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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빅오픈 첫날 루키돌풍 마수길·이상희 공동선두

    올 시즌 국내에서 열리는 두 번째 아시안투어 골프대회인 볼빅 힐데스하임 오픈(총상금 30만 달러) 첫날 경기에서 루키 마수길(22)과 이상희(20·호반건설)가 공동 선두로 나섰다. 21일 충북 제천 힐데스하임 골프장 타이거·스완 코스에서 끝난 대회 1라운드에서 마수길과 이상희가 나란히 6언더파를 쳐 깜짝 공동 1위에 올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나 고교를 마치고 돌아온 마수길은 올해 투어에 입문한 루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2010년 9월 프로 데뷔한 이상희는 지난 시즌 NH농협 오픈에서 첫 우승과 함께 최연소(19세 6개월 10일) 코리안 투어 우승 기록을 세웠다. 1위에 한 타 뒤진 3위 그룹에는 김대현(24·하이트맥주)과 최호성(39)이 포진했다. ‘베테랑’ 모중경(41·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올 시즌 아시안투어 ‘ISPS 한다 싱가포르 클래식’ 우승자인 스콧 헨드(39·호주) 등 7명은 4언더파로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메리츠 솔모로 오픈에서 우승한 최진호(28·현대하이스코)는 이븐파에 그쳤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22일부터 ‘서울국제유학생포럼’

    서울시정에 대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서울 국제 유학생포럼’(SISF)이 22일부터 두 달간 열린다. 서울시는 22일 서울시청 별관 13층 대회의실에서 ‘제5회 서울국제유학생포럼’ 출범식을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서초동 인재개발원에서 1박 2일간 워크숍을 시작으로 7~8월 두 달간의 일정을 시작한다. 포럼단은 서울에 거주하는 28개국 88명의 외국인 유학생과 포럼 진행을 도울 내국인 학생 12명으로 구성됐으며, 17명씩 6개조로 나눠 2개월간 시내에 있는 기관을 방문하고, 사회봉사활동에 참여한다. 이들은 마지막 일정으로 8월 24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여하는 ‘서울타운미팅 정책워크숍’에 참여한다. 이 자리에서는 포럼단이 2개월간 활동을 통해 나온 정책제안과 유학생이 서울생활 중 겪는 어려움과 불편사항에 대해 토론한다. 시는 우수 활동 유학생 3~4명에게는 시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청소년 뒤통수친 영천시

    경북 영천시가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예백일장 시상식을 하면서 당초 주기로 했던 부상(상금) 등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물의를 빚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1일 영천시 등에 따르면 임고서원 성역화 사업 준공 행사의 하나로 지난 3월 10일부터 1개월간 전국 초·중·고교생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제1회 포은(圃隱) 문학제’ 문예백일장 공모전을 열었다. 고려 말의 충신이자 유학자인 정몽주(1337~1392) 선생의 충효 사상을 기리기 위한 취지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시는 수상자들에게 상장과 함께 부상을 주기로 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게시했다. 대상(1명) 수상자에게 50만원, 최우수상(운문·산문 각 1명) 30만원, 우수상(〃) 20만원, 특별상(초·중·고 각 1명) 10만원 등이었다. 그러나 시는 지난달 24일 영천 임고면 양항리 포은기념관에서 전국에서 온 수상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을 열고는 수상자 8명에게 상장만을 전달했다. 또 입선 및 가작, 지도교사상 등 60여명에게 주기로 했던 기념품도 주지 않았다. 게다가 시는 수상자들에게 시상식 참여를 강권하다시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시상식에 참석했던 수상자들은 당혹감과 함께 불만을 쏟아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군산에서 제자와 함께 시상식에 참석했다는 장모 교사는 “영천시가 백일장 수상자들에게 약속했던 상금 등을 주지 않은 것은 명백한 사기극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큰 상처를 안겨 줬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상식을 앞두고 수상자들에게 상금 등을 줄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면서 “수상자들에게 거듭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대상, 방법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조례에 따라 금품 등을 제공하면 직무로 간주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담당 공무원이 과잉 반응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영천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1000 vs 0’ 전국 유학원 1000여곳… 관리감독기관은 全無

    해외 유학 또는 연수를 떠나는 성인이 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알선 업체인 유학원을 지도·관리·감독하는 행정기관이 없어 피해 구제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해외 유학·연수가 이른바 ‘스펙’의 하나로 유행하면서 국외로 유학 또는 연수를 떠나는 유학생들의 수가 2006년 19만여명에서 2010년 25만여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더불어 유학·연수 알선 업체인 유학원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유학원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2010년 721건, 지난해 783건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들 피해 상담자 가운데 유학원으로부터 배상을 받은 건수는 2010년 49건, 지난해 104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같이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구제율이 낮은 것은 유학원이 전국적으로 1000여곳에 이르고 있으나 유학원이 자유업에 해당해 관리·감독 기관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정 중랑갑 당협위원장은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내면 누구나 유학원을 차릴 수 있는 반면 관리·감독 기관이 전무해 불법 영업을 하거나 잘못을 하더라도 피해자들이 마땅히 호소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오모(22·여)씨는 지난해 9월 경기 일산 유학원에 40만원을 주고 미국 시애틀 S대학 정규 2년제 대학 입학신청을 했으나 정작 입학허가는 ESL 과정(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학생을 위해 본 과정 이수 전 거쳐야 하는 영어 프로그램)을 먼저 이수하는 조건으로 허가됐다. 오씨는 “ESL 과정까지 이수할 경우 학비 및 체류비가 너무 많이 들어 입학을 포기하고 유학원에 미국 왕복항공권 등 800만원의 배상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면서 “한국소비자보호원은 밀린 업무가 많다며 기다리라고 해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모(23·여)씨도 “올 초 유학원을 통해 해외 프로그램을 이용하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도중 하차하고 국내 유학원과 호주 현지 어학원을 상대로 500여만원의 피해 보상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해 한국소비자보호원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피해구제 1국 서비스팀 이경진 부장은 “유학원에 대한 지도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하고, 해외 학교에 실제 가보면 국내 알선 업체의 소개와 다른 경우가 많으므로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한 서면 계약서를 반드시 꼼꼼히 작성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데스크 시각] 새는 양날개로 난다/오일만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새는 양날개로 난다/오일만 경제부 차장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유학자 율곡 이이(李珥) 선생은 평생 ‘색깔론’에 시달렸다. 16세 때 어머니 신사임당의 죽음을 계기로 삶과 죽음에 대해 번민하던 그는 19세 때 금강산에 들어가 불경 공부에 매진한 시기가 있었다. 1년 남짓 그의 ‘방황’은 끝을 맺고 조선조 유교문화를 꽃피운 대유(大儒)로서 우뚝 솟은 인물이 됐다. 하지만 그가 한때 불교에 심취했다는 것 자체는 반대파들에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됐다. 유교사회에서 친불론자라는 딱지는 아마도 스탈린이나 마오쩌둥의 공산주의 시대 주자파(走資派)나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 당시의 공산주의자, 우리의 군부 독재시대의 ‘빨갱이’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격화되던 당쟁 속에서 사문난적으로 몰린 이이는 수차례 파직과 칩거를 거듭할 정도로 벼슬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성리학 이외의 모든 학문을 이단으로 몰았던 엄혹한 조선의 땅에서 이이는 불교는 물론 노자 사상도 과감하게 수용해 삼교합일(三敎合一)을 시도한 창조적인 지성인이었던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가 유학자로서 숭앙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이 선생의 인생 여정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종북좌빨’과 ‘보수골통’ 논쟁에서 보인 아쉬움 때문이다. 양자택일의 논리, 흑백의 이분법적 논리가 횡행하면서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변질되는 느낌이 짙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100년 전 소련의 볼셰비키나 히틀러의 파시즘처럼 섬뜩한 광기마저 엿보인다.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을 주장하는 온건진보 세력에도 종북이란 프레임으로 딱지를 붙이는 것은 21세기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사상논쟁과는 거리가 멀다. 건강한 국가는 경제적으로 중산층이 두꺼운 사회인 것처럼 이념적으로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용해야 한다. 새가 양날개로 나는 것처럼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선 보수와 진보는 서로 다른 가치를 인정하고 공존 속에서 서로가 경쟁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분단과 한국전쟁의 아픔을 겪은 우리로서 북한 접근법은 참으로 어렵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엔 하나의 민족이란 감정적 접근도 해봤고, MB정권은 지난 5년 가까이 적대적 국가로서 문을 걸어 잠그는 선택도 해봤다. 지난 15년을 돌아보면 이념적으로 이복형제 격인 남북한이 ‘원수로 지내면 안 된다’는 공존의 필요성을 보다 절실하게 깨닫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복지논쟁도 마찬가지다. ‘보편적이냐, 선택적이냐’를 놓고 진행되고 있는 우리의 복지논쟁은 그 자체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국가가 존립하는 한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궁극적으로 ‘패자 부활’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복지의 주요한 기능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논쟁은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편가르기 식으로 변질되고 있다. 복지를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고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큰 그림 속에서 복지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복지국가의 대표적 모델인 스웨덴을 보자. 그 많은 돈을 국민들의 복지에 쓰면서도 스위스 국가경영개발원(IMD)이 평가한 국가경쟁력(2012년)에서 5위에 올라 있다. 우리는 22위, 일본은 27위였다. 50%가 넘는 조세부담률을 기꺼이 수용하면서도 노동자의 실업과 기업의 도산을 당연시하는 엄격한 경쟁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관건이다. 진보적 색채가 강한 사회민주당과 경쟁력을 중시하는 보수당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공존의 정책을 만든 점에서 부럽기 그지없다. 차는 브레이크가 있어야 달린다. 브레이크가 망가지면 그 비싼 롤스로이스도 무용지물이다. 브레이크가 불안해도 속도를 내지 못한다. 튼튼한 브레이크는 질주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인 것이다. 공존의 묘미를 체득하지 못한 사회가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마도 백년하청(百年河淸)일 것이다. oilman@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16) 연산군과 김일손

    [선택! 역사를 갈랐다] (16) 연산군과 김일손

    세조의 치세가 열리는 길목은 가파르고 무서웠다. 많은 죽음이 널렸고, 한때의 임금은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목숨을 빼앗기고 제사도 받지 못하였다. 또한 문종의 현덕왕후까지 ‘왕이 아닌 자의 어미’라는 이유로 폐출되었다. 문종에 앞서 소릉에 묻혔기 때문에 ‘소릉폐치사건’이라고 한다. 공포와 쇠락의 시대, 김종직의 ‘조의제문’은 일탈과 분노의 서사였다. 세조의 공신들은 정변과 찬탈의 전리품을 즐겼다. 유학의 수기치인과 의리명분을 벗어난 화려한 외도였다. 역사의 상흔을 감추고 기억을 억압하였다. ‘사관의 이름을 적으면 바른 사초가 어렵다.’라고 말하는 관료들도 죽였다. 또한 남이의 옥사와 성종 즉위를 빌미로 공훈을 보탰다. 이들에게 세조는 ‘불세출의 중흥주’였다. 1478년(성종 9) 4월 이심원이 세조 공신의 퇴진을 상소하고, 이레 후 남효온은 소릉복위를 주장하였다. 철벽같은 권력에 대한 도전이며, 누구도 말하지 못한 금기를 들춘 것이다. 이심원은 성리학에 조예가 깊은 종친이며, 남효온은 태종 때 영의정을 지낸 개국공신 남재의 후예였다. 이 둘은 평소 친분이 깊었고, 논지는 서로 연속하였다. 새 정치 질서를 모색하자면 진실을 밝히고 상흔을 치유하자는 바람을 담았다. 기억운동, 역사운동의 시작이었다. ●왕실의 분란, 또 다른 비극을 잉태하다 남효온이 세조의 최대 흠결을 적시하며 국가의 도덕성 회복을 주장할 즈음 왕실은 원자를 낳은 중전 윤씨 문제로 분란에 휩싸였다. 중전 윤씨는 결국 폐서인되어 사저로 쫓겨났다가 3년 후 환란의 싹을 자른다는 포고문과 함께 사약을 받았다. 원자가 7살이던 1482년 8월 세자 책봉이 있기 반년 전이었다. 폐비의 묘는 버려지고 제사도 없었다. 1489년 5월 수호와 제사에 관한 방침이 처음으로 정해졌다. 수령이 주관하였으며, 기일제(忌日祭)가 아닌 명절의 속절제(俗節祭)였다. 물론 묘호나 사당도 없었다. 다만 제례의 물품만은 ‘죽은 왕비’의 예로 하였다. 세자의 마음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미래의 국왕을 배려한 고육책이었다. 폐비 윤씨를 제사지냈던 그해 겨울 남효온이 경상도 의령에서 ‘육신전’을 탈고하였다. ‘사육신충신론’이었다. 이듬해(1490) 3월 김일손은 경연에서 “노산군은 유약하여 책무를 이기지 못하였을 뿐이지 종사에 죄를 짓지 않았음”을 이유로 입후치제(立後致祭)를 건의하였다. 이때 무오사화로 밝혀진 사초를 작성하였다. “노산군의 시체를 숲 속에 버려서 한 달이 지나도 거두는 자가 없자 까마귀와 솔개가 날아와 쪼았는데, 한 동자가 밤에 짊어지고 달아나서 물에 던졌는지 불에 던졌는지 알 수 없다.” ‘세조실록’의 ‘예로서 장사 지냈다.’는 사론과는 전혀 달랐다. 그리고 ‘김종직이 과거 들기 전에 꿈속에서 보고 느낀 바가 있어 충분(忠憤)을 부쳤다.’는 평가와 더불어 ‘조의제문’ 전문을 옮겨 놓았다. 또한 현덕왕후의 복위를 상소하고는 사초에 “소릉의 관을 바닷가에 버렸다.”고 적었다. 몰래 살폈던 길 위의 노래, 억압된 기억과 기록을 사초에 담았던 것이다. 왕조실록에 실리면 노래는 불멸의 증언이 되고 야사는 국가의 정사가 된다. ●치유와 화해로 미래를 열어야 김일손은 일찍부터 문명이 높았다. 1486년 식년문과에 제출한 ‘중흥대책’(中興對策)은 인구에 비장하였다. 여기에 역대 왕조의 일치일란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하면서 당대를 ‘중쇠’(中衰)로 규정하였다. 중쇠에서 중흥의 기회로 삼는 길은 간명하였다. “천지의 억울함을 풀고 일월의 어둠을 걷어내야 비로소 기강과 법도가 찬연하게 수복되고 예악문물이 가지런히 거행되고 마침내 중흥할 수 있다.” 즉 과거의 상흔을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한 것이다. 재야의 역사운동이 조정에 점화하였다는 의의가 있다. 한편 역사운동은 과거로 돌아가기가 아니라 과거에서 교훈 찾기였다. 김일손은 심온 일가를 멸문시키고도 중궁 심씨는 끝까지 보전한 태종의 도량을 새삼 되살렸다. 또한 두 왕자를 부왕에게 희생된 방번ㆍ방석의 후사로 삼아 제사 지내게 하였던 세종의 인정과 고려 왕씨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하여 숭의전을 세운 문종의 관용을 추앙하였다. 그만큼 좋은 정치, 어진 임금을 향한 바람이 컸던 것이다. 남효온도 사육신을 희생시킨 세조를 광명의 군주로 리메이크하고 싶은 염원이 강렬하였다. “육신으로 하여금 금석 같은 단심을 지키며 강호에 물러나 살게 하였다면, 상왕의 수명도 연장할 수 있었고 세조의 치세는 더욱 빛났을 것이다.” 이렇듯 역사운동은 증오와 분열을 마감하고 화해와 미래를 향한 소망을 담았다. 예나 지금이나 다를 수 없다. 세자는 처음부터 국왕 수업을 감당하지 못하였다. 공부를 싫어하고 환관들과 희롱하기 일쑤였다. 장성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부왕의 훈계가 두려워 시강원에 나가더라도 건성이었고, 관료가 공부라도 독려할라치면 얼굴을 찌푸리며 배척하였다. 기본경전 ‘사서’를 멀리했다. 읽지 않는 것보다 낫겠지만 방대한 ‘명신언행록’을 뒤적일 따름이었다. 날이 지날수록 유희는 심해졌다. 성종도 걱정이 많았다. 인정전 연회에서 우찬성 손순효가 반쯤 술에 취하여 용상 아래 엎드려 무언가를 아뢰고 임금도 몸을 굽혀 화답한 적이 있었다. ‘성종실록’ 21년 8월 22일 기사인데, 너무 소리가 작아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폭군의 맨얼굴 신왕은 경연에 소홀하고 국정에도 별반 관심이 없었다. 대신 생모의 추복에 적극적이었다. 먼저 영사전(永思殿)에서 기일제를 지내고 분묘를 천장하고 ‘회묘’(懷墓)라 하고 ‘효사묘’(孝思廟)를 지었다. 신왕 즉위 6개월, 김일손은 시무개혁안 26조를 올렸다. 이때 국왕의 마음 공부를 기본으로 ‘내수사 혁파’ ‘공물 감액과 공안 개정’ ‘사관제도 확대’ ‘제조제의 혁파’ ‘천거제의 확대’ ‘어진 종친의 발탁’ 등을 제안하였다. ‘경국대전’을 보완하는 구상으로 차세대 기묘사림도 개혁과제로 삼았다. 물론 소릉 복위도 포함하였다. 신왕의 반응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김일손은 멈추지 않았다. 왕실 전래의 불교의식인 수륙재 반대에 앞장섰다. 이단을 반대한다는 것보다는 백성을 위한 일이 아니면 복을 빌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외척을 우대하는 인사방침이나 폐비 제사도 반대하였다. 신왕은 싸늘했다. “총명을 조작하며 옛 법을 어지럽히지 말라.” 또한 “김일손은 나를 용렬하다고 여겨서 섬기려 하지 않을뿐더러 임금을 아끼는 마음도 없다.”고 비난했다. 결국 김일손은 소릉복위소를 마지막으로 조정을 떠났다. 1498년 봄 모친상을 끝낸 김일손은 고향 청도를 떠나 함양 남계로 옮겼다. 정여창이 살던 마을에서 멀지 않게 정사를 마련하고 서로 강론하고자 함이었다. 김일손은 여기에서 한성으로 압송되었다. 국왕은 모질었다. 처음에는 사초에 나오는 궁중 비사의 출처와 이유를 캤다. 그러다가 추국 3일 만에 유자광이 ‘조의제문’을 풀이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김일손 등은 능지처사되고 김종직은 부관참시였다. 또한 수기철학을 실천하던 도학자까지 난언과 붕당죄로 걸렸다. 무오사화는 왕실과 훈구세력의 비판 언론과 실천 도학에 대한 국가폭력이었다. 정국은 일순 얼어붙었고 국왕은 정국주도권을 틀어쥐었다. 그래도 뜻대로 폐비 복위는 쉽지 않았다. 많은 신료가 성종의 유지를 내세워 반대한 것이다. 겁박으로 제헌(齊憲)란 시호를 얻어내고 회묘는 회릉(懷陵)으로 높였다. 그리고 폐비사건에 직간접으로 연관된 신료에게 보복하였다. 그동안 무오사화를 처결하고 폐비 추숭을 진행한 윤필상 등 훈구원로나 이미 세상 떠난 세조의 으뜸 공신 한명회까지 참화를 입었다. 또한 국왕의 뜻을 거슬렀던 삼사언론을 ‘능상’(上)으로 처벌하였다. 국왕은 스스로 공도(公道)의 주인임을 포기하였다. 과거로 인재 뽑듯 ‘흥청망청’ 각처 기생을 끌어오는 ‘도가니’ 세상을 연출한 것이다. 민심이반은 심각하고, 군신관계는 결딴났다. 신하들은 묵언패를 걸고 전전긍긍, 생존게임이 벌어졌다. ●자신을 세우지 않고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없다 국왕 재위 12년 여름 전라도에서 유배객 김준손·이과·유빈 그리고 옥과현감 김개 등이 반정의병을 준비하였다. 9월 15일 남원 광한루에 출정하기로 하였다. 도성의 성희안·유순정에게도 알렸다. 반정과 반란의 길목에서 혼선을 막고 경중 호응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9월 1일 김개가 격문을 가지고 도성으로 향하였다. 여의치 않으면 진성대군을 호위하여 내전에 대비할 요량이었다. 바로 이날 밤, 도성의 반정세력이 궁궐을 장악하였다. 인심을 잃으면 임금도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 일대 사변, 중종반정이었다. 국왕은 연산군으로 강등되어 쫓겨났다. 그런데 전라도의 거사에 앞장선 김준손은 김일손의 백형이었다. 연산군과 김일손은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관점과 방향이 정반대였다. 선택과 방식도 천양지차였다. 김일손이 진실을 통하여 상흔을 치유하고 미래가치를 지향하였다면, 연산군은 개인적 분노와 욕심으로 엄청난 폭력을 동원하며 보복하였다. 한편은 관용의 진보이며 다른 한편은 파괴의 퇴행이었다. 이렇게 갈리는 근본은 무엇이며, 교훈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극기복례, 수기처신(修己處身)의 마음 공부가 아닐까? 이종범(조선대 사학과 교수)
  • 檢이 불구속 기소한 황철증, 法이 징역 내리고 법정구속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대웅)는 15일 컴퓨터 컨설팅업체 대표 윤모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3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황철증(48) 전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3500만원, 추징금 3470여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황씨는 직무상 영향력을 이용해 3000만원이 넘는 뇌물을 받았으며 돈도 먼저 요구했다.”면서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하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어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황 전 국장은 2010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컨설팅 용역 청탁과 함께 윤씨로부터 자녀 유학비 명목으로 600만원을 받는 등 모두 26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카드 두 장을 건네받아 백화점 등에서 870여만원어치의 물건을 구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킨텍스 국제행사 유치 ‘봇물’ 가스텍 등 유명전시회 예정

    킨텍스가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를 잇따라 유치하고 있다. 킨텍스는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산업 관련 국제행사인 ‘가스텍(Gastech) 2014’를 미국, 브라질과의 치열한 경합 끝에 유치했다고 15일 밝혔다. 전시 면적이 4만㎡를 넘어 우리나라가 유치한 역대 최대 국제순회전시회로 기록되고 있다. 아시아부직포협회(ANFA)가 주최해 지난 13일부터 3일간 열린 제5회 아시아부직포산업전시회 역시 부직포 관련 세계 최대 전문 순회 무역전시회로 손꼽힌다. 이 전시회는 그동안 일본 도쿄와 중국 상하이에서 3년 주기로 순회 개최됐었으며 유럽의 INDEX, 미주 지역의 IDEA와 더불어 세계 3대 부직포 관련 전시회로 유명하다. 이 밖에 내년 3월에 열리는 ATE(Automotive Testing Expo)는 자동차 성능 테스팅 분야 유명 국제 전시회로 꼽히며 지난 2월 1차에 이어 올 11월 2차로 열리는 IEF2012(Indian Education Fair2012)는 국내 최초 인도 전문 유학박람회다. 국제 대형 전시회를 유치하면서 외국인들의 킨텍스 방문도 크게 늘었다. 2010년 280만명으로 한때 급감하기도 했으나 2008년 240만명에서, 2009년 361만명, 2011년 397만명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한철 킨텍스 대표이사는 “국제행사 개최와 관련된 주요 의사 결정권자들을 초청해 킨텍스의 선진 전시시설을 직접 보여주는 것만큼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은 없다는 판단 아래 그동안 주한 해외 공관 및 기업 관계자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온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페이스북 개인정보 ‘핀셋 마케팅’ 표적 주의

    전 세계인이 이용하는 페이스북에 올린 개인정보가 일부 업체들의 마케팅에 악용되고 있다. 개방성을 전제로 개인정보를 공개해 다양한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맺을 수 있는 페이스북의 장점이 역이용되고 있는 것. 수시로 날라오는 광고 메시지 때문에 이용자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생 김모(23·여)씨는 한 달 전 페이스북에서 ‘특별한 파티에 초대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해외 유학생과 국내 상위권 대학생, 전문직 종사자들만을 특별히 초대해 청담동의 한 클럽에서 하이클래스 파티를 갖는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주최 측이 정한 대학에 다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개인정보를 이용했다는 생각에 불쾌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전부 올려놨었다. 페이스북에는 생일·혈액형·거주지·출신지와 출신 학교·결혼 유무 등 다양한 개인정보를 올릴 수 있다. 물론 이런 개인정보를 모두 공개하거나 비공개로 설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많이 공개하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과 친구를 맺을 수 있어 적잖은 가입자들이 개인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트위터리안 @hi****은 “이상한 이벤트 초대 쪽지도 엄청 와서 불편하다.”는 글을 남겼고, 또 다른 트위터리안 @Le****은 “계정을 삭제했다. 초대도 많고 이상한 그룹들도 많다. 처음의 페이스북이 좋았는데…혼잡한 도로에 신호등이 없는 느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배운철 소셜미디어 전략연구소 대표는 “페이스북은 개인정보를 많이 공개할수록 다른 사람과의 관계성이 확장되는 특성이 있는데, 일부에서 이를 이용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개방성을 악용하는 업체가 늘고 있으므로 이용자들이 알아서 개인정보를 비공개로 하는 등 스스로 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남의 말 들어주면 내가 위로받아 행복한 관계는 그렇게 시작”

    “남의 말 들어주면 내가 위로받아 행복한 관계는 그렇게 시작”

    “남의 말을 들어주면 내가 위로받습니다. 행복한 관계는 그렇게 시작합니다.” 15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 정부 고위관료들 앞에 선 30대 젊은 스님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고위공무원단 62명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 특강의 강사는 미국 햄프셔대 종교학교수인 혜민(38) 스님이다. ●“마음 들여다보면 어려움 푸는 실마리 찾아” 그는 “남을 의식하지 말고 자기 삶을 살라.”면서 “우리가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어떨지를 너무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보다는 나 자신에게 관심을 두라.”면서 “그러려면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보내 보라. 어려움을 푸는 실마리는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위공무원들에게 혜민스님은 또 “똑같이 출발했는데, 누구는 나보다 더 빨리 승진했고, 누구는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고 힘들어진다.”면서 “그보다는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누구나 겪는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냐하면, 혼자 있으면 지금의 고통이 나만 겪는다고 생각하는데 같이 있으면 그 친구가 ‘나도 겪었다’ 또 ‘이것도 지나간다’고 일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나와 모든 우주가 연결돼 있다는 걸 확인하고 인식할 때 우리는 행복해진다.”면서 “그러려면 우선 서운한 감정, 불편한 감정을 쌓아놓지 말고 사실대로 말하고, 또 자신의 모자란 점을 인정하고, 화가 난다는 감정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멈추면… 보이는 것들’ 11주째 베스트셀러 1위 스님이 밝힌 행복해지는 비결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남이 하는 이야기를 공감하는 것. 이것이 자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라고 스님은 강조했다. 그가 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수필집은 한국출판인회가 집계한 베스트셀러 1위를 11주째 차지하고 있다. 50만권 이상 팔렸다. 또 트위터 팔로어가 18만 6000여명에 이를 만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도 왕성하다. 이곳에서 그는 글을 주고받으며 적극적으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하버드대 유학중 친구 죽음 계기로 출가 혜민 스님은 하버드대 유학생활 중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2000년 출가했다. 이후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보컬 말로·피아노 조윤성 내일 올림픽홀서 ‘知音의 재즈향연’

    보컬 말로·피아노 조윤성 내일 올림픽홀서 ‘知音의 재즈향연’

    ‘지음’(知音)이란 말이 있다.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수 백아가 높은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을 연주하면 그의 벗 종자기는 “하늘을 찌를 듯한 산이 눈앞에 나타나 있구나.”라고 말했다. 백아가 흐르는 강물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눈앞을 지나가는 것 같구나.”라며 감탄했단다. 굳이 말이 필요 없는 경지다. 지난 1월 말 서울 마포구 서교동 복합문화공간 벨로주에서 있었던 보컬리스트 말로(41)와 피아니스트 조윤성(39)의 공연 영상을 유튜브에서 봤을 때 이 고사가 떠올랐다. 말로가 흥에 겨워 현란한 스캣(무의미한 음절로 가사를 대신해 리드미컬하게 흥얼거리는 것)을 쏟아내면 조윤성은 더도 덜도 않고 딱 그만큼의 흥겨움으로 받아 냈다. 누구도 말은 안 했지만 수천, 수만의 대화가 오고 갔다. 무대 위에서 척척 통하는 둘이지만 재즈를 만나기까지 걸어온 길은 전혀 달랐다. 말로는 대학(경희대 물리학과) 2학년까지 재즈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차인표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영향으로 어딜 가나 재즈풍 음악이 흘러나오던 무렵 우연히 커피숍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할 만큼 재능이 넘쳐나던 그는 본격적으로 재즈를 파기 시작했고 1995년에는 버클리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반면 조윤성은 재즈를 위해 태어났다. 한국 재즈 1세대의 대표 드러머인 조상국씨가 그의 부친. 덕분에 어린 시절 재즈 대부 이판근을 사사했다. 12살 때 온 가족이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갔는데 재즈를 더 잘하려면 클래식 화성과 기초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아르헨티나 국립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2001년 남캘리포니아대의 ‘텔로니어스 멍크(유명 재즈 피아니스트) 인스티튜트’ 장학재단 지원 프로그램에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뽑혔다. 미국의 유명한 실용음악 대학인 엠아이(MI)에서 8년 동안 강의도 했다. 둘의 첫 만남이 이뤄진 건 올 초. 재즈 가수 써니 킴의 결혼식에 조윤성은 축하 연주를 위해, 말로는 하객으로 찾았다. 말로는 “4~5년 전부터 소문이 자자했다. 동료들이 하나같이 ‘조윤성이랑 같이 작업했는데 굉장했다. 같이 해 보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결혼식에서 딱 마주친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성은 “나도 말로씨가 궁금했다. 첫인상은 날카롭고 깐깐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말로가 눈웃음을 치며 “첫인상은 요조숙녀 느낌 아니었어.”라고 하자 조윤성은 “실제로도 깐깐하다.”고 받아쳤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고수인 만큼 처음 호흡을 맞췄던 순간이 궁금했다. 말로는 “연주를 잘하는 분들과 작업할 때 나는 노래, 그분들은 연주만 한다. 각자의 섬에 머물다가 이따금 충돌한다. 그런데 윤성씨는 달랐다. 늘 내 보컬에 묻혀 있다. 신기한 건 튀려고 안 하는데 아주 잘 친다. 첫 연습이 끝나고 집에 오는 내내 흥분이 가시지 않아 소리를 질렀다.”며 웃었다. 이어 “연습이든 리허설이든 항상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는 보물창고다. 늘 모험심을 자극해 나 역시도 현실에 안주할 수가 없다.”고 추어올렸다. 조윤성도 뒤질세라 말을 받았다. “노래에 대한 집중력, 재즈의 스윙감, 에너지가 넘쳐흘러 자극을 줬다. 말로씨는 내가 잘 받쳐준다고 했지만 실은 반대다. 어떤 타이밍과 리듬, 편곡을 꺼내 놓든 척척 받아 낸다. 보컬은 악기보다 즉흥 연주의 폭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분은 목소리의 한계를 초월했다. 다재다능하다.”고 말했다. 클럽 공연 한 번으로는 아쉬웠다. 16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둘이 뭉치는 까닭이다. 조윤성은 “말로씨를 피아노 혼자 상대하긴 버거워서 육해공군을 다 부른다. 베이스와 드럼, 퍼커션 세션이 함께 나선다.”고 설명했다. 말로는 “육해공군 불러 놓고 윤성씨가 날아다니려고 그러는 것”이라고 첨삭을 했다. 둘은 ‘보스 사이즈 나우’(Both sides now) ‘올 바이 마이셀프’(All by myself) 같은 팝 명곡과 살사·탱고·레게·플라멩코 등의 라틴 음악은 물론 ‘신라의 달밤’ ‘벚꽃지다’ 등 말로의 노래도 선보인다. 4만 4000원. (02)3143-5480.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우리 함께 분쟁종식 평화메시지 보내요”

    전쟁의 아픔이 서린 강원 화천에서 제1회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이 15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화천군은 14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고 세계의 분쟁 종식을 기원하며 전 세계인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 축전을 매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사 첫날에는 화천읍 붕어섬에서 개회식을 시작으로 화천홍보대사인 이외수 작가와 화천군의 도움으로 한국유학 중인 에티오피아의 세보카와 레디엣 버거슈가 참여하는 평화토크콘서트가 진행된다. 16일에는 평화의 댐 세계평화의 종 공원에서 열리는 백일장에 500여명의 학생, 일반인, 주한 외국인 학생들이 참여해 실력을 겨룬다. 백일장은 표절작과 예상창작물들을 배제하기 위해 주제어를 제시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대회 당일 시놉시스를 제시해 진행된다. 입상자 30명에게는 대통령상 1000만원을 비롯해 모두 2730만원의 상금을 준다. 이어 오후 6시 30분부터는 붕어섬 야외 특설무대에서 비목 콩쿠르 10주년 기념음악회에 이어 김제동, 윤도현밴드, 김C 등이 출연하는 평화의 종 콘서트가 열린다. 야외무대 주변에서는 화천산 농특산물과 가공식품 시식회도 열릴 예정이다. 행사 마지막 날인 17일에는 문학축전 참가자 평화사절단 위촉식과 최종심사 결과발표, 시상식이 열린다. 정갑철 군수는 “올해 처음 선보이는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은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 정부 각 부처의 도움으로 해마다 열기로 했다.”면서 “비목문화제에 이어 호국보훈의 달에 뜻깊은 행사로 정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화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마약상으로 전락한 조기유학생

    미국 조기유학에 실패, 방황하던 20세 남성이 유학시절 접했던 신종 마약을 온라인을 통해 국내로 들여와 팔다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14일 분말 형태의 합성 대마 일종으로 스파이스나 스컹크로 불리는 ‘JWH-018’을 강남, 홍익대 앞 등의 클럽에서 판매한 이모(20)씨와 이를 구입해 흡연한 미국 유학생 최모(22)씨 등 11명, 모두 12명을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씨가 팔고 남은 시가 1905만원어치의 스파이스 381g을 압수했다. 이씨는 지난해 9월 18일 해외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에서 스파이스 33g가량을 300달러에 구입, 국제택배로 밀반입한 뒤 시중 찻집에서 산 말린 찻잎 500g(1회 사용량 1g)과 섞어 흡연할 수 있는 형태로 제조해 유학생 및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g당 5만원에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15일 TV 하이라이트]

    ●고향극장(KBS1 밤 7시 30분) 전남 순천시 낙안면 사람들은 이모작으로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농사는 뒷전이고 놀고 즐기는 데에만 온 신경을 쏟는 세 남자가 있다. 바로 순천 베짱이 3인방이다. 한낮 보리밭에서 보리 서리는 이들에겐 기본이다. 또 하우스 일을 도와주겠다며 오이에 토마토까지 먹고 달아나는 대범함까지 보인다. ●스펀지(KBS2 밤 8시 50분) 새로 이사 온 집에서 행복한 나날도 잠시, 자꾸만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에 이제는 집이 공포스러운 공간으로 느껴진다. 밤마다 괴롭히는 악몽과 핏물 섞여 쏟아지는 수돗물, 의문의 소리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한편 유명한 심리학자 레이먼드 무디 박사가 추천한 귀신 보는 방법을 브레이브걸스와 함께 직접 실험해 본다. ●스탠바이(MBC 밤 7시 45분) 시완은 우연히 진행이 여자를 만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데 정우로부터 그 여자가 진행의 애인이며, 시완이 신경쓰여 몰래 만나고 있었다는 말을 듣는다. 이에 시완은 진행을 위해 집을 나가기로 마음먹는다. 한편 수현은 석진, 기우와 함께 직장인 밴드 ‘김수현과 석기시대’를 결성하고 석진은 수현에게 제대로 점수를 따려 한다. ●궁금한 이야기 Y(SBS 밤 8시 50분) 지난 5월 사이클 선수 정수정양은 경북 의성군의 한 국도에서 훈련 중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리고 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녀의 사망보험금을 둘러싸고 새엄마와 친엄마 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났다. 각종 언론에서는 11년 전, 이혼하고서 소식이 없던 생모가 나타나 보험금 절반을 챙겨 갔다고 보도했다. ●금요극장-여름연가(EBS 밤 12시 5분) 말레이시아의 한적한 시골에 사는 올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소녀이다. 영국 유학을 다녀온 올케의 부모는 보통 이슬람 가정과 달리 가부장적이지 않은 가정을 이루고 살아간다. 또 부부간의 애정표현에도 자유롭고 가정부와도 가족처럼 지낸다. 하지만 마을에서는 올케의 가족을 서양물이 든 집안이라고 수군대는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OBS 밤 11시 5분) 도쿄에서 백수 생활을 하던 쇼에게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온다. 바로 행방불명됐던 그녀의 고모 마츠코의 유품을 정리하라는 전화였다. 쇼는 유품을 정리하던 중 마츠코가 이웃들에게 혐오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과연 중학교 교사로 일하던 마츠코에게 지난 25년간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천광청·리왕양 이어 불법구금 中 인권운동가 ‘펑정후’ 다시 주목

    천광청·리왕양 이어 불법구금 中 인권운동가 ‘펑정후’ 다시 주목

    미국 유학길에 오른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과 타살 의혹이 일고 있는 중국의 반체제 인사 리왕양(李旺陽)의 죽음을 계기로 불법구금돼 있는 중국 내 인권운동가들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제2의 천광청(陳光誠)으로 불리는 반체제 인사 펑정후(馮正虎)가 인권운동가들을 구금 중인 지방정부의 행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주목된다. ●펑정후 “리왕양처럼 자살하지 않을 것” 펑정후는 최근 한 홍콩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리왕양과 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지만 결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 (시각장애 인권운동가 천광청처럼) 출국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 (반체제 인사 리왕양처럼) 자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11일 명보가 전했다. 펑정후도 리왕양처럼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반체제 인권운동가다. 다만 리처럼 바로 투옥되기보다 중국 공안당국의 탄압을 피해 1990년대 초 일본으로 건너갔다 1999년 상하이(上海)로 돌아왔다. 2009년 4월 일본인과 결혼한 여동생을 만나러 일본으로 갔다 중국 정부에 의해 입국이 불허되면서 92일 동안 일본 나리타공항 보안구역에서 침낭생활을 하며 귀국 요구 농성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고국에 돌아온 직후 가택연금 생활이 시작됐다. 2010년 ‘나는 고소한다’는 인권운동을 벌인 게 화근이 됐다. 천광청 미 대사관 피신사건에 이어 톈안먼 사건 23주년까지 겹치면서 감시가 한층 강화됐다. 상하이 인권운동가 추이푸팡(崔福芳)은 “천광청 사건 이후 펑이 탈출할 것을 우려해 펑의 집 대문과 창문마다 폐쇄회로 카메라가 설치된 것은 물론 인근 방범용 폐쇄회로 카메라마저 모두 펑의 집 쪽으로 향하도록 방향을 바꿔놨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펑은 인터뷰에서 “지금껏 컴퓨터 13대를 몰수당했으며 행여 종이쪽지에 글을 써서 창 밖으로 던질까 봐 집에 종이도 한 장 남겨 두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2010년부터 그를 연금하는 데 든 예산만 200만 위안(약 3억 6600만원)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中 “인권 갈 길 멀다” 시인… 계획안 발표 한편 중국 국무원은 이날 중국의 두 번째 인권 발전 계획안인 ‘국가 인권행동 계획 2012-2015’에서 “역사·문화적 제약에다 현재의 경제·사회적 발전 수준을 감안하면 중국의 인권 발전은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완전한 인권 향유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진단한 뒤 “인권보장의 제도화와 법치화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영주 부석사 옆 체험관광단지 조성

    한국 화엄사상의 근본 도량인 경북 영주 부석사 주변에 대규모 관광지가 조성된다. 경북도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총 359억원(국비·지방비 각 50%)을 들여 영주시 부석면 북지리 24만여㎡(7만 3000여평)에 역사·문화· 산림·생태 체험 등의 시설을 갖춘 관광지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도는 의상대사와 부석사의 창건을 도운 당나라 여인 선묘낭자 이야기를 활용한 역사·문화체험 공간, 기존 상가를 한옥 형태로 리모델링한 편익·문화체험 공간, 주차장에서 부석사까지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산림·생태 체험공간을 각각 조성할 예정이다.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부석사는 국보 5점을 비롯해 보물 6점, 유형문화재 2점을 보유한 천년고찰로 연간 75만명이 찾고 있으나 관광객 체험시설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도는 부석사 주변에 관광 인프라가 확충될 경우 인근의 한국문화선비수련원 등과 연계돼 중부내륙권의 관광거점으로 발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구체적인 사업비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전체 사업 부지의 66%를 점유한 사유지 매입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돼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전화식 도 관광진흥과장은 “최근 들어 부석사를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인근에 민간이 펜션을 우후죽순처럼 건립하는 등 난개발이 크게 우려된다.”면서 “이 같은 문제 해소와 관광객 체험시설 확충을 위해 관광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부석사에는 창건과 관련한 애틋한 사랑의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그를 흠모한 여인 선묘가 용으로 변해서 절을 지을 수 있게 도왔다는 전설이다. 지금도 부석사를 대표하는 건물로 현존하는 국내 목조 건축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 받는 무량수전 뒤에는 선묘상을 모신 선묘각이 있어 전설을 뒷받침해 준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새누리, 재외선거인 우편등록 허용 추진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은 7일 재외국민선거 때 해외 영주권을 가진 재외선거인들이 공관에 직접 찾아오지 않고도 투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 처음 치러진 재외선거에서 선거등록률과 투표율이 매우 저조했던 점을 고쳐 보자는 뜻에서다. 총선 당시 전체 재외투표 선거인은 223만 3193명으로 예상됐지만 이 가운데 2.53%에 불과한 5만 6456명만 재외선거 등록신청을 마쳤다. 특히 유학생이나 해외주재원 같은 국외부재자의 83.9%(10만 4387명)가 투표신청을 한 데 반해 재외선거인은 16.1%(2만 37명)만이 등록을 한 것에 초점을 맞췄다. 개정안은 재외선거 투표신청을 국외부재자 신고와 마찬가지로 공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도록 했다. 현재 ‘직접 공관을 방문하여’라고 돼 있어 재외선거인들은 투표할 때까지 총 두 번 공관을 오가야 했다. 서 총장은 이를 ‘공관을 경유하여’라고 고쳐 선관위 직원들이 재외선거인 거주지역을 방문하거나 우편을 통해 투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개정안은 또 국외부재자 신고 및 재외선거인 등록 신청 기간을 현재 선거일 전 150일부터 60일 전까지에서 선거일 전 1년부터 60일까지로 연장하도록 했다. 올해와 같이 총선과 대선이 1년 안에 치러지는 경우 대선에서는 투표신청을 하지 않고 선관위에서 변동사항이 있을 경우에만 수정해서 명부를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달려가 뽀뽀하고 싶은 충동… 다음부턴 좀더 송금하려 한다오”

    “달려가 뽀뽀하고 싶은 충동… 다음부턴 좀더 송금하려 한다오”

    ‘…가까운 거리에 있다면 달려가 뽀뽀하고 싶은 충동이 나를 엄습하는군요.(…)모두 송금을 시키는 것이 좋겠지만 송금에는 한정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다음부터는 좀더 보내려 한다오.(3만원 정도)’ ‘상관으로부터 신임을 받고 부하들로부터도 존경을 받는 한국의 장교가 되려고 노력하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맹호부대 소속 정영환 대위는 죽음과 죽임의 공간에서는 한 명의 용감한 군인이었지만, 실상 그는 고국에 두고 온 아내를 그리워하는 젊은 지아비였고, 아내의 뱃속에 생겼을지 모를 아이를 그리워하는 예비아빠였고, 빚에 쪼들리는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타국의 전쟁에 뛰어든 생활인이기도 했다. ●전장에서도 살림걱정… 꾼 돈 조목조목 적어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은 호국·보훈 관련 민간기록물 가운데 정영환(72·강원도 홍천군)씨가 전선에서 아내에게 보낸 애틋함이 뚝뚝 묻어나는 편지 세 통을 공개했다. 호칭의 변화가 먼저 눈에 띈다. ‘순영 아가씨’라는, 아마도 연애시절 부르던 호칭을 쓰던 첫 편지와 달리 두 번째 편지는 ‘사랑하는 아내’로 시작했다. 그리고 세 번째 편지에서는 ‘은경 모’로 바뀌었다. 아이가 생겼음을 말해준다. ‘순영 아가씨 보우.’라는 살가운 호칭으로 시작한 첫 편지는 자신의 방을 먼저 소개하면서 ‘모두가 미군물자니까 일유(일류) 고급호텔 부럽지 않다오.(…)환경이 이렇게 좋고 보니 고국에서 고생하는 당신 생각이 더 나는군요.’라고 남편을 전선으로 떠나보낸 뒤 걱정하고 있을 아내를 안심시킨다. 두 번째 편지에서는 ‘방앗간집과 경희네, 석규네’ 등에서 꾼 돈을 조목조목 적고 베트남 현지에서 보낼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적은 뒤 ‘더 빚지지 않게끔 차근차근히 갚도록 해봅시다.’라고 적었다. 편지 말미에는 ‘애기가 배에 없는지 궁금. 있었으면 바라는 마음’이라고 조그맣게 썼다. 그 다음 편지는 시간이 한참 지난 뒤다. 1972년 마지막날 부친 편지는 ‘은경 모’로 시작한다. 아이를 낳아 ‘은경이’라는 이름을 지었음을 알게 한다. ●6·25전쟁때 장인·장모에게 보낸 편지도 국가기록원은 정영환 대위의 편지 외에도 ‘유학성’이라는 군인이 6·25전쟁 당시 장인, 장모에게 보낸 편지도 함께 공개했다. 편지에는 빙부·빙모를 방언인 병부·병모로 표현했다. 유학성은 눈이 내리는 동지(冬至)에 전선에서 장인·장모를 비롯한 처가 식구의 안부를 물으며 “병모님의 염려 덕택으로 잘 지내고 있으며 맡은 바 군 복무에 노력하고 있으니 저에 대해서는 조금도 염려하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목민심서 유배 초기부터 썼다”

    “목민심서 유배 초기부터 썼다”

    다산 정약용(1762~1836) 탄생 250주년을 맞아 한국한문학회와 한국실학학회·실학박물관이 공동 개최하는 ‘다산 연구의 새로운 모색’ 학술세미나가 9일 서울 안암로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다. 올해 열리는 다산 관련 학술 대회 중 가장 큰 규모로 박철상 고문헌연구가와 이헌창 고려대 교수, 김용흠 연세대 교수, 이영호 성균관대 교수, 박종천 한국국학진흥연구원 등 23명이 발표에 나선다. ●박철상 고문헌연구가 “미경당, 다산의 다른 호” 세미나에서 박철상 고문헌연구가는 새로운 자료 ‘선암총서’(船菴叢書)를 발굴해 목민심서(牧民心書)의 저술시기를 정정하고 저술과정을 검토하는 소논문을 발표한다. 선암총서는 2권 1책 46장의 필사본으로 누가 편찬한 책인지 명확히 나타나 있지 않지만, 여기에 목민심서 일부(작은 사진)가 수록돼 있어 주목받았다. 특히 이 필사본 속의 목민심서는 1902년 근대적 인쇄로 제작·보급된 목민심서 목차나 글의 배열 등과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박 고문헌연구가는 5일 “선암총서의 선암은 다산의 강진읍 제자 중 선암(船菴) 손병조가 엮은 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선암총서의 표지에는 선암 외에 미경당(味經堂)도 병기 돼 있는데 박 고문헌연구가는 “다산의 또 다른 호가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강진읍 제자들은 이후 다산초당의 제자들과 다른 사람들이다. 현전하는 목민심서는 1810년대 중반부터 시작돼 1818년 완성되고, 3년 뒤인 1821년 봄 서문을 붙여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1801~2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선암총서의 존재 덕분에 다산이 목민심서를 유배 초기부터 준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고문헌연구가는 “목민심서의 초기 형태로 추정된다.”면서 “목민심서가 유배지에서 단기간에 기획하고 만든 책이 아니라, 다산이 지방관 시절부터 계획하고 준비한 저작으로 20년 이상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역작이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산은 목민심서 서문에서 ‘심서’는 백성을 다스릴 마음은 있으나 몸소 실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써놓았다.”면서 “다시 말해 더이상 백성을 다스릴 수 없게 된 시점, 즉 유배 직후에 목민심서의 저술이 시작됐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목민심서에 대한 해석을 “단순한 지방행정의 실무교본이 아니라, 문사철(文史哲)이 융합된 다산 사상의 결정체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헌창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산 정약용의 국가제도론에 대한 일고찰’에서 “다산이 붕당의 폐해를 절감하고 이를 극복하면서 부국강병을 유효하게 추진하는 국가 건설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고, 또한 과학·기술·제도 등에 관한 유용한 지식을 제시한 점에서 조선시대 지력을 한 차원 높게 성장시켰다.”면서 “다산의 사상이 유학적 사유를 벗어나는 근대지향적 요소를 담기도 했지만, 동시기 유럽의 근대사상과의 격차가 가볍지 않았고, 전통 유학사상과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단순 행정교본 아닌 사상의 결정체” 김용흠 연세대 강진다산실학연구원 교수는 ‘다산의 국가 구상과 정조 탕평책’이란 논문에서 “‘조선후기 실학’을 정치에서 소외된 재야 지식인의 사상으로 규정하는 통설은 편견”이라며 “실학과 탕평책 사이의 합당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정조 탕평책의 관건이었던 사도세자의 복권과 추숭 과정에서 정약용 등이 정조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당쟁이 무의미한 권력투쟁으로 일관한 것이 아니라, 양난기 이래 국가의 대내외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으로 치열하게 시도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당색을 불문하고 국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시켜 계급 모순을 해소함으로써 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도모하려고 구상했던 점을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글로벌 시대] 아시아와의 거리를 좁혀가는 호주/황중하 코트라 시드니 무역관장

    [글로벌 시대] 아시아와의 거리를 좁혀가는 호주/황중하 코트라 시드니 무역관장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각국의 삶의 질을 나타내는 행복지수를 측정한 결과, 호주가 조사 대상국 36개국 중 1위를 차지하였다. 호주는 1939년 영국에서 독립하여 독자적인 외교·행정권을 갖고 있는 엄연한 독립국가이면서도, 영국연방의 일원으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형식상의 국가원수로 하며 여왕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여왕의 호주 방문 시 전용기가 비행장에 도착하면 여왕의 대리인으로 임명된 총독이 연방정부 총리보다 앞서 트랩 맨 앞에서 여왕을 영접할 만큼 영국적인 전통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 또한 정·재계에서는 전통적 우방국인 영국과의 관계가 아직도 긴밀한 편이다. 연방장관 총 21명 중 해외 출생 장관은 4명으로 이 중 영국계 3명, 말레이시아 중국계가 1명이다. 재계에서도 영국계가 주류로 활동하고 있다. 호주의 주요 기업, 은행, 투자은행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주요 포스트에는 영국계를 비롯하여 서유럽계의 백인이 다수 포진해 있다. 아시아계를 만날 기회는 많지 않다. 백호주의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던 호주가 다민족·다문화 국가로 변모하는 가운데 아시아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 국적별 이민자 수, 해외유학생 수, 경제·인적 교류 측면에서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가 한층 긴밀해지고 있는 것이다. 호주의 총인구 2290만명 중 약 600만명이 해외에서 태어나 호주로 이주한 사람이다. 이 중 약 35%가 중국, 인도,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한국 등 아시아 국가 출신이다. 호주에서 태어난 해외이민자의 2, 3세를 포함하면 인구의 약 절반이 이민자 출신이다. 호주 연방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현재 호주에 재학 중인 유학생 총 55만 8000명을 국가별로 보면 중국, 인도, 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네팔 등 아시아 8개국 순으로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8개국 유학생의 비율이 전체의 66%다. 아시아 국가 출신의 유학생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무역분야에서 아시아 국가와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호주의 10대 교역대상국으로는 미국, 뉴질랜드, 영국, 독일을 제외한 6개국이 아시아 국가이다.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6개국이 호주의 2011년 교역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54%다. 특히 호주의 수출에서 아시아 상위 5개국(중국, 일본, 한국, 인도, 타이완)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나 된다. 자원부국인 호주에서 생산되는 철광석, 석탄 등 천연자원에 대한 최대 수요처가 이들 아시아 국가이기 때문이다. 2011년의 경우 호주를 방문한 관광객 588만명 중 상위 10개국에 아시아 국가 6개국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한국, 말레이시아, 홍콩 등 아시아 6개국에서 호주를 방문한 관광객 수가 총 관광객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의 공영방송 중 하나인 SBS는 각국의 주요 방송국과 제휴하여 매일 두 개의 텔레비전 채널에서 아침시간대에 한국어, 중국어, 태국어, 헝가리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21개국의 뉴스를 언어별로 약 20분간 현지어로 방영하고 있다. SBS 라디오에서는 68개국 언어로 방송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의 팝을 소개하는 이 방송의 주말 프로그램인 ‘팝 아시아’에는 주로 한국의 K팝이 소개되고 있어서인지 K팝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호주 비즈니스맨을 가끔 만나기도 한다. 호주의 다민족, 다문화는 시대적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로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아시아 쪽으로 가깝게 다가서고 있는 호주를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의 위상을 호주 속에 확대해 가는 기회로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호주의 4대 교역국으로까지 부상한 우리의 경제적 위상에 걸맞게 정치·문화·인적 교류 측면에서도 양국 간의 관계를 보다 긴밀히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호주에서 한국문화가 현지인에게 보다 익숙하게 다가가고, 한국계가 호주사회에서 주류의 일원으로서 활약하게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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