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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한권의 책] ‘혼세의 삼국’ 균형을 잡다

    요즘 TV사극들의 턱없는 민족주의와 사실왜곡에 황당한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김춘추-외교의 승부사’(박순교 지음, 푸른역사 펴냄)는 영웅을 그리되, 어깨에서 힘을 뺀 담백한 서술이 돋보이는 책이다. 문장이 밋밋하고 재미없다는 뜻이 아니다. 저자는 김춘추의 집권과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역사학자다. 그만큼 사실(Fact)과 상상(Fiction)을 구분해 보이고 있다. 과장과 오류로 독자를 오도하는 흔한 팩션(Faction)이 아니라, 독자에게 생각할 여백을 돌려주고 있다는 뜻이다. 책은 얼핏 태종 무열왕 김춘추의 외교 활동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비친다. 김춘추는 약소국 신라가 백제·고구려를 제압하고 통일대업을 달성하는 밑거름이 됐던 당(唐)과의 연합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고구려와 왜(倭)를 방문해 외교담판을 시도하고 당 태종을 찾아 나당동맹을 완성해 내는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오직 생존만이 지상과제였던 당시 상황에서 실리주의 외교는 유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외교관으로서 김춘추 조명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진골에 속해 숨을 죽이며 살아야 했던 한맺힌 가족사와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마침내 왕위에 오르고 통일의 초석을 놓는 인간 김춘추의 모습에 더 많은 애정을 보인다. 책은 김춘추의 인간적 고뇌와 열정을 사랑하는 딸의 죽음 장면에서부터 풀어나간다. 문희와의 숙명적 인연의 결과 출생한 딸 고타소는 백제 의자왕이 일으킨 침략군에 의해 일가가 몰살한다. 수급(首級)이 잘려나간 처참한 주검 앞에 격분한 김춘추는 고구려행을 결심하며 통일의 의지를 불태운다. 조부 진지왕의 폐위와 가문의 몰락, 아버지 비형의 아들을 위한 희생 또한 김춘추가 절치부심하는 배경이 됐다. 비형은 아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고 신라와 왜의 당 유학생을 집안에 초치하여 국제감각을 키워주는 데 전력하는 ‘선진적’ 인물이었다. 진지왕과 유부녀 미도부인의 사랑, 집권 후 소원해진 김유신을 회유하기 위해 예순이 넘은 그와 어린딸을 혼인시키는 장면 등은 제도와 권력의 모순을 보여주기도 한다. 당시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비견되기도 하지만, 개별 국가의 내부사정 또한 물고 물리는 권력다툼의 연속이었다. 동생과 아비를 죽이고 집권하는 당태종, 쿠데타를 일으켜 영류왕을 죽이고 보장왕을 옹립한 연개소문, 친백제 정부를 제거하고 개혁을 추구하던 중대형 등이 모두 김춘추의 협상 상대자였다. 이들과의 조우 과정에서 드러나는 각국 이야기도 대중에겐 새롭다. 전반을 통하여 적절히 삽입되는 당시의 생활상은 배경에 불과한 듯싶지만 현대 역사학이 추구하는 중요한 탐구 목표이기도 하다. 대략의 둘레만 1023보에 이르렀다는 왕궁 월성의 풍경과 신라군단의 직능·계급별 군장 묘사, 온돌과 바둑·공차기가 등장하는 고구려 풍속 묘사 등은 당시 사람들이 눈앞에 오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삼국사기’‘삼국유사’‘송서’‘양서’‘구당서’‘일본서기’‘동경잡기’ 등 사료를 인용한 각주 때문에 무조건적 몰입보다는 거리두기가 유지된다. 까다로운 문장과 어려운 단어들이 눈에 띄지만 이는 지식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또한 고대 분위기 재현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김춘추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그의 죽음과 함께 삼국통일의 여정이 끝나버리는 것은 조금 아쉽다. 에필로그 하나쯤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1만 5000원. 신연숙 문화담당 대기자 yshin@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끝) 시리즈결산 지상좌담

    [명문대 교육혁명] (끝) 시리즈결산 지상좌담

    |워싱턴 이도운 도쿄 이춘규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4월14일 시작한 세계대학 경쟁력 탐사 시리즈 ‘명문대 교육혁명’을 20회로 마치면서 해외 교육전문가들을 통해 한국 대학 개혁의 과제와 해법을 살펴본다. 워싱턴, 도쿄, 베이징의 세 지역 특파원들의 인터뷰를 지상좌담으로 재구성했다. #우마코시 도루 소장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한국 산업계 지도자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대학 교육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재들이 일류 대학에서조차 육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의 질이 나쁜 것이 아니고 대학교육 내용, 커리큘럼, 방법이 나쁘다는 얘기였다. 즉 교수나 교원에 대한 불만이다. #린 도란 소장 한국에선 교수를 뽑을 때 한국인, 특히 자기 학교 출신을 선호한다. 그렇게 해선 국제적으로 일류가 되기 힘들다. 세계 명문대들은 전 세계 학자를 대상으로 교수와 학생을 뽑는다. 다양성이야말로 대학 발전의 원동력이다. #우마코시 소장 서울대 교수의 80% 이상이 본교 출신이다. 폐쇄주의다. 서울대 교수의 절반은 국제적 엘리트이겠지만, 반은 국내 엘리트에 불과하다. 그들은 스스로 ‘특별대학’이라고 생각하던데 교수 의식이 안바뀌면 개혁은 불가능하다. 이 점에서 일본 대학은 20년간 많이 변했다. #장잉민(姜英民)교수 베이징대, 칭화대 등 중국 대학들은 세계대학 랭킹에서 서울대를 여유있게 앞선다. 이공계 분야에서 풍부한 연구인력과 연구시설, 다국적기업들과의 산학연구 및 해외명문대와의 협력연구 등도 앞서있다. 이는 국가뿐 아니라 다국적 기업 등으로부터 막대한 기부를 받기에 가능하다. 기금 확충면에서 중국 대학은 한국의 라이벌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우마코시 소장 한국의 명문대학생들은 국내 시장을 향한 것일 뿐, 국제경쟁에선 뒤처지고 있다.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 한국의 상품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팔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 대학은 세계의 교육시장에서 안 팔린다. 교육프로그램도 팔려야 한다. 하버드대처럼 협력학위제도 등으로 비즈니스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은 정부와 대학에 있다. 독일은 세미나 위주로, 영국은 에세이 중심으로 교육해 그런 교육프로그램이 세계에서 팔린다. 한국은 독창적인 학생 트레이닝을 위한 프로그램, 커리큘럼이 부족하다. #장 교수 세계적인 대학이 되기 위해 교육·연구의 질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위한 해외 유학생 유치와 우수한 외국교수 스카우트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화는 21세기 대학발전 전략의 핵심이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일본은 중국 교육시장 개방에 앞서 많은 준비를 해왔다. 한국은 교육시장에서 ‘한류(韓流)’ 바람을 못 살리고 있다. #우마코시 소장 한국의 교수는 힘이 지나치게 강해 마치 ‘왕’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학생이 교수에게 “아니오.”라고 하지 못하더라. 대학은 열린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열려 있어야 한다. 각종 프로젝트에서 대학원생들은 노예처럼 일하더라. 한국에선 응용연구, 현실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곳에 돈이 집중되고 성과주의에 허덕이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천천히 하는 기초연구가 부족하다. 일본은 중·장기적인 평가를 한다. #장 교수 국제화에 대비해 일본 도쿄대 등은 인재양성 목표를 바꿨다. 국가를 넘어 인류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것이다. 한국의 대학들도 국제무대로 시야를 옮겨야 한다. 한국 대학과 학생들은 폐쇄적이란 평을 듣는다. 국제화 시대에서는 다른 생각, 문화, 사상과 어떻게 어울리고 나를 어떻게 발전시킬까를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란 소장 한국 학생들은 전공분야의 준비는 잘 돼 있다. 그러나 언어에서 떨어진다. 의사소통 능력도 문제가 된다. 학과 토론 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많이 본다. 쓰는 영어뿐 아니라 말하는 영어도 열심히 해야 한다. #우마코시 소장 영어와 함께 세계수준의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학부 4년간의 교육행태를 질적으로 바꿔야 한다. 대학원도 중요하지만 학부 4년의 교육프로그램이 좋아야 세계수준이 될 수 있는 시대다. 학부 4년 중 2년 가까이 이뤄지는 교양교육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미국, 영국, 호주 등 4년간의 학부교육을 알차게 하는 곳에 세계수준의 대학이 많다. 대학은 전문교육이 아닌 일반시민 교육을 해야 한다는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직업교육을 중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학부 4년 교육프로그램을 질적으로 향상시키지 않으면 3류 대학들로 전락할 것이다. 한국의 4년간 학부교육은 방향성이 확실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장 교수 세계 일류대학들은 기초 연구 단계에서도 치밀성이 두드러진다. 이들 대학원 학생들의 논문 주제들만 봐도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문제에 천착한다. 중국이 2001년 새 교육과정 교과서를 개발하기 시작해 2003년 7월에 마무리하자마자 일본에서는 번역판이 나왔다. 비교 교육 분야만 해도 일본 학계는 이렇듯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 일류대학들은 수십년전 회의 기록까지 보관하고 참고하고 있다는 데 혀를 내두른 적이 있다. #우마코시 소장 일본에는 실력이 우수한 지방대학들이 있지만 한국은 이 점에서 떨어진다. 한국 대학에서는 박사학위를 받을 때나 교수 임용을 할 때 촌지문화가 남아 통용되는 것도 봤다. 박사학위 최종 심사과정에 돈이 움직이더라. 다른 곳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도란 소장 21세기 대학은 과거와 비교할 때 수업이 첨단기술화됐다.10년 전만 해도 학생들이 강의를 받아 적었지만, 지금은 교수들이 나눠주는 파워포인트 파일로 대신한다. 필기 시간이 준 만큼 더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절약돼 수업에서 다룰 수 있는 주제들도 훨씬 늘어났다. 또 미국 대학들은 국제화로 인해 학생들의 구성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이 점에서 한국 대학들은 더 나아가야 한다. #우마코시 소장 하버드나 옥스브리지는 기본적으로 기금이 많아 세계적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그런데 서울대 등은 기본기금이 적다. 서울대의 경우 매년 ‘플로’(쓸 돈)는 들어오지만 적립하는 기금이 적다. 기금을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 대학의 경쟁력은 기금이 좌우한다. 중국 대학들은 이 점에서 강하다. 베이징대, 칭화대, 중국과학원 등은 중국 최고 수준의 기업을 갖고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또 중국의 주요 거점대학 100곳 정도가 이같은 기금을 갖고 있다. 이는 중국 대학이 세계수준이 도약할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다. #장 교수 중장기적인 연구에서 한국은 중국에도 못 따라온다. 학교와 과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소한 베이징대, 칭화대, 푸단(復旦)대 등 중국의 간판대들은 서울대보다 교수 대비 학생수가 훨씬 적다. 교수들이 학생을 가르치는 강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연구에 더 매진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학제를 넘어선 연구에서도 한국은 ‘학과 이기주의’에 지나치게 매몰돼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우마코시 소장 한국 대학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고려대가 2010년부터 모든 강의를 영어로 하기로 한 것은 인상적이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은 벤처정신이 강하다. 이것은 강점이다. 한국 대학들이 미국 월가, 일본 도쿄증권가 등 세계 어디에 가도 통할 수 있는 그런 인재를 기르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한국 대학들이 질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지방 거점대의 육성과 함께 사립대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 산학협력 활성화, 기부금 입학 등도 고려해 봐야 한다. 한국의 사립대는 대학교육의 80%를 차지한다. 사립대 규제는 군사정권시대의 좋지 않은 유산이다. 사립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자금 배분면에서 사립대 지원을 늘려야 한다. 일본은 1975년부터 사학에 대한 정부지원을 늘려 사학이 좋아졌다. 교육패키지면에서 호주 대학들처럼 성공적인 예를 벤치마킹해 프로그램을 발전시켜야 한다. dawn@seoul.co.kr
  • [08일 TV 하이라이트]

    ●사이언스+(YTN 오후 1시20분) 사행성 성인 오락 게임에 빠져 가정을 잃는 것은 기본이고, 직장, 돈, 건강까지 잃는 사람들의 수가 3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만큼 사행성 도박 문화가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 박혀있음을 알 수 있다. 게임이 갖고 있는 도박성의 의미와 함께 게임중독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시네마 천국(EBS 오후 11시55분) 기술과 영화 미학의 조화를 보여주는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터미네이터’시리즈를 총망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광대를 위하여’코너에서는 특유의 재치와 기지로 참여하는 작품마다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심어놓는 배우 박용우를 만나본다.   ●내사랑 못난이(SBS 오후 8시55분) 호태와 차연은 대통의 소개로 나이트클럽 대리운전과 주방 일을 하며 두리 병원비를 모으고, 차연이 우연히 업소 가수들 앞에서 부르는 노래를 들은 대통은 음반을 취입해도 괜찮겠다며 부추긴다. 그러던 중 차연은 업소 출연 가수들이 사정이 생겨 못 오면서 어설픈 차림새로 무대에 오르는데….   ●생방송 오늘 아침(MBC 오전 8시30분)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 앞으로는 유심히 살펴야 할 것 같다. 야외 낚시터에 이동식 성매매가 침투, 성매매 특별법 시행과 함께 일 자리를 잃은 직업여성들이 등장해 낚시꾼들에게 성매매 미끼를 던지고 있다는데…. 성매매 장소로 전락한 야외 낚시터, 신종 변형 성매매 실태 그 현장을 고발한다.   ●놀라운 아시아(KBS2 오후 7시10분) 100만개 동전 불상부터 억대 명품차 가득한 자동차 사원까지, 톡톡 튀는 태국 이색 사원을 찾아가본다. 엉뚱하고도 기발한 중국의 별난 직업들을 소개한다.1분 동안 손등 팔굽혀 펴기,106회를 가볍게 성공하고, 그 누구도 하지 않는 이색 도전을 향해 뛰는 강철 인간.‘나약’씨도 만나본다.   ●HD역사 스페셜(KBS1 오후 10시) 유럽 각국을 순방하고 수에즈운하와 홍해, 싱가포르 등지를 거쳐 돌아온 조선 최초의 해외 유학생, 유길준. 국비장학생이었던 그가 귀국하자마자 체포된 까닭은 무엇인가?7년 유폐 그리고 12년간의 일본 망명, 구한말 지식인 유길준의 파란만장한 삶을 조명한다.
  • [명문대 교육혁명] (20) 일본 교토대

    [명문대 교육혁명] (20) 일본 교토대

    |교토 이춘규특파원|도쿄대와 함께 일본의 양대 명문 중 하나인 교토대는 ‘기초학문’이 특히 강한 대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물리, 화학 등 자연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만 5명, 수학부문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자만 2명이다. 이처럼 기초과학이 강한 이유는 그동안 국가의 지원 및 ‘자유와 토론을 중시하는 학풍’ 때문이란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교토대도 지금 중요한 변환기에 서있다. 그동안 학교의 상징으로 자부해 왔던 ‘무제한적 방임적인’ 학생의 자유 허용을 재고하려는 움직임이다. 자유보장의 학풍이 급변하는 시대조류에 뒤처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게다가 교토대는 2004년 국립대학에서 법인화 이후 빠른 변화에도 변신을 준비 중이다. 법인화에 적극 대처해 나가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법인화와 교토대의 자랑인 자유와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경영측면에선 정부 통제에서 더욱 벗어나 연구나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학생관리에는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로 한 것이다. 마쓰모토 히로시 부학장은 “국가의 재정이 어려워져 재정투입이 줄어든 것은 예상된 것”이라며 “법인화 이후 스스로 하겠다는 기운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기부금 모금 노력에 다퉈 앞장서고 있다. 실제 교토대는 법인화 이후 매년 직접 운영비는 1%씩 줄이고 있지만 반대로 기부금 등 외부자금을 더 많이 끌어왔다. 교토대에 따르면 2004년 265억엔 정도였던 과학연구비보조금·공동연구비·외부수탁연구비·기부금 등 외부자금의 총 합계는 2005년에는 323억엔으로 크게 늘었다. 그 중에서도 2004년 37억 6000만엔이었던 기부금의 경우 법인화 이후 적극적인 유치 활동 덕분에 한 해 사이 두 배인 37억엔이 늘어 74억 6000만엔이나 됐다. 그래도 교토대의 안정적 재정확보는 여전한 과제다. 장기연구성과를 꾸준히 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갈수록 2∼3년내에 연구성과를 내라는 요구가 강해지고 있어 고민이다. 교토대의 의지와는 달리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한 기초연구가 위협받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교토대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융합한 교육을 강화하려고 한다. 종합대인 특성을 살려 기초연구에서 응용연구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연구들을 계속하려 한다고 오카모토 부학장이 밝혔다.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2∼3년을 바라보는 게 아닌 100년 정도를 내다보는 기초연구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대학부설 수리해석연구소는 학교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이 곳은 일본의 ‘전국공동이용연구소’로 1963년 출범했다. 강한 일본 수학의 산실이다. 8월 중순 찾아간 연구소는 자유와 토론이 넘쳤다. 우선 복장이 자유로웠다. 이날 대학원 신입생 면접시험이 있었는데도 다카하시 요이치로 소장, 가시와라 마사키 전 소장, 오카모토 히사시 부소장, 모리 시게후미 교수 등은 모두가 편안한 자유복장이었다. 연구소 1층의 휴게실 책꽂이에는 영어판 전문지와 신문 등이 가득 꽂혀있었다. 연구자들이 쉬면서 토론할 수 있도록 탁자가 있었고, 칠판도 갖춰져 있어 토론환경으로 좋았다. 이날 몇개 팀이 계속 와 쉬면서도 토론을 했다. 이날 만난 연구자들의 출신대학도 이채로웠다.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한 모리 교수를 제외하고는 소장, 부소장, 전 소장 등이 모두 도쿄대 출신이었다. 오카모토 부소장은 “연구자들이 일본 전국 각지에서 이 곳에 몰려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토대적인 것에 대해 다카하시 소장은 “다른 대학은 사회·국제정세의 흐름에 맞춰 연구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교토대는 ‘나의 길’을 가는 스타일”이라며 “전국 수학자가 연간 70회 정도 이 곳에 모여 세미나 등을 갖는다.”고 소개했다. 외국에도 열려 있다. 현재 이 연구소에는 이용남 서강대 수학과 교수 등 한국의 연구자 4명이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 외국인 연구자는 10명이다. 평소에는 20명정도의 외국인 연구자가 활동한다. 이날은 입시에다 방학이 겹쳐 적은 편이었다. 이용남 교수는 “교토대는 서두름이 없다. 빠른 성과를 강요하지도 않고, 그런 요구도 없다.”면서 “수리해석연구소는 수학분야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연구자들도 큰 업적을 내기 위한 욕구가 강하다. 형식적이지도, 과시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박사 후 과정 펠로십의 지원을 받아 교토대 수학과에서 연구하고 있는 허형진씨는 “템포가 느리다. 기본적으로 시간을 많이 준다. 속박이 없다. 집에 처박혀 있어도 연구결과물만 내면 되는 극히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교토대의 전형적 연구풍토와 관련, 모리 교수는 “개성을 존중한다. 특히 다른 사람과 같은 주제의 연구를 하면 안 된다는 풍조”라고 말했다. 또 이과계열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오는 것에 대해 “하고 싶은 일은 철저하게 추구하기 쉬운 환경과 자기 것을 추구하려는 독립성 강한 연구의욕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카모토 부소장의 분석은 더 이채롭다. 도쿄대 교수들은 일본 1위의 대학이라고 모두가 생각하기 때문에 그 방면의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다고 말했다. 최첨단 학문도 해야 한다는 중압감도 있다는 것. 반면 교토대는 유행하는 최첨단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초학문에 전념할 수 있다. 교토대는 ‘명예교수를 경원하는’ 특징도 갖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명예교수를 임명하면 예전의 ‘시니어리티 제도’의 영향으로 “나는 선배다. 내 연구소에 가까이 오지 마라.”는 등의 권위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 대신 지원의 사각지대인 40∼50대 중견연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마쓰모토 부학장이 밝혔다. 교토대의 실용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 taein@seoul.co.kr ■ 한국유학생 198명… 한국석사 인정 안해 |교토 이춘규특파원|교토대에서 유학하는 한국인 유학생은 2005년 기준으로 198명이다. 그 중에 박사과정이 94명, 석사과정 36명이고, 학부생은 25명 등이다. 유학생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교토대학의 자유와 ‘느리게 가기’가 돋보였다. 인문학 분야의 박사학위 받기는 7∼8년 걸린다. 한국에서 받은 석사학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도 느리다. 공과대분야는 상대적으로 짧다. 이처럼 학위기간이 길어져 미래를 걱정하는 연구자들이 늘어나자 “빨리 학위를 주는 방향으로 방침을 바꾸는 흐름이 보인다.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취직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법학 박사과정 정영훈씨의 소개다. 한국인유학생회 회장 김정환(박사과정 재료공학) 씨는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논문 방향에 대한 지도교수의 제시도 없어 유학생은 어렵다.”면서도 “느리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깊은 연구와 질 높은 논문이 많다.”고 말했다. 학부 분위기도 유사하다. 공학부 전기전자공학과 3학년 오지민씨는 “선생이 공부시키는 것이 없다. 출석체크도 없고 수업을 안받아도 된다는 분위기다.”라면서도 “자기 관심분야를 찾아서 두드러진 성취를 이뤄내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고 귀띔했다. 오씨는 도쿄대에 갈 실력이 있는 학생도 자유로운 교토대의 학풍을 좋아해 선택한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는 교토대는 도쿄대와는 달리 서둘러 결과물을 내야 하는 압박이 없다면서 “새로운 분야, 새로운 이론을 개척하는 학풍”이라고 덧붙였다. taein@seoul.co.kr ■ “세계 최고·유일 추구… 자유와 토론이 학풍” |교토 이춘규특파원|교토대 마쓰모토 히로시 부학장(연구·재정담당)은 “교토대는 연구 중심대학으로 자유와 토론을 중시한다.”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학풍이 강함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교토대학의 특징은. -연구대학이자 탐험·모험심이 강한 대학인 점이 특징이다. 세계 최고, 유일(唯一)을 추구하는 연구가 많다. ▶교토대의 강점은. -자유로운 학풍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한다. 흉내내지 않고 우리의 것을 추구한다. 미국의 대학은 돈이 되는 곳에 연구를 집중하지만 교토대는 장기적이고 기초적인 측면에 집중한다. 지식도 추구하지만 우리는 지혜를 중시한다. 이를 위해 토론을 중요하고 철저하게 여긴다. ▶법인화 이후 기부 현황은. -기부금이 증가하고 있다.1인당 과학연구비에서 도쿄대가 100이라면 교토대는 115로 많다. ▶우수학생 확보 방안은. -유치 방안도 중요하지만 전통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교토대에 가면 자유스럽다는 학풍이 힘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자신 스스로 생각하는 사고능력이 적다. 우리는 이를 길러준다. 한국이나 중국, 구미의 최우수 학생들이 몰려올 수 있도록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지금까지 도쿄대는 정치계나 관료를 하려는 학생들이 가고, 교토대는 학문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몰리는 경향도 있었다. ▶외국의 인재 확보 방안은. -국제교류 추진 담당이사직을 만들어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우수한 학생과 교수들을 모으려 한다. ▶우수한 젊은 연구자 확보 방안은. -우수한 선생과 학생이 갑자기 모이지 않는다. 아직 학교 명성이 중요하다. 선배들이 활동한 업적 등을 본다. 그래서 실적을 장기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연구인력 확보 방안은. -세계적 수준에서 보면 일본의 여성연구인력 진출이 낮다. 여성 연구자 비율이 교토대는 7%정도다. 이를 15년 뒤에는 20% 수준으로 높이려 한다. 우선 3년간은 10% 정도로 끌어올리겠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선발하는 일은 없다. 철저하게 능력위주다. 여성 연구자가 출산을 해도 안심하고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3년간 정부 지원도 있고, 이후 학교자체 예산도 확보해 놓았다. ▶세계 최고 대학이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가장 큰 과제는 학생과 연구자, 교원의 책임감과 자각이다. 다음 과제는 재정 기반과 연구전략 마련이다. 교육시스템 개혁도 중요하다. 종합대학의 장점을 살리는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예들 들면 의사가 돼도 인문학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게 하려 한다. ▶교토대 하면 노벨상이 얘기되는데. -5명이 노벨상을 받았지만 더 많은 교토대 학자들이 상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는 노벨상 받을 만한 학자가 매우 많지만 제대로 못받는다. 서구 심사위원들이 동양학자들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잘 알리려는 활동도 중요하다. 공간적 약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서구학자들을 교토대에 불러 3∼4개월정도 장기 체류시키면서 토론하고, 연구내용을 알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산·학 연대는 잘되고 있나. -잘 되고 있지만 매우 미묘하다. 특허권 신청도 늘고 있다. 그런데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한 건을 신청하기 위해 50만엔이나 필요하다. 몇 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것에는 얽매이지 않는다. 기업에도, 대학에도 모두 만족스러운 특허 및 지적재산권 제도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허 분쟁도 있나. -국제특허의 경우는 기업들이 매우 신중하다. 미국에서 특히 수억엔이 드는 소송이 많다. 소송에 말려들면 기업은 자신을 방어할 수 있지만 대학은 방어력이 없다. 엄청난 금액을 소모해야 하는 위험성이 있다. 대학의 지식은 모두의 것이지 특정집단의 이익이나 돈을 위한 연구하지 않는다.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의 라이벌 대학을 꼽는다면. -유럽은 문과계 대학들이, 미국은 이공계가 강하다. 미국은 사립뿐 아니라 공립도 강하다. 스탠퍼드, 하버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명문들이 즐비하다. 중국의 칭화대나 한국의 서울대 등이 어떤 의미에서 우리 라이벌이다. taein@seoul.co.kr
  • “양극화 해소 위해 전문대에 애정을”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라도 전문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29일 전국 152개 전문대학 협의체인 전문대학교육협의회 11대 회장으로 취임한 한숭동(韓崇東) 대덕대학 학장은 “전문대 재학생의 55%가 저소득층 자녀들인데 일부는 학교버스를 운영하지 않으면 학교에 나오기조차 힘들 정도로 생활이 어려운 만큼 학벌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라도 장기저리 특별지원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며 전문대에 대해 정부와 국민들이 애정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이종서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비롯한 교육계 인사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가졌다. 한 회장은 “월요일에서부터 목요일까지만 학교에 나와 강의를 듣고 나머지는 학생들이 생업에 매진할 수 있게 배려하는 등 전문대 수업연한을 2∼3년제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1년 3학기제나 4학기제같은 다학기제 도입 등 각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관련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전문대학의 전공심화과정을 학사학위과정으로 바꾸는 입법을 연내에 차질없이 마무리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문대학 영문명칭도 바꿀 생각이다.college를 vocational university(직업교육대학교)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한 회장은 “전문대학의 평생교육 기능 강화, 유학생 유치에 의한 전문대학 교육 글로벌화, 직업교육 정책수립에 전문대학인의 참여, 교육부 직업교육 전담부서 설치 추진, 전문대학 평가인증제 도입,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개혁 등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2011년부터 9월에 새학년

    9월 학기제와 유치원을 정식 학제로 편입하는 방안이 이르면 2011년부터 시행된다.6-3-3-4년인 현행 학교급간 수학연한(학제)은 이르면 2020년부터 바뀌게 될 전망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혁신위원회는 25일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학제개편 1차 토론회를 열고 학제개편 방안에 대한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지식정보화의 가속화에 따라 학제 조정 등 학교 교육 전반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해서다. 교육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1226만명선인 학령인구는 2030년에는 60%선인 741만명으로 떨어져 현재의 학교제도를 유지하기가 힘들 전망이다. 교육부 등이 마련한 학제개편 추진 일정에 따르면 유아교육을 정규학제로 편성, 공교육에 포함시킬지,3월 학기를 국제추세에 맞춰 9월 학기로 바꿀지에 대한 결론은 연말에 나온다. 교육부는 국제화 시대를 맞아 학생들의 이동이 갈수록 증가 추세에 있는 데다 외국 유학생의 국내 학교 유치를 위해서도 9월 학기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1951년에 확정된 6(초)-3(중)-3(고)-4(대) 학제를 개편하는 방안은 2010년까지 세부추진 방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연말에 나올 1차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내년 말까지 기본윤곽을 마련하게 된다. 이날 토론회에 제시된 대안은 초등을 1년 줄이고 고교를 1년 늘리는 5-3-4-4제와 중·고교를 합치는 6-6-4제 등이다. 유치원의 정규학제 편입과 9월 학기제로의 전환문제는 초중등교육법 개정 등 입법에다 경과기간 등이 필요해 이르면 2011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새로운 학제 적용문제는 교원수급 및 학교시설 재배치 등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아 이르면 2020년쯤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태 교육혁신위의 상임위원은 학제개편 등에 대한 토론과 관련,“안 바꾸면 10년 뒤에는 우리나라가 3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갖고 화두를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초등 수업연한을 1년 단축하는 대신 고교 수업연한을 1년 연장해 고교교육을 충실화하는 내용의 ‘5-3-4-4제’ 학제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韓·中 수교 14돌…양국 교류현황과 명암] 교역량 1000억弗… 하루1만명 訪中

    [韓·中 수교 14돌…양국 교류현황과 명암] 교역량 1000억弗… 하루1만명 訪中

    |베이징 이지운특파원|24일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중심도로인 창안지에(長安街). 쉴새 없이 오가는 택시 대부분은 ‘현대’ 마크를 달고 있다.3년반 남짓 팔린 60여만대 가운데 일부다. 최고 번화가 왕푸징(王府井) 일대 고급 상점들의 전시장에서는 지난 1년여 20여만대가 판매된 ‘삼성’이나 ‘LG’의 LCD를 통해 상품 선전을 보기 쉽다. 길거리 광고판에는 ‘애니콜’과 ‘초콜릿폰’이 즐비하다. 휴대전화는 5000만대가량 팔렸다. 한·중 수교 14돌을 맞은 2006년 8월24일. 중국 속의 한국을 나타내는 가장 ‘시각적인’ 상징물들이다. 한·중간 교역량은 지난해 이미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중국과 일본이 30년 걸렸던 일이다. 무엇보다 한·중 관계는 “돈과 물건만 오가는 단순한 투자·무역 단계가 아닌, 사람간 이동이 동시에 뒷받침되는 교류의 형태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지난 한 해 한국인은 매일 1만명꼴로 중국을 찾았다. 중국 방문객 수로 세계 1위다. 중국에 상주하는 교민 수도 5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에 있는 전 세계 유학생의 40%는 한국학생으로 추산된다. 공항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각종 안내문과 인쇄물과 표지판에 친절하게 ‘한글’이 적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울의 중국어 표기를 한성(漢城)에서 서우얼(首)로 바꾸려 할 때,‘모든 표기를 전부 교체해야 한다.’며 중국이 짜증섞인 반응을 보인 점도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남쪽의 해양도시부터 내륙의 관광지, 북쪽의 네이멍구에 이르기까지 한글은 낯설지 않은 문자가 됐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제조업 일변도에서 금융, 서비스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22개 은행과 11개 보험사 및 증권사가 중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11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을 통해 양국은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됐다.2007년 한·중 교류의 해는 양국 관계를 전성기로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과 베이징에서 성대한 개·폐막식이 열리고 영화제·가요제를 비롯한 각종 문화·체육행사와 과학기술분야 교류 등이 민·관 차원에서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중국에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져 간다. 수교 이전부터 중국에서의 사업체를 운영해온 한 한인 인사는 “당초 일본 수준의 부자나라로 여겨졌던 한국이 금융위기를 맞는 등 부실한 데다, 정치적으로도 안정되지 못한 불안정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반면 중국은 고속 성장과 함께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과거 역사적 우월감까지 과시하려 하는 등 한국인에게 바람직하지 않는 분위기는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기업들은 사업환경도 날로 나빠져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각종 우대와 혜택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일부 폐쇄적으로 회귀하고 있는 정책들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세계 각국의 유력기업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중국은 치열한 각축장으로 변해버렸다. 한 중견기업인은 “떠나야 할지, 남아서 버텨야 할지 고민하는 기업이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한·중 수교 14년의 또 다른 모습이다. jj@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19)중국 베이징대

    [명문대 교육혁명] (19)중국 베이징대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세계 각 방면의 초일류 인사를 손쉽게 만나는 방법….’아마 세상살기에는 중국 베이징대학 캠퍼스에 눌러 앉아 있는 것도 빠르고 편한 길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세계 여러나라의 대통령부터 유명대학의 총장과 석학, 유력기업의 총수와 최고경영자(CEO), 고위 관료들과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베이징대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12월에 있었다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 총장도 최근 연설을 하고 돌아갔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도 재임 기간에 연설을 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각국의 장·차관들의 강연은 부지기수다. 현재 위르겐 하버마스 등이 체류 중이고 운이 좋으면 노벨상 수상자들의 강연도 접할 수 있다. 청룽(成龍) 등 초일류급 연예인의 강연도 들을 수 있다. 이처럼 세계 유력인사들이 베이징대에서의 강연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은, 무엇보다 중국의 미래 지도자들과 미리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초강대국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중국에 나름의 연결 고리를 걸어둘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이처럼 중국과 함께 이 대학을 주목하고 있는 세계의 ‘눈’과 ‘관심’은 베이징대의 ‘미래 경쟁력’이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베이징대의 가치를 여기서 찾는다. ●미래 지도자의 산실 중국에는 ‘다칭(大淸)제국, 베이다황(北大荒)’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그간 칭화대는 국가지도자급 인사를 많이 배출했지만, 베이징대는 그렇지 못해 ‘황량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이공계 전공에 칭화(淸華)대 출신 인맥이 4세대를 이끌고 있다면,5세대 미래 지도자군에는 인문사회과학을 전공한 베이징대학 졸업생들이 눈에 띈다. 차세대 주자의 상당수가 베이징대 출신이며 실무급 간부진도 베이징대 졸업생 비율이 높아져가는 상황이다. 우선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베이징대학 일본어과를 나왔다.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 쉬관화(徐冠華) 과학부장도 베이징대 졸업생이다. 차세대 지도자들의 선두주자인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성 서기는 베이징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베이징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상무부장 보시라이(薄熙來)도 베이징대 역사학과 출신이다. 리위얜차오(李源朝) 장쑤(江蘇)성 서기 등도 베이징대 동문이다. ●최고의 인재 집결지 ‘인구 100만명당 1명꼴´로 들어갈 수 있는 베이징대는 줄곧 중국인에게 경외의 대상이었다. 최근 모집 정원이 크게 늘었지만, 베이징대는 엄청난 ‘바늘구멍 뚫기식’의 입학만으로도 경쟁력을 갖는다. 때문에 입학생들은 수재로 간주된다. 국가의 재정 배려도 상당하다. 정확한 액수나 비율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국가 교육예산의 상당 부분을 ‘독식’하는 바람에 다른 대학의 원성과 불평이 이마저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타이완대 우허마오(巫和懋) 국제학 교수, 주자샹(朱家祥) 경제학 교수, 훠더밍( 德明) 경제학 교수 등 타이완의 석학들이 잇따라 베이징대로 옮겨오면서 타이완 학계에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급성장 중인 중국 경제를 현장에서 연구할 수 있고 좋은 인재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옮기기로 결정했다.”는 그들의 말은 베이징대의 미래 경쟁력을 가늠케 한다. 반면 베이징대 교수들은 미국·유럽에서 쏟아져오는 강연 요청을 정리하기에 바쁘다.‘방학 때 베이징대에는 교수들이 없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중국 관련 학과와 연구소를 개설한 세계 각 대학에서 몇주씩 관련 강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jj@seoul.co.kr ■한국유학생 600여명 학점이수·관리 철저해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베이징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 수는 분명치 않다. 중국 교육부와 한국 교육부가 파악하고 있는 수치가 크게 다르다. 한국 유학생회가 파악하기로 학부 재학생만 6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석·박사 과정을 합치면 수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베이징대는 일부 학과의 외국인 입학을 불허하는 등 다른 나라 대학과는 다소 다른 점들이 있다.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이다. 최근 교내 스피치 대회에서 상을 받은 신문방송학과 1학년 정금아씨는 “조별 과제가 이어지고 끊임없이 조별 토론을 해서 인터넷에 올려야 한다.”고 소개했다. 같은과 3학년 윤현정양은 “베이징대는 남학생들이나 여학생들이나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캠퍼스 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는다. 늘 책을 끼고 다니면서 이곳저곳에서 보곤 한다.”고 말했다. 경제학과 3학년 허철씨는 “학생들의 경쟁 의식과 학습열의가 대단하다.”고 전했다.“복수 전공을 택한 학생들이 많아 일요일에도 거의 정상 강의가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해외파를 비롯한 유명 교수들이 ‘비주얼’에 강한 점도 하나의 특색으로 꼽았다. 출석 체크는 하지 않지만, 베이징대의 학사 관리는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커닝은 제적감이다. jj@seoul.co.kr ■신문화 운동의 중심지 중국 지성과 양심 대표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베이징대학은 중국 근·현대사에서 늘 주동(主動)의 위치에 섰다. 우선 1919년 5·4운동이 베이징대 학생들의 시위로 촉발됐다. 그래서 개교 기념일도 5월4일이다. 이 전통은 1989년까지 이어진다. 톈안먼(天安門) 광장으로의 집결 역시 베이징대학 학생들이 주도했다. 중국에서의 마르크스 사상도 여기서 태동했다. 중국공산당 창당자인 천두슈(陳獨秀)는 문과대학장을, 리다자오(李大釗)는 문과대학 교수 겸 도서관 주임을 지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리다자오의 조교와 도서관 사서를 맡았다. 마오는 여기서 러시아혁명과 마르크스·레닌주의 서적을 탐독한 것으로 알려진다. 베이징대가 지난 100년간 중국의 지성과 양심을 대표하는 학교로 꼽힐 수 있었던 데는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이 있다. 대학의 전신은 1898년 창설된 경사대학당(京師大學堂)이다.1912년 중화민국이 성립된 이후에 베이징대학으로 이름이 바뀌었다.1910년대 중반에는 천두슈, 후스(胡適) 등의 젊은 교수들이 등용되면서 신문화 운동의 중심지가 됐다. 당시 정치적으로 성향이 대립된 20대 초반의 젊은 교수들이 한 학과에 배치되는 등 개성이 중시됐다. jj@seoul.co.kr ■ “능력 안되는 교수는 떠나라” |베이징 이지운특파원|그러잖아도 질시를 많이 받는 베이징대가 다른 대학교수들로부터 듣는 불평이 하나 더 있다.‘교수 평가제’ 시행이다. 논란은 여전하지만, 베이징대가 처음으로 실시한 뒤 전국 대학과 연구기관 등으로 퍼져갔으며 중앙 당교(黨校)도 이를 뒤따랐다. 이 제도는 2002년 시행 이후 지금까지 전국에서 수십명의 교수, 연구원들을 ‘과로사’로 내몰 정도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 장본인은 바로 쉬지홍(許智宏) 총장.1999년 부임과 함께 이른바 ‘티에판완(鐵飯碗·철밥그릇)’과 ‘다궈판(大鍋飯·다함께 먹는 큰 솥의 밥)을 뒤집기 시작했다.‘베이징대학 교수 초빙과 승진제도 개혁 방안’은 대학 사회를 술렁이게 했다. 쉬 총장은 끊임없이 교수들을 닦달했다.“논문을 국제 세미나에서 발표하라.”고 몰아세웠다.“능력이 안되면 대학을 떠나라.”고까지 했다. 물론 압박 기준은 서양 대학들에 비하면 대단히 관대하다. 부교수 이하는 6년 계약제로 채용해 두 번의 임용 기회를 주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내보내는 식이다. 부교수 이상은 12년 계약제로 역시 두 번의 임용 기회를 준다. 그럼에도 ‘한번 베이따(北大) 교수면 영원한 베이따 교수’라는 ‘종신 고용제’를 깼다는 것 자체가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교수들 사이에 등급차를 두고 월급도 크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나도록 만들었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나가거나, 올라가거나(Out or Up)’로 불린다. 한 교수는 “교수간의 빈부격차가 커지고 교수간 경쟁이 말할 수없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이 제도로 교수의 15% 이상이 밀려난 것으로 알려진다. 언론들은 “베이징대 전체 교수의 3분의1이 학교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 빈자리는 실력있는 유학파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최근 해외 초빙 교수 조작 논란이 제기되기는 했으나, 교수 교체의 목표는 분명했다.‘학술상의 근친 번식’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석·박사 연구원과 지도교수, 그 지도교수의 교수가 모두 한 식구로 구성되는 상황을 타파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다시 베이징대학 출신을 신임 교수로 임용하지 않고 각계 전문가를 기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베이징대 출신이 외국 학위를 다시 취득하거나, 다른 대학에서 일정한 경력을 쌓은 경우에 채용을 허용하는 등의 조치가 뒤따랐다. jj@seoul.co.kr
  • IT 외국인유학생 연합행사

    이성옥 정보통신연구진흥원장은 24∼26일 부산 경성대에서 국내 24개 대학의 외국인 학생, 지도교수 등이 참가하는 정보기술(IT) 외국인유학생 연합행사를 갖는다.
  • [인사]

    ■ 법무법인 광장 △대외협력실장 권순욱■ 한국산업인력공단 △감사 金炅俠■ 한양대 (서울캠퍼스)△교무실장 李炯珪△공과대학부학장 鮮于明鎬△사회봉사단기획운영실장 金龍秀△학생생활상담연구소장 車尹炅(안산캠퍼스)△외국인유학생상담지도교수 康賢淑△안산방송국주간 韓相弼△창업보육센터소장 金于勝 ■ ㈜썬티브이 △방송본부장 김정환△마케팅기획팀장 송재우△제작〃 이형돈△경영지원〃 이현동△기술〃 김광렬△SO마케팅〃 김성원△편성〃 직무대리 양현준△아나운서〃 직무대리 박찬
  • 대통령표창 후보에 오른 日수녀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갖가지 제도나 관행을 바로잡는 데 성과를 거두어 온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이번에는 특별한 민원을 하나 해결했다. 일본 후쿠오카 규슈대학 대학원 조수(전임강사)인 이재만씨 등 109명은 재일한국인들을 위해 헌신하다 지난해 별세한 일본인 수녀 와타나베 사토코에게 정부 차원에서 포상해 줄 것을 지난 5월 건의했다. 1940년에 태어난 와타나베 수녀는 1980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인 징용자 양로원인 성요셉원에서 봉사했다.2000년 이후에는 자신의 연금과 소속 수도원 지원금을 합친 돈으로 주택을 빌린 뒤 한국인을 위한 임시숙소를 만들어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운영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경제사정이 어려운 재일동포 가정에 교회 텃밭에서 재배한 채소와 직접 구입한 식료품을 주기적으로 제공했고 현지 사정에 익숙지 못한 유학생들에게 병원을 소개하고 병원비를 지원했으며, 임대주택 입주가 가능하도록 각종 정보를 제공했다. 고충위는 와타나베 수녀에게 도움을 받았던 유학생들과 후쿠오카 한국영사관, 민단본부 등을 대상으로 공적조사를 벌인 뒤 그의 봉사정신을 기리기 위해 21일 대통령표창을 신청했다. 고충위 관계자는 “재일유학생과 재일동포들이 와타나베 수녀의 포상을 정부에 건의하고 싶어도 마땅한 창구를 찾지 못해 고충위를 찾았다고 하더라.”면서 “고충위는 앞으로도 국민들이 느끼는 어떤 종류의 고충도 풀어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한류 통신] 한국말 교재의 전문화

    [한류 통신] 한국말 교재의 전문화

    올들어 연구실로 쏟아지는 유난히 많은 문의 하나. 한국말을 가르쳐 달라는 것인데, 예전에는 학원을 소개해 달라거나 한글을 독학하기 위한 교재를 소개해 달라는 개인들의 문의가 많았다면, 지금은 한국과 관련된 회사의 최고 경영자들이 직원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쳐 달라는 문의가 주류를 이룬다. 업무상 한국으로 출장 갈 때 의사소통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직원들이 한국말을 배워 두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상당수 한국인들은 말레이시아라고 하면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뒤떨어지고 무슬림 국가여서 사회·문화적으로 폐쇄적이며, 돈을 벌러 가려고 한국말을 배우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진다. 말레이시아의 이웃나라를 둘러보면 한국말을 가르치도록 지원해 주는 한국 기관이나 단체들이 제법 많다. 여기서 한국말을 배운 현지인들은 한국 내에서 필요한 노동력으로 우선적으로 발탁되고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이루어지는 한국말 교육은 부족한 한국 노동력을 메우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양국간 교역과 사회·문화 교류를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정부가 20년이 넘도록 매년 국비 유학생 100명을 한국에 6년간씩 파견해 이들을 한·말 교류의 첨병으로 활용한다는 사실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노동을 위한 의사 전달과 사업을 위한 의사 전달에는 분명 구사하는 어휘에서 많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말 교재를 보면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교재는 개발되어 있는데 사업을 위해 한국말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이곳에서 우리말을 가르칠 때 교재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 사업을 위한 한국말 속에는 우리 문화, 전통, 역사 등이 들어 있어 우리 것을 더 고급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알리기를 위해서라도 충분한 연구와 준비를 거쳐 전문화된 한국말 교재 개발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영어 조기 유학을 위해 말레이시아를 찾아오는 한국인들이 늘어나는 것처럼 한국말 배우기가 이슬람 문화권인 이곳에서 유행할 때 과연 무엇부터 가르칠지 몰라 우왕좌왕해서는 안 되지 않는가. 서규원 말레이시아 마라대학 한국어 강사
  •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Game 옷 입은 문학 ‘대중속으로’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Game 옷 입은 문학 ‘대중속으로’

    “게임으로 ‘반지의 제왕’ 동양버전을 선보이겠습니다. 그리고 ‘리니지’처럼 서구의 영향을 받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우리 게임도 바꿀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큰소리 뻥뻥치는 게임 개발자는 바로 국내 최고의 만화스토리작가 야설록(47). 게임업체 예당온라인과 손잡고 ‘패(覇) 온라인’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아마게돈’·‘남벌’ 등 히트작이 줄이었다지만, 이런 큰소리가 생소한 게임분야에서도 통할까. 여기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바로 ‘산해경(山海經)’이다. 고대부터 중국에 전해내려오는 지리부도인 이 책은 지리정보에다 그 지역 특산물과 진귀한 동·식물들을 기록해 뒀다. 어디에 갔더니 아홉개의 머리에 사람 얼굴에다 새의 몸을 한 신이 있고, 또 다른 곳에 갔더니 까치같은 물고기가 있는데 열 개의 날개가 있고 비늘은 모두 날개 끝에 달린 데다 잡아먹으면 황달을 예방할 수 있다는 식이다. 어찌보면 황당무계한 얘기지만 야설록에겐 상상력의 창고다. “‘반지의 제왕’은 북유럽신화를 담고 있어요. 인간화된 신을 다룬 그리스·로마신화와 달리 북유럽신화는 기괴한 내용을 담고 있거든요. 트롤·오크·요정 같은 캐릭터는 톨킨이 북유럽신화에서 따온 겁니다.‘리니지’ 캐릭터 역시 그렇고요.‘산해경’도 마찬가지입니다. 황당하지만, 수천년 내려온 동양의 상상력이 담긴 거죠.” 그의 사무실에는 큰 지도가 하나 있다.‘어디에서 무슨 방향으로 몇리를 가면 뭐가 있다.’는 산해경 기록을 그대로 옮겨다가 지도로 재구성했다. 그리고 주요 동물은 데생해서 붙여뒀다. 게임의 스토리보드인 셈이다. 여기에다 중원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인 치우천왕과 황제헌원의 얘기를 덧씌웠다. 이런 구상이 쉽게 나온 것은 아니다.10여년 동안 각종 문헌들을 들쑤시며 공부한 결과다. 대학을 들락거리기도 했고, 중국 유학생에게 연구비를 주고 논문을 받아 보기도 했다. 그런데 야설록은 이런 내용을 왜 ‘만화’나 ‘무협지’가 아닌 ‘게임’으로 풀어내려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독자를 늘리고 싶었어요. 책으로 내면 히트해봤자 몇만권이 전부지요. 게임은 다릅니다.‘오디션’이라는 게임은 중국사용자만 7000만명입니다. 작가로서 더 많은 사람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거지요.” ‘영원한 제국’의 저자 이인화로 잘 알려진 류철균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가 게임산업에 뛰어들면서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까지 결성한 이유도 여기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 최강국이라는 우리가, 정작 이런 분야에서는 왜 늦었을까. 서점에는 거꾸로 온라인 게임을 소설로 풀어놓은 책들이 수북하다. 야설록은 그 원인으로 지나친 엄숙주의를 꼽았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을 엄격하게 나누고, 또 순수문학하려면 문예창작과 나와서 등단해야 하는 곳은 한국뿐입니다. 이 틀을 반드시 깨야 합니다. 경건한 작가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어야지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글로벌 100개大’ 한국은 없어

    ‘글로벌 100개大’ 한국은 없어

    세계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화된 ‘글로벌대학’ 100곳 가운데 한국 대학은 한 곳도 들지 못했다. 미국 뉴스위크는 13일(현지시간) 자체평가한 세계의 글로벌 대학 100곳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지난 30년간 전세계 유학생의 숫자가 80만명에서 250만명으로 증가했으며, 가장 세계화된 대학은 하버드라고 보도했다. 하버드에 이어 스탠퍼드와 예일, 캘리포니아공대,UC버클리, 케임브리지,MIT, 옥스퍼드,UC샌프란시스코, 컬럼비아대학이 차지했다. 한국의 대학은 단 한 곳도 뽑히지 않았으며, 중국 대학도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5곳이 선발됐다. 아시아에서는 도쿄대가 16위로 아시아 최고의 글로벌대학으로 꼽혔다. 이어 교토대가 29위, 싱가포르 국립대(NUS)가 36위, 오사카대가 57위, 홍콩 과학기술대가 60위로 선정됐다. 역시 일본의 도후쿠대가 68위, 홍콩대가 69위, 싱가포르의 난양기술대가 71, 일본 나고야대는 94위, 홍콩 중문대는 96위로 100위권에 들었다. 뉴스위크는 외국학생 입학허용과 외국대학과의 학생교류 등 대학의 개방성과 학문적 다양성, 연구성과, 대학 내 인적 구성 등을 고려해 글로벌 대학 명단을 선정했다. 빈번한 논문 인용 연구자 수·과학 전문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 게재논문 수·사회과학 논문인용지수인 SSCI와 예술 및 인문과학 논문인용지수인 A&HCI가 50%, 외국인 교수 숫자·외국인 학생수·교수당 논문인용 수·학생 대 교수 비율이 40%, 도서관 보관도서 규모가 10% 반영됐다. 뉴스위크는 유학생 숫자가 매년 증가하면서 모국에서 차세대 지도자가 될 학생들이 국제간 깊은 상호 이해를 쌓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 대학 박사학위의 30%, 영국의 경우 38%가 외국인 유학생에게 수여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17) 加브리티시 컬럼비아대(UBC)

    [명문대 교육혁명] (17) 加브리티시 컬럼비아대(UBC)

    |밴쿠버(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안동환특파원|지난 3월 브리티시 컬럼비아대(UBC)의 양자물리학 강의실. 수업이 시작되자 50여명의 학생들이 저마다 리모컨 형태의 작은 전자장치를 꺼내 들었다. 아니 강의실에서 버젓이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되나 싶었다. 교수가 문제를 내자 학생들이 일제히 전자장치를 누른다. 이 장치가 ‘클리커(Clicker)’로 불리는 휴대용 첨단기기.UBC의 모든 대형 강의실에서 활용된다. 학생 1인당 자신의 고유번호가 등록된 클리커를 사용한다. 출석 확인도 전자식이다. 무엇보다도 ‘쌍방향 대화식(인터랙티브)’ 수업을 구현하는 데 효과적이다. 교수가 출제한 문제나 질문에 클리커로 답변한다. 강의실의 전자칠판에는 곧바로 학생 전체와 개인별 정답률 등 수업 정보가 곧바로 뜬다. 오답을 많이 낸 학생은 교수가 실시하는 개인지도 명단에 등록된다. 학습 효과를 최대한 끌어 올리는 UBC만의 첨단 시스템이다. UBC는 캐나다 서부를 대표하는 주립대다. 매년 치솟는 밴쿠버의 부동산 가격의 상당 부분은 UBC가 끌어 올릴 정도의 명문 인지도를 갖고 있다.UBC의 밴쿠버 경제 창출액은 4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대학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계 수준의 대학에 오른 UBC의 성장 동력은 무엇일까. 마르타 파이퍼 총장은 과학 대국을 지향하는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제화 노력을 꼽는다.UBC에 쏟는 정부 연구 지원금만 매년 3억 1500만달러에 이른다. 인종 분포는 매우 다양하다. 유학생은 전 세계 130개 국가,5000명에 달한다. 전체 학부·대학원생의 10분의1.2015년까지 현재 9%대인 외국인 비율을 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경영학과 3학년 제시카 강은 “교내 식당에 매일 각 나라 요리가 점심 식사로 제공되고 있다.”고 말한다. 파이퍼 총장은 “재학생의 46%가 이민 자녀이며 절반 이상이 두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한다.”면서 “UBC는 세계 시민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UBC의 숨은 저력은 캐나다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의 선두주자라는 데 있다.UBC는 648개의 기술 특허 등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최고 공과대라는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스탠퍼드대를 앞질렀다. 매년 로열티 수입만 1억 5000만달러에 이른다. 대학이 보유한 원천 기술은 고스란히 기업 활동으로 응용된다.UBC 이공계의 특징은 학교 기업인 ‘스핀 오프(spin-off)’제도. 대학 실험실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설립한 기업만 지난해 현재 117개다. 화이트 헤드 연구부총장은 “전염병인 사스(SARS) 분야와 생명공학, 컴퓨터, 화학 등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학부 시스템은 통합형이다. 이공계는 물리·화학·생물학을 묶은 ‘사이언스 원’으로, 인문·사회계는 철학·역사·영어를 통합한 ‘아트 원’이라는 통합 교육을 하고 있다. 심리학과 4학년생 제레미 트레보는 “기초 학문을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고, 동시에 학문간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 석학들을 스카우트하는 데 적극적인 UBC는 미국 대학들에 ‘경계 1호 대상’이다. 최근에는 200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콜로라도대의 칼 위먼 교수를 전격적으로 영입해 미국 대학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55세의 위먼 교수는 파격적인 연구비 제안에 마음을 돌렸다.UBC가 그에게 제시한 연구비는 1200만 캐나다달러(약 102억원). 화학계의 거장으로 199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마이클 스미스 교수가 UBC에 둥지를 튼 것도 같은 이유다. UBC는 ‘아시아의 창’으로 불리는 밴쿠버를 빼닮았다. 방대한 자료와 연구 성과를 내면서 아시아학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한국, 중국, 일본, 산스크리트, 펀자브 등 아시아 언어와 문화 연구가 활발하다.53만 5000점의 각국 민족·고고학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관광 코스로 유명한 식물원과 인류학 박물관은 세계 최대 규모의 ‘토템폴’(북미 인디언 부족을 상징하는 조각 기둥)을 소장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의 절반 크기인 121만평의 광활한 캠퍼스.230만평에 이르는 거대 산림에 둘러싸인 UBC는 그야말로 대자연의 학교로 밴쿠버의 관광 코스로도 사랑받고 있다. sunstory@seoul.co.kr ■ 회계·항공물류분야 세계 최고 |밴쿠버(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안동환특파원|회계학과 파이낸싱·항공물류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는 UBC 경영대학원(MBA) 사우더 스쿨(Sauder school). 지난 3월 사우더 스쿨의 401호 강의실에서는 엄태훈 석좌교수의 물류 마케팅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세계항공학회 회장인 엄 교수는 최근 미국교통학회 대상을 받은 저명 학자다. 이날 수업은 아시아 국가와 기업의 물류 전략이 주제였다. 북미주 시장에 진입할 때 물류 비용 감소 전략뿐 아니라 한국의 ‘동북아 허브’ 전략도 토론 주제로 올랐다. 수업은 다른 비즈니스 스쿨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진행됐다. 엄 교수뿐 아니라 2명의 교수가 공동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바로 사우더 스쿨만의 통합 수업이다. 분야별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마다 회계·마케팅·파이낸싱·재무관리 등 각 분야의 전공교수 2∼5명이 한꺼번에 진행한다. 분야별 이론(코어)을 한꺼번에 배우면서 제기된 문제의 해결책을 즉석에서 도출한다. 사우더 스쿨은 MBA 모든 과정을 통합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수들의 세부 전공만 360개에 달한다. 강의실에서 이론과 실무를 통합한 체제다. 지난해 9월 사우더 스쿨에서 MBA 유학을 시작한 이재형(35)씨. 그는 정보통신부 공무원이다. 중앙인사위원회의 선발시험에 합격, 사우더 스쿨에 입학했다. 이씨는 “20여개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3∼4명씩 팀을 이뤄 ‘팀 토크’로 공부한다.”면서 “1년이면 거의 모든 학생들을 알게 돼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고 장점을 소개했다. 매년 ‘포트폴리오 매지니먼트’ 프로그램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거액의 투자금을 파이낸싱한다.50만달러로 시작한 투자액은 현재 200만달러로 늘었다. 그레이스 웅 행정담당 부학장은 “MBA 졸업자의 상당수가 뉴욕 월가와 런던 금융시장으로 곧바로 진출하고 있다.”면서 “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학장도 사우더 스쿨 졸업생”이라고 귀띔했다. 학생들이 직접 투자 금액을 맡아 파이낸싱을 경험하는 사우더 스쿨은 아시아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싱가포르와 1960년대부터, 중국과는 1980년대부터 인적 교류를 해오고 있다. 상하이교통대학에도 사우더 스쿨 MBA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그레이스 웅 부학장부터 사우더 스쿨 직원의 상당수가 중국계 이민자다. 단일 도시로는 홍콩 출신 졸업생이 가장 많다. 중국계 이민자가 대거 진출, 밴쿠버를 일명 ‘홍쿠버’로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우더 스쿨은 2003년 모교에 2000만달러를 기부한 졸업생 윌리엄 사우더 박사의 이름을 딴 학교다. 그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대표적인 기업인 사우더사 회장으로 UBC 이사회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2006년 사우더 스쿨 재학생의 학부 전공은 공대 33%, 경영대 22%, 경제학 11%, 컴퓨터공학 10%, 인문학 10%로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MBA 전 과정은 15개월로 끝난다. sunstory@seoul.co.kr ■ UBC ‘세금도사’ 이준영씨 |밴쿠버(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안동환특파원|UBC 경영대 3학년생 이준영(26)씨는 캠퍼스 내에서 ‘세금(tax) 도사’로 통한다. 전공인 마케팅뿐 아니라 회계학과 세무 분야에서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UBC 학생 봉사단체인 ‘세금 클리닉’ 회장이다. 매년 3월이면 교내 잔디밭에 무료 세금 클리닉을 개설한다. 세금 신고 기간에는 상담 학생들이 폭주한다. 그는 2003년 입학한 후 시작한 봉사활동을 3년째 쉬지 않고 있다. 세무 상담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다양한 지식을 쌓는 기회가 됐다. 이씨는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UBC에 입학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캐나다의 회계·세무 제도를 공부하느라 전공분야뿐 아니라 회계·세무지식을 익히는 데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회계사와 세무사를 찾아가 조언도 구했다. 전문가 수준의 실무 능력과 지식을 갖추면서 회장에 선출됐다. 세금 클리닉 회원 120명을 관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리더십도 배우게 됐다. 지난해에 이씨가 참여한 교내 자원봉사 프로그램만 6개나 된다. 유학생과 재학생을 1대1로 자매결연을 하고 도와주는 교내 ‘인터내셔널 피어 프로그램’의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씨는 1년에 32학점을 소화하고 있다. 거의 매일 제시되는 과제와 전공 프로젝트를 해내려면 주말에도 밤을 새우기 일쑤다. 그럼에도 그가 자원봉사 활동을 놓지 않는 이유는 배우고 얻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파이낸싱 컨설팅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이씨는 UBC의 장점을 국제적인 대학으로 소개한다. 세계 130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공유하고 있는 풍부한 지적 경험이야말로 UBC의 가장 큰 자산이라는 설명이다. sunstory@seoul.co.kr
  • 이극로, 그가 부활한다

    점차 잊혀져가는 독립운동가 가운데 이극로 선생을 꼽을 수 있다. 제 아무리 독립을 위해 한몸 바쳤더라도 중도파나 좌파라면 평가가 박해지기 때문이다.1995년 이동휘 선생을 필두로 최근의 여운형 선생에 이르기까지 차츰 복권되고 있다지만 온전하지는 않다.‘독립보다 사회주의 혁명에 더 관심이 있었다.’는,‘대한민국 정체성’의 덫 때문이다. 친일파 얘기만 나오면 당시 상황을 면밀히 보자던 사람들이, 민족주의를 하려다 보니 사회주의로 기울었던 당시 상황에는 눈을 감는다. 이극로 선생은 조건이 더 안 좋다.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된 뒤 광복을 맞았지만, 자진 월북한 뒤 ‘문화어운동’을 주도하고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의장, 조선어 및 조선문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하고 애국열사릉에 묻혀서다. 그렇다해도 독립운동 사실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홍선표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1일 천안 백범기념관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 이극로를 중심으로 한 1920년대 유럽에서의 한국독립운동을 살펴보는 논문을 발표한다. 상하이에서 독립운동가와 교류하다 1922년 독일 유학길에 오른 이극로는 편안하게 공부만 한 게 아니었다. 현지 유학생들을 뭉친 ‘유덕고려학우회(留德高麗學友會)’가 있어서였다. 이 단체는 관동대지진 때 재독한인대회를 조직해 일본을 비판하고, 잡지 ‘헤바(Heba)’를 통해 한국 독립의 필요성을 유럽인들에게 전파했다.1924년에는 32쪽짜리 ‘조선의 독립운동과 일본의 침략정책’이라는 별도의 책을 내기도 했다. 홍 연구원은 이 활동의 핵심에 이극로가 있었다고 추정했다. 가장 큰 관심을 끈 활동은 1927년 벨기에에서 열린 ‘피압박민족대회’에 한국대표단장으로 참가했던 일. 이 회의에서 이극로는 ‘한국문제(The Korean Problem)’라는 책자를 3개 국어로 펴내 각국 대표단과 기자단에 배포했다. 그러나 이런 활동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이극로뿐 아니라 유럽에서의 독립운동 자체가 그렇다. 김규식의 파리한국통신부 정도가 전부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유럽에는 사회주의 바람이 강했다. 중국·베트남 혁명의 주역 저우언라이와 호찌민이 프랑스 유학파라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독립운동사라는 전체 그림에서 빼놓을 수만은 없다. 연세대 전상숙 교수가 “그들이 왜 유럽을 택했고, 왜 사회주의를 받아들였는지 규명돼야 한국독립운동사의 전체적인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호주 국립대(ANU)

    [명문대 교육혁명] 호주 국립대(ANU)

    |캔버라 윤창수특파원|“호주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계를 확장하고 강화한다.” 1921년 계획도시로 세워져 한국의 참여정부 공무원들이 행정수도 건설과 관련해 즐겨 찾는 호주의 수도 캔버라.1946년 이곳에 들어선 호주국립대(ANU)는 호주를 벗어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뻗어나가려는 호주인들의 여망이 담긴 연구 중심 대학으로 처음부터 설계됐다. 이 대학의 아시아 중시는 1973년 영국이 유럽연합(EU)의 전신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하면서 호주 원자재에도 관세를 매기자 더욱 강화됐다. 영국을 통해 유럽으로 원자재를 수출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누려온 호주로선 새로운 활로를 아시아에서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호주 국민들은 2차 세계대전 때 자국군인들이 연합군 ‘총알받이’ 노릇을 했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어 이것도 아시아로 눈을 돌리는 데 작용했다. 이 대학 일본연구센터의 이덕용 교수는 “설립 초기부터 대학원이 먼저 들어서고 학부가 나중에 생기는 등 연구 중심 대학으로 ANU가 세워졌다.”면서 “아시아·태평양 연구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매우 뜨겁다.”고 소개했다. 아시아·태평양학 대학원생들은 의무적으로 지역 현장 연구를 해야 한다. 외국에서 1년 공부하는 데 대학으로부터 7000∼1만 2000 호주달러(520만∼870만원)를 지급받는다. ●한국학 수업 참관해 보니… 러시아 출신 한국학 전문가 타티아나 가브로센코 박사가 주도하는 ‘현대 한국 사회’ 학부 강의에 들어가 봤다. 마침 이날 강의 주제는 18년간 통치한 박정희 정권의 공과였다. 가브로센코 박사는 “농촌과 공장을 오가며 현장 순시를 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은 인민복을 입고 현장지도를 하는 김정일 위원장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빔 프로젝터로 각종 사진과 도표 등을 제시하며 박 정권의 특징을 빠른 속도로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중요하게 소개된 인물은 박태준 전 포항제철(현 포스코) 회장이었다. 박 전 회장의 “일이 곧 취미이고 1년 365일 쉬지 않고 일한다.”는 말도 언급됐다. 가브로센코 박사는 박 전 회장처럼 모든 한국인이 열심히 일했기에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현대 한국 사회’는 학부생을 위한 6학점짜리 교양강좌지만 튜토리얼(개인지도) 수업에서 좀더 심도있는 토론 기회를 갖는다. 주 3∼4시간 수업 중 1시간씩 주어지는 튜토리얼은 튜터가 10∼15명의 학생을 모아 토론하고 실습, 실험하는 시간으로 영국 옥스퍼드에서의 오랜 전통이다.2학기에는 ‘북한 사회’란 강좌가 개설된다.‘현대 한국 사회’ 수강생인 사브리나 크랜베리는 “읽을거리가 많긴 하지만 몰랐던 아시아 역사를 알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ANU에서 한국 관련 강좌의 인기는 한류의 영향으로 높은 편이다. 한국계 입양아나 혼혈아도 있지만 한국과의 교역에 종사하고자 하는 호주인들도 한국어를 배운다.“아니메(애니메이션) 때문에 일본어를 배웠다면 한국어는 드라마 때문에 배운다.”고 한국어 강의를 맡고 있는 로알드 말리양카이 교수는 설명했다.IMF 전에는 한국어 수강생이 35∼40명이었지만 10명 미만으로 줄었다가 최근 3∼4년새 25명 수준으로 회복 중이다. 이 가운데 70%가 호주인이다.ANU에서 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한 이들은 5번째로 많다. 한국인 유학생은 80여명으로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이어 10번째다. ●졸업생 절반 이상 대학원 진학 ANU 학생의 절반 이상은 ‘복수 전공’을 택한다. 대학에서는 부전공으로 언어학 학위를 권장한다. 회계학에 한국어, 법학에 아시아 전공을 겸하는 식이다. 호주 정부는 2004년까지 한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어를 주요 4대 언어로 정하고 이를 가르치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했다. 졸업생의 54%는 곧바로 석·박사 과정에 진학한다. 이 숫자는 호주 전체 학부 졸업생의 평균 대학원 진학 비율 23.4%보다 훨씬 높다.ANU가 연구 중심 대학임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그것도 졸업생의 85%가 ANU 대학원에서 공부한다. 인문·사회전공 학부 과정은 3년에 끝난다. 교양과정 없이 바로 전공부터 듣기 때문에 학생들의 시간표는 고등학생처럼 빡빡하다. 튜토리얼을 포함해 5∼6시간의 강의를 들어야 하는 과목을 한 학기에 4개씩 듣는다. 교수진 3180명 가운데 44%인 1200여명은 강의를 전혀 하지 않고 연구만 한다. 이들의 숫자는 호주의 다른 대학 교수들의 3배가 넘는다. 호주정부 연구위원회(ARC)가 지원하는 연구비의 3분의1을 ANU 연구교수들이 받고 있을 정도다. 교수들은 매년 학부장과 면담에서 올해는 어떤 연구를 하겠으며, 어떤 성취를 해내겠다는 계획을 문서로 써서 약속한다. 지키지 못할 경우 특별한 제재는 없지만 연구 업적이 없으면 승진이 되지 않고, 연봉도 오르지 않는다.‘논문을 안 쓰는 교수는 창피해야 한다.’는 것이 대학의 불문율로 ANU의 연구 경쟁력을 강화한 토대가 됐다. 면학 분위기를 진작하기 위한 대학 지원도 세심하기 그지없다. 건물의 층마다 문방구가 있어 스테이플러, 공책, 필기도구, 포스트잇 등을 공짜로 가져다 쓸 수 있다. 도서관에서 드는 복사비는 영수증만 가져오면 학과 사무실에서 처리해 준다. 식비를 빼고 학업에 드는 비용은 모두 학교가 부담하는 셈이다. geo@seoul.co.kr ■ 이안 찹 총장 인터뷰 |캔버라 윤창수특파원|“대학이 나를 고용했지, 정부가 나를 고용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관여하지 않는다.” 이안 찹(63) ANU 총장은 자신의 임명권은 대학이 갖고 있지만, 선임 과정에 정부 입김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항상 공적 재산을 관리해야 하므로 대학에 제한을 가하지만,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국립대학에선 선거에 의해 총장을 뽑는다고 기자가 소개하자 좋은 제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선거를 통해 임명되면 대학을 경영하기 힘들고, 총장직은 매우 복잡하고 지속적인 일이므로 임명제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물론 그에게 한국의 대학 총장 직선제가 민주화의 산물이란 점을 이해시킬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ANU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호주 정부에 의해 만들어졌다. 영국의 식민지로 출발한 국가의 존립 근거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게 된 호주는 이웃한 아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힘쓰게 된다.ANU는 호주의 국가 이념이 ‘백호주의’에서 ‘다문화주의’로 바뀌면서 그에 따른 문화사상적인 ‘싱크 탱크’로써 역할하게 된 것이라고 찹 총장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태평양 연구면에서 ANU는 세계 최고의 학문적 깊이를 자랑하고 있다. 대학 예산의 40%는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된다. 물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지원금이 지급된다. 대학안의 연구회사를 통한 수익, 학생 등록금, 자문비 등으로 나머지 예산이 충당된다. 찹 총장은 현재 ANU와 정부의 호흡은 일할 정도로 잘 맞다고 밝혔다. 독일에선 교수 및 총장 임명에 정부가 직접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호주 정부는 대학에 견딜 만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학이 곤경에 처했을 때 정부나 정치인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총장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총장의 대학내 자주권은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ANU의 현재 유학생 비율은 22%. 앞으로는 25%까지 유지할 계획이다. 호주 명문 8개 대학 연합체인 ‘G8’의 회장이기도 하다.ANU는 연간 4000억원이 넘는 대학 예산의 69.7%를 연구비로 쓰고 있는데 이는 G8 국가 가운데 최고다. geo@seoul.co.kr ■ 김형아 교수 인터뷰 |캔버라 윤창수특파원|“아시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는 데 있어 호주가 갖는 교육 경쟁력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학자를 길러내야 합니다.” 아시아·태평양학 대학원 정치사회변동학과의 김형아 교수는 현재 ANU의 유일한 한국인 교수다.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는 한국인 교수로는 ANU 설립 이후 처음이다. ANU가 아시아 태평양 연구로 유명하다고 하지만 한국학은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연구에 비하면 실적이나 규모에서 한참 처진다. 중국학 교수는 40명이 넘는데 한국학 교수는 고작 4명이다. 호주의 4위 교역 상대국인 한국의 호주 유학생 수는 2만 2000여명으로 중국에는 뒤진다. 중국에서는 대규모 군부대를 보내듯 연간 100∼200명의 박사과정 유학생을 ANU에 보내지만, 한국인은 15명뿐이다. ANU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은 것은 아시아·태평양학의 권위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학 대학원에는 강의를 하지 않고 연구만 하는 교수가 100명 이상이며 대학원생은 430명이다. 김 교수는 “중국연구센터나 일본연구센터처럼 버젓한 한국연구센터를 ANU에 세우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geo@seoul.co.kr ■ 김솔지 교환학생 인터뷰 |캔버라 윤창수특파원|고려대 유전공학과에 재학 중으로 1년간 ANU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김솔지(20)씨는 “강의 수준이 고려대보다 뛰어난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시스템이 월등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슬라 홀 기숙사에 머무르고 있는 김씨는 유학생들을 위한 세심한 지원과 배려가 넘치는 ANU의 교육 환경에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마이크를 켠 채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강의가 끝나자마자 녹음된 내용이 인터넷에 그대로 다 오른다. 아직 영어가 부족해 수업을 다 알아듣지 못하지만, 인터넷에 녹음 파일이 올라 충분히 복습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실험기구도 부족해 교수가 실험하는 모습을 쳐다보기만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ANU에서는 모든 학생이 실험에 참여한다. 시험을 중간중간에 보고, 튜토리얼 강의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벼락치기 공부는 하려야 할 수 없다고 김씨는 덧붙였다. geo@seoul.co.kr
  • 삼성, 유학생 장학사업 계속키로

    삼성그룹이 ‘이건희 장학재단’의 사회 환원과는 별도로 해외 유학생 장학사업을 계속 추진한다. 삼성은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에서 운영해온 해외 유학생 대상의 장학사업을 삼성 관계사의 재원 부담을 통해 계속 이어가겠다고 30일 발표했다. 지난 2월7일 이 재단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하면서 장학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었다.그러나 삼성은 관계사들이 재원을 부담, 올해 해외 유학생 가운데 70명 내외를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장학생 선발 대상은 올해 학사나 석사·박사 과정의 해외유학 예정자들이다. 지원서는 다음달 1∼31일 삼성 장학생 지원 사무국 홈페이지(www.slsf.or.kr)를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15) 독일 아헨공대

    [명문대 교육혁명] (15) 독일 아헨공대

    |아헨(독일) 함혜리특파원|‘실행 하면서 배운다(learning by doing).’ 유럽최대의 공과대학 아헨공대(RWTH)의 교육 방식은 ‘학문은 이론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독일의 실용주의 교육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아헨공대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긴밀한 산학협력 시스템을 통해 독일 산업발전을 이끌어 왔다. 대학과 산업체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져 있는 가운데 대학은 산업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재를 양성하고, 기초부터 응용 연구까지를 망라하는 260개의 부속 연구소들은 원천기술 개발은 물론 실제 산업현장에서 응용할 수 있는 기술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학이 위치한 독일 중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속한 아헨시는 칼 대제가 신성로마제국의 수도로 정했던 유서깊은 곳. 낮 기온이 38도를 넘나들던 지난주 아헨시에 골고루 퍼져 있는 대학 건물에는 기말고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학생들이 가득했다. 기말 시험이 끝나면 산업체 실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딱히 여름 방학이라고 할 것도 없다. 들어가기는 쉽지만 디플롬(독일의 대학 학위)을 받아 나오기는 힘들다는 독일 대학에서 특히 어렵기로 소문난 곳이 아헨공대의 공학계열이다. 아헨공대 기계공학과의 경우 입학생이 시험과 연구소 실습, 산업현장 실습 등의 과정을 마치고 엔지니어 디플롬을 받는 비율은 8%에 불과하다. 엔지니어 디플롬을 받기까지는 평균 15.3학기(7∼8년)가 걸린다. 현재 9개 단과대학에 총 80개의 학과가 개설돼 있지만 가장 중시되는 분야는 역시 공학분야다. 전체 3만명의 학생 중 공학분야가 42%를 차지한다. 아헨공대의 엔지니어 디플롬은 독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아헨공대의 교육과 학술·연구활동 모두가 긴밀한 산학협동을 통해 현장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바로 현장투입이 가능한 엔지니어 양성 독일에서는 13년의 초·중등 교육과정을 거친 뒤 수학능력 평가시험인 아비투어를 통과해야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아헨공대의 공과 분야에 입학하려면 여기에 2개월의 현장실습 증명서와 리포트를 첨부해야 한다. 입학 이전에 현장실습을 하도록 하는 것은 산업체에서 기계가 어떻게 설치돼 사용되는지를 배우고 연장 다루는 법도 배운다. 전공할 분야가 자신의 적성과 맞는지를 판단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학업기간 중에도 6개월의 실습과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산업체의 근무 경력을 지닌 교수진이 포진하고 있으며 강의와 세미나, 시험 등도 실제 산업현장에서의 문제들을 이론과 같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기계공학과에서 디플롬과정을 마친 정회건씨는 “수업이나 연구를 위해 쓰이는 기계들은 산업 현장에서 실제 사용되는 것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구결과가 실제 현장으로 직결될 수 있고 졸업후에도 산업현장에 곧 바로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 개발 아헨공대 부속 공작기계 및 생산공학연구소(WZL).1906년 설립된 WZL은 260개 대학 부속연구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오랜 역사답게 200여명의 석·박사급 연구원과 250여명의 박사과정연구원을 포함해 총 600여명의 연구·행정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8000㎡ 규모의 공작소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전체 예산 중 43%가 기업(17%), 독일연구협회(DFG·11%), 유럽연합(11%), 산업기술진흥협회(3%)가 지원한다. WZL의 마케팅 담당 쿠르트 뤼텐 국장은 “원천기술과 산업응용기술을 고르게 개발하기 위해 기초 과학기술연구와 더불어 산업계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며 “연구소들은 기술의 산업계 이전은 물론 산업계의 기술요구를 반영해 학교의 연구방향을 조정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원들이나 학생들의 아이디어도 산업 현장의 적용 가능성을 타진한 뒤 실제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아이디어가 산업에서 응용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기업체나 과학재단에 연구비 지원을 요청하는 프로젝트를 제출한다. 섬유생산기계연구소(ITA)의 부소장 디어터 바이트 교수는 “모든 프로젝트는 산업 현장에서 적용되는 기술이 포함돼야 하기 때문에 실제 도움이 되지 않는 기술은 이곳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바이트 교수는 “궁극적으로 산업체에 이익이 되는 경우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아헨공대에서 응용 분야 연구가 90%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산업체와의 긴밀한 네트워크 아헨공대에는 대학내 연구소와는 별도로 산업체에서 직접 요구되는 연구과제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대학부속 연구소 외에 실용연구 중심의 생산공학 및 레이저 기술 연구를 위한 프라운호퍼 연구소, 섬유연구를 위한 독일 모직연구소 등 13개 특수연구소가 설립돼 있다. 연구소들은 대부분 아헨시 외곽의 멜라텐에 있는 아헨 연구단지에 자리잡고 있다. 통합생산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독일내 57개 회사들이 공동출자해 만든 아헨 연구단지는 산업계, 과학계 그리고 학생들에게 중요한 연구기반을 제공한다. 산업체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헨공대 졸업생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아헨공대 출신들은 현재 1만 3000명 정도가 산업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 중 4000명은 외국에서 활동 중이다. 아헨공대의 동창회 조직을 담당하고 있는 디트리히 후놀드 국장은 “동창생들은 대부분 기업체나 산업체의 중요한 포스트를 맡고 있기 때문에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학생들의 현장실습과 취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otus@seoul.co.kr ■ “박사과정 경우 여러분야 교수가 함께 지도” |아헨 함혜리특파원|유럽최대의 공과대학 아헨공대는 유럽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기술과 과학의 연구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 부르크하르트 라우후트 총장은 “산학협력 체제를 통해 대학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사회의 요구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교육과 연구의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헨공대가 다른 대학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설립목표 자체가 산업발전의 주역을 양성하는 것이다. 지난 136년 동안 대학과 연구소, 산업체가 긴밀한 연결고리를 갖고 산학협력 시스템을 갖춰 왔으며 중요한 연구 풀(pool)을 형성하고 있다.260개의 연구소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모두 산업체와 공동으로 진행된다. 시장의 기술수요는 대학 및 연구소의 학술·연구에 반영이 되고, 대학과 연구소에서 나온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는 현장에 즉각 적용된다. 이런 가운데 교육과 산업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산학협력의 성공적 운영 비결은. -오늘의 아이디어가 내일의 생산으로 연결되도록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산업체와 대학의 상호교류가 활발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수들은 모두 산업체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장 경험이 풍부할 뿐 아니라 산업체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수시로 파악, 산업체와 공동으로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학생들이 졸업 후 산업계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실제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지도하고 연구방향을 잡아준다. ▶각 분야의 과학과 기술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분야가 형성되는 추세다. 이에 대한 대비는. -각 분야의 연구소간, 연구원들간의 협동연구와 상호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로 이뤄진 포럼을 제도화했다.IT, 재료과학, 환경과학, 이동 및 교통, 생명과학, 기술과 사회 포럼이 구성돼 있다. 각 포럼에는 기계공학, 수학, 토목, 경제, 의학 분야의 교수들과 연구원들이 참여해 새로운 분야를 놓고 연구방향을 논의한다. 박사학위 과정의 경우 서로 다른 전문분야의 교수들이 함께 전체적인 시각에서 지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아헨공대가 ‘엘리트 대학’ 육성계획에 포함될 전망은. -독일에는 80여개의 대학이 있으며 평균적으로 높은 교육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MIT나 하버드, 영국의 케임브리지나 옥스퍼드처럼 대표성을 지닌 대학은 없다. 엘리트대학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월성을 지닌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으로서 명성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lotus@seoul.co.kr ■ 獨 엘리트대학 육성 프로젝트 |아헨 함혜리특파원|독일이 미국의 아이비리그,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 못지 않는 엘리트대학 육성을 위해 올 하반기부터 ‘엑설런트 이니셔티브(Exzellenzinitiative)’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독일의 대학은 18,19세기 학문의 메카로 이상적인 대학 모델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모두가 국립으로 평준화된데다, 무상교육을 실시하다보니 교육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고급 두뇌의 공동화 현상을 우려하는 기업계의 목소리도 높았다. 슈뢰더가 이끄는 집권 사민당 정부시절 국가개혁프로그램인 ‘아겐다 2010’에 엘리트 대학 육성계획을 포함시킨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해 6월 연방정부와 16개 주정부가 협약을 맺음으로써 본격화된 이 계획에 따르면 과학·기술분야의 연구 및 교육에서 수월성을 지니는 대학을 5∼10개 선정해 앞으로 5년 동안 총 19억유로(25억 달러)를 지원하게 된다. 현재 1,2차 예비 심사를 마쳤으며 오는 10월13일 최종 선정을 남기고 있는 상태다. 독일의 대학교육 정책은 전적으로 16개 주정부 소관이지만 연방정부의 재정이 지원되는 엑설런트 이니셔티브는 선정작업 및 세부 프로그램 추진을 독일연구재단과 독일과학위원회가 맡고 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정부 과학·교육부의 헬무트 프랑그만 국장은 “10개 대학이 1,2차 관문을 통과했다. 최종적으로 5개 대학정도가 선정될 것으로 본다.”면서 아헨공대, 브레멘공대, 뮌헨대, 하이델베르크대, 베를린자유대, 훔볼트대 등이 엘리트대학으로 육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그만 국장은 “평준화·민주화를 추구해 온 독일의 대학교육 시스템은 내부적으로는 경쟁력이 있고 역사도 깊지만 대외적으로 내세울 만한 대학이 없어 명성있는 교수나 우수한 연구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소수의 경쟁력있는 대학을 선발해 집중지원한다는 것은 독일 대학교육 정책의 근본적인 이념을 뒤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otus@seoul.co.kr ■ 졸업생 취업률 100% 가까워 |아헨 함혜리특파원|아헨공대는 독일 대학 중에서도 두드러지게 국제화에 공을 들여 온 대학이다. 현재 130여개국에서 온 5000명의 유학생과 연구원들이 학업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한국 유학생은 150명. 대부분 공학 및 엔지니어, 기계 분야를 전공한다. 유학생들은 아헨공대를 선택하는 이유로 체계화된 산학연계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산업 현장과 밀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점을 꼽는다. 공작기계 및 생산공학연구소(WZL) 소속의 이달호(박사과정)씨는 “연구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그 결과는 별도의 수정 내지 보완 없이도 산업 현장에 곧 바로 적용된다.”면서 “해당 연구를 진행했던 각 팀의 소속 연구원들은 해당 연구과제 종료 후 박사학위논문을 출판한 뒤 연구 과제를 진행했던 회사 또는 연구소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옮겨 해당 연구를 진행하고 더욱 발전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아헨공대 한인학생회 회장을 맡고 있다. 기계공학과 디플롬과정을 마친 정회건씨는 “학교 수업이나 연구소의 프로젝트는 산업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도록 교육한다.”며 “아헨공대 출신들은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 서로 스카우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높은 실업률 때문에 고민하고 있지만 아헨공대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100%에 가깝다. 한국에서 대학 4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유학 온 서진원씨는 “한국에서는 수업을 받고 시험을 보고 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에서는 산학간 협동체제가 잘 구축돼 있고 학생들이 연구소에서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때문에 몸으로 배우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독일 교포 최태화(환경공학과 졸업예정)씨는 각 분야에 다양한 연구소가 있기 때문에 통합연구가 가능한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최씨는 “기계분야가 원래 강하기 때문에 환경공학이나 의료공학 등 응용과학 분야에서도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여권발급 대행업무 폭주·만성적 민원 자치구 “해법 찾아주오”

    여권발급 대행업무 폭주·만성적 민원 자치구 “해법 찾아주오”

    여권 발급 민원으로 서울시 자치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노원구는 업무 폭주와 만성적인 민원에 시달리다 외교부에 대책수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원구는 25일 여권을 발급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민원인들의 모습과 주민들의 건의 사항 등을 비디오 테이프에 담아 ‘여권발급 민원 대책 절실’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만들어 외교통상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동영상에는 여권발급을 위해 새벽부터 차례를 기다리다 졸고 있는 민원인의 모습과 매일 민원인들과 전쟁을 치르는 공무원들의 불만과 개선방안 등을 담고 있다. 이노근 노원구청장은 이에 앞서 “시민들이 줄을 선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외교부 등에 문제점을 알리고, 개선을 요구하라.”고 지시했다. 노원구는 개선안에서 ▲외교부의 여권처리 주전산기 용량 확대 ▲발급업무 25개 전 구청 확대 ▲전국적인 통합 예약접수 시스템 시행 ▲여권발급 수수료의 지자체 일부 배정 등을 요구했다. ●외지인 몰려 10개 구청마다 북새통 여권업무는 지방의 시·도 외에 서울의 10개 자치구에서 대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여권발급기관에 선정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그러나 여권수요가 급증하면서 애물단지로 변했다. 방학이나 연말에는 유학생과 관광객까지 겹쳐 여권 발급 창구는 북새통을 이룬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여권 위조 방지를 위해 외교부가 여권 사진을 부착식에서 스캐너를 이용한 전사방식으로 바꾸면서 여권 발급 업무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기계의 처리 용량이 제한돼 수작업으로 할 때보다 효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서울은 발급 기간이 10여일로 지방(25∼30일)보다 빨라 경기도 등 다른 지역 수요자들까지 몰려 혼잡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종로구는 전체 여권발급 건수의 4%만이 종로구 거주자이고,45%는 서울시 타구 거주자,50%는 서울 이외 지역 거주자로 나타났다. ●“발급기관 확대가 유일한 대책” 강남구는 최근 대당 1억여원 하는 여권발급용 스캐너를 구입하려다가 포기했다. 기계도입으로 처리속도가 빨라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수요자가 몰리는 것을 보고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권 발급에 따른 고충은 다른 구청도 마찬가지다. 자치구에서는 발급기관 확대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는 예산이 없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해결방법은 여권발급처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여권발급 업무로 자치구가 몸살을 앓자 서울시는 지난 24일 자치구 여권과장 회의를 여는 등 시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외교부의 업무이기는 하지만 결국 자치구가 어려움에 처한 만큼 시가 방관할 수는 없다.”면서 “시 차원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연간 273만건이었던 여권 발급 건수는 지난해 311만건, 올 상반기에만 211만건으로 집계됐다. 김성곤 조현석기자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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