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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슈퍼노트 北연관 결론”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북한 당국이 달러화를 정밀하게 위조해 만든 ‘슈퍼노트’가 계속 생산돼 전세계로 유포되고 있다고 미국 비밀검찰국의 마이클 메리트 부국장보가 25일(현지시간) 말했다. 메리트 부국장보는 미 상원 국토안보·정무위원회의 재무·정보·국제안보소위 주최로 열린 북한의 불법 활동과 관련한 청문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슈퍼노트와 북한간에 연관이 있다는 단정적인 결론에 이르렀다.”고 증언했다. 메리트 부국장보는 1989년 필리핀 센트럴뱅크에서 슈퍼노트가 처음 발견된 이후 연평균 280만달러 상당의 100달러 및 50달러 짜리 슈퍼노트가 적발됐으며, 지금까지 130개국에서 170차례에 걸쳐 적발된 슈퍼노트의 총액은 5000만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청문회에서 피터 프라하 미 국무부 마약단속국 아시아·아프리카·유럽 담당국장은 북한의 불법 마약 거래와 관련,“1976년 이후 북한 당 및 정부 관계자가 마약을 유통시키다가 적발된 것이 20개국 이상,50건에 달한다.”면서 “북한은 마약거래에 정부 소유의 자산이나 배를 동원하고 특히 군 순찰함까지 이용했다.”고 말했다. 프라하 국장은 그러나 2003년이후에는 북한이 마약 수출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또 위조 약품 수출도 감지되고 있지만 의미있는 규모에는 이르지 못한다고 프라하 국장은 말했다. 프라하 국장은 그러나 북한의 위조 담배는 주요 외화 수입원이며 미국 내부에 공모자가 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탈북자 출신인 김승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북한 정부는 1983년부터 제대한 군인들을 황해북도 연산과 함경북도 부령, 함경남도 장진 등에 배치해 정부차원에서 비밀리에 ‘백도라지’라고 불리는 아편을 재배했다.”고 증언했다. 민간기구인 정보분석연구소의 데이비드 애셔 박사는 “북한 정부는 주요 수입원으로 마약거래를 지시하고 있으며 그 수입이 연간 1억∼2억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dawn@seoul.co.kr
  • 행정도시 주민단체 우후죽순 보상금 싸고 주도권다툼 ‘눈살’

    충남 연기·공주 행정도시 건설 예정지에 우후죽순격으로 주민단체가 생기면서 이들 단체간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5일 행정도시 남면주민보상대책위원회(위원장 임백수)에 따르면 최근 행정도시 연합대책위원장인 심모씨와 행정도시 비상대책위원장 한모씨 등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보상대책위는 “연합대책위가 지난 3월 발족하면서 ‘남면보상대책위 간부들이 토지공사 관계자로부터 향응과 제주도 여행 혜택을 제공받았다.’고 떠들고 다니면서 우리 측을 ‘비리단체’라고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한씨에 대해서도 “방송차를 동원, 마을마다 돌아다니면서 임 위원장과 우리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허위 유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같은 억지주장을 법적으로 가리기 위해 고발했다며 “토지공사 관계자에게 술을 얻어먹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지난 2월 제주도 여행도 11명의 간부가 28만원씩 사비를 갹출해 다녀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심모씨가 위원장으로 있던 보상대책위는 해체됐고 심씨는 최근 금남면 비상대책위원회 보상위원에 위촉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대책위 관계자는 “우리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지난해 4월 발족, 행정도시건설청과 토지공사를 상대로 주민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개발이권이 있자 정체불명의 단체들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상대책위 한씨는 “방송차를 끌고다니면서 ‘보상을 제대로 받아내자’는 내용을 방송했을 뿐 임 위원장이나 보상대책위를 비난한 적은 없다.”며 “고발내용을 보고 법적 대응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반발했다. 행정도시 토지보상은 지난 20일 3조 1167억원 가운데 70% 정도인 2조 1867억원이 협의보상 계약을 마쳤으나 손실·영업보상 등이 남아 있어 주민단체간 갈등도 계속될 전망이다.연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사회플러스] 신세계, 참여연대 고소

    신세계는 20일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 등 참여연대 소속 인사 3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신세계는 고소장에서 “참여연대가 ‘편법적인 부의 상속을 통해 회사의 유망한 사업기회를 지배주주가 편취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 회사의 투명한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1998년 4월 광주신세계 유상증자 때 당시 대표이사였던 권국주씨 등이 적정가치 평가를 하지 않은 채 지배주주인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에게 저가인수토록 해 정씨가 420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며 권씨와 정 부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었다.
  • 與 내부서도 ‘눈총’… 수습 부심

    열린우리당은 ‘경악스러운 비리’ 발표 이후 되레 역풍에 휘말리는 분위기다.‘구태의연한 폭로정치’라는 야당의 거센 반발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신중치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않다. 한나라당의 공천비리 파문이 쑥 들어가면서 여당 스스로 ‘자충수’를 뒀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14일 ‘경악스러운 비리’를 예고했던 김한길 원내대표가 17일 수습에 나섰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결과적으로 무슨 예고를 한 것처럼 비춰진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별장파티 의혹’을 발표한 안민석 의원은 “우리는 확인된 팩트만 이야기했고 이번에 드러난 사실은 이명박 서울시장과 선병석 전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이 각별한 관계라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이명박 시장과 선병석 전 회장이 여흥을 즐긴 것은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별장파티’ 발표 이후 역풍이 심상치않자 공세의 표적을 한나라당 공천비리로 바꿔보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정동영 의장은 울산시장의 개발비리 연루 의혹과 관련,“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광역단체 비리의 표본”이라고 공격했다. 이날 최고위원들은 ‘매니페스토(정책검증)’가 적힌 명찰을 착용, 정책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부심했다. 하지만 내부에서 ‘별장파티’ 폭로를 주도한 당 지도부에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지방선거를 향한 전략 전술의 차질과 함께 열린우리당의 이미지 훼손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장 폭로정치나 인신공격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여당에 대한 불신을 털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핵심 당직자는 “증거나 증언 등을 확실히 확보해 관련자가 부인하지 못할 정도로 확실히 했어야 했는데 경솔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초선의원은 “한나라당의 부패한 도덕성이 함축된 ‘매관매직 게이트’를 공격할 기회를 놓치고 오히려 공천비리에 떳떳한 우리가 ‘폭로정치’의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고 아쉬워했다.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정치권 ‘무책임 폭로전’ 갈수록 가열

    정치권 ‘무책임 폭로전’ 갈수록 가열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비리 의혹 공방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여당은 16일 ‘경악할 만한 비리’라며 한나라당 소속 이명박 서울시장과 박맹우 울산시장 관련 의혹을 폭로했고, 한나라당은 ‘제2의 김대업 공작’이라고 맞받아쳤다. ‘먼지’가 걷힐 때까지는 흑백을 가리기 힘든 난전 국면이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련자와 한나라당이 치명상을 입겠지만, 반대의 경우 여당측이 ‘무책임한 폭로정치’를 벌였다는 여론의 십자포화를 받을 전망이다. 다만 검찰 수사나 추가 제보 등을 통해 진짜 경악할 만한 팩트가 나오지 않으면 여당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열린우리당은 16일 이명박 서울시장이 소위 ‘황제테니스’ 논란의 핵심 인물이던 선병석 전 서울시 테니스협회장과 경기도의 한 별장에서 파티를 함께 가질 정도의 특수 관계임이 드러났다고 의혹을 제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또 박맹우 울산시장이 2002년 당선된 뒤 선거에 도움을 준 관계자를 도와주기 위해 이권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여당의 의혹 제기를 ‘공작정치’로 규정하고 ‘한나라당 중요인사의 경악할 비리’를 예고했던 김한길 원내대표에 대해선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직은 물론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전 여권과 ‘연결된’ 김대업씨가 당시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고 결국 근거없는 폭로였음이 드러난 ‘제2의 김대업 사건’으로 규정했다. 여당은 당 클린선거대책위와 법률구조위 연석회의를 가진 뒤 “이 시장과 선 전 회장이 참석한 ‘별장 파티’는 지난 2003년 10월 경기도 가평군 소재 별장에서 이뤄졌고 이 파티에는 30대 중반의 모 대학교 성악과 강사를 포함한 약간 명의 여성들도 참석했다.”며 “지금껏 이 시장이 선 전 회장의 이름만 아는 정도라고 해명했던 것과는 달리 긴밀하고 특수한 관계라는 것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안민석 의원은 “선 전 회장과 지난 6일 직접 만나 5시간 대화한 결과 “선 전 회장이 여성들을 파티에 참석하도록 주선했고 이 자리에서 이 시장과 선 전 회장은 함께 여흥을 즐겼다.”며 은근히 ‘질펀한 향응’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려 했다. 그러나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날 한나라당 당사에서 회견을 갖고 “‘별장파티’는 없었고 모임의 날짜나 별장 소유 모두 허위”라고 정면 반박한 뒤 “안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금명간 고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부시장은 “2004년 7월 테니스 동호인 모임의 수련회에 가서 저녁에 불고기를 구워 먹고 아침에 테니스 친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선 전 서울시 테니스협회장도 여흥의 성격에 대해 “순수한 (테니스)동호인 모임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열린우리당 우제항 의원은 박 울산시장을 겨냥,“울산 문수구장 민간 위탁, 울산대공원 위탁과 관련해 박 시장이 울산시장 선거에서 도움을 받은 주모씨에게 이권을 챙겨주기 위해 이권에 개입했다는 제보가 있어 대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박 시장은 이날 “열린우리당 김 원내대표와 우상호 대변인, 우제항 의원 등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일만 전광삼 구혜영기자 oilman@seoul.co.kr
  • [주말탐방]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선 지금

    [주말탐방]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선 지금

    당신이 갈겨 쓴 메모 한 줄만 가지고 언제 쓴 것인지 맞힐 수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무심코 레이저 컬러프린터로 출력한 종이 한 장으로 당신의 프린터 종류와 출력한 시간까지 알아낼 수 있다면, 섬뜩하지 않은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층 화학분석과에서는 ‘시간을 되돌리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시험관 안에 흩어져 있는 깨알 같은 점들은 바로 글씨가 씌어진 종이에서 떼어낸 시료. 연구실에서는 직경 0.5㎜의 시료 20여개를 가지고 글씨가 씌어진 시기를 알아내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원리는 의외로 간단했다. 펜의 잉크를 만들 때 넣는 용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휘발돼 씌어진 지 오래된 글씨일수록 적게 검출된다는 것. 하지만 시료를 초, 분 단위로 분석하는 정밀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고분자연구실의 홍성욱 실장 한 사람뿐이다.2003년부터 이 기법을 개발하기 시작해 2004년 첫 감정을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200건에 대해 작성 시기를 판별해냈다. ●복사기에도 ‘지문´… 범인 딱 걸렸어 필적조사·위조지폐 감별·문서감정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국과수 문서영상과에서는 ‘복사기 지문(指紋)’을 통해 진급 관련 ‘괴문서’를 유포한 예비역 장교를 적발해 냈다. 지난해 10월 충남 계룡대 군인아파트 근처에 현역 대령이 장군으로 승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괴문서가 뿌려진 사건이 발생했다. 육군 중앙수사단은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공조해 수사를 벌였다. 검경수사단은 용의자를 압축할 수 있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었다.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괴문서가 용의자의 복사기에서 복사됐다는 사실을 검증할 수 있는지 국과수에 의뢰해 왔다. 복사기를 통째로 들고 왔다. 문서영상과 나기현(32) 박사는 “복사기의 핵심 부품인 드럼을 교체하지 않는 이상 특정 복사기에서 복사된 종이는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모양의 점(흠점)을 갖게 된다.”면서 “괴문서에 나타난 몇 개의 점이 해당 복사기에서 사용된 것과 일치했다.”고 말했다. 나 박사의 결정적 분석으로 괴문서는 진급 예정자에 대해 평소 서운한 감정이 있었던 예비역 대령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물 성분으로 ‘식품 산지´ 콕 짚고 약독물 분석과 식품연구담당실에서는 성분 분석을 통해 가짜 양주와 가짜 참기름 등을 가려내고, 혈중 알코올 농도를 분석한다. 감정 건수는 보통 한 달에 20∼30건 수준이지만 수사기관의 기획 수사로 가짜 상품들이 무더기로 적발될 때는 한꺼번에 300건씩 감정 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 단골 의뢰 상품은 참기름. 옥수수 기름 등과 섞어 놓으면 향이나 맛에서는 별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판가름이 쉽지 않다. 하지만 참기름에는 참깨과 식물에만 들어있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분석을 통해 진위를 가려낼 수 있다. 현재 식품연구담당실의 가장 큰 과제는 바로 중국산 식품을 가려내는 일이다. 현재로서는 정상식품의 경우 원산지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에 식품연구담당실은 지역마다 토양과 물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물을 구성하고 있는 수소의 동위원소 함량비를 통해 식품의 산지를 알아내는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뺑소니범 피해자 봤나 못봤나도 알수있어 뺑소니 사고를 담당하는 교통공학과 분석연구실에서는 ‘마디모(MADYMO)’라는 프로그램을 교통사고에 적용해, 교통사고 상황을 3차원으로 재현해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마디모’는 원래 자동차 범퍼에 가해지는 충격 등을 측정하기 위해 외국에서 사용하던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분석연구실 박성기(41) 박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교통사고 상황 재현에 적용하도록 개선했다. 이 프로그램에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부상 정도와 사고 차량의 정보를 입력하면, 교통사고 상황이 3차원으로 파악된다. 교통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최초 사고 발생지점 등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분석연구실 손성건 실장은 “이 프로그램을 좀더 개발하면 운전자가 사고 당시 보행자를 인지했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기용 유지혜기자 kiyong@seoul.co.kr ■ 아동11명 ‘얼굴없는 성폭행범’ 최면요법 검거 지난 2003년 평택과 아산에서 초등·중학생 11명이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피해 아동들이 기억하는 것은 무서운 아저씨가 파란 트럭으로 끌고 갔다는 사실 뿐, 동일범이 분명한데도 사건은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수사진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과수 범죄심리과를 찾아 최면을 실시했다. “지금 당신의 손에는 상상의 리모컨이 있습니다. 범인은 당신을 보지 못하고 당신이 범인을 통제합니다.1,2,3까지 세다 범인의 얼굴과 주변의 물건이 가장 잘 보이는 순간에 멈춤버튼을 누르세요. 이제 그 장면을 기억의 카메라에 저장합니다.” 놀랍게도 피해 아동 중 2명이 최면요법을 통해 “끝자리에 둥근 모양의 숫자가 두 개 반복된다.”며 트럭의 차량번호를 거의 정확하게 기억해냈다. 차량 안에 바퀴 하나가 빠진 빨간 자동차 모양의 방향제가 있었고, 범인의 신체 특정 부위에 점이 있었다는 사실도 떠올렸다. 수사진은 당장 비슷한 번호의 트럭으로 대상을 좁혔고 며칠 지나지 않아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국과수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머리카락 한 올도, 감쪽같이 조작한 사진도 국과수에 오면 ‘딱’ 걸리기 마련이다. 국과수의 사건 해결담과 그동안의 에피소드를 들어봤다. 지난해 12월 강원도 고성 휴전선 인근에 위치한 육군 모 부대에서 발생한 K-2소총 2정과 실탄 700발, 수류탄 6발 도난 사고도 국과수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잡아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범인은 사건 발생 4∼6개월 전인 6월과 8월 각각 이 부대에서 복무하다 전역한 장모(23·예비역 병장)씨와 정모(26·예비역 중사)씨였다. 누구보다도 부대를 잘 아는 사람들이 저지른 ‘완전범죄’였지만, 무기고 주변 철조망에 남아있던 머리카락 한 올이 해결의 열쇠가 됐다. 국과수 분석 결과 밝혀진 범인의 혈액형은 A형. 이때부터 수사는 급진전돼 혈액형이 A형인 전역자들을 면밀히 검토하던 중 장씨와 정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육군 장성진급 비리사건도 국과수가 해결한 사건으로 유명하다. 진급 심사 비리를 폭로하는 문건이 뿌려진 데서 출발한 수사는 결국 2004년 10월5일부터 8일까지 진급 심사가 있었던 회의실의 CC(폐쇄회로)TV 검증으로 이어졌다. 군검찰은 육군본부에서 증거자료를 인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으나, 육군본부는 진급심사 장면을 녹화하지 않았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난처한 상황에 몰린 군검찰은 결국 CCTV 전체를 국과수로 보내 조작 여부 분석을 의뢰했다. 국과수 문서영상과에서는 “여러 차례 실험 결과 ‘육군장성진급 심사’가 있었던 당시 CCTV에는 녹화가 됐고 하드디스크(녹화저장자료)도 바뀌었다.”는 소견을 발표했다. 문서영상과 이중(37) 박사는 법정 증언에서 “해당 CCTV 시스템은 기계가 작동해 녹화를 할 때 항상 시스템 로그 파일이 생기는 동시에 디버그 로그 파일도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육군의 CCTV에는 시스템 로그파일은 존재하나 디버그 로그 파일은 없었다.”면서 조작 사실을 확인했다. 약독물 분석과 식품연구담당실에서는 가장 먼저 2000년대 초반에 가짜로 의심된다고 의뢰가 들어온 동충하초를 분석하다 난데없이 본드 성분이 나와 당황했던 일화를 떠올렸다. 알고 보니 곰팡이를 누에에 접종해 동충하초를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 그냥 누에에 곰팡이를 본드로 붙인 것. 비슷한 시기에 당뇨에 좋다고 인기를 끌었던 누에 가루에 뽕잎 가루를 섞어 양을 늘리고 속여 팔았던 일당도 연구팀 분석으로 꼬리가 잡혔다. 연구팀은 숯가루를 넣은 칡냉면, 공업용 알코올과 캐러멜 색소를 섞어 만든 가짜 양주 등도 밝혀냈다. 유지혜 김기용기자 wisepen@seoul.co.kr ■ 한국 과학수사 CSI도 깜짝? “현장을 철저히 보존하라. 과학수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경찰의 과학수사 요원들은 한결같이 이 부분을 강조한다.119구조대 대원이나 경황이 없는 가족들이 현장을 흐트려 놓으면 현장에서 대부분 단서를 취득하는 과학수사가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한 과학수사 요원은 “현장이 흐트러져 있으면 ‘김이 샌다.’”고 했다. 경찰이 구조대원을 교육시킬 때 ‘지혈한다고 커튼을 찢지 말라.’‘현장에 놓여있는 물을 먹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과학수사의 핵심은 지문과 유전자(DNA) 분석. 요즘은 지문채취 기법이 발달해 썩은 피부도 뜨거운 물에 3초 동안 담갔다가 한꺼풀 벗기면 뜰 수 있다고 한다. 단백질이 굳어져 지문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동남아의 쓰나미사건 때 시체 신원확인에 유용하게 쓰였다. 분말이 많이 쓰이지만 액체시약을 이용해 종이에서 지문을 뜨는 법도 개발됐다. 고운 섬유에서도 마찬가지다. 산화철을 이용해 스티로폼에서 지문을 뜨는 기법도 개발돼 있다. 지문채취법의 압권은 피살자 피부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방법. 미국에서 개발돼 국내에서도 시험하고 있다. DNA 감식은 정액은 물론 침, 머리카락, 혈액에서 모두 가능하다. 뼈나 땀에서도 DNA가 나오고 있다. 대전 ‘원조발바리’도 그의 아들이 버린 담배꽁초에 묻은 침의 DNA를 분석한 뒤 피해 여성에게서 검출한 것과 대조해 검거했다. 몸속의 정액은 72시간 동안 남는다. 올해 초 발생한 천안 연쇄살인사건의 한 피해자에게서 정액이 검출됐으나 범인의 것인지, 사망 전 관계한 다른 남자의 것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경찰관들이 주로 사용하는 과학수사 장비는 음모를 빗을 때 쓰는 빗, 면봉, 가위 등이 들어있는 현장종합감정세트와 잘 안 보이는 신발자국이나 차바퀴 흔적을 뜨는 족·윤적감정시스템, 얼굴 샘플이 수없이 들어가 몽타주 그릴 때 참조하는 몽타주 그래픽 등이 있다. 과학수사 요원들은 시장에 틈나면 가서 새로 나온 신발 바닥을 찍어오고 있다. 과학수사기법은 지문채취에서 유전자분석으로 옮겨가고 있고 구더기와 알 등 곤충을 활용하는 법도 늘고 있다. 경찰은 CCTV에 찍힌 얼굴과 주민등록 사진의 일치 여부를 판독하는 ‘얼굴인식시스템’ 개발이 끝나면 과학수사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경찰관은 “‘CSI’ 등 드라마에서 과학수사 요원이 범인검거에 나서거나 지문이 겹치는 등의 내용은 과장된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장비도 뒤지지 않지만 범인검거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과학수사요원 선발·양성은전문적인 과학수사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말고도 경찰과 경찰도 자체 과학수사 조직을 운용하고 있다. 경찰은 과학수사 요원을 경찰관 중에서 선발하고 있다. 보통 지원을 받지만 ‘일방적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선 경찰서에서는 혼자 맡는 경우가 많아 힘들기 때문에 과학수사 요원이 되길 꺼린다. 그래서 신참 경찰을 뽑아 보내는 경우가 흔하다.”고 귀띔했다. 선발된 과학수사 요원은 3단계(초중고급) 교육을 받는다. 초급과정은 국과수에서 감식과정을 견학하고 2∼3일간 지방청을 돌면서 교육을 받는다. 중급은 2주 정도씩 서울에 있는 수사보안연구소에서 지문채취 등 종합적인 과학수사 기법을 배우게 된다. 고급은 자신이 선택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운다. 분야는 지문채취, 화재감식, 거짓말탐지기 등 10여개로 교육기간이 짧게는 2∼3주에서 3개월까지 있다. 거짓말탐지기 다루는 기법처럼 자격증이 필요한 분야도 있다. 이후 한국가스공사 등 전문분야 관련 기관에 1주일 정도씩 위탁교육을 시킨 뒤 실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특채하는 분야도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심리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이들을 대상으로 범죄분석 프로파일링 요원을, 간호사 등을 상대로 현장에서 시체를 검시하는 요원을 선발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석·박사 학위자를 뽑는다. 연구직 공무원이다. 현재 240명이 이 연구소의 법의학 및 법과학 분야에서 감식 업무를 맡고 있다. 법의학은 부검, 유전자분석, 문서감정,CCTV분석 등이 있고 법과학은 마약과 전기(화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전문의를 비롯, 유전자 및 화학·전기공학도가 이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으나 의사들은 낮은 보수와 과중한 업무 등을 이유로 기피하는 실정이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일부 대학에 과학수사 관련 전공이 있고 경찰은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요원을 뽑고 있다. 이동주 충남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전문가를 중심으로 요원을 채용하는 시책이 필요하며 인력을 확충하고 장비도 더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주말화제] “하트 화음으로 장애벽 넘을게요”

    [주말화제] “하트 화음으로 장애벽 넘을게요”

    “언젠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낼 겁니다.” 몸에 비해 마음이 천천히 자라는 아이들이 음악으로 하나 되기를 시도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하트-하트재단은 지난달 25일 국내 최초로 정신 발달장애 청소년들로만 구성된 ‘하트 관악단’을 창단했다. 아직은 각자 겨우 소리를 내는 ‘불협화음’ 수준이지만 언젠가는 멋진 연주회를 열겠다는 자신감이 대단하다. ●“우리는 하트 관악단” 6일 오후 서울 가락동 하트-하트재단 지하 1층 소극장. 단원들이 악기를 만지작거리며 연습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원래 10명이지만 한 명이 빠져 9명만 모였다. “우리가 누구라고요?”관악단 지휘와 총괄을 맡고 있는 박성호(31·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씨가 목청을 돋워 단원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정리되고 표정들이 진지해진다. “다른 사람이 연주하는 악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들어볼 거예요. 먼저 플루트부터 시작하죠.” 최보라(15)양이 플루트를 들고 무대 위로 올라와 자세를 잡더니 “같이 연주하자.”면서 오수민(13)양을 부른다. 매끄럽지 않던 소리가 점차 안정돼 가면서 가요 ‘아빠의 청춘’의 흥겨운 가락을 만들어 낸다. ●비장애인보다 음악 재능 뛰어난 경우도 발달장애는 통상 해당연령의 기대수준보다 25% 이상 성장이 뒤처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귀는 매우 예민해서 음악적으로 소질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사회성이 부족해 합주가 어렵다는 것. 하트-하트재단은 이들이 배운 실력을 활용하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관악단을 창단했다. 정식 오디션을 통과해 입단한 단원들은 대부분 최소 1년에서 8년까지 개인적으로 레슨을 받아 한두곡 정도는 연주가 가능하다. 트럼펫을 맡고 있는 박재완(18)군은 악보를 보고 웬만한 곡은 소화할 줄 안다. 유포니움을 맡게 된 이한결(11)군의 경우 레슨 경험이 전혀 없지만 잠재력이 매우 뛰어나다. 리코더로 오디션을 봤는데도 합격한 이유다. 박성호씨는 “비장애인이 한달 동안 배울 내용을 하루만에 깨우칠 정도로 뛰어나다.”면서 “잘 키우면 훌륭한 음악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결이는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다. 악기 살 엄두를 못내 박씨가 다니는 교회에서 쓰지 않는 유포니움을 갖다 줬다. ●“멋진 관악단 될 수 있다고 확신” 하트 관악단이 더욱 특별한 것은 단원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의 의지에 있다. 박성호, 김준미(34·사랑의 플루트콰이어 단원), 강융학(29·고우오케스트라 수석), 김두형(28·프라미스윈드 오케스트라 악장) 등 전문가 4명이 교통비만 받고 일주일에 2회 2시간씩 지도한다. 개인 레슨을 하면 꽤 큰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들이다. 김준미씨는 “비장애인만 지도해 봐 쉽지는 않겠지만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동참하게 됐다.”고 전했다. 앞으로 가을까지는 개인 연습과 음악적 소양교육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연주회를 목표로 합주 연습에 들어간다. 하트-하트재단 이은영 팀장은 “다들 다른 장애도 아닌 발달 장애아들은 합주가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시간을 두고 노력한다면 프로 관악단원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엽기 副장관

    50대 중년 남성이 인터넷에서 만나 성적(性的)인 대화를 나눴던 14세 소녀는 알고 보니 수사관이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수사당국은 5일 브라이언 도일(55) 국토안보부 부장관을 아동포르노 유포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이날 도일 부장관을 휴직 처리하면서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안보부의 서열 4위인 도일 부장관은 플로리다주 이송을 앞두고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가 수갑을 찬 모습이 방송에 중계되면서 큰 충격을 던졌다. 도일 부장관은 지난달 14일 인터넷 채팅에서 14살 소녀를 만났다. 그는 소녀에게 몇개의 아동포르노 동영상을 보내고 성적인 행동을 주문했다. 또 소녀에게 ‘화상 채팅’을 하자면서 ‘웹 카메라’를 사도록 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그가 철석 같이 믿었던 소녀는 인터넷 범죄를 수사하고 있던 여성 요원이었다. 그녀는 플로리다주에서 함정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도일 부장관은 소녀에게 자신의 이름과 직장명인 국토안보부뿐만 아니라 사무실과 정부가 제공한 휴대전화 번호까지 알려줬다. 그는 소녀에게 여러장의 사진을 보냈으며 이후 소녀로 가장한 수사관과 전화통화까지 나눴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GS그룹 매출27조 재계7위 안착

    GS그룹 매출27조 재계7위 안착

    GS가 31일로 ‘홀로서기’를 시작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출범 당시 ‘우려반 기대반’ 분위기에서 이제는 ‘우려반’을 빼야 할 정도로 분가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기업이미지의 안정적인 착근과 주력 계열사의 만족스러운 경영실적이 이를 증명해준다. 또 LG시절과 달리 오너가(家)의 활발한 ‘바깥 행보’도 눈에 띈다. 그러나 GS의 고민거리도 적지 않다. 우선 차세대 ‘먹을거리’ 발굴이 쉽지 않다. 내부 유보금은 쌓여가지만 투자처를 찾기가 어렵다. 허씨가(家)가 동업 정신에 입각해 “LG와 겹치는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GS의 주력이 또 내수업종이어서 경기 변동에 민감한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소통’하는 허씨일가 GS로 분가한 이후 허씨가(家)의 평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여전히 나서기를 꺼려하지만 그래도 진일보했다는 견해가 대체적이다. 이 가운데 허창수 회장은 GS의 ‘대표 얼굴’로서 지난 1년간 꽤 달라진 행보를 보여줬다.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허 회장은 지난해 ‘현장 경영자’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 회장은 매월 한 차례씩 계열사 사장단 회의와 분기별로 모든 계열사 임원들이 참여하는 ‘GS 임원모임’을 주재하고, 사업계획을 조율하면서 그룹 전반을 진두지휘했다. 4월에는 사외이사들과 함께 GS칼텍스 여수공장을 직접 방문했으며, 여수 방문 직후 일본으로 이동해 환경친화적 신기술 경연장인 ‘아이치엑스포 2005’를 둘러봤다. 지난해 9월과 올 2월에는 신임 임원 교육과정에서 특강을 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도 활발한 대외활동을 통해 허씨가의 대표 경영인이자, 에너지 전문가란 인식을 심어줬다. 허 회장은 지난해 동북아 석유포럼과 한·중·일 비즈니스 포럼 등에 참석해 ‘에너지 CEO’로서 발언권을 확대했으며, 환경과 지속가능경영에도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문화는 인화? 급속한 지배구조의 변화와 외형적 성장을 구가한 GS이지만 기업문화만큼은 아직 ‘LG 색채’가 강하다. 내부에선 “1년이라는 시간은 독자적인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에 짧은 시간”이라며 “더구나 LG의 인화정신은 이어갈 만한 기업문화”라고 입을 모은다. 외부에서 보는 GS의 이미지는 어떨까. 뚜렷한 색깔이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성공적인 브랜드 정착과 기업이미지 통합을 높게 평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GS만의 독톡한 이미지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출범 1년만에 유통·에너지그룹이라는 이미지는 심은 것 같다.”고 했다. GS는 출범 첫해에 인지도 확보와 친근감 형성에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2년차인 올해엔 GS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GS 관계자는 “지속적인 홍보와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이 GS를 확실히 알게 됐다고 평가한다.”면서 “자체 소비자 인지도 조사에서 인지율이 99%에 달했다.”고 밝혔다. ●내수업종 탈피가 과제 계열분리 이후 GS가 가장 자랑스럽게 내놓는 부문이 경영실적.49개 계열사를 거느린 GS는 지난해 자산규모가 21조 7000억원으로 재계 자산규모 7위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매출은 27조 5000억원으로 전년(23조 1000억원) 대비 19% 늘었다. 순이익은 1조 560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경영실적으로만 보면 출범 1년만에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계열사 중에서 GS칼텍스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 늘어난 16조 2339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의 48%가량이 수출에서 발생해 내수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났다.GS건설은 수주량이 전년보다 36% 증가한 8조 2403억원에 매출은 39% 증가한 5조 6308억원을 기록했다. GS는 올해 에너지와 유통, 건설 등 주력사업의 성장을 위해 2조원을 투자키로 했으며, 매출은 지난해보다 9% 늘어난 30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공포의 계절/월레 소잉카 지음

    21세기는 글로벌시대라고 한다. 경제적·문화적 국경이 하나씩 무너지면서 ‘세계는 하나’라는 지향점에 가까워지는 듯도 하다. 하지만 실상 그 이면은 폭력과 테러로 얼룩져 있다. 지난 8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제3세계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윌레 소잉카는 그래서 오늘날 세계를 설명하는 핵심적 키워드로 ‘공포’를 제시한다. ‘공포의 계절’(월레 소잉카 지음, 이완기 옮김, 루비박스 펴냄)은 오늘날 일상에 스며드는 공포의 정체를 정치와 종교라는 틀을 통해 자세히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지난 2004년 BBC라디오에 초빙된 윌레 소잉카의 강연내용을 묶은 것이다. 저자는 우선 공포의 근원과 그 영향을 추적하면서 국제정세가 강요하는 국가간 갈등, 국가와 테러조직 사이의 관계를 탐색한다. 그는 오늘날의 테러조직을 유사국가로 상정한다. 소잉카가 보기에 오늘날 심화된 공포를 유포시키는 근원은 바로 이 유사국가다. 하지만 국가 역시 현실 혹은 가상의 반역세력을 낙인찍는 방식을 통해 유사국가가 득세하는 데 모종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즐기고 있다. 저자는 유사국가의 뿌리에 예속과 맹종을 강제하는 광기의 종교적 수사학이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우리는 진정 종교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소잉카의 절규는 본질적 가르침에서 벗어나 세속에 대한 권력 의지로 광기의 온상을 제공하고 있는 종교의 잘못에 대한 따가운 질책이다. 유사국가 도발은 9·11테러에서 정점을 이룬다. 하지만 소잉카는 9·11에 대해 “수십년에 걸쳐 사하라 사막 위에 무참하게 피의 글씨로 덧칠해져 왔던 전조의 귀결이었다.”고 설명한다. 요컨대 9·11은 세계 정치학 속에 내재되었던 정치와 종교를 둘러싼 갈등의 파국적 확인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른바 제1세계 밖에서 증식하고 있던 갈등의 전조를 무시하며 다른 한편에서 이를 부추기던 서방세계를 강력 비판한다. 소잉카가 오늘날의 인간 존재 조건을 고찰하며 내놓은 처방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추구’로 나타난다. 그가 보기에 인간 존엄성에 대한 공격은 공포가 노리는 가장 큰 목적 가운데 하나이며 정신의 예속과 권력의 승리를 알리는 서곡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시급히 조명되고 복원되어야 할 게 바로 존엄성에 대한 가치라는 것이다. 존엄성은 오늘날 국가와 유사국가의 폭력, 그리고 종교의 수사학적 광기가 강제하는 ‘굴욕’에 맞설 수 있는 반(反)테제이며, 따라서 존엄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소잉카는 거듭 강조한다.1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사회플러스] 인터넷 명예훼손 고소없이 수사

    대검찰청 형사부는 22일 앞으로 인터넷 명예훼손은 피해자 고소 없이도 적극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기간제 여교사 성폭행 사건 관련자들의 실명과 사진이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공개되고 허위사실이 유포되는 등 명예 훼손과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있는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인터넷 명예훼손 사건은 고소가 접수된 뒤 수사에 착수하던 것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피해자 고소 없이도 사건을 파악해 수사할 방침이다.
  • 발붙일곳 없는 美성범죄자

    발붙일곳 없는 美성범죄자

    미국 법무부는 15일(현지시간)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인터넷 채팅룸을 통해 아동 성추행 장면을 생중계하고 수천장의 포르노 사진을 유포한 다국적 아동포르노 조직을 적발해 27명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키디픽스 & 키디비즈’란 채팅룸을 통해 아동 포르노물을 배포한 27명의 국적은 캐나다, 호주, 영국, 미국 등 다양했다. 앨버토 곤잘러스 미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생후 18개월도 안된 유아 성추행 장면을 포함해 상상할 수도 없는 최악의 아동 포르노물이 제작, 유통됐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성범죄자를 위성항법장치(GPS)로 추적하는 법이 15일 발의됐다. 만약 이 법이 의회와 아널드 슈워제너거 주지사를 통과하면, 가석방중이거나 보호 관찰 대상인 성범죄자는 발목에 10달러짜리 GPS 추적 장치를 차게 된다. 캘리포니아주에는 9000명의 성범죄자가 가석방됐다.2만 7000명 이상이 현재 감옥에 있다. 통계에 따르면 석방된 죄인의 70%는 3년내에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미 2000년부터 GPS로 성범죄자를 추적하고 있는 플로리다주에서는 재범률이 대폭 떨어졌다. 아이오와주에서는 지난 9월부터 성범죄자의 주거를 제한하는 법이 실시되고 있다. 학교나 보육시설 근처 600m내에 살지 못하도록 한 주거제한법 때문에 아예 사라져 버린 성범죄자가 3배 이상 늘었다. 6000명의 등록된 아이오와주 성범죄자 가운데 400명이 현재 ‘주거불명’이다. 아이오와주 주요 시와 마을에서 공원, 수영장, 도서관, 버스정류장 근처까지 주거제한지역에 포함시키면서 성범죄자들이 노숙자로 전락하거나 모텔을 전전해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번엔 도쿄에 ‘한류 조승우’

    |도쿄 이순녀기자|조승우의 카리스마가 일본을 사로잡았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첫 공연이 열린 13일 밤 일본 도쿄 유포트극장. 통제할 수 없는 선과 악의 이중성으로 괴로워하던 지킬이 연인 엠마의 품에서 숨을 거두는 피날레곡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1300여명의 관객이 일제히 일어나 열광적으로 손뼉을 부딪혔다. 배우들의 무대인사가 끝나고 막이 내린 뒤에도 객석의 박수소리는 한참동안 그치지 않았다. 점잖기로 소문난 일본 관객의 전원 기립박수는 공연 관계자들조차 예상치 못한 이변이었다.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한 이날 공연의 관객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일본에서 개봉된 영화 ‘클래식’‘말아톤’으로 조승우를 알고 있는 관객들은 선과 악을 넘나드는 탁월한 연기력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무장한 그의 무대 연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시부야에서 네일숍을 운영하는 히데오 사쿠라이(30)는 “영화 ‘말아톤’을 보고 조승우의 팬이 됐다. 그가 나온다고 해서 처음 한국 뮤지컬을 보러 왔는데 배우들이 하나같이 노래를 잘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한류 열풍을 주도한 중장년 여성의 힘은 공연장에서도 느껴졌다. 한국 드라마를 자막없이 보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나가키 히로코(51)는 “조승우의 노래가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날 정도였다. 다른 한국 뮤지컬도 빨리 보고 싶다.”며 들뜬 목소리로 감상을 전했다. 공연 직전까지 회의적이었던 일본 공연 관계자들의 태도도 공연을 보고 난 뒤 달라졌다. 일본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말아톤’을 수입했던 아뮤즈주식회사 요키치 오사토 대표는 “조승우는 물론 앙상블까지 모든 배우들의 기량이 뛰어난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지킬 앤 하이드’의 일본어 버전 제작사인 도호 프로덕션의 관계자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한국의 오디뮤지컬컴퍼니와 CJ엔터테인먼트, 일본의 JK스파클이 제작비를 절반씩 투자했다. 도쿄와 오사카, 두 곳에서 총 17회 진행되는 이번 공연의 제작비는 10억원. 공연 시작전 예매율이 80%를 넘어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총 매출액은 14억∼1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제작사는 전망했다.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 대표는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아 다행이다.‘지킬 앤 하이드’의 성공을 토대로 일본, 중국 시장에 진출해 본격적으로 뮤지컬 한류를 불러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조승우와 류정한이 번갈아 출연하는 이번 일본 공연은 도쿄(19일까지)에 이어 22∼24일 오사카 NHK홀에서 계속된다.coral@seoul.co.kr
  • [사회플러스] 음란화상채팅 사이트 대표 구속

    여성 5000명을 모집해 음란 화상채팅 사이트를 운영한 30대 업자가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 이건주)는 3일 화상채팅을 통해 남성들이 여성의 알몸을 볼 수 있는 M사이트를 운영한 박모(33)씨를 음란물 유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동업자 임모씨를 수배했다고 밝혔다. 음란채팅을 이용하기 위해 남성들은 1분에 300∼700원의 이용료를 냈고, 박씨는 이용료 수익의 35%를 채팅에 참여한 여성에게 지급했다.
  • [여의도in] ‘전여옥 독설’ 또 파문

    “5000억원을 김정일 개인계좌로 주면서 김정일이 공항에서 껴안아주니까 치매든 노인처럼 얼어서 서 있다가 합의한 게 6·15선언 아닙니까.”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또다시 독설파문을 일으켰다.23일 인터넷매체 `브레이크 뉴스´에 따르면 전 의원은 전날 대전시당 당원 행사에서 “6·15선언은 돈으로 산 것”이라며 이같이 비난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에게는 “가짜다. 인상만 봐도 아는데 억울해 보이고 쭈글쭈글해져 진짜 못 봐주겠단 어른들이 많다.”고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여권에는 `날강도´,`날건달´,`싸가지 없는 X´이라고 했다.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은 “즉각 사죄하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우리당 법률지원단은 전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및 인신 공격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이종수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허위사실 ‘인터넷 펀글’도 손배

    인터넷 게시판 등에 올라온 글의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이를 근거로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면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3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20일 벤처기업인 남모(44)씨 등 4명이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했다.”면서 소액주주 정모(38)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정씨는 남씨 등에게 5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인터넷에서 무료로 취득한 공개정보는 내용의 진위가 불명확하고 출처도 특정하기 어려워 직접 확인하지 않고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면서 “확인없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판을 저하할 만한 사실을 적시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씨는 2000년 1월 남씨의 허위공시를 믿고 주식을 샀다가 손해를 보자 ‘남씨 등이 인터넷 주식공모로 금전을 편취했다.’는 인터넷 글에 ‘남씨 등은 배후세력이 있는 전문 사기꾼’이라는 내용을 덧붙여 주식 관련 사이트에 올렸다 소송을 당했다. 앞서 검찰도 인터넷의 악의적 댓글에 대해 형사처벌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임수경(38)씨 아들의 죽음을 다룬 인터넷 기사에 임씨를 조롱하고 아들의 죽음을 조롱하는 내용의 ‘악플’을 올린 서모(47)씨 등 14명을 모욕죄로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무역협회장 이희범씨 추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국무역협회 회장에 이희범(57)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추대됐다. 이 전 장관의 추대로 무역협회가 그동안 겪어온 ‘내홍’은 일단락됐지만 중소 무역인이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22일 총회에서 설립 60년 만에 첫 ‘선거’를 앞두게 됐다. 무역협회는 20일 회장단 회의를 열고 김재철 회장 후임을 논의한 결과 만장일치로 이 전 장관을 추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무역협회는 애초 김 회장 후임으로 민간기업 출신을 염두에 뒀지만 여당과 정부측에서 이 전 장관을 ‘내정’했다는 설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경우처럼 각종 단체들은 일단 정치권발 차기 회장 내정설이 유포되고 나면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이 전 장관은 오랜 산자부 근무 경력으로 자격은 충분하다는 평이었지만 무협 내·외부에서 관료출신 인사를 만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전 장관을 회장으로 추대하면서 무협 내부의 반대 의견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이석영 협회 부회장·한영수 전무가 산자부 관료 출신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정부의 경제단체 ‘장악’을 우려하는 지적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일각에서는 김재철 회장을 재추대하기 위한 ‘여론몰이’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관료출신 회장 반대 여론을 업고 ‘대안 부재론’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협회가 이처럼 어수선한 가운데 낚싯대 전문업체인 동미레포츠 김연호(74) 회장이 전격 출마를 선언해 협회를 더욱 술렁이게 했다.물론 대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은 “무역협회는 회원들의 피땀으로 이뤄진 방대한 자산을 쌓아만 놓는 ‘부동산임대협회’로 머물지 말고 중소 무역업체의 육성과 지원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김재철 회장의 연임도 반대하지만 정부의 낙하산 인사도 반대한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1946년 발족한 무역협회는 한동안 국무총리급 인사들이 회장을 도맡아오다 91년 이후에는 내부 논의를 거쳐 민간 출신 회장을 추대해왔기 때문에 회장 선거 관리규정조차 없었다. 무역협회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 5만 7592평의 부지에 무역센터빌딩, 아셈빌딩, 코엑스 등을 보유하고 있고 도심공항터미널(75%), 한무개발(31.9%), 한무쇼핑(33.4%) 지분을 갖고 있다. 해외에서도 미국 뉴욕에 22층 빌딩, 워싱턴에 12층 빌딩을 운영 중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시인세계’ 봄호 학계 논쟁 게재

    임종국의 ‘친일문학론’(1966년) 이래 한국 문단에서 뜨거운 논쟁을 이어온 친일문학, 친일문인에 대해 새로운 논점을 제시하는 주장이 잇따라 나와 눈길을 끈다. 시 전문계간지 ‘시인세계’봄호가 마련한 특집 ‘친일시인의 수용과 비판’과 민족문학연구소의 단행본 ‘탈식민주의를 넘어서’(소명출판)가 그것이다. 먼저 ‘친일시인의 수용과 비판’은 특수한 시대 상황 속에서 몇 편의 친일시를 썼다는 이유로 한 시인의 모든 문학적 생애를 저울질하기는 어렵다는 전제 아래 이제 그만 ‘천형의 족쇄’를 풀어주자는 제안으로 논쟁의 문을 연다. 평론가 유종호는 “친일 언동의 오점이 있는 시인 작가의 작품을 수용하느냐 않는냐 하는 문제는 개개 문인과 작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의문의 여지없는 명시적인 친일 시편을 제외한 작품들은 우리 문학의 자산으로 수용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볼품없고 염치없는 저급 선전물을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지칭하는 것 자체가 비문학적 행동이며 따라서 친일문학 대신 친일문서로 호칭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평론가 박수연은 비판적인 입장으로 맞선다.“친일문학은 무엇보다 문학이다. 미적 구조물에는 문인들의 문학 이념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그는 친일문학이 단순한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시대적 이념을 내재화하면서 가능했던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심원섭 와세다대 객원교수는 “주요한과 이광수의 친일시들이 일본인보다 더 엄숙하고 비장하면서도 그 이면에 작위성이나 상투성, 무성의함이 느껴지는 것은 그들이 의도적이며 조직적인 ‘신념형 친일’을 수행하고 있었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시인세계’의 특집이 친일문인을 획일적인 잣대로 단죄하지 말고 선별적으로 수용해야 함을 주장한 반면 ‘탈식민주의를 넘어서’는 친일 문인들의 내적인 의식 변화로 인한 ‘자발적 친일’을 파헤침으로써 이들에 대한 섣부른 면죄부 발급을 경계한다. ‘대동아문학의 함정’(김재용)은 최재서가 서구 자유주의의 대안으로 일제가 유포한 국민주의를 수용한 과정을 분석하고,‘순응적 여성성과 국가주의’(서영인)는 최정희의 모성을 가부장제, 제국주의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한다.‘미당의 친일시’(박수연)는 서정주 시인의 자전적 진술들을 통해 모더니스트에서 친일문학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추적했다. 2부에서는 엄혹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일제에 맞섰던 작가들을 소개한다. 한설야 문학에 담긴 일제에 대한 비협력과 저항정신을 분석하고, 우회적으로 현실에 맞섰던 김남천과 사회주의 리얼리즘위에 구축된 이육사 문학의 면모도 되짚는다. 제목 ‘탈식민주의를 넘어서’는 식민주의에 대한 모든 저항을 무조건 민족주의라고 간주하는 ‘탈식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공연리뷰] 연극 ‘그녀의 봄’

    먼저 포스터 얘기부터 해야겠다. 웃통을 벗은 채 눈을 감고 있는 한 남자. 아랫배에 새겨진 화려한 문신과 한쪽 귀에 걸린 귀고리가 요즘 유행하는 동성애 코드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연극 ‘그녀의 봄’(김학선 작·연출)은 이 선정적인 포스터가 유포시킨 소문처럼 동성애 연극이 아니라 통일 이후 겪게 될 남북한 사회의 현실적·정서적 괴리를 진지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극중 한기주가 게이로 설정돼 있긴 하지만 그의 성 정체성이 작품을 끌고 가는 핵심 요소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불필요한 선입견을 심어줘 작품을 잘못 읽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포스터는 분명 문제가 있다. 무대는 남북한 통일 시범지구인 항구도시 경도. 신 경제특구인 이곳은 남쪽이나 북쪽 사람들 모두에게 기회의 땅이자 자본의 논리와 생존의 절박함이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욕망의 분출구다. 경도호텔 소유주인 남쪽 기업가 소지성과 북쪽 조직폭력배 조용길의 권력다툼은 수십년간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의 틀에 갇혀 있던 남한과 북한의 불안한 동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반면 조용길의 조직에서 러시안 룰렛게임으로 연명하는 김철희(최원석), 소지성의 여자 경호원 리원석(채국희), 기억이 뒤엉킨 동성애자 한기주(최광일)는 남북한에서 버림받고 절망의 진흙탕에서 뒹구는 주변부 인생들이다. 카지노와 타로점이 어울리는 세련된 무대세트, 화려한 조명, 감각적인 음악, 끊임없이 울려대는 총소리는 얼핏 누아르 영화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스타일에 너무 치중한 탓일까. 정작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남북한 양쪽에서 쫓기는 신세인 김철희, 연인인 김철희를 찾아 경도에 온 리원석, 집에 불을 질렀던 과거를 잊으려다 성 정체성마저 변해버린 한기주 등 주요 인물의 비틀린 과거에 대한 설명이 크게 부족한 탓에 이들의 현재 캐릭터와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작품에 빈 공간이 많다는 뜻이다. ‘자본주의는 말이야, 인민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괴물이야.’ 같은 상투적이고 직설적인 대사도 귀에 거슬린다. 통일시대에 대한 남다른 문제의식과 진지한 성찰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숙성 과정 없이 의욕만 앞섰다는 방증이다.2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2-919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이상수 노동 선거법위반 내사

    검찰이 이상수 노동부장관에 대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내사하고 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10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10·26 부천 원미갑 재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 장관의 허위사실 유포 여부에 대해 수사를 의뢰해 내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노동부장관 임명장을 받았다. 이 장관은 지난해 선거운동 과정에서 S초등학교 체육관 건립비 20억원,B초등학교 화장실 개보수비 10억원,S여중 교실증축비 10억원 등의 예산을 확보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선거공보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발표했었다. 이에 한나라당 임해규 후보측은 이를 사실무근이라며 지난해 10월17일 이 장관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이 장관측은 이에 대해 “B초등학교의 예산은 거의 확보 단계이고,나머지 2개교 예산도 학교와 민간자본이 합작 추진하는 BTL 방식으로 다음달중 확보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으로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부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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