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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사 해결 ‘한 걸음’] 4·3 희생자 유해발굴 8년 만에 재개

    “억울하게 숨진 마지막 한 분의 유해까지 찾아 70년 한을 풀어 줘야 합니다.” 제주4·3 70주년을 계기로 8년 만에 희생자 유해발굴 작업이 오는 10일 본격 재개된다.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은 4일 “이번 발굴엔 새로운 첨단 장비를 투입할 것”이라면서 “행방불명 유해를 유가족 품으로 돌려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발굴은 대표적 암매장 터인 제주국제공항 동쪽 뫼동산, 궤동산, 남북 활주로 서북측, 화물청사 인근 등에서 11월 말까지 실시된다. 이곳에서는 1948년 12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경찰서에 수감돼 있던 제주시 화북동 등 지역 주민 76명이 토벌대에 의해 학살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군법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 249명이 총살됐고, 6·25전쟁 직후에도 제주시와 서귀포 지역 예비검속자들에 대한 집단학살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8월부터 2009년 6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제주공항 내 1차 유해발굴에서 온전한 유해 54구를 비롯해 일부 유골 1000여점, 유류품 659점이 수습됐다. 2차 발굴에선 한 구덩이에서 완전 유해 259구를 비롯해 유류품 1311점이 나왔다. 양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유해 발굴작업을 시작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땐 국비지원을 끊었다”며 “문재인 정부의 국비지원 등으로 재개돼 다행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번 작업엔 고주파 전자기파를 방사, 되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해 지하 구조를 규명하는 탐사방식(GPR)을 적용한다. 양 이사장은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에 관심과 지원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오영훈(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엔 희생자 보상금 지급, 트라우마 치유 센터 설치 등 내용을 담았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포토 다큐&뷰] 거기 그렇게 68년… 깨어나요, 평화가 왔어요

    [포토 다큐&뷰] 거기 그렇게 68년… 깨어나요, 평화가 왔어요

    지난 20일 오전 9시 강원 양구군 민간인 출입통제선. 검문소를 통과하자 6·25 전쟁의 상흔이 남긴 빨간색 ‘지뢰’ 표지판이 철조망 사이로 곳곳에 눈에 띄었다. 그곳에서 군용차량에 올라 30여분간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렸다. 차도가 끊긴 곳에서 내려 다시 경사 40도가 넘는 험한 산길을 한참이나 숨가쁘게 오르자 유해 발굴 작업이 한창인 백석고지(1142m)가 한눈에 펼쳐졌다.북한 땅이 내려다보이는 백석산 9부 능선에서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백석부대 장병들이 또 다른 고지전을 벌이고 있었다. 유해 발굴 현장은 그야말로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장병들은 산 사면을 마주 본 채 일렬로 둘러서서 조심스레 직각으로 흙을 깎아 내고 있었다. 강렬한 햇빛 아래에서 일하다 보니 이들의 얼굴은 검게 그을려 있었고,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30도까지 치솟은 폭염에도 붓과 삽을 든 손길은 멈출 줄 몰랐다. 작업 17일째에 드디어 발굴병의 붓끝 사이로 전사자 두개골 부위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발굴병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 옆 무너진 참호에서는 녹슨 탄피와 총탄에 구멍 난 수통도 발견됐다. 당시의 참혹한 전투 장면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유해발굴팀 김명환 상병은 “실제 전투가 있었던 곳을 꼼꼼히 살펴 한 분이라도 더 수습할 수 있다”며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마스크와 장갑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발굴 과정에서 행여나 침이 튀면 DNA 검사에 오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날 수습된 유해는 태극기로 감싼 오동나무 소관(小棺)에 조심스레 옮겨졌다. 현장에서 약식 제례를 마친 뒤 유해는 국방부 유해발굴단 전문 감식반에 인계된 뒤 DNA 감식 등의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은 이름 모를 산야에 홀로 남겨진 호국 영웅들의 유해를 찾아 가족의 품에 인계한 후 국립현충원에 모시는 숭고한 보훈사업이다. 2000년 4월 6·25 전쟁 50주년 기념사업으로 한시적으로 시작했다가 2007년 국방부 유해발굴감시단이 창설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 국군 전사자 유해 약 9800여위를 찾았으며, 128분의 신원을 확인하여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모셨다. 하지만 아직까지 뼈 한 조각도 찾지 못한 6·25 전사자 수가 12만 3000여명이나 된다.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비무장지대(DMZ) 유해 발굴 작업을 남북이 함께 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조만간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 200여구가 송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DMZ에는 수습되지 못한 국군 전사자만 1만명이 넘는 걸로 추정되고 있다. 68년 전 총부리를 겨눴던 남과 북이 함께 DMZ에서 6·25 전사자의 유해 수습에 나서게 된다면 이 또한 역사적 남북 화해의 한 장면이 될 것이다. 백석고지에서 만난 류수은 유해발굴팀장은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국가와 국민의 약속”이라며 “마지막 한 분을 모시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산에서의 유해 발굴 작업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능선 너머로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활동을 끝내야 했다. 유해발굴팀은 미수습된 호국 영령들의 유해 앞에서 내일 다시 찾아오겠다며 ‘묵념’을 올렸다. 글 사진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 [서울포토]유해발굴 작업이 한창인 강원 양구 백석고지 현장

    [서울포토]유해발굴 작업이 한창인 강원 양구 백석고지 현장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비무장지대(DMZ) 유해발굴 작업을 남·북이 함께 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며칠 안에 한국전쟁 때 북한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 200여구가 송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DMZ 지역에는 수습되지 못한 국군 전사만 1만 여명이 넘는 걸로 추정되고 있다.  68년 전 총부리를 겨눴던 남과 북이 함께 DMZ에서 6·25 전사자의 유해수습에 나서게 된다면 이 또한 역사적 화해의 한 장면이 될 것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21사단 장병들이 강원 양구군 백석산 고지에서 유해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최해국 선임기자seaworld@seoul.co.kr
  • 폼페이오, 문 대통령에 “북한 비핵화 주도해달라” 요청

    폼페이오, 문 대통령에 “북한 비핵화 주도해달라” 요청

    문재인 대통령이 일부 전문가들이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낮게 평가하는 것은 민심의 평가와 동떨어진 것 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접견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사용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한국 국민인데 그런 한국 국민이 북미회담의 결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그 의지에 대해 굉장히 빠르게 크게 뭔가를 이뤄내고 싶어하는 것으로 적극적으로 평가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문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정상회담 합의를 신속하고 완전히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이를 위한 한미공조체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의 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긴밀히 협의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남북·북미 관계가 선순환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확실한 비핵화를 조기에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전쟁 기간의 전사자 유해발굴 송환에 남북미가 공동작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김 대변인은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폼페이오 “한국전 유해 발굴·송환이 북미회담 가장 큰 성과”

    폼페이오 “한국전 유해 발굴·송환이 북미회담 가장 큰 성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군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하기로 합의한 부분을 꼽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2일 트위터에 “오늘 합의에서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하는 건 한국전 포로·실종자의 유해 발굴 작업에 합의하고,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즉시 송환하기로 한 것”이라고 썼다. 이는 공동성명에 들어간 내용 중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계획을 내세워 회담 성과를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사자 유해 문제는 중요한 이슈이지만 처음부터 의제에 들어 있지는 않았다”면서 “회담 막판에 이 문제를 다뤘는데 포함하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군 유해 발굴·송환이 의제 중 하나로 거론될 것이란 전망은 회담 전부터 나왔다. 한국전에서 실종된 미군은 약 7800명이다. 이중 5300여명이 북한에서 실종됐다. 미국 내 참전군인 유가족 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유해 발굴과 송환을 요구해왔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유해 발굴·송환 계획이 이번 회담의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만 내리면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과 미국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33차례 걸쳐 공동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고 총 229구를 수습했다. 이듬해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미국 정부가 나서서 공동 유해발굴 작업을 중단시켰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유해발굴작업단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이 근본적 원인이었을 걸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북 교류 가속도 전망… “우리가 주도 가능한 기반 마련을”

    12일 개최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적지 않은 진전을 이루면서 남북 간 교류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14일 예정된 장성급 군사회담을 시작으로 체육회담(18일)과 적십자회담(22일) 등에서 남북 간에 보다 발전된 합의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남북 관계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14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리는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는 이번 북·미 회담의 성과가 남북 관계에 미친 영향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이날 안익상 육군 중장(국군 소장 계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5명의 명단을 우리 측에 통보하면서 회담 준비에 속도를 냈다. 안 수석대표는 2004년 1, 2차 장성급회담에서 수석대표를 맡았던 인물로 14년 만에 수석대표로 복귀했다. 안 수석대표는 2004년 당시 서해상의 우발적 충돌방지와 전선 지역 내 선전활동 중지 등을 포함한 4개 항의 합의서를 채택한 인물이다. 전임 수석대표였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비교하면 점잖은 스타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장성급회담 논의 사항으로는 ‘비무장지대(DMZ) 유해발굴’이나 ‘서해 공동어로구역·평화수역 설정’ 등이 예상되나, 이번 북·미 회담이 긍정적 성과를 보인 만큼 이른 시일 내에 고위급 군사회담 혹은 국방장관회담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18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개최되는 체육회담에서는 오는 8월 ‘아시안게임에 남북 공동 참가’와 ‘통일농구 대회 개최’ 등 기존에 예상되는 논의 외에 추가로 논의가 확대될 여지도 커졌다. 특히 ‘통일마라톤’ 등 전문체육에서 생활체육 및 민간 체육 교류 확대에 대해 논의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2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 적십자회담은 8월 15일 열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 외에도 민간 차원의 교류 확대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전망이다.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북 적십자사 국장급이 원하는 때에 언제든 서울과 평양을 일주일씩 머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존 남북 교류는 북·미 관계 등 외부 요인에 의해 확대 혹은 중단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번 북·미 회담에서 남북 간 ‘4·27 판문점 선언’이 직접 언급된 만큼 이를 계기로 남북 교류 문제도 외부 요인에 영향을 덜 받고 남북이 독자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에 예정된 군사·체육·적십자회담에서 남북 교류 확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번 기회에 미국이나 중국 등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가 남북 관계를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6·12 북미 정상회담]비핵화 서약한 북·미…힘 받는 文대통령 ‘한반도 운전자론’

    [6·12 북미 정상회담]비핵화 서약한 북·미…힘 받는 文대통령 ‘한반도 운전자론’

    공동합의문 ‘판문점 선언’ 재확인 평화체제 구축 협상 좌초 않도록 ‘중재자’ 역할 더욱 견고해질 듯북·미가 12일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에서 각각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 보장 약속을 맞교환하고 새로운 관계 수립을 선언한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도 탄력을 받게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북·미 간 무력시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폭탄’까지 맞물려 일촉즉발로 치달았던 상황에서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견인해 온 ‘운전자’다. 또 북·미 회담이 전격 취소된 뒤 한·미 정상회담(5월 22일)과 2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불씨를 되살린 ‘중재자’다. 북·미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중·일·러 등과의 관계에서 문 대통령의 ‘그립’이 견고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의 위상은 에어포스원으로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회담 성과를 공유하는 한편 북·미 합의의 완전하고 신속한 이행을 위한 긴밀한 협의 및 공조를 다짐한 데서 확인된다. 회담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두 정상이 통화한 것도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진에서는 이루기 어려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훌륭한 대화 상대였고, 돈독한 유대 관계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또한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폐기하기로 약속한 것은 김 위원장이 뭔가 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도 회담의 성공적 결실을 높게 평가하는 한편 북·미가 미군 유해발굴 사업에 합의한 것과 관련, “남·북·미가 함께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을 북한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북·미 정상이 역사적인 공동합의문에 ‘4·27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서약한다’고 명문화한 대목도 ‘운전자론’의 위상 강화와 맞닿아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일회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후속 회담을 예고한 만큼 향후 ‘대화 테이블’이 엎어지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문 대통령의 역할에도 비중이 실릴 전망이다. 미국은 북한 체제 안전을 약속했지만,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란 비핵화 대화의 ‘최종 출구’에 이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문 대통령이 회담 뒤 발표한 메시지에서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도 숱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다시는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이 담대한 여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는 새로운 길을 갈 것이며 전쟁과 갈등의 어두운 시간을 뒤로하고, 평화와 협력의 새 역사를 써 갈 것”이라며 “그 길에 북한과 동행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남·북·미 3자 종전선언에 이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논의가 북·미 수교 협상과 함께 본격화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가진 신뢰는 협상이 좌초하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평형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최종 협상에서 큰 역할을 했고, 아주 훌륭한 신사이자 저의 친구”라며 신뢰를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 등과 함께 북·미 정상의 첫 악수를 TV 생중계로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18분 동안 중계를 본 뒤에야 비로소 회의를 시작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6·12 북미 정상회담] 전쟁포로 유해 송환·발굴… 인도적 문제부터 해결 의지

    북한내 미군 유해 5300여구 추정 1990~2007년 443구 美 송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내 미군 전쟁포로의 유해 복구와 송환에 합의했다. 이는 11년 만에 북한 내 미군 유해발굴과 송환을 재개한다는 의미로, 북·미 신뢰 구축의 첫 단계로 인도주의적 문제부터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미국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KWVA)는 북한 지역에 5300여구의 미군 유해가 여전히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 지역 미군 전사자 유해발굴은 1990년에 시작돼 2007년까지 443구의 유해가 미국으로 송환됐다. 1990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던 북한이 그해 5월 판문점을 통해 미군 유해 5구를 최초로 송환한 것을 시작으로 1990~1994년 북한이 단독으로 발굴한 미군 유해 208구가 송환됐다. 1996년부터는 북한 지역에서 북·미 양국의 공동 유해발굴 사업이 시작됐다. 함경남도 장진읍과 신흥리, 평안북도 운산군과 구장읍, 계천시 등지에서 진행된 북·미 공동 유해발굴은 2005년까지 지속됐고 229구의 미군 유해가 수습돼 미국에 송환됐다. 6·25전쟁 당시 북한 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가 마지막으로 송환된 건 2007년 4월 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 주지사의 방문 때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당시 6구의 미군 유해를 판문점을 통해 미국으로 옮겼다.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북·미 간 유해발굴 작업이 중단되긴 했지만 미국 내에서는 전쟁포로 유해 송환을 촉구하는 여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군 유해발굴 재개는 대북 제재와 무관한 데다 양국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인도주의적 사업으로 두 정상이 합의만 한다면 언제든 양국 화해를 상징하는 시그널이 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북한으로서는 지난 5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을 석방한 데 이어 미군 전사자의 유해발굴을 다시 시작함으로써 ‘정상국가’ 이미지를 과시할 기회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한 사이에도 유해발굴 사업이 합의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남북한과 미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을 북한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자 간 유해발굴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싱가포르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文-트럼프 통화, 회담내용·후속조치 공유 등 20분 통화

    文-트럼프 통화, 회담내용·후속조치 공유 등 20분 통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한미 정상은 이날 오후 8시20분부터 40분까지 20분간 전화로 이러한 대화를 나눴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으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새로운 북미관계 추진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공동노력 △판문점 선언 재확인 및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노력 △전쟁포로 유해 발굴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공적인 결실을 맺어 한반도는 물론이고 세계의 평화를 위해 큰 토대를 놓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 결과에 대해 “실무진에서는 이루기 어려운, 그리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훌륭한 대화 상대”였다고 평가하고 “이번 회담으로 둘 사이에 돈독한 유대 관계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폐기하기로 약속한 것은 김 위원장이 뭔가 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가 합의한 미군의 유해발굴 사업과 관련해 “남북 사이에도 유해발굴 사업이 합의가 된 상태”라며 “남북미가 함께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을 북한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취임 후 한미 정상간 통화는 이번이 17번째다. 바로 직전 통화는 북미정상회담 하루 전인 전날(11일)에 이뤄졌다. 이와 관련 김 대변인은 “두 정상 간의 통화는 어제에 이어 이틀 연속 이뤄진 것으로 한미 외교사에서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를 통해 전용기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에서 문 대통령과 통화를 하게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DMZ 전사 국군만 1만명… 14일 남북 군사회담서 논의할 듯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언급한 비무장지대(DMZ) 유해 발굴 사업은 2007년 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도 거론됐던 내용이다. 남북은 당시 정전체제 종식과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6·25전쟁 전사자 유해 공동발굴 추진 대책을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2008년 이후 남북 관계 악화로 지지부진 남측 회담 대표로 참여했던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6·25전쟁 당시 전사한 유해를 공동으로 발굴하자는 원론적인 합의만 했다”며 “DMZ 북측 지역 또는 북한 주요 격전지에서부터 우선적으로 해야 되겠다는 나름대로의 구상은 갖고 있었지만 2008년 이후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협의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6·25전쟁 당시 약 3만명의 국군이 북한 지역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DMZ에서 전사한 국군은 약 1만명으로 파악 중이다. 6·25전쟁 당시 미군은 약 4100명이 북한 지역에서 전사했다. DMZ에서는 200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지역의 미군 전사자 수습은 미국과 북한의 협상에 따라 1990년부터 2007년까지 모두 443구가 발굴됐다. 북한이 214구를 단독 발굴했고 북한과 미국이 공동으로 229구를 발굴하기도 했다. ●유해 발굴 전 지뢰 제거 먼저해야 DMZ 유해 발굴을 위해선 지뢰 제거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은 DMZ 일대에 남북 합쳐 200만개 이상의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북측 목함지뢰는 지뢰 탐침봉이나 금속지뢰 탐지기로 확인이 어려운 만큼 군의 지뢰 제거 작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관건은 북측의 낙후된 유해 발굴 관련 기술이다. 북측은 2011년 5월 6·25전쟁 당시 사망한 영국군 비행사 데스먼트 프레드릭 윌리엄 힌턴의 유해를 판문점을 통해 영국에 송환했으나 DNA 검사 결과 비행사의 유해가 아닌 짐승 뼈로 확인됐다고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밝힌 바 있다. 군 당국은 14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의 일환으로 DMZ 유해 발굴을 논의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북측의 반응에 따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성유리, 현충일 맞아 목소리로 유해발굴감식단 알린다

    성유리, 현충일 맞아 목소리로 유해발굴감식단 알린다

    배우 성유리가 6월 호국보훈의 달이자 6일 현충일을 맞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홍보 영상에 재능기부를 했다. ‘10년, 약속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지난 노력과 앞으로의 계획이 담겨 있다. 내레이션을 담당한 성유리는 “이런 국가적인 중요 사업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전사자 유해가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 영상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홍보 영상은 한국어와 영어 버전으로 각각 제작됐다. 특히 영어로 제작된 영상은 미국, 호주 등 6.25전쟁에 참전한 21개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 50개국의 한인회 커뮤니티등에 올려 외국인 참전용사의 참여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유해발굴감식단 홍보대사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6.25전사자 유해가 차가운 땅속에서 우리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조차 우리가 잊고 지내는 것이 안타까워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유해발굴감식단 단장인 이학기 대령은 “유해발굴사업의 성과를 높이려면 무엇보다 6.25전사자 유해소재에 대한 제보 및 유가족들의 유전자 시료채취가 매우 중요하다”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지금까지 혜리·진구·박하선 등 배우들과 함께 영상을 제작했으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영상 캠페인을 통해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할 예정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문 대통령 “남북관계 개선되면 비무장지대 유해발굴 우선 추진”

    문 대통령 “남북관계 개선되면 비무장지대 유해발굴 우선 추진”

    오늘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임시정부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 계획도 언급‘의인’들 이름 한 명씩 부르며 추모하기도현충일인 6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비무장지대의 유해발굴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군 등 해외 참전용사들의 유해도 함께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비무장지대(DMZ)에서의 유해발굴 계획을 언급하면서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군인과 경찰의 유해발굴도 마지막 한 분까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중국 충칭에 설치한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은 중국 정부 협력으로 임정(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내년 4월 완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전현충원에서 정부의 현충일 추념식이 열린 것은 1999년에 이어 두 번째다. 대전현충원은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 및 군인 위주로 묘역이 조성된 서울현충원과 달리 의사상자와 독도의용수비대, 소방, 순직공무원 묘역까지 조성돼 있어 이날 행사는 마지막 한 사람의 희생자까지 잊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국가유공자의 진정한 예우는 국가유공자와 유족이 자부심을 가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면서 “그분들의 삶이 젊은 세대의 마음 속에 진심으로 전해져야 하며, 우리 후손이 선대의 나라를 위한 헌신을 기억하고 애국자와 의인의 삶에 존경심을 가지도록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애국과 보훈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일 수 없다”면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일에 국민께서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라며, 그것이 대한민국의 힘이 되고 미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던진 의인들의 이름을 차례대로 불렀다. “2006년, 카센터 사장을 꿈꾸던 채종민 정비사는 9살 아이를 구한 뒤 바다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2009년, 김제시 농업기술센터 황지영 행정인턴과 어린이집 금나래 교사는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을 돕다가 뒤따르던 차량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2016년, 성우를 꿈꾸던 대학생 안치범 군은 화재가 난 건물에 들어가 이웃들을 모두 대피시켰지만 자신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의 희생이 “유가족에겐 영원한 그리움이자 슬픔이지만 우리 안에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용기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면서 “이웃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의로운 삶이 됐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온 하루가 비범한 용기의 원천이 됐다”고 추모했다. 또 “그것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고,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우리 자신처럼 평범한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구조 활동을 하던 세 명의 소방관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는데, 교육생이었던 고 김은영·문새미 소방관은 정식 임용 전이라는 이유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면서 “똑같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희생했는데도 신분 때문에 차별받고 억울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두 분을 포함해 실무수습 중 돌아가신 분들도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소방공무원임용령을 개정했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문 대통령 “애국과 보훈에 보수·진보 따로 없다”[전문]

    문 대통령 “애국과 보훈에 보수·진보 따로 없다”[전문]

    문재인 대통령은 6일 현충일을 맞아 “애국과 보훈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일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우리를 지키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령들이 모두 우리의 이웃이었고 가족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서로 아끼는 마음을 일궈낸 대한민국 모든 이웃과 가족에 대해 큰 긍지를 느낀다”며 “우리가 서로를 아끼고 지키고자 할 때 우리 모두는 의인이고 애국자”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애국영령과 민주열사 외에도 어린이를 구조하다 숨진 자동차 정비사, 교통사고 피해자를 돕던 중 사망한 어린이집 교사, 화재 현장에서 이웃을 대피시키다 숨진 대학생 등 의사자들을 차례로 호명했다. 이를 통해 보훈 대상자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한편, 보훈의 외연도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저는 오늘 무연고 묘역을 돌아보았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김기억 중사의 묘소를 참배하며 국가가 국민에게 드릴 수 있는 믿음에 대해 생각했다”며 “대한민국은 결코 그 분들을 외롭게 두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기억하고 끝까지 돌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군인과 경찰의 유해 발굴도 마지막 한분까지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비무장지대의 유해발굴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군 등 해외 참전용사들의 유해도 함께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얼마나 많은 그리움을 안고 이곳에 오셨습니까. 보고 싶은 사람을 가슴 깊숙이 품고 계신 분들을 여기 오는 길 곳곳에서 마주쳤습니다. 저는 오늘 예순세 번째 현충일을 맞아, 우리를 지키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령들이 모두 우리의 이웃이었고 가족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 여러분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하며, 유가족께 애틋한 애도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의 역사는 우리의 이웃과 가족들이 평범한 하루를 살며 만들어온 역사입니다. 아침마다 대문 앞에서 밝은 얼굴로 손 흔들며 출근한 우리의 딸, 아들들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일궈온 역사입니다. 일제 치하, 앞장서 독립만세를 외친 것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간 것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며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것도,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두 주먹 불끈 쥐고 거리에 나선 것도, 모두 평범한 우리의 이웃, 보통의 국민들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희생된 대부분의 사람들도 우리의 이웃들이었습니다. 이곳, 대전현충원은 바로 그 분들을 모신 곳입니다. 독립유공자와 참전용사가 이곳에 계십니다. 독도의용수비대,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전사자, 천안함의 호국영령을 모셨습니다. 소방공무원과 경찰관, 순직공무원 묘역이 조성되었고 ‘의사상자묘역’도 따로 만들어 숭고한 뜻을 기리고 있습니다. 2006년, 카센터 사장을 꿈꾸던 채종민 정비사는 9살 아이를 구한 뒤 바다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2009년, 김제시 농업기술센터 황지영 행정인턴과 어린이집 금나래 교사는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을 돕다가 뒤따르던 차량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2016년, 성우를 꿈꾸던 대학생 안치범 군은 화재가 난 건물에 들어가 이웃들을 모두 대피시켰지만 자신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유가족들에게는 영원한 그리움이자 슬픔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용기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그들이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이웃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의로운 삶이 되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온 하루가 비범한 용기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우리 자신처럼 평범한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에게 가족이 소중한 이유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곁에서 지켜줄 것이란 믿음 때문입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든 국가로부터 도움받을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을 때 우리도 모든 것을 국가에 바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애국입니다. 저는 오늘 무연고 묘역을 돌아보았습니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김기억 중사의 묘소를 참배하며 국가가 국민에게 드릴 수 있는 믿음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는 스물둘의 청춘을 나라에 바쳤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연고 없는 무덤이 되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은 결코 그 분들을 외롭게 두지 않을 것입니다. 끝까지 기억하고 끝까지 돌볼 것입니다. 모든 무연고 묘소를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이 국가에 헌신했던 믿음에 답하고, 국민이 국가에 믿음을 갖게 하는, 국가의 역할과 책무일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보훈은 국가를 위한 헌신에 대한 존경입니다. 보훈은 이웃을 위한 희생이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새기는 일입니다. 그래서 보훈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기본입니다. 우리 정부는 모든 애국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보훈을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을 잘 모시지 못했습니다. 이제 독립유공자의 자녀와 손자녀까지 생활지원금을 드릴 수 있게 되어 무척 다행스럽습니다. 지난 1월, 이동녕 선생의 손녀, 82세 이애희 여사를 보훈처장이 직접 찾아뵙고 생활지원금을 전달했습니다. 이동녕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주석, 국무령, 국무총리 등을 역임하며 20여 년간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분입니다. “이제 비로소 사람 노릇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여사님의 말씀이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우리 정부는 국가보훈처를 장관급으로 격상시켰고 보훈 예산규모도 사상 최초로 5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1월부터, 국립호국원에 의전단을 신설하여 독립유공자의 안장식을 국가의 예우 속에서 품격 있게 진행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생존해계신 애국지사의 특별예우금도 50% 올려드리게 되었고, 참전용사들의 무공수당과 참전수당도 월 8만 원씩 더 지급해 드리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근조기를 증정하는 훈령도 제정했습니다. 6월 1일 첫 시행되는 날, 국가유공자 김기윤 선생의 빈소에 대통령 근조기 1호를 인편으로 정중하게 전달했습니다. 8월에는 인천보훈병원이 개원합니다. 국가유공자들이 가까운 곳에서 의료와 요양을 받을 수 있도록 강원권과 전북권에도 보훈요양병원을 신설하고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 전문재활센터를 건립할 예정입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중국 충칭시에 설치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의 복원은 중국 정부의 협력으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내년 4월까지 완료할 계획입니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군인과 경찰의 유해발굴도 마지막 한 분까지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비무장지대의 유해발굴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미군 등 해외 참전용사들의 유해도 함께 발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을 위한 모든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기 위해 법령도 정비했습니다. 지난 3월, 구조 활동을 하던 세 명의 소방관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는데, 교육생이었던 고 김은영, 문새미 소방관은 정식 임용 전이라는 이유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없었습니다. 똑같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희생했는데도 신분 때문에 차별받고 억울함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정부는 두 분을 포함해 실무수습 중 돌아가신 분들도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소방공무원임용령을 개정했습니다. 오늘 세 분 소방관의 묘비 제막식이 이곳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눈물로 따님들을 떠나보낸 부모님들과 가족들께 각별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가유공자의 진정한 예우는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그분들의 삶이 젊은 세대의 마음속에 진심으로 전해져야 합니다. 우리 후손들이 선대들의 나라를 위한 헌신을 기억하고 애국자와 의인의 삶에 존경심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애국과 보훈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일 수 없습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일에 국민들께서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힘이 되고 미래가 될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국가유공자의 집을 알리는 명패 달아드리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별로 모양도 각각이고 품격이 떨어지는 곳도 있습니다. 정부가 중심 역할을 해서, 국가유공자를 존경하는 마음을 이웃들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저는 오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서로 아끼는 마음을 일궈낸 대한민국 모든 이웃과 가족에 대해 큰 긍지를 느낍니다. 우리가 서로를 아끼고 지키고자 할 때 우리 모두는 의인이고 애국자입니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애국 영령과 의인, 민주열사의 뜻을 기리고 이어가겠습니다. 가족들의 슬픔과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보듬을 수 있도록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6월 6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 재 인』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에스원 “6·25 전사자 가족을 찾습니다”

    에스원 “6·25 전사자 가족을 찾습니다”

    종합 보안기업인 에스원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호국 유해의 귀환을 돕는 홍보 활동에 나선다. 에스원은 지난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과 6·25 전쟁 전사자 유가족 시료채취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2년째 국유단을 돕는다. 현재까지 9800여위의 유해를 발굴했지만 이 중 신원이 확인된 것은 128명에 불과하다. 직계 유가족이 많지 않고, 전쟁 경험 세대가 80세 이상 고령자가 많아 DNA 시료 확보가 어려운 이유에서다. 이에 에스원은 전국 단위의 출동 인프라를 활용해 유가족 시료 채취 활동을 알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전국 고객이 80여만명에 이르고 노인복지회관, 참전 유공자회 등 관련 고객층도 두텁다”고 설명했다. 에스원이 홍보에 나선 지난해 6, 7월 두 달 동안 연간 전체 DNA 채취 건수의 32%가 집중되는 등 효과가 컸다. 에스원 임직원 가족들도 DNA 채취에 참여했다. 에스원은 이달부터 ‘대한민국 영웅, 명예 찾기’ 안내문을 고객 이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배포하고, 전국 지사 출동차량에도 안내문을 붙이는 등 유해발굴사업을 홍보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폼페이 유해 발굴, 최후의 날 비극 담겨

    폼페이 유해 발굴, 최후의 날 비극 담겨

    이탈리아 고대도시 폼페이 최후의 날의 비극적인 상황을 고스란히 간직한 유해가 발굴됐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폼페이 당국은 29일 큰 사각형 돌 아래로 삐져 나온 유해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 유해는 3월부터 새로 시작된 폼페이 ‘V구역’ 발굴 과정에서 발견됐다. 3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이 유해의 주인은 화산재를 피해 달아나다 돌에 맞아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가슴 부위 뼈는 으스러진 상태였고 머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큰 사각형 돌은 화산 구름의 폭발적 힘에 의해 날아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남성은 정강뼈에 감염 병변이 발견된 점에 비춰볼 때 걷는 데 문제가 있었으며, 이런 보행상의 불편 때문에 화산폭발 초기에 현장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연구원들은 분석하고 있다. 폼페이 고고학 지구 사무총장인 마시모 오산나는 이번 유해발굴이 “당시의 문명과 역사를 더 잘 보여주는 데 기여하는 특출한 발견”이라고 전했다. 연구원들은 이번 유해를 통해 당시 주민들의 생활상과 질병 등을 파악하고, 화산폭발 당시 공황상태에 빠진 주민들의 대피 상황을 분석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 고대도시 폼페이는 서기 79년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로 잿더미가 됐다.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 당시 폼페이를 비롯해 여러 개 마을이 화산재에 묻혔으며, 18세기부터 고고학적 발굴이 이어지면서 세계 문화유산 유적지로 등재돼 있다.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배우 박하선,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홍보모델에 재능기부

    배우 박하선,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홍보모델에 재능기부

    배우 박하선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단장 이학기) 홍보물 제작에 재능기부로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유해발굴감식단 홍보대사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4일, 배우 박하선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제작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안내서 및 포스터에 홍보모델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국가의 중요 사업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밝힌 박하선은 “전사자 유해가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번 안내서와 포스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에 관한 소개 및 추진절차 등이 상세히 실린 이번 안내서와 포스터는 전국 병무청과 보건소, 6.25 격전지 및 발굴지역 인근의 농협과 축협 등 3700여 곳에 비치되어 국민들에게 유해발굴사업에 대해 알릴 예정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6.25전사자 유해는 차가운 땅속에서 우리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 국민들의 신속한 제보가 중요하기에 이번 일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대중들에게 이미지가 좋은 스타 배우가 함께 동참함으로써 많은 분들에게 유해발굴감식단의 활동이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장점이 있다. 이런 점을 살려 꾸준히 캠페인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해발굴감식단 단장인 이학기 대령은 “유해발굴사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6․25전사자 유해소재에 대한 제보 및 유가족들의 유전자 시료채취가 매우 중요하다”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배우 박하선은 지난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 제작한 ‘노병의 마지막 소원’이라는 홍보영상에 내레이션 재능기부로 참여하는 등 유해발굴감식단을 위해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40일간 임시국회 법안 처리 ‘0’…세비 40억원 챙긴 국회의원들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드루킹 사건)을 둘러싼 여야 정쟁으로 국회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국회의원 세비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지난 40일간 단 한 건의 법안 처리도 없이 40억원이 넘는 세비를 챙겼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20대 대한민국 국회 국회의원 세비 지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청원한다’,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 및 보좌관 세비 지급 중단 청원합니다’ 등 50여건의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세비 반납’ 카드를 들어 여야를 압박하고 나섰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의 월평균 세비는 1149만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입법활동비, 정액급식비 등이 포함된다. 이 외에도 의원들은 사무실 운영비(50만원), 차량 유지비(35만 8000원), 유류대(110만원) 등 월 195만 8000원에 달하는 지원 경비를 받는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지난달 기준 294명의 의원이 지난 한 달간 세비로만 33억 7806만원 넘게 챙겼다는 계산이 나온다. 5월 임시국회도 열흘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임을 고려하면 현재 40억원이 넘는 세비가 의원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의원 세비 반납은 개원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다. 18대 국회가 출범한 2008년에는 여야 대치로 국회 개원이 지연되자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초선의원 33명이 1인당 평균 720만원의 6월 세비를 모아 결식아동을 돕는 데 썼다. 19대 국회가 출범한 2012년에도 국회가 법정 개원일을 27일이나 넘기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6월 세비 전액을 반납하기로 결의하고 이에 동의한 의원 147명의 세비 13억 6000만원을 모아 국군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에 기부했다. 20대 국회가 출범한 2016년에는 국회 개원이 법정 기한보다 이틀 늦어지자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38명은 이틀치 세비 2872만원을 반납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죽음에서 살아남았고 살기 위해 죽음을 썼다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죽음에서 살아남았고 살기 위해 죽음을 썼다

    베트남에서 온 작가는 한국의 해물탕을 좋아한다. 이유는 국토 한 면이 바다에 접한 나라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어제 병원까지 다녀왔던 분이라 뵐 수 없겠지 했는데 다행히 시간을 내주셨다. 서태지가 나왔던 1991년 현재, 16개국 언어로 번역됐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는 그의 장편소설 ‘전쟁의 슬픔’은 제목만치 서글프다. 그를 만난 아침은 소설의 첫 장면처럼 축축한 습기로 가득했다. 소설 주인공 끼엔은 열일곱 살 때 북베트남 정규군에 입대한다. 당시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베트남의 젊은이들은 많이 자원입대했다. 온기가 남아 있는 적병의 몸에 못을 박듯 한 발 한 발 방아쇠를 당겼던 끼엔은 전쟁 후 살아남은 단 열 명의 병사 중 한 명이었다. 전사자 유해발굴단으로 끼엔은 부대원이 몰살당한 지역을 찾아간다. 가는 곳마다 끼엔은 생시를 구별할 수 없는 혼령을 목격하곤 한다. 머리가 잘려나간 한 무리의 흑인 병사가 산기슭으로 행군하는 것을 보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전쟁이 갈라놓은 첫사랑 프엉도 찾아온다.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은 끼엔에게 프엉만은 확실한 존재였다. 하지만 전쟁은 프엉과의 추억을 앗아갔다. 전쟁은 그녀를 변화시키고,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을 만들었다. 죽지 않기 위해 끼엔은 글을 쓴다. 악몽과 현실 사이에서 버티고자 끼엔이 할 수 있는 일은 죽음을 쓰는 일이었다.“신짜오(안녕하세요).” 중얼거리며 외웠는데 금방 잊은 인사말, 통역해 주시는 하재홍 선생께서 가르쳐 주셔서 인사할 수 있었다. 하 선생은 천호동에 있는 한 모텔에 머물고 있는 그를 모시고 내려왔다. 그는 담배를 맘대로 태울 수 있는 모텔이 호텔보다 좋다고 한다. 홍마초의 뿌리와 이파리, 꽃잎을 담뱃잎에 섞어 말아 피워 물고 환각에 들어가곤 했다던 북베트남 병사들이 떠올랐다. 꼬박 밤을 새운 나보다 더 초췌한 그를 만나 가까운 해물탕집으로 가려 할 때 비가 스멀스멀 내리기 시작했다. 전쟁 얘기를 시작할 때 마치 정글에 비 내리듯 한꺼번에 빗물이 쏟아졌다. 장딴지까지 차오른 핏물 속을 행군했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벌건 내장을 드러낸 해물탕이 나왔다. ‘전쟁의 슬픔’은 시간의 흐름대로 쓴 톨스토이식 소설이 아니다. 끔찍한 비극의 찌끼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청년이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기억, 지금과 과거를 오가는 ‘의식의 흐름’대로 쓴 소설이다. 그렇다고 도스토옙스키의 글쓰기와도 달랐다. “그래요. 맞아요. 의식의 흐름대로 쓴 소설이에요. 처음부터 그렇게 쓰자 해서 쓴 소설이 아니라 쓰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내 소설이 도스토옙스키 소설과 비슷하다는 데 베트남어판 도스토옙스키 소설은 번역이 이상한지 읽기 어려웠어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 1988년 베트남말로 번역됐는데 참 좋았어요.” 그가 ‘백년의 고독’을 읽었다는 말에 멈칫했지만, 단순히 마르케스의 영향으로는 읽히지 않았다. 신화나 전설을 차용했던 마르케스의 신화적 상상력과 달리, ‘전쟁의 슬픔’은 비극적 사실과 고통스러운 기억 자체를 신화적 상상력으로 끌어 쓰고 있었다.소설에서 2375회나 이름이 등장하는 끼엔은 1969년에 고등학교를 마치고 입대해 북베트남 보병사단의 병사로 서부고원 전선에서 싸웠던 작가의 이력과 유사하다. 다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내가 보기에 끼엔이 아니다. 숨은 주인공이 있다. 끼엔이 외면적 주인공이라면, 950회 이름이 나오는 프엉은 내면적 주인공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작가들, 도스토옙스키나 카프카 같은 이들은 여러 인물에 자신의 내면을 투영해 넣는다. “어떻게 아셨어요? 맞아요. 끼엔은 베트남 전쟁을 겪은 베트남 병사의 일반적인 정서를 가진 인물이고요. 프엉은 내면의 제 자신입니다.” 마르케스와 다른 그의 글쓰기에는 베트남 특유의 상상력이 있었을 것이다. 죽은 혼령들은 왜 이리 많이 나오는지. 끼엔이 찾아가는 곳은 사람들이 많이 죽은 ‘고이 혼’이라는 지역이다. 우리말로 하면 ‘혼을 부른다’는 초혼(招魂) 지역이랄까. 거기서 끼엔은 죽은 자를 두 눈으로 자주 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으스러진 육신을 끌고 다니는 귀신들이 지천에 널려 있는 곳이다. 정신병이 아니라 해질녘 나무들이 바람결에 내는 신음이 귀신의 노랫소리로 들린다. 소설에는 귀신 72회, 유령 24회, 혼령 18회, 망령이 4회 등장한다. 모두 죽은 이의 영혼들이다.“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상상력이 아니에요. 동남아 사람들은 육신이 사라져도 혼령이 일상에 함께한다고 믿지요. 내 작품에서 영혼, 귀신, 죽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일반 사람들의 정서 속에 이렇게 남아 있다는 것을 그대로 쓴 거예요.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 전쟁에서 총에 맞아 죽어도 혼령으로 떠돌죠. 문화권이 다르면 이해하기 힘들겠죠. 공산주의 유물론의 관점에서는 유령이 뭐냐 하지요. 가톨릭 신도들은 영혼이 위로 간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위가 아니라 혼령은 영원히 우리 주변에 있다고 믿어요.” 작가로서 그는 죽은 자와 산 자를 소통시키는 영매(靈媒)다. 죽은 자 중에 호아라는 여성 병사 얘기가 가장 마음 아팠다. 호아라는 이름은 이 소설에서 98회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세 번째로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다. 호아는 부대원의 길을 인도하는 선도병이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 미군이 있는 곳으로 부대원을 인도했다. 그들을 포위한 미군이 다가오자 부대원을 남기고 호아가 미군에게 뛰어든다. 풀밭에 쓰러진 호아 위로 알몸의 미군들이 숨을 헐떡이며 먼저 차지하려고 으르렁댔다. 집단 강간당하는 장면을 숨어서 보면서도 끼엔은 수류탄을 던지지 못한다. 수류탄을 던지면 위치가 발각돼 죽을까 봐. 수류탄을 던지지 못했던 비겁함은 살아남은 끼엔에게 가장 아픈 트라우마로 남는다. “내가 경험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쟁 때 여군들이 생포되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미군에게 강간당한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그 얘기를 쓴 거죠.” 영화 ‘지옥의 묵시록’, ‘디어헌터’, ‘택시 드라이버’, ‘람보’, ‘플래툰’ 등은 베트남 전쟁을 주제로 한 미국 영화다. 지금까지 베트남 전쟁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미국의 시각을 통한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오리엔탈이면서 오리엔탈리즘 시각에서 베트남을 소비해 왔다. 이 영화들은 전쟁에 참여했던 미국인들이 겪는 내면의 싸움이며, 자가치유 방식이다. 미국인이 겪는 베트남전 트라우마가 이 영화들이 주제다. 그나마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 안정효의 ‘하얀전쟁’,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은 우리의 입장에서 전쟁이 파괴한 인간을 그리고 있다. 한편 ‘전쟁의 슬픔’에는 영웅이 없다. 도박과 환각에 빠진 베트남 병사들이 등장한다. 짐승으로 오인해 민간인을 사살하는 장면도 나오기에, 베트남 정부로서는 지금도 꺼림칙한 소설이다. 승리한 전쟁을 ‘슬픔’으로 표현했다며 처음엔 제목이 ‘사랑과 숙명’으로 바뀌어 나왔다. 1995년 런던 인디펜던츠 번역 문학상, 1997년 덴마크 ALOA 외국문학상, 2011년 일본경제신문 아시아 문학상 등을 받았지만, 정작 베트남 정부로서는 감추고 싶은 금서(禁書)였다. 베트남 국내에서 학생들은 지금도 이 소설을 잘 모른다. 한국에 온 베트남 유학생에게 물어 보면 외국에서 이 소설이 유명하다는 사실을 한국에 와서 알았다는 학생도 있다. 그의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인공 끼엔처럼 그는 아직도 악몽에서 괴로워하는 걸까. 이만큼 끔찍한 소설을 쓴 사람이 정상인으로 살 수 있을까. 베트남 파병을 다녀와서 매일 군인 수통에 소주를 넣어 마시고, 군용 단도를 차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을 위협하는 등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돌아가신 한국인 얘기를 전했다. “많이 회복됐어요. 글을 쓰는 창작 활동이 치료에 도움이 되지요. 그래요. 그럴 거예요. 전쟁 후 베트남 사람들은 그래도 주변에서 대화도 하고 함께 울어 주고 그러는데 미군이나 한국군은 더 심하게 트라우마를 겪었을 거예요. 미군이나 한국군은 낯선 타국에서 전쟁의 비극을 겪은 것이죠. 베트남 군인은 함께 전쟁을 겪은 베트남 사람들이 위로해 주고 풀 수 있었는데, 미군이나 한국군은 아무도 공감해 주지 않았을 거예요. 대화 상대도 없으니 몸부림치다가 죽어갔을 거예요.” 이제 가장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1975년 4월 30일, 제27청년여단 소년병 500명 가운데 살아남은 열 명 중 한 명이었다. 전쟁의 트라우마로 방황하던 그는 어떻게 작가의 길을 선택했을까.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교수였던 아버지는 작가 친구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분들은 전쟁 무용담이나 문학 작품 얘기를 많이 했죠. 군에 입대하고 6년 동안 전쟁터에 있느라 글을 잊었지요. 전쟁 끝나고 돈 벌러 다녔는데, 아버지 친구들이 글재주 있다며 기억해 주셔서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간 거죠. 처음엔 전쟁 중 청년들의 연애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가장 깊은 체험이 전쟁이었기에 전쟁 소설을 쓴 겁니다.” 그에게 글쓰기는 슬픔을 극복하는 생존 방식이었다. 통일을 경험한 베트남 작가로 한국인에게 전할 말씀을 부탁드렸다. “베트남은 무력통일이었기에 승자 북베트남과 베트콩이 남베트남 체제를 완전히 바꿔 놓았어요. 통일 후 갈등이 컸어요. 남베트남 사람 중 재산을 빼앗긴 사람들은 보트피플로 망명했어요. 전쟁을 통한 통일은 가짜 통일이에요. 진짜 통일은 평화를 통한, 대화를 통한 통일이에요. 기다리는 시간이 중요해요.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인내가 필요해요.” 현재 한국의 교역국 1위는 중국, 2위는 미국, 3위는 베트남이다. 문재인 정부가 베트남과의 교역을 중요하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이 소설과 베트남 문학은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텍스트다. 내년에 베트남 문학과 교류를 추진을 위해 베트남에 가볼 요량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2000년에 소설가 이문구 선생이 작가회의 회장이었을 때 베트남 작가협회와 결연을 했어요. 이후 경제협력은 많이 하는데 문학 쪽 교류는 거의 없는 편이죠.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문학이 많이 번역되는데 한국 문학 번역은 고은, 방현석, 김영하 외에 뜸해요.” “깜언깜언(정말 감사합니다).” 배운 표현을 이제야 써 봤다. 기회 있을 때마다 조금씩 베트남 말을 써 봐야겠다. 해물탕이 많이 남았는데 더는 먹을 수 없었다. 위장이 아니라 마음이 쓰렸다. 아차, 지금까지 그의 이름을 쓰지 않았다. 그의 필명은 사람 이름이 아니라 땅의 이름이다. 개울물도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흐르는 베트남의 지명이다. 그는 국제적인 인물로 적지 않은 인세를 받아 서방으로 이민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전쟁 중 정글에서 자던 병사처럼 지금도 허름한 곳에서 노숙인처럼 살아야 편하다는 그의 선조가 견디며 살던 땅의 이름이다. 1952년생 바오닌. 시인·숙명여대 교수
  • 제주공항서 9년 만에 재개된 4·3 유해발굴

    제주공항서 9년 만에 재개된 4·3 유해발굴

    5일 제주국제공항 내 뫼동산 인근에서 한 작업자가 제주4·3희생자 유해 발굴을 위해 GPR(지하 투과 레이더)를 활용, 매장 유해가 있는지 탐지하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은 27일까지 제주공항 일대에서 4·3희생자 유해발굴 작업을 한다. 제주 연합뉴스
  • [사진설명] 제주공항서 9년 만에 재개된 4·3 유해발굴…

    제주공항서 9년 만에 재개된 4·3 유해발굴 5일 제주국제공항 내 뫼동산 인근에서 한 작업자가 제주4·3희생자 유해 발굴을 위해 GPR(지하 투과 레이더)를 활용, 매장 유해가 있는지 탐지하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은 27일까지 제주공항 일대에서 4·3희생자 유해발굴 작업을 한다. 제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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