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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박(讀博) 육아일기](9)잘 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독박(讀博) 육아일기](9)잘 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독박 육아’라는 말은 친정이나 시댁 등 보조 양육자가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은어로, 육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 썼다’는 뜻이지요. 아무런 도움 없이 나홀로 육아를 하다 보니 세상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초보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더 넓게 읽게 됐다는 뜻에서 ‘독박(讀博) 육아’라고 제목을 지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주는 육아맘들의 세계를 저의 경험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허백윤 기자는 2008년 8월 서울신문사에 입사해 2009년 2월부터 정치부 국회 출입기자로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취재했습니다. 2013년 5월부터 온라인뉴스부에서 일하던 중 2013년 12월부터 출산휴가·육아휴직으로 15개월을 보내고 3월 11일 복귀했습니다. 회사의 많은 워킹맘 선배들은 도대체 어떻게 10년, 20년 일을 해내고 있는 걸까. 무한한 존경심이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워킹맘을 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애초에 슈퍼맘이 되겠다는 욕심은 부리지도 않았지만, 요즘 나는 일도 육아도, 집안일도,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게 없는 것 같다. 남들은 다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회사로 돌아온 지 70여일. 매일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하루 24시간이 이렇게 짧은 시간이었나, 싶을 만큼 여유가 없다. 오전 8시 집에서 나와 9시부터 오후 7시 넘어까지 회사에서 일을 한다. 일찍 집에 돌아오면 저녁 8시 반. 아기를 봐 주시는 베이비시터 이모님에게 아이에게 있었던 일을 전해 듣고 옷을 갈아입고 9시부터 저녁 준비에 들어간다. 남편이 보통 집에 9시 반쯤 오기 때문에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밤 10시를 넘긴다. 워낙 늦게 자는 아기였지만 복직 이후로 시간이 더 늦어졌다. 씻기고 같이 책 좀 읽다가 재우면 12시가 넘는다. 아기를 눕히고 거실에 나오며 바라보는 집안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제 겨우 70여 일…바닥이 드러났다 약 11주 동안 열여덟 번의 야근을 했다. 현재 있는 부서에서는 야근을 재택근무로 하게 돼 있어 복직을 하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날은 집에 6시에 와서 자정까지 일해야 한다. 그런데 집에서 야근을 하는 시간이 제일 고달프다. ‘나만 회사에 남아 야근을 한다고 할까’ 욱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컴퓨터만 붙잡고 있는 엄마가 못마땅한 아이는 심하게 보채고 안아 달라고 졸랐고, 기분이 좋아지면 식탁 위로 올라와 컴퓨터를 깔고 앉으며 마우스를 만지는 놀이에 빠지기도 했다.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다가 울리기도 했다가 점점 ‘뽀로로’의 힘을 빌리는 시간이 늘어간다. 요즘에는 아기띠에 안고 억지로 잠을 재우고 안은 채로 일을 한다.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여섯 번 갔다. 세 번은 토요일 아침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서였고 나머지 세 번은 평일 퇴근 직후였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감기 증상을 빨리 낫게 하기 위해서였다. 1년 동안 휴가일수는 정해져 있고, 앞으로 어린이집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그리고 아이가 심하게 아플 경우 등 휴가를 써야 하는 일이 너무 많이 기다리고 있다. 가능하면 아껴둬야 한다. 툭하면 아이 핑계를 대고 휴가를 쓴다는 뒷말을 최대한 적게 듣고 싶은 욕심도 있다. 맞벌이 아이라 콧물이 줄줄 흐르는 데에도 어린이집에 보냈다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식의 눈초리도 피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하루종일 남의 손에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아기가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한밤 중에 병원에 데려갔다. 동네에 자정까지 문을 여는 병원과 약국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다음 날 아침 어린이집 가방에 약을 챙겨서 보내는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불편하다. 다섯 번의 일요일 근무를 했다. 격주로 주말 근무를 해야 해서 출근하는 일요일은 남편이 오롯이 육아를 전담한다. 2주의 하루꼴인데 그 때마다 1시간 안팎의 ‘시댁 찬스’를 쓰는 남편이 무척 부럽다. 남편 역시 주말에 근무를 해야 한다. 겹치지 않도록 조정해서 남편은 토요일에 회사를 나간다. 세 가족이 오롯이 주말 이틀을 보낸 적은 몇 번 되지 않는다. 온종일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지만 사실 주말이 더 바쁘다. 주말에도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는 아이와 아침부터 놀아주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오후 한 시간 동안 놀이수업에 참여했다가 끝나면 나들이를 간다. 봄 햇볕을 쪼이며 꽃구경을 하고 뛰어놀 수 있도록 매주 새로운 공원을 찾아 다니고 있다. 저녁이 되면 외식을 하고 일주일치 장을 봐 들어간다. 그 때부터 남은 집안일이 또 있고, 아이가 며칠 동안 먹을 반찬과 국을 만들어야 한다. 항상 비슷한 메뉴만 만들어 먹이는 부족한 엄마라는 자책이 짓누른다. 일요 근무가 있는 한 주는 토요일에 웬만한 걸 다 해결해 놔야 하니 시간이 더 짧다. 두 달 남짓의 워킹맘 생활을 겪으며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볼 때, 아이와 함께 놀아줄 때다. 그나마 좀 쉬운 것은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이고 가장 힘들고 하기 싫은 것은 바로 집안일이다. 원래도 꼼꼼한 성격도 아니고 집안일에 소질이 있지도 않긴 했다. 잘하려는 욕심은 아예 없다. 기본만 하려고 하는데도 왜 이렇게 버거운지 모르겠다. 퇴근하고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라 청소기를 돌릴 수도 세탁기를 쓸 수도 없다. 그러나 민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아기의 발바닥이 시커멓게 변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밤 11시에 청소기를 돌렸다. 다음 날 입을 속옷까지 똑 떨어졌을 때 밤 10시에 세탁기를 돌리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아끼던 아기 옷 하나를 버렸다. 해외에 사는 친정엄마가 사서 보내준 것이다. 젖은 수건들 속에 잘못 겹쳐져 있다가 그만 옷에 곰팡이가 피었다. 난생 처음 보는 옷에 핀 곰팡이가 나의 살림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한심했다. 신혼 때에는 요리도 곧잘 했지만 아기가 생긴 뒤부터 매 끼니를 챙겨 먹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 그나마 복직한 뒤로 점심식사는 회사에서 해결을 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복직한 날에는 기념으로 근사하게 저녁상을 차렸다. 그러나 하루 만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체력이 바닥났다. 이모님과 교대하기 위해 서둘러 퇴근을 하다 보니 장을 볼 시간은 아예 없다. 이모님이 빨리 오라고 닦달을 하는 것도 아니고 조금 늦어도 흔쾌히 양해를 해주시는 좋은 분인데도 이상하게 집 근처 슈퍼마켓에 들어갈 여유조차 없다. 회사에서 지하철역까지 종종 걸음으로 가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퇴근길이 아침보다 더 조급하다. ●가장 쉬운 것은 회사 일, 가장 힘든 것은 집안일 복직 다음날부터 일주일 동안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짜장면, 피자, 치킨, 찜닭에 떡볶이까지. 온갖 종류로 시켜먹다 보니 배는 채웠는데 몸이 퉁퉁 붓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부터는 반찬을 배달시키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가득 채워진 반찬을 보며 든든함을 느꼈지만, 그걸 꺼낼 때마다 남편에게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게 된다. 괜한 부담감 때문에 저녁 9시 반, 10시에 밥도 못 먹고 퇴근하는 남편에게 저녁 좀 먹고 오라고 바가지를 긁기도 했다. 혼자서는 김치 한 접시로도 밥을 뚝딱 해결하면 그만이지만, 남편의 저녁식사는 아무리 불량주부라 해도 신경이 쓰인다. 친정엄마 옆에 살면서 반찬을 얻어다 먹는 친구가 제일 부럽다. 내 입맛에 딱 맞는 엄마가 해주는 밥, 그걸 먹으면 나도 더 힘내서 버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남편이 가부장적이어서 집안일을 아예 안 한다거나 반찬 투정을 하는 것도 전혀 아니다. 자상한 성격에 육아와 집안일을 성심성의껏, 최대한 나눠서 하려고 한다. 문제는 아침 6시에 집에서 나간 뒤 칼퇴근을 해야 겨우 저녁 9시에 집에 돌아온다는 것. 자는 시간 빼고 집에 있는 시간이 3~4시간에 불과하다. 가끔 ‘하숙생’이라 불러준다. 우리집 ‘하숙생’은 청소기 돌리기와 쓰레기 버리기, 분리수거를 전담해서 하고 나머지 집안일을 돕는다. 꼼꼼해서 나보다 더 집안일을 잘 하지만 나는 항상 부탁을 하는 입장이 된다. “다른 것 다 안 해도 되니 청소만 제때 해 달라”고 수없이 당부했지만, 주말마다 “미안한데 청소기 좀 돌려줄래요?”라고 말해야 움직인다. 남편이 알아서 집안 정리를 싹 해줘도 내 입에서는 꼭 “미안하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통계청의 사회조사 가운데 맞벌이 여성의 가사분담 실태 조사 결과, 부부가 공평하게 가사 분담을 한다는 응답은 19.3%에 그쳤다. 절반 이상(52.9%)이 부인이 주로 하고 남편이 도와주고 있다고 답했다. 맞벌이이면서 가사까지 부인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경우도 25.7%나 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서는 영아기(0~2세) 자녀를 둔 취업여성의 평일 평균 육아시간이 4.2시간으로 조사됐다. 남편은 1.8시간이었다. 나도 하루를 ‘풀타임’으로 일하고 돌아오지만 가사노동·육아 시간의 양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아예 집에 머무는 시간부터 다르다. 남편의 왕복 4시간 되는 출퇴근 시간은 나에게도 고역이다. 다음에는 회사에서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집값, 생활비를 생각하면 일을 그만둘 엄두는 감히 낼 수가 없다. 누구는 일하면서 대학원도 다니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운동을 하고 외모를 가꾸는 등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하고, 취미생활이나 문화생활을 즐기며 산다. 그런데 나는 어느 하나 똑부러지게 잘하는 것이 없이, 아둥바둥 사는데도 늘 시간이 빠듯하다. 나의 문화생활이라고는 밤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드라마를 보는 게 전부다. 영화관에 간 것은 지난 2013년 6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2주 전 주말 남편과 TV로 ‘국제시장’을 본 것이 올해 첫 영화였다. 지난해 초 ‘겨울왕국’을 집에서 본 뒤로 1년 만의 영화이기도 했다. 회사에서 하루종일 앉아서 일을 하고 운동할 시간은 아예 없으니 몸무게가 5kg이 늘었다. 임신 중에 쪘던 20kg이 휴직 기간 1년 동안 다 빠졌는데, 한 달 만에 5kg이 불다니. 그만큼 육아가 힘들었다는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매일 출퇴근길에 사람이 북적이는 지하철 안에 서서 외국어 학습지를 푼다. 하루 중 내 머리에 뭔가를 채워넣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게 문제이지만. 기저귀나 유아용품을 급히 사야할 때는 스마트폰으로 장을 봐야 하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오롯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사실 얼마 안 된다. 당장은 아무런 욕심 없이, 그저 아이가 아프지 않고 좋은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밝게 자라주고 있는 것에만 감사하려고는 한다. 내가 일을 하는 것이 나중에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는 것이 유일한 희망사항이다. 그래도 자꾸 위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몸은 너무 고되고 기껏 번 돈은 절반 가량을 이모님에게 보내야 한다. 회사에서도 지금은 ‘애 키우는 여사원’으로밖에는 딱히 존재감이 없다. 동기나 후배들이 ‘잘 나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복잡하다. 집은 늘 엉망이고,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하지만 제대로 티가 나는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남편과 아이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잘 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무엇보다도 지난 1년 동안 내가 아이의 모든 ‘처음’을 함께 했는데, 그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게 가장 아쉽다. 지난달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아이가 이모님과 처음 놀이터에 가서 놀았다. 이모님이 시소에 탄 아이 사진을 보내주었는데 울컥했다. 그날 밤 깜깜하고 텅 빈 놀이터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 같이 그네를 탔다. 요즘 들어 말문이 트이려고 온갖 예쁜 짓을 하는 아이다. 과연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아이 얼굴이 끊임없이 고민을 요구한다. 우리나라의 ‘유리천장 지수’가 OECD 국가들 가운데 무려 꼴찌라고 한다. ‘대다수의 워킹맘들이 이런 삶을 살고 있겠지.’ 육아카페에 올라오는 직장맘들의 애환을 보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갖고 공감을 하며 지낸다. ‘그래,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겨 매일 시댁에 가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것보단 낫지. 집안일에는 손도 안 대고 매일 늦게까지 회식을 하는 남편들보단 낫지.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이모님께 적응을 못해 힘들어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아기가 아직 어린 지금이 그나마 가장 편안하고 안정된 시간이라는 것도 안다. 유치원, 초등학교, 그리고 이후까지. 고비마다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기를. 오늘도 문 앞에서 따라가겠다고 신발을 신으려는 아이를 뒤로하며 의지를 다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 지자체, 미세먼지 심한 날 노인 야외 일자리 동원 논란

    “극심한 미세먼지 때문에 나오기 싫었지만 일을 시키니까 부득이 나왔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황사 및 미세먼지(PM-10) 주의보 발령 속에서도 노인 일자리 프로그램을 그대로 강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18일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17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을 포함한 경기권에는 초미세먼지주의보가 강원, 충청, 영남, 호남권 등의 지역에는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것. 미세먼지주의보는 농도가 시간당 평균 170㎍/㎥ 이상으로 2시간 동안 계속될 때 해당 자치단체장이 발령한다. 자치단체장들은 이때 실외 활동을 가급적 자제하고 부득이 외출할 경우 황사 마스크를 착용을 당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북 시·군을 비롯한 전국 자자체들이 미세먼지에 취약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거리환경정비 및 방범 취약지구 도보 순찰, 주정차질서 계도 등 일자리 사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지자체들은 이 과정에서 노인에게 황사 마스크 제공은 물론 착용 권유조차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도 관계자는 “정부 등의 노인 일자리 사업을 위탁 운영 중인 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창출지원센터, 노인복지관 등이 90일에서 연중 일정으로 짜인 사업 차질을 우려해 혹서기나 우천 시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노인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며,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노인 일자리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어떤 지침도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인 일자리 사업의 우선 참여 대상인 혼자 사는 노인 부부와 경증치매노인 등 취약 노인들이 일당을 벌기 위해 미세먼지주의보 속에서도 근로에 참여하는 등 악조건을 무릅쓰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 폐질환자들은 호흡 곤란을 호소하고 있다. 경북지역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박모(73·여)씨는 “평상시에도 기관지가 나빠 기침이 심한데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일할 때는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찬다”면서 “이런 날에는 제발 일을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라고 힘들어했다. 따라서 지자체들은 황사 및 미세먼지주의보 발령 때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일시 중단해야 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신재대 경북도립김천의료원 제2내과 과장은 “황사나 미세먼지는 호흡기 면역 기능이 약하고 폐활량이 적은 노인에게 폐렴과 같은 호흡기 감염을 쉽게 일으켜 심하면 급성 호흡부전증이나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방산비리 현역군인 80% 풀어준 軍… 민간인은 0%

    군사법원이 방위산업 비리와 관련해 구속된 현역 군인을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줄줄이 풀어주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방산 비리를 중대 범죄로 규정,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에 역주행하는 모양새다. 9일 법조계와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지난해 11월 출범 뒤 최근까지 구속됐던 현역 군인 5명 중 4명이 군사법원 결정을 통해 풀려난 상태다. 통영함·소해함 납품 비리에 연루된 방위사업청 소속 해군 대령 1명과 중령 1명은 올해 초 보석으로 석방됐다. 거짓 평가서로 불량 방탄복이 납품되도록 한 육군 중령은 지난달 17일 구속적부심으로, 야전상의 납품 특혜 혐의를 받고 있는 방사청 소속 육군 대령은 지난 6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현재 구속 상태는 불량 방탄복 비리에 얽힌 육군 대령 1명뿐이다. 그런데 석방된 일부 군인은 구속 수사 당시의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결정이 수사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합수단은 보석 심사, 구속적부심에서 강력하게 반대 의견을 개진했지만 군사법원은 석방 사유조차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적용한 법 조항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방산 비리로 구속된 예비역 군인과 업체 관계자 등 민간인 신분 18명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들 중 보석이나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 사람은 현재까지 단 한 명도 없다. 일반 법원과 견줘도 이번 군사법원의 석방 비율은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전국 법원의 보석 허가율은 39.8%, 구속적부심 석방명령률은 20.7%에 그쳤다. 한 검사는 “구속 피의자 석방은 건강 문제나 수사 마무리 단계 등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뤄지곤 한다”면서 “군 비리와 관련돼 있다면 엄격히 심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창조의 박상혁 변호사는 “군납 비리는 조직적인 은폐를 통한 범행일 가능성이 큰데도 이런 식으로 쉽게 풀어주는 것은 군사법원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면서 “군 기밀과 관련한 일부 사건만 군사법원에서 다루는 등 현행 체제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합수단은 통영함 탑재장비의 시험평가서를 조작한 혐의로 예비역 해군 소장 임모(56)씨를 구속했다. 임씨는 해군본부 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준장)으로 근무하던 2009년 통영함에 장착할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의 시험평가결과서를 허위로 작성해 특정 납품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열린세상] 국민건강보험은 세금인가, 보험인가/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열린세상] 국민건강보험은 세금인가, 보험인가/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연말정산 폭탄’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촉발된 증세 논란이 커지자 고소득층에 건강보험료를 더 부과해 저소득층 600여만명의 부담을 줄여 준다는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선안 추진이 중단됐다. 건강보험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 건강보험 부과 체계안의 취지인데 이미 상위 소득자 21.5%가 전체 건강보험료의 58.4%를 부담하고 있으며, 하위 소득자 20%는 월보험료 대비 5배 이상의 급여비 혜택을 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도입한 미국의 공적 의료보험은 납부한 보험료에 따라 의료 혜택에 차등을 두어 국민이 보험 종류를 선택할 수 있으나, 보험료 액수와 상관없이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받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조세제도이지 보험이 아니다. 2014년 건강보험료의 부과나 징수 관련 민원이 6000만건을 초과하고 있으나,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가 너무 복잡해 민원인의 이의 제기에 건강보험공단 직원조차도 제대로 설명을 못 하고 있다. 소득에 비해 보험료를 적게 내거나 무임승차하는 사람을 줄여서 건강보험 재원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부과 체계를 수시로 변경해 왔으나 형평성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과 정보 시스템을 공유하면 과세 형평성 논란을 줄일 수 있는데도 자동차, 전월세, 생활수준 및 경제활동 참가율 등 별도의 산정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조세 부과 체계와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고는 어떤 개편안도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보건복지부만 모르는 것 같다. 건강보험제도의 문제가 징수 체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은 조세제도와 달리 상부상조에 입각한 사회보험제도라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사회복지 통합 관리망과 정보 공유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의료복지는 저소득층복지, 노인복지, 육아복지 등과 통합적으로 시행돼야 하는데도 기관마다 정보와 예산을 따로 관리하고 있어 한편에서는 부정 수급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최소한의 의료비도 없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사회복지에 투입되는 국가 예산이 100조원을 넘고, 국민건강보험에서 처리하는 비용이 50조원을 상회하는 한국 사회에서 건강보험의 근본 문제는 부과 체계와 예산 부족이 아니라 전문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방만한 운영이다. 보험료는 세금처럼 징수하지만 국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고 보건복지부가 건강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해 집행하고 있다. 요양 급여의 기준,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 점수당 금액까지 건강보험 운영에 대한 대부분의 결정이 건정심에서 이뤄진다. 전 국민의 의료복지와 관련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건정심의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차관이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한 근로자·시민·소비자·농어업인·자영업자·의약계 단체, 관련기관 공무원 등 25명으로 구성된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서 의료계 대표가 50% 참여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의료와 관련된 정책 결정을 하는 위원회임에도 의료 전문가는 10% 안팎인 2~3명에 불과하다. 정부 발표 건강보험수가 인상률은 2003~2013년 49%로 통계청 발표 소비자물가 상승률 36%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연간 적용 인구 보험료 실제 납부액은 2003년 1인당 36만 2593원에서 2013년 89만 9690원으로 248% 인상됐다. 의료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확대할 때마다 ‘증세 없는 복지’가 이루어진 것처럼 홍보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국민들에게 더 많은 보험료를 징수해 왔던 것이다. 이렇게 이미 세금이 돼 버린 건강보험료를 ‘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소수의 관료 집단과 비전문가들에 의해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제도적 모순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정치적 목적에 의한 선심성 의료서비스 확대와 이에 수반되는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는 피할 수 없다. 국민의 3%가 건강보험 재원의 36%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필수적인 의료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10%를 상회하고 있다. 건강보험 부과 체계를 어떻게 변경하더라도 이런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지금 시급한 일은 보험료 부과 체계 개혁보다 국민건강보험의 정체성을 재확립하는 것이다. 세금인가? 보험인가?
  • 지자체별 예산 최대 3배차… ‘쉼터 쏠림’ 심화

    지자체별 예산 최대 3배차… ‘쉼터 쏠림’ 심화

    “지금 있는 지원마저 끊길까 봐 불안해요.” 서울 강북 지역에서 쉼터를 운영하는 한 시설장은 인터뷰 요청에 당황한 기색이었다. 쉼터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쉽사리 발설했다가는 자칫 ‘미운 오리 새끼’로 낙인 찍혀 지방자치단체에서 그나마 받고 있는 지원마저 끊길까 불안해했다. 반면 강남구처럼 재정 형편이 좋은 곳은 분위기가 달랐다. 강남구청소년쉼터 김태웅 관장은 “우리 쉼터는 구에서 지원이 잘돼 이번에 한 아이를 대학까지 보냈다”면서 “지자체 예산에 따라 쉼터 운영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 따라 지원 예산 차이가 3배까지 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청소년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 수는 연인원 기준으로 최근 5년 새 2배 이상 급증해 지난해 12월에는 54만명을 넘었다. 조사 기간 중에 쉼터에 머무른 실인원 역시 2009년 9600여명에서 지난해 2만 2000여명으로 늘었다. 최근 이혼 증가 등으로 인해 가정 복귀가 힘든 청소년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쉼터 운영에 대한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정책연구를 보면 가출청소년 가운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혀 원치 않는 청소년이 31.5%, 별로 원하지 않는다는 청소년이 32.3%나 됐다. ‘전과 같은 문제를 겪을까 두려워서’라고 이유를 답한 응답자도 32.8%나 됐다. 이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 사업은 전국적으로 109곳인 청소년쉼터가 유일하다. 청소년쉼터는 가출 청소년을 일정 기간 보호하면서 가정과 학교,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상담·주거·학업·자립 등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일시 입소는 24시간에서 일주일, 단기는 3개월에서 9개월, 중장기는 최대 2년까지 머물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에 재원 부담을 전가하는 사업 방식과 효과적이지 못한 정책 전달 체계로 인해 현장에선 운영난을 겪고 있다. 청소년쉼터 운영 예산은 전액 청소년육성기금을 재원으로 한다. 지난해 규모는 87억원이었다. 정부는 쉼터별로 적정 예산 규모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없이 모든 쉼터에 평균 7200만원씩 동일한 예산을 지원한다. 여기에 지자체가 같은 액수를 지방비로 부담하는 매칭사업 구조다. 하지만 청소년쉼터 한 곳당 하한 연봉액이 1억 3000만원으로 쉼터 한 곳당 예산 1억 4400만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정부지원만으로는 종사자들의 인건비를 대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결국 지자체 지원에 따라 쉼터의 여건은 천차만별로 갈리게 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지자체 지원을 많이 받는 한 쉼터는 소갈비가 반찬으로 나왔지만, 별도 지원을 못 받는 다른 곳에서는 간식을 줄 여유조차 없었다. 강남구청소년쉼터 김 관장은 “아이들 사이에서도 어디 쉼터가 좋다는 소문이 돌아서 특정 쉼터로 쏠리는 현상까지 생긴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쉼터마다 동일한 예산이 지원되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단기와 중장기 쉼터의 특성화가 되어 있지 않고, 연계도 쉽지 않기 때문에 쉼터를 이리저리 떠도는 ‘쉼터돌이’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일시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기남 관장은 “가출청소년 가운데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아이들이 많다”며 “소외감이 크고 밀접한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아이들의 특성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특성화된 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조주은 입법조사관은 “지역별로 인원 규모가 적은 곳은 단기와 중장기쉼터를 통폐합하고 진로 희망과 자립 의지에 따라 프로그램을 특화하는 식으로 유형을 다시 나눠야 한다”면서 “청소년쉼터 소장도 미성년자의 후견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동구쉼터 김 관장은 “쉼터를 체계적으로 운영하려면 광역시나 지자체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유빈 인턴기자 jwyb12@seoul.co.kr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금요일 밤 ‘칼퇴’ 싱글족을 잡아라

    금요일 밤 ‘칼퇴’ 싱글족을 잡아라

    금요일 밤이 안방극장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금요일 밤은 주중의 다른 날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는 데다 일명 ‘불금’ 문화로 시청률의 사각지대로 통해 왔다. 그러나 최근 1인 가구의 증가 등 라이프 사이클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이 시간대에 방송되는 킬러 콘텐츠는 줄잡아 4~5개다. 케이블에서 먼저 시작된 이른바 ‘금야(夜) 전쟁’이 지상파로도 옮겨붙는 형국이다. 최근 KBS는 내년 1월부터 금요일 밤 9시에 금요드라마 ‘스파이’를 방송하기로 했다. 총 16부작으로 2회 연속 방송되는 파격 블록 편성으로 주연으로는 아이돌그룹 JYJ 출신 김재중이 캐스팅됐다. 최근 금요일 밤에 광고 재원이 몰리면서 KBS는 시청률에 비해 광고 판매가 부진한 ‘사랑과 전쟁’을 폐지하고 유재석이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 ‘나는 남자다’를 신설했으나 저조한 시청률을 보여 절치부심해 왔다. KBS 관계자는 “금요일 밤 시간대에 예능 및 드라마를 불문하고 킬러 콘텐츠를 다각도로 모색한 결과 금요드라마를 2회 연속 편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응답하라’ 시리즈와 ‘응급남녀’ ‘미생’ 등을 내놓으며 금·토·일요일 밤 9시 시간대를 개척한 tvN 금토드라마의 위세도 커지고 있다. “주중 드라마도 흥행이 안 되는데 금·토요일에 드라마가 되겠느냐”는 우려를 깨고 금요일 밤 ‘칼퇴족’이나 혼자 사는 싱글족의 지지를 받으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요즘 tvN 금토드라마는 젊은 싱글 남녀들에게 입소문이 나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SBS 수목드라마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생’ 후속으로 내년 1월에 방송되는 새 금토드라마 ‘하트 투 하트’에는 최강희, 천정명, 이재윤, 안소희 등 지상파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금요일 밤 예능 프로그램은 더욱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금요일 밤에는 ‘삼시세끼’(tvN), ‘나 혼자 산다’(MBC), ‘정글의 법칙’(SBS), ‘마녀사냥’(JTBC), ‘슈퍼스타 K6 B-SIDE’(Mnet) 등이 시청률 경쟁을 펼치고 있다. 킬러 콘텐츠인 ‘꽃보다’ 시리즈로 이 시간대를 선점한 tvN은 ‘삼시세끼’를 계절마다 연작 시리즈로 내놓기로 했고, 오는 5일부터는 밤 11시 30분에 신설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바흐를 꿈꾸며 언제나 칸타레’를 방송한다. 명지휘자 금난새의 지도 아래 연예인과 일반인이 함께 결성한 오케스트라가 자선 공연에 도전하는 내용으로 박명수, 오상진 등이 출연한다. 금요일 밤이 격전지가 된 것은 평일 주중 밤 11시 예능의 몰락과는 대비를 이룬다. 이는 주중에는 바쁜 일상 속에 TV를 켤 여유조차 없는 직장인들이 금요일 밤에 야외 활동 대신 TV 리모컨을 들게 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이 때문에 세대를 불문한 싱글 남성들이 출연하는 ‘나 혼자 산다’나 이서진, 옥택연을 출연시켜 싱글 여성을 공략한 ‘삼시세끼’ 등이 모두 성공을 거뒀다. 직장인 신은지(28)씨는 “고된 한주를 마친 금요일 밤에 외출하기보다는 집에서 TV를 보며 머리를 식히는 시간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흥우 MBC 편성국 부국장은 “최근 독신 가구가 급증한 데다 경기 불황으로 직장인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금요일 밤 싱글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편성한 것이 주효했다”면서 “지난해부터 주중 예능의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했는데 밤늦게 끝나는 평일 예능보다는 금요일 밤 프로그램에 부담을 훨씬 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CJ E&M 안미현 차장은 “주 5일제가 정착되면서 금요일은 주말의 시작이라는 느낌으로 여유롭게 TV를 보는 시청 인구가 늘었다. ‘미생’은 20~40대 직장인, ‘삼시세끼’는 3040 여성들의 시청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요일 밤 시간대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KBS는 금요드라마에 일요일에 방송되던 단막극인 ‘드라마 스페셜’을 흡수시킨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나 KBS 내부 PD들은 “실질적인 폐지”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KBS 드라마국의 한 PD는 “금요일 밤이 전쟁터로 변한 상황에서 광고 판매에 유리한, 대중 친화적이고 상업적인 연속극만 편성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단막극은 다양한 소재와 장르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왔지만 고정적인 예산과 시간을 담보하지 않고 상업적인 잣대로 판단한다면 실질적인 폐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안철수 “송광용 사퇴는 수첩인사 참사”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사퇴와 관련해 “송 수석의 사퇴는 명백하게 박근혜 정부의 고질병인 ‘수첩인사’에 따른 인사 참사”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 말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현안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했던 터라 조심스럽게 재기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른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경찰에 소환돼 조사까지 받은 인사의 임명을 강행한 그 오만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사퇴 이유조차 밝히지 않는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서 국민은 또다시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캥거루 로드킬 순간 ‘아찔’…호주선 흔한 일?

    캥거루 로드킬 순간 ‘아찔’…호주선 흔한 일?

    호주의 한 도로에서 캥거루가 로드킬 당하는 끔찍한 순간이 포착됐다. 영국 동영상 사이트 라이브리크는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전하며 사고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기록된 블랙박스 영상을 18일 공개했다. 공개된 1분 30여초 분량의 영상에는 칠흑같이 어두운 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좌측 앞으로 캥거루 한 마리가 갑자기 뛰어 들며 자동차와 충돌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사고 차량의 운전자는 “당시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 와이퍼를 작동시키며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브레이크를 밟을 여유조차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주위를 확인했지만 캥거루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며 “캥거루의 생사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호주는 자동차보다 더 위험한 것이 캥거루라고 할 정도로 전체 교통사고의 60%가 캥거루에 의한 사고일 정도로 골치를 앓고 있다. 사진·영상=Crazy Videos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안동 화재 “15t 유조차 트럭 충돌” 운전자 상황은?(속보)

    안동 화재 “15t 유조차 트럭 충돌” 운전자 상황은?(속보)

    안동 화재 “15t 유조차 트럭 충돌” 운전자 상황은?(속보) 6일 오전 9시 54분 쯤 경북 안동시 노하동 안동시외버스터미널 앞 도로에서 15t 탱크로리가 트럭과 충돌해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에 출동했으나 불이 번져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운전자들은 스스로 차에서 탈출했다고 소방 관계자는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애초 탱크로리와 관광버스가 충돌했다고 알려졌는데 다시 확인한 결과 탱크로리가 트럭과 충돌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안동 유조차 화재 “15t 탱크로리, 트럭과 충돌” 운전자 극적 탈출

    안동 유조차 화재 “15t 탱크로리, 트럭과 충돌” 운전자 극적 탈출

    안동 유조차 화재 “15t 탱크로리, 트럭과 충돌” 운전자 극적 탈출 6일 오전 9시 54분 쯤 경북 안동시 노하동 안동시외버스터미널 앞 도로에서 15t 탱크로리가 트럭과 충돌해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에 출동했으나 불이 번져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운전자들은 스스로 차에서 탈출했다고 소방 관계자는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애초 탱크로리와 관광버스가 충돌했다고 알려졌는데 다시 확인한 결과 탱크로리가 트럭과 충돌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네티즌들은 “안동 유조차 화재, 무섭다”, “안동 유조차 화재, 그래도 다행이네”, “안동 유조차 화재, 펑하고 폭발했을텐데 운전자 재빨리 탈출한 듯”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안동 유조차 화재 “15t 탱크로리, 트럭과 충돌” 운전자 극적 탈출

    안동 유조차 화재 “15t 탱크로리, 트럭과 충돌” 운전자 극적 탈출

    안동 유조차 화재 “15t 탱크로리, 트럭과 충돌” 운전자 극적 탈출 6일 오전 9시 54분 쯤 경북 안동시 노하동 안동시외버스터미널 앞 도로에서 15t 탱크로리가 트럭과 충돌해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에 출동했으나 불이 번져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운전자들은 스스로 차에서 탈출했다고 소방 관계자는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애초 탱크로리와 관광버스가 충돌했다고 알려졌는데 다시 확인한 결과 탱크로리가 트럭과 충돌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학교 밖 청소년 10명 중 2명 “자살 시도”

    학교 밖 청소년 10명 중 2명 “자살 시도”

    2012년 고교 1학년이던 A(18)양은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A양은 가출해 짙은 화장을 하고 화려한 옷을 입은 채 이곳저곳을 배회했다. 끔찍한 기억을 잊기 위한 몸부림이었지만 우울증은 갈수록 심해져 팔에 자해 흔적이 하나둘 늘어났다. 그는 청소년쉼터에 오기 전 자기 삶을 “쓰레기 같은 인생”으로 빗댈 만큼 괴로워했다. B(18)군은 지난해까지 다니던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 한 달 100만원 수입으로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는 우울증까지 겹쳐 살림은 물론 아들을 돌볼 여유조차 없었다. B군은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었다. 식이장애가 찾아왔다. “집과 학교 어느 곳에서도 위로를 받을 수 없었다”던 B군은 결국 학교를 나왔고 자살을 계획하기도 했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최소 28만여명의 청소년(‘학교 밖 청소년’)이 정신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명 중 1명은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했고, 5명 중 1명은 실제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학교 밖 청소년 건강 실태 및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청소년쉼터(이하 쉼터) 120여곳에서 생활하는 학교 밖 청소년 434명 중 35.3%(153명)가 쉼터 입소 1년 동안 ‘심각하게 자살을 고민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5~6월 전국 쉼터에 머무는 학교 밖 청소년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자 중 90명(20.8%)은 ‘구체적인 자살 계획을 세운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81명(18.7%)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전국 중고생 7만 24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에서 나타난 자살 생각(16.6%)·계획(5.7%)·시도(4.1%) 응답률과 비교하면 학교 밖 청소년의 정신 건강이 매우 위태로운 지경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식생활 또한 쉼터 입소 전 형편없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입소 전 먹을 게 없어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경우가 ‘일주일에 1회 이상’이었다는 응답은 19.5%(84명), ‘한 달에 1~2회 정도’였다는 응답은 23.0%(99명)로 집계됐다. 정부는 2007년부터 전국 보건소를 중심으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지만 응하는 청소년이 채 1%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정신 건강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박혜정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 밖 청소년 중에는 스스로 정신적인 고통을 가졌는지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정신 건강 진단은 신체검사와 달리 꾸준한 진찰과 상담이 필요한 만큼 지역 의료기관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유조차, 트럭과 충돌 폭발…운전자는 기적적으로 탈출

    유조차, 트럭과 충돌 폭발…운전자는 기적적으로 탈출

    유조차가 트럭과 충돌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뉴욕데일리뉴스 등 외신들이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사고는 지난 20일 러시아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충돌 폭발사고로 사고 지점을 지나던 한 차량의 블랙박스에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기록됐다고 전했다. 70여초 분량의 영상에는 비가 내리는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잠시 후 반대편 차선에선 달려오던 연료 탱크 트레일러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넘으며 마주오던 트럭과 충돌한다. 충돌과 함께 연료 탱크 트레일러에서는 거대한 화염을 뿜어내며 순식간에 폭발을 일으킨다. 이 끔찍한 사고 순간에도 불구하고 연료 탱크 트레일러의 운전자가 안전하게 조수석으로 탈출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다행히 이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이 사고의 원인으로 연료 탱크 트레일러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이탈해 맞은편에서 달리던 트럭과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현재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중이라고 현지 언론의 말을 빌려 전했다. 사진·영상=Florit Bagapov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기고] 행복을 주고 싶다면 예체능 가르쳐라/이기성 서울사대부고 교장

    [기고] 행복을 주고 싶다면 예체능 가르쳐라/이기성 서울사대부고 교장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년 연속 꼴찌라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유니세프의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를 모델로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3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72.54점(OECD국가평균 100)으로 최하위다. 교육 성취도지수 1위, 물질적 행복지수가 4위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취학 전부터 꽉 차 있는 학원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명문대 입학을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과도한 학업에 따른 스트레스로 아이들은 점점 거칠어지고, 친구를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성장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과 공교육 붕괴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입시 위주의 교육은 아이들이 행복이 뭔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을 만큼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입시 광풍 속에서 학생들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데 필수적인 체육, 음악, 미술 등의 예체능 교육이 소수의 해당학과 지망생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운동장을 없애거나 예체능 교과 시간을 입시 과목으로 대체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부족한 협동심과 사회성, 마음의 여유 등을 기를 수 있는 길은 예체능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예체능 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한국청소년건강재단에서 운영하는 운동 프로그램에 따르면 체육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됐다.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협동심을 기르는 과정에서 대인관계가 좋아지고 자아 존중감이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남미 빈민촌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엘 시스테마’ 프로젝트는 예술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를 순화시킨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마약과 폭력에 노출돼 있던 아이들은 오케스트라를 통해 화합과 책임감을 배웠고,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삶에 대한 꿈과 열정을 갖게 됐다. 빈부 상황은 다르지만 불안정한 정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은 우리 아이들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예술이 가진 긍정적인 힘에도 불구하고 이마저도 입시교육으로 변질된다면 소용없다. 학교는 소수의 엘리트 양성에 치중하기보다 일반 학생들이 체육과 예술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당장의 기록과 성과보다 과정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 이제까지 우리는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며 예체능 분야 교육을 등한시해 왔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가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예체능 교육은 지금보다 훨씬 강화돼야 한다. 아이들이 체육을 통해 남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고 예술을 통해 삶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주고 싶은가. 그렇다면 예체능을 가르쳐라.
  • [시론] AI 예방적 매몰처분이 필요한 이유/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

    [시론] AI 예방적 매몰처분이 필요한 이유/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

    불행히도 올해 다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차단 방역과 소독 등으로 국민들께 불편을 드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고병원성 AI는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다. 1997년 중국 남부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H5N1)는 채 10여년이 되지 않아 아시아에서 유럽, 아프리카까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AI에 한번 감염된 닭은 분변 1g당 100만 마리를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를 배출한다. 고병원성 AI는 닭·오리에게 치명적이다. 최대 폐사율은 70~80%에 달한다. 그래서 고병원성 AI가 전국으로 확산되면 가금 산업의 근간이 위협받게 된다. 특히, 올해 발생한 AI는 새로운 H5N8형으로 예측불가능한 면이 있고 2010년 AI가 발생했을 때보다 야생 철새에서 고병원성 AI가 80% 이상 높게 검출돼 방역에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이 다른 어느 때 보다 중요했다. 이런 가운데 ‘예방적 매몰 처분’이 논란이 되고 있다. AI 감염이 확인되지 않은 닭·오리까지 예방적 매몰 처분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예방적 매몰 처분을 하는 이유는 AI의 오염, 전파, 확산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AI는 신속하게 전파 요인을 차단하지 않으면, 단기간에 전파에 전파를 거듭하는 바이러스 전염병이다. 특히 고병원성 AI라면 감염되는지 안 되는지를 기다리고 확인할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AI 방역 3대 원칙으로 ‘조기발견’, ‘신속한 매몰처분’, ‘전파 방지’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과감하고 선제적인 예방조치는 당연하고 불가피하다. 이번에 충북 음성지역은 신고 지연 등으로 예방적 매몰 처분이 늦어졌다. 그 결과 주변으로 순식간에 전파돼 인근 지역 농장의 약 70%가 고병원성 AI에 감염됐다. 그뿐 아니다. 다른 지역으로 AI에 걸린 닭이 분양되면서 추가적으로 AI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결국, 예방적 매몰 처분이 늦어지면서 애꿎은 다른 지역의 닭·오리까지 희생시킨 것이다. 반면, 경북 경주 지역은 고병원성 AI 발생이 확인된 당일 신속하게 예방적 매몰 처분을 시작해 인근 지역으로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사후적인 검사 결과도 예방적 매몰 처분의 불가피성을 잘 설명해 준다. 예방적 매몰 처분 농가에 대한 사후 AI 검사 결과 실제 양성으로 판명되는 비율이 약 26%다. 예방적 매몰 처분을 통해 급속한 확산을 막고,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유럽연합(EU),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도 이런 고병원성 AI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각 국의 사정에 맞게 예방적 매몰 처분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는 2003년 AI가 발병한 1㎞ 이내 가금 밀집 지역의 1000여 농가, 약 2000만 마리를 예방적 매몰 처분했다. 2004년 캐나다에서는 3㎞ 이내 400여 농장, 약 1700만 마리를 예방적으로 매몰 처분했다. 일부에서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AI가 발생만 하면 무조건 위험 지역인 3㎞ 내에 닭·오리를 매몰 처분한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그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달리 3㎞ 예방적 매몰 처분은 지방자치단체의 건의, 전문가들의 현장 실사, 지리적·역학적 검토 등을 거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실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3㎞ 예방적 매몰 처분이 적용된 지역 비율을 보면 50%가 채 넘지 않는다. 정부는 AI가 마무리되는 대로 농가의 방역시설 개선, 방역의식 제고,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한 신속한 역학조사 여건 확충 등을 통해 매몰 처분 범위를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은 이번 AI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종식될 수 있도록 농가, 단체, 협회 등과 함께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 [열린세상] 잘 늙고 잘 죽을 수 있어야 선진국이다/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잘 늙고 잘 죽을 수 있어야 선진국이다/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우리 대한민국은 참으로 바쁘다. 해야 할 일도 많다. 창조경제든 규제혁파든, 어떻게든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해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올라야 하고 까다로운 북한 관계를 지혜롭게 풀어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조기 퇴직으로 인한 중·장년의 실업 문제도 풀어야 하고, 매우 심각해지고 있는 청년 실업난도 해결해야 한다. 악화되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문제도 걱정이다. 출산율 급감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도 고민하면서도 우선 65세 이상 고령화 인구의 급증에 따른 노인복지정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우리는 이렇게 얽힌 문제는 헤쳐서 풀어내면서 더 많은 성취를 이뤄내고 앞으로, 좀 더 앞으로 전진하느라 무척 바쁘다. 우리가 바쁜 이유는 결국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인 것 같다. 1970년대 ‘잘살아 보기’ 운동으로 어느 정도 먹고살게 된 한국인들은 이제 마음 먹고 ‘제대로 잘살아 보기’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 잘살아 보자는 ‘웰빙’(well-being) 바람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답하고 있다. 사람들은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다니고 이를 반영하듯 방송은 ‘먹는 방송 (먹방)’을 마구 편성하고 외국 언론까지 크게 보도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잘살기 위해 얼굴과 몸매를 뜯어고치는 성형이 보편적 유행이 되다 못해 수출상품으로까지 각광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 지하철역에 성형수술 광고가 도배질하다시피해 규제개혁 시대에 규제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잘살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하면 진정 행복해지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살기 위해, 행복해지기 위해 바쁜 사이, 우리 사회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 죽음을 불사할 정도로 잘살아야 되기 때문일까. 우리 사회는 못 먹고 못살았던 기억에 한이 맺힌 듯 이제 제대로 잘 먹고 잘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행복 강박증에 걸려 있다. 행복해야 된다는 생각에 매몰돼 바쁘게 살다 보니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성찰할 여유조차 찾지 못한다. 우리가 되고자 하는 ‘잘사는’ 선진국을 들여다보면 일찍이 잘살기 위해서는 ‘잘 늙고(well-aging) 잘 죽어야(well-dying) 한다’는 지혜를 터득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 노인들은 은퇴 후 노년생활이 여유롭고 즐겁고 행복할 것이라는 긍정적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 노인들은 노후가 심심하고 병들고 불행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연금 등 제도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늙음과 죽음을 바라보는 사회와 개인의 성찰은 농도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늙음은 젊음과 반대이고 죽음에 이르는 사그라짐이기 때문에 저항의 대상이 된다. 때문에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동안이라 하면 좋아하고 여유가 있는 사람은 공공연히 보톡스 주사를 맞는다. 그러니 억지로 젊음을 붙잡아 두느라 늙음을 즐길 수도 없고 따라서 잘 늙는 삶을 살지도 못한다. 결국 우리 사회에 늙어가는 사람은 잘살지도, 행복하지도 못하게 되는 셈이다. 죽음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풍경은 사뭇 세속적이다. 친지의 부음이 들리면 얼마의 조의금을 어떻게 전달할까 궁리하느라 고인에 대한 애도나 죽음의 가치에 대해 성찰할 여유가 없다. 우리의 장례식은 산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사교의 장이 된 지 오래다. 신문의 부음기사는 고인이 살면서 대단한 직위와 명예, 권력, 돈 등을 누렸으며,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정보를 줄 뿐, 고인이 살아있는 사람이 계속 기억할 만한 어떤 가치를 남기고 갔나를 반추하지 않는다. 요즘 크리스천들에게는 예수의 부활을 기다리는 사순절이다.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세상적 유혹과 고통, 그리고 죽음을 묵상하며 궁극적으로 신앙적인 부활과 영원한 삶을 기원하는 시기다. 사순절 시기는 전통적으로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는 죽음’을 상기하는 ‘재의 수요일’ 예배로 시작한다. 하지만 한국의 크리스천들은 삶의 부활절에만 몰리고 죽음의 재의 수요일에는 썰렁하다. 진정 행복한 삶은 죽음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된다는 깨달음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 “쿵! 쿵! 천장 출렁이다 순식간에 폭삭…창문 깨고 탈출”

    “쿵! 쿵! 천장 출렁이다 순식간에 폭삭…창문 깨고 탈출”

    “쾅! 쾅! 쾅!” 지난 17일 오후 9시 5분.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내에 있는 체육관은 몇 차례의 굉음과 함께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천장이 일주일 동안 쌓인 50~75㎝의 눈을 견디지 못하고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1205㎡(364평) 규모의 대형 체육관 천장이 완전히 내려앉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여초. 찰나의 순간에 스무 살 안팎의 젊은 대학생들은 꿈을 채 펼쳐 보지도 못한 채 스러졌다. 현장을 지켰던 학생 등 목격자들이 전한 사고 당일의 참상을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부산 전역에 이슬비가 내린 17일 오후 1시쯤 부산외국어대학교 신입생과 재학생 1012명이 금정구 캠퍼스에서 경북 경주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장소로 향하는 전세 버스에 올라탔다. 1000명이 넘는 학생을 인솔한 교직원은 하수권 교학처장 등 3명이 전부였다. 2시간 뒤 리조트에 도착한 학생 일행은 방 배정을 마치고 오후 3시 30분쯤 리조트 내 체육관으로 향했다. 신입생들은 이곳에서 단과대 소개를 듣고 학교 응원단과 기타 동아리, 초대 가수의 공연 등을 관람하며 새로 만난 동기, 선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몇 시간 뒤 체육관이 ‘지옥’으로 변할 거란 생각은 누구도 못했다. 1차 행사를 마친 학생들은 오후 5시 40분쯤 1시간가량 저녁식사를 한 뒤 다시 체육관으로 향했다. 오후 6시 50분부터 시작된 2차 행사에는 아시아대학 소속 신입생과 재학생 560명이 참석해 동아리 공연 등을 감상했다. 오후 9시 5분. 행사가 한참 진행되던 도중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이 물결치듯 출렁였다가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뒤 체육관 무대 앞쪽 오른쪽 천장이 갑자기 무너졌고 10여초 만에 건물 천장 전체가 폭삭 무너졌다. 사고 현장이 학생들의 비명으로 가득 찼다. 현장을 탈출한 권지원(21·아랍어과)씨는 “동아리 초청 공연이 막 끝났는데 갑자기 ‘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면서 “학생들이 한꺼번에 뒷문으로 달려 나가면서 넘어지고 밟히며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권씨는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주변 친구를 챙길 수 있는 여유조차 없었다”고 덧붙였다. 500여명의 학생이 출구를 찾아 뛰면서 체육관은 아수라장이 됐다. 학생들은 뒤쪽 출입문으로 몰려 탈출하려 했으나 뒤쪽 출입문도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아랍어과 신입생 이희민(19)씨는 “뒤쪽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밖에 있던 학생들이 강당 옆 창문을 깨 줘 겨우 탈출했다”고 전했다. 중국어과 신입생 정모(19·여)씨는 “지붕이 무너진 뒤 한참 동안 소란스러웠는데 먼저 탈출한 학생들이 창문을 깨고 들어와 무너진 지붕을 들려고 했던 것 같다”고 악몽 같은 순간을 떠올렸다. 아비규환 속에서도 의협심을 발휘해 여학생부터 구조한 남학생들도 있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한 여자 신입생(19)은 “공연 몇 개가 끝난 시점에 갑자기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이 무너져 내렸고, 주변에서 비명이 끊임없이 들렸다”며 “무너진 천장 구조물에 깔려 있었는데 남학생들이 구해 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남학생들이 아예 창문을 뜯어내고 침착하게 구해 준 덕에 다른 여학생들도 살았다”고 덧붙였다. 경주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울산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사설] ‘외유’에 눈먼 지방의원 늘린 국회도 문제다

    서울 한 구의회 의원들이 외유성 해외 출장 경비 1400여만원을 토해내도록 서울시가 지시했다. 해당 지역 주민 206명이 지난해 7월 서울시에 감사를 청구한 데 따른 조치다. 지방의회 의원에게 외유성 출장비를 환수토록 결정한 것은 2000년 주민감사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서울시는 이 의원들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의 해외 출장에서 의정 활동과 관계없는 식대와 주류 구입 등에 1400여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의원들은 지난해 터키 외유 당시 이스탄불 시내 한복판에서 자기들끼리 싸움을 벌이는 추태를 보여 혀를 차게 한 바 있다. 이들은 귀국 후 심사위원회에 보고서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바탕인 지방의회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한심한 노릇이다. 지방의원들의 부적절한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의정 활동 참고자료 수집 등의 명목으로 매년 관광성 해외 연수를 다녀오기 일쑤였고, 업무추진비를 노래방이나 주점에서 사용하거나 나눠먹기식 선물비로 부당 집행해 여론의 질타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오죽하면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 지방의회의 청렴도가 10점 만점에 평균 6.15점이라는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겠는가.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청렴도가 각각 7.86점, 7.66점으로 조사됐으니 지역 주민의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방의회 혁신방안을 마련하기는커녕 광역·기초 의원을 34명이나 늘린 국회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지방의원들이 외유성 출장에서 눈먼 돈처럼 경비를 낭비하는 사이, 여야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 같은 본질은 제쳐 두고 자신들의 손발 노릇을 하는 지방의원 수 늘리기로 밥그릇만 챙긴 꼴이다. 독일과 스위스 같은 지방자치 선진국의 사례를 들먹일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풀뿌리가 흔들리고 썩어가는 마당에 기본부터 바로잡는 게 우선이다. 먼저 해외출장 내역과 경과를 낱낱이 공개토록 의무화해 지방의원의 일탈 행위를 막아야 한다. 문제가 된 지방의원은 다음 선거에서 가차 없이 걸러내는 등 지역 유권자의 지속적인 감시와 참여, 비판도 절실하다. 무엇보다 지방의원 못지않게 외유성 해외 출장 시비에 휘말렸던 여야 국회의원부터 스스로 의정활동의 모범을 보이고 실천적인 쇄신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 울산 산하기관장 임명 반나절만에 철회 빈축

    울산시가 산하 기관인 울산신용보증재단의 제4대 이사장 선임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뒤늦게 결격 사유를 확인해 전격 철회하면서 인사검증 부실이란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사장 임기는 3년이며 재임할 수 있다. 시는 오는 19일 임기가 끝나는 배흥수 재단 이사장 후임으로 정천석 전 동구청장을 내정했다고 지난 14일 오전 발표했다가 갑자기 오후에 선임을 취소했다. 2000년 4월 설립된 재단은 현재 총보증공급액이 1조 2000억원에 이르고 직원도 29명(이사장 포함)이다. 시는 재단 이사회가 추천한 정 전 구청장에 대한 심의를 거쳐 지난 13일 박맹우 시장의 재가까지 받았으나 공직선거법상의 결격 사유를 뒤늦게 알고 임명을 철회했다. 정 전 구청장은 2010년 12월 9일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고, 형이 확정된 뒤 3년 1개월이 지난 상태다. 시는 형이 확정된 뒤 5년간 해당 직에 임명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 전 구청장 임명을 철회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시는 재단 정관의 임원 결격 사유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로 규정, 정 전 구청장이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시는 상위법인 공직선거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재단의 정관에만 근거해 섣불리 정 전 구청장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울산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해프닝은 시의 부실한 인사검증을 보여 준 것”이라며 “어떻게 산하기관장을 선임하면서 결격 사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지 한심하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시 산하 6개 기관의 장은 중앙정부와 부시장, 국장 출신의 고위 공직자들이 맡고 있다. 임기는 오는 19일 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시작으로 다음 달 6일 울산도시공사 사장, 4월 24일 울산발전연구원 원장과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8월 9일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내년 2월 3일 울산경제진흥원장 순으로 만료돼 전면 교체를 앞두고 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변방의 한국 발레에 르네상스 안긴 최태지 국립발레단장 떠난다

    변방의 한국 발레에 르네상스 안긴 최태지 국립발레단장 떠난다

    “늘 사표를 지니고 있었어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매일 품었으니 더 과감하게 몰아붙일 수 있었던 거죠.” 국립발레단에서의 시간을 돌아보는 최태지(54) 단장의 시선이 깊어졌다. 수많은 결단의 순간에 용기를 내기 위해 늘 사표를 품고 있었다는 최 단장. 그가 12년간 이끌어온 발레단을 이달 말 떠난다. 그의 단장 시절은 1996~2001년의 1기, 2008년부터 올해 말의 2기로 나뉜다. 최 단장은 문화의 변방에 밀쳐져 있던 한국 발레를 무대중심으로 옮겨놓으며 국립발레단의 51년 역사를 바꿔놓았다. 스타 마케팅, 해설이 있는 발레 등으로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연봉제, 수당제 등으로 무용수들의 처우를 개선했고 기량까지 끌어올렸다. 콧대 세기로 유명한 러시아 볼쇼이 예술감독 유리 그리가로비치와 프랑스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등 세계적 안무가들의 작품을 가져와 레퍼토리로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이런 노력으로 그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던 2008년 67%였던 유료 관객 점유율은 지난해 91%를 찍었다. 같은 기간 공연 횟수는 72회에서 116회, 관객 수는 8만 8240명에서 11만 1814명으로 늘어났다. 퇴임을 앞두고 최 단장은 서른 일곱의 나이에 덜컥 수장 자리에 올랐던 17년 전을 떠올렸다. “무용수들은 몸으로 말하는 사람인 데다 한국말을 잘 못한다는 핸디캡까지 있어 입술을 꽉 깨물고 악으로 버티던 시절이자,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만 몰두했던 6년이었어요.” 그렇게 버텼지만 2001년 중국 상하이 공연을 어렵게 성사시키고 돌아온 직후 그는 물러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의지와 상관없이 자리에서 밀려났을 때 최 단장은 “마음 속에 품고 있던 풍선이 날아가버린 느낌이었다”고 했다. 상실감이 밀려들었다. “그제서야 발레가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2008년. 다시 돌아온 최태지 단장은 독해졌다. 2000년 발레단이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며 예산, 대관 등 책임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그는 커튼콜 때도 무대 인사를 나가지 않았다. 관객들이 공연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는지 객석에서 마지막까지 엿듣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는 제가 손들어서 왔어요. 단장이 되자마자 제가 무용수였다는 걸 다 던졌습니다. 자존심을 내세울 여유조차 없었죠. ‘어떻게 하면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끌어올까’ 하고 무용계 인사들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더 많이 만났어요. 어떻게 마케팅을 할지 경영 마인드에 더 골몰한 거죠.” 그의 타고난 승부사 기질과 행정가로서의 수완으로 국립발레단은 르네상스를 맞았다. 하지만 주변의 시샘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때문에 그는 “숙원사업이던 발레학교를 세우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은 있지만, 숙제로 남겨둘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발레단이 규모도 커지고 수준도 높아지고 관객들의 사랑까지 받게 되니 ‘최태지가 하는 일만 잘되느냐’는 시샘을 받게 됐어요. 그래서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건 아닌가’ ‘발레 학교도 오히려 내가 손을 떼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이르렀죠. 제가 테이프를 끊었지만 이젠 무용계 전체가 힘써주실 일입니다.”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1981년 일본 발레협회에서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문화청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신청했을 때 그는 일본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탈락되면서 정체성의 위기를 맞았다. 2004~2007년 전통공연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정동극장장 시절 ‘물 속 기름’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받았을 때도 휘청거렸다. 7개월 전에는 남편을 먼저 앞세우며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겪었다. “사고 뒤 한달 반이 지나 다시 일터로 돌아왔는데 단원들의 얼굴을 마주하기도 힘들었고 제 자신이 불쌍하게 여겨져 마냥 울고만 싶었어요. 하지만 우연히 지인을 만나러 갔다가 그 집 마당에서 큰 거북이 등 위로 작은 거북이가 기어올라가는 장면을 봤습니다. 완전히 ‘블랙아웃’되어 있던 상태였는데 그걸 보는 순간 정신이 들었죠. ‘내게 아이 둘이 있구나, 자식 같은 단원들이 있구나, 앞으로 나아가야 되는구나’ 깨달았어요.” 결혼하면서, 딸 둘을 낳으면서 끊임없이 발레로부터 도망가려 했다는 최 단장은 “초등학교 때 발레 선생님이 제게 ‘발레의 신이 너를 사랑하게 되면, 네가 암만 도망가려 해도 그 자리로 돌아오게 될 거야’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정말 실현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는 2일 전국 투어에 들어가는 ‘호두까기 인형’을 마지막으로 발레단을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다음 미션은 무엇일까. “확실하진 않지만 이제 무슨무슨 기관장은 정말 안 하고 싶어요. 슈트 빼입고 프레젠테이션 하는 일도 그만하고 싶고요. 발레를 배우고 싶은 아이가 있다면 가르쳐주고 누군가의 손을 진심으로 잡아줄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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