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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그만! 과학팔이 연예인급 석학들의 ‘과학 할리우드 액션’

    이제 그만! 과학팔이 연예인급 석학들의 ‘과학 할리우드 액션’

    과학계와 관련된 뉴스는 언제부터인가 슬프고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후반의 혁신적 기술개발로 관심을 모았으나 사기로 밝혀진 나노이미지센서 사건과 ‘황우석 복제기술 사기 논란 사건´ 등 특정 연구 및 연구 중심 기관들의 사기 기술 이전 등 100억원대 이상 빅 사이즈 연구의 부실과 부정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으로 알려진 박영수 검사가 2005년경에 올린 빛나는 실적이 연구 비리 척결이었다. 이때 참여했던 실무 검사가 언론에 했다고 알려진 유명한 말이 “연구비 횡령에 연루된 서울대 교수 전원을 사법처리할 경우 학교가 살아남지 못할 정도로 비리가 관행이 돼 있다”는 한탄이었다. 우리나라 정부 예산 가운데 연구개발(R&D)에 지출되는 비중은 5%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연간 지출 규모는 20조원에 육박하지만 양적 성장에만 치우쳤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의 과학기술, R&D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과학기술 정책의 발전과 분화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산업화가 차지하는 중요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성공적인 산업화 이면에는 국가가 주도하는 공공 분야 연구개발이 큰 역할을 했다. 1970년대 해외에서 유치한 기술자, 과학자, 공학자들과 함께 한 실용화 및 지원 연구와 더불어 국가 주도로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같은 국책 연구소들이 산업화 지원과 산업 역군 양성에 크게 기여했다. 이때 이후 우리는 과학 및 산업 분야의 태두급 인사들을 갖게 되었다. 1967년 설립된 과학기술처가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을 이끌어가던 때의 모습이었다. 197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 이후 정부 연구개발 투자를 GDP(혹은 GDI) 혹은 정부 지출의 5%까지 끌어올리며 국가의 도약을 이끌어내겠다는 선언이 주로 언급됐던 때가 이태섭 과학기술처 장관 시절이던 1980년대 중반이었다. 이때부터 산업화 지원에 큰 역할을 한 공공 분야 연구개발의 역할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으며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과학계에도 ‘선진화’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후의 ‘공공 분야 연구개발’은 1990년대 들어 기초기술, 공공기술, 그리고 산업기술로 세분화되었으며 적절한 지원과 집중을 통해 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생각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은 기초기술, 산업기술, 공공기술로 구분되어 진행되었으며, 각각을 담당하는 연구회가 존재하였다. 이것이 점차 통합되면서(그림1 참조) 현 정부에서는 과학기술정통부의 직할기관으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전반적인 사항을 총괄하고 있다. 정부에 따라 명칭은 변화되어 왔지만 과학기술혁신 5개년 계획과 산업기술혁신 5개년 계획을 통해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산업기술 연구개발’ 기본 정책이 관계 부처 주도로 수립되어 왔는데 용어의 틀은 동일하나 함의는 달랐다. ●실용화에 흔들리는 기초과학연구 최근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은 ‘산업화할 수 있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이라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기관 평가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산업화할 수 있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이란 주제가 현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핵심과제가 되면서 과거의 기초기술 연구개발, 공공기술 연구개발, 산업기술 연구개발 등이 어수선하게 혼재된 상황이 지속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5개년 계획을 이야기할 때의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산업기술 연구개발’은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공 분야 기술 연구개발’이 ‘선진화’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국가 R&D로 이뤄진 ‘과학기술 연구개발’ 결과가 종국에 산업화가 되어야 한다는 게 정부 연구개발 모토가 되어버린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하는 ‘국민 체감형 과학기술 연구개발’이나 ‘난제해결형 과학기술 연구개발’은 그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다행히 반복된 기관 평가를 통해 점차 체계적인 구조가 갖춰져 가고 있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 현재의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공공기술 연구개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나 아직도 정체성 혼란에 빠져 있다. 공공기술 연구개발은 이전 정부에서 기초기술과 산업기술 연구개발에 각기 흡수되어 사라졌던 연구 개념이다.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통해 창조적 지식 확보와 우수 연구인력 양성에 기여하기 위해 2011년 설립된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대규모 연구비를 집행하는 21세기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을 상징하는 연구기관이다. 하지만 결과에 비해 논문당 연구비 단가는 너무 높으며, ‘조기 산업화’할 수 있는 ‘기초연구’라는 모순된 목표를 제시하고 있어 정체성이 모호하다. 심지어 몇몇 전·현직 단장은 연구비 횡령과 연구결과 빼돌리기 의혹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다.●민간에 넘겨야 할 산업기술연구 1990년대 중반까지 진행되었던 ‘산업화’ 시절의 산업기술 연구개발은 공기업 혹은 민간기업의 절실한 필요에 따라 학교와 연구기관이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의 역할을 담당한 체제였다. 이후 정부주도형 과학기술 연구개발 정책은 전략적으로 확장되면서 참여정부 때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을 통한 차세대 기간산업화로 변화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차세대’를 ‘신(新)’으로 대체한 ‘신성장동력사업’으로 전환되었으며,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성장동력사업 부분도 떨어져나가면서 신산업(특히 에너지 신산업)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이렇게 산업기술 연구개발은 시대에 따라 패러다임 자체가 변해오면서 이번에 제기된 산업기술혁신 5개년 계획에서는 그 패러다임 변화가 지나치다 못해 산업기술, 과학, 공학을 난제 해결을 위한 ‘21세기 연금술로 육성하자’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기초기술과 산업기술 간의 관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산업기술 연구개발은 이제 정부의 손에서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궁극적인 산업 체질 강화를 위해서는 결국 가야 할 길이다. 산업부는 이제 정부주도형 산업기술 연구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고, 민간이 하려는 사업들에 방해에 되지 않도록 앞길을 터줘야 한다. 이런 맥락으로 선진화 과학기술 연구개발 정책과 전략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비전문가에게 휘둘리는 과학기술 정책 누적된 문제 해결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현 정부의 정책과 대응은 실망스럽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기초과학 육성’이 잠시 화제가 됐지만, ‘기초기술 연구개발’이란 방점은 용두사미가 된 지 오래다. 앞으로 기초과학의 뿌리를 책임져야 할 대덕연구단지의 박사후과정 인력 운용이 아무런 비전도 없이 무정책, 무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학문 후속세대 붕괴가 임박했다는 현직 연구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과학기술 정책의 뚜렷한 목표와 변화의 방향성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과학을 모르는 이들이 과학기술 정책을 주무르고 있다는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는 경제실장 아래 과학기술 보좌관은 있지만, 과학기술 수석은 없다. 과학기술정통부 장관은 정보통신쪽에 치우쳐 있고 과기부 혁신본부장은 존재감 자체가 빈약하다.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도 과학을 언급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 ●과학 대중화라는 환상과 얼치기들 과학의 대중화를 강조하지만, 그 대중화를 이야기하고, 대표하는 사람 가운데 해당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진정한 과학과 공상 과학이 혼동된 지 오래다. 새로운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급조되어 쏟아지는 전문가, 무작정 연구 유행을 좇는 쭉정이 가짜 석학과 석학 행세하는 과학팔이 B급 연예인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연구자와 연구기관이 논문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쓰는 상황이 오늘의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현실인 것이다. 유행을 좇는 ‘빅 사이즈 연구’와 과학 홍보자 수준의 코디네이터가 노벨상에 근접한 ‘빅 가이’가 될 거란 안일한 기대도 버려야 한다.●무엇을 해야 하는가? 가장 필요한 것은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이다. 부정부패로 낭비되는 연구개발예산을 정리하고 꾸준하고 지속가능한 연구를 지원하도록 국가 R&D 생태계를 개선해야 한다. 연구비리가 만연해 있고 시간이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연구비리 척결을 위한 특별 외부감사 기관을 감사원이나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 연구비를 횡령하고 타인의 연구결과를 표절하고도 버젓이 다시 연구자로 행세하는 좌절스러운 상황을 타파해야만 한다. 연구인력 확충과 능력 배양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젊은 과학기술 인력 자체가 소멸할 위기에 놓여 있다. 소수의 스타 연구자에게 대규모 예산을 집중시킬 것이 아니라 중복을 감수하고라도 직접적인 연구활동이 가능한 30대의 핵심 연령대 과학자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실패에도 부담없이 지속될 수 있는 스몰 사이즈(small size) 연구 지원이 그것이다. 연구비 정산을 중심으로 100% 목표 달성을 강요하는 허황된 평가관리에서 벗어난 충실한 결과 보고 중심으로 꾸준하고도 장기적인 연구 지원 형태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유와 조건 없이 지원하되 연구 결과는 공개와 공유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연구실보다는 기자회견장에서, 국회나 정부의 위원회에서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는 전문가들을 믿지 말아야 한다. 그런 전문가들로 과학기술 정책의 기본 자체가 흔들렸다.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는 원칙만이 기초과학을 살리는 길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산학협력 부단장 ●박철완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로 산학협력단 부단장을 하고 있다. 참여정부 때 차세대전지 성장동력사업단을 책임졌고, 국가나노기술 정책 입안, 차세대전지 국가과학기술지도 등 과학기술 정책과 연구개발에 참여했다.
  • 중국서 유행하는 황당한 ‘샤워젤 러닝머신’

    중국서 유행하는 황당한 ‘샤워젤 러닝머신’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서 샤워젤을 이용한 ‘저비용 러닝머신’ 인증샷이 유행 중이다. 지난달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최대 SNS 웨이보에 유행 중인 ‘샤워젤 러닝머신’에 대해 소개했다. 영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러닝머신 기계를 샤워젤로 대체해 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방법은 간단하다. 바닥에 샤워젤을 뿌려 미끄럽게 만들면 준비 완료.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기둥을 잡고 미끄러운 표면에 발을 올리고 달리면 된다. 이 황당한 영상은 웨이보 사용자 ‘레인보우 마더’라는 누리꾼이 지난달 15일 처음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면서 유행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영상은 약 2억 회 이상 조회됐고, 많은 누리꾼들이 ‘샤워젤 러닝머신’ 태그를 달고 인증샷을 올리기 시작했다. 중국 SNS를 강타한 ‘샤워젤 러닝머신’ 영상에 누리꾼들은 “저러다 미끄러져서 다치지”, “기한이 지난 샤워젤을 사용해라”, “바닥청소도 하고 운동도 하고” 등의 댓글을 달았다. 사진·영상=South China Morning Post/유튜브 영상부 seoultv@seoul.co.kr
  • 얼굴만 바꾼다고 소통될까요…유튜브 채널 수술나선 교육부

    얼굴만 바꾼다고 소통될까요…유튜브 채널 수술나선 교육부

    기존 채널 ‘교육부 TV’로 전면 개편학생·학부모·교원 등 서포터즈 제작“진정성 담은 영상 콘텐츠 고민해야”교육부가 10대 학생들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유튜브에 새롭게 채널을 개설한다. 기존 운영하던 채널을 요즘 흐름에 맞게 개편해 국민 소통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유행에 편승한 일회성 홍보가 아닌 학생·학부모들과 제대로 소통하는 창구가 되려면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최근 6년간 ‘대한민국교육부’(구독자수 1만 6000명)라는 이름으로 운영한 유튜브 채널을 2일 ‘교육부TV’로 전면 개편해 대국민 소통 창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1일 밝혔다. 교육부는 학생과 교직원 등으로 구성된 국민 서포터즈단이 제작한 영상을 올려 교육 현장과 소통 창구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지난달 구성된 서포터즈단은 중·고·대학생과 교원,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8개 팀 65명으로 이뤄졌다. 교육부는 전년 수준의 디지털 홍보 예산(2억 7000만원)을 배정해 놓았다. 서포터즈단에 참여하는 외대부고 고현지 학생은 “유은혜 부총리와 함께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KT의 ‘2019 인터넷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10대 이용자 10명 중 7명은 유튜브를 통해 검색한다고 답할 만큼 10대에게 영향력이 절대적인 유튜브에 교육당국도 주목하고 있다. 경기교육청은 지난달 기존 유튜브 채널을 ‘경기교육청TV’로 개편하고 유튜브 채널을 통한 소통 강화에 나섰다. 경기교육청은 관내 교사 중 이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이른바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재능기부 형식으로 영상을 제작해 올릴 계획이다. 관련 예산도 지난해 1억 2000만원에서 올해 2억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성과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지난해 경기교육청은 25만명의 구독자를 지닌 랩하는 초등학교 선생님 ‘달지’(이현지 경기 빛가온초 교사)와 함께 홍보영상을 만들어 7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올렸다. 이미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영향력이 큰 유튜브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유행에 편승하는 일회성 시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독자 82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어린이 유튜버 ‘마이린TV’ 최린(13)군의 아버지 최영민(47)씨는 “유튜브는 시청자들의 댓글을 통해 영상으로 소통하는 매체”라면서 “교육부TV가 진정한 소통 창구가 되려면 단순히 서포터즈단 구성에 그치지 않고 실제 학부모와 학생들이 가진 고민을 들어주고 이를 영상으로 전달하는 콘텐츠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타미플루 내성 해결한 신종플루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

    타미플루 내성 해결한 신종플루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

    국내 연구진이 독감 치료제로 가장 잘 알려진 ‘타미플루’의 내성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는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인 에스티팜과 함께 타미플루 약제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독감치료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에스티팜에 특허권과 기술을 이전했다고 30일 밝혔다. 독감으로 알려져 있는 인플루엔자는 호흡기 감염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가을부터 봄철에 많이 유행하며 전 세계적으로는 매년 평균 25만~50만명이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에스티팜에서 보유한 뉴클레오시드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A형,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후보물질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복제를 담당하는 효소인 ‘바이러스 중합효소’인 ‘PB1 서브유닛’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의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 핵에서 RNA를 복제하는데 PB1 서브유닛은 바이러스 RNA 전사와 복제에 직접 관여하는 물질이다. 이번 후보물질은 RNA 복제에 필수적인 PB1 서브유닛을 억제함으로써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동물에게 후보물질을 투여하지 몸무게 감소가 완화되고 평균 생존일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도 완화되는 것이 관찰됐다. 일반적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생쥐는 몸무게가 감소하면서 9일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 또 생쥐 폐에 존재하는 감염성 바이러스 입자 수가 10% 미만으로 감소하는 것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후보물질이 조류인플루엔자의 인간 감염도 예방해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수 화학연구원 원장은 “이번에 개발된 후보물질은 국내외 특허 출원을 한 상태로 신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행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약으로 개발되길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우리 모두의 페미니즘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우리 모두의 페미니즘

    어울리지 않게 대학원 박사과정 전공이 페미니즘이었다. 1990년대 중반경 포스트모더니즘 비평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얼떨결에 발을 담갔다가 결국 페미니즘 이론에 매료된 것이다. 페미니즘에 혹했던 이유는 여성 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속에서 평등한 세상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순간 학위를 포기하고 공부를 중단하기는 했지만, 그때 접한 페미니즘 세계관이 지금껏 내내 내 시각을 잡아 주고 삶을 이끌었다고 말할 수 있다. 제일 흥미로웠던 주제가 ‘언어’다. 세계가 유럽ㆍ백인ㆍ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언어는 유럽ㆍ백인ㆍ남성이 지배하고 그 나머지들은 침묵을 강요당하거나 지배자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문학작품 속에서 여성이 (남성의 언어를 도구로)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고 또 어떤 식으로 표현되는지를 살폈다. 자크 라캉에 따르면 언어란 개별 인간 이전에 존재하고 개별 인간은 언어를 받아들이면서 사회화한다. 여성은 스스로의 언어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성의 언어를 체득하며 사회화하므로 곧바로 사회적 약자로 전락하고 만다. 남성 중심 언어에서 남성은 기준이 되고, 여성은 배제되거나 부차적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여성의 히스테리를 ‘남성 성기의 결여’에서 찾고(기준은 늘 남성이다), 여성을 가리키는 단어 ‘우먼’(woman)은 남성 ‘맨’(man)에 의존해서만 존재한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서 김승섭 교수는 “과학에서 여성의 몸이 사라진 현상”에 대해 언급한다. 과학적으로 정했다는 사무실 적정 온도 21도는 몸무게 70㎏의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한다. 불면증 치료제 졸피뎀의 기본 처방 용량 10㎎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부작용 가능성이 크다. 새 신부에게 남편 식구들을 ‘서방님’ ‘아가씨’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예법은 누가 만들었을까. 명절에 시집부터 찾는 풍습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부모 재산은 왜 남자들이 다 가져갈까. 우리는 왜 이런 불평등들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걸까. 남성의 몸에 맞게 만든 옷이 여성에게 편할 리가 없다. 페미니즘 문화 이론가이자 철학자 크리스티나 폰 브라운은 히스테리, 거식증, 분열성 정체성 장애 등 여성 특유의 질병이 남성 주도적 문자 사회에서 비롯했다고 지적한다. 남성의 상징체계가 여성의 몸에 강제적으로 이식되면서 여성들이 끊임없이 고통을 겪어 왔다는 것이다. 20대 남성 70%가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뉴스를 접했다. 군대 문제를 비롯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한다는데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어느 통계를 보아도 남성은 이 불평등 사회의 수혜자다. 20대라고 다를 바 없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여성이 부당하게 취급받는 게 아니라 그걸 당연시하고 고착화하려는 사회 분위기다. 페미니즘에 주홍글씨 낙인을 찍고 심지어 페미니즘을 남녀의 성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정당도 있다. 페미니즘은 남성과 싸우자는 이론이 아니다. 기득권, 주도권을 빼앗겠다는 싸움도 아니다. 우리 어머니, 누이, 연인이 겪고 있으며 또 미래의 아내, 딸이 겪어야 할 질병과 고통에 대한 얘기다. 지금까지의 가부장적, 남성주도적 세계관을 잠시 내려놓고 어머니의 눈으로, 아내와 여동생, 딸의 입장에서 세상을 이해해 보자는 운동이다. 경쟁자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바로 내 가족을 위한 노력이고 운동이다. 나는 여전히 페미니즘이 우리 사회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남녀가 평등한 사회여야 남녀가 모두 행복해진다고 믿는다. 스웨덴의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 카롤린스카도 2015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여성의 권익이 향상되면 남성도 살기 좋아진다. 남성의 어깨에 있는 짐을 일부 내려놓으면 남성도 편해진다. (페미니즘이) 한국을 구할 것이다.” 페미니즘이 우리 모두의 페미니즘이어야 하는 이유다.
  • “BTS는 빌보드 점령한 국가대표”… 인기가 인기를 키웠다

    “BTS는 빌보드 점령한 국가대표”… 인기가 인기를 키웠다

    글로벌 아이돌, 21세기의 비틀스 등 각종 수식어가 모자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를 들고 컴백했다. 이들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최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미국 NBC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역대급 컴백 무대를 선보였고, 새 앨범은 유튜브 조회수, 86개국 음원 차트 1위 등 차례차례 기록을 경신 중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시인, 기자가 모여 아이돌을 톺아보는 눈’이라는 뜻의 ‘평.시.기의 아이돌EYE’는 방탄 컴백의 계절에 이를 묵과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왜 BTS에 열광하는가. 지난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세 사람은 언젠가는 끝내야 할 숙제를 한다는 마음으로 그 단순하고도 심오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했다. ●40대 이상 댓글도 줄잇는 BTS 기사 이정수 기자(이하 이) BTS는 어느 하나 ‘이것 때문에 성공했다’ 이럴 순 없을 거 같고 세부적으로 살펴볼 게 많다.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국내외 팬들에게 각기 다른 포인트로 어필한 측면도 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이하 김) ‘지금 방탄의 인기가 왜 계속 상승하느냐’에 초점을 맞춰 보면 일종의 상승효과라고 할까, 인기가 인기를 몰고 오는 측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팝스타들은 인지도를 얻기까지가 어렵지, 한 번 인기를 얻은 후 괜찮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표하면 팬덤이 꾸준히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수직상승한 인지도가 자연스레 대중성을 끌고 오기 때문이다. 빌보드 1위(지난해 5월 ‘빌보드 200’에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가 첫 1위를 기록했다) 이후 계속해서 팬층이 넓어지고 있는 것도 그런 측면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포털 사이트 네이버 기사에 달리는 댓글에서 글 쓴 사람들의 연령대를 알 수 있다. 방탄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40대 이상도 많다. 김 각종 뉴스, 시사 프로그램에서 BTS를 특별한 아이콘으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높은 연령층도 팬덤 안으로 흡수가 되는 거다. 서효인 시인(이하 서) 국가대표는 누구나 다 응원하면서 좋아하게 된다. 다른 분야 국가대표들은 지기도 하는데 BTS는 거의 안 지고 이기기만 하니 얼마나 보기가 좋나. 김 어떻게 보면 다소 한국적인 특성일지도 모르겠다. 빌보드 차트를 올림픽처럼 생각해서 1등이 금메달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BTS가 일종의 국위 선양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대중도 적지 않다.●‘상남자’로 입덕… 방탄은 역시 ‘춤·춤·춤’ 이 BTS를 언제 처음 인지했나? 서 전에 ‘상남자’(2014년 2월 발매) 때 BTS가 방송 활동을 진짜 열심히 했다. TV만 틀면 모든 가요 프로그램에 나왔다. 지겨울 정도로(웃음). 그러고 나서 잊고 있다가 ‘불타오르네’(2016년 5월 발매)를 보니 그때는 달라 보이더라. 그 이후에 자세히 보니 다른 케이팝 아이돌들에 비해 음악·퍼포먼스·스토리·세계관 등 모든 면에서 고르게 2~5%는 올라가 있는 그룹이라는 느낌이 들더라. 이 ‘상남자’로 오래 활동했던 게 그만큼 반응이 와서 그랬을 것이다. 당시 커버댄스, 춤 영상 등이 유행을 탔다. 방탄이 가진 장점 중 하나를 딱 꼽으라 하면 춤이다. 완벽하게 추니까 유튜브 영상으로 활용되고 주목을 한 측면이 크지 않나 싶다. 서 당시만 해도 빅뱅이 인기 있었다. 지금처럼 군무를 춘다기보다는 자유롭게 추는 식이었다. 방탄 안무 짠 사람은 정말 상을 줘야 한다. 너무 창의적이다. 김 BTS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같은 안무가(손성득)나 프로듀서(피독)와 데뷔 때부터 계속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도 신인그룹 투모로우바이투모로우 데뷔 전까지만 해도 1대1 관계로 동반 성장한 케이스다. 아이돌 그룹의 생태계는 무척 섬세하고 유기적이어서 멤버들이나 스태프, 회사 사이의 유대감 속에서 생성되는 안정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정도 인기를 얻고 환경이 달라졌으면 한 번쯤 흔들릴 만도 한데 방탄은 아직까지도 중심을 잘 잡고 있다. 작년에 아직 재계약 시기가 한참 남았는데도 멤버 전원이 소속사와 7년 재계약을 다시 한 것도 그런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열일’하는 방탄소년단 이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인기 그룹이 된 건 언제일까. 김 아이돌신에서 갑자기 팬층이 많아졌다고 체감한 건 ‘상남자’ 때였고, 이후 ‘I need U’부터 청춘의 처연함, 애틋함 같은 정서에 타이트한 세계관이 붙기 시작하면서 ‘힙합 아이돌’에서 ‘팝 아이돌’로서의 전기가 만들어졌다. 국내 반응이 좋았던 건 ‘I need U’였지만, 해외에서 가장 먼저 큰 반응이 온 건 강렬한 군무가 인상적인 후속곡 ‘쩔어’였다. 이 두 트랙으로 같이 활동한 게 국내외 팬덤을 동시에 확보하는 요인이 됐다. 앞서 서효인 시인이 얘기했던, ‘상남자’ 때 엄청나게 음악방송 홍보를 뛴 것처럼 두 가지 상반된 매력의 곡들로 인터넷과 방송 모두에서 ‘열일’했던 게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빌보드’가 있을 수 있었다. 김 방탄의 ‘열일 모드’는 정말 보통이 아니다. 투트랙으로 활동하기 쉽지 않은데, 방탄은 멤버들마다 개성에 맞춰 믹스테이프도 꾸준히 발표하고, 개인적으로 사운드클라우드를 운영하거나 비하인드 영상을 편집해 공개하기도 한다. 브이앱 같은 팬 대상 콘텐츠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그런 건 다른 그룹들도 다 하는데 방탄만 인기 있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방탄은 ‘그런 것’을 ‘그런 것’이 대세가 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꾸준히 해오고 있는 그룹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서 (컴백 무대를) 미국 SNL에서 했는데, 엠카운트다운에도 나오고 뮤직뱅크에도 나오고 너무 좋은 거다. 이게 ‘국뽕’은 아닌데 친근하기도 하고 좋더라. 변함없이 같은 태도로 계속해서 해 나간다는 게 굉장히 한국적인 정서인 것 같다.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한 톱니바퀴썰’ 서 이 대담 이후로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 이름)를 해야 할 것 같다(웃음). ‘화양연화’(2015년 4월 발매된 세 번째 미니 앨범) 때부터였나. 뮤비나 앨범 등에 숨겨져 있는 코드가 흥미로웠다. 고전 소설에서 비롯된 인문학적인 것, 칼 구스타프 융이 나오고. 스노비즘(속물근성)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대중가요에 아티스트가 좀더 고차원적인 것들을 활용하고 놓지 않는 것이 남다르다 느꼈다. 실력 외에 다른 부분을 찾자면 바로 그 지점이다. 김 요즘 방탄을 얘기하다 보면 너무 꿈보다 해몽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모든 톱니바퀴가 너무나 잘 맞아떨어졌다. 회사의 기획력도 얘기하고 싶은데, 앞서 말한 기획을 둘러싼 내부의 지속력이나 집중력도 좋지만 한편으로 늘상 색다른 시도들에 열려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정도 인기를 얻고 팬덤이 커졌으면 좀 으스대고 싶을 만도 한데, 이번 앨범 타이틀 곡에 ‘작은 것들을 위한 시’라는 제목을 붙여서 좀 놀랐다. 지금의 성공에 취하기보다는 작은 것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고 싶다는 시그널이 직관적으로 느껴져서, 얄미울 정도로 영민한 기획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완벽한 톱니바퀴 중의 하나가 멤버 조합이다. 팬을 모으는 기본적인 요소인 ‘비주얼 멤버’들이 있고, 슈가처럼 프로듀싱을 하는 멤버, RM 같은 리더십 담당이나 춤 담당이 있다. 다른 팀들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긴 하지만, 방탄은 그걸 일단 기본으로 가져간다. 김 시대의 변화도 방탄소년단의 편이었다. 유튜브 시대가 오지 않았다면, 방탄소년단이나 케이팝이 지금처럼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방탄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하던 시기에 맞물려 마침 빌보드를 비롯한 세계적인 차트들이 온라인 스트리밍,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 등을 적극적으로 차트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런 시대 변화의 흐름에 준비가 잘 돼 있던 팀인 셈이다. 그냥도 잘하는 팀이 꾸준히 에너지를 유지하고 운까지 맞아떨어졌는데 누가 이길 수 있겠나. 정리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대학생 사상개조 캠페인에 나서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대학생 사상개조 캠페인에 나서는 중국

    중국 중부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시 옌촨(延川)현 원안이(文安驛)진 량자허(梁家河)촌. 천지 사방이 온통 산이고 평지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까닭에 ‘먹고 살 일’이 막막한 아주 편벽한 곳이다. ‘황토고원’으로 불리는 이곳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16살 때인 1969년 지식인의 사상개조 캠페인인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으로 내동댕이쳐진 산골 마을이다. 어린 시진핑은 ‘야오둥’(窑洞·산허리를 잘라 수평으로 파들어간 토굴)에서 7년 동안 생활하며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었다. 2~3명의 학우들과 함께 생활한 야오둥은 비가 오면 입구가 무너져 갖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해야 할 만큼 그저 비바람을 잠시 피해 몸을 누일 곳이지 집이란 생각은 도무지 들지 않는다. 부총리를 지낸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이 ‘반동’으로 몰리는 바람에 몰락했지만, 고관의 자녀로 베이징에서 곱게 자란 그가 이곳 생활에 적응하기가 ‘죽기’ 만큼이나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 2013년 가을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어린 시진핑을 지켜본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귀하게 자란 그에게 량자허촌 생활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이었겠죠. 배고픔은 말할 것도 없고 베이징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벼룩과 이가 밤마다 괴롭혔습니다. 벼룩과 이에 물려 피부는 벌겋게 부었으며 물린 자국을 긁다가 물집이 생기고 피가 철철 흘렀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하지만 시 주석은 이런 어려움과 고된 노동을 견뎌낸 덕에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 우뚝섰다. 그가 즐겨 쓰는 “쇠를 두드리려면 자신부터 단단해야 한다(打鐵必須自身硬)”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중국 공산당이 오는 2022년까지 3년 간 이공계 전문대생과 대학생 1000만명 이상을 농촌으로 내려보내 재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내놓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중국 문화혁명(1966~76년) 당시 마오쩌둥(毛澤東)이 실시했던 상산하향 운동을 연상시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홍콩 명보(明報) 등은 지난 12일 중국공산당 청년조직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지난달 하순 전국에 통지한 문건을 통해 농촌 현대화를 적극 추진하는 공산당 지도부의 정책을 실천하기 위해 대학생들의 농촌 파견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청단은 통지에서 이번 캠페인이 “시진핑 당총서기의 청년 공작에 대한 중요 사상을 학습하고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세기가 지난 21세기에 직접 피해 당사자인 시진핑 주석 시대에 상산하향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문건은 농민들의 사상과 예절을 높이는 프로그램에 청년 10만명 이상, 빈곤지역에 문화와 과학, 위생을 개선해주는 여름방학 프로그램에 1000만명 이상, 농촌 창업 프로그램에 10만명, 농촌 출신 공청단 간부 인력 1만명 이상을 보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파견 지역은 공산혁명의 근거지였던 낙후된 지역과 극빈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농촌 지역, 소수민족 거주지역에 집중될 전망이다. 파견 대상은 과학·기술분야 전공 전문대생과 대학생들이다. 이들은 여름방학 등을 이용해 ‘자원봉사 활동’ 형식으로 농촌을 찾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대학생은 ▲농촌 지역에 시 주석의 사상과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정신 보급 ▲과학기술·금융·환경보호 지식 전수 ▲예술창작·공연·독서문화 보급 ▲ 유행병 예방, 기본 위생·건강지식 보급 등의 역할을 맡는다. 특히 현지 주민들과 함께 ‘스킨십’을 통한 상호 교류와 소통도 강화할 방침이다. 시 주석은 앞서 ‘농촌 부흥’을 강조하며 재능있는 젊은 인재의 농촌 귀환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개혁·개방 이후 경제성장과 맞물려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농촌 지역은 고령화와 인력 유출 심화로 낙후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현재 중국 농촌 인구는 5억 7700만명에 이른다. 공청단의 대학생 파견 계획은 과거 상산하향 운동처럼 청년 실업대책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경기둔화 속 농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학생들의 귀향 창업을 지원함으로써 취업난을 해소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공청단이 20만 청년을 ‘농촌에서 창업시켜 부자가 되게 하겠다’, ‘대학을 졸업한 10만 청년을 귀농시켜 창업을 돕겠다’ 등과 같은 농촌을 기지로 한 다양한 청년 취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그 근거로 든다. 장린빈 후난(湖南)성 농촌마을 부대표는 “현재 농촌 지역은 컴퓨터 등 과학기술을 활용해 혁신해줄 수 있는 젊은이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방’(下放)으로도 불리는 상산하향은 문화혁명 때 도시 지식청년(知識靑年·知靑)을 농촌에 보내 농민들로부터 재교육을 받도록 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1956년 10월 당중앙 정치국의 ‘1956년부터 1967년까지 전국농업발전요강’에서 처음 제기됐다. 이에 앞서 1955년 8월 베이징 청년 양화(楊華), 리빙헝(李秉衡) 등이 공청단 베이징지부에 변강구 개간을 제안했고, 그해 11월 도농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돼 당중앙의 승인과 격려를 받았다. 마오가 문화혁명이 한창이던 1968년 12월 지청들이 직접 빈곤한 농촌지역을 체험하는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상산하향 운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따라 2000만명에 이르는 지청들이 농촌 지역으로 하방됐다. 중국 지도부에선 시 주석 외에도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974∼76년 안후이(安徽)성 펑양(鳳陽)현에서, 자오러지(趙樂際) 당중앙 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1974~75년 칭하이(靑海)성 구이더(貴德)현에서,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은 1969~71년 산시성 옌안현에서, 류허(劉鶴) 부총리는 1969~70년 지린(吉林)성 타오난(洮南)현에서 각각 지청 시절을 경험했다. 지청의 하방운동은 문화혁명이 끝나고 덩샤오핑(鄧小平)이 집권하는 1978년 이후에야 비로소 중단됐다. 이 운동을 겪은 2000만 명의 지청들은 뜻밖의 이산가족 비극을 경험했고 한창 공부해야 할 젊은 날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잃어버린 세대’로 불린다. 이번 캠페인이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당·정·군에 포진한 최대 정치파벌인 공청단파(團派)의 세력을 견제할 목적도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공청단파의 ‘귀족화’를 비판하면서 그들을 요직에 등용하지 않고 홀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공청단의 ‘21세기 하방’ 계획은 이런 역풍에 대응하려는 속셈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공산당 기층조직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 담겨 있다. 딩쉐량(丁學良) 홍콩과기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사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2012년부터 대학생들이 농촌 간부를 맡는 것을 장려해왔다”며 이는 공산당 기층조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촌 지역 부자들이 현지 자원을 독점하고 심지어 범죄조직과 결탁하는 등 공산당 통제 범위 밖에 놓여 공산당 기층조직이 농촌 현지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시대착오적 구상’이라며 반발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1인 체제’를 강화하는 시 주석은 ‘마오의 시대로 회귀’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받아왔는데 이번 파견 계획이 대표적인 조치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공청단 측은 “문화대혁명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하방 학생은 자원 봉사자로 여름방학에 1개월 이내 활동만 한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공청단의 농촌 파견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한 자녀 운동’으로 도시에서 ‘소황제’(小皇帝)처럼 자라난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소득·문화 수준이 낮은 농촌 지역으로 대거 봉사활동을 떠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혈액형의 비밀 - O형, 심각한 말라리아 예방한다

    [핵잼 사이언스] 혈액형의 비밀 - O형, 심각한 말라리아 예방한다

    혈액형이 O형인 사람은 다른 혈액형인 사람에게 피를 줄 수는 있지만, O형이 아닌 다른 피를 수혈 받을 수 없다. 따라서 O형 혈액형인 사람은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지만, 몇몇 질환에서는 뜻하지 않게 이득을 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말라리아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O형 혈액형이 말라리아 감염에 대한 내성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로버트 스템펠 공공 보건 및 사회학 대학의 아브라함 데가레지 맹기스트와 그 동료들은 과거 발표된 21개 연구 결과를 종합해서 O형 혈액형이 말라리아 감염에 대한 내성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열대열 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falciparum) 감염 기회나 혈액 속 기생충 농도, 헤모글로빈 농도는 혈액형에 따른 차이가 없었지만, 혈액형이 O형인 경우 심각한 말라리아 감염이 생길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O형과 비교했을 때 A형인 경우 심각한 말라리아 감염이 생길 가능성이 1.4배 정도 높고 B형인 경우 2배 이상 높았다. 이는 혈액형에 따른 적혈구 표면 항원형의 차이로 중증 말라리아 감염에서 볼 수 있는 감염 적혈구 간 세포 결합이 O형 혈액형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의 항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널리 퍼진 속설처럼 성격과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은 낮지만, 말라리아처럼 적혈구를 침범하는 질환과는 연관성이 깊다. 이런 이유로 말라리아 감염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O형 혈액형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O형 혈액형이라고 해서 말라리아에 덜 감염되지는 않지만, 심각한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생존 확률이 높다. 물론 O형 혈액형이라고 해서 중증 말라리아 감염이 안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면 감염 자체를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말라리아 유행 지역을 여행할 때는 긴 팔 옷과 긴 바지,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필요시 의사와 상담해 예방약을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열 등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바로 진료를 보는 것이 중증 말라리아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혈액형에 관계없이 질병은 예방이 최선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한다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한다

    아카디아는 아테네 서쪽 펠로폰네소스반도의 중심부를 가리키는 지명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외딴 산악 지대가 님프와 자연의 정령이 사는 낙원이라고 여겼다. 이곳의 주민들은 자연 속에서 양과 염소를 치며 걱정 없이 살아간다고 믿었다. 수천 년 전에도 이미 번잡한 도시에 염증을 느끼고 전원을 동경하는 풍조가 있었던 것 같다. 들판을 지나던 세 목동이 커다란 석관을 발견했다. 양만 치며 살아온 이 순박한 사람들은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셋 중 한 명이 무릎을 꿇고 글자를 짚어 가며 떠듬떠듬 읽는다. 왼쪽 젊은이는 석관에 몸을 기대고 생각에 잠겨 있다. 붉은 천을 두른 젊은이는 글자를 가리키며 설명을 구하듯 오른쪽에 서 있는 여인을 바라본다. 푸른 드레스에 금빛 튜닉을 걸치고 금빛 샌들을 신은 아름다운 여인이다. 이 도회적 여인은 옅은 미소를 띠고 목동들 쪽을 쳐다보지 않는다. 석관에는 ‘아카디아에도 나는 있다’는 라틴어 구절이 새겨져 있다. 낙원에서도 죽음은 피할 수 없으며, 이 세상의 행복은 일시적이고 무상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 주제가 그림에서 유행한 것은 중세 말의 일이다. 중세 말은 전쟁과 흑사병으로 사회 분위기가 흉흉했다. 부유한 후원자들은 고위 성직자나 미녀를 둘러싸고 해골들이 춤추는 그림을 그리게 해 지상의 권세나 젊음이 다 부질없는 것이라는 교훈과 함께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 기괴한 분위기의 메멘토 모리와 푸생의 조용한 고전주의를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지만, 이 그림의 주제는 메멘토 모리와 닿아 있다. 푸생은 해골을 직접 들이대며 위협하지 않는다. 석관과 라틴어 글귀로 넌지시 죽음을 가리킬 뿐이다. 우아한 여성의 정체는 불분명하다. 아카디아에 사는 님프라는 게 일반적 해석이지만, 예술의 의인화라는 설도 있다. 예술은 인간의 유한함을 극복하는 방책으로 고안된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이기지 못하지만, 예술이라는 형태로 삶을 기억하고 붙잡아 놓을 수는 있다.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이 그림은 루이 14세의 컬렉션에 들어 있던 것이다. 절대 권력을 누렸던 화려한 왕은 이 그림의 교훈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미술평론가
  • 주택건설업계, 미세먼지 잡는 설계 유행

    주택건설업계가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아파트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양한 미세먼지 차단 기술을 아파트 설계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거나 먼지 차단 설비를 갖추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어린이놀이터에 미스트(공기 또는 엷은 수증기) 분사기를 설치해 미세먼지를 줄이기로 했다. 아파트 공동현관에는 전화부스 형태의 에어 샤워 부스를 설치해 출입할 때 옷에 묻은 먼지를 털 수 있게 했다. 세대 출입구는 ‘H 클린현관’으로 만들어 콤팩트 세면대, 이동 세탁장, 집진클리너, 의류건조기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미세먼지 차단 특화설계는 이달 분양하는 서울 강남 ‘디에이치 포레센트’ 아파트부터 적용한다. GS건설은 이달 공급하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 아파트부터 환기형 공기청정시스템인 ‘시스클라인’을 달아주기로 했다. 24시간 별도의 환기 없이 깨끗한 공기를 공급하는 장치로 시스템 에어컨처럼 천장에 달아 공간활용성도 높였다. 홈네트워크와 연동해 외부에서도 제어할 수 있다. 대림산업도 아파트 단지 입구부터 실내까지 미세먼지를 차단할 수 있는 ‘스마트 클린&케어 솔루션’을 설치해준다. 미세먼지 상태 신호등, 미스트 자동 분사 구조물 등을 설치하고, 세대 내부는 자동 센서를 통해 미세먼지 및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 24시간 깨끗한 공기 질을 유지한다. 주방에는 온도센서가 내장된 스마트 레인지 후드를 달아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같은 오염물질을 잡아낼 수 있게 했다. 대우건설은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큰 먼지필터와 고성능필터가 갖춰진 환기시스템을 개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미세먼지 줄이기 3종 시스템을 개발했다. 조리할 때 생기는 미세먼지를 주방의 공기순환으로 제거하는 ‘주방 하부 급기 시스템’과 현관에서 공기바람으로 미세먼지를 털어내는 ‘에어 샤워 시스템’, 헤파필터(H13등급)가 설치된 환기 설비를 갖췄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전북 초·중·고에 인플루엔자 비상

    전북도내 일선 학교에 인플루엔자 감염 비상이 걸렸다. 23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개학이 시작된 지난 3월 초부터 도내 초·중·고교에서 인플루엔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는 B형 독감으로 알려졌다. 인플루엔자 환자는 학기 초인 3월 3일부터 9일까지는 42명이 발생했지만 2주차에는 237명, 3주차는 665명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4주차인 3월 24일부터 3월 30일까지는 1296명으로 증가한 이후 5주차 1730명, 6주차는 2119명으로 2000명 선을 넘어섰다. 다행히 7주차에 들어서면서 1577명으로 다소 꺾이는 추세지만 각급 학교 마다 인플루엔자로 학교를 나오지 못하는 학생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인플루엔자 확진을 받은 학생은 증상 발생일로부터 5일 동안 등교가 중지된다. 이후에도 고열, 기침, 인후통 증상을 보일 경우 해열제 없이 정상체온을 회복할 때까지 등교할 수 없다. 전북도교육청은 “인플루엔자에 감염되지 않도록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매년 독감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밝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조선시대, 장애는 장애가 안 됐소

    조선시대, 장애는 장애가 안 됐소

    근대 장애인사/정창권 지음/사우/368쪽/2만원“폐질자(장애인) 가운데 산업(직업)이 있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를 제외하고 궁핍하여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자는 소재지 관아에서 우선적으로 진휼하여 살 곳을 잃지 말게 하라.”조선의 2대 왕 정종이 1400년에 신하들에게 지시한 내용이다. 직업이 있는 경증장애인 외에 중증장애인은 국가가 돌봐야 한다는 뜻이다.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이런 정책은 힘을 잃는다. 편견과 차별, 배제 등 장애인에 관한 사회적 차별도 이때 생겨난다. 말하자면, 근대는 장애인에게 ‘암흑기’였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나온 ‘근대 장애인사´는 근대의 장애 관련 사건과 정책을 분석해 장애인에 관한 사회적 차별이 언제, 어떻게, 왜 생겨났는지를 추적한다. 저자는 2011년 조선시대 장애인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글항아리)를 낸 바 있다. 이번에는 관에서 펴냈던 근대 관찬사료와 신문·잡지, 문학작품, 일기·문집류, 외국인 견문록 등을 토대로 장애사 연구 보폭을 한발 넓혔다. 저자는 조선 시대 장애인 정책과 장애인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근대보다 훨씬 나았다고 주장한다. 조선은 장애를 크게 경증과 중증으로 나눠 정책을 펼치고, 장애인이 직업을 갖고 자립하도록 유도했다. 특히, 장애인에 관한 사회적 인식은 대단히 높은 수준이었다. 장애에도 능력만 있으면 장관급의 벼슬에 오를 수 있었다. 조선 건국 후 예악을 정비하고 국가 기틀을 마련한 허조는 체격이 왜소하고 어깨와 등이 굽은 척추 장애인이었다. 그러나 좌의정에 오를 만큼 세종의 신임을 받았다. 선조, 광해군, 인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원익은 왜소증 장애인이었다. 영조 시절 우참찬을 지낸 이덕수는 청각장애인이었는데, 임금과 자주 필담을 나눌 정도로 신망을 받았다. ‘동지정사’를 맡아 청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오기도 했다.개화기에는 전 세계에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장애인 교육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정부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선교사들이 이 역할을 대신 맡았다. 예컨대 로제타 셔우드 홀과 같은 선교사는 조선 사람도 쓸 수 있는 점자를 고안하고 조선 최초로 맹아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기독교에 관한 거부감이나 이질감을 완화하기 위해서였다 해도 이들의 노력은 높게 살 만하다. 일제강점기 들어서면서 장애인 숫자는 크게 늘고 반대로 정책은 각박해졌다. 일제의 수탈로 조선 사람들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결막염을 비롯해 각종 전염병이 유행하며 장애인도 늘었다. 의료사고가 빈번했고 전차나 기차, 자동차 사고도 늘었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잡혀 태형과 고문을 당해 장애인이 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럼에도, 일제는 장애인을 격리하고 감금하는 데에만 힘썼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총독부 사회과의 장애인 어용단체인 ´조선사회사업연맹´조차 “장애인과 고아를 위한 구호법을 하루속히 실시하라”고 주장할 정도였다. 1911년 일제가 설립한 거의 유일한 장애인 복지기관인 ‘제생원 맹아부’에는 일본인이 더 많았다. 1944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장애 걸인들을 위한 ‘불구자 수용소’를 세웠는데, 거리의 장애인을 잡아 가두는 시설에 불과했다. 저자는 결국 정부가 어떤 시각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장애인 정책이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조선시대에는 ‘완전함´에 중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그 차이를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근대화, 산업화, 그리고 식민지 상황으로 접어들며 장애인 정책은 심하게 망가지고, 이에 따라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도 매우 부정적으로 바뀌게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장애인들이 병을 낫고자 인육을 먹고, 아이를 잡아 약을 만든다는 식의 흉흉한 소문, 장애인 생활을 견디다 못해 벌어진 각종 사건은 읽기에 섬뜩할 정도다. 조선과 근대의 장애 정책을 좀 더 풍부하게 설명했으면 좋았을 터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 역시 구체적이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 여러 현상을 나열한 뒤 장애 정책을 두루뭉술하게 설명하는 정도여서 다소 아쉽다. 그럼에도, 장애인에 관한 올바른 제도 정립 차원에서 책은 환영할 만하다. 이번 책에 이어 인간이 노동가치로 전환된 현대의 장애사를 후속으로 기대해 본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홍진영 “이상형은 조승우” 김종국 ‘썸’ 완벽 종료 [종합]

    홍진영 “이상형은 조승우” 김종국 ‘썸’ 완벽 종료 [종합]

    가수 홍진영이 “이상형은 조승우”라고 솔직하게 언급했다. 17일 오전 방송된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철파엠)’에는 가수 홍진영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홍진영은 등장부터 “너어~”하며 유행어를 외치며 흥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홍진영은 “‘엄지 척’은 험지로 불러야 한다”며 노래를 부르는 등 흥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홍진영은 김영철이 앨범 소개를 부탁하자 신곡 ‘오늘밤에’를 우월한 라이브로 열창했다. 홍진영은 “말이 필요한가요? 한 소절 노래가 더 좋죠”하며 특유의 비타민 매력을 뽐냈다. 김영철은 “오늘 ‘인싸’ 특강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일단 홍진영씨의 인싸력을 확인해보겠다”며 O,X퀴즈를 진행했다. 김영철은 ‘나를 주눅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에 O를 대답한 홍진영에게 누구냐고 물었고 홍진영은 “있다. 언니다”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에 김영철은 “그럼 연예인 중에서는 없나? 강호동씨와 이영자씨 안 무섭냐”고 물었고 홍진영은 “어려운 부분은 있지만 무섭지는 않다”고 답했다. 이어 ‘나만의 연애기술이 있다’에 O를 외친 홍진영은 “연락을 안 기다리는 척만 하면 된다”면서 “조금 더 바쁜 척, 바쁜 와중에 연락을 하는 척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영철은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미운 우리 새끼’를 언급하며 “김종국 씨 같은 스타일은 어떻냐”고 물었다. “언제 적 얘길 하냐”고 말하며 웃던 홍진영은 “종국 오빠와는 친한 오빠, 동생 사이다. 오빠로서 굉장히 좋아하고 선배로서 존경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 홍진영은 이상형에 대한 물음에 뮤지컬배우 조승우를 꼽았다. 그는 “(조승우가) 선하게 생기지 않았냐. 저는 쌍꺼풀 없는 눈이 좋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편 홍진영은 지난달 8일 정규앨범 1집 ‘Lots of Love’를 발매하고 타이틀곡 ‘오늘 밤에’로 활동했다. 또한 친언니 홍선영과 함께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전세계 홍역 3배 급증… 美 전역 확산 ‘25년 만에 최악’

    美20개주 발병…환자 많은 뉴욕 비상사태 유대교 구역 집중…이스라엘 방문 뒤 전파 전 세계적으로 홍역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홍역 환자가 이례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미국 뉴욕시는 ‘공공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브루클린의 특정 지역에 강제 백신 접종 명령을 내리는 등 미 전역에서 홍역이 25년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5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세계 홍역 발병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늘어난 11만 2163건으로 집계됐으며 미국과 이스라엘, 태국, 튀니지 등 비교적 백신 접종이 잘 이뤄지는 국가에서도 홍역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WHO는 이날 성명을 통해 “많은 나라에서 눈에 띄게 홍역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홍역 발병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발병 건수는 보고된 건수 이상”이라면서 실제로는 더 심각할 수 있다고 WHO는 덧붙였다. 특히 미국에서 19년 전 ‘소멸 선고’를 받은 홍역이 올 들어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미국의 홍역 환자는 1994년 96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줄면서 2000년 공식 소멸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후 홍역이 꾸준히 발병하기는 했지만 상당 기간에 걸쳐 미 전역으로는 확산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20개 주에 걸쳐 모두 555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동부의 뉴욕·뉴저지·뉴햄프셔·코네티컷·매사추세츠·메릴랜드, 서부의 캘리포니아·워싱턴·오리건, 남부의 플로리다·조지아·텍사스까지 미 전역을 아우른다. 미국의 홍역 사태는 이른바 ‘초정통파’ 유대교 구역에 집중돼 있다. 유대인이 많이 사는 뉴욕시에서만 28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초정통파 유대교도가 이스라엘에서 가을수확축제를 즐기고 돌아온 직후인 지난해 10월부터 뉴욕에서 홍역이 유행하고 있다고 뉴욕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당시 이스라엘은 홍역이 한창 확산하던 때였고 백신을 맞지 않은 다수의 어린이가 바이러스를 갖고 미국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먹방 유튜버, 주먹밥 먹다 결국 사망

    먹방 유튜버, 주먹밥 먹다 결국 사망

    먹방 유튜버가 사망했다. 일본 온라인매체 등은 최근 한 여성 유튜버가 자신의 유튜브 생방송에서 오니기리를 먹다가 질식해 쓰러졌고, 수십 분 후 구급대가 도착한 모습까지 그대로 중계됐다고 보도했다. 여성의 아들이 SNS를 통해 어머니의 죽음을 알렸으며, 현재 이 영상은 삭제 또는 미공개 상태다. 최근 일본 유튜버 사이에서 ‘30초 안에 오니기리 먹기’라는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튜브 측은 내부 규정으로 위험한 도전을 다룬 영상을 공개하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완전히 걸러지지는 않는 상황이다. 해당 내용을 접한 네티즌은 “충격이다”, “우리나라도 조심해야 한다”, “자극적인 콘텐츠만 찾는 네티즌도 문제”, “저 아들은 충격이 클 듯”등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日 ‘먹방’ 유튜버, 주먹밥 먹다 사망…라이브로 송출됐다 삭제

    日 ‘먹방’ 유튜버, 주먹밥 먹다 사망…라이브로 송출됐다 삭제

    유튜브로 라이브 방송을 하던 일본의 한 먹방 유튜버가 주먹밥을 한입에 먹다가 결국 사망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일본 버즈피드재팬은 유튜브에서 오니기리(주먹밥) 한 입에 먹기 도전을 하던 한 여성이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여성의 아들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자신의 어머니가 사망했다고 알렸다.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 유튜버는 지난 8일 ‘단숨에 먹기’라는 제목으로 생방송을 진행하던 중 ‘찰밥 대자 주먹밥’을 한입에 넣고 삼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절했다. 여성은 입을 몇 번 움직이다 약 3분 뒤 거품을 내뿜고 쓰러졌다. 20분이 지나 두 명의 구급대원이 집으로 출동해 응급 처치를 했고 이 장면은 라이브로 송출됐다. 현재는 유튜브에서 볼 수 없다. 최근 일본에서는 ‘주먹밥 30초 챌린지’ 같은 빨리 먹기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다. 2016년 시가현 시코네시에서도 농산물 홍보 이벤트에서 주먹밥 빨리 먹기 경쟁을 하던 28세 남성이 3분에 5개의 주먹밥을 삼키고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먹방 유튜버를 중심으로 많이, 빨리 먹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유튜브는 ‘심각한 신체적 부상이나 사망의 위험이 있는 행위의 조장을 목적으로 한 콘텐츠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공식 정책이 있지만 관련 영상들이 완전히 걸러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엄빠 패션’ 뜬다

    ‘엄빠 패션’ 뜬다

    레트로(복고) 열풍을 타고 봄철 패션의 ‘클래식’ 아이템인 트렌치코트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아버지 양복을 닮은 오버사이즈 재킷도 함께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올봄 ‘엄빠(엄마+아빠) 패션’ 열풍이 불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여성복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에서 이번 시즌 출시한 트렌치코트가 3차 재생산에 들어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야상과 봄버 재킷이 대세여서 트렌치코트의 판매가 주춤했지만 올해 트렌치코트가 3300장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보브의 트렌치코트도 판매율 95%를 기록하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복고의 영향으로 넓은 어깨와 넉넉한 품이 특징인 오버핏 재킷의 인기도 뜨겁다. 보브의 벨티드 스몰 체크 더블 재킷은 세 번째 재생산에 들어간 물량까지 모두 완판돼 판매율 100%를 기록했으며 지컷에서도 오버핏 재킷이 완판됐다. 김주현 스튜디오 톰보이 마케팅팀장은 “1980~90년대에는 트렌치코트와 재킷이 정장 차림의 대명사였지만 최근에는 스타일링 방식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면서 “트렌치코트나 재킷을 운동화, 모자티와 함께 입는 것이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코디법”이라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포크레인으로 건물 부수고 ATM기 통째로 훔쳐…신종 범죄 기승

    포크레인으로 건물 부수고 ATM기 통째로 훔쳐…신종 범죄 기승

    무자비하게 때려 부수는 절도행각이 북아일랜드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범행에 이용되는 장비는 포크레인, 노리는 표적은 현금이 두둑하게 채워져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다. 가장 최근의 사건은 7일(현지시간) 런던데리의 한 주유소에서 발생했다. CCTV에 찍힌 영상을 보면 복면을 한 도둑들은 포크레인을 몰고 주유소에 들이닥쳤다. 곧바로 ATM이 있는 곳으로 향한 도둑들은 포크레인으로 무식하게 건물을 부수기 시작한다. 벽이 속절없이 허물어지면서 ATM이 드러나자 도둑들은 능숙하게 포크레인으로 ATM을 들어올린다. 이어 대기하고 있는 자동차의 천장에 ATM에 떨어뜨리듯 내려놓는다. 자동차 천장이 움푹 파이면서 ATM이 안전하게 놓이자 도둑들은 차를 타고 도주한다. 범행에 사용한 포크레인은 그대로 버리고 갔다. 포크레인은 인근의 건설현장에서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도둑들이 범행을 완료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4분.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지만 아직까진 특별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비슷한 사건이 최근 유난히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북아일랜드에서는 올해 들어 최소한 8건의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 인적이 드문 시간에 포크레인을 이용해 건물을 부수고 ATM을 들어 훔쳐갔다는 게 공통점이다. 경찰은 포크레인을 이용해 ATM을 훔치는 조직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특별수사팀까지 꾸렸다. 한편 사건이 늘어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TM 절도피해를 본 주유소의 주인은 "1주일에 1건꼴로 (ATM을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아마도 다시 ATM을 놓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건이 빈번해지면서 전국에 ATM이 줄고 있다"며 "결국은 애꿎은 주민들만 불편을 겪게 된다"고 덧붙였다. 사진=CCTV 캡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포크레인으로 건물 부수고 ATM 절도…북아일랜드서 유행

    포크레인으로 건물 부수고 ATM 절도…북아일랜드서 유행

    무자비하게 때려 부수는 절도행각이 북아일랜드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범행에 이용되는 장비는 포크레인, 노리는 표적은 현금이 두둑하게 채워져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다. 가장 최근의 사건은 7일(현지시간) 런던데리의 한 주유소에서 발생했다. CCTV에 찍힌 영상을 보면 복면을 한 도둑들은 포크레인을 몰고 주유소에 들이닥쳤다. 곧바로 ATM이 있는 곳으로 향한 도둑들은 포크레인으로 무식하게 건물을 부수기 시작한다. 벽이 속절없이 허물어지면서 ATM이 드러나자 도둑들은 능숙하게 포크레인으로 ATM을 들어올린다. 이어 대기하고 있는 자동차의 천장에 ATM에 떨어뜨리듯 내려놓는다. 자동차 천장이 움푹 파이면서 ATM이 안전하게 놓이자 도둑들은 차를 타고 도주한다. 범행에 사용한 포크레인은 그대로 버리고 갔다. 포크레인은 인근의 건설현장에서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도둑들이 범행을 완료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4분.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지만 아직까진 특별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비슷한 사건이 최근 유난히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북아일랜드에서는 올해 들어 최소한 8건의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 인적이 드문 시간에 포크레인을 이용해 건물을 부수고 ATM을 들어 훔쳐갔다는 게 공통점이다. 경찰은 포크레인을 이용해 ATM을 훔치는 조직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특별수사팀까지 꾸렸다. 한편 사건이 늘어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TM 절도피해를 본 주유소의 주인은 "1주일에 1건꼴로 (ATM을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아마도 다시 ATM을 놓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건이 빈번해지면서 전국에 ATM이 줄고 있다"며 "결국은 애꿎은 주민들만 불편을 겪게 된다"고 덧붙였다. 사진=CCTV 캡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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