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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시생 책상 없고 시험지 잘못되고…공공기관 공채시험 ‘예고된 망신살’

    블라인드 채용 정책에 허겁지겁 공고 입찰 없이 최저가 업체 대행 부실 파문 신분 확인에 시간 지연, 감독관 막말도 경기 고양시 산하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이 신입 직원 공채 필기시험을 민간 개인회사에 맡겨 치렀으나 시험문제 누락 등의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백지화됐다. 18일 응시자들에 따르면 진흥원은 최근 홈페이지에 ‘지난 14일 직원 3명을 채용하기 위해 실시한 필기시험을 백지화하고 9월 8일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서울신문 취재 결과 진흥원은 그동안 필기시험 없이 서류와 면접만으로 직원을 선발했다. 하지만 은행 및 강원랜드 채용비리가 터지자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정책에 따라 필기시험을 치른 뒤 면접을 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이를 대행할 전문 업체 선정에 나섰다. 6월 19일 채용공고를 낸 진흥원은 지난 5일 H교육개발원에 477만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응시자들에 따르면 필기시험 과정에서 대행업체의 운영 미숙이 불거졌다. 시험 시작이 당초 오전 10시였으나 45분이나 지연됐고, 응시자 신분증 검사도 부실했다는 것이다. 시험장인 고양시 여성회관 대강당도 210명 넘는 응시자들을 수용하기에는 너무 비좁았다. 한 수험생은 “책상에 수험번호도 붙어 있지 않았고 일부 응시생은 시험지를 받지 못해 항의하는 소동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일부 시험문제에 오류도 있었다. 대행업체의 대응도 문제였다. 항의가 잇따르자 시험감독관이 시험지를 덮으라고 윽박지르는가 하면 “어차피 경쟁률이 100대1이니 불만 있으면 나가라”는 막말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H교육개발원 측은 “객관식 한 문제에서 지문이 빠지는 등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모 총괄본부장은 “필기시험 응시자 수가 들쑥날쑥한 데다 시험장 내 책걸상 수가 부족해 수험표 부착 및 신분 확인에 시간이 걸렸고 시험문제 유출 우려를 막기 위해 시험 당일 현장에서 문제지를 인쇄하는 과정에서 시간 지연 등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시험을 치를 정도의 상황은 아닌데 특정 응시자가 상황을 과장하고 다른 응시자들을 선동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진흥원 측은 응시자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16일 이사회 등을 거쳐 필기시험을 백지화하고 9월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예고’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흥원 직원이 인터넷 검색으로 안 업체 3곳의 견적서를 받은 뒤 최저가를 써낸 업체를 선정했다. 대행 능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정책을 따르다 보니 미숙한 점이 있었다”면서 “보안서약서를 받았기 때문에 시험문제 유출 등의 우려는 없었다”고 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데이터 유출 한국기업 피해 금액 평균 31억원”

    17일 IBM이 공개한 ‘2018 글로벌 기업 데이터 유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은 사이버 공격과 시스템 오류 등으로 인한 데이터 유출로 평균 약 31억원의 금전적인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유출 데이터 한 건당 피해액은 약 14만 9500원이며 유출 원인은 사이버 공격(40%), 시스템 결함(32%), 사용자 오류(28%) 순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의료산업이 데이터당 금전적 피해가 가장 큰 데 비해 한국은 금융업의 피해가 가장 컸다. 한국 기업이 데이터 유출 사고를 발견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201일로 미국과 동일했지만 사고 발견 시 조처를 하고 대응하는 데는 평균 67일이 소요돼 미국(52일)보다 약 2주가 길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공공서비스 업그레이드 1.0] 오빠 같은 아빠 사진… 유효기간 없는 ‘방부제 주민증’

    [공공서비스 업그레이드 1.0] 오빠 같은 아빠 사진… 유효기간 없는 ‘방부제 주민증’

    정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공공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수시로 밝혔지만 주민센터와 구청 등에서 체감하는 서비스는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아이돌보미 매칭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순 없을까’, ‘사업주가 체불한 임금을 쉽게 받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든 공과금을 편리하게 한 곳에서 처리하면 어떨까’ 등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바람을 현실화하고자 서울신문은 18일부터 매주 특별기획 ‘공공서비스 업그레이드 1.0’을 시작한다.1968년 도입된 주민등록증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민증의 유효기간이 없다 보니 해가 갈수록 본인 식별 기능이 떨어진다. 지갑에 따로 들고 다녀야 해 분실 시 명의 도용이나 위·변조 위험도 크다. 주민증은 지난 50년간 딱 세 번 바뀌었다. 1975년 주민등록번호가 12자리에서 13자리로 늘어났고, 1983년 세로였던 주민증이 가로로 바뀌었다. 1999년에는 재질을 종이에서 플라스틱으로 개선했다. ‘4차 산업혁명’을 눈앞에 둔 2018년 주민등록증 제도 또한 기술 발전에 맞춰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훼손·마모에 개인식별 기능 저하 직장인 오동헌(58·가명)씨는 고등학생 때 처음 주민증을 만든 뒤 지금껏 딱 한 번 교체했다. 2000년 플라스틱으로 된 카드로 재발급받아 지금도 그대로 쓰고 있다. 18년 된 오 씨의 주민증에서 지금과 달라지지 않은 점은 주민번호 하나뿐이다. 얼굴 사진은 세월이 흐르며 마모돼 이제는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다. 이사할 때 바뀌는 주소지는 주민증 뒷면에 기록할 수 있지만 귀찮아서 그냥 두다 보니 이제는 민증에 적힌 주소가 어디였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 오씨는 “은행 등에서 주민증을 많이 요구하지만 너무 달라진 외모 때문에 한참을 대조한다”면서도 “주민증을 안 바꾼다고 법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 보니 갱신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주민등록증의 개인 식별 기능이 시간이 갈수록 나빠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에서 신분 증명 수단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주민증이지만, 오씨처럼 재발급 없이 장기간 사용할 경우 외모가 변하고 주민증 사진 훼손도 심해져 신원 확인이 어려워진다. 심지어 1999년 이전에 만들어진 종이 소재 주민증을 지금까지 갖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국가 신분증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 가운데 신분증에 유효기간이 없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다. 주민증이 제 기능을 다 하려면 운전면허증, 여권처럼 유효기간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민증, 굳이 따로 들고 다녀야 하나요” 취업준비생 전경은(26·가명)씨에게 주민증은 ‘필수 아이템’이다. 이곳저곳 입사 시험을 보러갈 때마다 회사에서 본인 확인 용도로 수시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씨는 최근 주민증을 잃어버렸다. 이번이 세 번째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놓기도 했지만 공신력 있는 수단이 아니어서 인증에 한계가 있다. 결국 주민센터를 찾아가 재발급을 신청했다. 매번 주민증을 챙겨야 하는 것에 불만이라는 전씨는 “스마트폰에다가 공인인증서를 저장해 놓듯 주민증을 넣어 두면 편리할 것 같다”고 투덜댔다. 플라스틱 신분증은 잃어버리는 사람이 많고, 상대적으로 위·변조도 쉽다. 모바일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 수단을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약 94%였다. 피처폰(6%)을 포함할 경우 성인의 경우 휴대전화 보급률은 100%에 가깝다고 봐도 된다. 신분증을 공인인증서처럼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기술은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 신분증’은 아직 법적 근거가 없다. 신분증을 암호화하는 기술을 어렵게 개발해 봐야 불법이다. 핀란드에서는 2010년부터 모바일 신분증 개발에 나서 현재 공공기관 등에서 널리 쓰고 있다. 개인정보를 휴대전화의 모바일카드에 입력하는 방식이다. 발급 비용이 없고 따로 신분증을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독일에서도 각종 계약이나 본인 확인 절차에서 모바일 인증 방법이 신분증을 대신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각국에서 모바일 신분증 관련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신분증도 스마트폰에 넣어 다닐 수 있어야 국내에서도 주민등록증 개선 논의가 뜨겁다. 지난달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민등록법 일부개정 법률안’의 핵심은 주민증을 10년마다 갱신하게 한 것이다. 주민증의 원래 기능인 본인 식별 기능을 높이려는 게 목적이다. 모바일 신분증 도입 법안은 지난해 발의됐지만 지금껏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백 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한 ‘주민등록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주민증을 암호화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에 보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모바일 주민증 유효기간은 3년으로 한정했다. 김군호 행안부 주민과장은 “국내외 사례에 비춰 봤을 때 주민등록증 유효기간과 모바일 주민증 도입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적 조치”라고 말했다. 주민등록증에 유효기간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김 과장은 “1999년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 기간 용모 변화나 마멸 등으로 많은 주민증이 본인 확인 기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모바일 신분증이 도입된다면 해킹 등 위험을 차단하고 스마트폰 분실 시에도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수준에 따라 모바일 신분증을 다양하게 활용할 여지도 생겨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학부모 만난 고교 행정실장 유출 시험지 복사본 건넸다

    ‘시험지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서부경찰서는 17일 이 사건 피의자인 모 고등학교 행정실장 A(58)씨와 학부모 B(52·여)씨가 지난 1일 오후 5시쯤 광주 남구 노대동 한 카페에서 약 30분간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날 두 사람이 만나 범행을 모의했고, B씨가 A씨에게 시험지 유출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인 B씨는 아들을 의대에 보내기를 원했으나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년퇴직을 불과 2년여 남겨둔 A씨의 범행 동기가 상식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금품이 오간 정황을 파악 중이다. 카페에서 만남이 이뤄지는 동안 A씨는 B씨에게 작은 크기의 쪽지를 전한 것으로 경찰은 폐쇄회로(CC) TV 영상 분석으로 확인했다. A씨는 지난 2일 오후 5시 30분쯤 학교 행정실 맞은편 ‘등사실’에 보관된 3학년 이과 기말고사 시험지 9과목을 전부 빼돌렸다. 이어 같은 날 오후 6시 30분쯤 전날 두사람이 만났던 노대동 카페 인근 도로에서 자동차를 잠시 세워 두고 미리 복사해 온 시험지를 B씨에게 전달했다. 경찰은 행정실장인 A씨가 시험지 유출 요구에 응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학교 관계자가 있는 지도 수사하고 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공공서비스 업그레이드 1.0] 주민번호 유출에 2차범죄 타깃 됐는데… 새 번호 기다리는 데만 6개월

    [공공서비스 업그레이드 1.0] 주민번호 유출에 2차범죄 타깃 됐는데… 새 번호 기다리는 데만 6개월

    신청 사유 1위 “재산피해 우려” 65% “변경 절차 단축·온라인 신청 검토를”정부가 지난해부터 주민등록번호 유출에 따른 2차 피해를 막고자 변경제도를 도입했지만 6개월 이상 걸리는 처리 기간, 신변 보호 등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주민번호가 변경된 476명 대부분이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거나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당했다. 이들이 처한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변경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와 함께 출범한 ‘주민등록번호 변경위원회’는 지난 5월 말까지 1019건의 주민번호 변경 신청을 받아 765건을 심의했고 476건을 확정했다. 신청인이 제출한 입증 자료와 사실조사 과정을 철저히 거친 결과다. 재산 피해와 피해 우려로 변경된 건수가 312건(65.5%)으로 가장 많았고, 가정폭력(87건·53%), 상해·협박(55건·33.6%), 성폭력(11건·6.7%)이 뒤를 이었다. 최소 연령 변경자는 가정폭력 피해자인 3세 아동으로, 가해자인 아버지는 가정폭력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출소 후 보복이 두려운 어머니는 본인을 비롯해 자녀 3명의 주민번호를 변경했다. 최고령자는 87세로 우체국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게 2300여만원을 송금해 재산 피해를 입었다. 이 외에도 검찰수사관을 사칭한 전화를 받아 9억여원을 편취당한 20대 여성,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했다가 감금 등 데이트 폭력을 당한 여성도 주민번호를 바꿨다. 변경자 대부분이 위급하고 민감한 상황에 처했고, 변경 제도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 만큼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민번호 변경 신청이 접수돼 신청자의 위험한 상황을 기관이 인지하면 변경뿐 아니라 보호 절차를 한번에 마련하거나, 불필요한 서식을 줄여 지나치게 오래 걸리는 처리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 등이 제시된다. 이와 관련해 위원회는 한국 지방행정연구원에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 운영 사례연구와 효과성 분석’이라는 제목의 정책 연구용역을 냈다. 이향수 건국대 행정학부 교수는 “주민번호 변경 신청이 너무 남용되지 않도록 절차가 복잡하고 심의 과정도 신중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급박한 상황에 있는 신청자 입장에선 애가 타는 게 사실”이라면서 “6개월 이상 걸리는 변경 절차를 단축하거나, 신청·심의 절차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특검 “드루킹, 노회찬 측에 자금전달 의심… 소환조사 필요”

    김경수 의원시절 보좌관 집 압수수색도 경찰, 일당 자료 유출 보고도 제지 안 해 허익범 특검팀이 ‘드루킹’ 김동원(49·구속 기소)씨가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아보카’ 도모(61) 변호사를 17일 새벽 긴급체포했다. 특검팀은 도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조만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전날부터 조사를 받던 도 변호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위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한 뒤 이날 오후 2시에 재차 소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도 변호사가 2016년 김씨와 노 원내대표의 만남을 주선하고 후원회를 통하지 않는 불법적인 방식으로 정치자금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한 도 변호사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수사에 나서자 5000만원 중 최소 4190만원은 전달되지 않은 것처럼 증거를 위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검찰은 도 변호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특검팀은 18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박상융 특검보는 이날 취재진에게 “(도 변호사가) 조사 중 쉽게 흥분하는 등 심적으로 불안감이 느껴졌고 증거위조 혐의라서 부득이 긴급체포한 상태에서 추가 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전에 나온) 무혐의 결정이 위조된 서류에 의해 도출된 것이기 때문에 다시 인지해 수사한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품 수수자의 소환 여부에 관해서도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며 노 원내대표의 소환 가능성을 열어 뒀다. 그러나 노 원내대표 측은 “불법 정치자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한모 전 국회의원 보좌관의 주택과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한 전 보좌관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행정관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을 거쳐 최근까지 김경수 경남지사의 보좌관을 지냈다. 지난해 9월 김씨로부터 500만원을 건네받은 정황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보좌관직에서 물러났다. 특검 관계자는 “관련자 진술과 계좌 추적 등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해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15일 드루킹 일당이 파주의 느릅나무 출판사에 있던 댓글 조작 관련 자료를 인근의 한 출판사로 옮기는 과정에 경찰 순찰차가 있었지만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월드 Zoom in] 日 지자체 “인구 감소 막아라” 대도시 진학학생에 차비까지

    [월드 Zoom in] 日 지자체 “인구 감소 막아라” 대도시 진학학생에 차비까지

    수도권 인접 지역 인구 수만명 줄어 고향 정착 유도… 교통비 보조 줄이어일본 야마나시현 야마나시시(市)는 도쿄 등 대도시 대학에 진학한 지역 학생들에게 지난해부터 월 2만엔(약 20만원)까지 철도 정기권 교통비를 보조해 주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젊은이들이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대도시로 생활 터전을 옮기면 고향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자기 집에서 통학을 함으로써 졸업 후에도 고향에서 취직 등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마나시현은 도쿄를 포함한 간토 지역 ‘1도 6현’에 속해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지역인재의 대도시 유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야마나시시는 “도쿄에서 방을 얻어 생활하는 것보다 자기 집에서 통학하는 편이 연간 50만엔 이상 절약된다”고 홍보한다. 도쿄 등 대도시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신칸센 등 철도 교통비를 보조해 주는 수도권 외곽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늘고 있다. 인구 감소에 시달리는 지자체들이 지역 유지의 버팀목이 돼 줄 청년들의 대도시 이탈을 막아 보려는 고육책이다. 17일 일본 총무성의 인구동태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일본의 인구는 총 1억 2521만명으로, 2013년 1억 2639만명에 비해 5년 새 118만명이 줄었다. 그러나 도쿄도를 비롯한 수도권 ‘1도 3현(가나가와·지바·사이타마)’에서만큼은 같은 기간 46만 9000명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수도권 인접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세가 이어졌다. 간토 지역만 해도 이바라키현이 5년 새 5만 9000명 줄어든 것을 비롯해 군마현 -4만 6000명, 도치기현 -3만 5000명, 야마나시현 -2만 7000명을 각각 기록했다. 야마나시현의 경우 야마나시시 이외에 니라사키시, 호쿠토시 등 다른 6곳에서도 월 상한액 1만~2만엔의 대학생 통학 정기권 보조금 제도를 올해 시작했다. 도치기현 도치기시, 이바라키현 이시오카시 등도 올 들어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도치기시는 도부선 철도를 이용해 도내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기권 비용의 3분의1 정도를 보조한다. 이시오카시는 월 3000엔을 준다. 시즈오카시는 고향에 정착하는 것을 조건으로 교통비를 보조해 주고 있다. 다른 지역 대학에 진학한 30세 미만 학생에게 신칸센 교통비를 지원하되 대학 졸업 후 지역에 정착해 주민세나 소득세를 납부한 사실이 입증돼야만 상환을 청구하지 않는 조건부 방식이다. 교통비 지원을 통해 다른 지역 인구의 유입을 꾀하는 지자체도 있다. 도야마현 도야마시는 2015년부터 호쿠리쿠신칸센 도야마발 통학 정기권의 구입 비용을 일률적으로 2만엔씩 보조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진학 등으로 지역을 빠져나가는 청년들이 많은데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하면 인구 유입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시험지 유출’ 고교 행정실장 “부모 처지가 딱해서…”

    ‘시험지 유출’ 고교 행정실장 “부모 처지가 딱해서…”

    ‘시험지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서부경찰서는 17일 이 사건 피의자인 모 고등학교 행정실장 A(58)씨와 학부모 B(52·여)씨가 지난 1일 오후 5시쯤 광주 남구 노대동 한 카페에서 약 30분간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날 두 사람이 만나 범행을 모의했고, B씨가 A씨에게 시험지 유출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학교운영위원장인 B씨의 영향력과 부모로서 딱한 처지를 봐서 요구에 응했다고 진술했다. 의사인 B씨는 아들을 의대에 보내기를 원했으나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년퇴직을 불과 2년여 남겨둔 A씨의 범행동기가 상식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금품이 오간 정황을 파악 중이다. 카페에서 만남이 이뤄지는 동안 A씨는 B씨에게 작은 크기의 쪽지를 전한 것으로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으로 확인했다. 쪽지에 담긴 내용은 아직 경찰이 파악하지 못했다. A씨는 그로부터 하루 뒤인 2일 오후 5시 30분쯤 학교 행정실 맞은편 ‘등사실’에 보관된 3학년 이과 기말고사 시험지 9과목을 전부 빼돌렸다. A씨는 이들 시험지를 행정실로 가져와서 복사기로 인쇄했다. 이어 같은날 오후 6시30분쯤 전날 두사람이 만났던 노대동 카페 인근 도로에서 자동차를 잠시 세워 두고 미리 복사해 온 시험지를 B씨에게 전달했다. 경찰은 중간고사 시험지도 이와 똑같은 방법으로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시험지 복사본을 집에서 컴퓨터 문서로 재가공했고, 수험생인 아들에게는 ‘족보’라면서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행정실장인 A씨가 시험지 유출 요구에 응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학교 관계자가 있는 지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A씨와 B씨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으며 등사실 직원, 학교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또 A씨가 운영위원장을 지내며 올해 4월 학교에 발전기금 300만원을 전달한 정황 등을 토대로 시험지 유출이 구조적으로 이뤄졌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대학교수, 군사기밀 집에 가져갔다가...

    대학교수, 군사기밀 집에 가져갔다가...

    대법원 “업무 관련 보유는 수집으로 볼 수 없어 유출 없으면 법 위반 아냐”국방 관련 자료를 빼내 보관하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학 교수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자료를 빼냈지만 유출하지 않아 유죄 선고를 피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는 2006년 3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김명자 전 의원 수석보좌관으로 일하며 전투함과 전투기 통신장비 등 사업내용이 담긴 군사 3급 비밀 7건을 반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모(47) 전 K대 교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박씨는 보좌관을 그만두고 방위사업청 과장으로 근무하던 2009년 3월쯤 ‘2011~2025 핵심기술 기획서’ 등 군사기밀 8건을 빼돌린 혐의로도 기소됐지만, 법원은 이 혐의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군사기밀보호법 11조 등에서 처벌하도록 규정한 군사 기밀 ‘수집’은 말 그대로 어떤 자료를 새롭게 입수하는 경우를 뜻한다”면서 “박씨는 이미 업무상 갖고 있던 자료를 반출했는데, 이는 소지의 방법이나 장소가 달라진 경우에 불과해 ‘수집’으로 볼 수 없다”고 본 원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2004~2009년 공무상 취득한 국방 자료를 반출해 자신의 서재에 보관한 혐의로 2012년 8월 기소됐다. 박씨는 재판 동안 자료 반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료를 외부에 유출하는 누설은 없었다고 주장했고, 1·2·3심에서 전부 무죄 선고를 받았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양예원 조롱’ 졸업사진 SNS에 올린 남학생, 논란 끝에 사과

    ‘양예원 조롱’ 졸업사진 SNS에 올린 남학생, 논란 끝에 사과

    서울의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스튜디오 촬영회 사진 유출’ 사건 피해자인 유튜버 양예원씨를 조롱하는 의상을 입고 찍은 졸업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거센 비판을 맞고 사과했다. 17일 서울 양천구 소재 모 고등학교는 “7월 16일 본교 3학년 졸업앨범 촬영 중 한 학생이 적절하지 않은 콘셉트로 촬영하여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며 학교 홈페이지 첫 화면에 공지문을 올렸다. 이 학교 3학년 A군은 16일 양예원씨가 유튜브에서 사건을 폭로할 때의 복장과 머리 스타일을 흉내내 찍은 사진을 졸업사진이라며 페이스북에 올렸다. A군은 유튜브 화면을 본뜬 패널을 들었고, 패널에는 ‘대국민사기극 - 힝~ 속았지?’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날은 마침 학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졸업사진을 찍는 것으로 유명한 의정부고가 졸업사진을 촬영하는 날이라 졸업사진을 검색하는 누리꾼들이 많아 A군의 사진은 빠르게 확산됐다.이 사진이 퍼지면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A군의 소셜미디어는 물론 A군이 다니는 학교에 쏟아졌다. 결국 학교 측은 A군에게 자필로 사과문을 올리도록 했다. A군은 사과문에서 “딱 한 번 있는 졸업사진 촬영에 들뜬 나머지 생각을 신중하게 하지 못 하고 콘셉트를 정했다”면서 “교실에서 친구에게 부탁을 해 휴대전화로 촬영을 하고 사진사와의 촬영을 마친 뒤, 담임 선생님이 콘셉트가 잘못됐으니 다시 찍는 것이 좋겠다고 여러 차례 만류해 결국 교복을 입고 재촬영했다”면서 문제의 사진을 찍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A군은 “페이스북에 다양한 졸업사진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아까 찍어둔 사진이 아깝다는 생각에 사진을 게시했다”면서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거기에서 끝내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여 큰 물의를 일으켰다”고 전했다.A군은 “상황이 심각해진 것을 인지하고 나서야 저의 행동이 얼마나 위험했고, 그 행동이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위험한 행동이라는 점을 진심으로 느꼈다”면서 “잘못된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잘못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리며, 학교에서 내리는 어떠한 처벌도 다 받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해당 학교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내부 규정에 의해 A군을 선도 조치할 예정”이라면서 “이런 사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교육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광주 모고교 중간고사 시험지도 유출,경찰 해당 학교 압수수색

    광주 모 고교의 ‘기말고사 시험지 유출’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17일 해당 고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광주서부경찰서는 이날 이 고교 행정실과 시험지 유출 당사자인 행정실장 A(58)씨와 학부모 B(52·여)씨의 집 등을 압수수색했다.경찰은 관련 자료를 분석해 시험지 유출 경위와 또다른 학교 관계자의 연루 여부도 살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치러진 이 고교 3학년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불구속 입건된 행정실장 A(58)씨가 중간고사 때도 시험지를 학부모 B(52·여)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했다. 조사결과,A씨는 인쇄실 내부에 방치된 시험지 원안을 복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험지 복사를 담당한 학교 직원이 업무를 잠시 중단하면서 원안을 따로 보관하지 않았고, 인쇄용지와 함께 원안을 방치하는 등 허술하게 관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중간고사 시험지 유출도 학교 측 관리 소홀을 틈타 원안을 복사하고 빼돌리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시험지 원안을 유출하지 않고 복사본만 유출했기 때문에 절도 혐의 적용 여부를 고심 중이다. 또 유출된 기말시험 과목은 애초 알려진 5개가 아닌 모든 과목(9개)인 것으로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해당 학교는 이러한 수사 내용에 따라 3학년 기말고사 모든 과목을 오는 19∼20일 다시 치르기로 했다. 이 사건은 지난 6∼10일 기말고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B씨의 아들 C군이 급우들에게 미리 알려준 일부 문제가 실제로 출제되자 학생들이 의구심을 품고 학교에 신고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광주시교육청 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와 B씨에 대한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하고 시험지 유출 경위와 금품거래 및 추가 관련자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유출된 시험지로 중간·기말고사를 치른 해당 학생은 자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최저임금 7% 이상 오르면 중기조합, 납품가 인상 요청”

    “최저임금 7% 이상 오르면 중기조합, 납품가 인상 요청”

    본부, 가맹금 인하 협의 의무화 일방적으로 영업지역 변경 못해17일부터 중소 하도급업체가 대기업 등 원사업자에게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하도급 대금을 올려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가맹본부는 기존 가맹점주와 미리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영업지역을 축소·변경하지 못한다. 기존 영업지역 내 가맹점 추가 출점을 막기 위한 조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하도급·가맹거래 법령 개정안과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가맹점주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17일부터 개정 하도급법이 시행돼 중소업체의 하도급대금 인상 요청 요건이 대폭 확대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르거나 전기요금, 임차료 등 각종 비용이 늘어나면 원사업자에게 대금 인상을 요청할 수 있다. 그동안에는 원유나 철광석 등 원재료값이 올랐을 때만 가능했다. ‘을’인 하도급 업체가 대기업에 직접 말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대신 대금 인상을 요청·협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계약일로부터 60일이 지났을 때만 가능하다.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7% 이상 올랐거나, 지난 3년간 평균 7% 미만 인상됐다면 평균 상승률 이상 오른 경우로 한한다. 공정위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맹점주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올해 초 개정한 가맹점 표준계약서 사용도 확대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점주가 본부에 가맹금을 내려 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본부는 10일 안에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다만 개정된 표준계약서가 얼마큼 쓰이는지, 실제로 가맹금을 내린 본부가 있는지 등은 파악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하도급 및 가맹거래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깎거나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출·유용한 사실이 단 한 번이라도 고발되면 공공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한다.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도 도입한다. 현재 점주들은 단체 구성·협의권을 보장받고 있지만 본부에서 단체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아 협상 테이블에 아예 앉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는 신고한 점주 단체가 가맹금 인하 등에 대해 본부에 협의를 요청하면 본부는 일정 기간 안에 협의를 시작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4차 산업도 제조업 잣대로 규제… 혁신정책은 이름 바꿔 반복”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4차 산업도 제조업 잣대로 규제… 혁신정책은 이름 바꿔 반복”

    미·중 무역전쟁이 서막을 올리고 글로벌 각국이 관세 인상 등 보호 무역주의를 확장하면서 우리 기업 활동과 성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림을 얻고 있다. 기업 활동의 선순환 구조가 쌓여야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 성장, 소득 주도 성장이 가능하다는 시각에서다. 기업의 기(氣)를 되살려 주지 않으면 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졌다. 서울신문은 주요 15대 그룹 9곳 등 10곳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기업 성장판을 가로막는 요인 및 제언을 들어 봤다. 이들은 “친기업 정책이 개혁 후퇴와 등식이 아니라는 점을, 기업 없이는 고용 증가도, 소득 주도 성장도 힘들다는 점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정부와 실제 현장의 목마름 사이의 거리감은 상당해 보였다. 우선 우리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대내적 요인에 대해 80%(8곳)가 ‘기업 규제 강화’를 꼽았다. 기업 정책의 비연속성(일관성 결여), 경직된 노사 관계, 외국 대비 열악한 투자 환경, 최저임금 상승 등 비용을 높이는 정책이 뒤를 이었다. A기업 경영전략 임원은 “공유 경제 등 혁신 아이디어가 국내시장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도전적인 기업가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환경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현장 공무원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IT(정보기술) 기업 경영전략 담당 임원은 “사람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4차 산업 업종인데도, 규제 잣대는 전통 제조업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어 답답하다”고 아쉬워했다. 정부 교체 때마다 정책의 전환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혼란은 예상보다 컸다. ‘기업 활동에 정치 환경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체 응답자 모두 ‘크다’(매우 크다 40%, 큰 편이다 50%, 조금 크다 10%)고 응답했다. B기업 전략담당 부사장은 “정부 정책, 규제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 미래를 위한 지속적인 경영 의사 결정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예컨대 차 공유 업체 같은 풀러스 등의 혁신 아이디어는 국내에선 고사되고 있으며, 도전적인 인재들이 실리콘밸리 등으로 유출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내놓은 혁신 정책의 알맹이가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근혜 정부가 산업구조 개편을 위해 추진했던 규제 프리존,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현 정부의 혁신 성장을 위한 ‘규제샌드박스’와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반면 기업인들은 우리나라 투자 환경이 중국 등 신흥국에 비해서도 열악하다고 봤다. C기업 재무분야 전무는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라고 했다. 그는 “선진국은 기업과 정부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 시장에 맡길 부분과 반드시 규제를 해야 할 부분에 대한 선이 합리적으로 그어져 있다”면서 “반면 중국은 ‘중국제조2025’ 등 국가 차원에서 핵심 산업으로 키울 분야에 대해 세제 지원, 인센티브 제공 등 다양한 정책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려운 기업 환경, 노사 불안, 환율 불안정 등도 상존한다. 정경 유착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15~20년 전 대비 개선됐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 등을 거치며 기업의 사회적 공헌에 대한 기준·관점을 어떻게 둬야 할 지 혼란스러워 했다. 정권과의 경제적 유착은 나아졌지만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 상승으로 인해 정부의 요구치 역시 갈수록 복잡해질 것으로 보고 있었다. D기업 임원은 “새 정부 들어 정부와 경제 주체 간 건설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자리가 거의 없었고, 그런 필요성조차 제기하기 어려운 경직된 분위기였다”며 아쉬워했다. 기업 활동하기 더 좋은 환경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역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규제 완화’가 선순위로 꼽혔다. 정부 교체로 혼선을 빚지 않는 산업 발전 전략, 법인세 감면 등 기업 친화적 정책, 업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정책, 상법·공정거래법 등 법적 기준의 안정적인 운영, 노사 관계 안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 투자 활성화 지원, 대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이 제시됐다. ‘규제 속도 조절론’도 나왔다. E기업 임원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 최근 노동 정책은 글로벌 변수를 따라잡아야 하는 기업들에게는 너무 숨가쁘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게 사실인 만큼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적정한 수준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기 위해 정부·기업 간 전방위적 협업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대주주 및 사회적 책임 경영’을 위해 시급한 사항으로는 ‘외풍에서 자유로운 기업 의사 결정, 이사회 역할 강화’가 주로 언급됐다. 기업의 의사 결정에 대한 판단은 법에 따라 명확히 해야 하는데 국민정서법 등 불명확한 규정, 시대 분위기에 좌우되다 보니 시장경제의 틀이 무너진다는 지적이다. 이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도 연결된다. F기업 부사장은 “이사회 및 사외이사의 모범 모델을 (정부가) 제시하고, 오너를 포함한 경영진 행태를 제대로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외이사의 역할, 책임을 명확히 하고 걸맞은 전문가들이 사외이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연구소 출신의 한 임원은 “전직 정치인·관료, 정권과 친분 있는 교수들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게 되면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경영권 안전성 강화를 위해 차등 의결권, 포이즌필, 황금주 같은 방어막 도입이 시급다는 의견도 나왔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가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는 규제 개선 외에 기업과의 소통 확대, 정책 불확실성 최소화, 시장 자율 원칙 존중 등이 나왔다. 한 임원은 “신흥국과의 경쟁력은 노사 화합, 신기술 도입을 통한 혁신이 해결 방안이고, 선진국과는 통상·환율 문제가 이슈”라며 “국가 차원의 노사정 대타협, 혁신 기술 개발·도입에 전향적인 정책, 통상 대응 노력 등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요한 노력”이라고 제안했다. B기업 부사장은 “젊은 인력이 고용 시장에 신규 채용되는 게 너무 경직된 구조”라면서 “이런 측면에서 고용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세계 경제 먹구름…성장률 하향 러시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발 무역전쟁과 국제유가 상승, 금융시장 불안, 신흥국 경제 위기 등의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세계 경제성장이 삐거덕거리고 있다. ●G2 무역전쟁 고조·유가 상승 등 악재 15일 각국 중앙은행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과의 무역 충돌 고조가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0.1% 포인트 낮춘 2.9%로 제시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앞서 지난달 28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 대란과 기업·소비자 신뢰 하락, 경제활동 둔화를 이유로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1.6%로 무려 1.0% 포인트나 끌어내렸다. 국제금융기구와 세계 투자은행(IB)들도 일제히 성장률 하향 조정 대열에 합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초 올해 독일 성장률을 2.2%로 0.3% 포인트 낮췄다. 바클레이즈는 지난달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4.2%에서 4.1%로 하향 조정했고 UBS도 세계 성장률을 4.1%에서 4.0%로 내렸다. ●美, 세계 각국에 관세 폭탄 주요인 각국 중앙은행과 글로벌 금융계가 일제히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기 시작한 건 전 세계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성장 동력이 매우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감세와 재정 지출 효과로 자국 내 경기가 탄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미국이 세계 각국을 겨냥해 관세 폭탄을 퍼붓기 시작한 게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아울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신흥국들이 채무비용 증가와 통화가치 하락, 자금 유출 등을 겪게 된 점도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부채는 올해 1분기 기준 247조 달러(약 28경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318%로 치솟았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는 “부채 안정성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 커지게 됐다”며 각국의 구조적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경찰, 광주 모고교 시험지유출 학부모 등 출국금지

    고3 기말고사 시험지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학부모와 행정실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15일 광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불구속 입건된 광주 모 고등학교 행정실장 A(58) 씨와 유출을 부탁한 학부모 B(52·여) 씨에 대한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A씨는 학교운영위원장인 B씨의 부탁을 받고 지난 2일 오후 5시쯤 학교 행정실에 보관 중인 3학년 기말고사용 시험지를 빼내 같은날 오후 6시쯤 B씨에게 복사본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출된 시험지는 국어·고전·미적분·기하와 벡터·생명과학Ⅱ 등 5과목이다. 이들은 학교 운영위원 활동 등을 하며 알고 지내다가 부탁을 한 것이며 금품거래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휴대전화로 사전에 연락한 정황을 포착하고 시험지를 유출하게 된 경위와 추가 관련자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6∼10일 기말고사를 치르면서 B씨의 아들 C군이 급우들에게 미리 알려준 일부 문제가 실제로 출제되자 학생들이 의구심을 품고 학교에 신고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대한항공 청소노동자 잡는 ‘객실 살충제 소독’

    1년 새 세 번째 비슷한 사건 반복 ‘청소 후 소독’ 새 매뉴얼 적용에도 30분 만에 청소 빠듯해 작업 겹쳐 다단계 하청… 책임 넘기기 급급 항공기 객실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청소 도중 살충제 성분이 함유된 소독제에 노출돼 여러 차례 병원으로 옮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2일 한진그룹 자회사인 한국공항㈜의 비정규직노조와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0시 20분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주기장에 대기 중이던 한 대한항공 여객기 내부에서 기화식 소독제가 유출됐다. 기화식 소독이란 방역 약품을 초음파 진동 방식으로 공기보다 가벼운 초미립자 상태로 뿌려 해충을 박멸하는 것을 뜻한다. 청소 중이던 50대 노동자 4명은 무방비 상태에서 5분 이상 소독제를 흡입해 구토 증상을 보였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은 뒤 다시 서울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번 사고는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대한항공 측과 소독 담당 하청업체가 ‘청소 후 기화 소독’이라는 새롭게 바뀐 매뉴얼 원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 청소가 끝난 뒤 소독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도 시간에 쫓겨 소독 장비를 미리 가동했다가 실수로 밸브가 열리면서 소독약이 2분여간 분사된 것이다. 앞서 지난해 7월에도 대한항공의 항공기 내부 청소 노동자 5명이 소독제를 흡입하고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매뉴얼상 원칙은 ‘기화 소독 후 청소’였다. 당시 고용노동부 조사관은 매뉴얼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작업 순서를 바꾸기 위해 지난 3월 현장조사를 했다. 그런데 조사에 나선 당일 청소 노동자들이 화장실 청소를 하려고 문을 연 순간 잔류해 있던 소독약 성분이 호흡기를 타고 들어와 15명 가운데 3명이 심한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실려 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기내 환기가 제대로 안 돼 있었고 기내에 소독약 외에 소음, 미세먼지 등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있음을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사한 사고가 계속 발생해도 ‘다단계 하청’ 구조에 따른 책임 떠넘기기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원청’인 대한항공은 “자회사인 한국공항의 업무 영역이니 우리가 잘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공항은 기내 청소를 전담하는 재하청 업체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화 소독 업무는 또 다른 하청 업체가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경호 민주노총 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부장은 “원청인 대한항공부터 1차 하청, 2차 하청 등 모두 뒷짐만 진 채 청소 노동자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내 청소 시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점도 문제다. 기화 소독이 모두 마무리되기까지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청소 시간은 30여분 정도만 주어지다 보니 청소와 소독이 중첩될 때가 많다. 노동청 관계자는 “짧은 시간 내에 일을 빨리하려다 생긴 일”이라면서 “매뉴얼대로 청소 시간과 소독 시간을 분리하고 순서를 지켜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기내 소독 절차를 준수하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금통위, 기준금리 인상 소수의견 나왔다

    금통위, 기준금리 인상 소수의견 나왔다

    미·중 관세폭탄이 최대 변수 12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오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올해 예정된 8월과 10월, 11월 등 세 차례 금통위에서 금리를 조정할 기회가 있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과 고용환경 악화 속에서 섣불리 금리 인상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한은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금통위원 7명 중 이일형 위원이 0.25% 포인트 인상 의견을 냈다. 보통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기 전 소수 의견을 통해 시장에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기 직전 열린 10월 금통위에서도 이일형 위원이 인상 소수 의견을 제시했다. 그동안 한·미 금리 차가 점차 벌어지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압박도 커졌다. 한은 역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한·미 금리 차에 따른 해외 자금유출 우려를 우선순위에 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촉발된 미·중 무역분쟁 확산 및 고용지표 악화는 금리 인상 결정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급부상했다. 자칫 한은이 섣불리 금리 인상에 나섰다가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어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소수 의견을 금통위의 공식 인상 시그널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시기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미 금리 차가 확대되는 부담이 크고 정책 여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당장 올해 8월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미·중 통상 갈등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 3분기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울 수 있다”며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는 11월 이후에야 인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씨줄날줄] 곰, 쥐, 닭/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곰, 쥐, 닭/박현갑 논설위원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 세상은 대체로 남성 중심 사회다. 여성에겐 차별과 억압이 따른다. 미모의 여성과 재벌가 결혼에 빠짐없이 나오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백마 탄 왕자’의 부산물일 뿐이다. 운전이 서투른 여성을 힐난하는 ‘솥뚜껑 운전’이란 표현 또한 몰지각한 남성의 차별적 횡포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이런 기류가 바뀌고 있다. 여성의 승진난을 꼬집는 ‘유리천장’은 직종에 따라 깨진 지 오래다. 최근의 ‘미투’ 운동은 ‘억눌린 다수’인 여성 목소리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 ‘촛불’이 권력을 바꿨다면 미투는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서울 혜화역 시위 현장에서 나온 일반 여성들의 외침을 둘러싼 공방은 새로운 시위문화와 풍자의 변곡점이 될 조짐이다. 당시 시위는 경찰이 누드 모델 남성 피해자의 몰카 유출범을 사건 발생 12일 만에 체포한 것을 두고 “피해자가 남성이라 수사가 신속히 이뤄졌다”며 그동안 여성을 상대로 이뤄진 불법촬영 및 유포 확산 풍토에 대한 수사 당국의 차별을 고발하려는 시위였다. 그런데 “노무현처럼 거꾸로 떨어져 죽어라”는 의미로, 문 대통령의 ‘문’을 거꾸로 한 곰 피켓이 나오고, 2013년 한강에 투신해 숨진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처럼 “문 대통령도 자살하라”는 의미로 쓰인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가 나와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노원병 후보로 출마했던 강연재 변호사는 “우리나라 대통령은 ‘쥐’ 아니면 ‘닭’ 이런 것들로 표현이 됐고 ‘재기해’라는 것도 굉장히 은유적 표현을 쓴 것 같은데 이것을 특정 정치인인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했다, 혐오했다 이렇게 가져갈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쥐와 닭은 각각 징그럽고 멍청한 의미를 지닌다. 곰이라는 표현도 사람에 빗댈 때는 미련하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하지만 이번엔 “죽어라”라는 저주로 들려 논란이 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과 억압은 당연히 고발하고 고쳐야 한다. 하지만 자살을 권유하는 듯한 극단적 시위 표현은 인명경시 풍조를 확산시킬 수 있어 옳지 않다. 성 비하 시비를 가져올 특정 성을 소재로 한 비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에 내걸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나체로 표현한 패러디는 본질을 흐리는 풍자였다.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에 대한 풍자는 어느 시대에나 있다. 풍자는 억압받는 국민의 기본적 저항권이다. 사회 모순을 고발하되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고급스러운 풍자는 언제 나올까.
  • 페북 개인정보 유출 英서 첫 ‘유죄’ 인정

    영국이 8700만명의 개인정보를 사전 고지 없이 외부로 유출한 페이스북에 데이터 보호법 위반 혐의로 50만 파운드(약 7억 4000만원)의 법정 최고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BBC 등이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 3월 정치 컨설팅 및 데이터 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직원의 내부 고발로 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처음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이 회사의 리서치 디렉터 크리스토퍼 와일리(28)는 당시 무단으로 수집된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후보 캠프를 위해 쓰였다고 폭로했다. 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기간 동안 이를 찬성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데 사용됐다는 사실도 알렸다. 영국 의회 정보위원회(ICO)는 이날 “페이스북이 ‘디스이즈유어라이프’라는 퀴즈 앱을 개발한 알렉산드르 코건 박사에게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최대 870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1998년 데이터 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페이스북은 이와 유사한 다른 정보 유출 사례가 있는지 등에 대해 내부 조사 결과를 ICO에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ICO의 결정이 이번 스캔들을 수사 중인 미 연방수사국(FBI), 연방거래위원회(FTC),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전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미투·몰카’로 커진 성대결…혐오, 성평등 가로막는 소모전

    ‘미투·몰카’로 커진 성대결…혐오, 성평등 가로막는 소모전

    여성시위서 “834만 남자만 조심” 온라인상 페미니즘 선입견 확대 ‘넷페미’ 미러링 방식 남성 반격 “보이지 않는 여성차별 극복해야”지난 1월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계기로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여성에 대한 혐오적 시선도 난무했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혐오’의 싹이 자라면서 남녀 성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여기에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 사진 유출 사건에서 경찰의 차별 수사 논란이 벌어지면서 남녀 간 충돌이 표면화됐다.과거에도 여성 인권을 강화하자는 ‘페미니즘’ 운동이 거세질 때마다 반발은 늘 있었다. 역차별론이 부상하면서 여성 운동이 위기를 맞았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여성 인권이 한층 대두될 때 미투가 시작됐지만 결국 가해자의 역공으로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여성들은 일련의 사건에 분노와 절망을 느꼈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혐오의 싹이 틔워졌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제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집회에서도 “한국 여자들은 살면서 일부 834만명의 한국 남자만 조심하시면 됩니다”란 문구가 새겨진 팻말이 등장했다.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치부했다는 점에서 일부 남성들은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나섰지만 여성 집회에 이러한 문구가 등장한 원인을 찾지 않으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성들이 남성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겪어 온 보이지 않는 차별과 실질적 피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활동가 이인숙 박사(사회학)는 “여성들이 숫자로는 인구 절반인데도 중요한 현안이 닥치면 약자로 몰렸고, 정치·사회적 권력 관련 사안에서도 늘 소수로 전락했다”면서 “특별법까지 만드는 등 갖은 방법을 써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행동으로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게임업계에서는 페미니즘에 관심을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여성 작가들이 ‘메갈’(여성 혐오 반대사이트 ‘메갈리아’ 이용자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낙인이 찍히면서 일순간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나왔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메갈을 ‘집단 이기주의’, ‘반사회적 인신공격을 일삼는 사람들’로 비하한다. 한 여성은 여성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당했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여성은 “페미니스트라 부당 해고를 당했다”면서 “갑자기 회식 도중 잘렸다. 혜화 시위를 갔냐고 해 ‘알바 끝나고 가서 청소밖에 못 했다’고 하자 이제 출근하지 말고 알바 대신 중요한 시위나 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에서는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선입견도 커지고 있다. 여성 운동 활동가에 대해 ‘페미나치’(페미니즘+나치), ‘메퇘지’(메갈리아+멧돼지) 등 조롱 섞인 표현들을 서슴지 않고 하는가 하면 ‘정신병자’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기도 한다. 대학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 정서가 총여학생회 존폐 문제로 번지기도 했다. 연세대에서는 지난달 학생 총투표를 통해 ‘총여학생회 개편안’이 통과됐다. 총여학생회가 페미니스트 작가 은하선씨의 강연을 추진한 게 발단이 됐다. 일부 극단적인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억압할수록 페미니즘의 반발도 거세졌다. 최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넷페미(니스트)’가 공격적인 미러링 방식을 통해 반격에 나서는 식이다. 미러링은 여성 전체를 조롱하는 남자들의 언어를 반대로 비추는 거울처럼 비틀어 보자는 취지다. 친분이 없는 20~30대 여성들이 ‘여성 인권’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헤쳐 모이는 것도 새로운 특징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소모적 논쟁이 계속되는 것은 성평등 사회를 늦추는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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