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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선의 함께하는 세상] 수학, 과학을 포기한 수과포자

    [김상선의 함께하는 세상] 수학, 과학을 포기한 수과포자

    수포자, 과포자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수학, 과학이 어렵고 골치 아파서 포기한 학생을 의미한다. 실제로 초중등학교 학생 중에 수(과)학을 포기한 학생이 50%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과학기술이 등장하고 있고 과학기술이 모든 분야 발전의 중심이 되는 과학기술 중심 사회의 도래와 함께 제4차 산업혁명의 파고는 쓰나미처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주역이 돼야 할 우리 청소년인데, 장차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든지 반드시 필요한 기본 중의 기본 역량인 수학, 과학을 포기한 학생이 50% 이상이라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빠른 과학기술 발전이 비단 청소년들에게만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종종 어른들에게도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빨라도 너무 빨리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지는 소위 디지털 디바이드 또는 첨단기술 디바이드 현상으로 인한 소외 계층이 날로 늘어 가고 있다. 과학기술 환경의 변화에 따른 일자리 여건 변동 역시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 발전 등 4차 산업혁명의 빠른 진전에 따라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동시에 새로운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도 생기고 있다. 실직 또는 전직자를 위한 재교육은 물론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한 이유이다. 몇 해 전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메이커 운동 역시 본격화돼야 할 것이다. 청소년은 물론 주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국민 누구나 무한한 상상력을 꿈으로 실현해 볼 수 있는 무한상상실을 비롯한 인프라 확충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크고 작은 갈등의 중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광우병, 유전자변형(GM) 작물, 방사선 조사 식품, 살충제 계란,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사스, 에볼라,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사드, 그리고 최근의 원자력 문제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이슈들에 대해 정확한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가짜 뉴스가 춤을 추면서 불필요한 갈등 해소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뿐 아니다. 원격 진료, 자율주행자동차, 유전자 가위, 줄기세포 기술, 핀테크 등 새롭게 등장하는 각종 신기술에 대한 지나친 우려가 진입 장벽이 되면서 우수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적기에 꽃피우지 못하고 후발국에 추월당하는 안타까움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한 처방전이 바로 과학기술문화 창달이다. 그동안 주력해 온 과학기술 개발 노력 못지않게 국민 누구나 과학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꿈꾸고 대중화·생활화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일이 너무도 시급하고 중요하다. 미래 꿈나무들이 수학·과학기술을 즐길 수 있는 여건,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직업 여건 변화에 대응한 전직 또는 재교육, 첨단기술 낙오자 대책, 인프라 확충, 신기술·신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갈등 및 진입 장벽 해소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만큼 과학기술문화 창달 노력이 너무도 시급하고 중요한 이유다. 그동안 정부 등의 노력으로 과학문화 활동이 양적·질적으로 성장을 거듭해 오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과학에 대한 이해 및 관심도가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과학기술문화 콘텐츠 개발과 참여, 소통 그리고 관련 교육 기능의 확대는 물론 과학문화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함으로써 청소년은 물론 주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국민 누구나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고, 정부 재정을 중심으로 한 정부 주도 일변도에서 벗어나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과학창의재단과 같은 과학기술문화 전담 기관을 확충하는 한편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법제도 강화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특히 복권기금에만 의존하는 과학기술문화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통한 과학기술문화사업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
  • 6·25전사자 추정 유해 서울 우이천 현장서 발굴

    6·25전사자 추정 유해 서울 우이천 현장서 발굴

    서울에서 6·25 전쟁 아군 전사자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돼 정부가 확인에 나섰다.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16일 오전 강북구 우이신설 경전철 차량기지 옆 우이천 정비공사 현장에서 신원 미상의 유골이 발견됐다. 하천 옆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한 보강공사를 하던 작업 인부가 지하 4~5m 깊이에서 심하게 부식된 전투화 조각과 유골 일부를 발견했다. 공사 현장 관계자들은 공사를 중단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서는 오른쪽 정강이뼈 4점을 비롯해 M1 소총 탄클립과 버클 등 군용품이 추가로 발견됐다.현장 인수인계를 받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발굴된 군용품을 봤을 때 아군 전사자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본격적인 발굴이 진행되면 추가 수습자 수와 국군인지 미군인지 여부 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식팀은 발굴 후 DNA(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신원 확인에 나선다. 서울 지역에서 6·25 전사자 유해가 다수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다. 유해발굴감식단은 2014년 은평구에서 아군 유해 1구를 발견하는 등 2000년 이후 서울에서 모두 22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올 겨울도 AI?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15일 경기 고양 장항습지에서 발견된 쇠기러기 폐사체에서 H5형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올해 9월 이후 야생 조류 폐사체에서 H5형 AI 바이러스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환경과학원은 질병관리본부 등 관계기관에 AI 검출 정보를 통보한 후 병원성 확인을 위한 정밀진단에 착수했다. 쇠기러기 폐사체는 고양시가 지난 14일 AI 정밀진단을 의뢰했다. 시민단체는 쇠기러기가 장항습지에서 신경이상 증상(목비틀림)을 보이다 폐사했다고 신고했다. 기러기 부검 결과 내부 장기에서는 특이한 병변이 보이지 않았으나 항문과 구강시료 유전자 분석에서 H5형 AI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다. 병원성 판정을 위한 정밀진단 결과는 3∼5일 정도 걸린다. 환경과학원은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장항습지 반경 10㎞를 중심으로 겨울철새 서식현황 조사에 나서는 한편 한강유역환경청과 함께 야생조류 분변과 폐사체를 긴급 예찰하기로 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한지민 “엄마와 데이트” 어머니와 셀카 공개 ‘우월한 미모 유전자’

    한지민 “엄마와 데이트” 어머니와 셀카 공개 ‘우월한 미모 유전자’

    배우 한지민이 어머니와 찍은 셀카를 공개했다.한지민은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데이트~ 엄마”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한 장 게재했다. 사진에는 모자를 쓰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지민과 고운 미모를 자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다. 모전여전 미모가 감탄을 자아낸다. 한편 한지민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과학계는 지금]

    ●신장암 발병 새로운 메커니즘 발견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재범 교수와 서울대병원 곽철 교수, 삼성서울병원 남도현 교수 공동연구팀은 지방 합성으로 인한 세포주기 이상으로 인해 신장암이 발병하고 전이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분자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셀룰러 바이올로지’ 11월호에 ‘주목할 만한 연구논문’으로 실렸다. 이번 연구는 신장암 진단 및 항암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초정밀 광학렌즈용 절삭기술 개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이성일) IT융합공정그룹 최영재 그룹장 연구팀은 국내 처음으로 700나노미터(㎚) 이하 미세패턴을 가공할 수 있는 초정밀 광학렌즈용 절삭가공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팀은 1㎚ 움직임까지 제어가 가능한 절삭가공장치를 개발해 미세패턴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이번 기술은 가상 및 증강현실 기기, 자율주행 자동차용 적외선 카메라,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스마트 기기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식물 환경 스트레스 대응 유전자 발견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김우택, 양성욱 교수 공동연구팀이 다양한 환경 스트레스를 감지해 변형된 단백질을 제거하거나 원상태로 돌리는 메커니즘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PNAS’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세포 안에서 기능이 상실된 변성 단백질을 제거해 다양한 환경스트레스에 대응해 식물의 생존력을 높이는 핵심유전자를 발견하고 그 원리를 찾아냈다. 이번 연구로 가뭄에 강한 벼, 고온에 강한 배추나 상추 등 다양한 신기능성 작물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 실험접시에서 간암세포 만드는데 성공

    실험접시에서 간암세포 만드는데 성공

    과학자들이 실험용 배양접시에서 간암 덩어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실제 사람의 몸 속에서 생기는 간암 덩어리의 형태나 모양은 물론 유전자까지 그대로 만들어 내 간암 치료제나 간암 관련 기초연구에 사용할 수 있게 돼 간암 정복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영국 케임브리지대 웰콤트러스트 연구소, 에딘버러 왕립병원, 네덜란드 에라스무스의대 공동연구진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간암 3종류에 대한 오가노이드 배양체를 만드는데 성공하고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 13일자에 발표했다. 이번에 연구팀이 만든 오가노이드는 3차원 조직배양으로 실제 조직이나 세포와 유사하게 만든 ‘미니 유사 장기’를 말한다. 특히 이번 연구에는 구본경 오스트리아 분자생명공학연구소 그룹리더가 공저자로 참여했다. 구 박사는 당시 영국 웰콤트러스트 의학분과 줄기세포연구소에서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진은 간암 환자 8명의 종양에서 간암 줄기세포를 분리해 줄기세포가 성장하고 분화하는데 필요한 인자들을 넣어주면서 실험용 접시에서 배양했다. 간암 조직이 증식하는 모습을 외부에서 재현해 그 과정을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들어진 오가노이드를 분석해 29종의 화합물 중 간암 세포의 확산을 막는 효과가 뛰어난 물질을 찾아냈다. 간암이 생기도록 조작한 생쥐에게 이렇게 찾은 물질을 투여하자 1주일 뒤 종양의 크기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 덕분에 환자의 암세포를 떼어내 실험용 접시에서 오가노이드를 만든 뒤 여러 종류의 항암제를 투여해 가장 효과가 좋은 항암제를 찾아 투여하는 방식으로 환자 맞춤형 ‘항암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게 된다. 구본경 박사는 “이번 연구는 한국인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간암에 대한 연구이기 때문에 국내 의학계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연구를 주도한 메리첼 후흐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자에게 어떤 약물이 맞는지 시험하는데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간암에 대한 기초 연구를 가능케 한다”며 “연구에 쓰이는 실험동물의 수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비싼 흑돼지로 둔갑한 백돼지…294만인분 시중 유통

    비싼 흑돼지로 둔갑한 백돼지…294만인분 시중 유통

    백돼지를 흑돼지 고기로 속여 3년여 동안 294만인분을 시중에 유통시킨 식육업체 임직원들이 적발됐다.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은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전북 남원의 A식육포장처리업체 상무 김모(53)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대표이사 최모(62)씨 등 3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이들은 2014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백돼지를 흑돼지로 허위표시한 뒤 전국 56개 대형마트와 16개 도매업체에 판매해 5억 64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김씨 등이 판매한 가짜 흑돼지 고기는 702t으로 시가 31억 7700만원 상당이며 성인 취식기준으로 294만인분에 달한다. 조사결과 이들은 갈비, 등심, 갈매기살 등 털이 없어 육안으로 백돼지와 흑돼지를 구분할 수 없는 9개 품목을 골라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흑돼지 소비가 많은 명절과 여름철 성수기에 집중적으로 백돼지를 흑돼지로 둔갑시켜 팔고 평상시에는 재고가 쌓이지 않는 범위에서 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판매 부진으로 백돼지 재고를 폐기 처분할 경우, 직원에게 사유서까지 쓰게 하는 등 허위 판매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사법경찰단은 지난 1월 도내에 유통 중인 흑돼지 27건을 수거해 농촌진흥청 산하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유전자분석을 의뢰해 A식육포장처리업체의 허위표시 사실을 확인, 수사에 착수했다. 김종구 도사법경찰단장은 “흑돼지는 백돼지에 비해 육질이 우수하고 마블링이 좋지만 사육 지역이 제주, 전북 등 일부 지역에 국한돼 생산두수가 적은 관계로 부위별로 kg당 1100∼8100원 비싸다”며 “A식육포장처리업체 임원들은 백돼지 재고를 폐기할 경우 직원에게 사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허위판매를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포토] 모델 엄마에 모델 딸들 ‘우월한 유전자’

    [포토] 모델 엄마에 모델 딸들 ‘우월한 유전자’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킹스 극장에서 열린 ‘2017 올해의 글래머 우먼 시상식(2017 Glamour Women of the Year Awards)’에 모델 겸 방송인 욜란다 하디드(왼쪽)가 모델로 활동 중인 두 딸 벨라 하디드(가운데), 지지 하디드(오른쪽)와 함께 참석했다. 사진=AP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단독] [진실 캐는 ‘거짓말 탐지기’의 세계] “조두순 등 성범죄자, 정기적으로 거짓말 탐지 검사해야”

    美·英 등 ‘거짓말탐지’로 사후 관리 DNA데이터베이스 각종 수사 활용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의 출소에 반대하는 청원글은 48만명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조두순의 출소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는 상태다. 조두순이 출소 후 7년간 차고 다닐 ‘전자발찌’로는 안심하지 못하는 국민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고조되고 처벌도 강화되고 있지만, 성범죄자에 대한 사후 관리는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희송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심리과장은 13일 “성범죄자들은 전자발찌를 채워도 안심할 수 없다”면서 “정기적으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하게 되면 범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과수는 2016년 9월부터 석 달 동안 성범죄 전과자 40명을 대상으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80%에 달하는 32명이 처벌을 받은 이후에도 성범죄를 시도했거나 저질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 과장은 “성범죄는 재범률이 높기 때문에 거짓말탐지기를 활용해 성범죄자들의 심리에 족쇄를 채워야 범행이 제어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실시하면 이들의 추가 범행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유죄가 확정된 성범죄자에 대한 사후 관리검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보호관찰관, 심리치료관, 거짓말탐지기검사관이 한 팀을 이뤄 대상자들이 보호관찰 기간에 준수사항을 잘 지키는지를 살핀다. 영국에서도 2014년부터 12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19세 이상의 성범죄자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법률로 규정했다. 한편 국과수의 DNA(유전자) 분석 기술이 날이 갈수록 발달하면서 장기미제 사건들이 하나둘씩 속속 해결되고 있다. 수사 당국은 사건 현장에서 검출된 범죄자 DNA 정보를 기등록된 범죄자 데이터베이스와 교차 비교하는 방식으로 범인을 찾아낸다. DNA 정보는 땀·소변·정액·모발 등에서 주로 추출된다. DNA 데이터베이스는 범죄자 검거뿐 아니라 ‘실종아동 찾기’, ‘신원불상자 파악’ 등 각종 수사에 활용된다. 장기 실종 아동은 성장하면서 외형이 변화해 다시 찾기 어렵지만 DNA를 활용하면 쉽게 식별할 수 있다. 2014년 신원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훼손된 상태로 발견된 유병언의 시신을 밝혀낸 것도 DNA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수사였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좀비 개미’를 아시나요…감염 경로 찾았다 (연구)

    ‘좀비 개미’를 아시나요…감염 경로 찾았다 (연구)

    일명 ‘좀비 개미’라 불리는 곰팡이 감염 개미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201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의 데이비드 휴즈 박사 연구진이 태국 남부의 한 열대우림에서 발견한 좀비 개미는 곰팡이에 ‘점령’ 당한 일반 개미가 자기 통제력을 잃은 채 기어다니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이 과정에서 다른 개미들을 또 감염시키는 개미를 뜻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평범한 개미가 숨구멍을 통해 일명 ‘좀비 곰팡이’로 불리는 오피오코르디셉스 곰팡이(Ophiocordyceps unilateralis)에 노출되면, 감염 후 자신의 집이 아닌 곰팡이가 번식하기 적당한 장소로 스스로 이동한다. 이후 감염된 개미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 포자를 퍼뜨리기 쉬운 나뭇잎 뒤쪽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곰팡이는 이때 개미의 머리를 뚫고 나와 포자의 형태로 공기중에 퍼진다. 퍼진 포자에 노출된 일반 개미는 또 다시 감염돼 좀비 개미가 된다. 다만 연구진은 지금까지 곰팡이가 개미의 체내에서 어떤 영향력을 미치며, 어떠한 매커니즘으로 개미의 행동력을 통제하는지 확실히 밝혀내지 못했었다. 이에 스위스 바젤대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공동 연구진은 이를 밝히기 위해 3D 컴퓨터 모형 및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바젤대학의 마리델 프레데릭슨 박사는 “일반적으로 동물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뇌를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3D 및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실험한 결과 뇌가 아닌 다른 곳을 ‘공략’해 인형처럼 조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곰팡이는 개미의 뇌가 아닌 체내 근육을 주로 공략해 좀비 개미로 만든다. 근육을 비틀어가며 개미의 행동을 조종하는 대신 뇌를 공략하지는 않는 것은, 감염된 좀비 개미가 다른 개미들을 감염시키기 좋은 장소까지 움직이게끔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곰팡이는 다수의 개미가 서식하는 개미굴에서는 기후가 맞지 않아 포자를 성장시키거나 퍼뜨리기가 어렵고, 근육이 아닌 뇌만 공략할 경우 실제로 개미를 원하는 장소까지 이동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뇌가 아닌 근육을 공략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이 곰팡이는 더 많은 개미를 감염시키기 위해 좀비 개미를 나무 위쪽의 나뭇잎으로 이동시키고, 개미가 죽은 뒤 머리를 뚫고 나온 포자를 통해 또 다른 개미를 감염시키는 과정을 반복한다. 데이비드 휴즈 박사는 “이번 연구는 곰팡이로 인한 질병의 감염 및 확산 과정과 예방 방법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유전적으로 인간과 곰팡이는 다양한 공간을 ‘공유’하고 있으며, 사람 역시 식물처럼 곰팡이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0일 내셔널지오그래픽 온라인판을 통해 소개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메디컬 라운지] 위암 3분의2는 남성…담배부터 멀리하세요

    위암은 남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국가 암정보센터에 따르면 1년에 3만명의 위암 환자가 새로 생기고 환자의 3분의2는 남성이다.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위암 환자도 늘고 있다. 김진조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12일 “잘못된 식사습관과 유전적 요인이 위암 발병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 짜게 먹으면 위암 발병률 4.5배↑ 위 안쪽의 점막 세포가 계속 손상돼 위축되거나 점막 세포가 소장이나 대장 점막 세포와 비슷한 모양으로 바뀌는 ‘장상피화생’으로 진행하면 위암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아진다. 짜고 매운 음식, 탄 음식, 훈제 음식, 뜨거운 음식은 위 점막을 자극한다. 짠 음식을 많이 먹으면 싱겁게 먹은 사람보다 위암 발병 위험이 4.5배나 높다. 질산염 화합물이 많은 가공된 햄이나 소시지 같은 음식도 위암 위험을 높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도 위험 요인 중 하나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자는 위축성 위염을 겪다가 일부가 위암을 경험한다. 발병 위험은 일반인과 비교해 최대 6.0배 높다. # 식욕 없고 윗배 더부룩하면 의심 김 교수는 흡연도 중요한 위험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여성보다 남성환자가 많은 것은 흡연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담배는 가장 잘 알려진 발암물질로, 흡연자는 위암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2~3배 높다”고 설명했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매우 높다.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초기 위암 환자의 5년 이상 생존율은 96%에 이른다. 다만 위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위암이 진행하면 식욕이 떨어져 체중이 줄고 복통과 오심, 구토 증상이 나타난다. 윗배가 더부룩한 증상도 있다. 출혈 때문에 검은색 변을 보기도 한다. 위궤양을 앓은 경험이 있는데 제산제를 복용해도 계속 불편하면 즉시 위 검사를 받아야 한다. # 40세 이후엔 1~2년에 한번 검사를 김 교수는 “성인은 40세 이후부터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1~2년에 한 번은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40세 이후부터 2년마다 위내시경 검진을 받도록 권장한다. 대한위암학회는 1년에 한 번씩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복부를 크게 절개하지 않고 수술 도구를 넣을 수 있는 구멍만 뚫는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이 일반화돼 환자 부담은 크게 줄었다. 다만 조기 위암도 5%, 3기 이상 위암은 40% 이상이 재발할 수 있어 수술을 마친 뒤에도 정기적으로 몸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유전자 가위질 시대… ‘교정’인가 ‘교란’인가

    유전자 가위질 시대… ‘교정’인가 ‘교란’인가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김홍표 지음/동아시아/336쪽/2만원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전방욱 지음/이상북스/332쪽/1만 8000원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모기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는 70만명을 훌쩍 넘는다. 만약 이 세상에서 모기를 차츰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 암컷 모기의 DNA를 살짝 건드려 불임을 유발하면 이 유전자가 후손들에게 유전되면서 알을 낳지 못하는 암컷 모기들이 점점 많아지게 된다. 이 같은 실험 계획은 영국에서 시작돼 중국에서 실제 진행되고 있다. 특정 유전자만 찾아내 자르고 붙일 수 있는 신기술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를 이용해서 말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발견으로 인간은 신의 영역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암이나 에이즈 같은 난치병을 치료할 길이 열렸지만 동시에 예상할 수 없는 생태계 혼란과 윤리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전자가위를 두고 ‘편집’이냐 ‘교정’이냐 용어 싸움도 뜨겁다. 과학 저술가로 활발한 김홍표 아주대 약학교수는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동아시아)을 통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기원과 최신 연구 동향, 전망 등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모기나 바나나, 복제양 돌리 등 다양한 사례를 들어 친절하게 설명한다. 김 교수는 유전자가위를 바퀴의 진화에 비유하며 “1·2세대 가위가 달구지나 자전거 바퀴라면 3세대 가위는 시속 100㎞로 달리는 승용차 바퀴에 비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윤리 문제에 초점을 맞춘 ‘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이상북스)도 함께 보면 좋겠다. 아시아생명윤리학회장으로 활동 중인 전방욱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가 쓴 책으로 유전자가위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생명윤리의 위기를 심도 있게 그렸다. 그는 인간의 유전자 편집 실험을 두고 ‘미끄러운 비탈길’에 서 있다고 비유한다. 한번 가위질을 시작하면 “비탈 꼭대기에서 원하지 않았던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경고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독감예방 백신 효과 42% 그쳐…백신 변이 탓

    독감예방 백신 효과 42% 그쳐…백신 변이 탓

    지난해 독감 백신의 효과는 42%에 그쳤다고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추정한다. 예방 접종을 해도 절반 이상이 독감에 걸렸다는 말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스콧 헨슬리 박사팀이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이런 원인은 인플루엔자 A형(H3N2) 백신 균주에 변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독감 백신의 변이는 현재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유정란으로 독감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제조 방식에 그 원인이 있다. 헨슬리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독감 백신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독감 예방 효과가 미미한 시즌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헨슬리 박사는 “독감의 중증화를 막으려면 예방 접종을 받는 게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독감 백신은 매년 독감이 유행하는 시즌에 들어서기 전 어떤 바이러스 균주들이 유행할지 예상해 제조한다. 선정한 균주들을 백신 제조업체에 배포하고 각 회사는 이를 배양해 의료기관에 제공한다. CDC에 따르면, 2015~2016년 시즌에는 독감 백신의 효과가 47%였다. 심지어 2014~2015년 시즌에는 19%에 불과했다. 물론 지난 시즌 효과는 전체적으로 42%이긴 했지만 이때 가장 많이 유행한 H3N2를 예방한 효과는 34%에 그쳤다. 백신 효과는 유행 중인 바이러스 균주에 얼마나 맞느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하지만 유행 중인 바이러스 균주와 같은 백신이더라도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헨즐리 박사팀은 지난 시즌에서 두 번째로 많이 유행한 바이러스 균주에 주목했다. 백신의 근원이 되는 균주는 유정란으로 배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이런 백신의 유전자 배열을 유행 중인 바이러스의 배열과 비교한 결과, 뚜렷한 변이가 확인됐다. 변이에 따른 영향을 알아내기 위해 동물은 물론 사람에게 백신을 투여해 조사한 결과, 동물도 사람도 항체가 독감 바이러스에 결합하지 못해 무력화시킬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대부분 업체가 백신을 유정란으로 제조하며 극히 일부에서만 곤충과 포유류의 세포를 사용한다. 이 제조 방식을 이용하는 업체 프로틴 사이언시스의 ‘플루블록’을 동물과 사람에게 투여한 결과, 모두 뛰어난 항체 반응을 보였는데 유행 중인 H3N2형 바이러스에 제대로 결합해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다만 유정란을 쓰는 대부분 업체가 곤충과 포유류 세포를 사용하는 제조 방식으로 백신을 제조하려면 생산 시설을 바꿔야 하는데 그 비용이 엄청나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올해 백신도 지난해와 같은 바이러스 균주를 사용해 제조한다. 이에 대해 헨즐리 박사는 “올해는 특히 더 어려울 수 있다. 지난해 발생한 유정란 적응 변이뿐만 아니라 H3N2가 진화하고 있다는 징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CNN 방송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상처가 잘 안낫는다구요? 생체시계에 이상이 있네요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상처가 잘 안낫는다구요? 생체시계에 이상이 있네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나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는 몸에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여느 때보다 병원을 찾는 이들도 많다고 합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체내 호르몬 분비의 변화 뿐만 아니라 흔히 생체리듬이라고 하는 생체시계의 변화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생체시계의 변화로 인한 후유증은 긴 휴가를 보내고 일상으로 복귀할 때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지난달 초 긴 추석 연휴 끝에 연휴 후유증으로 출근과 등교를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기도 했다. 실제로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날이 밝으면 잠에서 깨고 어두워지면 잠자리에 듭니다. 또 일정시간이 되면 배가 고파지는 것도 생체시계의 일종인 소위 ‘배꼽시계’가 작동해 소화효소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비롯한 생명체들은 지구 자전으로 낮과 밤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것에 맞춰 24~25시간을 주기로 일정하게 움직이는 신체리듬을 갖고 있습니다. 이 신체리듬을 ‘생체시계’(biological clock)나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이라고 부르는데 약 25억년 전 지구에 나타난 시아노박테리아도 24시간 주기의 생체시계를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달 2일 올해 첫 노벨상 수상자 발표인 노벨생리의학상은 초파리를 이용해 일주기 리듬을 제어하는 유전자를 분리하고 생체 시계의 작동 메커니즘을 밝혀낸 제프리 홀 미국 메인대 교수, 마이클 로스바시 브랜다이스대 교수, 마이클 영 록펠러대 교수에게 돌아갔습니다. 과학계에서 이들의 발견은 기존 생체시계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꾼 일종의 ‘패러다임 쉬프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들은 생체시계 작동에 필수적인 ‘피리어드’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데 필요한 단백질을 발견하고 빛이 생체시계와 일치하도록 만드는데 필요한 단백질들까지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피리어드 유전자가 만들어 내는 단백질 농도가 24시간 주기로 놀랄만큼 정확하게 변화함으로써 인간의 행동, 호르몬의 혈중농도, 수면, 체온, 대사 등 필수기능을 조절한다는 것입니다. 외부환경과 체내 생체시계가 일시적으로 차이를 보일 때는 시차부적응 현상 같은 단기적 증상이 나타나지만 계속 문제가 될 경우 면역계의 균형이 무너져 각종 알레르기나 자가면역질환 같은 난치성 만성질환에 시달릴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생체시계 교란으로 인해 면역체계가 완전히 무너질 경우 만성염증은 물론 심할 경우 패혈증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 8일자(현지시간)에는 영국 분자생물학연구소, 케임브리지대 의대 애든브룩스 병원, 맨체스터대 부속 사우스맨체스터 아너러리 대학병원 공동연구진이 수행한 생체시계와 관련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또 하나 실렸습니다.그동안 생물학자와 신경과학자들은 생체시계가 시각 신호를 전달받고 처리하는 시신경교차상핵이라는 시상하부의 영역에만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신체 다른 각 부위의 세포에도 생체시계 조절기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상처 치유에 필수적인 섬유아세포라는 피부세포를 연구했는데 이 세포들도 생체시계를 갖고 자기조절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섬유아세포를 성장시킨 피부세포를 실험접시에 놓고 8시간 간격으로 상처를 낸 다음 치유되는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생체시계 작동 시간이 다른 때를 잡아 상처를 내고 치료 속도와 과정을 살핀 것입니다. 그 결과 낮에 입은 상처가 밤에 난 상처보다 빨리 치유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지요. 실험접시의 실험에서 벗어나 실제 생쥐에게 서로 다른 생체시계 시간에 상처를 내고 치유과정을 살펴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상처 치유를 위한 단백질이 낮시간에 더 활발히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상처치유 단백질도 밤 시간에는 잠이 든다는 얘기로 볼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국제화상상해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한 결과 야간 화상환자가 낮 화상환자보다 치유기간이 평균 11일 이상 더 오래걸린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존 오닐 분자생물학연구소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상처 발생시간이 치유속도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추가적이고 좀 더 명확히 통제된 임상시험을 해봐야겠지만 이 연구결과 대로라면 개인의 일주기 리듬에 맞춰 수술을 하는 것이 회복기간도 줄이고 회복속도를 높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를 보고 갑자기 궁금증이 생기네요. 타인에게 입은 마음의 상처도 밤에 받은 것보다 낮에 받은 것이 더 빨리 잊혀지고 치유될까요. edmondy@seoul.co.kr
  • 고양이와 함께 자란 아이, 천식 덜 걸린다

    고양이와 함께 자란 아이, 천식 덜 걸린다

    유아시절부터 집에서 고양이와 함께 자란 아이가 천식에 덜 걸린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 어린이연구센터(COPSAC) 연구진은 애완묘의 존재가 어린이의 천식을 예방하는데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고양이의 털이 어린이 천식에 좋지 않다는 그간의 인식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집에서 키우는 개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과 나쁜 공기 등은 어린이의 천식을 유발하는 '범인'으로 지목돼왔다. 연구진은 천식을 가진 엄마 밑에서 자란 1~5살 사이 덴마크 아동 377명의 유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일명 '천식유발 유전자'로 불리는 '17q21'에 주목한 것으로, 이 유전자가 환경적 요인과 결합해 변이를 일으켜 천식, 폐렴, 기관지염을 유발한다. 연구진의 조사 결과는 놀랍다.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아이들의 경우 유전자 17q21의 활동이 무력화됐기 때문으로 그만큼 아이들이 천식에 걸릴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다. 유전학적인 입장에서만 보면 고양이가 그간 억울한 오해를 받고있었던 셈. 그렇다면 왜 고양이가 어린이의 천식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일까? 연구를 이끈 제이콥 스톡홀름 박사는 "고양이가 가진 특정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관계가 깊으며 유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양이 털에 붙어있는 알레르기성 물질에 노출된 채 어릴 때부터 자란 아이들은 항체가 형성돼 면역력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조사에서 개는 천식 예방과는 관계가 없었다"면서 "이는 애완동물의 특성상 고양이가 개보다 침대에서 아이들과 함께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서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배아줄기세포로 손상된 신장 재생한다

    배아줄기세포로 손상된 신장 재생한다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과 줄기세포는 첨단 생물학 기술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최근 일본 연구팀이 생쥐의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신장조직 일부를 만드는데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구마모토대 발생의학연구소 니시나카무라 류이치 교수팀은 쥐의 배아줄기세포로 소변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 집합관을 포함한 신장 조직 일부를 만드는데 성공하고 연구결과를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스템셀’ 10일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장병 환자를 치료하는 재생의료 분야는 물론 장기재생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 소변을 만드는 기본 단위인 네프론(Nephron)이 100만개 정도 모여있다. 네프론은 머리카락 굵기인 지름 0.1~0.2㎜의 소기관이다. 연구팀은 이전에도 쥐의 배아줄기세포와 사람의 역분화줄기세포(iPSC)로 네프론을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소변을 모아 요도로 흘려보내는 집합관과 네프론을 이어 붙이는데는 실패했다. 연구팀은 이번에는 쥐의 배아줄기세포만으로 소변을 배출하는 집합관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본단위인 ‘요관아’(尿管芽) 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또 요관아를 배앵해 집합관으로 성장시키는 방법도 만들어 냈다. 연구팀은 네프론과 요관아 세포를 섞고 쥐의 배아줄기세포에서 추출해 낸 세포결합 기능을 더해 1주일 동안 배양하며 관찰했다. 그 결과 네프론과 집합관이 연결된 직경 1㎜ 크기의 원반형 쥐 태아의 신장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을 관찰했다. 니시나카무라 교수는 “이번 연구에 따라 인공투석을 받는 중증 신장병 환자의 치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장기증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험실에서 생쥐를 이용해 신장을 만들 수 있는 만큼 많은 환자를 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통풍치료제 잘못 복용하면 중증 피부병 생긴다

    통풍치료제 잘못 복용하면 중증 피부병 생긴다

    바람만 불어도 죽을만큼 아프다는 질병인 통풍(痛風, gout)은 혈액 내 요산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관절의 연골과 근육, 주위 조직에 요산염이 쌓이는 질환이다.요산염 결정은 바늘처럼 생겨 관절에 염증을 유발하고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심할 경우는 관절 이상과 각종 신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통풍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하는 약을 잘못 복용할 경우 중증 피부병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9일 고뇨산혈증과 통풍 치료제로 사용되는 ‘알로푸리놀’을 복용하기 전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HLA-B 5801’ 유전자 보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HLA-B 5801 유전자가 없을 경우에만 복용하라는 말이다. 최근 몇 년간 유전자 보유 여부를 확인 하지 않고 알로푸리놀을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투여받은 환자 4002명 중 38명에게서 중증피부이상 반응이 확인됐다. 중증 피부이상반응은 허가 용량대로 약물을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것으로 피부 박리나 내부장기 손상 등 치명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해부터 약 2년간 고뇨산혈증이 있는 만성 신부전 환자 542명을 대상으로 HLA-B 5801 유전자검사를 실시한 뒤 유전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환자 503명에게는 알로푸리놀을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투여하고 유전자가 있는 환자 39명에게는 대체 약물을 투여했다. 그 결과 중증 피부이상 반응이 발생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알로푸리놀에 의한 중증피부이상반응 발생률은 0.4%로 한국인은 HLA-B 5801 유전자를 갖고 있는 비율은 12.2%로 서양인 1~2%보다 높다”며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복용 안내서를 발간했고 식약처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콜레스테롤 조절약이 뇌전증도 막아준다

    콜레스테롤 조절약이 뇌전증도 막아준다

    간질이라고 불렸던 뇌전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다.특히 신경발달장애를 겪는 어린이들은 뇌전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뇌전증 발생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뇌성장과 발달, 인지기능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현재 시판 중인 콜레스테롤 조절제가 뇌전증을 억제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한국뇌연구원 뇌질환연구부 정의엽 연구원과 미국 듀크대 용회장 교수는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춰주는 ‘로바스타틴’이란 약이 뇌전증 발생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로바이올로지 오브 디지즈’ 최신호에 발표했다.연구팀은 신경발달장애를 연구하는데 쓰이는 대표적인 실험동물은 ‘엔젤만 신드롬 생쥐’를 이용해 시판 중인 혈중 콜레스테롤 조절제 로바스타틴을 주입했다. 엔젤만 신드롬 생쥐는 생쥐에게 신경발달장애를 일으키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것으로 80~90%가 뇌전증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이 강한 소리자극을 주자 생쥐는 뇌전증 증상을 보였는데 로바스타틴을 먹은 생쥐는 뇌전증 현상이 억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엇다. 정의엽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뇌전증 증상이 있는 아동에게 로바스타틴을 투여해 증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로바스타틴이 어떻게 뇌전증 억제효과를 갖는지에 대한 후속연구를 추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사과를 그림으로 기록한다는 것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사과를 그림으로 기록한다는 것

    지난여름 나는 사과 하나를 그렸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에서 육성한 ‘서머킹’(Summer King)이란 이름의 사과. 한여름에 나오는 초록의 아오리(품종명 쓰가루)는 일본 품종이기에, 농촌진흥청은 우리나라 대표 조생종으로 아오리만큼 달고 식감이 좋은 서머킹을 육성했다.나는 사과나무의 열매가 가지에 달린 모습과 그 안에 박혀 있는 종자, 그리고 이른 봄 피는 꽃처럼 사과나무의 생애가 드러나는 기관들을 그렸고, 이 서머킹 사과 그림은 농촌진흥청에서 발간하는 매거진의 표지로 사람들에게 보여졌다. 누군가는 마트에서 그림과 같은 색과 형태의 사과를 식별해 구입했고, 또 누군가는 커피숍 브런치에 딸려 나오는 사과를 보고 서머킹이라며 먹었다. 이 사과 그림은 우리나라 연구기관으로서는 최초로 기록, 수집한 사과 품종 그림이었다. 동시에 지구 반대편 영국의 왕립원예협회(Royal Horticultural Society)에서는 헤리티지 애플스(Heritage Apples)란 제목의 식물세밀화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지금도 진행 중이다). 1805년부터 영국에서 연구, 육성한 다양한 품종의 사과 그림 전시였고, 대대적인 홍보 덕에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를 찾았다.사과는 인류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한 과일이다. 최초의 정원이라 불리는 에덴동산에서 사과는 선악의 과일로 등장하고, 인류는 수세기 동안 사과를 재배해 왔다. 구한말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사과는 어느새 우리나라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과수 작물이 되었고, 정부는 꾸준히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품종을 육성했다. 선홍, 홍로, 감홍과 같은 사과들 말이다.우리가 숲에 사는 야생의 사과 원종을 그대로 가져와 증식해 먹을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야생 열매는 우리가 식용하기엔 너무 양이 적고, 도시에서는 잘 자라지 않고, 당도가 낮거나 크기가 작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늘 동시대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사과 품종을 개량해 육성해 왔다. 한국의 기후와 토양에서 잘 자랄 수 있고, 더 달거나 더 시거나, 혹은 식감이 아삭하거나 특정 시기에 수확할 수 있는 그런 다양한 품종으로 말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선 1인 가족이 늘면서 편의점과 마트에서 편히 구입해 먹을 수 있는 조각 과일용, 갈변이 느린 사과가 인기가 많다. 지금 우리가 먹는 사과는 우리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 준다. 반면 세계에서 식물 문화가 가장 발달한 영국은 1805년부터 대대적인 사과 수집과 연구를 해 왔다. 영국 왕립원예협회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식물세밀화가를 정식 고용해 진행한 프로젝트가 바로 이 사과 컬렉션 기록이다. 윌리엄 후커(Willam Hooker)를 중심으로 고용된 식물세밀화가들은 1815년부터 1823년까지 수백종의 사과 품종 그림을 그렸고, 그들이 그린 그림은 동시대 사람들에게 사과 품종을 식별하는 매개이자 과수 연구의 데이터베이스로 이용되었다. 다양한 사과 형태와 정보가 들어 있는 사과세밀화 덕에 사과 산업은 성행했고, 현재까지 산업이 유지될 수 있었다. 한 가지 중요한 건, 이 전시된 그림의 품종 중 대부분은 더이상 우리가 먹을 수도 볼 수도 없는, 존재하지 않는 품종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오직 그림으로만 남아 있다. 도시의 식물은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 오래도록 존재하기도,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알기도 전에 사라지기도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부사, 홍옥, 아오리와 같이 인기가 많은 품종은 오래도록 널리 재배되지만 인기가 없는 품종은 존재했던지도 모르는 채 금방 자취를 감춘다. 원예산업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과수원은 소비자가 좋아하고 잘 팔리는 품종을 재배하기 마련이고, 만약 우리가 다양한 품종의 존재를 모른 채 그저 가장 달고 크기가 크고 가격이 싼 한 품종의 사과만을 소비한다면 그 많은 과수원은 우리가 원하는 단 하나의 사과 품종만을 재배할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육종한 원예종은 유전적으로 질병과 병해충에 약하다. 모든 과수원이 잘 팔리는 제한된 하나의 품종에 의존할 때 그 품종이 질병과 해충에 부딪히면, 다른 품종으로 대체할 새 없이 사과나무는 종 전체가 멸종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서 사과세밀화는 소비자가 다양한 품종의 존재를 알고, 용도에 맞는 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사과라는 과일은 몇 가지 위기를 맞고 있다. 기후변화로 사과 재배지가 점점 줄어들어 50년 후에는 우리나라 극히 일부 산간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최근 외국에서 열대과일을 접한 사람들이 당도가 높은 과일에 익숙해져 사과와 배, 감 등과 같은 전통 과일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생물이 급격이 사라지고 생겨나는 현대에, 가치 있는 생태계 사슬을 이어 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매일 먹는 사과의 존재를 기록하고, 품종을 식별하여 용도에 맞게 소비하는 것. 이것은 이들을 숲에서 도시로 가져와 이용하는 우리의 책임과 의무이기도 하다.
  • [In&Out] 생명 직결된 항암제 ‘긴급 등재’ 절실/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

    [In&Out] 생명 직결된 항암제 ‘긴급 등재’ 절실/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

    2001년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 출시되면서 부작용이 많고 효과는 적은 화학항암제 시대에서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항암제 시대를 맞았다. 지난해부터는 특정한 유전자에 반응해 일부 암환자에게만 작용하는 단점이 있지만 표적항암제보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면서 부작용은 더 적은 ‘면역항암제’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항암제의 급속한 진화 속도와 비교하면 암환자의 신약 접근권은 미약한 수준이다. 비싼 약값과 많은 기간이 필요한 건강보험 등재 기간 때문이다. 최근 나온 항암신약 중에는 한 달 약값이 1000만원을 넘는 것이 많다. 정부 당국과 제약사의 약값 줄다리기 때문에 항암신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일 기준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할 때까지 평균 601일이나 걸린다. 말기 암환자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항암신약이 출시돼도 약값이 비싸고 건강보험 적용에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생명을 살리는 약이 아니라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2006년 12월 신약 건강보험 등재 방식을 치료·경제가치가 우수한 의약품만 선별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선별등재방식’으로 변경했다. 그 뒤 약값을 지불할 경제적 능력이 되는 부유한 환자와 민간보험에 가입한 환자는 생명을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씩 연장시킬 수 있게 됐다. 특히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로 치료받은 말기 암환자들의 삶의 질이 이전 화학항암제로 치료하던 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좋아졌다. 이제는 상당수의 말기 암환자들도 병실이나 중환자실에서 고통받으며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가정이나 사회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의미 있게 여생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약값을 지불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 환자들은 항암신약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상당수가 사망한다. 이런 불행한 상황이 10년째 계속되면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와 가족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헌법은 국민인 환자에게 경제적 능력에 상관없이 헌법상 기본권인 생명과 직결된 신약 접근권을 보장하고 있고 국가로 하여금 이를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생명과 직결된 항암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약은 있는데 돈이 없어서 환자가 빨리 죽어야 하는 불행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대안으로 생명과 직결된 항암제를 대상으로 ‘긴급 건강보험 등재제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항암제는 제약사가 식약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시판 허가와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신청을 동시에 하고 식약처와 심평원도 건보 적용 여부를 결정해 신약을 판매하는 즉시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후 제약사와 건보공단이 약값 협상을 완료한 뒤 차액을 정산해 헌법상 보장된 생명과 직결된 항암제의 신속한 환자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 논의를 하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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