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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극장용으로 연출된 오페라 ‘돈 조반니’

    소극장용으로 연출된 오페라 ‘돈 조반니’

    서울오페라앙상블이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돈 조반니’를 무대에 올린다.23∼24일(오후 3시30분,7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소극장.‘돈 조반니’는 ‘코지 판 투테’‘피가로의 결혼’‘마술피리’와 함께 모차르트 4대 오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걸작. 호색가 돈 조반니의 여성편력과 순례자로서의 고독을 통해 인간 심성의 근원을 파헤친 작품이다. 주인공 돈 조반니는 귀족의 권위를 거부하고 위선적인 윤리에 냉소를 보내는 낭만적 인물로 당시 만연된 자유주의 사상을 상징한다. 모차르트의 어두운 면모가 그대로 드러나는 ‘돈 조반니’의 마지막 대목은 오페라 사상 가장 기괴한 장면으로 꼽힌다. 돈 조반니가 지옥불에 떨어지는 장면은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서곡을 비롯, ‘카탈로그의 노래’‘당신의 손을’‘샴페인의 노래’ 등의 선율은 우리 귀에 익숙하다. “우리가 오페라에 대해 품을 수 있는 최고의 욕망”(괴테),“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뛰어넘는 최고의 음악적 전율”(차이코프스키),“불가해한 요소들로 가득찬 ‘돈 조반니’를 분석한다는 자체가 어리석은, 수수께끼 같은 오페라”(아인슈타인)등 숱한 찬사가 따르는 작품. 이번에 공연되는 ‘돈 조반니’는 소극장 오페라에 걸맞게 새로운 연출을 시도한 점이 특징이다. 오리지널 음악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레치타티보(이야기하는 것처럼 부르는 서창) 부분을 연극적 대사로 처리, 관객과의 밀도감을 높였다. 연출 장수동, 지휘 정성수, 무대미술 박영민. 주인공 돈 조반니 역은 바리톤 장철, 돈나안나 역은 소프라노 김은경·박상영이 맡았다.3만∼5만원.(02)741-7389.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한글→영문 이니셜→아이콘으로 진화하는 CI

    한글→영문 이니셜→아이콘으로 진화하는 CI

    회사의 이미지를 표시하는 CI(Corporate Identity)도 진화한다. 한글 나열에 불과하던 기업명이 글로벌 경쟁시대가 시작된 1990년대에 영문 첫글자로 바뀌더니 최근에는 그래픽을 이용한 심벌마크인 ‘아이콘(icon)’ 중심으로 가고 있다. 지난 20일 발표된 LIG손해보험(LG화재)의 ‘희망구름’, 이달초 선보인 금호아시아나의 ‘꺾쇠’, 지난해 10월 발표된 SK의 ‘행복날개’ 등이 그 예다. 국민은행의 ‘별’, 하나로텔레콤의 ‘벌새’ 등도 있다.2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쟁시대가 되면서 아이콘의 힘이 커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광고나 제품을 통해 접근, 정보가 넘쳐나는 와중에서도 소비자의 눈에 띄어야 하고 잠깐 노출시켜도 기억에 남는 CI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LIG손해보험의 CI를 담당한 디자인파크의 손근민 실장은 “세계화 시대에 회사들이 도입했던 영문 이니셜은 세련미와 신뢰감은 있지만 구체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에는 미흡하다.”면서 “강력한 기업 이미지 전달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글자마크보다 한 단계 진화한 도형 모양의 아이콘이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콘의 또 다른 매력은 소비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이다.LIG손해보험은 아이콘을 ‘희망구름’이라고 명명했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운동기구인 아령이나 꽈배기가 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이 개인적인 경험이나 관심사에 따라 기억되지만 기본 개념인 ‘부드러움’은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LIG손해보험 관계자는 “이번에 교체한 CI는 여러 곳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는 점도 한 특징”이라고 말했다. 아이콘이 들어오면서 색깔도 다양해졌다. 지난해 그룹 CI를 발표한 GS그룹의 심벌마크는 오렌지색, 청색, 녹색이 기본이다.LIG손해보험도 같다. 이 세 가지의 색은 일상적인 색깔로 소비자들과 친숙함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SK,CJ 등에도 오렌지색이 쓰였다. 아이콘의 등장에는 법적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이 쓰는 영문 알파벳 두 글자만으로는 ‘간단하고 흔한 표장’이라는 이유로 상표등록이 되지 않는다. 새로운 CI를 내부적으로 정해놓고도 국내외에 이미 등록된 상표와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발표가 몇달씩 늦어지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잘 기억할 수 있는 아이콘을 미리 자사 상표로 등록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셈이다. 앞으로도 몇몇 그룹이 새로운 CI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아이콘이 더욱 많이 등장할 전망이다. 올해 창사 110주년을 맞는 두산그룹,40주년이 되는 효성그룹,30주년의 현대상선 등이 CI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기존 CI를 교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새로운 CI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경영진의 감성과 의지다. 특히 기업 소유주의 의중이 절대적이어서 실제 작업에서 복수의 후보군을 마련하곤 한다.CI교체에 들어갈 수백억원도 경영진의 의지를 시험하게 한다.SK의 경우 이번 CI교체에 1200억원이 쓰일 것이라 보고 있다.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메리츠화재(구 동양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관계자는 “CI 감시를 조금 게을리하면 색깔이나 도형의 크기가 변하거나 심지어 변형도 일어난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에 대한 시각적 일관성이 중요한 만큼 끊임없는 유지·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발언대-’토지공유 사상’ 논쟁] 헨리 조지 비판은 ‘허수아비치기’/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영통상학부 교수

    ‘한경연 보고서’는 헨리 조지가 토지의 무상몰수를 통해 토지공유제를 실현코자 했다고 주장한다. 보고서는 조지가 토지 공유화의 방법으로 ▲매수를 통한 공유화▲무상몰수▲토지와 개량물, 그리고 과거의 토지소유 수익을 모두 환수하는 방법 등 세가지를 제시했으며, 세번째 방법이 너무 과격하고 불필요한 저항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두번째 방법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는 ‘허수아비치기’의 전형이다. 조지는 토지를 무상몰수하자는 주장을 한 적도, 공유화의 방법으로서 세가지를 제시하면서 무상몰수가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말한 적도 없다. 사실 토지가치세제를 토지공유제라고 표현한 것부터 불순한 의도를 느낄 수 있다. 토지공유제라고 하면 응당 사회주의적 토지국유제를 떠올리지 않겠는가. 실제로 보고서는 ‘혁명적인 발상’,‘폭력혁명’, 체제붕괴를 시도하는 ‘매우 심각한 죄악이요 범죄행위’ 운운하며 이런 식의 연상 작용을 부추기고 있다. 조지는 자유주의 계열의 학자다. 그는 시장 메커니즘에 깊은 신뢰를 갖고 있었으며, 토지가치세를 주장한 것도 기실은 시장을 독점이 사라진 진정한 자유시장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보고서는 토지가치세제를 시행하면, 토지시장이 사라지고 토지는 모두 국가의 수중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토지시장이 사라지는 이유는 지대의 100%를 조세로 징수하면 지가가 제로가 되므로 토지 매매시장이 소멸할 것이며, 토지 임대업을 영위할 유인을 느끼는 민간인이 없을 것이므로 토지 임대시장도 소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지는 지대의 100%를 조세로 징수하자고 주장하지 않았다. 지대의 일부를 토지 소유자에게 남겨 두자는 것이다. 조지 식으로 하면 토지 매매시장은 크게 위축되겠지만, 임대시장이 활성화돼 토지의 배분을 주로 담당하게 될 것이고 임대료가 효율적 배분을 가능케 하는 가격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영통상학부 교수
  • “복지분야 국가역할 증대를”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위원장 송하중)가 개최하는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들이 “선진 한국을 지향하기 위해 복지 분야에서의 국가 역할이 증대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 눈길을 끌었다. 상대적이지만 성장과 시장보다는 복지와 국가개입을 강조했다는 점에서다. 심포지엄은 ‘민주주의 선진한국, 국가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22일 오후 개최된다. 정무권 연세대 교수는 21일 미리 배포한 자료에서 21세기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로 성장·분배 선순환을 위한 거시경제조정 및 산업정책, 인적자원개발체계 구축, 사회복지정책 개혁 등을 꼽고 “3개 영역에서의 새로운 국가 역할을 수행하려면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재정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신자유주의 이념 전파와 함께 ‘작은 정부’ 담론이 확산되고 있으나, 실제는 개별 국가의 경제·사회적 배경에 따라 다르다.”면서 “‘작은 정부’는 결코 일반적이거나 보편타당한 원칙이 아니다.”고 반박했다.안 교수는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공공 사회지출 비율 및 사회서비스 비율은 최하위권”이라면서 “지속가능한 한국형 복지모델은 사회서비스 확충을 통한 고용주도형 복지정책의 설정에 기반하는 새로운 복지국가 모형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 동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부에서 사회복지를 확대하면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처럼 추락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소득격차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남미와 같은 정치적 불안정과 거시경제적 악영향이 초래될 것”이라며 사회적 비용 예방을 위한 소득격차 해소를 강조했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일산 ‘라페스타’ 국제 디자인 개발상

    일산 ‘라페스타’ 국제 디자인 개발상

    청원건설이 개발한 일산 ‘라페스타’쇼핑몰이 국제쇼핑센터협회(ICSC)가 주는 ‘국제 디자인 개발상’을 수상했다. ICSC는 쇼핑산업 분야의 권위있는 단체로 쇼핑센터 소유주와 개발·운영·마케팅·투자·금융관련업체 등 전세계 80여개국에 5만 4000여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쇼핑몰이 ICSC 디자인 개발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ICSC가 주는 국제디자인 개발상은 최고 개발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기존 건축물을 개·보수하거나 확장하는 분야와 신규개발사업 두 부문으로 나눠 매년 수상자를 결정한다. 라페스타는 신규사업부문 중 대형 쇼핑몰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라페스타 외에 일본 도쿄의 도쿄돔 부속 쇼핑센터인 ‘라쿠아 도쿄돔 시티’와 미국 버지니아주의 ‘쇼트 펌프 타운 센터’등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배병복 청원건설 사장은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상을 받게 돼 영광스럽다. 앞으로 제2, 제3의 라페스타를 개발해 국내 상업시설 분야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들 수상작은 오는 5월21일부터 24일까지 4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ICSC 스프링 컨벤션(Spring Convention)에 전시될 예정이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시인세계’ 봄호 학계 논쟁 게재

    임종국의 ‘친일문학론’(1966년) 이래 한국 문단에서 뜨거운 논쟁을 이어온 친일문학, 친일문인에 대해 새로운 논점을 제시하는 주장이 잇따라 나와 눈길을 끈다. 시 전문계간지 ‘시인세계’봄호가 마련한 특집 ‘친일시인의 수용과 비판’과 민족문학연구소의 단행본 ‘탈식민주의를 넘어서’(소명출판)가 그것이다. 먼저 ‘친일시인의 수용과 비판’은 특수한 시대 상황 속에서 몇 편의 친일시를 썼다는 이유로 한 시인의 모든 문학적 생애를 저울질하기는 어렵다는 전제 아래 이제 그만 ‘천형의 족쇄’를 풀어주자는 제안으로 논쟁의 문을 연다. 평론가 유종호는 “친일 언동의 오점이 있는 시인 작가의 작품을 수용하느냐 않는냐 하는 문제는 개개 문인과 작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의문의 여지없는 명시적인 친일 시편을 제외한 작품들은 우리 문학의 자산으로 수용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볼품없고 염치없는 저급 선전물을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지칭하는 것 자체가 비문학적 행동이며 따라서 친일문학 대신 친일문서로 호칭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평론가 박수연은 비판적인 입장으로 맞선다.“친일문학은 무엇보다 문학이다. 미적 구조물에는 문인들의 문학 이념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그는 친일문학이 단순한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시대적 이념을 내재화하면서 가능했던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심원섭 와세다대 객원교수는 “주요한과 이광수의 친일시들이 일본인보다 더 엄숙하고 비장하면서도 그 이면에 작위성이나 상투성, 무성의함이 느껴지는 것은 그들이 의도적이며 조직적인 ‘신념형 친일’을 수행하고 있었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시인세계’의 특집이 친일문인을 획일적인 잣대로 단죄하지 말고 선별적으로 수용해야 함을 주장한 반면 ‘탈식민주의를 넘어서’는 친일 문인들의 내적인 의식 변화로 인한 ‘자발적 친일’을 파헤침으로써 이들에 대한 섣부른 면죄부 발급을 경계한다. ‘대동아문학의 함정’(김재용)은 최재서가 서구 자유주의의 대안으로 일제가 유포한 국민주의를 수용한 과정을 분석하고,‘순응적 여성성과 국가주의’(서영인)는 최정희의 모성을 가부장제, 제국주의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한다.‘미당의 친일시’(박수연)는 서정주 시인의 자전적 진술들을 통해 모더니스트에서 친일문학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추적했다. 2부에서는 엄혹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일제에 맞섰던 작가들을 소개한다. 한설야 문학에 담긴 일제에 대한 비협력과 저항정신을 분석하고, 우회적으로 현실에 맞섰던 김남천과 사회주의 리얼리즘위에 구축된 이육사 문학의 면모도 되짚는다. 제목 ‘탈식민주의를 넘어서’는 식민주의에 대한 모든 저항을 무조건 민족주의라고 간주하는 ‘탈식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공연리뷰] 연극 ‘그녀의 봄’

    먼저 포스터 얘기부터 해야겠다. 웃통을 벗은 채 눈을 감고 있는 한 남자. 아랫배에 새겨진 화려한 문신과 한쪽 귀에 걸린 귀고리가 요즘 유행하는 동성애 코드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연극 ‘그녀의 봄’(김학선 작·연출)은 이 선정적인 포스터가 유포시킨 소문처럼 동성애 연극이 아니라 통일 이후 겪게 될 남북한 사회의 현실적·정서적 괴리를 진지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극중 한기주가 게이로 설정돼 있긴 하지만 그의 성 정체성이 작품을 끌고 가는 핵심 요소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불필요한 선입견을 심어줘 작품을 잘못 읽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포스터는 분명 문제가 있다. 무대는 남북한 통일 시범지구인 항구도시 경도. 신 경제특구인 이곳은 남쪽이나 북쪽 사람들 모두에게 기회의 땅이자 자본의 논리와 생존의 절박함이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욕망의 분출구다. 경도호텔 소유주인 남쪽 기업가 소지성과 북쪽 조직폭력배 조용길의 권력다툼은 수십년간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의 틀에 갇혀 있던 남한과 북한의 불안한 동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반면 조용길의 조직에서 러시안 룰렛게임으로 연명하는 김철희(최원석), 소지성의 여자 경호원 리원석(채국희), 기억이 뒤엉킨 동성애자 한기주(최광일)는 남북한에서 버림받고 절망의 진흙탕에서 뒹구는 주변부 인생들이다. 카지노와 타로점이 어울리는 세련된 무대세트, 화려한 조명, 감각적인 음악, 끊임없이 울려대는 총소리는 얼핏 누아르 영화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스타일에 너무 치중한 탓일까. 정작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남북한 양쪽에서 쫓기는 신세인 김철희, 연인인 김철희를 찾아 경도에 온 리원석, 집에 불을 질렀던 과거를 잊으려다 성 정체성마저 변해버린 한기주 등 주요 인물의 비틀린 과거에 대한 설명이 크게 부족한 탓에 이들의 현재 캐릭터와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작품에 빈 공간이 많다는 뜻이다. ‘자본주의는 말이야, 인민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괴물이야.’ 같은 상투적이고 직설적인 대사도 귀에 거슬린다. 통일시대에 대한 남다른 문제의식과 진지한 성찰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숙성 과정 없이 의욕만 앞섰다는 방증이다.2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2-919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신동빈 후계구도 고착화

    롯데그룹이 신격호 회장의 차남 신동빈 부회장의 후계 구도를 고착화시켜주는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는 10일 롯데제과 대표이사에 김상후 전 롯데리아 대표이사를 임명하고 채정병 호텔롯데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임원 126명에 대한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는 “이번 인사는 지난해 그룹 매출이 30조원을 돌파하는 등 경영실적이 좋았다는 판단에 따라 김 대표 등 모두 111명의 임원 승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같은 인사 규모는 창사이래 최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 부회장의 최측근 그룹인 정책본부 소속 인사들의 ‘승진 잔치’라고 의미를 폄하했다. 정책본부 지원실장을 맡았던 채정병 호텔롯데 전무가 부사장으로, 국제실장 황각규 상무와 홍보실장 장병수 상무가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이들은 그동안 경영권 승계 작업에 핵심역할을 맡은 인물로 거론됐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부산호텔롯데 대표이사에 홍희표 부사장을 임명하는 등 11개사 대표이사를 바꿨다.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장(부사장)에 소진세, 롯데삼강 대표이사 전무에 김영준, 롯데리아 대표이사 전무에 이재혁, 롯데브랑제리 대표이사 상무에 유주하씨를 각각 새로 임명했다. 롯데햄·우유 대표이사 사장에는 이종규,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부사장에 이광훈, 롯데기공 대표이사 부사장에 신영재, 호텔롯데 롯데월드사업본부 대표이사 전무에 손재환씨를 각각 발령냈다. 오너가도 승진 잔치에서 빠지지 않았다. 신 회장의 5촌 조카인 신동립 호텔롯데 전무를 부사장으로, 지난해 이사대우로 승진한 신 회장 외손녀이자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의 차녀 장선윤 이사대우는 ‘대우’꼬리를 뗐다. 업계는 신 부회장의 최측근들의 승진잔치와 계열사 대표이사 대거 교체라는 인사를 통해 2세 경영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관련 인사19면
  • 집가진 3자녀 가구 판교특별분양 제외

    3자녀 이상 가구 중 유주택자는 판교 등 인기 있는 공공택지에서 특별분양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9일 “저출산 대책에 따라 하반기부터 3자녀 이상 가구주를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과 같은 특별분양 대상에 넣기로 했지만 판교 등 청약과열이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자격을 일부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자녀 이상 가구의 순위 결정은 유주택 및 청약통장 가입 여부, 자녀수, 거주지역, 무주택 기간 등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판교에서 8월 공급되는 특별분양 물량 177가구 가운데 국가유공자, 철거주택 소유자의 배정물량을 빼면 주택이 있거나 청약통장에 가입하지 않은 3자녀 이상 가구주의 실제 당첨확률은 매우 낮아지게 된다.특별분양 대상자들은 주택소유 또는 청약통장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지자체공무원 ‘황당비리’ 사례

    김종규 전북 부안군수는 지난해 5월 한 직원에게 “관내에 있는 모든 파리를 없애라.”고 지시했다. 이 직원은 ‘파리가 없으면 사람도 살기 힘들다.”고 답변했다. 김 군수는 “말대꾸했다.”는 이유로 이 직원에게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 감사원은 “근무성적이 양호한 직원에게 단순한 보고 실수를 이유로 직위해제한 것은 부당하다.”면서 김 군수에게는 주의 조치했다. 감사원의 지방자치단체 특별감사 결과 이처럼 엉뚱하고 황당하기까지 한 불법·부당 행위가 다수 확인됐다. 부산시는 2003년 10월 ‘중소유통 공동도매물류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토지 소유주와 18억원의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 부지는 2002년 경매에서 이미 10억 2500만원에 낙찰된 곳이었다. 감사 결과, 계약담당 공무원이 2003년 4월 자신의 형수에게 이 부지를 10억 3100만원에 구입하도록 한 뒤 감정평가도 거치지 않은 채 부동산중개업소가 제시하는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동산중개업소의 사장은 이 공무원의 친형으로, 공무원 일가족이 ‘짜고 친 고스톱’에 공공기관이 놀아난 꼴이 됐다. 지방자치단체가 관용 신용카드로 ‘카드깡’을 한 사례도 적발됐다. 충남 아산시는 2004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6차례에 걸쳐 식당에서 670만원을 관용 신용카드로 쓴 것처럼 처리했다. 그러나 아산시는 이 식당으로부터 결제금액의 13%를 제외한 573만원을 현금으로 돌려받았다. 서울시 강남구와 전남 완도군 등은 공사 수의계약 과정에서 ‘성적 조작’으로 부당하게 특정업체를 선정했다. 강남구는 문화복지회관을 신축하면서 입찰기준을 공고했다. 그러나 공고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평가기준을 제시,2순위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완도군도 특정 업체가 기준점수인 90점에 훨씬 못 미치는 59점을 얻자 97점으로 조작해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사설] 무주택자 우대 취지는 좋지만

    공공택지 내 중소형 주택의 청약자격이 무주택자로 한정되고 현행 추첨제인 청약제도도 가구주의 연령,무주택기간 등을 고려한 가점제로 바뀐다고 한다.정부는 공청회 등을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주택시장이 엄청난 지각변동에 휩싸이게 될 전망이다.일각에서는 무주택자를 지원하기 위해 유주택자의 권리를 박탈하겠다는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30년 가까이 유지해온 주택공급의 틀이 바뀌는 만큼 반발과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실수요자 위주로 청약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옳다고 본다.오히려 때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다만 급격한 정책 전환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선의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충분한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이를테면 전용면적 18평 이하 소형아파트부터 청약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한 뒤 시장에 미치는 여파 등을 확인하면서 18∼25.7평의 중형 아파트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라는 뜻이다.청약자격 가점제 역시 공공택지 분양분에 먼저 적용한 뒤 민간부분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특히 무주택자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로 가격면에서 특혜가 주어지는 데다 청약자격에서마저 추가 혜택이 주어지면 중소형 주택시장이 ‘로또’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자칫 청약제도 변경이 유주택자의 청약통장 대량 해약사태로 번지면 국민주택기금의 재원 부족으로 이어져 정부가 정책목표로 삼고 있는 국민임대주택 건립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청약통장 가입자의 절반이 집을 옮기려는 수요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 건설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세심한 접근을 거듭 촉구한다.
  • [월드 리포트] 사무라이 정신 부활 일본경제계 새 엔진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으로 일컬어지는 장기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조짐을 보이면서 각계에서 ‘사무라이’(무사)가 부활하고 있다. 사무라이 정신은 상호부조, 인내, 용기로 압축되며 ‘무사들은 가난 속에서도 정의를 지켰다.’는 중세 일본의 정신 문화를 대표한다. 이것이 오늘날에는 ‘이익이 줄면 고통을 나눠 사원은 해고하지 않는다.’는 상호부조적 종신고용, 이른바 ‘일본식 경영’으로 투영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돈으로 인간의 마음도 살 수 있다.”며 미국식 신자유주의와 황금만능주의의 상징이었던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후미 전 사장이 구치소로 향하면서 사무라이 열풍은 더욱 도도하게 번지는 형국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 기업인들은 무사도가 ‘일본식 경영’의 정신적 기초라면서 그 우수성을 강조한다. 학자들은 사무라이 정신과 2차대전 수행의 정신인 ‘야마토혼’까지 그리워하기도 한다. 기업인의 사무라이 예찬론은 게이단렌의 오쿠다 히로시 회장이 선두에 섰다. 그는 지난달 “일본이 장기불황을 극복한 동력은 사무라이 정신과도 통하는 ‘일본식 경영’이었다.”면서 “사원을 해고하려면 먼저 경영자가 할복하라 .”는 서늘한 발언도 했다. 차기 게이단렌 회장인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도 일본식 경영의 계속을 천명했다. 일본 자동차기술회의 한 이사도 강연에서 “자동차 업체와 부품업체들이 완벽한 협조로 생산성 혁신을 이뤘다.”며 “일본 이외 지역에서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사무라이 정신을 옹호했다. 이처럼 기업인들이 일본식의 사무라이 경영을 앞다퉈 칭송하는 데 대해 도쿄의 한 상사원은 “일본 기업에는 사무라이들이 앉아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소개했다.19세기 후반까지 600여년간 일본 사회의 중추였던 무사들이 오늘의 일본 기업들에서 부활, 세계제패를 꿈꾼다는 것이다. 요즘 일본에선 ‘국가의 품격’이란 책이 선풍적인 인기다. 이 책은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일본적 가치인 사무라이 정신을 강조해 3개월도 안돼 60만부나 팔려나갔다. 1899년 영어로 출판, 당시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수십권을 사 친구, 다른 국가 원수들에게 선물할 정도로 서구 사회에 사무라이 선풍을 일으켰던 니도베 이나조의 ‘무사도’ 일본어판도 사무라이 열풍에 힘입어 다시 서점들의 앞자리를 차지했다. 1991년 이후 거품이 꺼지며 잔뜩 움츠러들었던 일본인들이 올들어 경기회복 징후가 뚜렷해지자 자신감을 회복,1980년대 이루려 했던 ‘세계경제 제패’의 꿈을 재현해 보겠다는 열망이 공전(空前)의 사무라이 열풍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춘규 도쿄특파원 taein@seoul.co.kr
  • [청약제도 확 바뀐다](상)문제점·파장 진단

    [청약제도 확 바뀐다](상)문제점·파장 진단

    청약통장제도에 대한 대수술이 시작됐다. 지난 1978년 ‘입주자 저축제도’로 출발해 28년 동안 서민들이 내집마련의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줬던 청약통장제도가 근본부터 바뀌는 것이다. 저소득 무주택자들은 내집마련이 한결 쉬워졌지만,1주택 소유자들은 공공택지에서 지어지는 중소형 아파트는 원천적으로 분양받을 수 없게 됐다. 청약제도가 어떻게 바뀌고, 어떤 파장을 미치는지 시리즈로 짚어본다. ■ ‘1주택’ 200만명 반발 거셀듯 정부가 7일 마련한 청약제도 개편안은 청약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민간택지에서 민간업체가 분양하는 주택을 제외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주택공급은 무주택자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청약통장 1순위라도 1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공공택지내 아파트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청약제도를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그대로 담겨 있다. ●중소형기준 25.7평 이하 될듯 현재 청약통장에 가입한 720만명 가운데 1순위자는 400만명에 달한다. 이 중 1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가입자들은 2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비록 1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보다 나은 위치의 아파트 또는 보다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청약통장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들 1주택자들은 이르면 2008년부터 공공택지에서 분양되는 중소형 아파트는 원천적으로 분양받을 수 없게 됐다. 중소형 아파트의 기준에 대해서는 주택산업연구원의 연구결과 등을 종합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종전의 중소형 규모인 25.7평 이하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전국에 공급된 25.7평 이하의 주택물량은 15만 6400여가구에 달한다. 이 중 공공택지 물량을 25%라고 감안해도 3만 9100여가구에 대해서는 1주택자들의 청약이 사실상 차단되는 것이다. ●1주택자 유예기간내 소화해야 현재 1순위자 중 1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200만명과 앞으로 1순위자가 되는 1주택 소유자들은 청약제도가 본격 시행되기 전에 청약통장을 쓰는 것이 유리하다. 무주택자 우선배정에 이어 가점제까지 본격 도입되면 당첨확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점제는 무주택기간, 가구주 연령, 가구 구성원 수 등 항목을 정해 가중치를 부여하고 이를 합산한 종합 점수로 당첨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1주택 소유자들이 유예기간내에 청약통장을 한꺼번에 쓰게 되면 당첨확률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즉 유예기간내에 청약통장을 쓰더라도 1주택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당첨확률이 떨어지고, 제도 시행 이후에 청약통장을 쓰면 가점제 등에 밀려 역시 당첨확률이 적어지는 것이다. 개정안이 1주택 소유자들에게 특히 불리하도록 돼 있지만 위헌 소지 등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무주택자들에게 중소형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것은 정책적 판단이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1주택자들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승 우려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아파트를 분양받기 힘들어지면 아파트 수요는 자연스럽게 민간택지 아파트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게 되면 민간택지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올라가게 되고, 분양가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 수년전 건설업체가 아파트를 분양하기만 하면 대박을 터뜨렸던 것처럼 청약제도가 바뀌게 되면 민간택지 아파트는 한동안 대박신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주택시장의 양극화 현상도 예상된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무주택자가 많은 강북이나 수도권 외곽지역 등지에서는 기존 주택을 사는 대신 원하는 지역의 청약이 시작될 때까지 주택구입을 미뤄 매매값은 점점 떨어지는 반면 전세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중소형 청약예·부금 가입자들의 해약이나 큰 평수 전환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비해 무주택자만 가입할 수 있는 청약저축의 인기는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중소형 청약예·부금 통장 가입자를 배려하는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전문가·시민 반응 부동산 전문가와 시민들은 달라지는 청약제도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기존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반발을 막기 위해서는 청약 자격을 더욱 세분화해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10년째 청약부금통장을 갖고 청약에 도전해 서른 여섯번 떨어졌다는 회사원 강모(39)씨는 “청약통장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당첨되는 것을 볼 때마다 억울함을 느꼈다.”면서 “이번 나온 가산점제가 빨리 적용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 강북구에 18평짜리 주공아파트를 한 채 갖고 있는 김성아(32·서울 송파 잠실동)씨는 강남 지역 중형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수년째 돈을 모으고 있는데 가산점제가 도입되면 당첨 기회가 줄어드는 게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청약통장은 가입자가 워낙 많고 경쟁률이 높지만 1주택자와 무주택자에 대한 최소한의 구분도 없었던 만큼 이번 계기에 대상을 세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소형 주택을 가진 1주택자들이 중형 주택으로 갈아탈 기회를 빼앗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신한은행 부동산팀 고준석 팀장은 “1주택자들이 중형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이들끼리 경쟁할 수 있는 별도의 풀을 구성하도록 가산점제가 무주택자들과 소형 1주택자들로 이원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견건설사 한 임원은 “지금도 잘못지으면 줄줄이 미분양 사태가 나는데 중·대형 평형에 대해서까지 유주택자들을 배척시킨다면 앞으로 사업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면서 “중·대형 평형에 대해서는 유주택자들의 분양 기회를 줄이는 일이 없도록 종전의 방식을 조금 개선하는 수준에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공택지내 중소형 물량을 모두 무주택자에게 분양하는 것과 관련, 국민은행 주택청약 담당 관계자는 “기존에도 공공택지내 공공분양은 전량 무주택자에게 주었고, 민간분양의 75%도 무주택자에게 주었다.”면서 “1주택자들이 분양받을 수 있었던 나머지 25%의 민간분양 물량을 무주택자들에게 주는 것인 만큼 대세에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어떻게 바뀌나 ‘청약제도 대수술’로 700만 청약 통장 가입자들의 내집 장만 계획도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 공공·임대분양을 청약하려면 청약저축이 필요하고, 민영주택을 분양받으려면 예·부금에 가입해야 한다. ●가점제 무주택자 우선 순위 당첨은 동일 순위내에서 무작위 추첨을 통해 결정되는 로또식이다.2주택 소유자는 1순위에서 배제되지만 1주택자나 무주택자에 대한 구분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무주택기간, 가구주 연령, 가구 구성원 수 등 항목을 정해 가중치를 부여하고 이를 합산한 종합 점수로 당첨자를 결정한다. 가구주의 나이와 가족수가 많고 무주택 기간이 긴 청약자의 당첨 기회가 높다. 나이가 어리고 핵가족인 청년층 당첨 가능성은 낮아진다. 가점제 방식은 오는 2007년 이후 시행될 전망이다. ●공공택지 25.7평 이하 모두 무주택에게 배정 기존에는 공공택지내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중 25.7평 이하 민영주택 및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민간이 건설하는 민영 분양주택 중 75%만 무주택자에게 배정했다. 나머지 25%는 1가구를 가진 사람들도 함께 경쟁해 당첨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제 이 25%마저 모두 무주택자에게 돌아간다. 시행 시기는 2008년 이후다. 단 중소형 주택의 기준은 지금의 전용면적 25.7평 이하로 할지는 향후 주택산업연구원 용역 연구결과 등을 토대로 여론 수렴을 거쳐 정한다. 민간분양 아파트의 무주택자 공급분은 18평 이하로 한정될 가능성도 있다. 무주택자의 기준도 바뀐다. 소형 다세대주택 보유자 등 초소형 주택소유자들은 지금도 유주택자로 분류되고 있어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 청약제도가 무주택자에게 우선 순위를 주는 쪽에 무게를 두어 개편되는 만큼 정부는 초소형주택 소유자를 무주택자로 간주하고 초소형 주택의 기준을 추후 정비하기로 했다. ●3자녀 이상 특별분양 대상에 포함 저출산 문제 해소 지원 차원에서 자녀를 셋 이상 둔 가구도 국가유공자,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등과 같은 특별분양 대상으로 간주한다. 공공택지내 공공·민영 분양주택의 10% 범위내에서 추첨을 통해 우선 공급받을 권리를 갖는 것이다.6월전에 주택공급규칙 개정을 마무리하고 이를 시행할 방침인데 우선 공공택지내 분양주택을 대상으로 하고 추후 민영주택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8월 분양될 판교 25.7평 이하 중소형 주택(1774가구)에도 적용된다. 판교의 경우 철거주택 소유자, 국가유공자 등의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보여 특별분양대상 177가구 중 20∼40가구 정도만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이집트 여객선 침몰 희생자 대부분 가난한 노동자

    알 살람 98호가 침몰한 홍해의 평균 기온은 섭씨 19도로 대부분의 승객은 잠을 자고 있었다. 사고 선박이 레이더에서 사라진 시각은 자정에서 오전 2시(현지시간) 사이로 추정됐다. 길이 118m 폭 24m인 알 살람98호는 파나마 선적으로 지난 1971년 이탈리아에서 건조됐고, 지난해 6월 실시된 구조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항로의 여객선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는 이집트 노동자들이 많이 이용한다. 이번 침몰 사고 희생자의 대부분도 가난한 이집트 노동자들이다. 선박 전문가 이반 페르쇽은 AFP통신에 “사고 선박은 오래된 여객선 중 하나로 태울 수 있는 승객 숫자를 늘리기 위해 4개의 갑판을 추가로 달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 선박 소유주인 알 살람 해상운송측은 사고 당시 탑승객 수는 정원 1500명보다 적었다고 밝혔다. ●홍해에서 활동 중인 영국 군함이 이집트 여객선 침몰사고 해역으로 긴급 출동했다고 영국 해군 사령관이 3일 밝혔다. 영국 해군의 앨런 웨스트 제독은, 홍해에서 국제 교역항로 안전유지 활동을 벌이던 군함 불워크 호가 사고가 발생한 홍해 북부 해역으로 이동 중이며 4일께 현장에 도착해 구조작업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650명의 승무원이 타고 있는 군함 불워크 호는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어 병원선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해군이 보유한 최신 군함인 불워크는 갑판에 3대의 헬기와 8대의 항공기를 이착륙시킬 수 있다. 수단 외무장관을 접견하던 중 사고 소식을 접한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공관에 긴급 명령을 내려 “모든 능력을 가동해 사고수습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사고 선박에는 일부 수단 국민들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트로 장관은 수단 외무장관과 회담 후 수단 정부에 위로를 전했다고 영국 언론은 보도했다. 한편 미국도 구조활동 지원을 위해 바레인 인근 해역에 있던 제5함대의 정찰기를 보내겠다고 제안했으나 이집트 정부로부터 거절당했다. ●주 이집트 한국대사관(최승호 대사)은 3일 홍해 상에서 발생한 이집트 여객선 침몰사고로 희생된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대사관의 박회윤 영사는, 사고 여객선 항로인 사우디 두바항∼이집트 사파가항 노선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 항로라며 그같이 말했다. 그는 이집트 당국을 통해 확인한 결과 1400여명의 탑승객 명단에서 외국인으로 분류된 100여명 중에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박지은가족 주가차익 ‘80억’

    미국 LPGA에서 활동 중인 골퍼 박지은 선수 일가가 삼호F&G를 CJ에 팔아 80억원대의 돈방석에 앉게 됐다.CJ는 2일 공시를 통해 수산가공업체인 삼호F&G의 지분 46.26%를 인수하는 양해각서를 삼호F&G 대주주측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2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CJ가 인수한 지분은 박 선수와 부친 박남수씨, 삼원가든, 그레이스박 코리아 등이 갖고 있던 지분율과 같다.삼원가든 소유주인 박남수 회장은 지난 2002년 법정관리를 받아오던 삼호물산을 인수했으며, 박 선수도 매니지먼트 회사 그레이스박 코리아를 통해 지분을 늘려왔다. 증권업계는 박 선수 일가가 삼호F&G를 인수하는 데 120억원 정도를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호F&G는 자본금 180억원에 종업원 600여명의 중견 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은 1609억원이다. 주로 어묵이나 맛살 등 수산물 가공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CJ측은 “식품사업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며 “본계약은 실사를 거쳐 3월쯤 이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감사원, 기업민원 해결사로

    A사는 부도난 업체의 광구권을 사들여 채광사업을 벌이고자 기초자치단체에 산지전용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기초단체는 먼저 광역단체로부터 채광계획 변경인가를 받아야 한다며 신청서를 받지 않았고, 광역자치단체는 기초단체의 산지전용허가가 먼저라며 거부했다. B사는 기초단체에 공장설립 승인을 신청했다. 해당 기초단체는 진입로를 확장하고, 인접부지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결국 공장건립은 차질을 빚게 됐다. ‘민원 뺑뺑이’에 속을 끓이던 A사와 안되는 쪽으로 몰아가는 행정관행에 속을 끓이던 B사는 ‘기업불편신고센터’에 신고했다. 그 결과 두 사례 모두 기초단체의 법령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A사와 B사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감사원이 기업의 ‘민원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금품수수같은 고질적 비리는 물론이거니와 민원인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소극적 업무처리까지 부패행위로 간주해 적극적으로 솎아내고 있다. 또 민원 접수에서 최종 해결까지 걸리는 기간을 최대한으로 줄인 ‘퀵 서비스’로 ‘시간이 곧 돈’인 기업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2일 감사원에 따르면 2004년 2월 설치한 기업불편신고센터에는 지난해 말까지 모두 2535건이 신고됐다. 감사원은 이 가운데 문제가 있어보이는 1089건을 직접 조사,82%인 892건을 민원인 뜻대로 처리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까지 접수한 2270건을 분석한 결과,A사처럼 공공기관에서 소극적인 업무처리에 따른 신고가 전체의 33%인 756건이었다.‘일 많이 하면 다친다.’‘안 먹고 안 해주면 그만이지 않느냐.’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금품수수 등 적극적 부패는 줄어드는 반면 복지부동같은 소극적 부패로 인한 국민불편은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사업 인·허가나 공장설립 승인 과정에서 관계법령을 소극적으로 해석, 거부·반려하거나 지연처리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업불편신고센터에 신고된 민원은 각종 인·허가 관련이 29%로 가장 많았다. 입찰·계약이 25%, 환경·복지가 10%, 조세·금융이 9% 등의 순이었다. 기관별로는 지방자치단체와 관련된 민원이 41%, 중앙행정기관이 33%, 정부투자기관이 6% 등이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악의적인 민원거부로 기업활동을 저해하면 담당자를 문책한다는 방침”이라면서 “‘왜 해줬느냐.’보다 ‘왜 안 해줬느냐.’에 비중을 두고 있는 만큼 공무원들도 법규정만 내세울 게 아니라, 현실에 맞는 법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기업불편신고센터를 이용하려면 기업불편사항은 감사원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상공회의소에 신고할 수 있다. 인터넷(www.bai.go.kr)이나 팩스(02-2011-2726), 전화(국번없이 1385)를 활용해도 된다. 민원이 접수되면 전문요원으로 구성된 ‘기업민원 합동처리반’이 직접 관련 기관을 방문, 조사하고 민원인의 주장이 타당한 것으로 드러나면 해당 기관에 ‘민원처리의견서’를 보낸다.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5) 죽음과 삶을 동일시하는 인생관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5) 죽음과 삶을 동일시하는 인생관

    우리는 대체로 죽음을 심각하게 생각하기를 기피하거나, 주검을 멀리 하려는 풍습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묘지도 생가와 가급적 멀리 두려 한다. 공동묘지를 동네 한가운데 두는 서양인, 일본인과 다른 데가 있다. 누구나 다 죽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당연한 사실을 아는 것과 죽음을 자기의 삶 속에 새기고 사는 것은 분명 다르다. 우리는 보통 전자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속담에 ‘대문 밖이 저승이다’고 하여 사람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경우를 가리키는 것도 있지만, 그 속담을 자기에게 적용하려는 생각은 별로 없고, 아는 사람이 갑자기 돌아갔을 때에 원용하는 것 같다.‘말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든가,‘산 개가 죽은 정승보다 낫다’는 속담은 우리의 죽음관을 어느 정도 알려주는 것 같다. 다 현세주의의 강한 집착을 드러낸다. 세상사람들은 죽음이 인생의 끝인데, 그것을 미리 생각하기보다 먼 훗날 자기에게 불청객으로 찾아올 죽음을 그 때에 가서 고려하기를 원한다. 죽음의 현재성으로부터의 도피이다. 우리가 타인의 부고를 접하면서 죽음을 찰나적으로 잠깐 생각하지만, 죽음의 본질은 철저히 나의 것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님이라도 나의 죽음을 대신할 수 없다. 죽음이 삶의 끝이지만, 그 끝은 완성이 아니다. 과일이 다 익어서 저절로 떨어지듯이, 그렇게 인생의 완성으로써 죽음이 오지 않는다. 죽음은 인생에 미완성의 아쉬움을 남긴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런 죽음을 향하여 인생이 달려가기 때문에 인간의 존재방식을 ‘죽음에로 향하는 존재’라고 언명했다. 죽음의 생각을 먼 훗날로 연기시키려 하는 마음은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이미 죽기에 충분한 존재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려는 죽음의 불안 때문에 그러하다. 그러나 그 죽음의 불안이 오히려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이미 우리가 이 글의 첫 회에서 소유론적 욕망과 존재론적 욕망을 구분한 적이 있었다. 전자는 소유적인 탐욕으로써 인생의 모든 시간을 채우려는 입장이고, 후자는 인생에서 자기 본성의 기호를 잘 성공시켜 그 열매를 이웃에게 보시하려는 자비로운 삶을 말한다. 둘 다 욕망인 이유는 무엇을 하려는 욕망의 氣로 사람의 마음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소유욕은 이기배타적인 욕심인데, 왜 자비가 존재론적 욕망인가 하고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자비는 존재하고 있는 마음이 현재 누리고 있는 기쁨을 이웃에게 나누어주려는 그런 발심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두가지의 욕망을 우리가 첫 회에서 본능과 본성으로 대비하여 설명했다. 죽음, 그것도 나의 죽음이 소유의 탐욕에서부터 나의 인생을 존재론적으로 보게 해준다. 인생을 존재론적으로 보게 한다는 것은 삶을 소유의 양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내가 존재해 온 질로써 평가하는 방식을 말한다. 나의 죽음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돈, 권력, 명예같은 것들을 내가 많이 쌓아놓는 길을 가게 하기보다, 오히려 그런 소유의 축적이 무상하고 덧없고 결국 죽음의 알 수 없는 저편으로 가져갈 수 없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죽음의 불안과 소유의 무상감은 나로 하여금 세상사람들의 소유적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철저히 홀로 죽어야 한다는 고독감, 남들과 싸우면서 모아 놓은 소유물들이 다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죽기 직전에 깨닫는 것은 너무 늦다. 내가 소유의 환상에서 잠을 깨는 순간은 바로 나의 죽음이 이미 내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실존적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이것을 빨리 느낄수록 인간은 자기자신으로 존재하는 결단의 순간을 빨리 찾는다. 보통 인간은 이런 소유의 유혹에 함닉되어 산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그럭저럭 살아가는 세상의 방식에 맞춰 ‘남 따라 장에 간다’는 스타일로 살아간다. 그렇게 살수록 죽음의 공포가 더 강렬하다. 더 강렬하기에 죽음을 자꾸 미래로 연기시킨다. 우리는 사후의 세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고 흔히 말한다. 그 세계는 경험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험은 죽음의 저쪽을 건너지 못한다. 마음이 욕망의 氣라면,氣는 에너지로써 불멸이다. 인생은 거의 무의식적인 氣의 습관에 따라 움직인다. 이것을 우리는 습기(習氣)라고 부른다. 즉 무의식의 욕망이 습기다. 무의식은 지하에 박힌 의식의 뿌리에 해당하므로 의식은 무의식의 습기에 영향을 받아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한다. 무의식의 습기를 바꾸지 않고서 의식의 문제점을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그것은 당위론으로 끝나고 만다. 나의 인생은 결국 나의 죽음에로 향하는 길이라는 실존적 생각과, 매순간은 삶과 죽음의 양면성이 공존하는 시간이라는 것, 그리고 인간은 살면서 다른 한편으로 죽어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죽음에의 응시가 인간을 소유론적 습기의 속물근성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다. 죽음의 저편을 알 수 없으나 삶도 죽음도 다 불생불멸하는 에너지(氣)의 양면성이라고 본다면, 생전에 소유적 탐욕 지향으로 습기가 이루어진 경우는 사후에도 그런 방향으로 응취할 것이고, 생전에 삶의 질적 차원을 높이려는 희망을 세운 사람은 사후에도 그런 방향으로 습기의 경향을 나타낼 것이다. 모든 종교에서 사후의 복락을 상징하는 극락과 천당의 개념을 말하는 것은 생전의 삶을 겁주기 위한 공포의 드라마가 아니겠다. 죽음을 삶의 이면으로 생각하는 죽음관이 삶을 건강하게 보살피게 한다. 하이데거가 생각하였듯이, 죽음을 향하여 선구적으로 결단하는 자만이 자신의 인생에서 본질적인 것을 찾고자 비본질적인 것들을 덜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생관은 보통 상상하듯이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허무적 인생관을 낳아 슬퍼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을 다 포기하게끔 하지 않는다. 그리고 돈벌고 열심히 생활하는 것을 무의미하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본래적 인생의 존재방식은 일상적 삶을 도외시하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죽음을 삶의 이면으로 매순간 생각하는 사람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자기의 존재방식에 가장 알맞는 의미를 열심히 찾는다. 그래서 각자는 돈버는 일, 물건 만드는 일, 노래부르는 일, 공부하는 일, 힘쓰는 일 등, 자기의 할 일을 찾는다. 그 일을 찾아서 일에 무심으로 매진하되, 결코 남들을 속이고 괴롭히는 대가로 이익을 챙기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이익의 쟁취는 결국 무의식적 나쁜 습기로 나를 더욱 옭아매는 더 큰 고통의 원인을 내가 만드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사생관은 스스로 자기에게 주어진 본성의 특성을 잘 살려, 그것을 꽃피워서 남들을 즐겁게 도와주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삶을 살게 해준다. 오히려 죽음의 명상은 나 중심의 이기적 사고를 잊게 하고, 나를 해체시켜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게 이익과 즐거움을 주려는 자비심을 일깨워준다. 죽음을 앞 둔 환자가 전에 맛보지 못했던 탈이기적이고 탈자아중심적인 느낌은 이런 이타심의 정체를 알려준다. 한 송이의 꽃을 봐도 그 꽃과 존재를 나누는 한 몸이 되고 싶고, 한 마리의 산 새를 봐도 그 새와 함께 교감하고 싶은 그의 욕망은 소유론적 탐욕을 넘어서는 고결한 존재론적 욕망으로써의 희망이겠다. 그 희망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함께 동기(同氣)의 우정어린 교감을 나누고 싶은 일체감의 느낌에서 온다. 이것을 단순히 유치한 낭만적 감상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유치한 낭만적 감상은 영혼에 깊은 감동을 줌으로써 영혼의 혁명을 일으키는 변화보다, 단지 마음의 표피적 호오만을 스쳐 지나가는 일시적 감정에 그치고 만다. 그러나 존재하는 모든 것과 동기의 교감을 형성하려는 희망은 한 인간을 위대한 예술가나 철학자, 위대한 정치가나 실업가나 과학자, 위대한 종교가나 교육자를 키우는 원동력이 된다. 존재하는 일체와 형제가 되려는 마음은 내부에서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안으로 자기자신에게 가까운 친구가 안된 이가 어찌 밖으로 다른 것들과 존재의 친교를 맺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정신적 삶을 너무 도덕교육에 치우치게 해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과 말을 덜 속물적인 방향으로 고치려는 명분적이고 규범적 사고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왔다. 이런 명분주의는 겉으로는 옳은 듯해도, 실질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소유적 삶의 방식에서 존재론적 삶의 방식에로 옮겨놓는 데 유효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도덕적 명분주의는 속물적 소유 집착을 비판하면서 공동체를 위한 당위론적 규범의 이념을 실현하도록 요청하는 또 하나의 반(反)속물적 소유주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덕적 명분주의로 투쟁하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게 되면, 그들이 비판하던 속물주의자 못지 않게 탐욕적 소유로 허기진 배를 채우려 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규범문화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위선을 낳기 쉽다.17세기 화란의 철학자 스피노자의 말이다.‘인간은 어떤 것이 선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좋기 때문에 선이라고 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이익을 좋아한다. 도덕교육은 규범적 삶만을 가르치나, 죽음의 교육은 무엇이 진정 인간의 삶과 죽음에 동시적으로 이익이 되는가를 가르친다. 죽음의 교육은 삶이 존재의 전부가 아님을 익히게 한다. 대자연의 존재방식은 뫼비우스(Moebius)의 띠와 같아서, 삶의 띠가 한번 죽음의 띠로 뒤바뀌고, 또 역으로 죽음의 띠가 다시 삶의 띠로 꼬이는 끈과 같다. 죽음을 대비한 교육은 도덕적 규범이 고칠 수 없었던 본능상의 이기적 무의식을 본성의 이타적 무의식으로 자리이동을 하게 하는 혁명적 변화를 초래한다. 그런 혁명적 변화는 당위적 규범의 강제성으로 이루어지기보다 자발적으로 솟아올라야 한다. 오직 자발적으로 자연스럽게 용출하는 욕망만이 인간을 근본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본능과 본성은 다 이익을 욕망한다. 다만 그 욕망의 질이 소유와 존재처럼 다를 뿐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클릭 지구촌 이곳!] 日롯폰기힐스-호리에 ‘용꿈’ 일군 富의 첨탑

    [클릭 지구촌 이곳!] 日롯폰기힐스-호리에 ‘용꿈’ 일군 富의 첨탑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도쿄 중심부 롯폰기(六本木) 언덕(hill)에 있는 ‘롯폰기힐스’에 특히 요즘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롯폰기힐스에 살던 신흥인터넷기업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후미(33) 전 사장이 주가조작과 분식(紛飾)회계 등 혐의로 도쿄구치소에 수감되면서다. 물론 롯폰기힐스는 2003년 롯폰기언덕에 ‘모리타워’로 불리는 54층짜리 사무실빌딩과 자줏빛의 초고층 거주용 맨션 두개동 등 8개의 건물이 완공되면서부터 화제를 뿌렸다. 미국식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호리에씨 등 이곳에 사는 젊은 기업가들은 ‘롯폰기힐스족’으로 불렸다. 이 지역은 ‘일본 승리조의 탑’으로도 불렸다. 지난해 힐스족인 호리에씨가 후지TV인수를, 인터넷쇼핑몰 업체 라쿠텐의 미키타니 사장이 TBS인수를 각각 시도하며 일본사회를 뒤흔들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부동산개발회사 모리빌딩이 사운을 걸고 개발한 높이 238m의 롯폰기힐스 모리타워. 건물을 구상하는 데만 17년이 걸렸고 2700억엔의 총사업비가 투입됐다. 평당 임차료는 주변 시세의 2배인 4만엔. 건물을 구상할 때부터 내세운 ‘첨단’과 ‘혁신’이라는 기치에 걸맞게 정보ㆍ문화의 중심지로 시선을 끌었다. 특히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52∼53층에 모리미술관을 배치,“예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모리빌딩은 첨단과 혁신을 부각시켜 정보기술(IT)업체와 외국계 금융기관 등을 적극 유치했다. 거품붕괴뒤에는 일본경제계에서 ‘승자조’로 평가받는 IT 업체와 국제금융회사 위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면서 입주했다. 신뢰감을 주려고 롯폰기힐스에 입주하는 기업도 많다. 고급 브랜드 빌딩에 입주해 있다는 것은 상담을 비롯한 사업활동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입주순번을 기다리는 업체도 많다. 특히 IT 기업들 사이에서는 롯폰기힐스 입주가 꿈인 곳도 많다. 모리타워는 당초부터 경비검색이 철저하지만 호리에 파동 이후 더욱 심해졌다. 빌딩 로비에는 입주기업 안내판 두 개가 있지만 촬영하려고 하면 즉각 경비원이 험악한 표정으로 제지한다. 입주업체에 혹시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입주업체 면면은 화려하다.38층에는 이번에 파문을 일으킨 라이브도어가 입주해 있다. 호리에 전 사장은 “야후재팬을 누르고 시가총액 세계 1위가 되기 위해 야후재팬(25∼28층)보다 높은 곳에 입주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18·19·21층에는 프로야구단 라쿠텐 이글스를 소유한 라쿠텐 그룹이 입주해 있다. 야후재팬, 라쿠텐, 라이브도어 등 일본의 3대 IT기업이 모두 이 곳에 있지만 야후재팬측은 ‘롯폰기힐스족’으로 함께 분류되는 것에 거부감이 심하다. 라쿠텐, 라이브도어와는 근본이 다르다는 것이다.43∼48층에는 증권사 골드만삭스,29∼33층에는 리먼브러더스,20층에는 M&A컨설팅(통칭 무라카미펀드) 등 쟁쟁한 금융업체도 들어와 있다. 모두 40여개 기업의 1만 1000여명이 이곳에서 근무한다. 이 가운데 전체의 70% 정도가 IT기업과 금융회사라고 한다. 롯폰기힐스의 맨션(보통 50평)은 월세만 2000만원 안팎이다. 주차장에는 페라리, 벤츠,BMW, 볼보 등 고급차들이 즐비하다. 힐스족은 대부분 T셔츠에 청바지 차림이다. taein@seoul.co.kr
  • 포르투갈 32년만에 우파 집권

    |파리 함혜리특파원|경제 침체속의 포르투갈 국민들은 중도 우파의 시장경제주의자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지난 1974년 군부 독재정권 붕괴 이후 32년 만에 첫 ‘비좌파 진영’ 대통령의 등장이다.23일 당선이 확정된 아니발 카바코 실바(66)는 시장경제를 주장하는 자유주의 성향의 경제학자 출신. 지난 85년부터 10년 동안 총리직을 연임하면서 연평균 5%의 경제성장을 달성하면서 경제를 활성화시켰다.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그의 호소가 5년 동안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포르투갈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개혁주의자의 당선으로 경제개혁의 모멘텀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급속한 개혁에 반대하는 좌파 진영과 노동계의 반발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당선 연설에서 그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좌파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해 2월 총선에서 승리한 사회당의 주제 소크라테스 총리 정부가 이끌고 있다. 소크라테스 총리도 정치 안정을 위해 신임 대통령과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화답했다. 포르투갈은 대통령 중심제를 가미한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어 대통령은 행정집행권은 없지만 의회 해산과 법률안 거부권 등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카바코 실바 대통령 당선자는 오는 3월9일 취임한다. 한편 이날 개표 결과 카바코 실바 후보는 50.6%의 득표율을 기록해 20.7%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친 좌파 후보 마누엘 알레그레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투표율은 62.6%였다.lotus@seoul.co.kr
  • 비과세·감면혜택 대폭 축소

    정부가 비과세 또는 세금감면 혜택의 대상을 대폭 줄이는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올해 안에 일몰(日沒)기한이 돌아오는 부문의 경우 다음달부터 연장 여부를 전면 재검토한다.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연장 대상에서 제외하게 된다. 아울러 일몰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항목에 대해서는 일몰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일몰조항이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효력이 없어지는 제도를 말한다. 허용석 재정경제부 조세정책국장은 22일 “올해로 시한이 끝나는 비과세·감면제도 대상 55개 항목에 대해서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과세·감면 대상 세금의 비중을 재점검하고, 일몰이 설정되지 않은 항목은 일몰조항을 두는 것이 올해의 전반적인 기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비과세·감면대상 항목은 모두 160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장기주택마련저축 이자소득 비과세, 장기보유주식 배당소득 비과세, 고용창출형 창업기업 세액감면 등은 시한을 연장하지 않으면 올해 안에 비과세·세금감면 혜택이 없어진다. 또 이 가운데 일몰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65개에 대한 검토가 함께 이뤄지면 점검대상 항목은 전체의 75%인 120개에 달한다. 재경부가 비과세·감면제도 개편에 주력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을 통해 양극화 해소 등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세율을 인상하거나 새로운 세목을 만들어 세금을 더 걷는 방안도 있지만 납세자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정치권과 정부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비과세·감면을 줄여 세수를 늘리고 세금탈루, 변칙증여 등을 막아 세원을 넓히는 것이 가장 타당한 방안이라고 정부는 인식하고 있다. 비과세·감면 규모는 연간 19조 9000억원에 달한다. 비과세·감면 축소는 세원 파악 강화와 함께 정부가 강조해온 재정확보 방안의 하나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06년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비과세·감면제도의 실효성을 정밀분석하고, 일몰 없이 운용되는 항목에 대해서는 규정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재정지출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 필요없는 지출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다음달 말 2030년까지의 중·장기 재정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재정지출 구조조정 방안도 담을 계획이다.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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