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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기 걸린 아이, 유치원 보내면 ‘맘충’?” 워킹맘 토로…등원 기준은[요즘 임출육]

    “감기 걸린 아이, 유치원 보내면 ‘맘충’?” 워킹맘 토로…등원 기준은[요즘 임출육]

    방송인 이수지가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들의 열악한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가운데 한 워킹맘이 “감기 걸린 아이를 왜 원에 보내면 안 되냐”는 내용의 글을 올려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감기 걸린 아이 원 보내는 게 왜 맘충이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맘충’은 엄마와 벌레의 합성어로 육아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작성자 A씨는 “이수지 유튜브가 기사화됐길래 봤더니 감기 걸린 아이 원 보내는 걸로 말이 많더라”면서 “저는 워킹맘이고 시댁 친정 다 지방에 있어서 맡길 곳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마스크 단단히 하라고 하고 약을 싸서 보내는데 이게 왜 진상이냐”면서 “연차 내고 애 본다고 하면 ‘역시 여자들은 뽑으면 안 된다’고 난리 치고, 전업이면 전업이라고 욕할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진짜 애 키우기 힘들다. 누구보다 눈물로 아픈 아이 원에 보내는 건 엄마”라고 강조했다. 해당 글의 댓글에는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일부 네티즌은 “아이들 다 감염되는데 그걸 왜 보내냐”, “내 아이 소중하면 남의 아이 소중한 줄 알아야 한다”,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사람을 고용해라”, “놀러 갈 때는 연차 잘만 쓰더니 애 아프면 갑자기 연차도 못 쓰냐” 등 댓글을 달며 A씨를 비난했다. 반면 “애가 하루 이틀 아픈 것도 아닌데 아플 때마다 연차 내면 연차 60일도 부족하다”, “이런 것 보면 도움받을 사람 없고 돈도 여유도 없으면 아이 낳는 거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인 것 같다”, “애기가 하루 이틀 아프고 멀쩡해지는 게 아니다. 최소 약을 10일 치 먹는데 주말 빼고 8일을 연차 쓰라는 말이냐” 등 A씨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한 네티즌은 “전염병과 고열을 제외한 가벼운 감기 정도는 등원시키고 서로 옮아도 신경 안 쓰는 게 기본이다. 법정 감염병인 게 뻔히 보이는데 보내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수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유치원 교사 역할을 맡아 학부모들의 갑질을 풍자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유치원 야외 활동 중 한 아이가 모기에 물리자 이수지가 구급차를 부르거나, 다른 아이들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전기 모기채로 모기를 잡으러 다니는 장면이 담겼다. 특히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도 부모가 아이를 격리시키지 않고 등원시키는 모습도 등장했다. 아이의 엄마는 교사에게 “애가 선생님이 하도 보고 싶다고 졸라서 하는 수 없이 맡긴다. 기침·가래가 심한데 노란 가래가 나오면 교차 복용을 부탁드린다”며 약을 건넸다. 해당 영상에는 보육교사들의 공감이 이어졌다. “법정 감염병에 걸렸는데도 거짓말하고 보내는 부모들 진짜 많다”, “코로나19에 걸려도 아이 보내고 엄마는 카페 가는 게 현실”, “애가 아픈데도 보내는 건 본인이 돌보기 싫어서 어린이집 맡기는 거 아니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14년차 유치원 교사 B씨는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를 통해 “아픈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열감기나 장염, 수족구 등의 전염성 질병을 앓고 있을 때에도 ‘우리 아이가 심심해서 유치원에 등원하니까 잘 봐달라’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 활동 진행도 어려워지고 주변 아이들한테 전염될 우려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영유아는 면역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아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만든 어린이집 감염병 대응·건강관리 지침을 보면 ▲38도 이상 발열 ▲구토·설사가 반복되는 경우 ▲전염성 강한 감염병(수족구병, 독감, 수두, 유행 결막염 등)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아이가 집단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우 등은 등원을 제한하거나 열이 내리고 전반적인 컨디션이 회복된 이후 등원을 권고하고 있다.
  • “3명 사망” 호화 크루즈 덮친 ‘한타바이러스’…각국 입항 거부에 시신과 바다 고립

    “3명 사망” 호화 크루즈 덮친 ‘한타바이러스’…각국 입항 거부에 시신과 바다 고립

    대서양에서 항해 중이던 네덜란드 선적 호화 크루즈에서 한타바이러스로 3명이 숨지고 최소 4명의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한 각국이 이 배의 입항을 거부하면서, 승객과 승무원 140여명은 한 달 넘게 시신과 함께 배에 갇힌 채 바다 위에 머물고 있다. 23개국에서 온 승객 88명과 승무원 59명이 탑승한 이 선박은 지난달 1일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를 출항해 남극 대륙 본토, 사우스조지아섬, 나이팅게일섬 등을 거쳐 대서양을 항해했다. 출항 엿새째이던 지난달 6일 70세 네덜란드 남성이 발열·두통·설사 증세를 호소했고, 호흡곤란 증상까지 보이다가 닷새 뒤 사망했다. 외딴 항로 특성상 시신은 배 안에 머물렀다. 이후 69세인 그의 아내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긴급 후송되던 중 증상이 악화됐고 지난달 26일 병원에서 숨졌다. 이 배에 탔던 독일 여성도 같은 달 28일부터 폐렴 증상을 겪다가 닷새 뒤인 지난 5월 2일 배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여기에 최소 4명의 추가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영국 남성은 요하네스버그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한타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건 당국은 밝혔다. 나머지 의심 환자 3명(41세 네덜란드인, 56세 영국인, 65세 독일인)은 6일 하선해 구급 항공편으로 유럽 각국 전문 병원으로 이송됐다. 스페인 보건당국은 남은 승객과 승무원 146명에게 추가 증상은 없다고 밝혔다. 감염 우려로 여러 나라에서 입항을 거부당한 크루즈선은 스페인 정부의 인도주의적 결정에 따라 오는 9일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 입항할 예정이다. 스페인 보건부는 지난 5일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필요한 의료 역량을 갖춘 카나리아 제도가 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은 지난 코로나19 대유행 당시를 떠올리며 한타바이러스가 지역사회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크루즈는 남극과 포클랜드(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제도, 어센션, 트리스탄 다 쿠냐, 세인트 헬레나 섬 등 남대서양의 외딴 섬과 비경들을 둘러보는 코스로 선실 가격은 1인당 최대 2만 2000유로(약 37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감염 사태의 원인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보건 전문가는 출항지 아르헨티나에서 옮겨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적으로 한타바이러스 감염 빈도가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쥐 등 설치류의 배설물·타액 등을 통해 감염된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칠레 등에서 발병하는 한타바이러스의 변종 ‘안데스 바이러스’의 경우 드물게 사람 간 전파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서둘러 조사에 나섰다. 이후 WHO는 “선내에서 한타바이러스 감염 매개체인 쥐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승객들이 승선 전 아르헨티나에 머무는 동안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아공 보건부는 이 환자가 감염된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한 안데스 변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한타바이러스는 1950년 6·25 전쟁 당시 유엔군 병사 약 3200명 이상이 원인 불명의 고열·신부전·출혈 증상으로 쓰러지면서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국 등 연구진이 수십년간 원인 규명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이후 1976년 고려대 이호왕 박사가 경기 한탄강 유역 등줄쥐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박사는 한탄강의 이름을 따 ‘한탄바이러스(Hantaan Virus)’로 명명했다. 이후 같은 속(屬)에 속하는 바이러스군 전체를 통칭해 ‘한타바이러스’라 부르게 됐다. 한타바이러스 감염증의 일반적인 잠복기는 1~2주이며 최대 6주까지 지속될 수 있다. 초기에는 발열, 근육통, 두통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지만 일부 환자의 경우 급격히 악화돼 호흡곤란이나 급성 신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다.
  • [단독] 다시 쓰는 소녀들의 이야기…서연은 아직 열네 살이다[소녀에게]

    [단독] 다시 쓰는 소녀들의 이야기…서연은 아직 열네 살이다[소녀에게]

    서울신문은 지난달부터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다룬 시리즈를 4회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연재 보도를 마치면서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엮어 재구성한 기사를 내보냅니다. 2차 가해, 신상 특정 우려를 감안해 피해자 1명의 이야기로 서술했습니다. 기사에 담긴 피해 내용은 서울신문이 만난 피해자들이 직접 겪은 것입니다. 글로 옮기기 어려운 잔혹한 행위는 제외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서연’(가명)은 온라인 성착취 피해자의 평균 연령인 중학교 2학년(14세) 여학생의 가장 흔한 이름입니다.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들이 이 범죄의 타깃이 된다는 현실을 전하려는 의도입니다. 더이상 아이들에게 가해자들의 메시지가 도착하지 않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고작 열네 살입니다. 또 모르는 아이디였다. “야, 너가 걔라며?” 등교하는 버스 안, 서연(가명·14)은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하고 조용히 껐다. 텔레그램에 자신의 이름과 학교, 사진이 올라온 간 뒤로 이런 메시지가 며칠 걸러 한 번씩 온다. 전날 복도를 지나던 남자애 둘도 킥킥대며 수군거렸다. “텔레에 박제된 애잖아. 사진 봐봐. 맞는데?” 서연은 창밖을 봤다. ‘애초에 이 학교에 오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 아저씨를 만나러 가지 말걸.’ 시작은 사소한 다툼이었다. 중학교 입학 후 가장 친했던 나희(가명·14)가 다른 아이들과 합세해 서연을 따돌렸다. 서연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었지만 나희는 욕설과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 학교에서 하루 종일 혼자였다. 집에 돌아오면 또 다른 고통이 기다렸다. 친오빠는 틈만 나면 서연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머리를 때렸다. 엄마도 오빠 편을 들었다. “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 도망칠 곳이 없었다. 그날 밤도 오빠의 잔소리 끝에 방문을 닫고 들어온 서연은 한참을 울고 나서 습관처럼 X(옛 트위터)를 켰다. 우울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죽이는 데 이만한 것이 없었다. 서연에게 X, 디스코드, 인스타그램같은 온라인은 가장 편한 공간이었다. 서연은 짧은 게시글 하나를 올렸다. 지금도 그 글을 올린 걸 후회한다고 했다. “심심하다.” 5분도 안 돼 메시지 30여 개가 쏟아졌다. 프로필에 ‘12년생’이라고 버젓이 적혀 있었지만, 메시지를 보낸 열 명 중 아홉은 어른이었다. 키와 몸 사이즈를 대뜸 묻거나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가슴이나 엉덩이를 찍은 사진 한 장에 2000~3000원, 영상통화 20분에 10만 원.’ 며칠이 지나도 메시지는 이어졌다. 무심코 화면을 내리던 서연의 손이 멈췄다. “드라이브 가자.”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말이었다. 서연은 “안녕하세요”라고 답했다. 30대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조금 달라 보였다. 자기 차를 타고 근처 바닷가에 가서 맛있는 걸 먹자고 했다. 어떤 맛집에 가고 싶은지 찾아보라고도 했다. 서연은 어른이 시키는 일을 거절하는 법을 몰랐다. 그가 친절할수록 서연의 경계는 낮아졌다. 마라탕을 좋아한다고 하자 사주겠다고 했다. ‘학교도 집도 다 싫다’는 말에 진심으로 걱정하는 척했고, 함께 친구 욕을 하며 편을 들어줬다. 다이어트를 한다는 말에는 나비약(식욕억제제)을 대신 구해주겠다고도 했다. 선생님도 부모도 한 번도 묻지 않았던 것들을 그는 물었다. “제 옆에 아무도 안 남았을 때 저를 알아봐준 사람이었어요. 이야기를 들어주고 힘든 일이 있으면 내 편이 돼서 도와주겠다고 하니까 이 사람만 믿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온라인에서 만나면 자기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데 저한테만 알려준다고 했고요.” 그러다 약속을 잡았다. 서연은 온라인에서 친해진 사람과 직접 만나는 게 꺼려지지 않았다. 지난 여름방학 때도 프로아나(극단적 거식증)가 유행처럼 퍼져 다이어트 관련 오픈채팅방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놀기도 했다. “요즘 애들은 일상계(일상 공유용 계정)도 많이 파고, 아이돌이나 취미 같은 관심 사안이 맞으면 오프라인 모임도 자주 가져요.” 2025년 10월, 중간고사가 끝난 평일 오후였다. 만남 장소는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번화가 이면도로였다. 그가 부탁한 건 딱 두 가지였다. 우리 사이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 것. 교복을 입고 나올 것. 아저씨는 여러 번 “어려서 더 좋다”고 말해왔다. 차 한 대가 다가오더니 창문이 내려갔다. “서연이? 오빠야!” 짧게 목인사를 하자 그가 얼른 타라고 손짓했다. 서연이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이자 그는 운전 내내 말을 건넸다. 오늘 학교에서 재밌는 일 없었느냐고, 실제로 보니 다리도 길고 날씬하다고. 그러다 그가 갑자기 차를 틀었다. 가기로 한 식당이 아닌, 인적 드문 골목이었다. 그가 허리띠를 풀더니 이해할 수 없는 부탁을 했다. 거절하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빨리 들어주고 상황을 마무리하자고 생각했어요. ‘내가 나온 책임인가’ 싶으면서도, 제가 바보 같았죠.” 또 다른 날, 그는 영상을 찍자고 했다. “별로예요”라고 거절했다. 그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고, 뭔가 잘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도 보고싶을 때 혼자 보겠다며 사진과 영상 요구는 계속됐다. “얼굴만 안 나오면 아무도 나인 줄 모르겠지 싶었어요. 바보같이 믿었어요. 본인만 보고 지우겠다는 말도, 너만 특별하니 이런다는 핑계도, 다요.” 이후 서연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라인 알림부터 확인했다. 라인엔 매일 그의 메시지가 쌓였다. 거절할 수 없었고, 도망칠 수도 없었다. 그냥 버텼다. 서연이 연락을 뜸하게 하자 그는 태도를 바꿨다. 영상 캡처 화면을 일부 모자이크해 X에 올렸다. 영상을 삭제해줄 테니 다시 만나자고 했다. 하루종일 영상 유출 걱정이 컸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이후 몇 번의 만남을 거치며 그의 요구는 더 커졌다. 만남 내내 칭찬하고, 고민을 들어주면서 서연의 환심을 사려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서연을 부를 때면 “야”라는 고함과 함께 욕설이 뒤따랐다. 헤어질 때면 용돈이라며 10만원을 쥐여줬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둘만의 비밀이야.” 그러다 어느 날, 차는 또 골목으로 향했다. 그는 웃으며 성관계를 제안했다. 정말 영상을 지워주겠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이런 만남이 한두 차례 이어졌다. 늘 그의 차 안이었다. 룸미러에 갓난아기 사진이 걸려 있었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아챘다. “아저씨가 성적 욕구를 풀 때만 만나는 것 같았어요. 제가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싫었지만 제가 ‘을’이잖아요. 거절도 제대로 못 했죠.” 어느 날 서연은 라인 알림을 확인하고 스마트폰을 뒤집어 놓았다. X 계정도 비공개로 돌렸다. 연락을 끊은 대가는 금세 돌아왔다. 서연의 이름과 학교, 나이, 일상 사진이 SNS와 단체 메신저에 퍼졌다. ‘XX 같은 X’. 더럽다, 문란하다는 의미를 담은 욕설과 함께 서연의 신체 사진, 협박의 메시지도 날아왔다. 길을 걸을 때마다 아저씨와 마주칠 것 같았다.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는 것도 두려웠다. 다들 자신을 알아보는 것 같았다. 지금도 서연은 바닥만 보며 걷는다. “다 제 탓으로 돌릴까봐 무서웠어요. 신고하면 저도 처벌받을까봐 걱정됐어요.” 수개월이 지나도록 서연은 신고하지 못했다. 2020년 개정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은 대가성이나 자발성에 관계없이, 성인과의 성적 관계에서 청소년은 무조건 피해자로 규정한다. 서연은 몰랐다. 설령 알았더라도 부모님한테 혼날까 봐, 소문이 날까 봐 아무 것도 못했을 것이다. 급격히 10㎏이 쪘다. 스트레스가 심해서,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먹어서였을까 싶었는데 생리도 멈췄다. 난생 처음 가본 산부인과에선 서연 혼자 교복을 입고 있었다. 쪽팔린 줄도 모르고 엉엉 울었다. 병원을 나선 뒤 서연은 혼자 있을 때 가끔씩 스스로를 해친다. 지난 일들이 떠오를 때면 피가 나도 아픈 줄 몰랐다. 강변에도 자주 간다. “두세 번 죽으려고 갔어요. 그때마다 엄마 아빠가 떠올랐어요. 저보다 더 불쌍해서요.” 서연의 꿈은 소박하다. 친한 친구들과 바다에 놀러 가고, 맛집이나 카페에 가는 평범한 일상. 서연은 아직 열네 살이다.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 SNS 친구가 외로움 덜어줄까…비대면 관계맺기, 오히려 ‘독’ [사이언스 브런치]

    SNS 친구가 외로움 덜어줄까…비대면 관계맺기, 오히려 ‘독’ [사이언스 브런치]

    다양한 소셜 미디어(SNS) 매체가 등장하면서 현실 친구보다는 SNS 속 친구와 대화하는 것이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SNS 친구가 많을수록 좋을까. 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SNS 친구가 증가할수록 친밀한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줄고 외로움은 증가할 수 있다는 ‘전치 가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NS를 통한 타인과의 연결이 외로움을 덜어주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가 추가됐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 연구팀은 SNS상에서 맺고 있는 수많은 모르는 사람과의 친구 관계가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외로움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보건의료 분야 국제 학술지 ‘공중보건학 리포트’(Public Health Reports) 5월 7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2023년 미국 연방정부의 보건 정책을 총괄하는 당시 비벡 머시 의무총감이 “미국이 ‘외로움 유행병’(loneliness epidemic)’에 직면해 있으며 지금까지 과소평가된 공중 보건의 심각한 위기”라고 경고한 점에 주목했다. 머시 의무총감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미국 성인의 약 절반이 상당한 수준의 외로움 상태에 있으며 사회적 연결의 결핍은 흡연에 맞먹는 건강상 위험을 초래한다. 실제로 자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2배 이상 높고 심장 질환 위험 29%, 뇌졸중 위험 32%, 치매 발생 위험 50%가 증가하고 조기 사망률은 60%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30~70세 성인 남녀 1500여명을 대상으로 SNS 친구 수와 외로움의 관계를 조사한 전국 단위의 연구를 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페이스북, 엑스, 레딧, 유튜브, 링크드인, 인스타그램, 틱톡, 스냅챗, 핀터레스트, 왓츠앱 등 10개 SNS 플랫폼에서 활동을 보고했다. 연구 결과, 조사 대상자들의 SNS 연락처 중 35% 이상이 실제로 만난 적이 없는 사람으로 확인됐다. 실제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것은 외로움의 증가와 연결되지 않았지만 대면한 적이 없는 사람과 SNS 연결은 외로움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낯선 사람과의 SNS 상호작용이 외로움과 연결되는 이유 중 하나가 SNS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SNS 활동은 타인들 사이의 우정을 지나치게 이상화하고 사회적 비교의 부작용을 악화시킬 수 있다. SNS에서는 사용자가 가장 빛나는 순간만을 편집해 보여주는데 이를 자기 일상과 비교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향 비교는 상대적 박탈감과 자존감 저하를 유발한다. 특히 실제 만난 적 없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상대방의 단점이나 평범한 일상을 볼 기회가 없으므로 타인의 삶을 완벽하다고 믿는 이상화 현상이 극대화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전 연구들은 청소년과 청년층의 SNS 사용에 집중했지만 이번 연구는 중장년층과 고령층 성인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 인구의 75%가 청소년기를 지난 성인이며 이들이 SNS 노출이 심하고 외로움으로 인한 건강상 악영향도 크게 받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연구를 이끈 브라이언 프리맥 교수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SNS상에서 낯선 이들과 맺는 관계에 대해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온라인상에서 가깝다고 여겨지는 관계일지라도 SNS보다는 대면 접촉을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여든다섯에 피어난 그림… 제주판 ‘모지스 할머니’

    여든다섯에 피어난 그림… 제주판 ‘모지스 할머니’

    “평생 우리네 어머니들이 호미가 녹슨 적 없을 만큼 정성을 다해 농사를 지었듯 할머니 그림에도 그런 농부의 마음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어 따뜻해요.” 구순을 앞둔 좌기춘(87) 할머니의 손에 붓을 들려줘 늦깎이 화가의 길로 인도한 유창훈(61) 화백이 할머니의 첫 개인전을 두고 지난 4일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일부터 5월 31일까지 제주시 도남동 델문도뮤지엄에서 열리는 개인전에는 모두 74점의 작품이 걸렸다. 제주 화북에서 평생 밭을 일구던 좌 할머니가 본격적으로 손에 연필과 붓을 쥔 건 2024년 6월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우연히 동네 성당 노인대학에서 그린 ‘코스모스’를 본 손녀의 한마디가 계기가 됐다. “우리 할머니도 76세에 그림을 시작해 100세가 넘도록 작품 활동을 한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안나 메리 로버트슨)처럼 됐으면 좋겠어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는 없어요.” 좌 할머니는 며느리와 손녀의 손에 끌려 제주대에서 강의하는 유 화백의 화실 문을 두드렸고 거기서 연필 깎는 법부터 다시 배웠다. 유 화백은 “2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건 기적에 가깝다”며 “할머니는 사물에 대한 이해와 관찰력이 탁월하다. 특히 물에 비친 풍경을 표현하는 능력은 타고났다”고 평가했다. 작품 완성도는 놀랍다. 종달리 해변의 철새를 그린 작품에서는 수백 마리의 움직임을 다르게 표현했고, 범섬을 담은 그림에서는 파도의 결을 모두 다르게 그려냈다. 제주의 풍경이 할머니의 붓을 거쳐 따뜻한 색으로 되살아났다. 좌 할머니는 “명암과 구도를 강조하는 교수님 때문에 종달리 해변의 새 떼들을 그릴 땐 엎드린 놈, 앉은 놈, 뛰는 놈, 나는 놈 표현에 애먹었다”면서 “한 마리 학을 그리기 위해 밭일을 마치고 돌아와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수십 번 지웠다 그렸다 했다”고 돌이켰다.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 반응도 뜨겁다. 제주 출신 한중옥 화가는 “저도 50년 넘게 그림을 그렸지만 저 나이에 저만큼의 열정으로 계속 그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감탄했다. 전시작 가운데 40여 점이 벌써 판매됐다. 좌 할머니는 “교수님이 그림이 따뜻하다고 칭찬해줬다”며 “그냥 좋아서 그린 그림인데 팔리는 거 보니 직업이 되는 것 아니냐”며 소녀처럼 웃었다.
  • 제주판 ‘모지스 할머니’처럼… 여든 다섯에 늦게 피어난 그림

    제주판 ‘모지스 할머니’처럼… 여든 다섯에 늦게 피어난 그림

    “평생 우리네 어머니들이 호미가 녹슨 적 없을 만큼 정성을 다해 농사를 지었듯, 할머니의 그림에도 그런 농부의 마음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어 따뜻해요.” 여든이 넘은 좌기춘(87) 할머니의 손에 붓을 들게 해 늦깎이 화가의 길로 인도한 유창훈(61) 화백이 할머니의 첫 개인전을 두고 지난 4일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일부터 5월 31일까지 제주시 도남동 델문도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첫 개인전에는 모두 74점의 작품이 걸렸다. 종달리 해변의 철새, 교래리 곶자왈, 성산 광치기 해변의 일출, 애월 한담 올레길…. 제주의 풍경이 그의 눈과 손을 거쳐 따뜻한 색으로 되살아났다. 작품 하나하나에 정성이 깃들어 있고 정직한 시선, 그리고 긴 세월이 켜켜이 쌓여 있다. 스승인 유 화백은 “일반적으로 2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기적에 가깝다”며 “어르신은 사물에 대한 이해와 관찰력이 탁월하다. 특히 물에 비친 풍경을 표현하는 능력은 타고난 재능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어 “가르친다기보다, 오히려 제가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짧은 시간에도 작품의 완성도는 놀랍다. 종달리 해변의 철새를 그린 작품에서는 수백 마리의 움직임을 다르게 표현했고, 범섬을 담은 그림에서는 파도의 결을 모두 다르게 그려냈다. 물에 비친 그림자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집념이 화면을 채운다. 좌 할머니는 “종달리 해변의 새떼들을 그릴 땐 엎드린 놈, 앉은 놈, 뛰는 놈, 나는 놈 등 제각기 달라 애먹었다”면서 “한 마리 학을 그리기 위해 밭일을 마치고 돌아와 그림을 그리고, 다시 수정하고 또 그렸다.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수십 번 지웠다 그렸다 했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제주시 화북에서 평생 밭을 일구며 농사를 짓던 그는 손에 연필과 붓이 쥐어진 건 85세 되던 2024년 6월이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2019년 우연히 동네 성당 노인대학에서 그린 ‘코스모스’ 그림을 본 손녀의 한마디가 그림을 그리는 원동력이 됐다. “우리 할머니도 70대 후반에 그림을 시작해 100세가 넘도록 작품 활동을 이어간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처럼 됐으면 좋겠어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는 없어요”라는 말에 용기를 얻게 됐다. 이후 며느리와 손녀의 손에 이끌려 제주대 미술학과에서 강의하는 유 화백의 화실 문을 두드렸고 거기서 연필을 깎는 법부터 다시 배웠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우연히 갤러리에 들른 제주 출신 한중옥 화가는 “50년 넘게 그림을 그렸지만 저 나이에 저만큼의 열정으로 계속 그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감탄했다. 이미 전시작 74점 가운데 40여 점이 판매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좌 할머니는 “교수님이 그림이 따뜻하다고 칭찬해줬다”며 “그냥 좋아서 그린 그림인데 팔리는 거 보니 직업이 되는 것 아니냐”며 소녀처럼 웃었다.
  • [씨줄날줄] 불장 코스피의 ‘어린이 개미’

    [씨줄날줄] 불장 코스피의 ‘어린이 개미’

    50대 중반 이상 세대라면 과거 어린이날 최고의 추억으로 짜장면 외식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학용품이나 장난감 선물까지 더해지면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경제 호황기였던 1980년대에는 과자 종합선물세트가 어린이날 선물의 ‘국룰’로 자리잡았다. 1990년대 이후 전자 기기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선물의 풍경도 휴대용 게임기, 변신 로봇, 휴대폰, 스마트워치 등 첨단 디지털 제품으로 달라졌다. 요즘에는 주식이 어린이날 선물 인기 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한 영어 교육 전문기업이 초등학생 학부모 6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복수 응답)에서 ‘옷·신발 등 의류 및 잡화’(72.7%), ‘장난감·인형 등 완구’(44.4%), ‘자전거 등 레포츠 용품’(34.2%)이 1~3위를 차지한 가운데 ‘현금·주식 등 금융자산’(30.8%)이 ‘게임 기기’(30.0%)를 근소하게 앞질렀다. 어릴 때부터 자녀에게 금융 교육을 강조하고 중장기 자산 형성의 기반을 마련해 주려는 부모들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코스피 불장의 여파로 풀이된다. 실제로 어린이 주식 계좌 개설은 급증하는 추세다. 대신증권이 연령별 신규 계좌 개설 건수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대비 지난달 0∼9세 계좌 개설 증가율은 119.2%에 달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올해 1분기 미성년자 계좌 개설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2% 증가했다. 자녀 주식 선물에서도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지난달 KB증권 ‘주식 선물하기’ 서비스를 통해 만 18세 이하 미성년 자녀에게 선물한 종목을 분석한 결과 거래 건수 기준 삼성전자가 56.3%로 1위를 차지했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대 초반에는 어린이날 선물로 어린이 통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유행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자리를 주식 계좌가 대신하고 있으니 달라진 경제 지형과 시대의 변화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순녀 수석논설위원
  • 김태년 “일하는 의장 되겠다…이재명 정부 성공도 국회 입법 역량에 달려” [국회의장 후보 인터뷰]

    김태년 “일하는 의장 되겠다…이재명 정부 성공도 국회 입법 역량에 달려” [국회의장 후보 인터뷰]

    22대 후반기 국회의장 선거에 도전하는 김태년(5선·경기 성남수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의전보다는 일을 잘하는 ‘새로운 의장상’을 만들겠다”며 “국가적 과제나 민생 입법 현안을 의장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챙기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도 국회의 입법 역량에 달려 있다.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정부의 성공도 절반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시대의 의장은 정말 일하는 의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기 원내대표로 유력한 한병도 전 원내대표에게도 지난달 발의한 ‘일 잘하는 국회법’을 가능한 빠르게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를 열지 않거나 법안 심사를 지연할 경우 위원장 교체를 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2020년 원내대표 재임 당시 발의한 국회가 예측 가능하게 운영되도록 한 ‘일하는 국회법’에서 한 단계 나아간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지낸 김 의원은 “언제나 말이 아닌 구체적인 결과로 입증해왔다”며 “결과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자부했다. 지난 5년 동안 민주당 내 최대 의원 공부 모임인 ‘경제는 민주당’을 이끈 김 의원은 의장 직속 ‘민생경제전략회의체’ 신설 구상도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대전환의 시기에 정부, 기업, 국회가 각자 플레이를 해서는 글로벌 경쟁을 헤쳐 나가기 힘들다”면서 “국가 대항전의 시대인 만큼 각 주체의 협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에는 여야가 없다”며 “여야 의원이 함께 모여 경제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도 자주 가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야당과 함께 가기 위해선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늘 설득이 안 되면 내일 또 설득하고, 내일 안 되면 모레도 해야 하는 게 협치의 자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만 무작정 정쟁적 요인을 가지고 시간을 끈다면 국민의 시간, 국민 삶을 뺏는 것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결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후반기 원 구성과 관련해선 “21대 국회 때 코로나19 대유행 등 위기 극복을 위해 상임위를 전부 가져오는 결단을 했고, 개혁 입법을 가장 많이 처리했다”며 “야당도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무한정 몽니를 부릴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반기 의장의 첫 숙제가 될 수도 있는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검법’과 관련해선 “민주당 지도부가 전국을 돌면서 후보들 의견과 지역 민심을 듣고 종합해서 처리 시점이나 절차를 판단할 것”이라며 “야당과도 협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개혁 입법 추진 과정에서 본회의 직전 수정안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선 “법안 논의는 앞단에서 충분히 하고, 뒤로 갈수록 예외적인 조정만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것이 숙의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임위와 법제사법위 심사 과정에서 쟁점을 투명하게 드러내도록 하고 본회의 직전 수정이 불가피한 경우, 그 사유와 내용을 국민들께 분명히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국회 내 ‘사회적 대화 기구’의 법제화·상설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노동 문제만 해도 노동 유연성과 안정성 문제부터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문제를 같이 다뤄야 하는데 이는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더 높은 수준의 선진국이 되려면 지금 직면한 갈등 요소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사회적 대화를 제도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는 의회외교를 강화시키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제 의회외교는 국가전략의 일부”라며 “국회 외교처를 신설해 분절된 의원외교를 체계화하고 경제안보, 산업전략, 공급망 다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국익 중심 외교를 펼치겠다”고 했다. 개헌에 대해선 “후반기 국회가 시작되면 ‘의장 직속 개헌 논의 기구’를 구성해 즉시 개헌 로드맵을 가동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개헌이 선거와 떼어내야 정치적 유불리 계산을 줄일 수 있다”며 “개헌 투표 시기를 총선 1년 전으로 지정하겠다”고 덧붙였다.
  • 초호화 유람선 승객 3명 목숨 앗아간 한국산 바이러스

    초호화 유람선 승객 3명 목숨 앗아간 한국산 바이러스

    대서양을 항해 중인 유럽 국적의 호화유람선 승객들 사이에서 한국 한탄강에서 처음 규명된 ‘한타바이러스’가 퍼져 3명이 사망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4일(현지시간) 약 한 달 전 아르헨티나서 출발해 여러 국가를 항해 중인 크루즈 MV 혼디우스호에서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국인 17명을 포함해 149명이 승객인 이 유람선에서 바이러스 집단 감염으로 3명이 사망하고, 최소 3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해 아프리카 카보베르데 보건 당국은 승객의 하선을 금지했다. 한타바이러스는 1976년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인근의 쥐에서 최초로 규명돼 기원지인 한탄강을 딴 이름이 붙여졌다. 지난해 배우 진 해크먼의 아내 베시 아라카와도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졌는데, 부부가 미국 뉴멕시코 자택에서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줬다. WHO는 한타바이러스에 대해 쥐와 같은 설치류가 옮기는 질병으로 한국에서는 최근 수십년간 발병률이 감소했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유행성 출혈열(HFRS)은 매년 수천건 발생한다고 전했다. 한타바이러스가 발생한 혼디우스호는 네덜란드 국적으로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서 출발해 남극에 기항한 뒤 영국의 해외 영토인 세인트헬레나섬에 들렀다가 현재 카보베르데 프라이아항에 정박해있다. 크루즈 승객들은 외딴 섬에서 고래, 돌고래, 펭귄, 바닷새 등 다양한 야생 동물과 접촉할 기회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러스 감염자 6명 가운데 첫 희생자는 70세의 네덜란드인으로 지난달 11일 선상에서 사망했다. 사망자는 갑작스러운 고열, 두통, 복통, 설사 증세를 보였으며 지난 24일 시신은 고국 송환을 위해 남대서양의 외딴섬 세인트헬레나에서 하선했다. 사망자의 아내인 69세의 네덜란드 국적 여성도 귀국 항공편을 타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공항에 도착했으나 쓰러져 인근 병원에서 사망했다. 지난 2일에도 크루즈 승객인 독일 국적 남성이 사망했지만,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유배돼 마지막을 보낸 곳으로 유명한 세인트헬레나섬에서 크루즈가 출발한 직후인 지난달 27일 영국인 한 명이 한타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각각 영국 국적과 네덜란드 국적인 승무원 두 명도 아직 확진 판정을 받진 않았지만, 현재 급성 호흡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 WHO는 “한타바이러스는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지에서 풍토병으로 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실험실 검사와 역학 조사를 포함한 상세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유람선 내 집단감염 원인으로는 설치류의 배설물 등에 오염됐을 가능성과 승객 중 한 명이 안데스 변종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타바이러스는 감염된 쥐 등 설치류를 통해서 사람에게 전염되지만, 유일하게 안데스 변종 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하다고 WHO는 설명했다.
  • [서울광장] 한불 협력과 ‘도자기 한류’ 가능성

    [서울광장] 한불 협력과 ‘도자기 한류’ 가능성

    황성신문 1902년 5월 19일자에는 대한제국 궁내부에서 왕실 재정을 담당하던 내장원이 프랑스에서 도자기 기술자를 초빙했다는 기사가 보인다. ‘법국인 래미옹(萊米翁)씨를 3년 기한으로 고용하고 외부(外部)에서 서명식을 가졌다’는 내용이다. 그 도자기 기술자가 레오폴드 래미옹이다. 지금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불수교 140주년 기념전시 ‘더 하이브리드’에 가면 그가 어떤 인물인지 확인할 수 있다. 전시를 둘러보며 래미옹이 숙련된 기술자는 아니었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갖는다. 세브르 도예학교 시절인 1900년 단체사진에 그의 모습이 보인다. 세브르 국립 도자기 제작소 출신이라고는 해도 대한제국에 도착했을 때는 도예학교를 갓 졸업한 신참 시절이다. 래미옹의 전공은 도자기에 문양을 넣는 것이었다. 그가 한국 미술사에 이름을 비친 것도 도자기가 아니라 그림 때문이었다. 그는 관립도자기제작소인 비기창에 근무하면서 역관을 양성하는 한성법어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당시 한성법어학교 학생으로는 훗날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로 기록되는 춘곡 고희동이 있었다. 춘곡은 래미옹이 교사 에밀 마르텔의 초상화를 그리는 모습을 보고 서양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더 하이브리드’ 전시회에선 서양의 도자기 제작법을 받아들이려는 대한제국의 노력과 함께 저들로서는 새로웠을 한국 도자기를 바탕으로 유럽 취향의 상품을 개발하려는 프랑스의 움직임도 엿볼 수 있다. 전시회에 자세히 소개된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는 그 가교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프랑스 외교관으로 1887년부터 1906년까지 두 차례 서울에 주재했다. 그는 다양한 수집품을 자기 나라로 가져갔는데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으로 흔히 ‘직지’라 부르는 ‘직지심체요절’이 대표적이다. 플랑시 컬렉션에는 삼국시대 토기부터 고려청자, 조선백자에 이르는 다양한 도자기도 있었다. 그런데 세브르 제작소는 중국이나 일본 도자기에는 없는 한국의 기형(器形)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전시회엔 세브르가 개발한 서울화병, 부산화병, 울산화병이 출품됐다. 한국 화병의 형태를 기반으로 다양한 색채와 문양을 입힌 것이 특징이다. 세브르는 189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한국 화병 시리즈를 활발하게 개발했다고 한다. 조선백자는 오늘날 우리가 세계에 자랑하는 문화유산이지만 19세기 말에는 쇠퇴의 끝을 걸었던 것도 사실이다. 미국인 윌리엄 길모어는 ‘서울풍물지’(1892년)에 ‘모든 상점과 거리의 그릇은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한 것으로 가득하다’고 했으니 조선 도자기의 몰락은 생각보다도 일렀던 듯하다. 특히 왕실 식기는 수입품 일색으로 필리뷔, 아돌프 아쉬 앤 컴퍼니, 지앙, 알뤼오, 아빌랑 등 프랑스제가 주도했다. 1905년에는 일본 노리다케에 황실 상징인 오얏꽃 무늬 식기를 주문했다. 래미옹이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다. 다만 유럽식 가마를 비롯해 새로운 설비를 들여오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대한제국의 열악한 재정 사정으로 래미옹의 임금이 지불되지 않아 프랑스공사관이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그가 한성법어학교에서 ‘투 잡’을 뛰었던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비기창이 프랑스 설비와 래미옹의 기술로 새로운 도자기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세브르의 한국 화병 시리즈는 좀더 의미가 부각되어야 할 것 같다. 당시 유럽은 중국풍 ‘시누아즈리’가 정착하고 일본풍 ‘자포니즘’도 크게 유행하고 있었다. 세브르는 동양 선호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한국풍 도자기를 개발하려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우리는 미국에서 만든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한류에 포함시키며 자랑스러워한다. 한국 문화에 유럽 감각을 입힌 세브르 화병 역시 한류의 일부로 봐도 무리가 없다. 한국 화병은 무엇보다 한류의 출발점에 해당한다. 세브르가 이런 의미를 담아 현대적 감각의 서울화병, 부산화병, 울산화병을 다시 만들면 좋겠다. 여러 가지 용도의 한국형 도자기를 다양한 도시 이름으로 개발해 파는 방법도 있다. 120년 전과는 달리 지금은 성공하고도 남을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 [공직자의 창] 클릭 한 번의 선택, 해외직구식품 안전 괜찮을까

    [공직자의 창] 클릭 한 번의 선택, 해외직구식품 안전 괜찮을까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앱을 켜 미국에서 유행하는 영양제를 주문하고, 퇴근 후에는 소셜미디어(SNS)에서 본 일본 간식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전 세계 상품을 손쉽게 구매하는 ‘해외직구’는 이제 특별한 소비가 아니라 일상이 됐다. 해외직구는 개인이 수입업자를 거치지 않고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이용해 식품, 의류, 완구 등을 직접 구매하는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는 1억 8594만건, 금액으로는 8조 9224억원(60억 4093만 달러)에 달했다. 국가별 거래 건수는 중국이 압도적이다. 특히 해외직구 식품 반입은 2020년 1770만건에서 2025년 2500만건으로 늘며 매년 10% 안팎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국경 없는 식탁 위에서 누리는 이 다양한 선택권이 과연 우리에게 ‘이로움’만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해외직구의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가격과 국내 미출시 제품 구매다. 하지만 무심코 누른 결제 버튼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정식 수입 식품은 국내 기준에 따른 엄격한 검사를 거쳐 유통되지만, 개인이 구매한 해외직구 식품은 검사 없이 우리 식탁에까지 오른다. 이 과정에서 의약품 성분이나 유해 물질이 함유된 제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외직구 식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위해 요소를 점검하기 위해 검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사 물량은 2024년 3400건에서 2026년 6600건으로 늘렸고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마약류 함유 의심 식품에 대한 검사도 정례화했다. 감시 체계를 강화해 위험 식품의 유입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관세청,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유럽 등에서 자율 회수된 분유나 유해 물질이 검출된 유기농 이유식이 국내에는 정식 수입되지 않았으나 해외직구로 유입될 가능성에 대비해 관세청, 온라인 플랫폼 사와 협력해 신속히 반입을 차단했다. 아울러 구매대행 업체가 해외직구 식품을 게시할 때 식약처 ‘해외직구식품 올바로’ 누리집을 안내하도록 규정을 신설하는 등 소비자 보호 장치도 강화할 계획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정보 제공도 확대한다. 현재 4650여개에 달하는 위해식품 정보를 식약처가 운영하는 ‘해외직구식품 올바로’ 누리집에 실시간으로 게시해 소비자의 피해를 막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해외직구식품 올바로’ 소비자 전용 웹앱을 개발해 제품 사진 한 장으로 해당 제품이 반입 차단 대상인지, 어떤 위해 성분이 들어 있는지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철저한 단속과 제도가 뒷받침하더라도 매일 쏟아지는 수만 건의 해외직구 물량을 완벽하게 걸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안전한 소비의 마침표를 찍는 것은 소비자의 지혜와 현명한 선택이다. 구매 전 1분이면 충분하다. 식품안전나라 ‘해외직구식품 올바로’를 통해 내가 사려는 제품이 안전한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특히 다이어트, 근육 강화, 성 기능 개선 등 과도한 효능을 강조하는 제품일수록 위해 성분 여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해외직구는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됐지만 그 편리함 속에 가려진 위험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클릭 한 번’의 편리함에 앞서 ‘정보 확인’이라는 안전장치를 먼저 챙기는 소비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해외직구 식품의 안전한 소비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민의 세심한 관심이 만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김용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 “3명 사망”…치료제 없는 한타바이러스, 크루즈선에서 확산 ‘발칵’ [핫이슈]

    “3명 사망”…치료제 없는 한타바이러스, 크루즈선에서 확산 ‘발칵’ [핫이슈]

    대서양을 항해하던 대형 크루즈선에서 한타바이러스 감염 의심 사례가 발생해 최소 3명이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조사와 환자 이송 등 대응에 착수했다. 4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과 WHO에 따르면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한타바이러스 감염 의심 사망자는 3명, 감염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3명이다. 증상자 중 한 명은 한타바이러스 감염이 확진됐으며 또 다른 환자 1명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WHO는 증상을 보이는 추가 환자들을 선박에서 이송 중이다. 해당 선박의 이름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남아공 현지 매체들은 아르헨티나에서 카보베르데로 향하던 네덜란드 선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 선박의 전체 탑승객은 약 150명이며 아르헨티나에서 출발해 최종 목적지는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알려졌다. 남아공 보건당국은 “첫 사망자는 선상에서 숨진 노인 남성이며, 이후 그의 아내도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한국 한탄강에서 처음 발견된 감염병한타바이러스는 쥐 등 설치류의 소변이나 침, 대변을 통해 인간에게 감염되며, 몇몇 종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지만 이외의 종은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한타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유행성출혈열(신증후출혈열)은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며 치사율이 높은 편이다. 국제한타바이러스학회장을 맡고 있는 송진원 고려대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서 발생하는 한타바이러스 감염병의 치사율은 1∼15% 수준이고, 미국을 포함한 북미, 남미 대륙의 경우 폐부종을 일으키기에 치사율이 35∼40%에 달한다. 이 바이러스는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주한미군 환자 사례를 통해 국제적으로 알려졌고, 1976년 한국의 고(故) 이호왕 박사가 등줄쥐 폐 조직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분리했다. 이후 한탄강 이름을 따 ‘한탄바이러스(Hantaan virus)’로 명명되며 현재 ‘한타바이러스’로 통용된다. 코로나19·감기와 증상 유사한 한타바이러스전문가들은 한타바이러스의 증상이 코로나19 및 감기와 매우 유사한 만큼 더욱 유의해야 하며 한타바이러스가 의심되는 사람은 지역 보건부에 반드시 연락을 취해 의료진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5만명의 한타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1993년 이후 2022년까지 864건이 보고됐다. 뉴멕시코·콜로라도 등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에도 소규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2025년에는 할리우드 배우 진 해크먼의 아내가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며 관심이 크게 높아지기도 했다. 2020년에는 강원 철원에서 육군 병사가 제초 작업 후 감염돼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발열 등 초기 증상이 있었음에도 적절한 검사와 후송이 지연되면서 사망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비록 한타바이러스의 확실한 치료제는 아직 없지만 조기 진단 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고 입을 모은다. 초기 대응이 생존율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 “운빨 받자” 몰려간 관악산…라면 국물 ‘둥둥’ 낙서 테러까지

    “운빨 받자” 몰려간 관악산…라면 국물 ‘둥둥’ 낙서 테러까지

    “운빨을 받겠다”며 몰려든 등산객들로 관악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인파가 몰리자 자연 훼손은 물론 안전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4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는 관악산으로 추정되는 곳에 음식물과 쓰레기로 오염된 사진이 확산했다. 사진 속 웅덩이는 라면 국물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아이스크림 포장지와 휴지 등이 뒤엉켜 방치된 상태였다. 게시물을 올린 작성자는 “라면 국물과 쓰레기를 버렸다”며 비판했고, 이를 본 네티즌들은 “복구 비용을 물게 해야 한다” “자연 훼손은 엄벌해야 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관악산 훼손 논란은 최근 등산객 급증과 맞물려 있다. 한 역술가가 방송에서 “정기가 좋은 곳”이라고 언급한 이후, 이른바 ‘운빨 명소’로 입소문을 타며 MZ세대 방문이 크게 늘었다. 지난 1월 역술가 박성준씨는 여러 방송에 출연해 “운이 안 풀릴 때는 관악산 연주대에 가라”며 “정기가 강해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후 연주대에서 인증 사진을 찍는 것이 SNS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다. 실제 현장에서는 주말과 공휴일마다 등산객이 몰리며 연주대 일대에 대기 줄이 생기는 등 과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파가 몰리면서 안전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과천시는 지난 1일 오후 3시 10분쯤 “등산로가 혼잡하니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무리한 산행을 자제해 달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안양시 역시 “연주대 일대에 인파가 몰려 사고 우려가 있다”며 입산 자제를 당부했다. 관악구는 정상 일대 인파 밀집 상황을 폐쇄회로(CC)TV로 상시 모니터링 중이다. 해발 632.2m의 바위산인 관악산은 지형이 험해 밀집 상황에서 낙상이나 충돌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자연 훼손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에는 봉천동 마당바위에 래커 낙서를 한 사건이 발생해 공분을 샀고, 과거에는 등산로 로프 훼손과 정상석 이동 사례도 있었다. 관악산은 서울시가 관리하는 도시자연공원으로, 시설물 훼손이나 환경 오염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공원 시설을 훼손할 경우 3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 케플러 채현, ‘발레복 노출’ 어땠길래…팬들에 “화내지 말아 달라”

    케플러 채현, ‘발레복 노출’ 어땠길래…팬들에 “화내지 말아 달라”

    그룹 ‘케플러(Kep1er)’의 멤버 김채현이 최근 콘텐츠 촬영 중 착용한 발레복 의상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자 직접 소통 플랫폼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그는 노출이 있는 발레복에 대한 팬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의상 선택의 배경을 설명하며 스태프를 향한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2일 케플러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공주님들 스텝 밟으십니다 | 케플러 발레단’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영상에는 멤버 최유진, 샤오팅과 함께 발레 수업을 받는 김채현의 모습이 담겼다. 문제가 된 것은 김채현이 착용한 핑크색 레오타드 의상이었다. 다른 멤버들의 의상과 비교해 가슴 라인이 깊게 파여 있어 발레 동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노출이 다소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영상이 공개된 직후 팬들 사이에서는 소속사의 의상 준비 소홀을 질타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활동성이 강조되는 운동 콘텐츠에서 굳이 노출이 있는 옷을 입혔어야 했나”, “코디네이터가 누구냐”는 식의 비판이 이어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김채현은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직접 해명 글을 올렸다. 그는 “그 의상은 내가 직접 선택한 것”이라며 “발레 하면 핑크라는 이미지가 떠올라서 예쁜 옷을 입고 싶었다”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좋아해 줄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라서 놀랐다”고 심경을 덧붙였다. 이어 “예쁜 옷을 입고 싶은 내 마음도 있었다. 앞으로는 잘 조율해서 입겠다. 너무 화내지 말아 달라”며 팬들을 다독였다. 한편 최근 연예계에는 수지, 박지현, 손나은 등 많은 스타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발레를 즐기는 이른바 ‘취발러(취미 발레인)’ 활동을 공개하며 발레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자세 교정과 체중 감량 효과 뿐 아니라 취향에 맞게 발레복을 갖춰 입는 재미가 있어 2030세대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일상복에 발레 요소를 가미한 ‘발레코어’ 패션의 유행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레오타드에 타이즈와 워머를 매치하거나, 토슈즈를 연상시키는 플랫슈즈와 리본 장식 등은 여전히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아이템으로 소비되고 있다.
  • 비싼 CG는 되고, 저렴한 AI 영상엔 족쇄… 선거 90일 전부터 AI물 밝혀도 전면 금지

    후보들은 선거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있지만 유독 ‘AI 제작 영상’만은 딥페이크 규제에 묶여 있다. AI 활용이 선거 비용을 낮춰 다양한 후보들에게 기회를 열어 주는 만큼 AI 제작 영상도 원천적 봉쇄보다는 콘텐츠의 투명성 확보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공직선거법 등에 따르면 선거 91일 전까지는 ‘AI를 이용해 제작한 영상’이라고 표시하면 딥페이크 선거운동 영상을 소셜미디어(SNS) 등에 게재할 수 있다. ‘AI 제작 음향’이라고 밝힌 선거송·로고송을 SNS에 게시하는 것도 합법이다. 그러나 정작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필요한 선거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는 표시 유무와 상관없이 후보의 모습을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 등은 전면 금지된다. 요즘 SNS에 유행하는 음성합성(TTS) 목소리를 입힌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것도 선거법상 위반이다. 현장에서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AI 제작 영상 등을 활용해 비용 절감 등 효과를 얻고 있는데 선거법이 일괄 금지를 고수하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이다. 이진현 개혁신당 서울 광진구의원 후보는 “비싼 컴퓨터그래픽(CG)은 허용하면서 AI 영상은 왜 금지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황호진 국민의힘 서울 은평구의원 후보도 “(텍스트를 제외하면) 딥페이크는 선거 홍보물 제작 시 사용 자체가 막혀 있다”며 “AI 사용 여부보다는 그 내용이 기만적인지를 규제하는 방향이 맞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기간에 따른 일괄 금지보다는 딥페이크 콘텐츠의 목적을 따져 규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선거 120일 전부터 정치적으로 기만적인 딥페이크 유포를 제한한다. 미 텍사스주도 선거 30일 전부터 유권자를 속일 목적이 입증된 경우에만 유포 행위를 형사처벌한다. 유럽연합(EU)은 ‘AI법’(AI Act)을 통해 딥페이크 콘텐츠의 라벨링과 워터마크를 의무화하고 있다.
  • “이은해, 정유정 모여서 사진을?” 청주 女교도소 AI 밈…2차 가해 우려

    “이은해, 정유정 모여서 사진을?” 청주 女교도소 AI 밈…2차 가해 우려

    AI(인공지능)로 제작된 범죄자 관련 가짜 영상이 온라인상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죄수복 차림으로 밥을 먹거나 교도소를 활보하는 모습인데 모두 얼굴과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허위’ 콘텐츠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튜브 등 플랫폼에는 연쇄살인범 유영철·강호순을 비롯해 오원춘, 정유정 등 악명 높은 범죄자들이 죄수복 차림으로 등장하는 AI 영상이 ‘교도소 근황’, ‘교도소 식사’ 등의 제목으로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교도소에서 뭘 먹었습니까?“라고 묻자, 죄수복을 입은 ‘박사방’ 주범 조주빈이 ”오늘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치즈돈가스가 나왔습니다. 이러니 제가 살을 뺄 수가 없죠“라고 말한다. 계곡 살인 사건의 이은해는 같은 질문에 “된장국에 돼지 갈비찜이 나왔는데 식재료가 중국산이라 맛없다”고 불만을 드러낸다. 이 황당한 문답은 AI 가짜 영상이다. 신상이 공개된 강력 범죄자의 얼굴과 음성 데이터를 학습한 ‘AI 범죄자’들은 카메라를 향해 ‘씩’ 웃기까지 한다. 일부 영상은 조회수가 260만회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되고 있다. 과거 범죄자를 조롱하거나 희화화한 사진 중심 밈에서 한층 진화한 양상이다. 최근에는 이은해나 정유정이 춤을 추거나 여성 범죄자들을 한데 묶은 AI 화보까지 등장하는 등 범죄를 오락으로 소비하는 행태가 짙어지고 있다. 여성 범죄자 AI 화보를 보면 1∼5번까지 차례로 이은해 및 과외 앱으로 알게 된 또래 여성을 살해·유기한 정유정, 전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고유정, 약물이 든 음료로 남성 2명을 살해한 김소영 , 남편과 내연남을 약물로 살해한 뒤 사고사로 위장해 보험금을 탄 ‘엄 여인 사건’의 엄인숙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가 실제 범죄 피해자들에게 심각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AI가 실제와 유사한 영상과 음성을 구현하면서 피해자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고 범죄를 오락성으로 소비하며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시킨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범죄자를 희화화, 우상화하거나 범죄를 오락화하는 AI 콘텐츠에 대한 규제는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플랫폼에 삭제나 접속 차단을 요청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명확한 처벌 규정은 마련되지 않았다. 범죄를 오락성으로 소비하는 콘텐츠가 확산될수록 사회적 부작용이 커질 수 있는 만큼, AI 활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운빨 받자” MZ들 줄지어 오르더니…“안전거리 지키세요” 재난문자 발송

    “운빨 받자” MZ들 줄지어 오르더니…“안전거리 지키세요” 재난문자 발송

    봄철 따뜻한 날씨에 산행을 하는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권 대표 명산인 관악산에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자 경기 과천시와 안양시 등이 안전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1일 과천시와 안양시에 따르면 과천시는 이날 오후 3시 10분쯤 등산객들에게 “봄철 산행객 증가로 인해 등산로가 혼잡하니, 산행 시 앞 사람과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무리한 산행을 자제해달라”는 안전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안양시도 “관악산 정상 연주대 일대에 많은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입산을 자제하고 입산객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달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최근 수년 사이 중장년층을 넘어 MZ세대 사이에서도 등산 열풍이 일면서 수도권 일대 명산은 주말 및 공휴일마다 산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특히 관악산은 한 유명 역술가가 “정기가 좋은 곳”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운빨을 받겠다”는 MZ세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방송된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역술가 박성준씨는 “운이 안 풀릴 때는 관악산 연주대에 가라”며 “관악산은 화기가 있고, 정기가 강하고, 에너지가 맑아서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MZ세대들 사이에서 관악산은 ‘명당’으로 떠올랐고, 관악산 연주대에서 ‘인증샷’을 찍는 게 소셜미디어(SNS)에서 유행이 됐다. 해발 632.2m인 관악산은 산세가 험준한 바위산으로, 등산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낙상이나 충돌 등의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특히 연주대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줄까지 생겨나면서 안전사고 위험이 대두됐고, 이에 서울 관악구는 연주대 등 특정 구간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관악산 정상에 있는 폐쇄회로(CC)TV로 인파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과천시 관계자는 뉴시스에 “봄철 산행은 평소보다 체력 소모가 크고 등산로 정체가 잦아 부주의로 인한 부상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며 “본인의 체력에 맞는 등산 코스를 선택하고, 산행 중에는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 “노동절에 더 바쁘다”…황금연휴에 관광·레저 노동자는 ‘휴일 반납’

    “노동절에 더 바쁘다”…황금연휴에 관광·레저 노동자는 ‘휴일 반납’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기념품숍 문 앞 진열대에 ‘키캡’(기계식 키보드의 자판) 열쇠고리 20여개가 새로 걸렸다. 짧은 영어와 일본어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던 직원 허주은(22)씨는 “한국에서 MBTI가 유행하는 것을 신기해하는 외국인들이 본인 MBTI가 적힌 키캡 열쇠고리를 많이 사 간다”며 “내일부터 손님이 더 많아질 것 같아 기념품을 평소보다 2배 많이 준비했다”고 했다. 이날 명동 일대는 캐리어를 끄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이른 아침부터 중국과 일본 관광객들이 골목 사이를 오가며 화장품 가게와 기념품숍을 둘러봤다. 올해부터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데다 중국 노동절 연휴와 일본 골든위크가 겹치면서 국내외 여행 수요가 늘자, 관광·레저 노동자들은 오히려 가장 바쁜 시기를 맞는 분위기였다. 쉬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이들을 맞이해야 하는 사람들의 손길은 더 분주해진 셈이다. 노동절 대목을 가장 먼저 체감한 곳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 번씩은 들르는 화장품 가게였다. 화장품 매장에서 물건을 나르던 박모(50)씨는 “지난주보다 발주량이 10% 이상 늘었다”며 “요즘 같은 시기엔 쉬는 날도 없이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장 앞에는 마스크팩과 선크림 상자가 새로 쌓였고, 직원들은 비어가는 진열대를 채우느라 쉴 새 없이 오갔다. 명동 곳곳엔 ‘여행객들을 위한 골든위크’(For travelers golden week), ‘2026 명동 행운의 노동절’(2026 Myeongdong lucky labor day) 등 황금연휴 명동을 찾은 관광객을 겨냥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붉은 모자를 쓴 서울시관광협회 소속 관광안내사들은 연휴 기간 급증할 외국인 관광객에 대비하고 있었다. 9년차 관광안내사 박모(44)씨는 “이번 황금연휴엔 관광객이 20~30%는 늘 것 같아 물도 많이 마시고 근무에 투입하려 한다”고 전했다. 서울시와 서울관광협회는 1일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는 ‘서울환대주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도 늘면서 황금연휴를 겨냥한 여행 패키지 예약도 많아졌다. 중국 골프투어 예약 대행사 직원 정윤영(36)씨는 “1일부터 3박 4일로 진행하는 골프 투어에 200명가량이 예약해 평소보다 5배 이상 늘었다”며 “쉬는 사람들에겐 황금연휴지만 여행업계엔 놓칠 수 없는 대목이라 상담 전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동전쟁 여파와 유류할증료 상승으로 여행객이 줄어 시름이 깊었던 해외 현지 여행사들은 잠시 안도하는 분위기다. 베트남 나트랑에서 현지 여행사를 운영하는 이모(43)씨는 “전쟁과 유류할증료 상승으로 4월 한달 여행객이 지난해와 비교해 3분의 2 정도 줄었다”면서도 “평소엔 주말마다 1개 팀 정도만 예약이 있는데, 이번 연휴에는 5개 팀이 예약했다”고 전했다.
  • 숙주나물에 억울하게 이름을 빼앗긴 남자, 조선의 천재 신숙주 [한ZOOM]

    숙주나물에 억울하게 이름을 빼앗긴 남자, 조선의 천재 신숙주 [한ZOOM]

    숙주나물은 녹두 싹을 틔워 기른 채소다.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담백한 맛 덕분에 만두소부터 나물, 볶음 요리까지 우리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감초 역할을 한다. 하지만 수분 함량이 높아 쉽게 무르고 변질되는 탓에 신선도 유지가 무척 까다로운 식재료이기도 하다. 이 친숙한 나물에 ‘숙주’라는 이름이 붙게 된 배경을 두고 많은 이들은 단종을 배신하고 세조의 편에 선 변절자의 대명사, 신숙주(申叔舟, 1417~1475)를 떠올린다. 쉽게 상해버리는 이 나물처럼 지조 없이 행동한 그를 비난하기 위해, 백성들이 나물에 그의 이름을 붙여 짓이겼다는 설이다.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후대에 만들어진 ‘가짜 뉴스’일 가능성이 높다. ●‘숙주나물’ 이름에 숨겨진 시대적 투사 조선시대 문헌 어디에도 이 나물을 ‘숙주나물’이라 부른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숙주와 나물을 연결한 기록이 처음 등장한 것은 놀랍게도 일제강점기인 1924년, 이용기가 편찬한 요리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이다. “세조 때 신숙주가 여섯 신하를 반역으로 고발하여 죽였으므로 이를 미워하여 나물 이름을 숙주라 한 것이다. 만두소를 만들 때 이 나물을 짓이겨 넣으며 신숙주를 나물 이기듯 하자 하여 숙주라 한 것이다. 나라를 위해 한 일이라 하나 어찌 사람을 죽이고 영화를 구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기록의 신빙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오히려 당대 발간된 박종화의 『목매이는 여자』(1923)나 이광수의 『단종애사』(1929)처럼 신숙주를 악인으로 묘사한 대중 문학의 유행과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대적 울분이 역사 속 인물에게 투사된 결과인 셈이다. ●5개 국어를 구사한 ‘조선판 사기 캐릭터’ 우리가 기억하는 ‘변절자’의 프레임을 걷어내면, 신숙주는 당대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던 탁월한 천재였다. 1438년, 21세의 나이에 생원시와 진사시를 동시에 합격하고 문과 복시까지 통과한 그는 1447년 문과 중시에서도 최상위 성적을 거두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오늘날로 치면 약관의 나이에 행정고시를 통과하고, 30대에 이미 국가 수석급 인재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의 능력은 학문에만 머물지 않았다. 한국어를 비롯해 중국어, 일본어, 여진어, 몽골어 등 5개 국어를 동시통역 수준으로 구사하는 언어의 귀재였다. 26세 때 통신사 서장관으로 일본에 건너가 대마도주와 담판을 벌여 왜구의 침입을 막은 ‘계해약조’를 체결했고, 훗날 북방 여진족을 정벌한 문신 장군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세종의 절대적 신임 속에 집현전 학자로서 훈민정음 창제와 반포의 실무를 진두지휘한 주역이 바로 신숙주였다. ●명분과 현실 사이, 그가 짊어진 비난의 무게 세종은 승하 전, 병약한 문종과 어린 손자 단종을 걱정하며 신숙주를 비롯한 중신들에게 단종을 보필할 것을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신숙주는 그 맹세를 꺾고 수양대군의 손을 잡았다. 성삼문 등 사육신은 단종 복위 거사를 도모하며 그에게 동참을 권했으나 신숙주는 거절했다. 명분상으로는 옳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냉철한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만,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거사를 밀고한 이는 신숙주가 아닌 김질(金礩)이었다. 그럼에도 왜 유독 신숙주만이 이토록 혹독한 비난을 받는 것일까. 정인지나 최항 등 함께 세조의 편에 선 집현전 학자들이 많았음에도 말이다. 아마도 그에 대한 세종의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일 것이다. 세종이 “국가 대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자”라며 문종에게 직접 천거했던 ‘시대의 기대주’였기에, 배신의 낙인은 더 깊고 뼈아프게 새겨졌다. ●유언으로 남긴 평화, 그리고 남겨진 질문 1475년, 58세로 생을 마감하며 그의 마지막 유언은 성종에게 남긴 “일본과 화평을 잃지 마소서”였다. 평생 일본의 정세와 문화를 연구해 집대성한 그의 저서 『해동제국기』는 이후 수백 년간 조선 외교관들의 필독서가 됐다. 수많은 업적을 남기고도 ‘배신의 아이콘’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나물 이름에 박제된 그가 이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만약 그가 명분을 쫓아 사육신과 함께 ‘사칠신(死七臣)’으로 기록됐다면, 조선의 외교와 학문적 성취는 또 어떤 길을 걸었을까. 역사의 가정 앞에 자못 궁금함이 깊어진다.
  • 10만년째 짝이 없어도 문제없다? 아마존 몰리의 놀라운 비밀 [와우! 과학]

    10만년째 짝이 없어도 문제없다? 아마존 몰리의 놀라운 비밀 [와우! 과학]

    짚신도 짝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누구나 자기 배필이 있다는 이 속담은 유성생식을 하는 대부분의 척추동물에게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짝을 만나지 못하면 번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태계에는 예외적으로 본래 유성생식을 하던 종임에도 짝을 구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 암컷 혼자 새끼를 낳는 동물들이 있다. 이를 ‘처녀 생식’이라 하는데, 일시적으로 개체 수를 늘려 멸종을 막고 훗날 다시 짝을 만날 기회를 도모하기 위한 비상수단이다.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에게 짝짓기가 필수적인 핵심 이유는 유전적 다양성 확보와 결함 복구에 있다. 해로운 돌연변이가 발생하더라도 두 개체의 유전자를 섞는 과정에서 불리한 돌연변이가 누적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세트가 두 개면 하나가 고장 나더라도 다른 정상 유전자로 기능을 유지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유전자가 온전한 후손을 남길 확률이 높아진다. 반면 암컷 혼자 번식하며 유전자를 복제하는 고립된 집단은 후손으로 갈수록 해로운 돌연변이가 불가역적으로 누적된다. 이를 ‘뮬러의 톱니바퀴(Muller’s Ratchet)’라 하는데, 이로 인해 무성생식 집단은 대개 1만 년 정도면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멸종의 길을 걷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자연에는 이러한 진화적 법칙을 거스르는 일부 극소수 예외가 존재한다. 뮌헨 대학교(LMU)의 에드워드 라이스마이어(Edward Ricemeyer) 박사팀은 이런 예외에 속하는 아마존 몰리(Amazon molly, Poecilia formosa)를 연구해 그 내용을 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멕시코와 텍사스의 따뜻한 민물에 서식하는 이 작은 물고기는 놀랍게도 모든 개체가 암컷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유전적으로는 모두 쌍둥이 자매와 다름없는 이들은 과거 유성생식 종인 포에실리아 멕시카나(암컷)와 포에실리아 라티피나(수컷) 사이의 단일 교배를 통해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존 몰리는 배아 발달을 위해 근연종 수컷의 정자와 접촉해야 하지만, 수컷의 DNA는 난자와 융합되지 않고 단지 발달을 자극하는 역할만 수행한다. 즉, 이들은 유성생식의 흔적을 간직한 채 10만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처녀 생식만으로 종을 유지해온 것이다. 연구팀은 아마존 몰리가 어떻게 10만 년 동안이나 멸종을 피할 수 있었는지 밝히기 위해 부모 종과 아마존 몰리의 전체 염색체 게놈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아마존 몰리는 유성생식을 하는 조상보다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해한 돌연변이가 축적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비밀은 바로 ‘유전자 변환(Gene conversion)’ 메커니즘에 있었다. 유전자 변환은 일종의 DNA 복사 및 붙여넣기 수리 기능으로, 한쪽 염색체에 유해한 돌연변이가 생기면 다른 쪽 염색체의 건강한 버전을 복사해 해당 부위를 교체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유전자 변환 기능은 다른 생물들에게도 존재하지만, 아마존 몰리는 이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무성생식의 치명적 결함을 극복했다. 연구에 따르면 아마존 몰리가 새로운 돌연변이를 원래의 건강한 상태로 되돌릴 확률은 해당 돌연변이를 확산시킬 확률보다 훨씬 높았다. 이러한 압도적인 유전자 수리 효율 덕분에 이들은 유전적 쇠퇴 없이 10만 년째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재주에도 불구하고 무성생식의 근본적인 취약성은 여전히 남는다. 모든 개체가 유전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전염병이 유행하거나 급격한 환경 변화가 닥칠 경우 집단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질 위험이 크다. 복잡한 고등 생물일수록 많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유성생식을 고수하는 데는 그만한 진화적 이유가 있다. 한동안은 멸종을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아마존 몰리 역시 장기적으로 보면 멸종 위험도가 다른 종보다 높아 결국 자연계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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