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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자보건법 개정 작업 속도낼 듯… 과거 처벌은 소급 적용 안돼

    모자보건법 개정 작업 속도낼 듯… 과거 처벌은 소급 적용 안돼

    민주당 “조속 개정” 한국당 “후속 조치” 정의당 “임신 12주 내 허용” 법안 준비 사회·경제적 사유 허용 신규 조항 가능 수사·재판 ‘스톱’… 무혐의·무죄 가능성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 처벌 조항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와 여당은 물론 야당도 헌재 결정을 존중해 입법화에 나서겠다고 밝혀 법 개정 작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낙태 허용 시기와 기준이 쉽게 합의될 것 같지는 않다. 만일 국회가 내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현행 처벌 조항은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우선 정비해야 할 법은 위헌 판결을 받은 형법과 낙태 허용이 가능한 예외기준을 명시한 모자보건법이다. 모자보건법은 유전학적 정신장애 또는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일 때, 임신이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을 때에 한해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만 허용하고 있다. 모자보건법을 개정한다면 임신 12주, 24주, 36주 등 임신 주기에 따라 낙태 허용 범위를 달리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의당은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에 임산부 요청에 따라 의사 상담을 거쳐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는 조항이 새로 들어갈 수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18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 조사(여성 1만명 대상)’에서 낙태를 한 이유(복수 응답)로 33.4%가 ‘학업, 직장 등 사회 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32.9%는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 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라고 답하는 등 다양한 사유로 낙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혼모나 원정 낙태 문제, 불법 낙태 시술로 인한 건강 문제 등 현재의 낙태 법리 체계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면서도 “낙태의 기간만 제한할 것인지 아니면 낙태를 하는 사유나 여건까지 제한할 것인지가 논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법 개정 전까지는 낙태 시술을 한 여성과 의료진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이 일단 중단되거나 진행하더라도 무혐의 또는 무죄 선고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에 접수된 낙태죄 위반 사건 84건 가운데 13건만 재판에 넘겨졌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21건이 검찰에 접수됐지만 기소된 사건은 없다. 이미 처벌받은 사람들에 대해선 이날 결정이 소급 적용되진 않지만,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다. 법무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속히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며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서 후속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임신 유지·중단은 전인적 판단”… 인간으로서 여성의 결정권 인정

    “임신 유지·중단은 전인적 판단”… 인간으로서 여성의 결정권 인정

    “임신 여성이 보호돼야 태아도 보호돼” 태아·모체의 기본권 무게 다르게 판단 사문화 불구 처벌 여전한 모순도 한몫 불합치 4명 “임신 22주 태아 독자 생존” 위헌 3명은 “14주 이내 낙태 당장 허용” 향후 입법 과정서 허용 기한 기준 될 듯2012년 합헌 결정 이후 낙태죄를 다시 판단하게 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의견은 ‘위헌이냐, 합헌이냐’로 나뉘었던 7년 전과 달리 ‘낙태 처벌조항을 당장 폐기하느냐, 입법 유예기간을 두느냐’를 놓고 팽팽하게 갈렸다. 낙태죄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대다수 재판관들에게 이미 자리잡았던 까닭이다. 위헌이냐, 합헌이냐를 놓고 7년 전에는 4대4로 맞섰지만, 이번에는 7대2로 위헌 의견이 확실한 다수를 점했다. 특히 7년 전에는 ‘태아’의 생명권이 강조된 반면 이번에는 임신과 출산, 육아를 감당해야 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여성이 선택한 낙태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 역시 위헌으로 판단됐다. 위헌 판단을 한 재판관 7명은 “여성이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全人的) 결정”이라면서 “임신한 여성이 보호될 때 태아의 생명도 보호된다”고 강조했다. 모자보건법에 따라 유전적 질환이 발견됐거나 범죄로 인해 임신한 경우 등에 한해 24주 이내 낙태가 허용되긴 하지만, 헌재는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닌 다양한 사회·경제적 이유들도 낙태 사유로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 사회활동, 불안한 소득은 물론 상대 남성과 더이상 교제나 결혼을 지속할 수 없을 때에도 낙태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7명은 “국가가 입법 조치를 통해 생명의 발달 단계에 따라 보호 정도나 수단을 달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태아와 여성을 생명이라는 공통 잣대로 비교해 기본권을 제한하기엔 여성들이 침해받는 기본권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일정 기간의 태아와 임신한 여성을 보호해야 할 권한의 무게를 다르게 둬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낙태죄가 사문화됐는데도 여전히 불법행위로 치부돼 더 음성적이고 위험한 시술이 계속된다고 봤다. 오히려 일정 기간은 합법적으로 낙태를 허용해 여성이 더 안전하게 자기의 삶을 결정하고, 저소득층이나 미성년자도 질 좋은 의료서비스로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7명 가운데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국가가 본격적으로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하는 시기로 ‘임신 22주’를 꼽았다. 이들은 “산부인과 학계에 의하면 최선의 의료기술과 인력이 뒷받침될 경우 태아는 임신 22주 내외부터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22주부터는 인간에 가까운 상태라는 것인데 그렇다고 헌재가 임신 22주까지를 낙태 허용 기간으로 설정한 것은 아니다. 이 시기까지는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취지다. 당장 낙태죄를 전면 폐지해도 좋다는 ‘단순위헌’ 판단을 내놓은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사실상 이번 결정을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헌법불합치 의견에서 더 나아가 임신 제1삼분기(약 14주)에는 어떠한 조건도 요구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판단에 따라 낙태할 수 있어야 한다”며 14주 이내 낙태는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기낙태죄로 기소되는 사례가 매우 드물고, 기소되더라도 (상대 남성이나 주변의 보복 등) 악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상당수”라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현행법 조항에 따른 기소를 여전히 가능하게 하면서 사후 입법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은 규율의 공백을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으로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신 제1삼분기에 이뤄진 낙태를 처벌하는 것은 위헌성이 명확해 이에 대해서는 입법재량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주장은 입법 과정에서 임신 14주 이내의 낙태는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불법 낙태, 66년간 여성의 죄만 물었다

    합법 중절 사유 확대 시도 번번이 무산 11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든 낙태죄는 일제강점기 형법의 유산이었다. 일제가 1912년 만든 조선형사령은 낙태한 여성에게 1년 이하의 징역, 의사 등 낙태에 이르게 한 자는 3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해방 후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낙태죄 존치를 옹호한 입법자들은 6·25전쟁 후 인구 증가의 필요성, 생명 존중, 성도덕 유지 등을 근거로 들었다. 처벌 조항은 통과됐고 낙태를 한 여성과 낙태를 도운 사람 모두를 처벌하는 낙태죄의 틀은 66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 형법상 죄로 규정됐지만 낙태는 암묵적으로 허용되어 왔다. 산아 제한 정책이 실시되던 1960년대에는 원치 않는 출산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정부도 인구 억제를 위해 초기 인공임신중절 비용을 지원했다. 이후 1973년 모자보건법 통과로 낙태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등 한정된 경우에만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 합법적 인공임신중절 사유를 넓히려는 시도들이 있었으나 종교계 등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모자보건법이 1999년까지 다섯 차례 개정되는 동안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2009년에는 시행령 개정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허용 기간이 임신한 날부터 28주에서 24주로 변경돼 낙태 요건이 더 엄격해졌다. 그러나 낙태는 암암리에 지속됐다. 처벌 조항이 있어도 실제 처벌은 거의 없었고, 여성들은 불법 낙태를 하는 모순적 상황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2012년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조산사 송모씨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낙태죄는 처음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2012년 합헌 결정이 내려진 지 5년 만인 2017년 두 번째 헌법소원이 제기되자 낙태죄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폭발하기 시작했다. 여성계를 중심으로 폐지 운동이 일었고 낙태죄 폐지 청와대 국민청원에 23만여명이 동의해 정부가 답변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정부에 ‘모든 임신중절의 비범죄화, 처벌조항 삭제’를 촉구하는 등 국제적 관심도 이어지며 폐지 여론을 거들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불편제거 시류 편승하면 우리세대, 훗날 고려장 대상될 수도”

    “불편제거 시류 편승하면 우리세대, 훗날 고려장 대상될 수도”

    낙태죄 합헌유지 소수의견 보니“우리 세대가 상대적인 불편요소를 제거하는 시류·사조에 편승해 낙태를 합법화한다면 훗날 우리조차 다음 세대의 불편요소로 전락해 안락사, 고려장 이름으로 제거대상이 될 수도 있다.”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한 여성과 이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며 관련 법규를 개정하라고 결정한 가운데 일부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태아 역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라며 이같은 소수 의견을 밝혔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는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두 재판관은 “태아와 출생한 사람은 생명의 연속적 발달과정 아래 놓여 있어 태아와 출생한 사람 사이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출생 전의 생성 중인 생명을 헌법상 생명권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생명권 보호는 불완전한 것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명권의 제한은 곧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한다”며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비해 태아 생명권 보호를 보다 중시한 입법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아의 독자적 생존가능 시기를 구분한 다수의견에 대해선 “태아 생명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의 중요성은 태아의 성장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며 “임신중 특정한 기간엔 여성 자기결정권이 우선하고 그 이후엔 태아 생명권이 우선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식물인간 등 병원의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사람들에 대하여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우려가 없지 않다.”고도 했다.다수의견이 언급한 낙태의 ‘사회·경제적 사유’에 관해서도 “개념과 범위가 매우 모호하고 그 사유 충족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도 어렵다”며 “결국 임신 여성의 편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이를 허용할 경우 현실적으로 낙태의 전면 허용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해 일반적인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허용은 결국 여성의 ‘편의’에 따라 생명박탈권을 창설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사회·경제적 사유들은 그 자체로 원래부터 존재하던 것이지, 낙태를 처벌함으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고도 했다. 이어 “헌법 전문은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라고 선언하고 있다. 성관계라는 원인을 선택한 이상 그 결과인 임신·출산에 책임져야 하는 것이 헌법정신에도 맞는다”며 “임신 여성은 ‘임신상태’란 표지를 제거해 행복을 찾을 게 아니라 태아를 살려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실에서 임신한 여성은 모성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어 국가는 낙태 형사처벌 외에 미혼부 등 남성 책임을 강화하는 ‘양육책임법’ 제정,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모성보호정책, 임신 부부에 대한 적극 지원과 육아시설 확충 등 낙태를 선택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고 제도개선을 제언했다.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선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 선고의 길이 열려 있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의료업무종사자가 태아 생명을 박탈하는 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 또한 커 벌금형을 규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 위배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형법 270조1항(의사낙태죄)은 의사가 낙태시술을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한편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은 ①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②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질환이 있는 경우, ③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④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⑤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 한하여 의사가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 포함)의 동의를 얻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② 제1항의 경우에 배우자의 사망·실종·행방불명,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동의를 받을 수 없으면 본인의 동의만으로 그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28조는 “이 법의 규정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자 및 행한 자는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항 및 형법 제270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다.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부모 외에 제3자 난자 받은 아기 세계 두 번째로, 윤리 문제 없나?

    부모 외에 제3자 난자 받은 아기 세계 두 번째로, 윤리 문제 없나?

    의료 기술의 진보인가,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인가? 그리스와 스페인 의료진이 지난 9일 부모 외에 다른 사람의 유전자까지 물려받은 사내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1일 전했다. 아이는 2.9㎏의 몸무게로 태어났으며 산모도 아이도 모두 건강하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체외수정(IVF)을 이용한 이번 출산은 모친의 난자와 부친의 정자, 그리고 기증자의 난자를 이용했다. 어머니로부터 아기에게 유전되는 치명적인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갖고 있는 가족을 돕기 위해서였다. 미토콘드리아는 모든 세포 안에 포함돼 있으며 섭취한 음식물을 사용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미토콘드리아에 질환이 있으면 생존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에 비슷한 질환 예방을 위해 난자 기증자의 미토콘드리아를 섞어 미토콘드리아 질환이 없도록 한 것이다.산모는 32세의 그리스 여성으로 지금까지 네 차례나 체외수정을 통한 출산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한 끝에 제3자의 난자를 기증받아 이번에는 출산에 성공했고, 태어난 아기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물론 난자 기증 여성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등 세 사람의 유전자를 모두 물려받았다. 그리스 아테네 생명연구소의 파나조티스 차타스 박사는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기를 낳고 싶어 하는 여성의 불가침한 권리가 이제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적 결함으로 임신과 출산이 불가능했던 여성들도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해 매우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산부인과 의사들은 스페인 엠브리오툴스(Embryotools) 센터와 협력하고 있는데 이미 24명의 여성이 비슷한 실험에 동참해 8개의 배아가 착상됐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에서는 지난해 2월 이런 기술을 처음 개발해낸 뉴캐슬의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영국 최초로 3명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기 출산에 대한 승인이 내려졌다. 앞서 지난 2016년 6월 미국 의료진이 세계최초로 세 사람의 유전자를 결합한 체외수정 방식으로 아기를 멕시코에서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서는 금지돼 있기 때문이었다. 산모인 요르단인 샤반은 뇌, 척수 등 중추신경계를 악화시키는 신경대사장애의 일종인 ‘리 증후군(Leigh syndrome)’을 자녀에게 유전시키는 유전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 샤반은 태어난 두 아기가 각각 생후 8개월, 6세 때 사망하자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새희망출산센터(New Hope Fertility Center)’에 도움을 청했다. 존 장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친모의 난자에서 필수적인 DNA들을 추출해 난자 제공자의 건강한 미토콘드리아와 결합한 뒤 아버지의 정자와 수정시켰다. 수정란을 친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태어난 아이가 아브라힘 하산이다. 하산은 친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난자제공자 등 3명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지만 리 증후군을 유발하는 친모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변이는 물려받지 않았다. 영국의 일부 의사들은 단순한 불임 치료와 유전자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의 산모들을 구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팀 차일드 교수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유전물질을 난자로부터 제거하는 것과 기증자의 난자로부터 (좋은 유전 물질을) 받고 싶어하는 일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겠는지도 걱정된다”면서 “이 사례는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치유하기 위해 이용된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으나 이 기술이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아직 완전히 알지 못한다. 또 이 산모는 표준 IVF 시술을 더 받았더라면 임신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온난화 주범 해결사?…‘메탄 먹는 세균’ 분리법 찾았다

    온난화 주범 해결사?…‘메탄 먹는 세균’ 분리법 찾았다

    세균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메탄가스를 줄이는 열쇠가 될지도 모르겠다. 유럽 연구진이 메탄가스를 산소로 바꾸는 능력을 지닌 세균들 가운데 세계에서 흔히 발견되는 한 종을 처음으로 분리·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4월8일자)에 발표했다. ‘메틸로캅사 고르고나’(Methylocapsa Gorgona)라는 학명을 지닌 이 세균은 메탄산화세균(메탄산화균)의 일종으로, 메탄가스 농도가 매우 낮은 곳에서도 살 수 있다. 토양 속에는 메탄산화세균이 다수 존재하며 메탄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기 전 줄여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과학자들은 믿는다. 하지만 메탄산화세균이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매우 적으므로, 점차 늘어나는 메탄가스를 줄이는 데는 별 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그런데 이제 연구진은 메탄산화세균을 유전적으로 수정할 수 있으면 이들이 지금보다 많은 양의 메탄가스를 산소로 바꿔 지구온난화를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메탄산화세균은 우리 인간의 활동으로 쉽게 사멸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는 논밭갈이와 같은 농업 관습을 비롯해 토양을 파괴하는 다른 농업 기술이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이제 연구진은 인간의 이런 활동과 세균의 메탄 산화 능력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필 계획이다. 기후과학의 발전에 따라 대기 중 메탄가스를 포획해 제어하는 기술의 필요성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메탄가스를 연료로 쓰고 가축들이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양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온난화의 가속으로 영구동토층 깊은 곳에 매장돼 있는 방대한 메탄가스층이 대기 중으로 방출될 우려마저 나오고 있어 하루 빨리 메탄가스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오길 바랄 뿐이다. 사진=PNAS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美 뉴욕, 홍역과 전쟁 선포..강제 예방접종에 나서

    美 뉴욕, 홍역과 전쟁 선포..강제 예방접종에 나서

    미국 뉴욕시가 법정 전염병인 홍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해 9월부터 홍역 환자가 급증한 뉴욕시에서 지금까지 최소 285명이 홍역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뉴욕에 홍역 환자가 급증한 것은 일부 유대인들의 종교적 이유에 백신 괴담이 더해지면서 예방 접종을 거부하는 뉴욕 시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이날 ‘홍역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 주민에게 백신 접종을 명령했다. 만약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최고 1000달러(약 114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이곳은 홍역 발병의 진원지로서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대책은 백신 접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브루클린 지역 일부 정통파 유대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홍역 백신 접종 거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유대인 커뮤니티에는 백신과 관련해 잘못된 정보가 포함된 잡지가 돌고 있다. 이 잡지에는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하고 낙태된 태아 세포나 원숭이, 돼지 등의 유전자(DNA)를 포함하고 있다는 가짜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전화와 음성 메일, 전단지 등을 통해 백신을 맞으면 신체적 결함이나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가짜 정보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널리 퍼진 책자로 인해 유대인들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 의무 접종에 의문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기생충으로 인한 체중감량 효과 세계 최초 규명”…日연구팀

    “기생충으로 인한 체중감량 효과 세계 최초 규명”…日연구팀

    특정 기생충이 몸 속에서 체중 감량 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조모신문(군마현 기반 지역신문)은 10일 “군마대·국립감염증연구소 합동 연구팀이 체내에 특정 기생충이 서식하면 지방 연소가 촉진돼 살이 빠지기 쉬운 체질로 바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전했다.조모신문은 “기생충에 의한 다이어트 효과는 그동안 속설로는 전해져 왔으나 과학적 근거는 분명치 않았다”며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다이어트 보조제 등 개발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미국의 과학잡지 ‘인펙션 앤드 이뮤니티’(감염과 면역) 전자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먹이를 많이 줘서 일부러 살을 찌운 쥐들을 이용해 4주간 장내 기생충 감염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기생충에 감염된 쥐들은 체중 증가가 억제돼 감염되지 않은 대조군 쥐들에 비해 평균 20% 정도 가벼웠다. 혈중 중성지방 수치도 낮았다. 실험군과 대조군 모두 먹이 섭취량이나 건강상태에 차이가 없었다는 점에서 에너지 대사량의 차이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기생충이 생쥐의 장내에 사는 특정 세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세균의 작용으로 지방세포 내에 에너지 대사를 높이는 유전자가 많이 발현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군마대 대학원 시모카와 지카코 준교수는 “어떤 물질이 작용해 기생충의 숙주에 체중감량을 발생시키는 지를 앞으로 확인해 나아갈 계획”이라면서 “이를 통해 사람의 다이어트 보조제나 약품으로 실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타인 정자로 인공수정한 자녀는 친자일까… 대법, 공개변론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민법의 원칙을 부부가 실제 동거하지 않을 때만 깰 수 있도록 한 판례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을 갖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는 오는 5월 22일 오후 2시 A(63)씨가 두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 사고심 사건의 공개변론을 연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으로 첫째 아이를, 아내의 혼외관계로 태어난 둘째 아이를 모두 자신의 자녀로 출생신고했다가 2013년 아내와 이혼 소송을 하면서 자녀들이 친자녀가 아니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2심에서는 모두 “소송 제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각하했다. 친생 관계를 부인하는 소송은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원고 적격과 제척 기간이 매우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특히 1983년 대법원은 부부가 실제 동거하지 않는데 아내가 임신하는 등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친자녀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판례를 확립했고, 이는 36년간 유지돼 왔다. 그러나 각계에서 해당 판례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유전자형의 배치(DNA)를 통해 친생자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가 쉬워졌고,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 등 새로운 형태의 임신과 출산이 늘어난 만큼 동거 외의 기준으로도 친생 추정의 원칙을 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주로 과학적·객관적으로 증명 가능한 유전자형 배치(혈연설)나 가정의 파탄여부(가정파탄설) 등 다른 기준들로도 친생자를 부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다양하게 변해 온 가족 관계에서 친생자 확인은 특히 부양이나 상속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데다 새로운 임신과 출산의 형태에 따라 법적·의학적, 윤리적인 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어 대법원이 해당 판례를 변경한다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법무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한국가정법률사무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14개 단체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예방 백신 없어…中·베트남 등 발병국 축산물 반입 금지를”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예방 백신 없어…中·베트남 등 발병국 축산물 반입 금지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9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국내 유입 예방과 관련해 “중국, 베트남, 몽골 등 ASF 발생국을 여행할 경우 축산농가와 발생지역 방문을 자제하고 국내 입국 시 축산물을 휴대 반입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정부 합동 담화문을 통해 “ASF 감염 시 치사율이 매우 높고, 구제역과 달리 예방 백신이 없어 발생할 경우 막대한 국가적인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와 유럽에서만 발생하던 ASF는 지난해 중국(110건)에 이어 올해 몽골(11건)과 베트남(211건), 캄보디아(1건)까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발생되지 않았지만 중국 여행객이 가져온 돼지고기 축산물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14건 검출됐다. 이 장관은 “선박·항공기 운항노선에 검역탐지견을 투입하고 휴대 수하물에 대한 엑스레이 검사를 확대할 것”이라며 “전국 6300여 돼지농가에 전담공무원을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양돈농가는 외국인근로자가 모국의 축산물을 휴대하거나 국제우편으로 반입하는 일이 없도록 지도·교육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불법 축산물 적발 시 과태료를 최고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장관은 “등산, 야외활동 시 먹다 남은 소시지 등 음식물을 버리거나 야생멧돼지에게 주는 것을 금지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남은음식물을 먹이는 양돈농가는 가급적 일반사료로 전환하고, 부득이 남은 음식물 사료를 먹이는 경우 반드시 80도 이상에서 30분 이상 열처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타인 정자로 인공수정한 자녀는 친자일까…대법, 공개변론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민법의 원칙을 부부가 실제 동거하지 않을 때만 깰 수 있도록 한 판례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을 갖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는 오는 5월 22일 오후 2시 A(63)씨가 두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 사고심 사건의 공개변론을 연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으로 첫째 아이를, 아내의 혼외관계로 태어난 둘째 아이를 모두 자신의 자녀로 출생신고했다가 2013년 아내와 이혼 소송을 하면서 자녀들이 친자녀가 아니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2심에서는 모두 “소송 제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각하했다. 친생 관계를 부인하는 소송은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원고 적격과 제척 기간이 매우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특히 1983년 대법원은 부부가 실제 동거하지 않는데 아내가 임신하는 등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친자녀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판례를 확립했고, 이는 36년간 유지돼 왔다. 그러나 각계에서 해당 판례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유전자형의 배치(DNA)를 통해 친생자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가 쉬워졌고,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 등 새로운 형태의 임신과 출산이 늘어난 만큼 동거 외의 기준으로도 친생 추정의 원칙을 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주로 과학적·객관적으로 증명 가능한 유전자형 배치(혈연설)나 가정의 파탄여부(가정파탄설) 등 다른 기준들로도 친생자를 부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다양하게 변해 온 가족 관계에서 친생자 확인은 특히 부양이나 상속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데다 새로운 임신과 출산의 형태에 따라 법적·의학적, 윤리적인 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어 대법원이 해당 판례를 변경한다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임신 중 아이 알레르기 위험을 1.5배 높이는 음식은

    임신 중 아이 알레르기 위험을 1.5배 높이는 음식은

    임신을 한 여성이 트랜스 지방이 함유된 과자류의 간식을 많이 먹으면 출산 후 아이에게 식품알레르기가 생길 위험이 1.5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아이의 식품알레르기 발생 가능성을 낮추려면 임신 후 트랜스 지방이 많이 함유된 식품은 가급적 섭취를 줄이는 게 낫다는 게 연구진들의 판단이다. 소아의 식품알레르기는 생명까지 위협하는 알레르기성 쇼크(아나필락시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공동 연구팀(홍수종, 손명현, 김윤희)이 2007∼2015년 알레르기질환 출생 코호트(COCOA)에 등록된 영아 1628명의 엄마를 대상으로 임신 중 식이 패턴이 식품알레르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코호트는 수많은 조사 대상자를 장기 추적해 질병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정보를 비교 분석해 질병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 방식이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알레르기·임상 면역학 저널’(The 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임신 26주에 식품섭취빈도조사로 임신부의 간식 식이 패턴을 전통식(채소, 해초류, 과일, 김치 등), 과자류(빵, 케이크,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 고기류(치킨, 소고기, 돼지고기 등), 가공식(패스트푸드, 라면 등), 커피·우유식의 5가지로 분류했다. 연구진은 영아의 제대혈(탯줄혈액)을 이용해 알레르기질환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단일염기다형성(SNP)을 분석했다. SNP는 사람에 따라 특정 부위의 DNA 염기서열이 변이된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질병이 있는 환자와 정상인을 비교했을 때 특정 SNP가 나타나는 빈도가 유의하게 다르다면 그 SNP는 질병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영아 가운데 10분의 1인 9.0%(147명)가 식품알레르기를 가진 것으로 진단됐다. 특히 임신 중 엄마가 먹은 간식 가운데 ‘과자류’가 아이의 식품알레르기 위험을 1.51배 더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반면 다른 간식들은 아이의 식품알레르기 발생과 큰 관련이 없었다. 연구팀은 과자류 간식을 먹은 여성들에게서 트랜스 지방 섭취가 많았던 점으로 미뤄 트랜스 지방이 아이의 식품알레르기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트랜스 지방은 감자칩 같은 튀긴 음식, 비스킷 등의 과자류에 주로 많이 들어있다. 서울아산병원 홍수종 교수는 “소아 식품알레르기가 점점 증가하는 건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함께 관련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트랜스 지방은 임신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출산 후에도 아이의 식품알레르기 발생 위험도를 높이는 만큼 임신 중 음식 섭취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타인 정자로 인공수정해도 친자녀”…대법 전원합의체, 36년 판례 검토

    “타인 정자로 인공수정해도 친자녀”…대법 전원합의체, 36년 판례 검토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태어난 자녀를 남편의 친자식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하기로 했다. 오는 5월 22일 공개변론도 열린다. 대법원은 송모(63)씨가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고 8일 밝혔다. 주심은 김재형 대법관이 맡았다. 송씨 부부는 송씨의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자 1993년 다른 사람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으로 첫째 아이를 낳은 뒤 두 사람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했다. 이후 송씨 아내의 혼외관계로 1997년 둘째 아이가 태어났고, 이 아이도 송씨와 아내의 자녀로 출생신고했다. 그러나 2013년 가정불화로 송씨 부부는 협의이혼을 신청하게 됐고, 두 자녀들도 이 때 처음으로 송씨가 자신의 친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송씨는 아내와 양육비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자 2013년 9월 자녀들이 친생자가 아니라며 이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후 2015년 10월 부부는 이혼하기로 하고 조정이 성립됐다. 송씨는 인공수정을 한 첫째에 대해 “인공수정을 묵인했을 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둘째에 대해선 “부부관계를 통해 아내가 자연 임신, 출산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협의이혼 절차를 진행하던 중에야 혼외자임을 알게 됐다”며 두 자녀 모두 친자식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소송 제기 자체가 부적합하다”며 송씨의 청구를 잇따라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해당 사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송씨의 소송이 부적합하다는 판단에는 1983년 확립된 대법원 판례가 주요 근거가 됐다. 민법 844조 1항은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1983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부부의 한 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부인이 남편의 자식을 임신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친생자 추정의 반증이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송씨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친생자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 달라고 소송을 낸 만큼 민법에서 규정한 친생자 추정 원칙을 깰 ‘명백한 반증’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1·2심은 우선 첫째 자녀에 대해서는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에 동의한 이상 소송 제기 자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송씨는 “동의한 적 없다”고 주장했지만, 남편의 동의나 협력 없이는 인공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내의 혼외 관계로 태어난 둘째에 대해서도 송씨가 아무리 늦어도 둘째 자녀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 교통사고를 당했을 당시 병원 검사를 통해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그로부터 소송을 낸 2013년까지 오랫동안 친자녀로 출생신고한 데 대해 문제를 삼지 않았고, 아내와도 동거하며 아버지로서 둘째 자녀를 양육하는 생활을 계속해왔던 만큼 양친자 관계가 성립한다고 봤다. 특히 송씨 부부가 이혼할 때 당시 미성년자였던 둘째 자녀에 대한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뒤 한꺼번에 3000여만원을 준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이 관련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것은 1983년에 확립된 판례를 좀 더 신중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엔 유전자 확인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고, 사회분위기상 부부가 동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한 경우에만 친생자 추정 원칙을 부정할 수 있다고 봤지만, 그 때에 비해 친자확인기술 등이 매우 발달해 혼인과 친생자의 관계를 다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 이유에서다. 전원합의체는 오는 5월 22일 오후 2시 이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갖기로 했다. 대법원은 대한변호사협회, 법무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한국민사법학회, 한국가족법학회, 한국가족관계학회, 한국헌법학회 등에 참고 의견서 제출을 요청하고 민사법·가족법 전문가, 담당 부처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카다피의 오른팔→美 망명→카다피 축출→전국 장악 야망 리비아 군벌 하프타르

    카다피의 오른팔→美 망명→카다피 축출→전국 장악 야망 리비아 군벌 하프타르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의 오른팔이었다가 미움을 사 쫓겨나 미국으로 망명한 뒤 카다피 축출에 앞장섰다가 이제는 리비아 정국을 장악할 수 있다는 야심에다 자신감까지 갖게 됐다. 리비아에서 연일 들려오는 위기의 방아쇠를 당긴 칼리파 하프타르(76) 리비아국민군(LNA) 최고사령관의 인생을 요약하면 이쯤 된다. 리비아 동부를 장악한 하프타르 사령관이 지난 4일(현지시간) 수도 트리폴리로의 진격을 지시하면서 통합정부(GNA)군과 LNA의 충돌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하프타르 사령관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휴전 촉구를 일축하면서 수도를 차지해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야심을 굳이 감추지 않고 있다. 영국 BBC의 분석에 따르면 그는 비(非)이슬람계 인물이며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몰락한 카다피 전 국가원수와의 관계로 주목된다. 하프타르는 1943년 리비아의 동부도시 아즈다비야에서 태어났으며 카다피가 1969년 국왕 아드리스 1세를 몰아냈을 때 군 간부로 쿠데타에 가담했다. 그는 1980년대 차드 주재 리비아군 사령관에 올랐지만 1987년 리비아군은 프랑스의 지원을 받은 차드군에 패했고 그는 300명의 부하와 함께 차드군에 포로로 잡혔다. 당시 카다피는 차드 영토에 들어간 리비아 병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하프타르의 존재를 부인했고 이를 계기로 하프타르는 앙심을 품게 됐다. 그는 포로 신분에서 풀려난 뒤 1988년 반정부 군사조직인 LNAF를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그 뒤 미국으로 망명해 카다피 축출 등을 목표로 LNA 확대에 부심했다. 하프타르는 미국 망명 당시 중앙정보국(CIA) 랭글리 본부가 속한 버지니아주에 오랫동안 머물러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다.‘아랍의 봄’ 시민혁명이 발생한 2011년 GNA의 지상군 사령관(중장)으로 리비아에 돌아온 뒤 카다피 축출에 앞장서고 은퇴했다. 이때부터 2014년 “이슬람 테러세력으로부터 리비아를 구하겠다”며 정국에 다시 등장할 때까지 그가 어디에서 무얼 했는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2014년 2월 이슬람계가 장악한 의회(GNC)의 해산을 요구한 데 이어 5월에는 LNA로 하여금 동부의 중심도시 벵가지의 이슬람 무장단체 기지를 공격하게 해 2016년 벵가지에서 이슬람 무장단체들을 몰아냈고 동부지역 거점을 계속 넓혔다. BBC는 2014년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는 아무런 재정적 뒷받침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알카에다 지부인 안사르 알샤리아 통제에 실패한 GNA와 GNC의 무능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로부터 5년이 흘러 이제는 동부 유전(油田)지대는 물론 서부 상당한 지역도 손아귀에 넣어 국토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의 테러가 많이 줄면서 그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자 유엔의 후원을 받는 GNA를 아예 붕괴시키겠다는 야심을 키웠고 자신감이 더해져 트리폴리 함락 작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그는 트리폴리 함락에 나서기 직전 사우디아라비아를 다녀와 살만 국왕과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등을 만났다. 맹주 사우디가 뒷배임을 안팎에 과시한 것이다.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UAE)는 물론 프랑스와 이탈리아까지 뒤를 봐주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민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리비아가 이슬람 무장세력을 발본하길 바라고 있다. 심지어 프랑스는 LNA의 적수인 차드 반군 기지를 공습하는 전례 없는 행동까지 했다. 그를 말리는 세력은 유엔과 러시아, 미국, 평화유지군에 병력을 내준 아프리카 몇 나라, 인도 등 뿐이다. 유엔 평화유지군은 불필요한 인명 손실을 우려해 철수하겠단다. 해서 하프타르의 야심은 꺾일줄 모르고 있다. 다만 방송은 하프타르가 GNA를 무력화시키더라도 자신의 역할은 군 지휘관으로서만 한정하지, 정부 수반이 되겠다는 야심은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명경재의 DNA세계] 4월은 생명의 비밀이 밝혀진 달

    [명경재의 DNA세계] 4월은 생명의 비밀이 밝혀진 달

    산과 들이 형형색색 단장을 하고 산들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봄이 찾아왔다. 봄이 되면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펴고 기지개를 켜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4월은 이 모든 생명체의 핵심인 DNA에게도 특별한 달이다. 봄기운이 완연한 이달 25일은 ‘DNA의 날’로 많은 의생명 과학자들이 DNA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대중에게도 이를 알리는 날로 정해져 있다. DNA의 구조는 1953년 제임스 왓슨, 프랜시스 크릭, 모리스 윌킨스, 로절린드 프랭클린에 의해 밝혀졌고 이들의 발견은 4월 25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리게 됐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주관한 미국 국립보건원(NIH) 인간유전체연구소는 2003년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된 것과 DNA 발견을 축하하자는 취지로 4월 25일을 ‘DNA의 날’로 정했다. 2003년에만 기념하려고 기획했던 것이 이후 지속적인 행사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DNA의 날’로 인식됐다.필자는 2003년 인간유전체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DNA의 날 행사를 직접 체험했다. 당시 인간유전체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자들은 전화로 일반인들의 궁금증에 답해 주고 학생들을 연구소에 초청해 딸기에서 하얀 실타래 같은 DNA가 추출되는 것을 보여 주기도 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초등학생들은 생명과학, 특히 DNA에 대한 관심을 보였고 이런 경험은 미래의 과학자로 가는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얼마 전 울산대공원을 산책하던 중 화학체험관이 설치된 것을 보았다. 슬쩍 들어가 보니 많은 초등학생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와서 화학 반응의 경이로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울국립과학관을 찾았다가 한 화학 선생님이 마술과 같이 물 색깔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며 신기해했던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나게 했다. 주전자에 담겨 있던 무색의 물을 컵에 따르자마자 빨간색으로 변하던 것을 지켜보면서 ‘와’ 하는 탄성을 내던 순간이 떠올랐던 것이다. 아마 이때쯤부터 과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최근 대한민국 교육은 오직 안정된 직업군으로 가는 길만을 유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그랬고 많은 기사들이 그러한 경향을 보여 준다. 필자가 자라던 시절에는 많은 학생들이 즐겨 읽던 책들이 주로 과학자, 공학자들의 전기였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이런 풍토를 비판만 하고 있을 수는 없고 과학기술인들이 일반인들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과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인가를 알려주어야 할 것 같다. 4월의 봄기운을 받아 생명현상의 경이로움을 체험하고 더불어 DNA의 날을 맞아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DNA를 연구해 미래를 바꾸는 과학자가 되려는 마음이 생기도록 과학 관련 연구소, 과학관들에서 많은 행사를 하고 선진국들처럼 뉴스로 자세히 알려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근무하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대전 본원에서는 일반 대중들을 위해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다. 50년 전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으로 많은 미국 학생들이 과학을 자신의 미래직업으로 삼은 것처럼 우리도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널리 홍보해 이를 자라나는 학생들이 보고 들으며 자신의 미래상으로 그리는 그런 대한민국을 생각해 본다.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세계는 ‘데이터 전쟁’ 중…한국은 ‘개망신법’에 발목”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세계는 ‘데이터 전쟁’ 중…한국은 ‘개망신법’에 발목”

    김석환 KISA 원장이 말하는 빅데이터, 그리고 보안“세계는 지금 ‘데이터 전쟁’이 한창입니다. 19세기 유럽 열강이 식민지를 찾아 아프리카로, 아시아로 진출한 것 이상으로 치열합니다. 당시에는 자원을 확보하려고 식민지 전쟁을 벌였지만 지금은 데이터를 확보하려고 총성 없는 전쟁이 후끈합니다. 특히 주도권을 쥔 미국과 이에 맞서는 유럽의 공방이 총력전 형태입니다. 중국이나 인도는 자국 데이터를 보호하는 법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한국은 이른바 ‘개망신 3법’이 국회 문턱에 걸려 여전히 제자리걸음, 우물 안의 개구리식입니다. 데이터 전쟁에서 패하면 우리 미래는 ….” (※개망신법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3개 법안을 일컫는 말로 빅데이터 활성화와 관련된 법안이다.) 올해는 인터넷 개발 50년, 월드와이드웹 구축 30년 올해는 인터넷이 개발된 지 50년, 월드와이드웹(www)이 구축된 지 30년, 스마트폰이 국내에 들어온 지 10년이 된다. 정보통신기술(ICT)의 혁명적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실감하는 김석환(61)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은 요즘 이런 연유로 고민이 많다. 4차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데이터 전쟁이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 국민은커녕 정치권이 데이터의 중요성을 여태까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만나는 사람마다 데이터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터뷰를 신청하자 전남 나주로 내려와 달라기에 출장 품의 신청의 번거로움을 들었더니 김 원장이 직접 서울로 올라왔다.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국인터넷진흥원 서울청사에서 만났다. 김 원장은 문명 전환기의 역사와 적절한 사례와 비유를 섞어가면서 2시간가량 인터뷰를 이어갔다. “미국과 유럽, 데이터 전쟁 공방 치열유럽 反독점법에 GDPR로 데이터 보호中 네트워크안전법 마련, 인도도 추진” - 데이터 전쟁, 심한 엄살 아닌가. “미국의 데이터 기반 기업들, 즉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 등은 세상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인식하기 이전에, 법이 생겨나기도 전에 벌써 데이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습니다. 유럽에선 미국보다 늦게 데이터의 중요성을 알았던 겁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5월 개인정보 보호규정(GDPR)을 본격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GDPR의 핵심 내용은 EU 거주자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모든 기업이나 단체가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된 광범위한 규정들을 지키도록 하고, 심각한 위반 시 유럽이 아니라 전 세계 매출의 4%와 2000만유로(255억원 상당) 가운데 높은 쪽을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겁니다. 유럽에 세계적 데이터 기반의 사업자가 있다면 이런 규제는 생겨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규제는 다분히 미국 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등이 타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월 프랑스는 구글에 GDPR 위반으로 5000만유로, 독일에서는 모두 41건에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유럽은 전통적 독점 규제에다 GDPR까지 이중으로 보호막을 씌운 겁니다. 이 말은 ‘우리 데이터를 미국 기업이 함부로 가져가지 마라’, ‘유럽에서 세계적 IT(정보기술) 기업이 자랄 때까지 시간을 벌자’라는 내심이 담겼다고 봅니다. 자체 시장이 방대한 중국은 외국 특히 미국 기업이 들어오지 못하게 네트워크안전법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토종 기업 알리바바나 텐센트가 거대 데이터 플랫폼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인도도 데이터를 뺏기지 않으려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 데이터, 얼마나 중요하기에 전쟁이라고 하나. “4차 산업혁명시대의 데이터는 석유보다 더 값진 자원입니다. 석유는 한번 정제해서 쓰고 나면 다시는 사용할 수 없지만 데이터는 어떤 정보와 결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가치가 창출됩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데이터는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가집니다. 문제는 빅데이터의 75%가 개인정보라는 데 있습니다만, 데이터를 플랫폼으로 삼은 회사의 가치는 시장에서 먼저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7개가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MS, 알리바바, 텐센트였습니다. 애플과 MS를 제외하고는 10년 전에는 이 리스트에 들지 못했던 기업들이라는 거죠. 또 다른 예를 들면, 지난해 4분기 중국 알리바바의 매출은 19조 5000억원으로 삼성전자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유럽브랜드연구소는 알리바바(14위)의 브랜드 가치를 삼성전자(19위)보다 높게 평가했죠. 그 이유인즉, 알리바바는 무려 5억명이라는 회원 데이터를 보유하고 활용한다는 것이 높게 평가받았던 겁니다.” “데이터 기업들, 시총 상위 기업 차지데이터 이용 맞춤형 서비스 본격 내놔獨유턴한 아디다스도 데이터 기업 변신”- 기업들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나. “엄청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올린 49조 7000억원의 매출 가운데 광고 매출이 49조원입니다. 물론 인스타그램이 포함돼 있지만, 페이스북의 광고는 우리가 보는 종편이나 지상파 TV만큼 강력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페이스북을 하다 보면 갑자기 뭔가 하나 쑥하고 올라옵니다. 안 보면 그냥 넘어가잖아요. 이 광고로 49조원 수익을 올렸는데, 여기엔 ‘이런 이용자는 이 정도의 광고에 대해서는 저항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반응을 보일 거야’ 하는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그건 그 이용자가 눌렀던 좋아요, 썼던 댓글, 맺었던 친구 관계, 과거에 봤던 광고 등의 데이터를 분석한 겁니다. 또 미국의 유명 보험회사인 프로그레시브는 가입자의 동의를 받아서 스냅샷이란 ‘운행기록 자기진단 장치’를 자동차에 부착하는 겁니다. 이걸 통해서 가입자의 운전습관, 즉 신호와 규정속도 준수, 급제동과 같은 난폭운전을 분석해 교통사고 확률을 계산합니다. 그리고 모범 운전자에겐 최대 30%의 보험료를 깎아주는 겁니다. 가입자마다 다른 차별적인 마케팅, 개인별 마케팅이 적용된 겁니다.”- 데이터 활용을 4차 산업혁명과 연관해 설명하면. “아디다스가 동남아에 있던 공장을 2017년 독일로 다시 이전해가면서 만든 스마트팩토리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과거엔 고객이 진열된 매장에서 신발을 골랐다면 이젠 인터넷을 통해 개인이 마음대로 주문합니다.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색상, 신발끈, 신발 밑창 등을 마음대로 골라 주문하면 3D프린터가 재질을 만들고 로봇이 신발을 제조하는 겁니다. 그리고 24시간 안에 고객에게 택배로 전달하는 겁니다. 개인별 맞춤형 신발이 가능합니다. 50만 켤레를 만드는데 동남아에선 600명의 인원이 필요했지만 독일 스마트공장에선 10명뿐입니다. 이 스마트 공장은 고객 개인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한 사례일 뿐입니다. 고객 정보가 쌓이면 아디아스 역시 데이터 기업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도시의 상하수도, 교통 등을 관제하는 스마트시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기 위치를 파악하고, 판단하고 실행하는 스마트자동차 등이 대표적인 4차 산업혁명이라할 수 있습니다. 이런 데에는 인공지능이 돌아가게 하는 빅데이터가 있어야 가능한 겁니다.” “데이터 활용 개망신 3법, 작년 국회 제출심의조차 안돼 데이터 경제 활성화 답보”- 우리나라의 데이터 확보 준비는. “사실, 데이터 확보나 데이터 보호는 이를 언젠가는 활용하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잘 알다시피 유명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절제술을 했잖아요. 그녀가 유전자데이터 분석을 해보니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0% 이상으로 나온 겁니다. 그래서 유방암에 걸리지도 않았지만 예방 차원에서 미리 제거한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분명 이런 검사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고, 이런 서비스를 상업화하겠다는 기업이 있었지만 의료정보법 위반이니 뭐니 하면서 제대로 못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개혁 샌드박스 1호로 유전자 데이터분석을 2년간 시범실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만, 개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작년 10월 국회에 소위 개망신 3법이 제출된 상태이지만 아직 법안 심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 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8월 31일 한국을 ‘데이트 경제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천명했습니다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 데이터 활용 못지않게 보호 또한 중요하다. “네. 그렇습니다. 개인정보와 같은 데이터의 84%가 해킹으로 유출됩니다. 그런데 과거의 데이터 유출은 ‘신상이 털렸구나’, ‘사생활이 유출됐구나’ 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 피해를 당합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조사인 노르웨이의 노르스크 하이드로는 지난달 해킹 공격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갑작스러운 중단으로 철강 공장 특성상 고로부터 전 과정을 다시 세팅하면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향후 자율주행차에 대한 사이버 침해 공격은 탑승자의 생명을 위협할 겁니다. 스마트시티도 마찬가지고. 우리 인터넷진흥원은 국내 인터넷망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망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외 해커가 민간망을 통해 행정망이나 국방망에 침입하고 있어 민간망 보호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해킹 피해 신상 털리는 수준서 신체적 위해로해커들, 민간망 노려… 국내망 95%가 민간망”- 사이버 침해, 얼마나 심각한가. “작년 3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시가 사이버 침해로 5일간 시청 업무가 마비됐습니다.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1년쯤 뒤 같은 조지아주의 잭슨카운티 역시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곳은 ‘인질과 타협하지 않는다.’라는 미국의 원칙을 어기고 40만달러를 주고 복구키를 받았습니다. 잭슨카운티는 40만달러가 싸다고 여긴 거죠. 5만달러 지급 요청을 거부한 애틀랜타시는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면서도 수일간 업무가 마비됐고, 시와 관련된 컴퓨터 등을 새로 세팅하는데 1700만달러가 들어간 겁니다. MS는 2017년 사이버 침해로 인한 한국의 직간접적 비용이 77조원으로 추산했습니다. 요즘은 사이버침해도 로봇(봇넷)을 이용한 자동화·지능화·지속적 공격이 특징입니다. 작년 CES 트렌드 리포트에 의하면 2년 뒤인 2021년까지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전 세계 피해규모는 약 6조달러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보다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는 의미여서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2017년 우리가 수집한 사이버 침해 위협이 1.8억건, 작년 3.5억건인데 올해는 6억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국 올해 사이버 침해 공격, 6억건 전망AI 통한 분석…자동화, 고도화 지능화로 대비IoT 전반에 걸친 보안은 융합보안단이 담당” - 우리나라의 사이버 침해 공격도 엄청나군요. “악성 코드로 한 중소기업의 회사 컴퓨터가 마비되었습니다. 일이 급해서 돈을 주고 복구키를 받으려고 연락하니 그쪽에서 ‘거기, 어디예요.’라고 되묻습니다. 워낙 많은 곳에 악성 코드를 뿌려두었으니, 그 해커도 어떤 회사가 걸려들었는지 모를 지경이라는 겁니다. 올해 6억건에 이르는 사이버 공격을 사람이 일일이 대응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자동화·지능화함에 따라 우리도 그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통해서 특정한 패턴들을 분석하고, 새롭고 더 위협적인 공격을 찾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응하는 형태입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도록 그물코를 좀 더 촘촘히 짠다는 의미로 ‘사이버보안 빅데이터센터’를 구축했습니다. 사이버 위협을 인공지능(AI)을 통한 분석으로 수비도 자동화, 고도화, 지능화하는 겁니다.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를 연구소와 대학, 산업계에 공유해 새로운 정보보호 제품이 개발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작년에 자동차검사 안내를 모바일로 고지하는 서비스를 했는데 이는 자동차 소유자 이름과 전화번호, 차량번호의 연계된 것입니다. 이런 서비스의 경우 편리하긴 하지만 정보보호의 필요성도 더욱 크고 중요합니다.” “랜섬웨어 공격받은 美애틀랜타 5만달러 지불 거부5일간 업무마비에 컴퓨터 세팅에 1700만달러 투입반면 잭슨카운티, 40만달러 주고 복구키 받아 해결”- 이건 신설한 융합보안단의 역할과 겹치지 않나. “사이버 보안은 4차산업으로 갈수록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겁니다. 융합보안단은 정부가 2022년까지 3만개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과 맞물려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약 110억여대의 사물인터넷(IoT) 기기가 이용되고 있으며, 2025년엔 약 1조개의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기기가 보급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이런 연유로 침해의 대상 즉, 보호의 대상이 PC나 서버, 스마트폰을 넘어 IoT 기기 전반이 될 겁니다. 이는 보안 대상이 사회 전반에 걸쳐 있다는 의미겠지요. 현재의 침해 대응과 산업진흥으로 분산된 업무를 융합해 전사 차원에서 달려들자는 겁니다. 우리만 할 것이 아니라 다른 부처와 협력 문제, 법제도 정비 및 정책 개발의 문제 등등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논의하고 있습니다.” “韓보안 가장 취약한 곳…지역 중소기업사이버 침해 98%가 이곳 통해 이뤄져지역에 사이버 안전망 구축 시급한 문제” - 한국의 사이버 보안 수준, 얼마나 높나.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기술의 강국이지만 사이버 보안은 다른 문제입니다. 한 국가, 한 기업, 한 조직의 사이버 보안 수준은 가장 취약한 곳의 수준과 같다고 봐야 합니다. 가장 취약한 곳을 통해서 침해, 해킹이 이뤄지니깐요. 한국사회 전체로 봤을 때 가장 취약한 곳은 지역의 중소기업입니다. 사이버 침해 피해의 98%는 중소기업이 당합니다. 그런데 일부 중소기업은 자신들이 해킹당했는지, 안 당했는지조차도 모릅니다. 그런 능력도, 의지도, 인력도, 열의도 없습니다. 몇 년 전 농협 전산망이나 국방부가 당한 공격도 협력업체의 직원의 USB나 보안취약점을 통한 것이였지요. 지역 중소기업 사이버 보안에 대해 행정안전부 중앙부처는 지자체가 할 일이라고 미뤄버리고, 지자체는 가시적 효과가 없으니 우선순위에 한참 밀리고…. 우리가 지역에 사이버안전망을 구축하려 합니다.” “2017년 한국 해킹 직간접 피해 77조원 추산2021년 전세계 사이버 공격 피해 6조달러지진·태풍 등 자연재해보다 피해 더 클 수도”- 지난해 자동차 검사, 모바일 고지를 했던데 성과는. “교통안전공단은 저희와 함께 작년 3월에 자동차검사를 받으라고 알리는 것을 여태까지는 종이로 우편 고지하다 휴대폰에 문자를 보내는 모바일 고지를 시범실시했습니다. 일부 운전자는 오랫동안 집을 비워 우편물을 받아 볼 수 없기에 시범적으로 200만 운전자를 대상으로 모바일 고지를 했습니다. 그 결과 과태료를 내지 않았던 사람이 그 이전의 평균보다 2만 8000명이 적었던 겁니다. 즉 그만큼 많은 사람이 제때 검사를 받았다는 의미죠. 과태료 수입이 86억원 줄었다고 합니다. 즉 이용자의 편익은 늘고, 사회적 비용은 감소한 거죠. 종이 소비가 줄었으니 환경보호에도 이바지한 겁니다. 올해는 주택금융공사와 국민연금관리공단 등과 협업해서 모바일고지를 활성화하고, 병원과 약국과는 전자처방전 시범사업을 할까 합니다. 이것 역시 규제개혁 샌드박스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종이로 발행되는 처방전이 연간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무려 5억장에 이릅니다. 병원도 전산화되어 있고, 약국에 가서 QR코드만 갖다대면 의사의 처방내용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자료들이 모여 나중엔 빅데이터가 되는 거지요.” “가상화폐 일확천금 차단 정책 잘한 일해외직구·중고차 매매 블록체인 올릴 예정”- 블록체인을 이용한 서비스 준비는. “블록체인이 우리나라에서 그 응용기술이 아니라 가상화폐, 가상통화가 전부인 것처럼 잘못 인식돼 안타깝습니다. 정부가 일확천금을 노리는 가상화폐, 음습한 구석이 있는 이것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잘 대응했다고 봅니다. 해커들이 ‘돈을 암호화폐로 보내라.’라고 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작년에 한 해외직구 건수가 1900만건쯤 됐니다. 이게 해마다 30~40%씩 건수가 늘어납니다만 금액은 전체 수입금액에 비해서는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관 직원을 늘려서 해외직구를 직접 처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걸 관세청이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어 여기에 올리는 것이죠. 그러면 주문 상품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장점인 이력추적이 가능합니다. 통관 처리기일도 현재 5일에서 2일 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하반기부터는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새로운 블록체인 시범사업으로 중고차 매매를 블록체인 플랫폼에 올리려는 것인데 그러면 주행거리라든지 사고 이력 논란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각종 자선단체의 기부금 관리도 블록체인에 태울까 합니다. 그러면 중간 관리자 비용이 줄고, 내가 낸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성이 한층 강화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서 실업, 사회적 문제로봇세, 기본소득 지급 고민할 시기개별 이익 위해 데이터 경제 막을 수 있나기술 변화가 촉박한 새로운 문명 인식해야”- 아디다스 독일 스마트공장에서 보듯 4차 산업혁명은 실업이 큰 문제다. “600명이 하던 일은 10명이 거뜬히 처리하니 파생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실업이 큰 문제입니다. 실업의 문제와 관련해 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주장하는 로봇세 신설, 기본소득 지급 등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로봇 탓에 일자리가 줄어 소득이 줄어든다면 이 부분을 보전해줘야 하잖아요. 그래야 인간다운 존엄이 유지되고, 그 인간이 하는 각종 활동이 또 하나의 생산적 가치가 있는 자원인 데이터를 생산하기 때문인 거죠. 전자문서가 활성화되고, 이메일과 SNS, 문자메시지가 일상화된 지금 우편을 배달하는 사람을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보호할 수 있을까요. 사회적 갈등과 고민이 맞닿는 부분입니다. 또한 부산시와 서울대병원 그리고 우리 진흥원이 협업해서 독거노인들에게 심전도 스와치를 채우는 시범사업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노인분들이 일상생활을 할 때, 주무실 때,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의 신호가 다데이터로 전송됩니다. 서울대병원이 함께하고 있음에도 이 데이터는 119 출동 때 활용한다는 명분으로 전부 119센터에 모아놓기로 했습니다. 병원에 모아두면 원격의료 진료행위에 해당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함입니다. 개별 병원의 이익을 위해, 실업을 우려하는 우정사업본부 노조의 반대로 언제까지 막아둘 수 있느냐 입니다. 우리가 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다른 나라의 기업이 이런 서비스로 진출하면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요. 영국의 적기법(赤旗法)과 같은 코메디가 이 땅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기술의 변화가 촉발한 새로운 문명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적기법이란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만든 영국에서 자동차 최고 속도를 시속 4마일로 규제하고, 붉은 깃발(적기)를 든 기수가 차보다 앞서 달려 길 안내를 하도록 한 규제를 말한다. 마차와 증기 철도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이 법안 때문에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다른 경쟁국보다 뒤쳐지게 됐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대한항공 “조양호, 치료 중 별세”…폐섬유화증이란

    대한항공 “조양호, 치료 중 별세”…폐섬유화증이란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사인으로 추정되는 ‘폐섬유화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병원에서 ‘폐질환’으로 치료받던 중 별세했다고 8일 밝혔다. 평소 앓고 있던 폐질환이 최근 대한항공 주총 결과 등에 대한 충격과 스트레스 등으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폐가 굳어지는 ‘폐섬유화증(폐섬유증)’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폐섬유화증은 폐 조직에 원인 모를 염증으로 폐가 점차 딱딱해지면서 굳고 기능이 떨어져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폐에 염증을 유발하는 흡연이 대표적 원인으로 지목되며 담배를 오랫동안 피운 40대에서 70대 사이의 중년층에서 발병률이 높다. 여성보다 남성환자가 2배가량 많은 것도 특징이다. 사망한 환자의 80%가량이 극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기침, 청색증(저산소증으로 입술 주변이 파랗게 질리는 현상), 곤봉지(저산소증으로 손가락 끝이 둥글게 되는 현상)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초기에는 불편함을 잘 느끼지 못해 조기 발견이 늦고, 폐섬유화증의 원인으로는 특정한 환경이나 바이러스, 유전 등도 언급되지만 아직 증명된 치료 방법은 없다.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3%,10년 생존율이 15%에 그칠 정도로 병의 경과가 좋지 않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폐섬유화가 시작되면 다시 원상태의 폐로 되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금연이 필요하고, 40세 이상 중년이거나 장기간 흡연했다면 매년 건강검진과 폐기능 검사, 저선량CT검사 등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WSJ “미국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예외 허용 연장할 듯…한국 등 5개국 포함 가능성”

    WSJ “미국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예외 허용 연장할 듯…한국 등 5개국 포함 가능성”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예외적 허용조치를 연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제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미 관리는 7일(현지시간) 리비아 정국 혼란으로 국제 시장에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며 이 같이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제재를 시작하면서 한국과 중국,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대만, 터키 등 8개국에 대해 한시적 예외를 인정했다. 미국은 당시 실질적 감축 상황 등을 판단해 6개월(180일)마다 갱신할 수 있도록 정해 오는 5월 3일 다시 연장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미 정부는 또 지난 1월부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각국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 관리는 “우리는 원유 시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이미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한 이탈리아, 그리스, 대만이 다음 제재 면제 결정 때 한시적 예외국 목록에서 제외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 인도, 터키는 예외국 인정을 받되 허용 수입량은 예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 에너지부 관료 출신의 조지프 맥모니글 헤지아이 리스크 매니지먼트 에너지 부문 애널리스트는 “현재 하루 평균 100만 배럴 수준인 이란산 원유 수입을 20만 배럴로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는 지난 1월부터 석유수출기구(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들이 하루 1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결정하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25% 이상 오르는 등 상승 압박을 받아왔다. 특히 리비아 원유 공급 중단 우려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던 백악관을 곤경에 빠뜨렸다. 리비아는 지난해 하루 원유 생산량을 130만 배럴로 늘렸다. 이 관리는 중기적으로 미국산·이라크산 원유 수출이 늘어 이란산·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 감소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리비아에서는 지난 4일 ‘리비아 국민군’을 이끌고 있는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킨 뒤 리비아 수도 트로폴리로 진격하면서 통합정부군과의 충돌이 격화됐다. 특히 하프타르 장군은 지난해에도 리비아 내 주요 유전지대를 장악해 원유 수출을 막으려 한 적이 있는 만큼 리비아의 원유 생산·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판소리 성지 보성군, 제22회 서편제 보성소리축제 개최

    판소리 성지 보성군, 제22회 서편제 보성소리축제 개최

    판소리의 본향 보성군에서 다음달 3일부터 5일까지 ‘제22회 서편제 보성소리축제’가 열린다. 우리나라 최고의 정통 판소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격조 있는 문화행사와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공연이 준비됐다. 전국 각지에서 실력 있는 소리꾼들이 대거 참여해 열띤 경연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군은 매년 10월에 있었던 대회를 앞으로 5월 봄으로 앞당길 방침이다. 명창들의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시상금을 2배 인상했다. 전국판소리 명창부 대상은 ‘대통령상’과 시상금 4000만원이 수여된다. 고수경연 명고부 대상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시상금 1000만원, 학생부 종합대상에는 ‘교육부장관상’을 수여한다. 군은 또 다음달 1일부터 6일까지 ‘5월, 보성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차, 소리, 철쭉, 활어잡기 통합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1일 시가퍼레이드를 시작으로 3D 미디어 파사드 퍼포먼스 및 불꽃놀이로 전야제를 시작한다. 매일 오후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명창과 유명 가수가 함께하는 특별공연도 펼쳐진다. 공연과 함께 선보이는 3D 미디어 파사드쇼는 건물 전체를 배경으로 하는 LED 영상 퍼포먼스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군은 서편제의 비조 박유전 선생과 보성소리를 정립한 정응민 선생, 조상현, 성창순 등 많은 명창을 배출한 판소리 명창의 산실이다. 우리나라 국악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계승하기 위해 매년 소리축제를 열어 전국경연대회를 통한 인재 발굴과 판소리의 명맥을 잇는 데 힘쓰고 있다. 보성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분자생물학 개척자 시드니 브레너 타계

    분자생물학 개척자 시드니 브레너 타계

    분자생물학의 개척자로 20세기 과학계의 거목 중 한 명인 시드니 브레너 박사가 지난 5일 타계했다고 싱가포르과학기술연구국이 6일 전했다. 92세. 브레너 박사는 유전자가 인체기관의 발달과 세포 자살 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로 2002년 존 설스틴, 로버트 오비츠 등과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했다. 이 연구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등 각종 난치병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리투아니아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브레너 박사는 15세 때 의과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으며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케임브리지대학 분자생물학연구소(LMB)에서 근무했다. 노벨상 수상자의 산실로 발전한 LMB의 2대 소장(1979~1986년)을 지냈으며 말년에는 싱가포르로 기반을 옮겨 연구활동을 지속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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