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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탐방] 인천공항 출입국 심사팀

    [주말탐방] 인천공항 출입국 심사팀

    #1. 한국에서 불법체류를 하려고 홍콩을 거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외국인 비자 안나와. 긴장한 탓에 미리 안나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비행기에서 내린 자신을 쫓는지도 몰랐다. 브로커를 통해 마련한 가짜 여권을 보여주자 심사관이 여권을 자동판독기에 올리더니 이상을 발견했는지 사인을 보낸다. 안나와를 따르던 직원이 그를 심사대 옆 인터뷰실로 안내했다. 위조여권이 발각돼 재심 대상자로 분류된 것이다. 안나와는 “관광을 왔다.”며 짐짓 태연한 척 서울에서 묵을 호텔까지 줄줄 읊었다. 심사관들이 호텔에 예약 확인전화를 할 줄은 몰랐던 탓이다. 영어를 모르는 척했지만, 안나와의 모국어를 쓰는 심사관이 응대했다. 같은 시각 감식관들은 안나와가 제시한 여권을 정밀감식했다. 위조여권 데이터베이스(DB)를 뒤져 홍콩에서 제작되는 가짜 여권과 비슷하다고 결론냈다. 인천공항은 실시간으로 위조 여권정보 등을 교환하기 위해 홍콩 쳅락콕 공항과 핫라인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안나와는 결국 입국을 못하고 강제퇴거 조치를 당했다. #2. 노동절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은 또 한명의 외국인 투어 조아해씨.2002년 월드컵 이후 2번째 방문이다.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과 불고기맛을 잊지 못해 한국을 찾았지만, 입국 수속을 밟으려고 20분 넘게 기다리던 경험을 떠올리니 찜찜하다. 타고 온 점보기에서 400명이 넘는 승객이 내렸지만, 멀찍이 보이는 입국 심사대에는 심사관 4∼5명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승객들이 심사대로 걸어가는 동안 하나둘씩 다른 심사관들이 등장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심사대 10여개가 꽉 찼다. 줄이 빠르게 줄어든다. 조아해씨 차례가 됐다. 심사관이 여권을 판독하고, 모니터와 조아해씨를 몇차례 번갈아 보더니 30초만에 한국에 온 걸 환영한단다. 너무 빨리 끝나 허탈할 지경이다.AETRA 출입국심사 부문 순위 평가에서 2002년 16위,2003년 23위에 그쳤던 인천공항이 2005년부터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조아해씨는 미처 알지 못했었다. 요 몇년 동안 피부로 느낄 만큼 인천공항 출입국 절차가 편리해졌다. 같은 기간 출입국 관리사범에 대한 적발건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서비스와 보안면에서 괄목할 성장을 보인 인천공항을 직접 찾아보니 두 가지 상반된 가치가 공존할 수 있었던 이유가 보인다. 관리·감독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던 직원들의 생각이 서비스 우선으로 바뀌었고,IT 기술을 적절히 응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바꿔나가며 인력 공백을 메우고 있었다. 가상의 예로 들었던 비자 안나와와 같은 출입국 사범들은 심사대 심사, 재심, 정밀감식 과정을 거치며 2,3중의 감시망을 통과하지 못한다. 단계를 거칠수록 출입국자에 대한 정보가 쌓인 자료를 심사관이 갖게 된다.2005년 9월 도입된 사전승객정보 분석 시스템(APIS)은 항공사측에서 탑승자 명단을 미리 받아 요주의 인물을 미리 알 수 있게 했다. 출입국 사범 여러 명이 한꺼번에 들어올 때 한 명을 적발하면, 항공사 발권 내역 등을 조회해 일행을 모두 잡을 수 있다. APIS는 일반 입·출국자를 편하게 해주기도 한다. 다른 나라 공항과 달리 인천공항에서는 입국하는 외국인을 빼고는 종이로 된 출·입국 신고서를 전혀 받지 않는다. 미리 승객 정보를 갖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정례적으로 입·출국을 하는 여객기 승무원들은 승무원 등록증을 갖고 2초만에 출입국 심사를 끝낸다. 화물기 승무원들은 등록증을 제시하고 화물 카운터에서 화상으로 출입국 심사를 받는다. 입·출국 사범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는 여권 감식반은 자체적으로 위·변조 종합감식 시스템을 만들었다. 직원들이 적발한 가짜 여권을 DB화한 것으로 100개국이 넘는 위조 여권 정보를 확보했다. 여권과 비자 뿐 아니라 위조 지폐 단속도 이들이 몫이다. 불법체류를 위해 들어오는 이들은 대부분 관광을 하기 위해 왔다고 둘러대며 위조 달러화를 들어보이기도 한다. 진짜 돈은 브로커에게 모두 갖다줬으니 위조지폐를 갖고 올수밖에 없다. 요즘은 진짜 여권을 갖고 오지만, 관광비자 등으로 들어와 불법체류를 하려는 외국인에 대한 강제퇴거 조치도 늘고 있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일본을 경유해 한국에 무비자 입국한 중국인 10여명이 강제퇴거 조치를 받고 중국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유 관광객 유치를 위해 주변국 비자를 발급받으면 우리나라 경유를 허용한 조치를 악용한 사람들이다. 최근에는 환승객들에 대한 검색도 강화됐다. 환승장에서 가짜 여권을 받아 입국하려는 출입국 사범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한 외국인은 1만 970명에 달했다.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386만여명 정도니 386명 가운데 1명 꼴로 공항에서 강제퇴거를 당하는 셈이다. 입국거부자 중에는 태국, 중국, 방글라데시, 몽골 등 아시아 국가 출신이 많다. 승객 대부분은 이처럼 많은 입국자들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퇴거되는 사실을 알리 없다. 보안 조치는 철저하지만 조용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출입국심사관리지원팀은 입·출국자들이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도록, 불법 출입국자들을 가려내는 일을 후방지원한다. 사람이 모이는 입·출국장에 심사관들을 배치하는 일이 이들의 임무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입·출국장을 살핀 뒤 심사관들을 배치한다.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출국 심사가 빨라지면서 비행기 시간이 다 되도록 심사대에 서있던 승객을 찾는 일이 없어졌다.”는 칭찬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항 면세점도 여유있게 쇼핑객을 맞게 됐다. 환승장에서 만난 한 인도인은 “깔끔하고 빠르다. 다음엔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며 연신 감탄사를 외쳤다. 글 홍희경 이재연기자 saloo@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키워드로 본 공항출입국관리소 인천국제공항 사람들에게 ‘국경’은 자신들의 일터인 공항을 뜻하는 말이다. 동쪽과 서쪽·남쪽이 바다로, 북쪽은 관문이 없는 철조망으로 막힌 우리가 세계와 만나는 길은 하늘길이 유일했다. 인천국제공항이 명실상부한 21세기 우리의 국경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원래 국경 경비대는 수도 수비대 만큼의 권위와 위엄을 지닌 부대다. 하지만 공항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총을 든 군인이 아니다. 친절함을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놓지 않으려다 보니 안보이는 곳에서 뛰어야 한다. 산타클로스가 가져갈 완벽한 선물을 준비하는 ‘크리스마스 요정’처럼 이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일한다. 심사관 뒤에는 비행기 탑승객의 정보를 분석하는 심사총괄팀과 이상 탑승객을 쫓는 지원팀, 컴퓨터도 잡아내지 못하는 위조 여권과 위조 지폐를 식별해내는 감식팀이 있다. 심사관들은 함부로 웃지 않는다. 한 직원은 말한다.“우리가 다 잘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정말 노력합니다. 그래도 한국의 첫 인상이 딱딱하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보안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심사관들은 합법적인 입·출국자도 주눅들게 할만큼 자신들이 ‘까칠한 이유’를 한번쯤은 생각해 달라고 부탁했다. 불법 입·출국자를 가려내고 신속하게 출입국 관리 업무를 해야하는게 그들의 사명이다. 그들은 백화점 직원이 아니란 말이다. 알고보면 출입국 심사관만큼 친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도 없다. 이들은 고민끝에 2005년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는 ‘KISS(코리안 이미그레이션 스마트 서비스)’ 운동을 시작했다.KISS는 출입국 관리소 브랜드 이름이다. 이 운동이 마음대로 웃지 못하는 심사관들의 마음을 출입국자들에게 전해줘 한국을 ‘키스하고 싶은 나라’로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맑은 물 밝은세상] (4) 지하수 오염을 막자

    [맑은 물 밝은세상] (4) 지하수 오염을 막자

    지하수 오염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2500여개 지하수에 대해 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6.3%에 해당하는 지하수가 수질 기준치를 초과했다. 수질 오염기준 초과율이 2005년 5.6%에 비해 오히려 높아졌다. 특히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에 오염된 지하수도 발견돼 충격을 준다. 상수원뿐만 아니라 땅속의 물도 썩으면서 인체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수질 오염 치유 사각지대, 방사성 물질까지 오염 지난해 6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학교 급식 집단 식중독 사고. 학생들은 무더기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급식을 담당했던 대기업 계열사는 급기야 학교 급식 사업을 접었다. 식중독 원인은 식재료 납품 회사가 전염성이 강한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지하수로 씻은 채소를 공급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식품 납품 업체가 정수를 거친 상수도를 이용했거나, 지하수를 사용하더라도 오염 여부만 확인했다면 이런 대형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하수 수질 검사나 오염실태 조사를 가볍게 보아 넘기는 업체가 많아 대형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월에는 경기 이천시 장평1리 주민 180여명이 마시던 간이 상수도가 우라늄에 오염됐다는 뉴스로 충격을 받았다. 이천 사건을 보면 지하수 관리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다. 먼저 주민들은 14년 동안 안심하고 지하에서 퍼낸 간이 상수도 물을 마셨다.100m 깊이 암반수라 자신들이 마시던 물이 오염됐을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땅 표면과 가까운 층의 물만 더럽혀진 것이 아니라 오염 물질이 바위 속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암반수라고 무조건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지하수 오염이 주변 지역에 넓게 번져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것도 문제다.2003년 이 마을에서 4∼5㎞ 떨어진 이천시 부발읍 신하동과 이천 사음동 지하수에서 우라늄이 다량 검출됐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지하수만 조치했을 뿐 주변 지하수에 대한 오염 여부 등을 조사하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하는 바람에 화를 키웠다. 지하수 오염 치유 문제가 얼마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93개(마을 상수도 79개 포함) 지하수의 방사성물질 함유 실태를 조사한 결과 25개 지하수에서 폐암이나 위암을 일으키는 방사성 물질이 미국 먹는물 기준치를 초과했다. 국내에는 자연 방사성 물질 관리 기준조차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장평리 지하수에서 검출된 우라늄은 미국 음용수 기준치(30ppb)의 54배에 이르고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보다는 109배 높다. ●형식적인 수질검사, 지하수 오염 개선 뒷걸음 2005년 측정망별 수질 검사 결과 수질기준 초과율은 국가관측망이 8.9%, 오염우려지역 5.6%, 일반지역은 2.9%, 평균 5.6%로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국가관측망 7.4%, 오염우려지역 9.4%, 일반지역 4.0%, 평균 6.3%로 수질기준 초과율이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하수 오염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것은 오염 상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이용하는 주민이 적다는 이유를 들어 관심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상수도에 비하면 지하수 수질 감시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전국 관정(管井)은 127만개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2500여개만 수질 검사가 이뤄질 뿐이다. 측정 항목도 20개에 불과하고 중금속 등에 오염된 경우도 많다. 2005년 측정 결과 오염물질별 초과 빈도는 일반오염물질이 86%, 특정유해물질이 14%를 차지했다. 일반오염물질은 일반세균, 염소이온, 대장균군 등이지만 특정유해물질은 트리콜로에틸렌(TCE),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6가크롬, 톨루엔, 카드뮴, 비소, 수은, 페놀, 납 등 인체 건강에 치명적인 물질이다. 지하수를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농어촌 지역 소외계층이다. 이천에서 발생한 지하수오염 사고 역시 농어촌 지역의 열악한 상수도 보급이 불러 왔다. 상수도 정책을 수질 개선과 함께 소외 계층에 대한 깨끗한 물 공급 확대에 맞춰야 하는 이유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정부, 지하수오염 대책 지하수 수질 조사는 지역으로 나눠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일반지역(도시·농림·자연환경지역)은 시·도가, 오염우려지역(공단지역, 저장탱크 주변, 매립지 주변, 폐금속광산, 오염우심하천)은 지방환경청이 직접 조사한다. 국가관측망(수량 관측지역)은 건설교통부 소관이다. 그러나 전국에 흩어진 지하수 오염 정밀조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올해 정밀조사에 들어가는 예산은 9억 5000만원에 불과하다. 질산성질소 등 일반오염물질과 유기용제 및 중금속 등 특정 유해물질이 기준을 초과한 지점 가운데 초과횟수, 기준대비 오염초과율, 주변 지하수 이용량, 음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0개 지점과 주변지역을 조사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마을상수도 등 공공급수시설의 자연 방사능물질 오염 여부도 집중 조사한다. 전국적인 분포 조사와 함께 함량이 높은 지역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자자체도 공공급수시설을 자체 모니터링한다. 방사성 물질이 많이 포함된 곳은 급수시설을 개선하고 대체 수자원을 개발해 공급하기로 했다. 장기 대책도 내놓았다. 정부는 올해부터 오는 2016년까지 95억원을 투자한다. 올해에는 150지점, 내년에는 500지점을 조사할 계획이다. 방사성 물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화강암지역 가운데 급수 인구가 많고 오래된 관정부터 실시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지하수 어떻게 쓰이나 전국적으로 연간 개발 가능한 지하수량은 116억t에 이른다. 경북과 강원지역이 각각 20억t으로 가장 많고, 이 가운데 37억t을 뽑아 쓰고 있다. 대부분 생활용수(48%)와 농업용수(45%)로 사용한다. 지하수 개발을 위한 관정은 해마다 늘어나 2005년 말 현재 127만개에 이른다. 선진국은 지하수를 공공재산으로 여겨 지하수 관련 법을 제정, 국가가 엄격하게 관리하고 지하 수자원에 대한 항구적인 보호·보전관리에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는 비교적 자유롭다. 또 대규모 지하수층 발달이 빈약해 지하수 개발에 불리한 여건을 안고 있음에도 지하수를 마구잡이로 퍼냈다. 결국 지하수의 무분별한 개발은 지반침하와 지하수 오염을 가중시켰고, 오염된 지하수를 다시 정화하는 데 막대한 예산과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악순환을 불러 왔다. 깊은 암반층에서 뽑은 지하수는 안전할 것이라는 속설도 깨졌다.2005년 수질 검사 결과 지층별 기준치 초과율은 충적층(굳지 않은 퇴적층)이 7.1%인 반면, 암반층은 9.9%로 오히려 높았다. 특정유해물질(10개)에 오염된 지하수가 많다는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카드뮴·6가크롬·납·수은·비소 등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과 TCE·PCE 등의 유기용제 등이 포함됐다. TCE·PCE는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오염이 심각하다. 오염우려지역과 국가관측망에서 특정 유해물질 초과율이 높은 만큼 오염 원인과 확산 여부에 대한 정밀조사가 시급하다. 수질 검사에서 나타난 기준치 초과율은 검사 관정만 놓고 따진 것에 불과하다. 지하수는 특성상 대수층(물이 가득 찬 지하층)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므로 주변 지역이 넓게 오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이유식서 또 사카자키균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부 이유식에서 유해한 미생물인 사카자키균이 검출돼 식품위생 당국이 회수조치를 권고했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11월 이후 지금까지 ‘6개월 미만 영유아용 이유식’ 81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4개 제품에서 사카자키균이 나와 자진회수와 폐기, 생산과 수입 중단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사카자키균이 검출된 4개 제품은 매일유업의 ‘베이비웰아기설사’,‘3년 정성 유기농쌀이유식’,‘베이비사이언스맘마밀-1’과 커머스재팬의 ‘녹황색 야채 세가지팩’이다. 매일유업 평택공장에서 생산된 3개 제품 중 지난해 말 생산된 2개 제품은 생산 중단과 함께 50% 이상 회수했지만, 지난해 3월 제조된 ‘베이비사이언스맘마밀-1’은 0.5%만 회수하는 데 그쳐 대부분 소비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수입회사인 커머스재팬측은 “올 4월 초 수입된 해당 제품의 수입을 중단하고 100% 자진폐기했다.”고 위생당국에 밝혔다. 현재 6개월 미만 영유아용 이유식은 사카자키균 저감화 정책에 따라 일부 액상제품을 제외하고는 전면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식약청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분말 이유식에 대한 생산 중단 조치 이전에 출시된 제품”이라면서 “이유식 제품은 반드시 70도 이상의 뜨거운 물에서 희석한 뒤 먹여야 한다.”고 당부했다.오상도기자 sdoh@seoul.co.kr●사카자키균 일본 미생물학자 니이치 사카자키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장내세균의 일종으로 사람이나 동물의 장 또는 자연환경에서 발견된다. 성인에게는 위험이 없으나 생후 4주 이내 신생아와 면역결핍 영아,2.5㎏ 이하 미숙아 및 저체중아에게 치명적인 수막염·패혈증·발작 등을 유발할 수 있다.
  • 차승원·유해진 출연 ‘이장과 군수’ 29일 개봉

    차승원·유해진 출연 ‘이장과 군수’ 29일 개봉

    29일 개봉하는 ‘이장과 군수’는 ‘충무로 웃음 단짝’ 차승원과 유해진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기대감을 부풀리는 영화다. 두 배우가 갖고 있던 이미지를 180도 뒤집은 시도는 입맛을 당긴다.‘농촌 총각’ 차승원과 ‘군수님’ 유해진의 연기변신 또한 볼만했다. 사회적 신분이 역전된 동창생 두 명이 20년 만에 만난 뒤 벌이는 해프닝은 영화적 소재로도 손색없다. 그러나 웃음의 강도는 후반으로 갈수록 약해진다. 아무런 소신 없이 집어 넣은 현실 정치에 대한 조롱과 풍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충청도 한 시골마을의 이장 조춘삼(차승원)은 어릴 적 친구 노대규(유해진)가 군수가 되어 나타나자 기가 막힌다. 초등학교 시절 반장을 도맡아 하던 자신 밑에서 만년 부반장 신세를 면치 못하던 대규가 아니었던가! 그런 대규가 떡하니 ‘군수님’이 되고 또 자신의 옛사랑과 결혼까지 했다. 대규와 자신을 차별하는 동창들의 태도에 춘삼은 자존심이 상한다. 그러던 중 대규는 지역 발전을 위해 방폐장 유치를 추진한다. 사사건건 대규에게 딴지를 걸던 춘삼은 얼떨결에 방폐장 유치반대 주민위원회 대표까지 맡아 대규와 감정싸움을 벌인다. 지방 선거와 마을 이장 선출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언제까지 니들이 돌아가면서 할겨? 젊은 놈들 시켜!” “아무나 뽑아. 다 거기서 거기여.” “하기 싫다니까 바꿔야지. 바꿔야혀.” 등등 현실 정치판을 비웃으며 시작한다. 지역 발전을 한답시고 카지노, 관광호텔, 경마장, 디즈니랜드, 향토아가씨 선발 등 향락산업 유치에만 몰두하는 무차별적인 지역 행정과 공무원의 복지부동도 꼬집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춘삼과 대규의 대립을 부각시키기 위해 방폐장 유치를 둘러싼 지역민 갈등까지 끌어들여 판만 거하게 벌려 놓은 영화는 수습은커녕 제대로 웃겨보지도 못한 채 두 사람의 ‘급 화해모드’로 부실하게 막을 내린다. 예고편이나 보도자료 어디에도 ‘정치풍자 코미디’라는 수식을 달고 있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짐작이 간다. 두 사람의 뒤집힌 캐릭터에만 꽂혀 극장을 찾았다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낚였다.”고 이마를 칠 수도. 하지만 영화가 새로운 재미를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우아하게 업무를 시작하고 가방끈 짧은 춘삼의 무식함을 수정해주는 ‘엘리트 군수’ 유해진의 발견이다. 첫 주연으로 출연한 이 영화에서 그는 기대와 달리 정극(正劇) 연기를 펼친다. 웃음의 몫은 바지에 볼 일을 볼 정도로 심하게 망가지는 차승원에게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멀쩡하게 나오는 유해진의 모습도 키득키득 웃음을 터지게 만드는 요소다. ‘선생 김봉두’를 만든 장규성 감독의 작품.12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중앙박물관 “석가탑 유물 반환불가”

    국립중앙박물관이 위탁관리하고 있는 불국사 석가탑 수습유물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15일 불교 조계종단에 통보해 파란이 예상된다. 박물관은 이날 ‘석가탑 삼층석탑 내 발견유물 이관 요청에 대한 회신’을 통해 “이 유산이 화재·도난·항온항습 문제에 있어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과학적으로 보존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국민의 의무라고 판단된다.”고 반환 불가 입장을 밝혔다. 박물관측은 “2007년 3월2일 불교중앙박물관 현지점검을 실시한 바, 개관 24일 전임에도 불구하고 진열장 골조공사 중이어서 신축건물 자재의 유해성분이 무구정광다라니경과 같이 보존과학적으로 민감한 지류유물에 미칠 해독을 고려해 이같이 판단했다.”고 덧붙였다.그러나 불교중앙박물관 개관 전시를 위해 국보 2점과 보물 3점 등 총 11점은 대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조계종측은 “박물관측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으며 반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열린세상] 용의 혀/김정란 상지대 교수·시인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신화는 낭만적 사랑의 원형으로 유명하다. 죽음을 불사하는 사랑. 이 ‘미친 사랑’의 전형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에서 한번 더 확실한 형태를 얻는다. 그러나 낭만적 사랑의 전형으로 알려진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신화는, 그 근원을 살펴 보면 훨씬 더 고대적이며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신화는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매우 오래된 아일랜드 신화를 모태로 하고 있는데,10세기경 프랑스 부르타뉴 지방에 도착했고 그 지역 전설과 합쳐지면서 오늘날까지 전하는 형태로 정착된다. 신화 연구의 세계적인 대가 조셉 캠벨은 이 신화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에 따르면 이 신화는 근대적 자아 출현을 예시하고 있다. 이 신화는 육체와 사랑의 문제를 도덕적으로 단죄해 온 로마교황청에 대항하는 개인의 정서적 반란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신화가 깊이 뿌리 내리고 있던 부르타뉴 지방에서 출생한 12세기의 걸출한 인물 두 사람을 신화의 현실적 지수처럼 제시한다. 마치 신화를 체험하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정신의 실험실로 밀어넣은 것 같은 두 사람. 당시에 19세였던 아름다운 엘로이즈와 30대 후반의 뛰어난 철학자·수사인 아벨라르의 사랑 이야기. 스캔들이 터지자 아벨라르는 뒷걸음치지만, 엘로이즈는 세계와 교황이 받아쓰기 시키는 어떤 가치도 자신의 것이 아니며, 자신의 가치는 오로지 자신이 느끼고 체험한 정서적 확실성 안에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신화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대목이 하나 있다. 용과의 싸움에 나선 트리스탄은 머리를 벤 다음, 혀를 잘라 주머니에 넣는다. 독을 내뿜는 용의 혀는 트리스탄의 몸에 스며들고, 트리스탄은 독을 빼기 위해 웅덩이에 뛰어들지만, 정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 사이에, 영웅들의 싸움터를 따라다니며 호시탐탐 영웅의 무훈을 제것으로 가로챌 기회만을 노리던 비겁한 귀족 한 사람이 용 머리를 훔쳐서 궁정으로 가지고 가서, 이졸데 공주와의 결혼을 요구한다. 평소에 그의 용렬함을 알고 있던 이졸데 공주는 의아하게 여기고 싸움터로 가본다. 그리고 그 주변 웅덩이에서 기절해 있는 트리스탄을 발견한다. 이졸데는 트리스탄을 치료하고, 혀가 없는 용 머리를 전리품으로 내놓은 귀족의 거짓은 폭로된다. 트리스탄은 왜 독이 묻은 ‘혀’를 잘랐을까? 그 ‘혀’는, 그 신화가 유포되던 당시의 서구 사회를 짓누른 로마 가톨릭의 무시무시한 권력(언어를 통해 가장 잔인하게 휘둘러지던)의 알레고리는 아니었을까? 당대가 종교재판이 기승을 부리던 시대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 보자. 왜 신화는 고대 이래로 가장 남성적인 영웅적 행위로 묘사되어 온 용과의 싸움에서 궁극적 승리가 트리스탄의 용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고대 신화에 없던 ‘독 묻은 혀’라는 이미지는 왜 이 신화에 끼어들었을까? 머리를 잘라내고도 트리스탄이 극복할 수 없었던 독을 내뿜는 혀. 그런데 트리스탄은 왜 그 ‘혀’를 정복해야만 이졸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용 머리만 가져가는 것으로도 충분히 승리를 증명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의 권력을 휘두르는 용들은 21세기 한국 땅에도 있다. 트리스탄이라는 한국의 공동체는 지금 그 혀의 독에 중독된 것처럼 보인다. 매일처럼 저주의 말을 내뿜는 혀. 트리스탄은 승리했지만 결국 그 용의 혀가 내뿜는 독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어떤 용렬한 귀족이 트리스탄의 전리품을 가로채고 있다. 트리스탄을 혀의 독으로부터 치유해 줄 이졸데는 올까? 또는 한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말의 권력에 맞서서 자신의 연약한 육체의 생생한 진실을 믿는 어떤 용감한 엘로이즈가? 김정란 상지대 교수·시인
  • FTA·통상 마찰 불씨 되나

    지난 10월에 이어 11월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도 뼛조각이 검출됐다. 검역당국은 수입 쇠고기 전량에 불합격 조치를 내리고 반송하거나 폐기하기로 했다. 미국측은 강하게 반발, 한·미 FTA 협상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통상마찰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농림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1일 “지난달 23일 미 네브래스카주에서 수입된 쇠고기 3.2t에서 뼛조각 3개가 검출됐다.”고 말했다. 검역원은 X-선 이물질 검출기를 이용한 전수검사 결과, 꽃등심살 2개 박스에서 가로·세로·두께가 13㎜·6㎜·2㎜ 등인 손톱 크기의 뼛조각들이 나왔다고 밝혔다. 강문일 검역원장은 “쇠고기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묻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뼛조각이 광우병을 일으키는 특정위험물질(SRM)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0월30일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8.9t 가운데 살치살 1박스에서도 콩알만한 크기의 뼛조각이 발견돼 모두 반송·폐기시키기로 예정돼 있다. 검역원은 ‘뼛조각이 없는 박스는 수입을 허용해 달라.’는 미국측 요구에 대해 “박스가 아닌 수입 건수 전체별로 검역 결정이 내려지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농림부는 지난 1월 한·미간에 맺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이번에도 뼛조각이 검출된 쇠고기 전량을 반송·폐기하고 미국내 해당 작업장으로부터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간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살코기에서 척수 신경절 등 광우병 위험 물질이 발견되면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일반 뼛조각 등 단순 이물질이 나오면 미국내 해당 작업장에만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한다.”고 규정했다. 한편 이날 3차로 미 아이오와주에서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10t이 인천공항에 도착, 통관을 기다리고 있어 합격 여부가 주목된다. 다만 3차 수입분은 전량 미국에서 X-선으로 검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X-선 검사를 마친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단가가 50% 정도 올라 미국측 업계의 불만이 높은데다 국내 소비자들도 다른 나라 소비자들보다 비싸게 지급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때문에 미국은 뼛조각 검역을 완화해 줄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농림부와 검역원은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아직 없었다.”면서 “국제기준에 따라 쌍무적으로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미 FTA 협상에 임하는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농림부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뼛조각에 대한 검역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인체유해 여부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불합격 판정을 내리는 것은 자칫 비관세 장벽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진동수 재정경제부 2차관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검역이 한·미 FTA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이미 한국 상품에 대한 무역보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백문일 이영표기자 mip@seoul.co.kr
  • 儒林(743)-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24)

    儒林(743)-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24)

    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24) 꺼져가던 불길은 두향이가 저고리 깃을 집어넣자 한순간 다시 불꽃이 일고 이내 모든 것이 타올라 한줌의 재가 되었다. 두향은 타고 남은 재를 남한강의 푸른 물속에 집어넣었다. 노을이 비낀 강물은 핏빛으로 물들고 한줌의 재는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강물 속으로 어지러이 흩어졌다. 이제는 모든 것을 정리하였으므로 더 이상의 미련이 남아있지 않았다. 두향은 궤연 옆에 놓여있던 치마를 펼쳐 입었다. 그 치마에는 퇴계가 생전에 써주었던 전별시가 적혀 있음이었다. “죽어 이별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살아 이별은 슬프기 그지없더라. 서로 보고 한번 웃은 것 하늘이 허락한 것이었네.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 봄날은 다 가려하는구나.” 20여 년 만에야 완성된 나으리의 전별시. 두향은 강선대 위에서 잠시 서편 하늘에서 타오르는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으리의 시를 소리내어 읊어보았다. 오래지 않아 두향은 치마폭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천천히 발을 굴러 바위 아래로 떨어졌다. 흩날리는 낙화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두향의 몸이 강물 속으로 내리꽂혔다. 전해오는 소문에 의하면 이틀 후에야 두향의 시신이 강물 위로 떠올랐다고 한다. 나룻배를 젓는 뱃사공이 두향의 시신을 발견하였고, 마을 사람들은 그제서야 초당으로 달려가 보았는데, 방안에는 짧은 유서 한 장만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강선대 위에 묻어주십시오.” 다음날인 3월21일. 마침내 퇴계의 유해는 건지산( 芝山)에 묻혔다. 이때의 기록이 퇴계선생연보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3월21일. 예안현(禮安縣) 건지산( 芝山) 남쪽 줄기 자좌(子坐) 오향(午向) 언덕에 장사지냈다. 장례에는 원근의 사대부와 유생 300여 명이 참석하였다. 그리고 국장의 감역관(監役官)으로는 귀후서(歸厚署) 별좌(別坐) 김호수(金虎秀)가, 그리고 가정관(加定官)으로는 빙고(氷庫) 별좌 김취려(金就礪)와 예빈사(禮賓寺) 별좌 최덕수(崔德秀)가 명령을 받고 내려와서 장례의 제반사를 맡아서 처리하였다.” 퇴계의 장례를 치르던 날. 퇴계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매형에서 눈부신 매화가 피어났다. 원래 매화꽃은 동지로부터 날짜를 세기 시작하여 81일째에 해당되는 대충 3월12일 무렵에 피어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이상하게도 퇴계의 장례가 끝나는, 그보다 열흘이 지난 계춘(季春)에야 뒤늦게 꽃이 피어난 것이었다. 그것도 어느 순간 한꺼번에 극채색의 아름다움을 폭발하여 단숨에 피어난 것이었다. 흰 매화꽃에서는 천진한 옥설의 방향(芳香)이 뿜어 나와 주인이 사라진 도산서당 안을 가득 채웠다고 전해지고 있다.
  • 儒林(740)-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21)

    儒林(740)-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21)

    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21) 그러한 모습을 본 여삼은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 돌아가신 사람이 누구인가를 확인해 보았다. 물어보나 마나 틀림없는 퇴계였다. 퇴계의 죽음을 알리는 흰옷들이 온 동네의 지붕 위에 펄럭이고 있었던 것이다. 두향은 여삼에게 나으리께서 언제 돌아가셨는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였다. 여삼은 다시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는데, 신기하게도 경오년 12월8일, 돌아가신 시각은 유시초였다. 12월8일이라면 닷새 전. 두향이가 낮잠 속에서 밤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을 치마폭으로 받았던 바로 그날이 아닐 것인가. 그뿐인가. 돌아가신 시각이 유시라면 동이 속에 들어 있던 정화수가 핏빛으로 변한 사실을 발견했던 바로 그 순간이 아닐 것인가. 두향과 여삼은 곧 도산서당에 도착하였다. 빈소가 마련된 서당 주위에는 울긋불긋한 만장(輓章)들이 깃발처럼 나부끼고 있었다. 제자들의 기록에 의하면 이때 나부낀 만장에는 ‘나를 낳은 사람은 부모이지만 나를 가르친 사람은 선생이셨다.(生我父母 敎我先生)’,‘선생으로부터 입은 은혜는 천지간에 망극하다.(欲報之恩 天地罔極)’라는 내용의 제문(祭文)들이 쓰여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는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유명한 관중(管仲)이 훗날 자신과 우정을 나눴던 포숙아(鮑叔牙)를 다음과 같이 기렸던 문장을 인용한 것이다. “나를 낳은 사람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이다.(生我者父母 知我者鮑叔牙)” 육신으로서의 나를 낳은 사람은 부모이지만 가르침을 통해 정신을 깨운 사람은 스승 이퇴계. 제자들은 이처럼 스승 퇴계를 영혼의 아버지로 숭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장에 쓰인 만시를 읽은 순간 두향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그렇다. 나를 낳은 사람은 부모이지만 나를 사랑하여 인간으로서의 깨달음을 얻게 한 사람은 바로 나으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를 낳은 사람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주고 나를 가르친 사람은 바로 나으리인 것이다. 여삼은 사당 안으로 들어가 조의를 표하였으나 두향은 차마 서당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지체 낮은 자신의 신분으로 서당 안에 들어선다면 고인의 체통을 더럽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야사에 의하면 두향은 문상을 드리지 못하고 눈 덮인 산 속으로 들어가 준비했던 소복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풀었다고 전해오고 있다. 그리고 유해가 안치된 도산서당을 향하여 밤을 새워 가며 망곡하였다고 한다. 망곡(望哭). 먼 곳에서 부모가 죽거나 국장을 당하면 대궐 쪽을 향해 제배를 올리고 통곡을 하는 행위. 미천한 기생 신분의 두향이었으므로 두향은 살아서도 생이별로 만날 수 없었고, 죽어서도 이렇듯 자신의 신분으로 만날 수 없는 떠도는 유령이었던 것이다.
  • [하재봉의 영화읽기] 타짜

    [하재봉의 영화읽기] 타짜

    <범죄의 재구성>으로, 최근 한국영화에서 가장 성공적인 데뷔를 한 최동훈 감독의 두 번째 작품 <타짜>는, 허영만 김세영의 만화를 영화화 한 것이다. 《스포츠 조선》에 4년 동안 연재되었던 방대한 스케일의 4부작 원작 만화(1부 지리산 작두, 2부 신의 손, 3부 원 아이드 잭, 4부 밸제붑의 노래) 중에서 최동훈 감독은 주인공 고니의 욕망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1부를 영화로 옮겼다. 그러나 각색 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타짜, 화투를 가지고 노는 노름판 세계에서 최고수를 일컫는 은어인 이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타짜>는 단순히 화투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세상 이야기만은 아니다. 일종의 장인 영화, 가령 로댕의 연인이며 그 자신 뛰어난 조각가였던 <까미유 끌로델>이나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라이벌 의식에 초점을 맞춰서 내러티브를 풀어간 <아마데우스> 혹은 판소리 장인의 비장한 삶을 그린 임권택의 <서편제>처럼, 최고의 경지에 오른 전문도박사 <타짜>에는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 뛰어난 성취를 이룬 장인들의 치열한 혼을 담으려는 야망이 숨겨 있다. 그러나 최동훈 감독의 야망은 부분적으로만 성공을 거두었다. <타짜>는 화투, 꽃으로 하는 싸움이라는 뜻의 전통적인 노름에 몰입해서 예술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을 보여주는 진짜 장인 영화는 되지 못한다. 전작 <범죄의 재구성>에 비해 여유 있는 편집(<범죄의 재구성>은 1시간 58분, <타짜>는 2시간 25분)으로 훨씬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고 있지만, 장인들의 삶과 어떤 경지를 보여주겠다는 최동훈 감독의 야심은 실현되지 않는다. 4부작 원작만화 중에서 훨씬 더 드라마틱하고 장중한 3부나 4부보다는,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1부 지리산 작두를 영화화 한 최동훈 감독은, 타고난 승부사인 고니와 그의 스승인 전설적 타짜 평경장, 그리고 고니의 길동무인 서민형 타짜 고광렬, 도박의 꽃이자 설계자인 정마담 등 4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특히 원작에 비해서 팜므파탈 분위기를 강조한 정마담의 비중이 늘어났다. 그리고 원작만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1960년대와 7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으로 옮겨 놓았다. 시대상이 충실히 반영된 원작만화에 비해서 골프와 BMW 승용차 트렁크에 돈을 숨기고 다니는 내용으로 바뀌었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타짜>는 늘어난 런닝 타임만큼 웃음과 재미는 물론 김혜수의 풍만한 젖가슴 노출까지, 팬서비스 정신에 입각해서 종합선물세트를 선사하며 대중성은 확보했지만, 노름판의 꾼들이 아니라, 한 분야를 파고 드는 장인들의 치열한 삶은 형상화하는 데 실패했다. 허영만 김세영 원작만화는 인간의 허황된 욕망이라는 주제가 강하게 부각되어 있다. 그러나 최동훈 감독은 타짜들의 장인의식에 더 애정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 가구공작 직원인 고니는 가구공장 한켠에서 박무석 일행이 벌이는 화투판에 우연히 끼어든다. 그는 삼 년 동안 일하면서 모아 두었던 돈을 섰다판에서 전부 날린다. 나중에는 이혼하고 돌아온 누나가 장롱 깊숙이 넣어둔 위자료까지 모두 들고 화투판에 갔다가 모두 날린다. 그것이 전문도박사들의 짜고 친 한판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집을 나와 박무석 일행을 찾아다니는 고니는, 우연히 전설적 고수인 평경장을 만나고 그의 제자가 된다. 자신이 잃었던 돈의 다섯 배를 따면 화투를 그만두겠다고 그는 스승과 다짐을 한다. 스승으로부터 비법을 물려받고 수많은 훈련 끝에 타짜가 된 고니는 지방을 돌며 원정게임을 하다가 장마담과 만나게 된다. 고니는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스승인 평경장과 헤어져서 정마담과 한 팀이 되기로 한다. 그러나 고니와 헤어져 기차를 타고 가던 평경장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고니는 경찰의 도박 단속을 피하던 중 입담의 최고수인 고광렬을 만나게 되고, 정마담과는 헤어진다. 욕망에 사로 잡힌 고니와는 달리 고광렬은 직장인 마인드로 화투를 하는 타짜. 두 사람은 함께 전국을 돌며 도박판을 휩쓸고 다닌다. 고니는 빚에 시달리는 술집주인 화란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또 자신을 화투판으로 끌어들였던 박무석과 그의 보스인 곽철용을 찾아내 복수를 한다. 곽철용은 전설적 타짜이며 평경장의 라이벌이었던 아귀를 끌어 들여 고니와 대결케 한다. 아귀는 정마담을 이용하여 화란과 안정된 삶을 살아가려는 고니와 고광렬을 화투판으로 유혹한다. 잔혹한 죽음의 타짜 아귀와 고니는 이제 마지막 한판을 벌인다. 평범한 가구공장 직원인 고니(조승우 분)가 이 시대 최고의 타짜가 되기까지의 험난한 인생 여정을 그리고 있는 <타짜>의 재미는, 새로운 소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개성적인 인물군상의 충돌에서 발생한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유해진이다. 그 자신 최고의 타짜 중 한 사람이며 고니의 친구 고광렬로 등장하는 유해진은, 미워할 수 없는 수다와 입담, 뛰어난 개인기로 살벌한 노름판의 긴장감을 풀어헤친다. 그것은 영화 속의 역할이면서 동시에 영화 밖의 관객과의 싸움에서도 기선을 제압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물론 고니 역의 조승우가 발휘하는 놀라운 카리스마와 탄력성 있는 매력, 깊은 내면 연기는, 그가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 등 빅3의 뒤를 잇는 한국 남자 배우의 정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또 <얼굴 없는 미녀>로 연기자로 거듭난 김혜수의 깊은 내공과 농염한 연기는 그녀가 평범하게 세월을 보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시켜 준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팜므 파탈 역으로 등장한 염정아와는 또 다르게, 김혜수만의 매력과 넉넉함, 그리고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포용력으로 상황을 끌고 가는 장마담 역을 수행하고 있다. 노름판의 설계자이면서 영화 전체의 내러티브를 큰 그림으로 끌고 가는 김혜수 역은 보여지는 것 이상이다. 그리고 50이 넘어 배우로 재발견 된, 고니의 스승 평경장 역의 백윤식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로 우리를 충족시켜 준다. 그러나 가장 빛나는 사람은 유해진이다. 그는 조승우의 옆에서 그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도록 양념 구실을 하고 있으며, 극의 긴장과 이완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해주고 있다. 유해진이 없는 <타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주연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한 사람의 눈에 들어오는 배우는, 영화의 후반부에 커다란 비중으로 등장하는 아귀 역의 김윤석이다.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는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권투선수 출신이지만 지금은 중장비 기사이며 알콜중독자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아버지로 등장해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는, 무서운 내공으로 조승우의 반대편에서 영화의 힘을 균형 감각 있게 받쳐주고 있다. 4부작 중 1부만을 어렵게 각색해서 영화화 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타짜>는 시리즈물을 계산하고 만들어진 것이다. 흥행 여부에 따라서 속편이 제작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영화의 마지막을 보면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라스베가스로 건너간 고니가 공중전화를 하는 마지막 씬은 속편이 만들어질 경우, 화투가 아니라 카드를 갖고 노는 포커가 등장할 수 있다는 암시를 주고 있다. 결국 문제는 욕망이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갖는 허무함을 표현하기 위해 최동훈 감독은 노름판에 경찰이 들이닥치자 황급히 삽으로 현금다발을 자루에 퍼 담는 모습이라든가, 노름에 중독된 여자들이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이 아까워 수치심도 잊고 휴지통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오줌을 누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얼마나 인간성을 파멸시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월간 <삶과꿈> 2006.11 구독문의:02-319-3791
  • 최후까지 살신성인 ‘영원한 소방관’ 지다

    최후까지 살신성인 ‘영원한 소방관’ 지다

    퇴임하는 순간까지 맡은 소방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던 소방관이 정년퇴임 한달을 앞두고 가스폭발사고 현장에서 인명 구조작업을 하다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7시52분쯤 부산시 금정구 서2동 2층 주택에서 가스폭발사고가 나 현장에서 인명 구조작업을 하던 서동파출소 부소장 서병길(57) 소방장이 갑자기 무너진 건물더미에 깔려 숨졌다. 경찰과 소방대에 따르면 서 소방장은 폭발사고 신고를 받고 대원들을 지휘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 건물 1층에 심한 화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입주민 김모(59)씨를 구조했다. 서 소방장은 “건물 안에 사람이 더 있다.”는 주민들의 말을 듣고 대원 2명과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 2층에 있던 할머니를 구조했다. 이어 서 소방장은 대원들을 입구에 대기토록 한 뒤 혼자 건물 안으로 들어가 사람이 더 있는지 살피다 갑자기 건물 전체가 무너지는 바람에 매몰됐다. 소방서는 중장비를 동원해 건물더미를 헤치고 구조작업을 했으나 서 소방장은 15일 0시40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973년 소방관 생활을 시작해 올 연말 정년퇴임할 예정이었던 서 소방장은 부인과 1남1녀를 두고 있다. 동료들은 평소 서 소방장이 “내가 편하면 다른 사람이 그만큼 더 힘이 든다.”며 업무에 충실하고 사명감이 투철했던 모범 소방관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불과 한달 뒤면 퇴임이라 굳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마지막까지 자신을 희생하는 소방관의 숭고한 자세를 보여주고 떠났다며 서 소방장의 순직을 아쉬워했다. 서 소방장은 1984년 부산 서면 대아호텔 화재현장을 비롯해 1만 9500여차례 화재현장에 출동해 몸을 아끼지 않고 인명 구조활동을 했다. 부산시소방본부는 순직한 서 소방장에 대해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 추서를 건의했다.17일 오전 10시 금정소방서 광장에서 금정소방서장장으로 영결식을 한 뒤 유해는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빈소는 부산침례병원 영안실 77호에 마련됐다. 한편 소방서와 경찰은 사고현장에서 구조된 김씨가 “점심 때 주방에서 라면을 끓여먹은 뒤 저녁 때 담배를 피우려고 라이터 불을 켜는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고 진술함에 따라 가스레인지 밸브를 잠그지 않아 가스가 누출돼 폭발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7) 만성폐쇄성 폐질환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7) 만성폐쇄성 폐질환

    30여년간 애연가로 지내왔던 김모(52)씨. 평소 건강했던 김씨는 일주일 전부터 지속적인 기침과 함께 호흡곤란이 느껴졌다. 일교차가 심한 가운데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한 김씨는 오랫동안 즐기던 담배가 약간 맘에 걸렸다. 하지만 경미한 감기증상이라 생각하고 별다른 의심 없이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구입해 복용했다. 한동안 감기약을 복용했지만, 결국 김씨는 호흡곤란이 더 심해져 병원을 찾아 진단한 결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확인됐다. 이미 몸이 붓고 손끝 청색증과 함께 성기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이처럼 겨울철이면 감기증상으로 알고 병원을 찾았다 심각한 질환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흔한 것 중의 하나가 만성폐쇄성폐질환. 병명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이름이지만 암이나, 심장병처럼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알고보면 암보다 더 치명적인 난치병이다. 송정섭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이사장(여의도 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에게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증상과 예방법 등을 들어봤다. # 폐암보다 심각한 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이하 COPD)이란 만성기관지염이나 폐기종에 의해 기도가 서서히 폐쇄돼 결국 호흡을 하기 힘들게 되는 질환이다. 무서운 것은 폐암처럼 폐 기능이 50%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 환자가 잘 모르는 상태로 진행된다는 데 있다. 환자가 자각증상을 느낄 때쯤이면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대부분이다.COPD가 심각한 질환임에도 초기에는 진단되지 않거나, 천식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유럽에서도 COPD환자의 25%만이 제대로 진단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암의 경우 1∼4기 단계별로 완치 확률이 있지만 COPD는 완치가 불가능, 치료는 진행속도를 늦추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한번 손상된 폐 기능은 다시는 회복되지 않기 때문인데 조기진단과 병의 악화를 막는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 40세 이상이 대부분 현재 COPD는 AIDS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4위를 차지하고 있다.WHO는 2020년쯤에는 사망원인 3위, 장애원인 5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심장질환, 암, 뇌혈관질환에 이어 4번째 주요 사망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3년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이하 호흡기학회)가 전국 성인남녀 9243명을 대상으로 한 ‘COPD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45세 이상 성인의 17.2% (남성 25.8%, 여성 9.6%)의 유병률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높은 유병률에도 불구하고 20년 이상 담배를 피우고 호흡곤란 증상까지 있는 잠재환자의 92%가 병원진료조차 받지 않을 정도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호흡기학회가 전국 주요병원 7곳을 대상으로 COPD 환자의 증가를 조사한 결과 2000년 1만 5295명에서 2004년에는 1만 9887명으로 5년간 약 30% 증가했다.5년간 COPD 진단환자 수 총 8만 9290명 중 40대 이상 남성이 7만 1503명으로 80%를 차지하고 있어 40세 이상의 남성이 특히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 원인과 증상 COPD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흡연, 대기오염, 작업장에서의 유해가스 노출, 유전적 요인 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환자의 80∼90%는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흡연으로 기관지 내에서 먼지 등을 걸러주는 섬모운동이 방해되고, 점액분비선의 증식 및 비대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COPD는 하루 1갑 이상 20년 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 흡연 시작 후 20년이 지나면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COPD환자수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COPD는 기침, 천명, 반복되는 폐 감염 및 객담, 호흡곤란이 주된 증상이다. 중증의 경우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15㎝ 앞에 있는 촛불도 끄기 힘들 정도의 호흡량이 부족해져서 운동은 물론 청소나 출근 등의 기본적인 일상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또한, 심한 호흡곤란과 객담, 기침 등으로 며칠씩 잠을 이루지 못해서 거의 탈진상태에 이르게 되고, 더욱 심해지면 의식이 혼미해져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청진기로 색색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나, 증상이 심해지면 이마저도 없어지게 된다. 더구나 COPD는 40세 이후에 발병하기 시작하며, 증상이 심해지면 간단한 걷기도 힘들 정도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종종 천식 증상과 혼동하는데 천식이 밤에 기침이 많은데 비해 아침 기침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 예방과 치료법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매년 11월17일 ‘폐의 날’에는 COPD의 위험을 알리고 인식을 높이기 위해 서울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캠페인을 펼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COPD 강좌, 폐기능 무료 검사, 건강상담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유는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COPD는 진폐증처럼 완전하게 치료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금연 등 예방에 힘써야 한다. 치료는 증상을 호전시켜 일상생활의 활동범위를 넓혀주고, 최소한도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며 질환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게 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기관지확장제, 항생제 등의 약물치료가 일반적이다. 장기 투병중인 환자에게는 산소치료가 일반적이다. 급속도로 악화될 경우에는 정맥절개술을, 커다란 공기주머니(대기포)가 있을 때는 기종의 수술적 제거도 고려된다. 한림의대 정기석 교수는 “45세 이후에는 담배를 끊어도 손상된 폐의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폐 건강을 위해서는 금연과 함께 등산, 달리기, 줄넘기 등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도움말:송정섭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 이사장
  • 공사강행 방침에 유가족 ‘오열’

    9·11 테러 현장에서 재건 공사를 벌이던 중 새로운 유해가 속속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희생자들의 유해를 전면 재발굴해야 한다는 유족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23일(현지시간)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끝나지 않은 ‘9·11 악몽’ 세계무역센터(WTC)가 무너진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에서 유해가 발견된 것은 지난 19일. 인근의 한 맨홀에서 80여점의 뼛조각과 인체 파편이 나온 데 이어 시 항만당국이 며칠 동안 추가로 주변 맨홀과 지하 파이프 등을 수색한 결과 18점을 새로 수거했다. 팔과 다리 뼈처럼 일부는 제법 컸다. 블룸버그 시장은 그러나 “수색은 충분했으며 우리는 이제 미래를 위해 ‘건설해야’ 한다.”며 공사 중단 불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몇몇 장소가 제대로 수색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당시 수색 범위를 감안하면 일부 누락은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시장의 발표 직후 굴착기가 다시 움직이자 현장에 모여든 유족들은 좌절감을 토로하며 시장 면담을 요구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9·11 희생자는 2749명이지만 아직도 아무런 유해도 나오지 않은 사람이 1150명이나 된다. 이들의 유가족은 뼈 한 조각 없이 장례를 치러야 했다. 쌍둥이 빌딩 95층에서 당시 26세의 아들을 잃고 최근 일부 유해를 찾은 다이앤 호닝은 “유해에도 소유권이 있다.”면서 “그들은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5년 전 수색작업 너무 서둘렀다” 처음부터 유해 발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2001년 현장을 지휘했던 전직 경찰 존 매카들은 AP통신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면서 “시가 너무 서두른다고 몇몇 관리들이 경고했지만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당시 수색작업은 오직 얼마나 빨리 이뤄지느냐에 매몰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뉴욕시 건설국은 150만t 분량의 잔해를 정해진 예산과 시간 안에 처리해 칭찬받았다. 하지만 에드 스카일러 부시장은 소방당국이 작업을 이끌었고 건설국은 협조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소방국 대변인은 이날 “소방국 직원들이 건설국에 저항했었다는 보도는 과장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AP가 입수한 메모는 ‘건설국이 2002년 봄에 소방국의 반대로 발굴 종료가 늦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 나타나 있다. 뉴욕시는 맨홀과 상하수도, 송전선 등 수색이 미진했던 지하공간 12개 지점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면 재발굴은 그 자체 비용과 재건 공사의 지연에 따른 손실이 너무 크다는 입장이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녹색공간] 희망이 보이세요? /박정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책임연구원

    정신없이 바빴던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의 싱그러운 얼굴과 재잘거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던 몸에 기운이 난다. 고단한 생활 가운데에서도 내일을 꿈꾸고 계획할 수 있는 것은 아이 덕분이다. 넉넉하진 않지만 오늘 번 것의 일부를 아이를 위해 떼어놓는다. 부모님도 이런 마음으로 나를 키우셨겠지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아 이런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이구나 싶다. 다음 세대를 위해 당장의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이며, 바로 그 중심에 우리 아이들이 있다. 아이의 가을운동회에 초대를 받았다. 학년별로 난이도가 다른 집단무용을 하고,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 응원전도 했다. 아이의 운동회를 구경하는 동안 눈물이 핑 도는 순간이 두 번 있었다. 아직은 꼬맹이들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법한 4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앙증맞은 율동을 뽐내고 있었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동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순서가 끝나갈 무렵에서야 내 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뿌옇게 올라오는 흙먼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는 자기의 역할을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모습으로 해내고 있었다,400명 중의 한 명으로서. 자랑스럽고 대견한 마음 절반, 그리고 저 흙먼지 속에 뭐가 들어있을까 하는 우려 섞인 안타까움 절반. 운동회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제일 마지막에 하는 청군백군 대항 이어달리기였다. 반에서 달리기 좀 한다는 친구들이 선수로 뽑혔고, 일주일 전부터 방과후 연습도 했었단다. 게다가 점수판의 점수는 동점이어서 이어달리기의 승패가 바로 운동회 전체의 결과를 결정지을 판이었다. 각 팀에서 가장 어린 친구들이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몇 발짝 가지도 못하고 백군 주자가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나란히 뛰던 청군이 그 자리에 서서 넘어진 친구에게 손을 내밀었다. 넘어진 친구가 일어나 다시 뛸 준비를 하자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그 광경은 몸도 마음도 건강한 아이들을 통하여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참 걱정이다.‘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심이자 미래의 주인공이 될 아이들이 우리 어렸을 때보다 덜 건강한 것 같다.2000년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 넷 중 하나는 아토피를 앓고 있는데, 이는 30년 전과 비교하여 약 2∼3배 늘어난 것이다. 또한 1964년에 3.4%이던 어린이 천식 유병률은 현재 16%에 달하고 있다. 올해 환경부가 우리나라 국민 혈액 중의 중금속 농도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가임여성의 27%에서 미국 환경청 권고기준보다 높은 농도의 수은이 검출되었다. 이것은 향후 태아의 건강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우려할 만한 결과이다. 질병이 발생되기까지는 매우 다양한 요소가 관여한다. 아이들의 경우 미성숙한 신체발달과 손에 닿는 것은 무조건 입으로 가져가는 등의 행동특성 때문에 어른에 비하여 화학물질 등 환경오염에 더욱 민감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어린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용품이나 장난감에서 독성물질과 환경호르몬으로 의심되는 프탈레이트가 검출되었다. 보육시설의 실내공기가 어른들에게도 해로울 수 있는 수준의 유해화학물질에 오염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조기교육이 효과가 좋다고 하는 것처럼 어렸을 때의 건강이 평생 간다고 한다. 우리의 미래를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유해한 물질이나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줄여서 아이들 몸에 유해물질이 쌓여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벌써부터 내년 가을운동회가 기다려진다. 아이들의 천진한 행동에서 어떤 희망을 보게 될지 기대된다. 그리고 운동장에 이는 흙먼지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게 되길 기대한다. 박정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책임연구원
  • [환경·생명] 환경호르몬 농약 검출률 서울 강서 ‘최고’

    [환경·생명] 환경호르몬 농약 검출률 서울 강서 ‘최고’

    지난달 전국 44개 폐광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유해 중금속(납·수은·카드뮴)으로 오염돼 유통됐다는 정부 발표의 충격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농산물의 환경 호르몬 문제가 불거졌다. 이번 실태 조사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한해 동안 서울에서 유통된 농산물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농산물의 오염 실상도 이와 대동소이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농약 과다 사용 국가여서 이번 조사 결과는 ‘이상 현상’이 아닌 ‘필연적 산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환경호르몬 농산물은 필연” 실태 조사는 총 50여 품목,1만 2077건의 농산물을 시료로 썼다. 강남·강서·강북 등 3개 농산물검사소는 가락시장 등 지역별로 위치한 도매시장은 물론 백화점·할인마트·재래시장 등에서 농산물을 구입해 농약 함량을 분석했다. 한달 평균 1000여건에 달하는 분석이 매일 수행되고는 있지만 전체 유통물량에 비추면 고작 1%에 미치지도 못하는 수준이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환경호르몬 농산물의 검출 비율이 강서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높았다는 점이다.2044건의 시료 가운데 461건(22.6%)에서 엔도설판·클로로타로닐 같은 10종의 환경호르몬 농약이 검출됐다. 강남은 시료 5925건 중에서 482건, 강북은 4108건 가운데 358건으로 검출률이 각각 8.1%와 8.7%였다. 유독 강서지역의 검출률이 높았던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농산물검사소 관계자들은 “출하지 특성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서지역 유통 농산물은 강서구의 일부 농가와 경기도 고양시, 김포시 그리고 인천시 등에서 70% 가량 반입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서농산물검사소 신재민 연구사는 “전국 각지에서 출하된 농산물이 집결하는 강남농산물도매시장(가락시장)과는 출하지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강서지역에 해마다 3∼4차례씩 뿌려지는 항공방제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농산물연구소는 현재 원인규명 연구에 들어간 상태다. 시료로 쓰인 농산물 1만 2077건엔 친환경농산물도 일부 포함됐지만 검출비율은 아주 낮았다. 강남농산물검사소 윤은선 연구사는 “아주 어쩌다 한번씩 환경호르몬 농약이 검출될 뿐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준치 171배 비름나물도 유통 환경호르몬 농약이 검출된 농산물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식품공전에서 제시한 최대잔류농약허용기준(MRL)을 초과한 비율은 강남지역 농산물이 가장 높았다.482건의 검출 농산물 중 73건으로 초과율이 15.1%였다. 이에 반해 강서지역은 461건 중 33건(7.2%), 강북지역은 358건 가운데 26건(7.3%)으로 절반 수준이었다. 잔류허용기준 초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아 폐기조치된 강남지역 농산물은 시금치가 9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추(8건)-돌나물(7건)-치커리잎·근대·들깻잎(6건)-상추·대파(5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겨자잎과 열무, 참나물, 파슬리, 배추, 아욱, 미나리 등도 2건 이상씩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강서지역에선 최대허용기준의 171배에 이르는 환경호르몬 농약이 비름나물에서 검출됐고, 강북에선 기준치의 45배 가량인 부추가 발견돼 폐기조치됐다.(그래프 참조) 이들 농산물에 뿌려진 환경호르몬 농약의 종류는 다양했다. 이 중 가장 빈도가 잦게 검출된 농약은 엔도설판과 프로시미돈 그리고 클로로피리포스 등이었다. 강북농산물검사소는 “엔도설판은 배추·오이·대파·시금치 등 채소류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유기염소계 살충제로 강한 잔류 독성을 지닌데다, 지용성이어서 우리 몸속 지방조직에 쌓여 만성 중독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상추·파슬리 같은 엽채류와 양파·마늘·당근 같은 근채류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살균제인 프로시미돈은 체내 남성 호르몬의 정상적인 작용을 방해해 생식기 이상 등을 초래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클로로피리포스는 기억력·집중력 저하 등 부작용을 불러 미국 환경청(EPA)이 환경호르몬으로 지정한 물질인데, 아직 우리나라에선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 강서농산물검사소 신재민 연구사는 이에 대해 “유기염소계 농약에 비해 만성 독성이 비교적 약한 편이고 자연환경에서도 잘 분해되기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된 것 같다.”면서 “그러나 최근 국내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역시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잇따라 신경내분비계와 면역계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대 김판기 교수는 “(환경호르몬은 생태계·공산품 등에 광범위하게 존재하지만)특히 먹는 것에 대해선 사용금지 조치를 비롯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다른 유해물질과는 달리 미량이더라도 부작용을 나타내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콕 찍은 영화 9편 “안보곤 못배길걸”

    콕 찍은 영화 9편 “안보곤 못배길걸”

    마음만 먹으면 9일간의 긴 휴식에 빠질 수도 있는, 올 추석은 말 그대로 ‘황금’연휴. 영화계가 일찌감치 이 황금시장에 눈독을 들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추석 연휴에 각축하는 한국영화만도 무려 6편. 융단 폭소탄을 내장한 코미디에서부터 대규모 스케일의 액션,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감동드라마까지. 골라보는 즐거움에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감독/배우/장르/관람등급) 황수정 최여경기자 sjh@seoul.co.kr (1) 타짜 최동훈/조승우·김혜수·백윤식·유해진/드라마/18세 이상 허영만의 인기만화가 음모와 배신이 녹아든 드라마로 스크린에 옮겨졌다. 도박판에 인생의 전부를 걸어버린 젊은 타짜(속임수를 잘 쓰는 전문도박꾼)의 이야기. 조승우의 밀도있는 연기, 여유있는 카리스마의 진맛을 보여주는 백윤식, 화투판을 떡주무르듯 하는 ‘악녀’ 김혜수 등 이보다 더 완벽한 캐스팅은 없다. 방대한 원작을 최대한 쓸어담은 드라마가 지루할 때도 있으나,‘범죄의 재구성’의 그 치밀함을 다시 확인시키는 최동훈 감독! (2) 라디오 스타 이준익/안성기·박중훈·최정윤·정규수/드라마/12세 이상 배우 안성기와 박중훈의 건재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웃음과 감동이 반반씩 사이좋게 손잡은 휴먼드라마.‘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물흐르는 듯한 연출력이 돋보이고, 국민배우 안성기의 연륜이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편안해 보인다. 지방도시의 라디오 DJ로 전전하는 왕년의 사고뭉치 가수왕과, 그를 변함없이 응원하고 보듬어주는 속깊은 매니저 이야기. (3)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Ⅲ 정용기/김수미·신현준·김원희·탁재훈·공형진·신이/코미디/15세 이상 조폭가문 백호파, 업계 1위 김치회사 ‘엄니손김치’로 거듭나다! 그들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가는 전직검사와 한판 승부. 세련된 현재의 모습과 ‘유치찬란’한 과거 행적을 번갈아 더듬으며 드라마의 강약을 조절해 간다. 전편의 캐릭터에 배우의 개인기를 제대로 버무렸다. 특히 구수하고 맛깔나는 전라도 사투리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김수미의 홈쇼핑 출연 장면이 압권. 한바탕 웃기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4) 잘 살아보세 안진우/이범수·김정은·전미선·변희봉/코미디/12세 이상 1970년대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을 둘러싸고 시골마을에서 빚어지는 코믹 해프닝. 김정은·이범수가 엮는 환상의 복식 코미디에 전미선 변희봉 등 연기력 탄탄한 조연들 가세. 산아제한이라는 참신한 시대적 소재를 완성도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흐지부지 주저앉은 후반부가 아쉽다. (5) 구미호 가족 이형곤/주현·박준규·박시연·하정우·고주연/뮤지컬 코미디/15세 이상 가족을 깊이 사랑하는 아버지, 남자 밝힘증이 있는 섹시한 첫째딸, 단순무식한 아들, 귀엽지만 엽기적인 막내딸. 단란한(?) 구미호 가족과 죄질 나쁜 한 남자의 좌충우돌 인간 되기. 서커스장을 배경으로 한 구미호 가족의 ‘생쇼’, 배우들의 캐릭터, 간간히 삽입한 뮤지컬 장면이 적절하게 녹아있다. 배우의 재발견이 가장 눈에 띄는 영화. 박장대소 없이 잔웃음으로만 이끌어가는 것이 살짝 아쉽네∼. (6) 무도리 이형선/서영희·박인환·최주봉·서희승/코미디/15세 이상 자살명당으로 소문난 강원도 산골짜기, 무도리. 세 노인과 방송작가, 자살동호회 회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동이 자잘하게 이어지다가 막판에 살짝 감동을 주는 소박한 이야기. 폭소보다는 독특한 소재에서 나오는 낯설고 다소 당황스러운 냉소가 튀어나오는 코미디 영화라고나 할까. 끈질기게 들이대는 철지난 유머는 난감하다. 노장의 힘으로 극복하려나. (7) 야연 펑 샤오강/장쯔이·대니얼 우·저우쉰/무협액션/15세 이상 10세기 중국을 배경으로 황실의 로맨스와 음모, 권력을 향한 욕망 등이 얽히고 설킨 서사무협. 화려하되 고즈넉한 색감, 잔인하되 부드러운 액션 등 대비와 강약을 거듭하는 화면의 균형미가 훌륭하다. 화려하게 스케일 큰 액션 화면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장쯔이의 매혹적인 카리스마가 빛을 발한다. (8) 앤트 불리 존 A. 데이비스/줄리아 로버츠·니컬러스 케이지·메릴 스트립(목소리)/애니메이션/전체 ‘왕따’ 꼬마가 개미를 괴롭히다 마법사의 주술에 걸려 개미만큼 작아진 뒤 겪는 모험과 화해의 과정.‘폴라 익스프레스’로 3D 아이맥스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톰 행크스가 자신의 아들에게 원작 그림책을 읽어주다 제작을 결심하게 된 작품이라고. 폭력의 부당함, 약자에 대한 배려 등 교훈적 메시지가 뚜렷하다. (9) BB프로젝트 진목승/성룡·고천관/액션/12세 이상 눈이 즐거운 ‘성룡표’ 액션물. 개운하고 유쾌하며 코믹한 천연 액션 퍼레이드를 별 생각없이 즐기면 되는 팝콘무비. 두 명의 절도범이 어쩌다가 납치한 아기가 ‘빌리언달러 베이비’일 줄이야. 천진한 아기를 다시 엄마에게 돌려주기 위한 고군분투가 아찔하면서도 신명난다.6개월된 아기 매튜의 귀여운 ‘연기’가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 [발언대] 유전자변형 미국쌀 수입방지 대책 시급/안금상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함안·의령출장소 팀장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분리·결합해 의도한 특성을 지니도록 한 농산물, 즉 제초제 저항성이나 내병·내충성, 품질의 특성화 등을 갖도록 한 농산물을 유전자변형농산물(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이라고 한다. 최근 이런 유전자변형농산물의 재배가 상업화되고, 생산 및 유통이 확대되면서 GMO의 인체 및 한경 유해성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유전자변형농산물에 대한 올바른 구매정보를 제공할 필요성이 제기되자 지난 2000년 4월 ‘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요령’을 농림부고시로 제정, 유전자변형농산물을 판매하는 자는 ‘유전자변형농산물’을 의무적으로 표시토록 했다. 이에 따라 콩·콩나물·옥수수은 2001년 3월1일부터, 감자는 2002년 3월부터 GMO 여부를 포장재 등에 의무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관심이 가장 큰 쌀은 아직 GMO 표시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최근 독일 녹색당은 미국산 쌀 수입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한 슈퍼마켓에서 금지된 유전자조작 물질이 들어있는 미국산 쌀이 발견돼 매장에서 이를 긴급 철수하는 등 파문이 일면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우리나라는 올해에 미국산 쌀 5504t을 밥상용 시판쌀로 수입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수입된 미국산 쌀에 유전자변형 쌀이 섞여 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미국은 일반 쌀에 유전자변형 쌀이 섞이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이런 조치가 확인된 이후에 수입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EU는 생명공학을 이용해 생산된 쌀의 판매 및 수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쌀도 유전자변형 표시대상품목으로 지정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구매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도 GMO 표시제의 조기 정착을 위해 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위반 농산물을 발견할 경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적극 신고할 것을 당부한다. 안금상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함안·의령출장소 팀장
  • [녹색공간] 클레오파트라의 화장품/김판기 용인대 산업환경보건학 교수

    어느덧 개강한 지 4주가 되었다. 한가롭던 캠퍼스에 생기가 넘친다. 리모델링공사가 덜 끝난 우리 건물은 마무리공사 소리와 어우러져 소란스러운 하루를 보낸다. 큰 변화는 건물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화장실의 진화는 남다르다. 센서가 부착돼 세련되게 변했으며 여자 화장실이 더 커졌다. 이미 평등은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취업의뢰서의 노골적인 선호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취업에서 자연스레 얻었던 남성 우선권은 사라지고 전전긍긍하는 남학생이 늘고 있다. 외국어 능력과 자격증 등과 함께 외모의 중요성이 그래서 강조되고 있는 것 같다. 비단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도 외모에 대한 관심은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외모에 대한 관심은 자기만족을 넘어 취업을 위한 생존의 차원이라는 점에서 비장하기까지 하다. 피부를 깨끗하게 한다는 화장품, 그리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고급화장품인 줄만 알고 있었던 S화장품의 일부 제품에서 크롬과 네오디뮴이라는 중금속이 검출되었다는 서울신문 보도 (9월22일자)가 있었다. 중국에서의 검출 보도 이후 해당 제품을 주로 사용하는 우리나라, 중국 등 10여개국에서, 특히 하얗고 깨끗한 피부에 관심있는 아시아권 나라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유교의 영향으로 외형보다는 내면의 미를 강조하여 단정하고 깔끔한 몸가짐을 간직하려 하였다. 화려한 화장보다는 피부손질 위주의 단장을 주로 하였는데, 양반계급을 상징하는 하얀피부를 위하여 여성은 물론 남성도 분세수를 하였다 한다. 합성 화학물질이 없었던 옛날에 어떤 소재를 이용하여 화장품을 만들었을지 궁금한데, 주로 천연원료를 사용하였다. 금, 은, 옥, 돌, 나무, 흙, 화초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색조화장, 눈썹화장, 기초화장, 세안 등에 이용하였다. 고려초기 교방의 기생은 백분, 납분, 연지, 향수를 사용하였다.1922년 박가분 발매를 시작으로 여성의 하얀얼굴 화장이 유행하였으나, 납성분 함유로 인한 물의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화장품의 기원은 종교·주술·의료의 목적으로 고대문명의 발생과 함께 시작되었다. 기원전 3000년전 이집트 티니스왕조시대 왕의 부장품에서 화장품이 발견되었고, 투탕가멘왕 무덤에서 향료병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클레오파트라 시대에 절정에 달한 화장은 로마시대에 궁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피부를 하얗게 하고 눈화장을 진하게 하는 화장법이 유행하였다. 이를 위하여 비소를 넣은 화장품이 사용되었다. 화장품의 중금속 문제는 비단 오늘날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하얀 얼굴을 위하여 비소나 납을 함유한 화장품을 만들고, 이로 인한 중독이 문제가 되었으니 말이다. 크롬이나 네오디뮴은 비소나 납처럼 특정 목적을 위하여 첨가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크롬은 안료, 착색제 등의 성분으로 사용하기도 하며 피부를 통하여 흡수되면 피부염, 피부궤양을 일으키고 점막을 헐게 한다. 또한 혈액을 타고 전신에 퍼져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특히 6가 크롬은 발암성을 나타내는 유해 중금속이다. 네오디뮴은 건강영향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지만 높은 농도로 단기간 노출될 경우 피부자극, 눈자극, 설사, 간장 이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화장품관련 법규에서는 유해중금속으로 납, 비소, 수은 이외는 굳이 관리하여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 여타 중금속의 함유 여부를 파악하기 쉽지 않게 되어 있다. 화장품에서 검출되었다는 크롬과 네오디뮴의 건강 영향은 화장품에 함유된 양과 화장품 사용량, 그리고 개인의 감수성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오늘날의 수많은 클레오파트라들에게 화장품에서 검출된 중금속은 위해성에 문제가 없다는 이모 교수의 주장이 옳은지, 발빠른 소비자의 판단이 옳은지 알려줘야 할 일이다. 김판기 용인대 산업환경보건학 교수
  • ‘중금속 화장품’ SK-Ⅱ P&G, 中서 판매 중단

    |베이징 이지운특파원|SK-Ⅱ 화장품의 중금속 성분 검출 논란으로 소비자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내 수입 및 판매가 중단됐다. SK-Ⅱ 화장품의 중국내 수입 및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P&G는 22일 중국 정부의 최종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국에서 SK-Ⅱ 화장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측의 이같은 발표는 이 화장품에서 크롬과 네오디뮴 등 인체에 해로운 유해 중금속 성분이 발견됐다는 검역당국의 발표가 있은 뒤 소비자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중국 검역당국은 지난 14일 SK-Ⅱ의 9가지 화장품에서 사용이 금지된 크롬과 네오디뮴 등 중금속 함유 사실을 발표, 중국 전역에서 환불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하이(上海)시 식의약품감독관리국은 이날 중금속 함유사실이 알려진 9가지 화장품 외에 영양크림, 주름개선제, 미백 스킨 등 3가지 제품에서 추가로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중금속 검출 이후에도 각 백화점 매장에서 제품을 철수하지 않은 채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에만 응해 왔었다. SK-Ⅱ 화장품은 중국과 한국을 포함,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 14개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jj@seoul.co.kr
  • 기억을 염(殮)하다

    기억을 염(殮)하다

    글 황두진 건축가 나는 건축가지만 아주 드물게 건축이 아닌 다른 창작을 하기도 한다. 굳이 따지자면 직업적 외도겠지만 창작이란 인간성의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몇 년 전의 일이다. 나와 친분이 있던 어떤 갤러리에서 여러 작가들을 모아 전시회를 하는데 거기에 동참할 것을 권유해왔다. 약간의 주저 끝에 응하기로 했다. 하지만 무엇을 할 것인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나 곧 나는 답을 내 자신에게서 찾기로 했다. 그 당시 갖고 있던 느낌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담을 수 있는 그 무엇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즉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아버지의 장례를 막 치르고 난 후였다. 아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에 대해 그때만큼 열심히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막상 대면해 보니 죽음이란 마치 정전과도 같은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컴퓨터 모니터가 갑자기 꺼지며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을 때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당연히 돌아가신 분과 살아 있는 나 사이의 어떤 초자연적인 교감과 소통을 기대했고, 그 증거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런 것은 없었다. 아버지는 심지어 내 꿈에도 나타나지 않으셨다. 어떤 분들은 그것이 오히려 좋은 징조이며, 돌아가신 분이 미련 없이 이승을 떴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감사히 들으면서도 마음 속 한 구석에서 내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죽음은 곧 끝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비교적 담담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살아 있는 사람은 여전히 죽음이라는 문제와 씨름하지 않을 수 없다. 죽음, 특히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그만큼 충격적이고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혹은 종교에서 그 대답을 찾기도 하고, 혹은 죽음과 관련된 일련의 미학적 형식들을 통해 어떤 의미를 발견하거나, 혹은 심지어 그것들을 만들어내려고도 한다. 장례 절차란 이러한 노력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낸 정교한 의미와 형식의 복합체에 다름 아니다. 장례란 물리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일종의 포장과정이다. 영혼이 빠져나간 육신을 종이와 천, 그리고 나무, 최종적으로 흙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입관 절차, 특히 시신을 염(殮)하는 과정이었다. 우리 아버지의 경우, 중년의 두 남자분이 그 일을 했다. 침묵 속에, 그러나 너무나 숙달된 몸짓으로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그것은 마치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벌이는 군무와도 같았다.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애절한 순간이었지만 그 경건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주는 감동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전시회가 얼마 남지 않았던 어느 날, 나는 인사동에 나가 한지와 삼베를 넉넉히 사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내 주변의 작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싸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내 물건도 있었지만 아버지가 쓰시던, 혹은 아버지와 관계 있던 물건들도 있었다. 아버지의 안경. 아버지가 보시던 책.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눈이 펑펑 내리던 설악산에서 찍어드린 아버지의 빛 바랜 사진. 아, 그리고 그토록 좋아하시던 소주를 담은 병에 이르기까지. 나는 때로는 한지를 접고, 때로는 한지를 구기고, 또 때로는 한지를 돌돌 말아 끈을 만들어가며 서로 다른 형상과 의미를 지닌 물건들을 제 나름의 형식을 담아 싸고 있었다. 머리 속으로는 아버지의 입관 과정에서 보았던 종이와 천의 순결한 아름다움, 그리고 그것들이 서로 엮이고 접히며 만들어내는 간결하고 엄숙한 결합의 방식들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있었다. 내가 싸고 있었던 것은 물건들이었지만, 내가 염하고 있었던 것은 그 물건들이 떠올리게 하는 기억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 나 자신에 대한 기억,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나날들에 대한 예언적 기억. 나는 이렇게 종이와 삼베로 싼 물건들을 상자에 담아 갤러리에 보냈고 그것이 나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버지를 내 마음 속으로 보내드렸다. 황두진 · 1963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건축과를 졸업, 미국 예일대에서 건축석사 학위를 받았다. 재미건축가 김태수 문하에서 7년 간 일했으며, 2000년 독립하여 자신의 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 현재 황두진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월간 <삶과꿈> 2006.09 구독문의:02-319-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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