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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선거브로커 철저히 뿌리뽑아야

    돈 안드는 선거와 깨끗한 선거는 시대적 요구다.이 시대적 요구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돈을 안주고 안받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하고,불법을 감시하는 선거관리 기관이나 시민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그런데 최근 선관위에 ‘선거 브로커’가 적발됐다.선거운동원을 확보하고 있으니 1인당 일당 13만원씩 돈을 달라고 요구하고 착수금을 받았다는 것이다.다행히 브로커는 잡혔지만 다른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국회의원 선거일이 20여일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지금 정치권과 사회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불법 사례들은 과연 우리가 공명 선거를 실천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을 안겨준다.얼마 전 선거 후보자측이 돈봉투를 돌렸다가 받은 사람의 신고로 후보직을 사퇴했고,신고한 사람은 받은 돈의 50배에 이르는 포상금을 받았다.또 후보자측으로부터 식사를 대접받은 유권자는 그 밥값의 50배를 과태료로 물게 됐다.이번에 개정된 선거법은 깨끗한 선거를 위해 금품을 주거나,받는 경우에 대해서는 그 처벌이 단호하다.불법으로 판정될 경우 후보자의 당선 무효 등 불이익은 물론,금품을 제공받은 유권자도 엄한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개정된 정당법에 따라 정당의 지구당이 없어졌기 때문에 후보자측은 등산모임이나 동창회 등 불법 사조직을 동원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후보자들도 이런 유혹을 뿌리쳐야 하지만 선거를 틈타 후보자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악덕 브로커는 이번 기회에 그 뿌리부터 단호하게 잘라내야 한다.깨끗한 선거풍토 조성을 위해선 정부 및 사정기관의 엄격하고 단호한 법 집행 및 공명선거 의지가 중요하지만,그 실천과 성공 여부는 시민들의 감시와 신고 등 공명선거 동참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할리우드는 매춘부를 좋아해

    지난 1일 시상식을 가진 7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의 영예는 ‘몬스터’에서 애처로운 매춘부 역할을 한 샤를리즈 테론이 차지했다.매춘부는 역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도 심심찮게 여우 주연상을 안겨준 캐릭터였다. 그렇다면 왜 영화계는 ‘거리의 여인’에게 유독 관심을 보내고 있을까. 타임지의 저명 영화 칼럼니스트 리처드 콜리스는 해석했다.“인생 막장을 살고 있는 그녀들의 삶은 관객들에게 동정 어린 눈물샘을 자극시켜 최루성 드라마의 묘미를 만끽시켜 주고 동시에 남성들이 행한 은밀하고 추악한 행태에 대해 영화속에서나마 속죄하고 싶은 욕구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매춘부역으로 아카데미 수상의 첫 테이프를 끊은 주인공은 60년대 은막의 미녀 엘리자베스 테일러.어려서 부친을 여의고 13세 때 성적 폭행을 당한 글로리아.생계를 위해 콜걸로 나선다. 그러다 아내와 불화를 겪고 있는 변호사 웨스턴(로렌스 하비)과 만나 생에서 처음 남자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기쁨을 느낀다.그러나 그것도 잠시.어느 날부터 냉담해진 웨스턴의 태도를 보고 버림받았다고 생각해 자동차에 몸을 던진다.이같은 내용의 ‘버터플라이 8’은 테일러에게 1961년 여우상을 안겨 준다. 비록 수상의 영예는 차지하지 못했지만 줄리아 로버츠를 1991년 아카데미 여우상 후보로 등극시켜 준 작품이 ‘귀여운 여인’.뉴욕 월스트리트에서 기업 인수 합병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냉혹한 사업가 에드워드(리처드 기어).그는 환락의 도시 LA에서 우연히 만난 창녀 비비안(줄리아 로버츠)에게 1주일 동안 사업 동반 파트너로 계약한다.하지만 만날수록 비비안에게 묘한 매력을 느낀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물적인 풍요를 적극 활용해 그녀를 기품있고 세련된 여성으로 환골탈태시켜 사랑의 포로로 만들어 버린다.신데렐라 스토리를 담아 남녀 모든 관객들의 절찬을 받았다. 스웨덴 출신 그레타 가르보를 1938년 여우상 후보로 진입 시켜준 작품이 ‘춘희’.농부의 딸로 태어난 마가리타는 후견인의 꼬임에 빠져 화류계에 진출했다가 아만드(로버트 테일러)를 만나 뜨겁게 사랑하게 되지만 불치병에 걸려 그만 목숨을 잃게 된다. 남아공 출신의 샤를리즈 테론을 할리우드 톱 스타 반열에 올려준 ‘몬스터’는 플로리다 고속도로 주변에서 매춘에 나섰던 에이린이 결국 사형수로 전락한 비극적 사연을 담은 실화극. 평상시와 같이 20달러를 벌기 위해 한 남자의 차에 동승해 어두운 숲속으로 들어간다.그곳에서 변태적인 남자 손님에게 죽음에 가까운 린치를 당하자 살아 남기 위해 차안에 있던 권총을 이용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이후 그동안 누적됐던 남자에 대한 분노감이 폭발,성적 유혹에 걸려든 남자를 차례로 살해한다.이렇게 해서 희생된 이가 모두 7명.에이린은 결국 2002년 9월 처형된다. 교수대로 향하는 그녀는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고 주장한다.생계를 위해 남성에게 값싼 웃음과 몸을 팔았던 중년 여인 에이린.처형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는 고개를 돌린다.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간 장본인은 바로 객석의 남성이라고 질타하는 것처럼.˝
  • 동백의 천국 거제 지심도

    꿈속에서 그리던 님이 오신다는 소식이라도 들었나 보다.오솔길 바닥엔 마치 누군가 새벽 바람에 나와 뿌려놓은 듯 이슬도 채 마르지 않은 동백 꽃송이들이 촘촘하다. 지심도(只心島).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음심(心)자를 닮았다는 거제의 작은 섬이다.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리에 자리잡은 이 섬을 사람들은 동백섬이라고 부른다.10만평 남짓한 섬을 동백숲이 가득 덮고 있기 때문이다.거제의 섬하면 대부분의 외지인들은 화려하게 가꾼 외도를 가장 먼저 꼽지만,정작 사람의 손을 거의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섬 지심도를 아는 이는 드물다.폭풍주의보가 떨어져 하룻밤을 기다린 끝에 어렵게 지심도행 배에 올랐다. “동백이 좋다고 해 왔어요.지난해 태풍 때문에 숲이 많이 망가졌다고 하는데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대전에 살고 있다는 최민자(38)씨는 자연 그대로의 섬이란 이야기를 듣고 왔다고 했다.50여명 정원의 배에 탄 손님은 총 5명.이중 2명의 남자는 바다낚시를 하러 온 듯 낚싯대를 메고 있다.지심도는 바다낚시 명소로 알려져 있다. 20여분 만에 닿은 지심도 선착장에선 태풍으로 훼손된 시설 보수가 한창이다.선착장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길 양쪽엔 동백숲이 가득 들어차 있다.발에 차이는 게 동백꽃이다. 지심도 동백은 12월부터 피기 시작해 4월 말에 모두 진다.언제라도 꽃을 볼 수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자태는 이맘때,3월에 볼 수 있다.한겨울엔 꽃망울을 잘 터뜨리지 않는데,이는 꽃이 얼어버리면 열매를 맺을 수 없음을 동백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을 지나 오솔길을 따라 섬 일주에 나섰다.마을이라고 해야 총 12가구뿐이다.그나마 선착장 입구에 대여섯가구,나머지는 섬 동쪽인 세끝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동백숲이 이어지는 오솔길은 컴컴하다.팔뚝만한 것부터 아름드리까지 수십년에서 수백년 나이의 동백나무가 하늘을 덮고 있기 때문이다.중간중간 숲이 끊어지며 파란 하늘이 드러나면 봄기운을 머금은 바닷바람이 온몸에 스며든다. 동백숲이 없는 편평한 곳엔 유자나무가 많다.섬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가꾸는 과수원이다.하지만 지난해 열매가 열렸다가 미처 자라기도 전에 얼어버린 것이 꼭 말라버린 탱자 같다. 지심도엔 동백뿐만 아니라 후박나무,소나무,팔손이풍란 등 37종에 이르는 수목이 어우러져 산다.그중 70%는 동백숲이 차지하고 있다.또 드문드문 울창한 대숲이 자라고 있어 산책길이 한층 호젓하다. 섬 가장자리는 깎아지른 절벽이 둘러싸고 있다.오솔길 중간중간 절벽으로 이어지는 길이 몇 군데 나오는데,절벽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절벽은 마치 병풍처럼 섬을 두르고 있다.아찔한 벼랑 아래로 파도가 철썩거리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풍광이 장관이다.한겨울 동안 검은 빛을 내던 물색이 이젠 연한 청색의 완연한 봄빛깔을 띤다. 갯바위에선 태공 두명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가까이 가보니 조금전 배에서 보았던 이들이다.아직 한 마리도 못 잡은 모양이다. “쉬러 왔습니다.물고기는 그냥 덤이고요.경치가 좋아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가슴이 시원해요.” 경기 일산 신도시에서 안경점을 운영한다는 이민성씨는 물고기엔 관심 없다는 듯 평평한 갯바위에 비스듬히 누워 장난만 친다.바위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고적하면서도 멋진 바다풍경에 취해 일어나기가 싫다. 지심도는 벼랑 아래 모든 곳이 낚시 포인트로 알려질 정도로 고기가 잘 낚인다고 한다.이날은 파도가 세 입질이 영 시원치 않은 것 같다.요즘 잘 잡히는 물고기는 망상어와 도다리.그러고 보니 아까 선착장에서 몇몇 낚시꾼이 그 자리에서 잡은 도다리로 회를 쳐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던 것이 기억난다. 섬을 돌다보니 일제 강점기때 일본군이 사용했던 콘크리트 시설들이 눈에 띈다.포를 설치했던 진지,탄약고,서치라이트 터 등이 비교적 손상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일본군은 1935년 섬에 살고 있던 10여가구를 강제로 쫓아내고 군대를 주둔시켰다고 한다. 지심도는 거제도 남해 동남쪽 끝 섬으로,대마도 12마일 서쪽 공해상에 위치해 있다.따라서 선박들이 오가는 것을 훤히 볼 수 있어 예전부터 전략상 중요한 섬이었다고 한다.지금의 주민들은 광복 후 일본군이 철수하면서 들어온 사람들이다. 섬을 거의 한바퀴 돌아 세끝마을 가까이 오니 매화나무가 꽃을 활짝 피운 채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밑동이 꽤 굵은 것이 수령이 50년은 족히 넘을 것 같다.대여섯 그루밖에 안 되지만 워낙 나무가 크다 보니 꽃의 화려함이 웬만한 매화밭 못지않다. 지심도는 해안 둘레가 4㎞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다.일주도로를 따라 천천히 산책을 하고,중간중간 해안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가 비경을 구경하면서 돌아도 2∼3시간이면 충분하다.하지만 비단폭처럼 예쁜 절벽 아래 앉게 되면 이같은 시간은 무의미하다.섬 안엔 변변한 식당도 없으니 웬만하면 소풍가는 기분으로 먹을거리를 챙겨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꼭 맛보세요 장승포항 주변에 해물탕과 해물뚝배기집이 많다.해물뚝배기 하면 제주가 유명하지만,이곳 역시 맛과 푸짐함에서 뒤지지 않는다. 여객선터미널 앞에 늘어선 식당중 ‘혜원식당’(055-681-5021)이 찾을 만하다.큼지막한 뚝배기에 해물을 가득 담아 끓여내 온다. 꽃게와 딱새우,홍합,맛조개,바지락 등 10여가지가 들어간다.내용물 하나하나가 큼직큼직해 하나씩 까먹는 맛이 쏠쏠하다.나물과 파전 등 밑반찬도 전라도 지방 못지않게 푸짐하고 맛깔스럽다.해물뚝배기 1인분 1만원,해물탕과 꽃게탕은 냄비 크기에 따라 2만∼3만원. 지심도에서 나올 때 배 시간이 여유가 있다면 선착장 앞에서 싱싱한 해삼,멍게 맛도 보자.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의 아저씨가 썰어주는 해삼맛이 그만이다.1만원짜리 1접시면 소수 1병 곁들여 둘이서 먹을 만하다. 거제에 가려면 반드시 통영을 지나게 마련.통영 시내에 들르면 미식가들을 유혹하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우선 통영관광호텔 앞에 멸치요리 전문점인 ‘멸치마을’(645-6729)이 있다.멸치 회무침,멸치밥을 주메뉴로 내놓는다.회무침은 갓 잡은 멸치 살을 발라내 미나리 등 몇가지 야채와 초고추장으로 버무린 요리.매콤새콤한 맛과 입에서 살살 녹는 멸치살의 감칠맛이 일품이다. 요리의 포인트는 멸치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는 것.이 식당에선 잘 삭힌 사과식초에 고추장과 몇가지 첨가물을 넣어 만든 초장으로 비린내를 말끔히 없앴다.1접시(1만 5000원)면 3∼4인이 먹을 만하다. 멸치밥은 솥에 쌀과 멸치를 넣고 짓는다.밥이 다 되면 잘 저어 대접에 담아 양념간장을 쳐서 비벼먹는다.신기하게도 멸치 비린내 대신 고소한 맛이 나고,멸치 씹히는 맛이 독특하다.1인분 7000원.통영시내엔 이밖에도 굴밥 전문집으로 ‘향토집’(645-4808),‘호동식당’(645-3133)이 유명하다.또 충무김밥을 내는 곳이 많은데,그중 ‘한일김밥’(645-2647)의 김밥 맛이 좋다. ●가는 길 서울에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 및 대전∼진주 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를 차례로 갈아타고 사천IC에서 빠져야 한다.여기까지만 4시간 정도 걸린다.나들목에서 빠지면 우회전해 3번 국도를 타고 10분쯤 가다가 33번,14번 도로로 차례로 갈아타고 통영·거제 방면으로 계속 가야 한다.현재 4차선으로 도로확장 공사가 진행중인데,상당 부분 공사가 끝나 이용에 불편함이 없다.사천IC에서 장승포항까지는 2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서울 남부터미널(02-521-8550)에서 장승포 시외버스터미널까지 하루 6회 버스가 출발한다.6시간 소요.부산 사상터미널,대전 동부터미널에서도 버스가 있다.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타면 지심도행 배가 떠나는 선착장까지 기본요금에 갈 수 있다.배는 아침 8시,낮 12시30분,오후 4시, 3차례 운행된다.손님이 많으면 증편되기도 한다.배편 문의 017-577-1555. ●숙박 지심도 내 12가구에서 민박이 가능하다.문의 (055)682-2233.거제시내 에드미럴관광호텔(687-3761),거제관광호텔(632-7002),거제유스호스텔(632-7977) 등이 묵을 만하다.온천욕과 찜질을 하고 싶다면 거제시 신현읍 양정리의 거제해수온천(638-3000)을 찾아보자.지하 800m 에서 용출되는 약알칼리성 온천수를 이용한 실내온천과 노천온천 풀장,찜질방 등을 갖추고 있다. ●가볼 만한 곳 외도와 해금강,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등에도 들러보자.지심도가 사람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섬이라면 외도는 사람 손에 의해 잘 가꾸어진 섬이다.고 이창호씨와 부인이 1976년부터 조성한 해상농원으로,산책을 겸해 다양한 아열대 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장승포항이나 구조라 선착장에서 외도~해금강 코스 유람선을 탈 수 있다. 해금강은 ‘바다의 금강산’이란 이름처럼 다양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사자바위,부처바위,촛대바위 등 기이한 암석들과,동서남북으로 통하는 해로로 연결된 십자동굴,일출과 월출로 유명한 일월봉 등이 볼 만하다.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한국전쟁 당시 17만명의 인민군,중공군 포로를 수용했던 곳에 조성돼 있다.포로 설득관,디오라마관,탱크 전시관 등이 있으며,실감나는 음향과 조형물,홀로그램 등을 통해 당시의 모습을 이해하기 쉽게 재현해 놓았다. 글 지심도(거제) 임창용기자 sdragon@˝
  • [오늘의 눈] ‘신화의 유혹’을 경계하라/주병철 경제부 차장

    요즘 시장에서 ‘역시 이헌재다.’라는 말들이 많이 나돈다.지난 12일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우려됐던 경제불안이 이헌재 부총리의 발빠른 행보로 수그러들면서 시장주변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 부총리는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부처 가운데 가장 먼저 간부들을 소집해 “동요하지 말고 직분에 충실하라.”고 지시하는가 하면,국내발(發) 불안의 해외 전이를 막기 위한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았다.‘시장을 아는 사람이 시장이 원하는 것을 안다.’는 평범한 원리를 각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경제관료들 사이에서도 그에 대한 평가는 남다르다.한 간부는 “이헌재가 하면 뭔가 다른 게 있다는 묘한 믿음 같은 것이 시장에 퍼져 있다.”고 했다.경제는 심리라는 점을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한다.그래서 ‘이헌재의 말’ 한마디는 시장에 중요한 메시지로 이어지고,그 말이 적절하게 먹혀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과 관가에서 불러대는 그에 대한 ‘용비어천가’가 마냥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이헌재 효과’가 ‘이헌재 신화’로 잘못 와전되는 순간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1998년 금융감독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금융·기업 구조조정의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 위기관리능력이 탁월함을 입증했다.하지만 재경부 장관 시절인 2000년에는 그러지 못했다.당시 청와대 참모와 경제부처 관료들의 집요한 견제로 ‘장관다운 장관’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도중하차한 뼈아픈 경험을 해야만 했다.그래서 일각에서는 이 부총리가 이번 기회에 자신의 진면목을 적극 부각시키는 기회로 활용할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화는 말하기 좋고,듣기에 달콤할지 몰라도 거품이 끼게 마련이다.한때 우리나라 경제재건의 버팀목으로 칭송받았던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이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재계의 거물들도 신화라는 덫에 걸려 흠집이 났다.‘재벌 대통령’과 ‘대우의 세계화’라는 신화였다. 이 부총리가 거품으로 생성되는 ‘신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이헌재라는 브랜드에 대한 평가는 퇴임 후에 받아도 늦지 않다. 주병철 경제부 차장 bcjoo@˝
  • [씨줄날줄] 가짜 혈통서/강석진 논설위원

    개(犬) 들어간 말 치고 좋은 말이 별로 없다.‘개가 개 낳지.’,‘개 귀에 방울’,‘개 따라 가면 측간 간다.’,‘궂은 날 개하고 논 것 같다.’ 등등.예나 지금이나 개가 들어간 욕은 긴장감을 팍 높여준다.한 마디 더하자면 ‘개 장수도 올가미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바야흐로 애완견 인구 1000만명 시대를 맞아 이 말은 바뀌어야 할 것 같다.‘개 장수도 혈통서가 있어야 한다.’로. 경찰이 가짜 혈통서를 꾸며 잡종을 명견으로 속여 판 사람들을 붙잡았다.혐의는 160여 마리를 속여 팔아 4억여원을 챙겼다는 것인데 압수한 가짜 혈통서는 무려 6000여장에 달한다고 한다.여기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면 안 된다.사건이 터진 뒤 한 방송과 인터뷰한 애완견 판매업자는 “애완업계에선 관행입니다.새로운 일도 아닌데요.”라고 심드렁하게 말한다. 개 키우는 데 온갖 정성 쏟아 붓는 요즘이고 보면 혈통 갖고 장난칠 여지도 그만큼 커져 있는 셈이다.사단법인 한국애견협회는 “개 사랑이 빗나가고 있다.”면서 “소비자도 30여곳이 넘는 유사 사설단체의 혈통서를 주의하라.”고 당부한다.그래도 혈통서가 있는 놈과 없는 놈의 값이 10배는 벌어지는 개 거래시장에서 가짜 혈통서의 유혹은 뿌리치기 어렵겠다. 이 대목이 어렵다.슬슬 사람 혈통 이야기로 넘어가기 때문이다.목하 경제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이헌재 부총리가 16일 부친의 독립운동 이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지금까지 호남으로 알려졌던 출신배경에 대해서도 서울이라고 밝혔다.독립운동가 자손임을 내세우지 않고 지내온 마음자리가 도드라져 보이기도 하고 출신 배경이 이제야 바로잡히는 게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 혈통으로 마음고생한 이도 있다.박관용 국회의장이다.지난 15일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박의장이) 친일파 후예로서 이중적 잣대를 고발한다.”며 탄핵 사회를 본 박 의장에 화살을 날렸다.박 의장의 해명과 친일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에 부담을 느낀 김 의원은 결국 사과의 뜻을 밝히고 물러섰다.박 의장 부친의 일제 시대 행적 규명과 이를 연좌제적 발상으로 정치공세 재료로 이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말 못하는 짐승의 혈통도 함부로 다루는 게 아니거늘 하물며 사람이야….˝
  • [16일 TV 하이라이트]

    ●대장금(오후 9시55분) 중종은 내의녀실로 장금을 찾아가 다정히 산책을 한다.매일같이 장금과 산책하는 중종을 보다 못한 대비는 아예 후궁으로 삼으라며 역정을 낸다.장금이 후궁이 된다는 소문에 민정호는 아무 말 하지 못한다.연생은 중종에게 장금과 민정호의 관계를 얘기하고 장금을 살펴달라는 청을 올린다. ●다시뛰는 코리아(오전 9시30분) 세계인이 인정하는 최고의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제품의 품질은 기본,브랜드가 최고의 경쟁력인 시대에 어떻게 하면 인정받는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세계 시장에서 1등 브랜드 만들기에 한창인 우리 기업들의 노력을 취재했다. ●자연 다큐멘터리(오후 8시50분) 호주는 동식물이 독자적으로 진화했다.이곳의 동식물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대륙 중심부의 환경은 거칠고 냉혹하다.가뭄과 산불,홍수를 감당하기 어려운 인간은 해변을 중심으로 발달한 대도시로 이주한다. 연약하면서 혹독하고,변덕스러우면서도 강인한 호주의 자연을 감상한다. ●실제상황(오후 10시50분) 힘겹게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에게 호객꾼의 유혹이 시작된다.10만원이면,양주에다 미녀까지 책임지겠다고 손님을 끌지만,술값은 수백만원으로 불어 있고,폭력을 동원하여 술값을 받아낸다.형사들이 취객으로 가장하여 문제의 술집으로 들어선다.밤거리의 악마를 뿌리 뽑을 수 있을까? ●최수종쇼(오후 11시5분) ‘태지 하우스’를 방문한 최수종 하희라 부부가 서태지의 침실,옷장,음악실에서 어린 시절 사진까지 모두 공개한다.속속들이 들여다보며 그동안 보지 못한 서태지의 인간적인 면모들을 찾아본다. 두 사람은 서태지가 직접 만든 카레라이스를 먹고 게임도 즐긴다. ●백설공주(오후 9시50분) 어리버리한 강아지 영희와 날나리 고양이 선우의 한집살림은 처음부터 삐걱거리며 말썽이다. 도쿄에서의 하룻밤을 무기삼아 영희를 마구 부려먹는 선우.왕자님 진우의 현란한 이벤트와 미소가 그저 좋기만 한 영희는 선우의 어이없는 행동들을 모두 참아낸다. ●생로병사의 비밀(오후 10시) 유방암은 지난 8년 동안 66%나 급증하여,여성암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특히 20∼30대 여성의 유방암 발생빈도가 미국보다 4배나 높고,20∼30대 환자의 사망률이 40대 이상 사망률보다 30%이상 높아 문제가 심각하다.발병률이 높은 이유와 그 예방책을 집중 조명한다.˝
  • [김후년의 클럽하우스] 골프 약속

    점심을 먹고 나면 졸음이 쏟아지는 봄이다.사르르 감기는 눈꺼풀의 무게가 천근만근이다.화창한 봄날,아지랑이 피어오르고 새싹 돋는 필드의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그러나 부킹이 돼야 필드 나들이가 가능한 일.5억 원이 넘는 ‘황제 회원권’을 가진 사람이야 부담 없이 라운드를 즐길 수 있지만 회원이 1000명을 넘는 골프장은 회원권을 가지고 있어도 부킹하기 쉽지 않다. ‘1억원 이상은 한 달에 한 번,2억원 이상은 두 번 이상’이라는 말이 나온 지 이미 오래 전.상사의 주말 부킹을 챙기기 위해 하루 종일 전화통을 움켜잡는 샐러리맨의 고충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접대 골프를 받는 사람이야 상관없지만 직접 골프장 부킹을 챙겨야 하는 사람은 전화통을 붙잡고 씨름깨나 해야 한다.4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한 골프 인구 탓에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갈 정도의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 가능한 것이 부킹의 현주소다.골프장 임원 등을 통해 부탁하거나 돈을 주고 부킹을 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수도권 인근 골프장의 주말 부킹은 100만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이처럼 어려운 부킹을 따냈어도 막상 가보면 골프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있다.‘처가 애를 낳거나 처삼촌이 돌아가셨을 때를 제외하면 절대로 어기면 안 되는 것이 골프 약속이다.’라는 말처럼 골프 약속은 꼭 지켜야 하는 불문율.처녀가 애를 낳아도 수만 가지 이유가 있다지만 골프 약속을 어긴 사람 역시 수만 가지 이유를 댈 것이다.그러나 많은 경우 술이 원수다.건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과신한 탓에 술잔을 마다하지 않아 다음날 골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기 쉽다.골프 약속이 있으면 가급적 술을 가까이 하지 마라.주위의 좋은 벗을 잃게 된다.부킹 약속을 어긴 사람은 다른 일을 아무리 잘 해도 좋은 말을 들을 수 없다.또 가까스로 자리에 참석해도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그러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출발조차 못한 경우가 다행일 때도 있다.귀한 손님을 모시고 라운드해야 하는데 골프장으로 향하는 길이 차로 꽉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면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부킹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길이 막혀 있어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는 상황을 적잖은 사람이 경험했을 것이다.전용차선이나 갓길은 물론 곡예운전이라도 가능하다면 시도할 수밖에 없다. 방법은 하나.예전에 30분 먼저 골프장에 도착했다면 이젠 1시간 먼저 도착할 요량으로 서둘러 길을 나서자. 골프 칼럼니스트 golf21@golf21.com˝
  • [Doctor&Disease] 이화여대 의대 소아과 이근 교수

    “우리나라도 세계보건기구의 ‘모유대체식품 광고금지법’ 제정에 동의해 91년에 법으로 분유 광고를 못하게 했어요.그랬더니 분유 회사들이 어떻게 한 줄 아세요? 분유를 몽땅 이유식으로 등록했어요.우리 법엔 분유만 광고 금지대상에 넣어두고 이유식은 쏙 뺐거든.이러니 뭐가 되겠습니까?” ●젖동냥 하더라도 분유만은 안돼 한국소아과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화여대의대 소아과 이근(61) 교수.그는 평생 ‘모유 수유’를 외치고 다닌,이를테면 모유의 전도사 같은 사람이다.2년 전에 잡힌 우리나라의 모유 수유율 16%라는 통계가 그의 공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물론 아직은 미국이나 일본의 40% 대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것이지만,그래도 그의 신념은 단호하다.“어떻게 사람에게 소젖을 먹입니까.설령 엄마가 없어 젖동냥을 하더라도 분유는 안됩니다.” 그런 법이 어떻게 만들어졌습니까. -알고 보면 웃겨요.입법에 관여한 정신없는 관료와 국회의원들,분유업체와 짜고 논 거죠.세계보건기구가 모유 대체식품을 ‘분유,유아식,이유식’ 등으로 정해 놨는데도 우리 정부는 규제 범위를 ‘분유’로만 한정해 이유식을 쏙 빼놨어요.분유 회사들은 옳거니 하고 분유를 죄다 이유식으로 등록했고요.분유 회사 연간 광고·홍보비가 1000억원인데,다들 여기에 자빠진 거죠. ●1000억 분유광고 위력에 모유수유 줄어 만나자마자 그는 신문에 못낼 인터뷰를 왜 하느냐고 물었다.까닭인즉 이랬다.“숱한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지만 제대로 보도된 게 없어요.연간 광고비 1000억원에 어느 언론사가 군침을 흘리지 않겠습니까?”인터뷰 내내 그는 분유를 ‘소젖’이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의 실태는 어떻습니까?좀 나아진 것 같은데. -예전에 비해 관심은 많아졌지만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려워요.젊은 엄마들,모유 생각은 많이 하는데,그들이 모두 모유를 먹인다고는 보지 않아요. 이유는 무엇입니까. -분유 광고죠.귀찮다거나 유방이 처진다거나 하는 근거없는 오해에도 불구하고 16%가 모유를 먹이고 있지만,역시 1000억원의 위력은 대단해요.10년 전만 해도 나이 드신 할머니들 ‘외손자는 분유 먹이고,친손자는 모유 먹이라.’고들 했어요.그런데 요새는 그 할머니들이 ‘분유가 그렇게 좋다는데‘,‘우리땐 없어 못먹였는데‘라며 분유를 권하거든요.남편들도 마찬가집니다.그 10년 사이에 제가 졌고,그게 돈의 위력이겠죠. 왜 그런 상황이 초래됐다고 보는지. -돈바람이죠.저도 유혹 숱하게 받았어요.누구에게 대충 얼만큼의 돈이 들어갔는지도 알아요.업체에서 제게 돈을 가져 와서는 ‘누구누구는 다 받는데,선생님만 왜 그러십니까.’그래요.1000억원이면 서울 명동에 큰 빌딩 4∼5개를 살 돈인데,이걸 1년 광고·홍보비로 쓰고 있어요.그러니…. ●‘소젖’ 먹고 자란 애들은 IQ도 낮아 중요한건,왜 모유를 먹여야 하는가 하는 점인데. -전 의사라 잘 알아요.병을 달고 사는 애들이 모두 분유 먹고 자란 애들입니다.감기,아토피피부염,정서장애 등등 셀 수도 없어요.국민건강도 문제지만 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은 계산도 안 되지요.또 소젖 먹고 자란 애들,엄마젖 먹인 애들보다 IQ가 10쯤 낮아요.우리나라,소젖 먹인지 40년 만에 국민지능 많이 낮아졌어요.애들 안경 쓰는 것,왕따 현상도 따지고 보면 분유 먹고 자란 세대의 특성이 나타난 겁니다.걔들은 따뜻한 사랑이나 깊은 배려를 잘 모르거든요. ●분유광고 법적으로 전면 금지해야 그는 덧붙여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한마디로,정부가 모유 수유를 권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관련 단체에 주어진 1년 예산이 3000만원가량인데,이걸로 어떻게 1000억원을 감당합니까.새발의 피 아닌가요.” 어느 해인가 의대 사은회때 제자들은 ‘가장 시어머니 같은 교수’로 그를 뽑았다.그러나 그는 자신의 일상이 두루뭉수리해 병원에서도 환자에게 손해 끼치는 일만 아니면 잔소릴 안하는 타입이라고 했다.“그런데 분유 문제는 달라요.그건 엄마젖을 먹어야 하는 아기의 인권을 박탈하는 거니까요.” 해결책은 있습니까. -분유 광고를 전면 금지해야 합니다.정부가 세계보건기구와 한 약속은 지켜야죠.이게 안되면 아무리 애써도 힘들어요.지금부터 광고 금지하면 10년 후쯤 모유수유율이 아마 50%대로 오를 거예요.간단해요.법령 속 ‘분유’라는 용어를 ‘모유대체식품’으로 바꾸기만 하면 되잖아요? 모유수유가 산모들 선택의 문제만은 아니지 않습니까.일선 산부인과에서 모유를 먹일 기회를 아예 박탈하거나 특정 분유를 권장하기도 하는데. -저도 유식하진 않지만,무식한 병원들 많아요.병원들이 다 적자 운영이라 제 정신들이 아닌 것 같아요.젖을 먹이려면 병원들 추가로 돈 들거든요.인력 늘려야지,시설투자 해야지….실은 광고 의식한 언론사보다 분유 회사에 병원들이 더 단단히 발목이 잡혀 있어요.산모들이 이걸 알고 다퉈서라도 모유를 먹여야 합니다. ●포유류중 인간만이 짐승의 젖 먹여 그러면서 그는 엄청난 광고에 세뇌된 국민의식을 탄식하며 방송인 이다도시씨의 사례를 들었다.“얼마전 텔레비전을 보는데,그 분이 둘째 애에게 분유 먹이는 장면이 방영돼요.그도 처음엔 모유를 먹이다 ‘그거 좋다더라.’며 시어머니가 강권해 분유를 먹인대요.얼마나 화가 나던지 방송국에 전화 해서 따졌죠.”모유 수유에 대한 그의 열정이 이 정도다.그런 그도 세 아이 중 위쪽 둘은 분유를 먹였다고 털어놨다.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이 ‘특별한 임상시험’에서도 모유의 우수성은 확인되더라며 모처럼 웃었다.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는 것은 ‘자연의 위대한 섭리’라는 그는 300여 종의 포유류 가운데 유일하게 짐승의 젖을 먹이는 인간,그래서 아기를 짐승으로 기르고자 하는 세태를 ‘모성의 실종’이라고 힐난했다.그는 이렇게 인터뷰를 끝냈다.“분유 먹이는 산모들,나중에 ‘왜 내게 엄마 젖을 먹이지 않았느냐.’는 자식들 물음에 뭐라고 답할 것인가.그 때도 유방 처지는 게 싫었다고 말할 것인가.”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 ■ 이근 교수는 △이대의대,서울대 대학원(의학박사)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칼리지병원,아이오와주 아이오와대학병원,테네시주 밴더빌트대학병원,뉴욕의과대학병원,사가모어아동병원 등에서 수학 및 근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이사 및 산하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만들기위원회’ 위원장 △대한소아과학회장˝
  • [사설] 차분하게 헌재 결정을 기다리자

    대통령 탄핵결의 이후 서울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탄핵 찬·반 시위가 연일 열리고 있다.정부가 지난 13일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지만 시위 주도 단체들은 오는 20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여는 한편 다음달 3일까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장기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교수,언론인,문필가 등 지식인 사회의 의견도 심하게 엇갈리고 있으며 사이버 공간에서는 사생결단식의 격한 공방이 오가고 있다.경제계는 외국 투자자와 바이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부 수립후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며 쌓아온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이번 혼란 또한 슬기롭게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사태는 이념갈등 양상마저 보이고 있어 자칫 사회안정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탄핵에 대한 찬·반 의사는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더 이상의 대규모 시위는 자제하는 것이 옳다.여·야 모두 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책임있는 정당이라면 갈등을 부채질하고 싶은 유혹과,시위로 이득을 보려는 계산을 버려야 한다.지금까지 참석자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다행스럽지만 시위가 거듭되면 과격한 행동으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거나 반대쪽 시위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탄핵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내린다.대통령도 변호인단을 구성,변론 준비에 착수하는 등 탄핵 결의를 절차상 수용하고 있고 헌재도 심판 업무에 착수했다.결정은 길거리가 아닌 헌재의 재판정에서 이뤄져야 한다.헌재 심판을 차분하게 지켜보며 결정이 내려지면 깨끗하게 승복하는 것이,고통스럽지만 탄핵을 둘러싼 갈등을 극복하는 최선의 길이다.˝
  • 7시간 주총… SK 경영권 방어

    SK가 소버린자산운용과의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승리,경영권을 방어했다. SK㈜는 12일 서울 워커힐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2차 정기주총에서 이사선임과 정관개정안 등을 놓고 소버린과 표대결을 벌였으나 거의 모든 안건에서 소버린을 4∼20%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최태원 회장의 이사 임기가 끝나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SK는 경영권 방어에 일단 성공했지만 꾸준한 지배구조개선의 노력 없이는 향후 행보에 험로가 예상된다. SK㈜는 이날 7시간에 걸친 주총에서 소버린과의 표대결을 벌인 끝에 회사가 추천한 신헌철 사내이사를 비롯해 서윤석·남대우 감사위원,조순·김태유·오세종 사외이사를 선출하는데 성공했다. SK는 총 12.6%에 달하는 소액주주 지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6% 정도의 위임장을 확보,2% 확보에 그친 소버린을 압도했다.특히 눈에 띄는 점은 기타 외국인 지분 22.46%중에서도 상당수가 SK측안을 지지해 소버린을 압도적으로 따돌린 것이다. 이처럼 SK가 소버린의 경영권 도전을 물리친데는 대부분의 주주들이 아직까지 외국의 투자자본 유혹보다 회사측의 지배구조개선 노력에 호응한 결과다.SK㈜가 지난달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를 70%로 늘리는 등 획기적인 지배구조개편을 발표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소버린과의 표대결에서 정면돌파를 선택한 최태원 회장의 승부수가 소액주주들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반면 1768억원을 투자해 SK의 경영권을 노렸던 소버린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박빙세’로 예상됐던 양측의 경영권 다툼이 SK쪽으로 무게중심이 급속히 쏠린데는 소버린의 ‘말 바꾸기’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소버린은 내년에 최 회장의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을 감안해 지속적으로 경영권에 관여함으로써 SK 흔들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의 승리는 재벌 경영 방식도 변해야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례로 꼽힌다.투명경영 정착에 힘쓰지 않고는 언제든지 외국 자본의 ‘먹잇감’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이런 점에서 SK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권한을 분리하는 등 오너 일가의 힘을 분산한 것은 향후 재벌체제 개혁의 시발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SK는 주총 뒤 “앞으로 독립적이고 투명한 이사회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그런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SK 주총은 국내 기업들도 경영권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겼다.SK는 이날 특별결의에 필요한 주식수인 주총 참석주식수의 3분의2 이상을 얻는 데 실패해 투명경영위원회 신설,사외이사 과반수 이상 등 지배구조개선안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한편 이날 SK㈜뿐만 아니라 포스코,LG전자 등 증권거래소 상장기업 93개사가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종락 류길상기자 jrlee@˝
  • [책꽂이]

    ●곤충의 유혹(제임스 웽버그 지음,박영원 옮김,휘슬러 펴냄) 미국의 저명한 곤충학자가 쓴 곤충의 섹스 행태학.저자에 따르면 곤충의 사랑과 섹스는 인간의 그것보다 훨씬 다채롭고 섬세하다.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페로몬 향수와 선물을 준비하며 현란한 춤을 추는가 하면 동성애나 그룹섹스도 인간보다 한 수 위다.게다가 십자군 시대에 등장한 족쇄 같은 정조대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자연친화적인 정조대도 있다.청가뢰·풍선파리·물장군 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8500원. ●속도와 정치(폴 비릴리오 지음,이재원 옮김,그린비 펴냄) ‘질주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보이며 ‘속도’를 비판이론의 핵심주제로 부각시킨 프랑스 철학자 폴 비릴리오의 대표 저서.‘서구 지성계의 카산드라’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그는 속도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새로운 역사·정치철학을 선보인다.‘속도는 서구의 희망이다’‘혁명은 일종의 과속이다’ 등의 명제를 제시한다.저자는 “속도의 폭력은 법이 됐으며 세계의 운명이자 세계의 목적이 돼버렸다.”고 말한다.1만 4900원. ●함께 사는 세상 만들기(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엮음,일조각 펴냄) 현대의 서구 대중문화에는 비서구 사회의 문화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서구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월드 뮤직’은 서구 음악의 영향을 받은 비서구 음악가들이 성취한 음악적 업적이 거꾸로 서구 음악가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이 책은 서로 다른 문화간의 이해를 도와주는 ‘국제이해교육’ 교본이다.1만원.˝
  • ‘스쿨’ 스크린 점거하다

    …유하 ‘학교에서 배운 것’ 중에서 스크린에서 ‘학교’가 뜨고 있다. 학교를 공간적 배경이나 주요 소재로 삼은 영화들이 꾸준히 개봉되거나 제작되고 있는 추세다. 하이틴 영화가 없는 시대는 물론 없었다.그러나 최근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학교는 10∼20대들의 고만고만한 고민과 로맨스를 담는 ‘전통적’ 기능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데서 새로운 의미가 짚인다.학교가 억압된 욕망의 상징공간으로 한정됐던 건 이미 옛말이다.코미디,멜로,드라마,액션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제 학교는 스크린을 무차별(?) 점령한다. 학교가 대중문화의 인기코드로 급부상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초 흥행한 코미디 ‘동갑내기 과외하기’.대학 2학년생 과외선생과 터프한 남자 고교생의 코믹한 신경전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짭짤한 재미를 본 뒤 학교영화는 줄줄이 기획·제작되는 중이다. 학교가 실패한 교육장이자 혼돈의 상징처럼 굳어지고 있음에도,극장가에서 ‘먹히고’ 있는 배경은 뭘까. 한 마케팅 담당자는 “지난 2002년 말 고등학교 교실에 카메라를 정조준한 코미디 ‘몽정기’와 ‘품행제로’가 선보일 즈음만 해도 학교영화가 이렇듯 꾸준히 폭발력을 가질 거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면서 “‘동갑내기‘가 흥행하면서 인터넷 소설이 원작인 청춘드라마가 힘을 얻은 결과”라고 짚었다. 인터넷 소설의 주요 독자층은 10∼20대.주요 영화소비층과 정확히 일치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이들을 겨냥한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풀이들이다.여고생과 ‘명품족’ 대학생의 로맨스를 그려 지난 1월 개봉한 ‘내사랑 싸가지’,귀여니의 인터넷 대박소설을 원작으로 새달 개봉할 ‘그 놈은 멋있었다’가 대표적인 사례. 이 즈음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학교가 하이틴 드라마 속에서 단순히 ‘순수’와 ‘꿈’을 대변하는 공간에 머물던 시대는 갔다.욕망의 표현이나 사회적 입지 등이 제한된 ‘학생’들에게 학교는 역설적이게도 일탈의 쾌감을 누릴 수 있는 합법적인 탈출구다.딱딱하게 뭉쳐진 청춘들의 ‘욕망 근육’을 다양한 제스처로 풀어주는 물파스로 기능하는 셈이다. 지난 1월의 흥행작 ‘말죽거리 잔혹사’도 마찬가지.70년대의 어두운 시대상을 깔고 학원문제를 건드린 듯하지만,자세히 보면 영화 속 학교는 폭력의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색다른 무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학교가 자유연애 공간으로서 입체적으로 ‘재활용’되기까지 한다.김래원·문근영 주연의 ‘어린 신부’(새달 2일 개봉)는 16세 꼬마신부와 대학생의 결혼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양가 조부들이 정혼한 바람에 울며 겨자먹기로 ‘여학생 신부’가 된다는 설정은 인기 TV드라마 ‘낭랑 18세’와 판박이다.교복차림의 여학생이 주인공인 영화는 또 있다.은지원·임은경 주연의 ‘여고생 시집가기’가 한창 촬영 중이다. 로맨스,액션,코미디가 두루두루 엮이는 학교영화는 한동안 한국영화의 주류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고교생들의 삼각관계를 그린 ‘늑대의 유혹’,고교 태권도부 이야기인 ‘돌려차기’가 곧 개봉한다.강원도 남자중학교의 관악부를 배경으로 최민식이 주연한 ‘꽃피는 봄이 오면’,천계영의 인기소설 원작에 남녀 고교생들을 주인공으로 세운 ‘더 클럽’ 등이 촬영에 들어갔다. ‘돌려차기’의 제작사인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10∼20대를 겨냥한 상업영화의 주제가 다양해지는 건 나무랄 일이 아니다.”면서 “그러나 크든 작든 사회적 메시지는 잊지 않고 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수정기자 sjh@˝
  • [사설] 정략적 탄핵 철회하라

    정국이 우려스럽다.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발의를 추진중이다.민주당은 노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과 측근비리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과 내용으로 사죄하지 않으면 8일 탄핵발의를 하겠다는 입장이고,한나라당은 여론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자는 자세다.그러나 선관위의 ‘선거중립 의무 준수’ 요청은 탄핵 사유가 되기엔 미흡하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중론이다.따라서 야당은 탄핵 추진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거듭된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아울러 노 대통령의 지나친 총선관련 발언과 측근비리로 정권 역시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대통령과 청와대의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그러니 민주당이 탄핵 카드에 유혹을 느낄 만하다.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에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소추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현 야당의석이 3분의2가 넘어 산술적으로는 언제든지 탄핵소추가 가능하다. 그러나 국민의 눈엔 툭하면 탄핵카드를 들고 대통령을 위협하는 것처럼 비친다.더구나 각 당의 공천혁명 등에서 보듯이 국회 자체가 개혁대상이 된 지 오래다.지난 4년을 정쟁으로 날을 새우는 바람에 위헌판결을 받은 선거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조차 처리하지 못한 것이 국회의 현주소다. 무엇보다 경제침체와 청년실업 등 국가 위기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때까지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대행하는 국가적 혼란을 국민들이 납득하겠는가.총선전략적 차원에서 국가를 위기국면으로 몰고간다면 되레 야당이 역풍을 맞을 게 자명하다.왜 야당이 스스로 역사의 비판을 자초하는 위험한 선택을 하려는 것인지 의아스럽다.더구나 측근비리 수사가 끝나면 어떤 형태로든 재신임을 받겠다고 약속한 터 아닌가.정치권이 대통령 재신임 방법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길 바란다.˝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 모나리자 스마일

    1503년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피렌체에 거주하고 있는 부호(富豪) 프란체스코 델 조콘다에게 환심을 얻기 위해 그의 부인 엘리자베타의 초상화를 그렸다.저 유명한 ‘모나리자’다.미술 전문 용어로는 ‘패널화(畵)’로 규정되고 있는 이 명화에 담긴 미소는 흔히 ‘모성애를 자극하는 온화한 눈웃음’의 대명사로 각인돼 있다. 그런데 이 미소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성들이 남성에게 느끼고 있는 지극히 불안한 감정을 삼키고 있는 음울한 제스처라고 한다면…? 이같은 ‘발칙한 상상력’을 담고 있는 신작이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모나리자 스마일’이다. 1953년 고풍스러운 중세 건물로 장식된 뉴잉글랜드.자유분방한 캘리포니아 처녀답게 ‘결혼은 여성의 굴레’라는 보헤미안 기질을 갖고 있는 미술사 담당 교수 왓슨(줄리아 로버츠)이 명문 웨슬리 칼리지로 부임한다.낯선 이방인에게 지극히 배타적인 학풍(學風) 때문에 수업 첫날부터 곤욕을 치르는 왓슨.하지만 그녀의 페미니스트 시각은 백인 중산층 남자를 만나 아들·딸 낳고 사는 것을 인생의 최대 행복으로 여기고 있던 보수적인 여학생들의 가치관을 뒤흔들어 놓고 결국 남성들의 울타리에 편입되는 것을 거부하는 생각을 품게 한다. 1950년 4월 발표돼 빅히트를 기록한 팝송이 냇 킹 콜의 ‘모나리자’.‘당신은 신비로운 미소를 떠올리는 숙녀를 닮았어요.그 미소는 사랑의 유혹인가요.아니면 상처 받은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인가요?’라는 노랫말을 담고 있다. 극중 결혼식 축하곡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이 노래는 이제 ‘남자들 때문에 여성들이 흘리는 상처의 노래’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2003년 10월 미국에서 출간돼 여성계 뉴스를 제공한 신간인 언론인 출신 레이철 사피어의 ‘저기 신부가 간다(There Goes The Bride)’.미국의 경우 해마다 결혼을 눈앞에 둔 미혼 여성중 5만명이 파혼을 선언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이 서적은 ‘결혼 예물을 반환하는 법’ 등 합리적인 파혼 절차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여성들이 ‘꿀맛을 보기 직전’에 결혼을 포기하는 주요 이유는 ‘이 남자가 정말 내가 원하던 이상형인가?’와 ‘결혼은 나(여성)의 후반 인생을 행복하게 보장해 줄 수 있는가?’를 놓고 끊임없이 갈등하다 결국 도망가는 신부를 택한다고 분석했다.이런 여성의 심리를 반영하듯 게리 마셜 감독은 ‘런어웨이 브라이드’(1999)에서 결혼식장에만 들어서면 신랑을 내팽개치고 도망치는 여성의 행동을 묘사해 또래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난 당신의 신부가 되면서 생의 의미를 찾게 됐어요.’라는 패티 페이지의 팝송은 이제 구석기 시대 박제된 유물에서나 찾아야 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이제 미혼 남성들은 배반하지 않을 반려자를 찾기 위해 로미오처럼 심야의 세레나데를 절규할 때라고 단정한다면 이것도 기혼 남성의 편협한 자만일까? 영화 칼럼니스트
  • [시론]교단의 진정한 파수꾼/최원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 명예 논설위원

    교사가 학원의 ‘러브 콜’을 받고도 뿌리칠 수 있을 만큼의 능력과,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학교 교사는 무능하고 입시학원 강사는 유능하다는 생각이 학생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학원강사보다 훨씬 뛰어난 교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인식한다.최근 한 고교의 국어교사가 20년간 지켜온 교단을 떠나 사설학원으로 자리를 옮겼다.흔히 있을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일인데도 이 사실이 크게 보도됐다.공교육계의 ‘스타’로 불리던 그는 일전에 “어떤 유혹이 있어도 절대 학교를 떠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그러나 그 역시 스스로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이런 결정을 하게 된 속사정을 되새겨 보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공교육 회생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원에서 돈 싸들고 와도 학교를 지키겠다.”고 했다던 그가 새삼 물질적 유혹에 빠져들기라도 한 것일까.그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그로 하여금 공교육을 뿌리치게 만들었을까.공교육이 급속도로 붕괴되는 현상과 맞물려 두가지 중요한 사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학생의 수업태도와 학습동기를 일깨워 주는 학생 사랑의 간절함이다.소를 끌고 물가에는 갈 수 있어도,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그 교사는 “빌어가며 수업을 진행해도 절반 이상이 잠자기 일쑤고,조금만 야단쳐도 대드는 아이들을 보며 조금씩 지쳐온 것 같다.”고 했다.이런 현상이 유독 이 학교뿐이랴.전국적인 공통 현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이 교사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공교육 부실·황폐화를 낳는다고 볼 때,공교육 문제와 관련한 문제의 일정 부분은 학생에게 책임이 있는 셈이다.가르치는 교사가 아무리 훌륭한들 하려는 의지가 없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학생과 교사 모두가 의욕을 상실하고 그저 시간 때우기에 급급해 진행되는 수업은 결국 학생과 교사 모두를 병들게 만드는 주범임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그는 “같은 학교에 근무하면서도 소속된 교원단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서로 밥 같이 먹기도 서먹했어요.”라고 고백하였다.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교원단체 간의 대립과 갈등은 교육발전을 저해하는 또 하나의 걸림돌임에 틀림없다.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는 여러 사연이 있겠지만,교원들 사이의 이러한 대립과 갈등을 학생들이 보게 된다면 학생이 학교를 떠나야겠다고 이야기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교원단체 활동이라는 명목 아래 교원들이 대립하고 갈등하는 것은 사도로서의 모습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부끄러운 행동이다.참교육을 외치기에 앞서,교원단체들이 세 불리기에 급급하거나 또다른 교육이념의 논쟁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 사라져야 할 것이다.공교육 발전을 위해 아무리 좋은 방안을 마련한다 해도 문제해결의 핵심은 교육 정책이 아니라 교원 스스로의 마음자세에 있다.교원단체의 출범 초기 정신을 되살려 노동자로서의 교사가 아닌,참교육을 위한 스승으로서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보람은 어디에 있는가.그는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사와 학생이 서로 믿고 따르는 ‘교육적 관계’가 너무 그리웠다.”고 고백하였다.이러한 고백이 교육 가족 모두의 아픔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교원 자질이 향상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학원의 ‘러브 콜’을 받고도 뿌리칠 수 있을 만큼의 능력과,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흙에 묻힌 보석 같은 학생들의 무한한 잠재가능성을 일깨워줄 수 있는 능력 있는 교사들이 교단의 진정한 파수꾼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최원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 명예 논설위원˝
  • 희자매의 서해 연안부두

    ‘어쩌다 한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마음마다 설레게 하나‘ 1979년 가요 ‘연안부두’를 발표한 희자매는 사연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연안부두의 광경을 이렇게 노래했다.당시 백령도,대청도,연평도,덕적도 등 서해 섬지방을 유일하게 육지로 이어주던 연안부두에는 많은 사연과 시대의 아픔이 넘쳐났다.생활고를 못 이겨 돈을 벌러 뭍으로 나오는 섬사람들,육지에서의 실패를 묻고 섬으로 은둔의 길을 떠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노랫말을 만든 조운파(61)씨는 “연안부두를 오가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힘든 얼굴이었지만 정과 낭만이 있었다.”고 회고했다.‘칠갑산’ ‘날개’ ‘기도하는 마음’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등을 작곡하거나 작사한 조씨는 60년대 인천시 동구 송림동에 살 당시 연안부두에 자주 드나들면서 정과 한,사랑과 이별 등으로 뒤엉킨 인생역정을 목격했다고 한다.조씨는 “부두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단순한 교통적 의미의 공간이 아니라 바다 건너에 대한 막연한 동경,기쁨과 소망,낙심과 절망 등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노래에서는 ‘연인간의 이별’이 강하게 암시된다.끝부분에 있는 ‘바람이 불고 파도가 울고 배떠나면 나도 운단다.안개속에 가물가물 정든 사람 손을 흔드네.’라는 구절은 연인을 미지의 세계로 떠나보내고 서러움이 복받치는 광경이 눈에 보이듯 그려진다. 이렇듯 이 노래는 부두가 갖고 있는 감상적 요인을 서정적으로 잘 표현해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에 못지않게 별리(別離)의 아픔을 잘 그린 작품이라는 평가도 있었다.조씨는 “부두만큼 ‘가고 오고,만나고 헤어지는’ 인생역정이 압축적 이미지로 표현되는 곳도 드물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이러한 관념을 허용하지 않는다.파도와 갈매기,등댓불 등 부두로 인해 연상되는 낭만을 쫓아 인천시 중구 항동7가에 있는 연안부두를 찾았다가는 실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갯마을 풍경은 좀처럼 찾기 힘들고 컨테이너와 물량장,냉동창고 등으로 뒤덮인 산업현장의 한 가운데에 와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거무죽죽한 바다마저 이러한 시설들에 가려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연안의 오염으로 갈매기가 자취를 감춘 지는 오래고 갑문(匣門)시설 때문에 파도는 거의 일지 않는다.노래에서는 ‘연안부두 외로운 불빛 홀로 선 이 마음을 달래주는데’라고 얘기했지만 지금은 횟집·술집을 알리는 휘황찬란한 간판 불빛만이 사람들을 유혹할 뿐이다. 물론 이곳에는 여객선들이 출항하는 여객터미널이 있다.그러나 사연있는 발걸음보다는 관광을 위해 섬으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대부분이다.옹진군 섬을 찾는 사람들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연간 10만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60만명을 웃돌고 있다.따라서 ‘배 떠나면 울고 손을 흔들’ 일이 없다. 부두의 사연을 굳이 찾으려면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을 등장시켜야 할 것 같다.연안부두에는 2001년 국제여객터미널이 개장됐는데,이곳은 인천과 중국의 단둥(丹東),다롄(大連),웨이하이(威海),칭다오(靑島) 등을 오가는 보따리상들의 본거지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날의 사연은 많겠지만 지금은 한개의 물건이라도 더 싣고 가 이문을 남기기 위해 몸부림치는 ‘장사꾼’에 불과할 뿐이다.일주일에 2∼3번씩 중국으로 떠나는 이들의 손에는 ‘보따리’가 들려 있을 뿐 ‘손을 들어줄’ 사람은 없다. 작사가 조씨는 얼마전 연안부두내 친수공원에 세워진 ‘연안부두’ 노래비 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수십년만에 연안부두를 찾았다.그러나 기업형 횟집 등으로 뒤덮인 광경이 노랫말을 쓸 당시의 분위기와 너무 달라 놀랐다고 한다. 조씨는 “과거의 갯마을 모습을 연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린 모습에 실망이 컸지만 그래도 구석구석에서 부두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 연안부두를 찾는 이유를 먹을거리나 위락시설 등 실용적인 측면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이곳에는 200여개의 음식점이 부두 주변에 운집해 싸고 싱싱한 회를 제공하고 있다. 부두 뒤편에 있는 종합어시장은 건어물·젓갈·생선 등을 시중보다 20∼30% 싸게 팔아 장보러 오는 주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수년전부터는 해수탕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식당가 뒤편에 있는 10여곳의 해수탕은 미네랄 등이 풍부한 바닷물을 지하에서 끌어들여 사용해 ‘사우나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낚싯배들도 연안부두 인근에 밀집돼 있는데,1인당 하루 5만원씩 주면 덕적도,승봉도,풍도,이작도 등 바다낚시 명소로 안내해준다.가요에서 말한 ‘부두의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몰라도 최소한 작금의 현실인 ‘상업화’는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S회계법인 학원시장 진출

    국내 대표적인 회계법인이 최근 공인회계사 입시학원 시장에 뛰어들면서 공인회계사 수험계에 일대 파장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회계법인이 운영하는 S학원은 오는 3월부터 공인회계사 종합반 강좌를 ‘프리스쿨(pre-school)’이라는 이름으로 개설하기로 하고 수강생 모집에 들어갔다.학원은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에 그치지 않고 회계법인 입사를 위한 서비스까지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학원측은 S회계법인과의 연계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어 학원 수강생들에게 입사 특혜를 주는 듯한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놓고도 수습기관을 찾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수험생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조건이다.그런 탓에 ‘취업을 미끼로 한 상술’이라는 비난과 함께 ‘취업 보장’이라는 수험생들의 기대감이 얽히면서 논란이 분분하다. 수험생 이모(24)씨는 “프리스쿨 출신들이 합격하면 무조건 S회계법인에 들어갈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소문이 사실이라면 수강료가 아무리 비싸더라도 학원에 등록하고 싶다.”고 털어놨다.한 지방대 학생은 인터넷 수험 사이트에서 “명문대가 아니면 대형 회계법인 입사는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라 S학원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며 다른 수험생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모 대학에서 열린 S학원의 설명회에 참석한 박모(22)씨는 “다른 학원들과 달리 서류전형과 면접까지 거쳐서 수강생을 선발하고 수강료가 한달에 60만원 정도 더 비싸지만 취업만 확실하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S학원의 운영방식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한 김모(27)씨는 “국내 최고로 꼽히는 회계법인 회사가 취업난에 허덕이는 수험생들을 상술에 이용하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S학원 측은 “우리가 정말 돈벌이에 나섰다면 수강생을 200명으로 제한해서 받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회계법인에서 필요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마련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강혜승기자
  • [함혜리 특파원의 파리지앵 스타일] 파리 쇼윈도 ‘꽃밭’으로 변신

    파리 패션가가 봄 컬렉션으로 산뜻하게 새 단장했다.커리어우먼들이 즐겨 찾는 생제르맹데프레,명품족들을 유혹하는 생토노레와 몽테뉴,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샹젤리제 등 유명 부티크들이 늘어선 거리의 쇼윈도를 통해 본 올 봄 파리패션의 테마는 단연 ‘꽃’이다. 올 봄 컬렉션에 많이 등장하는 꽃 무늬는 장미,마거리트,라일락,수국,나리,동백 등이다.잔잔한 들꽃 무늬의 여성스러운 원피스와 롱스커트도 눈에 띈다. 프라다와 발렌시아가는 잎이 겹치며 색상이 다채로워진 꽃 무늬의 로맨틱하고 여성미를 강조한 미니 원피스를 선보였다.앤드루 GN은 수국무늬의 짧은 실크 스커트를 물방울 무늬의 짧은 재킷과 조화시켜 발랄함을 돋보이게 했다.샤넬의 숏팬츠 앙상블과 레오나르의 해변용 긴 원피스는 커다란 꽃 무늬로 포인트를 줬다.타라 아르몬은 쇼윈도를 강렬한 핑크 꽃 무늬의 복고풍 스커트와 니트 가디건으로 장식했다. 색상은 핑크,하늘색,옥색 등 밝고 화사한 파스텔톤이 강세다. 의상 뿐 아니라 핸드백,브로치,목걸이,귀걸이 등 장신구에도 꽃 무늬는 필수.구치는 동백꽃을 수 놓은 대나무 손잡이 핸드백을,올드잉글랜드는 밝은 바탕에 봄의 들꽃들이 화려하게 프린트된 숄더백을 선보였다.이탈리아 출신의 보석디자이너 스텔라 카덴테는 이탈리아 무라노의 유리 장신구 제조업체인 살비아티를 위해 유리 꽃잎을 단 귀걸이와 목걸이를 디자인했다. 이처럼 꽃 무늬가 강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주간 ‘엑스프레스’의 패션칼럼니스트 카트린 말리체프스키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회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침체가 계속될수록 사람들은 화려함과 산뜻함을 갈구하며,이같은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모티브가 꽃 무늬라는 설명이다. lotus@˝
  • MBC ‘사랑한다 말해줘’ 첫 방송

    두 커플의 ‘교차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드라마가 안방극장에 선보인다. ‘천생연분’ 후속으로 25일부터 전파를 타는 MBC 새 수목 미니시리즈 ‘사랑한다 말해줘’가 그것.이른바 ‘선수’ 커플과 ‘순수’ 커플이 두 차례에 걸친 엇갈린 사랑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는 극단적인 설정이다. 영화 ‘첫사랑 사수 궐기 대회’로 잠시 충무로에 발을 들이기도 했던 오종록 프로듀서가 드라마 ‘피아노’에서 찰떡궁합을 과시했던 김규완 작가와 다시 만났다. ‘옥탑방 고양이’로 지난해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래원(23)과 영화 ‘장화 홍련’에서 물 오른 연기를 보여준 염정아(32),신인 탤런트 김성수(30)와 윤소이(21)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들 4명의 얽히고 설킨 애정 관계.극 초반 김래원과 윤소이는 플라토닉한 사랑을,염정아와 김성수는 ‘쿨’한 에로스적인 사랑을 나누는 커플로 정반대의 사랑법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 관계는 김래원의 매력에 빠져든 염정아가 김성수에게 윤소이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염정아-김래원,김성수-윤소이 커플로 재편된다. 엇갈린 관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뒤늦게 염정아의 계략을 알게 된 김래원과 윤소이는 불륜의 선을 넘어 재결합한다. 얼핏 말초적인 호기심만 자극할 것 같지만,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주인공 각각의 감정선을 집요하게 따라가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력,곳곳에 양념으로 배치된 코믹적 요소가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을 밝게 해준다. ‘로망스’‘귀여운 여인’‘천생연분’에 이어 MBC가 또다시 등장시킨 염정아·김래원의 연상연하 커플이 SBS ‘햇빛 쏟아지다’와 KBS ‘꽃보다 아름다워’의 견제를 뚫고 얼마만큼 선전할지 기대된다. 이영표기자 tomcat@˝
  • [Doctor & Disease]서울대병원 강남건진센터 오병희 원장

    언제부턴가 의사들은 고혈압을 ‘소리없는 살인자(silent killer)’라고 불렀다.은밀하게 병증을 키우다 어느 순간,급사(急死)에 이르게 하는 고혈압의 가공할 위험성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그러나 고혈압의 심각성을 알고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하거나,효율적인 치료를 받는 사람은 의외로 흔치 않다.증상이 거의 없어 심지어는 중증의 환자조차도 “이거 내가 쓸데없이 병원 좋은 일만 하는 거 아닌가 몰라.”하는 위험한 유혹에 곧잘 빠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대한순환기학회 학술이사를 역임한 서울대병원 강남건진센터 오병희(51) 원장의 지적은 고혈압이거나 그걸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귀담아 들을 만하다.“고혈압이 무서운 것은 직접 인간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 뿐 아니라 뇌졸중,심근경색,뇌경색,신부전 등 갖가지 악성 질병을 초래하는 원인 질환이기 때문입니다.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가볍게 여깁니다.그게 문젭니다.”금방 수술실에서 관동맥중재술(좁아진 관동맥을 넓히는 수술)을 마치고 나온 그를 만나 ‘고혈압 공화국’으로 치닫는 우리나라의 병증을 해부해 봤다. ●70대 절반이 병증 갖고 있어 우리의 경우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30세 이상 성인의 25∼30% 정도가 고혈압이며,나이에 따라 유병률이 크게 증가해 70대는 50%가 병증을 갖고 있다.그러나 증상이 거의 없어 적절한 치료를 받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미국도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사람은 전체 환자의 30∼40%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상태가 왜 심각한 것인가. -계속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거의 모든 돌연사는 고혈압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합병증 발생 추이도 눈여겨 봐야 한다.예전에는 뇌졸중(중풍)이 주류였으나 최근에는 뇌출혈이나 심근경색이 많다.생활여건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원인은 무엇인가. -고혈압은 유전적 요인 말고도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특히 동물성 지방의 과다 섭취와 짜게 먹는 식습관이 문제다.고혈압 예방을 위해서는 1일 염분 섭취량을 6g 이하로 권고하지만 젓갈 등 염장류에 길들여진 우리 국민들이 이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우리나라 사람은 1일 평균 염분 섭취량이 20g을 넘는데,이게 하루 아침에 줄여지겠나. ●조기발견이 삶의 질 바꿔 그러면서 그는 급증하는 유병률도 문제지만,고혈압의 잠재적 위험성을 너무 저평가하거나 아예 모르는 상황이 더 문제라고 들었다.“고혈압을 가진 사람도 당장 불편이 없어 치료의 필요성을 못느끼다가 합병증이 나타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태반이다.심지어는 평생 혈압 한번 재보지 않고 사는 사람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절실한 것은 국민들에게 고혈압의 심각성을 알려 생활습관을 개선하도록 하고,고혈압 조기발견이 개인의 삶의 질을 바꾼다는 점을 소상하게 설명해야 합니다.의사들이 앞장서는 건 당연하지만 정부도 적극적으로 거들어야 ‘호미로 막을 일,가래로도 못막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치료는 어떤가.고혈압도 다른 질환처럼 완치 개념을 적용할 수 있나. -치료라기보다 조절이라는 말이 옳다.그 결과 상태가 현저하게 개선되면 약물투여를 중단할 수도 있다. ●수술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아 현재 적용하는 치료법은 어떤 것들인가. -비약물치료로는 생활습관 개선,이를테면 싱겁게 먹고 걷기,수영,조깅 등 규칙적인 운동과 저지방식 위주의 식단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감시키는 방법이 있다.약물치료는 고혈압과 합병증,거기에서 야기되는 위험요인을 줄여나가는 방법인데,투약 기준은 통상 수축기 혈압 140㎜Hg이상이나 이완기 혈압이 90㎜Hg이상이면 치료 대상으로 본다.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전체 환자의 2∼3%는 부신에 생긴 혹에서 분비하는 물질이 혈압을 높이거나 스테로이드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돼 혈압을 올린다.또 혈관에 염증이 있는 사람 등은 고혈압의 원인이 명백해 수술요법을 적용하면 예후가 좋다. 혈압 치료기준은 불변인가. -그렇지 않다.과거에는 160㎜Hg을 넘어야 약물을 투여했지만 지금은 140㎜Hg을 경계로 본다.그만큼 치료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수술 후유증도 문제가 될 텐데. -그건 일률적으로 말하기가 쉽지 않다.연관된 질환도 많고 경우도 각각이기 때문이다.혈관의 막힌 부위에 철망을 넣어 혈류의 흐름을 유지하도록 하는 관동맥시술의 경우 재협착률이 5%를 넘지 않는다.초기 풍선요법을 적용할 때는 40%,이후 스텐트시술 때는 20∼30%였으나 지금은 약물이 코팅된 스텐트를 사용해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는 단계는 아니다. ●싱겁게 먹는 건 기본 약물 부작용은 어떤가. -현실적인 숙제다.고혈압의 특성상 이뇨제와 베타차단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데,더러는 체내 중성지방이 늘었다거나 성기능 감퇴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이 때문에 의사들이 환자의 상태를 살피면서 적절한 약제를 처방하거나 강도를 조절하는 ‘맞춤요법’을 적용하기도 하는데,미국의 예를 보면 전체적으로는 그다지 주목할만 한 성과가 없는 것 같다.아마 오래 끌어야 하는 싸움 아니겠나. 예방책도 일러달라. -싱겁게 먹고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줄여야 하는 건 기본이다.일주일에 4∼5일,1일 30분 이상 꾸준히 자신의 몸상태에 맞는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또 질환의 소지를 가진 사람은 무조건 금연하고 과다한 스트레스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도준석기자 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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