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유전자 변이
    2025-12-22
    검색기록 지우기
  • 등록증
    2025-12-22
    검색기록 지우기
  • 리사
    2025-12-22
    검색기록 지우기
  • 미국
    2025-12-2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655
  • 中 ‘쌍두아’ 태어나 충격…“생존 확률↓”

    中 ‘쌍두아’ 태어나 충격…“생존 확률↓”

    중국에서 머리가 둘인 ‘쌍두아’가 태어나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망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10시께 쓰촨성 쑤이시의 한 산부인과에서 산모 바오 씨가 제왕절개를 통해 머리가 둘인 여아를 출산했다. 신생아는 출생 당시 몸무게로 4.05kg으로 건강했으며 건강 검진에서도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샴쌍둥이와는 달리 온전한 하나의 몸에 머리가 둘인 관계로 안타깝게도 분리 수술은 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같은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10건이 채 안 되는 매우 드문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쌍두아의 경우 유전자 변이거나 임신 초기에 쌍둥이가 발육 단계에서 완전히 분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일반적으로 생존할 확률이 매우 낮다.”라고 밝혔다. 한편 머리가 둘 달린 ‘쌍두아’는 지난 2009년 중국 광둥성 마오밍시에서도 태어난 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일반 메기의 10배 크기 ‘체르노빌 괴물메기’ 논란

    일반 메기의 10배 크기 ‘체르노빌 괴물메기’ 논란

    정상 크기 메기의 10배인 ’체르노빌 괴물메기’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인근 바다에서 잡은 어류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면서 ’체르노빌 괴물메기’ 동영상이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최근 동영상 매체인 유튜브에는 발견 당시 구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폭발사(1986년 )고로 인한 돌연변이로 추정됐던 괴물 메기의 모습들이 공개됐다. 러시아의 한 유명 블로거가 이 괴물메기를 처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르노빌 인근에 서식 중인 메기들로, 30~50cm의 일반 메기보다 무려 10배나 큰 3~4m 정도다. 네티즌들은 방사능 영향에 따른 유전자 변형이란 추측과 함께 ‘체르노빌 괴물메기’로 이름을 붙였다. 몇년 전에는 이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도 몰렸다. 네티즌의 관심은 무척 뜨겁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때의 방사능 누출로 정상 크기의 메기가 돌연변이로 ’괴물 메기’가 됐다는 것. 네티즌들은 “방사능의 위험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다.” “유전자 변형 때문에 저렇게 커진 건가” “일본도 저렇게 될까봐 걱정이다.” “소름끼치게 무서운 일이다.”라는 등의 우려섞인 반응들을 쏟아내고 있다. 한편 체르노빌에서는 뱀보다 큰 1m 길이의 ‘거대 지렁이’가 발견됐다거나 사람 크기의 ‘거대 나방’이 발견됐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열린세상] 맞춤치료 맞춤예방/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열린세상] 맞춤치료 맞춤예방/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같은 용량의 약물을 복용해도 약물 반응 정도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특히 인종에 따라 남녀 간에도 차이가 많이 난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시판되는 약물의 반 정도가 약효를 보이지 못하는데,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차이가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라고 한다. 맞춤의료는 높은 의료 비용과 낮은 치료 효율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질병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 정보에 기반을 둔 새로운 의료 분야다. 2008년 미국 대통령 과학기술자문회의는 맞춤의료를 ‘환자의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치료’라고 정의했다. 이미 2007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에 ‘유전체와 맞춤의료법’을 발의한 바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프라이스 워터 하우스 쿠퍼스에 따르면 2009년 2320억 달러 규모였던 개인 맞춤의료 시장은 2015년까지 약 452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유방암 표적 치료제인 허셉틴이나 소세포 폐암의 이레사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현재 미국 식약청이 승인한 약물 중에서 사전 유전자 검사가 필요한 약제가 6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맞춤치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맞춤예방이다. 맞춤예방은 개인별 질병 발생의 원인을 찾아내고 개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한 사람은 더욱 건강하게 하고, 그리고 위험도가 높은 사람은 그 위험 요인을 사전에 찾아내 예방하는 분야를 일컫는다. 지난달 의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전문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아시아코호트연합체(ACC)에 참여하는 아시아 7개국에서 수집된 114만명의 정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비만과 사망률의 관계에 대한 연구다. 비만지표로 가장 손쉽게 사용되고 있는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체지방지수가 세계보건기구의 과체중 기준인 25를 넘기는 경우에도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아 비만도와 사망 사이에 인종 간의 차이가 존재하며, 적정 체중의 권고 기준을 인종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유방암 발병에 음주가 관여한다는 것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도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여성이 그러지 않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병이 유의하게 증가한다고 보고됐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음주를 하는 모든 여성에게서 위험도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특정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서만 위험도가 훨씬 높게 나타나 음주에 따른 유방암 발생 위험도가 모든 여성에게 똑같이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알코올 반응은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는 얘기다. 천차만별이다. 또 다른 예로 지난주 미국 플로리다에서 개최된 제14차 ACC 회의에서 유전체학의 세계적 대가인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소 하나시 박사는 담배를 피우지 않은 여성의 폐암과 매일 두갑 이상을 흡연한 폐암환자의 혈액을 비교했다. 세포신호 전달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유전자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의 폐암에서만 변이가 높게 발생한다고 보고, 개개인의 유전자 차이와 흡연 간의 상호관계를 발표했다. 맞춤예방 분야에서 현재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가 개인별로 질병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유방암은 초경이 빠를수록, 폐경이 늦을수록, 첫아이를 늦게 가질수록 발생이 증가하는데 이런 여러 가지 특성들을 조합해 개인별 유방암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 결과까지를 포함해 환경 요인과 유전자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위험도 예측 모델들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전장 분석 결과에 대한 임상적인 근거가 부족해 정상인에게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향후 많은 결과가 축적돼야 한다. 이에 대한 국가 단위의 연구 개발 투자도 증가해야 한다. 필요한 전문인력의 양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건강백세를 앞에 두고 있는 미래 의학은 치료의학에서 예방의학의 시대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日교과서 뜨거운 관심… ‘박현진 접대 파문’ 시끌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日교과서 뜨거운 관심… ‘박현진 접대 파문’ 시끌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가 지난 한주 인터넷을 가장 뜨겁게 달궜다. 검정에 통과한 교과서들은 오는 7~8월 일본 교육위원회에 의해 교과서 채택 여부가 결정되고 내년 4월부터 일선 학교에서 공식 사용될 예정이다. 2위는 ‘서울대 교수 접대 파문’이 차지했다. KBS는 지난달 31일 밤 9시 뉴스를 통해 영화배우 박현진(29)이 전 국무총리 아들인 서울대 교수 A씨에게 술 접대를 했다고 보도했다. 처음엔 영문 머리글자 B로만 보도됐다가 실명이 밝혀진 박현진은 “접대 자리인 줄 모르고 나갔다.”면서 “(보도와 달리) 500만원이 아닌 100만원을 받았는데 돌려주려 했으나 아직 못 돌려줬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탤런트 김성민의 마약 파문 이후 유명 탤런트 A씨의 남편이자 대형 연예기획사의 전 대표인 이모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유명 탤런트 A씨 남편’이 3위에 올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오피스텔 등에서 필로폰 0.05g을 물에 타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4위는 ‘MC몽 징역 구형’이 차지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구형받은 MC몽 측은 “입영 연기 사실은 인정하나 불법인지는 몰랐다. 고의 발치 하지 않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최종 판결은 오는 11일 나온다. 5위는 만우절 설문조사가 차지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자사 회원 중 직장인 2022명을 대상으로 만우절에 회사에서 가장 듣고 싶은 거짓말을 물어 본 결과, ‘두둑한 보너스 지급’이 1위로 꼽혔다. 가장 듣고 싶지 않은 거짓말은 ‘임금 동결 및 삭감’이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 지역에서 시신 100여구가 발견됐다는 소식과 지난달 28일 경북 포항시 동쪽 약 53㎞ 해역에서 규모 3.2의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상청의 관측은 각각 6, 7위를 차지했다. 설탕·밀가루값이 오르면서 햄버거·베이글 등 패스트푸드 가격이 도미노 인상됐다는 발표(8위)와 오는 10월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사의 ‘아이폰 5’(9위)도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의 한 대학이 조울증 환자에게서 자살 충동 변이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소식은 10위에 올랐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자살 유전자’ 찾았다

    자살을 부추기는 변이유전자가 발견됐다. 29일(현지시간) 미국의 의학뉴스 매체인 메디컬 뉴스 투에이에 따르면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정신의학·행동과학 교수 버지니아 윌로우어 박사는 조울증 환자의 자살기도 위험을 높이는 변이유전자가 제2번 염색체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울증은 양극성 장애라고 불리는 것으로, 기분이 들뜨는 조증과 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정신장애를 가리킨다. 윌로우어 박사는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는 조울증 환자 1201명과 자살을 기도한 일이 없는 조울증 환자 1497명의 DNA를 분석한 결과, ACP1 유전자 두 쌍 가운데 하나가 변이된 사람이 자살을 기도할 위험이 1.4배, 두 쌍 모두 변이된 사람이 3배 정도 각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유전자는 ACP1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을 하지만 유전자가 변이된 사람은 ACP1단백질이 정상수치보다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단백질은 자살행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약물인 리튬과 같은 생물학적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윌로우어 박사는 말했다. 그는 자살충동 변이유전자의 발견이 자살행동을 억제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의학전문지 ‘분자 정신의학’ 최신호에 발표됐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제2의 몬탁괴물?…美해변서 괴생명체 발견

    미국 뉴욕의 아이언 피어(Iron Pier) 해변에서 최근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사체가 발견됐다. 이 사체는 2008년 뉴욕의 롱아일랜드 해변에서 발견된 일명 ‘몬탁괴물’과 생김새가 흡사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욕의 지역신문 리버헤드 뉴스리뷰(Riverhead News Review)는 독자가 직접 촬영해 이메일로 제보했다는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몸에 털이 전혀 없고 팔다리와 머리 부분이 붉게 그슬린 정체불명의 동물이 해변에 엎드린 채 죽어 있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이 공개되자 많은 네티즌들은 이 괴생명체가 근처 숲에 서식해 해변에도 자주 출몰하는 너구리나 개 혹은 바다에서 밀려온 바다거북 등의 해양생명체일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생김새만으로는 정확히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제보자인 고등학생 제임스 브라운은 “내가 아는 한 이건 동물의 사체가 아니다. 가까이에서 봤을 때 그 생김새가 더욱 생소했으며, 오히려 영화에서 봤던 괴물과 비슷해 보였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 역시 크기와 피부색 등으로 미뤄 일반적인 동물의 사체와는 다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관심과 호기심이 뜨거워지자 이 지역 해양생물 보호단체 연구진이 사체를 수거해 정체를 명확히 알아보고자 해변을 찾았으나 사체는 이미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리버헤드 해양생물 보호단체의 킴벌리 더럼 박사는 “유전자 조사를 해보지 않아서 100% 확신은 할 수 없지만 근접사진을 통해서 관찰해본 결과 죽은 너구리일 가능성이 높다.”고 의견을 내놨다. 한편 2008년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비치에서 발견돼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몬탁괴물’은 인근 연구소에서 버린 돌연변이 생물이나 심해 생물 심지어 외계인이란 주장까지 각종 추측이 난무했지만 유전자 조사 결과 너구리의 한 종류로 밝혀진 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http://twitter.com/newsluv) 
  • “원자로 안정시키려면 한달 정도는 계속 바닷물 투입해야”

    “원자로 안정시키려면 한달 정도는 계속 바닷물 투입해야”

    일본 동북부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지 나흘째인 14일 오전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 발전소 1호기에 이어 이틀 만에 3호기도 폭발했다. 일본 열도가 대지진과 지진해일의 공포에 이어 다시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다. 서울신문은 국내 전문가와 시민단체 대표를 통해 현재 일본 원전의 상황과 국내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심층적인 지상 대담을 갖는다. 대담에는 서균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장순흥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교수,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가 참여했다. →후쿠시마 원전 1, 3호기 원자로 폭발이 같은 이유로 발생했나. -장순흥(이하 장) 두 원자로 모두 건물 제일 바깥에 있는 수소가 폭발한 것이다. 냉각기 모터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원자로가 가열되자 물이 끓으면서 증기가 터져 나온 것이다. 산소는 공기 중에서 증발해 자연스럽게 수소만 남게 되고, 원자로 안에서 계속 뜨거워진 공기의 영향으로 압력이 커지면서 결국 폭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수소 폭발은 얼마든지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원자로를 둘러싼 내부 격납용기는 아직까지 안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주민들이 염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서균열(이하 서) 냉각기 부근의 정확한 사진을 보지는 못했지만, 1호기와 3호기 원자로가 크기만 다를 뿐 구조는 기본적으로 같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방출된 수소가 공기와 접촉하면서 발생한 폭발로 보인다. →원자로는 폭발할 가능성이 없나. -장 결론적으로 원자로가 폭발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원자로는 원자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 녹게 된다. 폭발하지는 않는다. 지금 상황도 냉각기가 작동을 멈추면서 연료봉이 수면 위로 노출돼 섭씨 2000도의 고열을 이기지 못하고 녹은 상태다. -서 연료봉이 노출되면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녹는 것이지 절대 폭발할 수 없다. 원자로 폭발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바닷물로 냉각 중인데도 왜 폭발했나. -서 발전소 안의 수소를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컨대 진공청소기라도 이용해 수소를 뽑아내면 좋겠지만 공기 중의 수소에 꼬리표가 붙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따로 분리해 낼 수는 없다. 수소 자체가 산소를 만나서 격렬하게 반응하는 폭발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다루기 힘들다. 최근에는 수소를 산소와 잘 결합시켜 곧바로 물로 만들 수 있는 시설이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70년대 초에 건설돼 그런 시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후에도 별다른 후속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이헌석(이하 이) 일본 정부는 이번 폭발이 수소 때문에 발생해 큰 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1호기와 3호기 모두 방사능 증기가 이미 배출된 상태였고, 이 증기가 통제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결국 폭발했다. 그러면서 폭발을 막기 위해 작업 중인 사람이 피폭을 당하거나 직접 충격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원자로의 미세 균열로 안전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1호기 폭발 이후에도 여전히 지붕만 공개되고 원자로 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단순한 수소 폭발일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당시 충격으로 내부 격납고가 찌그러졌을 가능성이 있다. 원자로 내부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현지 시민단체들도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 미세한 균일이라는 게 사람 눈으로 관측되는 수준이 아니다. 미세 현미경으로 측정해야 할 사항을 100m 밖에서 볼 수는 없다. 원자로 폭발 가능성을 자꾸 말하는데, 실제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사태 때도 흑연 감속재가 폭발하면서 주변에 쌓아둔 연료가 공중으로 퍼진 거다. 다시 말하면 핵폭발이 아니라 흑연이 폭발한 것이다. 현재 원자로 안에는 핵연료와 물, 바닷물이 같이 들어 있다. 우라늄의 온도는 현재 섭씨 3000도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우라늄은 굳는 점이 섭씨 2000도이기 때문에 나중에 연료만 남더라도 공기 중에서 자연적으로 식어서 굳게 된다. 즉 불발탄처럼 고체로 남는 것이다. →후쿠시마 외에 오나가와·도카이 등 다른 원전도 위험하다는데. -서 1호기의 경우 여전히 컨트롤이 안 돼 원하는 온도까지 낮추지는 못했다. 3호기의 경우도 바닷물이 냉각제로 들어가고 있지만 이 안에는 소금 외에도 불순물이 많다. 이끼와 먼지, 모래 같은 것들이 모터 안에 들어가 작동을 방해하면 펌프 작동이 멈춰 다시 온도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실제 방사능이 누출될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서 1차 폭발에서 유출된 물질은 세슘이다. 세슘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다. 인공 핵분열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불안정한 데다 원래의 자연 성질대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어서 이 상태로 인체에 유입될 경우 생체세포를 파괴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만성 방사선 증후군은 알려진 대로 불임이나 백내장, 탈모, 골수암부터 폐암, 갑상선암, 유전자 돌연변이 등 다양한 부작용 사례가 알려져 있다. -이 죽음의 재라고 불리는 세슘이 기준치의 1000배나 방출됐다. 일본 정부가 사방 20㎞ 반경 이내의 주민을 대피시켰지만 이미 주민들 일부는 방사선에 피폭됐고, 숫자도 계속 늘고 있다. 특히 3호기의 경우 플루토늄과 우라늄 혼합 원료를 사용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경우 1호기와는 비교도 안 될 최악의 피해가 우려된다. →일본 정부는 피폭량이 적어서 피해 정도가 크지 않다고 발표했는데. -이 일본 비정부기구(NGO)가 1호기 폭발 이후 4㎞ 떨어진 지역에서 측정한 결과 1000μSv(마이크로시버트)로 나왔다. 정부는 정상인의 1년 기준량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한 시간 만에 나왔다. 두 시간 노출되면 2년치, 세 시간이 노출되면 3년치 방사능에 유출되는 셈이다. 그래서 현재 20㎞ 수준인 주민 소개령 범위를 최대 30㎞까지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서 2차 폭발 때 유출된 방사능량이 1300μSv까지 나왔다. 이는 우리가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할 때 노출되는 양과 같다. 1300μSv도 평균값이 아니라 순간 최고량에 해당한다. 시간당 법정 허용치는 1000μSv로 우리가 엑스레이를 찍을 때의 방사선도 10~100μSv에 달하고, 자연 상태의 방사선량도 1μSv나 된다. 1차 폭발 때 190명이 피폭됐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무조건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건강하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인체가 반응하는 정도도 다를뿐더러 피폭 후 곧바로 처치를 했을 경우에도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도 현재 발전소 주변 주민들을 상대로 피폭량을 체크하고 있다. →원자로는 언제쯤 안정될 것으로 보는가. -장 바닷물로 식히고 있지만, 결국 남아 있는 잠열이 문제다. 자연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열은 줄어든다. 발생 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한달 정도는 계속 바닷물을 투입해야 한다. -이 최후의 방법으로 원자로를 바닷물로 식히고 폭발을 예방하기 위해 방사능 증기를 배출하고 있는데, 모든 것이 안정화되더라도 후쿠시마 원전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초대형 규모의 고준위 핵폐기물이 된다. 원자로를 식히는 데 사용된 바닷물도 방사능으로 오염돼 해류를 타고 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어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이번 원전 폭발로 국내 원전 건설 방향도 재고돼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 일본도 내진설계 기준보다 튼튼하게 원전을 건설했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지진 안전지역이라서 일본보다 낮은 기준으로 설계했다. 이번 기회에 설계 기준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고리 1호기의 경우 이미 발전소 수명이 끝났는데도 수명 연장을 통해 계속 가동하고 있다. 월성 1호기도 수명 연장 여부를 심사 중이다. 물론 국제적으로도 비슷한 추세이지만 이는 원자력계의 주장일 뿐 이웃 일본에서도 노후화된 시설은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 발생한 두 원자로 모두 40년 가까이 된 노후 시설이란 점을 상기해야 한다. 원자력 안전성에 대한 신화, 르네상스가 깨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리, 울진, 월성 3곳에 이어 올 6월까지 삼척, 울진, 영덕 등을 대상으로 부지 선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김효섭·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후쿠시마 원전 폭발… 방사성 물질·지진 트라우마 위험성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의 우라늄 연료가 녹는 ‘노심용해’로 방사성 물질인 ‘세슘’과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방사성 물질의 위험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은 질병을 유발하거나 유전자(DNA) 돌연변이를 일으켜 기형아 출산, 유전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되지만 상황에 맞는 대응법이 있어 차분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번 사고로 유출된 방사성 물질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은 우라늄 원료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세슘’이다. 방사성 요오드는 반감기(방사성 물질의 질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평균 8.3일에 불과한 데 반해 세슘은 30년이기 때문에 인체에 오랜 기간 남아 있을 위험이 있다. 세슘은 휘발성이 있어 인체 접촉이 비교적 용이하다. 기체 상태의 세슘을 직접 흡입해 폐로 들어가거나 물을 통해 인체에 침입하면 인체 각부위로 이동해 수십년 또는 수세대에 걸쳐 불임증이나 백내장, 탈모, 유전병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골수암·폐암·갑상선암·유방암 등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최창운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장은 “세슘은 한번 인체에 들어가면 잘 빠져나가지 않고 장기간 방사선 피폭을 일으켜서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면서 “하지만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세슘이 몸에 들러붙지 않도록 ‘프러시안 블루’라는 약을 투여해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사성 요오드는 반감기가 짧지만 갑상선에 영향을 미쳐 갑상선암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갑상선 성장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15세 미만 환자에게 치료가 집중된다. 이때는 요오드화칼륨(KI)을 환자에게 투여해 방사성 요오드가 갑상선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곧바로 체외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치료법이 사용된다. 한편 대지진은 일본인들에게 심각한 ‘지진 트라우마(외상성 스트레스장애)’를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진으로 인해 건물이 붕괴되는 장면을 목격하거나 부상을 입는 등 대형사고를 경험하면 작은 일에도 쉽게 놀라는 불안증세와 과민반응이 나타난다. 증세가 심해지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어 대인기피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6개월 안에 증상이 사라질 수도 있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죽을 때까지 트라우마로 고통받기도 한다. 참전용사가 대표적인 예다. 남궁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서둘러 공포나 두려움을 주변사람과 전문가에게 털어놓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현재로서는 일본인들의 지진 트라우마 확산을 억제하는 데 정신과 의사들의 조기개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병원균 감염 막는 식물유전자 발견

    식물이 병원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고려대 황병국 교수팀은 식물호르몬 반응유전자 ‘ABR1’이 식물 내 병원균의 생장과 증식을 억제하는 ‘과민성 세포사멸’ 반응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과민성 세포사멸 반응은 병원균이 침입한 부위의 세포 주변이 스스로 괴사하는 것으로, 병원균의 확산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식물의 방어기능이다. 연구 결과 ABR1 유전자 발현을 억제한 고추에서 과민성 세포사멸 반응이 줄어든 반면, 발현을 촉진한 고추에서는 이 반응이 늘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식물학회 공식 저널인 ‘플랜트 셀’(Plant Cell) 온라인판 최근 호에 실렸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이광재 강원지사 대법 판결전 본지 격정토로 “면직 슬픈게 아니라 현실이 눈물난다”

    이광재 강원지사 대법 판결전 본지 격정토로 “면직 슬픈게 아니라 현실이 눈물난다”

    <원고지 89장 분량 인터뷰 전문 수록>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대법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확정 판결로 지사직을 잃은 27일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판 절차와 결과에 실망스럽다.”면서 “지사직을 잃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현실이 가슴 아프고, 도민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판결 바로 전날인 26일 서울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 지사는 인터뷰에서 대법원 판결과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 정치 현안, 2012년 대통령 선거 등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이 지사는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제해 왔으며, 지난해 6월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뒤에도 도정과 관련한 인터뷰만 해 왔다. 정치 현안 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인터뷰는 서교동에 자리잡은 강원도 서울사무소 5층 회의실에서 이도운 정치부장과의 대담으로 오전 11시부터 1시간 40분동안 이어졌다. ●대법 상고심 결과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나. -지금까지도 백척간두 위에서 한 걸음 더 내딛는 심정으로 살아왔다. 다 잘될 거라 본다. 불교 경전에 나오듯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이 상황을 더 잘 극복할 거라 생각한다. →‘정치적 탄압’이라고 말하고 싶나.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상처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한 세상 살다 가면서 선한 생각만 가져도 세상을 구제하지 못하는데 남을 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됐을 때 수많은 제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이런 저런 정보들이 많았지만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건 하지 말자고 했다.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갖지 못하게 된다. 정치인 이광재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 -항상 새로운 미래에 도전했고 시련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내 운명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항상 웃는 그런 나를 보고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라고 얘기하는데, 나중엔 내 말이 맞았다. →이번 판결을 맡은 박시환·신영철·안대희 대법관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나. -없다. →박시환 대법관을 만난 적이 있나. -없다. 기본적으로 의회·행정·사법 등 삼권이 분리돼 있고 내 처지로 볼 때 공정하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강원도지사 직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 사장이 당선될 것으로 보나. -내가 알 수가 있나. 어쨌든 엄 사장한테 내가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 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나에게는 정치를 안 한다고 했는데. 언론인의 길을 가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는 성공했다고 보나 실패했다고 보나. -절반의 성공이 있었고, 절반의 실패가 있었다. →성공했다고 보는 것은 어떤 부분인가.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또 서민 대통령이었고, 권위주의를 타파했고, 지역균형발전도 이뤘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자기 지지자와 싸울 수 있는 대통령’이었다는 점이다. 지지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대추리 문제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적체됐던 방폐장과 천성산 터널 문제도 해결했다. →실패한 절반은 무엇인가. -당시 우리가 갖고 있던 세력에 비해 너무 큰 어젠다를 가졌고, 그러다 보니 너무 큰 상처가 났다. 예를 들어 행정중심복합도시만 해도 세번의 선거 동안 내건 공약이었는데도 헌법재판소까지 갔다가 뒤집혀 다시 국회로 왔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실제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작다. 국가의 5% 정도밖에는 바꿀 수 없다고 본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적통을 잇는 정치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아… 그런 사람이 또 있을까.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고, 또 다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이다. 제3의 무엇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치인은 진화해야 한다고 본다. →참여정부의 정부 조직시스템을 현 정부가 많이 바꿨다. 무엇이 잘됐고, 무엇이 잘못됐나. -현 정권 들어 항상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위기관리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그러다 홍보수석, 인사수석, 위기관리 시스템도 다 복구했다. 기존 것을 인정하고 잘할 수 있는 것에 매달려서 임기를 마치는 게 올바른 태도라고 본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가장 큰 이유가 뭘까. -내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와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인간의 얼굴을 한 대통령, 봉사하는 태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그게 가장 좋았다.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잘 이해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기 원고를 스스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그런 사람이었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투쟁’하는 정치인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싸움은 무엇이었다고 보나. -언론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런 말도 있지 않나. 언론과 부인과 성직자와는 싸우지 말라고…, 그러나 그걸 알면서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어려워지니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다 돌아섰다. 그때 심정이 어땠나. -노 대통령은 스스로를 ‘경계인’이라 했다. 변호사로 기득권층에 진입했지만 사건을 맡기 어려워 직접 찾아가는 인권변호사가 됐고, 호남 가면 영남 사람, 영남 가면 배신자라고 했다. 항상 빈 들에 서 있는 노무현을 봤다. (믿었던 사람들이 돌아선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노 대통령을 비판하다가 서거하고 나서 국민적인 열기가 있으니까 또다시… 정치가 좀 담백했으면 좋겠다. →참여정부에 많은 386세대들이 참여했다. 그 당시 386들은 국가를 경영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보나. -노 대통령 정부가 아마추어 정권이라 폄하하기 위해 그런 말들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도 50대 중반이었고 386이라 해 봐야 전체 수석비서관 중에 나와 천호선 둘 정도였다. 1958년 개띠가 12명이나 됐다. 그렇게 따지면 김종필 총재도 30대에 정권의 2인자가 아니었나. 미국 대통령 나이가 평균 53.1세다. 미국 역사의 전환기 당시 대통령은 루스벨트, 케네디, 클린턴이 있었는데 모두 40대 초반이었다. 내적 역량이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 것이다. →386 정치인들에게 여전히 공통된 지향점이 남아 있나. -세대의 에너지라는 것이 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먹혔던 이유가 뭔가. 그 세대들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8·15와 6·25를 겪었다. 그러니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겠나. 386세대도 마찬가지다. 데모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 80년대에 광주가 얼마나 가슴 아팠나. 척박한 현실에서 몸으로 앞서 나가고 마음으로 동조한 세대가 386이다. 목숨을 걸고 한 시대를 타개하려 했던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안희정, 유시민, 김두관, 문재인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 가운데 60%는 노 대통령이, 나머지 40%는 안희정·이광재 지사가 반반씩 갖고 있다고 했다. 동의하나. -과분한 말이다. 나는 오히려 빚을 많이 갚아야 할 처지에 있는데 지분이 어디 있겠나. →참여정부의 부채를 떠맡기 싫어서 지분을 안 가지려는 건 아닌가. -의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했기에 대통령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386세대에 미안한 것은 나를 많이 사랑했던 분들에게 내가 모자란 점이 많다는 것이다. 갚아야 한다. →이 지사와 안 지사, 김 지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문재인 전 비서실장 중에서 노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제일 좋아했던 사람은 누구였나. -문재인 실장이다. 그러니까 민정수석도 시키고, 비서실장도 시켰지.(웃음) →문 실장이 언젠가 정치를 할 거라고 보나. -(30초 넘게 고심을 하다가) 잘 모르겠지만, 문재인 실장이 손학규 대표와 대통령 후보 경선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도 함께했으면 좋겠지.(웃음) →유시민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지분이 없나. -그렇지 않다. 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분이다. 다만 지금은 민주당이 아니니까. →다섯분 가운데 정치 지도자로서의 재능이나 역량은 누가 가장 낫나고 보나. -여태까지는 노 대통령의 그늘 속에 있었고, 이제 처음으로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시험대 위에 오른 거다. 중요한 건 본인의 비전과 경영능력이다. 지금은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시기다. →안희정 지사와는 협력 관계인가, 경쟁 관계인가. -안 지사나 김 지사나 나나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모든 걸 다 걸고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 아닌가. ●정치현안과 2012년 대선 →개헌 얘기가 계속 나온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개헌은 해야 하지만, 시점을 놓쳐 버렸다. 이미 권력 후반기가 아닌가. 어떤 개헌이 필요한 가는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 →개헌 이슈가 한동안 갈 것으로 보나.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60년대생 정치인, 시·도 지사들과 여야를 떠나 대한민국의 문제에 천착하는 모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 내년은 세계사적으로, 특히 동북아 지역의 명운을 가르는 해다. 남북 정세 변화와 에너지·자원 문제를 둘러싼 극동의 관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향후 10~20년을 좌우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권 전체가 몰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 개헌 문제로 지지고 볶아서야 되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웃돈다. 이 지사는 몇점을 주겠나. -이미 대통령인데, 지지율이 70%면 어떻고 30%면 어떤가.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또 서민경제가 어렵다. 이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까지 이 두 가지 문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 지사 본인에게는 몇점을 주고 싶나. -나는 지사 업무 수행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한 50점쯤 주겠다. 강원도에서 나의 지지율도 그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중에 가장 아쉬운 것은 무엇인가. -포용과 통합이다. 국민통합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고 생존의 전략이다.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무엇일까. -일자리, 교육, 복지라고 본다. 또 동북아 평화와 물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박근혜 대세론’이 강하다. 야당이 박 전 대표를 넘기 어렵다고 보나. -박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경선 패배를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순간 이미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앞으로 대통령의 비즈니스 역할이 커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영국에서 공부도 했고, 도지사·장관도 했고, 비교적 안정감 있고 예측가능한 후보라 생각한다. 박 전 대표와 손 대표가, 문재인 실장도 경선에 나설지 모르겠지만, 멋진 승부를 벌이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표는 무리 없이 한나라당 후보가 될 거라 보나. -한나라당에서는 박 전 대표가 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예측가능한 정치를 해야 한다. →현재 박 전 대표와 1대1로 붙을 때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누구라고 보나. -그걸 말할 수 있나. 나도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지지율 23%포인트까지 뒤졌다가 13%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결국 말을 많이 듣는 사람, 애정을 가진 사람이 승리자가 된다고 본다. ●정치인 이광재 →이념적으로 진보인가, 보수인가. -나는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고 진화를 선택했다. 오류를 빨리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는 게 진정한 진화다. →정치권이 좌파와 우파로 나뉘었는데, 이데올로기가 없으면 정치 기반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경제만 봐도 신자유주의부터 소련체제, 복지국가 모델이 정부 발전을 이끌고 왔는데 어떻게 어느 하나가 옳을 수 있나. 공존하려는 통합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에서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는 황당한 얘기다.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할 때 각 부처 최고의 엘리트들과 일한 경험이 있다. 공무원들은 유능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 그런데 처음에 무슨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 다시 한번 취지를 잘 설명하면 반드시 답을 찾아온다. →불교신자다. 본인의 종교가 정치 활동에 영향을 미치나. -로마의 멸망 원인 중 하나가 종교 탄압이다. 인도와 무굴제국이 가장 왕성한 때는 종교를 모두 허용했을 때다. →참여정부 때 실세여서 강원도에 예산을 많이 주도록 했다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많이 따려고 노력했다. 다만 나는 예산 딸 때 사무관, 과장부터 일일이 다 설득한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그때뿐이다. 정권이 바뀌면 가위표가 된다. 생명력과 일관성 있게 정책을 유지하려면 주무 사무관과 과장의 확신을 얻어내야 한다. →강원도분들이 보수적인데 왜 작년에 민주당 후보인 이 지사를 선택했다고 보나. -첫째, 강원도를 위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것. 둘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해봐서 국가도 좀 알고, 국회의원도 두번 해서 국회도 안다는 점. 셋째, 그래서 도지사 시켜 일하게 한 다음 강원도를 대표하는 인물로 키워야겠다는 거 아니겠나. →강원도지사 선거 때 공언한 대로 10년 후 대통령 선거에 나올 건가. -난 정말 강원도민에게 큰 신세를 졌다. 강원도지사로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고 싶다.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성공해서 나중에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 나와 멋있게 경쟁하고, 멋있게 후보 단일화하고, 그것도 멋진 일이다. 대담 이도운 정치부장 정리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이광재 격정토로 인터뷰 전문 (200자 원고지 89장) 이광재 강원지사가 27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지사직을 잃었다. 2년만에 막을 내린 박연차 게이트의 종착역에서 끝내 내리지 못한 채 “선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도민들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 인터뷰는 선고 전날 진행됐다. 이 지사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우여곡절 많았던 취임 이후의 소회와 정치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 2012년 대선 등 정치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이도운 정치부장과 대담 형식으로 서울 서교동 강원도민회관 4층 회의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강원지사 강원지사가 중앙 정치권에서 크게 주목받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 지사가 당선되고 나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가. -강원도는 대륙 국가로 가는 전진기지다. 올해 23개국을 다룬 ‘세계 흥망사’라는 책을 내려고 한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결국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 문제, 중국·러시아의 자원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때 신성장 동력이 나온다. 서울 중심의 서쪽으로 기울어진 배가 동쪽으로 균형을 잡는 극동아시아 시대가 온다. 지금은 강원도의 역사가 부상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국가 및 강원도의 발전 전략이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흔한 말로 ‘호남은 푸대접, 강원도는 무대접’이라고 한다. 현 정권의 내각과 청와대 수석에 강원도 출신 없다. 도민들이 지역 차별을 느끼나.  -있는 것 같다. 참여정부만 해도 강원도 출신 장·차관들이 많았는데 현 정권에는 아무도 없어 안타까움이 많은 것 같다. 1년에 9000만여명이 강원도에 온다. 우리가 더 잘하면 그 분들이 강원도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 상고심 27일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나.  -잘 될거라 본다. 기본적으로 불교 경전에 나오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이 상황을 더 잘 극복할 거라 생각한다. 증거가 없고 , 궁박한 처지에 있는 한 사람 말에 따라 유·무죄 결정이 났는데 이미 그중에서도 절반 정도가 무죄가 난 상황이다. 여당 의원들은 무죄가 났고, 나는 절반의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났다. 더 결정적으로는 재판정에 박연차 씨가 나와 진술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재판장이 불러주지 않은 것도 문제다. 더군다나 한 차례가 아니고, 대여섯 차례에 걸쳐 돈을 10억원 넘게 거절한 건 내가 유일한 사람이다. 잘 될 거라 본다.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수용할 건가.  -백척간두 위에서 항상 진일보하는 인생을 살아왔고 잘 될 거라 본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털고 지사직에 전념할 건가, 아니면 ‘정치적 탄압’이라는 부분을 짚고 넘어갈 건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불리한 상황이 극복되기를 희망한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상처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한 세상 살다가는 건데 내가 선한 생각만 갖고 살아도 세상을 구제 못하는데 남을 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됐을 때 수많은 제보가 쏟아졌다. 이런 저런 정보들이 많았지만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건 하지 말자고 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정치인 이광재의 미래는.  -정치인 이광재까지는 모르겠지만 잘 풀릴 거라 본다. 항상 새로운 미래에 도전했고 항상 시련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내 운명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항상 웃는 그런 날 보고 근거없는 낙관주의자라고 얘기하는데, 나중엔 내 말이 맞았다. (유죄 파기환송될 경우) 시한부 임기인데 도정의 안정성을 해치는 건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나는 기본적으로 무죄를 확신한다. 취임 이후 직무가 정지되는 어려운 와중에서도 짧은 기간 동안 빠른 속도로 도정이 안정됐고 변화됐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도정 업무는 훨씬 더 강화되고 추진 속도가 붙을 거라고 본다. 언론에서 박시환 대법관과 이 지사의 관계를 부각시키는데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나.  -모르겠다. 박시환·신영철·안대희 대법관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 박시환 대법관과 만난 적은.  -없다. 기본적으로 의회·행정·사법 등 삼권이 분리돼 있고 내 처지로 볼 때 공정하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열심히 지역을 돌고 있다는데 어떤가. 엄 사장이 당선가능성 있나.  -내가 알 수가 있나. 어쨌든 엄 사장한테 내가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나에게는 정치를 안 한다고 했는데. 언론인의 길을 가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구제역 판결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영향을 주게 되나. 아니면 동계올림픽 유치가 판결에 영향을 줄까.  -그건 모르겠다. 오는 7월 6일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유치돼야 한다. 연평도 사건도 그렇고 서민들의 생계도 어려워 국민들이 힘 빠져 있다. IMF 구제금융 당시 박세리 선수가 우승해 희망을 줬는데 이번에 평창이 희망을 줄 필요가 있다. 강원도는 이미 두 번이나 울었다. 이번에는 강원도 ‘감자바우’들이 하는 일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써야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지 않을까. 꼭 될 거라고 본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유치활동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줬나.  -IOC위원회에서 워낙 평이 좋으시고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IOC내 존경받는 분이고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구제역 발생으로 고심이 많은데 강원도 민심은 어떤가.  -구제역 현장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건 이제 우리나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야 할 단계에 왔다는 거다. 첫째, 앞으로 질병이 위기관리 시스템 차원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 둘째, 아직 구제역 연구소조차 없다. 미국은 케네디대통령이 1961년에 만들었는데 우리는 백신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영국에 연락해서 공급받고 백신 자체도 모자란다. 구제역 연구소를 국가 차원에서 만들 필요가 있고 전반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 셋째, 가축을 키울 때 근본적인 전환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오스트리아에 가보니 동물을 일정 기간 이상 가둬서 키우지 않았다. 초지에서 방목하고, 불가피하게 가둬놓고 키우면 철저히 관리한다.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구제역을 막는 것과 시장을 활성화 시켜 농민에게 도움을 주는 건 다른 문제다. 강원도는 빨리 출하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다들 재래시장에 못 나와 물건을 못 파니까 어렵다. 어차피 제수 상품을 사야 하니까 도청 공무원 월급의 일정액을 떼서 대대적인 상품권 구매운동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직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새끼가 젖을 물면 1분 이내에 쓰러지는데 오랫동안 버티다 쓰러지는 소를 보며 또 한번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했다. 이제는 한 단계 도약할 때가 왔다는 걸 절실하게 느낀 사건이었다. ●참여정부와 고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는 성공했다고 보나 실패했다고 보나.  -절반의 성공이 있었고, 절반의 실패가 있었다. 절반의 성공은.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서민 대통령이었고 권위주의 타파했고, 지역균형발전도 이뤘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자기 지지자와 싸울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문제에 대한 대응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 용산 미군기지를 이전시키면서 대추리 문제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적체됐던 방폐장 문제도 박수 받고 해결했다. 천성산 터널 문제도 해결됐다. 모든 것은 자기 지지자들과 했던 싸움이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지 않고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나. 진보라고 진보의 정책을 다 쓸 수 없고, 보수라고 보수의 정책을 다 쓸 수 없다. 대통령은 중간을 가게 돼 있다. 내가 청와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방폐장 문제 다음 정권에 넘기자, 약체 정권인데 지지자들과 싸워서 별로 얻을 게 없다’라고 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이 ‘그럴 바에 왜 대통령을 하나. 내가 있을 때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돌파해야 나라가 진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것, 이것이 가장 의미있다고 본다. 절반의 실패는 무엇인가.  -우리가 갖고 있던 세력에 비해 너무 큰 어젠다를 가졌고, 또 너무 상처가 났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만 해도 세번의 선거 동안 내건 공약이었는데도 헌법재판소까지 갔다가 뒤집혀 다시 이번 국회로 오게 됐다. 노 대통령은 정치가보다 사상가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자신의 힘에 비해 너무 거대한 어젠다를 세웠다.하지만 행복도시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거대한 화두의 일부를 내보였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적통을 잇는 정치인은.  -아, 그런 사람 또 있을까.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고, 또 다른 사람은 또다른 사람이다. 노 대통령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적통이라기 보다 제 3의 무엇이 있지 않을까. 결국 진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참여정부가 만들었던 청와대와 정부 조직시스템을 현 정부가 많이 바꿨다. 잘했거나, 잘못했다고 생각한 부분은.  -참여정부가 했던 시스템을 현 정부가 다 반대하다가 다시 돌아갔다. 홍보수석 폐지했다가 다시 만들고, 인사수석·위기관리 시스템도 다 복구했다. 존재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 존재한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다. 노 대통령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공직자와 수많은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그렇기에 그런 시스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 항상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위기관리 체제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그런 문제 볼 때마다 아쉬움이 있다.  나도 전임 도지사를 절대 비판하지 않고 다 안고 있다. 차차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하고 일은 혁신적으로 한다. 책을 쓰면서 23개국을 연구해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은 제조업이 강하고 기술이 강해야 나라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과 정보통신부가 없어지는 걸 보며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결국 다시 되돌아가고 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나라는 무한하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앨빈 토플러가 ‘미국 대통령 되면 미국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5% 정도다’라고 말했다. 실제 많은 걸 못 바꾼다. 오히려 기존 것을 인정하고 내가 아주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에 매달려서 임기를 마치는 게 올바른 태도다. 노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어떤 이유라고 보나.  -요즘 주말이면 봉하마을에 1만명이 온다고 한다. 놀랍다.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얼굴을 한 대통령,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 서민 대통령.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그 때 노 대통령은 어쨌든 법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법을 배워야 한다, 리걸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면서 아침 7시에 불러 헌법 공부를 시켰다. 집이 인천이라 국회 근처에 방을 잡고 밤새며 일을 했다. 청문회에서 대단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노 대통령의 연설이나 글은 굉장히 쉽다. 어디서 이렇게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 언어를 배웠냐고 물었다. 노 대통령은 ‘변호사들이 판·검사를 접대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그걸 하지 말자고 했다. 그 뒤 사건이 안 들어와서 직접 상담을 했다’고 말했다. 상담을 하다 보니 ‘인생이 말야, 남녀가 모든 걸 버리며 사랑하다가도 막상 헤어지고 나면 1만원짜리 하나 갖고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 듣고 확 와닿는 느낌이 있었다. 처음 대정부 질의 원고가 굉장히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자기 원고를 스스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면서 이 사람은 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면 대통령을 만들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갖고 있다가 1992년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하면서 호남 사람들 이 의원회관실로 울며 전화하더니 애를 더 낳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영남 사람이지만 이렇게 나라가 분열되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걸 말씀드렸고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나가자고 하니 나가도 되겠냐고 되물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을 치르면서 최고위원 선거 준비했고 대선 나간다고 계획 세웠다. 1993년 12월 결혼하고 신혼여행 가서 완전히 생각을 굳혔다. 갔다 와서 안희정 씨를 만나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처지라 현역 국회의원 대상으로 계보 만들기가 어려우니 지방자치 실무연구소를 만들고 싱크탱크를 만들자고 했다.  노 대통령에게 가장 감동을 받은 건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인이고 권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봉사하는 태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그게 가장 좋았다. 노 대통령은 계속 투쟁하는 정치인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싸움은.  -아마 언론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이런 농담이 있다. 언론과 부인과 성직자와는 싸우지 말라는. 양면성이 있다. 분노는 사랑에서 나온다. 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노동자와 서민을 변호하는 활동을 많이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이 노동자와 서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냐고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랬더니 노 대통령이 ‘나도 대한민국 사법고시에서 50명 뽑을 때 된 사람이다. 판사도 됐고 기득권 세력이다. 그러나 국회라는 게 뭐냐, 나같은 사람이 나서서 노동자들의 편을 들어줘야 균형을 잡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뭐 쉬운 길을 가냐. 나는 뭐 좋냐. 내가 무슨 바보냐’고 했다. 항상 유대인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처음에 공산주의자 나치가 공산주의자 선언할 때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기에 가만 있었다, 그러나 나치가 나를 체포하러 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는 말을 강연에서 많이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정세분석 하지 말라고 했다. 참모들은 참아야 기회가 온다고 조언하는데 ‘내가 왜 도구가 되겠다는 생각은 안 하냐’고 따졌다. 이러면 참모들은 힘들다. 1995년 부산시장 선거, 15대 총선 종로에서 떨어지고 정말 막막했다. 두 번 떨어지고 나서 내가 노 대통령에게 종로로 가자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해보니 이명박·이종찬 후보에게 다 지는 걸로 나왔다. 그러나 이기고 지는 게 전부는 아니지 않나, 대한민국 정치 1번지에서 의미있는 전사를 해도 정치인은 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그랬다. 천신만고 끝에 현역이 됐다. 그 뒤에 부산에 가겠다는 거다. 왜 거기로 가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사람은 무엇이 되는 걸 생각하는데 도구가 된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나는 사람을 사랑한 한 남자를 사랑했고 그 분이 계속 어려우니까 떠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좋을 때 떠나지, 어려울 때 못 떠난다. 계속 같이 있다 보니 내가 세속적인 출세를 한 거다. 내가 큰 역량이 있어서가 아니다. 인터뷰하러 오면서 택시 기사가 하는 말이 ‘노 대통령이 어려워지니 사람들이 다 돌아서더라.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 때 심정이 어땠나.  -노 대통령은 스스로 ‘경계인’이라고 했다. 변호사로서 대한민국 기득권에 진입했지만 인권변호사가 됐고, 경상도 사람으로 민주당에 소속돼 호남 가면 영남 사람, 영남 가면 배신자라고 했다. 이런 얘기할 때 가슴 아팠다. 항상 빈 들에 서 있는 노무현을 봤다. 제일 중요한 게 의리라고 생각한다. (믿었던 사람들이 돌아서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그렇게 노 대통령을 비판하다 서거하고 나서 국민적인 열기가 있으니까. 좀 정치가 담백했으면 좋겠다. ●386과 486 참여정부에 많은 386세대들이 정권에 참여했다. 국가를 장악할 준비가 돼 있었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 정부가 아마추어 정권이라 폄하하기 위해 그런 말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도 50대 중반이었고 386이라 해봐야 전체 비서관 중에 나와 천호선 비서관 둘 빼면 58년 개띠가 12명이나 됐다. 이 사람들이 주력 부대였다. 수석이 대체로 50대 중반, 노 대통령과 같거나 조금 많거나 적었다.  또 김종필 총재가 30대에 공화당 의장하지 않았나. 미국 대통령 나이가 평균 53.1세다. 미국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 세 번 오는데 공황기, 동서 냉전기, 신자유주의 물결이 들어서기 직전이다. 한번은 루즈벨트, 한번은 케네디, 한번은 클린턴이 있었는데 모두 40대 초반의 대통령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얼마만큼의 준비가 돼 있느냐, 내적 역량이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정리하자면 너무 과하게 폄하하려 하는 의도 속에서 본질에 맞지 않는 비난이 있었고, 나이만으로 모든 걸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 신구 조화가 필요하다. 당시 나쁜 배합 아니었다. 386 정치인들은 현재 공통된 지향점이 있나.  -세대 에너지가 있다고 본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먹혔던 것은 그 당시 세대들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8·15와 6·25 전쟁을 치렀다. 석회석과 다이아몬드는 성분이 똑같다. 그런데 어떤 압축과 고열과정 겪느냐에 따라 석회석이 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한다. 6·25 전쟁과 8·15 해방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겠나. 그 에너지가 있었기에 40대 기수론이 가능했고 살아가는 힘이 있었기에 전쟁의 잿더미에서 살아보자는 열망이 가능했다. 박정희라는 지도자도 있었지만 그 때문에 경제 발전도 가능했다.  데모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 80년대 광주가 얼마나 가슴 아팠나. 데모를 하든 안 하든 척박한 현실에 몸으로 앞서 나간 사람, 마음으로 동조한 세대가 386이다. 수백만이다. 학생운동 한 사람은 극히 소수다. 386으로 폄하될 일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한 시대를 타개해 나가려 했던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중에 학생 운동 한 사람들은 소수였다. 당시 70만명씩 대학갈 때다. 80년대 학번부터 87년까지 보면 490만명의 대졸자를 갖고 있다. 취직을 많이 못해서 문화운동을 이끈 사람들도 이 주류들이다. 강한 386에너지가 있다. 운동만 한 386이 아니고, 80년대라는 군사독재 시절을 살아간 강력한 에너지가 존재한다. 이제 486이라고 하는데 용어는 어떤가. 386 상징성 때문에 쓰는 게 낫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본다. 세대 에너지를 좀더 얘기하자면 68년도에 유럽의 학생운동을 이끈 6·8세대들이 다 유럽의 대통령이 됐다. 그만큼 세대 에너지가 강하다고 본다. 존중될 필요가 있다. 다만 나처럼 못난 사람이 정치하게 되면서 정치권에 대해 조금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는데 부채 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386 세대는 충분히 의미있는 세대다. 40대가 우리 경제의 주류 아닌가. 회사의 과장, 부장으로 일하면서 사회와 경제를 끌고 가는 강력한 세대다. 내가 그 세대가 갖고 있는 에너지 만큼 못한 게 미안하다. 올해 70세 넘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영화제위원장을 강원도 문화예술제전 이사장으로 모셨다. 김 위원장은 1년 반을 해외에 있었다. 20대 청년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세대간 벽을 두기보다 신구 조화를 강력히 꾀해야 할 때다. 중국이란 나라의 역동적 힘은 젊은 사람을 키워주고 권력자들은 전 정권 권력자들과 협력하고 타협하는 데서 나온다. 난 이것이 오늘날 중국의 강력한 동력이라 본다. ●친노세력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 60%은 노 대통령에게, 나머지 40%는 안희정·이광재 지사가 반반 가지고 있다고 했다. 동의하나.  -과분하다. 내가 노 대통령과 가장 오래 있었고, 노 대통령의 가족과 영원히 함께 해야 하는 게 내 숙제다. 참여정부에 빚을 많이 지고 있다. 빚을 많이 갚아야 할 처지에 있는데 지분이 어디 있겠나. 부채를 떠맡기 싫어서 지분을 안 가지려는 건 아닌가.  -사람이 사는데 의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했기에 대통령을 만들어겠다고 생각했고 또 그건 변함없다. 386세대에 미안한 것은 나를 많이 사랑했던 분들에게 내가 모자란 점이 많다는 것이다. 갚아야 한다. 이 지사, 안희정 지사, 김두관 지사, 유시민 전 장관, 문재인 비서실장 중에서노 대통령은 누구를 인간적으로 제일 좋아했나.  -문재인 실장이다. 그러니까 민정수석도 시키고, 비서실장도 시키지(웃음) 문 실장은 언젠가 정치를 할 거라고 보나.  -(한참을 생각하다)잘 모르겠지만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변호사가 잘 경선했으면 좋겠다.(웃음)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도 함께 경선했으면 좋겠다. 김두관 지사 말을 들어보면 유시민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지분 없나.  -그렇지는 않다. 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특별한 애정 가졌던 분이다. 지금 민주당은 아니니까. 지사 제외하고 나머지 분 중 정치적인 지도자로서 재능이나 역량은 누가 낫나.  -여태까지는 노 대통령의 그늘 속에 있었고 이제 처음으로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시험대 위에 오른 거다. 중요한 건 본인의 비전과 경영능력에서 시작되는 거다. 지금은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본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 5명 가운데 누가 대표 주자로 출마하면 좋을까. 문재인 실장인가.  -손 대표, 문 실장, 정동영 최고위원도 하겠지. 안희정 지사와는 경쟁 관계인가.  -둘다 의미있는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일자리, 교육, 복지 세 가지 영역에 지사직을 걸었다. 안 지사나 김 지사나 나나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정치가는 희망을 파는 상인인데 국민들은 너무 위대하고 똑똑하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모든 걸 다 걸고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 아닌가. 그래야 정치를 얘기할 수 있다. 난 분명히 그렇게 할 거다. ●정치 현안 개헌 얘기가 계속 나온다. 이 지사의 생각은.  -도 지사가 그런 얘기도 해야 하나(웃음). 개헌은 해야 하지만 노 대통령이 개헌하자고 했을 때 해야 했는데 그게 아쉽다. 노 대통령이 하자고 했던 시기에 했으면 전체 대통령의 임기나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을텐데 시점을 놓쳐버렸다. 이미 권력 후반기다. 국회의원 임기도 얼마 안 남았다. 어떤 개헌 방향이 필요한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런데도 여당에서 개헌을 계속 추진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 개헌 이슈가 한동안 갈 것 같나.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전 보면서 거대한 힘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60년대생 시도 지사들과 여야를 떠나 진짜 대한민국 문제에 천착하는 모임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지금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내년은 세계사적으로 명운을 가르는 해다. 북한은 권력 교체기고 우리는 대통령 선거다. 중국 지도자가 바뀐다. 러시아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 있다. 아시아 전반에도 남북 문제를 둘러싼 큰 틀의 변화가 오는 시기다. 남북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대한민국 명운을 끌고 갈 거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장길도 계획이라는게, 나진선봉으로 바다로 나오는 것이다. 내년 10월되면 푸틴 대통령이 만든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가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다. 얼마 전에는 몽골의 석탄을 한·중·러가 철도를 놔주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몽골 자원이 동해안으로 나오게 된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캄차카 반도 위로 북극 항로가 100~120일 열린다. 남북 정세 변화와 에너지 자원 문제를 둘러싼 극동의 관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한국 10~20년을 좌우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권 전체가 천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력 투구하고 여야를 떠나 내년 10월 APEC 의제는 단연코 남북의 정세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관리할 거냐, 북한을 경유하는 철도는 어떻게 될 거냐, 몽골·북한의 엄청난 광물 자원 어떻게 가져갈 거냐, 북한 물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낼 거냐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극동아시아의 변화에 여야를 떠나 모든 정파가 외교에 진력해야 한다. 130년 전 구한말 상황이 온 것이다. 강원도가 여기에 한 축이 있다. 지사직을 걸었다.  무상복지 논란을 얘기를 많이 하는데 복지 하면 무상이다. 그런데 성장 없는 복지가 어디 있고, 복지를 생각하지 않는 성장이 어디 있나. 지금처럼 주택 문제,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020년 저출산 고령화 상황에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그 동안 성장동력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서민들을 어떻게 할 건가를 놓고 머리 맞댈 일이지 지금 개헌으로 지지고 볶아서야 되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50%를 웃돈다. 100점 만점에 몇점 정도 주겠나.  -글쎄. 난 통일보단 평화를 원한다.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서민경제 부분에 집중해줬으면 한다. 지금 서민들이 살기 너무 어렵다. 고용없는 성장과 거대한 눈부신 지표는 존재하는데 서민 삶은 거기에 없다. 임기 마지막에 두 가지를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70%면 어떻고 30%면 어떤가. 어차피 대통령인데. 물론 국민 원성 사면 안 되지만 너무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를 역사와 승부하면서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게 중요하다.. 평화보다 통일 원하는 거 맞나.  -그럼, 당장의 통일보다는 평화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지지율 조사하면 어느 정도.  -한 50% 나올 거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중에 가장 잘못하는 것 하나를 꼽는다면.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이야기에 로마의 번성 요인에 관한 글이 있는데 하나는 포용이다. 로마가 일어났던 건 이민족에 대한 포용, 로마인이 아닌데도 시민권을 주고 외부 사람도 황제가 될 수 있게 했다. 두번째 통합이다. 국민통합이란 건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고 생존의 전략이다. 그래야 이 나라가 잘 되고 서민경제가 잘 된다. 내년 10월 APEC 정상회담을 반드시 국가의 전 역량을 모아야 한다. 틀의 변화는 임기 후반기에 있다. ●민주당 전적으로 공감한다. 민주당의 3대 무상 정책에 찬성하나.  -일자리, 교육 문제를 통해 건강한 중산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게 국가 전체적으로 복지다. 이를 어떻게 끌고 갈 거냐의 문제와 또 하나는 진짜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주는가의 문제를 같이 생각해야 한다.  강원도는 이렇게 정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투자, 들어오는 기업에 특혜를 확실히 주겠다는 게 내 주장이다. 상장 회사 3개를 유치했다. 일자리 만드는 부분을 해 나가는 거다. 교육 분야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와 중국어를, 강릉 영동지역은 영어와 러시아를 시범학교를 정해 집중할 생각이다. 연세대학교 초·중·고를 원주에 만든다든지 해서 교육 부분을 굉장히 강화하려 한다. 복지 예산은 늘었는데 많은 걸 못한다. 시범사업을 해보는 거다. 시범사업을 해서 내 가설이 맞으면 확대하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 2018년 돼야 연금시대 열린다. 2018년에 연금 받을 정도로 연세드신 분은 노후 준비가 안돼 있다. 경로당에 집중하자. 복지의 인프라라고 생각하면 경로당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소 한마리에 200만원, 키우면 한 달에 1만 5000원을 준다. 100마리를 키우면 150만원인데 이걸 경로당 짓는데 쓰자. 소가 새끼 낳으면 소 한마리 800만~1000만원 하는데 그 돈으로 경로당을 도와줄 수 있다. 3년 지나면 소를 팔고 송아지 한 마리가 생긴다. 증식의 모델을 만드는 거다. 농촌형 복지다. 이걸 시범사업으로 해서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부모가 있으면 세액공제를 받는다. 그러지 말고 효도통장을 만들어 부모님에게 일정액을 자식 월급에서 10만원 떼 주자.  노인들 쓰레기 줍는거 말고 유럽처럼 꽃을 가꾸게 하고, 도시형 같은 경우 할아버지들이 도시의 쓰레기, 명함 등을 수거해오면 계산해서 주고 경로당 운영비를 주고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논쟁할 때 서로 존중할 필요있다. 인간이 제도로 만들어낸 게 투표(정치)와 화폐(경제)다. 성장과 불평등은 쌍둥이 자식이다. 경제에서 성장은 미덕이다. 그러나 결과는 불평등이 존재한다. 그걸 해소하려는 게 평등이고, 그게 정치다. 인간이 완전하지 않기에 서로 닮으려고 한다. 이기적, 이타적 유전자가 큰 논란을 일으키는데 성장과 복지라는게 그런 측면이 있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철학적인 답변이다.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리더십에 만족하나.  -내가 그것까지 얘기할 건 아닌 것 같은데.(웃음) 가급적 일에 몰두하는 편이고 강원도 일에 성과를 내는 게 도리인 것 같다. 여의도와 정치판을 기웃거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정보도 없다. ●2012년 대선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도정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일자리, 교육, 복지라고 본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동북아의 평화 정세와 물류 문제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극동아시아가 천연가스 50%를 갖고 있다. 북한도 그렇다. 철길, 뱃길로 어떻게 연결해서 해나갈 건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 신성장 동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대선 후보 선호도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대세론이 강한데 야당이 박 전 대표를 넘기 어렵다고 보나.  -박 전 대표는 좋은 분이다. 지난 번 경선에서 졌을 때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할 때 이미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국민 마음 속에 섰다. 앞으로 점점 더 비즈니스 대통령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국민들은 예측가능한 미래와 예측가능한 대통령을 원하고 세계 속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대통령을 원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 대표는 영국에서 공부도 했고 도지사도 했고, 장관도 했고, 비교적 안정감 있고 예측가능한 미래의 좋은 후보라 생각한다. 박 전 대표와 손 대표(문재인 실장도 경선에 나설지 안 나설지 모르겠지만) 두 분의 멋진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표는 무리없이한나라당 후보가 될 거라 보나.  -박 전 대표가 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박 전 대표와 일 대 일로 붙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그걸 말할 수 있나. 하지만 이런 것 같다. 내가 지지도 마이너스 23%였다가 플러스 13%로 이겼다. 박연차 게이트로 찜찜한 게 있으면 국회의원 안 나갔다. 내가 감옥갔을 때 강원도민들이 사랑으로 모든 걸 거는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은 말을 많이 듣는 사람, 애정을 갖고 있는사람이 승리자가 된다고 본다. 거기서 에너지가 나온다. 선거를 예단할 수 없다. 내가 이길 거라고 누가 봤겠나. 노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이 다음 대선에서 공통된 표심을 가질 수 있을까.  -분명한 건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누가 됐든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사람은 이젠 예측가능한 미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 이광재 이념적으로 진보인가, 보수인가.  -나는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고 진화를 선택했다. 난 항상 오류가 있다. 오류를 빨리 극복할 수있는 시스템을 갖는 게 진정한 진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판이 온통 좌파 우파니 하는데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으면 정치 기반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경제 발전만 봐도 갈라놓고 싸우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1950년대 소위 소련 체제가 경제발전을 획기적으로 이뤘다. 미국이 과학자 양성을 위해 수월성 학교교육으로 완전히 바꿨다. 70년대 들어 유럽형 복지모델이 얼마나 강력한 성장모델 됐나. 제 3세계 아시아의 용들은 독재국가라는 비판받으면서도 얼마나 성장했나. 미국 경제도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융성했나.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어려움을 겪지 않나. 경제 발전만 봐도 이렇듯 신자유주의부터 소련체제, 복지국가 모델이 경제발전을 이끌고 왔는데 어떻게 이것이 옳다고 하나. 역사가 말하지만 진보 보수 관점이 중요한 게 아니고 공존하려는 통합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 경제사 이론을 보더라도 국가의 시장 개입이 진보였는데 한때는 개입하지 않는 게 진보였다가 지금은 또 개입하려고 하지 않나. 위대한 사상가들은 모르겠지만 정치로 얘기하면 진보 보수, 좌파 우파는 황당한 얘기다. 개인적으로 아주 공감한다. 언론관은 노 대통령과 같나.  -극도로 언론 노출을 피해왔다. 내가 노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이었는데 모시는 사람은 자기 일이 없는 거다. 노 대통령 모실 때 문고리 잡고 인의 장막을 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을 소개했지만 내 스스로 인터뷰한 적이 없었다.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는데 공무원과 사이는 어땠나.  -잘 지내는 편이다. 국정상황실장 할 때 부처 고시 성적 최고였던 분들과 일했다. 공무원들은 유능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처음에 무슨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취지를 잘 설명하면 반드시 답을 찾아온다. 유능하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일은 혁신적으로 하는데 사람을 너무 자주 바꾸는 건 옳지 않다. 에너지를 어떻게 끌어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아침 운동을 과장이랑 걷고, 국장이랑 밥을 먹고, 한 사람씩 알아가고 있다. 조직은 마음으로 일하는 거지 명령으로 일하는 게 아니다. 공무원들에게 나한테 충성하지 말고 강원도민에게 충성하라고 한다. 종교가 불교다. 정치에 영향을 미치나.  -잘 모르겠다. 로마의 멸망 원인 중 하나가 종교 탄압이다. 인도와 무굴제국이 가장 왕성한 때는 다른 종교를 모두 허용했을 때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 프란체스카 수도사가 한 말이 너무 와닿는다. 5세기 때 쓴 책인가. ‘수도원의 역사’란 책에서 넌 왜 풀이나 바위와 나무에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느냐, 왜 인간만 영혼이 있다고 보냐. 나무에도 산에도 생명이 있다는 말이 있다. 칭기스칸 아들은 신이 10가지 손가락을 준 이유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다른 종교를 핍박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참여정부 실세라 강원도 예산이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동의하나.  -그렇다. 많이 따려고 노력했다. 국회 와서 처음한 게 내가 담당하는 산하기관을 전부 돈 것이다. 예산 딸 때 사무관, 과장부터 일일이 다 설득한다. 그래서 예산을 따는 거다. 물론 힘이 든다. 담당 사무관이 제일 중요하다. 수백대 일의 경쟁력을 뚫은 공직자를 설득해야 생명력을 갖고 일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정권이 바뀌면 가위표가 된다. 생명력 있게 일관성 갖고 정책을 유지하려면 주무 사무관과 과장의 확신을 얻어내야 한다. 강원도가 보수적인데 왜 이 지사를 유권자들이 선택했다고 보나.  -강원도를 위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것과 또 하나는 청와대의 국정상황실장을 해봐서 국가도 좀 알고 국회의원도 두번 해서 국회도 알고 그래서 도지사 시켜 강원도를 위해 일 시킨 다음에 강원도를 대표하는 인물을 키워야겠다는 거 아니겠나. 내가 선거 때 마지막 연설에서 ‘청와대 국정경험, 국회의원 경험 살려서 10년이 지나면 대통령에 나가겠다’고 한 연설이 시청률 20%까지 올라갔다. 10분짜리 연설인데 나도 놀랐다. 인구는 적은데 적이 없는 데가 강원도다. 이광재를 키워 대통령까지 가보자는 열망이 컸던 거 같다. 10년 후 대통령 나올 건가.  -도 지사를 잘해야 한다. 난 정말 강원도민에게 큰 신세를 졌다. 강원도지사로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고 싶다. 그것 외에는 뭐. 대통령을 옆에서 많이 봤고 그 자리가 얼마나 외로운 자리인지 안다. 자리를 탐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강원도 일에 욕심을 내겠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도지사 선거 때 이광재 지사가 정말 연설을 잘하더라고 하더라. 얼마 전에도 차기 대선에서 이광재는 왜 안 되고 김두관은 왜 안되겠느냐고 하더라. 10년 약속이 5년으로 당겨질 수도 있나.  -나는 산에서 잘 잔다. 산에서 자면 바람소리가 들린다. 바람도 다 자기 가는 길이 있다. 큰 배가 가는 바다에도 길이 있다. 넓은 창공 같지만 두루미도 가는 길이 있다. 너무 삶에 애달복달 말고 주어진 일에 하루하루 살면서 그 길을 가는 거다. 내가 너무 노 대통령과 어렸을 적부터 큰 일을 하다보니 세상 사는 게 담담해졌다고나 할까. 만약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노 대통령 같은 사람 될까.  -왜 그러나. 강원도를 위해 일해야 한다.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성공해서 나중에 대통령 선거 나와서 멋있게 경쟁하고, 멋있게 후보 단일화하고, 그것도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지사 일을 잘해야 한다.  정리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이광재 격정토로 인터뷰

    이광재 격정토로 인터뷰

    이광재 강원지사가 27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지사직을 잃었다. 2년만에 막을 내린 박연차 게이트의 종착역에서 끝내 내리지 못한 채 “선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도민들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 인터뷰는 선고 전날 진행됐다. 이 지사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우여곡절 많았던 취임 이후의 소회와 정치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 2012년 대선 등 정치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이도운 정치부장과 대담 형식으로 서울 서교동 강원도민회관 4층 회의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강원지사 강원지사가 중앙 정치권에서 크게 주목받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 지사가 당선되고 나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가.  -강원도는 대륙 국가로 가는 전진기지다. 올해 23개국을 다룬 ‘세계 흥망사’라는 책을 내려고 한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결국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 문제, 중국·러시아의 자원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때 신성장 동력이 나온다. 서울 중심의 서쪽으로 기울어진 배가 동쪽으로 균형을 잡는 극동아시아 시대가 온다. 지금은 강원도의 역사가 부상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국가 및 강원도의 발전 전략이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흔한 말로 ‘호남은 푸대접, 강원도는 무대접’이라고 한다. 현 정권의 내각과 청와대 수석에 강원도 출신 없다. 도민들이 지역 차별을 느끼나.  -있는 것 같다. 참여정부만 해도 강원도 출신 장·차관들이 많았는데 현 정권에는 아무도 없어 안타까움이 많은 것 같다. 1년에 9000만여명이 강원도에 온다. 우리가 더 잘하면 그 분들이 강원도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 상고심 27일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나.  -잘 될거라 본다. 기본적으로 불교 경전에 나오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이 상황을 더 잘 극복할 거라 생각한다. 증거가 없고 , 궁박한 처지에 있는 한 사람 말에 따라 유·무죄 결정이 났는데 이미 그중에서도 절반 정도가 무죄가 난 상황이다. 여당 의원들은 무죄가 났고, 나는 절반의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났다. 더 결정적으로는 재판정에 박연차 씨가 나와 진술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재판장이 불러주지 않은 것도 문제다. 더군다나 한 차례가 아니고, 대여섯 차례에 걸쳐 돈을 10억원 넘게 거절한 건 내가 유일한 사람이다. 잘 될 거라 본다.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수용할 건가.  -백척간두 위에서 항상 진일보하는 인생을 살아왔고 잘 될 거라 본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털고 지사직에 전념할 건가, 아니면 ‘정치적 탄압’이라는 부분을 짚고 넘어갈 건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불리한 상황이 극복되기를 희망한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상처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한 세상 살다가는 건데 내가 선한 생각만 갖고 살아도 세상을 구제 못하는데 남을 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됐을 때 수많은 제보가 쏟아졌다. 이런 저런 정보들이 많았지만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건 하지 말자고 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정치인 이광재의 미래는.  -정치인 이광재까지는 모르겠지만 잘 풀릴 거라 본다. 항상 새로운 미래에 도전했고 항상 시련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내 운명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항상 웃는 그런 날 보고 근거없는 낙관주의자라고 얘기하는데, 나중엔 내 말이 맞았다. (유죄 파기환송될 경우) 시한부 임기인데 도정의 안정성을 해치는 건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나는 기본적으로 무죄를 확신한다. 취임 이후 직무가 정지되는 어려운 와중에서도 짧은 기간 동안 빠른 속도로 도정이 안정됐고 변화됐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도정 업무는 훨씬 더 강화되고 추진 속도가 붙을 거라고 본다. 언론에서 박시환 대법관과 이 지사의 관계를 부각시키는데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나.  -모르겠다. 박시환·신영철·안대희 대법관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 박시환 대법관과 만난 적은.  -없다. 기본적으로 의회·행정·사법 등 삼권이 분리돼 있고 내 처지로 볼 때 공정하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열심히 지역을 돌고 있다는데 어떤가. 엄 사장이 당선가능성 있나.  -내가 알 수가 있나. 어쨌든 엄 사장한테 내가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나에게는 정치를 안 한다고 했는데. 언론인의 길을 가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구제역 판결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영향을 주게 되나. 아니면 동계올림픽 유치가 판결에 영향을 줄까.  -그건 모르겠다. 오는 7월 6일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유치돼야 한다. 연평도 사건도 그렇고 서민들의 생계도 어려워 국민들이 힘 빠져 있다. IMF 구제금융 당시 박세리 선수가 우승해 희망을 줬는데 이번에 평창이 희망을 줄 필요가 있다. 강원도는 이미 두 번이나 울었다. 이번에는 강원도 ‘감자바우’들이 하는 일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써야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지 않을까. 꼭 될 거라고 본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유치활동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줬나.  -IOC위원회에서 워낙 평이 좋으시고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IOC내 존경받는 분이고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구제역 발생으로 고심이 많은데 강원도 민심은 어떤가.  -구제역 현장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건 이제 우리나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야 할 단계에 왔다는 거다. 첫째, 앞으로 질병이 위기관리 시스템 차원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 둘째, 아직 구제역 연구소조차 없다. 미국은 케네디대통령이 1961년에 만들었는데 우리는 백신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영국에 연락해서 공급받고 백신 자체도 모자란다. 구제역 연구소를 국가 차원에서 만들 필요가 있고 전반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 셋째, 가축을 키울 때 근본적인 전환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오스트리아에 가보니 동물을 일정 기간 이상 가둬서 키우지 않았다. 초지에서 방목하고, 불가피하게 가둬놓고 키우면 철저히 관리한다.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구제역을 막는 것과 시장을 활성화 시켜 농민에게 도움을 주는 건 다른 문제다. 강원도는 빨리 출하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다들 재래시장에 못 나와 물건을 못 파니까 어렵다. 어차피 제수 상품을 사야 하니까 도청 공무원 월급의 일정액을 떼서 대대적인 상품권 구매운동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직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새끼가 젖을 물면 1분 이내에 쓰러지는데 오랫동안 버티다 쓰러지는 소를 보며 또 한번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했다. 이제는 한 단계 도약할 때가 왔다는 걸 절실하게 느낀 사건이었다. ●참여정부와 고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는 성공했다고 보나 실패했다고 보나.  -절반의 성공이 있었고, 절반의 실패가 있었다. 절반의 성공은.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서민 대통령이었고 권위주의 타파했고, 지역균형발전도 이뤘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자기 지지자와 싸울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문제에 대한 대응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 용산 미군기지를 이전시키면서 대추리 문제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적체됐던 방폐장 문제도 박수 받고 해결했다. 천성산 터널 문제도 해결됐다. 모든 것은 자기 지지자들과 했던 싸움이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지 않고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나. 진보라고 진보의 정책을 다 쓸 수 없고, 보수라고 보수의 정책을 다 쓸 수 없다. 대통령은 중간을 가게 돼 있다. 내가 청와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방폐장 문제 다음 정권에 넘기자, 약체 정권인데 지지자들과 싸워서 별로 얻을 게 없다’라고 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이 ‘그럴 바에 왜 대통령을 하나. 내가 있을 때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돌파해야 나라가 진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것, 이것이 가장 의미있다고 본다. 절반의 실패는 무엇인가.  -우리가 갖고 있던 세력에 비해 너무 큰 어젠다를 가졌고, 또 너무 상처가 났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만 해도 세번의 선거 동안 내건 공약이었는데도 헌법재판소까지 갔다가 뒤집혀 다시 이번 국회로 오게 됐다. 노 대통령은 정치가보다 사상가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자신의 힘에 비해 너무 거대한 어젠다를 세웠다.하지만 행복도시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거대한 화두의 일부를 내보였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적통을 잇는 정치인은.  -아, 그런 사람 또 있을까.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고, 또 다른 사람은 또다른 사람이다. 노 대통령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적통이라기 보다 제 3의 무엇이 있지 않을까. 결국 진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참여정부가 만들었던 청와대와 정부 조직시스템을 현 정부가 많이 바꿨다. 잘했거나, 잘못했다고 생각한 부분은.  -참여정부가 했던 시스템을 현 정부가 다 반대하다가 다시 돌아갔다. 홍보수석 폐지했다가 다시 만들고, 인사수석·위기관리 시스템도 다 복구했다. 존재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 존재한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다. 노 대통령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공직자와 수많은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그렇기에 그런 시스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 항상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위기관리 체제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그런 문제 볼 때마다 아쉬움이 있다.  나도 전임 도지사를 절대 비판하지 않고 다 안고 있다. 차차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하고 일은 혁신적으로 한다. 책을 쓰면서 23개국을 연구해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은 제조업이 강하고 기술이 강해야 나라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과 정보통신부가 없어지는 걸 보며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결국 다시 되돌아가고 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나라는 무한하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앨빈 토플러가 ‘미국 대통령 되면 미국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5% 정도다’라고 말했다. 실제 많은 걸 못 바꾼다. 오히려 기존 것을 인정하고 내가 아주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에 매달려서 임기를 마치는 게 올바른 태도다. 노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어떤 이유라고 보나.  -요즘 주말이면 봉하마을에 1만명이 온다고 한다. 놀랍다.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얼굴을 한 대통령,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 서민 대통령.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그 때 노 대통령은 어쨌든 법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법을 배워야 한다, 리걸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면서 아침 7시에 불러 헌법 공부를 시켰다. 집이 인천이라 국회 근처에 방을 잡고 밤새며 일을 했다. 청문회에서 대단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노 대통령의 연설이나 글은 굉장히 쉽다. 어디서 이렇게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 언어를 배웠냐고 물었다. 노 대통령은 ‘변호사들이 판·검사를 접대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그걸 하지 말자고 했다. 그 뒤 사건이 안 들어와서 직접 상담을 했다’고 말했다. 상담을 하다 보니 ‘인생이 말야, 남녀가 모든 걸 버리며 사랑하다가도 막상 헤어지고 나면 1만원짜리 하나 갖고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 듣고 확 와닿는 느낌이 있었다. 처음 대정부 질의 원고가 굉장히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자기 원고를 스스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면서 이 사람은 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면 대통령을 만들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갖고 있다가 1992년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하면서 호남 사람들 이 의원회관실로 울며 전화하더니 애를 더 낳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영남 사람이지만 이렇게 나라가 분열되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걸 말씀드렸고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나가자고 하니 나가도 되겠냐고 되물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을 치르면서 최고위원 선거 준비했고 대선 나간다고 계획 세웠다. 1993년 12월 결혼하고 신혼여행 가서 완전히 생각을 굳혔다. 갔다 와서 안희정 씨를 만나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처지라 현역 국회의원 대상으로 계보 만들기가 어려우니 지방자치 실무연구소를 만들고 싱크탱크를 만들자고 했다.  노 대통령에게 가장 감동을 받은 건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인이고 권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봉사하는 태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그게 가장 좋았다. 노 대통령은 계속 투쟁하는 정치인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싸움은.  -아마 언론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이런 농담이 있다. 언론과 부인과 성직자와는 싸우지 말라는. 양면성이 있다. 분노는 사랑에서 나온다. 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노동자와 서민을 변호하는 활동을 많이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이 노동자와 서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냐고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랬더니 노 대통령이 ‘나도 대한민국 사법고시에서 50명 뽑을 때 된 사람이다. 판사도 됐고 기득권 세력이다. 그러나 국회라는 게 뭐냐, 나같은 사람이 나서서 노동자들의 편을 들어줘야 균형을 잡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뭐 쉬운 길을 가냐. 나는 뭐 좋냐. 내가 무슨 바보냐’고 했다. 항상 유대인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처음에 공산주의자 나치가 공산주의자 선언할 때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기에 가만 있었다, 그러나 나치가 나를 체포하러 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는 말을 강연에서 많이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정세분석 하지 말라고 했다. 참모들은 참아야 기회가 온다고 조언하는데 ‘내가 왜 도구가 되겠다는 생각은 안 하냐’고 따졌다. 이러면 참모들은 힘들다. 1995년 부산시장 선거, 15대 총선 종로에서 떨어지고 정말 막막했다. 두 번 떨어지고 나서 내가 노 대통령에게 종로로 가자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해보니 이명박·이종찬 후보에게 다 지는 걸로 나왔다. 그러나 이기고 지는 게 전부는 아니지 않나, 대한민국 정치 1번지에서 의미있는 전사를 해도 정치인은 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그랬다. 천신만고 끝에 현역이 됐다. 그 뒤에 부산에 가겠다는 거다. 왜 거기로 가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사람은 무엇이 되는 걸 생각하는데 도구가 된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나는 사람을 사랑한 한 남자를 사랑했고 그 분이 계속 어려우니까 떠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좋을 때 떠나지, 어려울 때 못 떠난다. 계속 같이 있다 보니 내가 세속적인 출세를 한 거다. 내가 큰 역량이 있어서가 아니다. 인터뷰하러 오면서 택시 기사가 하는 말이 ‘노 대통령이 어려워지니 사람들이 다 돌아서더라.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 때 심정이 어땠나.  -노 대통령은 스스로 ‘경계인’이라고 했다. 변호사로서 대한민국 기득권에 진입했지만 인권변호사가 됐고, 경상도 사람으로 민주당에 소속돼 호남 가면 영남 사람, 영남 가면 배신자라고 했다. 이런 얘기할 때 가슴 아팠다. 항상 빈 들에 서 있는 노무현을 봤다. 제일 중요한 게 의리라고 생각한다. (믿었던 사람들이 돌아서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그렇게 노 대통령을 비판하다 서거하고 나서 국민적인 열기가 있으니까. 좀 정치가 담백했으면 좋겠다. ●386과 486 참여정부에 많은 386세대들이 정권에 참여했다. 국가를 장악할 준비가 돼 있었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 정부가 아마추어 정권이라 폄하하기 위해 그런 말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도 50대 중반이었고 386이라 해봐야 전체 비서관 중에 나와 천호선 비서관 둘 빼면 58년 개띠가 12명이나 됐다. 이 사람들이 주력 부대였다. 수석이 대체로 50대 중반, 노 대통령과 같거나 조금 많거나 적었다.  또 김종필 총재가 30대에 공화당 의장하지 않았나. 미국 대통령 나이가 평균 53.1세다. 미국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 세 번 오는데 공황기, 동서 냉전기, 신자유주의 물결이 들어서기 직전이다. 한번은 루즈벨트, 한번은 케네디, 한번은 클린턴이 있었는데 모두 40대 초반의 대통령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얼마만큼의 준비가 돼 있느냐, 내적 역량이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정리하자면 너무 과하게 폄하하려 하는 의도 속에서 본질에 맞지 않는 비난이 있었고, 나이만으로 모든 걸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 신구 조화가 필요하다. 당시 나쁜 배합 아니었다. 386 정치인들은 현재 공통된 지향점이 있나.  -세대 에너지가 있다고 본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먹혔던 것은 그 당시 세대들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8·15와 6·25 전쟁을 치렀다. 석회석과 다이아몬드는 성분이 똑같다. 그런데 어떤 압축과 고열과정 겪느냐에 따라 석회석이 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한다. 6·25 전쟁과 8·15 해방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겠나. 그 에너지가 있었기에 40대 기수론이 가능했고 살아가는 힘이 있었기에 전쟁의 잿더미에서 살아보자는 열망이 가능했다. 박정희라는 지도자도 있었지만 그 때문에 경제 발전도 가능했다.  데모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 80년대 광주가 얼마나 가슴 아팠나. 데모를 하든 안 하든 척박한 현실에 몸으로 앞서 나간 사람, 마음으로 동조한 세대가 386이다. 수백만이다. 학생운동 한 사람은 극히 소수다. 386으로 폄하될 일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한 시대를 타개해 나가려 했던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중에 학생 운동 한 사람들은 소수였다. 당시 70만명씩 대학갈 때다. 80년대 학번부터 87년까지 보면 490만명의 대졸자를 갖고 있다. 취직을 많이 못해서 문화운동을 이끈 사람들도 이 주류들이다. 강한 386에너지가 있다. 운동만 한 386이 아니고, 80년대라는 군사독재 시절을 살아간 강력한 에너지가 존재한다. 이제 486이라고 하는데 용어는 어떤가. 386 상징성 때문에 쓰는 게 낫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본다. 세대 에너지를 좀더 얘기하자면 68년도에 유럽의 학생운동을 이끈 6·8세대들이 다 유럽의 대통령이 됐다. 그만큼 세대 에너지가 강하다고 본다. 존중될 필요가 있다. 다만 나처럼 못난 사람이 정치하게 되면서 정치권에 대해 조금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는데 부채 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386 세대는 충분히 의미있는 세대다. 40대가 우리 경제의 주류 아닌가. 회사의 과장, 부장으로 일하면서 사회와 경제를 끌고 가는 강력한 세대다. 내가 그 세대가 갖고 있는 에너지 만큼 못한 게 미안하다. 올해 70세 넘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영화제위원장을 강원도 문화예술제전 이사장으로 모셨다. 김 위원장은 1년 반을 해외에 있었다. 20대 청년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세대간 벽을 두기보다 신구 조화를 강력히 꾀해야 할 때다. 중국이란 나라의 역동적 힘은 젊은 사람을 키워주고 권력자들은 전 정권 권력자들과 협력하고 타협하는 데서 나온다. 난 이것이 오늘날 중국의 강력한 동력이라 본다. ●친노세력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 60%은 노 대통령에게, 나머지 40%는 안희정·이광재 지사가 반반 가지고 있다고 했다. 동의하나.  -과분하다. 내가 노 대통령과 가장 오래 있었고, 노 대통령의 가족과 영원히 함께 해야 하는 게 내 숙제다. 참여정부에 빚을 많이 지고 있다. 빚을 많이 갚아야 할 처지에 있는데 지분이 어디 있겠나. 부채를 떠맡기 싫어서 지분을 안 가지려는 건 아닌가.  -사람이 사는데 의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했기에 대통령을 만들어겠다고 생각했고 또 그건 변함없다. 386세대에 미안한 것은 나를 많이 사랑했던 분들에게 내가 모자란 점이 많다는 것이다. 갚아야 한다. 이 지사, 안희정 지사, 김두관 지사, 유시민 전 장관, 문재인 비서실장 중에서노 대통령은 누구를 인간적으로 제일 좋아했나.  -문재인 실장이다. 그러니까 민정수석도 시키고, 비서실장도 시키지(웃음) 문 실장은 언젠가 정치를 할 거라고 보나.  -(한참을 생각하다)잘 모르겠지만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변호사가 잘 경선했으면 좋겠다.(웃음)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도 함께 경선했으면 좋겠다. 김두관 지사 말을 들어보면 유시민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지분 없나.  -그렇지는 않다. 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특별한 애정 가졌던 분이다. 지금 민주당은 아니니까. 지사 제외하고 나머지 분 중 정치적인 지도자로서 재능이나 역량은 누가 낫나.  -여태까지는 노 대통령의 그늘 속에 있었고 이제 처음으로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시험대 위에 오른 거다. 중요한 건 본인의 비전과 경영능력에서 시작되는 거다. 지금은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본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 5명 가운데 누가 대표 주자로 출마하면 좋을까. 문재인 실장인가.  -손 대표, 문 실장, 정동영 최고위원도 하겠지. 안희정 지사와는 경쟁 관계인가.  -둘다 의미있는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일자리, 교육, 복지 세 가지 영역에 지사직을 걸었다. 안 지사나 김 지사나 나나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정치가는 희망을 파는 상인인데 국민들은 너무 위대하고 똑똑하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모든 걸 다 걸고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 아닌가. 그래야 정치를 얘기할 수 있다. 난 분명히 그렇게 할 거다. ●정치 현안 개헌 얘기가 계속 나온다. 이 지사의 생각은.  -도 지사가 그런 얘기도 해야 하나(웃음). 개헌은 해야 하지만 노 대통령이 개헌하자고 했을 때 해야 했는데 그게 아쉽다. 노 대통령이 하자고 했던 시기에 했으면 전체 대통령의 임기나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을텐데 시점을 놓쳐버렸다. 이미 권력 후반기다. 국회의원 임기도 얼마 안 남았다. 어떤 개헌 방향이 필요한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런데도 여당에서 개헌을 계속 추진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 개헌 이슈가 한동안 갈 것 같나.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전 보면서 거대한 힘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60년대생 시도 지사들과 여야를 떠나 진짜 대한민국 문제에 천착하는 모임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지금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내년은 세계사적으로 명운을 가르는 해다. 북한은 권력 교체기고 우리는 대통령 선거다. 중국 지도자가 바뀐다. 러시아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 있다. 아시아 전반에도 남북 문제를 둘러싼 큰 틀의 변화가 오는 시기다. 남북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대한민국 명운을 끌고 갈 거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장길도 계획이라는게, 나진선봉으로 바다로 나오는 것이다. 내년 10월되면 푸틴 대통령이 만든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가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다. 얼마 전에는 몽골의 석탄을 한·중·러가 철도를 놔주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몽골 자원이 동해안으로 나오게 된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캄차카 반도 위로 북극 항로가 100~120일 열린다. 남북 정세 변화와 에너지 자원 문제를 둘러싼 극동의 관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한국 10~20년을 좌우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권 전체가 천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력 투구하고 여야를 떠나 내년 10월 APEC 의제는 단연코 남북의 정세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관리할 거냐, 북한을 경유하는 철도는 어떻게 될 거냐, 몽골·북한의 엄청난 광물 자원 어떻게 가져갈 거냐, 북한 물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낼 거냐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극동아시아의 변화에 여야를 떠나 모든 정파가 외교에 진력해야 한다. 130년 전 구한말 상황이 온 것이다. 강원도가 여기에 한 축이 있다. 지사직을 걸었다.  무상복지 논란을 얘기를 많이 하는데 복지 하면 무상이다. 그런데 성장 없는 복지가 어디 있고, 복지를 생각하지 않는 성장이 어디 있나. 지금처럼 주택 문제,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020년 저출산 고령화 상황에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그 동안 성장동력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서민들을 어떻게 할 건가를 놓고 머리 맞댈 일이지 지금 개헌으로 지지고 볶아서야 되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50%를 웃돈다. 100점 만점에 몇점 정도 주겠나.  -글쎄. 난 통일보단 평화를 원한다.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서민경제 부분에 집중해줬으면 한다. 지금 서민들이 살기 너무 어렵다. 고용없는 성장과 거대한 눈부신 지표는 존재하는데 서민 삶은 거기에 없다. 임기 마지막에 두 가지를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70%면 어떻고 30%면 어떤가. 어차피 대통령인데. 물론 국민 원성 사면 안 되지만 너무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를 역사와 승부하면서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게 중요하다.. 평화보다 통일 원하는 거 맞나.  -그럼, 당장의 통일보다는 평화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지지율 조사하면 어느 정도.  -한 50% 나올 거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중에 가장 잘못하는 것 하나를 꼽는다면.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이야기에 로마의 번성 요인에 관한 글이 있는데 하나는 포용이다. 로마가 일어났던 건 이민족에 대한 포용, 로마인이 아닌데도 시민권을 주고 외부 사람도 황제가 될 수 있게 했다. 두번째 통합이다. 국민통합이란 건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고 생존의 전략이다. 그래야 이 나라가 잘 되고 서민경제가 잘 된다. 내년 10월 APEC 정상회담을 반드시 국가의 전 역량을 모아야 한다. 틀의 변화는 임기 후반기에 있다. ●민주당 전적으로 공감한다. 민주당의 3대 무상 정책에 찬성하나.  -일자리, 교육 문제를 통해 건강한 중산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게 국가 전체적으로 복지다. 이를 어떻게 끌고 갈 거냐의 문제와 또 하나는 진짜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주는가의 문제를 같이 생각해야 한다.  강원도는 이렇게 정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투자, 들어오는 기업에 특혜를 확실히 주겠다는 게 내 주장이다. 상장 회사 3개를 유치했다. 일자리 만드는 부분을 해 나가는 거다. 교육 분야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와 중국어를, 강릉 영동지역은 영어와 러시아를 시범학교를 정해 집중할 생각이다. 연세대학교 초·중·고를 원주에 만든다든지 해서 교육 부분을 굉장히 강화하려 한다. 복지 예산은 늘었는데 많은 걸 못한다. 시범사업을 해보는 거다. 시범사업을 해서 내 가설이 맞으면 확대하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 2018년 돼야 연금시대 열린다. 2018년에 연금 받을 정도로 연세드신 분은 노후 준비가 안돼 있다. 경로당에 집중하자. 복지의 인프라라고 생각하면 경로당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소 한마리에 200만원, 키우면 한 달에 1만 5000원을 준다. 100마리를 키우면 150만원인데 이걸 경로당 짓는데 쓰자. 소가 새끼 낳으면 소 한마리 800만~1000만원 하는데 그 돈으로 경로당을 도와줄 수 있다. 3년 지나면 소를 팔고 송아지 한 마리가 생긴다. 증식의 모델을 만드는 거다. 농촌형 복지다. 이걸 시범사업으로 해서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부모가 있으면 세액공제를 받는다. 그러지 말고 효도통장을 만들어 부모님에게 일정액을 자식 월급에서 10만원 떼 주자.  노인들 쓰레기 줍는거 말고 유럽처럼 꽃을 가꾸게 하고, 도시형 같은 경우 할아버지들이 도시의 쓰레기, 명함 등을 수거해오면 계산해서 주고 경로당 운영비를 주고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논쟁할 때 서로 존중할 필요있다. 인간이 제도로 만들어낸 게 투표(정치)와 화폐(경제)다. 성장과 불평등은 쌍둥이 자식이다. 경제에서 성장은 미덕이다. 그러나 결과는 불평등이 존재한다. 그걸 해소하려는 게 평등이고, 그게 정치다. 인간이 완전하지 않기에 서로 닮으려고 한다. 이기적, 이타적 유전자가 큰 논란을 일으키는데 성장과 복지라는게 그런 측면이 있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철학적인 답변이다.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리더십에 만족하나.  -내가 그것까지 얘기할 건 아닌 것 같은데.(웃음) 가급적 일에 몰두하는 편이고 강원도 일에 성과를 내는 게 도리인 것 같다. 여의도와 정치판을 기웃거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정보도 없다. ●2012년 대선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도정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일자리, 교육, 복지라고 본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동북아의 평화 정세와 물류 문제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극동아시아가 천연가스 50%를 갖고 있다. 북한도 그렇다. 철길, 뱃길로 어떻게 연결해서 해나갈 건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 신성장 동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대선 후보 선호도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대세론이 강한데 야당이 박 전 대표를 넘기 어렵다고 보나.  -박 전 대표는 좋은 분이다. 지난 번 경선에서 졌을 때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할 때 이미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국민 마음 속에 섰다. 앞으로 점점 더 비즈니스 대통령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국민들은 예측가능한 미래와 예측가능한 대통령을 원하고 세계 속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대통령을 원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 대표는 영국에서 공부도 했고 도지사도 했고, 장관도 했고, 비교적 안정감 있고 예측가능한 미래의 좋은 후보라 생각한다. 박 전 대표와 손 대표(문재인 실장도 경선에 나설지 안 나설지 모르겠지만) 두 분의 멋진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표는 무리없이한나라당 후보가 될 거라 보나.  -박 전 대표가 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박 전 대표와 일 대 일로 붙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그걸 말할 수 있나. 하지만 이런 것 같다. 내가 지지도 마이너스 23%였다가 플러스 13%로 이겼다. 박연차 게이트로 찜찜한 게 있으면 국회의원 안 나갔다. 내가 감옥갔을 때 강원도민들이 사랑으로 모든 걸 거는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은 말을 많이 듣는 사람, 애정을 갖고 있는사람이 승리자가 된다고 본다. 거기서 에너지가 나온다. 선거를 예단할 수 없다. 내가 이길 거라고 누가 봤겠나. 노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이 다음 대선에서 공통된 표심을 가질 수 있을까.  -분명한 건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누가 됐든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사람은 이젠 예측가능한 미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 이광재 이념적으로 진보인가, 보수인가.  -나는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고 진화를 선택했다. 난 항상 오류가 있다. 오류를 빨리 극복할 수있는 시스템을 갖는 게 진정한 진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판이 온통 좌파 우파니 하는데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으면 정치 기반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경제 발전만 봐도 갈라놓고 싸우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1950년대 소위 소련 체제가 경제발전을 획기적으로 이뤘다. 미국이 과학자 양성을 위해 수월성 학교교육으로 완전히 바꿨다. 70년대 들어 유럽형 복지모델이 얼마나 강력한 성장모델 됐나. 제 3세계 아시아의 용들은 독재국가라는 비판받으면서도 얼마나 성장했나. 미국 경제도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융성했나.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어려움을 겪지 않나. 경제 발전만 봐도 이렇듯 신자유주의부터 소련체제, 복지국가 모델이 경제발전을 이끌고 왔는데 어떻게 이것이 옳다고 하나. 역사가 말하지만 진보 보수 관점이 중요한 게 아니고 공존하려는 통합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 경제사 이론을 보더라도 국가의 시장 개입이 진보였는데 한때는 개입하지 않는 게 진보였다가 지금은 또 개입하려고 하지 않나. 위대한 사상가들은 모르겠지만 정치로 얘기하면 진보 보수, 좌파 우파는 황당한 얘기다. 개인적으로 아주 공감한다. 언론관은 노 대통령과 같나.  -극도로 언론 노출을 피해왔다. 내가 노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이었는데 모시는 사람은 자기 일이 없는 거다. 노 대통령 모실 때 문고리 잡고 인의 장막을 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을 소개했지만 내 스스로 인터뷰한 적이 없었다.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는데 공무원과 사이는 어땠나.  -잘 지내는 편이다. 국정상황실장 할 때 부처 고시 성적 최고였던 분들과 일했다. 공무원들은 유능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처음에 무슨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취지를 잘 설명하면 반드시 답을 찾아온다. 유능하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일은 혁신적으로 하는데 사람을 너무 자주 바꾸는 건 옳지 않다. 에너지를 어떻게 끌어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아침 운동을 과장이랑 걷고, 국장이랑 밥을 먹고, 한 사람씩 알아가고 있다. 조직은 마음으로 일하는 거지 명령으로 일하는 게 아니다. 공무원들에게 나한테 충성하지 말고 강원도민에게 충성하라고 한다. 종교가 불교다. 정치에 영향을 미치나.  -잘 모르겠다. 로마의 멸망 원인 중 하나가 종교 탄압이다. 인도와 무굴제국이 가장 왕성한 때는 다른 종교를 모두 허용했을 때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 프란체스카 수도사가 한 말이 너무 와닿는다. 5세기 때 쓴 책인가. ‘수도원의 역사’란 책에서 넌 왜 풀이나 바위와 나무에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느냐, 왜 인간만 영혼이 있다고 보냐. 나무에도 산에도 생명이 있다는 말이 있다. 칭기스칸 아들은 신이 10가지 손가락을 준 이유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다른 종교를 핍박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참여정부 실세라 강원도 예산이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동의하나.  -그렇다. 많이 따려고 노력했다. 국회 와서 처음한 게 내가 담당하는 산하기관을 전부 돈 것이다. 예산 딸 때 사무관, 과장부터 일일이 다 설득한다. 그래서 예산을 따는 거다. 물론 힘이 든다. 담당 사무관이 제일 중요하다. 수백대 일의 경쟁력을 뚫은 공직자를 설득해야 생명력을 갖고 일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정권이 바뀌면 가위표가 된다. 생명력 있게 일관성 갖고 정책을 유지하려면 주무 사무관과 과장의 확신을 얻어내야 한다. 강원도가 보수적인데 왜 이 지사를 유권자들이 선택했다고 보나.  -강원도를 위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것과 또 하나는 청와대의 국정상황실장을 해봐서 국가도 좀 알고 국회의원도 두번 해서 국회도 알고 그래서 도지사 시켜 강원도를 위해 일 시킨 다음에 강원도를 대표하는 인물을 키워야겠다는 거 아니겠나. 내가 선거 때 마지막 연설에서 ‘청와대 국정경험, 국회의원 경험 살려서 10년이 지나면 대통령에 나가겠다’고 한 연설이 시청률 20%까지 올라갔다. 10분짜리 연설인데 나도 놀랐다. 인구는 적은데 적이 없는 데가 강원도다. 이광재를 키워 대통령까지 가보자는 열망이 컸던 거 같다. 10년 후 대통령 나올 건가.  -도 지사를 잘해야 한다. 난 정말 강원도민에게 큰 신세를 졌다. 강원도지사로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고 싶다. 그것 외에는 뭐. 대통령을 옆에서 많이 봤고 그 자리가 얼마나 외로운 자리인지 안다. 자리를 탐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강원도 일에 욕심을 내겠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도지사 선거 때 이광재 지사가 정말 연설을 잘하더라고 하더라. 얼마 전에도 차기 대선에서 이광재는 왜 안 되고 김두관은 왜 안되겠느냐고 하더라. 10년 약속이 5년으로 당겨질 수도 있나.  -나는 산에서 잘 잔다. 산에서 자면 바람소리가 들린다. 바람도 다 자기 가는 길이 있다. 큰 배가 가는 바다에도 길이 있다. 넓은 창공 같지만 두루미도 가는 길이 있다. 너무 삶에 애달복달 말고 주어진 일에 하루하루 살면서 그 길을 가는 거다. 내가 너무 노 대통령과 어렸을 적부터 큰 일을 하다보니 세상 사는 게 담담해졌다고나 할까. 만약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노 대통령 같은 사람 될까.  -왜 그러나. 강원도를 위해 일해야 한다.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성공해서 나중에 대통령 선거 나와서 멋있게 경쟁하고, 멋있게 후보 단일화하고, 그것도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지사 일을 잘해야 한다.  정리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46) 여성성 위협하는 유방질환

    [Weekly Health Issue] (46) 여성성 위협하는 유방질환

    최근 들어 암 등 유방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전문의들은 호르몬 노출과 유전성 외에 육류 및 가공식품 위주의 서구형 식생활과 출산 및 수유 기피 등이 주요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방은 여성의 성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부위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런 유방이 훼손된다면 성적 정체성 역시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유방을 노리는 질환(암)에 대해 강북삼성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 박찬흔 센터장으로부터 듣는다. ●유방질환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을 말하는가 대표적인 유방 질환은 섬유선종과 섬유낭성 질환 그리고 유방암이 있다. 섬유선종은 20대 여성에게 잘 생기는 흔한 질환으로, 유방의 기질과 상피조직이 증식하는 양성종양을 말한다. 주위 조직과 분리되어 잘 움직이고, 둥글고 단단하며, 통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음파나 침생검(바늘 조직검사)으로 쉽게 확인되며, 수술도 어렵지 않다. 섬유낭성 질환은 유방에 생긴 멍울이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로, 여성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정상 유방에서도 흔히 나타나기 때문에 질환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생리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유선 조직이 가장 발달한 30∼40대에 흔하다가 이후 점차 줄어 폐경 후에는 거의 생기지 않는다. 유방암과 함께 흔한 유방질환으로는 유방염증과 농양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암이 문제일 텐데, 종류는 어떻게 구분하나 암이 생긴 세포에 따라 유관암과 소엽암으로 구분하며, 암의 침윤 정도에 따라 침윤성과 비침윤성(상피내암)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유방암이 해당되는 침윤성은 암세포가 기저막을 통과한 경우로, 주변의 혈관과 임파관을 침범, 겨드랑이 임파선 등 전신으로 퍼지기 쉬운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암세포가 뼈·폐·간·뇌 등 다른 장기로 퍼진 원격전이라도 화학요법 및 표적치료 등으로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상피내암인 비침윤성은 암이 유관의 기저막을 통과하지 못한 0기 단계로, 국내 유방암의 12% 정도를 차지하며 수술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상피내암의 다른 형태로, 암세포가 유관을 따라 유두에 습진성 병변을 일으킨 경우를 파제트병이라고 하는데, 유두에 생기는 피부습진과 혼동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유방암의 원인은 무엇인가 환경 및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의학적 판단이다. 특히 유방암 발생에 연관성이 크다고 여겨지는 것이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다. 에스트로겐이 직접 유방암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유관세포를 자극해 증식·분화시키기 때문에 에스트로겐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유방암 발병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12세 이전의 이른 초경이나 55세 이후의 늦은 폐경, 30세 이후의 첫 임신, 오랜 기간 피임약이나 여성호르몬을 투여한 경우라면 위험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유방암은 유전적 소인이 강해 전체 환자의 5∼10%가 가족성 유방암에 해당된다. 실제로 어머니나 자매가 유방암인 경우 약 2∼3배, 어머니와 자매 모두 유방암일 경우 발병률은 8∼12배나 높아진다. 특히 가족력을 가진 여성에서 암유전자인 ‘BRCA1’, ‘BRCA2’ 유전자 변이가 있다면 이 여성이 평생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60∼80%로 높아진다. ●병기별 증상을 설명해 달라 유방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무통성 혹이다. 그 밖에 통증을 느끼거나 한쪽 유두에서 혈성 분비물이 보이는 경우, 유두 함몰이나 겨드랑이에 혹이 만져지는 경우 등이 있다. 특히, 유방 부위가 붓거나 궤양·함몰이 나타나는 경우, 또는 피부가 귤껍질처럼 보이는 것은 암이 상당히 진행됐음을 나타내는 증상들이다. 유방암 병기는 암 크기와 겨드랑이 임파선 전이, 그리고 전이 여부에 따라 1∼4기로 구분한다. 1기는 종양 크기가 2㎝ 이하이면서 임파선 전이가 없는 경우로, 유방에서 통증 없는 종괴가 만져지는 정도이며, 완치율이 매우 높다. 2기는 종양이 2∼5㎝이며 임파선 전이가 심하지 않은 경우로, 비교적 커다란 종양이 만져진다. 3기는 종양이 5㎝ 이상이거나 그보다 작더라도 겨드랑이 임파절 전이가 있는 경우로, 유방과 겨드랑이에서 종괴가 만져지며, 더 진행되면 피부부종·피부궤양·피부색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4기는 뼈·폐·간 등 전신전이가 있는 경우로, 가장 예후가 불량하다. ●어떻게 검사, 진단하는가 기본적으로 자가검진, 전문의 진찰, 유방촬영술이 기본이며, 필요하면 초음파검사와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유방암의 가장 기본적 선별검사인 유방 촬영은 40세 이상 여성은 연 1회 시행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은 치밀유방이 많고, 서구에 비해 젊은 환자가 많아 초음파가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이 검사에서 의심 소견이 나오면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하게 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기본적인 치료법은 수술과 보조항암치료, 방사선치료, 호르몬치료 등이다. 수술적 치료로는 암덩어리가 커서 유방과 겨드랑이 임파선을 넓게 제거하는 전절제술과 유방 모양을 최대한 유지하는 보존술, 겨드랑이 임파선 전이를 확인하는 보존적인 감시임파절 생검술 등이 주로 사용된다. 또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 보조 항암요법이나 항호르몬치료, 방사선치료 및 최근에 개발된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는 수술 후 보조치료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치료제는 환자의 나이·병기·악성도·호르몬수용체 유무·HER2 암유전자 발현 유무에 따라 결정하는데, 일반적으로는 국제 및 한국유방암학회의 치료권고안을 따른다. ●각 치료법의 유효성과 부작용, 합병증 등을 짚어 달라 전절제술은 광범위한 절제술로, 수술 후 통증이 보존술에 비해 심하며, 팔의 부종, 팔운동 장애 및 감각이상이 동반될 수 있다. 수술 후 신체 균형이 맞지 않아 비특이적인 통증과 자세변화 등이 수반되기도 한다. 보존술은 방사선치료를 더할 경우 치료효과는 전절제술과 비슷하나 치료 기간이 길고, 비용도 더 들며, 방사선치료로 인한 피부염·식욕감퇴·빈혈·폐렴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감시임파절 생검술은 신경 손상이나 팔의 임파부종등의 합병증은 방지할 수 있으나 임파부종을 완전하게 막기는 어렵다. 또 수술 후 보조치료의 경우 항암치료에 따른 탈모나 구토·설사·위염 등이 수반될 수 있으며, 골수 억제로 빈혈·백혁구 감소 및 패혈증을 겪기도 한다. 대표적 항호르몬제인 타목시펜의 경우, 자궁내막암과 정맥혈전증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강북삼성병원 제공
  • 고병원성 AI 왜 무서운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구제역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도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세계 곳곳에서 AI에 감염된 사람은 447명. 이 중 59%인 263명이 숨졌다. 국내에서 AI에 사람이 걸린 사례는 없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저개발국에서만 보고됐다. 닭이나 오리 등을 먹고 감염된 일도 없다. 닭은 감염된 지 2~3일이면 죽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잠복기가 상대적으로 긴 오리는 바이러스가 내장에 남을 수 있지만 생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역시 문제가 없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WHO 통계는 대부분 중병을 앓던 경우가 보고된 것이기 때문에 사망률이 실제보다 높게 잡힌 것”이라면서 “사망자가 보고된 방글라데시,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라오스 등은 뒤뜰에 닭을 몇 마리씩 풀어 놓고 같이 사는 등 우리와 사육환경이 다른 데다 의료 체계도 열악하다.”고 말했다. 이어 “설사 감염됐더라도 타미플루를 쓴다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도 “최근 한 달 사이 국내 야생조류에서 검출된 고병원성 AI 3건의 유전자 묶음을 정밀검사한 결과 아직은 전 세계적으로 인체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되지 않은 유형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고병원성 AI가 두려운 또 다른 이유는 산업적인 사육을 하는 양계업의 속성상 한 번 감염되면 살(殺)처분·매몰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42일간 19개 시·군에서 33건의 양성 판정이 나왔던 2008년에는 100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당시 보상규모는 3070억원에 달했다. 피해는 농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양계업은 물론 관련 식당들도 피해를 본다. 방역도 구제역보다 힘들다. 날아다니는 철새 분변을 통해 오염되기 때문에 이동통제나 역학관계 규명도 힘들다. 구제역은 혈청형이 7개인 데 비해 AI는 이론상 144종이 존재한다. 그만큼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서 백신 사용도 어렵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44) 슈퍼박테리아

    [Weekly Health Issue](44) 슈퍼박테리아

    최근 국내의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4명의 환자가 잇따라 다제내성균에 감염됐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다제내성균은 그동안 의학자들 사이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실체’로 인식돼 왔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받은 충격 역시 컸다. 보건 당국이 치료할 항생제가 있으니 동요하지 말라고 했지만 의학자들은 가볍게 봐 넘길 사안이 아니라며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이런 슈퍼박테리아의 위협에 대해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의종 교수를 통해 듣는다. ●먼저, 슈퍼박테리아란 무엇인가. 슈퍼박테리아는 의학적으로 ‘다제내성균’이라고 한다.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耐性)을 동시에 가져 감염되더라도 치료할 항생제가 거의 없는 세균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정전염병으로 정한 다제내성균은 6종으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알균·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다제내성 녹농균·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와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등이 그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NDM-1’ 장내세균은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의 일종으로, 2009년 연세대의대 용동은 교수가 세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이후 여러 나라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다제내성균은 어떻게 생성되는가. 항생제에 오래 노출된 세균은 항생제에 대항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유발한다. 이 내성유전자가 플라스미드라는 유전자 전달체에 끼어들어가면 내성플라스미드가 만들어지게 되고, 이 상태에서 여러 세균들로 전파되어 내성 세균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다제내성균이 왜 문제가 되는가. 먼저, 적절한 치료제가 거의 없으며, 있더라도 독성 때문에 환자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또 일단 다제내성균에 감염되면 병이 잘 낫지 않아 입원 기간이 길어지고, 덩달아 의료비도 크게 늘어난다. 격리치료가 필요한 데다 항생제가 고가이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환자 치사율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다제내성균은 치료할 항생제가 없어 환자들은 결국 패혈증과 쇼크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다제내성균이 발생하는 원인을 짚어 달라. 한마디로 항생제의 과다사용이 문제다. 항생제가 없으면 내성세균도 없다. 내성세균은 항생제가 없는 자연상태에서는 생존하지 못하지만 항생제가 존재하는 상태에서는 일반 세균보다 훨씬 빠르게 증식한다. 오랫동안 항생제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서 다제내성세균이 쉽게 발생하는 건 이 때문이다. ●임상적 측면에서 다제내성균은 일반 박테리아와 어떻게 구별되는가. 일반 세균 감염증은 적절한 항생제로 치료하면 쉽게 낫는다. 또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의 종류가 많아 저렴한 항생제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제내성균에 감염되면 선택할 수 있는 항생제의 종류가 제한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고, 치료하더라도 증상이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르기 쉽다. ●최근 발생한 다제내성균 감염 사례에서 드러난 의료적 문제는 무엇인가. NDM-1 장내세균은 2년 전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처음 발생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올해 중반부터 국내에서도 조만간 NDM-1 장내세균이 상륙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대책위원회를 설치, 계속 감시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런 준비 덕분에 최근 NDM-1 장내세균 감염 사례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선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NDM-1 장내세균을 검사할 수 없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사례는 NDM-1 장내세균 감염증이 중환자실 입원 환자에게서 발생했다. 따라서 각급 병원의 중환자실은 체계적인 감염관리 감시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정책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다제내성균 감염증의 관리를 위해 전문적인 자문은 물론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한감염학회·대한진단검사의학회·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대한화학요법학회·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이 참여하는 다제내성균 대책위원회나 자문위원회를 제도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다제내성균을 관리·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다제내성균 감염증은 어떤 치료과정을 거치는가. 보통의 세균 감염증에는 일반 항생제를 사용한다. 진단검사의학과에서 세균을 배양해 효과를 보이는 항생제를 찾아내면 그 항생제로 치료하면 된다. 그러나 다제내성균의 경우는 효과를 보이는 항생제가 한두 개뿐이다. 예컨대 NDM-1 장내세균 감염증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는 콜리스틴과 티게사이클린이다. 콜리스틴은 신장 독성이 강해 신장 기능이 나쁜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고, 티게사이클린은 균종에 따라 효과가 없을 수 있다. 결국 신종 다제내성균이 출현하면 내성 기전을 규명한 다음 이에 대응하는 항생제를 개발해 사용해야 한다. ●다제내성균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우선, 행정적으로는 각급 의료기관들이 감염관리 전문가를 채용해 감염관리를 강화하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감염관리 시설과 환경위생을 개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과 함께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감염관리의 심각성을 반영해야 한다. 전문가 교육도 중요하다. 손씻기 캠페인은 물론 항생제 처방교육과 감시 결과의 공유를 통해 의료인들에게 다제내성균의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 의료인들이 감염관리 주의지침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제한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항생제 과다처방 방지를 체계화해야 하며, 세균의 내성 양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감염증이 없는 환자라도 적극적인 감시배양을 하여 다제내성균 보균자를 찾아내는 등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할 수도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타시그나, 글리벡보다 완치율 높아

    타시그나, 글리벡보다 완치율 높아

    ‘기적의 항암제’ 글리벡에 이은 차세대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치료제 개발 경쟁에서 노바티스의 ‘타시그나’(성분명 닐로티니브)가 BMS의 ‘스프라이셀’(성분명 다사티니브)보다 우위에 있음을 입증했다. 그동안 두 제품은 CML 치료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혈액학회(ASH)에서 노바티스와 BMS, 화이자(와이어스)는 타시그나와 스프라이셀, 보수티니브에 대한 각각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기능적으로 글리벡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백혈병치료제 개발에 주력해 온 다국적 제약사는 노바티스와 BMS, 화이자 등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저명한 대학교수와 관련 연구원들이 공동 설립한 벤처기업 ‘아리아드’사의 포나티니브(ponatinib)도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티스 타시그나의 경우 이번 학회에서 발표한 24개월 장기 임상3상 결과, 타시그나 300㎎을 1일 2회 복용한 환자군이 현재 표준치료제인 글리벡 400㎎을 1일 1회 복용한 환자군에 비해 가속기와 급성기로 진행되는 비율이 유의하게 낮았다. 또 최적하 반응률과 치료 실패율도 글리벡에 비해 더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처음 CML 진단을 받았을 때와 치료 후의 평균 암유전자 수치를 비교한 ‘주요분자학적 반응’에서도 타시그나 300㎎과 400㎎을 하루 두번 복용한 환자에게서 각각 71%, 67%의 반응률을 보여 글리벡 400㎎ 복용환자의 44%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에 비해 BMS의 스프라이셀 100㎎은 25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8개월에 걸쳐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주요 분자학적 반응률이 57%로 타시그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주요 분자학적 반응이 꾸준히 유지되는 비율(21%)도 글리벡 환자군에 비해 타시그나 300㎎과 400㎎을 복용한 환자들에서(각각 42%, 39%)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고 노바티스 측은 지적했다. 이와 함께 타시그나 300㎎을 복용한 환자 87%와 타시그나 400㎎을 복용한 환자 85%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지표인 ‘필라델피아 암염색체’가 제거된 완전세포유전학적 반응(CCyR)에 도달한 반면 글리벡 환자군의 경우는 77%에 그쳤다. 스프라이셀은 18개월을 기준으로 한 반응률이 78%로 역시 타시그나에 미치지 못했다. ●장기 생존 가능성 높아져 502명의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보수티니브의 임상시험에서는 주요유전자 반응률 39%, 완전염색체 반응률 70% 수준으로 발표돼 기존 글리백에 비해 별다른 유의성을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 볼 때 타시그나가 글리벡은 물론 다른 새 백혈병 치료제에 비해 임상시험 성적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타시그나는 치료 효과를 장기간 유지하면서도 부작용은 적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면서 “특히 타시그나를 복용해 암유전자 수치가 ‘0’ 상태에 도달, 완전분자학적반응(CMR)을 획득한 환자가 전체의 26%에 달했는데, 이는 환자들이 약을 끊어도 병이 재발하지 않는 ‘완치’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인종 간 만성골수성백혈병 주요 발병 연령대를 보면 서양인이 50대인 반면 동양인은 이보다 10∼15년가량 빠른데 이럼 점에서도 타시그나의 장기 임상 결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2년 전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받고 타시그나 임상에 참여한 황모(54)씨는 “백혈병 진단을 받고 삶을 포기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정기적으로 약을 복용하고, 검사를 받는 것 외에 발병 전과 다를 것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으며, 직장도 계속 다니고 있다.” 고 말했다. ●국내서 현재 승인 검토 중 타시그나는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만성 골수성백혈병 1차 치료제로 승인받은 데 이어 스위스에서도 최근 승인을 받았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에서도 현재 타시그나의 승인을 검토 중인데, 글리벡보다는 약간 높은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성 골수성백혈병은 ‘필라델피아 염색체’ 이상에 따른 암 단백질에 의해 발생하며, 유병률이 인구 10만명당 1∼2명에 이른다. 지금까지는 유일한 치료제가 글리벡이었지만, 치료 실패율과 돌연변이 발생률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미국 올랜도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용어클릭] ●타시그나(Tasigna·성분명 닐로티니브)는 글리벡에 저항성이나 불내성을 보이는 소수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위해 개발된 차세대 백혈병 치료제다. 글리벡처럼 암세포를 유발하는 ‘Bcr-Abl’단백질의 특정 부분에 결합, 암세포가 증식·분화하고 생존하는데 필요한 신호전달을 차단함으로써 암세포를 제거한다. 특히 임상 결과, 타시그나는 글리벡 내성과 관련 있는 암단백질의 33개 변이체 중 32가지를 억제함으로써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끌었다.
  • 불륜·외도…‘바람둥이 유전자’ DRD4 때문?

    불륜·외도…‘바람둥이 유전자’ DRD4 때문?

    좀처럼 바람기를 주체할 수 없다면 특정 유전자를 가진 건 아닌지 의심해 봐야겠다. 일명 ‘바람둥이 유전자’라고 불리는 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바람을 피울 확률이 2배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주립대학의 저스틴 가르시아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최근 젊은 남녀 180명을 대상으로 특정 변이 유전자와 바람기의 상관관계를 비교해 봤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 중 DRD4란 유전자가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하룻밤정사, 불륜, 외도 등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경험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DRD4는 뇌신경 세포의 흥분전달 역할을 하는 도파민 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로, 알코올·도박 중독이 이 유전자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이미 밝혀진 바 있다. 가르시아 박사는 “참가자의 4명 중 1명이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면서 “부적절한 성관계는 리스크와 보상 수준이 모두 높아서 이 유전자가 도파민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플로스원(PLoS ONE)’에서 설명했다. 그러나 부적절한 성관계를 ‘바람둥이 유전자’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연구진은 “DRD4가 있다고 모두 불륜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가치관, 사고, 도덕성 등 요소가 더욱 결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에이즈 백신 개발 길 열렸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면역력을 가진 유전자가 발견됐다. 불치의 병으로 알려진 에이즈의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브루스 워커 박사와 케임브리지대 공동 연구팀은 4일(현지시간)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HIV의 공격에 견뎌낼 수 있는 변이 유전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워커 박사는 HIV에 감염됐지만 치료를 받지 않고도 체내 바이러스양이 아주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오래도록 에이즈가 발병하지 않는 집단인 ‘HIV 통제자(HIV controllers)’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진들이 HIV 통제자 집단의 특수성을 연구해왔지만, 이들에게서 병이 장기간 발병하지 않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HIV 통제자’ 1000명과 일반적인 HIV 감염자 2600명을 대상으로 30억개에 이르는 전체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두 집단 사이에 면역력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이미 알려져 있는 HLA-B를 만드는 유전자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워커 박사는 “두 집단의 서로 다른 부분은 세포로 침입하려는 바이러스가 결합했을 때 이를 물리치기 위해 면역계에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이번에 밝혀진 유전적 차이는 면역 체계가 어떻게 HIV를 막아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완벽 게놈’ 가진 인간 없었다

    각종 질병 위험도를 높이는 인간의 변이 유전자를 집대성한 변이 유전자 지도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28일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따르면 세계 유전학자 수백명이 참가한 세계 게놈연구 컨소시엄에서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300만여개의 변이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95%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1000 게놈 계획’이란 이름으로 지난 2008년부터 세계 9개 지역 연구 센터가 합동으로 진행해온 이 프로젝트는 유럽·서아프리카·동아시아인 179명의 전체 게놈과 세계 7개 지역 사람 697명의 단백질 생산 유전자 DNA 염기서열을 분석해, 변이 유전자를 해독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컨소시엄은 오는 2012년까지 세계 각지의 2500명을 대상으로 게놈을 추가 분석해 변이 유전자 지도를 완성할 계획이다. 연구 결과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정보도 다수 포함됐다. 인간은 유전자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는 변이 유전자를 1인당 평균 250~300개씩 갖고 있으며, 유전 질환을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도 1인당 50~100개씩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완벽한 게놈을 갖고 있는 인간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그러나 인간은 같은 유전자를 부모에게서 하나씩 물려받아 두 개씩 갖고 있기 때문에 하나가 변이 유전자일지라도 나머지 하나가 정상이면 유전 질환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네이처는 소개했다. 부모와 딸로 구성된 가족들의 게놈에 대한 정밀 분석에서는 부모 어느 쪽에도 없는 변이 유전자가 딸에게서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세대가 바뀌면서 새롭게 나타나는 변이 유전자도 세대당 약 60개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2만 5000여 유전자로 이뤄진 인간의 게놈은 30억개의 DNA 염기쌍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세포의 23쌍 염색체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DNA는 아데닌(A), 시토신(C), 구아닌(G), 티민(T) 등 4종류의 염기가 각기 순서를 달리하며 배열돼 있다. 유전자 변이란 염기 배열순서가 달라져 게놈 구성이 깨져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당뇨나 암 등 각종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컨소시엄 공동의장인 미국 하버드 대학-매사추세츠 공대(MIT)의 브로드연구소 부소장 데이비드 알트슐러 박사는 “변이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면 모든 과학자들에게 무료로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騎虎之勢? …백사자 등에 올라탄 용자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騎虎之勢(기호지세)’라는 말이 있지만 맹수의 등에 올라타는 것은 확실히 자살행위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맹수들을 마치 애완동물을 다루듯 대하는 사람이 있어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인근의 한 야생동물보호공원을 관리하는 동물생태학자 케빈 리처드슨(34)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사진 속에서 그는 백사자들과 함께 어울리며 힘껏 껴안거나 입안에 손을 넣어 이빨을 확인하고 심지어 등뒤에 올라타 마치 고양이 다루듯 하고 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리처드슨 씨는 사자들과 깊은 유대감을 갖고 있고 심지어 밤에도 사자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사자들을 비롯해 이 공원에서 치타, 표범, 하이에나 등 다양한 맹수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는 리처든슨 씨는 “사랑과 존중으로 그들과 대화하고 돌봐줘서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들은 내 자부심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사진으로 공개된 백사자들의 흰 피부는 유전자 변이로 나타난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국가 관리 야생생물 3815종 ‘유전자원’ 연구기관에 공개

    국립생물자원관은 유전자원센터 수장고에 보존·관리 중인 야생생물 3815종(1만 8000여점)의 ‘유전자원’을 연구기관 등에 공개한다고 13일 밝혔다. 유전자원은 생물체의 구조와 특성, 변이 등을 결정하는 DNA나 생물체 게놈의 정보로 유전공학이 발전하면서 유전자를 실용 가치 자원으로 인식하면서 생긴 명칭이다. 생물자원관은 2007년부터 관속식물(양치·종자식물 등) 1258종, 곤충 554종, 무척추동물 387종 등 총 3815종의 생물 유전자원을 수집해 건조 또는 급속 냉동해 보관하고 있다. 생물에서 추출한 DNA와 생체조직의 목록 등을 이르면 다음달 하순쯤 연구기관·산업체 등에 공개하고 유전공학과 의약·식용 등 소재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시료도 분양할 계획이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위로