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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정 의원 굳은 표정… 묵묵부답/한보수사 이모저모

    ◎사법처리 대상 정치인 선별 끝내/수사자료 유출경위 못밝혀 곤혹 한보 특혜 대출과 관련,11일 신한국당 홍인길(부산 서)·정재철 의원(전국구)이 은행에 대출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됨에 따라 검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검찰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앞으로 사법처리될 정치인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몇명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사법처리 대상 정치인에 대한 선별 작업이 거의 마무리됐음을 시사. 이어 『아직 정태수 총회장이 관계인사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진술을 하지 않아 사법처리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관계 인사는 정치권에 대한 수사가 1차 마무리된 뒤 소환할 것』이라고 설명. ○…이날 하오 8시45분과 47분쯤 잇달아 구속영장이 집행된 신한국당 홍·정의원은 『왜 처음에 혐의사실을 부인했느냐』는 등의 질문 공세에 홍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묵묵부답.정의원은 침통한 표정으로 『국민들에게 누를 끼쳐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구치소로 직행. ○…구속 수감된 홍의원은 정총회장의 운전기사임상래씨가 건낸 현금 2억원이 든 사과상자를 자신의 운전기사 곽모씨를 통해 4차례에 걸쳐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돼 사과상자의 높은 활용도를 다시 한번 입증.반면 정의원은 1억원이 넣어진 골프가방을 정총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때문에 「1억원을 넣는데는 골프가방,2억원은 사과상자가 적격」이라는 새로운 유행어를 만들기도. ○…정·홍의원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당직 판사는 영장에 「범죄 특성상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고 높은 형량이 예상된다」고 발부 사유를 밝혀 눈길.또 영장에는 피의자의 자백 사실만 기재되어 있었으며 피의자·참고인 등의 진술자료,국회속기록 등이 증거자료로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홍의원은 우찬목 조흥은행장 등에게 전화로 한보 대출을 청탁한 것으로 드러나 이른바 실세 중의 한사람임을 확인. ○…검찰은 정·홍의원의 영장에 돈 전달 방법을 간결하게 기재한 이유에 대해 출두하지 않은 권의원에게 「방어 무기」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라며 언급을 회피. ○…검찰은 신한국당 김덕룡 의원(서울 서초을) 등이 정태수 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유출 경위를 파악하는데 신경쓰는 모습. 최중수부장은 『수사 실무자로서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다.검찰은 아닌 것으로 믿고 있다.그렇다고 검찰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진원지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는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 서울신문에 비친 사회풍속도 세태 50년(서울신문50돌 특집:Ⅰ)

    ◎해방후 판·검사 한글공부 진풍경 「서울신문으로 매신이 갱생」.45년 11월22일 서울신문은 이같은 1면 제목을 통해 창간을 선언했다.일제의 오랜 질곡에서 해방된 조국의 대변기관이 되겠다는 의지와 함께 첫발을 내디딘 서울신문의 역사는 바로 해방 50년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서울신문과 더불어 온 그 50년동안 서울신문 지면에 비친 우리의 세태도 세월의 깊이 만큼이나 변화무쌍 했다.해방의 감격과 환희가 묻어났던 창간 당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세태 변화를 연대별로 묶어 본다. ◎해방이후 40년대/“엉터리 기생을 일소 풍기 향상시키고저…” 이색 시험광고 눈길 창간 당시는 해방 직후의 어지러운 사회상이 지면 곳곳에 반영되고 있다.창간호 만큼은 특성상 각계의 격려와 기대의 말들이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지만 다음 날인 23일자부터는 상해임정요인 귀국,미소공동회담,3·8선 긴장 등 해방직후인 당시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1면 톱은 「중경의 김구선생 일행께서 개인자격으로 23일 오후 4시 김포에 환국하며­」라는 기사로 임시정부요인들의 환국을 알리고 있다. 이같은 어지러운 정국 분위기와 함께 한동안 지면을 장식한 것은 이를 틈타 정치테러와 집단강도가 성행한다는 내용들이다.심지어 강도들이 수류탄과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이처럼 한동안 살벌하던 지면은 점차 민생 분야로 그 관심을 옮겨가고 있다. 46년으로 접어들면서는 판검사들이 토요일 하오 법원에서 한글을 배우는 진풍경을 전하고 있기도 하다.일제통치 36년이라는 세월속에 우리말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도 없지 않았던 것이지만 무식쟁이나 농민 보다는 유식한 사람이 오히려 더 우리말을 소홀히 했던 세태의 반영이었던 것이다. 모자 광고가 어느 것보다 많이 광고지면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한다.당시는 모자를 안쓰면 행세를 못하던 때라 모자광고가 지금의 패션광고 만큼이나 많았던 것이다. 「엉터리기생을 일소하여 풍기를 향상시키고저­」라는 기생자격시험 광고가 등장한 것도 이즈음이다. ◎50년대/연재소설 「자유부인」 장안의 화제/전쟁중 밍크·귀금속 걸치면 처벌/“갈아보자” “구관이 명관” 유행어로 50년대는 6·25의 발발로 인한 여파가 사회 모든 분야에 크고 깊은 영향을 미쳤던 시기였다. 6·25는 같은 겨레끼리 죽이고 죽는 민족상잔의 전쟁이었을 뿐 아니라 국민 모두를 피란민으로 만든 가난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전시체제하에서 나온 「배급쌀」이라는 말도 잊을 수 없는 말이다.50년 10월에는 양곡배급이 시작됐다는 기사들이 사회면을 채우고 있다. 6·25는 또 전술용어와 투쟁용어를 양산해 내기도 했다.「진충보국」 「빨간딱지」(병역 기피자 등을 일컫는 말) 등 생소한 용어들이 생겨났고 의지할 데 없는 월남민들을 별볼일 없는 빈털터리의 대명사로 「38따라지」라 부르기도 했다. 마카오에서 밀수해온 외제양복과 구두를 갖춘 「마카오신사」들이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시중에는 마카오복지 등 사치스런 옷감이 범람해 당시 신문에는 「당신의 옷차림은 전시생활에 알맞습니까」라는 글이 실리고 「전시생활 개선법」이 만들어져 밍크목도리와 귀금속을 착용하면 처벌까지 당하기도 했다. 이무렵에는 전쟁이 심어놓은 퇴패와 성문화도 한껏 고조되고 있었다.서울신문에 연재되던 소설 「자유부인」을 놓고 벌인 유명한 논쟁은 그 세태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소설가 정비석이 쓰고 김영주화백의 삽화를 곁들인 소설 「자유부인」은 54년 1월1일부터 그해 8월6일까지 2백15회에 걸쳐 6·25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던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며 장안의 화제를 모았다. 서울 수복 이후 여성들의 취업전선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계바람,댄스바람 등 만연한 퇴패적 분위기 속에 바람난 한 대학교수 부인의 이야기가 소설의 큰 틀이었다. 논쟁의 발단은 서울법대 황산덕교수가 3월1일자 대학신문에 『대학교수를 상대로 모욕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자유부인에게 드리는 말」이란 공개 비난문을 발표하면서 전개됐다. 이에 작가 정씨가 3월11일자 서울신문에 『황교수의 비난은 문학가에 대한 모욕과 감정적 흥분으로 일관돼 있다』는 반박문을 게재,반격을 가했고 여기에 홍순엽변호사가 3월21일자 지면을 통해 정씨의 입장을 지지하는 기고를 하면서 점입가경으로 빠져 들었다. 이같은 논쟁은 고정독자와 판매부수가 늘어나는데 크게 기여한 바가 있지만 당시 호사가들은 물론 국민들의 정서가 어디쯤에 있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했다. 혼란은 사회상에만 내비친 것이 아니었다.전쟁이 끝나자 자유당의 부패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정치판은 그야말로 난장판으로 변해갔다.「막걸리선거」 「피아노선거」 온갖 부정을 저질러오던 자유당은 54년 11월29일 부결된 초대대통령의 중임제한 철폐 개헌안을 사사오입을 통해 가결시키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야권이 집결,민주당을 창당했고 56년 대통령선거에서 자유당과 맞붙었다. 이 선거에서 민주당은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구호를 들고나와 일반국민들의 정서를 파고 든 반면 이에 맞서 자유당은 「갈아봤자 별 수 없다.구관이 명관이다」라는 구호를 내세우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희극적인 이러한 정치형태는 일반 모임이나 가정에서도 유행을 탈 수 밖에 없었다. 55년에는 국산 자동차 1호인 시발자동차가 등장,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6·25의풍파로 시작된 50년대는 마지막까지 국민들에게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며 저물어 갔다.59년 9월16일 사라호 태풍이 영·호남지방을 휩쓸고 지나간 것이다.이 태풍으로 이 지역에서만 사망 8백30명,부상 2천2백여명,실종 3백4명,이재민 39만명이 발생했다. ◎60년대/“KS마크”는 출세보장… 과외열풍 불고 연탄가스·불발탄 사고 사회면 단골로 60년대는 전쟁의 상처로 인한 허무와 무력감속에 「빽」과 「와이로」가 난무해 「러키스트라이크」담배와 양주「조니 워커」가 민원인들에게 필수품이던 시절이다. 「조국근대화」를 내세우며 등장한 박정희의 혁명정부는 「우리가 살길은 수출이고 돈이 되면 무엇이든 판다」는 수출드라이브정책을 펴나갔다. 담배는 고급담배인 「신탄진」한갑에 50원,「아리랑」 한갑이 25원이었는데 당시 귀했던 쇠고기 한근이 1백58원이고 연탄 한장에 8원,소주 2홉들이 한병이 43원이고 보면 담배 권하는 인심을 마다하지 않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듯하다. 금 한돈쭝이 1천6백60원인데 결혼예물로 금반지 세돈쭝쌍가락지 끼고 「도고온천」이나 「경주」로 신혼여행을 가는게 보통이었다. 대학입시 열기도 대단해 대학생과외가 널리 유행처럼 번졌고 경기고(K)와 서울대(S)를 나오면 출세는 보장된다는 「KS마크」도 이때 등장 한다. 전후 서민들의 유일한 문화·오락 생활은 영화관에서 필름이 낡아 화면이 비가 내리는 듯한 영화속의 현실에 빠져 드는 것이다.이런 열기에 힘입어 60년대는 우리 영화사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는 중요한 시기가 된다. 최초의 컬러시네마스코프 「성춘향」을 비롯해 「빨간 마후라」「맨발의 청춘」「남과북」「저하늘에 슬픔이」등과 함께 68년「미워도 다시한번」은 장안의 돌풍을 일으켜 이후 속편이 4번이나 만들어진다. 당시 「한국의 제임스 딘」신성일은 뭇여성의 우상이었고 그가 빠진 영화는 흥행에 실패해 한해 50여편 이상의 영화에 겹치기출연이 보통이다.한편 문희·윤정희·엄앵란등의 「트로이카」여배우의 연기대결도 볼만해 그야말로 영화사에 꽃을 피운다. 그러나 전성기를 구가하던 영화는 61년 KBS-TV 개국에 이어 잇따라 등장하는 상업방송에 서서히 그 자리를 내주기 시작해 70년대 들어서는「아씨」「여로」등 TV연속극에 밀려 「안방극장시대」에 자리를 내준다. 겨울만 되면 연탄가스에 일가족이 몰사했다는 기사가 하루 걸러 지면을 메웠고 지방에서 한해 불발탄 폭발사고로 2백여명이 목숨을 잃었다.또 3월이면 보릿고개 때문에 「춘궁…농촌현장을 가다」등의 단골 시리즈도 있었다. 당시의 신문광고는 주로 약·영화·책 광고 등이 대부분인데 「원기소」「테라마이신」「개풍경옥고」등 요즘 세대들에겐 익숙지 않은 약이름과 「천지 캬바레 개업」「연말연시 선물엔 역시 신탄진」「벌꿀비누 애용자 사은 쇼 파티」「통신강의록 독학생모집」「경기중·이화중 학생 대모집」등도 이채롭다.
  • 상품광고 갈수록 야해진다/낯뜨거운 외설성 장면·충격적 문구 남발

    ◎의류·식품·가전 등 전제품 확산/청소년 건전 성모럴 형성에 악영향/광고인 자율규제­언론매체 통제 시급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불리는 상업광고가 최근들어 「외설의 첨병」으로 변모하고 있다. 「○월○일 옷을 벗겠습니다」는 선전문구를 곁들인 내의 선전광고에서 청바지를 발목까지 내린 여성의 하반신을 보이고 있는 호출기광고,컴퓨터모니터 바깥으로 여성의 두 다리가 튀어나온 컴퓨터광고,여성들의 엉덩이를 둘러모아 부각시킨 전자제품광고등 낯뜨거운 상품광고가 범람하고 있다. 서울YMCA의 조사결과 최근 한달동안만 30여종의 외설성 광고가 등장했다. 특히 속옷,술 등 성인용 특정 상품 등에서 종종 등장하는 외설성 광고가 청소년 등이 즐겨 찾는 음식,의류 등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특성과 무관하게 확산되고 있다.벗기기의 대상 역시 남성까지 확대되는가 하면 남녀의 성행위를 연상케하는 퇴폐적 분위기의 광고 또한 적지 않다. 더구나 상업광고(CF)유행어에 민감한 청소년들은 학교에 누드사진으로 착각할 만한 외설성 광고물을 가지고다니거나 유행어를 확산시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서울 D중학교의 김모교사(28)는 『많은 학생들이 「성적 자극을 받기 때문에 야한 광고가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 광고가 판단력이 미숙한 청소년기의 성관념 형성에 악영향을 끼치지 다국적기업이 이같은 외설성 광고의 범람을 부채질하고 있다.최근 흑인남성,백인여성,황인아이의 파격적인 누드사진으로 충격을 주었던 한 다국적기업의 골프웨어광고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원 강소라(25·여)씨는 『벗기기광고가 상품의 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다면 오히려 발전적인 시도일 수 있다』며 『그러나 전혀 엉뚱한 상품광고에까지 사용된다면 천박한 상업주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외설성 광고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저질 광고의 차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광고가 충격적이고 과감할수록 소비자들의 구설수에 오르면서 광고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효과를 거둔다는게 광고업자들의 분석이다. YMCA광고감시단의 백미숙(36)간사는 이와 관련,『최근 벗기기광고는 도덕적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을 뿐더러 창의성마저도 잃고 있다』고 지적하고 『창의성을 통해 더좋은 광고를 만들기 위한 광고인들의 노력과 직업윤리의식이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아울러 미국광고협회(AAA)가 외설의 기준을 「자신의 아내·누이·딸이 모델이 되더라도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러울 수 있는 정도」로 규정하고 있듯 자율규제를 위한 원칙을 세우고 이에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외설광고를 거부하는데는 언론매체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불특정 다수가 접할 수 있는 TV·신문은 좀더 엄격한 원칙을 정립,광고업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부분을 매체에서 통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 연극배우 이호재(이세기의 인물탐구:64)

    ◎혼신 연기… 무대 오를 때마다 “천의 얼굴”/자연스런 동작­낭랑한 목소리로 객석 사로잡아/지독한 「연습벌레」… 극중인물 영혼까지 파고들어/고교 졸업후 드라마센터 1기생으로… “한국의 데이비드 개릭” 평가 연극계는 원로배우 김동원을 한국의 로렌스 올리비에경에 비유하곤 한다.그러나 그 외에도 아테네극장에서 숨진 루이 주베나 영국 드루어리 레인디어터의 에드몬드 킨,랄프 리처드슨같은 명우들이 있다고 거론되어지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다만 별빛처럼 빛나던 함현진 추송웅을 잃고 드라마센터가 배출한 이호재를 우리 연극무대의 주역으로 손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없다. 이호재의 연기는 어느 역을 만나도 자유자재로운 것이 두드러진다.물 흐르듯 동작이 유연하고 그의 발성은 객석에 진동하면서 관객의 가슴속에 반향같은 메아리로 잦아든다. 연출가 김우옥은 이호재의 목소리의 특질은 풍부한 볼륨과 감정의 뉘앙스가 담긴 음조의 변화에 있다고 말한다.「그의 대사는 또렷하고 낭랑하다.따라서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중후한 음의 압력을 느끼게 한다」.그러나 지나치게 매끄러운 나머지 대사의 맺고 끊고 힘주는 대목이 청산유수에 묻혀 희석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긴 대사 숨막힐듯 소화 지난 88년 호암아트홀에 올렸던 정복근 원작의 「덫에 걸린 집」에서 누구도 흉내 낼수 없이 격렬하고 빠르고 긴 대사를 숨막힐 듯이 소화 해내는 그의 연기를 지켜보다가 상대역인 이호성이 막상 자신의 대사를 놓친 에피소드가 이를 증명한다. 「생일파티」에서의 질서정연하고 조직적인 골드버그,「오델로」의 간교한 이아고,고민하는 세조에서 소년과 노인으로 분장하는 「페르긴트」에 이르기까지 이호재는 역할에 맞는 독창적인 인물을 그때마다 탄생시킨다.그의 연기는 어느 때는 악랄하고 어느 때는 결곡하다.어느 때는 관객을 선동하거나 뜨거운 감명에 몰아넣고 혼자서 무대를 누비는 모노드라마에선 예측불허의 즉흥연기를 종횡무진으로 표출해낸다. 통상 그의 겉모습만으로는 구수하고 텁텁한 친근한 이웃처럼 보이기 십상이다.그래서 대사가 튀는 번역극보다는 창작극이 어울리고 창작극중에서도 진짜 장터에서 입심 좋게 떠드는 약장수가 제격인 듯도 하다.이른바 「언제 봐도 친숙하고 구수한 이미지」로 병신춤에서 봉사흉내,넉두리와 너스레로 연극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명료하게 제시해준다.리듬감이 흥청거리는 요설조의 「약장수」를 보고 연극평론가 김방옥은 『사투리 민요 재담 판소리 사설 속어 유행어등 우리말이 갖는 청각적 묘미를 이호재 특유의 연기스타일로 장구치고 북치듯 순발력 있게 둘러대고 알록달록 짜섞어 작품으로서의 품격과 독자적 가치를 갖추게했다』고 평한다. 이런 흥미와 재미와 작품성을 염두에 둔 연기력 덕분에 언제부턴가 관객은 이호재라는 배우의 연기를 보러 극장에 오게 된다.배우가 한낱 대사를 외울 뿐이라면 그 연극은 죽은 무대 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한데 어떤 경우에서도 관객을 실망시키거나 역할에서 실패한적이 없는 배우가 이호재라고 감히 단언 할 수 있다. 특히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는 정력과 생명력이 넘치는 부리부리한 두눈에 쏠듯한 푸른 광채를 번뜩이며 집요한 유혹과 차가운 결단력으로 파우스트 몰락을 휘몰아치듯 전도시키고 있다.「맥베드」의 경우도 그렇다.지난 봄 핀란드의 저명한 크리츠토프 바비츠키가 연출한 「맥베드」에서 던컨왕과 벵코장군을 죽이고 던컨의 장자에게 맥베드가 살해당하는 마지막 장면은 셰익스피어의 시정과 비창미를 극도로 미화시킨 「비극적 감각의 압권」으로 호평된바 있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죽음을 향해 가는구나.오늘 그리고 내일 또 내일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향해 이렇게 다가가는구나」­ 실생활을 깊이 있게 성찰하면 그는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지극히 꺼리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다.만사에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다.연극을 위해 헌신노력하거나 연극 때문에 목숨을 내걸만큼 비장한 각오를 내색하지도 않는다.오래 연극을 해왔고 술잘마시고 호방해 보이는 탓에 주변에 많은 친구들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연극이 끝나면 또 다음 연극을 위해 미련없이 떠날 뿐이다.그의 그런 일면은 공연이 끝나고 단원들끼리 술한잔 마시는 쫑파티에도 얼굴을 내밀지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릴때 꿈은 외교관 이호재는 다른 예인들이 흔히 그런 것처럼 연극배우를 꿈꾸거나 그래서 그 꿈을 이룬 형은 아니다.어릴 때는 정치가나 외교관이 되고 싶었고 우연찮게 들어선 연극의 길에서 의외로 「타고난 배우」소리를 듣게 되었다. 지금의 종로 3가인 종로구 비파동에서 교동국민학교를 다녔고 휘문고 시절에는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했다.부친(이병진)의 날염공장이 망하자 본래의 희망인 정외과 지망을 포기하고 드라마센터 연극 아카데미에 들어간 것이 연극배우가 된 동기다.그때까지는 연극의 「연」자도 몰랐고 단 한번도 연극구경을 가본적도 없다.멋모르고 연극을 시작했으나 유덕형을 만나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그는 비로소 연극의 재미에 빠져들어 무대와 객석이 일체감을 이루는 전율을 경험했다. 그때부터 연극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연극적 재능을 승화시키기 위해 셰익스피어전집과 명배우 연기론을 탐독하는가 하면 시적인 영감과 진지한 사색끝에 자신의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성립해 나갔다.그때 만난 것이 전무송이다. 이호재가 씩씩하고 터프하고 선이 굵다면 전무송은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달콤하다.그래서 언제부턴가 한 사람이 악이면 다른 한쪽은 선이고 한 사람이 약하면 다른 한쪽은 강하게 무대에서의 불꽃 튀기는 연기의 앙상블을 펼칠수 있었다. ○2시간전 공연장 나와 그는 하나의 역할을 맡으면 전의 역할을 말끔히 씻어버리고 새로운 인물과의 조우를 위해 몸에서 대본을 떼어놓지 않는다.수십번씩 대본을 읽고 역할을 분석하는 그의 연습태도는 그래서 곧잘 「고시공부」에 비유된다.공연날은 남보다 두 시간전에 나와 공연장 분위기를 몸속에 익히고 막이 오르기 전에는 종교는 없지만 반드시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미 전제하다시피 그는 극중 인물의 사상과 성격을 도식적으로 그리기보다 영혼의 밑바닥에까지 파고들어 내부에 도사린 모순과 갈등을 끄집어 내고야 만다.그리하여 박력이 넘치는 생동감과 맥박이 충만된 현장감이 그가 이루는 무대의 특징일 것이다. 「입가에 잔혹한 냉소를 새긴 험상궂은 얼굴이며 살기 가득찬야멸찬 언어,사정없이 상대방을 꼬집고 할퀴거나 능청스럽게 수작을 부리다가도 어느 틈엔가 달착지근한 가락을 띤 간사한 어조」로 관객의 등덜미를 찔러대는 섬뜩함은 그만의 노련한 연희라고 할수있다.따라서 낭창조형의 그의 연기는 지적인 관찰에 바탕을 둔 「자연」의 연기라는 점에서는 그 옛날 영국이 낳은 데이비드 개릭을 연상시킨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닐것 같다.또 극중의 특정한 한 인물은 자신의 어떤 일면과 비슷할수 있으며 모든 스토리 조차도 그의 인생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사람에겐 이런 요소도 있고 저런 요소도 있다.교활하거나 거룩하거나 둥글수도,모날수도 있다.그런 중에도 호불호를 선명하게 가리는 탓에 연극계 일각에선 그의 오만을 문제 삼기도 하지만 연기를 딱부러지게 해내는 이상 모든 잡음은 무의미 할 수밖에 없다. 연극초기에는 분장도구가 없어 장판니스를 얼굴에 칠하고 휘발유로 분장을 지운적도 있고 술값이 없어 개런티 대신 받은 반돈짜리 금반지를 술집에 맡기고 가난에 대한 울분을 풀기도 했다.그러나 이제모든 고생은 옛날이야기처럼 돼버렸다.그동안 많은 상을 타고 텔레비전등에 얼굴을 비치면서 두 아들(종화 군입대,창익 고2)을 교육시키고 수십차례의 전월세 전전끝에 올해초에는 생전 처음 종로구 명륜동에 다세대 주택이지만 집도 마련했다.부인 최정자씨(46)는 보험회사(국민보험 잠실소장)에 나간다. 요즘은 지난달 호암아트홀에서 막을 내린 여인극장의 「아내란 직업의 여인」이후 4일부터는 동숭동 학전소극장의 뮤지컬 「별들은 세상에 하나씩 의미를 두어 사랑한다는데」에 출연하는등 내년 가을까지 공연 스케줄이 꽉잡혀 있다.언젠가 한 신문에 그는 배우로서의 고뇌를 쓴적이 있다. 「예술가를 지망하고 거기에 모든 것을 바친다는 결단은 엄숙한 일임에 틀림없다.순진하게 잠든 아이들,그리고 아내를 보고있노라면 나는 지금 겁도 없이 너무나 엄청난 일을 혼자서 저지르고 있는 것같아 두렵기만 하다」고. 그러나 「막이 내릴때마다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는 관객이 있는 한 무대를 떠날수 없으며」 연극을 끝내고 텅빈 객석을 뒤로하고 극장문을 나서면서 「내가 행복을 느끼는 것은 그것이 사라져 갈 때의 소리」라는 루이주베의 말은 연극배우만의 최상의 행복임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연보◁ ▲1944년 서울출생 ▲1961년 휘문고 졸업 ▲1963년 데뷔무대 존 스타인벡 작 「생쥐와 인간」(드라마센터) ▲1964년 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 (현 서울예전)제1회졸업,극단 동랑레퍼토리 창립기념공연 유치진 작 연출「마의태자」,해럴드 핀터「생일파티」 ▲1966∼69년 군입대 월남근무 ▲1973년 오태석작「약장수」(카페 데아트르공연 이후 장기공연) ▲1974년 대구효성여대 불문과 불어극「맹진사댁 경사」연출 ▲1975∼80년 국립극단 단원 ▲1977·80년 국제극예술협회및 록펠러재단초청 극단 동랑레퍼토리 해외공연 ▲1991년 여인극장 25주년기념 셰익스피어 작「맥베드」 ▲1993년 극단 실험극장의 「에쿠우스」1백편째(2개월) 「돼지와 오토바이」(3개월) 폴란드의 크리츠토프 바비츠키 연출 「맥베드」 ▲1994년 서머싯 몸 작「아내란 직업의 여인」,김정일 작 송미숙 연출 뮤지컬「별들은 세상에하나씩 의미를 두어 사랑한다는데」(학전 소극장서 공연중) 동아연극상,백상예술대상,한국연극영화예술대상,서울연극제 연기자상,연극의 해 남자연기상,이해랑연극상 「생명」「태」「하멸태자」「초분」「리어왕」「햄릿」「오텔로」「말괄량이 길들이기」「쇠뚝이놀이」「베케트」「뜻대로 하세요」「고도를 기다리며」「뻔데기전」「물보라」「시즈위벤지는 죽었다」「수족관」「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안토니오와 클레오파트라」「밤주막」「피가로의 결혼」「파우스트」「요나답」「이방인들」 「화엄경」「태백산맥」
  • TV 드라마/신세대상 너무 피상적 묘사

    ◎「인스턴트 사랑」·감각적 소비생활 탐닉/내면모습 벗어나 젊음의 문화 왜곡시켜 TV드라마속의 신세대상은 방송상업주의의 또다른 표현인가. 최근 각종 드라마에 감초격으로 등장하는 신세대 이야기가 그들의 진지한 내면의 모습을 그리기보다는 피상적인 외면묘사에 그쳐 젊음의 문화를 크게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이들 드라마는 대부분 감각적인 소비문화와 편의위주의 생활방식,그리고 서비스업중심의 직업관등을 신세대의 전유물인양 내세우고 있어 획일적이고 편향된 가치관을 심어줄 우려도 있다. 부권상실시대를 사는 현대남성들의 고뇌를 다룬다는 KBS­2TV 주말극「남자는 외로워」.이 드라마에도 신세대는 어김없이 부정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CF회사 직원과 카페주인으로 나오는 재정(이정재)과 영훈(석광열).뚜렷한 직업의식이 없는듯한 이들은 별로 하는 일도 없이 자유분방한 소비생활에만 탐닉하는 들뜬 젊은이들로 묘사되고 있다.소중한 땀의 가치를 모르는 이들은 결국 경박한 상업문화만 유포하고 있는 셈이다. 신세대풍속극의 유행과 함께 단골소품처럼 등장하는 드라마속의 「팩스연애법」 또한 「인스턴트사랑」의 양산에만 일조할뿐 더이상 신선함을 주지못하고 있다.KBS­2TV 「연인」에서 첫선을 보인 이 신세대사랑법은 최근엔 KBS­1TV「당신이 그리워질때」에도 등장,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신희(박지영)와 공학도 명준(김규철)간의 사랑의 열매를 맺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또 KBS­2TV「사랑 그리고 이별」에서 방송국 리포터로 나오는 전형적인 신세대여성 지원(변소정)은 직무보다는 사랑놀이에 삐삐를 사용하는 철없는 케이스.이같은 신세대의 애정세태는 그 당위성과는 별개로 이 시대의 사랑이 얼마나 「참을수 없이 가벼운가」를 웅변하는 것같아 씁쓸함만을 더해준다. 드라마속의 신세대는 또한 PD,방송작가,CF감독등 일부 방송관련 전문직업이나 자유업등만을 일방적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그려져 젊은이들의 건전한 직업관을 해치고있다.현재 방송관련 직업인을 주연급으로 내세우고 있는 드라마는 KBS­2TV「사랑 그리고 이별」·「남자는 외로워」,MBC­TV「자매들」,SBS­TV「결혼」·「사랑은 생방송」등 5편.소위「여의도문화」가 보편적인 신세대문화가 아닐진대 드라마가 다루는 신세대의 직업은 그 폭이 보다 넓어져야할 것이다.한편 이들 드라마속의 신세대방송인상은 전통적인 성의 공식을 거부하는 진취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그러나 SBS­TV「결혼」과 「사랑은 생방송」의 경우 조민수­이효정,박지영­홍학표 콤비의 성역할 구도는 이들이 앞서가는 신세대임을 감안한다해도 지나치게 「거세된 성」을 강조하고 있어 극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리고 있다.이밖에 드라마속의 신세대는 바쁜 일상을 핑계로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등을 얻어 혼자만의 삶을 즐기려는 「편의점식 사고」의 소유자로 종종 묘사된다.드라마에서만이라도 가족공동체적 가치를 한층 귀하게 여기는 「전인격적인」신세대상이 강조돼야하지 않을까. 방송이 보여주는 신세대상은 언어구사면에서도 조악함을 그대로 드러낸다.지난달 막을 내린 MBC­TV「엄마의 바다」에서 고소영이 유행시킨 『야,언니야 네가 해라』『그랬냐』등은 그 대표적인 예.반말투의 이 유행어는 어처구니없게도 대학가 여학생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돼 「고소영족」「고소영신드롬」을 낳기도 했다.요컨대 신세대 또는 감각세대의 경쾌한 삶의 풍속도를 그리면서도 놓지지 말아야할 것은 그들의 의식 저변에 깔려있는 순수한 열정과 진지함을 드라마속에 담는 일일 것이다.
  • 「사의」의 고발(외언내언)

    우리나라 종합병원은 불친절하고 서비스불재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원성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3·3·2라는 유행어까지 나왔다.예약하고 나서 3개월 대기,병원 진료실앞에서 기다리기를 3시간,막상 진료는 2분도 안돼 끝난다는 것이다.병원측에서도 할 말은 있다.대학병원의 이른바 명의 한사람에게 최고 6천7백32명의 환자가 대기중이란다.1천명이상이 대기중인 의사는 수두룩하다니 친절과 서비스를 어찌 기대할수 있겠는가라고. 대학병원의 유명의사들은 하루 평균 1백3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는 기계처럼 단순화되고 환자는 차가운 냉대를 받는다.담당의에게 궁금한것을 물어볼 엄두도 못내고,혹 물어봤다가 핀잔받기 일쑤다.외래환자 아닌 입원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병세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의사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92년에 숨진 의학박사 김주환씨의 암투병 수기가 발간되어 의학계에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충격을 주고 있다. 40여년간 의료계에 종사했던 중진의사였던 김박사는 두차례 수술을 받고 3년동안 투병생활을 하면서 겪은 동료의사들의 무지와 무성의를 질타하고 「어처구니 없는 치료의 미숙」등 의료계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의사들은 진단을 하고 결과를 본다고 수많은 검사를 한다.그러나 그들중 누구도 환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일에는 무관심하다』. 그는 또 『두명의 의사가 각기 다른 소견을 내어 방사선동위원소 치료가 5개월이나 늦어져 회복불능상태에 빠졌다』고 개탄했다.사무직원들의 기계적인 태도와 무성의,지나치게 사무적인 간호사들의 차가움도 지적했다. 김박사의 유고집은 죽음을 앞둔 현역의료인의 체험적 고발이라는 점에서 호소력을 갖는다.그는 후배들에게 「환자위주의 진료」를 당부한다.의사나 병원위주의 진료가 아닐때 친절과 서비스가 살아날 것이다.그리고 실종된 환자의 인격도 되찾게 될 것이다.
  • 되돌아본 1993 신한국 원년/정치부기자 방담

    ◎문민 기틀다진 정치대변혁 365일/개혁 대명제… 공직자 1·2차 재산공개/정통성 바탕 「5.16」 「12·12」 재평가 큰의미/성역없는 사정… 감사원 위상 크게 강화/NPT탈퇴 북핵,국제적 파문속 한반도 위기설까지 초래 「신한국 원년」 계유년이 저문다.문민시대를 활짝 열고 숨가쁘게 달려온 한해.정치권은 개혁·사정·역사재평가·국제화·개방화등 신한국을 창조하기 위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한치도 눈돌릴 틈이 없었던 올해 정치권의 변화를 정치부기자들의 방담으로 돌이켜 본다. ­올 한해는 우리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변혁의 해였습니다.30년만에 문민정부가 출범하고,우리사회는 정치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혁명에 가까운 엄청난 변화를 겪었습니다.다사다란이란 말로는 부족할 정도입니다.변화의 조짐은 새정부 출범 첫날인 2월25일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 등산로가 개방되면서 시작됐지요.국민들은 굉장한 변화가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변화는 김영삼대통령과 청와대로부터 출발했지요.권위주의시대의 상징이라 할수 있는 이른바 「안가」(안전가옥)는 시민공원으로 바뀌었습니다.「지방청와대」(대통령을 위한 지방공관)도 일반에 개방됐습니다. ­정말 청와대주변이 몰라보게 달라졌어요.평일에 3천여명,휴일에는 6천∼7천명이 줄을 이어 찾는 관광명소가 된 것입니다. ­그 부작용도 있지요.청와대 주변에 차량이 몰리면서 교통체증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했고,청와대 안까지 매연이 몰려들고 있습니다.시위도 빈발하고요. ○안기부 크게 위축 ­청와대 살림도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청와대 칼국수가 국제적으로 유명해졌고 청와대 구내 식당은 늘 만원사례입니다.한 수석비서관은 모든 경조사 부조금을 일률적으로 「3만원」으로 하라고 보좌관에게 지시,청와대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시켰습니다.한때 박관용비서실장의 영양실조설까지 나돌 지경이었으니까요. ­8월12일의 전격적인 금융실명제 단행은 김대통령이 얼마나 보안에 철저한가를 실증하는 사건이었습니다.저녁 7시30분 TV생중계로 김대통령이 직접 발표하기 5분전까지 출입기자들도그 내용을 전혀 몰랐어요. ­대통령이 다음날 수석비서관들에게 미리 알려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얘기를 할 정도였으니 알아줘야 하겠어요.그렇게 했으니 보안이 유지되었지,미리 새나갔다고 생각해봐요.금융시장이 얼마나 혼란스러웠겠습니까. ­새정부 들어 위상의 부침이 가장 심했던 기관이 감사원과 안기부일 것입니다. ­그동안 권력의 하부기관 쯤으로 인식돼왔던 감사원은 이회창원장이 취임한뒤 청와대와 「율곡사업」,「평화의 댐」등에 대한 감사를 통해 국가최고사정기관으로서의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그에 비해 안기부는 정치관여에 대한 지난날의 「원죄」때문에 크게 위축된 모습이 됐습니다.게다가 평화의 댐 건설과 대통령훈령 조작의혹으로 감사원의 감사대상에까지 오르게 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무엇보다 안기부를 답답하게 만든 것은 안기부법의 개정이었습니다.안기부도 나름대로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안기부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죠.하지만 여야의 협상과정에서 수사권한등이 그 인식의 틀을 훨씬 뛰어넘어 대폭으로 손질되자 『손발이 완전히 묶였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대공업무를 처리하느냐』는 등의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새정부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정통성을 바탕으로 한 역사의 재평가작업이었습니다.과거의 청산이라고나 할까요.「5·16」「12·12」등 군사정권 아래서 미화되던 사건들이 쿠데타로 규정되었고 「4·19」를 비롯,「6·3」「광주민주화운동」「6·10」등이 민주화운동의 반열로 올랐습니다. ­그렇습니다.김대통령은 「12·12」를 「쿠데타적 사건」이라고 규정,여당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했지만 과거 군사정권과는 연계가 없음을 분명히 했지요.그러나 김대통령은 「적」이라는 절묘한 수식어를 달면서 이들에 대한 궁극적 평가는 역사에 맡기자고 말해 현 여당내의 구세력을 인위적으로 청산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김대통령은 일제의 잔재를 없애는데도 앞장섰습니다.옛 일본총독부건물과 총독관저를 헐기로 결정한 것도 김대통령의 「업적」의 하나로 평가될 것입니다. ­정부는 규제와 관행과의 전쟁을치렀습니다.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적으로 잘못된 규제와 관행이 지적되자 모두 3천8백여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들을 뜯어 고쳤습니다. ○일제의 잔재 제거 ­일반국민들의 관심과 호응도 매우 컸어요.공무원과 회사원·농민·학생 가릴 것 없이 앞다퉈 제안들을 내놓아 지금까지 접수된 안건이 9천건을 넘어섰습니다.한달에 1천건 이상씩이 쏟아져 들어온 셈입니다. ­그러나 그것들이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리던데요. ­관행을 바꾼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죠.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 많습니다.지속적인 개선작업을 펴나가야만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아울러 법령개정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안건들이 많습니다.다행히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관련법안들이 많이 개정됐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부분적으로나마 달라진 행정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주민등록 전출입 신고를 한차례로 끝내도록 한 것이나 인감증명제를 점차적으로 폐지키로 한 것 등은 일상생활의 편의와 직결돼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변화의 뇌관은 김대통령의 자진재산공개라고 봅니다.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를 유도한 것이지요. ­3월의 1차 재산공개는 새 정부의 사정 예고탄이었어요.김상철서울시장과 박량실보사부장관이 그린벨트의 훼손과,절대농지의 위장매입으로 결국 사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몇몇 장관과 집권당 사무총장도 자녀 입시문제로 물러났습니다. ­정치권의 재산공개는 「토사구팽」이란 말을 올해의 최고 유행어로 만들었지요.박준규국회의장과 유학성·김문기·김재순·이원조의원등이 의원직을 사퇴하게 됐고 임춘원의원은 자진탈당,정동호의원은 출당,김영진·금진호·조진형·남평우의원등은 공개경고를 받았습니다.김재순전의장이 「토사구팽」으로,박의장은 「격화소양」으로 김대통령에게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하지만 김대통령은 재산공개 파문이 마무리된 뒤 「역사적 명예혁명」이라고 강조하지 않았습니까.당하는 쪽과 일하는 쪽은 언제나 이렇게 다릅니다. ­1차공개가 대통령의 유도에 따른 것이었다면 2차공개는 법률에 근거한 첫 재산공개였습니다.하지만 12월초 행정부 4명비공개경고,입법부 3명 비공개경고로 가볍게 마무리돼 다소 김이 빠진 인상을 남겼습니다. ­민자당은 박박식·이학원의원을 자진탈당시키고 김동권의원은 6개월 당원권정지의 중징계를 내렸고 남평우의원 등은 비공개 경고했습니다. ­두 차례 재산공개에서 수많은 공직자들이 납득할만한 근거가 없는 많은 재산을 갖고 있거나 제주·경기등에 투기를 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 것도 사실입니다.그러나 금융실명제와 함께 이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기초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국회도 과거에 비해 생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인 것 같습니다.정기국회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실력대결을 벌이기도 했지만 과거의 2배에 이르는 많은 법안들이 처리됐고 법안을 심의하는 과정도 상당히 진지했어요. ­특히 올해는 국정조사권이 발동됨으로써 의원들에게는 여느 해보다 바빴던 해로 기록될 듯 싶습니다.야당측의 요구로 시작된 국정조사는 「5·6공」의 실력자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민주당은 올해의 성과로 안기부법 개정과 함께 야당의 힘으로 국정조사권 발동을 이루었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문민정부의 출범으로 시선이 온통 청와대로 집중되고 사회분위기가 사정한파로 위축됐던 것이 사실이지만 정기국회에서 안기부법과 정당법·통신비밀보호법등 과거에는 상상이 어려웠던 정치관계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성과를 이끌어 냈습니다.정기국회 예산안 처리에서 나타난 여당의 강행처리와 야당의 실력저지라는 문민시대에 걸맞지 않는 구태가 재연된 것만 제외하면 시작보다는 마무리가 좋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의 타결에 따른 쌀시장 개방에 대처하는 부분에서는 정치권 전체가 속수무책이었던 것 같습니다.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됐는 데도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마치 무슨 「날벼락」이라도 맞은 사람들처럼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실망보다는 기대 ­어쨌든 올해 여야를 포함한 정치권이 보인 모습은 실망보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대체적인 평가인듯 합니다.선거법·정치자금법등 정치개혁법들이 미결로 남은 점은 아쉽습니다만 여야합의에 의한 좋은 결과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최근 마무리된 당정개편을 얘기해 볼까요.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은 민주계 핵심실세 3인방의 진퇴죠.뒷전에 밀려나 있던 최형우의원과 서석재전의원은 다시 각광을 받게 된 반면 「잘 나가던」 김덕용전정무장관은 「휴식」을 택했습니다. ­당3역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뒤 김대통령의 언급이 재미있어요.김대통령은 4번의 원내총무를 지낸 경력탓인지 『원내총무가 가장 좋은 것인줄 알았다』면서 3선총장과 4선총무에 대한 당내의 불협화음을 잠재웠지요.정치9단다운 뒤처리라고나 할까요. ­대구·경북 출신인사의 배제로 이른바 「TK(대구·경북) 소외론」이 여전합니다.강재섭대변인이 물러나게 됐고 김용태의원은 지난 8·12보선 뒤의 총장기용설에 이어 이번에도 설만 나돌아 두번 상처받게 됐죠. 당직자로는 최재욱의원만이 사무부총장으로 유일하게 남아있습니다. ­이젠 외교분야에 대해 이야기좀 하겠습니다.올해 외교의 제일 큰 현안은 역시 북핵 문제였습니다.새정부가 출범하자 마자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비롯된 이 문제는 급기야 「한반도 위기설」로까지 치달아 외국기자들이 대거 서울로 몰려들기까지 했죠.두차례의 미­북 고위급회담,10여번의 실무접촉,유엔의 대북결의등 국제적으로 파문도 컸습니다. ­최근 미­북 뉴욕실무접촉에서 양측이 상당히 의견접근을 본 상태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시작에 불과한 일이에요.설사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고,남북대화에 응한다 하더라도 겨우 NPT 이전 상태로 복귀한 것에 불과하거든요.새해에도 북핵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을 전망이 우세합니다. ­그에 비해 새정부의 신외교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어요.다변화·다원화·태평양시대의 지역협력이라는 차원에서 종전과는 다른 외교패턴을 정착시켰다고 해야할 겁니다.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아·태경제협의체(APEC)정상회담은우리의 국제화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입니다.또 탈냉전시대 이후 한반도의 안보를 위한 「동북아 다자 안보대화」의 제기도 큰 성과입니다. ○신외교 문제점도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문제에 있어 우리와 공동보조를 취한 것도 과거엔 상상할수도 없었던 일이라 생각됩니다.한국 외교의 역량이 그만큼 확대됐다는 반증 아닐까요. ­미,일 중심의 외교체제를 과거 어느 정권때 보다 확고히 다졌다는 점도 빼놓아서는 안될 것 같아요.김대통령은 올 3월 신외교의 기조를 설명하면서 미,일을 축으로 하는 외교전략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두차례의 한미정상회담,경주 한일정상회담이 이를 이끌어낸 견인차 구실을 톡톡히 했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러나 UR협상에서 보인 우리의 협상력과 공직자들의 국제화 수준은 우리의 신외교가 갖는 문제점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많은 성과도 있었지만 이와 더불어 문제점도 노출된 신외교의 1년이었다는 생각입니다. □ 참 석 자 김 영 만 차장 김 명 서 기자 김 경 홍 〃 강 석진 〃 이 목 희 〃 양 승 현 〃 한 종 태 〃 문 호 영 〃 박 대 출 〃 박 정 현 〃 이 도 운 〃 진 경 호 〃 박 성 원 〃
  • “가까워진 대통령” YS유머집 봇물

    ◎취임 1백일까지 10여권… 갈수록 인기/“아직 반도 못쓸었소” 개혁 기대감 가득/“YS도 구팽될라” 일부 비판시각 표출 김영삼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어느 정부의 출범때도 볼 수 없었던 대통령에 대한 희화화가 활발해졌다는 사실이다.전에 보지 못했던 대통령 관련 우화집이나 가십,캐리커처는 국민들에게 대통령과의 거리를 좁히는 한 매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새정부출범 1백일의 대통령 희화화를 총점검해본다. 사정한파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는 상황에서 전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했다. 『이럴 수 있습니까.내 사람들을 싹쓸이 하다니』 그러자 YS가 말했다.『아니 싹쓸이라니 무슨 말이오.아직 반도 안쓸어냈는데』 최근 발간된 「YS는 못말려」2편에 실려있는 「싹쓸이」라는 유머이다. 현직 대통령을 소재로 한 유머집「YS는 못말려」가 발간돼 시중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이 불과 한달 남짓이다.이 책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그동안 「YS는 못말려」2집을 비롯,비슷한 유머집이 10여권이나 나왔다.또 최근 한 시사주간지에는 김영삼대통령을 카레이서의 모습으로 모자이크한 사진이 실렸다.그런가하면 지난달 30일 방영된 한 TV의 코미디 프로에 김대통령은 만능 해결사인 만화 주인공 「로보 캅」으로 등장했다.한마디로 현직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총체적 웃음」을 선사하는 대상이 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김대통령의 취임을 전후해 권력의 핵심에 「끈」을 대려는 사람이 많았던 상황에서 엮어진 「YS는 못말려」1집에는 『니가 내 오른팔이라고 떠들고 다닌다지.근데 내가 왼손잡이인거 아나』라는 유머가 실렸었다. 이에비해 대통령의 사정의지가 일부 사정당국에 의해 희석될 조짐이 보였던 시점에서 「싹쓸이」가 나타난 것이다.2집은 개그작가가 쓴 1집과는 달리 원고를 공모,각계각층의 시민이 보내온 글을 묶은 것.이렇게 볼때 「싹쓸이」는 바로 의지없는 일부 사정기관에 대한 국민의 야유이자 김대통령에 대한 지지의 표현인 셈이다. 유머집 안에서 「오른팔」이 「싹쓸이」로 진전될 수 있었다는 것은 취임 이후 김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얼마나 큰 국민들의 관심이 되어왔느냐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대통령은 사실 취임전에 이미 시중에 떠돌아 다니는 많은 우스개의 대상이 됐었다.당시는 김대통령의 사투리 발음과 이른바 「자질론」이 대종을 이뤘었다.그러나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 단점들을 오히려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당시 선거캠프는 TV유세 원고에 의도적으로 김후보의 사투리 발음인 「학실히」를 몇번씩 넣곤 했다.유행어에 가깝게 된 이 말을 이용해 유권자들에게 애교와 친근감을 주고 말은 유창하지 못해도 판단력과 추진력을 갖춘 인물이라는 것을 부각시키자는 의도였다고 한다.취임이후 김대통령의 희화화를 보는 청와대측의 입장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듯 하다. 사실 지금까지 10여권에 이르는 유머집은 「03아저씨는 위대해」,「YS는 시원해」,「나도 야한 문민정부가 좋다」라는 제목이 상징하는 것처럼 칭찬 일변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혹 비판적인 내용이 있다고 해도 「선거전략」정도에서 그다지 진전되지 못 한 것들이다.또 「신속한 개혁의선도자」를 연상시키는 카레이서,사정칼날을 휘두르는 초능력의 「로보캅」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기능을 가진 희화화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시민은 『이제 「YS는 못말려」2집에 실려있는 「YS도 구팽될라」같은 비판적 유머가 더많이 나와야한다』고 주장했다.비리척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경고에 가까운 이 표현은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점을 희화를 통해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대통령에 대한 희화화는 국민과 대통령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 못지않게 지도자의 국민에 대한 바른 인식 심기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제조업이 신바람나야 한다/안충영 중앙대교수ㆍ경제학(서울시론)

    ◎서비스업 비대는 “경제조로”의 신호 스무살이 갓 넘어선 청년의 얼굴 곳곳에 주름살이 괴고 신체에 탄력이 없이 굳어 보이면 조로현상이 있다는 표현을 쓴다. 지금 우리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 5천달러 수준의 젊은 나이에 비교하여 벌써 늙어 버리는 조짐이 도처에 일어나고 있다. 작년과 올해를 고비로 우리경제는 신체의 탄력을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활력의 재충전도 게을리 하고 있다. ○자금흐름의 왜곡 심화 우선 국내총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8년의 32.5%에서 89년에는 31.3%로 낮아지고 올해에는 더욱 낮아지고 있다. 이른바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은 경제의 대들보를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인력과 자금이 제조업을 떠나서 소비형 서비스 업종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으니 수출주문이 있어도 적기에 맞추지도 못해 손님을 잃어가고 있다. 올 1ㆍ4분기 취업자수는 전년동기에 비교해서 2.5%포인트나 감소한 반면 서비스업과 건설업의 취업자수는 각각 6.8%와 18.7%로 증가하였다. 지금 금형ㆍ주물ㆍ열 및 표면처리등의 부품생산 현장은 기능인력을 못구해 전자업계까지 부품조달에 어려움을 주고 있으며 이는 결국 수출에까지 커다란 타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관광ㆍ레저ㆍ유흥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고급화되고 번창하고 있다. 힘드는 생산현장을 떠난 근로인력이 소비형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됨으로써 이제 우리의 전통적 근로관에도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편 자금의 흐름도 경제의 건강을 회복하기는 커녕 노쇠화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민간여신중 제조업에 대한 비중은 86년의 50%에서 90년 4월말에는 40.4%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동안 건설 및 서비스업에 대한 대출은 44.8%에서 48.5%로 높아졌다. 제조업의 수익률이 낮고 수면아래 잠복하고 있는 노사분규의 위험성은 기업가들로 하여금 제조업에 대한 확장이나 합리화 투자보다는 사업의 축소나 안전위주로 몸을 도사리게 만들고 마침내 「아직도 제조업을 하십니까」라는 시중의 유행어를 낳게 하고 있다. ○나라 망치는 과소비병 1인당 소득 5천달러에서 일고 있는 우리의 소비행동은 1인당 소득 2만달러 이상의 선진국형 소비행태에 못지않게 곳곳에 일어나고 있다. 필자가 파리에서 목격한 승용차는 대부분 우리나라의 최소형 승용차보다 더 작은 것이었다. 우리는 어느 틈엔가 중형차 이상으로 승용차가 바뀌고 1가구당 두대 이상 보유가 늘어나서 대도시 길거리는 온통 주차장으로 바뀌고 있다. 옴짝달싹 못하는 정지된 자동차속에서 우리는 고가의 기름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수출품을 빨리 실어 날라야할 화물차들이 도로상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꼴이다. 해외여행은 이제 저소득계층에로 불이 붙고 동남아 곳곳에서 싹쓸이 쇼핑에 여념이 없는 한국관광객을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다. 과소비와 함께 씀씀이가 헤퍼지면서 국내 저축률이 최근 크게 떨어지고 있다. 체너리와 쉬르킨 같은 경제학자들은 1인당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오늘날 선진국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산업구조 변화의 측면에서 분석한후 하나의 경험적 법칙을 도출하였다. 1인당 소득수준이 1천달러에서 2만달러에 이르는 동안 모든 경제의 선도산업들은 농업중심의 전통사회에서 노동집약 경공업→자본집약 중화학→기술ㆍ지식ㆍ정보집약의 첨단산업→제조업 연계형 서비스산업으로 발전해 갔다. 일본의 경우 1970∼85년동안 제조업의 비중은 GNP 35.8%에서 30.2%의 비율을 유지하면서 제조업의 기술심화를 바탕으로 오늘날 세계 최대의 흑자국 위상을 만들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1인당 소득수준이 일본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은 일본보다 월등히 높아야 됨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일본수준과 비슷하게 된다는 것은 우리경제가 성장의 정상궤도로부터 크게 탈선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으로부터 생산된 제품이 있기에 수송ㆍ통신ㆍ금융ㆍ보험ㆍ광고ㆍ음식 숙박업 등의 서비스산업이 파생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1인당 소득이 이제 3만달러대로 육박하고 있지만 아직도 제조업은 부동의 위치를 고수하면서 새로운 상품을 값싸게 부단히 국제시장에 내어놓고 있다. 우리의 제조업이 위축되니 수출이 제대로 될리가 없다. 10월중 무역적자는 81년 이후 최대폭을 기록하여 8억6천만달러를 나타냈으며 올해 전체 무역적자는 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는 이제 86년부터 반짝하면서 벌어 놓았던 무역흑자를 탕진했다. 외채가 올해 10억달러나 다시 늘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페르시아만 사태로 고유가가 촉발하는 고물가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제조업의 공동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인플레 경제체제 아래서 부동산이 최대의 고수익 투자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자금의 물꼬는 계속 제조업을 외면하게 될 것이 뻔하다. ○근로자를 우대해야만… 국제시장에서 챔피언 상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기업가들의 사업의욕을 북돋워주는 정책을 이제 과감히 펴야 한다. 이 시대의 참된 애국자는 새로운 제품으로 국제경쟁에서 승리하여 외화를 벌어 오는 사람이다. 경제정책의 모든 초점은 제조업 부활로 모아져야 한다. 수출의 돌파구도 바로 제조업의 성장에서 가능하다. 자금의 물꼬가 제조업으로 가도록 모든 시책을 강구하고 제조업의 현장에서 일하는 기능 근로자들을 우대해야 된다. 제조업의 현장이 신바람나게 돌아가도록 각종유인정책과 함께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정치권이 하루빨리 앞장서야 한다. 우리경제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늙어가고 있는 경제를 이제 실기하지 말고 빨리 정상으로 복원하여야 한다. 경제의 조로화처럼 한나라의 운명을 퇴락의 길로 빠뜨리는 무서운 질병은 없다.
  • 89 KBS 연기대상 고두심양 뽑혀

    탤런트 고두심이 「89 KBS탤런트 연기대상」의 수상자로 뽑혔다. 고두심은 주말극 「사랑의 굴레」에서 히스테리컬한 아내역을 맡아 열연,『잘났어 정말』이란 유행어를 남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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