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유족
    2025-12-2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2,181
  • 쿠팡 김범석 ‘과로사 은폐 지시’ 정황…“해고된 임원 주장일 뿐”

    쿠팡 김범석 ‘과로사 은폐 지시’ 정황…“해고된 임원 주장일 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대응을 두고 국회에서 ‘쿠팡 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직원 과로사 은폐 의혹 보도가 나오자 쿠팡 측이 “해고된 임원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청문회에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김범석 의장의 과로사 은폐 지시 정황 보도에 대해 “심각한 비위 행위로 해고됐던 임원이 주장한 내용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 도중 SBS와 한겨레는 2020년 10월 12일 심근경색으로 숨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장덕준(당시 27세)씨가 과로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김범석 의장이 축소·은폐를 지시한 정황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김범석 “열심히 일한다는 메모가 남지 않도록” 지시 당시 쿠팡에서 1년 4개월간 새벽 근무를 했던 고인은 2020년 10월 12일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구 칠곡물류센터에서 퇴근한 지 약 1시간 반 만에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SBS가 공개한 당시 센터 폐쇄회로(CC)TV를 보면 장덕준씨는 근무 도중 허리를 숙이더니 오른손을 계속 가슴에 대고 있었다. 장덕준씨가 사망 전까지 주 5~6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고강도 노동을 한 것이 사망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범석 의장은 쿠팡 전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CPO)인 미국인 A씨와 2020년 10월쯤 나눈 ‘시그널’ 메신저 대화에서 국감을 앞두고 장덕준씨의 근무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중 회사에 유리한 대목만 부각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 영어로 나눈 대화에서 김범석 의장은 “이건 우리가 필요한 게 아니다”, “내일 아침 국회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근무시간 중 ‘딴짓’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을 강조하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열거했다. 김범석 의장은 “물 마시기, 대기, 출근 등록, 잡담, 서성거리기, 비어있는 토트/카트/잭 이동, 책상에서 PDA 확인, 카메라 바깥쪽, 짐 없이 걷기, 화장실” 등을 언급했다. 이어 “그가 열심히 일한다는 메모가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느낌표를 써가며 질책하듯 전달했다. 심지어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나!? 말이 안 되지!!!”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이건 제 의견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영상을 검토하며 공통으로 관찰한 결과다. 영상이 독립적으로 검토될 경우,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볼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보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김범석 의장은 “말이 안 된다. 그들은 시간제 노동자들이다! 성과급이 아니라 시간당 급여라고!”라고 계속 다그쳤다. 앞선 대화와 이어 보면 시간제 노동자가 열심히 일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2020년 10월 26일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쿠팡 측은 장덕준씨의 과로사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엄성환 전무는 “과로사가 아니라고 보도자료를 낸 것이 아니라 사실에 입각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SBS는 쿠팡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며 이 자료에 장덕준씨가 숨지기 일주일 전부터 화장실 출입과 음료수를 마신 시간이 분초 단위로 기록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결국 민사소송 끝에 장덕준씨 유족은 4년여 만에 과로사를 인정받았다. 장덕준씨 모친은 SBS에 “추측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말을, 그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정말 화가 너무 났다. 가정을 이렇게 파괴하고도 너무나 태연스럽게”라고 말했다. 김범석 의장은 장덕준씨가 숨진 지 두달 만인 2020년 12월 한국 법인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6개월 뒤에는 한국 법인의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서도 내려왔다. 쿠팡은 김범석 의장이 글로벌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법적 책임에서 피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쿠팡 “해고된 임원의 왜곡된 일방적 주장” 쿠팡 측은 한겨레와 SBS에 “해임된 전 임원이 쿠팡에 불만을 갖고 왜곡된 주장을 일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 임원이 제기한 해고 무효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쿠팡이 승소한 바 있다”고 밝혔다. 청문회에 나온 로저스 임시대표 역시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로저스 임시대표는 관련 질의에 “심각한 비위 행위로 해고됐던 임원이 주장한 내용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해당 보도에 대한 구체적 질문에는 “내용이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관련 질의를 한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로저스 대표는 김범석 의장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사람 아닌가. 이것을 모른다고 하면 ‘바지사장’이란 뜻이냐”라고 질타했다. 미국인인 로저스 임시대표가 쿠팡 한국법인의 최고책임자로서 청문회에 출석해 통역을 통해 질문과 답변이 오가고 의원들의 질의에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는 과정이 되풀이되자 쿠팡이 청문회를 지연시키고 무력화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순차 통역으로 질의 시간이 지연되자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분노하며 “시간 절약을 위해 AI 자동번역기를 화면에 띄우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조인철 민주당 의원은 “그런(모호한) 답변은 미국 가서나 하라”면서 “여기는 대한민국”이라고 질타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사임했다는 박대준 전 대표가 쿠팡 내 다른 직책으로 복귀한다면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꼬리 자르기 의획을 제기했다.
  • 시드니 총격범에 맞서다 숨진 60대 부부… “또 다른 시민 영웅”

    시드니 총격범에 맞서다 숨진 60대 부부… “또 다른 시민 영웅”

    호주 시드니 유대인 축제 총기 난사 사건 현장에서 총격범을 제압한 40대 과일가게 주인이 현지에서 영웅으로 칭송받은 가운데, 총격범의 총을 빼앗고 저지하다 숨진 60대 부부의 사연이 전해졌다. 16일(현지시간)BBC,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보리스 거먼(69)과 그의 아내 소피아 거먼(61)은 지난 14일 시드니 본다이 비치 총격 테러 현장에서 총격범에 맞서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고 유족들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유족은 “두 사람을 잃은 슬픔을 무엇으로도 덜어낼 수 없지만, 우리는 그들의 용기와 이타심에 깊은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부부는 본다이 해변 근처를 걷던 중 총격범 중 한 명과 마주쳤다. 사건 현장 인근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는 보리스가 총격범과 몸싸움을 벌이며 총기를 빼앗고 총격범과 함께 도로에 넘어지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보리스는 소피아와 함께 총격범과 대치했고, 그 사이 주변 사람들은 피신했다. 보리스가 총으로 총격범을 겨누는 듯한 모습도 담겼는데, 총격범은 다른 총기를 이용해 부부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유대인인 두 사람은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했으며, 내년 1월 결혼 35주년을 앞두고 있었다. 보리스는 은퇴한 정비공이고, 소피아는 호주 우체국에서 근무했다. 목격자들은 이 부부가 영웅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블랙박스 영상을 소유한 여성은 로이터통신에 보리스가 “도망치지 않고 위험을 향해 돌진하며 온 힘을 다해 총을 빼앗으려 했고, 목숨을 걸고 끝까지 싸웠다”고 말했다. 
  • 심야배송 근로자 사망에 다시 주목받는 제주 이동노동자 쉼터 ‘혼디쉼팡’

    심야배송 근로자 사망에 다시 주목받는 제주 이동노동자 쉼터 ‘혼디쉼팡’

    쿠팡 심야배송 노동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과로와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이동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제주도 이동노동자 쉼터 ‘혼디쉼팡(함께 쉬는 곳 제주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 16일 오후 도청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로젠택배, 쿠팡CLS, 제주우편집중국 등 도내 6개 택배회사 지점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전국 최초로 운영 중인 이동노동자 쉼터 ‘혼디쉼팡’의 운영 현황과 향후 확충 계획을 공유했다. 오 지사는 이 자리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헌신으로 도민의 일상이 유지되고 있지만, 심야노동과 과로로 인한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특히 실태조사가 충분하지 않은 심야노동 문제를 체계적으로 파악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안전부 무더위쉼터는 경로당이나 은행 등으로 지정돼 이동노동자들이 이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제주 전역에서 언제든 이용할 수 있도록 ‘혼디쉼팡’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대리운전, 택배, 퀵서비스 등 이동 기반 노동이 빠르게 증가하는 지역이다. 플랫폼 중심의 업무 구조로 인해 시간 압박과 과로가 일상화돼 있으며, 혹서·혹한·폭설·안개 등 기상 변수까지 더해져 사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 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도내 이동노동자는 2020년 기준 전체 취업자(관리자 제외) 35만여 명 중 4만6523명으로 13.3%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택시·대리운전 기사 등은 하루 10~12시간, 격일제의 경우 16~17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감정노동과 물리적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지만, 무계약 상태와 실적 연동 수입 구조로 고용 불안도 심각한 실정이다. 또한 휴식공간 부족에 따른 피로 누적은 결국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주도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동노동자 전용 쉼터 ‘혼디쉼팡’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제주시청센터를 시작으로 서귀포센터(2022년), 연동센터(2023년), 중문 간이쉼터(2024년 6월)까지 현재 4개소가 운영 중이다. 올해 12월까지 한림·함덕·외도에 간이쉼터 3곳이 추가 조성될 예정이다. 혼디쉼팡은 대리·택배·퀵서비스 기사, 배달노동자, 학습지 교사 등 이동노동자를 위한 365일 24시간 무인 쉼터다. 컴퓨터와 TV, 안마의자, 혈압계 등 편의시설을 갖췄으며, 쿨토시·핫팩 등 계절 대응 물품 지원과 심리노동 상담도 제공한다. 이용자 수는 2022년 7857명에서 2025년 11월 기준 8만7156명으로 4년 새 1109% 증가했다. 만족도 조사에서도 3년 연속 90점 이상을 기록했다. 현재 등록 이용자는 약 1500명으로, 이 가운데 대리운전 종사자가 881명(58.7%)으로 가장 많고 택배기사는 26명(1.7%)에 그친다. 이와 관련 택배노조 관계자는 “대리운전이나 라이더 등 일부 플랫폼 노동자에겐 매우 좋은 휴식공간”이라면서도 “주차공간이 부족하고 업무 특성상 이동 시간이 촉박해 택배노동자들은 이용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택배노동자를 위한 경정비센터 설치를 요청한 바 있다”며 “다음 도지사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이동노동자 산재보험료 지원을 매년 이어오고 있으며, 내년에는 심야노동자 실태조사를 실시해 보다 구체적인 노동환경 개선 방안과 관리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쿠팡 심야배송 근로자 사망 유족과 택배노조는 17일 오전 제주경찰청에 쿠팡(칸대리점)을 상대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유족 측은 “경찰이 음주운전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회사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또 “사망 한 달이 지나도록 공식 사과조차 없이는 장례비 지원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열린세상] 패륜 상속 방지법, 부모만 나쁜가

    [열린세상] 패륜 상속 방지법, 부모만 나쁜가

    들끓던 상속세 논의가 용두사미로 끝나 간다. 집 한 채 가진 사람에게 최소한 주거 안정의 길을 마련한다더니 그냥 공수표가 돼 버렸다. 한편 내년 1월부터 일명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민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거나 자녀에게 범죄를 저지른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는 법이다. 상속권 상실 선고를 받은 부모에게 유족연금 수급을 제한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혈연에 따른 특권인 상속권에 책임의 결과가 반영되도록 한 제도다. 이는 반드시 필요한 입법이다. 그러나 지금 논의는 절반의 정의에 그친다. 부모에만 적용하고 정작 부모를 버린 자식의 상속권 문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정의로운 법인가. 최근 우리 사회에는 새로운 유형의 패륜이 등장하고 있다. 생전에는 부모를 외면하고 병들면 요양원으로 떠넘기며 사망하면 누구보다 먼저 상속을 요구하는 ‘부양 없는 상속’이다. 연락을 끊고 생활비 지원은 물론 병원 한번 동행하지 않던 자식이 사망신고와 동시에 법정상속인이 되는 현실. 이것은 과연 법이 보호해야 할 가족인가, 법이 미치지 못한 도덕적 공백인가. 상속은 가족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다한 사람에게 귀속되는 결과적 권리여야 한다. 민법도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상속결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생존 중 부모의 생계를 고의로 방기하고 간병과 부양을 전면 회피한 행위는 왜 결격사유가 될 수 없는가. 폭력은 처벌하면서 생존 방치는 외면하는 현재의 법체계가 오히려 비상식이다. 언어폭력도 폭력으로 정의하는 시대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은 ‘부양 없는 상속’을 도덕 문제로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 독거노인, 간병 부담, 요양 비용의 개인화, 고독사 증가가 일상화되고 있음에도 “국가는 최소한만, 가족이 알아서”라며 실질적인 책임을 모두 개인에게 떠넘겼다. 살아 있을 때는 부모를 국가에 의존하게 하고 사망하면 자식이 재산을 상속하는 구조는 이중 왜곡이다. 국가도 무책임했고 자식도 책임을 회피했지만 이익은 무책임한 자식에게도 돌아가는 현재의 구조는 분명히 비정상이다. 물론 감정적 단절이나 일시적 갈등만으로 자식의 상속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부모가 생존 곤란 상태에 있고 자식에게 충분한 돌봄 능력이 있음에도 수년간 반복적인 고의가 입증되는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서적 방치는 물론이다. 이런 경우까지 ‘혈연’이라는 이유로 상속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것이 오히려 법 앞의 평등에 반한다. 입법의 방향도 분명하다. 무조건적 박탈이 아닌 단계적 제한이다. 부양을 하지 않은 정도에 따라 유류분 감액, 중대한 방기의 경우 상속결격까지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사후 분쟁을 막기 위해 부모 생전 공증이나 가사비송절차를 통해 부양 거부 사실을 법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국가 역시 이 제도를 복지 축소의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기초연금, 간병 국가책임, 노인 돌봄 체계 강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가족 해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책임 없는 권리를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가족 윤리를 가장 빠르게 파괴하는 일이다. 돌보지 않아도 상속받는 사회에서 누가 기꺼이 부모를 돌보겠는가. 아울러 효도를 장려하는 경제적 법체계도 도입해야 한다. 부모의 패륜만 처벌하고 자식의 패륜은 외면한다면 그 법은 정치적 위선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응징이 아니라 정의의 균형이다. ‘부양 없는 상속’이라는 기형적 구조를 바로잡지 않으면 책임은 사라지고 권리만 남는 위험한 공동체로 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 이제 국회는 부모와 자식, 쌍방의 의무와 권리를 함께 다루는 온전한 상속 정의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 “여성 성기에 집착”…40대 여친 살해 60대, 전 부인 살해 전력도

    “여성 성기에 집착”…40대 여친 살해 60대, 전 부인 살해 전력도

    40대 여자친구를 무참히 폭행해 살해한 60대 남성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부장 허용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5년 6월 30일 오후 9시쯤 경기 성남시 중원구 자신의 주거지에서 피해자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B씨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리고, 몸통을 수회 밟는 등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B씨를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B씨와 성관계를 하려다가 B씨 성기 부위에 피멍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다른 남성과의 관계를 가졌다고 오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범행 당일 새벽, 자신의 두 번째 배우자였던 C씨에게 연락해 자신의 범행 사실을 털어놓았고, C씨가 “자수하라”며 수사기관에 A씨를 신고해 경찰에 검거됐다. B씨는 범행 당일 가족들에 의해 실종신고가 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에서 A씨는 “살해의 의도가 없었다. 서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라며 ‘상해치사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자신의 지인에게 “B씨가 바람을 피워 화가 난다. 돈도 많이 주고 했는데, 나하고 사귀면서 딴 놈을 만나고 다녀서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 1987년에도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로 첫 번째 배우자를 무참히 살해해 징역 15년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었다. 또 2001년 그의 두 번째 배우자 C씨에게도 “외출이 잦다”는 이유로 폭행해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2009년에는 C씨의 의붓딸을 여러 차례 강제추행하고 강간죄를 저질러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C씨는 수사기관에 “피고인은 여성 성기 사진에 엄청 예민하고 집착했다. 사진을 찍은 후 며칠이 지나서 다시 찍었을 때 성기에 다른 부분이 있으면 다른 남자와 성관계했다고 의심하면서 엄청나게 폭행을 행사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의 쌍둥이 아들은 고3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엄마를 허망하게 잃게 되었다”며 “피해자의 유족들은 그 무엇으로도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 현재까지도 고통 속에서 살고 있고, 피고인에 대한 사형 선고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고인의 배우자들, 의붓딸 등 피고인의 지배 아래에 있는 여성들을 상대로 살인죄를 비롯하여 강력 범죄를 저질러 왔다”며 “여성의 성기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성향이 있어 앞으로도 피고인의 주변에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유사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그러한 범죄가 살인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야기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평생 사회로부터 온전히 격리된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하며 자기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도록 하고,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 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며 무기징역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 남친 폭력 피해 비 오는 날 창틀에 숨은 女…남친이 창문 열어 떨어져 사망

    남친 폭력 피해 비 오는 날 창틀에 숨은 女…남친이 창문 열어 떨어져 사망

    교제 폭력을 피해 숨은 여자친구를 건물에서 떨어뜨려 숨지게 한 30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16일 전주지법 3-3형사 항소부(부장 정세진)는 폭행치사·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33)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1심과 2심에서 피해자를 위해 형사 공탁했지만, 유족은 이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이 사건은 피해자가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으므로 형을 가볍게 변경할 사정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2023년 1월 6일 전주시의 한 빌라 4층에서 여자친구 B(33)씨를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씨는 남자친구의 반복된 폭행을 피해 방으로 갔고, A씨는 주방에서 포크와 젓가락을 가져와 잠긴 방문을 열려고 했다. 이에 B씨는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창문을 열고 폭이 20㎝에 불과한 창틀 위로 다시 숨었지만, 끝내 방문을 따고 들어온 A씨는 여자친구를 찾으려고 침대와 책상 밑을 살폈다. A씨는 이내 여자친구가 창틀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창문을 열어젖혔고, 발도 딛기 힘들 정도로 좁은 곳에 겨우 앉아있던 B씨는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교제를 시작할 무렵인 2022년 2월부터 이날까지 B씨를 주먹과 발, 가재도구 등으로 때려 갈비뼈가 부러지게 하는 등 큰 상처를 입혔다. A씨는 사건 당시 B씨가 창틀에 있었던 걸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 박진경 사태에 유족 심리적 압박·트라우마… 결국 4·3관련 북콘서트 전격 취소

    박진경 사태에 유족 심리적 압박·트라우마… 결국 4·3관련 북콘서트 전격 취소

    제주4·3연구소가 17일 개최 예정이었던 4·3관련 서적 발간 기념 북콘서트’를 전격 취소했다. 제주4·3연구소는 최근 고(故) 박진경 대령 문제 등 4·3관련 이슈가 터지면서 이번 4·3생활사총서7 ‘다시 항쟁을 기억하며 2’ 발간에 참여한 한 유족의 심리적 부담과 트라우마에 시달리자 유족 건강을 고려해 결국 행사를 전격 취소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소 측은 최근 박진경 대령 국가유공자 논란 등 4·3 관련 현안이 잇따르면서, 이번 생활사 집필에 참여한 유족 가운데 한 명이 심각한 심리적 부담과 트라우마를 호소해 왔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협의와 설득 과정을 거쳤으나, 유족의 건강과 의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제주4·3연구소 관계자는 “4·3을 둘러싼 민감한 논의가 제주사회 전반에서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 유족이 건강이 악화됐다”며 “행사 강행보다 유족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간된 ‘다시 항쟁을 기억하며 2’는 4·3 시기 ‘배제된 인물들’의 삶을 중심으로, 초대 제주도지사 박경훈, 하귀리 독립운동가 배두봉, 조천면장 김시범, 무장대 김의봉, 조천중학원장 현보규, 외도리의 신두원 등 여러 인물의 삶을 조명했다. 4·3배제자는 제주 4·3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과정에서, 특별법 적용이나 보상, 명예회복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을 의미한다. 조사와 집필에는 김창후, 김경훈, 강경희, 장윤식, 김동윤, 강정효 등이 참여했으며, 북콘서트에는 해당 인물들의 아들과 딸 등 유족들의 삶의 기억과 사연을 나눌 예정이었다. 김창후 제주4·3연구소장은 “원래 건강이 좋지 않았던 유족 한 분이 최근 사태를 지켜보며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유족의 건강이 우선이기에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 4·3연구소 관계자는 “전날 밤 취소된다는 연락을 급히 받았다”며 “무슨 영문인지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북콘서트는 한 달가량 연기하거나, 상황에 따라 최종 취소될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 “날 미워해도 살아만 있어라”…화해의 영화 찍고, 아들 손에 숨진 거장

    “날 미워해도 살아만 있어라”…화해의 영화 찍고, 아들 손에 숨진 거장

    할리우드 거장 롭 라이너(78) 감독과 아내 미셸 싱어 라이너(68)가 14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브렌트우드 자택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LA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의료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해 자택 내부에서 부부의 시신을 발견했다. LA 경찰은 부부의 차남 닉 라이너(32)를 살해 혐의로 전날 체포해 구금했다고 15일 오전 밝혔다. 범행 동기나 구체적인 사건 경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닉은 10대 초반부터 마약에 빠져 가족에게 어려움을 안겼다. 15세 무렵부터 재활센터를 드나들다 센터를 기피하며 노숙 생활을 반복했다. 17번의 재활 시도 끝에 약을 끊었다고 밝힌 닉은 메인, 뉴저지, 텍사스 등 여러 주를 떠돌며 길거리에서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닉은 2016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메인 주에서도 뉴저지에서도 텍사스에서도 노숙자였다. 밤마다 거리에서 지내고, 몇 주씩 생활도 했다”며 “좋은 가정에서 자랐고, 길거리나 노숙자 쉼터에서 살아서는 안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유대 관계를 많이 쌓지 못했다”며 마약 중독 문제를 두고 부모와 심한 갈등을 겪어왔다고 밝혔다. 약물 중독에서 회복한 뒤 닉은 자신의 중독 경험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다룬 영화 ‘빙 찰리(Being Charlie)’의 각본을 썼고, 라이너 감독이 연출을 맡아 2015년 개봉했다. 정치적 야망을 가진 성공한 배우와 마약 중독에 빠진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차라리 네가 나를 미워하더라도 살아있길 바란다”고 말하는 대사는 실제 있었던 대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터뷰에서 라이너 감독은 “우리는 절망적이었고, 벽에 학위증이 걸려 있는 사람들 말을 들었다. 그때 아들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며 아들의 얘기보다 재활 상담사들의 조언을 더 중시했던 것을 후회했다. 이들 부자는 함께 영화를 만든 것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부자 관계를 더 가깝게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라이너 감독은 2016년 인터뷰에서 아들에 대해 “그와 함께 일할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 함께할 생각”이라며 “그는 천재적이고 재능이 넘치며 자신의 길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닉이 아버지와 함께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올해 9월 영화 ‘스파이널 탭 2’ 시사회에 가족과 함께 참석했을 때였다. 그로부터 3개월 만에 비극이 발생했다. 로맨틱 코미디의 거장, 충격적 최후 1947년 뉴욕 브롱크스에서 전설적 코미디언 칼 라이너의 아들로 태어난 롭 라이너는 1970년대 시트콤 ‘올 인 더 패밀리’로 에미상을 두 차례 수상하며 명성을 쌓았다. 이후 감독으로 전향해 1984년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걸작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로 데뷔했다. 그는 1980~9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를 이끈 대표 감독으로 ‘스탠 바이 미(1986)’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미저리(1990)’ ‘어 퓨 굿 맨(1992)’ ‘대통령의 연인(1995)’ ‘버킷 리스트(2007)’ 등 장르를 넘나드는 수작을 연출했다. 특히 ‘어 퓨 굿 맨’에서 탄생한 “자넨 진실을 감당할 수 없어!”는 영화사에 남을 명대사로 회자된다. 유족은 “롭 라이너와 미셸 부부의 비극적인 사망 소식을 전하게 되어 깊은 슬픔을 느낀다. 갑작스러운 상실에 가슴이 찢어지며, 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기에 사생활을 보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 [씨줄날줄] 연명의료 결정권에도 지역 차별

    [씨줄날줄] 연명의료 결정권에도 지역 차별

    2008년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사건’. 치료 효과 없이 수명만 연장하는 연명의료 중단 논의의 시발점이다. 폐암 발병 여부를 검사받던 할머니는 식물인간 상태로 연명의료를 받았다. 가족이 평소 할머니 뜻을 존중해 중단을 요청했으나 병원은 거부했다. 대법원은 2009년 5월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들어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할머니는 인공호흡기 제거 이후 201일 동안 자발 호흡을 하다가 사망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지만 입법은 생명과 관련된 문제여서 더뎠다. 관련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2016년에야 제정됐고, 연명의료결정제도가 2018년부터 시행됐다. 19세 이상 성인이면 본인이 직접 작성할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말기 암 또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요청으로 담당 의사가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가 도입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상담·작성·등록할 수 있는 기관은 종합병원,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등으로 직접 방문이 원칙이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나 시간 제약이 많은 직장인은 접근이 어렵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가 필수다. 수도권 상급 종합병원과 일부 대형 병원에서나 가능하다. 공용윤리위원회도 운영 중이나 전국 13개 위원회가 200개 위탁 의료기관을 담당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지난달 말 기준 316만명, 연명의료계획서는 18만명을 넘었다. 건강보험공단은 소득·거주지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차이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경제적 취약층, 비(非)대도시 거주자의 연명의료 참여가 저조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건강보험공단과 함께 심포지엄을 열고 참여 확대 방안 등을 조언하기도 했다. 연명의료 환자가 매년 6.4% 늘고 있다. 연명의료 결정에는 누구든 자율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죽음에 대한 결정권마저 소득과 지역에 따라 차별받는다면 씁쓸하고 쓸쓸하지 않은가. 전경하 논설위원
  • 李 ‘4·3 강경 진압’ 박진경 유공자 취소 지시… 훈장도 거둔다

    李 ‘4·3 강경 진압’ 박진경 유공자 취소 지시… 훈장도 거둔다

    제주도민 “양민 학살 책임자” 반발보훈부 “신중하게 검토 못 해” 사과국방부 ‘무궁훈장 서훈’ 취소 검토 이재명 대통령은 제주 4·3 사건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했던 고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와 국가보훈부는 박 대령의 무공훈장 서훈 취소 등을 검토해 가능한 후속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1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보훈부에 이같이 지시했다. 보훈부가 지난 10월 박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등록한 사실이 알려진 지 4일 만이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조항에 대한 사후적인 사회적 논란과 논쟁이 있는 만큼 다시 한 번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의 지시”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보훈부가 박 대령 유족에게 국가유공자 증서 발급 사실을 통지한 사실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보훈부는 무공훈장을 받은 사람은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도록 한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유족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보훈부는 “비록 법 절차에 의해 처분 했으나 제주 4·3과 관련한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박 대령은 제주 4·3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1948년 9연대장으로 파견돼 강경 진압 작전을 지휘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특히 제주도민들로부터 ‘양민 학살 책임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부임 한 달여만에 부하들에게 암살됐다가 지난 1950년 을지무공훈장을 받았다. 국방부는 박 대령의 무공훈장 서훈 취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경호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법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능한 조치사항을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제주 4·3 희생자는 국가폭력의 희생자”라며 “이념과 진영의 첨예한 현장에서 사실대로 판단하고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썼다. 보훈부는 “관계기관 협의 및 관련 법령과 절차 등을 면밀히 검토해 조치하겠다”며 “이 같은 논란의 재발 방지를 위해 법 개정 등을 포함한 개선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당한 분노를 수용하고 신속하게 취소 지시를 내린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주권 정부에 도민 모두와 함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다만 야권에선 유공자에 대한 평가가 정권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 대통령이 보훈마저 정치적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과거사의 정치화이자 역사 판단도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 마음대로 뒤집어엎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논평했다.
  • “중학생 때부터…” 故김새론-김수현 녹취록에 국과수 “AI 조작 판정 불가”

    “중학생 때부터…” 故김새론-김수현 녹취록에 국과수 “AI 조작 판정 불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지난 5월 공개했던 배우 김수현과 고(故) 김새론의 녹취록이 AI(인공지능) 기술로 조작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로부터 해당 녹취파일의 인공지능(AI) 조작 여부에 대해 ‘판정 불가’ 통보를 받았다. 국과수는 경찰이 의뢰한 녹취파일에 대한 감정을 진행했으나 “녹취가 원본이 아닌 데다 잡음 등으로 인해 진위를 판단하는 데 기술적 한계가 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5월 가세연 운영자 김세의씨는 김새론 유족 측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김수현이 김새론의 미성년자 시절부터 교제했다’는 주장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당시 공개된 녹취파일에는 “중학교 때부터 이용당한 느낌이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김수현 측은 “AI로 조작된 녹취록”이라며 김씨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으며, 경찰은 지난 8월 녹취록에 대한 감정을 국과수에 의뢰했다. 경찰은 녹취록의 조작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김씨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을 포렌식해 녹취파일에 담긴 내용의 진위를 검토하고 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김씨와 관련해 2개 팀에서 수사 중이고 마무리 단계”라며 “관련자 조사가 끝났고, 수집 자료들을 최종적으로 분석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족 측은 지난 3월부터 김새론이 미성년자 시절부터 김수현과 교제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경찰청에 김수현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김수현은 기자회견을 통해 고인과의 교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미성년 시절의 교제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유족 측이 공개한 2016년과 2018년 카톡 메시지 조작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면서 유족과 가세연 운영자 김씨를 상대로 120억원 손해배상청구 등 민·형사상 소송을 냈으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했다.
  • 박진경 국가유공자 취소 지시한 이 대통령…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박진경 국가유공자 취소 지시한 이 대통령…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보훈부에 제주4·3 양민학살 책임자인 故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지시한 것과 관련 오영훈 제주지사가 환영 입장을 밝혔다. 오 지사는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주도민의 정당한 분노를 수용하고 신속하게 취소 지시를 내린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주권정부에 제주도민 모두와 함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가보훈부에 취소 검토 지시에 이날 국방부가 박 대령의 무공훈장 서훈 취소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지난 10일 국가보훈부가 박진경에 대한 국가유공자 증서를 발급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권오을 보훈부 장관이 직접 제주를 찾아 4·3 영령과 유족에게 사과했지만, 도민사회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며 “장관에게 제주도민을 대표해 서훈 취소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이날 오후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제주4·3의 객관적 사실을 담은 이른바 ‘바로 세운 진실’ 안내판을 설치했다. 이는 최근 4·3과 관련한 왜곡 현수막 게시, 영화 상영, 왜곡 발언, 표지석 설치 등 역사 왜곡 사례가 잇따르면서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역사적 사실을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안내판에는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토대로, 광복 이후 정세와 1947년 관덕정 경찰 발포 사건, 1948년 4월 무장봉기, 같은 해 5월 제주에 부임한 박진경 대령의 약 40일간 행적 등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담겼다. 박 대령을 암살한 문상길 중위와 손선호 하사의 이야기 역시 포함됐다. 이날 설치 행사에는 오영훈 지사를 비롯해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박호형 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하성용 도의회 4·3특별위원장,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등 4·3 관련 인사들이 참석했다. 행사는 경과 보고에 이어 박진경 대령 암살범의 최후를 그린 강덕환 시인의 ‘박진경 암살범 총살기’ 시극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오 지사는 “박진경은 ‘제주4·3 진상조사보고서’에서 도민에 대한 강경 진압을 주도한 인물로 기록돼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을 학살한 주범에게 국가유공자 증서가 발급된 현 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는 앞으로도 4·3의 진실과 평화·인권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앞으로도 4·3 역사 왜곡 논란이 제기된 경찰지서 옛터 표지석과 북촌리 학살을 주도한 함병선 장군 공적비 등에 대해서도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안내판 설치 또는 이설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4·3 역사 왜곡 대응 안내판… ‘바로 세운 진실’ 전문

    4·3 역사 왜곡 대응 안내판… ‘바로 세운 진실’ 전문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15일 오후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제주4·3의 진실을 담은 ‘4·3 역사 왜곡 대응 안내판’을 세웠다. 이에 안내판에 실린 ‘바로 세운 진실’ 전문을 싣는다. 박진경과 제주4・3(Park Jin-kyung and Jeju4・3) 우리 민족은 1945년 8월 일제로부터 해방됐지만, 곧 미국과 소련에 의해 남북으로 분단됐다. 북위 38도선 남쪽을 점령한 미군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때까지 3년간 군정을 실시하며 직접 통치했다. 미군정은 친일파를 다시 등용한데다 누적된 실책으로 민심을 잃었고, 이에 1946년 10월 경상북도 대구를 중심으로 큰 봉기가 일어나 전국적으로 주민과 경찰 2백 명가량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주에서는 주민들이 잘 참아내 인명피해 사건이 없었다. 그러나 1947년 3월 1일 제주읍 관덕정 앞에서 열린 미군정 규탄 시위 때 경찰의 무차별 발포로 6명이 숨지자 큰 혼란이 벌어졌다. 주민과 공무원이 총파업하며 항의하자, 미군정은 느닷없이 “제주도민은 70%가 좌익”이라며 경찰과 서북청년회 등을 동원해 탄압했다. 1년 동안 2500여 명을 잡아들여 고문했고, 1948년 3월에는 경찰에게 고문받던 사람이 숨지는 사건이 잇따랐다. 이에 1948년 4월 3일 ‘경찰과 서북청년회 등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남한만의 단독선거·단독정부 반대, 통일정부 수립’을 기치로 350명의 무장대가 경찰지서를 습격했다. 그런데 미군정은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던 김익렬 연대장을 전격 해임하고 박진경 중령을 새 연대장으로 임명했다. 박진경은 1948년 5월 6일 제주도에 와서 40일 남짓 강경한 진압 작전을 벌였고 그 대가로 상관을 앞질러 대령으로 특진했다. 그 무렵 미군 비밀보고서에 “3000여 명이 체포됐다”고 기록될 정도로 박진경은 무리한 작전을 전개했다. 한 언론은 ‘포로’로 끌려오는 이들이 “12~13세 되는 소년이며 60이 넘은 늙은이며 부녀자”라며 한탄했다. 강경 작전을 펴던 박진경은 결국 6월 18일 부하인 문상길 중위와 손선호 하사에게 암살됐다. 손선호는 “30만 도민에 대한 무자비한 작전 공격 명령”이 암살 동기라면서 “박진경이 15세가량 되는 아이가 그 아버지의 시체를 껴안고 있는 것을 보고 무조건 살해했다”고 말했다. 박진경의 작전참모 임부택 대위도 “박진경 연대장이 조선 민족 전체를 위해서는 30만 도민을 희생시켜도 좋다. 양민 여부를 막론하고 도피하는 자에 대하여 3회 정지명령에 불응자는 총살하라고 명령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2003년 정부의 공식 보고서를 통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아직 제주4·3이 끝나지 않아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던 1952년에 군경원호회 명의로 세워진 ‘박진경 대령 추도비’의 내용은 일부 사실과 맞지 않는다. 또한 여전히 박진경을 미화하며 4·3을 왜곡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안내판을 세운다. 2025년 12월 15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
  • ‘쌍둥이 아빠 사망’ 가해자 가족 “우리도 불쌍해”…“이 인간” 혐오에 하소연

    ‘쌍둥이 아빠 사망’ 가해자 가족 “우리도 불쌍해”…“이 인간” 혐오에 하소연

    50대 만취 운전자가 내년 5월 출산을 앞둔 예비 쌍둥이 아빠를 차로 치어 목숨을 앗아간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가족이 “우리도 피해자만큼 힘들다”고 호소했다. JTBC ‘사건반장’ 측은 최근 음주운전 사고 보도에 관해 12일 사과 방송을 했다. 진행자인 양원보 기자는 “방송에서 유족에게 너무 감정이입을 했던 나머지 가해자 가족의 상실감과 아픔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정말 죄송하다”며 “사과를 드리는 만큼 민원실에는 그만 전화를 주셨으면 한다. 제 부덕의 소치”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날 사과 방송은 관련 보도에 대한 가해자 가족의 항의에 따른 것이다. 앞서 사건반장은 지난 10일 추석 연휴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 관련 보도를 냈다. 50대 운전자 A씨는 추석 이튿날인 10월 7일 밤 8시 58분쯤 경기도 양주시 옥정동에서 인도를 걷던 36살 이종희씨를 자신의 SUV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했다. 처가 식구들과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마치고 차를 몬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22%, 면허 취소 수치인 0.08%의 2배 이상이었다. 다른 가족들이 차례로 자리를 뜬 뒤 발생한 일이다. 인도에서 700~800m를 질주한 A씨는 명절을 맞아 친구들과 식사 후 귀가하던 이씨를 뒤에서 덮쳤고, 이씨의 심장은 구급대가 도착하기도 전에 멈췄다. 숨진 이씨는 2023년 결혼 후 내년 봄 출산을 앞둔 예비 쌍둥이 아빠였다. 사고 당일에도 이씨는 ‘쌍둥이 카시트’를 검색하며 임신한 아내에게 “아기들을 빨리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기들 이름도 지어둔 상태였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된 가해자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최근 첫 공판에서는 “죄송하다”는 짧은 사과만 반복했다. 이와 관련해 사건반장 측은 10일 방송에서 “이 인간의 음주 상태가 정말 심각했다”, “이 인간 첫 공판이 있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또한 “이 정도면 시쳇말로 그냥 술독에 있다가 나온 거다”, “보통 음주 운전자들이 ‘기억이 안 난다’고 열에 아홉은 변명한다. 근데 0.222%면 기억 안 나는 게 맞다”, “이건 정말 제정신 아닌 거다”라며 A씨를 비난했다. 방송 이후 A씨의 가족은 진행자의 표현에 불만을 표하며 사건반장 측에 민원을 제기했다. 사건반장 측에 따르면 A씨 가족은 “방송에서 앵커가 ‘이 인간’이라고 표현한 건 너무 공격적이다. ‘사건반장’ 보도가 가해자 혐오를 유발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재판에서 무표정으로 ‘죄송하다’는 말만 했다고 보도했는데, 그러면 법정에서 ‘죄송하다’는 말밖에 더 할 말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A씨도) 아프간에서 끌려온 사람처럼 굉장히 불쌍해 보였다. 우리도 피해자만큼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 AI로 풀어낸 ‘금기의 가족사’…전두환 손자 전우원이 그린 웹툰

    AI로 풀어낸 ‘금기의 가족사’…전두환 손자 전우원이 그린 웹툰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자신의 삶을 담은 AI 웹툰을 공개했다. 상습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씨는 이달 초부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AI를 활용해 제작한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정신을 놓은 것 같다”는 짧은 글과 함께 첫 작품을 공개했다. 웹툰의 주인공은 전씨 자신을 투영한 것으로 보이는 어린 양 캐릭터 ‘몽글이’다. 귀여운 그림체와 달리 작품에는 가족 내 폭력과 방임, 질병, 학교폭력, 고립된 유학 생활 등 무거운 서사가 담겼다. 작품 속에서 몽글이의 어머니는 순한 양으로, 조부모와 아버지, 새어머니는 ‘검은 양’으로 표현된다. 일부 캐릭터는 눈이 붉게 묘사돼 위압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이야기는 몽글이가 태어난 뒤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의 울음이 일상이 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버지의 외도를 암시하는 장면과 함께, 이후 가족 해체와 어머니의 암 투병, 돌봄 공백, 학대 경험 등이 이어진다. 웹툰에는 조부의 자택으로 보이는 ‘거대한 성’에서의 기억도 등장한다. 전씨는 해당 공간에서 반복적인 통제와 폭력을 경험했다고 묘사했다. 미국 유학 시절 겪은 왕따와 폭행, 유학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도 작품을 통해 드러냈다. 전씨는 가족 관련 뉴스를 접하며 “사람들이 나를 괴롭히는 이유가 할아버지 때문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도 밝혔다. 새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집에서 쫓겨났다는 주장도 담겼다. 현재 웹툰은 유학 시절까지의 이야기가 공개된 상태로, 각 화 말미에는 ‘TO BE CONTINUED(다음 화에 계속)’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전씨는 웹툰을 계속 연재할 예정이다. 앞서 전씨는 마약 투약 사실을 공개하고 가족사를 폭로해 논란의 중심에 섰으며, 2023년에는 광주를 찾아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희생자 발인…가족들 ‘오열’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희생자 발인…가족들 ‘오열’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가 영면에 들었다. 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서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로 숨진 희생자 4명 중 한 명인 A(50대)씨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발인식 내내 허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유족들은 운구차로 옮겨지는 관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또 한 번 오열했다. 광주대표도서관을 짓는 공사 현장에서 배관공으로 일하던 A씨는 무너지는 잔해물에 매몰됐고, 사고가 난 지 이틀이 지난 후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A씨의 발인을 시작으로 나머지 붕괴 사고 희생자 3명도 이날부터 차례대로 영면에 들어간다. 미장공이었던 또 다른 희생자 B(40대)씨의 발인식은 이날 오후 지역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서울 한 종합병원 장례식장으로 빈소를 옮긴 C(70)씨의 발인식은 17일 열린다. 60대 희생자 D씨에 대한 발인은 유족과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현재 논의하고 있어 정해지지 않았다. 사고는 11일 오후 1시 58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건립 현장인 옛 상무소각장 부지에서 발생했다. 콘크리트 타설 중 여러 층에 걸쳐 연쇄 붕괴가 일어났고, 현장에 있던 근로자 97명 중 4명이 잔해에 매몰됐다가 숨진 상태로 수습됐다.
  • 마지막 말은 “보고싶다 사랑한다”…故 김지미에 ‘금관문화훈장’

    마지막 말은 “보고싶다 사랑한다”…故 김지미에 ‘금관문화훈장’

    정부가 지난 7일 미국에서 별세한 고(故) 김지미 배우에게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4일 오후 2시 김지미의 추모 공간이 마련된 서울 충무로 서울영화센터를 찾아 고인에게 추서된 금관문화훈장을 유족 대표에게 전달했다. 고인의 딸 최영숙씨는 현지에서 장례 절차 등을 밟고 있어 수여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최씨는 고인이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 “보고 싶다. 사랑한다”였다고 한국영화인협회를 통해 전했다. 문체부는 “고인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한 시대의 영화 문화를 상징하는 배우였다”며 “한국 영화 제작 기반 확충과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한국 영화 생태계 보호와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도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양윤호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은 “김지미 배우는 우리 영화계 후배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과감한 잔다르크였다”며 “한류라는 개념이 형성되기 이전, 한국 영화 산업의 토대를 만들어낸 선배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제작자, 아티스트였다”고 회고했다. 김지미는 지난 2016년 10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바 있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과 국민 문화 향유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별세한 고(故) 이순재 배우에게도 사후에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이외에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배우로는 2021년 윤여정, 2022년 이정재가 있다. 김지미는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1957)로 데뷔해 700여편의 작품을 남긴 한국 영화계 대표 스타 배우다. ‘토지’(1974), ‘길소뜸’(1985) 등 수많은 작품에서 주연을 맡으며 한국영화의 성장기를 이끌었다. 그는 멜로·사회극·문학 작품 영화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여성 중심 서사가 제한적이던 시기에도 그는 폭넓은 역할을 소화하며 스크린 속 여성 인물상의 지평을 넓혔다.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등 국내 주요 시상식에서 여러 차례 여우주연상을 받은 경력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인정받은 배우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기 활동을 넘어 제작 현장에서도 활동 반경을 넓혔다. 김지미는 ㈜지미필름을 설립해 제작자로 나서 한국영화 제작 기반을 넓히는 데 힘을 보탰다. 작품 선택과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배우와 제작자가 함께하는 모델을 보여줬고, 한국영화가 산업으로 자리를 잡는 과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체 활동과 제도 개선을 향한 역할도 이어졌다. 그는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을 맡아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스크린쿼터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해 자국 영화 보호 장치를 지키는 데 앞장섰다. 아울러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며 정책 논의에도 참여하는 등 한국영화 생태계 보호와 제도적 기반 강화에 실질적인 역할을 해왔다.
  • “고열에 인후통” 병원 갔다가 다음날 사망한 20대…디카프리오도 걸린 ‘이 병’

    “고열에 인후통” 병원 갔다가 다음날 사망한 20대…디카프리오도 걸린 ‘이 병’

    영국에서 고열과 인후통 등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의료진이 폐렴을 진단하지 못해 하루 만에 숨진 여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10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체스터필드에 거주한 타냐 맥카트니(25)는 2023년 5월 고열과 호흡 곤란, 심한 인후통으로 지역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맥카트니는 당시 11개월 된 아들으로부터 감기를 옮은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의사의 권유로 응급실에 간 것이다. 그러나 해당 병원 의료진은 폐렴 가능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구강용 항생제만 처방한 뒤 돌려보냈다. “병원에 간 건 시간낭비였다”고 가족들에게 토로한 맥카트니는 다음날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사 결과 맥카트니의 증상은 폐렴에 부합하는 중증 상태였음에도 응급실에서 적절한 정맥 항생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측은 “정맥 항생제로 치료 받았다면 회복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맥카트니의 어머니는 딸의 죽음에 대해 “완전히 피할 수 있었던 비극”이라면서 깊은 슬픔과 분노를 표했다. 그는 “적절한 치료만 받았다면 딸은 지금도 살아있었을 것”이라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이 사건에 대한 공식 심문 절차가 재개된 상태다. 이번 사건은 폐렴과 같은 중증 감염 질환이 젊은 연령에서도 치명적일 수 있음을 경고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폐렴은 초기 감기와 유사한 증상으로 시작되지만, 적절한 치료가 지연될 경우 급격한 호흡 부전, 패혈증,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다. 디카프리오도 “최근 폐렴 앓아” 고백 최근 유명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51)도 폐렴을 앓았다는 사실이 공개돼 걱정을 사고 있다. 지난 8일 타임지가 공개한 ‘올해의 엔터테이너’ 선정 기념 인터뷰에서 디카프리오는 “폐렴에 걸린 상태였다”고 고백했다. 인터뷰는 지난 10월에 진행됐으며 당시에도 그는 회복 중이었다고 한다. 디카프리오는 사생활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것으로 알려져있어 그가 어떻게 폐렴에 걸렸는지, 어떤 종류의 폐렴을 앓았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영화 ‘마빈스 룸’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 다이앤 키튼도 언급했다. 키튼은 지난 10월 11일 7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사인은 세균성 폐렴으로 알려졌다.
  • “혐의 인정” 천안 층간소음 피의자 양민준 검찰 송치

    “혐의 인정” 천안 층간소음 피의자 양민준 검찰 송치

    지난 4일 충남 천안에서 층간소음 갈등을 빚던 이웃 주민을 살해한 양민준이 12일 검찰에 넘겨졌다. 양 씨는 송치 과정에서 피해자와 유족께 죄송하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천안서북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쯤 살인 혐의를 받는 양 씨를 구속 송치했다. 양 씨는 4일 오후 2시 30분쯤 천안시 서북구 한 아파트 윗집을 찾아가 70대 이웃 주민 A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살인 등)를 받는다. 당시 흉기에 찔린 A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몸을 피해 문을 안에서 잠갔다. 그러나 양 씨는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돌진해 문을 부순 뒤 재차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양 씨는 A씨 집에서 공사로 인한 소음이 발생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범으로 체포돼 구속 수사를 받아 온 양 씨는 이날 천안동남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이송됐다. 양 씨는 검찰로 송치되면서 “혐의를 인정한다. 유가족분들한테 정말 죄송하다. 고인에게도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한번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충남경찰청은 전날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양 씨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했다. 양 씨 신상정보 공개는 다음 달 9일까지 유지된다.
  • 가슴 먹먹한 영화 ‘한란’ 2만 관객 돌파… 촬영현장 숨은 명소 직접 가보니

    가슴 먹먹한 영화 ‘한란’ 2만 관객 돌파… 촬영현장 숨은 명소 직접 가보니

    제주 4·3의 비극을 그린 영화 ‘한란’이 개봉 8일 만에 관객 2만명을 넘기며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948년 당시 토벌대를 피해 한라산으로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던 모녀 고아진(김향기)과 강해생(김민채)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제주 곳곳의 상처와 숨결이 그대로 화면에 스며든다. 서울신문이 영화 속 촬영지를 직접 따라가봤다. # 제주돌문화공원 속 돗통시·불타는 마을… 피신 동굴 저지곶자왈 ‘볏바른궤’‘한란’ 양영희 PD는 지난 10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영화 속 아진과 해생의 집, 흑돼지가 드나드는 돗통시, 돌담길, 그리고 군인들이 마을을 뒤지고 토벌대가 불태우는 장면 대부분은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이뤄졌다”면서 “가을 억새가 부드럽게 흔들리는 풍광 속에서 4·3의 비극이 재현됐다”고 설명했다. 토벌대를 피해 아진과 마을주민들이 숨었던 동굴은 저지곶자왈 속 ‘볏바른궤’다. 4·3 피난처 대표적인 장소로 다랑쉬동굴이나 큰넓궤를 떠올리지만, ‘볏바른궤’ 동굴도 서쪽 주민들이 토벌대를 피해 피신생활을 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하명미 감독은 “실제 촬영지는 저지곶자왈 속 볏바른궤”로 “저지리 이장의 소개로 사상 첫 촬영이 됐다”고 전했다. 한경면 저지리 곶자왈 속에 있는 볏바른궤는 제주올레 길 14-1코스 길을 걷다보면 만날 수 있다. 숲에 들어서는 순간 ‘비밀의 숲’을 찾은 듯한 묘한 정적이 감돈다. 실제 4·3 유적지로 당시 양민들이 피신했던 동굴이며, 발견 당시 그릇 등 피신 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었던 곳으로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돌로 입구를 막았다. 궤는 작은 규모의 바위굴을 뜻하는 제주어로 곶자왈 곳곳에서 발견된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터널형 용암동굴로 동굴과 이어지는 여러개의 가지굴이 동서방향으로 자리하고 있다. 동굴 입구에서부터 약 1.2m 정도까지 공간에서 근현대의 것으로 보이는 탄피와 옹기편 등 그릇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실제 안으로 들어가보면 꽤 넓은 공간이어서 놀랍다. 동굴 앞 나무는 영화 속 심방 봉순이가 기도하던 바로 그 나무다. 심방이 나무에 소지천을 걸고, 무사 안녕을 빌며 기도하는 장면이 촬영됐다. 당시 토벌대가 한 아이를 나무에 매달아 불태워 사람들이 동굴에서 나오도록 유도했다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서려 있어 제작진은 일부러 이 나무를 상징적으로 선택했으며 비극의 역사를 전하고, 당시의 넋을 달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 문도지오름 정상서 만나는 원시림 지대… 군인 주둔지였던 낙선동 4·3성터 해생이 엄마를 쫓아가 같이 가겠다며 떼를 쓰는 장면은 문도지오름에서 촬영됐다. 개인 사유지라 일부 구간만 개방되지만, 불과 5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오름에도 불구하고 한라산과 가파도·마라도까지 펼쳐지는 풍경은 말 그대로 압권이다. 특히 눈앞에 펼쳐지는 저지곶자왈은 ‘제주의 허파’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원시림지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군인 주둔지는 낙선동 4·3성터에서 촬영됐다. 이곳은 실제로 토벌대가 마을을 불태운 뒤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킨 장소로 무장대와의 접촉을 막기 위해 주민들에게 돌성을 쌓게 하고, 보초까지 서게 했던 비극의 현장이다. 이곳에 함덕 지서 등 실제 경찰서가 있었다. 이곳에서 태어난 분들이 현재 유적지를 관리하고, 안내하기도 했단다. # 서우봉, 북촌리, 함덕리 일대 동굴과 숲… 아라동 일대 삼의악오름서우봉은 무장대가 다이너마이트를 숨겨둔 동굴에서 아진과 대치하는 장면, 아진과 해생이 동굴을 헤매며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장면 등을 촬영했다. 4·3 당시 피해가 극심했던 장소 중 하나로 함덕리, 북촌리 일대에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군이 마을 사람들과 부역자들을 강제 동원하여 파놓은 진지동굴, 4·3 당시 실제 북촌리 마을 사람들이 피신했다 잡혀서 희생되었던 동굴 근처에서 촬영했다. 삼의악오름은 엄마를 찾아 한라산을 오르는 해생과 딸을 찾아 헤매는 엄마 아진, 무장대와 토벌대의 대치 장면 등을 촬영했다. 실제 격렬한 대치가 있었던 한라산 일대, 관음사 근처이다. 삼의악이 위치한 아라동 일대는 4·3 당시 큰 피해를 입은 곳이기도 하다. # 영화 마지막을 장식한 ‘아찔한 절벽’ 황우치해변… 제주 4·3평화공원영화에서 벼랑끝 장면이자 이 영화의 백미는 안덕면 황우치해변에서 촬영됐다. 황소 뿔을 닮은 지형과 검은 모래 해변 특유의 분위기가 더해져 모녀가 동굴 밖으로 나와 마주한 절벽 장면은 한동안 시선이 떼어지지 않을 만큼 강렬하다. 현대 장면에서 평화공원 전경 중 특히 희생자 각명비와 행방불명인 표석 및 기념관 내 백비를 보여준다. 행방불명인 표석에는 아직도 유해조차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밖에 관광명소 정방폭포와 제주공항 등도 잠깐 비춘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4·3 생존희생자와 유족을 위해 ‘4·3유족 문화바우처 지원 사업’으로 영화 ‘한란’ 무료 관람을 진행하고 있다. 관객들의 마음속에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는 ‘한란’은 롯데시네마 연동·메가박스 서귀포에서 21일까지 총 8회 상영되며, 유족 1인당 동반 2명까지 선착순 1600명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양 PD는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고 단체관람해주시는 돌문화공원관리소, 경기 시흥시자원봉사센터, 전교조 충남지부 등에 너무 감사하다”면서 “제주4·3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도록 제주도 학생, 교사들의 단체관람도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