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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치단체장 25시] ICT 도서관·소프트웨어 교육… 4차 산업혁명 파고 넘는 마포

    [자치단체장 25시] ICT 도서관·소프트웨어 교육… 4차 산업혁명 파고 넘는 마포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그의 표정에는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이 숨어 있다. 여전히 호기심과 꿈이 많기 때문일 테다. 박홍섭(75) 서울 마포구청장의 얼굴에는 이처럼 그의 삶과 성정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호기심과 통찰로 머릿속이 가득 찬 박 구청장은 최근 ‘4차 산업혁명(인공지능과 산업·기술 간 융합 등이 핵심인 변화)과 독서, 융합’ 등의 열쇳말에 꽂혔다. 2014년 6월 시작한 민선 6기 임기 내내 매달려 온 구정 핵심과제들도 대부분 이 주제와 연관됐다. 새 시대로의 진입을 앞두고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을 고민해 온 그는 “경제 형편 탓에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 길을 잃고 조난당하는 학생이 없도록 돕는 게 공공 영역이 할 일”이라고 결론 내렸다. 박 구청장이 지역 교육의 전진기지로 생각하는 마포중앙도서관이 오는 10월 문 연다. 또 대학과 함께 초·중·고등학생에게 코딩 교육을 꾸준히 벌이는 등 지역 차원의 교육 개혁을 진행 중이다. 그는 “문명의 변곡점에 섰는데 우리 교육은 여전히 철 지난 입시교육 틀에 묶여 있다”면서 “소프트웨어 교육 등 마포만의 교육 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상암동 마포구청 집무실에서 박 구청장을 만나 민선 6기 3년간의 성과와 남은 목표 등에 대해 물었다.“새 도서관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등대 같은 역할을 하길 바라죠.” 박 구청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오는 10월 완공할 마포중앙도서관·청소년교육센터다. 옛 마포구청사 부지에 2만 229㎡(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로 짓는 이 시설은 장서 30만여권과 683석의 열람실, 어린이자료실 등으로 채워진다. 자치구가 운영하는 도서관 시설로는 큰 규모다. 하지만 박 구청장은 “새 도서관을 그럴싸하게 짓는 건 되레 쉽다. 중요한 건 도서관을 무엇으로 채우느냐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콘텐츠’가 도서관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그는 “도서관이 책만 쌓아 둔 곳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주민끼리 모여 히히덕거리고, 책 보고 차 마시며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도 받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의 사랑방이 돼야 한다는 기대다. 이를 위해 도서관 안에는 북카페와 토론실은 물론 다문화존도 설치된다. 이 공간에는 필리핀·태국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나게 되는 결혼이주여성의 출신국 문화를 공부할 수 있는 도서가 비치된다.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면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유명 저자를 초청해 강의를 듣고 대화할 수 있는 ‘창작교실’, 작가를 꿈꾸는 구민이 이용하는 ‘집필실’ 등도 중앙도서관에 개성을 더해 줄 공간이다. 중앙도서관 초대 관장으로는 송경진(50)씨를 영입했다. 경기도 도서관정책팀장과 사단법인 ‘문화와도서관’의 사무국장 등을 지낸 베테랑이다. 마포중앙도서관은 종이책만 꽂힌 따분한 공간이 아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아이들이 온몸으로 체험하며 역사, 과학 등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가상현실(VR) 체험시설에서는 북극 등 오지를 탐험하거나 거북선에 올라타 임진왜란 당시 해전을 실감 나게 체험해 볼 수 있다. 또 ‘I 트래블’ 시스템을 통해서는 대형 화면을 보며 프랑스 파리나 페루의 마추픽추 등 해외 명승지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박 구청장은 “우리가 도서관에 투자한 만큼 지역 학부모들이 쓰는 사교육비를 절감시켜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도서관 건립에 앞서 대학 등 지역 기관과 협업해 ICT 교육을 하는 등 지역 특화 교육 모델을 만들어 왔다. 서강대와 함께 2015년부터 올해까지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꾸준히 벌였고 여름·겨울방학 때는 서강대 캠퍼스에서 소프트웨어 캠프를 열었다. 박 구청장은 “아이들이 직접 개발 원리를 익혀 간단한 게임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에 흥미를 느끼게 되더라”면서 “이제는 구청, 대학, 경찰 등 가릴 것 없이 합심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아동재활병원을 만든 일이 아내와 결혼한 일 다음으로 잘한 일 같아요.” 애처가로 소문난 박 구청장은 지난해 4월 문 연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애착의 깊이를 가늠케 한다. 상암동에 자리한 이 병원은 국내 유일한 어린이 재활 전문 병원이다. 푸르메재단이 병원 부지를 구하지 못해 애먹자 마포구가 선뜻 노른자 땅을 내줬다. 재단이 병원을 지어 운영하되 건물은 구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었다. 박 구청장은 “몸 아픈 아이들을 치료할 전문재활병원은 꼭 필요하지만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민간에서는 짓지 않았다”면서 지자체가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이 병원은 지난해 4월 개원한 뒤 지난 3월까지 모두 4만 2278명의 어린이가 치료받았다. 900명 가까운 아이들이 입원·외래치료를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린다. 박 구청장은 “재활의학은 특성상 물리치료사가 환자를 1대1로 돌봐야 해 돈을 벌기 어렵다”면서 “하지만 꼭 필요한 사업인 만큼 병원 운영상 어려움이 없는지 늘 지켜보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의선 숲길’ 조성도 민선 6기의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사업이다. 경의선 폐철로 6.3㎞(10만 2008㎡) 구간을 긴 녹지 공원으로 꾸민 경의선 숲길은 2011년 첫 삽을 뜬 지 5년 만인 지난해 6월 전 구간(마포구 염리동·대흥동·신수동·와우교·연남동, 용산구 원효동·새창고개)을 개통했다. 박 구청장은 “과거 철길 주변 집들은 빨래를 널어 놓으면 기차 매연 탓에 시커멓게 변하는 등 주거 환경이 열악했다”면서 “연트럴파크로 알려진 연남동 구간과 홍대입구역 인근 책거리 구간 등 숲길 전체가 서울의 명소가 됐다”며 흐뭇해했다.박 구청장과 마포구의 혁신행정은 외부로부터 넉넉한 평가를 받는다. 마포구는 지난달 혁신사업에 주는 국제상인 ‘아시아·태평양 스티비 어워즈’에서 금상 1개(경의선 책거리)와 은상 2개(넥슨어린이재활병원, 소식지 ‘내고장마포’)를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제1회 대한민국 책읽는지자체 사업, 제5회 대한민국 지식대상, 2016 전국지자체 일자리경진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주목받는 마포지만 최근 어려움도 겪고 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탓에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박 구청장은 “위기를 활용해 국내 관광의 새 틀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유커에만 의존하던 관광 구조에서 벗어나 싼커(중국인 개별 관광객)와 타 국적의 관광객을 끌어모을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관광객들이 예전처럼 명승지만 돌아다니는 게 아니다. 드라마 촬영지, 맛집 등 이야깃거리만 있으면 어디든 찾아온다”고 말했다. 구는 개별 관광객 유치를 위해 국내외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홍보를 강화했다. 또 탁상공론식 관광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해 게스트하우스와 여행사 등 지역 관광업 종사자들과 함께 관광포럼을 꾸리고 현장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모으고 있다. 베테랑 정치가이기도 한 박 구청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초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국민이 바라는 것을 해 주는 게 제일 좋은 정치다. 촛불집회를 통해 드러난 국민의 바람은 공정한 국가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이 공정한 인사와 검찰 개혁 등을 통해 적폐를 씻어 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결이 고운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그는 “새 정부가 지역분권을 약속한 만큼 지역 특성을 반영한 자치와 분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정권을 돕기 위해 구민 일자리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재난안전 노력 등 주민을 위한 생활밀착형 행정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한국 여행 막는 中… 사드보복 피해 15조 넘는다

    유커 쇼핑 지출 최대 80% 줄어 개별 관광객 맞춤형 콘텐츠 시급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의 하나로 중국이 한국 여행을 제한하면서 국내 산업의 피해 규모가 최고 15조원이 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21일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 제한 조치가 국내 소비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을 계속 제한한다면 5조 6000억∼15조 2000억원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7월부터 한국 여행을 제한해 왔다. 지난 3월에는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시켰다. 이후 한 달 동안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상황이 올해도 이어진다면 중국인 관광객의 국내 쇼핑 지출액은 지난해보다 52~8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관광에 지출한 총 여행 경비는 약 18조원에 달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쓰는 쇼핑 경비는 최근 6년 동안 연평균 56.1% 성장해 지난해 12조 8000억원을 웃돌았다. 보고서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국내 소비재 판매 하락 등 직접 피해액이 5조 5000억~14조 9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또 이로 인한 소비재산업의 생산감소 등 간접 피해액은 1000억~3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만약 사드 보복 조치가 6개월 동안 지속된다면 국내 소비재산업의 부가가치는 최고 389억원, 12개월 지속된다면 최고 707억원이 각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피해액은 사드 보복 지속 기간, 중국인 관광객 1인 평균 쇼핑액(180만원), 중국인 관광객 감소분 등을 고려해 산정했다. 한편 보고서는 “중국의 여행 제한에도 20∼30대 중국인 개별 관광객은 여전히 한국을 찾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한 여행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애물단지 된 인천공항 명품 면세점 DF3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면세점 DF3 구역의 3차 입찰 마감을 일주일 남짓 앞두고 눈치싸움이 여전하다. 명품 패션·잡화를 취급하는 DF3 구역은 높은 임대료와 유지·관리비 탓에 참여자가 한 곳도 없어 이미 두 차례 유찰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DF3 구역을 두고 한화갤러리아와 신세계디에프가 입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체가 두 곳 이상의 사업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이미 DF1·2구역 사업권을 딴 호텔신라와 롯데호텔은 입찰에 참가할 수 없다. DF3 구역은 ‘면세의 꽃’이라 불리는 명품 잡화를 취급할 수 있고 면적이 넓어 당초 접전이 예상됐던 곳이다. 그러나 인테리어를 비롯해 매장 운영·관리가 까다로울뿐더러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3차 입찰에서 임대료 최소 보장금액을 기존 646억원에서 582억원으로 약 10% 낮췄다. 접수 마감은 오는 10일, 가격 입찰 마감은 11일이다. 그러나 세 번째 입찰도 불발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매출이 떨어져도 임대료는 정액 지급이라 임대료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큰 요인인데 10%를 낮춘다고 해서 업체들이 얼마나 움직일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中·덴마크 이토록 부드러운 ‘생굴외교’

    [World 특파원 블로그] 中·덴마크 이토록 부드러운 ‘생굴외교’

    주중대사 ‘굴 대란’ 사진 올리자 中, 수입 추진·유커들 덴마크로 감동한 총리 방중… 경협 ‘화답’중국과 덴마크의 ‘생굴 외교’가 화제입니다. 발트해와 북해로 둘러싸인 덴마크는 아름다운 해변이 큰 자랑거리입니다. 그런데 10여년 전부터 외래종인 ‘태평양 굴’이 번식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온 해변을 뒤덮어 생태계를 교란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먹으면 되지 뭐가 걱정이냐고요? 덴마크 정부도 굴 먹기 운동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덴마크 사람들이 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인구가 560만명에 불과해 굴 소비가 굴 번식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환경단체의 경고를 예산 부족을 이유로 묵살했던 덴마크 정부는 굴 때문에 사면초가에 몰렸습니다. 본국의 ‘굴 대란’을 걱정하던 중국 주재 덴마크 대사는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우린 굴 풍년이 전혀 즐겁지 않습니다”라는 글과 해안을 덮친 굴 모습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중국 누리꾼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우리가 도와주자”고 나섰습니다. 덴마크로 여행 가서 굴을 왕창 먹고 오자는 의견과 덴마크 굴을 모조리 수입하자는 의견은 기본이고 굴을 건축자재로 사용하는 푸젠성의 전통가옥을 많이 짓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덴마크 정부가 ‘굴 비자’를 신설해 수차례의 복수 방문을 허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을 급파해 타오바오에서 굴을 팔게 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었습니다. “굴도 먹고 경치도 구경하자”며 덴마크로 떠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실제로 폭증했고 중국 정부는 덴마크산 굴 수입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인은 굴을 ‘바다의 우유’라고 부르며 즐겨 먹습니다. 중국은 전 세계 굴 생산의 70%를 차지합니다. 라르스 뤼게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중국의 친절에 감동한 나머지 지난 2일 중국에 왔습니다. 라스무센 총리는 “덴마크에 대한 많은 관심과 사랑에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5일까지 머무는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굴 수출을 포함해 58개 경제 협력 방안에 합의할 예정입니다. 한국은 언제 다시 중국과 굴처럼 부드러운 외교를 재개할 수 있을까요.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中 사드 보복에 한국 올 8조 5000억원 손실”

    “中 사드 보복에 한국 올 8조 5000억원 손실”

    관광이 7조 1000억원 최다 中도 1조 1000억원대 피해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우리나라의 경제적 손실이 올 한 해 8조 5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중국 또한 한국과의 교류가 위축되면서 1조 1000억원대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일 ‘최근 한·중 상호 간 경제손실 점검과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0.52% 수준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피해는 명목 GDP 대비 0.01%로 우리나라에 비해 피해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수출, 투자, 관광, 문화·콘텐츠 산업 등 4가지 측면에서 양국의 경제적 손실을 추정한 결과 관광 부문의 타격이 가장 컸다. 지난 3월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상품 판매 전면 금지 이후 ‘유커’(중국인 관광객)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어서다. 연말까지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40%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손실액은 7조 1000억원에 이른다. 수출 부문에서도 1조원대의 피해(1조 4000억원)가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화장품, 식품에 대해 위생검역과 같은 비(非)관세 조치로 문제를 삼으면서 수출 길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 분야도 지난해 7월 이후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지속되면서 판로가 열리지 않고 있다. 다만 피해 규모는 87억 2000만원으로 손실이 크진 않다. 투자 부문은 아직까지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양국이 감정적 대립보다는 중장기적 협력 방안을 찾고, 출구전략을 세워야 한다”면서 “서비스, 투자 분야에서 상호 협력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어르신의 날 제정·어린이종합타운 건설…용산, 미래를 키운다

    [자치단체장 25시] 어르신의 날 제정·어린이종합타운 건설…용산, 미래를 키운다

    “두발자전거는 서 있으면 넘어집니다. 잘 굴러갈 때 페달을 더 힘차게 밟아야지요.” 성장현(62) 서울 용산구청장은 용산의 구정을 두발자전거에 빗대어 말했다. 최근 몇년 새 서울에서 가장 떠오른 자치구지만 방심한 순간 언제든 뒤처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엿보인다. 그는 “주목받는 지역이다 보니 구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행정 수준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스트레스를 즐겁게 받아들인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지역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고민을 6년째 하는데 여전히 재밌다”고 말했다. 그런 열정이 10년 전만 해도 ‘미군부대의 음습한 문화가 흘러나와 고인 동네’ 정도로 인식됐던 이태원 등 용산 전역을 바꿔놨다. 성 구청장은 19일 구청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구학적으로 볼 때 노인과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동네를 만들어야 미래가 있다”면서 “이들이 살 만한 동네를 만들기 위해 남은 임기 동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 구청장으로부터 ‘잘나가는 동네’ 용산의 비결을 들어봤다. “우리 구청 앞에서는 장기간 하는 천막농성을 볼 수 없어요.” 성 구청장에게 “임기 동안 가장 자랑할 만한 일이 무엇이었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용산에 분쟁이 없다니 의외였다. 용산은 면적의 5%(101만 5859㎡)가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 중인 ‘개발의 도시’다. 돈이 모이면 이해관계가 얽히게 되고 보통 다툼이 생긴다. 성 구청장은 “행정 처리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관계자나 구민과 대화하며 문제를 풀어가려 한다”면서 “각자 불만이 있겠지만 이런 이유 때문인지 많이 참고 양보한다”고 말했다.●“개발 속도보다 상생할 방법 찾는게 우선” 사실 용산은 개발 과정에서 악몽을 겪었다. 용산참사다. 2009년 1월, 재개발을 위한 철거에 반대하던 입주민과 경찰이 대치하다 불이 나 철거민 5명, 경찰 1명이 숨졌다. 이후 트라우마 속에 수년간 개발이 멈췄다. 참사 2년여 뒤 취임한 성 구청장은 “개발 속도도 중요하지만 각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들어보고 상생할 방법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깨달음 속에 성 구청장은 지역 분쟁의 중재자로 여러번 나섰다. 2012년 용산역 앞 집창촌 철거 당시 인근 포장마차들과 협의했던 게 대표적이다. 성 구청장은 “포장마차들은 무허가라 철거에 따른 보상을 해줄 근거가 없었다”면서 “대신 당장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부지에서 포장마차 25개가 3년간 영업할 수 있도록 해줘 분쟁을 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일각에서는 ‘포장마차 상인들이 약속과 달리 3년 뒤에도 안 나가고 버티면 어떡할 것이냐’고 우려했지만 상인들이 약속을 지켰다”면서 “신뢰한 덕에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용산은 ‘청춘의 핫플레이스’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정주 인구를 기준으로 보면 노년층이 많다. 용산 구민 중 노인(65세 이상) 비율은 14.7%(3만 5900명)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4위다. 성 구청장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어르신들의 편한 노후를 돕는 건 지방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성 구청장은 2014년 실버세대를 위해 서울 자치구 중 처음으로 ‘어르신의 날’을 만들었다. 이듬해부터 매년 5월 용산가족공원에서 기념행사를 연다. 올해도 다음달 13일 행사를 연다. 성 구청장은 “어르신들이 1년 중 이날 하루만큼은 주인공이 돼 아무 걱정 없이 즐겁게 보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념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식사는 물론 치과·안과 등 건강검진, 미용 서비스 등 노인들이 바라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용산구는 미래 주역인 아동·청소년을 위한 정책 마련에도 적극적이다. 120억원을 투입해 원효로 옛 구청사 터에 짓는 어린이청소년종합타운이 대표적이다. 청소년상담지원센터와 원어민외국어교실, 도서관, 청소년문화의 집은 물론 육아종합지원센터와 장난감도서관 등을 갖추며 올해 11월 완공된다.공공 보육시설 늘리기도 성 구청장의 역점 사업이다. 그는 “수년 내 ‘인구절벽’(저출산 탓에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현상)이 예상되는 만큼 저출산 대책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말했다. 용산구의 전체 어린이집 대비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은 19.4%(2016년 기준)다. 이를 3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문제는 돈이다. 구립어린이집 1곳을 새로 짓는데 20억~30억원이 든다. 성 구청장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용산구는 지난해 9월 성심여고 내 공간을 활용해 8억원만 들여 구립어린이집을 만들었다. 올해에는 민간어린이집을 사들여 구립어린이집으로 바꾸는 등 5곳을 새로 문 열 계획이다.성 구청장은 매년 1월 간부급 공무원과 함께 효창원 의열사를 참배한다. 백범 김구 등 일제강점기 임시정부 요인 7명의 영정이 안치된 곳이다. 그는 “용산 하면 ‘외국인이 많이 사는 이국적 동네’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한국 근·현대사 100년의 아픔이 서린 시련의 땅”이라고 말했다. 성 구청장이 역사바로세우기 사업을 꾸준히 벌여온 이유다. 용산구는 내년 말까지 ‘이봉창 기념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이 의사의 옛집 터인 효창동 118 인근에 조성되는 역사공원에 60㎡ 규모의 작은 기념관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성 구청장은 “이 의사가 자손이 없는 까닭에 다른 독립운동가처럼 추모사업이 활발하지 않았다”면서 “그의 고향인 용산에서라도 나서서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015년 9월에는 유관순추모비를 건립하고 유관순길을 조성했다.●전국 첫 국가유공자 우선주차제 도입 추진 성 구청장은 또 전국 최초로 ‘국가유공자 우선주차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그는 “나라를 위해 팔다리를 바치기도 한 유공자를 일상에서 예우할 다양한 제도가 필요하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용산구는 조례를 만들어 오는 7월부터 주차규모 100대 이상인 공영·부설주차장의 주차공간 중 1%를 유공자 우선주차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이태원 축제 등 활용… 동남아 관광객 유치 총력 서울의 대표 관광지인 용산은 올해 호재와 악재를 두루 안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객실(1730개)을 갖춘 용산관광호텔이 9월 문 여는 건 호재다. 하지만 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노골화하면서 관광시장 큰손인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사라져 고민이 커졌다. 성 구청장은 대신 무슬림·동남아 관광객을 매혹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을 짰다. 그는 “한남동 이슬람사원에는 금요예배 때마다 무슬림 1500명이 모여든다. 자연스럽게 음식점과 여행사, 무역사무실 등이 밀집한 이슬람거리도 생겼다”면서 “이곳을 찾는 무슬림들이 불편하지 않게 해 재방문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태원 지구촌축제와 베트남 퀴논거리, 세계음식거리 등을 활용해 동남아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성 구청장은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정치인이다. 25세 때 신민당에 가입한 뒤 1991년부터 8년간 용산구의회 의원을 거쳐 3선 구청장이 됐다. 30년 가까이 정치인으로 살아온 그이기에 올해 초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지켜보며 생각이 복잡했을 법했다. 그는 “기초지자체를 이끌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건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치적이나 명예를 위해 조급증을 내며 억지 부리면 반드시 탈이 나고, 일 처리할 때 반드시 주권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대통령 탄핵 탓에 중앙정부가 흔들렸는데도 시민들의 삶에는 큰 영향이 없었던 건 지방정부가 튼튼하게 뿌리내린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개헌 논의할 때 무늬만 지방자치가 아닌 실질적 자치가 가능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현장 행정] 보고 즐기고 체험하고 관광객 사로잡는 명동

    [현장 행정] 보고 즐기고 체험하고 관광객 사로잡는 명동

    “음식점에 외국인 손님이 줄었어요. 몇 달 전만 해도 거리에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8길에서 한 상인이 예전보다 줄어든 인파를 내다보며 말했다. 명동은 서울 관광의 상징이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7~8명(77.1%)이 찾았다. 하지만 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노골화하면서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 올해 3월 1~19일 국내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9%나 줄었다. 명동을 포함한 중구 상인들이 타격을 받았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예견된 위기”라고 진단했다. 유커에 의존한 쇼핑 위주의 관광구조 탓에 외생변수가 터지면 언제든 어려움을 겪을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중구는 이번 위기에 지역 관광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로 했다. 동남아와 일본, 이슬람교도 등 다양한 외국인 관광객을 매혹할 관광 아이템을 찾고 내국인 관광객도 다시 명동을 찾게 하겠다는 다짐이다. 최 구청장은 이날 오전 명동에서 열린 ‘관광 활성화 거리 캠페인’에 참석해 “민관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서울시관광협회와 명동관광특구협의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서는 관광객을 환대하고 부당요금을 받는 행위를 근절하자는 취지 등으로 마련됐다. 중구는 우선 외국인 관광객을 동남아 각국과 이슬람교도, 일본 등으로 다변화하기로 했다. 관광 안내책자와 지도를 기존 4개 국어(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 외에 태국·말레이시아어 등 동남아 언어 등으로도 번역해 냈다. 또 ‘블루오션’인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할랄(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슬람교도가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 음식점 지도를 만들고 상인회에도 이슬람교도를 위한 기도실을 만들도록 제안하기로 했다. 최 구청장은 “상인이라면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외국인 관광객이 진짜 바라는 게 뭔지 잘 읽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쇼핑 관광에서 벗어나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만든다. 최 구청장은 “중구는 오랫동안 조선의 수도 한성과 서울의 중심지였기에 역사·문화 명소가 많이 숨어 있다”면서 “다산동 성곽길과 동국대 인근 서애길 대학문화거리, 내년 문을 열 서소문역사문화공원 등을 활용해 내·외국인 관광객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도 자치구의 노력에 발맞춰 외국인 관광객 다변화를 추구한다. 우선 일본 골든위크 연휴(4월 29일~5월 7일)에 찾아올 일본인 관광객을 위해 대대적인 할인·체험 이벤트를 준비했다. 특히 골든위크 기간 명동·동대문·남대문·이태원 등 7곳에는 임시 환대 부스를 설치하고 한글로 이름 써주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일본과 동남아 등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울 여행 추억 공모전’을 열고 9월까지 매월 2명을 선정해 서울행 왕복 항공권을 준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유커 감소’ 강남, 민관협력서 돌파구 찾는다

    ‘유커 감소’ 강남, 민관협력서 돌파구 찾는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폭풍으로 불똥이 튄 중국인 관광객(유커) 대책을 위해 서울 강남구 관계자들이 긴급히 머리를 맞댔다.강남구는 지난 28일 신연희 구청장을 비롯해 관광진흥 관련부서 공무원, 업계 관계자가 모여 ‘강남구 관광업계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30일 밝혔다.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령에 따른 관광객 감소 등 업계 피해 현황을 논의하고 위기 극복 대책 마련을 위해 민관 협업에 나선 것이다. 간담회에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현대백화점, 수현항공여행사, 한국무역협회, 코엑스, SM엔터테인먼트, 가로수길 상인회 등 업계 관계자 32명이 참석해 현장 분위기를 전하며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을 요청했다. 현장의 피해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한 여행업 관계자는 “4월 개최 예정이던 1500명 규모의 관광 엑스포 행사가 취소되는 등 3월 이후 전 행사가 무산돼 직원 15명 중 7명에게 무급휴가를 강제로 줘야 할 형편”이라고 호소했다. 다른 관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객실 단가를 인하해야 해 올해 적자가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면세점·백화점 측도 “내방객 및 매출액 감소로 인해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보다 피해가 심각하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관광위기 극복과 관광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요구 사항도 쏟아졌다. 숙박업계 측에서는 소득세, 재산세, 교통유발부담금 등 각종 세금 감면과 같은 실질적인 지원을, 여행업체 쪽에서는 관광객 유치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인력유지를 위한 고용지원책을 촉구했다. 가로수길·강남역 등 상인회 관계자는 “쿠폰북 제작으로 주요 지역 상권과 호텔·여행사를 연계한 손님 유치를 도와 달라”고 했다. 유통업체들은 “백화점의 한류드라마 촬영, 한류를 활용한 자유 관광객 유치를 지원해 달라”고 덧붙였다. 구는 요구사항과 제안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적극 수렴해 관광객 다변화와 관광 활성화를 꾀할 계획이다. 김광수 관광진흥과장은 “세금 감면 등은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쿠폰북 발행, 태국어·인도네시아어 관광지도 발간 등 구 차원의 실질적인 도움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부당행위 근절, 친절 캠페인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유커 없으니 ‘제주 힐링’ 만끽… 최 대리도 김 부장도 “제주 가요”

    유커 없으니 ‘제주 힐링’ 만끽… 최 대리도 김 부장도 “제주 가요”

    중국의 한국 방문 금지 조치로 제주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을 상대로 한 숙박, 식당, 기념품 판매점과 면세점 등은 매출이 뚝 떨어져 아우성이다. 하지만 관광지마다 시끌벅적 휩쓸고 다녔던 유커가 사라지자 ‘지금이 제주를 제대로 여행하기 좋은 시기’라며 내국인 관광객이 찾아든다.●바오젠거리 상점들 “세일해도 파리만” 30일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 평소 유커로 왁자지껄했던 거리는 오가는 사람들조차 거의 없다. 줄지은 상점마다 문은 열어 놨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곳은 2011년 중국 바오젠그룹 직원 1만 1000명이 제주를 방문한 것을 기념해 조성한 거리로 ‘제주 속의 작은 중국’으로 불리며 유커들의 단골 쇼핑 장소로 인기가 높았다. 일부 상점들이 고육지책으로 30~80% 바겐세일하지만 파리만 날리고 있다. 기념품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오늘 받은 손님이 단 한 명도 없다. 손님뿐만 아니라 거리를 오가는 행인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달 매출이 전년보다 80% 이상 떨어져 종업원도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줄였다”고 말했다. 의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혹시나 해서 50% 바겐세일하지만 유커가 없으니까 아무 소용이 없다”며 “임대료는 엄청 올랐는데 앞으로 월세조차 내지 못할까 하는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인근 대형 면세점도 마찬가지다. 매출이 평소의 5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유커가 언제 다시 돌아올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문을 닫을 수도 없고 해서 직원 무급 휴가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3월 제주를 찾은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 수는 하루 평균 3617명으로 지난 같은 기간 7645명에 비해 52% 줄었다. 중국이 한국여행 상품 판매를 금지한 15일 이후 싼커(중국인 개별 관광객)를 제외한 유커는 단 한 팀도 없다. 2012년 9월 일본의 센카쿠열도 국유화 선언 이후 방일 중국인 관광객 수는 급감했고 감소 추세는 2013년 8월까지 1여년간 지속됐다. 분쟁 발생 직후인 2012년 10월 34% 감소한 이후 2013년 8월까지 평균 28%가량 감소했다가 그해 9월 들어 증가세로 반전됐다.●“제주의 봄 즐기기에 적기라고 소문나”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유커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제주를 찾는 유커들 대부분이 가는 곳이어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시끌벅적한 유커 행렬에 내국인 관광객은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유커가 자취를 감춘 성산일출봉은 요즘 내국인 관광객이 몰려와 ‘이제서야 제주답다’며 제주의 봄을 즐기고 있다. 김모(62·대구)씨는 “2년 전에 왔을 때 유커에 치여 밀리듯이 성산일출봉에 올라 기대했던 감동을 받지 못했다”며 “지금이 제주 여행하기 좋은 시기라는 말을 듣고 가족들과 함께 왔는데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아 이런 게 제주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서흥동 외돌개 제주 올레 7코스. 이곳은 올레코스 가운데 탐방객이 가장 많이 가는 황제코스이자 평소 유커의 제주 올레 맛보기 단골 코스다. 평소에는 외돌개에서 돔베낭골까지 좁은 해안 올레길을 유커들이 점령해 호젓하게 제주 올레를 즐기려는 내국인 여행객들의 불만이 높았던 곳이다. 박모(44·부산)씨는 “해마다 제주 올레를 찾는데 제주까지 와서 올레길에서 사람들에게 치인다면 여행 만족도가 높겠냐”며 “이번 여행에서는 오랜만에 한가한 올레길을 걸으면서 봄이 시작된 제주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3월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늘어났다. 요즘 제주∼김포 국내선은 탑승률이 90% 이상이다. 2015년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직후에도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4% 감소했으나 내국인 관광객은 6월 1만 8000명에서 7월 35만 4000명, 8월 45만명 등 외국인 관광객 감소폭을 상쇄할 정도로 크게 늘어나 전체 관광객 수는 두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中 관광호텔 2곳·콘도 1곳 휴업 상태 최대 피해자는 제주 관광업계에 진출한 중국업체들이다. 유커 여행은 유치단계 여행사에서부터 숙박업소, 식당, 판매점까지 중국 자본이 투입된 업체를 위주로 이뤄진다. 그동안 제주 유커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던 중국계 H여행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10개 내외의 계열 여행사를 소유한 H여행사는 식당과 전세버스업체, 숙박업소 등에 유커를 보내는 등 제주 유커 시장을 주도했다. 중국 현지 여행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다른 중국계 여행사 1곳은 최근 폐업했다. 제주에는 70여개의 중국자본이 투자한 여행사가 있다. 중국 자본이 투입된 관광호텔 중 2곳은 잠정 휴업에 들어갔고 휴양콘도미니엄 1곳도 사실상 휴업 상태다. 중국인이 제주에서 운영하는 관광호텔은 20곳(객실 수 548실), 휴양콘도는 분양형을 제외해 5곳(500여실)이다. 제주 관광업계 관계자는 “유커가 100만명을 넘어선 2012년 전후부터 중국 자본이 제주 관광업계에 대거 진출했고 유커가 이들 시설만 이용해 자본의 역외유출 문제 등이 불거질 정도였다”며 “유커가 사라지면서 이들이 최대 피해자가 됐다”고 말했다. ●4월 한 달간 800개 업체 ‘그랜드 세일’ 4월 한 달간 제주는 800여개 관광 업체가 참여하는 그랜드 세일을 한다. 제주유채꽃축제, 우도소라축제, 한라산청정고사리축제를 계기로 내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유커 감소로 타격을 입은 제주 관광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전략이다. 성산일출봉 등 28개 공영관광지를 무료입장할 수 있다. 관광 숙박시설, 사설 관광지, 기념품점, 골프장, 관광식당 등은 5~65% 할인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제주관광공사(JTO)에서 운영하는 내국인 면세점도 할인 행사에 동참한다. 싼커 유치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도 벌인다. 지역 면세점 업계는 소셜미디어 홍보 강화와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원희룡 제주지사 “저가관광 개선·개별관광 확대·시장다변화 등 질적 성장 모색”

    원희룡 제주지사 “저가관광 개선·개별관광 확대·시장다변화 등 질적 성장 모색”

    원희룡 제주지사는 30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제주를 응원하는 국민들이 더 많아졌다. 제주는 우리 국민의 안식처 같은 곳이다. 경제도 정치도 어려운데 제주에 와서 힘을 얻고 가길 바란다. 제주 역시 더 좋은 서비스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원 지사와의 일문일답.→언제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돌아올까. -일단 미·중 정상회담을 지켜봐야 한다. 사드는 주한 미군 방어가 주목적 아닌가. 그런데 고래 싸움에 한국만 된서리를 맞고 있다. 모두 대국답지 않다. 미·중 당사자끼리 양해가 되든지 긴장완화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장기화되면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응급환자부터 살려야 한다. 최악에는 유커가 70%는 빠질 수 있다. 당장 호텔, 여행사, 전세버스, 면세점, 음식점 등 관련 업계들의 큰 피해가 예상돼 특별융자, 실업구제, 수학여행단 유치 등에 나섰다. 한쪽에 의존하는 구조로 갈 수는 없다. 지금이 체질을 개선할 기회다. →중국인 개별 관광객(싼커) 유치 묘수 있나. -근본적으로 대중교통, 언어, 환전, 관광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우선 대중교통체계를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가이드와 예약, 결제가 가능한 스마트관광섬도 구축 중이다. →유커가 사라지니 제주 본래의 매력을 발산하는 관광지가 됐다는 시선도 있다. -유커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흑백논리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국은 세계 관광객 1위 나라다. 지리적으로도 가깝다. 결국 상생이 정답이다. 문화적 차이는 좁힐 수 있다. 특히 저가관광 문제와 기초질서, 범죄 문제는 강력한 법치질서를 원칙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관광시장 다변화 등 목소리가 높았지만 흐지부지됐다. -메르스, 사드 문제를 통해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교훈을 얻었다.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관광은 우리 것이 아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일본, 대만도 콘텐츠와 시장 다변화로 극복했다. 하루아침에 다 바꿀 수 없다. 저가관광개선, 개별관광확대, 시장다변화라는 큰 틀에서 질적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니하오” 대신 “아파 카바르” 동남아 관광객 모이는 강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으로 중국인 관광객인 유커가 줄어든 강원 관광지에 동남아 관광객들이 찾아 북적이고 있다. 29일 강원도에 따르면 사대륙 피겨스케이팅 등 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 경기 영향으로 일본, 대만, 홍콩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1~3월 강원 외국인 관광객들은 2015년 64만 3000여명에 이어 지난해 72만 6000여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유커가 줄어도 80만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체적 사례로, 춘천 남이섬은 올 1월과 2월 중국 관광객들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만 4000여명 줄었다. 하지만 동남아, 대만, 홍콩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오히려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는 1만 4600여명으로 600여명이 늘었다. 태백시 ‘태양의 후예’ 세트장도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관광객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일본·러시아 크루즈 노선을 확보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주은정 강원도 해외마케팅 팀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강원도가 지난해부터 펼친 해외 관광설명회와 박람회 활동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4월에도 베트남과 대만, 일본, 싱가포르, 미국, 케나다 등을 찾아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를 한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유커 달래는 롯데

    유커 달래는 롯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불매운동 등 보복 조치를 겪는 롯데그룹이 2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외관에 중국어로 ‘당신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라는 문구를 써 붙이자 중국 관광객으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발길을 멈춘 채 글귀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 [현장 행정] 베트남 퀴논길·할랄 지도… 용산구 유커 빈자리 ‘이상無’

    [현장 행정] 베트남 퀴논길·할랄 지도… 용산구 유커 빈자리 ‘이상無’

    ‘중국 관광객 의존도를 낮춰라.’ 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노골화하면서 국내 관광시장의 큰손이었던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명동·이태원 등 서울의 주요 거리에서 모습을 감췄다.유커에 의존해오던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서울의 대표 관광도시인 용산구도 외국인 관광객의 다변화 전략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2일 용산구에 따르면 구는 올해 베트남·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이날 무슬림 상점이 밀집한 우사단길을 방문해 상인 등을 만나면서 “용산 이태원과 경리단길, 우사단길, 국립중앙박물관 등에는 동남아와 중동 지역 관광객을 매혹할 만한 명소가 즐비하다”면서 “이들이 용산에 찾아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용산구와 인연이 깊은 베트남 관광객 유치에 나선다. 구는 베트남 해안도시인 꾸이년(퀴논)시와 21년째 우호교류하는 등 우애를 다져왔다. 지난해에는 자치구 중 처음으로 꾸이년시에 국제교류사무소를 설치하고 공무원을 2명 파견하기도 했다. 파견 공무원들은 현지 여행사 4곳과 논의해 용산구 관광코스를 관광상품에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등 활발한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성 구청장도 지난해 11월 꾸이년시를 방문해 응오황남 시장과 관광분야 교류활성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 덕에 지난해 말 베트남 현지 기업·공무원 연수단 등 관광객 300여명이 용산구를 방문했다. 구는 이달 중 베트남 여행사 3곳과 관광분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광객 유치사업을 한 단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성 구청장은 “베트남은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 최근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었지만 베트남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자체가 없다”면서 “용산구는 베트남 테마길인 ‘퀴논거리’을 조성하고 이곳 음식점과 상가 등에 베트남어 안내문을 붙이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무슬림 관광객을 잡기 위한 아이디어도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할랄(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 지도 제작이다. 구 관계자는 “이태원에는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가 있어 국내외 무슬림이 많이 방문한다”면서 “할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지도를 만들어 식당을 찾아 헤매는 불편함을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8월까지 제작될 지도에는 할랄 음식점 위치와 소개, 무슬림 종교의식을 위한 기도실 위치 등 다양한 정보가 담긴다. 글 사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동남아 단체 관광객 5일간 무비자 허용

    전자비자도 5월 앞당겨 발급 1250억원 경영안정자금 지원 정부가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관광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핵심은 ▲운영자금 긴급융자 ▲동남아 관광객 한시적 무비자 입국 허용 ▲국내 관광 활성화를 통한 해외 관광 수요 흡수 등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범정부 합동 관광시장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관광업 경영난 해소를 위해 1250억원 규모의 경영안정자금을 융자 지원하고, 소상공인정책자금 1000억원을 전용지원자금으로 편성해 지원할 방침이다. 중국 전담 여행사와 전세버스 회사, 호텔 등을 대상으로 특례보증도 확대한다. 관광 및 관련 업계의 법인세,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 연장하고, 호텔과 콘도 등이 객실요금을 인하할 경우 보유 건물에 대한 재산세를 올해 한시적으로 30% 경감한다. 아울러 휴업, 휴직 등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업체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요건도 완화할 방침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관광진흥기금과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정책자금이 지원 규모와 조건 등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특히 소규모 업체의 경우 적절한 곳에 신청해야 보다 유리하게 지원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 편중된 외국인 관광객의 다변화를 위한 정책도 내놨다. 제주도를 방문하기 위해 인천·김해공항에서 환승하는 동남아 단체관광객에게도 5일간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유커에 대해서만 무비자 입국이 허용됐었다. 올해 하반기로 예정됐던 필리핀 등 동남아 단체관광객에 대한 전자비자 발급 허용시기도 오는 5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이를 통해 동남아 관광객들의 환승 여행이 지난해 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문체부는 기대했다. 또 동남아와 일본 정기노선 신설, 전세기 운항 등 국내 항공사의 해외 진출도 적극 돕기로 했다. 특히 필리핀, 대만, 몽골 등 성장잠재력이 높은 국가들에 대한 항공 운수권을 확대해 국내 항공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항공-관광 연계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항공수요 확대를 병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비성향이 높은 개별관광객(FIT) 전용 온라인 플랫폼을 8월까지 만들어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 등 개별관광객 유치에도 힘쓰기로 했다.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관광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초·중·고교의 해외 수학여행을 국내여행으로 유도하고, 공공·민간 부문의 각종 행사 등도 국내를 우선 고려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월 1회 ‘가족과 함께하는 날’ 등 유연·단축근무를 통해 국내관광을 유도하는 한편 각종 문화시설의 입장료도 할인하기로 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유커 없어 조용” “해고될까 불안”… 엇갈린 관광지

    “유커 없어 조용” “해고될까 불안”… 엇갈린 관광지

    태국·日 등 다국적 여행객 북적… 여유 찾은 제주엔 내국인 13%↑ “한국 여행이 금지됐다더니 경복궁에서 아예 중국인 관광객을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네요. 상인들이 힘들어진다니 걱정도 되지만, 솔직히 말해 고궁 본연의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박수현(30·여)씨. “정규직이 아니라 파견업체 소속이다 보니 중국인 단체 여행객 감소로 해고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매출이야 다시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바로 살길이 막막해지니 걱정입니다.”-면세점 직원 정모(39·여)씨.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 금지령 5일째이자 첫 주말을 맞은 19일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자취를 감춘 가운데 서울 경복궁, 명동 등에서 만난 시민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매출 타격을 입은 상인들은 어려움을 호소했고 상점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우려했다. 반면 내국인 관광객들은 ‘휴일의 여유’를 되찾았다며 고궁의 봄을 만끽했다. 주말이면 중국인들을 태운 관광버스로 주차 전쟁을 앓았던 경복궁 주변에서는 버스나 여행사 직원이 들던 깃발을 전혀 볼 수 없었다. 그 자리는 태국·말레이시아·일본·터키 등 다른 국가의 여행객과 봄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대신했다. 일본인 여행객 후지와라 미도리(28·여)는 “한국의 주요 관광지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점령한 수준이라고 들었는데 실제 와 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42)씨도 “백화점에 가면 점원이 중국인을 상대하느라 정작 내국인에게 소홀한 모습이었는데 이제 성의껏 응대하는 것을 보니 관광객이 과도하면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돈도 좋지만 고궁 같은 문화재는 우선 세금을 내는 시민들이 충분히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의 경우 중국 정부의 한국여행 금지령 이후 중국인 여행객의 감소 인원보다 국내 여행객의 증가분이 다소 많은 상태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외국인 여행객은 1만 806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 3599명)보다 1만 5537명(46.2%) 줄었지만 내국인은 12만 1882명에서 13만 7839명으로 1만 5957명(13.1%) 늘었다. 직장인 손모(32)씨는 “중국인지 제주인지 헷갈릴 정도여서 안 갔는데 요즘에는 진짜 제주를 즐길 수 있다고 해서 이달 16일부터 18일까지 제주도를 찾았다”며 “조용한 분위기에서 즐긴 성산일출봉과 용두암은 절경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인 여행객이 많이 찾던 명동, 동대문시장, 연남동 상권은 폐업까지 걱정하는 상황이다. 제주 역시 중국인 대신 내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제주 속의 중국’이라 불리던 제주시 바오젠 거리 등 특화 지역은 한산한 분위기다. 특히 면세점·여행업계 종사자들은 고용 불안을 우려한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서울 및 제주의 일부 면세점과 호텔들은 이미 중국인 여행객 감소를 이유로 직원들에게 무급휴직 사용을 강요하고 있다.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중국 동포는 “중국인이 줄어드니 중국어를 하는 직원도 필요 없어지는 상황”이라며 “언제 해고될지 걱정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유커 빈자리, 동남아·이슬람 관광객으로 메운다

    유커 빈자리, 동남아·이슬람 관광객으로 메운다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중국이 지난 15일부터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하자, 서울·인천· 제주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를 낮추고 인도, 대만,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와 이슬람권 국가 등으로 관광객 다변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이 ‘한류 목마름’을 부추기는 만큼 20~30대 유커를 상대로 자유관광객 유치에 주력하자는 제안도 나온다.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제주도는 최근 ‘긴급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유커는 전체 관광객 360여만명의 85%인 306만여명이었다. 중소 여행사까지 한국 관광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크루즈선 한국 경유도 금지돼 타격이 크다. 제주도 한 관계자는 “일본·대만·홍콩·이슬람권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현지 마케팅에 나서기로 했다”며 “당분간 지역의 숙박, 음식, 유통업체의 매출 급감이 우려되지만 내국인 관광객이 다소 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올해 관광객 1700만명 유치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외국인 방문객 1350여만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635만여명이 유커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명동과 동대문시장 등 도심 일대 화장품 판매점이 이미 썰렁한 상태라 중국계 대기업 관계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3월 4500여명의 유커가 인천 월미도에서 연 ‘치맥파티’는 더는 없을 것으로 인천시는 전망한다. 인천항에도 중국 크루즈가 입항하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 등 인구가 많은 동남아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기로 했다. 인천시는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와 연계한 한류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17~1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되는 관광 박람회에서 이 상품들이 판매된다. 대구시 역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베트남 등 인구 1억~2억 5000만명 이상의 국가들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최근 중국 일변도로 진행됐던 ‘자유여행 설명회’를 대만과 홍콩 등지로 확대하는 등 중국 의존도를 점차 낮추기로 했다. 전남도는 지난 14일부터 베트남 하노이·호찌민에서 관광 설명회를 열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홍콩 등을 겨냥한 계절상품과 현지 마케팅도 시동을 걸었다. 5월 3일에는 일본 현지 여행박람회와 후쿠오카·기타큐슈 관광설명회도 열 예정이다. 광주·전남·북 호남권 3개 지자체는 17∼1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관광박람회에 참여해 호남권 공동 홍보관을 운영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대상 국가 다변화와 함께 한류를 매개로 한 중국 젊은층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부산시, 사드 피해 관련 긴급 지원대책 마련

    부산시, 사드 피해 관련 긴급 지원대책 마련

    부산시가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중국의 각종 규제에 따른 지역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 적극 추진한다. 부산시는 16일 중국이 지난 15일부터 한국행 단체여행을 전면 금지하고 반한감정과 각가지 규제 등으로 대 중국 수출기업의 잇따른 수출 피해가 발생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부산의 경우 올해 입항예정인 크루즈관광객 56만명 중 76.7%인 45만명이 중국인 관광객(유커)여서 부산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부산경제진흥원은 유커가 66만명이 감소해 9000억원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시는 여행업계, 대 중국 수출 피해업체 등에 대한 긴급 자금지원과 중국을 대체할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시는 여행사, 음식점, 관광버스 등 여행관련 업종과 대 중국 수출피해업체 등을 대상으로 350억원의 특례보증을 지원하고, 추후 사태가 악화될 경우 경영안정자금을 추가 지원할 방침이다. 또 시는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관광과 수출분야에 각각 비상대응반을 구성해 현장 애로사항에 대한 모니터링과 유관기관과의 공조체제를 강화한다. 유커 일변도인 관광객도 동남아 지역 등으로 다변화하고 MICE(관광·컨벤션)산업, 의료관광 등 고부가가치 관광객 유치를 강화하도록 했다.수출국에 올해 중동지역에 무역사절단 12회, 태국, 이란 등에 해외전시회 20회 등 중국 외의 지역에서 53회에 걸쳐 46억원 규모의 해외 마케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4월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미·중 간의 갈등 완화 여부가 사드 관련 중국의 한국 규제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상황 악화 여부에 따라 추가대책 마련 등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고요한 섬…오롯한 봄 오롯한 쉼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고요한 섬…오롯한 봄 오롯한 쉼

    중국 관광객이 나라 안에서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그 탓에 여기저기서 걱정과 한숨이 늘어갑니다. 금전 손실만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가장 극적인 곳은 제주입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팔할 이상이 중국인이었으니 그 상실감과 위기감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여행자 입장에서 보면 상황은 다소 달라집니다. 수조원과 고요를 맞바꾼 듯한 느낌이랄까요. 제주 어디를 가도 북적대는 모습을 찾기 어렵습니다. 머지않아 중국인은 다시 돌아올 겁니다. 제주 같은 매력을 가진 곳은 흔하지 않으니까요. 말 그대로 시간문제겠지요. 뒤집어 보면 이는 지금이 제주 여행의 적기란 뜻도 될 겁니다.놀라웠다. 성산일출봉에서 중국말이 사라지다니. 성산일출봉은 제주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늘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댔다. 한국말보다 중국어가 더 잘 들릴 정도였다. 다소 거슬리기까지 하는 중국말이 사라지니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사실 놀라운 일은 제주에 올 때부터 있었다. 제주행 비행기가 정시에 출발해 정시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고도 못 믿을 지경이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 게다가 항공기에 오르내리는 총 4번의 과정 내내 브리지(탑승교)를 이용할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 탑승해야 하는 불편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성산일출봉과 이웃한 광치기해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도 중국인이 사라졌다. 정말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되찾은 건 적요다. 몇몇 관광객은 방석을 깔고 조용히 앉아 참선하며 고요를 즐겼다. 사실 이것이 제주의 본질일 터다. 그동안 우리는 이런 풍경을 잃고 있었던 거다.귀동냥 삼아 제주관광공사에 물었다. 3월에 가볼만한 곳이 어디냐고. 공사 측이 추천한 곳들을 중심으로 제주를 돌아봤다. ‘놓치면 후회할 꽃삼월의 제주’가 주제다. 가슴 가득 봄을 담기에 꽃밭만한 곳이 있을까. 제주의 봄을 알리는 전령사는 역시 유채꽃이다. 함덕해변을 낀 서우봉 언덕은 해마다 봄이면 유채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비췻빛 바다와 노란 유채꽃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올해는 유채꽃 개화가 늦어 아직 만개한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시리도록 파란 바다와 더불어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서우봉을 에둘러 도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바다를 발아래 두고 자박자박 걸을 수 있다. 서우봉 정상에 오르면 한라산과 동쪽 오름들이 한눈에 담긴다. 서귀포 ‘화순서동로’에는 약 5㎞에 걸쳐 유채꽃이 가득하다. 이 일대 유채꽃 역시 이번 주말부터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라 정차하기보다는 천천히 드라이브하면서 꽃길을 감상하는 게 훨씬 인상적이다. 화순서동로 유채꽃길은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 트레일’(B코스)의 일부다. 화순곶자왈 지대를 가로지르며 숲과 유채꽃을 즐길 수 있다. 중산간 쪽에서는 표선면 가시리의 녹산로 일대가 손꼽히는 유채꽃 명소다. 가시리 마을 진입로부터 10㎞ 구간이 핵심이다. 한때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던 가시리 녹산로는 조선시대 최고의 목마장이던 녹산장과 갑마장을 관통하는 길이다. 봄이 절정에 이를 무렵이면 발아래는 유채꽃이, 머리 위엔 벚꽃이 피는 그림 같은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18~19일엔 서귀포 유채꽃 국제 걷기대회가 열린다. 운동 삼아 꽃 구경에 나서자는 게 대회의 취지다. 첫날은 중문관광단지에서 안덕까지, 둘째 날은 중문에서 강정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걷는다.온평리 포구는 조용하고 평온한 마을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최근 제2 제주공항 부지로 선정되면서 마을 주민들이 반발하는 등 풍파가 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온평리의 옛 이름은 열온이다. 연을 맺은 곳이라는 뜻이다. 탐라의 시조로 꼽히는 고, 양, 부 삼신인이 벽랑국에서 떠내려온 세 공주를 맞으러 나간 곳도 이 온평리 바다라고 전해진다. ‘황로알’은 세 공주가 배에서 내릴 때 노을에 비친 바닷가 돌이 황금색으로 빛났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황로알 주변엔 검은 돌이 장벽을 이루고 있다. 환해장성이다. 오래전 왜구 등을 막기 위해 쌓은 것으로 새마을운동으로 훼손됐다가 30년 전 복원됐다. 이 밖에 생선 기름을 이용해 불을 밝히던 도대(전통 등대), 주민들의 생명수였던 용천수, 말발자국 등 볼거리가 제법 많다. 이웃한 혼인지는 온평리의 ‘연관검색어’ 정도 되는 곳이다. 삼신인들이 혼례를 올리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연못으로, 제주도 기념물(17호)이다. 중산간 일주도로를 따라 가면 나온다. 이맘때 제주 갯가 마을을 돌다 보면 굿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를 영등굿이라 부른다. 제주 사람들은 음력 2월을 영등달이라 부른다. 영등신(영등할망)이 변덕스러운 날씨와 꽃샘추위를 몰고 온다는 달이다.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날씨 변화가 심해 항해를 꺼리는 등 금기시하는 일도 많은 시기다. 사실 영등신은 우리나라 갯마을 전체에 분포하는 민간신앙이다. 영등할망을 잘 대접해야 한 해 농사도 잘된다는 생각은 어디나 공통적이다. 다만 뭍의 영등신앙이 다소 희석된 반면, 늘 바다에서 ‘바람신’과 함께 살아야 하는 제주에선 여전히 마을공동체의 신앙으로 전승되고 있다. 바닷가 특유의 풍습을 엿보려면 마을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서둘러 지나치지 말고 해녀당이나 본향당 등을 꼼꼼히 살피며 돌아보길 권한다.이번 여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하도, 세화 일대 해변이다. 이제 개발의 ‘삽질’이 멈춰주길 바라는 곳 중 하나로, 얼마 남지 않은 제주 특유의 풍경이 그나마 이 일대에 남아 있다. 하도는 구좌읍에 속한 해안마을이다. 별방진성이 대표적인 볼거리다. 오래전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성이다. 별방(別防)은 하도리의 옛 지명이다. 성 둘레는 1㎞ 남짓. 높이는 3.5m에 이른다. 검은 돌을 쌓아 올린 성벽도 멋들어지지만 더 인상적인 건 주변 풍경이다. 성벽을 딛고 서면 마을 안쪽의 밭담들이 검은 물결처럼 넘실댄다. 검은 돌담과 노란 유채꽃이 소박하게 어울렸다. 세화해변에선 벨롱장이 열린다. 벨롱장은 제주말로 ‘불빛이 멀리서 반짝이는 모양’이란 뜻이다. 제주 문화가 집약된 벼룩시장이라 보면 틀림없겠다. 오래전부터 살아온 주민과 도시에서 옮겨온 이주민들이 저마다 독특한 토산품들을 내놓는다. 그 덕에 지역 주민과 여행자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 같은 시장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에 열린다. 전통 5일장도 볼만하다. 끝자리가 0과 5인 날에 열린다. 바닷가 풍경도 곱다. 사파이어 빛 바다와 고운 모래, 불퉁하고 검은 갯바위가 보기 좋게 어우러졌다. 협재, 함덕 등 물빛 곱기로 이름난 해변들과 견줘도 전혀 뒤지지 않은 풍경이다. 모래톱엔 ‘단물탕’이 두 개 남아 있다. 용천수를 활용한 마을 공동목욕탕이다. 바닷가 쪽이 남탕, 마을 쪽이 여탕이다. 단물은 민물을 뜻한다. 논짓물이라고도 불린다. 단물탕은 썰물 때만 들어갈 수 있다. 바닷물이 빠지면 모래 위로 단물이 졸졸 흐른다. 지금은 사람이 없지만, 여름엔 관광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찬다. angler@seoul.co.kr
  • 고객보다 점원 더 많은 면세점… 예약 문의 중단된 호텔

    고객보다 점원 더 많은 면세점… 예약 문의 중단된 호텔

    크루즈 취소… 관광객 36만명↓ 中 관광객 떠나는 이번 주말 고비 중국 당국의 한국 관광 상품 판매금지령이 발동된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9층 화장품 매장은 쇼핑을 하는 고객보다 매장을 지키고 있는 점원의 수가 월등히 많을 정도로 한산했다. 지난 1월 5일 재개장한 월드타워점은 개장 첫날에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 5000명을 포함해 모두 1만 5000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나 이날은 평일 오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과거에 비해 방문객이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었다.중국인 관광객(유커)에게 인기가 높아 수십 명이 줄을 서서 구매하는 진풍경을 연출하던 설화수·후·이브 생 로랑 등의 매장 앞에도 손님 서너 명이 물건을 사고 있었다.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눈에 띄게 뜸해져 깜짝 놀랐다”면서 “계속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왔다고 밝힌 중국인 관광객 장위신(27·여)은 “예전부터 계획해 뒀던 여행이라 방문하긴 했지만 신나지 않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재방문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한 남성 중국인 관광객은 사드 배치 문제를 언급하자 대답하기 싫다며 손사래를 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중국 크루즈 입항과 카페리 단체 관광객의 예약이 대거 취소되면서 관광업계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연말까지 중국을 모항으로 출항해 국내에 기항하는 크루즈 일정 중 182항차가 취소됐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들어오려던 크루즈 관광객 무려 36만명이 발길을 돌렸다. 이는 올해 정부가 유치하려는 목표(181만명)의 20%에 해당하는 인원이다.면세점업계에도 유커의 빈자리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이달에도 둘째주까지는 매출이 20%대 상승률을 유지했으나 지난 12일을 기점으로 매출 증가율이 10%대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도 지난 12일부터 고객이 20%가량 줄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사태가 길어지면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명동의 한 호텔 관계자는 “3월 둘째주부터 본격적으로 예약이 취소되기 시작해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예년에 비해 10~20% 감소했고 지금은 사실상 신규 예약 문의가 거의 중단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15일 직전에 입국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빠져나가고 난 뒤인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유커 사라진 제주… 내국인엔 ‘올레의 봄’

    유커 사라진 제주… 내국인엔 ‘올레의 봄’

    “예전엔 중국인들로 난장판 한가로운 제주 만끽할 기회” 대만~제주 직항노선 재개 등 道·관광협회, 시장 다변화 나서 “이번에는 정말 호젓하게 제주 올레길을 즐겼어요.” 제주 올레 ‘황제 코스’인 7코스(외돌개~월평마을)는 중국인 관광객의 ‘맛보기 올레 코스’로 일년 내내 중국인 관광객으로 시끌벅적했던 곳이다. 14일 이 올레길을 찾은 박모(44·대구시)씨는 “지난해 도떼기시장처럼 올레길을 가득 메운 중국인 관광객들로 난장판이었는데 이번에는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고 호젓하게 올레길을 만끽했다”고 환호했다. 중국 정부의 방한 금지 조치로 제주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자취를 감추자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11일 제주를 찾은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5만 1450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32.3% 줄어들었다. 반면 이 기간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31만 4234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항공편으로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188만 9000명 중 70만 1000명은 서울과 부산 등지에 입국후 제주를 찾은 경유 관광객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끊기면서 제주행 국내선 항공 좌석에 여유가 생기자 내국인 관광객이 중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채워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성산일출봉 등 유명 관광지마다 휩쓸고 다녔던 중국인 관광객이 자취를 감추자 한가롭고 여유로운 제주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내국인 관광객이 많은 것 같아 할인 등 내국인 대상 마케팅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와 비슷하다. 이때 7월 한 달간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83% 급감했으나, 제주행 국내선 항공기 좌석에 여유가 생긴 덕분인지 내국인 관광객은 35.4% 증가했다. 제주도도 대만 등에서 제주관광 설명회를 여는 등 외국인 관광 시장 다변화 마케팅에 본격 나서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제주도관광협회는 지난 1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와 공동으로 현지 항공업체 및 주요업계, 현지 미디어 관계자 등을 초청, 대대적인 제주관광 설명회를 열었다. 또 오는 28일 대만~제주 직항노선을 재개하는 타이완 타이거항공사를 방문, 타이베이~제주 직항 운항 편수 확대 및 전세기 활용 상품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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