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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 신물 나” 트럼프, ‘살균제 발언’ 역풍에 코로나 브리핑 생략

    “언론 신물 나” 트럼프, ‘살균제 발언’ 역풍에 코로나 브리핑 생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일 해온 언론 브리핑을 25일(이하 현지시간) 생략했다. 대신 트위터를 통해 언론이 정확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 생략은 지난 23일 회견 때 살균제 인체 투입 발언이 역풍을 맞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국토안보부 관계자가 바이러스가 고온 다습한 환경에 약하고 살균제에 노출되면 빨리 죽는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자 자외선 노출과 살균제 인체 주입을 검토해 보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즉각 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부적절한 것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자신에게 적대적인 언론을 향해 비꼬는 투로 발언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날 오후 늦게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은 처음으로 기자들과 문답 없이 22분 만에 끝났다. 통상 트럼프 대통령 회견은 1시간 남짓 진행되고 길어질 경우 2시간을 넘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을 열지 않은 대신 SNS를 통해 언론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그는 평소 브리핑이 열릴 시간대에 올린 트윗에서 “주류 언론이 적대적 질문만 하고 진실과 사실을 정확히 보도하길 거부한다면 백악관 기자회견을 하는 목적이 무엇이 있겠는가”라며 “그들은 기록적 시청률을 올리지만, 국민은 가짜뉴스만 얻는다.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류 언론은 부패했고 신물이 난다”며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나는 전염병 대유행이 거짓(hoax)이라고 절대 말하지 않았다. 나는 주류 언론과 협력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민주당이 거짓이라고 말했다”며 민주당이 거짓을 퍼뜨린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살균제 주입 발언 논란을 해명이라도 하려는 듯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가정용 세제와 살균제의 부적절한 사용을 경고하는 트윗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존스홉킨스대학(동부시간 오후 2시 기준)에 따르면 25일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92만4천576명, 사망자는 5만2천782명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 사망자(20만698명)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방역당국 “국내도 숨겨진 환자 있겠지만 외국보단 적을 것”

    방역당국 “국내도 숨겨진 환자 있겠지만 외국보단 적을 것”

    미국 뉴욕이나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공식 집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추정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방역당국은 국내에도 숨겨진 환자가 있겠지만 외국보다는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5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유행 사례에서 무증상 환자 비율도 상당히 높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실제 환자 규모보다 파악된 확진자의 규모가 당연히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美뉴욕·중국 등 “실제 감염자 훨씬 많을 것” 추정 잇따라 앞서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는 약 3천명의 주민을 상대로 ‘코로나19 항체검사’를 실시한 결과, 13.9%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뉴욕주 전체 주민으로 단순 환산하면, 공식 집계치의 약 10배인 270만명이 감염돼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중국 역시 여러 차례 집계 방식을 바꾸면서 실제 코로나19 감염자가 공식 집계의 4배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권 부본부장은 “(숨겨진 환자의) 비율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검사를 조기에 정착시키고, 매우 왕성하게 환자를 발견했기 때문에 외국보다는 확진자와 실제 환자 간 차이가 작으리라고 짐작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에서 항체 양성률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항체검사를 실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확립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항체검사법과 관련해서는 “전 국민 건강·영양조사나 지역별 헌혈혈액 검체를 활용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어 표본 선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논의해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총선 관련 확진 사례 아직 없어…생활방역 성과” 방역당국은 현재까지 총선 투표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는 생활 방역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권 부본부장은 “이번에 치러진 4·15 총선과 사전투표 과정에서 현재까지 관련 확진 사례가 감시망에서 확인되지 않았다”며 “마스크·장갑 착용과 거리두기 등 생활방역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장 잠복기인 14일이 경과해야 확실히 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14일이 지나도 사례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이번 선거 방역 대책이 향후 국내외 행사나 선거 과정에서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감시망에서 놓친 부분도 있을 수 있고, 최근 국내외 여러 집단감염 사례에서 무증상 감염의 비율이 30% 이상 나타나는 경우도 관찰되고 있어 계속 긴장을 늦추지 않고 철저히 감시하고 평가하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안정세 속 ‘조용한 전파’ 우려” 그는 현재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명 내외에서 안정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해서도 이 순간에도 조용한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권 부본부장은 “국내에서 31번 환자가 발생하기 전 코로나19 유행이 마감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직후 폭발적인 발생이 일어났고, 싱가포르에서도 한순간에 유행이 증폭됐다”며 “밀집된 환경에서는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포토] 코로나19 확산 속 자연 즐기러 나온 미국인들

    [포토] 코로나19 확산 속 자연 즐기러 나온 미국인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랭커스터에서 시민들이 꽃이 핀 언덕을 지나며 자연을 즐기고 있다. AP 연합뉴스
  • 트럼프 5만명 죽어도 “잘 막았다” 큰소리 치는 이유는

    트럼프 5만명 죽어도 “잘 막았다” 큰소리 치는 이유는

    25일(현지시간)은 여러 모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굵직굵직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이날 오후 7시(한국시간)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185개 나라와 지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281만 5347명, 사망자는 19만 7506명으로 각각 300만명, 20만명을 앞두고 있다. 미국은 90만 5333명이 감염돼 5만 1949명이 숨을 거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들을 기록하고 있으며, 스페인(21만 9764명, 2만 2524명)과 이탈리아(19만 2994명, 2만 5969명), 프랑스(15만 9952명, 2만 2279명), 독일(15만 5054명, 5767명), 영국(14만 4640명, 1만 9567명)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미국은 감염자 90만명을 넘어섰고, 이탈리아는 20만명을 앞에 두고 있다. 영국은 사망자 2만명이 가까워졌다. 특기할 만한 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4840억 달러 규모의 네 번째 코로나19 대응 예산 법안에 서명하면서 미국 사망자가 5만명을 넘어선 데 대해 책임을 질 것인지 묻는 질문에 “아니다.우리는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알다시피 (당초 사망자 예측) 최소 숫자는 10만명이었지만 그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희망한다. 우리가 신속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 수백만명을 잃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많은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고 답했다. 보통 미국인이라면 느꼈을 참담함과 거리가 먼 발언이었다. 이런 자신감 내지 뻔뻔함은 나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영국 BBC는 이날까지 인구 10만명당 15.3명 꼴로 목숨을 잃은 낮은 치명률 때문이라고 했다.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은 이 수치에 관련해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래 그래픽에서 보는 것처럼 실제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영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최근 미국의 일일 코로나19 사망자 숫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도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까지 통계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14일 집계 방식을 이처럼 바꿨다고 밝혔다. 경미한 증상만 느끼며 그냥 넘어가는 환자도 많아 정확한 치명률은 아니다. 3억 3000만명의 인구를 거느린 미국은 지금까지 490만건을 검사했는데 이것으로도 모자라 이날 서명된 네 번째 경기부양 법안에도 검사 건수를 늘리는 데 필요한 재원이 포함돼 있다.미국과 비슷한 것이 벨기에다. 이 나라에서도 감염이 의심되는, 심지어 검사도 하지 않은 환자까지 사망자 통계에 산입하고 있어 10만명당 56.8명이 감염돼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애니멀 픽!] 대규모 홍학이 만든 ‘분홍빛 물결’…코로나19의 역설

    [애니멀 픽!] 대규모 홍학이 만든 ‘분홍빛 물결’…코로나19의 역설

    전 세계 19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는 사람에게는 재앙이지만, 일부 야생동물에게는 다소 의미가 다르다. 전염병 창궐로 인간이 숨어든 사이 날아온 수만 마리의 홍학은 지구의 오염원이 다름 아닌 인간이었다는 걸 방증한다.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20일 인도 뭄바이 인근 샛강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홍학이 날아들어 장관을 연출했다. 나비뭄바이 주거지역 네룰의 한 아파트에서 내려다본 타네강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홍학이 내려앉아 마치 분홍빛 물결이 치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현지언론은 이 지역에 매년 홍학이 찾아오긴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그 수가 많았다고 전했다. 인도 최대 비정부기구인 봄베이자연사협회 측은 ‘더프린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대비 25% 이상 많은 약 15만 마리의 홍학이 날아왔다고 밝혔다. 타네강에 형성된 홍학 생츄어리(Sanctuary) 관리자는 “홍학은 보통 10월에서 3월 사이 이 지역으로 날아왔다가 6월 다른 곳으로 떠난다. 하지만 올해는 사상 최대 규모의 홍학 무리가 날아왔다”며 "코로나19 봉쇄령으로 활동인구가 줄면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이 개선됐고, 그만큼 먹이군도 풍부해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간의 활동이 지금까지 야생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사례”라고 평가했다.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각국의 경제활동이 봉쇄되면서 전 세계 공기질은 크게 개선됐다. 특히 대기 오염으로 악명이 높은 중국과 인도의 개선 수준이 두드러진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 벵갈루루의 이산화질소 수치는 5년 전보다 35% 떨어졌다. 이달 초 인도 북부 펀자브 지역의 잘란다르에서 161㎞ 이상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의 눈 덮인 정상이 수십 년 만에 맨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인간이 사라지고 깨끗해진 도심에는 야생동물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미국 시카고 도심과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근처에는 야생 코요테가 나타났으며, 애리조나의 한 쇼핑센터에서는 돼지처럼 생긴 페커리가 관찰됐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퓨마와 영국의 한 쇼핑가를 배회하는 야생 염소떼도 포착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야생 염소가, 콜롬비아 수도 보코타에는 야생 여우와 주머니쥐, 심지어 개미핥기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인간이 잠시 빌려 살던 땅에 원래 주인이 돌아온 것 같은 분위기다. 듀크대 환경보호과학자 스튜어드 핌은 “인간이 침범당한 게 아니다. 야생동물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면서 “사람 옆으로 잘 오지 않던 동물이 인간이 사라지니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사회적 거리두기’ 첫 모델, 고등학생 과제에서 착안?

    ‘사회적 거리두기’ 첫 모델, 고등학생 과제에서 착안?

    부시 요청받은 두 박사 “백신·약품 한계... 휴교 등 자가격리”딸 사회관계망 과제 본 과학자 “휴교로만 감염 10%로 줄여” 2006년 미국 연방정부에 고용된 의사인 리처드 해쳇과 카터 메처는 워싱턴 근교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동료들과 만나, 효과가 있을지 자신들도 모르는 제안서를 최종 검토했다. 제안서는 추후 미국이 감염병 대유행으로 타격을 받을 경우, 직장과 학교를 쉬도록 하는 등의 정책 방안을 담고 있었다. 머지 않아 이들이 제안서를 발표했을 때, 미국 고위 관리들은 회의와 비웃음이 섞인 반응을 보였다. 보건 위기 상황마다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해 온 제약 산업에 의존해 고비를 넘겨 오는 일에 익숙해진 미국에서, 이들 박사의 제안은 중세 시대 같은 자가격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세계 각국이 적용하면서 이제는 일상어가 된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당시만 해도 비현실적이고 불필요하며, 정치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이런 대접을 받던 발상이 국가적 감염병 대응의 핵심이 되기까지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보도했다. 탄저균 공격와 조류독감 유행 뒤 감염병 대처 방안에 고심하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005년 국립보건원 연설에서 “전염병은 산불과 비슷하다”면서 “일찍 잡으면 제한된 피해만 주고 소멸할 수 있지만 발견하지 못한 채로 타게 되면 우리의 통제 능력을 빠르게 넘어서는 큰 불이 된다”고 말했다. 부시는 조지아주 보훈처 의료관이였던 메처 박사와 종양학자로서 백악관 고문을 맡았던 해쳇 박사에게 미국의 전염병 대응 체계를 수립해 달라고 주문하며, 국방부 연구팀과 협업하도록 했다. 미시간대 의대 의학역사연구센터 소장이면서 국방부 연구팀 일원이었던 하워드 마켈 역시 이 일에 투입됐다. 이들이 제안한 방안은 처음엔 신뢰받지 못했지만 부시 행정부의 지속적인 지지를 받았고 결국 효과적인 것으로 판명됐다. 결과적으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07년 이들의 제안을 ‘비약학적 개입’으로 미국 공식 감염병 대응 정책으로 지정했다. 메처와 해쳇의 팀이 약학이 아닌 개입으로 감염병을 억제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 이유는 신종 인플루엔자의 위험 증가와 타미플루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모든 전염병에 효과가 있는 건 아니라는 현실 때문이었다. 하지만 병원의 실제 작동 방식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해서 정부에 채용된 메처 박사는 중환자실 의사였고, 전염병 정책 관련 전문 지식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뉴멕시코주 산디아의 수석 과학자 로버트 글래스는 메처 박사에게 놀라운 연구 결과를 가져 왔다. 글래스는 복잡한 체계가 작동하는 가상 모델을 구축하는 전문가다. 모델은 어떤 체계가 실제로 도입됐을 때 효과를 낼지, 반대로 치명적인 실패를 일으킬지를 미리 예측하기 위해 구축해 돌려 보는 것이다. 그런데 글래스는 감염병 전파 모델을 당시 14세였던 딸 로라의 고등학교 과제를 보고 착안했다. 딸은 학교에서 사회 관계망 모델을 만드는 연구 과제를 수행했는데, 이를 본 글래스의 눈엔 스쿨버스, 교실에서 매우 긴밀하게 연결된 관계망이 전염병 전파의 완벽한 경로로 보인 것이다. 그는 딸의 과제물을 모델로 만들어 이 관계망을 끊는 것이 감염병을 쓰러뜨리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1만명이 사는 가상의 마을에서 학교를 폐교할 경우 단 500명만 감염되지만, 학교가 열려있을 경우엔 5000명이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래스는 메처에게 이런 결과를 전달하며 “우리는 딸의 과제물을 이용해 거기서부터 작업을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메처 등은 이런 예비 자료를 가져다 산디아에 있는 슈퍼컴퓨터를 통해 모델을 실제 인구에 적용했다. 각 도시가 공립학교를 폐쇄하면 질병 확산이 현저하게 느려진다는 결과를 얻었고, 휴교는 이들이 고려하는 모든 사회적 거리두기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됐다. 글래스 박사가 발표한 연구는 “사회적 거리두기 전략은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유행성 인플루엔자의 지역 감염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도록 설계될 수 있다”고 결론을 맺는다. 이와 별도로 딸은 좋은 학점을 받았고, 과제는 2006년 인텔 국제과학기술 박람회에 출품됐다. 국방부 연구팀에 있던 마켈 박사는 감염병 발생 관련 전문가였다. 그가 수행하던 임무는 범위가 좁지만 시급한 관심사로, 바이러스성 위협에 대한 미군 병력의 취약성이었다. 2005년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건너가 필리핀 등 미군 주둔국으로 퍼지자, 그는 정박한 배에 군인들을 집단 격리하는 ‘보호적 격리’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제안에서 마켈은 1918년 전세계에 대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의 교훈을 연구했다. 당시 미국에선 필라델피아와 세인트루이스의 상반된 대응이 정반대 결과를 가져왔다. 독감이 일상을 방해하는 걸 원치 않았던 필라델피아 공무원들은 그 해 9월 오래 준비했던 전쟁채권 홍보 거리행진을 진행해 수십만 관중을 끌어모았다. 반면 세인트루이스는 시 보건국장이 빠르게 학교, 교회, 극장, 술집, 스포츠 행사, 기타 공공 집회를 폐쇄했다. 당연히 필라델피아는 훨씬 더 오래 고통을 겪어야 했다. 마켈 박사와 메처 박사의 각 팀은 모두 같은 결론에 도달했고 2007년 몇 달 간격으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휴교나 공개 모임 폐쇄 등 여러가지 수단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제한하는 공격적인 조치가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필수적이라는 결론이다. 메처 박사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건 심장마비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메처 박사는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 사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용하지 않는 데 대해 경고한 공중보건 전문가 집단 ‘레드 던’의 핵심이다. 올해 셧다운 조치가 보여 준 효과는 메처 등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컸다. 마켈 박사는 “우리 연구가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걸 보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하면서도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연구를 하면서도 결과가 최악의 경우에만 적용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면서 “우리는 연구 결과가 사용되는 일이 없길 바랐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코로나19 위험은 ‘현재진행형’…방심하면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코로나19 위험은 ‘현재진행형’…방심하면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유행의 위험은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오늘도 현장에서 계속되는 현재 진행형 위험”이라면서 “만약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진다면 언제든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수 있고, 언제든 재발하거나 폭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아직은 사회적 거리두기나 사회적 봉쇄를 해제하고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통제한 나라는 아직 없다”며 주말을 맞아 종교시설과 유흥시설 등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최근 확진자 감소 추세, 전날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사실 등을 언급하며 “이런 지표가 지속하면 좋겠지만 아직도 위중한 환자가 상당수 치료를 받고 계시다”고 지적했다.정 본부장은 “특히 70대,80대 이상의 어르신의 치명률은 매우 높아서 24%를 보여준다”며 “방역당국은 이러한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정 본부장은 “지금도 매일 산발적 지역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고,지역감염이 의료기관이나 요양병원·시설로 이어질 경우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인 기저질환자, 고령자에게 심각한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며 “모두 사회적 약자를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좀 더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특히 20∼30대 젊은층은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가볍게 지나가거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이들이 가족이나 직장, 종교시설 등에서 코로나19를 전파한다면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어르신이나 임신부, 만성질환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중 ‘중증’ 이상의 상태인 환자는 42명이다. 90명이 넘었던 3월 중순에 비하면 그 숫자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동정] 최기영 과기장관, 보안업체 ‘지란지교시큐리티’ 방문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보안업체 ‘지란지교시큐리티’를 방문했다. 최 장관은 이날 정보보호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관련한 원격수업, 재택근무 등 비대면 서비스 운영 현황을 공유하고 서비스 보안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솔루션을 3개월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 대규모 홍학 모여 ‘분홍빛 물결’…인간 활동 줄자 돌아온 동물들

    대규모 홍학 모여 ‘분홍빛 물결’…인간 활동 줄자 돌아온 동물들

    전 세계 19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는 사람에게는 재앙이지만, 일부 야생동물에게는 다소 의미가 다르다. 전염병 창궐로 인간이 숨어든 사이 날아온 수만 마리의 홍학은 지구의 오염원이 다름 아닌 인간이었다는 걸 방증한다.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20일 인도 뭄바이 인근 샛강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홍학이 날아들어 장관을 연출했다. 나비뭄바이 주거지역 네룰의 한 아파트에서 내려다본 타네강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홍학이 내려앉아 마치 분홍빛 물결이 치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현지언론은 이 지역에 매년 홍학이 찾아오긴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그 수가 많았다고 전했다. 인도 최대 비정부기구인 봄베이자연사협회 측은 ‘더프린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대비 25% 이상 많은 약 15만 마리의 홍학이 날아왔다고 밝혔다. 타네강에 형성된 홍학 생츄어리(Sanctuary) 관리자는 “홍학은 보통 10월에서 3월 사이 이 지역으로 날아왔다가 6월 다른 곳으로 떠난다. 하지만 올해는 사상 최대 규모의 홍학 무리가 날아왔다”며 "코로나19 봉쇄령으로 활동인구가 줄면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이 개선됐고, 그만큼 먹이군도 풍부해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간의 활동이 지금까지 야생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사례”라고 평가했다.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각국의 경제활동이 봉쇄되면서 전 세계 공기질은 크게 개선됐다. 특히 대기 오염으로 악명이 높은 중국과 인도의 개선 수준이 두드러진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 벵갈루루의 이산화질소 수치는 5년 전보다 35% 떨어졌다. 이달 초 인도 북부 펀자브 지역의 잘란다르에서 161㎞ 이상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의 눈 덮인 정상이 수십 년 만에 맨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인간이 사라지고 깨끗해진 도심에는 야생동물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미국 시카고 도심과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근처에는 야생 코요테가 나타났으며, 애리조나의 한 쇼핑센터에서는 돼지처럼 생긴 페커리가 관찰됐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퓨마와 영국의 한 쇼핑가를 배회하는 야생 염소떼도 포착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야생 염소가, 콜롬비아 수도 보코타에는 야생 여우와 주머니쥐, 심지어 개미핥기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인간이 잠시 빌려 살던 땅에 원래 주인이 돌아온 것 같은 분위기다. 듀크대 환경보호과학자 스튜어드 핌은 “인간이 침범당한 게 아니다. 야생동물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면서 “사람 옆으로 잘 오지 않던 동물이 인간이 사라지니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마스크 쓴 듯한 거대 소행성, 다음 주 지구에 접근한다

    마스크 쓴 듯한 거대 소행성, 다음 주 지구에 접근한다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절반쯤 되는 거대 소행성 하나가 다음 주 우리 지구 곁을 스쳐 지나간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평균 지름이 약 2.06㎞(1.8~4.1㎞)인 소행성이 오는 29일 오전 5시 56분(한국시간 29일 오후 6시 56분) 지구에서 약 630만㎞ 떨어진 우주 공간을 시속 약 3만1000㎞의 속도로 지나갈 예정이다. 최대 길이(4.1㎞)가 에베레스트 높이(약 8848m)의 절반 수준으로 큰 이 소행성은 지구에서 달까지의 평균거리보다 16배 정도 먼 거리를 마하 25.3의 속도로 지나가기 때문에 지구에 충돌할 우려는 없다.‘52768’(1998 OR2)로 불리는 이 소행성은 22년 전쯤인 1998년 7월 24일 하와이 할레아칼라 천문대에서 처음 관측됐는데, 당시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 천체의 규모에 대해 만일 지구에 충돌하면 “전 세계에 영향을 줄 만큼 거대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산하기관 근지구천체센터(CNEOS)에 따르면, 이 소행성은 자전 주기가 4.11일로 지구의 4분의 1 수준으로 느린 데다가 공전 주기는 3.67년으로 화성보다 좀 더 긴 편이다.지난 17일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알레시보 천문대에서 도플러 레이더(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표적을 탐지하고 식별하는 레이더)로 탐지한 이미지에는 소행성이 마치 마스크를 쓴 듯한 모습이 담겼다. 이에 대해 이 천문대 행성레이더팀의 책임자인 앤 버크키 박사는 “이 소행성의 한쪽 끝에는 언덕과 능선 등 소규모 지형을 볼 수 있어 과학적 관점에서 매혹적”이라면서도 “다만 지금은 누구나 코로나19를 생각하는 시기이므로, 이 소행성은 마치 마스크를 잊지 않고 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시설로 센트럴 플로리다대가 운용하는 이 천문대의 연구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인 상황에서도 지구를 위협하는 근지구천체(NEO)의 관측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연구원이나 레이더 운용 인원의 수를 한정하고 있으며 관측하고 있는 동안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적반하장?…코로나19 손배소에 中 “우리도 맞소송”

    적반하장?…코로나19 손배소에 中 “우리도 맞소송”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후베이(胡北)성 우한(武漢)시에서 발원한 코로나19 부실 대응과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데 맞서 소송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2개 주와 인도 변호사협회 등 세계 각국에서 중국의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데 대한 ‘자구책’으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Global Times·環球時報)는 24일 “중국을 상대로 한 각국의 코로나19 피해 소송은 중국 정부는 물론 중국 기업의 적법한 이익과 권리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며 “중국 기업들도 이런 피해를 볼 경우 각국 정부에 맞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이런 소송이 의미 있는 결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중국 사람은 매우 적다”며 “그러나 해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불필요한 소송과 반중 정책으로 인해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GT는 이어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자신들의 합법적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한 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이들은 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부실로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해외에 진출한 많은 중국 기업의 이익이 저조했다며 올해 1분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감소했다고 GT는 강조했다. 주잉 중국 시난정법대학교 국제법 교수는 “중국 기업 중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부실로 매출이 감소한 기업은 증거를 모아 미 연방정부나 개별 주정부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이 소송은 미국 법원이나 중국 법원에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미주리주와 인도는 중국 정부를 상대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민간 차원에서 중국에 대한 집단 소송이 잇따르는 가운데 관(官)에서도 처음으로 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에릭 슈미트 미주리주 법무장관은 21일 중국의 코로나19 부실대응을 이유로 주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그는 성명에서 “중국에서 발병한 코로나19로 수많은 인명 손실과 인적 고통, 경제적 혼란이 발생했다”면서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의 위험성과 감염력에 대해 전 세계에 거짓말을 했고, 내부 고발자를 침묵하게 했다. 중국은 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짐 뱅크스 의원 등 20여명의 공화당 하원의원들도 20일 국무부와 법무부에 ‘코로나19 사태를 유엔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 중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공화당 일부 의원은 미국인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 버카 법무법인은 지난달 12일 플로리다 연방지방법원에 중국 정부와 국가위생건강위원회, 후베이성, 우한시 등을 대상으로 손배소를 제기했다. 지난달 18일에는 미국 보수단체 프리덤워치가 텍사스 연방지법에 중국이 불법적인 무기시설에서 생화학 무기를 제조하면서 코로나19를 야기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인도는 이달 초 코로나19 사태를 은폐하고 속이면서 전 세계로 대유행시킨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소하는 한편 20조 달러(약 2경 5000조원) 규모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인도 변호사협회는 이미 국제법률가위원회(ICJ)와 공동으로 유엔 인권이사회에 중국의 코로나19와 관련한 행위가 결과적으로 세계 각국 사람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엄중한 피해를 준 것은 물론 글로벌 경제와 사회에도 막대한 위해를 가했기에 응당히 배상토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ICJ 위원장을 맡은 아디시 아가르왈라 인도 변호사협회 회장은 소장을 통해 “중국이 비밀리에 대량살상 생화학 무기를 개발해온 점을 비춰볼 때 우린 감히 유엔 인권이사회가 중국에 국제사회와 그 구성원 특히 인도에 마땅한 배상을 하라고 요구하며 명령하기를 간구하다”고 밝혔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집에서 기도”하라는데 제대로 될까? 이슬람 라마단 24일 시작

    “집에서 기도”하라는데 제대로 될까? 이슬람 라마단 24일 시작

    이슬람의 금식성월 라마단이 24일(현지시간) 시작돼 18억 무슬림 신도에 코로나19 확산의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이슬람법 기관들은 전날 해가 진 뒤 초승달이 관측돼 라마단이 24일 시작된다고 공표했다. 나라마다 권위있는 종교 기관이 새로운 달로 바뀌기 전날 초승달을 관측한 뒤 라마단의 첫날을 제각기 발표하기 때문에 시작하는 날이 하루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수니파는 사우디를, 시아파는 이란의 발표를 따른다. 파키스탄은 25일 시작한다. 무슬림의 5대 종교적 의무 중 하나인 라마단에는 30일 동안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식사는 물론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면 안 되고 흡연과 껌도 금지된다. 거짓말, 험담, 저주 같은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라마단의 기본 정신이 세속적이고 육체적 욕망을 절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이기 때문에 무슬림이라면 식음뿐 아니라 성욕, 물욕 추구도 자제해야 한다. 이웃에 대한 기부와 자선도 권장되고 가족과 지인을 초청해 저녁(이프타르)을 나눈다. 이슬람 사원(모스크)에도 평소보다 많은 이가 모여 기도와 쿠란(이슬람 경전) 읽기에 힘쓴다. 그러나 올해 라마단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겹쳐 많이 달라진다. 이슬람권 대다수 정부가 두 달째 모스크의 문을 닫았고, 통행금지령과 봉쇄령으로 사람이 이동하거나 모이지 않도록 하고 있다. 라마단이 여느 때보다 종교성이 고양되는 기간이지만 사우디, UAE,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요르단, 이란, 인도네시아 정부 등은 모스크에 모여서 하는 저녁기도(타라위)를 금지하고 ‘재택 기도’를 해야 한다고 각별히 당부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슬람 최고 성지 메카 대사원과 메디나 예언자 사원의 문을 잠근다. 이슬람의 세번째 성지인 예루살렘(아랍어로 알쿠드스)의 알아크사 사원도 이 기간 문을 닫는다. 바레인은 타라위를 위해 알파테 대사원 한 곳만 개방하지만 한 번에 5명만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집트도 모여서 먹는 이프타르와 타라위를 금지했다. 알제리 역시 라마단에도 모스크 입장을 금지하고 설교나 쿠란 낭독은 모스크의 첨탑(미나렛)에 달린 스피커를 이용해도 된다는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를 내렸다.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는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명절 연휴에 귀향이나 여행을 금지했다. 지난해 이 명절에는 2억명이 한꺼번에 이동했다. 또 종교 재단이나 부유층을 중심으로 라마단 기간에 이프타르를 무료 배식하는 ‘라마단 자선 텐트’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금지됐다.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아동, 노약자, 임신부, 환자는 라마단에 금식하지 않아도 된다. UAE 정부는 올해는 코로나19 환자 뿐 아니라 이를 치료하는 의료진도 금식의 예외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라마단에는 소비가 급증해 상업적으로 ‘대목’인 만큼 완전한 봉쇄로 경제적 피해가 그만큼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UAE는 강화된 위생 수칙을 지키는 조건으로 라마단에 쇼핑몰 영업을 일부 재개하고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통행금지를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또 1000만명 분의 식사를 코로나19 피해가 심한 지역에서 제공하기로 했다. 이집트는 야간 통금 시간을 줄이고, 일부 가게의 영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올해 라마단을 앞두고 이슬람권에서는 금식이 면역력을 약화할 수 있는 만큼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이슬람 수니파 최고 종교기관 알아즈하르는 금식만은 지켜야 한다는 율법 해석을 내놨다. 한편 24일 오전 10시 30분(한국시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185개의 나라와 지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270만 7356명, 사망자는 19만 743명인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각각 1만 3930명과 121명, UAE는 각각 8756명과 56명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산유 부국인 두 나라의 신규 확진자가 공격적인 검사 전략의 영향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사우디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18일부터 엿새 연속 1000명을 넘겼다. UAE 보건부는 23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518명 늘어 1월 29일 첫 발병 뒤 처음 500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100만명당 검사 건수는 아이슬란드(인구 36만명)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8만 건에 이르고, 최근 일일 검사 건수는 3만건에 가깝다. 100만명당 확진자 수를 한국(209명)과 비교하면 사우디가 약 2배(400명), UAE가 4.4배(885명)에 이르러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역에 널리 퍼져 있는 것을 방증한다. 사우디와 UAE의 치명률은 광범위한 검사로 분모인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각각 0.9%, 0.6%를 기록해 세계 평균(7.0%)과 중동지역 평균(4.3%)보다 훨씬 낮다. 한국보다 훨씬 엄격하게 도시간 이동·통행을 금지하고 외국인 입국 금지, 자국 거주 외국인 송환 등을 행한 덕분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스페인 독감-코로나19로 100년 간격 세상 떠난 쌍둥이

    스페인 독감-코로나19로 100년 간격 세상 떠난 쌍둥이

    100세 2차대전 참전용사 코로나19로 사망쌍둥이 형제는 1919년 스페인 독감에 숨져 스페인 독감으로 1919년 쌍둥이 형제를 잃은 100세 노인이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100여년 간격으로 일어난 전염병 대유행이 쌍둥이 형제의 목숨을 차례로 앗아간 셈이다. 2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뉴욕 나소 카운티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던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 필립 칸은 생전에 유행병을 두려워했다고 손자인 워런 지스먼이 말했다. 지스먼은 “할아버지는 내게 ‘역사는 반복된다고 내가 말했지? 100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야’라고 자주 말했다”고 전했다. 손자의 말에 따르면 칸과 쌍둥이 형제 사무엘은 1919년 12월 5일 태어났지만, 사무엘은 몇 주 뒤 숨졌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진 인플루엔자는 1918년 대유행해 전세계 약 5000만명, 미국에서 약 67만 5000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존스홉킨스대 실시간 상황판에 따르면 22일 현재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은 4만 6000여명이며, 뉴욕 주에서만 1만 9000여명이 숨졌다.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 항공부대 하사였으며, 기술자와 부조종사 역할을 했다. 그는 복무한 공로로 동성훈장을 받았으며, 전역 후엔 세계무역센터 건설 현장에서 전기 감독으로 일했다. 롱아일랜드에 혼자 살면서 하루 2~3㎞를 걸었다고 손자는 전했다. 지스먼은 “할아버지는 항상 뉴스를 봤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관련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으며, 숨지기 전 며칠 동안 기침과 호흡기 증상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칸은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스먼은 할아버지가 최근 며칠 간 쌍둥이 형제에 관해 많이 얘기했다고 말했다. 칸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확진 판정은 지난 17일 숨진 뒤에 나왔다.칸이 평소 원했던 성대한 군 장례식은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못했다. 대신 군에서 두 명이 장례 지원을 나왔고, 2차 대전 당시 해병이었던 아버지를 둔 한 남성이 멀리서 나팔을 불어 줬다. “그는 전쟁 당시 육군 항공대가 해병을 엄호해줬다며 자원봉사를 해 줬다”면서 “할아버지를 위해 나팔을 불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고 지스먼은 전했다. 지스먼은 “할아버지는 명절 때마다 쌍둥이 형제 사무엘을 떠올리곤 했다”면서 “태어난 지 몇 주 만에 숨진 쌍둥이를 결코 만나 본 적은 없었지만, 그는 형제를 잃었다는 허탈함을 가슴에 담고 살았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토트넘·아스널, 내년 유럽 클럽대항전서 못보나

    토트넘·아스널, 내년 유럽 클럽대항전서 못보나

    UEFA, 리그 조기 종료시 올시즌 경기 실적으로 출전권 부여종료 시점 순위가 기준이 되면 토트넘·아스널은 출전권 못 따일각에서는 단기전 플레이오프 방식이 대안으로 제기되기도유럽축구연맹(UEFA)이 유럽 각국 리그의 2019~20시즌이 조기 종료될 경우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 출전 자격을 올 시즌 ‘경기 실적’(sporting merit)에 따라 부여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UEFA는 23일 화상회의로 집행위원회를 열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단된 유럽 리그의 시즌 조기 종료 및 다음 시즌 클럽대항전 출전 자격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승인했다.UEFA는 각국 최상위 리그를 완주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스포츠 이벤트를 금지하는 정부 방침 등이 있거나 경제적 문제로 리그와 클럽의 장기적인 안정성에 위험을 줄 수 있는 특별한 상황이라면 조기 종료도 가능하다고 한 발 물러섰다. 또 리그가 조기 종료할 경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출전 자격은 2019~20시즌 국내 대회에서의 ‘경기 실적’(sporting merit)을 바탕으로 부여하도록 했다. 최근 영국 언론에서 시즌이 조기 종료될 경우 다음 시즌 유럽 클럽대항전 출전팀을 정할 때 최근 5시즌 성적을 기반으로 한 ‘UEFA 계수’를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UEFA의 최종 결론은 달랐다.여러 변수가 있지만 경기 실적은 리그 종료 시점의 순위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조건 종료 시점의 순위를 준용하면 이미 유럽 클럽대항전 출전권을 사실상 확보해놓은 클럽 외에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던 클럽에게는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UEFA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플레이오프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만약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재개되지 못하고 조기 종료하고 또 그 시점의 순위가 기준이 되면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과 전통 명문 아스널은 다음 시즌 유럽 클럽대항전에서 볼 수 없게 된다. 두 팀은 챔피언스리그 티켓(1~4위), 유로파리그 티켓(5위)과 거리가 먼 리그 8위와 9위에 머물고 있다. 만약 시즌이 완주된다면 유럽 클럽대항전 진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플레이오프 등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기는 하다. 각팀이 9~10경기가 남은 EPL의 경우 4위 첼시와 11위 크리스탈 팰리스의 차이가 승점 9점에 불과하다.UEFA는 특히 유럽 클럽대항전 출전팀을 선정하는 절차는 객관적이고 투명하며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각국 협회와 리그가 자국 상황을 고려해 최종 순위를 결정할 권한을 갖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UEFA는 각 리그에서 부여한 출전 자격을 거부할 권리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코로나19가 뭐예요?”… ‘보트 여행’하느라 뉴스 못 본 커플 사연

    “코로나19가 뭐예요?”… ‘보트 여행’하느라 뉴스 못 본 커플 사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사태를 인지하지 못했던 이탈리아 커플의 사연이 알려졌다. BBC 등 현지 언론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맨체스터에 살던 엘레나 마니게티와 라이언 오스본 커플은 지난 2월, 보트를 타고 대서양으로 훌쩍 떠났다. 이들은 아프리카 북서 해안의 카라니아 섬에서 여행을 시작해 카리브해까지 이동하며 약 한 달간 바다를 떠돌았다. 종종 육지에 닻을 내리고 잠시 머물기도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여행 내내 외부와의 접촉을 원치 않았다. 가족 및 친구들과도 특별한 소식을 주고받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달 중순, 보트 하나로 전 세계 바다를 떠돌던 두 사람은 작은 섬에 발을 내딛었다가 휴대전화에 쏟아지는 메시지를 뒤늦게야 확인하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들이 망망대해를 돌며 속세와 멀어져 있던 사이, 전 세계가 전염병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엘레나는 BBC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 2월에 중국에서 심각한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후 25일만에 카리브해에 도착할 때까지 그 전염병이 전 세계에 퍼진 사실을 전혀 몰랐다. 우리는 대부분 바다 한가운데 떠 있어서 인터넷 사용이 제한적이었고, 가족과의 연락도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카리브해의 프랑스 영토 중 하나에 입항을 시도했다가, 그제서야 모든 국경이 닫히고 섬도 폐쇄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처음에는 섬의 폐쇄가 단순히 섬 보호차원이라고만 생각했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두 사람은 남아메리카에 있는 그레나다라는 섬나라에 도착한 후에야 인터넷을 이용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중국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시작된 지 3개월 여, 영국 등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지 약 한 달 만의 ‘깨달음’이었다. 두 사람을 더욱 충격에 빠지게 한 것은 이들의 고향인 이탈리아가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가 돼 있는 현실이었다. 엘레나는 “내 고향은 확진자가 가장 많은 룸바르디아 지역에 있고 아버지는 여전히 고향에 살고 계신다. 다행히 부모님과 가족은 감염을 피했지만 6주 넘게 봉쇄된 도시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이 커플은 서인도 제도에 있는 그레나딘 제도의 세인트빈센트 섬에 머물고 있다. 세인트빈센트 섬 측은 당초 커플의 국적이 코로나19 최대 피해국가인 이탈리아라는 이유로 입항을 거절했지만, 여행 기간 동안 보트의 움직임을 기록한 GPS 데이터를 통해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는 지역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입증돼 무사히 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커플은 “언제 세인트빈센트를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서 하루빨리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손소독제 1만 7700개 사재기한 형제 기소도 벌금도 면한 사연

    손소독제 1만 7700개 사재기한 형제 기소도 벌금도 면한 사연

    미국 테네시주 검찰이 손세정제 1만 7700개 등을 폭리를 취할 목적으로 사재기했던 형제를 기소하지도, 벌금을 부과하지도 않기로 했다. 채터누가 외곽에 사는 매트 콜빈(36)과 노아(21) 형제는 지난달 12일(이하 현지시간) 코로나19가 급속히 미국에서 확산하자 한목 챙길 요량으로 테네시주는 물론 이웃 켄터키주의 가게들까지 샅샅이 뒤져 손소독제와 항균 처리된 청소용품 등을 싹쓸이한 사실을 일간 뉴욕 타임스(NYT)에 떠벌여 온갖 비난을 들었다. 증오 이메일이 쏟아졌고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고 이틀 뒤 채터누가 타임스 프리프레스에 털어놓았다. 공군 공병부대 병장으로 전역한 그는 한 병에 8달러인 손세정제를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에 올려 70달러에 300개를 팔았다고 자랑까지 했다. 이에 아마존은 다음날 그가 판매 희망 목록에 올려놓은 것들과 다른 판매 희망자들의 물품까지 판매하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그런데 테네시주 검찰은 형제와 협상을 벌여 아직도 팔리지 않은 품목들을 공정 가격에 넘겨 형제들이 수천 달러 손해를 감수하기로 22일 합의했다고 NYT가 다음날 전했다. 허버트 슬래터리 3세 주 검찰총장은 “전례없는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 필수 용품을 싹쓸이한 것은 심각한 범죄”라면서 “콜빈 형제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즉각 협력해 기부도 함으로써 일부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게 됐다”고 불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형제의 법률 대리인 클레이 리는 22일 이메일 답변을 통해 의뢰인들이 주 당국의 조사에 앞서 남은 용품을 모두 교회에 기부해 응급 업무 종사자들에게 배포한 점을 높이 산 것이며 그 덕에 빨리 사안을 마무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테네시주는 원래 재난 상황에 필수적인 품목이나 서비스에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을 강요하면 범행이 주에서 일어났건 다른 주에서 일어났건 엄벌에 처하는 법률을 갖고 있었다. 형제는 이에 따라 앞으로도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위기 상황에 어떤 사재기 행위도 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형제 얘기가 처음 보도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사재기를 통해 폭리를 취하는 사람을 엄벌에 처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바루치 펠드하임(43)이 19만 2000개의 N95 호흡기와 13만개의 의료 마스크, 60만개의 의료장갑을 사재기해놓고 연방요원에게 거짓 진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물품들은 나중에 뉴욕과 뉴저지주의 의료진에게 모두 재분배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올가을·겨울 2차 유행 온다” 쏟아지는 경고 목소리

    “올가을·겨울 2차 유행 온다” 쏟아지는 경고 목소리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과 미국 보건당국이 올가을과 겨울 2차 유행을 경고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에 대해 방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3일 브리핑에서 “올가을·겨울에 코로나19 2차 유행이 올 것에 대비하고 있다”며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장치) 장비와 음압병상 등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시설을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구 집단의 면역 자체가 형성되지 않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재유행할 가능성이 있어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게 모든 부처의 공통된 인식”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 전망 속에 좀더 세밀하게 챙겨야 할 부분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WHO도 최근 확산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경계를 풀지 말 것을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간) 화상 브리핑에서 “초기에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을 받은 일부 국가에서 (확진) 사례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코로나19가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는 안이함”이라며 “이 전염병은 쉽게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돌아갈 수도 없다”면서 “더 건강하고 더 안전하며 더 잘 준비된 ‘새로운 정상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미국에서도 연일 보건당국자들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스티브 한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하반기 2차 유행 전망에 대해 “틀림없이 가능한 일”이라며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모든 의사가 2차 유행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다가오는 겨울 우리나라에 대한 바이러스의 공격이, 우리가 막 겪은 것보다 실제로 더 힘들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국민 대부분 면역 없어”… 거리두기 외엔 코로나 이길 방법 없다

    “국민 대부분 면역 없어”… 거리두기 외엔 코로나 이길 방법 없다

    회복 환자 재감염 막는 ‘중화항체’ 형성 전 세계 인구의 3%만 보유… 예측 불가 재양성 환자서 2차 전파 가능성은 낮아 박능후 “무증상 환자 대규모 확산 가능” 전담병원 12곳 일부 일반병상으로 전환코로나19 신규 확진환자가 연일 1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방역당국이 재확산 가능성을 경고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국민 대부분에게 코로나19 면역이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가 생성됐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면역 획득에 파란불이 켜졌지만 항체를 가진 사람이 적어 아직 거리두기 외에는 코로나19를 피할 방법이 없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3일 브리핑에서 “인구의 60% 이상에게 확실한 방어력이 있고 지속 기간도 긴 항체가 생겨야 코로나19가 유행하지 않는데, 지금은 코로나19를 충분히 방어할 만큼 지역사회 집단면역이 형성되지 않아 얼마든지 재유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 중 2~3%만이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이 항체가 모두 중화항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행인 점은 국내 코로나19 회복기 환자 25명을 검사했을 때 전원에게서 중화항체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한번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은 다시 코로나19를 앓을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권 부본부장은 “전체 인구 중 3%가 코로나19에 노출돼 100%에게 중화항체가 형성되더라도 그 인구 집단 자체가 3%밖에 안 돼 유행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다른 감염병에 비해 전파력이 높고 증상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감염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언제든지 대규모 확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중화항체의 지속 기간도 밝혀지지 않았다. 지속 기간이 길어야 더 오래 면역을 갖게 되는데, 메르스 중화항체의 지속 기간은 1년, 사스는 3년 정도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에 감염돼 면역이 생긴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혈장치료 임상시험도 7월 말을 목표로 시도할 계획이다. 완치 후 다시 확진 판정을 받는 재양성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2차 전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은 재양성자 222명 중 검체를 확보한 39명에게서 바이러스 전파력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화항체를 가진 25명 중 12명도 1차 배양검사에서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았다. 죽은 바이러스 조각이 나온 것으로, 전파력이 없다는 의미다. 한편 방역당국은 흡연과 함께 비만을 코로나19의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정부는 또 이날부터 확진환자가 없는 12개 감염병 전담병원의 682개 병상을 일반병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외환위기급 소비 위축… ‘집콕’에 덜 사고, 덜 놀고, 덜 사먹었다

    외환위기급 소비 위축… ‘집콕’에 덜 사고, 덜 놀고, 덜 사먹었다

    1분기 실질 GDP 3.1%포인트 줄인 셈 서비스업 대폭 추락… 전 분기比 2%↓ 투자·수출 감소 폭은 상대적으로 낮아 대외의존도 높아 2~4분기엔 악화될 듯 올 1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건 민간소비가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영향이 컸다. 2월부터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해 소비가 위축되자 경제 전체가 흔들린 것으로 풀이된다.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6.4% 줄어 1998년 1분기(-13.8%) 이후 가장 낮았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항목인 민간소비가 급감하자 성장률도 전 분기 대비 -1.4%를 기록했다. 1분기 민간소비 감소는 전체 GDP를 3.1% 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는 지난 4년간(2016~2019년) 전기 대비 증감률이 -0.3~1.3%를 기록할 정도로 변화폭이 크지 않았다. 그만큼 코로나발(發) 소비 충격이 컸다는 얘기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코로나19 여파로 1월 중순 이후부터 서비스, 민간소비 부문 중심으로 경제가 크게 위축됐다”며 “소비자들이 외출을 삼가면서 음식, 숙박, 오락문화 등 서비스 소비는 물론 승용차, 의류 등 재화 소비까지 모두 줄었다”고 말했다. 소비가 급감하자 서비스업 생산도 역대급으로 추락했다. 도소매, 음식, 숙박업 등 서비스업 생산은 전 분기 대비 2.0% 줄었고, 감소폭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6.2%) 이후 가장 컸다. 특히 국내외 항공여객 감소와 이동을 꺼려 하는 분위기로 운수업(-12.6%)의 생산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민생경제와 밀접한 분야이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음식점, 호텔 등이 포함된 도소매·숙박음식업(-6.5%), 문화·기타서비스업(-6.2%), 의료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5.2%)의 생산 감소폭도 두드려졌다. 다만 제조업(-1.8%)은 상대적으로 생산 감소폭이 크지 않았고, 건설업(0.3%)은 소폭 증가했다. 투자와 수출은 나름 선방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투자와 수출이 회복 흐름을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 늘어 전 분기 대비 0.2%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1.3% 증가했다. 수출은 2.0% 줄긴 했지만 민간소비와 비교하면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2분기에 소비가 살아나더라도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수출 감소 등으로 성장률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2%로 전망했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1.2%)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1.5%)도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가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여파는 2~4분기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올해 성장률은 당연히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상 최대의 재정지출을 감안하면 연간 성장률은 -0.5~0.5%로 본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1분기 성장률 -1.4% … 코로나가 2%P 깎아먹었다

    1분기 성장률 -1.4% … 코로나가 2%P 깎아먹었다

    꽁꽁 얼어붙은 민간소비 6.4% 급락 2분기 수출 타격… 성장률 더 꺾일 듯 전문가 “L자형 저성장으로 갈 것”코로나19 사태가 올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0% 포인트 깎아먹은 것으로 분석됐다. 감염 공포에 민간 소비가 지난해 4분기보다 6.4% 급락한 게 반영된 것이다. 2분기 성장률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에서 코로나19가 들불처럼 번져서다. 내수에 이어 수출마저 동반 추락할 것이라는 예고다. 수출은 이달 1~20일 동안 26.9% 줄었다. 한국은행은 23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4% 감소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코로나19가 갉아먹은 성장률은 2.0% 포인트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분기 전체 성장률은 -1.4%인데 정부가 올 예산을 당겨 쓴 효과로 1분기 성장률 중 정부 기여도가 (플러스) 0.5~0.6% 포인트 된다”면서 “정부 기여도를 빼면 실제 코로나19가 성장률에 미친 영향은 -2.0% 포인트가량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0%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1분기 수출은 2.0% 감소해 나름 선방했지만 2분기엔 이보다 하락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수요가 감소한 데다 수출길도 막혔기 때문이다. 성장률도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외환·금융위기 때는 환율이 올라 수출이 위기 극복의 돌파구였지만 코로나19 위기는 세계 경기가 살아나기 어려워 수출로 이겨 낼 수 없다”며 “L자형 저성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앞으로 소비가 늘 거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반면 2분기엔 소비와 수출은 물론 일자리와 가계소득, 투자까지 하락하는 복합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예상이 적지 않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9만 5000명 줄었고, 이달엔 감소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자리가 줄면 가계소득도 줄고, 다시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매출이 급감한 기업들은 인건비를 비롯한 고정비에 쓸 돈조차 없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늘리는 게 대안”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떠오른 비대면 소비와 원거리 수출이 아닌 지역 내 생산 확대에 우리 기업들이 빠르게 적응할 정책과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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