동안의 혼수상태, 이후 100회가 넘는 수술을 받는 동안 그녀는 자신과의 싸움을 반복했고, 결국 이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다. 변함없이 그녀를 지지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받아온 심리치료 덕분이었다. 메이어가 이번에 공개한 작품은 화상으로 얼룩진 자신의 피부를 모두 내보인 누드 초상화 사진이다. 그녀는 “화상의 기억과 흉터, 고통은 사람이 육체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도 매우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면서 “처음에는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인내심을 가졌고, 결국 결의와 결단력으로 사람들에게 나의 모습을 공개할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2011년 당시 처음으로 메이어에게 초상화 사진을 제안한 것은 호주에서 활동하는 영국 출신의 사진작가 브라이언 캐시였다. 브라이언은 그녀가 보인 삶에 대한 의지와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을 찍길 원했고, 메이어는 ‘나를 위한 큰 발걸음’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허락했다. 최근에는 타 버린 머리카락과 울퉁불퉁해진 피부가 고스란히 드러난 초상화 사진을 공개했고, 이 사진은 호주와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극찬을 받았다. 메이어는 브라이언과 함께 작업을 시작한 뒤, 옷을 벗는 것보다 머리띠를 벗어야 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한 그녀는 “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브라이언은 “비슷한 사고로 화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실제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작품 배경을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열린세상] 스타벅스, 세이렌의 유혹/황금주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스타벅스, 세이렌의 유혹/황금주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에스프레소 14잔을 한 번에 사서 텀블러에 받아 온 후 얼려 두고 물에 타 마신다.’ 난리가 난 스타벅스 사은품 레디백을 빨리 받는 방법이 온라인에서 전수되고 있다. ‘에스프레소 신공’이라 불린다. 에스프레소 신공을 구사해 레디백을 얻으려 아침 6시부터 스타벅스 매장으로 달려가는 스타벅스 팬은 자신을 ‘호구’라 지칭한다. 서울시민은 본사가 서울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다는 글이 온라인 카페에 올라오자 많은 회원은 신이 났다. 스타벅스, 말도 많고 탈도 많다. 1997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크리스마스 프로모션 종이컵은 순록과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넣은 디자인으로 매년 스타벅스 팬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홀리데이 시즌 컵 디자인도 구설에 올랐다. 2015년, 빨간색 컵에 스타벅스 로고만 있는 단순한 디자인의 시즌 컵을 내놓았다. 이 ‘레드컵’에는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려고 크리스마스란 문구와 장식을 넣지 않았다고 한다. 곧 종교와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유세에서 스타벅스 보이콧을 제안하며, 보수 응집에 활용했다. 스타벅스 부사장 제프리 필즈는 반기독교가 아니라 단순성을 강조한 것이며 스타벅스는 소속감, 통합과 다양성을 위한 문화를 창출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에 한 번의 스트로크로 100명 이상의 인물을 그려 넣은 녹색 컵에 대해 당시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였던 하워드 슐츠는 통합의 상징이라고 했다. 하지만 트위터에서 스타벅스가 정치적 세뇌와 자유주의 편견을 퍼뜨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2017년에는 온라인에서 동성애 논쟁이 벌어졌다. 홀리데이 시즌 컵에 스타벅스 세이렌 로고 주변으로 크리스마스트리와 선물상자 등의 그림이 있고 윗부분에는 맞잡고 있는 두 손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이 동성애를 뜻한다는 논란이다. 미국 사회에서 다양성과 보수 기독교계 간의 가치 충돌이 스타벅스 시즌 컵이라는 문화적 산물을 통해 점화되는 순간이다. 스타벅스는 가치와 문화의 전쟁터가 됐다. 가치와 문화 전쟁터가 된 스타벅스 컵에 비하면 우리나라 ‘레디백’은 마케팅 성공 사례 정도로 보인다. 커피 300잔을 주문하고 17개의 레디백만을 받아 간 일화로 스타벅스 레디백을 원하는 소비자를 폄훼할 필요는 없다. 레디백을 얻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무시할 필요도 없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스타벅스는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이미지에 걸맞은 사은품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끌어냈으니 성공한 판촉 행사라 볼 수 있다. 스타벅스 로고 세이렌이 유혹의 상징이듯이 소비자를 제대로 유혹했다. 우리나라는 유독 스타벅스 자체보다는 스타벅스 소비자에 대한 논란이 큰 듯하다. 스타벅스 된장녀 비난은 거의 사라졌다지만, 레디백을 무서워 들고 다니지 못하겠다는 푸념이 들린다. 스타벅스는 볼보를 몰고 도시에 살며 5달러짜리 커피를 마시는 미국 중산층 진보주의자로 의인화되며, 도시적 차가움과 세련미를 지칭하는 중산층 ‘어번 시크’(urban chic)를 상징한다. 아시아와 유럽에서는 스타벅스가 미국 문화의 아바타 역할을 했다. 대만의 연구에서도 소비자들이 미국 문화를 경험하고자 스타벅스를 찾는다고 밝혔으며, 스타벅스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프랑스에서도 누군가는 프라푸치노를 마시며 미국 스타인 킴 카다시안을 모방한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펼친 공격적인 글로벌 확장은 지역 카페 문화를 파괴하는 문화 제국주의이며, 스타벅스 문화가 모호한 진보주의와 미국식 허세가 합쳐진 위선이라 비판받기도 했다. 스타벅스도 문화 아바타만으로는 부족했다. 각 지역 특성과 현지 소비자들의 필요와 욕구를 파악해 현지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파리지앵의 카페 문화는 뉴요커의 테이크아웃 문화와 다르므로 파리 스타벅스는 많은 좌석을 배치해야 했다. 영국 소비자들은 테이크아웃을 좋아해서 영국에는 드라이브스루와 테이크아웃 전용 스타벅스가 많다.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성공한 것도 ‘카페 공부족’ 수용과 현지화 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며 다이어리나 레디백 같은 사은품의 영향도 있다. 보통은 사은품을 선물로 주면 기분 나빠하겠지만, 스타벅스 사은품은 선물로 주고받을 정도로 스타벅스 팬들의 자부심도 크다.
  • ‘사흘의 시간’은 누구 편…원구성 본회의 15일로

    ‘사흘의 시간’은 누구 편…원구성 본회의 15일로

    박병석 의장 “15일 반드시 처리”여야, 법사위원장 두고 배수의 진21대 국회 원(院)구성에 배수의 진을 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12일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사흘의 말미를 얻었으나 추가 협상 전망이 밝지 않다. 박 의장은 오는 15일 다시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하겠다며 여야를 압박했다. 하지만 “더는 양보 없다”는 민주당, “더는 협상 없다”는 통합당 모두 완강한 입장이다. 여야는 이날 오전 최종 협상 테이블에서 체계·자구 심사권을 뗀 법제사법위원장을 민주당이 맡고, 18개 상임위 중 민주당이 11개, 통합당이 7개 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이견을 좁혔다고 알려졌다. 민주당은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추인을 전제로 잠정합의를 했다고 주장하고, 통합당은 애초 합의가 아닌 민주당의 일방적 제안이라고 맞서 진실게임 양상이 전개되기도 했다.민주당은 176석의 의석으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질 수 있는데도 본회의를 단독 강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운다. 15일 본회의 강행 명분을 확보한 만큼 사흘의 말미가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원내 고위관계자는 서울신문 통화에서 “7개의 상임위도 통합당이 원하는 상임위를 내줬다”며 “15일 본회의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잠정 합의로 간주하는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15일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7개 통합당 몫 상임위원장은 추후 분리 선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6월 내 마무리해야 하는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하려면 통합당 몫인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오래 비워둘 수는 없다.반면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늘 제1야당이 해 오던 법사위원장을 공식적으로 양보하는 협상을 할 권한이 없다”며 “가합의, 잠정합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오는 15일 민주당의 18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가능성에 대해선 “완전히 국회를 파탄 내는 결정”이라며 “그렇게까지는 않을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이날 야당 몫 부의장 내정자인 정진석 의원, 상임위원장 후보군인 3선 의원들을 필두로 당내 결속을 다지며 민주당의 ‘의회 장악, 의회 독재’를 부각했다. 통합당은 사흘의 말미 동안 민주당의 이런 행태를 지속적으로 지적하며 여론의 지지를 구할 방침이다. 이날 정 의원은 의원총회 발언과 페이스북 입장문에서 “야당 몫 상임위원장이 비워져 있는데 야당 부의장이 선출되고 본회의 사회를 보는 것 자체가 원구성 협상 투쟁을 희화화시킬 우려가 든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법사위원장을 내어주고 소위 다른 알짜 상임위를 먼저 고르는 유혹을 뿌리친 것만으로도 절반의 승리를 거둔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또 “(민주당이) 176석의 힘을 믿고 자기 입맛에 맞게 역사를 왜곡하고자 행한 오만과 독단을 국민에게 알린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한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통합당 3선 의원들도 “통합당에 법사위원장 배분이 관철되지 않으면 통합당 3선 의원 일동은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차라리 민주당이 강행처리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라는 압박이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주어진 사흘 동안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15일까지 수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주 원내대표는 주말 사이 냉각기를 거친 후 15일이 임박해 각자의 최종 입장을 재확인할 전망이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유럽 유일한 도룡뇽…100년 사는 ‘아기 용’ 올름, 동굴에 첫 전시

    유럽 유일한 도룡뇽…100년 사는 ‘아기 용’ 올름, 동굴에 첫 전시

    유럽 중부에 위치한 슬로베니아의 유명 관광지인 포스토이나 동굴 내 수족관에서 초희귀 도룡뇽이 처음으로 일반에 전시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은 일명 '아기 용' 혹은 '휴먼 피시'로 불리는 올름(olm) 3마리가 이날부터 특별히 제작된 수족관에 전시된다고 보도했다. 길이가 최대 35㎝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올름은 유럽 유일의 도룡뇽으로 이곳 포스토이나 동굴에만 서식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카르스트 동굴인 20㎞ 길이의 포스토이나 깊은 곳에서 수백 만년 동안 인간 몰래 살아왔던 것. 흥미로운 것은 올름의 외모와 수명이다. 마치 새끼 용처럼 보이는 올름은 피부색이 인간과 비슷하며 수명도 무려 100년에 달해 휴먼 피시라고도 불린다. 특히 올름은 극단적으로 먹이가 부족한 동굴에서 오랜 시간 살아왔기 때문인지 10년 동안 먹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다.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전시되는 올름들은 지난 2016년 부화한 21마리 중 3마리로, 하루에 단 30명 만 관람이 허락된다. 슬로베니아 당국이 갑자기 올름을 수족관에 넣어 전시하는 이유는 있다. 과거 포스토이나 동굴은 유럽 최대 규모인 연간 70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였으며 '효자'는 바로 올름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개월 간 동굴 역시 폐쇄되며 큰 재정적 타격을 입었다. 특히 최근 슬로베니아는 유럽연합(EU) 가입국 중 가장 먼저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 이에 발맞춰 슬로베니아관광청도 11일 관광산업 활동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곧 코로나19로 끊긴 관광객을 유혹할 '무기'로 올름이 활용되는 셈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반년 코인 투자해 새 벤츠 뽑았어요”… 집안 기둥 뿌리 뽑힙니다

    “반년 코인 투자해 새 벤츠 뽑았어요”… 집안 기둥 뿌리 뽑힙니다

    ‘월 400~500% 수익, 저도 반년만에 벤츠 뽑았어요.’, ‘400만원 투자로 3000만원 수익 달성.’ 고수익 보장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유혹하는 사업이 사기인지 ‘찐’ 사업인지 구별할 방법은 무엇일까. 법조계와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터무니없는 수익률과 원금 보장을 약속하는 업체는 사기 확률이 100%라고 경고한다. 이지은 법무법인 리버티 변호사는 9일 “어떤 투자이든 허황된 수익을 내세울 땐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 지인 따라 무작정 투자도 위험하다”고 당부했다. 암호화폐 사업자가 코인 발행 시 작성하는 사업계약서인 ‘백서’는 기본으로 확인해야 한다. 블록체인 마케팅 업체 TEMPi 김우찬 대표는 “백서를 읽어 봐서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사업과 벗어난 내용만 있을 경우 투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백서에는 암호화폐 사업 목표와 계획 등이 담긴다. 사기 업체의 짜깁기 백서도 주의해야 한다. ‘후원수당’, ‘매칭수당’, ‘롤업수당’ 등을 거론하며 회원 모집 시 보상을 약속하는 사업은 금융피라미드 사기의 확률이 높다. 다단계 사업이 무조건 사기는 아니다. 다단계 회사는 설립 조건이 까다로울뿐더러 현행법상 공제조합에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업체 측에서 후원수당을 거론한다면 공제조합 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박성원 법무법인 이로 변호사는 “사기 업체 대부분이 대규모 사업설명회를 연 다음에 소규모 그룹 식으로 나눠 다시 설명하는 형식을 취한다. 소개한 사람은 수당을 받고 투자자들은 계약서만 보고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면서 “이 같은 형식의 사업설명회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약청 인증을 받았다’, ‘국내 항공사와 협약을 맺었다’는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대기업, 유명인을 거론하며 사업을 선전하는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 해당 기관이나 파트너로 거론된 대기업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블록체인 컨설팅사 관계자는 “투자설명회에서 외국 업체와 파트너 협약을 맺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돈을 주고 명의만 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업체 대표나 경영진의 이력도 꼼꼼히 따지고, 업체나 대표가 거론된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가 신뢰할 만한 매체인지 살펴야 한다. 자체 코인을 만들어 자체 거래소에 상장 혹은 상장 예정 식의 광고 업체는 피해야 한다. 코인 업계 관계자는 “20분이면 코인을 만들 수 있다. 거래가 있는 것처럼 차트를 만드는 것도 수수료 몇 만원만 내면 손쉽게 조작이 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체 거래소를 만든다는 업체는 무조건 투자 후보에서 제외하라”고 조언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코인 브로커 강남팀·홍대팀, 오늘도 청춘의 지갑 노린다

    코인 브로커 강남팀·홍대팀, 오늘도 청춘의 지갑 노린다

    강남팀·홍대팀으로 불리는 숨은 기획자카톡·인스타 등 통해 20~30대에 접근 신규 코인 언급하며 수십배 수익 약속 15억 피해 A씨 “이름 바꿔 활발 영업”“자신들을 홍대팀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지역마다 강남팀, 강북팀도 따로 움직인다고 했어요.” 암호화폐 투자금 모집책으로 활동했던 A(33)씨는 2017년 그들을 처음 만나 1년여간 코인 사기 작업을 했다. 20~30대 남녀 각 2명으로 구성된 홍대팀은 A씨에게도 거래소 상장을 앞둔 신규 코인(암호화폐)을 대량 확보해 주겠다고 자신했다. ‘불장’(코인 시세 급등기)이 절정을 달리던 시점으로 최대 수십배 이상의 수익을 장담했다. 하지만 신규 코인은 약속한 물량의 4분의1밖에 받지 못했다. 지인들 돈까지 모아 홍대팀에 차용증 없이 넘긴 15억원은 휴지 조각이 됐다. A씨는 사기로 형사고소했지만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A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결별한 후 지금까지도 홍대팀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9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암호화폐 금융사기 사건에는 현재도 여러 개의 ‘홍대팀’이 활동하고 있다. 주 표적은 20~30대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벤처캐피탈(VC)사’ 혹은 ‘총판’으로 부른다. 홍대팀, 강남팀은 VC끼리 부르는 명칭이다. VC들은 현재도 서울 강남 테헤란로와 홍대를 중심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등에서 2030을 코인판에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 현재 국내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400여개로 난립 중이다. A씨가 계약서나 차용증 없이 15억원을 건넬 수 있었던 건 홍대팀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 때문이었다. A씨는 “불장기에 상장된 코인들마다 엄청난 수익이 발생한 데다 홍대팀과 작업하면서 이들에게서 수차례에 걸쳐 수억원 어치의 코인 수익을 나도 챙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8년 비트코인을 필두로 암호화폐 시세가 폭락하면서 VC의 영업 양상도 바뀌었다. A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접촉이 체계화됐다고 말한다. 다단계 암호화폐 투자 업체인 ‘T사’의 VC들은 주로 텔레그램 방 운영자로 코인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청년들을 접촉한다.서울신문이 블록체인 보안전문업체 S2WLAB과 피해자들이 제보한 T사 관련자들의 전자지갑 주소 3개를 추적한 결과 투자금 일부가 국내 대형거래소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지갑 3개의 거래는 2018년 7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발생했다. 3개 지갑에 이더리움(암호화폐)으로 분산된 거래자금 규모는 현 시세로 118억원어치였다. 그러나 VC들이 암호화폐를 현금화했는지의 여부는 거래소에서만 확인 가능하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금융사기 피해자들의 투자 금액이 국내 거래소에 남아 있다면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판결 결과에 따라 일부라도 피해 금액을 환수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수익 유혹에 전자지갑으로 코인 전송 “이거 다른 데 새나가면 우리 프로젝트 망하는건데, 진훈씨니까 믿고 알려 주는 거야. 절대 다른 곳에 이야기하면 안 돼.” 대기업 해외 영업직으로 일하다 지난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팀장으로 이직한 김진훈(38·가명)씨는 거래소의 공동대표였던 최모(30)씨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시세 조작을 준비 중인 신규 코인을 미리 구매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얘기였다. 김씨는 최씨가 말한 대로라면 최소 두 배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봤다. 김씨는 지난해 6월 1500만원어치의 이더리움 40개를 최씨가 알려준 전자지갑으로 전송했다. 그러나 김씨가 받은 코인은 상장 이후 폭락해 큰 손해만 봤다. 김씨는 “대표라는 사람이 설마 직원에게까지 사기를 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돈도 잃고 결국 직장도 퇴사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최씨는 업계에서 소문난 ‘VC’ 출신이다. 김씨는 최씨를 전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점심이나 저녁 식사로 인당 5만~10만원에 달하는 음식값을 척척 계산하면서 돈이 많다는 사실을 넌지시 노출했다. 김씨가 회식 자리에서 2차로 초대된 대표의 강남 아파트에는 명품백 10여개가 놓인 진열장이 있었다. 김씨는 “수천만원이 넘는 롤렉스 시계를 차고 고급차인 포르셰를 타고 다녔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무의식 중에 ‘너도 나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 주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세조작 투자는 피해 보상받기 어려워 대표 최씨는 그동안 암호화폐로 벌어들인 수익을 자랑하곤 했다. 김씨는 “정보만 있으면 대표처럼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확신에 빠진 순간 최씨가 투자 정보를 흘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표가 한 말을 토씨 하나까지 기억한다. “나도 친구들도 수천만원씩 투자했어요. 오늘이 투자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세요.” 김씨는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현재도 거래소 대표인 최씨에 대한 고소(사기 혐의)를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사건 이후 만나게 된 피해자들이 모두 최씨로부터 ‘너에게만 주는 정보’라는 똑같은 말을 들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VC들의 먹잇감은 20~30대 젊은층이다. 오히려 암호화폐에 대한 지식 습득이 빠르고 그만큼 “나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강렬한 자신감과 자기 확신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VC들은 암호화폐 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 고수익이라는 달콤한 미래를 앞세워 청년층을 현혹한다. 구태언 변호사는 “암호화폐 투자사나 거래소의 시세 조작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투자하는 것은 투기나 도박과 마찬가지”라며 “피해를 입어도 법적인 보상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 신라의 랜드마크… 텅 빈 폐허, 꽉 찬 위용

    신라의 랜드마크… 텅 빈 폐허, 꽉 찬 위용

    삼국시대 국력이 가장 약했던 신라인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세 가지 보물이 있었다. 황룡사 장육존상과 진평왕의 옥대 그리고 황룡사 9층탑이니, 두 가지나 가진 황룡사야말로 국보 중 국보였다. 경주의 황룡사는 진흥왕이 시작해 선덕여왕까지 90여년 동안 건설한 신라 최대의 국가적 사찰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세 나라가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던 전란의 시대였다.●황룡사의 정치사 “553년 월성 동쪽에 새로운 궁궐을 짓게 했는데 그곳에 황룡이 나타났다. (진흥)왕이 기이하게 여겨 계획을 바꾸어 절로 만들고 황룡사라 했다.” 사실만을 다루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이다. 후일 자장율사가 통도사를 세울 때도 용 9마리가 방해했다니 용은 과연 누구인가. 용의 출현을 기존 귀족들의 반발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귀족들의 연합체로 출발한 세 나라에서 왕권이 귀족권을 제압해 가는 과정이 바로 고대국가 형성 역사였다. 불교는 왕권 강화를 위한 강력한 문화적, 사상적 수단이었다. 고구려와 백제의 왕실은 4세기에 불교를 수입해 왕권 강화와 고대국가 성립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반면 신라는 150여년 늦은 527년 법흥왕 대에 불교를 공인했다. 여전히 귀족의 세력이 강했고 왕권 확립은 더뎠다. 법흥왕의 뒤를 이은 24대 진흥왕(534~576·재위 540~576)은 신라의 기틀을 다졌다. 543년 한강 유역에 진출하고 이듬해 국가의 운명을 건 관산성 전투에서 백제 성왕을 전사시키는 대승을 거두었다. 동시에 대내적 왕권 강화를 위해 새 왕궁을 건설하려다, 여전히 유력한 귀족들의 반발에 국찰 건설로 방향을 틀었다. 574년 철 5만 7000근으로 황룡사 장육존상을 주조하고 금 3만푼으로 도금했다. 800여년 전 인도의 아소카 대왕이 이 재료들을 배에 실어 보낸 것이라는 전설 같은 여론도 조성했다. 진흥왕은 불법을 수호하는 전륜성왕이 됐고 황룡사는 왕권에 신성함까지 더해주는 강력한 상징이 됐다.26대 진평왕은 아예 “왕이 곧 부처”라는 신앙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신은 석가의 부친이고 왕비는 생모인 마야부인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부처가 될 왕자가 없어 덕만공주를 후계로 삼았으니, 최초의 여왕인 27대 선덕여왕(재위 632~647)이다. 재위 16년간은 불안과 위기의 시간이었다. 여왕은 칠숙의 난 직후에 즉위해 상대등 비담의 난 도중에 세상을 떠났다. 대야성 전투 때 백제에 패해 40여개 성을 잃었고 당나라 편을 들어 3만 대군을 고구려에 출병했으나 큰 손실로 민심을 잃었다. 당대 영웅인 고구려 연개소문이나 당 태종은 도움 요청을 “여자가 왕이라서…” 하며 국제적으로 무시했다. 흔들리는 왕권을 지켜준 것은 김춘추의 정치력과 김유신의 군사력, 그리고 자장율사의 종교적 힘이었다. 여왕과 사촌 간인 자장은 불사리를 봉안한 사탑 10여곳을 건설하고 승려 등록제를 시행해 교단을 장악했으며 중국식 관복을 도입해 관료 사회를 조직화했다. 643년 황룡사에 9층탑을 건설하면 주변국들이 여왕을 받들 것이라고 왕실을 설득했다. 그러나 후진국 신라에는 초고층 목조건축을 건설할 능력도 자원도 없었다. 적국인 백제에 비단과 보물을 싸들고 가 도움을 청했다. 그 직전 미륵사 목탑을 완공한 백제는 건축가 아비지와 200여명의 기술자를 파견했다. 우여곡절 끝에 신라 최고의 랜드마크인 황룡사 9층탑이 탄생했다. ●궁궐에서 사찰로, 폐허로 수십 년간 발굴 조사 결과 가람은 3단계에 걸쳐 발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창건가람 때부터 중금당 좌우로 동서금당을 나란히 세웠다. 3금당 사이에 남북 익랑을 설치해 3개의 마당을 구획했다. 장수왕이 건설한 고구려의 안학궁과 같이 확연한 궁궐 형식이었다. 거의 완공 단계였던 새 왕궁은 사찰로 용도를 바꾸면서 익랑을 철거해 큰 하나의 마당에 3개의 금당만이 나란하게 됐다. 선덕여왕이 9층 목탑을 세워 중건가람을 완성했다. 창건가람은 중금당에 봉안한 장육존상이 중심이었다면, 중건가람은 단연 거대한 9층탑이 중심이 됐다. 신라 말로 추정되는 최종가람은 경루와 종루를 설치하고 남행랑을 연장해 사역을 확대했다. 황룡사는 동서 288m, 남북 281m, 2만 5000여평의 거대한 대지 위에 자리했다. 외곽으로 담장을 두르고 중심 영역에는 회랑을 둘렀다. 남북 중심축 위에 남문, 중문, 9층탑, 중금당, 강당을 일렬로 세웠다. 중금당 좌우로 동서금당을 두었고 동서금당 앞쪽엔 경루와 종루를 세웠다. 회랑 바깥과 외곽 담장 사이에는 승방과 부속 생활시설의 터들이 남아 있다. 황룡사는 1238년 고려를 침공한 몽골군이 불태워 폐허로 남았다. 그러나 폐허의 규모만 봐도 대단했던 그 위용을 느낄 수 있다. 중금당은 9×4칸의 몸채에 사방으로 한 칸씩 처마 공간을 덧붙인 특이한 건물이었다. 내부 면적 420평, 2층 내지는 3층의 초대형 건물이었을 것이다. 그 유명한 장육존상을 봉안했던 큰 대좌석들이 남아 있다. 불상 키가 1장 6척이었다니 5m에 가까웠고 실내 높이는 그 두 배로 추정한다. 동금당은 9×6칸, 서금당은 7×4칸으로 크기가 서로 다르다. 다른 시기에 만들었기 때문이다. 불상 대좌가 없어 확실한 기능도 추정하기 어렵다. 경루와 종루는 각각 5×5칸의 정사각형 건물로, 신라 사찰 특유의 유형이다. 종루에는 754년 제작한 대종이 걸려 있었다. 현존하는 성덕대왕신종의 4배 크기였다고 한다. 몽골군이 이 종을 탈취해 토함산 너머로 운반하다 강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래서 대종천이라는 하천에서 때때로 종소리가 들린다고 한다.●9층탑, 정치적 상징에서 도시적 상징으로 황룡사 9층탑의 높이는 225자, 건립 당시의 고려 척으로 환산하면 80여m에 달한다. 보통 아파트 27층 높이다. 우리 역사상 존재했던 최고 높이의 목조 건물이었다. 현존하는 중국 잉셴의 불궁사 5층탑은 67m, 일본 최고인 토지 목탑도 55m, 한국 5층 목탑인 법주사 팔상전은 23m에 불과하다. 아무리 큰 황룡사라 하지만 사찰 안에 품기에는 높아도 너무 높았다.촌락 연합체였던 사로국이 고대국가 신라로 성장하면서 기존 경주의 도시구조도 재편할 필요가 있었다. 이른바 방리제의 시행이었다. ‘방’이란 바둑판같이 구획한 도시 블록이고 ‘리’란 방 외곽의 자연부락이다. 법흥왕은 흥륜사를 1방의 크기로 창건했고 이를 기준으로 방들을 확대해 나갔다. 진흥왕은 4개의 방을 합쳐 황룡사 터를 조성했고 그 남쪽 변에 50m 폭의 동서간선로를 개설했다. 단순한 국찰의 조성이 아니라 왕권 강화, 불교 진흥, 도시 정비 등 다목적 포석이었다. 선덕여왕은 여기에 더해 9층탑을 세웠다. 자장은 탑을 세우면 9개 나라가 복속할 것이라 유혹했다. 일본, 중국, 오월, 탐라, 백제, 말갈, 거란, 여진, 고구려 등 모든 주변국이었다. 물론 취약한 왕권을 보완할 내부 통합용이자 대외 과시용이었다.9층탑 건립 이후로 신라는 삼한 통일을 이루었고 경주는 유수한 국제도시로 발전했다. 전성기였던 8~9세기에 경주는 17만 8936호, 인구 90만명에 육박했다. 1360방과 55리의 행정구역을 가진 초거대 도시였다. 9층탑은 경주를 에워싸는 4개의 산인 소금강산, 명활산, 남산, 선도산의 정중앙에 서 있었다. 위치로나 높이로나 명실상부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됐다. 정치적 상징물로 탄생했지만 도시적 상징, 국가적 상징으로 성장한 것이다.신라인들은 또 하나의 9층탑을 경주 남산 탑골 바위에 새겨 두었다. 가운데 높은 심주, 지붕 꼭대기 상륜부, 각층 처마 끝에 달린 풍경까지 목탑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현재의 경주인들도 사라진 이 탑을 여전히 도시의 상징으로 여긴다. 황룡사가 사라진 지 800여년이 지난 지금, 복원 논쟁이 뜨거운 이유다. 세계 최고의 목탑을 복원한다면 국제적인 명소가 돼 관광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다. 반대 의견도 강하다. 지상 구조를 유추할 물증이 없어 복원 자체가 불가능하며 제자리 복원은 그나마 남은 유적을 파괴하는 행위다. 아직 결론은 없고 연구만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곳곳에 유사 9층탑들이 세워졌다. 기업연수원인 황룡원에 세운 중도타워는 강철제 9층탑이다. 경주엑스포공원의 경주타워는 강철구조물 안에 9층탑 실루엣을 음각으로 파낸 모습이다. 황룡사 9층탑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되살아날 것이다.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In&Out] 21대 국회, ‘촛불 민의’가 나침반이다/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In&Out] 21대 국회, ‘촛불 민의’가 나침반이다/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1대 국회가 문을 열었다. 20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4년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안고 닻을 올렸다. 광장의 촛불은 국회가 정치개혁을 통해 새로운 한국 사회를 만들어 가기를 갈구했다. 그러나 담장 너머의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국회 울타리 안에서 정쟁과 이념 대립, 진영 논리의 구태 정치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28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 참여를 통해 유권자들은 준엄한 경고와 함께 희망의 입법 지형을 만들었다. 탄핵과 촛불의 민의가 반영된 국회로 바꾼 것이다. 국민이 총선에서 보여 준 의사는 분명하다. 보수 야당에는 엄중한 경고장을 날리고,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에는 더이상 야당 탓 하지 말고 ‘제대로 개혁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식물국회, 동물국회, 농성과 파행의 국회가 아니라 일하는 국회, 국민의 삶과 권리를 지켜 주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하는 간절함이 담긴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세계적 위기상황 속에서 대장정을 시작한 21대 국회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민생은 풍전등화처럼 위태롭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위기의 극복에 여야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대화와 협치만이 코로나 위기를 벗어나게 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당장 코로나19의 위기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어려워진 민생, 마이너스 경제를 살리는 일에 성과를 내야 한다.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시급하고 필수적인 입법임에도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하고 폐기된 산적한 과제들을 처리해야 한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이 공약했던 정책과 여야 정당들이 총선에서 제시한 입법 과제를 21대 국회에서 우선해서 처리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 필요성과 시급성이 더해진 빈곤과 불평등한 세상 바꾸기가 최우선 과제다. 실업부조의 보장과 고용보험 확대 등 사회안전망 구축, 산업안전 확보, 자산불평등 해소와 서민 주거 안정, 공수처 설치와 경찰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은 유권자의 엄중한 주문이다. 바로 ‘일하는 국회’, ‘개혁하는 국회’가 21대 국회의 좌표여야 한다. 대화와 협치가 이를 가능케 한다. 그러나 출범부터 삐거덕거린다. 여당은 상임위원장을 다 차지하겠다는 엄포를 내뱉으며 야당 없이 개원을 강행했다. 거대 여당은 시작부터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는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일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왜소해진 야당도 투쟁과 대립의 무기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할 것이다. 4년 내내 양당 체제가 갖는 한계를 노정시킬 우려도 있다. 개원 전부터 ‘의회독재’, ‘히틀러식 법치독재’라는 거친 표현이 튀어나오는 게 그 징조다. 20대 국회가 도돌이표에 맞춰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여당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을 잘 가려야 한다. 지금의 의석수는 4년 내내 고정불변이 아니다. 언제라도 민심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겨 두어야 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